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버지가 여자한테 너무 잘해주지 말랬어. 코를 내주면 얼굴로 기어 올라온다고.”복돌이 계속 말했다.“말을 듣지 않으면 한 대 때리면 된다고 아버지가 그러셨어.”원유희는 숨을 죽이고 생각했다.‘정말 무서운 관념이다.’그녀는 이 괴상한 곳을 떠나겠다고 더욱더 굳게 결심했다.“내가 말을 잘 들을게. 내 몸이 회복되면 널 위해 아들도 낳아줄 거야.”원유희가 말했다.“좋아!”복돌이는 박수를 치며 기뻐했다.“여긴 내가 처음에 묵던 방이 아닌 것 같은데, 그 방은 옆방이야?”원유희가 물었다.“그 방은 맞은편이야. 내가 거기서 너를 지키고 있으면 도망가지 못할 거야.”복돌이 말했다.“네 부모님은 저녁에 나가니? 난 혼자 집에 있으면 좀 무서운데.”원목희가 물었다.“우리 부모님은 저녁에 안나가. 낮에만 밭에 가서 뽕잎을 따고 누에를 먹이지.”“누에? 난 한 번도 누에를 본 적이 없는데.”“보고 싶어? 내가 데려가줄게.”“좋아.”두 사람이 일어서자 노파가 마침 들어왔다.“뭐 하러 가려는 거야?”“엄마, 우리 집에서 기르는 누에 보러 갈 거예요.”그러자 노파는 원유희를 쳐다보며 물었다.“넌 눈이 보이지 않잖아?”“참, 넌 눈이 안 보이지.”복돌이가 그제야 알야채고 말했다.“난 그냥 누에가 뽕잎 먹는 걸 느껴보고 싶어서. 비 오는 소리 같다고 하던데 정말이야?”그러자 모자는 세상 물정을 모르는 원유희를 데리고 누에아기를 보러 갔다.원유희는 길을 걸으면서 노선을 기억하고 있었다.‘반드시 도망갈 출구를 찾아야 해.’‘방에서 나와 오른쪽으로 꺾어 발을 들어 문턱을 넘었고, 왼쪽으로 약 10여 걸음 걸어서 누에를 기르는 곳에 도착했다.’누에밑에 방금 두꺼운 뽕잎을 깔아줘서, 들어가자마자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들렸다.원유희는 몸을 웅크리고 손을 앞으로 더듬었다. 하지만 뽕잎만 만져졌다.복돌이는 그녀를 비웃으며 말했다.“바보야, 누에는 밑에 있어!”노태는 두 사람이 사이좋게 잘 지내는 것을 보고 그들에게 정들 기회를 주기
저녁 무렵, 해림은 차를 준비해 사무실 문을 노크했다.그는 차를 테이블 위에 살며시 내려놓고 조심스레 말했다.“김 대표님, 일찍 쉬세요.”김신걸은 대답하지 않고 움직이지도 않은 채 앞에 있는 컴퓨터만 쳐다보았다.해림은 컴퓨터 속의 영상을 보았다.컴퓨터 속 화면은 깊은 산속 시골이었다.그는 보자마자 원유희를 찾을 때의 영상이라는 걸 알아챘다.‘김 대표님은 동영상에서 실마리를 찾아내려는 거야.’아이와 저녁식사를 마친 후 김신걸은 서재에 들어가 나오지 않았다.‘벌써 대여섯 시간이 지났다.’해림은 김 대표님이 자기가 한 말을 듣지 못했다는 걸 알고 묵묵히 서재에서 나갔다. 그는 마음속으로 기도했다.‘제발 빨리 부인을 찾게 해 주세요. 이러다간 큰일 날 겁니다.’‘그때가 되면 어전원은 고사하고 드래곤 그룹도 좋은 날이 없을 거야.’‘이 동영상 화면들은 모두 드론으로 찍어서 진선우 보고 보내오라고 한 것이다.’김신걸의 검은 눈동자는 컴퓨터를 뚫어지게 쳐다보며 마치 컴퓨터 속에서 이상을 찾아내려는 것 같았다.해림은 한잠 자고 일어나 당직을 서는 임민정에게 물었다.“김 대표님께서 아직 서재에서 안 나오셨어?”“네, 벌써 하룻밤이 지났는데 김 대표님은 휴식하지 않아도 되는 거예요?”임민정은 이상해서 물었다.“큰 집사님, 김 대표님을 좀 설득해 보세요. 계속 이러다간 몸이 견딜 수 없을 거예요.”해림은 자기도 모르게 한숨을 내쉬었다.“김 대표님의 일은 우리가 참견할 수 있는 것이 아니야. 내가 아이를 보러 갈게.”원유희는 날이 밝았는지 몰랐다. 그냥 이 시간에 눈이 떠졌을 뿐이었다.그녀는 눈을 감고 떠나는 방법을 생각하고 있었다.그 사이 문 여는 소리가 들려오더니 바로 닫았다.방음이 되지 않아 밖에서 노파가 말하는 소리가 똑똑히 들려왔다.“벌써 8시가 되었는데 아직 깨어나지 않았다니, 난 또 도망간 줄 알았잖아!”“다시 도망가면 다리를 부러뜨릴 거야!”노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원유희는 눈을 떠 초점 없이 천장을 바라보았다.
“엄마가 나보고 어디 가지 말고 널 보고 있으래.”원유희는 손으로 엉덩이에 깔고 있던 의자를 잡아들고 말소리가 들려오는 쪽으로 힘껏 던졌다.퍽 하는 소리와 함께 정확하게 복돌의 머리에 맞았다.“악!”복돌은 비명을 지으며 쓰러졌다.눈도 아직 낫지 않았는데 머리까지 상해버렸다.원유희는 복돌의 소리를 듣지 못하고 발끝으로 복돌을 건드려 보았다. 반응이 없자 문쪽으로 걸어갔다.문 옆에서 막대기 하나를 찾아 땅을 짚으며 길을 찾았다. 문을 나서고 오른쪽으로 돈 그녀는 불쏘시개를 놓는 방을 따라 뒷산으로 올라갔다.할아버지와 할머니가 계획보다 빨리 돌아왔다.“복돌이와 그 여자애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보고 다시 따러 가자. 아이고……, 복돌아!”할머니는 원유희는 어디 갔는지 보지 못했고 땅에 쓰러진 복돌이만 발견했다. 할머니는 복돌이를 품에 안으며 소리쳤다.“복돌아, 괜찮아? 복돌아?”복돌은 머리가 너무 어지러워 한눈만 겨우 뜨고 대답했다.“엄마, 그 여자가…… 그 여자가 저를 내리쳤어요…….”“그 애는 또 도망을 간 거야! 이 나쁜 년! 여보, 우리 빨리 잡으러 갑시다!”할아버지와 할머니는 아들도 내팽개치고 급히 도망간 ‘며느리’를 잡으러 갔다.원유희가 산 아래도 도착하지 못했는데 뒤에서 뛰여오는 발소리를 들었다.그녀는 놀라서 손에 든 막대기를 들고 열심히 길을 찾았고 발걸음은 더욱 급해졌다.“이 나쁜 년! 너 내 가만 안 둘 거야!”할아버지와 할머니가 뒤를 쫓아왔다.할머니는 원유희의 손을 덥석 잡더니 말했다.“나랑 같이 돌아가!”“안 갈래요! 저를 좀 놔주세요! 저는 돌아가지 않을 겁니다!”원유희는 격하게 거부했다.“너는 이미 우리 왕 씨 집안의 며느리다. 여기가 너의 집이니까 너는 아무 데도 못 간다!”할머니는 그녀의 손을 잡고 놔주지 않았다. 밭일을 하는 여자의 손은 힘이 아주 강했다.“싫어요! 아주머니, 제발 저를 놔주세요. 아주머니도 여자잖아요. 그런데 왜 저한테 이러시는 거예요?”원유희는 애원했다.“헛짓거리 하지
열중해서 컴퓨터 화면을 보면서 말했다.“6호 드론, 저녁 8시, 촬영 지점 농촌 병원 문 앞. 그 건 어떤 곳인지 보여줘.”진선우 이쪽에서는 김신걸이 말한 영상을 찾고 있었다. 아주 빨리 영상을 찾아 김신걸에게 말했다.“김 선생님, 이곳은 이 씨 마을이라고 합니다. 마을 안 사람들의 성이 모두 이씨여서 그렇다고 합니다. 김 선생님, 무슨 문제라도 있습니까? 저희 쪽에서 찾은 결과로는 마을의 면적은 그렇게 크지 않습니다.”“안에서 나오는 3명을 주의해서 관찰해 주세요.”김신걸이 말했다.영상에서 보이는 마을 병원에서 나오는 사람들은 바로 복돌집 사람들이었다. 복돌의 눈은 천으로 감싸고 있었다.“저 사람들 아주 급해 보입니다…….”진선우가 말했다.“제가 지금 가겠습니다!”김신걸은 전화를 끊고 자리에서 일어났다.서재에 있던 해림은 김신걸이 자신을 발견하지 못했다고 생각했다.서재의 문이 열리더니 삼둥이가 뛰여 들어왔다. 김신걸 앞에 서서는 작은 머리를 기우뚱하며 말했다.“아빠, 빨리 밥 먹어요!”“안 먹을래. 아빠, 엄마 데리고 올게.”말을 마친 김신걸은 그대로 떠나버렸다.평시에 김신걸에게 무시당하면 아이들은 화를 냈었는데 엄마를 데리고 온다고 하니 아주 조용했다.아이들은 아주 오래 엄마를 보지 못했다.‘엄마는 우리 안 보고 싶나?’삼둥이는 짧은 다리로 열심히 달려나갔다. 아빠가 헬기를 타고 가는 것을 보았고 그 헬기는 점차 멀어져 갔다.“헬기…….”조한은 작은 손으로 하늘을 집으며 말했다.“점점 작아지네.”유담은 헬기를 뚫어져라 쳐다봤다.“나도 타고 싶어.”상우가 기대하는 목소리로 말했다.해림은 그들의 뒤에 서서 헬기가 날아가는 것을 바라보았다.‘김 사모님을 찾을만한 단서를 찾았나 보다! 이번에는 김 사장님이 사모님을 데리고 돌아왔으면 좋겠는데.’진선우는 영상을 돌려보면서 생각했다.‘이 세 사람 확실히 되게 긴장해 보여. 그런데 지금까지는 이상한 점 없는데? 저 중간에 젊은 남자 얼굴이 상했구나. 아마 이것 때문에
진선우는 이렇게 죽고 싶어 안달 난 사람을 본 적이 없다.원수정은 말을 하지 않고, 먼저 원유희를 장작방에 놓고 풀더미에 가볍게 올려놓고 잠이 들었다.그리고 문을 닫고, 밖에서 일어난 일이 그녀를 시끄럽게 하지 않도록 했다.검은 그림자가 갑자기 지나가더니, 노인은 아직 반응도 하기전에, 주먹에 습격을 당했다. 그는 마치 기차에 부딪힌 것처럼 느껴질 정도로 무거웠다.김신걸은 노인의 옷깃을 잡고, 비가 내리는 것처럼 주먹을 날렸다.노인은 전혀 반항할 능력이 없이, 맞고만 있었다.선혈이 사방으로 튀었다.옆에 있는 노파와 복돌은 놀라움에 비명을 질렀다. 정신을 차리고 앞으로 나가 도우려 했다.진선우와 경호원은 민첩하게 그들을 발로 차 버렸다.마을 사람들은 상황을 보고 앞으로 나가 포위 공격을 하려했다.진선우는 총을 꺼내고, 하늘을 향해 펑펑펑 세 발을 쏘았다.마을 사람들은 놀라서 머리를 감싸고 쪼그리고 앉았다.“여러분, 이 가족은 저희가 찾는 사람을 잡아 놓고 반항하려고 하니, 죽을 수밖에 없습니다. 만약 누가 사는 게 귀찮다면, 바로 총을 쏠 것입니다!”진선우는 목소리를 높였다.마을 사람들은 얼굴에 두려움이 가득했지만, 누구도 감히 먼저 앞으로 나오지 못했다.어떤 사람이 대담하게 말했다.“사람은 데려가면 되지. 우리는 막지도 않는데. 왜 사람을 다치게 해요?”진선우는 차갑게 웃었다.“우리 김 선생님의 아내가 어느 정도로 맞았는지 압니까?”마을 사람들은 무뚝뚝한 반응을 보이며, 자신의 행동을 별로 인식하지 못했다.진선우는 이런 외지고 낙후한 곳의 사람들은 무지하다는 것을 알았다.만약 무력으로 그들을 두려워하게 하지 않았다면, 보통 사람은 사람을 데려갈 수 없었을 것이다.난폭함에 휩싸인 김신걸은 이성을 잃은 듯 노파와 복돌이가 경호원에게 가로막혀 지나가지 못해 혼란을 일으킬 뻔한 마을 사람들을 외면했다.노인의 얼굴은 이미 산산조각이 났고, 이미 숨이 멎었다.김신걸은 그제야 폭행을 멈추었다. 그의 손과 몸에는 모두 피로 뒤덮였다
온몸이 상처투성이인 원유희를 본 송욱은 깜짝 놀랐다.그녀는 경험이 풍부한 의사로 이보다도 더 심각한 부상을 본 적이 있다.다만 다친 사람이 원유희라서 놀란 것이다. 그녀가 왜 이렇게 다쳤을까, 김신걸 말고 누가 감히 그녀를 건드릴 수 있겠는가.그러나 김신걸이 한 짓은 아닐 거다.원유희가 기억을 잃으니 분명 그가 한 것은 아닐 것이다.원유희가 수술실에 들어갈 때 김신걸은 강경히 말했다.“나 오래 못 기다려.”송욱은 그의 뜻을 알아채고 고개를 끄덕였다.“알겠습니다.”수술실의 문이 닫히자 김신걸은 밖에서 기다렸다.지난번의 이런 기다림은 원유희가 교통사고를 당했을 때였다.김신걸의 충혈된 눈은 아직 가시지 않아 보기에 너무 섬뜩해서 함부로 그에게 다가갈 수 없었다.소욱은 역시 김신걸을 오래 기다리게 하지 않았다. 원유희의 상처를 검사하고 치료를 시작했을 때 간호사에게 나가서 전하라고 했다.간호사는 밖으로 나가 몸을 곧게 펴고 말했다.“대표님, 사모님의 몸에 연조직이 수십 군데 손상되었고 갈비뼈 3개가 부러졌고 두개 내 출혈도 있습니다. 이건 모두 맞아서 다친 것입니다. 그중 두개 내 출혈이 너무 심각하여 상황을 보고 최소 침습술을 할 수도 있습니다. 사모님께서 무사할 것이라고 의사 선생님께서 전해주라고 했습니다.”말을 마친 후, 간호사는 수술실로 들어갔다.김신걸의 몸이 굳어져 허리를 굽히면 부러질 것만 같았다.눈의 충혈은 더욱 짙어져 피가 뚝뚝 떨어질 것만 같아 너무 섬뜩해 보였다.그는 주먹을 부들부들 떨며 참았다.온 마을의 사람들을 모두 죽인다 해도 화가 풀리지 않을 것 같았다.기다린 지 3시간 후, 송욱은 그제야 수술실에서 나와 마스크를 벗었다.“수술을 잘 마쳤습니다.”김신걸의 긴장하여 팽팽해진 몸이 비로소 풀렸다.“사모님께서 이렇게 부상을 심하게 당한 것을 본 적이 없어요, 멀 정한 곳이 몇 군데 없습니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모르겠네요, 깨어나시면 사모님의 심리 상태를 잘 돌봐야 합니다.”“알았어.”원유희는 VIP 병
멀지 않은 곳에 있던 임민정은 그들의 대화를 듣고 당황했다.‘원유희가 살아 있어? 그럴 수가, 하지만 죽었다면 대표님이 큰집사에게 옷을 챙기라고 시키지 않겠지. 설마…… 그렇게 크게 다쳤는데도 안 죽었다고?’임민정은 어리둥절해져 곧바로 방으로 가서 윤설에게 전화를 걸었다.윤설은 집에서 한가롭게 피아노를 치며 자신이 만든 곡에 취해 있었다.그때, 옆에 있던 핸드폰이 울리기 시작했다.그녀는 연주를 멈추고 핸드폰을 보았다. 전화 온 사람이 임민정이라는 것을 보고 불안해지기 시작했다.임민정의 말을 들은 그녀의 얼굴빛은 순간 어두워졌고 피아노를 내리쳤다.“뭐? 이미 죽었다며? 직접 물에 빠진 걸 봤다며! 너 설마 돈 뜯으려고 나한테 사기친 거야?”“아니에요. 정말 빠진 걸 보고 갔어요, 저…… 저도 그녀가 왜 살아있는지 몰라요, 제가 잘못 들었을 수도 있어요.”임민정은 의심하였다.“그럴 리가 없어, 만약 원유희가 죽었다면 신걸이가 전화하지 않았을 거야. 원유희가 구사일생으로 살아난 가능성이 커.”윤설은 화가 나서 가슴이 터질 것 같았다.핸드폰을 바닥에 던진 후 피아노 앞에 앉아 건반을 힘껏 두드렸다.‘왜 살아있어! 어떻게 해야 죽일 수 있지!’믿기지가 않는 그녀는 직접 가 보려고 했다. 어쩌면 이미 죽었는데 그 전화는 그냥 김신걸의 속임수 일 수도 있다.그런데 어떻게 가지?원유희는 지금쯤 병원에 있을 텐데, 지금 가면 김신걸은 분명 의심할 것이다.그녀는 애써 침착했다. 원유희가 죽지 않은 한 그녀에게 질 수 없다.해림은 옷을 들고 병실로 들어가자 침대에 앉아 있는 김신걸과 평온하게 잠든 원유희를 보았다.옷을 입고 이불을 덮고 있어 부상당한 정도는 알 수 없지만 부은 얼굴은 맞은 것 같았다. 원유희가 사라진 며칠 동안, 도대체 무슨 일이 생겼는지 짐작이 가지 않는다.해림은 하녀에게 옷과 세면도구를 캐비닛에 넣으라고 시킨 후 김신걸의 물건을 정리해 놓았다.전에도 그랬듯이 원유희가 퇴원하지 않는다면 김신걸도 분명 가지 않을 것이다.집
병원의 요리가 어전원보다 못해 해림은 매일 하루 세 끼를 챙겨왔다.매일 원유희의 상태를 지켜보았고 김신걸의 기분이 점점 가라앉는 것도 보았다.병실에 들어가면 마치 얼음 창고에 들어간 것처럼 한기가 뻬여 사무친다.해림은 김실걸에게 물어볼 용기가 없어 송욱에게 다가갔다.“사모님은 어떻게 된 겁니까? 왜 아직도 안 깨나요?”“제가 더 급해요.”“알아요, 사모님을 담당하는 의사로서 부담이 크다는 것을 알고 있어요.”해림은 충분히 그녀를 이해했다.“신체적으로는 별문제 없는데 뇌에 큰 부상을 입에서 깨어나지 못하는 거 같아요. 사모님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모르겠 어요, 다만 병원으로 올 때 오랫동안 폭행을 당한 것 같았어요.”“네?”해림은 크게 놀랐다.“누가 감히…….”“제가 어찌 감히 대표님께 묻겠습니까, 아미 누군가가 사모님을 잡아서 학대한 것 같아요.”해림은 무겁게 한숨을 쉬었다.‘무슨 일이 없었으면 사모님은 분명 아이들을 버리고 도망가지 않았을 거다.’해림이가 떠난 후, 송욱은 병실 앞에 서서 생각에 잠겼다.한참을 생각한 후에야 문을 두드리고 들어갔다.송욱은 또다시 원유희에게 전신 검사를 했다. 얼굴의 붓기는 진작에 가라앉았고 멍든 곳도 옆어졌으며 머리의 상처도 잘 회복되었다.“기억이 다시 돌아오겠지?”김신걸은 갑자기 말했다.송욱은 예전에 원유희가 기억을 잃었을 때의 모습을 떠올렸다. 분명 아무런 문제가 없는데 의식은 돌아오지 않았다. 확실히 지난번보다 빨리 깨어나지 않을 것이다.원유희의 기억이 회복되면 그녀는 더 이상 오직 김신걸만 의지하는 소녀가 아닐 것이다.순간, 기억 회복이 좋은 건지 나쁜 건지 몰랐다.송욱은 김신걸의 눈치를 살폈지만 그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이런 경우…… 아마 그럴 거 같네요.”“최면을 걸 수 있어?”이 말을 들은 송욱은 충격을 받아 굳어졌다.김신걸은 그녀에게 최면을 걸어 기억이 회복되지 않게 하고 싶었다. 이런 집착은 너무 무서웠다.“할 수 있지만 사모님은
육성현은 흠칫 놀랐다. 그러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내가 누구를 죽였다고 그래? 혜정아, 다 오해야. 나 지금 다 고쳤어. 진짜야, 어서 내려와. 물만두가 식겠다.”“오지 마!”엄혜정은 감정이 격해져서 소리쳤다.“다가오면 뛰어내릴 거라고 얘기했어!”“그래, 안 갈게.”육성현은 감히 다가가지 못했다.“혜정아, 진짜야. 난 사람을 죽이지 않았어. 우선 먼저 내려와. 내려오면 내가 다 설명해 줄게. 다 오해야.”“사실 처음부터 수상하다고 생각했어. 그냥 유희의 말이 날 깨닫게 했을 뿐이야.”엄혜정은 눈물이 그렁그렁했지만 눈물을 흘리지는 않았다. 그녀는 육성현을 바라보면서 얘기했다.“근데 나 지금 다 알게 됐어. 증거는 없지만 넌 김하준이잖아. 난 적어도 아이를 위해서 네가 달라질 거라 기대했어. 근데, 넌 어떻게 네 아이의 외할머니랑 외할아버지를 죽일 수 있어? 김하준, 넌 도대체 정체가 뭐야? 세상에 어떻게 너 같은 괴물이 다 존재해?”“혜정아, 내려와서 천천히 얘기하자, 응? 거긴 너무 위험해.”“제일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이 죽은 기분을 모르지? 너도 한번 느껴봐야 해.”엄혜정은 떨어지는 눈물과 함께 베란다에서 뛰어내렸다.“안돼!”육성현은 고함을 지르며 달려갔다. 하지만 엄혜정의 옷자락도 미처 잡지 못했다.그는 엄혜정이 바닥에 떨어지는 것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고, 그녀의 몸에서 피가 흘러나오는 것을 목격하게 되었다.밑에 서 있던 하인 중 그 누구도 엄혜정을 받아내지 못했다.“다 죽일 거야!”육성현은 미친 듯이 달려갔고, 눈에 거슬리는 하인들을 모조리 걷어차 버렸다. 그는 엄혜정 옆으로 기어가 부드럽게 그녀를 품에 안았다.“혜정아, 혜정아. 병원에 데려다줄게. 아무 일도 없을 거야!”엄혜정은 눈을 떴다. 그녀의 머리는 피투성이가 되었고, 초점이 점차 사라지는 눈으로 육성현을 바라보았다.“김하준, 다음 생이 있다면, 난 다시는 널 만나지 않을 거야…….”이렇게 한마디만 남기고 엄혜정은 숨을 끊게 되었다.“그래, 만나지 마,
퇴원한 후, 엄혜정은 방에 혼자 남았을 때 원유희에게 연락했다.“유희야, 괜찮아? 김명화가 널 납치했다고 들었는데, 구출됐다고?”“응, 괜찮아. 지금은 집에 도착했어.”“다행이다.”원유희는 그녀의 정서가 이상하다는 것을 눈치채고 물었다.“왜 그래? 기분이 안 좋아?”“부모님이 돌아가신 일 말이야. 나 다 알게 됐어.”원유희는 순간 멈칫했다.‘다 알았다고?’“미안해 혜정아, 숨기는 게 아니었는데.”“괜찮아, 나랑 아이를 생각해서 숨긴 거잖아.”엄혜정은 잠시 멈췄다가 다시 물었다.“네가 김명화를 죽였어?”“아니. 그날에 크루즈에서 김명화가 도망쳤거든. 우리가 김명화를 찾았을 땐 이미 주검으로 됐어. 그 주검도 바다에서 건져낸 거야.”“육성현도 있었지?”“응, 얘기해줬어?”엄혜정은 덤덤하게 물었다.“육성현을 의심해 보지 않았어?”원유희는 흠칫했고 아무런 얘기도 할 수가 없었다.“김명화를 죽인 사람, 그리고 우리 부모님을 죽인 사람 말이야…….”“그럴 리가?”원유희는 당황했다. 그녀는 엄혜정이 왜 육성현을 의심하게 됐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무슨 단서라도 발견한 거야? 아니면 그렇게 복잡하게 생각하지 마.”“유희야, 저 사람 진짜 육성현이 아니잖아. 김하준이라고. 나 그 사람 잘 알아.”엄혜정은 목이 메였지만 울먹이면서 끝까지 말했다.“난 그 사람 고칠 줄 알았어, 적어도 아이를 위해서…….”“혜정아, 아직 조사하고 있어.”“그럼 너희들도 육성현을 의심하고 있다는 얘기잖아, 맞지?”“오해일 수도 있어.”“오해일 리가 없어.”엄혜정은 말을 마치고 바로 전화를 끊었다. 원유희가 다시 전화를 걸어오자 그녀는 아예 핸드폰을 꺼버렸다.그리고 시체처럼 무기력하게 아래층으로 내려갔다.엄혜정은 서재에서 나온 육성현을 보면서 얘기했다.“나 물만두 먹고 싶은데, 사다 줄래? 예전에 빈민가에서 자주 사주던 물만두 말이야.”“그래.”육성현은 엄혜정의 머리를 어루만지며 말했다.“먼저 우유 좀 마시고 있어. 금방 갔다 올게.”
육성현은 엄혜정을 끌어안았다.“김명화가 죽었대. 복수한 셈이나 마찬가지야. 그러니까 네가 무사히 지내야 장인어른 장모님이 안심하시지 않겠어? 침착해.”엄혜정은 울면서 그의 품에 쓰러졌다.그러고는 배가 간간이 쑤시자, 엄혜정의 얼굴은 하얗게 질렀다.육성현은 그녀의 상황을 바로 눈치채고 기사에게 소리쳤다.“얼른 병원으로 가!”“얼른!”염민우도 재촉했다. 그는 얼른 엄혜정의 손을 잡았는데, 그녀의 손이 얼음처럼 차갑다는 것을 발견했다.“누나, 아직 나도 있잖아. 그러니까 아무 일도 생기면 안 돼. 누나, 꼭 버텨줘.”엄혜정은 눈에 눈물을 머금고 그를 보고 있었다.그녀는 마음이 몹시 괴로웠고, 도저히 납득할 수가 없었다.‘난 부모님을 가질 자격이 없는 걸까……?’엄혜정이 깨어났을 때 그녀는 이미 병원에 있었다. 깨어나자마자 그녀는 무의식적으로 배를 만졌다.육성현은 그녀의 손을 잡았다.“지금 안정을 취해야 한대.”엄혜정은 주위를 둘러보았다.“민우는?”“밖에 있어. 너무 걱정되서 안절부절못하고 있어.”엄혜정은 육성현의 손에서 자기 손을 뺐다.“두 사람 너무해. 이렇게 큰일을 어떻게 나한테 숨길 수가 있어? 평생 숨길 수 있을 거라 생각했어? 육성현, 우리 부모님의 목소리를 합성해서 나랑 통화하게 했어? 네 아이디어지? 넌 아이를 위해서라면 뭐든지 다 할 수 있잖아!”“혜정아, 어차피 일은 벌어졌고, 너한테 알려준다고 해서 달라질 건 없어. 네 옆에는 나랑 아이가 있고, 민우에게 남은 가족이라곤 너밖에 없어. 너한테도 무슨 일이 생기면, 민우는 더 고통스러워질 거야.”엄혜정은 말을 하지 않았고, 눈물이 그렁그렁했다.엄혜정도 염민우가 더 고통스러워질 것을 잘 알고 있었다.그때 엄혜정은 염민우가 갑자기 엄청나게 말라갔던 것이 생각이났다. 엄혜정은 염민우의 일이 바쁜 줄로만 생각했는데, 이제야 그때 부모님이 돌아가셨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염민우는 모든 것을 혼자 감당하고 있었다.“울지 마. 의사가 지금은 안정을 찾아야 한다고 했어.”
“알았어요…….”염민우는 고개를 들었다. 그러다가 입구에 서 있는 엄혜정을 보고 깜짝 놀랐다.“누…… 누나. 여긴 어쩐 일이야?”엄혜정은 멍하니 거기에 서서 염민우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방금 얘기하고 있던 사람을 봤다.“하늘나라라뇨? 저희 부모님이 왜 하늘나라에 계셔요?”“아니야, 다른 사람의 얘기를 하고 있었어.”엄혜정은 두 사람의 얼굴에서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것을 발견했다.그녀는 똑똑히 들었다. 엄혜정은 얼굴이 하얗게 질렸고, 다급하게 핸드폰을 찾았다.핸드폰을 못 찾자 바로 차로 뛰어갔다.“누나!”염민우는 엄혜정을 쫓아갔다.“뭐 하려고 그래?”“엄마 아빠한테 전화할 거야.”“지금 여행 중이시니까, 방해하지 않는 게 좋지 않을까?”엄혜정은 그를 보면서 물었다.“사실대로 얘기해줘. 엄마 아빠 왜 아직도 돌아오시지 않은 거야? 거짓말하지 마! 사실 줄곧 이상하다고 생각했어. 내가 임신했는데 엄마랑 아빠가 계속 안 오시는 게 말이 안 되잖아! 두 분 무슨 일이 생긴 거 맞지? 정말로…… 무슨 일이 생긴 거야?”염민우는 북받쳐 오르는 감정을 꾹 참고 말했다.“더 이상 묻지 마…….”“염민우! 계속 우물쭈물 얘기 안 하면, 나 이젠 널 안 봐!”염민우는 더 이상 숨길 수 없다는 것을 직감했다. ‘집에 오는 게 아니었어, 그나저나 아저씨는 왜 또 그런 허튼소리를 해서 참…….’“맞아, 누나 임신 3개월쯤 되었을 때, 누군가에 의해 살해당하셨어.”엄혜정은 몸이 휘청거렸다. 염민우는 바로 그녀를 부축했다.“침착해요! 엄마랑 아빠는 누나가 무사하기를 원하셨을 거야. 난 누나가 못 받아들일 것 같아서 장례식 때 일부러 알려주지 않았어.”엄혜정의 눈에서 눈물이 주룩주룩 흘러내렸다. 그녀는 믿을 수 없다는 듯이 염민우를 바라보았다.“너 이러고도 내 친동생이 맞아? 어떻게 안 알려줄 수가 있어! 아기만 중요하고 부모님은 안 중요할 것 같아? 너…….”너무 충격 받은 엄혜정은 눈앞이 점점 캄캄해지더니 기절을 하고 말았다.“누나!”
육성현이 다가와 물었다.“유희야, 괜찮아?”원유희는 고개를 저었다.“너 안색이 안 좋은데, 왜 그래?”“김명화가 죽었어요.”김신걸이 얘기했다.“해독제는 찾았어요?”원유희는 다시 고개를 저었다.“아쉽네. 그럼 감염된 사람들은 우선 좀 참아야겠어.”원유희는 갑자기 뭐가 생각나 바로 김신걸을 밀쳤다.“날 만지지 마!”육성현은 그제야 원유희의 볼 아래의 병변 부위를 발견했다.“유희야, 김명화가 너한테도 독을 썼어?”김신걸은 미간을 찌푸렸다.“상관없어.”“안돼. 우리 둘다 아이들하고 접촉하지 않으려 한다면 애들이 걱정할 거야.”원유희는 거절했다.김신걸은 줄곧 원유희와 스킨쉽이 있었다. 원유희는 그도 감염되지 않을까 걱정했다.“방금도 널 안았는데, 감염되면 진작에 감염됐어.”김신걸이 말했다.원유희는 그래도 싫었다.“아니, 그래도 만지지 마.”해독제도 못 가진 상황에 김명화는 의문스럽게 죽었다. ‘여기 김명화를 죽이려고 한 사람이 있었단 말이지?’김신걸은 김명화를 죽이라는 명령을 내리지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그의 시체를 바다에 던질 일은 더더욱 없었다.그럼 분명 다른 사람이 한 짓이었다.‘무슨 목적으로? 김신걸도 감염되면 배후의 사람을 어떻게 잡아내지?’‘다른 조직의 사람도 이곳에 숨어 있을지도 몰라.’원유희는 말을 하지 않았다.“내려가자.”김신걸은 원유희의 말대로 몸에 손을 대지 않았다. 원유희가 또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자신을 떠날까 봐서 걱정이었다. 김신걸은 더 이상 그런 고통을 견딜 수 없었다.원유희는 김신걸을 따라 떠났다.육성현은 먼 곳에 있는 김명화의 시체를 봤다. 그리고 그가 죽은 것을 확인하고 떠났다.이제 아무도 김명화를 죽인 사람이 육성현이라는 것을 모를 것이다.엄혜정은 이미 임신 5개월 차에 접어들었다. 지금 어떠한 사고도 있어서는 안 되었다.육성현은 잠깐 해독제가 없더라도 괜찮다고 생각했다. 아이를 낳은 후 다시 생각하려 했다.엄혜정은 소파에 앉아 과일을 먹고 있었다.배는 이미 많이 나
김명화의 말이 끝나자마자 뒤에서 인기척이 들려왔다.진선우는 킬러들과 격투하고 있었고, 매번 그들의 치명적인 곳을 공격했다.진선우가 실력이 없었다면, 킬러들은 진작에 그를 해결했을 것이다.김명화는 무엇을 깨닫고 손을 돌려 원유희를 잡으려 했다.원유희는 후퇴하는 동시에 다른 힘에 의해 품에 안겼다.“이거 놔!”원유희는 낯선 남자인 줄 알고 발버둥 치려 했다.“유희야.”원유희는 멍하니 고개를 돌렸고, 익숙한 얼굴을 보자 아주 기뻤다.“김신걸?”“나야.”김명화는 서로 애틋한 두 사람을 보자 화가 더 났다.“원유희, 역시 김신걸에게 단서를 남긴 사람, 너였어.”김명화는 어두운 표정을 지었다.“그쪽이 너무 방심한 탓이죠.”‘내가 예전에 김신걸의 곁에서 도망치려고 했던 일이 김명화에게 착각을 준 거야?’“왜, 날 죽이려고? 네까짓 게?”김명화는 말을 마치고 몸을 돌려 다른 출구로 달려갔다.하지만 경호원들은 이미 그곳에 서서 그를 막았다.김명화는 총을 꺼내 쏘자, 한 경호원은 바닥에 쓰러졌고, 다른 경호원은 얼른 옆으로 비켜 숨었다.일반인들은 그 출구를 포기했을 것이다. 김신걸의 사람들이 숨어있었기에, 그 출구는 아주 위험했다.하지만 김명화는 기어코 사격을 하면서 길을 텄다.안에 숨어 있던 경호원들은 피하면서 반격할 수밖에 없었다.경호원들의 반격에 김명화는 하마터면 맞을 뻔했다. 그러다가 몇발 더 쏘고는 바로 달렸다.김명화는 크루즈에 오래 있었다. 하여 갓 크루즈에 올라온 김신걸의 사람들보다 이곳을 훨씬 더 잘 알았다.몇 개의 모퉁이를 돌면 은폐하기 적합한 곳에 도착할 수 있었다.김명화는 다시 부하들에게 연락했지만 전화를 받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그제야 김명화는 김신걸의 사람들이 진작에 올라왔고, 자기 쪽 부하들은 아마 얼마 남지 않은 것을 깨닫게 되었다.도망치지 못한다면 김신걸에게 잡힐 것이 뻔했다.김명화는 죽어도 김신걸에게 잡히고 싶지 않았다.그러다가 갑자기 한 사람의 인기척이 났다. 김명화는 본능적으로 총을 들었다
원유희는 지금 약 때문에 힘을 쓸 수 없는 상황이었고, 크루즈 곳곳에는 CCTV가 있었다. 방에 들어올 때, 그 윗부분에 CCTV가 하나 있었다. 그래서 한밤중에 몰래 뭔가를 찾아보는 건 아예 불가능했다.김명화는 일찌감치 그녀가 아무것도 할 수 없도록 만들었다. 하지만 원유희는 떠나기 전에 김신걸에게 단서를 남겨주었기에 그가 곧 이곳을 찾아올 거라 믿었다.다만 김신걸의 속도가 이렇게 빠를 거라 예상하지 못했다.날이 밝는 무렵, 원유희는 헬리콥터 소리를 들었다.이어 문이 펑 하고 열렸고, 원유희는 반응하기도 전에 멱살이 잡혔다.“연락을 어떻게 한 거야?”말을 마치고 원유희의 몸을 수색하려 했다.“아! 미쳤어요? 나 핸드폰 없어요!”“김신걸이 왔다고 널 데려갈 수 있다고 생각해? 죽어서 지옥에 내려가더라도 널 끌고 갈 거야. 가자!”“아니…….”원유희는 힘 없이 밖으로 끌려 나갔다.김명화는 원유희를 다른 방으로 보냈다.“우린 여기서 김신걸이 올 때까지 기다리면 돼.”원유희는 고개를 들어봤다. 입구에는 많은 폭탄이 놓여있었다.그걸로 부족한지 김명화는 원유희의 몸에 폭탄을 묶었다.“미쳤어요?”김명화는 원유희의 얼굴을 꽉 쥐었다.“김신걸이 널 어떻게 구할지 구경이나 하려고 그런다.”원유희는 마음이 매우 불안했다.‘김신걸이 왜 이렇게 왔을까? 너무 눈에 띄잖아.’다시 들어보니 이미 헬리콥터 소리가 나지 않았고, 밖에는 다른 인기척도 없었다.한 남자가 와서 말했다.“헬리콥터가 지나갔어요. 그냥 순찰하다가 지난 것 같아요.”김명화는 멍하니 서 있었다.원유희는 그를 비웃었다.“저 소리에 이렇게까지 놀랐단 말이에요?”“닥쳐!”김명화의 표정은 엄청나게 나빴다.“난 신걸이랑 아이들이 감염되는 거 보고 싶지 않아요. 그래서 연락하지 않을 거고요. 배고픈데 이 폭탄들이나 좀 뜯어줄래요?”김명화가 경각심을 낮추었을 때, 크루즈 밑에서 잠수하던 사람들이 갑자기 튀어나왔다. 10명 좌우로 보이는 사람들은 갈고리를 가드레일에 던지고 밧
원유희는 그를 상대하고 싶지 않았다.김명화가 갑자기 뒤에서 무슨 짓을 할까 봐, 원유희는 그를 등지고 누울 수가 없었다.“너 기억나? 어릴 때 김신걸이 널 괴롭히면 넌 우리 집에 달려와서 내 침대에서 잤잖아.”“기억 안 나요.”“기억하는 거 다 알아. 난 그때 정말 널 도와주고 싶었어.”원유희는 그가 한 말이 사실이라는 것을 알고 반박하지 않았다.그녀는 천장을 쳐다보며 말했다.“이전의 김명화는 이미 죽었다고 생각해요.”김명화의 표정은 어두워졌다.“우리 예전으로 돌아갈 수 없는 거야?”“내가 제일 아끼는 사람을 죽이고, 어떻게 이런 말을 할 수 있죠? 죽어서 사죄해도 모자랄 판에!”원유희는 지금의 김명화를 조금도 동정하지 않았다.“아무리 유년 시절이 불행해도, 다른 사람의 고통을 낙으로 삼으면 안 되죠!”“정말 고상한 척하네. 김신걸은 사람은 죽인 적이 없대? 육성현은 없대? 왜 걔네들이 사람을 죽인건 용서하면서, 난 용서하지 못하는 건데? 그 사람은 네 남편이고 네 가족이니까? 비겁하고 이기적인 건 너도 마찬가지야.”“참, 너도 사람을 죽였잖아. 네가 죽인 사람도 누군가의 아버지고, 누군가의 아들이야.”원유희는 기분이 착잡해졌고,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김명화는 원유희의 반응을 보고 가볍게 웃었다.“그러니까 너무 많이 생각하지 마. 그냥 쉽게 쉽게, 편하게 살자.”“이렇게 예전의 저질렀던 일을 합리화하려는 거예요? 그리고 그 명분으로 더 많은 사람을 죽이려고요?”원유희는 김명화를 바라보면서 물었다.“당신을 용서하기 싫은 거 아니에요. 근데 지금까지 자기의 잘못도 모르는 사람을 어떻게 용서해요? 차라리 해독제를 그냥 줘요. 시장에 유통하지 말고요. 그러면 예전에 있었던 일은 없던 거로 할게요.”“정말?”김명화는 원유희를 보면서 물었다.“물론이죠.”원유희는 김명화의 말처럼 깊이 생각하지 않고, 아무렇지 않게 대답을 했다.미래의 일은 그 누구도 알 수 없었다.“그래. 해독제를 줄 수 있어. 근데 대신 넌 나랑 평생 같이
“밥 안 먹으면 너만 손해야.”김명화는 그녀가 꼼짝도 하지 않는 것을 보고 말했다.‘맞네, 아무 것도 먹지 않으면 무슨 힘으로 김명화를 상대하겠어?’잠시 후, 납득이 간 원유희는 젓가락을 들고 생선을 먹기 시작했다.김명화는 그녀가 고기를 입에 넣는 것을 보고 물었다.“어때?”“설마 그쪽이 한 거예요?”원유희는 귀찮다는 듯이 그를 한번 힐끗 쳐다봤다.“맞아, 내가 직접 했어.”‘이게 뭐 자랑할 일인가?’“수고했네요, 이런 일까지 해야 한다니.”“내가 힘들 것 같으면 같이 할까?”“할 줄 모르는데요.”“정말 상전 팔자구먼.”김명화는 원유희를 사랑스럽다는 듯이 바라봤다.원유희는 김명화가 미쳤다고 생각했다. 원유희는 김명화가 자신을 괴롭히고, 김신걸에게 모욕을 주기 위해 이곳에 데려온 줄로 알았다.근데 직접 밥도 해줄 거라는 것은 생각하지 못했다.“설마 요리에 무슨 수작을 부린 거 아니죠?”원유희는 젓가락을 멈추었다.김명화는 손에 있는 젓가락을 흔들었다.“나도 먹고 있잖아.”“먼저 해독제를 먹었겠죠.”“그런 거 아니야.”“그럼 내가 묻힌 진물은? 그건 어떻게 해결한 거죠?”원유희가 물었다.“해독제가 있으니까 괜찮은 거잖아요.”“해독제 가지고 싶어?”“줄 생각은 있고요?”“착하면 줄게.”원유희는 의심스러웠지만 말하지 않았다.어차피 금방 왔으니 당장 해독제를 받을 수는 없었다. 하여 원유희는 일단 참고 해독제를 발견하면 김명화를 바로 제압하는 것을 선택했다.밥을 다 먹고 나머지는 부하가 다 치웠다.“같이 샤워할까?”김명화가 물었다.원유희는 그를 차갑게 보며 말했다.“아니요. 먼저 씻어요.”원유희는 말을 마치고 몸을 돌려 욕실로 들어갔다.원유희는 자신의 감정을 가라앉히고 침착하자고 했다. ‘근데 자는 건 어떡하지? 정말로 같이 자야 해?’원유희는 침대를 봤다. 두 사람이 자고도 넉넉한 침대였고, 중간에 뭘 놓을 수도 있었다.김명화가 만약 자기 몸에 손을 대면 원유희는 같이 죽을 각오도 했다.10여 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