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다! 분명 목적이 따로 있을 것이다!다음날, 성운 법률 사무소.성우는 자신의 눈을 비비며 여전히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 가장 상대하기 어려운 이현 변호사가 3일도 안 되어 차설아에 의해 정복되었다.계약 해지 수속을 밟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단독 사무실에 앉아 사무소의 사건을 맡고 있었다.“대단해요, 대표님, 대단하세요.”성우는 차설아의 사무실로 들어감 참지 못하고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차설아는 손에 든 서류를 열심히 살펴보며 고개도 들지 않고 말했다.“성우 변호사 한가해요? 수중에 사건이 없어요? 몇 개 더 나눠줄까요?”“아니요, 아니요.”성우는 손을 흔들며 숭배하는 눈빛으로 차설아의 주위를 어슬렁거리면서 조심스럽게 물었다.“대표님, 어제 백화점에서 용감하게 폭탄을 해체하는 장면을 우리 직원들도 모두 봤어요. 너무 멋져요. 대체 어디서 배운 기술이에요? 혹시 숨겨진 신분이 있는 건 아니에요? 예를 들면 국정원 비밀 요원 같은?”차설아는 어이없다는 듯 성우를 보더니 말했다.“제 할아버지는 당시 이름을 떨쳤던 차무진 대장군이세요. 폭탄 해체 같은 기초적인 기술은 유치원 때 거의 다 배웠어요.”“와, 대단하네요.”성우는 눈을 반짝이며 감탄했다.“우리 대표님이 대장군의 손녀라니! 그럼 폭탄 해체 말고 다른 것도 할 줄 알아요?예를 들면 격투기나 총 해체 같은 기술?”“그 정도는 눈 감고도 해요.”차설아는 눈썹을 치켜올리며 다소 오만하게 말했다.“만약 직원들도 배우고 싶다면, 시간 날 때 가르쳐 주죠.”“좋아요. 저희 배우고 싶어요.”갑자기 사무실 문이 밖에서 엿듣는 직원들에 의해 열렸고, 전 직원들이 기대하는 얼굴로 서 있었다. 차설아를 그들의 신으로 여기는 눈빛이었다.직원들이 처음에 차설아에게 복종하지 않은 건, 성도윤과의 관계 때문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차설아에게 완전히 매료되었고, 그녀를 위해 기꺼이 목숨을 바칠 수도 있었다.회사의 대표가 대장군의 손녀이고, 폭탄 해체는 물론, 총기 해체, 게다가 격투기까지 할
“그렇게 하죠!”차설아는 이현의 계획을 듣더니 흥분에 겨워 두 눈을 반짝이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이현 변호사님은 역시 다르시네요. 이렇게 어려운 사건도 돌파구를 찾으시다니. 이 법률사무소를 쟁취하길 잘했네요!”“세 분의 변호사님 덕분에 그 어떤 분야에서도 내 마음대로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온 해안시에서도... 아니, 온 세상이 다 내 거인 것 같아요.”“보스, 너무 들뜬 거 아니에요? 그나저나 노력하면 해안시 3, 40%는 보스 걸로 만들 수 있겠지만요.”차설아는 미간을 구기더니 불만을 드러냈다.“왜 겨우 3, 40%인 거예요? 나머지 6, 70%는요?”“생각해 보면 모르겠어요?”성우가 차분한 얼굴로 차설아에게 찬물을 끼얹었다.“나머지 6, 70%는 당연히 보스의 전 남편, 그리고 저희 전 보스였던 성도윤 대표님 거죠.”성씨 가문은 해안시 8대 가문 중 서열 1위였다. 나머지 일곱 개의 가문의 실력도 만만치 않았기 때문에 차씨 가문이 다시 옛날의 영광을 되찾으려면 수많은 난관을 극복해야 했다. 그래서 3, 40%의 점유율을 차지하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었다.이때, 카리스마 있는 이현이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시작도 하기 전에 주눅이 들 건 없죠... 이 소송에서 이길 수만 있다면 앞으로 성씨 가문은 차씨 가문의 돈벌이 도구로 쓰일 거예요. 그럼 차씨 가문이 성씨 가문을 따라잡는 게 아예 가능성 없는 일은 아니죠.”“그러게 말이에요. 예전에 우리 차씨 가문은 성씨 가문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명문 가문이었어요. 단지 차씨 가문은 잘못된 길을 걸어 많이 뒤떨어졌을 뿐이에요...”차설아가 말하고는 한숨을 푹 쉬더니 단호하게 말했다.“나 차설아는 차씨 가문의 유일한 핏줄로서 더는 가문이 잘못된 길을 걷게 하지 않을 거예요.”성우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면서 감탄을 금치 못했다.‘두 사람 정말 너무 순진한 거 아니야? 소송 하나로 나락 갔던 차씨 가문이 어떻게 실력이 가장 막강한 성씨 가문을 쫓아갈 수 있겠어? 너무 일을 쉽게 생각하
강진우의 말에 분위기는 삽시에 무거워졌다.사도현은 저도 모르게 한숨을 푹 내쉬고는 말했다.“그래도 사랑하느니 마느니 얘기라도 할 수 있잖아. 나는 그런 고민조차도 없다고. 난 여자를 사랑하지 않고 오로지 자유만을 사랑해. 그 빌어먹을 소송에서 이기지 못한다면 난 앞으로 자유도 없을 거야!”말을 마친 그는 잔에 들어있는 술을 쭉 들이켜고 박수를 치더니 높은 목소리로 말했다.“됐어. 우리 세 사람 모두 정신을 똑바로 차리자고. 언제까지 분위기를 축 처지게 만들 거야? 재미있는 거 할래?”강진우가 흥미진진하게 물었다.“뭔 재밌는 거?”“묵찌빠 같은 거 말이야. 진 사람이 무조건 벌칙 받는 거 어때?”“재미없어.”성도윤이 덤덤한 표정으로 말했다. 별 흥미가 없는 모양이었다.하지만 그는 갑자기 뭔가 떠올랐는지 다시 말했다.“보리보리쌀은 어때?”“그래, 난 다 돼.”“그럼 보리보리쌀로 해.”성도윤은 갑자기 흥미를 보였다.전에 그는 번마다 차설아에게 졌었다. 그래서 이 기회를 빌려 자기 게임 실력이 정말 뒤떨어지는지, 아니면 차설아가 너무 잘하는 것인지 검증하고 싶었다.그렇게 세 사람은 차례대로 게임을 시작했다.아니나 다를까, 좀처럼 놀러 나오지 않는 워커홀릭 성도윤이 꼴찌로 되었다.강진우와 사도현은 손쉽게 그를 이겼다.게임은 게임이니 성도윤은 두 사람이 준 벌칙을 달게 받을 생각이었다.“내가 먼저 할래!”사도현이 말했다.“도윤 형, 지금 휴대폰으로 당장 차설아한테 전화를 걸어서 최소 10분 이상 얘기해.”“뭐야? 재미도 없고!”성도윤은 바로 거절했다.하지만 사도현은 이대로 넘어갈 사람이 아니었다. 그는 쉴 새 없이 옆에서 쫑알쫑알 시끄럽게 굴곤 했다.“전화하는 것 가지고 그래? 이것도 못한다니 도윤 형 겁먹은 거 아니야?”사도현의 도발에 성도윤은 바로 휴대폰을 꺼내 차설아에게 전화를 걸었다.결과는 뻔했다. 그는 여전히 차설아의 블랙리스트에 있어 전화가 전혀 연결이 되지 않았다.“푸하하하하!”이것이 바로 그들이 원하는
여인은 청순하고 앳된 얼굴에 똘망똘망한 큰 눈을 가지고 있었다. 사회 초년생 여대생과도 같은 풋풋한 모습을 보였다.세 사람은 그 여인이 바 앞에 앉을 때까지 그녀에게서 눈을 떼지 못했다.사도현은 성도윤의 어깨를 툭툭 치며 말했다.“도윤 형, 운이 좋네. 저 여자애 엄청 괜찮아 보이는데? 전에 내가 벌칙에 걸렸을 때에는 얼마나 불운했는지 알아? 덩치 큰 형님 아니면 4, 50대 아줌마를 만났었다고. 멍해서 뭐해? 얼른 가지 않고.”강진우도 고개를 끄덕이면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이 여자애 괜찮아 보이는데? 그리고 설아 씨 얼굴도 있는 것 같아. 성격은 설아 씨보다 훨씬 부드럽겠지? 가서 춤 한 번 추자고 해, 거절하지 않을 것 같은데 말이야.”“...”성도윤은 입술을 씰룩거리더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차가운 눈빛으로 흰 치마를 입은 여인을 주시하고 있었을 뿐이다.그녀는 누굴 기다리고 있는지 혼자 바 앞에 앉아있었다. 표정은 어색해 보였는데 아마 이런 곳은 처음인 듯해 보였다.청순하고 순진한 그녀의 모습에서 차설아가 보인 건 사실이었다.물론 예전의 차설아였다.성도윤은 자리에서 일어서고는 늘씬한 다리로 성큼성큼 여자애에게 다가갔다.그는 워낙 존재감이 뛰어났고 또 카리스마가 있었기 때문에 여자애는 처음부터 그를 눈여겨봤다.그가 점점 가까워지자 여자애도 긴장했는지 볼이 발그레해졌고, 그러다가 고개를 푹 숙이고는 다급하게 음료수만 들이키고 있었다.“혼자 왔어요?”성도윤이 여자애를 내려다보며 알 수 없는 얼굴로 물었다.“아, 그게... 저한테 물어보시는 거예요?”여자애는 부끄러워하며 고개를 들더니 황급히 주위를 둘러봤다. 자기가 이렇게 잘생기고 훤칠한 남자에게 플러팅당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여자애의 반응이 귀여워 성도윤은 눈썹을 치켜들었다.그는 어쩐지 자꾸 예전의 차설아가 떠올라 입꼬리를 씩 올리고는 말했다.“제가 말 거는 게 싫어요?”“아니요, 그건 아니에요. 말 거는 거 좋아요...”여자애는 이런 설명이 가당치 않다고
차설아도 오늘 흰 치마를 입고 있었다. 화장기 없는 담백한 얼굴에 부드러운 머리카락은 어깨 한쪽에 넘겨 있었는데 청순함은 물론, 더 치명적인 매력을 뽐내고 있었다.그녀는 입꼬리를 씩 끌어올리더니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괜찮은 곳이네, 앞으로 모임은 계속 여기서 가져도 되겠어. 오늘 이현 변호사님이 내 후환을 해결했으니 제대로 축하해야지...”차설아는 말하는 중 배경수 남매의 표정이 심상치 않는 것을 발견했다.“언니, 저 사람 좀 봐봐. 잘생긴 저 사람, 언니 남편처럼 생겼는데?”배경윤은 차설아의 팔을 흔들더니 조심스럽게 말했다.차설아는 배경윤이 가리킨 방향을 바라봤는데 역시 그녀의 말대로 훤칠하고 잘생긴 성도윤을 발견하게 되었다.배경수와 배경윤은 서로 눈을 마주치면서 어떻게 차설아를 위로할지 고민하고 있었다.하지만 차설아는 아무렇지 않다는 듯이 웃고는 말했다.“뭔 남편이야? 전 남편이지. 호칭 헷갈리지 마.”“누나, 만약 저 사람이 신경 쓰인다면 우리 장소 바꿔도 돼. 거긴 어때...”“왜 장소를 바꿔야 하는데?”차설아는 턱을 치켜들고는 우아한 백조처럼 그들의 앞을 지나가며 말했다.“이 클럽이 무슨 성도윤이 차린 것도 아닌고. 저 사람도 여기서 놀 수 있는데 우리는 왜 못 놀아?”“맞아, 우리가 더 신나게 놀아야지!”배경수는 차설아와 배경윤을 이끌고 미리 예약한 자리에 앉았다.세상에 이런 우연이 있을까, 그들의 자리는 마침 성도윤의 맞은편에 있었다.이 클럽에서 가장 비싼 두 VIP 자리였다.강진우와 사도현도 차설아를 발견하고는 어색한 얼굴을 보이더니 차설아와 인사할지 말지 고민하고 있었다.차설아는 술잔을 그들을 향해 치켜들었다. 우아하고 여유로운 모습을 보였으니 분위기는 차설아의 완승이었다.강진우도 허공에 대고 차설아와 잔을 부딪쳤다. 그는 이 상황이 점점 흥미로워졌다.사도현은 차설아의 인사를 무시하고는 강진우에게 말했다.“진우 형, 차설아한테는 왜 인사를 하는 거야? 허공에 대고 잔까지 부딪쳐? 왜 저렇게 허
“사기캐라고? 남자야 여자야? 잘생겼어? 언니랑 무슨 관계야?”배경윤은 두 눈을 반짝이며 잔뜩 궁금한 얼굴로 차설아에게 따져 물었다.차설아가 입꼬리를 씩 올리며 말했다.“남자야, 잘생겼어. 그리고 너도 아는 사람이야.”“남자라고?”배경수의 안색은 곧바로 어두워졌다. 그는 쭈뼛쭈뼛하며 물었다.“보스랑 어떤 사이인데?”차설아는 대답 대신 전화를 받았다.“맞아, 그냥 쭉 안으로 들어오면 돼...”이때 클럽 입구에 검은 마스크를 쓴 키 크고 잘생긴 남자가 나타났다. 그의 깊은 눈망울은 마치 뭔가의 사연이 있는 것 같았다.차설아는 재빨리 자리에서 일어서면서 남자에게 손을 흔들었다.“여기야!”배경수 남매와 맞은편에 앉은 강진우, 사도현도 모두 남자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그 남자는 곧장 차설아가 앉은 자리로 향하더니 마스크를 벗었다.순간 배경윤은 흠칫 놀라며 말했다.“이... 이 사람... 리틀 성도윤이야?”“무슨 리틀 성도윤이야, 그 재수 없는 이름은 꺼내지도 마. 얘는 지훈이라고 해. 네가 그때 나한테 준 서프라이즈, 기억 안 나?”차설아는 말하면서 지훈을 자기 옆자리에 앉히고는 살갑게 말했다.“여기까지 오느라 수고했어. 손 상태는 어때? 괜찮아? 조금 있다가 게임할 때 지장이 있는 건 아니지? 오늘 우리 넷이서 반드시 상대 포탑을 부숴야 해. 쟤네 둘은 왕초보라 너랑 나밖에 믿을 사람 없다고!”지훈은 긴 다리를 굽히며 자리에 앉고는 덤덤한 얼굴로 여유롭게 휴대폰을 꺼내더니 길쭉한 손가락으로 화면을 스크롤 하며 덤덤하게 말했다.“그 정도야 쉽죠!”“그럼 잔말 말고 이제 시작하지?”차설아는 서둘러 그들을 게임방으로 초대했다.배경수는 갑작스레 나타난 잘생긴 남자, 그것도 성도윤을 닮은 잘생긴 남자에 적개심이 가득했지만 오로지 게임에만 전념할 뿐, 잘생긴 남자에 아무 관심이 없는 것 같아 보이자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얌전히 게임에 돌입했다. 그러면서 스스로 다짐했다.‘오늘 내 실력 제대로 보여줘야지. 게임을 잘해야만 보스도 나
“무슨 신분?”“요새 엄청 핫한 보이 그룹의 SK 보이즈 있잖아. 그 그룹에서 비주얼 담당이야, 리틀 성도윤이라는 별명까지 얻었거든.”“푸흡!”사도현은 너무 놀란 나머지 술을 뿜었다.성도윤의 조카는 수석 연구 개발사이자 게임중독자일 뿐만 아니라 보이 그룹의 비주얼 담당이라고?‘성지훈, 재미있는 놈인데?’“보이 그룹으로 활동을 하면서 어떻게 칩을 연구하고 개발한대?”사도현은 호기심에 강진우에게 물었다.“그걸 내가 어떻게 알아? 연구하는 일이 지겨워서 다른 생활을 체험해 보려는 건 아닐까?”강진우는 먼 곳에서 성지훈을 향해 부러운 눈빛을 보냈다.자유자재로, 제멋대로 자기가 원하는 삶을 사는 생활은 그나 성도윤, 심지어 사도현도 이루지 못했으니까 말이다!다른 한편, 성도윤은 별생각 없이 흰 치마를 입은 여자애와 춤을 추고 있었다.그는 워낙 관찰력이 뛰어났기에 차설아 일행이 클럽으로 들어온 걸 진작 알아챘다.처음에는 괜히 도둑이 제 발 저리긴 했다. 혹시나 차설아가 그와 흰 치마 여자애의 관계를 오해할까 봐 일부러 거리를 뒀는데 그 망할 여자가 이쪽으로 눈길 한 번 주지 않을 줄은 누가 알았겠는가? 모르는 사람 대하듯이 그의 앞에서 휙 지나가버렸다.그녀의 대수롭지 않은 태도에 성도윤은 괜히 마음이 불편했다.그리고 무엇보다 그를 화나게 만든 건, 바로 성지훈마저 그녀와 엮인 것이었다.배경수만으로도 충분히 화가 나는데, 이제 조카까지 끼어들었으니 차설아는 미남들에게 둘러싸인 것과 마찬가지이다.‘참으로 좋겠네!’만약 이때 성도윤이 그녀에게 달려가서 따져 묻는다면 괜히 신경 쓰이는 것처럼 보일 것이다. 그래서 그는 어쩔 수 없이 흰 치마 여자애와 계속 춤을 출 수밖에 없었다.성도윤은 전에 사도현한테서 배운 연애 비법을 떠올렸다.‘매달리고, 낭만적이게 대해주고, 밀어내고. 그래, 이렇게 하는 거야.’그래서 그는 차설아에게서 주의를 돌리고는 눈앞에 있는 여자애에게 신경 쓰기로 했다.“이름이 뭐예요?”성도윤은 낮은 목소리로 여자애에게 물었
“춤?”차설아는 헛기침을 하더니 흥미 없는 듯이 말했다.“나 춤에는 관심이 없어.”잘생긴 성지훈의 얼굴에는 의미심장한 미소가 담겼다. 그는 차설아의 눈을 똑바로 보며 물었다.“관심이 없는 거예요? 아니면 그럴 엄두가 안 나는 거예요?”“웃겨, 내가 엄두가 안 날 게 뭐가 있어?”차설아는 괜히 센 척하며 말했지만 사실 이 말을 할 때 성지훈의 눈도 똑바로 보지 못할 만큼 뒤가 켕겼다.왜인지 성지훈은 성도윤과 너무도 비슷한 두 눈을 가지고 있었다. 날카로운 눈빛은 그녀의 마음속 모든 비밀을 꿰뚫고 있는 것 같았다.사실 차설아는 성도윤과 다른 여자가 춤을 추고 있다는 사실을 신경 쓰지 않을 수가 없었다. 지금까지는 그저 괜찮은 척할 뿐이었다!하지만 아직 경험이 부족해서인지 끝내는 아무렇지 않은 척하는 연기를 이어나가지 못했다. 성도윤과 그 여자애가 담소를 나누는 모습에 그녀는 결국 심장이 쿵 내려앉았다. 그래서 게임에 집중을 못 했고 아쉽게도 같은 팀원에게 게임의 패배를 안겨줬다.“엄두가 안 난 게 아니면 나랑 같이 춤 한 번 춰요. 나랑 춤 한 번 추면 많이 여유로워질 것 같은데요?”성지훈은 다시 한번 차설아를 향해 손을 내밀며 러브콜을 보냈다.그는 성도윤의 조카였지만 성도윤보다 겨우 한, 두 살 어렸다.어려서부터 비교적 개방적인 해외에서 살아왔던지라 자유로운 삶을 추구해왔고, 그래서인지 삼촌인 성도윤보다 더 평온하고 차분해 보였다.“그게...”차설아는 어금니를 깨물며 고민에 빠졌다.‘춤을 추러 가자니 너무 질투를 유발하는 것 같고, 말자니 너무 겁쟁이처럼 보일 거 아니야?’배경수도 알아차리게 되었다, 보스는 아직 빙산처럼 차가운 성도윤에 대한 마음을 내려놓지 못했다는 것을.아니면 가장 잘하는 게임에서 절대 당황해하면서 실수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았을 것이다.‘성도윤 저 녀석도 참. 전처가 있는 걸 알면서도 다른 여자랑 신나게 춤을 추고 있어? 이거 명백한 도발 아니야? 안돼. 보스를 지키는 기사로서 나는 절대 보스가 지는 꼴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