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가 어찌할 바를 몰라할 때 김신걸의 얇은 입술이 다가와 그녀의 작은 입술에 키스했다.원유희는 당황한 나머지 얼굴을 돌렸다. 그리고 끓어오르는 감정을 억누르며 말했다.“계속 이러면 내가 또 당신 입술 깨물 거야.”“깨물고 싶어?”김신걸은 그녀의 허리를 감싸 안아 도망가지 못하게 했다.“김신걸, 제발 날 괴롭히지 마.”원유희는 붕괴되는 것 같았다.그녀의 고통스러운 표정을 바라보던 김신걸의 눈동자가 약간 어두워졌고 더 이상 가까이 다가가지 않고 멈추었다.병실에 침대 하나를 더 배치해 저녁에는 김신걸도 병실에서 같이 잤다.원유희는 침대에 누워서 박자가 있는 시계추 소리를 들으며 잠이 들었다.김신걸은 바로 자지 않고 쏘파에 앉아 잠든 그는 그녀의 작은 얼굴을 바라보았다.다음날 아침, 원유희가 눈을 떠 보니 여전히 칠흑 같았다.‘아이들이 보고 싶어서 희망을 안고 아침이 되면 시력이 회복되길 바라면서 잤는데.’그녀는 발자국 소리가 침대로 걸어오고 있는 걸 들었다. “깼어?”김신걸의 목소리를 들은 원유희가 물었다.“지금 몇 시야?”“7시.”“아이들 올 때 됐어?”“조금 더 기다려야 돼. 화장실부터 갔다 와.”김신걸이 이불을 걷으며 말했다.원유희는 김신걸이 손을 잡고 데리고 갈 줄 알았다.하지만 몸이 가벼워지더니 김신걸의 품에 안겼다. 그녀는 당황해 김신걸의 셔츠를 움켜잡았다.“무서워하지 마.”“누가 무서워한다고 그래?”원유희는 지기 싫어 되물었다.김신걸은 미소를 띠며 검은 눈동자로 그녀를 그윽이 바라보았다.욕실에 들어가자 김신걸은 그녀를 변기 위에 앉혔다.이때 원유희가 김신걸이 나가는 소리를 듣지 못해 물었다.“너 안 나가?”김신걸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문쪽으로 걸어 나갔다. 그리고 문을 닫았다.그 소리를 들은 원유희는 비로소 숨을 돌리고 볼 일을 보았다.그녀는 부상에 대해 송욱에게 물어본 적이 있는데 가장 심각한 것은 머리의 상처라고 했다.하지만 침대에 누워 며칠 휴식한 그녀는 이미 침대에서 내려와 걸을 수
말을 마치자마자 저쪽에서 낑낑거리며 다 먹은 조한이 지체없이 달려왔다.“엄마, 엄마, 이따가 제가 배운 무술 보여줄 게요!”상우가 노트북을 들고 말했다.“엄마……나 주식 살 줄 알아!”유담이 다가왔다.“엄마, 나랑 그림 그리자!”“……그래.”원유희가 방금 자신이 한말에 자신심을 잃었다.만약 김신걸이 없다면 그녀 혼자만으로 세 아이의 여러 난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김실걸과 거리를 두기 위해 자기 눈이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도 잊어버렸다.김신걸이 아무 말도 하지 않았는데 그녀는 이미 패하였다.“아빠 아직 밥 먹지 않았어요, 아빠 밥 먹어!”아빠의 작은 애인 유담이 발견하고 눈을 크게 뜨고 놀라워하며 말했다.“아빠 입술 어떻게 된 거예요?”“물렸어!”조한은 작은 손가락으로 하늘을 가리키며 아는 듯이 말했다.“아빠 어떻게 물린 거야?”상무가 물었다.김신걸은 원유희의 희롱하는 시선을 피하며 답했다.“고양이한테 물린 거야.”“야옹? 야옹?”조한과 유담은 이리저리 둘러보며 침대 밑을 파고들기도 했다.“야옹이 어디 있어?”운유희가 그들의 주의를 돌렸다.“고양이는 없어, 아빠 밥 먹어야지.”오전의 병실은 아이들로 시끌벅적했다.엄마한테 이걸 보라고 하든지 저걸 보라고 하든지 분주하고 손을 쓰는 일은 김신걸이 대신하였다.세 아이는 사람이 주의하지 않은 틈을 타서 엄마 병상에 올라가려고 하였고 김신걸이 하나하나 내려놓았다.점심을 먹고 나서야 아이들은 돌려보냈다.원유희가 침대에 기대어 눈을 감고 쉬고 있다.“힘들어?”“너 빨리 회사로 가, 간호사가 지키면 돼.”“네가 잔 거 봐서 갈게.”김신걸이 말했다.원유희는 그가 동의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뜻밖에도 그가 승낙했다.얼굴에는 티 내지 않았지만 가슴이 텅 빈 것 같이 적응되지 않아 몸을 옆으로 돌렸다.그리고 김신걸을 그냥 무시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잠이 들었다.깨어난 다음 몇 시인 것은 모르나 저녁은 아니라는 것은 확신이 갔다. 저녁이면 밤 먹게 그녀를
확실치 않다.원유희는 또 자신을 위로했다. 이게 모두 기억을 회복한 후유증일 거라고, 그녀가 헛된 생각을 한 거라고…….손가락에 낀 반지를 만지면서 몇 초 동안 멈추다가 떼어냈다.답답하고, 불안한 감정, 반지를 뗄 때 어떤 미묘한 감정도 소리 없이 소파에 앉아 있는 김신걸의 깊은 검은 눈동자에 비치였다.그렇다, 그는 병실을 떠나지 않았다.원유희가 그를 불렀을 때 그는 그녀가 알아차리지 못하게 숨을 죽이고 있었다.‘무엇을 생각하고 있지? 이혼?’‘이혼은 어림도 없어.’원유희가 방금 몸을 뒤척이며 일어나 침대에서 내려오려 할 때 종이가 뒤집히는 소리를 듣고 몸이 굳어졌다.“화장실 가려고?”“……여기에 있었어, 근데 왜 말이 없어?”뒤늦게 반응한 원유희는 화내며 그의 손을 내리쳤다.“왜 화내는 거야? 응?”‘왜?’어떻게 답할지 모르는 원유희는 가슴에 찔리는 거라도 있는지 머리를 돌렸다.그녀는 아무도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얼굴에 아무런 방비도 없는 표정이 그에게 똑똑히 보였다.마치 자기 마음이 다 잡힐 것 같았다.“난 누가 날 속인 거 너무 싫어!”원유희가 정당한 이유를 댔다.“난 지금 기억을 잃을 때 네 말 대로 움직이는 원유희가 아니야! 너 정말 당당하지 않아!”김신걸은 아무 말없이 병상 옆에 놓은 반지를 들고 그녀의 손을 잡고 다시 반지를 그녀의 손에 껴주었다.“다시는 떼지 마.”“왜 나랑 결혼한 거야?”원유희가 그의 강세에 반항할 수 없어 물었다.“내가 기억을 잃은 동안 날 사랑하게 된 거는 아니겠지?”그녀가 물어본 뒤 김신걸의 손은 굳어졌고 호흡조차 거칠어지고 있었다.당연히 원유희도 아닌 것을 알지만 일부러 그렇게 말한 것이다.그녀의 마음은 분노에 가득찼다.“이걸로 날 영원히 가두려고?”원유희가 물었다. 너무 화가 나서 눈이 시큰거렸다.“김신걸, 난 왜 너를 만난 거니? 왜!”김신걸은 힘껏 그녀를 침대에 누르고 초점거리가 없는 그녀의 눈동자를 내려다보았다. “그러니 이혼할 생각 하지 마. 어림도 없어
“찾았어.”김실걸이 말했다.“진짜, 잘됐어. 나 걱정하고 있었는데!”윤설이가 멈추고 말했다.“나 유희보러 가도 돼? 다른 뜻은 없고 그냥 잘 있는지만 확인하려고, 지금 너희들 나 정말 진심으로 축복해, 그리고 지난일도 사과하고 싶고…….”김신걸은 몸을 옆으로 돌렸다. 시선은 마치 병실 문을 뚫고 원유희를 보고 있는 것 같았다. 그리고 눈빛이 날카로워졌다.“와도 돼.”“알았어, 지금 바로 갈게.”윤설이가 기뻐하며 전화를 끊고 꾸미기 시작했다.김신걸이 이렇게 허락할 줄은 정말 생각지도 못했다.‘분명히 유희를 마음에 두고 있어!’“윤설이 올 거야.”김신걸이 자리에 앉아 말했다.원유희의 손가락이 잠시 떨리더니 최대한 마음의 불편함을 무시하며 말했다.“걔가 왜 여길 와?”김신걸과 무관하고 그녀와 윤설은 원래 물과 불 사이다.“그냥 보러 오겠다고 했어.”“필요하다고 생각해?”“얼마 걸리지 않을 거야.”김신걸이 그의 표정을 살피며 말했다.원유희가 입술을 꽉 깨물고 참았다.‘도대체 왜 날 이렇게 괴롭히는 거야?’기억을 잃었을 때 김실걸과 윤설이가 함께 있는 모습 그녀는 아직도 뚜렷이 기억하고 있었다.기억을 회복했어도 그들은 아직도 그대로다.윤설도 빨리 도착했다. 병상에 누워있는 원유희가 그녀를 거들떠보지도 않는 것을 보고 정말 죽이고 싶은 마음이 가득하였다.그러나 김신걸 앞에서는 웃는 얼굴로 말했다.“유희야, 신걸이가 널 찾았구나, 아니면 나 정말 죄책감에 죽을 것 같아.”원유희는 그녀를 반감하게 하는 그 소리의 위치를 들으며 만약 왼쪽이면 오른쪽으로 머리를 돌리고 오른쪽이면 왼쪽으로 머리를 돌렸다.“지난번 네가 나를 넘어뜨려 이마에 입은 그 상처 아직까지 낫지 않았지만 난 널 탓하지 않아, 근데 넌 또 왜 이래?”윤설이 말했다.원유희는 그저 이 여자가 너무 능청스럽다고 느꼈다.그녀는 이제 기억을 잃었을 때의 단순한 원유희가 아니다.“네가 돌아와서 다행이지 아님 신걸이가 계속 널 걱정할 거야.”윤설이가 마음에도 없는
이 일은 이렇게 끝나지 않을 것이다.그녀도 가만히 있지 않을 거야!기다려라, 원유희, 이번에 죽지 않는다면 다음에 보자. 네가 다음에도 이렇게 운이 좋을 수 있는지 보자!”“기분 좀 나아졌어?” 김신걸이 물었다.“뭐?” 유희는 그의 질문에 의아해했다.“그녀가 사과해서? 내가 언제 사과해달라고 했어? 김신걸, 너는 그녀를 불러 나를 못살게 할 필요가 없었어!”김신걸의 안색이 어둡게 변하더니 방을 떠났다.문이 쾅 하고 닫혔다.원유희의 기분은 매우 나빴다.김신걸이 그녀와 결혼했어도, 윤설과 어떠한 관계가 있는 게 확실해!설령 그녀가 윤설의 계략을 간파했다 하더라도, 휴대전화에 저장된 설이와 함께 A 시로 가고 한밤중에 윤설과 통화하는 이 모든 게…… 우연이라고? 그녀 때문에 어색해질 리가 없잖아?김신걸이 윤설을 좋아하는 건 사실이다.그녀는 단지 통제당하고 고통받는 대상일 뿐.3일 동안 주사를 맞고 X-레이 촬영실에 가서 X레이를 찍었더니 혈전이 이미 사라졌다.유희는 한 손을 앞으로 내밀며 말했다.“하지만 나는 여전히 조금의 빛도 볼 수 없어. 왜…….”“비록 혈전이 사라졌지만 완전히 회복하는 데는 시간이 필요합니다.”송옥이 말했다.“조급해하지 마세요. 부상 때문입니다. 다 잘될 겁니다.”송옥이 떠난 후 김신걸이 그녀의 손을 잡고 말했다.“보이지 않더라도 내가 네 옆에 있잖아. 내가 너의 눈이 돼줄게. 응?”원유희는 신걸의 손을 뿌리쳤다. 이 상황을 받아들이기 어려웠다.김신걸은 그녀의 냉담함을 보고 그녀를 안아 방으로 옮겼다.원유희는 침대에 눕자 더욱 조용해졌다.그녀는 눈이 빨리 좋아지기를 바랐다. 그렇지 않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사실 이래도 좋아.” 김신걸이 그녀의 턱을 쥐고 마주 보며 말했다.“적어도 도망갈 수 없잖아.”흐리멍덩한 목소리에 원유희는 온몸이 부들부들 떨렸다.김신걸이 이렇게 무서운 사람이었다니!“겁내지 마, 너만 도망가지 않으면 돼. 내가 평생 잘해 줄게.” 김신걸의 목소리는 엄청 낮았다
침대 옆에 있는 사람이 누구인지 보았을 때, 간호사는 천천히 일어나려다가 죽은 척 다시 누웠다.원유희는 깊은 잠에 빠져 이상을 느끼지 못했다.달빛이 그녀의 얼굴에 쏟아져 고요하고 부드러워 보였다.김신걸은 침대 옆에 서서 그녀를 내려다보았다. 신걸의 눈동자는 밤보다 더 깊었다. 다만 긴장한 표정에서 그의 불쾌함을 알 수 있었다.아무래도 기억을 잃었을 때가 귀여웠어.지금처럼 신걸을 거역하는 게 아니라.원유희는 깨어나 몸을 돌려 물었다.“몇 시입니까?”간호사가 다가갔다. “깨어나셨어요? 이제 7시입니다.”원유희는 시간을 듣자마자 자기 눈이 여전히 좋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자신도 모르게 실의에 빠졌다.“지팡이 좀 가져다줘.” 원유희가 일어나서 말했다.간호사가 그녀를 도와 시각 장애인용 지팡이를 가져다줬다. 원유희는 지팡이를 짚고 앞으로 걸어갔다.간호사는 그녀가 무언가에 부딪치지 않도록 한 발짝도 떨어지지 않고 옆을 지켰다. 다치면 병원 전체의 운명이 흔들린다.원유희는 화장실에 가서 세수했다.간호사가 밖에 있는 해림을 들어오게 했다.해림과 하녀는 아침을 탁자 위에 차려 놓았다.간호사는 옆에 서서 그녀에게 먹을 것을 집어주었다. 유희는 접시에 있는 것만 먹으면 되었다.원유희는 눈이 보이지 않았지만 김신걸이 나타나지 않았다는 것을 알았다.어제 오전, 그녀는 김신걸과 불쾌하게 헤어졌다. 김신걸의 무서운 카리스마에 공포를 느꼈다.심지어 생명까지 위협받았다.그래서, 김신걸이 나타나지 않는 건 정상이고…….그리고 그녀도 필요 없어…….구태여 그럴 필요가 있는가?그녀와 김신걸 사이는 이전부터 이랬다. 혼인신고서가 한 장 더 생겼을 뿐이다. 오전에 송옥이 와서 그녀의 신체검사를 도와주며 말했다.“지금 퇴원해도 좋습니다.”“나, 눈이 안 보입니다.”원유희가 말했다.“알아요. 당신 같은 경우는 병원이든 집이든 회복하는 속도는 같습니다. 집이 그래도 심리상으로 안정을 줄 것이니 회복에 유리할 겁니다.”송옥이 말했다.원유희는 자기 눈을
”당신은 지금 김 씨네 사모님이야.”김신걸은 그녀에게 현실을 일깨워 주었다.“아니면 아파트에서 살아도 돼.”만이령의 아파트…… 그렇다면 어전원에 사는 것이 낫다.건강할 때도 김신걸에게 반항할 수 없었는데, 지금은 불구가 되었으니 더 말할 것도 없다.유희는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김신걸에게 안겨 차에 올랐다. 두 사람은 어전원으로 향했다.유희는 차창 밖에 얼굴을 내밀었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지만 남들 보기에는 정상인과 차이가 없어 보였다.“어떻게 하다가 강에 빠졌어?” 김신걸이 물었다.원유희는 김신걸의 물음에 회상했다.“그게…… 발을 헛디뎠나.”“확실해?”유희는 잘 기억하지 못했다. 비록 자신이 헛디뎠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그것외에 또 무엇이 있겠는가?“확실해.”대답한 후에 그녀는 침묵했다.그 기억은 없는 것 같은데?설마 떨어질 때 너무 무서워서 기억을 잃었나? 뇌를 다치기도 했고.원유희는 그렇게 생각하고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롤스로이스가 집에 도착하자 김신걸이 그녀를 안고 차에서 내렸다.차에서 내리자마자 세쌍둥이가 그들을 에워싸고 왔다.“엄마!”“엄마!”“엄마!”“아빠랑 엄마가 다 오다니, 너무 기뻐요!”로비에 들어서자 원유희는 소파에 앉아 어전원의 익숙한 공기를 느꼈다. 세쌍둥이가 엄마 앞에 섰다. 그때 유담이 물었다.“엄마, 내가 안 보여요?”원유희는 깜짝 놀랐다, 그들이 알아차린 것일까?“내가 말했어.” 김신걸이 말했다. 신걸이 소파에 앉아서 아이들을 가르쳤다. “그러니까 장난치면 안 돼. 엄마가 다칠수도 있어.”“엄마, 무서워하지 마요, 제가 지켜드릴게요.”조한이 비장하게 말했다.“엄마는 언제 나을까요?” 상우가 걱정스럽게 물었다.원유희는 그들의 작은 손을 만졌다. 포동포동한 작은 손들이다.“괜찮아, 눈 좀 다쳤어. 회복되면 괜찮아질 거야.”“엄마 호호…….”유담이 다가갔다.유희는 몸을 약간 앞으로 기울였다. 호호 불어주는 유담의 따뜻함을 느낄 수 있었다.유희가 다시 그들을
원유희가 퇴원했다고 그녀가 완전히 회복되었다는 뜻은 아니다. 여전히 보살핌을 받아야 한다.로비에 앉은 지 얼마 되지 않아 김신걸에게 안겨 방으로 돌아갔다.유희는 침대 머리에 기대어 옆에 있는 베개를 만졌다. 안방이라는 것을 알았다.기억을 잃었을 때 그녀와 김신걸이 동침한 방이다.“지팡이를 옆에 놓아. 때때로 일어나서 걸을 수 있게.”원유희가 말했다.김신걸이 말했다.“좋아.”세 아이가 방으로 뛰어 들어와 침대 위와 침대 아래를 둘러쌌다.김신걸은 단지 주의를 주었을 뿐이다.“침대에 올라가도 돼. 엄마만 밟지 않으면.”“나도 알아요!” 조한이 성을 내며 말했다. 이건 그에게 상기시켜 줄 필요도 없는 것이라고 생각했다!“엄마, 노래 불러줄까요?”유담이 유희의 손에 엎드려 물었다.“유담이 노래를 아주 잘 불러요!”조한이 말했다.“응!” 상우가 찬성했다.유담은 엄마 곁에 서 있었다. 귀여운 새끼발가락으로 침대 시트를 벗겼다. 포동포동한 발등으로 딛고 일어서서 열심히 노래를 불렀다. 춤도 추면서 말이다.김신걸의 시선은 원유희의 부드러운 얼굴에 떨어졌다. 아이를 대할 때만 유희가 웃었다.그의 마음은 매우 초조했다.오후에 원유희는 낮잠을 자야 한다. 그녀를 건드려서는 안 되니 아이들과 함께 자게 하지 않을 것이다.김신걸은 그녀가 잠든 후에야 서재에 가서 회사 일을 처리하기 시작했다. 회의가 있어서 하녀들이 침실 입구를 지키게 했다.서재로 돌아온 후, 그는 좌석에 앉아 허공을 바라보았다.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그는 원유희가 더 이상 반항할 힘이 없다고 생각했다. 모든 것이 그의 방식대로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원유희는 편안하게 잠을 이루지 못했다. 이 침대가 그녀에게 너무 큰 부담을 주는 것인지, 마치 어떤 심리적인 인도가 있는 것처럼.고 잤는데 이 침대가 그에게 너무 큰 압력을 주었는지 마치 어떤 심리작용이 있는 것 같았다.예를 들어 기억을 잃었을 때 그녀와 김신걸이 침대 위에서 한 소소한 일들 말이다.두 사람이 목을
육성현은 흠칫 놀랐다. 그러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내가 누구를 죽였다고 그래? 혜정아, 다 오해야. 나 지금 다 고쳤어. 진짜야, 어서 내려와. 물만두가 식겠다.”“오지 마!”엄혜정은 감정이 격해져서 소리쳤다.“다가오면 뛰어내릴 거라고 얘기했어!”“그래, 안 갈게.”육성현은 감히 다가가지 못했다.“혜정아, 진짜야. 난 사람을 죽이지 않았어. 우선 먼저 내려와. 내려오면 내가 다 설명해 줄게. 다 오해야.”“사실 처음부터 수상하다고 생각했어. 그냥 유희의 말이 날 깨닫게 했을 뿐이야.”엄혜정은 눈물이 그렁그렁했지만 눈물을 흘리지는 않았다. 그녀는 육성현을 바라보면서 얘기했다.“근데 나 지금 다 알게 됐어. 증거는 없지만 넌 김하준이잖아. 난 적어도 아이를 위해서 네가 달라질 거라 기대했어. 근데, 넌 어떻게 네 아이의 외할머니랑 외할아버지를 죽일 수 있어? 김하준, 넌 도대체 정체가 뭐야? 세상에 어떻게 너 같은 괴물이 다 존재해?”“혜정아, 내려와서 천천히 얘기하자, 응? 거긴 너무 위험해.”“제일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이 죽은 기분을 모르지? 너도 한번 느껴봐야 해.”엄혜정은 떨어지는 눈물과 함께 베란다에서 뛰어내렸다.“안돼!”육성현은 고함을 지르며 달려갔다. 하지만 엄혜정의 옷자락도 미처 잡지 못했다.그는 엄혜정이 바닥에 떨어지는 것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고, 그녀의 몸에서 피가 흘러나오는 것을 목격하게 되었다.밑에 서 있던 하인 중 그 누구도 엄혜정을 받아내지 못했다.“다 죽일 거야!”육성현은 미친 듯이 달려갔고, 눈에 거슬리는 하인들을 모조리 걷어차 버렸다. 그는 엄혜정 옆으로 기어가 부드럽게 그녀를 품에 안았다.“혜정아, 혜정아. 병원에 데려다줄게. 아무 일도 없을 거야!”엄혜정은 눈을 떴다. 그녀의 머리는 피투성이가 되었고, 초점이 점차 사라지는 눈으로 육성현을 바라보았다.“김하준, 다음 생이 있다면, 난 다시는 널 만나지 않을 거야…….”이렇게 한마디만 남기고 엄혜정은 숨을 끊게 되었다.“그래, 만나지 마,
퇴원한 후, 엄혜정은 방에 혼자 남았을 때 원유희에게 연락했다.“유희야, 괜찮아? 김명화가 널 납치했다고 들었는데, 구출됐다고?”“응, 괜찮아. 지금은 집에 도착했어.”“다행이다.”원유희는 그녀의 정서가 이상하다는 것을 눈치채고 물었다.“왜 그래? 기분이 안 좋아?”“부모님이 돌아가신 일 말이야. 나 다 알게 됐어.”원유희는 순간 멈칫했다.‘다 알았다고?’“미안해 혜정아, 숨기는 게 아니었는데.”“괜찮아, 나랑 아이를 생각해서 숨긴 거잖아.”엄혜정은 잠시 멈췄다가 다시 물었다.“네가 김명화를 죽였어?”“아니. 그날에 크루즈에서 김명화가 도망쳤거든. 우리가 김명화를 찾았을 땐 이미 주검으로 됐어. 그 주검도 바다에서 건져낸 거야.”“육성현도 있었지?”“응, 얘기해줬어?”엄혜정은 덤덤하게 물었다.“육성현을 의심해 보지 않았어?”원유희는 흠칫했고 아무런 얘기도 할 수가 없었다.“김명화를 죽인 사람, 그리고 우리 부모님을 죽인 사람 말이야…….”“그럴 리가?”원유희는 당황했다. 그녀는 엄혜정이 왜 육성현을 의심하게 됐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무슨 단서라도 발견한 거야? 아니면 그렇게 복잡하게 생각하지 마.”“유희야, 저 사람 진짜 육성현이 아니잖아. 김하준이라고. 나 그 사람 잘 알아.”엄혜정은 목이 메였지만 울먹이면서 끝까지 말했다.“난 그 사람 고칠 줄 알았어, 적어도 아이를 위해서…….”“혜정아, 아직 조사하고 있어.”“그럼 너희들도 육성현을 의심하고 있다는 얘기잖아, 맞지?”“오해일 수도 있어.”“오해일 리가 없어.”엄혜정은 말을 마치고 바로 전화를 끊었다. 원유희가 다시 전화를 걸어오자 그녀는 아예 핸드폰을 꺼버렸다.그리고 시체처럼 무기력하게 아래층으로 내려갔다.엄혜정은 서재에서 나온 육성현을 보면서 얘기했다.“나 물만두 먹고 싶은데, 사다 줄래? 예전에 빈민가에서 자주 사주던 물만두 말이야.”“그래.”육성현은 엄혜정의 머리를 어루만지며 말했다.“먼저 우유 좀 마시고 있어. 금방 갔다 올게.”
육성현은 엄혜정을 끌어안았다.“김명화가 죽었대. 복수한 셈이나 마찬가지야. 그러니까 네가 무사히 지내야 장인어른 장모님이 안심하시지 않겠어? 침착해.”엄혜정은 울면서 그의 품에 쓰러졌다.그러고는 배가 간간이 쑤시자, 엄혜정의 얼굴은 하얗게 질렀다.육성현은 그녀의 상황을 바로 눈치채고 기사에게 소리쳤다.“얼른 병원으로 가!”“얼른!”염민우도 재촉했다. 그는 얼른 엄혜정의 손을 잡았는데, 그녀의 손이 얼음처럼 차갑다는 것을 발견했다.“누나, 아직 나도 있잖아. 그러니까 아무 일도 생기면 안 돼. 누나, 꼭 버텨줘.”엄혜정은 눈에 눈물을 머금고 그를 보고 있었다.그녀는 마음이 몹시 괴로웠고, 도저히 납득할 수가 없었다.‘난 부모님을 가질 자격이 없는 걸까……?’엄혜정이 깨어났을 때 그녀는 이미 병원에 있었다. 깨어나자마자 그녀는 무의식적으로 배를 만졌다.육성현은 그녀의 손을 잡았다.“지금 안정을 취해야 한대.”엄혜정은 주위를 둘러보았다.“민우는?”“밖에 있어. 너무 걱정되서 안절부절못하고 있어.”엄혜정은 육성현의 손에서 자기 손을 뺐다.“두 사람 너무해. 이렇게 큰일을 어떻게 나한테 숨길 수가 있어? 평생 숨길 수 있을 거라 생각했어? 육성현, 우리 부모님의 목소리를 합성해서 나랑 통화하게 했어? 네 아이디어지? 넌 아이를 위해서라면 뭐든지 다 할 수 있잖아!”“혜정아, 어차피 일은 벌어졌고, 너한테 알려준다고 해서 달라질 건 없어. 네 옆에는 나랑 아이가 있고, 민우에게 남은 가족이라곤 너밖에 없어. 너한테도 무슨 일이 생기면, 민우는 더 고통스러워질 거야.”엄혜정은 말을 하지 않았고, 눈물이 그렁그렁했다.엄혜정도 염민우가 더 고통스러워질 것을 잘 알고 있었다.그때 엄혜정은 염민우가 갑자기 엄청나게 말라갔던 것이 생각이났다. 엄혜정은 염민우의 일이 바쁜 줄로만 생각했는데, 이제야 그때 부모님이 돌아가셨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염민우는 모든 것을 혼자 감당하고 있었다.“울지 마. 의사가 지금은 안정을 찾아야 한다고 했어.”
“알았어요…….”염민우는 고개를 들었다. 그러다가 입구에 서 있는 엄혜정을 보고 깜짝 놀랐다.“누…… 누나. 여긴 어쩐 일이야?”엄혜정은 멍하니 거기에 서서 염민우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방금 얘기하고 있던 사람을 봤다.“하늘나라라뇨? 저희 부모님이 왜 하늘나라에 계셔요?”“아니야, 다른 사람의 얘기를 하고 있었어.”엄혜정은 두 사람의 얼굴에서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것을 발견했다.그녀는 똑똑히 들었다. 엄혜정은 얼굴이 하얗게 질렸고, 다급하게 핸드폰을 찾았다.핸드폰을 못 찾자 바로 차로 뛰어갔다.“누나!”염민우는 엄혜정을 쫓아갔다.“뭐 하려고 그래?”“엄마 아빠한테 전화할 거야.”“지금 여행 중이시니까, 방해하지 않는 게 좋지 않을까?”엄혜정은 그를 보면서 물었다.“사실대로 얘기해줘. 엄마 아빠 왜 아직도 돌아오시지 않은 거야? 거짓말하지 마! 사실 줄곧 이상하다고 생각했어. 내가 임신했는데 엄마랑 아빠가 계속 안 오시는 게 말이 안 되잖아! 두 분 무슨 일이 생긴 거 맞지? 정말로…… 무슨 일이 생긴 거야?”염민우는 북받쳐 오르는 감정을 꾹 참고 말했다.“더 이상 묻지 마…….”“염민우! 계속 우물쭈물 얘기 안 하면, 나 이젠 널 안 봐!”염민우는 더 이상 숨길 수 없다는 것을 직감했다. ‘집에 오는 게 아니었어, 그나저나 아저씨는 왜 또 그런 허튼소리를 해서 참…….’“맞아, 누나 임신 3개월쯤 되었을 때, 누군가에 의해 살해당하셨어.”엄혜정은 몸이 휘청거렸다. 염민우는 바로 그녀를 부축했다.“침착해요! 엄마랑 아빠는 누나가 무사하기를 원하셨을 거야. 난 누나가 못 받아들일 것 같아서 장례식 때 일부러 알려주지 않았어.”엄혜정의 눈에서 눈물이 주룩주룩 흘러내렸다. 그녀는 믿을 수 없다는 듯이 염민우를 바라보았다.“너 이러고도 내 친동생이 맞아? 어떻게 안 알려줄 수가 있어! 아기만 중요하고 부모님은 안 중요할 것 같아? 너…….”너무 충격 받은 엄혜정은 눈앞이 점점 캄캄해지더니 기절을 하고 말았다.“누나!”
육성현이 다가와 물었다.“유희야, 괜찮아?”원유희는 고개를 저었다.“너 안색이 안 좋은데, 왜 그래?”“김명화가 죽었어요.”김신걸이 얘기했다.“해독제는 찾았어요?”원유희는 다시 고개를 저었다.“아쉽네. 그럼 감염된 사람들은 우선 좀 참아야겠어.”원유희는 갑자기 뭐가 생각나 바로 김신걸을 밀쳤다.“날 만지지 마!”육성현은 그제야 원유희의 볼 아래의 병변 부위를 발견했다.“유희야, 김명화가 너한테도 독을 썼어?”김신걸은 미간을 찌푸렸다.“상관없어.”“안돼. 우리 둘다 아이들하고 접촉하지 않으려 한다면 애들이 걱정할 거야.”원유희는 거절했다.김신걸은 줄곧 원유희와 스킨쉽이 있었다. 원유희는 그도 감염되지 않을까 걱정했다.“방금도 널 안았는데, 감염되면 진작에 감염됐어.”김신걸이 말했다.원유희는 그래도 싫었다.“아니, 그래도 만지지 마.”해독제도 못 가진 상황에 김명화는 의문스럽게 죽었다. ‘여기 김명화를 죽이려고 한 사람이 있었단 말이지?’김신걸은 김명화를 죽이라는 명령을 내리지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그의 시체를 바다에 던질 일은 더더욱 없었다.그럼 분명 다른 사람이 한 짓이었다.‘무슨 목적으로? 김신걸도 감염되면 배후의 사람을 어떻게 잡아내지?’‘다른 조직의 사람도 이곳에 숨어 있을지도 몰라.’원유희는 말을 하지 않았다.“내려가자.”김신걸은 원유희의 말대로 몸에 손을 대지 않았다. 원유희가 또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자신을 떠날까 봐서 걱정이었다. 김신걸은 더 이상 그런 고통을 견딜 수 없었다.원유희는 김신걸을 따라 떠났다.육성현은 먼 곳에 있는 김명화의 시체를 봤다. 그리고 그가 죽은 것을 확인하고 떠났다.이제 아무도 김명화를 죽인 사람이 육성현이라는 것을 모를 것이다.엄혜정은 이미 임신 5개월 차에 접어들었다. 지금 어떠한 사고도 있어서는 안 되었다.육성현은 잠깐 해독제가 없더라도 괜찮다고 생각했다. 아이를 낳은 후 다시 생각하려 했다.엄혜정은 소파에 앉아 과일을 먹고 있었다.배는 이미 많이 나
김명화의 말이 끝나자마자 뒤에서 인기척이 들려왔다.진선우는 킬러들과 격투하고 있었고, 매번 그들의 치명적인 곳을 공격했다.진선우가 실력이 없었다면, 킬러들은 진작에 그를 해결했을 것이다.김명화는 무엇을 깨닫고 손을 돌려 원유희를 잡으려 했다.원유희는 후퇴하는 동시에 다른 힘에 의해 품에 안겼다.“이거 놔!”원유희는 낯선 남자인 줄 알고 발버둥 치려 했다.“유희야.”원유희는 멍하니 고개를 돌렸고, 익숙한 얼굴을 보자 아주 기뻤다.“김신걸?”“나야.”김명화는 서로 애틋한 두 사람을 보자 화가 더 났다.“원유희, 역시 김신걸에게 단서를 남긴 사람, 너였어.”김명화는 어두운 표정을 지었다.“그쪽이 너무 방심한 탓이죠.”‘내가 예전에 김신걸의 곁에서 도망치려고 했던 일이 김명화에게 착각을 준 거야?’“왜, 날 죽이려고? 네까짓 게?”김명화는 말을 마치고 몸을 돌려 다른 출구로 달려갔다.하지만 경호원들은 이미 그곳에 서서 그를 막았다.김명화는 총을 꺼내 쏘자, 한 경호원은 바닥에 쓰러졌고, 다른 경호원은 얼른 옆으로 비켜 숨었다.일반인들은 그 출구를 포기했을 것이다. 김신걸의 사람들이 숨어있었기에, 그 출구는 아주 위험했다.하지만 김명화는 기어코 사격을 하면서 길을 텄다.안에 숨어 있던 경호원들은 피하면서 반격할 수밖에 없었다.경호원들의 반격에 김명화는 하마터면 맞을 뻔했다. 그러다가 몇발 더 쏘고는 바로 달렸다.김명화는 크루즈에 오래 있었다. 하여 갓 크루즈에 올라온 김신걸의 사람들보다 이곳을 훨씬 더 잘 알았다.몇 개의 모퉁이를 돌면 은폐하기 적합한 곳에 도착할 수 있었다.김명화는 다시 부하들에게 연락했지만 전화를 받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그제야 김명화는 김신걸의 사람들이 진작에 올라왔고, 자기 쪽 부하들은 아마 얼마 남지 않은 것을 깨닫게 되었다.도망치지 못한다면 김신걸에게 잡힐 것이 뻔했다.김명화는 죽어도 김신걸에게 잡히고 싶지 않았다.그러다가 갑자기 한 사람의 인기척이 났다. 김명화는 본능적으로 총을 들었다
원유희는 지금 약 때문에 힘을 쓸 수 없는 상황이었고, 크루즈 곳곳에는 CCTV가 있었다. 방에 들어올 때, 그 윗부분에 CCTV가 하나 있었다. 그래서 한밤중에 몰래 뭔가를 찾아보는 건 아예 불가능했다.김명화는 일찌감치 그녀가 아무것도 할 수 없도록 만들었다. 하지만 원유희는 떠나기 전에 김신걸에게 단서를 남겨주었기에 그가 곧 이곳을 찾아올 거라 믿었다.다만 김신걸의 속도가 이렇게 빠를 거라 예상하지 못했다.날이 밝는 무렵, 원유희는 헬리콥터 소리를 들었다.이어 문이 펑 하고 열렸고, 원유희는 반응하기도 전에 멱살이 잡혔다.“연락을 어떻게 한 거야?”말을 마치고 원유희의 몸을 수색하려 했다.“아! 미쳤어요? 나 핸드폰 없어요!”“김신걸이 왔다고 널 데려갈 수 있다고 생각해? 죽어서 지옥에 내려가더라도 널 끌고 갈 거야. 가자!”“아니…….”원유희는 힘 없이 밖으로 끌려 나갔다.김명화는 원유희를 다른 방으로 보냈다.“우린 여기서 김신걸이 올 때까지 기다리면 돼.”원유희는 고개를 들어봤다. 입구에는 많은 폭탄이 놓여있었다.그걸로 부족한지 김명화는 원유희의 몸에 폭탄을 묶었다.“미쳤어요?”김명화는 원유희의 얼굴을 꽉 쥐었다.“김신걸이 널 어떻게 구할지 구경이나 하려고 그런다.”원유희는 마음이 매우 불안했다.‘김신걸이 왜 이렇게 왔을까? 너무 눈에 띄잖아.’다시 들어보니 이미 헬리콥터 소리가 나지 않았고, 밖에는 다른 인기척도 없었다.한 남자가 와서 말했다.“헬리콥터가 지나갔어요. 그냥 순찰하다가 지난 것 같아요.”김명화는 멍하니 서 있었다.원유희는 그를 비웃었다.“저 소리에 이렇게까지 놀랐단 말이에요?”“닥쳐!”김명화의 표정은 엄청나게 나빴다.“난 신걸이랑 아이들이 감염되는 거 보고 싶지 않아요. 그래서 연락하지 않을 거고요. 배고픈데 이 폭탄들이나 좀 뜯어줄래요?”김명화가 경각심을 낮추었을 때, 크루즈 밑에서 잠수하던 사람들이 갑자기 튀어나왔다. 10명 좌우로 보이는 사람들은 갈고리를 가드레일에 던지고 밧
원유희는 그를 상대하고 싶지 않았다.김명화가 갑자기 뒤에서 무슨 짓을 할까 봐, 원유희는 그를 등지고 누울 수가 없었다.“너 기억나? 어릴 때 김신걸이 널 괴롭히면 넌 우리 집에 달려와서 내 침대에서 잤잖아.”“기억 안 나요.”“기억하는 거 다 알아. 난 그때 정말 널 도와주고 싶었어.”원유희는 그가 한 말이 사실이라는 것을 알고 반박하지 않았다.그녀는 천장을 쳐다보며 말했다.“이전의 김명화는 이미 죽었다고 생각해요.”김명화의 표정은 어두워졌다.“우리 예전으로 돌아갈 수 없는 거야?”“내가 제일 아끼는 사람을 죽이고, 어떻게 이런 말을 할 수 있죠? 죽어서 사죄해도 모자랄 판에!”원유희는 지금의 김명화를 조금도 동정하지 않았다.“아무리 유년 시절이 불행해도, 다른 사람의 고통을 낙으로 삼으면 안 되죠!”“정말 고상한 척하네. 김신걸은 사람은 죽인 적이 없대? 육성현은 없대? 왜 걔네들이 사람을 죽인건 용서하면서, 난 용서하지 못하는 건데? 그 사람은 네 남편이고 네 가족이니까? 비겁하고 이기적인 건 너도 마찬가지야.”“참, 너도 사람을 죽였잖아. 네가 죽인 사람도 누군가의 아버지고, 누군가의 아들이야.”원유희는 기분이 착잡해졌고,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김명화는 원유희의 반응을 보고 가볍게 웃었다.“그러니까 너무 많이 생각하지 마. 그냥 쉽게 쉽게, 편하게 살자.”“이렇게 예전의 저질렀던 일을 합리화하려는 거예요? 그리고 그 명분으로 더 많은 사람을 죽이려고요?”원유희는 김명화를 바라보면서 물었다.“당신을 용서하기 싫은 거 아니에요. 근데 지금까지 자기의 잘못도 모르는 사람을 어떻게 용서해요? 차라리 해독제를 그냥 줘요. 시장에 유통하지 말고요. 그러면 예전에 있었던 일은 없던 거로 할게요.”“정말?”김명화는 원유희를 보면서 물었다.“물론이죠.”원유희는 김명화의 말처럼 깊이 생각하지 않고, 아무렇지 않게 대답을 했다.미래의 일은 그 누구도 알 수 없었다.“그래. 해독제를 줄 수 있어. 근데 대신 넌 나랑 평생 같이
“밥 안 먹으면 너만 손해야.”김명화는 그녀가 꼼짝도 하지 않는 것을 보고 말했다.‘맞네, 아무 것도 먹지 않으면 무슨 힘으로 김명화를 상대하겠어?’잠시 후, 납득이 간 원유희는 젓가락을 들고 생선을 먹기 시작했다.김명화는 그녀가 고기를 입에 넣는 것을 보고 물었다.“어때?”“설마 그쪽이 한 거예요?”원유희는 귀찮다는 듯이 그를 한번 힐끗 쳐다봤다.“맞아, 내가 직접 했어.”‘이게 뭐 자랑할 일인가?’“수고했네요, 이런 일까지 해야 한다니.”“내가 힘들 것 같으면 같이 할까?”“할 줄 모르는데요.”“정말 상전 팔자구먼.”김명화는 원유희를 사랑스럽다는 듯이 바라봤다.원유희는 김명화가 미쳤다고 생각했다. 원유희는 김명화가 자신을 괴롭히고, 김신걸에게 모욕을 주기 위해 이곳에 데려온 줄로 알았다.근데 직접 밥도 해줄 거라는 것은 생각하지 못했다.“설마 요리에 무슨 수작을 부린 거 아니죠?”원유희는 젓가락을 멈추었다.김명화는 손에 있는 젓가락을 흔들었다.“나도 먹고 있잖아.”“먼저 해독제를 먹었겠죠.”“그런 거 아니야.”“그럼 내가 묻힌 진물은? 그건 어떻게 해결한 거죠?”원유희가 물었다.“해독제가 있으니까 괜찮은 거잖아요.”“해독제 가지고 싶어?”“줄 생각은 있고요?”“착하면 줄게.”원유희는 의심스러웠지만 말하지 않았다.어차피 금방 왔으니 당장 해독제를 받을 수는 없었다. 하여 원유희는 일단 참고 해독제를 발견하면 김명화를 바로 제압하는 것을 선택했다.밥을 다 먹고 나머지는 부하가 다 치웠다.“같이 샤워할까?”김명화가 물었다.원유희는 그를 차갑게 보며 말했다.“아니요. 먼저 씻어요.”원유희는 말을 마치고 몸을 돌려 욕실로 들어갔다.원유희는 자신의 감정을 가라앉히고 침착하자고 했다. ‘근데 자는 건 어떡하지? 정말로 같이 자야 해?’원유희는 침대를 봤다. 두 사람이 자고도 넉넉한 침대였고, 중간에 뭘 놓을 수도 있었다.김명화가 만약 자기 몸에 손을 대면 원유희는 같이 죽을 각오도 했다.10여 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