겁에 질린 박기영은 떨리는 목소리로 애원했다. 살면서 처음으로 느껴본 죽음의 공포였다.“그렇지만….”진명이 멈칫하며 어깨를 움찔했다. 며칠 전, 사람들을 끌고 자신을 도와주러 왔던 박기영이 떠올랐다.제일당에서 채준의 손에 죽을 뻔한 그를 박기영이 살려주었다. 박기영은 그와 임아린의 목숨을 구한 은인이었다.그런 박기영을 죽인다면 너무 양심 없는 짓이었다.하지만 천계 공법의 존재는 그와 임아린의 안전과 직결된 것이었다. 이대로 박기영을 놓아준다면 박기영이 가문 사람들에게 그 사실을 알린다면 그 뒤는 상상도 할 수 없었다!“진명 씨, 그만해. 박기영 씨 겁먹었잖아! 몰래 현녀결의 구결을 훔쳐 들은 건 괘씸하지만 그렇게 큰 일도 아니잖아.”임아린이 다가와서 진명을 말렸다.그녀는 공법이나 무인에 관해 아는 게 별로 없었다. 그저 현녀결이 대단한 공법인 줄만 알지 그것이 천계 등급이나 되는 일류 공법인 줄은 알지 못했다!물론 그녀는 알았더라도 진명이 사람의 목숨을 빼앗는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지는 않았을 것이다. 살인을 하는 순간 진명은 일류 공법을 강탈하기 위해 서로 죽이고 싸우는 악마들과 다를 게 없었다.“그래요! 진명 씨, 어차피 현녀결 전부를 훔쳐 들은 것도 아니고 몇 구절 뿐이잖아요. 공법을 제대로 배우지도 못했는데 그렇게 쪼잔하게 굴 필요는 없다고 봐요.”하소정도 임아린의 편을 들었다.현녀결이 천계 등급의 절세 공법인 것은 맞지만 그녀의 수련 경지가 너무 낮아서 아직 상반부도 채 익히지 못했다. 진명이 조금 전 그녀에게 해석해 준 것도 현녀결 상반부의 내용이었다.박기영이 몰래 듣고 터득했다고는 하지만 어차피 반쪽 짜리 공법이니 큰 영향은 없을 거라 생각했다.“두 사람이 몰라서 그래. 그렇게 간단한 문제가 아니야.”진명은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지만 분명 망설이고 있었다.“내가 무공에 대해 아는 게 없는 건 맞아. 하지만 현녀결을 수련한 사람이 박기영 씨 한 명도 아니고 나랑 소정이도 같이 배웠잖아. 우리가 이 사실을 발설하지 않는 만큼
진명이 아는 박기영은 총명한 사람이었다. 그러니 그런 멍청한 짓은 벌이지 않을 거라 믿었다!“박기영 씨, 아린 씨와 소정이가 이렇게까지 말리니 이번 한 번은 그냥 넘어갈게요! 하지만 경고하는데 이 사실을 발설하는 날에는 어디에 숨든 지구 끝까지 쫓아갈 거예요!”진명은 차갑게 말한 뒤, 박기영의 목을 붙잡고 있던 손을 풀었다.“걱정하지 마세요. 비밀은 꼭 지킬게요.”박기영은 드디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죽음의 변두리까지 갔다가 살아나온 기분이었다.그녀는 임아린과 하소정에게 감사의 눈빛을 보내는 것도 잊지 않았다. 두 사람이 나서서 진명을 설득해 주지 않았다면 위기를 모면하기 어려웠을 것이다.“됐어요. 몰래 배웠든 훔쳤든 어쨌든 현녀결 절반을 익히셨으니 앞으로 3년 안에 전왕경까지 돌파하는데는 문제없을 거예요! 이제 여기 계속 있을 이유도 없으니 짐 챙겨서 돌아가세요!”진명은 차갑게 말하며 축객령을 내렸다.그와 박씨 어르신의 거래 조건은 3년 안에 박기영을 도와 전왕경을 돌파하는 것이었다.이제 박기영이 천계 등급의 공법을 반이나 익혔으니 타고난 재능까지 더하면 3년이 아니라 1년 안에 전왕경을 돌파할 수도 있었다!그렇다면 박기영을 계속 여기 남겨둘 이유가 없었다.“그건 안 돼요!”자신을 빨리 쫓아내려는 진명의 말에 박기영이 화들짝 놀라며 반박했다.“진명 씨, 그러지 마세요. 아직 이곳을 떠나고 싶지 않아요. 그러니 쫓아내지 마세요….”박기영은 간절한 표정으로 애원했다.몰래 진명의 방에 숨어들었다가 침대 밑까지 들어가서 숨은 것도 목적을 들킨 뒤에 진명이 자신을 쫓아낼까 봐 두려워서였다.아니나 다를까, 진명은 그녀의 예상을 한치도 벗어나지 않았다.예전의 박기영이었다면 주제도 모르고 자신을 내쫓으려 하는 진명을 비웃으며 뒤돌아섰을 것이다.하지만 지금은 예전과 상황이 달랐다. 백 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천계 등급의 공법이 눈앞에 있었다.모든 무인들이 꿈에서도 그리는 보물이었으니 박기영도 예외는 아니었다.그런 천계 공법을 반이
진명은 순간 말문이 막혔다.박기영의 말에도 일리가 있었다. 그가 박기영을 내쫓아서 그에게 득이 될 게 없었다.“알았어요. 나가라는 말 안 하면 되잖아요.”진명은 잠시 고민하다가 영 못마땅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잘 생각했어요!”박기영이 활짝 웃으며 말했다.진명이 그녀를 계속 여기 있을 수 있게 허락만 하면 앞으로 현녀결의 완전체를 터득할 기회는 얼마든지 있었다.천계 등급의 공법을 쉽게 포기할 수는 없었다!박기영은 하늘을 나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그렇게 좋아할 필요는 없어요. 난 이미 경고했어요. 앞으로 불순한 의도를 가지고 내게 접근하면 오늘처럼 쉽게 넘어가지 않을 겁니다!”진명이 차갑게 경고했다.“아… 알았어요.”박기영이 시무룩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하지만 진명이 말은 저렇게 해도 정이 많은 사람이라는 것을 그녀도 알고 있었다. 처음부터 정말 그녀를 죽일 생각이었으면 아마 지금쯤 시체로 바닥에 누워 있어야 마땅했다.진명은 아마 처음부터 그녀를 겁줄 생각으로 움직였을 것이다. 그러니 그의 경고를 귀담아 들을 필요도 없었다.“저는 금방 돌파한지 얼마 되지 않아 내력을 잘 정돈해야 해요. 수련하러 가봐야겠어요!”진명과 박기영이 화해하는 모습을 본 하소정은 자리를 잡고 앉은 뒤, 수련에 집중했다.“나도 빨리 수련해야겠어요!”박기영도 자리를 잡고 앉았다.“박기영 씨, 수련을 하려면 방으로 가서 해요. 왜 여기 있는 거예요?”진명이 불쾌한 말투로 물었다.“여기가 좋아요. 사람이 많아서 적적하지도 않고. 앞으로 우리 같이 수련해요!”박기영이 뻔뻔하게 말했다.진명이 쉽게 현녀결의 하반부 구결을 그녀에게 가르쳐주지 않을 것을 알기에 박기영은 진명과 임아린, 그리고 하소정과 같이 수련하기로 결심했다. 박기영이 찰거머리처럼 붙어서 떨어지지 않자 진명은 짜증이 나면서도 어쩔 방법이 없었다.잠시 후, 그도 자리를 잡고 앉아 수련에 집중했다. 조금 전 돌파한 수련의 경지를 더 공고히 하기 위함이었다.한편, 북왕 이태준의 별장.
“알아! 절대 그 놈에게 그렇게 많은 시간을 주면 안 돼! 어떻게든 진명을 제거해야 한다고!”이태준이 음침한 표정으로 으르렁거렸다.그는 책장 사이를 왔다갔다하며 생각에 잠겼다.“아버지, 저에게 방법이 있어요.”이영걸이 갑자기 뭔가 좋은 수라도 떠오른 것처럼 무릎을 탁 치며 말했다.“그래? 어서 생각을 말해봐.”이태준은 걸음을 멈추고 아들에게 시선을 돌리며 말했다.“대놓고 그 자식을 공격할 수는 없겠지만 몰래 암살을 시도할 수는 있죠. 진명 그 자식은 교활해서 접근하기 쉽지 않지만 그 자식 옆에는 임아린이 있잖아요! 자기 애인이 우리 손에 붙잡혔다면 진명도 미끼를 물지 않겠어요?”이영걸이 음침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괜찮은 생각이네! 하지만 지금은 박기영이 그들과 같이 살고 있어. 우리가 임아린을 납치하려면 박기영과 정면 충돌을 빚어야 할 수도 있다고! 그러다가 박씨 가문과 사이가 완전히 틀어져도 곤란해! 좋은 방법은 아니야!”이태준이 신음하며 말했다.비록 최근에 점차 임씨 가문의 세력을 장악하고 있기에 박씨 가문을 두려워할 필요는 없지만 아직은 정면 충돌을 빚고 싶지는 않았다.최소한 서로를 적으로 돌리는 일은 피하고 싶었다.“그럼 어떡해요?”이영걸이 무척 실망한 얼굴로 물었다.“걱정하지 마. 괜찮은 생각은 맞아. 조금만 방법을 써서 임아린을 유인하면 돼!”이태준이 냉랭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그날 오후, 강성더힐.식탁에는 가정부가 준비한 풍성한 저녁 식사가 차려져 있었다. 진명, 임아린, 하소정 그리고 박기영 네 명은 식탁에 모여 식사 준비를 하고 있었다.“이상하네. 외삼촌은 어디 간 거야? 왜 안 보이지?”하소정은 주변을 둘러보며 의아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점심쯤 밖을 나간 임정휘가 여태 돌아오지 않고 있었다.“아마 할아버지 일 때문에 밖에 나가셨을 거야.”임아린이 걱정스러운 얼굴로 말했다.그녀의 표정을 안쓰럽게 바라본 진명이 물었다.“아린 씨, 당신도 할아버님이 걱정되는 거지?”“응. 지금 할아버지 혼자 본가
“그렇게 어르신이 걱정되면 본가에 가서 어르신을 이쪽으로 옮기겠다고 해요!”“그게 통하지 않아요. 전에 안 그래도 본가에 갔었거든요. 그런데 백정 그 여자가 할아버지를 모셔오는 걸 동의하지 않았어요.”임아린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피곤한 기색으로 말했다.애초에 그녀와 임정휘는 가문을 나오기로 한 뒤에 어르신도 같이 데려가겠다고 요구한 적 있었다. 하지만 백정은 그 요구를 단호하게 거절했다.나중에 납득할 수 없었던 임정휘는 몇 번이나 본가를 방문하며 어르신의 상황을 물었다. 어떻게든 기회를 봐서 몰래 어르신을 밖으로 모시고 나올 생각이었다.하지만 그의 생각을 읽은 백정은 어르신의 방을 다른 곳으로 옮기고 사람을 보내 문 앞을 지키게 했다. 임정휘는 뛰어난 무예 실력도 없었기에 결국 매번 실패하고 말했다.“백정 그 여자가! 분명 일부러 아린 씨와 아저씨를 괴롭히는 거야!”진명이 식탁을 치며 분노했다.임아린과 임정휘는 어르신의 핏줄이었기에 아버지를 모신다는 그들의 요구도 불합리한 요구는 아니었다.하지만 백정은 일부러 그들이 혈육을 만나는 것을 방해했다.물론 진명이 모르는 게 있었다. 백정이 임아린 부녀에게 어르신을 모셔가지 못하게 한 건 더 교활한 음모가 있어서였다.“진명 씨, 당신 실력이면 우리 아빠보다 강하니까 할아버지를 그 집에서 빼돌릴 수는 없을까?”임아린이 기대에 찬 얼굴로 진명에게 부탁했다.진명과 그들 부녀가 힘을 합친다면 본가에 잠입해서 몰래 임씨 어르신을 빼오는 것도 불가능한 건 아니라고 생각했다.어디 그뿐인가!진명은 저번에 다 죽은 그녀를 살렸다. 그래서 임아린은 그의 의술 실력이 더 믿음이 갔다. 할아버지를 그 집에서 모시고 나온다면 분명 병을 고칠 수 있는 방법이 있을 것이다.“그건… 최선을 다해볼게.”진명은 약간 자신 없는 말투로 대답했다.임씨 가문은 서씨 가문과 같은 강성 4대 가문 중 하나였기에 본가 경비도 아주 삼엄했다.하지만 진명에게는 더 큰 어려움이 있었다.전에는 서씨 가문 본가에 한동안 살았기에
그리고 그의 재요청에 임동환은 그들 한 가족이 다시 모여들 수 있도록 임 씨 어르신을 빼내는데 도와주기로 하였다!그러나 현재 임 씨 가문의 대권은 모두 백정의 손에 있었기에 임동환은 임 씨 가문의 직계 자제로써 그는 자신에게 해가 가지 않도록 절대 그렇게 대놓고 임정휘를 도와줄 수는 없었다.후에 그는 임정휘와 한바탕 상의를 하였고 두 사람의 약속은 성사되었다. 밤이 되면 그가 어떻게든 방법을 생각해 내어 임 씨 어르신을 지키고 있는 몇 명의 경호원들을 따돌린 후 임정휘가 숨어 들어가 임 씨 어르신을 몰래 빼돌리기로 하였다.“그래요, 좋습니다!”임아린은 너무 기쁜 나머지 얼굴은 흥분으로 붉어지고 있었다.어릴 때부터 가문 내에서 그녀와 사이가 제일 가까웠던 사람은 바로 할아버지와 고모 두 사람뿐이었다.지난번에 가문에서 이익을 따져가며 임 씨 가문에서 퇴출당한 후 그녀는 임 씨 가문에 대해 이미 실망으로 가득 차 있었지만 유일하게 마음이 놓이지 않았던 사람은 바로 임 씨 어르신이었다.현재 임정휘의 임 씨 어르신을 빼내 올 수 있다는 말에 그녀는 기뻐 어쩔 줄을 몰라 했다!“아버지, 이따가 밤에 저도 아버지랑 함께 임 씨 가문으로 갈까요?”“저도 얼른 할아버지 만나 뵙고 싶어서 그래요. 그리고 제가 차로 데리러 가줄 수도 있어요.”기쁨을 느끼던 임아린이 선뜻 제안했다.“그건... 뭐 그러거라.”임정휘가 잠시 고민하는 듯하더니 이내 제안을 받아들였다.비록 이번에 임 씨 가문으로 들어가 “사람을 훔치는” 그리 좋은 일을 하는 건 아니었지만 그와 임아린 두 부녀와 임 씨 가문의 관계를 따지면 사람을 빼내 오는 일에 실패한다 해도 임 씨 가문의 사람들은 절대 그와 임아린을 다치게 만드는 일은 없을 것이다.어차피 이 일의 위험성은 그리 크지 않으니 임아린이 따라가도 상관없었다.게다가 그가 혼수상태인 임 씨 어르신을 혼자서 빼내 오기엔 다소 무리였고 임아린이 차를 가지고 밖에서 그를 기다리는 것이 더 나을 수도 있었다.“삼촌, 저도 같이 따라갈래요
”이건 아주 지극히 정상적인 일이잖아!”임정휘가 언짢은 표정으로 말했다.진명이 다시 아티스트리 그룹을 가져간 후 그는 진명에 대한 일말의 호감이 사라진 상태였기에 진명을 좋게 볼 리가 없었다.만약 임아린이 진명을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면 그는 지금 아마 이미 진명을 쫓아냈을 것이다!“하지만...”진명은 여전히 의심을 거두지 못하고 있었다.그는 임 씨 가문의 사람들이 혈연관계에 연연할 사람들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있었다. 그렇지 않다면 임현식과 임동환 같은 사람들이 그저 가만히 눈 뜨고 백정이 임정휘와 임아린 두 부녀를 임 씨 가문에서 퇴출당하고 있는 모습을 지켜보지만은 않았을 것이다!“하지만은 뭐가 하지만이냐!”“왜, 설마 동환이가 우리 두 사람을 해치기라도 할 것 같냐?”임정휘가 비아냥거리며 말했다.예로부터 피는 물보다 진하다고 그와 임동환은 혈연관계였기에 임동환이 어떻게 그를 해칠 수 있겠는가!진명의 의심은 완전 터무니없는 의심이었다!“그래도 혹시 모르죠!””정휘 아저씨, 남을 해치려는 마음을 품어서는 안 되지만 다른 사람을 조심하는 마음이 없어서는 안 되죠!”“어쨌든 제 생각엔 이 일에 대해 그래도 조심을 하는 게 좋을 것 같아요...”진명은 간곡히 타이르며 말했다.“헛소리!”“진명아, 내가 이제 막 어르신을 구하러 간다고 하니까 네가 일부러 수작을 부리는 게지. 심지어 기회를 틈타 나와 동환이의 사이를 이간질까지 하려 하다니.”“넌 도대체 무슨 속셈인 거냐?”임정휘가 미간을 찌푸리며 잔뜩 화난 어투로 말했다.“아니에요. 전...”“정휘 아저씨, 전 그냥 아저씨와 아린이의 안위가 걱정되어서 그런 거예요. 전 우리가 이 일에 대해 좀 더 긴밀하게 논의를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진명이 서둘러 말을 보태어 말하는 도중에 임정휘에 의해 끊겨 버렸다.“그만하거라. 난 더 이상 듣고 싶지 않다!”“진명, 내가 네 속셈을 모를 거라는 착각은 하지 마. 넌 분명 우리 아버지가 처음에 너랑 아린이 사이를 갈라놓은 일에 줄곧 원한
”이건 우리 임 씨 가문의 일이야. 너 같은 사람에겐 아무런 상관이 없는데 네가 가서 뭘 하게!”임정휘가 서늘한 표정으로 호통을 치며 말했다.임아린은 기분이 썩 좋지 않았다.“아버지, 제발 진명에 대해 큰 편견을 가지지 말아 줄래요?”“진명도 좋은 뜻으로 한 말이잖아요. 그리고 진명의 무술 실력도 뛰어나고. 만약 진명이 가고 싶어 한다면 그러면 그냥 같이 가요.”“혹시라도 돌발 상황이 일어나면 어쩌면 진명이 우리에게 도움이 되어줄지도 모르잖아요.”“가든 말든 마음대로 해...”임정휘는 코웃음을 치더니 혼자서 화를 삭이며 더 이상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아린 씨, 저도 같이 가죠. 전 혼자 집에 남고 싶지 않아요...”박기영은 잠시 생각을 하더니 말했다.“그건... 그래요.”임아린은 잠깐 망설였다. 어차피 다들 함께 가고 박기영 한 사람이 더 많아진다고 해도 딱히 상관이 없었기에 그녀도 개의치 않았다.어둠이 내린 밤.진명과 임아린등 사람들은 캄캄한 밤에 차를 끌고 임 씨 가문 저택 근처로 왔다.같은 시각, 임동환은 임정휘와의 약속대로 미리 먼저 근처에 와서 기다리고 있었다.임정휘와 진명 일행들의 차가 도착하자 임동환은 구석진 사각지대에서 서서히 모습을 드러냈다.“정휘 형님, 드디어 오셨군요. 전 이미 여기서 오래 기다렸습니다...”임동환은 웃으면서 임정휘에게 인사를 나누었다. 그리고 그는 임정휘 뒤에 있던 진명을 발견하고는 삽시간에 웃음을 지우고 다소 놀라움과 의아함이 가득한 어투로 말했다.“진명 씨도 오셨네요!””네...”진명은 속으로 깜짝 놀랐다.조금 전에도 임아린과 임정휘의 고집으로 그는 마음속에 임동환에 대해 의심을 지우고 있었지만 지금 임동환의 무덤덤한 반응을 보니 그는 마음속에 다시 의심이 싹이 트기 시작했다!예전에 그와 임 씨 가문 사이에 약간의 원한이 있었다. 특히 지난번에 그와 서윤정의 약혼식에서 임동환은 임 씨 가문을 대표하여 그에게 공격을 하였었고 그를 사지로 몰아내려고 했었다!그 일을 그는 절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