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그녀가 떠나지 않고, 남아있게 된다면 진명에게 있어서 오히려 짐이 될 뿐, 아무런 이익도 없을 것이다.‘진명아, 절대 다치면 안 돼……’임아린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진명을 바라보았다. 그런 뒤, 하소정과 임정휘와 함께 먼저 이 곳을 떠났다.이태준은 당장이라도 저 세사람을 붙들고 싶었으나, 자신의 아들이 아직 진명의 손에 있고, 더불어 주위에 박 씨 어르신과 박 씨 가문 고수들이 있기에 떠나는 것을 그저 지켜만 볼 수밖에 없었다.세 사람이 떠나자, 마침내 진명은 한결 마음이 가벼워 진 것만 같았다.“이제 됐지? 어서 서로 인질을 바꾸자!”이태준이 크게 소리쳤다.“응, 그러지!”진명도 끄덕거리며 말했다. 그는 이영걸을 잡고 조심스럽게 가운데로 걸어갔다.그렇게 그들은 서로 인질을 맞바꾸기 위해 가운데에 모이게 되었고, 남북의 대치상태처럼 그들은 서로 마주보게 되었다.임 씨 가문과 이씨 가문, 그리고 박 씨 가문 사람들은 뒤로 몇 걸음 물러나 진명과 이태준 두 사람에게 충분한 공간을 남겨주었다.진명과 이태준 두 사람은 각기 인질을 데리고 서로에게 더욱 가까이 다가갔다. 그렇게 그들은 약 3미터의 간격을 남겨둔 채 걸음을 멈추었다.“이태준, 내가 셋을 셀 테니, 동시에 사람을 교환하자. 어때?”진명이 말했다.“그래.”이태준은 고개를 끄덕였다.“하나…”“둘…”“셋…”“이리 줘!”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진명은 이영걸을 풀어주었고, 잇달아 이태준도 박기영을 진명에게 보냈다.박기영과 이영걸은 그렇게 다시 자유를 얻게 되었다.하지만, 이영걸은 방금 한 쪽 다리가 골절된 상태였기에, 박기영보다 걸어가는 속도가 현저하게 떨어졌다.이때!이태준은 앞으로 성큼성큼 나아가 이영걸을 잡고 자신의 뒤로 내팽개쳤다.이어서, 그는 재빠르게 뛰어가 다른 한 손으로 박기영을 잡으려 하였다.“이태준, 이 비열한 자식!”진명이 소리쳤다.진명은 이태준이 본래도 매우 교활한 사람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하지만, 이정도로 비열한 사람일 줄은 전혀 몰
이태준은 갑작스러운 진명에 기습에 깜짝 놀랐다. 그는 진명이 암기를 통해 자신에게 공격을 가할 줄은 전혀 상상치도 못했기 때문이다. 진명은 즉시 진기를 재촉하여 자신이 쏜 바늘을 진동시켰다. 하지만, 이때 피한 줄 알았던 이태준의 주먹이 진명의 가슴을 세게 강타하고 말았다.퍽!진명은 선혈을 뿜으며 뒤로 날아가 땅에 힘없이 떨어졌다.이어서, 온 몸의 마디마디가 끊어진 듯한 통증이 몰려오기 시작했다. 가슴의 갈비뼈가 적어도 서너 개 정도 부러진 듯한 고통이었다. 진명은 이 부상이 결코 가볍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하지만, 다행히도 자신이 날린 바늘이 이태준의 공격을 흐트러뜨린 덕분에, 더 심한 피해를 막을 수 있었다. 만약 이태준의 공격을 정면으로 맞았다면, 그는 이미 지금 이 세상 사람이 아닐 수도 있다!“이 자식, 죽어라!!!!”이때 이태준이 미친 듯이 웃기 시작했다.하지만, 진명은 현재 잠룡단을 복용한 상태였기에, 더 이상 시간을 지체할 수 없었다! 그는 지금 한 시라도 빨리 이태준을 처리해야만 한다!그러나 이태준은 쉽사리 물러날 것 같지 않았다. 그는 더욱 맹렬한 기세를 뿜으며, 진명을 향해 달려왔다.‘망했어!’진명은 절망적인 얼굴로 달려오는 이태준을 바라보았다.그는 지금 이 상황을 피할 수만 있다면, 당장이라도 피하고 싶었다. 자신의 레벨은 아직 이태준과 엄청난 차이가 있다. 지금 자신이 아무리 이태준의 공격을 피하려 발버둥을 쳐도, 그의 공격범위를 벗어나기엔 무리가 있었다.“이태준, 너 정말 사람을 무시해도 너무 무시하는 구나!”이때 박 씨 어르신이 노발대발하면서 소리쳤다.방금 이태준이 진명에게 돌아가던 박기영을 다시 잡으려고 했을 때부터, 박 씨 어르신은 상당히 노한 상태였다.지금 이태준은 자신이 그토록 죽이고 싶었던 진명을 눈 앞에 두고 있다. 그리고 그는 진명의 급소를 향해 주먹을 날렸다.쾅!하지만, 이때 격렬한 충돌과 함께 박 씨 어르신의 진기가 폭발하였고, 어르신은 무서운 기세로 이태준의 공격을 방어한 뒤,
얼마 지나지 않아 이태준은 박씨 어르신의 공격에 밀려 피를 토하며 비틀거렸다.“삼촌, 어르신들, 어서 북왕을 도와줘요!”상황이 심상치 않음을 느낀 백정이 다급히 집안 어르신들에게 말했다.“그건….”임현식과 나머지 임씨 가문 원로들은 조금 머뭇거리나 싶더니 이씨 가문과 동맹을 맺은 것을 떠올리고는 무인들을 데리고 앞으로 나갔다.그들 외에도 이강우, 이경수도 부하들을 데리고 전장에 뛰어들었다.임씨 가문과 이씨 가문에서 무인들이 전장에 끼어들자 박씨 가문 무인들도 당당하게 그들과 맞섰다.“북왕, 앞쪽은 우리가 맡지!”임현식은 차갑게 호령한 뒤, 가문의 원로들과 함께 이태준을 도와 박씨 어르신의 공격을 막아냈다.두 가문의 무인들은 박씨 가문의 무인들을 공격하면서 쌍방의 혼전이 시작되었다.“4대 가문 중 하나인 임씨 가문이 한낱 이태준을 위해 일하다니. 수치심도 모르고!”분노한 박씨 어르신이 호되게 그들을 꾸짖었다.이태준이 박기영을 납치하고 다치게 했기에 이는 임씨 가문과는 전혀 상관이 없는 박씨 가문과 이씨 가문 사이의 분쟁이었다. 임씨 가문은 멀리서 지켜보거나 중립을 지킬 줄 알았건만, 이태준이 곧 쓰러질 위기에 처하자 임씨 가문은 주저 없이 박씨 가문을 적으로 돌렸다.이는 박씨 어르신도 생각지 못했던 일이었다.“영감, 허튼소리하지 마!”“여긴 우리 가문 저택이야. 당신들이 소란을 부릴 수 있는 곳이 아니라고!”“북왕 이태준은 우리 가문의 동료야. 그의 적은 우리의 적이기도 하다고!”임현식이 굳은 목소리로 말했다.사실 그도 이태준을 돕고 싶지는 않았다. 하지만 임씨 어르신이 병으로 몸져눕고 임씨 가문의 영향력이 대폭 줄어든 상황에서 그들은 점차 몰락의 길을 걷고 있었다.가문의 명예를 지키기 위해서라도 임씨 가문은 이태준과의 동맹이 필요했다. 그래야 세력을 안정시킬 수 있고 다른 가문들과의 격차를 줄일 수 있었다.임현식은 이건 가문을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굳게 믿었다.“정말… 답도 없는 녀석들이군!”박씨 어르신은 화가
“진명, 나중에 갚아줘도 늦지 않아. 기영이 데리고 먼저 가!”“내가 무인들과 같이 길을 터주지!”박씨 어르신은 단호하게 말하며 철수 명령을 내렸다.“알겠습니다! 기영 씨, 이제 가요!”진명은 주저 없이 박기영의 팔을 잡고 뒤돌아서 앞으로 달렸다.“강우야, 절대 저놈 도망가게 두면 안 돼!”이태준이 굳은 표정으로 명령했다.어렵게 진명을 제거할 기회를 잡고 성공이 코앞에 있었는데 박씨 어르신과 그의 가문 사람들이 끼어들었으니 이태준 입장에서는 이가 갈리고 억울했다.하지만 박씨 어르신이 굳건히 그들을 맡고 있어서 직접 추격할 수도 없으니 부하들에게 맡기는 수밖에 없었다.“네, 알겠습니다!”명령을 받은 이강우는 이경수와 함께 부하들을 거느리고 진명이 있는 방향으로 돌격했다.“너희들 상대는 우리야!”두 명의 반보 전왕경 고수가 차갑게 으름장을 놓으며 이강우 일행을 막아섰다. 그들은 손바닥에 영기를 끌어 모으고 맹렬한 기세로 이강우에게 달려들었다.박씨 가문 무인들이 시간을 버는 사이, 진명은 박기영을 끌고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철수한다!”박씨 어르신은 손바닥으로 이태준과 임현식 두 사람을 밀치고는 몸을 날려 가문의 무인들 앞에 도착해서는 이강우 일행의 공격을 대신 막았다.박씨 어르신은 수많은 적을 상대하며 가문의 무인들을 점차 피신시켰다.이미 전왕중기의 경지까지 오른 어르신이었기에 이태준과 임현식 두 사람이 힘을 합쳐도 그를 쓰러뜨릴 수는 없었다. 결국 그들은 박씨 가문 무인들이 이곳을 벗어나는 모습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망할 박씨 가문!”“앞으로 두고 보자!”점차 사라지는 박씨 어르신 일행을 바라보며 이태준은 분노한 고함을 질렀다.진명을 제거하려던 계획도 이번에 박씨 어르신 때문에 물 건너갔고 그와의 접전에서 피까지 토하며 심각한 내상을 입었다. 박씨 가문을 향한 이태준의 증오는 점점 뜨겁게 불타올랐다.한편, 어둠을 이용해 가까스로 피신한 박씨 어르신 일행은 빠르게 달려 전방의 박기영을 따라잡았다. 박기영은 산기슭에서 그들
게다가 이태준이나 백정도 그가 다시 돌아올 거라는 생각은 전혀 하지 않을 것이기에 이렇게 좋은 기회를 놓칠 수는 없었다.하지만 아무리 자신 있어도 진명은 조심스럽게 행동했다.사실 임아린과 처음 만났을 때, 이 집에 손님으로 온 적도 있고 나중에 헤어질 때도 이 집에 방문한 적 있었다.그래서 방의 위치는 잘 기억하지 못해도 거실과 안채의 대체적인 방향은 분간할 수 있었다.그는 머릿속의 흐릿한 기억을 끄집어 내서 조심스럽게 거실을 지나 안채의 위치까지 잠복했다.가는 길에 몇 명의 경비 직원과 부딪쳤지만 이미 반보 전왕경에 접근한 진명의 상대가 되지는 못했다. 그는 가볍게 그들을 피해 안채까지 잠복했다. 멀지 않은 곳에 3층 높이의 호화로운 별장이 눈에 들어왔다.그는 어둠을 틈타 별장 주변을 돌아보았다. 2층의 한 방에 불이 켜져 있는 것이 보였고 그쪽에서 소리가 들려오는 것 같았다. 그는 난간을 붙잡고 몸을 날려 아무도 모르게 2층 베란다에 몸을 숨겼다.베란다에 도착한 진명은 조금 전 소리가 나던 방의 창문 쪽으로 조심스럽게 접근했다.그리고 커튼 사이로 안 쪽 상황을 살폈다. 안에는 젊은 남녀가 서로 엉겨붙어 시시덕거리고 있었다.남자는 다름 아닌 백정의 아들 임유환이었다. 그의 옆에는 환상적인 몸매에 아름다운 미모를 자랑하는 젊은 여자가 있었다.두 사람은 옷이 흐트러진 상태로 뜨거운 키스를 나누고 있었다. 가문의 가주로 자리잡은 임유환이었지만 실질적인 회사 지분과 대권은 백정이 장악하고 있었기에 허수아비에 불과했다.매일 먹고 자고 가끔 수련하는 것 외에 그가 하는 일은 딱히 없었다.물론 수련이 너무 지루하다고 느끼는 그에게는 여자를 끼고 노는 문란한 생활이 더 살아 숨쉬는 것처럼 느껴졌다.“그래도 오늘은 운이 좀 좋은 편이네!”임유환을 알아본 진명은 안도의 숨을 내쉬며 중얼거렸다.호기롭게 어르신을 구한다고 저택에 잠입했지만 백정이 어르신을 다른 방으로 옮겼고 임동환이 임정휘에게 준 정보도 가짜였기에 어떻게 어르신의 소재를 찾아야 할지
“악!”놀란 여자가 비명을 질렀지만 소리가 미처 밖으로 새어 나가기도 전에 진명은 손등으로 여자의 뒷목을 쳐서 기절시켰다.반면 무인인 임유환은 재빨리 옆으로 굴러서 진명의 공격을 피했다.하지만 고작 선천초기의 실력을 가진 그였기에 종사절정에 도달한 진명과는 하늘과 땅 차이였다.그는 애써 몸을 일으키려 했지만 진명의 손이 먼저 그의 목을 비틀더니 팔에 힘을 주어 그를 공중으로 들어올렸다.“진명, 너!”진명을 알아본 임유환은 혼비백산한 얼굴이 되었다.지난번 가주 취임 의식 때 진명은 임아린과 이영걸의 정략결혼을 파괴하려고 소란을 일으킨 적 있었다.그때 딱 한 번 봤음에도 그는 상대가 범상치 않은 인물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하지만 그게 중요한 게 아니었다. 듣기로는 그의 모친 백정과 이태준이 진명을 제거한다고 저택에 수많은 인력을 배치했다고 했다.일이 순조롭게 풀렸으면 진명은 지금쯤, 이태준과 그의 부하들 손에 죽었어야 했다.그런데 멀쩡한 모습으로 그의 앞에 나타나서 그를 습격하기까지 했으니 그 충격은 이루 말할 수도 없었다!“당신… 뭐 하자는 거야?”임유환이 겁에 질린 목소리로 물었다.백정과 이태준의 계획은 이미 실패했고 진명은 살아서 그들의 손에서 도망쳤다고 생각하니 소름이 돋았다.그것도 충격적인데 멀쩡히 다시 저택에 침입했다는 건 자신을 공격한 임씨 가문에 복수하려 온 것이 분명했다!그런데 자신이 진명의 손에 붙잡혔으니 혹시라도 그가 자신을 죽이지는 않을지 겁이 났다.“임유환, 어르신이 계신 방이 어디야? 똑바로 대답해!”진명은 바로 자신의 목적을 밝혔다.“우리 할아버지 때문에 온 거구나!”진명이 복수하러 온 게 아니라 다른 목적이 있다는 것을 깨닫자, 임유환은 드디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내가 묻는 말에나 대답해! 쓸데없는 소리하지 말고!”진명은 짜증스러운 목소리로 계속해서 물었다.“다시 한번 물을게. 어르신이 있는 방이 어디야?”“나… 나도 몰라….”임유환은 요행을 바라며 불안한 눈빛으로 대답했다.“몰
“하지만 계속 고집을 부리면 나도 무슨 짓을 할지 몰라! 백정 그 여자랑 너희 가문이 나를 저격한 게 한두 번도 아니고! 매번 내 목숨을 노렸잖아. 내가 묻는 말에 제대로 대답하지 않으면 오늘 이 자리에서 네 목부터 칠 거야!”진명은 살기 가득한 눈빛으로 상대를 노려보며 차갑게 말했다.물론 그 말은 그저 임유환을 겁주기 위함이었다. 이태준과 백정 두 사람의 불륜관계를 모르는 진명이었기에 그는 줄곧 임유환과 임아린이 이복남매라고 믿었다.백정과 임유환이 임아린을 많이 괴롭히기는 했지만 진짜 그녀의 동생을 죽일 생각은 없었다.진명이 이태준처럼 냉철하고 잔인한 성격은 아니었지만 나이도 어린 임유환이 상대하기엔 버거웠다.“그러지 마….”진명이 보인 살기에 겁을 먹은 임유환은 창백하게 질린 얼굴로 살려달라고 애원했다.“3초 고민할 시간을 줄게!”“하나….”“둘….”진명은 임유환의 숨통을 부여잡고 천천히 숫자를 세면서 당장이라도 그의 숨통을 끊어버릴 듯이 손에 천천히 힘을 주었다.“그러지 마. 내가… 내가 할아버지 계신 곳까지 안내할게….”잔뜩 겁에 질린 임유환은 곧바로 항복했다.“진작 이렇게 나왔어야지!”진명은 냉소를 지으며 손을 풀었다. 그러고는 임유환의 팔을 붙잡고 베란다로 다가가 조용히 아래로 뛰어내렸다.“네가 앞에서 걸어. 난 이미 경고했어. 소리를 지르거나 이상한 짓을 하면 바로 죽여버릴 테니까!”진명이 차갑게 말했다.“걱정하지 마. 허튼짓하지 않을게….”이미 겁에 질려 상황 판단이 안 되는 임유환이 그의 말에 반기를 들 리 없었다.게다가 진명은 어르신만 찾게 해주면 살려준다고 했으니 굳이 그의 명을 거스를 필요가 없었다.어차피 진명의 목적은 어르신을 구출하는 것이고 진짜 그를 해칠 마음은 없어 보였다.그렇게 임유환은 앞에서 걷고 진명은 그의 어깨를 꽉 잡고 그의 뒤를 따랐다.가는 길에 경비 직원을 만났지만 임유환이 앞을 막고 있었기에 그들을 막는 자는 없었다.그들은 그렇게 순조롭게 안채의 구석진 곳에 위치한 별채까지 도
진명은 옷깃으로 얼굴을 가린 채, 고개를 숙이고 임유환의 뒤를 따라 별채 쪽으로 갔다.“거기 서!”“거기 누구야!”두 경비 직원은 날카로운 눈빛으로 그들을 쏘아보며 소리쳤다.“이것들이 눈이 멀었나! 내 얼굴도 못 알아보겠어?”임유환은 차갑게 코웃음 치며 그들의 앞으로 가까이 다가갔다.“가주님이시네요.”당황한 경비 직원이 임유환에게 꾸벅 인사를 했다.“가주님, 이 시간에 어쩐 일이십니까?”경비 직원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들은 임유환의 뒤에 선 사람이 그의 경호원인 줄로만 여겼기에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내가 내 할아버지 보러 오는데 이유가 필요해?”임유환이 차갑게 말했다.조금 전 진명 앞에서는 겁에 질린 강아지처럼 굴었지만 같은 가문 부하들 앞에서는 가주의 위엄을 보여야 했다.“그럴 리가요. 어서 들어가 보세요.”경비 직원이 다급히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비록 식물인간이 되어 버린 어르신이지만 어쨌든 전임 가주였고 대외적으로는 임유환의 할아버지였다.임씨 가문 사람들에게 수상한 낌새를 보이기 싫었기에 임유환과 백정은 가끔 어르신을 보러 오는 일이 많았다.그래서 임유환의 갑작스러운 방문에도 경비 직원들은 수상하게 여기지는 않았다.“두 사람 가까이서 할 얘기가 있으니 이쪽으로 좀 와봐.”임유환이 그들에게 손짓하며 말했다.“무슨 일인데 그러십니까?”두 직원은 의아한 표정을 지으면서도 천천히 다가왔다.“좀 자고 있어!”그리고 이때, 뒤에서 기회만 노리고 있던 진명은 팔꿈치로 그 중 한 명의 뒷목을 가격해서 한방에 쓰러뜨리고는 남은 한 명에게 다가갔다.“진명, 너였어?”남은 경비 직원은 진명의 얼굴을 알아보고 충격에 빠진 표정을 지었다.그래도 무인은 역시 무인, 그는 지체할 새도 없이 바로 몸을 피하면서 경보 버튼에 다가갔다.하지만 때는 이미 늦었다.진명은 다시 손을 올려 적의 아래턱을 가격해서 바닥에 쓰러뜨렸다. 진명의 공격을 제대로 맞은 경비 직원은 눈앞이 아찔해지며 그 자리에서 정신을 잃었다.두 명의 경비를 처리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