방으로 돌아온 엄혜정은 베란다에서 먼 곳을 내다보았다.김신걸이 억지로 엄혜정을 데려오지 않았다면 엄혜정은 오늘 푸딩이 옆에 있었을 것이다.푸딩이랑 있는것이 김신걸과 같은 공간에 있는것보다 편했다.“저 사람 여기 있을수 있게 허락한게 이젠 후회돼?” 엄혜정이 말했다.“당신 아니었으면 저 여자도 없었을거 아니에요.“김신걸이 백허그를 하며 말했다.“내가 없애줄게.”김신걸의 말에 엄혜정은 소름이 쫙 돋았다. 엄혜정은 김신걸의 품에서 벗어나려고 애썼다.“그 여자 배속에 당신 애가 있어요.”김신걸이 엄혜정을 바라보았다. 김신걸은 굶주린 늑대와도 같이 당장이라도 덮칠것만 같았다.“아직도 삐져있네.”“안 삐졌어요.”엄혜정이 담담하게 말했다. 엄헤정은 복잡했던 옛 추억을 떠올리며 말했다.“김하준, 나 당신이랑 헤어진지도 이젠 5년이에요, 더 이상 부부가 아니라는 뜻이에요. 그동안 당신이 누굴 만나 아이를 가졌던 그건 다 당신 일이에요, 선후순서를 따지면 제가 그 여자 자리를 차지한거나 마찬가지에요.”“그러게, 난 똑똑히 기억해, 내가 감옥에 들어간 세번째 날 이혼서류를 받았거든.”김신걸의 얼굴에는 그늘이 져있었다.“어차피 사형인데 뭐하러 그랬어?”“죽기 전에 이혼 하지 않으면 다음생에도 당신이랑 결혼해야 한다는 말을 들어서요, 당신 알잖아요, 내가 죽기보다 더 싫어하는걸.”엄혜정이 견결한 태도로 말했다.“하지만 난 당신이랑 이혼하지 않았어.”김신걸이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내가 이혼서류 찢었거든, 그래서 지금 우리가 다시 부부로 살고있는거야.”김신걸이 엄혜정을 베란다 끝으로 내몰았다.엄혜정의 상반신이 베란다 밖으로 드리웠다. 당장이라도 추락할 위험에 놓여있었다.뜻밖에도 김신걸이 엄혜정의 입술에 부드러운 키스를 남겼다.김신걸의 눈빛이 집요해졌다.“이번생에도, 다음생에도……. 우린 함께 할거야, 그 누구도 우릴 갈라놓을수 없어.”“왜 받아들이질 못하는데? 이거 우리 예전에도 자주 했던거야, 우린 부부니까 합법적이야.”김신걸의
푸딩이는 아마 영원히 엄혜정곁에 남고싶었는지도 모른다.“우리 푸딩이 아주 용감해, 우리 집에 갈까?”엄혜정은 푸딩이의 머리에 입을 맞추고는 치료비를 지불하고 집으로 돌아갔다.엄혜정은 푸딩이를 강아지 집에 가두지 않았다.김신걸이 언짢아하면 엄혜정이 부탁을 할것이다.아무튼 엄혜정은 푸딩이를 다른 사람한테 맡기지 않기로 결심했다.거실에 들어서니 차예나가 티비를 보고있었다.“돌아왔어요? 푸딩이는 괜찮아요?”차예나가 엄혜정 품에 안겨있는 푸딩이를 보며 물었다.“아니요.”엄혜정이 말했다.“앞으로 푸딩이한테 먹을거 주지 마세요, 제가 먹이면 되니까요.”“앞으로 그럴 일 없을거에요, 저번엔 저도 많이 놀랐어요, 푸딩이 괜찮으니까 다행이에요.”차예나는 놀란 연기를 선보이며 말했다.차예나는 안타까웠다.저 강아지가 살아남은것이 안타까웠다.차예나는 저 강아지 때문에 김신걸이 자신을 내쫓을거라 생각하지 않았다.엄혜정이 올라가려 하지 차예나가 붙잡으며 말했다.“잠깐 저랑 얘기 좀 하는거 어때요? 저 사실 할 말이 있어서요…….”엄혜정이 앉으며 물었다.“무슨 일인데요?”차예나가 티비를 끄며 말했다.“아가씨도 알다시피 저 지금 임신중이잖아요, 임산부옆에 애완견이 있으면 아기한테 나쁘다고 해서요, 김 대표님 첫번째 아이인만큼 아무 일 없어야 하지 않겠어요?”“걱정하지 말아요, 마음 편히 아이 낳으세요, 푸딩이는 제가 아가씨 멀리하라고 당부할게요.”차예나는 엄혜정이 가면을 쓰고 있는것이라 생각했다. 엄혜정이 자신이 아무 탈 없이 아이를 낳길 바랄리가 없다고 생각했다. 이 모든건 자기한테 하는 협박이라 단정 지었다.차예나는 숟가락을 들며 말했다.“이 제비집도 김 대표님이 저한테 매일 먹어야 한다고 신신당부한거에요, 김 대표님이 아이를 얼마나 소중하게 여기시는지 알수 있잖아요?”“다르게 말씀하실 일 있으실까요?”“……. 없어요.”엄혜정은 푸딩이를 안고 올라갔다.차예나가 피씩 웃었다.‘저거 설마 질투야? 나한테 무슨 태도인데? 아이가 태여나면
한쪽은 법적 아내, 다른 한쪽은 바람 피워 데려온 임신한 여자였다. 정말 어처구니없는 조합이었다. “오줌 다 쌌으면 이제 돌아가자!!” 엄혜정은 푸딩의 몸 상태가 그리 좋지 않아서 밖에서 오래 있고 싶지 않았다. 앞으로 가면 악어강이라 그녀는 푸딩을 안고 집으로 향했다. 막 집에 들어서는데 휴대폰 벨이 울렸다. 그녀는 푸딩을 바닥에 내려놓고 휴대폰을 가지러 갔다.육성현에게서 온 전화였다.“무슨 일이세요?”[저녁 먹었어?]“네, 먹었어요.”엄혜정이 대답했다.[난 이쪽 일이 아직 안 끝났어. 그러니 샤워하고 기다리고 있어.]엄혜정은 그의 허점을 찾아내기 전에 최대한 평화롭게 지내보려고 했지만, 지금 이 순간은 정말 참을 수가 없었다. “당신 정말 바라는 게 끝도 없군요?”[아이를 갖게 해주려고 그러는 거야. 참, 진료도 이미 예약해 놓았어. 확인해 봐.]“뭐라고요?”[아이를 잘 가지려면 어떤 약을 먹어야 하는지 알아야지.]엄혜정은 얼른 전화를 끊었다.‘육성현은 왜 내가 아이를 갖는 것에 이렇게 집착하지?’‘분명히 왕예나가 그의 아이를 임신하고 있는데 굳이 왜 나한테 이러는 거야?’‘난 그를 상대할만한 힘이 없어. 계속 그가 무리한 요구를 하는데 대체 어떻게 해야 하지…….’엄혜정은 얼굴이 굳은 채 침대에 걸터앉았다. ‘만약 병원에 가서 진료를 받게 되면 의사 선생님은 내가 피임약을 먹는 것을 알게 될 거야.’‘피 검사만으로도 바로 알 수 있다던데…….’‘어떡하지……?’엄혜정은 마음이 심란해져 푸딩을 안고 싶었다. 하지만, 방에는 보이지 않았다. “푸딩? 푸딩 어디 있니?” 엄혜정은 안방을 샅샅이 뒤졌다.침대 밑까지 살펴보았지만 보이지 않았다. “푸딩…….”그때, 방문이 살짝 열려 있는 것이 보였다. 그녀는 멍해졌다. ‘나간 거야?’엄혜정은 방 밖으로 나가 계속해서 강아지를 찾았다.“푸딩! 푸딩!!”그녀는 만나는 사람마다 푸딩을 보았냐고 물었지만 다들 고개를 저었다.푸딩이 초콜릿을 먹은 이후로 그녀는
엄혜정은 푸딩이 있는 곳으로 가다가 갑자기 걸음을 멈췄다. 수면에 파문이 일고 있었다. 수면 위로 커다란 두 눈이 푸딩을 향해 다가가고 있었다. 푸딩이 여전히 짖어대는 중이었다. 엄혜정은 그것이 무엇인지 알고 나자 너무 놀라 재빨리 푸딩을 안아 올리고는 반대 방향으로 달렸다. 방금 봤던 두 눈은 다시 물속으로 가라앉았다.엄혜정은 털이 보송보송한 푸딩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너 방금 악어에게 잡아 먹힐 뻔했어. 이렇게 위험한 곳에 대체 왜 온 거야? 넌 너무 작아서 악어한테 한 입거리도 아니야!”“왕!” 푸딩이 그녀의 품속으로 파고들었다.그녀는 사방이 어둡고 공포스러운 이곳을 한시라도 빨리 벗어나고 싶었다. ‘여긴 너무 무서워! 빨리 돌아가야겠어!’그녀가 막 걸음을 떼는 순간,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던 악어 한 마리가 천천히 움직이고 있는 것이 보였다. 악어는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내며 그녀 쪽으로 점점 다가오고 있었다. 그런데, 한 마리가 아니었다!엄혜정은 재빨리 뒤를 돌아보았다. 다행히 뒤쪽에는 악어가 없었다. ‘……어떡하지? 악어가 네 마리나 있어…….’‘푸딩은 말할 것도 없고, 나까지 저것들 먹이가 되고 말 거야.’‘악어 네 마리가 덮치면 난 갈기갈기 찢겨 없어지겠지?’피비린내 나는 장면을 상상하니 그녀는 정신이 나갈 지경이었다. [엄혜정 씨!] 위에서 그녀를 부르는 소리가 들려왔다.엄혜정은 육성현의 부하들을 발견하고는 떨리는 목소리로 소리쳤다.“살려…… 살려주세요!”부하는 내려오는 대신 손에 든 총을 쏘기 시작했다. 땅바닥에서 ‘쾅쾅’소리가 울렸다.그녀는 멍한 얼굴로 그 모습을 보고만 있었다. ‘아니, 사격 실력이 왜 이리 나쁜 거야?’악어들은 총소리에 놀란 듯 조금 뒤로 물러나는 듯하더니 다시 그녀를 향해 다가왔다. 위에 있는 부하들은 계속 총을 쏘아댔다.‘지금 뭐하는 거지? 무턱대고 총만 쏘면 뭐해? 그래도 여전히 날 향해 다가오고 있는데 말이야! 대체 일을 어떻게 하는 거야?’엄혜정은 커다란
육성현은 초라한 모습을 한 채 서 있는 엄혜정을 보자 낯색이 극도로 어두워졌다.“악어에게 먹이를 주기 위해 이렇게 늦은 밤에 여기까지 온 거야?”“저는…….”엄혜정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육성현이 옆에 있던 부하의 다리를 발로 찼다.순간 뼈가 부서지는 소리가 들려왔다.“악!”부하는 비명을 질렀지만 아무런 반박도 하지 못했다.“강물에 던져지고 싶어?”육성현이 물었다.“제발 살려주세요!”뒤를 따르던 부하가 겁에 질린 채 용서를 빌었다.육성현은 쪼그리고 앉아 엄혜정의 발목에 난 상처를 살펴보았다.그는 부하를 신경 쓰지 않고 엄혜정을 번쩍 안고는 한마디 말했다.“잘못을 저질렀으면 반드시 누군가가 징벌을 받아야 해.”그는 출구를 찾아 올라갔다.한편 구석에 숨어있던 왕예나는 벤틀리 차가 떠나는 것을 바라보았다. 엄혜정이 그에게 안겨 차에 올랐다. 그렇게 심하게 다친 것일까?병원에 도착하여 처치하고 CT를 찍었다.뼈가 부러지지 않았지만 물린 자리에 뼈가 한눈에 보였다.발목 전체가 두 배로 부었다.마취를 맞자 통증을 거의 느끼지 못했다.엄혜정은 발목의 이빨 자국을 보자 심장이 사정없이 뛰었다.그 당시 육성현이 조금이라도 늦었으면 자신과 푸딩은 악어의 저녁 식사로 되었을 것이다.육성현은 그 상처를 보자 자기도 모르게 미간을 찌푸렸다. 그리고 아주 살벌한 눈빛으로 옆에 앉아 그녀를 바라보았다.그녀가 자신을 다치게 만들었다? 절대 안 된다.엄혜정은 그를 위해 태어났으니 그가 그녀의 생사를 결정해야 한다.부하들의 목숨으로는 그의 분노를 가라앉힐 수 없다!“악…….”엄혜정의 목소리에 육성현은 정신을 번쩍 차리고는 그녀를 빤히 바라보았다.그리고 의사에게 전했다.“아파하잖아.”의사는 놀라서 손을 더욱 심하게 떨었다.“손을 더 떨면 내가 부러뜨릴 거야!”육성현은 아주 사악했다.의사는 즉시 한 손으로 다른 손을 누르고 허리를 굽혀 설명했다.“미안합니다. 정말 미안합니다. 더 살살 할게요.”“아프지 않아요. 마취약을 맞았어요.”엄
엄혜정은 그의 어두운 눈빛과 마주하니 자기도 모르게 심장이 뛰었다.푸딩이 그쪽으로 달려갔기 때문이다…….“내가 네 체면을 봐서 그 자리에서 죽이지 않았어.”육성현은 침대 옆에 앉아 갈색 눈동자로 그녀를 빤히 바라보았다.“강아지 한 마리뿐인데 그렇게 중요해?”“내 심리에 문제가 생겼을 때 푸딩이 내 곁에 있어 줘서 치유할 수 있었어요.”엄혜정이 말했다.“그럼 제대로 간수해. 그렇지 않으면 내가 개고기로 만들어 줄 거야.”육성현이 그녀의 얼굴을 가볍게 만지며 말했다.“잊지 마, 방금 내가 너를 구했어.”“육성현 씨, 도리를 따져요. 만약 당신이 날 여기에 데려오지 않았다면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요? 나는 당신에게 고마워하지 않을 거예요!”엄혜정은 억지로 화를 참았다.사이코패스인 육성현이 진짜 그렇게 할까 봐 두려웠다.육성현은 차가운 얼굴로 자리에서 일어나 침대 옆 서랍장을 발로 힘껏 찼다.쾅 하는 소리와 함께 조명까지 떨어져 엄혜정은 깜짝 놀랐다.고개를 돌리자 육성현은 이미 방을 나갔다.저녁, 푸딩은 서랍장에 웅크리고 곤히 자고 있었다.동물의 후각은 아주 예민하다.위험을 느끼면 곧바로 머리를 든다.육성현이 강아지 옆에 쪼그리고 앉았다. 마치 한밤에 나타난 괴물처럼 그림자마저 포악했다.“난 나쁜 사람이고 넌 좋은 개야. 맞지?”푸딩은 그의 말을 알아듣지 못하는 것처럼 그를 빤히 바라보았다.“네 목을 졸라 죽여야 했어……”육성현은 피비린내 나는 손을 푸딩의 목을 향해 뻗었다.푸딩은 그의 손바닥보다 더 작다.“음…….”침대에서 자던 엄혜정은 불편한 것인지 몸을 뒤척였다.육성현은 곧바로 동작을 멈췄다.“네 목숨을 살려줄게.”침대로 향하니 엄혜정은 악몽을 꾸는 것이 아니었고 이불을 펼쳐보니 그녀의 발목을 싸고 있던 거즈도 그대로였다.한 가지 가능성이 있다. 마취가 풀린 뒤의 통증.“음…….”엄혜정이 눈을 뜨자 언제 다시 들어온 것인지 육성현이 그녀의 종아리를 잡고 있었다.“많이 아파?”육성현이 물었다.“조금요……
왕예나는 피어오르는 기쁨을 감출 수 없었다.“이런, 어떻게 여기까지 보내왔지? 엄혜정 씨가 뭐라고 생각하겠어? 어차피 난 좀 늦게 먹어도 괜찮은데.”엄혜정은 그녀의 허세를 알아듣지 못하고 조용히 TV 보고 있었다.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육성현은 이 아이에 대해 개의치 않는다고 말했는데,여러모로 조심해야 할 것 같았다.왕예나가 자랑하지 않아도 그녀는 이 제비집이 매일 왕예나에게 배달되고, 그녀가 다 먹을 때까지 지켜보도록 한다는 걸 알고 있었다.도우미는 왕예나가 은귀제비집을 다 먹는 것을 보고 나서야 그릇을 들고 떠났다.“잠깐만요.”왕예나는 막 가려고 하는 도우미를 불렀다.“엄혜정 씨에게 한 그릇 떠 줘요.”그러자 도우미가 대답했다.“없어요.”왕예나가 난감한 모습을 보이자 엄혜정이 말했다.“나는 필요 없어요, 임신한 왕예나 씨한테 필요해요.”왕예나는 엄혜정을 대신하여 난처했다. 엄혜정에게 먹을 제비집이 여분이 없다니, 마침 그녀가 생각하던 바였다.“내일 육성현 씨에게 말해서 엄혜정 씨에게도 한 그릇 배달해달라고 할게요.”왕예나가 말했다.엄혜정은 그녀를 힐끗 보았다.그녀가 제비집을 먹을 수 없는 걸 그녀에게 부탁해야 한단 말인가?“고마운데, 전 별로 안 좋아해요.”엄혜정이 거절했다.왕예나는 부른 배를 내밀고 걸으면서 그녀를 부축하는 도우미에게 말했다.“잘 좀 부축해 줘요, 내 배 속에 품고 있는 것은 육성현 씨의 아이예요. 육성현 씨는 육씨 가문의 상속인이고, 배 속의 아이도 육성현 씨의 상속인이예요. 건드리면 안 돼요, 알았죠?”“네.”“그리고 엄혜정 씨의 점심은 그렇게 제때 배달할 필요가 없어요. 침대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으니 배가 덜 고플 거예요.”왕예나가 또 분부했다.“네.”왕예나는 엄혜정을 참을 수 없었고, 그녀가 바로 사라지지 않는 것이 한스러웠다.보아하니 육성현은 아직도 그녀에게 관심이 있는 것 같았다.그럼 일단 그녀를 남겨둬야 한다!로비에 들어서자 나이 든 남자가 눈에 들어왔는데 아주 위엄 있어 보
그의 친손녀인데, 굳이 이렇게까지 서먹서먹할 필요는 없을지도 모른다…….원유희를 떠올리니 아버지에 대해 전혀 묻지 않는 큰아들이 생각나 마음이 우울해졌다.왕예나는 차가 보이지 않을 때까지 멀리 가서야 옆에 있는 도우미에게 말했다.“너도 들었죠? 육 씨 어르신께서 내 배 속의 아이를 매우 좋아하시며 잘 낳으라고 했어요! 저택에서, 그리고 육 씨 가문의 눈에는 누가 미래의 육 씨 사모님이 인지 알겠죠? 하늘 아래 두 개의 태양이 있을 수 없는데, 어떻게 처사해야 하는지 내가 가르칠 필요가 없겠죠?”“네.”엄혜정은 영화 한 편을 보고 나서 배가 고파서 시간을 확인하니 벌써 12시가 다 되어 갔다.‘왜 아직 밥을 배달해 주는 사람이 없는 거지? 설마 그걸 잊어버린 건 아니겠지?’엄혜정은 방에서 왔다갔다 하는 푸딩을 보고 자기도 모르게 침대에서 내려 뛰어내려 푸딩을 화장실에 안고 가 변기에 올려놓았다.“이렇게 해결하자, 다리를 다쳐서 데리고 나갈 수가 없어.”푸딩은 변기 변두리를 가까스로 밟고 엉덩이를 내리려 노력했다.푸딩에 생리 문제를 해결한 후 엄혜정은 강아지를 바닥에 내려놓고 스스로 침실 거실을 거닐게 했다.점심밥은 여전히 배달되지 않았다.엄혜정은 문 앞으로 다가가 문을 열었다.도우미 한 명이 이쪽으로 오고 있는 것을 보고 그녀가 물었다.“점심을 먹어도 돼요? 나 좀 배고픈데.”“조금만 더 기다려요!”도우미는 무례하게 말을 마치고 돌아섰다.엄혜정은 그녀가 어디에서 아랫사람에게 미움을 샀는지 생각해 보았다.또 30분이 지나서야 점심밥이 도착했고, 도우미는 밥을 그녀의 침대 머리맡에 놓고 내려갔다.엄혜정은 고기도 한 점 없고, 채소도 몇 가닥 보이지 않으며 거의 모두 흰쌀밥인 점심밥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이 대우는 단번에 명문 음식에서 가난한 집안으로 변한 것 같았다.엄혜정은 고생을 한 적이 있어서 참을 수 없는 것이 없었다.게다가 그녀는 지금 배가 고파서 그릇을 들고 먹기 시작했다.저녁밥도 점심밥과 비슷하자 엄혜정은 대충 어
육성현은 흠칫 놀랐다. 그러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내가 누구를 죽였다고 그래? 혜정아, 다 오해야. 나 지금 다 고쳤어. 진짜야, 어서 내려와. 물만두가 식겠다.”“오지 마!”엄혜정은 감정이 격해져서 소리쳤다.“다가오면 뛰어내릴 거라고 얘기했어!”“그래, 안 갈게.”육성현은 감히 다가가지 못했다.“혜정아, 진짜야. 난 사람을 죽이지 않았어. 우선 먼저 내려와. 내려오면 내가 다 설명해 줄게. 다 오해야.”“사실 처음부터 수상하다고 생각했어. 그냥 유희의 말이 날 깨닫게 했을 뿐이야.”엄혜정은 눈물이 그렁그렁했지만 눈물을 흘리지는 않았다. 그녀는 육성현을 바라보면서 얘기했다.“근데 나 지금 다 알게 됐어. 증거는 없지만 넌 김하준이잖아. 난 적어도 아이를 위해서 네가 달라질 거라 기대했어. 근데, 넌 어떻게 네 아이의 외할머니랑 외할아버지를 죽일 수 있어? 김하준, 넌 도대체 정체가 뭐야? 세상에 어떻게 너 같은 괴물이 다 존재해?”“혜정아, 내려와서 천천히 얘기하자, 응? 거긴 너무 위험해.”“제일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이 죽은 기분을 모르지? 너도 한번 느껴봐야 해.”엄혜정은 떨어지는 눈물과 함께 베란다에서 뛰어내렸다.“안돼!”육성현은 고함을 지르며 달려갔다. 하지만 엄혜정의 옷자락도 미처 잡지 못했다.그는 엄혜정이 바닥에 떨어지는 것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고, 그녀의 몸에서 피가 흘러나오는 것을 목격하게 되었다.밑에 서 있던 하인 중 그 누구도 엄혜정을 받아내지 못했다.“다 죽일 거야!”육성현은 미친 듯이 달려갔고, 눈에 거슬리는 하인들을 모조리 걷어차 버렸다. 그는 엄혜정 옆으로 기어가 부드럽게 그녀를 품에 안았다.“혜정아, 혜정아. 병원에 데려다줄게. 아무 일도 없을 거야!”엄혜정은 눈을 떴다. 그녀의 머리는 피투성이가 되었고, 초점이 점차 사라지는 눈으로 육성현을 바라보았다.“김하준, 다음 생이 있다면, 난 다시는 널 만나지 않을 거야…….”이렇게 한마디만 남기고 엄혜정은 숨을 끊게 되었다.“그래, 만나지 마,
퇴원한 후, 엄혜정은 방에 혼자 남았을 때 원유희에게 연락했다.“유희야, 괜찮아? 김명화가 널 납치했다고 들었는데, 구출됐다고?”“응, 괜찮아. 지금은 집에 도착했어.”“다행이다.”원유희는 그녀의 정서가 이상하다는 것을 눈치채고 물었다.“왜 그래? 기분이 안 좋아?”“부모님이 돌아가신 일 말이야. 나 다 알게 됐어.”원유희는 순간 멈칫했다.‘다 알았다고?’“미안해 혜정아, 숨기는 게 아니었는데.”“괜찮아, 나랑 아이를 생각해서 숨긴 거잖아.”엄혜정은 잠시 멈췄다가 다시 물었다.“네가 김명화를 죽였어?”“아니. 그날에 크루즈에서 김명화가 도망쳤거든. 우리가 김명화를 찾았을 땐 이미 주검으로 됐어. 그 주검도 바다에서 건져낸 거야.”“육성현도 있었지?”“응, 얘기해줬어?”엄혜정은 덤덤하게 물었다.“육성현을 의심해 보지 않았어?”원유희는 흠칫했고 아무런 얘기도 할 수가 없었다.“김명화를 죽인 사람, 그리고 우리 부모님을 죽인 사람 말이야…….”“그럴 리가?”원유희는 당황했다. 그녀는 엄혜정이 왜 육성현을 의심하게 됐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무슨 단서라도 발견한 거야? 아니면 그렇게 복잡하게 생각하지 마.”“유희야, 저 사람 진짜 육성현이 아니잖아. 김하준이라고. 나 그 사람 잘 알아.”엄혜정은 목이 메였지만 울먹이면서 끝까지 말했다.“난 그 사람 고칠 줄 알았어, 적어도 아이를 위해서…….”“혜정아, 아직 조사하고 있어.”“그럼 너희들도 육성현을 의심하고 있다는 얘기잖아, 맞지?”“오해일 수도 있어.”“오해일 리가 없어.”엄혜정은 말을 마치고 바로 전화를 끊었다. 원유희가 다시 전화를 걸어오자 그녀는 아예 핸드폰을 꺼버렸다.그리고 시체처럼 무기력하게 아래층으로 내려갔다.엄혜정은 서재에서 나온 육성현을 보면서 얘기했다.“나 물만두 먹고 싶은데, 사다 줄래? 예전에 빈민가에서 자주 사주던 물만두 말이야.”“그래.”육성현은 엄혜정의 머리를 어루만지며 말했다.“먼저 우유 좀 마시고 있어. 금방 갔다 올게.”
육성현은 엄혜정을 끌어안았다.“김명화가 죽었대. 복수한 셈이나 마찬가지야. 그러니까 네가 무사히 지내야 장인어른 장모님이 안심하시지 않겠어? 침착해.”엄혜정은 울면서 그의 품에 쓰러졌다.그러고는 배가 간간이 쑤시자, 엄혜정의 얼굴은 하얗게 질렀다.육성현은 그녀의 상황을 바로 눈치채고 기사에게 소리쳤다.“얼른 병원으로 가!”“얼른!”염민우도 재촉했다. 그는 얼른 엄혜정의 손을 잡았는데, 그녀의 손이 얼음처럼 차갑다는 것을 발견했다.“누나, 아직 나도 있잖아. 그러니까 아무 일도 생기면 안 돼. 누나, 꼭 버텨줘.”엄혜정은 눈에 눈물을 머금고 그를 보고 있었다.그녀는 마음이 몹시 괴로웠고, 도저히 납득할 수가 없었다.‘난 부모님을 가질 자격이 없는 걸까……?’엄혜정이 깨어났을 때 그녀는 이미 병원에 있었다. 깨어나자마자 그녀는 무의식적으로 배를 만졌다.육성현은 그녀의 손을 잡았다.“지금 안정을 취해야 한대.”엄혜정은 주위를 둘러보았다.“민우는?”“밖에 있어. 너무 걱정되서 안절부절못하고 있어.”엄혜정은 육성현의 손에서 자기 손을 뺐다.“두 사람 너무해. 이렇게 큰일을 어떻게 나한테 숨길 수가 있어? 평생 숨길 수 있을 거라 생각했어? 육성현, 우리 부모님의 목소리를 합성해서 나랑 통화하게 했어? 네 아이디어지? 넌 아이를 위해서라면 뭐든지 다 할 수 있잖아!”“혜정아, 어차피 일은 벌어졌고, 너한테 알려준다고 해서 달라질 건 없어. 네 옆에는 나랑 아이가 있고, 민우에게 남은 가족이라곤 너밖에 없어. 너한테도 무슨 일이 생기면, 민우는 더 고통스러워질 거야.”엄혜정은 말을 하지 않았고, 눈물이 그렁그렁했다.엄혜정도 염민우가 더 고통스러워질 것을 잘 알고 있었다.그때 엄혜정은 염민우가 갑자기 엄청나게 말라갔던 것이 생각이났다. 엄혜정은 염민우의 일이 바쁜 줄로만 생각했는데, 이제야 그때 부모님이 돌아가셨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염민우는 모든 것을 혼자 감당하고 있었다.“울지 마. 의사가 지금은 안정을 찾아야 한다고 했어.”
“알았어요…….”염민우는 고개를 들었다. 그러다가 입구에 서 있는 엄혜정을 보고 깜짝 놀랐다.“누…… 누나. 여긴 어쩐 일이야?”엄혜정은 멍하니 거기에 서서 염민우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방금 얘기하고 있던 사람을 봤다.“하늘나라라뇨? 저희 부모님이 왜 하늘나라에 계셔요?”“아니야, 다른 사람의 얘기를 하고 있었어.”엄혜정은 두 사람의 얼굴에서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것을 발견했다.그녀는 똑똑히 들었다. 엄혜정은 얼굴이 하얗게 질렸고, 다급하게 핸드폰을 찾았다.핸드폰을 못 찾자 바로 차로 뛰어갔다.“누나!”염민우는 엄혜정을 쫓아갔다.“뭐 하려고 그래?”“엄마 아빠한테 전화할 거야.”“지금 여행 중이시니까, 방해하지 않는 게 좋지 않을까?”엄혜정은 그를 보면서 물었다.“사실대로 얘기해줘. 엄마 아빠 왜 아직도 돌아오시지 않은 거야? 거짓말하지 마! 사실 줄곧 이상하다고 생각했어. 내가 임신했는데 엄마랑 아빠가 계속 안 오시는 게 말이 안 되잖아! 두 분 무슨 일이 생긴 거 맞지? 정말로…… 무슨 일이 생긴 거야?”염민우는 북받쳐 오르는 감정을 꾹 참고 말했다.“더 이상 묻지 마…….”“염민우! 계속 우물쭈물 얘기 안 하면, 나 이젠 널 안 봐!”염민우는 더 이상 숨길 수 없다는 것을 직감했다. ‘집에 오는 게 아니었어, 그나저나 아저씨는 왜 또 그런 허튼소리를 해서 참…….’“맞아, 누나 임신 3개월쯤 되었을 때, 누군가에 의해 살해당하셨어.”엄혜정은 몸이 휘청거렸다. 염민우는 바로 그녀를 부축했다.“침착해요! 엄마랑 아빠는 누나가 무사하기를 원하셨을 거야. 난 누나가 못 받아들일 것 같아서 장례식 때 일부러 알려주지 않았어.”엄혜정의 눈에서 눈물이 주룩주룩 흘러내렸다. 그녀는 믿을 수 없다는 듯이 염민우를 바라보았다.“너 이러고도 내 친동생이 맞아? 어떻게 안 알려줄 수가 있어! 아기만 중요하고 부모님은 안 중요할 것 같아? 너…….”너무 충격 받은 엄혜정은 눈앞이 점점 캄캄해지더니 기절을 하고 말았다.“누나!”
육성현이 다가와 물었다.“유희야, 괜찮아?”원유희는 고개를 저었다.“너 안색이 안 좋은데, 왜 그래?”“김명화가 죽었어요.”김신걸이 얘기했다.“해독제는 찾았어요?”원유희는 다시 고개를 저었다.“아쉽네. 그럼 감염된 사람들은 우선 좀 참아야겠어.”원유희는 갑자기 뭐가 생각나 바로 김신걸을 밀쳤다.“날 만지지 마!”육성현은 그제야 원유희의 볼 아래의 병변 부위를 발견했다.“유희야, 김명화가 너한테도 독을 썼어?”김신걸은 미간을 찌푸렸다.“상관없어.”“안돼. 우리 둘다 아이들하고 접촉하지 않으려 한다면 애들이 걱정할 거야.”원유희는 거절했다.김신걸은 줄곧 원유희와 스킨쉽이 있었다. 원유희는 그도 감염되지 않을까 걱정했다.“방금도 널 안았는데, 감염되면 진작에 감염됐어.”김신걸이 말했다.원유희는 그래도 싫었다.“아니, 그래도 만지지 마.”해독제도 못 가진 상황에 김명화는 의문스럽게 죽었다. ‘여기 김명화를 죽이려고 한 사람이 있었단 말이지?’김신걸은 김명화를 죽이라는 명령을 내리지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그의 시체를 바다에 던질 일은 더더욱 없었다.그럼 분명 다른 사람이 한 짓이었다.‘무슨 목적으로? 김신걸도 감염되면 배후의 사람을 어떻게 잡아내지?’‘다른 조직의 사람도 이곳에 숨어 있을지도 몰라.’원유희는 말을 하지 않았다.“내려가자.”김신걸은 원유희의 말대로 몸에 손을 대지 않았다. 원유희가 또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자신을 떠날까 봐서 걱정이었다. 김신걸은 더 이상 그런 고통을 견딜 수 없었다.원유희는 김신걸을 따라 떠났다.육성현은 먼 곳에 있는 김명화의 시체를 봤다. 그리고 그가 죽은 것을 확인하고 떠났다.이제 아무도 김명화를 죽인 사람이 육성현이라는 것을 모를 것이다.엄혜정은 이미 임신 5개월 차에 접어들었다. 지금 어떠한 사고도 있어서는 안 되었다.육성현은 잠깐 해독제가 없더라도 괜찮다고 생각했다. 아이를 낳은 후 다시 생각하려 했다.엄혜정은 소파에 앉아 과일을 먹고 있었다.배는 이미 많이 나
김명화의 말이 끝나자마자 뒤에서 인기척이 들려왔다.진선우는 킬러들과 격투하고 있었고, 매번 그들의 치명적인 곳을 공격했다.진선우가 실력이 없었다면, 킬러들은 진작에 그를 해결했을 것이다.김명화는 무엇을 깨닫고 손을 돌려 원유희를 잡으려 했다.원유희는 후퇴하는 동시에 다른 힘에 의해 품에 안겼다.“이거 놔!”원유희는 낯선 남자인 줄 알고 발버둥 치려 했다.“유희야.”원유희는 멍하니 고개를 돌렸고, 익숙한 얼굴을 보자 아주 기뻤다.“김신걸?”“나야.”김명화는 서로 애틋한 두 사람을 보자 화가 더 났다.“원유희, 역시 김신걸에게 단서를 남긴 사람, 너였어.”김명화는 어두운 표정을 지었다.“그쪽이 너무 방심한 탓이죠.”‘내가 예전에 김신걸의 곁에서 도망치려고 했던 일이 김명화에게 착각을 준 거야?’“왜, 날 죽이려고? 네까짓 게?”김명화는 말을 마치고 몸을 돌려 다른 출구로 달려갔다.하지만 경호원들은 이미 그곳에 서서 그를 막았다.김명화는 총을 꺼내 쏘자, 한 경호원은 바닥에 쓰러졌고, 다른 경호원은 얼른 옆으로 비켜 숨었다.일반인들은 그 출구를 포기했을 것이다. 김신걸의 사람들이 숨어있었기에, 그 출구는 아주 위험했다.하지만 김명화는 기어코 사격을 하면서 길을 텄다.안에 숨어 있던 경호원들은 피하면서 반격할 수밖에 없었다.경호원들의 반격에 김명화는 하마터면 맞을 뻔했다. 그러다가 몇발 더 쏘고는 바로 달렸다.김명화는 크루즈에 오래 있었다. 하여 갓 크루즈에 올라온 김신걸의 사람들보다 이곳을 훨씬 더 잘 알았다.몇 개의 모퉁이를 돌면 은폐하기 적합한 곳에 도착할 수 있었다.김명화는 다시 부하들에게 연락했지만 전화를 받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그제야 김명화는 김신걸의 사람들이 진작에 올라왔고, 자기 쪽 부하들은 아마 얼마 남지 않은 것을 깨닫게 되었다.도망치지 못한다면 김신걸에게 잡힐 것이 뻔했다.김명화는 죽어도 김신걸에게 잡히고 싶지 않았다.그러다가 갑자기 한 사람의 인기척이 났다. 김명화는 본능적으로 총을 들었다
원유희는 지금 약 때문에 힘을 쓸 수 없는 상황이었고, 크루즈 곳곳에는 CCTV가 있었다. 방에 들어올 때, 그 윗부분에 CCTV가 하나 있었다. 그래서 한밤중에 몰래 뭔가를 찾아보는 건 아예 불가능했다.김명화는 일찌감치 그녀가 아무것도 할 수 없도록 만들었다. 하지만 원유희는 떠나기 전에 김신걸에게 단서를 남겨주었기에 그가 곧 이곳을 찾아올 거라 믿었다.다만 김신걸의 속도가 이렇게 빠를 거라 예상하지 못했다.날이 밝는 무렵, 원유희는 헬리콥터 소리를 들었다.이어 문이 펑 하고 열렸고, 원유희는 반응하기도 전에 멱살이 잡혔다.“연락을 어떻게 한 거야?”말을 마치고 원유희의 몸을 수색하려 했다.“아! 미쳤어요? 나 핸드폰 없어요!”“김신걸이 왔다고 널 데려갈 수 있다고 생각해? 죽어서 지옥에 내려가더라도 널 끌고 갈 거야. 가자!”“아니…….”원유희는 힘 없이 밖으로 끌려 나갔다.김명화는 원유희를 다른 방으로 보냈다.“우린 여기서 김신걸이 올 때까지 기다리면 돼.”원유희는 고개를 들어봤다. 입구에는 많은 폭탄이 놓여있었다.그걸로 부족한지 김명화는 원유희의 몸에 폭탄을 묶었다.“미쳤어요?”김명화는 원유희의 얼굴을 꽉 쥐었다.“김신걸이 널 어떻게 구할지 구경이나 하려고 그런다.”원유희는 마음이 매우 불안했다.‘김신걸이 왜 이렇게 왔을까? 너무 눈에 띄잖아.’다시 들어보니 이미 헬리콥터 소리가 나지 않았고, 밖에는 다른 인기척도 없었다.한 남자가 와서 말했다.“헬리콥터가 지나갔어요. 그냥 순찰하다가 지난 것 같아요.”김명화는 멍하니 서 있었다.원유희는 그를 비웃었다.“저 소리에 이렇게까지 놀랐단 말이에요?”“닥쳐!”김명화의 표정은 엄청나게 나빴다.“난 신걸이랑 아이들이 감염되는 거 보고 싶지 않아요. 그래서 연락하지 않을 거고요. 배고픈데 이 폭탄들이나 좀 뜯어줄래요?”김명화가 경각심을 낮추었을 때, 크루즈 밑에서 잠수하던 사람들이 갑자기 튀어나왔다. 10명 좌우로 보이는 사람들은 갈고리를 가드레일에 던지고 밧
원유희는 그를 상대하고 싶지 않았다.김명화가 갑자기 뒤에서 무슨 짓을 할까 봐, 원유희는 그를 등지고 누울 수가 없었다.“너 기억나? 어릴 때 김신걸이 널 괴롭히면 넌 우리 집에 달려와서 내 침대에서 잤잖아.”“기억 안 나요.”“기억하는 거 다 알아. 난 그때 정말 널 도와주고 싶었어.”원유희는 그가 한 말이 사실이라는 것을 알고 반박하지 않았다.그녀는 천장을 쳐다보며 말했다.“이전의 김명화는 이미 죽었다고 생각해요.”김명화의 표정은 어두워졌다.“우리 예전으로 돌아갈 수 없는 거야?”“내가 제일 아끼는 사람을 죽이고, 어떻게 이런 말을 할 수 있죠? 죽어서 사죄해도 모자랄 판에!”원유희는 지금의 김명화를 조금도 동정하지 않았다.“아무리 유년 시절이 불행해도, 다른 사람의 고통을 낙으로 삼으면 안 되죠!”“정말 고상한 척하네. 김신걸은 사람은 죽인 적이 없대? 육성현은 없대? 왜 걔네들이 사람을 죽인건 용서하면서, 난 용서하지 못하는 건데? 그 사람은 네 남편이고 네 가족이니까? 비겁하고 이기적인 건 너도 마찬가지야.”“참, 너도 사람을 죽였잖아. 네가 죽인 사람도 누군가의 아버지고, 누군가의 아들이야.”원유희는 기분이 착잡해졌고,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김명화는 원유희의 반응을 보고 가볍게 웃었다.“그러니까 너무 많이 생각하지 마. 그냥 쉽게 쉽게, 편하게 살자.”“이렇게 예전의 저질렀던 일을 합리화하려는 거예요? 그리고 그 명분으로 더 많은 사람을 죽이려고요?”원유희는 김명화를 바라보면서 물었다.“당신을 용서하기 싫은 거 아니에요. 근데 지금까지 자기의 잘못도 모르는 사람을 어떻게 용서해요? 차라리 해독제를 그냥 줘요. 시장에 유통하지 말고요. 그러면 예전에 있었던 일은 없던 거로 할게요.”“정말?”김명화는 원유희를 보면서 물었다.“물론이죠.”원유희는 김명화의 말처럼 깊이 생각하지 않고, 아무렇지 않게 대답을 했다.미래의 일은 그 누구도 알 수 없었다.“그래. 해독제를 줄 수 있어. 근데 대신 넌 나랑 평생 같이
“밥 안 먹으면 너만 손해야.”김명화는 그녀가 꼼짝도 하지 않는 것을 보고 말했다.‘맞네, 아무 것도 먹지 않으면 무슨 힘으로 김명화를 상대하겠어?’잠시 후, 납득이 간 원유희는 젓가락을 들고 생선을 먹기 시작했다.김명화는 그녀가 고기를 입에 넣는 것을 보고 물었다.“어때?”“설마 그쪽이 한 거예요?”원유희는 귀찮다는 듯이 그를 한번 힐끗 쳐다봤다.“맞아, 내가 직접 했어.”‘이게 뭐 자랑할 일인가?’“수고했네요, 이런 일까지 해야 한다니.”“내가 힘들 것 같으면 같이 할까?”“할 줄 모르는데요.”“정말 상전 팔자구먼.”김명화는 원유희를 사랑스럽다는 듯이 바라봤다.원유희는 김명화가 미쳤다고 생각했다. 원유희는 김명화가 자신을 괴롭히고, 김신걸에게 모욕을 주기 위해 이곳에 데려온 줄로 알았다.근데 직접 밥도 해줄 거라는 것은 생각하지 못했다.“설마 요리에 무슨 수작을 부린 거 아니죠?”원유희는 젓가락을 멈추었다.김명화는 손에 있는 젓가락을 흔들었다.“나도 먹고 있잖아.”“먼저 해독제를 먹었겠죠.”“그런 거 아니야.”“그럼 내가 묻힌 진물은? 그건 어떻게 해결한 거죠?”원유희가 물었다.“해독제가 있으니까 괜찮은 거잖아요.”“해독제 가지고 싶어?”“줄 생각은 있고요?”“착하면 줄게.”원유희는 의심스러웠지만 말하지 않았다.어차피 금방 왔으니 당장 해독제를 받을 수는 없었다. 하여 원유희는 일단 참고 해독제를 발견하면 김명화를 바로 제압하는 것을 선택했다.밥을 다 먹고 나머지는 부하가 다 치웠다.“같이 샤워할까?”김명화가 물었다.원유희는 그를 차갑게 보며 말했다.“아니요. 먼저 씻어요.”원유희는 말을 마치고 몸을 돌려 욕실로 들어갔다.원유희는 자신의 감정을 가라앉히고 침착하자고 했다. ‘근데 자는 건 어떡하지? 정말로 같이 자야 해?’원유희는 침대를 봤다. 두 사람이 자고도 넉넉한 침대였고, 중간에 뭘 놓을 수도 있었다.김명화가 만약 자기 몸에 손을 대면 원유희는 같이 죽을 각오도 했다.10여 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