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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80화

Author: 배시아
last update Last Updated: 2024-12-19 18:30:00
차설아는 성도윤이 이상한 짓을 할까 봐 두려워서 이불을 꽉 잡고 있었다. 그러고는 일부러 성도윤을 자극해서 이성을 되찾게 하고 싶었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성도윤은 차설아의 말에 넘어가지 않았고 덤덤하게 입을 열었다.

“당신이 그동안 오해한 것 같아. 나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사람이야. 당신처럼 예쁜 여자가 내 눈앞에 있는데 나더러 가만히 있으라고? 멍청이가 아닌 이상 당신을 이대로 내버려둘 리 없어. 정말 탐나는 여자거든...”

성도윤은 손끝으로 차설아의 쇄골을 매만지더니 환자복의 첫 단추를 천천히 풀었다. 어두워서 잘 보이지 않았지만 차설아의 몸에 손을 댄 것만으로도 흥분되었다.

“성도윤 씨, 지금 멈추지 않는다면 내 손으로 직접 당신을 죽일 거예요!”

차설아는 성도윤을 향해 소리를 질렀다.

“당신이랑 사귄 적이 있었다고 했잖아. 당신과의 추억은 전부 잊었지만 어른들의 연애는 아주 뻔해. 옷 단추 하나 풀었다고 호들갑 떨 나이는 아니지 않아? 오버하지 마.”

“이미 헤어진 사이에 이래도 될 것 같아요? 당장 이 손 치워요.”

차설아는 이를 부득부득 갈면서 성도윤을 노려보았다.

“곧 결혼한다는 사람이 약혼녀를 두고 나를 겁탈하는 건가요? 제발 정신 좀 차려요.”

차설아의 말을 들은 성도윤은 피식 웃더니 의자에 털썩 앉았다. 흥미를 잃었는지 표정이 굳어있었고 천천히 입을 열었다.

“내가 무슨 짓을 하든지 상관없잖아. 그런데 왜 자꾸 나를 걱정하는 거야? 왜 나의 인생에 간섭하는 건데?”

“당신을 걱정하는 게 아니라 약혼녀가 불쌍해서 그래요. 당신 같은 남자를 거두어 주겠다고 나서는 여자는 천사니까요. 그 여자랑 결혼하면 다른 여자한테 더 이상 찝쩍대지 말아요.”

차설아는 한숨을 내쉬면서 말했다.

“차설아, 당신은 두 아이의 엄마야. 아이나 잘 키울 것이지 왜 다른 남자를 유혹해?”

성도윤은 미간을 찌푸린 채 차갑게 대답했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서은아와 맺은 혼약을 취소하고 차설아랑 잘 지내고 싶었다. 그러나 차설아한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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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럴 필요 없어!”성진이 부르짖는 소리가 어둠 속을 뚫고 울려 퍼졌다. 귀신 같은 몰골로 도저히 차설아를 만나러 갈 수가 없었다. 성진은 긴 한숨을 내어 쉬고는 덤덤하게 말했다.“내가 차설아를 두고 떠난 건 자유롭게 살아가기를 바라서였어. 나의 선택을 후회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는 뜻이야.”성진은 차설아가 어떤 사람인지 잘 알고 있었다. 차설아한테 평생 책임지라고 말하면 차설아는 주저 없이 승낙하는 책임감 있는 사람이었다.그렇지 않으면 반년 전에 어렵게 상봉한 차성철과 귀여운 아이들, 겨우 이어가고 있던 사업을 내팽개치고 성진과 함께 멀리 떠나지 않았을 것이다.차설아는 반년 동안 성진을 아기처럼 지극정성으로 보살폈고 힘들다고 투정 부린 적이 없었다. 성진은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여겼다.두 눈과 피를 기부함으로써 사랑하는 여자와 반년 동안 같이 살았기에 이번 생에 여한이 없었다. 성진은 평생 그 나날들을 기억할 것이고 더는 바랄 것이 없었다.하지만 박서영은 성진을 이해하지 못했다. 총명하고 이득을 위해 기회를 쟁취하던 성진이 도대체 왜 소극적으로 변했는지 알 수가 없었다.“성진 도련님, 차설아 씨를 잊지 못했으면서 왜 만나러 가지 않는 거예요? 성진 도련님을 그리워하고 있을지도 모르잖아요. 이때 갑자기 나타나면 감동해서 성진 도련님과 결혼하려고 할 수도 있어요.”박서영은 굳은 표정을 하고 앉아 있는 성진을 바라보면서 말했다.“설아가 그러자고 해도 내가 거절할 거야.”성진은 피식 웃더니 말을 이었다.“자존심이 있는 남자라면 사랑하는 여자 앞에서 추한 모습을 보이기 싫어할 거야. 밥을 먹고 옷을 갈아입는 것조차 스스로 하지 못하는 내가 어떻게 감히...”성진은 고상한 품격을 지닌 사람이 아니었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음험한 구석이 있는 사람이었다. 성진은 좋은 사람이 되기를 포기했지만 남자로서의 자존심을 절대 포기할 수 없었다.“성진 도련님, 다른 사람들이 도련님을 나쁘고 간사한 사람이라고 욕하지만 저는 그렇다고 생각하지

  • 선 이혼, 후 집착   제1384화

    서은아는 심호흡하고는 자신의 행복을 위해 과감하게 행동해야 한다고 여겼다. 성진이 전화를 끊으려고 하자 궁금해 난 서은아는 천천히 물었다.“요즘 어디로 갔기에 도통 보이지 않는 거야? 차설아를 데리고 해안시를 떠나겠다고 약속했었잖아. 그런데 차설아가 왜 아직도 내 눈앞에서 알짱대는지 설명해 봐. 네가 나타나지 않으면 차설아는 또 성도윤한테 달라붙어 있을 거야. 그럼 네 눈과 피를 성도윤한테 준 건 뭐가 되는데?”성진의 희생은 차설아뿐만 아니라 옆에서 지켜보고 있던 서은아도 놀라게 했다.멀쩡하던 사람이 좋아하는 여자가 마음에 두고 있는 남자를 위해서 자신의 눈과 피를 기부했다. 그로 인해 성진은 어둠 속에서 살고 있었다.이 세상에서 가장 헌신적인 순애보는 성진일 것이다. 서은아는 성도윤을 위해 이 정도로 희생할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성진은 큰 희생으로 아무것도 얻지 못했다. 차설아는 반년 동안 성진과 가까이 지내다가 자신만의 삶을 위해 떠났다. 성진의 노력은 전부 물거품이 되어버렸다.“뭐가 되든 네가 알 바 아니야. 나는 너랑 달라. 설아를 많이 사랑하고 설아가 진심으로 행복하기를 바라. 하지만 너는 성도윤을 사랑한다고 하면서 결국 너를 위해서 수술을 막으려는 거잖아. 너는 성도윤이 아니라 너 자신을 사랑하는 거야.”성진이 직설적으로 말하자 서은아는 허를 찔려 제대로 반박할 수가 없었다. 서은아는 화가 나서 씩씩거렸다.“이제 와서 그런 말이 다 무슨 소용이야? 차설아를 사랑하는 순애보가 이런 끔찍한 일을 꾸며냈다는 걸 누가 알았겠어... 나는 그저 네 말대로 움직이는 꼭두각시일 뿐이야. 성도윤을 이렇게 만든 것도 전부 너라고!”“여기서 멈추라고 하면 멈출 거야? 너는 나의 꼭두각시라고 했잖아.”“뭐? 뭘 멈추라는 건데?”서은아는 주먹을 꽉 쥐고는 차갑게 물었다.“도대체 무슨 뜻이냐고 묻잖아.”“더 이상 이 일에 관여하지 말라는 뜻이야. 성도윤이 수술을 받게 내버려둬. 잊었던 기억을 찾고 나서 너한테 따지면 내가 꾸민 일이라고 말해. 너는

  • 선 이혼, 후 집착   제1383화

    긴 연결음만 이어질 뿐, 아무도 전화를 받지 않았다.“이 개같은 놈! 왜 전화를 안 받는 거야? 설마 무슨 일이 있는 건 아니겠지? 제발 좀 받아. 할 얘기가 있단 말이야.”서은아는 서태원이 방으로 들어오기 전부터 전화를 걸었다. 여러 통 걸었지만 상대는 전화를 계속 받지 않았다. 서은아의 전화번호를 진작에 스팸 번호로 설정했거나 전화번호를 아예 바꾸었을 수도 있었다.“하, 정말 짜증 나! 아직 살아있다면 전화라도 좀 받으라고! 정말 속 터져.”서은아는 방에 놓여있던 화분을 전부 바닥에 던지면서 씩씩거렸다. 서은아가 절망스러워서 힘없이 주저앉자 갑자기 조용하던 전화가 울렸다.“무슨 일로 전화했어?”전화를 건 사람은 목소리가 얼음장처럼 차가웠다. 서은아와 말을 섞기 싫은 모양이었다.“성진, 이 개자식아! 도대체 왜 전화를 안 받는 거야? 내가 몇 번이나 전화를 건 줄 알아?”서은아는 휴대폰을 꽉 잡고 울분을 토해냈다. 긴급상황이 아니었다면 서은아는 절대 이런 나쁜 놈과 엮이려고 하지 않았을 것이다.“그러니까 무슨 일인데?”성진의 목소리는 더 차가워졌다. 듣는 것만으로도 소름이 끼칠 정도였다. 그러자 서은아는 잔뜩 겁을 먹어서 목소리를 낮추었다.“성도윤이 벌써 의심하고 있어. 대단한 신경외과 의사를 찾았다고 하면서 뇌수술을 다시 받겠다고 했단 말이야. 만약 성도윤이 뇌수술을 받으면 지난 기억도 다 떠오를 거고 우리가 한 짓이 들통날 것 같아. 우리 이제 어떡해?”“그럼 어쩔 수 없어. 나의 실력은 예전과 달리 많이 녹쓸었지만 성도윤이 복수하고 싶다면 기다리고 있어야지.”“나쁜 놈, 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가 있어?”서은아는 화가 나서 씩씩거렸다.“나한테 부탁할 때와 말이 다르잖아. 들통나면 너는 성도윤한테 좀 맞으면 되겠지만 나는 어떡해? 성도윤이 알게 되면 나뿐만 아니라 서씨 가문, 우리 부모님까지 가만두지 않을 거야. 너 하나로 끝날 일이 아니라서 연락한 거야.”“그러니까 네 말은 성도윤이 뇌수술을 받으면 안 된다는 거지?”

  • 선 이혼, 후 집착   제1382화

    성도윤은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내가 선우시원이었다면 모든 방법을 써서라도 아이를 데려올 거야. 아이의 엄마가 어떤 선택을 하든 내 알 바 아니지. 강요하지도 않을 거고 원하는 대로 하게 내버려둘 거야.”“그, 그래요?”차설아는 멋쩍게 웃더니 차오르는 슬픔을 겨우 삼켰다. 선우시원은 차설아와 결혼하기 위해 갖은 노력을 했지만 성도윤은 두 아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외면했다.차설아는 성도윤이 기억을 잃은 것이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그렇지 않으면 성씨 가문에서 아이의 양육권을 빼앗으려고 차설아와 싸울 것이다.“시간도 늦었는데 얼른 가서 쉬어요. 궁금한 거에 대해 다 알려주었잖아요.”차설아는 마음이 아파서 혼자 있고 싶었다. 성도윤은 천천히 일어나더니 대답했다.“이제는 가봐야겠어...”병실 문을 열려던 성도윤은 그 자리에 멈춰서서 말했다.“만약 당신이라면 뭐라고 하든 내 곁으로 데려왔을 거야.”“뭐라고요?”차설아는 성도윤의 말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더 캐물으려고 했지만 성도윤은 이미 가버렸다. 아직 기억해 내지 못한 부분이 있었기에 성도윤은 확실하게 대답할 수가 없었다.모든 것은 박성훈한테 수술을 받고 나서 기억이 돌아온 뒤에 결정될 것이다.한편, 서씨 가문 저택.병원에서 돌아온 서은아는 화가 나서 손에 잡히는 모든 물건을 모조리 바닥에 던졌다.“은아야, 도대체 왜 이러는 거야! 설마 성도윤 그놈이 너를 화나게 했어? 지금 당장 그놈한테 전화해서 따져야겠어.”서태원은 서은아를 끔찍이 사랑했기에 다른 사람이 자신의 딸을 괴롭힌다면 두 눈이 뒤집어질 것이다. 상대가 성도윤이라고 해도 서은아를 위해서 따져 물을 수 있었다.“그런 거 아니에요! 제가 판단을 제대로 하지 못해서 멍청한 짓을 저지르고 말았어요. 어떻게 수습해야 할지 몰라서 화풀이하고 있었던 거예요.”서은아는 침대에 누워 눈물을 펑펑 흘렸다.“아빠, 저는 이제 끝이에요. 도윤이가 기억을 되찾으면 저 같은 건 쳐다보지도 않을 거라고요!”“기억을 되찾는다고?”서태원이 미간을 찌

  • 선 이혼, 후 집착   제1381화

    병실 안은 숨 막히는 적막이 흘렀고 오묘한 긴장감에 휩싸였다. 성도윤은 이를 부득부득 갈더니 차갑게 말했다.“차설아, 당신은 정말 대단해. 얌전해 보였는데 어느새 아이를 두 명이나 낳은 거야? 당신에 비하면 나의 인생은 보잘것없어 보여.”“서씨 가문 아가씨와 하루라도 빨리 결혼해서 아이를 낳아요. 지금 도윤 씨의 실력이라면 몇 년 안에 아이를 세 명 정도는 낳을 수 있어요.”차설아는 성도윤이 오해한다고 해도 상관없었다. 오해로 인해 두 사람이 멀어진다면 그보다 더 좋은 결과가 없을 것이다.“나는 아이를 가지지 않을 거야.”성도윤이 차갑게 받아쳤다.“왜 가지지 않겠다는 거예요? 아이한테 발목이 잡힐까 봐 그러는 건가요? 아직도 다른 여자랑 놀아나고 싶은가 보죠.”차설아는 성도윤을 힐끗 쳐다보더니 한숨을 내쉬었다.“정말 아이를 원하는 게 아니라면 가지지 않는 게 좋긴 해요. 책임감으로만 키울 수 있는 게 아니거든요. 아이를 향한 사랑을 꾸준히 표현해 주고 아이의 곁에 있어 줘야 해요. 나처럼 자유분방한 삶을 꿈꾸는 사람은 고통스러운 나날을 보낼 거예요. 우리 아이들도 나 때문에 고생했고요.”아이를 낳고 키운다는 것이 얼마나 큰 일인지 차설아는 잘 알고 있었다. 아이의 삶을 위해서 부모는 자신을 희생할 수밖에 없었다. 아이를 극진히 사랑하지 않는 이상 해낼 수 없었다. 달이와 원이를 키우는 동안, 차설아는 수도 없이 포기하고 싶었다. 아이를 사랑하지 않았더라면 진작에 포기했을 것이다.“당신 말대로라면 잘 고려해보고 아이를 가졌다는 거네? 아이들을 무척 사랑하나 봐?”성도윤을 차설아를 쳐다보면서 차갑게 물었다.“애초에 아이를 가질 생각조차 없었어요.”차설아는 솔직하게 대답했다.“두 아이는 어느 날 갑자기 찾아왔어요. 처음에는 아이를 지우려고 했었지만 의사가 이란성 쌍둥이를 임신하는 건 드문 일이라고 하더라고요. 그리고 아이를 지우면 다시 아이를 가지기 힘들다고 해서 낳은 거예요. 두 아이는 내가 원해서 생긴 건 아니지만 지금은 아무도 대체

  • 선 이혼, 후 집착   제1380화

    차설아는 성도윤이 이상한 짓을 할까 봐 두려워서 이불을 꽉 잡고 있었다. 그러고는 일부러 성도윤을 자극해서 이성을 되찾게 하고 싶었다.하지만 예상과 달리 성도윤은 차설아의 말에 넘어가지 않았고 덤덤하게 입을 열었다.“당신이 그동안 오해한 것 같아. 나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사람이야. 당신처럼 예쁜 여자가 내 눈앞에 있는데 나더러 가만히 있으라고? 멍청이가 아닌 이상 당신을 이대로 내버려둘 리 없어. 정말 탐나는 여자거든...”성도윤은 손끝으로 차설아의 쇄골을 매만지더니 환자복의 첫 단추를 천천히 풀었다. 어두워서 잘 보이지 않았지만 차설아의 몸에 손을 댄 것만으로도 흥분되었다.“성도윤 씨, 지금 멈추지 않는다면 내 손으로 직접 당신을 죽일 거예요!”차설아는 성도윤을 향해 소리를 질렀다.“당신이랑 사귄 적이 있었다고 했잖아. 당신과의 추억은 전부 잊었지만 어른들의 연애는 아주 뻔해. 옷 단추 하나 풀었다고 호들갑 떨 나이는 아니지 않아? 오버하지 마.”“이미 헤어진 사이에 이래도 될 것 같아요? 당장 이 손 치워요.”차설아는 이를 부득부득 갈면서 성도윤을 노려보았다.“곧 결혼한다는 사람이 약혼녀를 두고 나를 겁탈하는 건가요? 제발 정신 좀 차려요.”차설아의 말을 들은 성도윤은 피식 웃더니 의자에 털썩 앉았다. 흥미를 잃었는지 표정이 굳어있었고 천천히 입을 열었다.“내가 무슨 짓을 하든지 상관없잖아. 그런데 왜 자꾸 나를 걱정하는 거야? 왜 나의 인생에 간섭하는 건데?”“당신을 걱정하는 게 아니라 약혼녀가 불쌍해서 그래요. 당신 같은 남자를 거두어 주겠다고 나서는 여자는 천사니까요. 그 여자랑 결혼하면 다른 여자한테 더 이상 찝쩍대지 말아요.”차설아는 한숨을 내쉬면서 말했다.“차설아, 당신은 두 아이의 엄마야. 아이나 잘 키울 것이지 왜 다른 남자를 유혹해?”성도윤은 미간을 찌푸린 채 차갑게 대답했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서은아와 맺은 혼약을 취소하고 차설아랑 잘 지내고 싶었다. 그러나 차설아한테

  • 선 이혼, 후 집착   제1379화

    성도윤은 의자에 기대앉아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면서 물었다.“내가 왜 당신을 만나러 왔는지 알아?”“잘 모르겠어요.”차설아는 휴대폰을 찾으면서 차가운 목소리로 경고했다.“당장 나가는 게 좋을 거예요. 그렇지 않으면 오빠한테 전화할 거라고요.”“마음대로 해. 이 시간에 전화해도 구하러 오지 못할 거야. 아무도 들어오지 못하게 했다고 얘기했잖아. 내가 아무 대책 없이 들어왔을 것 같아?”성도윤은 사악한 미소를 지으면서 차설아를 비웃었다. 계획적인 성도윤이 아무런 생각도 없이 차설아의 병실로 들어왔을 리 없었다. 미리 손을 써서 아무도 오지 못하게 했었다.“당신이라면 그랬겠죠.”차설아는 휴대폰을 내려놓고는 두 눈을 감고 천천히 말을 이었다.“복수하고 싶다면 그렇게 해요. 오늘 나의 목을 졸라서 죽인다고 해도 반항하지 않을 거니까요.”병실 안으로 내려앉은 달빛이 더 차갑게만 느껴졌다. 성도윤은 침대 위에 누워있는 차설아를 바라보더니 코웃음 쳤다.“당신은 나를 나쁜 사람이라고 생각했던 거야?”“도윤 씨가 나쁘다는 게 아니라...”차설아는 성도윤이 자신을 죽이러 온 게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고는 의자에 앉아 있는 성도윤을 뚫어져라 쳐다보면서 말했다.“성대 그룹 대표가 뒤끝이 있다는 걸 모르는 사람이 있어요? 당신은 절대 손해 볼 타입이 아니에요. 저번에 내가 당신을 목 졸라 죽일 뻔했으니 당신이 날 죽인다고 해도 할 말 없어요. 억울하게 죽는 것도 아니니 상관없어요. 그러니까 하고 싶은 대로 해요.”“그렇게 해야 우리 둘에게 공평하다는 말인가?”병실 안이 너무 어두워서 성도윤의 표정이 잘 보이지 않았다. 성도윤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차설아 쪽으로 다가왔다. 그리고 가늘고 약한 목에 손을 올려놓았다.“당신을 목 졸라 죽이는 건 참 쉬운 일이야. 백조처럼 목이 하얗고 가늘어서 비틀어 꺾어도 될 것 같아.”“잘 생각해 보고 죽여요. 충동 살인의 후과는 늘 좋지 못한 법이거든요. 시체를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도 미리 고려해 보세요

  • 선 이혼, 후 집착   제1378화

    차설아는 침대에 누워서 배경윤을 위로해 주었다. 비록 허리에 통증이 밀려오긴 했지만 침으로 찌른 것처럼 따끔할 뿐이었다.선우시원과 배경윤은 동시에 깊은 한숨을 내쉬었고 고개를 푹 숙였다. 그러자 차설아는 미소를 지으면서 농담했다.“설마 반신불수가 되었는데 숨기는 거 아니지?”“절대 아니야! 그런 말 더 이상 하지 마.”차성철은 주먹을 꽉 쥐면서 말했다.“전 세계를 뒤져서라도 유명한 의사를 찾을 테니까 걱정하지 마. 설아야, 너는 걱정하지 말고 푹 쉬어.”“오빠야말로 걱정하지 마. 내가 얼마나 강한 사람인지 몰라서 그래? 내가 정말 반신불수가 된다면 차라리 죽여줘.”차설아는 피식 웃더니 덤덤하게 말했다. 움직이지도 못하고 한평생을 불구로 살아갈 자신이 없었다.“설아야, 곧 나을 거니까 그런 말은 하지 마. 완치해서 다시 집으로 돌아가자.”잠잠해졌던 배경윤은 또다시 울먹이면서 말했다. 차설아는 한숨을 쉬더니 손을 내저으면서 말했다.“푹 자고 싶으니까 자리 비켜줘. 가서 밥도 먹고 쉬어.”차설아는 병원에 이송된 후로 통증을 잘 느끼지 못했다. 하지만 병실로 들어오는 사람마다 차설아를 부둥켜안고 울어서 내일이면 당장 죽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그래. 우리는 이만 나가볼게. 설아야, 푹 자고 일어나면 연락해.”차성철은 심호흡하고는 뭇사람들을 데리고 병실을 나섰다. 선우시원은 미소를 지으면서 부드럽게 말했다.“회사의 일은 신경 쓰지 않아도 돼. 나랑 성철 형이 알아서 할 테니까 너는 회복하는 것에만 집중해. 나중에 또 보자.”“바람아, 정말 고마워. 퇴원하면 네가 좋아하는 레스토랑에 가자. 내가 맛있는 걸 사줄게.”차설아는 선우시원을 바라보면서 환하게 웃었다. 선우시원은 그동안 차설아를 위해서 온갖 노력을 했다. 차설아는 선우시원에게 늘 고마워하고 있었다.텅 빈 병실 안에 적막이 흘렀다. 차설아는 그제야 편안하게 누울 수 있었다.새하얀 천장을 바라보면서 생각에 잠겼다. 가족과 친구 앞에서는 밝고 쿨한 모습을 유지할 수 있었지만 혼자 남

  • 선 이혼, 후 집착   제1377화

    성도윤은 차가운 표정을 짓고서 말했다.“갓난아기도 아닌데 뭘 그렇게 걱정해요?”“도윤아, 몸이 나은지 얼마 되지도 않았잖아. 좀 엄마 말대로 가만히 있을 수는 없어?”소영금은 말을 듣지 않고 고집 피우는 성도윤을 쳐다보면서 눈물을 훔쳤다. 그러자 진무열이 성도윤의 앞을 막아서면서 말했다.“저... 탓하려면 저를 탓하세요. 대표님 탓이 아니에요. 전부 저 때문에 일어난 일이에요.”“내가 왜 너를 탓해야 하지?”소영금이 고개를 갸웃거리자 진무열은 자초지종을 설명했다.“대표님은 차설아 씨를 보러 가겠다고 했어요. 제가 똑바로 알아보지 못한 탓에 병원 밖으로 나갔고요. 그런데 알고 보니 차설아 씨도 같은 병동에 입원했더라고요. 제가 민폐를 끼쳤어요.”진무열이 솔직하게 말하자 성도윤은 날카로운 눈빛으로 노려보았다.“쓸데없는 소리만 하는 걸 보니 시간이 남아도나 봐? 북아메리카 광석 프로젝트 담당자 명단에 네 이름도 추가할 테니 내일부터 진행해.”깜짝 놀란 진무열은 고개를 푹 숙이고 말했다.“대표님, 죄송해요.”“진무열, 당장 나가. 엄마도 이제는 나가주세요. 머리가 아파서 혼자 있고 싶어요. 깨어날 때까지 아무도 들어오지 못하게 하세요.”성도윤은 사복을 벗고 환자복으로 갈아입었다. 침대에 누운 성도윤은 머릿속에 전부 차설아와 함께했던 추억뿐이었다.병실을 나선 소영금은 긴 한숨을 내쉬면서 진무열한테 말했다.“어떻게 다쳐도 우리 도윤이랑 같은 병원에 입원한 거야! 정말 악연이라는 말이 맞구나. 한쪽이 죽을 때까지 다치는 건 아니겠지?”“예전에는 미신을 믿지 않으셨죠? 상극이든 악연이든 전부 미신이에요. 그저 우연히 일어난 일이 겹쳐 보여서 미신을 믿게 되는 거잖아요.”진무열은 입을 삐죽 내밀면서 말했다.“너도 곧 믿게 될 거야. 내가 유명한 점집에 가서 두 사람의 사주를 봐달라고 했더니 둘이 상극이라잖아. 도윤이가 차설아랑 만나기만 하면 무슨 일이 생긴다고! 한쪽이 다치지 않으면 다른 한쪽이 이상한 일에 휘말려 들었어. 지금은 둘 다 입원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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