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re

제895화

Author: 배시아
만약 두 사람이 정말 연인이 된다면 사도현은 그녀의 공격을 막게 호신술이라도 배워야 할 것 같다.

“두 사람 그만해. 아이 두 명 돌보는 것도 머리 아파죽겠는데 더 이상 날 피곤하게 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차설아는 관자놀이를 어루만지며 피곤한 표정을 지었다.

사도현은 그런 그녀 곁으로 다가가 어깨를 토닥이며 말했다.

“걱정하지마. 형이라면 금방 일을 해결하고 이곳으로 올 테니까.”

이에 차설아의 표정이 미세하게 변하며 그를 향해 물었다.

“뭘 알고 있나 봐요?”

“글쎄, 알 수도 있고 모를 수도 있고.”

배경윤은 모호한 그 말에 사도현을 힘껏 노려보았다.

“제대로 말 안 해?”

“알았어. 얘기할 테니까 또 흥분하지 마.”

사도현은 금세 꼬리를 내리며 말을 이어갔다.

“형이 전화를 안 받아서 우리 집에 연락해 봤더니 성대 그룹에 문제가 생겼다 하더라고. 협력 업체였던 서씨 가문에서 갑자기 성대 그룹 경쟁사와 손을 잡고 성대 그룹을 상대하는 모양이야. 그래서 성대 그룹은 그 문제를 해결하려고 눈코 뜰 새 없이 바쁜거고.”

“서씨 가문이요?”

차설아의 표정이 심각해졌다.

그녀도 성도윤과 재결합하게 되면 이런저런 문제가 터져 순조롭지 않을 건 이미 예상하고 있었다.

“그래. 나도 최근에서야 알게 된 건데 서씨 집안과 성씨 집안에서 줄곧 결혼 제의가 오갔던 모양이야. 서은아와 형을 맺어주려고 날짜까지 정한 것 같은데 너랑 형이 재결합하는 바람에 모든 계획이 물거품이 됐지. 그래서 그 집안 회장님이 화가 나 그 자리에서 수백억 가치가 되는 화병들을 수십 개나 깨트렸다 하더라고.”

사도현은 이마를 짚으며 한숨을 내뱉었다.

“서은아는 형이랑 친구처럼 지냈으니까 이 일로 형한테 불이익이 닥칠까 봐 무려 3일을 무릎 꿇고 빌었대. 그러니 회장님도 어쩌겠어. 이렇게까지 하니 넘어가려고 했지. 그런데 난데없이 회장님 애인이 울며불며 복수해달라고 난리를 친 거야. 그래서 서씨 가문은 옛정이고 뭐고 없이 성씨 가문과 지금 이 사태까지 오게 된 거고.”

“그게 무슨 소리야?”

배경윤이
Continue to read this book for free
Scan code to download App
Locked Chapter

Related chapters

  • 선 이혼, 후 집착   제896화

    배경윤 역시 두 팔을 벌려 그녀의 앞길을 막았다.“방금 그런 얘기를 들었는데 더더욱 너를 보낼 수는 없지. 무슨 일이 일어날지도 모른 곳에 널 어떻게 보내.”차설아는 두 사람의 걱정에 미소를 띠며 말했다.“너무 걱정하지 마. 난 이 갈등을 해결하러 가는 거야. 그리고 무슨 일이 생겼다고 해도 그건 내가 아니라 그들일 거야. 내 실력 모르는 것도 아니면서.”“아는데, 그 사람들이 어떻게 나올지 몰라서 그래!”사도현도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이 해안시에서 형을 끌어내리려 하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지 알아? 서씨 가문은 그저 그중 하나일 뿐이라고.”“그래서요? 덤빌 테면 다 덤비라고 해요. 똑같이 갚아줄 자신 있으니까.”차설아는 굳게 주먹을 쥐었다. 그녀의 예쁜 얼굴에서는 절대적인 자신감이 묻어있었다.“말은 쉽지. 너 근 몇 년간 왜 사람들이 형을 끌어내지 못했는지 알아? 힘이 부족해서? 성씨 가문이 너무 강해서? 아니, 형한테는 그동안 약점이라고 할만한 것이 없었으니까. 하지만 지금은 너와 아이들이 있어. 그 말인즉슨 약점도 그만큼 많아졌다는 거지. 이번에는 어떻게 될지 솔직히 나도 장담 못 해...”사도현은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아마 형이 갑자기 해바라기 섬에서 나간 것도, 너한테 연락을 하지 못한 것도 다 너랑 아이들 안전을 보장해 주려고 그런 걸 거야. 그러니까 네가 지금 그쪽으로 가는 건 오히려 형의 짐이 될 뿐이라고.”“도현 씨 말도 일리가 있어요. 하지만 나는 이대로 그 사람이 만들어준 안전한 보호막 속에서 아무것도 모른 채 숨어있을 생각 없어요. 같이 싸워서 같이 이겨낼 거예요.”차이설은 단호한 얼굴로 대답했다.“안 돼. 너 지금 제정신 아니야. 거길 어디라고 가.”배경윤은 급기야 차설아의 허리를 감싸 안더니 붉어진 눈으로 사도현에게 도움을 청했다.“빨리 차설아 좀 말려 봐. 얘 한 번 고집 피우면 끝이 없으니까!”사도현은 차설아를 굳게 잡고 있던 배경윤의 손을 풀어준 후 침착하게 말했다.“만약 네가 정말 갈 생각이라면

  • 선 이혼, 후 집착   제897화

    배경윤은 소름이 돋는 걸 느끼며 사도현의 뒷말을 막았다.“뭐가 이렇게 야만적이야. 그렇다고 어떻게 사람 목숨을...”“이건 드라마라서 오히려 수위가 약한 거야. 현실은 이것보다 더한 것도 많으니까.”그 말을 하는 사도현의 표정은 조금 초연해 보였다.그 역시 해안시 8대 명문가 중 한 가문의 일원으로서 지금 그 자리에 오르기까지 수많은 일을 겪고 들었다. 현실은 언제나 드라마보다 더 잔인할 뿐 절대 덜하지는 않았다.“그러니까 도윤 씨가 로버트고 나는 잔인하게 배가 뚫려 죽는 그 사람 아내라는 건가요? 그래서 내가 지금 이곳을 떠나게 되면 똑같이 죽게 될 거고?”차설아가 사도현을 바라보며 물었다.“서씨 가문은 절대 만만하게 볼 게 아니야. 지금 그 자리까지 올라오게 된 건 그만큼 뒤가 구린 짓을 많이 했기 때문이지. 그러니까 만약 네가 지금 나서게 되면 불난 집에 기름을 붓는 꼴이 돼 버려.”“그래, 그러니까 지금은 그냥 가만히 있는 게 좋아. 나도 이번만큼은 사도현과 같은 생각이야.”배경윤은 맞장구를 치며 사도현에게 잘했다는 눈빛을 보냈다.플레이보이라서 그런지 역시 말 하나는 기가 막히게 잘하는 남자였다.“알겠어. 그럼 조금만 더 기다려 볼게.”차설아는 결국 그들의 말을 따르기로 했다.“그래 잘 생각했어.”배경윤은 그제야 안심한 듯 가슴을 쓸어내렸다. 그러고는 사도현과 눈을 마주치며 활짝 웃었다. 아마 두 사람이 일심동체가 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닐까 싶다.그날 밤, 그들은 술을 마셨고 밤이 깊도록 얘기를 나눴다.아이들도 11시가 다 되도록 잠들 기미가 없어 보였고 엄마와 함께 자고 싶다며 졸랐다.별 모양으로 가득한 아이들 방 안에서 차설아는 결국 아이를 양옆에 끌어안고 침대 정중앙에 누웠다.아이들은 그녀의 팔에 대롱대롱 매달려 있었는데 그 모습은 마치 귀여운 아기 고양이들 같았다.“엄마, 아빠는 언제 와요? 달이는 아빠가 보고 싶어요.”달이가 입을 삐죽 내밀며 투정을 부렸다.원래부터 두 아이는 성도윤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

  • 선 이혼, 후 집착   제898화

    두 아이는 망설임 없이 동시에 입을 열었다.“당연히 아빠랑 같이 싸워야죠!”특히 원이는 귀여운 얼굴에 그렇지 못한 성숙한 표정으로 어른 못지않게 진지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아이는 손으로 턱을 괴더니 작전을 세우기 시작했다.“아니면 엄마는 달이랑 여기 있어요. 일단 내가 해안시로 가서 상황을 보고 올게요. 그래서 내가 해결할 수 있는 일이면 내가 해결할게요.”“엄마, 그럼 우리 오빠한테 맡겨요. 오빠가 해결하지 못하는 일은 없으니까!”원이를 보는 달이의 눈이 반짝거리며 빛이 났다. 그러고는 성도윤을 깎아내리는 것도 잊지 않았다.“아빠는 겉모습만 번지르르하지 약해 빠졌어. 엄마 손까지 빌려야 한다니, 쯧쯧. 역시 오빠가 제일 대단해!”원이도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성도윤을 한심하게 여겼다.“내가 진작 말했잖아. 이 집은 나 없이 돌아가지 않는다고.”“...”차설아는 가끔 자신이 낳은 아이들이 진정 아이들이 맞나 하는 의심이 들 때가 있다. 이들은 어른들을 성가시고 챙겨줘야 할 존재로 인식하는 것 같다.차설아는 자신의 태교에 무슨 문제가 있었던 건 아닌지 참으로 생각이 많아질 수밖에 없었다.그녀는 진지한 표정으로 두 아이에게 당부했다.“너희들 엄마 말 말들어. 엄마도 사실은 너희들과 같은 생각이야. 이대로 있는 것보다 아빠와 같이 싸우는 게 더 낫다고 생각해. 하지만 적들이 너무 교활하고 잔인해서 아빠한테는 엄마 혼자 갈 거야. 너희들은 이곳에서 엄마랑 아빠를 기다리고 있어. 그게 도와주는 거야. 알겠어?”“알겠어요, 엄마! 그렇게 할게요!”달이는 알겠다고 했지만 원이는 눈썹을 찡그리며 계속 같이 가겠다고 했다. 차설아 혼자 보내는 게 어지간히도 눈에 밟히는 듯싶다.하지만 차설아는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아니, 이번은 타협의 여지가 없어. 너희는 엄마랑 아빠가 돌아올 때까지 이곳에서 한 발짝도 움직이면 안 돼. 만약 엄마 말을 안 들으면 혼내줄 거야!”차설아는 엄한 표정을 지으며 원이를 가리켰다.“특히 원이 너, 절대 허튼짓하지

  • 선 이혼, 후 집착   제899화

    이런 거북이 속도는 부가티 같은 스포츠카에게는 모욕이나 다름없다.하지만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 이 화면은 그야말로 드라마의 한 장면이 현실에서 벌어지는 것 같았다.부잣집 도련님이 짝사랑하던 여자를 화나게 한 후 수억 원짜리 한정판 스포츠카를 몰고 뒤에서 강아지마냥 졸졸 따라다니는 장면이라니 생각만 해도 재밌었다.차설아는 원래 이 녀석을 투명인간 취급하고 싶었지만 성진이 그 후과는 전혀 고려하지 않고 행동하는 바람에 교통 마비를 초래했을 뿐만 아니라 적절하지 않은 말까지 해 대여 여간 골치가 아픈 게 아니었다.하여 그녀는 심호흡을 하고 주먹을 불끈 쥔 채 조수석 문을 열고는 달갑지 않게 차에 올랐다."야 이 미친놈아, 또 무슨 미친 짓이야? 지난번에 네가 성도윤한테 한 번 혼쭐이 나서 정신 좀 차렸나 했는데 왜 또 이러는 거야!”차설아는 일부러 모진 말을 내뱉어 또 다른 언어폭력의 목적을 달성하려 했다.이런 미친놈을 상대하려면 그녀는 더 미친년이 될 수밖에 없었다.하지만 성진은 화를 내지 않고 천천히 차를 몰고 공항의 꽉 막힌 구역을 빠져나갔는데 오히려 입꼬리가 점점 더 올라갔다.보아하니 그는 지금 기분이 매우 좋은 듯하다. 차설아가 그를 욕할수록 그는 더욱 기분이 좋아졌다."형수가 그 수모를 겪어도 다시 도윤이랑 만나는데 내가 그렇게 나약해서야 되겠어요?”차는 천천히 환해 대교로 들어섰고 햇빛이 바람막이 유리를 타고 쏟아져 내려와 그를 더욱 잘생기게 비춰주었는데 온몸이 마치 한 겹의 빛을 입힌 듯 몽롱하고 부드러워서 지극히 불 현실적이었다.차설아는 두 팔을 끼고 차창 밖의 푸른 바다 풍경을 바라보며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네가 도윤이보다 잘난 게 그 나불대는 입 빼고 뭐가 있어? 내가 너라면 진작 포기하고 맘 편안히 매일 주식 배당금을 받기만 기다리면서 살 거야. 허구한 날 쓸데없이 일이나 벌리니까 가문에서 지금 이렇게 지나가는 개보다도 못한 대접을 받는 거 아니야?”이 말은 성진의 아픈 곳을 찌른 셈인데 그의 눈빛은 순간 매서워졌고 차

  • 선 이혼, 후 집착   제900화

    "조급해하지 말아요, 곧 알게 될 거니까.”성진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차의 속도를 높였다.한 시간 후, 차는 해안의 유명한 5성급 리조트 호텔에 도착했다.호텔은 오늘 연회가 있어 일반인에게 공개되지 않으며 앞쪽의 큰 잔디밭은 아름답고 낭만적으로 꾸며져 있었고 수영장 옆에는 다양한 술과 정교한 디저트가 예쁘게 쟁반 위에 놓여 있었다.해안 명문가의 도련님 아가씨들이 모여서 아주 신나게 놀고 있었는데 비키니 차림의 미녀와 근육질의 잘생긴 남자가 수영장에서 쫓고 쫓기며 장난을 치고 또 어떤 이들은 심지어 서로 끌어안은 채 주변의 시선에 개의치 않고 서로 물어뜯고 난리도 아니었다.차설아는 이런 자리가 마음에 들지 않아 눈살을 찌푸렸고 옆에 있던 성진에게 말했다."또 무슨 꿍꿍이를 꾸미고 있는 거야.”성진은 두 손을 주머니에 넣고 웃으며 말했다. "나더러 공을 세워 예전의 잘못을 만회하라면서요? 형수랑 성도윤 구하러 왔죠. 지금 여기서 아주 잘 놀고 있을 텐데!”차설아는 순간적으로 놀라 되물었다."성도윤이 여기 있다는 말이야?”"여기 있을 수도 있고 방에 있을 수도 있으니 잘 찾아보세요.”그리고는 잠시 뜸을 들이다가 의미심장하게 말했다. "다만 마음의 준비를 잘해야 할거예요. 형수가 그가 너무 '고통받는' 것을 보면 마음이 아플까 봐 두렵거든.”"허튼 수작 부리지 마!”차설아는 퉁명스럽게 남자를 힐끗 쳐다보고는 호텔을 샅샅이 뒤지기 시작했다.수영장 옆에 사람이 제일 많았는데 귀에 거슬리는 일렉트로닉 사운드를 틀어놓고 스프링클러 들고 수영장 중앙에 서서 분위기를 띄우는 사람도 있고 그 사이로 남녀들이 리듬을 타면서 같이 흔들고 어수선했는데 차설아는 이런 장면을 보는 것조차 마음이 내키지 않았다.시선을 돌려 다른 지역을 찾으려는데 갑자기 수영장의 한 리클라이너에 하얀 가운을 입고 선글라스를 끼고 있는 긴 손과 발을 가진 익숙한 모습이 눈에 띄었다.그의 옆에는 흑백 비키니를 입은 섹시한 여인이 앉아 그한테 포도를 정성껏 먹이고 있었다.차

  • 선 이혼, 후 집착   제901화

    "자기야, 오랜만이네? 난 당신이 너무 소식이 없길래 암살당한 줄 알았는데 여기서 햇볕을 쬐고 있었던 거야? 나한테 설명 좀 해야지 않겠어?”차설아는 성도윤 앞에 서서 위에서 그를 내리깔아 보며 물었다.그녀의 몸은 날씬하고 가벼웠지만 이 순간만큼은 마치 큰 산처럼 모든 햇빛을 가려 남자에게 그림자를 드리웠다.성도윤은 그윽한 눈망울로 여인을 한참 바라보다가 침착한 표정으로 대답했다."다 봤으니까 내가 더 설명할 필요는 없을 것 같네.”“...”차설아는 입술을 꼭 깨물었고 손가락은 손바닥을 꼬집으며 감정을 다스리려고 애썼다.어떻게 배신할 수 있지? 그의 마음은 돌로 만들어졌단 말인가? 어찌 조금도 미안한 마음이 없어 보이지?서은아는 성도윤의 입에 포도를 까서는 계속 먹여주며 간드러지게 웃으며 말했다."도윤아, 내가 여기 있는 건 좀 아니지 않아? 자리 좀 피해 줄까?”“그럴 필요 없어.”성도윤은 서은아를 긴 팔로 껴안고는 차설아를 싸늘하게 바라보며 말했다."아직도 안 가고 뭐 해? 우리랑 같이 놀려고?”차설아는 여전히 높은 곳에서 그들을 내려다보았는데 벤치에 앉아 있는 두 사람을 냉소적으로 바라보는 것이 마치 광대를 보는 것 같았다.그녀는 단도직입적으로 성도윤을 보며 물었다. "성가에 문제가 생겼다는 것을 나도 알아, 그래서 서가와의 관계를 잘 처리해야 한다는 것도. 그래서 일부러 내 앞에서 서은아한테 잘 보이려고 이러는 거지? 그러면 성가가 난관을 극복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서.”"그렇게 생각하고 싶으면 그렇게 생각해.”성도윤은 괜찮다는 듯 어깨를 으쓱이며 말을 이었다."서씨 가문과 성씨 가문의 결합은 해안에 새로운 질서를 가져다줄 거야. 만약 그 대가가 두 가문의 정략결혼이라면 내가 하는 게 맞지.”"어쩔 수 없었다는 건 이해해, 그래서 마지막으로 너한테 기회를 줄게...”차설아는 마치 하느님처럼 남자를 향해 손을 내밀었다.“나랑 가자, 우리 같이 이 고비를 넘기는 거야.”그녀는 줄곧 그녀와 성도윤의 사랑이

  • 선 이혼, 후 집착   제902화

    ”거절할게.”성도윤은 차설아의 카운트다운이 끝나기도 전에 바로 답을 내놓았다.그의 표정은 냉담했는데 마치 낯선 사람을 보는 것같이 아무런 감정도 없었다. "너란 사람은 항상 이렇게 잘난 체하길 좋아하지. 본인이 정말 매력적이라고 생각했나 본데 내가 처음부터 끝까지 너를 가지고 논 거야. 이미 너의 진심을 확인했고 이는 내가 이겼다는 것을 의미하니 난 당연히 이 관계를 유지하고 싶지 않았지. 당신이 이렇게 밀어붙일 줄은 몰랐는데... 정말 역겹게.”“그만해!은성진은 주먹을 불끈 쥐며 감정이 다소 격해졌는데 성도윤을 보며 비꼬았다. "이럴 시간 있으면 어떻게 성대 그룹을 위기에서 벗어나게 할지 생각이나 하는 건 어때? 한 여자에게 이렇게 매너없이 굴면 소문이 나도 성가의 체면이 깎이지 않겠어?”"네가 원했던 거 아니야?”성도윤의 눈동자는 마치 예리한 칼처럼 성진을 향해 쓸고 가며 의미심장하게 말했다.”이는 한 치도 양보하지 않던 성진의 아픈 곳을 찔렀고 그는 더 이상 성도윤과 논쟁하지 않았다.그리고 그는 뒤돌아 차설아의 손을 잡고 속삭였다.“얼굴도 봤고 이제 정도 끊었으니 이만 가죠?”"급할 거 뭐 있어...”차설아의 고운 얼굴은 슬픔도 기쁨도 없이 얼음장처럼 차가웠고 속을 알 수 없었다.슬픔? 분노? 아니면 허탈?"이렇게까지 말했는데 아직도 단념하지 않은 거야?”성진은 눈살을 찌푸리고 말했다. "보아하니 여전히 전과 마찬가지로 이 남자를 위해서는 여자의 기본적인 존엄조차 버리는군요. 그러니 배신당해도 싸고 모욕당해도 싸네요!”“시끄러워.”차설아는 성진을 흘기며 말했다. "죽기 싫으면 멀리 빠져있어. 무고한 사람까지 다치게 하고 싶지 않아.”"무슨 말이에요?”성진은 어리둥절했지만 그래도 그녀의 말을 듣고 멀리 섰다.서은아는 침을 삼키고 성도윤의 품속으로 몸을 움츠렸다."너, 뭐 하는 거야, 여기 서 씨네 사람이 얼만데, 함부로 막 나올 생각하지 마...아!”그녀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차설아는 그녀를 들어 수영장에 '

  • 선 이혼, 후 집착   제903화

    아무도 누가 감히 성도윤에게 이렇게 무례하게 굴줄은 생각지 못했기 때문이다.성도윤의 가운은 흠뻑 젖었고 머리카락도 흠뻑 젖었는데 또렷한 이목구비는 쓰라리고 초라해 보였다.그러나 남자는 전혀 화를 내지 않았고 오히려 웃음을 지었다. 그의 잘생긴 얼굴은 햇빛 아래서 더욱 차갑게 빛났다."당신의 복수가 겨우 이거야? 정말 유치하네.”"물론 이건 애피타이저일 뿐이야. 앞으로는 놀랄만한 만찬이 더 많으니 딱 기다려.”차설아는 독설을 내뱉은 뒤 호스를 뿌리치고는 미친 듯이 연회장을 박살 내고서야 호텔을 나섰다.호텔 관계자가 달려들어 따지려 하자 성도윤이 제지했다.남자는 차갑게 말했다.“마음대로 하게 내둬요, 비용은 제가 대신 내죠.”서은아는 차설아가 멀어지자 그제야 수영장에서 뭍으로 올라와서는 성도윤에게 다가왔다. "이렇게 반응이 클 줄 몰랐는데 내가 따라가서 설명해야 하나?”"네가 진심으로 해명하려 했다면 오늘의 모든 일이 없었을 것 아니야?”남자의 차가운 말에는 털끝만큼의 감정도 없었는데 예전의 '형제' 정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도윤아, 지금 날 탓하는 거지, 그렇지?”"아버지의 노여움을 풀기 위해 내가 얼마나 큰 노력을 했는지 알아? 난 단지 네가 나와 3개월 동안 연애하기를 바랐을 뿐이야. 3개월 후에 성가와 서가의 원한이 모두 사라지면 그때 너는 여전히 너의 아내를 찾아 돌아갈 수 있어. 이게 너한테 이렇게 큰 희생이야?”"성가와 서가는 결국 전쟁이 일어날 거야. 내가 3개월 타협한다고 해서 이 전쟁을 피할 수 있는 것이 아니란 뜻이야. 내가 너와 3개월을 연애하기로 한 것은 단지 너희들이 설아는 건드리지 않겠다는 약속을 지키기를 바랄 뿐이야.”성도윤은 위협적인 눈빛으로 말을 이었다."3개월 후 네 손에 있는 것을 깨끗이 없애지 않으면 서씨 집안의 모든 사람이 다 같이 그 대가를 치를 거야.”이 말에 서은아는 격노했고 남자를 향해 소리쳤다."그 여자를 그렇게 사랑해? 네 평생의 앞길과 가문의 이익을 걸어서라도 상관 없는

Latest chapter

  • 선 이혼, 후 집착   제1564화

    성씨 가문 대저택.성주혁의 건강은 이미 심각하게 악화된 상태였다.그는 하루 종일 병상에 누워 지내야 했고 영양 수액 없이는 버틸 수조차 없었다.그날 밤, 그는 성도윤과 성진을 자신의 병상 앞으로 불렀다.“도윤아.”성주혁이 쇠약한 목소리로 오랜만에 만난 손자를 보며 손짓했다.“이리 와, 할아버지한테 가까이 오너라.”“할아버지!”병약한 모습의 할아버지를 보며 성도윤은 저도 모르게 눈시울이 붉어졌다.“네 어머니한테 들었다. 요즘 설아 곁에 붙어 있다고 하더구나. 이제야 내 손자가 사람 구실 좀 하는구나...”성주혁이 힘없이 손을 뻗어 손자의 손을 꼭 잡고 이미 노쇠해진 눈빛에도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그는 그동안 마음속에 가장 걸렸던 사람이 차설아였고 가장 미안해했던 사람도 그녀였다.“예전에 말이다, 내 평생 전우이자 가장 친한 형님이 자신의 손녀를 내게 맡기면서 반드시 손녀를 행복하게 해줘야 한다고 부탁했었지.”“난 굳게 약속했지만 넌 내 기대를 저버렸고 그 애한테 얼마나 많은 상처를 줬는지 아느냐? 도대체 몇 번을 울렸는지, 얼마나 힘들게 했는지... 이제 와서 그 형님을 볼 면목이 있을지...”노인의 눈가에 눈물이 맺혔다.한평생 강직하고 떳떳하게 살아온 그였지만 차설아에게만큼은 크나큰 빚을 졌다고 생각했다.이제라도 두 사람이 다시 함께한다는 소식을 들으니 마음속 깊이 안도감이 들었다.“걱정 마세요, 할아버지. 이전엔 제가 철이 없었고 설아를 제대로 지켜주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달라요. 제 남은 인생은 설아와 아이들을 지키는 데 바칠 겁니다.”성도윤이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그러자 한쪽에서 조용히 듣고 있던 성진은 피식 비웃음을 터뜨렸다.그는 지루한 듯 문가에 기대어서 있었다. 애초에 왜 노인이 자신을 부른 건지도 모르겠는데 성도윤의 고해성사를 들으니 더욱 어이가 없었다.“뭐가 그렇게 웃긴데?”성도윤이 뒤돌아보며 성진을 차갑게 노려봤다.평소라면 굳이 마찰을 빚고 싶지 않아 피했을 것이었다.그는 지금 더 중요한 것들

  • 선 이혼, 후 집착   제1563화

    차설아의 목소리는 부드러웠지만 단호했다.의심이 가는 사람을 쓰지 않는다는 게 그녀의 원칙이었다.현이가 어떤 사정을 가지고 있든, 최소한 지금 그녀를 계속 곁에 둘 수는 없었다.“설아 씨, 제발 절 내쫓지 말아 주세요! 제 월급을 안 주셔도 괜찮아요. 하지만 제발, 제발 저를 쫓아내지만 말아 주세요. 만약 제가 쫓겨나면... 저희 엄마의 목숨이 위험해져요!”현이는 털썩 바닥에 무릎을 꿇더니 결국 울음을 터뜨렸다.그 여자는 계획이 실패하면 평생 다시 엄마를 볼 수 없을 거라고 협박했었다.그렇기에 현이는 절대 이 집에서 쫓겨날 수 없었다.“그래서 누군가 현이 씨 어머님을 인질로 잡고 나를 해치라고 협박한 건가요?”차설아는 중요한 포인트를 짚으며 예리하게 물었다.“그게...”“다시 말하지만, 지금 말해 주면 제가 도울 방법이 있을 수도 있어요.”차설아의 차분한 말에 현이는 한참 망설이다가 조심스럽게 집 밖을 살폈다. 그 여자가 근처에 없는 것을 확인한 후 이를 악물며 말했다.“며칠 전, 한 여자가 저를 협박했어요. 그 여자가 누구인지도 모르고 얼굴도 몰라요. 항상 가면을 쓰고 있었고 굉장히 신비롭고 무서운 사람이었어요.”“매일 설아 씨가 마시는 음료에 약을 한 봉지씩 넣으라고 했어요. 총 열 봉지를 넣어야 하는데 오늘이 다섯 번째였어요. 만약 계획이 실패하면 그 여자가 저희 엄마를 죽이겠다고 했어요. 정말 죄송해요, 설아 씨, 정말 죄송해요!”“역시나 그랬군요.”차설아는 주먹을 살짝 쥐며 생각에 잠겼다.‘이런 짓을 할 사람이 누구일까? 여자라면... 설마 서은아?’하지만 서은아는 오히려 정면으로 공격하는 스타일이었고 이렇게 몰래 음모를 꾸미는 수법은 그녀답지 않았다.‘그렇다면... 대체 나와 어떤 깊은 원한이 있는 여자가 이런 수고를 들여 날 해치려 하는 걸까?’“설아 씨, 저를 신고하세요. 제가 이런 짓을 한 건 범죄라는 걸 알아요. 저도 죄책감에 너무 괴로워요!”현이는 완전히 무너진 듯 흐느끼며 말했다.차설아에 대한 죄책감과

  • 선 이혼, 후 집착   제1562화

    “아무것도 아니야.”차설아는 배경윤의 성격을 잘 알기에 당장은 이 이상한 점을 그녀에게 알리지 않기로 했다.현이는 최근 차설아를 돌보기 위해 고용된 가정부였다.성실하고 부지런한 성격에 차설아는 그녀의 얼굴을 본 적은 없지만 함께 지내며 그녀가 꽤 선한 사람이라는 걸 느낄 수 있었다.‘그렇다면 도대체 왜 거짓말을 한 걸까?’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되지 않았다.결국 배경윤을 적당한 이유로 돌려보낸 후, 현이를 방으로 불렀다.“부르셨나요?”현이는 부엌일을 마치고 손을 깨끗이 닦은 뒤 서둘러 방으로 올라왔다.일할 때만큼은 누구보다 꼼꼼하고 성실한 그녀였기에 차설아도 매우 만족하고 있었다.“오늘 제 커피에 설탕을 넣었다고 하던데요?”차설아는 빙빙 돌리지 않고 바로 본론을 꺼냈다.“아, 그거요? 제가 착각했어요. 그건 설탕이 아니라 프림 같은 거예요.”현이는 이미 배경윤이 그 일을 차설아에게 전할 거란 걸 예상하고 있었다.그래서 부엌에서 일하면서도 미리 변명할 내용을 준비해 두었고 심지어 실제로 ‘커피 첨가제’라고 할 만한 것까지 마련해 두었다.“그래요? 그렇다면 다행이고요.”차설아는 현이의 태연한 반응을 보고 오늘은 더 캐물어 봐야 소용없겠다고 판단했다.그래서 더 깊이 파고들지 않고 대화를 마무리했다.“더 필요한 건 없으세요? 없으면 저는 이만 가볼게요. 오늘 할 일이 많아서요.”현이는 서둘러 방을 나가려 했다.예전에는 차설아와 대화할 때 항상 친근하게 수다를 떨기도 했지만 오늘따라 그녀의 태도는 어딘가 달랐다.마치 빨리 이 공간에서 벗어나고 싶어 하는 그 반응이 차설아에게는 더 의심스러웠다.차설아는 천천히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맛은 평소와 다르지 않았지만 그녀의 마음은 예전과 달랐고 이제 더 이상 그녀를 완전히 믿을 수 없을 것 같았다.“우리가 현이 씨한테 그래도 잘해줬다고 생각했어요.”차설아가 커피잔을 내려놓고 담담한 목소리로 물었다.“네? 아, 네! 설아 씨도 대표님도 그리고 민이 이모도 저한테 정말 잘해 주

  • 선 이혼, 후 집착   제1561화

    “정말 예상도 못 했어. 분명히 조치를 다 했는데 말이야.”차설아는 아직도 믿기지 않는다는 듯 중얼거렸다.하지만 이미 찾아온 생명이니 기왕 이렇게 된 거 잘 키울 생각이었다.“이건 운명이야! 아무리 막아도 올 아이는 오게 돼 있다니까! 하하하! 그런데 말이야, 성 대표, 또 아빠가 된다는 걸 알면 얼마나 좋아할까?”배경윤이 진심으로 차설아를 축하하며 들뜬 목소리로 말했다.“좋아할 게 뭐가 있어... 사실, 지금 우리 상황은 아이를 가질 때가 아니야.”차설아는 길게 한숨을 내쉬며 깊은 고민에 빠졌다.지금은 그녀와 성도윤에게 가장 큰 압박이 몰려오는 시기였다.정확히 말하면, 성도윤에게 가장 힘든 시기였다. 밖으로는 성대그룹 대표 자리를 확고히 다져야 했고 안으로는 앞을 보지 못하는 그녀를 돌봐야 했다.그런 상황에서 아이까지 생긴다면 그는 혼자서 네 사람의 책임을 짊어져야 했다.이 부담은 단순히 경제적인 문제가 아니었으며 감정적인 부담이 더 컸다.사랑하는 사람이 늘어날수록 적들에게 잡힐 약점도 많아지는 법이었고 지금의 그들에게는 너무도 위험한 일이었다.“너무 깊게 생각하지 마. 이미 온 생명인데, 어쩌겠어? 애초에 달이랑 원이 가졌을 때도 그렇게 좋은 상황이 아니었잖아? 그런데 지금 얼마나 사랑스럽니? 후회해?”“당연히 후회 안 해.”“그럼 됐잖아!”배경윤이 단호하게 말했다.“게다가 이번에 태어날 아기가 달이랑 원이 장점만 쏙 빼닮았다고 생각해 봐! 완벽하지 않겠어?”“그러게... 그러면 정말 좋겠다.”차설아는 두 아이를 떠올리며 배 위에 손을 얹었다. 이제야 이 갑작스러운 생명이 조금씩 기대되기 시작했다.“임신 초기에 필요한 게 뭐가 있을까? 칼슘 보충해야 하나? 엽산도 챙겨야 하고, DHA도 먹어야 하지?”배경윤이 이미 휴대폰을 꺼내 온라인 쇼핑몰에서 폭풍 주문을 하기 시작했다.마치 자신의 아이처럼 뱃속 아이를 챙기며 태어나기도 전에 애지중지하는 모습이었다.“근데 이번 아기는 아들일까, 딸일까? 아니면 또 쌍둥이일 수도 있

  • 선 이혼, 후 집착   제1560화

    “임신이라고...?”차설아는 잠시 기억을 더듬어 보더니 고개를 단호하게 저으며 말했다.“말도 안 돼. 절대 그럴 리 없어.”“정말 그런지 아닌지, 테스트해 보면 알겠지.”배경윤이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내가 가서 임신 테스트기를 사 올게. 잠깐만 기다려!”그녀는 말이 끝나기 바쁘게 곧바로 근처 약국으로 달려가 임신 테스트기를 사 왔다.배경윤이 다시 돌아왔을 때, 가정부 현이가 커피에 무언가를 섞고 있었다.“현이 씨, 그게 뭐예요?”배경윤이 커피잔을 흘끗 보며 물었다.“어... 아무것도 아니에요!”현이는 당황한 듯 허둥지둥 커피를 쏟으며 말했다.“설아 씨가 커피가 많이 쓰다면서 설탕을 좀 많이 넣으라고 해서요.”“그래요?”배경윤이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설아가 단 커피를 좋아한다고? 입맛이 바뀌었나?’분명 차설아는 블랙커피만 선호했었다. 하지만 배경윤은 지금 더 중요한 일이 있었기에 신경 쓰지 않고 곧장 임신 테스트기를 들고 차설아를 찾으러 갔다.차설아는 처음엔 테스트하기를 꺼렸다.어차피 임신일 리가 없는데 뭐 하러 하냐고 거절했지만 배경윤이 끈질기게 떠들어대는 바람에 결국 마지못해 테스트를 해보기로 했다.그리고 얼마 후,“꺅!”배경윤의 날카로운 비명이 집안에 울려 퍼졌다.“진짜 임신이잖아! 내가 뭐랬어! 네가 원래 그렇게 활기 넘치는 사람이었는데 갑자기 축 처지고 졸린 게 다 이유가 있었던 거라니까!”차설아가 임신했다는 사실에 배경윤은 복잡한 감정이 들었다.한편으로는 기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걱정스러웠다.“지난번에 네가 달이랑 원이 가졌을 때 내가 제대로 챙겨주지 못했잖아. 이번엔 달라! 내가 반드시 널 전적으로 돌볼 거야. 꼭 좋은 대모가 되고 말겠어!”배경윤은 차설아의 팔을 붙잡고는 벌써 세 아이가 함께하는 미래를 상상하며 설레했다.마치 자신이 임신한 것처럼 들떠서는 말을 이었다.“근데 성도윤 그놈, 이번엔 진심일까? 진심이라면, 우리 한 번만 더 기회를 주자. 아버지로서 제대로 역할을 하게 해야지. 아이

  • 선 이혼, 후 집착   제1559화

    만약 할아버지마저 성진의 꾀에 넘어갔다면 앞으로 가문에서 그의 발언권은 크게 줄어들 것이고 지위도 그보다 아래로 내려가게 될 터였다.이런 일들을 생각하기만 해도 머리가 아팠지만 차설아까지 걱정하게 하고 싶지 않아서 성도윤은 단 한마디도 꺼내지 않았다.“나에겐 당신과 아이들만 있으면 돼. 다른 건 중요하지 않아... 자, 이제 자자.”성도윤이 낮게 한숨을 내쉬며 차설아를 안은 채 조용히 말했다.“...”예민한 차설아는 그의 말투에서 나는 실망감을 단번에 알아차렸다. 그녀도 덩달아 걱정이 되어 어떻게 되던 그를 도와야겠다고 다짐했다.다음 날 아침성도윤은 또다시 성대그룹으로 향했고 배경윤은 집에 머물며 차설아를 돌보기로 했다.“다시는 설아를 데리고 밖에 나가지 마. 또 어제 같은 일이 생기면 이번엔 정말 가만히 있지 않을 거야.”성도윤은 떠나기 전에 배경윤에게 여러 번 신신당부했다.“알았어, 알았다고! 절대 안 데리고 나갈게. 설령 데리고 나가더라도 걱정 마, 이제 내 목소리도 돌아왔잖아. 누가 감히 어제처럼 날 괴롭히면 정말 지 엄마도 못 알아볼 정도로 만들어 줄 거야.”배경윤이 우유를 마시면서 신나서 떠들어댔다.성도윤은 그녀를 한동안 바라보다가 고개를 저으며 한숨을 내쉬었다.‘정말 시끄러운 여자야. 차라리 말 못 하는 게 나았을지도... 대체 사도현은 어떻게 견디는 거야?’성정엽이 떠난 후, 배경윤은 기지개를 켜며 몸을 풀고는 차설아가 어젯밤 몰래 방문한 오두막으로 향했다.차설아는 여전히 자고 있었고 침대에서 일어날 생각도 없었다.“아직도 안 일어났어? 요즘 너 왜 이렇게 게을러졌어? 예전 같지 않네.”배경윤이 침대 옆에 앉아 축 늘어진 차설아를 보며 감탄했다.“으음... 몰라. 요즘 너무 졸려. 너무 여유롭게 지내서 그런가 봐. 자꾸 나태해지네.”차설아는 눈도 뜨지 않은 채 중얼거리듯 힘없는 목소리로 말했다.그녀도 스스로 이상하다고 느꼈다. 평소에는 활력이 넘치던 그녀였는데 요즘은 마치 기운이 쭉 빠진 것처럼 앉아 있는 것조

  • 선 이혼, 후 집착   제1558화

    “위치 추적 장치?”성도윤은 깜짝 놀라며 엄지를 치켜세웠다.“대단한데? 내 몸에 추적 장치를 달아놓고도 내가 전혀 몰랐다니. 영화 속 첩보 요원도 너만큼은 못 하겠다.”차설아는 우쭐한 표정으로 말했다.“당연하죠! 난 영화 속 첩보 요원보다 훨씬 대단하거든요. 그러니까 나 잘 모셔야 해요. 괜히 나한테 못되게 굴었다간 아주 끔찍한 최후를 맞이할걸요?”그녀는 자신만만하면서도 살짝 장난스러운 눈빛을 보냈다.“어찌 감히 여왕님께 잘못하겠습니까? 남은 생애, 충성을 다해 모시겠습니다!”“흠, 그거면 됐어요. 아주 착하네!”차설아는 만족스럽다는 듯 성도윤의 머리를 쓰다듬었다.그러고는 몸을 부르르 떨며 말했다.“졸리고 추워 죽겠어요! 빨리 이불 속으로 안내해요.”이렇게 지내다 보니, 그녀는 어느새 그와 함께 자는 것이 습관이 되어버렸다.오늘 밤, 도무지 잠이 오지 않았던 이유를 생각해 보니, 아마도 그가 곁에 없어서일 것이다.그래서 결국 그를 찾아온 것이었다.“어서 와. 이불 속은 이미 따뜻하게 데워놨지.”성도윤은 능청스럽게 ‘충실한 침대 보좌관’처럼 행동하며 그녀를 이불 속으로 이끌었다.차가운 밤, 따뜻한 이불 속에서 서로를 감싸는 것만큼 행복한 일이 또 있을까.차설아는 옆으로 돌아누워 다리를 오므린 채 마치 엄마 뱃속에 있는 태아처럼 몸을 웅크렸다.성도윤은 뒤에서 그녀를 꼭 안아주었다.그 온기는 마치 세상에서 가장 든든한 보호막 같았고 덕분에 차설아는 금세 잠이 쏟아지기 시작했다.하지만 성도윤은 오히려 정신이 말똥말똥해졌다.“여보, 우리 오늘 밤에 그 두 유치한 녀석들 갈라놓은 거... 혹시 너무한 거 아닐까?”그가 말한 ‘두 유치한 녀석’이란 당연히 사도현과 배경윤을 뜻했다.솔직히, 그 둘은 늘 티격태격하는 사이였고 아마 다음 날이면 언제 그랬냐는 듯 화해할지도 모른다.하지만 오늘 밤 자신들이 개입하면서 상황은 좀 더 심각해져 이러다가 정말 절교로 이어지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에 성도윤의 머리가 아파졌다.“혹시 사도현이 끝

  • 선 이혼, 후 집착   제1557화

    “그게 뭔데?”“두 사람 서로의 감정을 확실히 깨닫고 흔들림 없이 서로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해줄 그 한 가지.”차설아는 이번만큼은 저 두 사람이 깨닫기를 바랐다.그녀와 성도윤도 그 기나긴 길을 돌아왔기 때문에 그 답답하고 혼란스러운 감정이 얼마나 고통스러운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사람은 함께 많은 일들을 겪어야만 ‘이 사람을 절대로 놓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차설아와 배경윤의 긴 대화가 이어질수록, 밤은 더욱 깊어졌다.배경윤은 많은 이야기를 쏟아내다 지쳐 잠들었고 그녀의 뺨에는 여전히 눈물이 맺혀 있었다.하지만 차설아는 도무지 잠이 들지 않았다.지금의 이 고요함이 너무 불안했다. 이렇게 평온할 때일수록 더 큰 위기가 다가오는 법이었다.같은 시각, 성진의 차가 그녀의 집 아래에 멈춰 서 있었다.가로등 불빛이 차 위로 희미하게 드리웠고 차 안의 남자는 어둠과 빛 속에서 조각 같은 얼굴을 드러냈다.그 역시 때로는 빛 속에 머물고 때로는 어둠 속에 숨어 지내면서 가끔은 스스로조차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없었다.사실, 그는 이미 한참 전부터 이곳에서 기다리고 있었다.저택 안에서 희미하게 들려오는 대화 소리도 들었고 차설아가 실명한 게 사실이라는 것도 확인할 수 있었다.그렇다면 그녀의 눈을 누구에게 줬을지, 굳이 물어보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성진은 차를 몰고 오는 동안 머릿속에 수많은 말들이 떠올랐다. 그는 여자의 어깨를 붙잡고 미친 듯이 소리치고 싶었다.“왜 그렇게 바보 같은 짓을 했어? 왜 네 소중한 눈을 나 같은 인간한테 줬냐고!”하지만 정작 그녀의 집 앞에 도착해 그렇게 따져 묻고 눈을 돌려주려 했던 순간, 그는 망설였다.그는 한때 지옥을 경험한 사람이었다.어둠 속에서 길을 잃은 것이 얼마나 끔찍한지 그 절망 속에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무력감이 얼마나 처참한지 아직도 잊지 않았다.그리고 한 남자가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존재가 되어 속옷 하나조차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 챙길 수 없는 처지가 되는 것이 얼마나

  • 선 이혼, 후 집착   제1556화

    위층에서도 차설아와 배경윤이 진지한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숨죽여 통곡하던 배경윤이 갑자기 흥분해서 소리쳤다.“나 말할 수 있을 것 같아! 나 말할 수 있다고! 드디어 목소리가 돌아왔어!”배경윤이 눈물을 닦고 기쁨에 겨워 차설아를 와락 끌어안으며 흥분된 목소리로 말했다.“설아야, 나도 목소리 되찾았으니까, 너도 분명 다시 볼 수 있을 거야! 걱정하지 마, 내가 꼭 방법을 찾아볼게!”“잘 됐어! 네 목소리가 돌아온 건 정말 다행이야. 아니면 우리 전투력이 너무 약해질 뻔했잖아. 팬들 상대로 밀려서 너무 힘들었어.”차설아가 진심으로 기뻐하며 웃었다.오늘 오전, 그녀와 배경윤이 무기력하게 몰려다니며 반격조차 못 했던 이유 중 하나는 바로 배경윤이 목소리를 잃었기 때문이었다.대학교 시절, 차설아, 배경수, 그리고 배경윤은 유명한 삼총사였다.셋이 무적이었던 이유는 각자의 역할이 명확했기 때문이었다.차설아는 ‘물리적 공격’을 담당했고, 배경수는 ‘두뇌 플레이’를 맡았다. 그리고 배경윤은 ‘언어 공격’을 담당했다.하지만 지금 차설아는 앞이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그녀의 ‘물리적 공격’ 능력이 반감되었고, 설상가상으로 배경윤마저 목소리를 잃었으니, ‘언어 공격'도 무용지물이 된 셈이었다.그렇다 보니 팬들이 둘을 조롱하며 몰아붙이는 걸 막을 방법이 없었다.“맞아! 만약 내가 오늘 말을 할 수 있었더라면 저 미친 팬들 제대로 박살 냈을 거야! 아까, 정말 속이 터지는 줄 알았어. 내가 제대로 반격도 못 했잖아! 안 되겠어, 사도현 찾아가서 다시 따질 거야!”배경윤이 소매를 걷어 올리며 당장이라도 사도현과 한바탕 말싸움을 벌일 기세였다.차설아는 재빨리 그녀를 붙잡았다.“이기고 싶다면 지금은 절대 그를 찾아가면 안 돼. 그리고 당분간 연락도 하지 마. 만약 그가 진짜 너에게 마음이 있다면 반드시 너에게 만족할 만한 답을 줄 거야.”“그 답을 내가 받을 수나 있을까? 그냥 당장 그랑 싸우는 게 속이 더 후련할 것 같은데.”“어떻게 그렇게 확신해? 왜 네

Explore and read good novels for free
Free access to a vast number of good novels on GoodNovel app. Download the books you like and read anywhere & anytime.
Read books for free on the app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