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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74화

Author: 배시아
사실 성도윤은 차설아가 성진과 데이트를 하느라 원이와 영상통화를 하지 않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원이가 직접 찾아와서 도움을 청했기에 좋은 기회라고 여겼다.

이 기회를 빌려 차설아와 성진 사이를 훼방하고 싶었다.

진무열은 재빨리 부하들을 모았고 성진의 별장으로 떠날 채비를 마쳤다.

“흠... 비록 나쁜 남자이긴 하지만 이럴 때는 또 든든하네요. 참 잘했어요.”

원이는 성도윤을 향해 엄지손가락을 내밀면서 말을 이었다.

“원래 마이너스 100점이었는데 오늘 도움을 받았으니 1점 더해줄게요. 그럼 현재 점수는 마이너스 99점이고요. 100점이 되는 날에 엄마랑 만나서 화해하게 해줄 테니 힘내세요.”

성도윤과 진무열은 원이의 말을 듣고 깜짝 놀랐다. 진무열이 먼저 입을 열었다.

“원이 도련님, 그러면 두 분이 언제 화해하겠어요? 이러다가는 서로 다른 짝을 만나 새로운 인생을 살까 봐 겁나지도 않으세요?”

“만약 이것도 못 한다면 인연이 아닌 거예요. 사랑한다는 것도 전부 거짓말이겠죠. 인연이 아닌 사람이라면 떠나가도 상관없어요.”

원이는 덤덤하게 대답했다.

“맞아요. 이런 건 아무것도 아니죠.”

진무열은 성도윤을 힐끗 쳐다보면서 조심스럽게 말했다.

“대표님, 분발하셔야겠어요. 199점이나 모으려면 몇 년이 걸릴 수도 있잖아요. 힘내세요!”

성도윤은 피식 웃으면서 대답했다.

“괜찮아. 남아도는 게 시간이니 천천히 모아봐야지.”

성도윤은 남은 생의 모든 시간을 동원해서 원이의 마음을 얻고 차설아를 품에 안을 것이다.

부하들이 성진의 별장으로 가려고 할 때, 민이 이모가 병원으로 찾아왔다. 보디가드가 나서서 막았지만 복도에 있던 소영금이 직접 데리고 들어왔다.

“원이 도련님, 정말 혼자 여기까지 왔군요...”

민이 이모는 원이를 보고서야 한숨을 돌렸다. 원이는 깜짝 놀라더니 물었다.

“제가 여기에 있는 건 어떻게 아시고 온 건가요? 설마 달이가 알려줬어요? 하지만 저는 달이한테 이곳으로 온다고 말한 적이 없는걸요.”

“원이 도련님의 엄마가 직접 알아낸 거예요.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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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선 이혼, 후 집착   제1474화

    사실 성도윤은 차설아가 성진과 데이트를 하느라 원이와 영상통화를 하지 않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원이가 직접 찾아와서 도움을 청했기에 좋은 기회라고 여겼다.이 기회를 빌려 차설아와 성진 사이를 훼방하고 싶었다.진무열은 재빨리 부하들을 모았고 성진의 별장으로 떠날 채비를 마쳤다.“흠... 비록 나쁜 남자이긴 하지만 이럴 때는 또 든든하네요. 참 잘했어요.”원이는 성도윤을 향해 엄지손가락을 내밀면서 말을 이었다.“원래 마이너스 100점이었는데 오늘 도움을 받았으니 1점 더해줄게요. 그럼 현재 점수는 마이너스 99점이고요. 100점이 되는 날에 엄마랑 만나서 화해하게 해줄 테니 힘내세요.”성도윤과 진무열은 원이의 말을 듣고 깜짝 놀랐다. 진무열이 먼저 입을 열었다.“원이 도련님, 그러면 두 분이 언제 화해하겠어요? 이러다가는 서로 다른 짝을 만나 새로운 인생을 살까 봐 겁나지도 않으세요?”“만약 이것도 못 한다면 인연이 아닌 거예요. 사랑한다는 것도 전부 거짓말이겠죠. 인연이 아닌 사람이라면 떠나가도 상관없어요.”원이는 덤덤하게 대답했다.“맞아요. 이런 건 아무것도 아니죠.”진무열은 성도윤을 힐끗 쳐다보면서 조심스럽게 말했다.“대표님, 분발하셔야겠어요. 199점이나 모으려면 몇 년이 걸릴 수도 있잖아요. 힘내세요!”성도윤은 피식 웃으면서 대답했다.“괜찮아. 남아도는 게 시간이니 천천히 모아봐야지.”성도윤은 남은 생의 모든 시간을 동원해서 원이의 마음을 얻고 차설아를 품에 안을 것이다. 부하들이 성진의 별장으로 가려고 할 때, 민이 이모가 병원으로 찾아왔다. 보디가드가 나서서 막았지만 복도에 있던 소영금이 직접 데리고 들어왔다.“원이 도련님, 정말 혼자 여기까지 왔군요...”민이 이모는 원이를 보고서야 한숨을 돌렸다. 원이는 깜짝 놀라더니 물었다.“제가 여기에 있는 건 어떻게 아시고 온 건가요? 설마 달이가 알려줬어요? 하지만 저는 달이한테 이곳으로 온다고 말한 적이 없는걸요.”“원이 도련님의 엄마가 직접 알아낸 거예요. 그

  • 선 이혼, 후 집착   제1473화

    원이는 진지한 표정을 하고서 천천히 입을 열었다.“엄마가 지금 위험한 상황에 처한 게 분명해요. 영상통화는 받지 못하고 전화만 받을 수 있어요. 누군가가 엄마를 납치했을 거예요. 납치 지점은 이미 알아냈지만 저는 어린아이라서 엄마를 구할 수가 없어요. 그래서 능력 있는 부하들을 모아 달라고 부탁하러 온 거예요.”원이는 또박또박 말했다.“뭐라고? 설아가 납치당했다는 말이야?”성도윤의 표정이 삽시에 굳어졌다. 마지막으로 차설아의 위치를 확인했을 때는 성진이 지내는 별장이었다.그때는 차설아와 성진의 데이트 현장을 염탐하는 것 같아서 민망했는데 알고 보니 생각했던 것과 사뭇 달랐다. 상황이 이렇게 심각할 줄은 꿈에도 몰랐다.성도윤은 차설아가 원이와 영상통화도 하지 못하는 것을 수상하게 여겼다.“멍때리지 말고 도와줄 건지 말 건지 결정해 주세요. 도와주지 않겠다고 해도 상관없어요. 어차피 경찰에 신고하면 되니까요.”원이는 시크하게 말했지만 사실 성도윤 말고는 다른 방법이 없었다. 경찰에 신고한다고 해도 당장 차설아를 구할 수가 없기 때문이었다.어린아이가 찾은 증거를 경찰 측에서 쉽게 믿지 않아서 장난으로 간주하고 사건을 조사하지 않을 수도 있었다. 그러면 차설아의 상황을 제대로 알 수가 없었다.“아빠랑 같이 가자.”성도윤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침대에서 내려오려고 했다.“아니요! 아직 다 낫지도 않았으니 누워계세요. 그저 싸움을 잘하고 똑똑한 부하들을 모아주면 돼요. 만약 같이 가게 되면 엄마를 구하기도 전에 쓰러질까 봐 그래요.”원이는 성도윤을 도로 눕히면서 진지하게 말했다.“그, 그래...”성도윤이 수술받은 뒤, 상처가 단번에 아물지 않았기에 자칫하다가 피를 흘릴 수도 있었다. 그리고 회복 기간에 무리했다가는 의식을 영영 잃을 것이다.성도윤은 차설아가 걱정되어서 미칠 것 같았지만 경거망동해서는 안 되었다.“진무열!”성도윤은 병실 밖을 향해 높은 소리로 외쳤다. 목소리에 분노와 슬픔이 배어있었다.진무열은 재빨리 문을 열고 들어와서

  • 선 이혼, 후 집착   제1472화

    두 사람은 서로를 무척 사랑했지만 함께일수록 견디기 힘든 상처를 주었다. 그래서 성도윤은 고민하다가 차설아를 멀리하기로 결심했다.“그게 무슨 뜻이에요? 우리 엄마를 두고 도망가기라도 하겠다는 건가요?”성도윤의 말을 들은 원이는 표정이 삽시에 굳었다. 원이가 성도윤이 차설아한테 접근하지 못하게 막았을 때와 지금은 상황이 아예 달랐다.성도윤이 차설아를 멀리하겠다는 것처럼 말하자 원이는 화가 치솟았다.“그런 게 아니야. 나는 그저 설아가 행복하길 바라서 그래.”성도윤은 담담하게 대답했다. 스스로 좋은 남자가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차설아를 평생 행복하게 해줄 수가 없었다.“입으로만 그러지 말고 행동으로 증명하세요! 우리 엄마가 행복하길 바란다는 말에 진심이 하나도 느껴지지 않아요. 예전에 우리 엄마한테 접근할 때마다 제가 막았었죠. 그럼 더 적극적으로 다가가고 노력해서 저의 마음을 얻으면 안 돼요?”원이는 얼굴이 빨갛게 달아오른 채 씩씩거렸다. 그러고는 미간을 찌푸리더니 성도윤을 노려보면서 진지하게 물었다.“아직도 우리 엄마를 사랑하기는 해요?”“사랑해.”성도윤은 망설임 없이 고개를 끄덕이면서 말했다.“다른 여자한테 마음을 표현해 본 적은 있어요?”원이는 엄숙한 표정을 하고서 계속 캐물었다.“아니...”성도윤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는 말을 이었다.“한 명 있긴 하지. 네 엄마한테 수없이 많은 사랑 고백을 했었어.”돌이켜보면 차설아를 향한 사랑 고백은 전부 사도현이 직접 가르친 것이었다. 한때는 어린아이처럼 유치하고 단순했었다.성도윤은 아직도 자신이 사랑하는 여자의 마음을 어떻게 얻어야 할지 잘 몰랐다.그리고 차설아를 행복하게 해줄 자신이 없었기에 적극적으로 다가갈 생각조차 사라져 버렸다.“사랑 고백이 뭐 대수인가요? 이렇게 허무하게 포기하고 싶어요? 저랑 엄마, 여동생이 아무리 밀쳐내고 거절해도 절대 포기하면 안 돼요. 알겠죠?”원이는 성도윤을 향해 박력 있게 말했다.“저희가 확실하게 거절하지 않은 건 여지를 주겠다는 말이에

  • 선 이혼, 후 집착   제1471화

    “그, 그래. 그러는 게 두 사람한테 좋은 거겠지...”소영금은 머뭇거리다가 결국 진무열의 말을 따랐다. 원이는 혼자 큰 병실에 들어갔고 침대에 누워 창밖을 바라보는 성도윤을 발견했다.성도윤은 머리에 붕대를 감고 있었고 얼굴이 창백했다. 살짝 밀어놓으면 당장이라도 쓰러질 것처럼 상태가 좋지 않았고 몸이 허약해 보였다.성도윤의 두 눈은 초점 없이 허공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카리스마 있고 범접할 수 없는 기운을 내뿜던 눈은 영혼이 빠져나가기라도 한 듯 빛을 잃었다.성도윤을 탐탁지 않아 하던 원이마저 그 모습을 보고 마음 아파했다.‘이 찌질한 아빠를 어쩌면 좋아? 너무 불쌍해 보이잖아. 이러면 뭐라고 할 수도 없어.’혀를 끌끌 차면서 성도윤을 혼내고 싶었지만 입이 쉽게 떨어지지 않았다. 원이는 우물쭈물하더니 조심스럽게 성도윤을 불렀다.“저기요.”멍하니 창밖을 바라보던 성도윤은 원이의 목소리를 듣자마자 고개를 돌렸고 눈에 생기가 돌았다.“원, 원이야?”성도윤의 머릿속에 세 식구가 해바라기섬의 바닷가에서 뛰어놀던 화면이 번뜩 떠올랐다.“이제는 제가 누군지 아시나 봐요?”원이는 무뚝뚝하게 대답하려고 했지만 자신을 알아봐 준 성도윤한테 그러고 싶지 않았다.“당연하지. 너는 내 아들이잖아. 원이야, 이리 와.”성도윤은 감격스러운 어조로 말하면서 침대에서 내려오려고 했다. 원이를 안아주고 싶은 마음과 달리, 몸이 따라주지 않았다.성도윤은 밀려오는 통증에 상처 자국을 움켜쥐고 인상을 찌푸렸다. 원이는 재빨리 침대맡으로 다가가서 말했다.“수술받은 지 얼마나 되었다고 침대에서 내려와요? 얼른 누우세요. 일단 하고 싶은 말만 하시고요.”어린 원이는 어른처럼 사뭇 진지하고 엄숙한 어투로 당부했다. 그러고는 작은 손으로 성도윤의 손등을 살며시 어루만졌다.“그래. 먼저 너랑 얘기를 나누는 게 좋겠어.”성도윤은 원이의 말대로 자리에 누우면서 미소를 지었다. 원이의 작은 손이 성도윤의 손등에 닿을 때, 따뜻한 기운이 스며들면서 성도윤에게 살아갈 희망을 주

  • 선 이혼, 후 집착   제1470화

    소영금은 보디가드를 뒤로하고 원이와 함께 성도윤이 있는 병실로 향했다. 병실의 문을 열려던 소영금은 다시 손을 거두었다.“할머니, 왜 그러세요? 어서 들어가요.”원이는 큰 눈을 깜빡이면서 소영금을 바라보다가 고개를 갸웃거렸다.“네 아빠가 수술을 받은 지 얼마 되지 않았어. 의식이 돌아오긴 했지만 아직도 회복 중이야. 도윤이가 너를 보고 더 충격받으면 안 되는데...”소영금은 성도윤이 늘 걱정되었다.뇌수술이 순리롭게 끝났지만 의식을 되찾은 성도윤은 슬픔에 잠겨 창밖을 종종 내다보곤 했다. 작은 곳에 자신을 가두어 놓고 외부와 접촉하려고 하지 않았다.그래서 소영금은 성도윤이 과거에 있었던 일들을 다시 기억해 냈는지 알 수가 없었다. 원이와 만나게 했다가 자칫 상태가 악화하면 자극받은 성도윤이 어떻게 될지 모르는 일이었다.“할머니는 아들을 그렇게 못 믿으세요? 생각보다 강한 사람일 거예요. 그리고 제가 괴물도 아닌데 왜 저를 보고 충격을 받겠어요? 만약 이번 만남으로 인해 충격받고 쓰러질 나약한 사람이었다면 이렇게 도움을 청하러 찾아오지도 않았을 거예요.”원이는 어린아이답지 않게 진지한 표정을 지었다. 성도윤이 나쁜 남자인 건 맞지만 능력 있는 든든한 어른이었다.그렇지 않으면 차설아의 마음을 얻지 못했을 것이다.‘엄마를 사랑한다면서 엄마를 지키지 못한다면... 남자로서 실패한 인생이라고 해야겠지.’“네 말을 들어보니 또 그런 것 같구나.”소영금은 원이의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였다.성대 그룹의 대표가 나약한 인간이었다면 진작에 회사를 날렸을 것이다. 소영금이 머뭇거릴 때, 병실 안에서 성도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밖에 누구 있어요?”“보스, 제가 나가볼게요.”병실의 문을 열고 나온 진무열은 소영금과 원이를 보고 환하게 웃었다.“누가 왔나 했더니, 원이 도련님이셨군요! 두 분이 같이 오신 건가요?”“아니. 이 어린아이가 글쎄 여기까지 혼자 왔다지 뭐야? 원이는 너무 똑똑해.”소영금은 말하면서 병실 안쪽을 들여다보더니 말을 이었다.“

  • 선 이혼, 후 집착   제1469화

    “꼬마야, 이곳은 아무나 들어올 수 있는 곳이 아니야. 부모님은 어디에 계셔? 당장 돌아가.”키가 훤칠한 보디가드는 무기를 들고 인상을 찌푸린 채 원이를 노려보았다. 소영금은 병실과 엘리베이터 앞, 병원 내부 곳곳에 보디가드를 배정해 두었다. 만일의 사태를 대비해 많은 인력을 투입한 것이다. 원이는 순리롭게 병원 내부로 들어갔지만 엘리베이터 입구에서 멈춰 섰다.“성도윤이 저의 보호자예요. 얼른 만나게 해주세요. 믿지 못하겠으면 저를 데리고 가주세요.”원이는 덩치가 몇십 배 더 큰 보디가드 앞에서 주눅이 들지 않고 침착하게 말했다.“네 장난에 내가 속을 줄 알아? 감히 성대 그룹의 성도윤 대표님을 만나려고 해? 꼬마야, 장난칠 거면 집으로 돌아가.”보디가드는 원이를 위아래로 훑어보면서 경계하더니 말을 이었다.“이제는 어린아이까지 동원해서 대표님을 해치려고 하는구나. 솔직하게 말하는 게 좋을 거야. 누구의 지시를 받고 여기까지 온 거지? 말하지 않으면 내가 직접 죽여줄게.”보디가드는 어느 가문에서 성씨 가문에 복수하기 위해 어린아이를 보낸 것이라고 확신했다. 그러고는 원이의 어깨를 꽉 붙잡고 허공에 들어 올렸다.“어떤 무기를 갖고 왔는지 당장 말해! 내놓으란 말이야! 이번에는 독약인가?”“이것 좀 놓으세요. 나를 괴롭힌 걸 엄마가 알게 되면 당신들은 무사하지 못할 거예요! 이 손 놓으라고요.”원이는 허공에서 발버둥 치면서 소리를 질렀다. 무슨 일이 생겨도 늘 침착하던 원이는 일을 크게 벌이기 위해 일부러 소란을 피웠다.성도윤이 원이의 목소리를 듣게 되면 만날 수 있을 것이다.“조용히 하지 못해? 이 자리에서 당장 죽여줄 수도 있어. 그 입 당장 다물어! 어린놈이 목소리는 왜 이렇게 큰 거야?”보디가드는 다른 환자들의 심기를 건드릴까 봐 원이의 입을 손으로 틀어막았다. 이마에서 식은땀이 뚝뚝 떨어졌고 심장이 벌렁거렸다.‘보디가드 경력만 10년이 넘는데 꼬맹이 때문에 벌벌 떠는 꼴이라니... 우스운 모습을 보였어. 이러면 내 체면이 뭐가

  • 선 이혼, 후 집착   제1468화

    하지만 이미 늦가을로 접어든 시기라 쌀쌀해진 날씨와 빨리 지는 해 때문에 이 시간에는 산책로에 사람도 거의 없었다.그런 길을 원이를 데리고 걷던 서은아는 자연스레 발걸음을 늦추며 아이에게 말을 걸었다.“꼬맹이, 넌 왜 혼자 온 거야? 엄마는? 너 혼자 나가는 데 걱정도 안 해?”“엄마가 사라져서 엄마 좀 찾아달라고 유전학적 아빠 찾아온 거예요.”성도윤이 병원에 입원해있다는 것도 차설아가 성진의 별장에 있다는 걸 알아낸 원이는 어린아이의 몸으로 그 먼 산까지 가서 엄마를 데려오는 건 비현실적일 것 같아 자신의 지원군을 얻기 위해 성도윤이 입원해있는 병원으로 온 것이다.“그런데 네 엄마 아빠는 이미 헤어진 사이잖아. 네 아빠가 엄마를 찾아줄 이유는 없는데 자꾸 이런 일로 아빠 귀찮게 하면...”“당신이 뭔데 의무가 있다 없다 에요, 우리 아빠도 아니면서. 그쪽이랑은 상관없는 사람이잖아요?”“내가 네 아빠랑 무슨 사인지 너도 잘 알잖아.”희미한 가로등 불빛 아래 서서 원이를 내려다보던 서은아의 눈빛이 점점 더 차가워져 갔다.“난 네 아빠랑 곧 결혼할 사람이야. 네 아빠는 네 엄마를 버리고 나랑 결혼하기로 했다고. 그런데도 내가 상관없는 사람이야?”“내연녀라는 말을 뭐 그렇게 거창하게 해요? 아줌마 입으로도 직접 말했잖아요, 곧 결혼할 사이라고. 그럼 아직은 상관없는 사람 맞네요.”어른들보다 더 분명한 사리로 서은아를 상대한 원이는 여전히 표정을 굳히고 있었다.물론 원이도 제 엄마를 버린 아빠를 뼛속 깊이 원망하고 있지만 그래도 내연녀 앞에서만은 밀릴 수가 없었다.아빠가 다른 사람과 결혼하지 않은 이상, 엄마에 관한 일을 책임질 사람은 여전히 아빠였다.“넌 이렇게 똑똑하고 용감한데... 네 엄마는 너무 바보 같아. 이 사회가 얼마나 무서운지도 모르고 이렇게 널 혼자 내보냈으니 말이야. 가장 복잡한 게 인간의 마음인데, 오늘 날 만난 걸 다행으로 여겨. 내가 친절히 가르쳐줄게.”말을 마친 서은아는 순간 눈을 번뜩이더니 원이의 어깨를 잡고 그를

  • 선 이혼, 후 집착   제1467화

    잘생긴 원이의 얼굴을 한참 뜯어보던 간호사는 성도윤과 묘하게 닮은듯한 이목구비에 가십거리를 알아낸 듯 익살스러운 웃음을 지으며 물었다.“아, 너 대표님 아들이지?! 엄청 똑같게 생겼다!”성도윤의 아들이라는 말을 아주 싫어했던 원이는 미간을 찌푸린 채로 애어른 같은 말투로 말했다.“저는 그분 아들이 아니에요. 그분도 제 아빠가 아니시고요. 그냥 유전자로 엮여있는 것뿐이에요. 자기 아들도 못 알아보는 아빠는 세상에 없잖아요?”“어...”원이의 말에 간호사가 어쩔 줄 몰라 할 때 서씨 집안에서 보내온 영양제를 잔뜩 챙겨 들고 성도윤을 보러 온 서은아가 병원 안으로 들어섰다.성도윤이 깨어났다는 소식만 들었지 그가 차설아를 기억해냈는지에 대해서는 들은 게 전혀 없었기에 서은아는 당장이라도 병실로 달려가고 싶었다. 하지만 소영금이 앞뒤로 경호원만 열댓 명을 붙여놓은 탓에 어떻게 들어가야 할지 몰라 답답해하고 있던 와중에 간호사와 얘기 중이던 원이가 그녀의 눈에 들어오게 된 것이다.그제야 방법이 떠오른 그녀는 눈을 반짝이며 아이에게로 다가가 물었다.“꼬마야, 너 나 알아?”갑자기 들려오는 목소리에 서은아를 힐끗 본 원이는 표정을 찌푸리며 말했다.“알죠, 내 유전학적 아빠한테 들러붙는 여우 아줌마잖아요!”그 말에 화가 치밀어올랐지만 차마 화를 낼 수는 없었던 서은아는 주먹만 꼭 쥐며 말했다.“날 안다니 다행이네, 그럼 잘됐다. 너 아빠 보러 가고 싶은 거지? 아줌마랑 같이 가자.”“싫어요.”똑똑한 원이는 서은아가 이상한 일을 꾸미고 있다는 걸 바로 눈치채고는 단칼에 그녀의 제안을 거절했다.“여우 아줌마는 나 갖다 팔 수도 있는 사람이잖아요. 나한테서 떨어져요!”그 말에 서은아는 당장이라도 아이의 뺨을 때리고 싶은 충동이 일었지만 공공장소라 안간힘을 쓰며 참아냈다.“간호사 누나, 나 빨리 유전학적 아빠한테 데려다주세요.”서은아에게 한마디 하고 난 원이는 기분이 좋아졌는지 고개를 들고 간호사를 보며 말했다.“그래, 나 따라와 아가야.”그런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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