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강남을 보냈으니, 이제 류행풍의 거처를 정해야 했다.낙요가 말했다.“류행풍은 아직 상처가 덜 나았다. 주락, 우리와 천궐국에 가지 않겠다면 귀도로 돌아가라.”“류행풍을 데리고 산의 환경도 익히고, 상처를 요양하는 게 좋겠다.”주락은 고개를 끄덕였다.“그게 좋겠습니다!”말을 마친 주락은 고개를 돌려 류행풍을 보며 말했다.“귀도에 가서 요양이 끝나면 대결해 보는 게 어떻소?”류행풍도 흔쾌히 승낙했다.“좋소.”“그렇다면 이제 떠나자고.”주락은 곧바로 류행풍과 함께 귀도로 향했다.낙요는 계진과 강여를 데리고 천궐국으로 향하는 마차에 탔다.가는 길은 매우 순조로웠고, 풍경도 감상할 수 있었다.변경을 지나자, 낙요는 우선 만족에 들러 초원에 며칠 있으면서 강여, 계진 그리고 랑목과 함께 말을 탔다.만족은 랑목이 있어 매우 평화로웠다.7, 8일 후, 낙요 일행은 천궐국의 변경에 도착했다.천궐국에 도착하자마자, 낙요는 곧바로 송천초를 찾아 제월산장으로 향했다.제월산장은 어느덧 매우 시끌벅적해졌다.비록 타버린 흔적이 남아있었지만, 눈에 띌 정도는 아니었다.산장의 제자들은 일행을 데리고 송천초의 아버지를 뵈러 갔다.송천초의 아버지는 작은 정원에서 고양이를 데리고 놀고 있었다.“장주님, 손님이 오셨습니다. 아가씨를 찾으십니다.”이 말을 들은 송 어르신은 그제야 몸을 일으켰다. 그러나 낯선 얼굴인 걸 보자 곧바로 물었다.“누구시오?”“우리 사람은 아닌 것 같은데…”낙요는 가면을 벗었다.“어르신, 저 낙청연입니다.”제월산장은 모두 한집 식구와 같으니 낙요는 정체를 밝혔다.낙청연을 보자, 송 어르신은 깜짝 놀랐다.“청연이? 여국에서 대제사장을 하는 게 아니었냐? 어찌 돌아온 것이냐?”“천궐국에 가는 김에 들렀습니다. 천초는요?”송 어르신은 무릎을 탁치며 말했다.“며칠 전 산장을 떠나 약초를 찾으러 갔지 뭐냐. 그 초경과 같이 말이다.”이 말을 들은 낙요는 깜짝 놀라며 물었다.“그렇다면 언제 돌아오는지 아십니까?”송 어르
“이따가 저도 좀 사야겠습니다.”말을 마친 후 강여가 물었다.“사부님, 혹시 가는 길이 급합니까?”낙요는 고개를 저었다.“아니, 계양에 도착했으니 경도도 멀지 않았다.”“계양에 며칠 더 있어도 된다. 마침 오랜 벗도 만나야 하니.”이 말을 들은 강여는 매우 기뻐하며 말했다.“좋습니다!”“거리에 재밌는 것들이 가득하고, 먹을 것도 가득하니 다 먹어봐야겠습니다!”“우선 객잔을 찾아 묵읍시다!”낙요는 고개를 끄덕였다.계진은 곧바로 마차를 끌고 사람이 붐비지 않는 객잔을 찾았다.계양에는 외지인이 적었고, 대부분 유람 목적 아니면 상인이었다.하여 객잔 앞에는 늘 사람이 붐볐다.방이 없을까 봐 걱정된 일행은 문 앞에 사람이 적은 객잔을 찾았다.세 사람은 곧바로 객잔에 들어갔다.그러자 장궤가 열정적으로 맞이했다.“손님, 객잔에 머무시는 겁니까?”계진은 은전을 꺼냈다.“세 명이오.”“예. 밥이나 차는 필요합니까?”낙요가 답했다.“일단은 필요 없습니다.”낙요는 우선 객잔을 잡고 계진, 강여와 함께 주루에서 밥을 먹으려고 했다.장궤는 곧바로 열쇠를 들고 일행을 위층으로 데려가려고 했다.그러나 바로 그때, 객잔 밖에 또 한 무리가 들어왔다. 상인 같았으며, 앞에 선 낭자는 화려하지만 단정한 차림에 허리춤에 금실로 감아진 긴 채찍을 차고 있었다.딱 봐도 돈이 많아 보였다.“장궤, 객잔의 남은 방은 우리가 다 맡겠소.”그 낭자는 일행을 보지도 않고 위로 올라갔다.장궤는 그 모습을 보자 바로 승낙했다.“위층으로 모시겠습니다! 방은 넉넉합니다!”말을 마친 후, 장궤는 곧바로 돌아와 계진이 준 은전을 돌려주었다.“방이 없으니 다른 객잔에 가시오.”일행은 미간을 찌푸렸다.강여는 분노하며 외쳤다.“우리가 먼저 왔는데 어찌 방을 다 저자들에게 주는 겁니까?! 우리가 돈을 못 주는 것도 아니고!”강여가 외치자, 객잔에 들어선 사람들은 모두 고개를 돌려 일행을 쳐다보았다.방금 계단으로 올라가던 여인은 고개를 돌리더니 경멸하듯 가볍게
“한판 붙자는 겁니까? 우리가 무서워할 줄 압니까?!”강여는 서늘한 어투로 말했다.양측은 일촉즉발의 상황으로, 한판 붙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았다.그중 몇몇은 곧바로 일행을 둘러쌓고, 일행은 거리에 몰려 객잔 앞에서 싸우기 시작했다.낙요는 움직이지 않았다. 상대편의 여인도 움직이지 않았기 때문이다.부하들은 강여와 계진을 이길 리가 없었지만, 그들의 싸움에 구경꾼이 많이 몰려왔다.“태봉 상회 사람들과 싸움이 붙다니, 정말 간이 부었구먼! 태봉 상회를 도발하는 자는 처음일세.”“그러니까 말이야. 계양에서 이렇게 행패를 부리다니, 태봉 상회가 혼쭐을 내줘야 한다니까!”구경꾼들은 이유를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거의 다 태봉 상회를 응원했다.낙요는 태봉 상회가 이렇게까지 명성이 높을 줄은 상상도 못 했다.태봉 상회의 사람들이 쓰러지자, 인파 속에서 성토까지 들려왔다.“감히 계양에서 싸움을 하디니, 당장 나가라!”“나가라!”“망나니는 계양에서 나가라!”강여는 싸움을 멈추고 화가 나 반박했다.“저자들이 우리 방을 뺏은 거요! 분명 우리가 먼저 왔소! 어찌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사람을 욕하는 거요?!”하지만 행인들은 여전히 태봉 상회 편이었다.“외지인 주제에 율법을 모르면 가만히 있을 것이지. 우리 계양에서 태봉 상회 사람이라면 무조건 양보해야 하오!”“객잔에 머물겠다고 하면 양보해야 한다고! 알기나 하고 이러는 거요?!”낙요는 미간을 찌푸린 채 차가운 목소리로 답했다.“우리가 먼저 왔으니 방은 우리의 것이오.”“당신들이 양보하는 건 당신들 선택이지만, 우리는 아니오!”그러나 낙요의 말은 더욱 거센 비난만 가져왔다.사람들은 일행을 에워싸고 마구 떠들어댔다.허리춤에 채찍을 찬 여인은 두 손을 팔짱 낀 채 흥미로운 듯 일행을 바라보았다.“참, 아무것도 모르면 가만히 있을 것이지.”“당신들에게 시비를 걸고 싶진 않았는데, 여기 백성들은 그럴 생각이 아닌가 보오.”“교훈으로 생각하고 받아들이시오.”“앞으로 다른 사람 구역에서는 건방지
낙요는 진지하게 답했다.“낙랑랑입니다.”“여기에서 향분을 파는 여 장궤.”이 말을 들은 낙운희는 깜짝 놀랐다.“낙랑랑을 찾습니까? 제 언니입니다!”낙운희는 궁금한 듯 물었다.“저희 언니와 아는 사이입니까?”“낭자, 성함이 무엇입니까? 언니가 저에게 말한 적이 있을 수도 있으니 말입니다.”낙운희는 그들을 곧바로 집에 데려간 것이 아니라 몇 마디 더 물어보았다.필경 이 사람들은 생전 처음 만나는 사람들이니 말이다.낙요는 의미심장하게 답했다.“낙청연입니다.”이 말을 들은 낙운희는 얼굴에 미소가 사라지고 제 자리에 굳어 깜짝 놀란 듯 낙요를 바라보았다.“낙… 청연?”낙운희는 깜짝 놀란 얼굴이었으나, 여전히 의심을 품고 있었다.낙요는 그제야 낙운희가 지금 자신의 모습을 한 번도 보지 못했다는 게 떠올랐다.그러니 가면을 벗어도 알아보지 못할 것이다.잠시 생각한 후, 낙요는 둘만 아는 암호를 말했다.“철추.”이 말을 들은 낙운희는 깜짝 놀라 눈시울을 붉히며 낙요를 꽉 안았다.“정말 언니입니까?!”“어찌 말도 없이 온 겁니까?!”“너무 보고 싶었습니다!”낙요는 낙운희의 품에 꽉 안겨 숨이 쉬어지지 않았다.“그만, 이제 앉아서 천천히 얘기하자꾸나!”강여와 계진도 깜짝 놀랐다.이분이 바로 낙요가 찾는 친구라니.낙운희는 그제야 낙요를 품에서 놓아주며 급히 말했다.“갑시다, 집으로 갑시다!”“언니도 요즘 집에서 쉬고 있습니다.”“돌아왔다는 소식을 들으면 분명 기뻐할 겁니다!”그렇게 낙운희는 일행을 데리고 웅장한 낙부 문 앞으로 향했다.강여는 저도 모르게 감탄했다.“사부님, 이렇게 큰 저택을 두고 어찌 객잔에 머무는 겁니까?”낙운희도 말했다.“그러니까요. 계양에 왔으면 바로 저를 찾아왔어야지, 객잔에 가다니 말이 됩니까?”“하필이면 심영도 만나고 말이에요.”낙요는 궁금한 듯 물었다.“그러고 보니 궁금하네. 그 심영이라는 여인은 정체가 무엇이냐? 태봉 상회라는 이름은 처음이구나.”“앉아서 천천히 얘기해줄게요!”낙운
낙랑랑은 마음 아파하며 낙요를 바라보았다.낙요도 순간 눈시울을 붉혔다.“안 아픕니다.”“잠시 기억을 잃었을 뿐, 이제는 좋아졌습니다.”“랑랑 언니, 아이를 품었는데 너무 흥분하지 마세요.”배를 보니 얼마 지나지 않아 출산할 것 같은데, 너무 흥분하면 득이 될 게 없었다.낙랑랑은 그제야 눈물을 닦고 기뻐하며 말했다.“그래, 오느라 고생했는데 어서 앉거라.”“앉아서 천천히 이야기하자꾸나.”일행은 곧바로 정원에 앉았다.점심시간이 지나 낙운희는 다시 주루에서 반찬과 술을 시켰다.정원의 정자에는 차와 다과가 한가득 놓였다.강여는 향기를 맡고 군침을 흘렸다.“계양은 참으로 신기한 곳입니다. 떡에도 독특한 향이 나니 말입니다.”낙랑랑은 웃으며 말했다.“이 떡은 내가 아침에 한 것이오. 꽃을 가루로 만들어 넣어서 독특한 향이 나고, 달콤하면서도 느끼하지 않소. 한번 먹어보시오.”말을 마친 낙랑랑은 궁금한 듯 낙요에게 물었다.“이 낭자는…?”낙요는 곧바로 소개했다.“강여, 제 제자입니다.”“이분은 계진, 제 친구입니다.”“이번에는 둘과 함께 천궐국에 왔습니다.”낙랑랑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그래, 여국에서 친구라도 있으니 외롭진 않을 것이다. 이제야 마음이 놓이는구나.”낙요는 궁금한 듯 물었다.“랑랑 언니, 형부는 누구입니까?”낙랑랑이 혼인을 한 것도 몰랐는데, 곧 태어날 아이까지 품었다니.낙운희는 웃으며 답했다.“아는 사람이다. 범영현.”이 말을 들은 낙요는 멈칫했다.범영현이라니.“그 사람이군요. 둘이 함께하느라 고생이 많았지요?”필경 낙랑랑은 범영현의 형수였다.세속의 시선은 그들이 넘어야 할 가장 큰 산이었을 것이다.하지만 둘은 아랑곳하지 않고 함께 걸어왔다.낙랑랑은 웃으며 말했다.“쉽지 않았지만 괜찮았다.”“너와 부진환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지.”낙랑랑은 안타까운 어투로 말했다.낙운희는 곧바로 화제를 전환했다.“청연 언니, 여국에서 무슨 일이 있었습니까? 어서 얘기해주세요!”낙요는 반찬과 술이
“그들이 무엇으로 돈을 버는지는 모르겠으나 그들은 백성들을 위해 좋은 일을 많이 했어. 그래서 태풍상사는 계양에서 명성이 자자하지.”“그래서 태풍상사의 사람들은 계양성 안에서 모든 편의를 누릴 수 있고 방금 전 당신들이 말씀하신 대로 객잔에서도 돈을 받지 않습니다.”이 말을 들은 낙요는 저도 몰래 미간을 찌푸렸다. “그럼, 그들이 나타나서 풍도상회를 위협하지 않았습니까?”낙랑랑은 고개를 저었다. “그건 아니야.”“오히려 그들은 늘 우리를 도와줘.”“그들도 그들만의 상대가 있는데 도중에 우리의 상대를 만나면 우리와 동행도 하고 강도를 만나면 도와주기도 한다.”“예전에 날씨 때문에 상대가 지체되어 계양성에 약재가 부족했는데 그때도 태풍상회가 그들의 약재를 헐값에 우리에게 팔았어.”“그래서 급한 불을 끄게 되었어.”“우리 두 집 사이가 얼마나 좋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잘 지내는 편이고 계양에서 서로 돕는 사이다.”이 말을 듣고 낙요는 저도 몰래 약간 의아했다.하지만 또 이상했다.“도리대로 하면 그렇게 많이 도와줬으면 친하게 지내야 맞는데!”낙랑랑이 웃으며 말했다. “주요 문제는 내가 그들의 주인을 못 봤어.”“계양에서는 오늘 만났던 심녕이라는 분 밖에 본 적이 없다. 그분이 태풍상사의 둘째 주인이야.”“두목을 뵌 적이 없었기에 둘이 앉아서 이야기하며 사이를 좁힐 시간이 없었어.”강여는 저도 몰래 감탄했다. “이 심녕이라는 분은 정말 오만방자합니다. 태풍상사가 했다던 그 좋은 일을 심녕이 한 것 같지는 않습니다.”낙운희도 맞장구쳤다. “우리도 심녕을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심녕과 이야기할 게 없습니다.”“그래서 두 집 관계는 이 정도에 머물러 있고 더 깊어지지 않았습니다.”“제 생각에는 계책을 내놓는 사람은 태풍상사의 두목인 거 같은데 우리는 그 고인을 모를 뿐이죠.”“심녕은 오직 계양에서만 태풍상사를 관리합니다. 그녀는 태풍상사의 명성을 믿고 약간 오만방자합니다.”“그녀와 맞붙어 본 적이 있는데 실력도 괜찮은 편입
“그렇다면 당신들은 계양에서 좀 더 머물 수 있습니다.”이 말을 들은 낙요가 다급히 제지했다. “안 된다. 내가 이번에 일부러 의용까지 하고 온 원인은 바로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내가 경도에 그를 찾으러 가면 된다.”“그리고 나도 그렇게 빨리 계양을 떠나고 싶은 생각은 없다.”“시간을 보니 며칠 뒤 계양에 연등회가 있더구나. 연등회가 끝나면 경도로 출발하겠다.”낙운희는 고개를 끄덕이었다. “그래요. 다만 이번에 도대체 무슨 중요한 일로 오신 겁니까? 또한 왜 사람들에게 알려도 안 되는 겁니까?”낙요는 어떻게 해명해야 할지 몰라서 말했다. “부진환 옆에 위험한 사람이 있어. 만약 그 사람이 내가 왔다는 걸 알면 부지환의 목숨이 위태로워질 거야.”“그래서 내가 왔다는 소식이 조금도 새 나가서는 안 된다.”이 말을 들은 낙운희는 대충 뜻을 이해했다.“그런 거였군요.”“만약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지 저에게 말씀하십시오. 한 사람의 힘은 한계가 있지만 이렇게 많은 사람이 있으니, 그나마 도움이 될 겁니다.”낙요는 고개를 끄덕이었다. “그래.”낙부에서 저녁밥을 함께 먹었다.모두 한 상에 둘러앉아 분위기는 화기애애했다.낙랑랑은 임신 중이었기에 술을 마실 수 없었으므로 찻물로 대신했다.하지만 밥상 분위기에는 전혀 영향을 끼치지 않았다.저녁밥을 먹은 후 낙운희 말했다. “지금의 계양성은 대낮보다 밤이 더 시끌벅적합니다. 두 분은 계양에 처음 오셨으니, 제가 두 분을 모시고 밤에 하는 간식을 대접하러 가겠습니다.”“종류가 정말 많습니다.”강여는 듣더니 몹시 흥분했다. “좋아요, 좋아요.”그리하여 그들은 문을 나섰다.거리에 사람이 많은 관계로 낙랑랑과 범영현은 정원에 앉아 달 구경을 했다.지금의 계양성은 확실히 예전보단 시끌벅적했다.골목마다 노점들이었고 여러가지 신기한 물건들이 있었으며 거리에 나가면 돌아가고 싶지 않았다.“낮에 계양성에는 행상인들이 많아 노점을 차리는데 불편이 큽니다. 그래서 밤에 노점상들이 다
지초는 특별히 가게 문을 닫고 그들과 함께 성안의 곳곳을 돌아다녔다.오랜 시간이 흐르자, 모두 다소 약간 변화가 있었다.더욱 성숙해졌고 더욱 좋아졌다.그 후 며칠 동안 낙요는 매일 나가서 돌아다녔고 거의 계양성을 전부 다 구경했다.드디어 연등회 날이 다가왔다.날이 저물기도 전에, 거리에는 많은 등롱이 걸려 있었다.저녁 무렵, 노점상들이 전부 출동해 등롱을 걸었다.밤이 되자, 도시 전체의 꽃등에 일제히 불을 붙였고 마치 불꽃처럼 반짝반짝 눈부시게 빛났다.그 아름다움에 모두 감탄했다.성안에서 환호하는 소리가 들려왔고 연등회가 곧 시작되었다.“시끌벅적하구나.”강여는 이 눈부시게 빛나는 찬란한 빛에 홀려 눈이 부셨다.연등회에 사람이 많아서 범령현은 일부러 탑층을 빌렸다.그는 낙랑랑을 데리고 탑층에서 꽃등을 구경했다.처음에 낙운희는 그들과 함께 거리를 구경했다.하지만 걷다 보니 모두 흩어졌다.인파가 몰려오자, 낙요와 강여는 아예 따른 거리로 들어갔다.전방에 터져 나오는 환호성에 그들은 구경하러 달려갔다.전방 넓은 곳에 큰 무대를 설치하여 한 무리의 무희들이 무대에서 춤을 추고 있었다.찬란한 불빛 아래 몸의 은 장신구가 은은히 빛을 발했다.몸이 움직임에 따라 맑고 듣기 좋은 소리가 났다.한 곡을 다 춘 후였다.누군가 무대 위로 올라와서 벽에 등롱 열두 개를 걸었다.등롱 밑에서 옥패 크기의 화환이 있었다.그리고 이 열두 개의 등롱이 연결된 것은 위의 꽃무늬로 된 큰 공이었다.어떤 남자가 소개했다. “오늘 우리 백화루의 가장 큰 상품은 바로 이 꽃무늬로 된 공입니다.”“오늘 밤, 이 화구를 얻는 사람은 일 년 치의 향분을 얻을 수 있습니다. 12개월 동안 매달 다른 향입니다. 이것은 주인 낙랑랑이 직접 제조한 유일무이한 향입니다.”“그리고 일 년 이내, 매달 한 번씩 백화루에서 무료로 먹고 마실 수 있습니다.”이 말이 나오자, 군중들이 환호를 질렀다.이 상품은 정말 유혹적이었다.남자는 계속해서 소개했다. “규칙은 아주 간
“나는 더 이상 당신의 상대가 안 되오.”낙요는 고개를 돌려 바둑판을 보며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당신을 이기기 위해서가 아니라, 당신과 함께 바둑을 두며 답답함을 풀기 위해서요.”부진환은 바둑알을 하나하나 거두었다.낙요는 실눈을 뜨고 하늘을 바라보며 손을 뻗었다. 햇빛이 손가락 사이로 새어 나왔다.“그러고 보니, 나의 답답함을 풀 사람은 당신뿐이오.”“심시몽은 어의원의 심사를 통과하고 정식으로 어의원에 들어가게 되었소. 그리고 강소풍의 집안에서도 그들의 혼사를 승낙하여 두 사람은 곧 혼사를 올릴 것이오.”“갑자기 심면과 낙현책도 혼사를 올려야 하지 않겠느냐는 생각이 들었소.”부진환이 웃으며 말했다.“일찍이 혼인할 나이가 되었지만, 아이들도 조급해하지 않는데 왜 그렇게 걱정하오?”낙요가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여유롭게 말했다.“걱정하지 않소. 대소사를 모두 당신이 걱정하고 있지 않소? 초경의 수위가 있으니, 몇 년이 지나도록 용모가 변하지 않았소. ”“나 같으면 그렇게 걱정을 많이 했으니, 일찌감치 늙었을 것이오.”몇 년 동안 부진환은 그녀를 도와 적지 않은 조정의 일을 분담했다.그녀도 부진환의 동반에 습관이 되었다.갑자기 무언가 떠오른 낙요는 자리에서 일어나 부진환을 바라보며 손바닥에 턱을 괴고 물었다.“이 나이가 되니, 아이를 낳지 않은 것을 후회하오?”“걸을 수 없을 정도로 늙었을 때, 다른 사람의 자식들이 단란히 모여있는 것을 부러워할 것이오? ”부진환은 손에 든 물건을 내려놓고 진지하게 그녀를 보며 대답했다.“후회하지 않소.”“사람은 너무 욕심을 부려서는 안 되오.”“게다가 당신은 여제요. 당신이 늙었다고 해도 누가 감히 푸대접하겠소?”“당신이 조용히 지내는 것이 좋다고 하면 난 당신과 함께 있을 것이오. 초경의 수위로 늦게 늙는다고 하지 않았소? 앞으로 당신이 늙으면 내가 당신을 부축하고 업고 다닐 것이오.”낙요는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참 좋소.”이듬해 가을.심시몽은 강소풍과 혼사를 올렸고 어의원 5품
강소풍은 고개를 끄덕이다 다급히 고개를 저으며 어찌할 바를 몰랐다.“아니오. 그런 뜻이 아니오. 어머니께서는 마음에 들어 하셨소.”설명할수록 강소풍은 상황이 복잡해지는 것 같았다.심시몽은 어두운 표정을 지었지만, 여전히 그를 위로했다.“자네의 뜻을 알고 있소. 설명할 필요 없소.”“시몽... 미안하오! 하지만 나는 포기하지 않을 것이오. 방법을 강구하여 어머니에게 자네의 진정한 모습을 보여줄 것이오. 분명 어머니도 자네를 받아들일 것이오. ”그 말에 심시몽은 살짝 놀라 의아한 듯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보았다.“나와 헤어지려는 것이 아니었소?”심시몽은 강소풍이 특별히 그녀를 찾아와 이 일을 설명하는 것을 보고, 그녀와 연을 끊으려는 것이라고 생각했다.“아니요. 그럴 리가 있소.”“나는 단지 이전의 약속을 지킬 수 없을 뿐이오. 이번 달 안에 혼담을 꺼낼 수 없을 텐데, 나를 기다려줄 수 있소?”“말재주가 좋지 않아 대체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소. 어머니께서는 자네가 연약하고 힘없다고 생각하시오. 앞으로 내가 출정하면 자네가 홀로 집안을 지킬 텐데, 우리에게 좋지 않은 선택이라 생각하시오. ”이 말을 듣고 심시몽은 대충 뜻을 알아차렸다.“어머니께서는 문무를 겸비한 며느리를 원하고, 자네와 함께 전쟁터에 나가서 떨어져 있지 않아도 되기를 원하시오.”“나는 비록 무공을 할 줄 모르지만, 그래도 해낼 수 있소.”고개를 들어 올린 심시몽의 눈빛은 밝았다..강소풍은 놀라기도 했고 기쁘기도 했다.“정말이오? 여전히 나와 함께 있고 싶소? 포기하지 않을 것이오?”심시몽은 고개를 끄덕였다.“나를 위해 그렇게 많은 일을 했는데, 어찌 쉽게 포기할 수 있소? 자네가 포기하더라도 나는 포기하지 않을 것이오.”“강가는 장군 집안이라 분명 우리 언니와 같은 여인을 좋아할 것이오. 난 비록 언니와 비길 수 없지만 그래도 노력할 것이오.”“여제께서 나에게 약옥을 주었소. 만약 순 의원과 의술을 배울 수 있다면 어의원에 들어갈 기회가 있소.”“성공
이 말을 듣고 심시몽은 약간 의아해했다.“공주는 저를 탓하지 않습니까...”“그분은 공주시다. 천하를 품고 있는데, 어찌 네가 범한 작은 잘못을 추궁할 리 있냐?”“지금 너의 변화를 보면 공주도 더 이상 너를 탓하지 않을 것이다.”“하지만 차려야 할 예의는 없어서는 안 된다. 시간이 나면 공주에게 감사하다고 인사를 전하거라.”심시몽은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예. 내일 가겠습니다.”“저는 먼저 약옥을 넣고 의관에 가겠습니다.”심시몽은 기쁜 마음에 빠른 걸음으로 달려갔고, 의기양양한 분위기를 풍겼다. 조금도 방금의 의기소침함이 없었다.심면도 기뻤다.모두가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은 것 같다.하지만 그와 동시에, 강소풍이 집에서 어머니와 싸우고 있었다.“안 된다고 하면 안 되는 것이다! 너를 현학서원에 보내 양성하는 것도 앞으로 네가 큰 성과를 거둘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그러니 너도 마땅히 너와 어울릴 만한 부인을 얻어야 한다. 너와 전장을 누비며 적을 죽이는 그런 사람 말이다.”“힘없이 연약하게 집안에서 서방이 돌아오기를 손꼽아 기다리는 그런 평범한 아가씨는 안 된다.”“이전에 그 심시몽을 위해 집안의 빙천영지를 훔쳤고, 심지어 벌을 받고도 물건이 어디로 갔는지 말하려 하지 않았다. 난 그때부터 심시몽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그런데 지금 그 아이와 혼사를 올리려는 것이냐?”“말도 안 된다!”강부인은 단호한 태도로 조금도 말을 바꾸려 하지 않았다.강소풍은 내키지 않는 듯 반박했다.“심시몽이 평범하다니요? 어떻게 평범하다는 말입니까? 심시몽은 그저 무공이 부족할 뿐입니다. 세상 사람들이 모두 무예를 익혀야 하는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하물며 그녀의 언니는 이미 태자로 봉해졌습니다. 그러니 심시몽도 좋은 아가씨라는 것을 설명할 수 있지 않습니까?”강부인은 콧방귀를 뀌었다.“언니는 언니이고, 심시몽은 심시몽이다. 어찌 동일하게 논할 수 있겠냐?”“강가는 권세에 빌붙지 않고, 심시몽의 언니가 태자라는 것을 봐서 그녀를 맞이하려
“나중에 자네가 신의가 될지도 모르오.”심시몽이 웃으며 말했다.“자네의 좋은 말대로 되길 바라오.”모두 술을 마시며 음식을 먹고 있었다. 심면이 임계천에게 물었다.“자네는? 어디로 가고 싶소?”“나라에 보답할 수 있다면 어디든 좋소.”임계천이 담담하게 웃었다. 그는 특별히 가고 싶은 곳이 없었기에 그저 궁의 안배를 기다리고 있었다.다들 기분이 좋았고 투지가 넘치고 미래에 대한 동경으로 가득 차 있었다.술을 너무 늦은 시각까지 마셔서 그들은 심가에서 묵었다.오전이 되자, 각 집안의 하인들이 부랴부랴 사람을 찾아왔다. 몇 사람은 술에 취해 인사불성이 되었지만, 여전히 집으로 끌려갔다.궁에서 명을 받았기 때문이다.강소풍은 금군 기사영 통령으로 봉해져 도성과 황궁의 안위를 지키게 되었다.임계천은 형부로 전근되었다.소우청과 봉함선은 수주의 군영 부장군으로 명을 받았다.소우청의 행처는 그의 아버지 소진오가 좋은 경험을 하기를 바라며 부탁한 것이다.낙요는 봉함선이 여인이기에 그녀를 그렇게 멀고 험한 곳으로 보내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는 주동적으로 수주에 갈 것을 청구했다.봉함선이 말했다.“여국은 역대로 여 장군이 없었습니다. 저는 첫 번째 여장군이 되고 싶습니다.”“만약 힘들고 험한 곳이 아니라면 어찌 제가 포부를 발휘할 수 있겠습니까?”낙요는 그녀의 담력과 야심을 높이 사고 그녀의 청을 승낙했다.“나는 네가 여국의 첫 번째 여장군이 되기를 기대한다.”이들 외에 현학서원의 다른 학생들도 그들로 하여금 실력을 발휘할 수 있는 새로운 행선지를 얻었다.유독 심시몽에 대해, 낙요는 따로 안배를 해주지 않았다.백서가 걱정했다.“어찌 유독 심시몽만 얘기가 없으십니까? 심시몽이 알면 마음이 편치 않을 것입니다.”낙요가 웃었다.“아니다. 이미 심면을 시켜 심시몽에게 한가지 물건을 보냈다.”백서는 살짝 놀랐다.“일찍이 계획이 있으셨군요.”이때의 심시몽은 홀로 넋을 잃고 연못가에 앉아있었다. 그녀의 마음은 마치 흩날리는 낙엽처럼 어수
유생이 드디어 알아차렸다.“그랬구나. 내가 어찌 이걸 잊은 것이냐.”“난 정말 운이 좋은 것 같구나. 이렇게 운 좋게 제사장 자리를 주울 수 있으니.”심면이 답했다.“아닙니다. 전에 제가 청주 전쟁에서 조난했을 때, 제자들을 통솔해 적과 싸우지 않았습니까? 현책보다 능력이 훨씬 뛰어났습니다.”“사저가 소제사장이 되는 것이 가장 적합합니다.”이렇게 칭찬하는 것을 듣고 유생은 쑥스러워하며 낙현책을 힐긋 쳐다보았다.“네가 이렇게 말하면 낙현책이 기뻐하지 않을 것이다.”낙현책이 웃으며 답했다.“그녀가 말한 것은 내가 하고 싶은 말이다.”“너는 나보다 대제사장이 더 잘 어울린다.”“나는 무학에서 너보다 좀 나을 뿐이다. 정말 대제사장이 되려면 너보다 잘할지 모를 일이다.”“다만 제사장 일족의 심사에는 이런 것이 없었다.”“하물며 나도 대제사장이 될 생각을 한 적이 없다. 내가 하고 싶은 것은 단지 여제가 기뻐하기를 바랄 뿐이다.”이 말을 듣고 유생은 마음이 놓였다.“불쾌하지 않았다면 다행이구나. 권력과 지위 앞에서 네가 이런 결정을 내릴 수 있다니, 정말 대단하구나!”“한 잔 권하마!”유생이 술잔을 들었다.바로 이때, 갑자기 대문이 열렸고, 사람이 도착하기도 전에 먼저 목소리가 들렸다.“사람이 아직 도착하지 않았는데, 왜 벌써 마시는 것이오?”“우리를 기다리지 않는다니, 의리가 없소!”몇 사람이 고개를 돌려 바라보니, 강소풍과 임계천이 술병을 들고 오는 것이 보였다.“오늘 밤 다들 왔구나!”“자, 심면과 유생을 위해 한 잔 하세!”모두 자리에 앉아서 잔을 들어 함께 마셨다.그렇게 한참 마시다 보니 술에 취한 강소풍이 흥분한 듯 입을 열었다.“얼마 지나지 않아 심가에 겹경사가 닥칠 것이오.”모두 멍해졌다.강소풍은 낙현책과 심면을 바라보았다.“여제가 두 사람의 일을 인정했으니, 언제 혼사를 치르는 것이오?”심면은 갑자기 얼굴을 붉어지며 황급히 강소풍에게 술을 따라주었다.“술을 마셔도 자네의 입을 막지 못한 것이오?”
“저희가 어찌 가족입니까?”“50냥의 이득을 본 걸 후회한다면서요?”이 말이 나오자 다들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다.그들은 그제야 유생이 그날 밤 그들의 대화를 모두 들었다는 것을 깨달았다.어쩐지 상자를 도둑맞았더라니.유룽은 체면을 깎으며 사과했다.“유생아, 우리는 한 가족이니 티격태격하는 것도 정상이다. 그러나 다들 나쁜 생각은 없다.”“이전의 일은 모두 나의 잘못이다. 이렇게 너희들에게 사과하마!”“오늘 저녁 집으로 돌아가자. 너를 위해 잘 경축해야지 않겠느냐!”둘째아버지와 셋째 아버지도 모두 따라서 사과했다.집안 재산을 나누겠다고 얘기한 그날 그들이 각박한 만큼 지금 아주 자상했다.“유생아, 집으로 가자. 지나간 일은 잊고, 우리 가족 다시 시작하는 게 어떠냐?”“그래. 가족이 함께 지내면 얼마나 시끌벅적하냐? 따로 이곳에서 지내면 쓸쓸하지 않으냐?”“우리 집에 좋은 술도 두 병 간직하고 있는데, 유생을 축하하러 오늘 꺼내마!”유생은 표정을 바꾸지 않고 차분하고 차갑게 말했다.“다들 시간 낭비하지 마십시오.”“집안 재산을 나누고 연을 끊었는데, 어찌 번복할 사람이 있겠습니까?”“잘살든 못살든 더 이상 유가와 관계가 없습니다.”“다들 가시지요. 굳이 우리 집 앞에서 매달리려 한다면, 관아에 신고할 것입니다.”말을 마치고 유생은 방안으로 돌아와 차갑게 문을 닫았다.문밖의 사람들은 후회에 휩싸였다.게다가 둘째는 첫째를 원망하기 시작했다.“형님 탓입니다. 제사장 자리가 발표되기도 전에 넷째네를 쫓아내더니, 지금은 어떻게 하려는 것입니까?”셋째도 불평했다.“유생은 앞으로 대제사장이 될 것이오. 앞으로 유생 덕을 보긴커녕 이렇게 소란을 피웠으니, 앞으로 우리를 난처하게 할 수도 있소...”유롱은 짜증을 참지 못하고 말했다.“어찌 또 내 잘못이 되었냐?”“애초에 심사 결과가 나오자, 다들 하나하나 달려와서 유생네가 끝났다고, 그들 일가를 헛되이 잘해줬다고 하지 않았냐? 너희들이 모두 동의했기 때문에 넷째 일가를 쫓아낸 것이
자리에 있던 사람들은 매우 놀랐다.유가 사촌들은 냉기를 한 모금 들이마셨다.유생도 경악한 표정을 지었다.“왜 제가...”왜 낙현책이 아닌가?장 총관이 웃으며 말했다.“어서 명을 받으시지요. 소제사장”유생은 정신을 차리고 마음속으로 미친 듯이 기뻐하며 얼른 명을 받고 고마움을 전했다.장 총관은 자리에 있던 병사들을 힐긋 보고 유생에게 친절하게 물었다.“소제사장, 무슨 문제가 있습니까? 제가 처리할 필요가 있습니까?”유생은 웃으며 말했다.“필요 없습니다. 고맙습니다!”“어찌 사양하십니까? 제가 필요한 곳이 없다면, 이만 궁으로 돌아가 명을 전해야 합니다.”“예. 바래다 드리겠습니다.”유생은 장 총관을 골목 밖까지 배웅했다. 장 총관이 의미심장하게 일깨워주었다.“아가씨는 아직 소제사장의 권력을 모르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도성에서 제사장의 권력은 여제와 대제사장에 버금갑니다.”“태자와 동등한 권력입니다.”“이런 사소한 일은 직접 처리할 필요도 없으니, 제게 한마디만 분부하면 됩니다.”유생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일깨워 줘서 고맙습니다.”“오늘 여제께서 태자도 정하셨습니까? 심면입니까?”장 총관은 고개를 끄덕였다.“예. 심가에 뜻을 전하고 왔습니다.”장 총관을 떠나보내고 유생은 기쁨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녀는 선택받을 줄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분명히 낙현책한테 졌기 때문이다.심면도 태자로 봉해져서 참 좋았다.오늘 밤 심면을 찾아 축하하려면, 이 문제를 빨리 해결해야 한다.그녀는 빠른 걸음으로 문밖으로 돌아갔다.병사들은 즉시 공손한 태도를 바꾸어 그녀에게 예를 올렸다.“소제사장, 오늘 분명 오해일 것입니다. 저희는 먼저 떠나겠습니다.”유생이 차가운 소리로 호통을 쳤다.“멈추거라!”그들은 뻣뻣하게 자리에 서서 고개를 숙이고 땀을 뻘뻘 흘렸다.제사장의 말 한마디에 그들은 직무를 잃을 수도 있다.“수사를 더 해야 하는 거 아니오? 안 하시오?”“저희가 감히 소제사장의 집을 수색할 용기가 어디 있겠습니까? 오
낙현책은 고개를 끄덕였다.“나도 궁을 나가려던 참이다. 함께 가자.”유생은 단번에 알아차렸다.“심면을 찾으러 가는 것이냐?”“심사 결과가 나온 후, 심면을 만나지 못했구나.”“심면도 무슨 일이 생긴 것이냐?”낙현책은 생각에 잠긴 듯 말했다.“그런가 보구나.”“내가 도울 일이 있으면 언제든지 얘기하거라.”“그래.”두 사람이 함께 궁으로 나온 후 유생은 바로 집으로 돌아갔고 낙현책은 심면의 집으로 향했다.유가의 골목에 도착하자마자 시끄러운 소리가 들렸다.관아의 사람들이 유생의 집 앞을 막고 그녀의 부모님을 잡고 그들을 관아에 데리고 가려 했다.옆에는 그녀의 사촌들이 있었다.안색이 바뀐 유생은 다급히 달려갔다.“그만하시오!”“뭐 하는 것이오?”유생은 바로 부모님을 뒤에 감쌌다.유롱은 화가 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뭐 하냐니? 집안 재산을 나누었으니, 유가와 이젠 연이 없는 것이다. 집안 재산도 주지 않겠다고 했는데, 어찌 유가의 물건을 훔치는 것이냐? 그 상자에는 족히 수십만 냥이 있다!”“감히 너희랑 아무 연관도 없다고 할 수 있느냐?”유생은 그들이 이렇게 빨리 찾아올 줄 몰랐고, 관리에게 고소할 줄도 몰랐다.“우리가 훔쳤다는 증거라도 있습니까?”“증거도 없이 저희를 잡다니, 법을 따르셔야죠.”유롱이 노발대발하며 말했다.“유가 사람들이 네가 돌아온 것을 봤다!”“변명하지 말거라. 할 말이 있으면 감옥에 가서 변명하거라!”물건을 잃어버리고 그들이 유일하게 의심하는 사람은 유생이다.대가를 치르더라도 그들은 그 돈을 되찾으려 했다.“내가 돌아갔다고 돈을 훔쳤다는 것입니까? 농이 심하십니다!”“관청에 따라서 갈 수 있지만, 저희 부모님과는 연관이 없습니다. 증거가 없으면 함부로 사람을 잡을 수 없습니다!”유롱이 화를 냈다.“네 아버지와 어머니도 한패다! 당연히 관아로 데려가야 한다!”“나으리, 그들은 수십만 냥을 훔쳤습니다. 결코 적은 액수가 아닙니다. 나리께서 반드시 돈을 되찾아 주시기를 간청합니다!”
조영궁.심사 결과가 나온 후 오랫동안 기다리던 낙요는 드디어 낙현책이 오는 것을 기다렸다.“여제.”낙현책은 고개를 숙이고 여제를 마주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심사 결과가 나온 지 오래됐는데, 어찌 이제야 나를 찾아온 것이냐? 잘 고려한 것이냐?”낙현책은 고개를 끄덕이며 무릎을 꿇고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했다.“여제를 실망하게 했습니다!”이 말을 듣고 낙요는 그의 결정을 알아차렸다.“일단 일어나서 얘기하거라.”낙현책은 무릎을 꿇고 일어나지 않았다.“여제의 가르침을 저버렸습니다. 저는 대제사장 자리를 감당할 수 없습니다!”낙요는 다소 실망했지만 그래도 의외는 아니었다.“잘 생각했느냐? 이 일은 번복한 기회가 없다.”낙현책이 세게 고개를 끄덕였다.“오랫동안 심사숙고한 후 내린 결정입니다.”“제가 여제를 실망하게 했습니다.”지금까지 이렇게 노력했고 최종 심사에서 1등까지 하였는데, 여제를 실망하게 했다.낙요는 자리에서 일어나 그를 일으켜 세웠다.“실망하지 않았다.”“네 실력은 모두가 다 알고 있다. 어찌 실망했겠느냐? 네가 후회하지 않으면 된다.”“이미 결정을 내린 이상 더 이상 그렇게 많은 생각을 하지 말거라. 마음을 놓고 네 목표를 향해 가거라.”“나는 네 결정을 존중한다!”여제가 화를 내지 않자, 낙현책은 그제야 한숨 돌렸다. 그는 감동에 겨웠다.“고맙습니다.”낙요는 그가 기뻐하는 모습을 보고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그동안 심면을 만나지 않았겠구나? 어서 네 결정을 알리러 가거라.”낙현책은 고개를 끄덕이고 궁을 나갈 준비를 했다.그동안 심면도 고민하고 있었을 것이다. 두 사람에게 있어 정말 어려운 문제였다.누군가는 무언가를 포기해야 하기 때문이다.낙현책이 궁을 나서려는데 제사장족 제자가 그를 가로막았다.“유생이 궁에서 자네를 기다리고 있소. 급한 일이 있는 것 같소.”“급한 일? 알겠소.”유생은 그동안 궁에 있지 않았다. 갑자기 궁으로 찾아온 것을 보아, 중요한 일이 있는 듯했다.먼저 그녀를 만나고 궁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