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릴 말씀이 있어요, 성훈 씨의 고객이 부잣집 도련님인데 나이도 젊고 훌륭할 뿐만 아니라 자산이 최소 2000억을 소유하고 계신 분이에요, 저와 성훈 씨가 가혜를 그분께 소개해 드리고 싶은데…… 두 분 의견은 어떠세요?”“정말이야? 너무 잘 됐네!”이연의 간단한 상황 설명에 이문해와 강선희 부부는 너무 좋아서 얼굴에 꽃이 필 정도였다. 상대방의 자산이 2000억이나 된다는 데 이 숫자는 부부에게 있어서 슈퍼 부자나 다름없었기에 단 한 번도 딸이 부잣집에 시집보내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는 부부도 이런 기회는 놓치고 싶지 않았다. 만에 하나, 딸의 운이 좋아서 상대방 마음에 든다고 하면 그들의 앞날도 대박 날 것이 아닌가!“숙부님, 숙모님, 그럼 두 분께서 동의하신 거죠?“그럼, 우린 찬성이야.”이연이 히죽거리면서 묻는 말에 이문해와 강선희 부부가 격하게 고개를 끄덕였다.“안돼요! 연이 언니, 언니 마음은 너무 고마운데 선을 볼 생각은 전혀 없어요!”깜짝 놀란 이가혜가 다급하게 거절했다. 물론 선을 보는 게 이상한 일은 아니지만 서로 아무런 감정의 기초가 없을뿐더러 이가혜의 나이가 많은 것도 아니고 쫓아다니는 남자들도 줄을 섰는데 굳이 선을 볼 필요는 없었다. 만약 무조건 선을 봐야 한다면 그녀는 오랫동안 봐왔고 서로를 잘 알고 있는 진명을 선택할 것이다. 자신도 모르게 이런 생각을 하고 있던 이가혜는 깜짝 놀라서 재빨리 생각을 억눌렀고 아무래도 요즘 엄마의 결혼 잔소리 때문에 점점 제정신이 아니어서 진명 생각까지 한 듯싶었다.“왜 안돼? 넌 지금 남자친구도 없는데 언젠가는 선을 볼 수밖에 없지, 그럴 생각이 없다는 게 무슨 말이야!”강선희가 언짢은 듯 뱉은 말에 이연도 얼른 부추겼다.“그래! 가혜야, 나랑 성훈 씨는 너를 후 도련님에게 소개만 해주는 거야, 성사가 될지는 아직 모르는 일이야. 그리고, 만약에 네가 상대방이 마음에 안 들면 나중에 대충 핑계를 찾아서 거절하면 되잖아.”“그래도……”이가혜가 여전히 고민을 하자 강선희가 강경
이가혜를 잡아 두기 위해 강선희도 이가혜의 요구를 들어줄 수밖에 없었다.바로 이때, 자동차 경적 소리가 들렸고 값비싼 고급 스포츠카 한 대가 레스토랑 앞에 멈춰 섰으며 차 문이 열리자 20대 중반으로 보이는 청년 남성이 차에서 내렸다. 그의 뒤에는 정장 차림의 두 경호원이 뒤따랐고 그 기세는 어마어마했다.“후 도련님, 어서 오세요. 미리 예약해둔 룸으로 제가 안내해 드릴게요.”“그래요, 갑시다.”성훈이 활짝 웃으며 아부에 가득 찬 목소리로 말했고 거만한 표정으로 성훈의 안내를 받으며 레스토랑으로 들어가던 후 도련님은 이내 이문해 일행을 발견하고는 눈살을 살짝 찌푸리며 물었다.“성훈 씨, 이분들은 누구예요?”“제가 소개해 드릴게요. 이분은 제 여자친구이고 나머지 분들은 제 여자친구의 친척분들입니다……”“여자친구의 친척분들이요? 비즈니스 합작에 대해 의논하려고 저를 부른 게 아니라 가족 모임에 참석하라고 부른 건가요!”후 도련님이 소개를 이어가려던 성훈의 말을 자르며 불쾌한 표정으로 차갑게 콧방귀를 뀌자 성훈은 다급하게 손으로 이가혜가 서있는 방향을 가리키며 말했다.“고정하세요 후 도련님, 이분은 제 여자친구의 사촌 동생인데 도련님께 소개해 드리려고 자리를 마련했습니다……”어릴 때부터 귀하게 자란 후 도련님은 늘 높은 자리에 있었기에 방금 전까지 그는 진명 등 사람들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성훈이 가리킨 방향으로 시선을 돌린 도련님은 그제야 지나치게 아름다운 이가혜를 발견했다.이토록 아름답다니!후 도련님은 번개라도 맞은 듯 너무 놀라서 그 자리에 굳어버렸다. 고귀한 신분과 좋은 조건 덕분에 항상 수많은 여자를 거닐고 다니는 그는 각양각색의 미인들과 만나봤지만 이가혜처럼 온화하고 부드러운 특유의 매력을 지닌 미인은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 심지어 이가혜한테서 현모양처의 모습까지도 보였으며 이는 많은 남자들이 선호하는 여성이라 후 도련님도 예외가 아니었다.그는 이가혜에게 한눈에 빠져버렸다!“성훈 씨, 그럼 당신 뜻은?”후 도련님은
의논이라는 말과 다르게 후 도련님의 말투는 반박의 여지가 없었다.“네? 약혼이요? 무슨 말도 안 되는 얘기를 하시는 거예요!”깜짝 놀란 이가혜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이건 그녀와 후 도련님이 처음 만나는 자리이고 두 사람 사이에는 아무런 감정의 기초도 없을뿐더러 그녀는 눈앞의 이 거만한 후 도련님에게 일말의 호감도 없는데 상대방은 입을 열자마자 약혼이라니, 그녀는 도무지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후 도련님, 저희 가혜와 아직 서로 잘 알지도 못하는데 이대로 약혼은 너무 성급한 게 아닐까요?”“전혀 성급한 게 아니에요, 전 가혜 씨에게 첫눈에 반했습니다, 이것만으로 충분합니다!”이문해와 감선희도 놀란 눈으로 난처한 기색이 역력했지만 이가혜를 바라보는 후 도련님의 눈빛은 이미 이글거리고 있었다.“하지만 제가 보기엔……”이문해가 말을 더 꺼내려고 했지만 후 도련님이 손을 흔들며 끊어버렸다.“더 얘기할 것도 없어요! 저의 성의를 보여드리기 위해 이 은행 카드를 드릴게요, 안에는 2억이 들어 있어요, 약혼 예금입니다!”후 도련님은 주머니에서 은행 카드 한 장을 꺼내 이문해와 강선희 부부 앞에 호기롭게 던졌다. 예전부터 그의 곁에는 각양각색의 미인들이 들썩거렸고 그녀들은 전부 돈을 보고 그에게 접근한 것이기에 후 도련님한테는 돈으로 해결할 수 없는 일이 없었으며 만약 해결이 안 됐다고 하면 그건 돈을 더 많이 쓰면 해결되는 간단한 문제였다!“2억이요?”2억이라는 돈은 이문해와 강선희에게 작은 숫자가 아니었기에 두 사람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이가혜가 대기업의 부서 매니저로 일하면서 받는 600만 원의 월급도 부부에게는 꽤 높은 금액인데 그런 딸이 2억을 모으려면 먹지도 쓰지도 않고 최소한 1~2년은 걸려야 한다! 그러기에 지금 바로 손에 넣을 수 있는 이런 큰돈 앞에서 부부가 흥분을 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아버님, 어머님, 약혼을 동의해 주시기만 하면 이 돈은 두 분의 것입니다! 부족하시다면 더 드릴 수도 있어요!”후 도련님은 덤덤한 말투로
”그리고 도련님께서 첫눈에 반해 2억이나 되는 거금을 약혼 예금으로 드린다는데 이보다 더한 성의가 어디 있어. 기회를 잘 잡아야지, 지금 이 순간을 놓치면 나중에 후회를 해도 되돌릴 수 없어!”이연과 성훈 두 사람이 곁에서 한 마디씩 주고받으며 이가혜를 설득하려고 노력했다. 처음엔 그저 자리나 만들어주려고 했을 뿐 큰 기대는 하지 않았는데 하늘이 도운 덕분일까, 후 도련님이 이가혜에게 첫눈에 반하다니, 이건 이연과 성훈이 바라던 바였다.이가혜가 후 도련님과 함께 해준다면 성훈 네 회사는 앞으로 후 씨 기업과 손잡을 수 있을 것이고 그야말로 앞날이 창창할 것이다!“가혜야, 네 엄마와 사람들이 하는 말도 일리가 있어. 너와 도련님이 처음 만나는 자리라 서로 아직 모르는 것이 많지만 감정이라는 것은 천천히 쌓아가면 되는 거야, 일단 도련님과 약혼부터 하고 천천히 감정을 쌓는 것도 나쁘지 않아.”잠시 머뭇거리던 이문해도 설득에 가담했다. 어찌 됐든 후 도련님의 가정 형편이 너무 훌륭하고 부자가 틀림없기에 딸이 이런 사람과 함께 한다면 앞으로의 생활은 돈 걱정 없이 원하는 것을 전부 이룰 수 있는 건 사실이었다.세상에 모든 부모는 자녀가 잘 살기 바랄 것이고 이문해와 강선희도 다름이 없다!“아빠, 엄마, 저를 설득시킬 필요 없어요! 저분의 가정 형편이 아무리 훌륭해도 제가 저분을 좋아하지 않는 마음은 어쩔 수가 없어요! 아무튼, 사람의 감정이라는 건 강요한다고 되는 게 아니기 때문에 저는 이 약혼에 절대 동의할 수 없어요!”이가혜는 단호하게 말했다.그녀는 허영심에 빠져있는 여자가 아니었기에 자신이 진정으로 사랑하는 남자를 찾아 평범하게 평생을 살지언정 절대 금전과 물욕 때문에 자신의 감정을 팔지는 않을 것이다! 늘 남들보다 잘났다고 생각하면서 살던 후 도련님이 많은 사람들 앞에서 이가혜에게 한치의 여지도 없이 거절당하자 살짝 화가 나기 시작했다.“가혜 씨, 잘 생각하셔야 해요, 제 능력과 조건으로 손가락만 까딱해도 수많은 여자들이 달려들어요. 막말로
”상의할 여지가 왜 없어? 너 혼자서 남자친구를 만나지 못해서 우리가 좋은 마음으로 잘해보라고 한 분을 소개해 주는데 뭐가 잘못됐어?”강선희는 더 이상 화를 참을 수 없었다.“전에 말씀 드렸잖아요, 안 찾는게 아니라 저랑 맞는 사람을 만나지 못했을 뿐이라고……”이가혜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강선희가 그녀의 말을 끊어버렸다.“됐어, 네 변명 따윈 듣고 싶지 않아! 정리해서 얘기하자면 난 후 도련님이 참 괜찮은 분이라고 생각해, 우리를 아직 네 아빠와 엄마로 생각한다면 우리 말을 듣고 도련님과 약혼해서 한 번 만나봐. 만약 동의하지 않으면 앞으로 집에 들어오지도 마, 나와 네 아빠는 너 같은 불효 자식은 없는 셈 칠 테니까 네 마음대로 살아!”강선희는 소리를 지르며 최후의 통보를 내렸고 그 말에 이가혜는 분하고 원통해서 눈시울이 붉어졌다.“엄마, 그건…… 그건 일부러 저 난처하게 만드시는 거잖아요?”강선희가 이렇게까지 말을 했는데 이가혜가 계속 약혼을 거절하면 그야말로 불효를 저지르는 일이지만 그렇다고 자신이 좋아하지도 않는 후 도련님과의 약혼을 동의하는 건 그녀의 마음이 도무지 용납할 수가 없었다. 순간, 이가혜는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몰라서 절망감에 빠졌다.진명은 난처한 상황에 빠진 이가혜가 마음에 걸려 참지 못하고 입을 열었다.“아주머니, 감정이라는 건 서로 마음에 들어야 하는 건데 가혜가 저 도련님을 안 좋아하는 듯합니다. 제가 보기엔 그만두는 게 좋을 것 같아요.”“그만두라고? 말은 쉽네! 진명아, 이건 우리 집안의 일이야, 너와는 전혀 상관이 없는데 왜 끼어들어!”강선희가 언짢은 듯 목소리를 높였다. 딸이 겨우 돈 많은 부잣집 도련님을 만났고 심지어 상대방이 딸에게 첫눈에 반했다는데 이게 얼마나 좋은 기회인가. 만약 이 기회를 놓치면 딸이 어디서 또 이런 조건 좋은 남자친구를 만날 수 있단 말인가!“그러게 말이에요! 아무 말이나 막 하지 말라고 전에 제가 경고했잖아요, 외부인 주제에 어딜 간섭하려고 들어요!”이연도 기분 나쁘다는 듯
가혜가 이미 말해버려서 당장에 아니라고 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성철, 이게 지금 무슨 상황인 거야?”“가혜한테 남자친구가 있다니...... 그러면 왜 가혜를 소개한 거야?”후 도령은 화가 나서 씩씩대며 말했다.성철이 움찔했다.“후 도령, 일단 진정해. 둘째 숙모는 분명히 가혜가 남자친구 없다고 했었는데......”성철과 이연은 일제히 선희쪽으로 시선을 모았다. 그들은 지금 해석이 필요했다.“가혜가 허풍 치는 거니까 다들 흘려들어.”“가혜는 남자친구가 없어. 일부러 저러는 거야!”선희는 얼굴이 부들부들 떨렸다.부모는 자식이 말을 하지 않아도 안다고 바로 가혜의 의도를 간파했다.“저 거짓말한 거 아니에요. 진짜라고요.”“진명이는 제 남자친구예요!”가혜는 애써 침착하게 대응했다.“수작 부리지 마!”“전에 대학 친구라며 소개하지 않았니? 이게 무슨 뜬구름 잡는 소리니.”“거짓말하면 속이 편하니?”선희는 애초에 안 믿는다는 듯이 딸을 노려보며 말했다.“아빠, 엄마가 진명을 마음에 들어 하지 않을 까봐 그런 거죠. 그래서 말을 하지 않았을 뿐이에요.”가혜는 더 이상 왈가왈부하고 싶지 않아서 화제를 돌렸다. “엄마, 임자가 있으니까 더 이상 후 도령과의 약혼은 없는 일인 거죠?”“안돼. 그건 동의 못 해!”“진명은 고아에 집도 차도 없지. 너랑은 아예 사는 세상이 다르잖니.”“진명이가 진짜로 네 남자친구든 아니든 난 절대 너네 둘 허락 못 한다!”선희가 소리를 높이며 쐐기를 박았다.“진명이가 고아라니!”“쪽박이 제 재주를 모르고 한강을 건너려 하네!”진명이가 고아라는 것을 알게 된 후 도령, 성철 그리고 이연은 놀라 자빠졌다. 놀란 눈은 재빨리 경멸의 눈빛으로 바뀌었다.“고아 주제에 감히 가혜를 빼앗으려 들다니. 제 분수도 모르고.”후 도령이 비웃었다.진명 집안은 평범한 축에도 끼지 못해서 선희 부부가 반대한다.진명이가 가혜의 진짜 남자친구라 해도, 둘이 아직 약혼한 것도 아니다. 가혜만 꼬셔서 넘어오게 하면 된다.
진명이 진지하게 말했다.“내가 중의학을 좀 아는데, 안색을 보니 미간이 어두침침한 게 어디가 안 좋은 모양이야.”“내가 잘못 본 게 아니라면, 너는 욕망이 많고, 몸을 버릴 정도로 주색에 빠져 살기에 특정 그 부분만 점점 힘을 잃어가고 있지......”“충고 하나 할게. 앞으로 더 통제하지 않으면 몸이 성치 않을 것이고, 생명에도 큰 영향을 줄 거야!”진명은 간단명료하게 후 도령의 상황을 진단했다.“뭐라고?”선희를 포함한 사람들은 그만 놀라버렸다.진명이 점잖게 말했지만 모두 그 뜻을 알아챘다. 후 도령이 몸이 안 좋고, 생명에도 영향 줄 수 있다는 것을.다만 진명이가 한 말이 사실인지, 허언인지는 알 수 없다.이전에도 진명이가 얼마나 의술이 고명한지 전해 들은 바가 없었다. 다들 반쯤은 진명의 말을 믿지 않았다.“너... 그걸 네가 어떻게 알아?”후 도령은 놀라서 물었다.그가 주색을 좋아하여 몸이 망가져 간 건 사실이었다. 근 몇 달간, 그는 뭔가 힘이 계속 빠지는 걸 느끼고 있었다. 정사라도 하려면 약을 먹어야만 기운이 난다.진명이가 알아맞힌 건 좀 놀라웠다. 그의 말이 어디까지 맞는지 모르지만.“후 도령, 설마 진짜......”선희와 옆 사람들은 한순간 바보가 되어 입이 땅에 닿을 듯이 벌리고 있었다.아까는 진명이가 멋대로 지껄였다고 생각했지만 후 도령의 반응을 보면 진짜 같았다.“난.......”후 도령은 얼굴이 빨개져서 제 꾀에 넘어갔다는 것을 알았다.사람들의 눈빛을 보니까 더 부끄러워져서 쥐구멍에라도 들어가고 싶었다.“어림없지!”“내 몸이 이토록 멀쩡한데, 무슨 힘이 빠졌다고 그래!”“또 그딴 말 지껄이면 입을 꿰맬 줄 알아!”후 도령은 부끄럽고 또 분해서 죽일 듯이 진명을 노려보았다.사람들은 후 도령이 진실을 덮으려고 일부러 그런다고 생각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제 것 주고 되레 뺨 맞는다더니!”“좋은 뜻으로 말한 건데 감사하기는커녕 핀잔을 주네?”진명은 불편한 기색이 역력했다.그는 좋은 말로 충고를
후 도령은 재빨리 해명했다.“아마 그럴 겁니다......”사람들의 마음은 또 한 번 움직였다. 후 도령의 말도 일리가 있어 보였다. 사람들은 또다시 진명에게 의문을 품게 되었다.선희부부는 진명이가 화장품 회사의 비서로 일하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다. 의사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는 일 말이다.진명은 머리부터 발끝까지 후 도령의 몸을 검진해본 것도 없고, 그저 입만 뻥긋해서 몸이 안 좋다느니 뭐니 지껄였으니 그게 진짜일 리가 없다.“후 도령, 말은 바로 하지!”“중의란 자고로 환자를 눈으로 관찰하고, 냄새를 맡는 것으로 병을 진단하니까. 검사하지 않아도 알 수 있는 거야.”진명은 차분한 듯 당당하게 말했다.“젠장. 닥쳐!”“10초 줄 테니 빨리 여기서 나가.”“안 나가면 어떻게 되는지 두고 보자.”후 도령은 화가 나서 몸을 부르르 떨었다.진명이 일부러 자꾸 말을 피해서 그 역시 참을 수 없었다.“정말 어쩔 방법이 없네요.”진명이 한숨을 쉬며 고개를 저었다.후 도령에게 바보 취급 받는 것도 싫지만, 이번에 가혜가 초대해서 온 것이니 가혜가 가기 전까지 그도 돌아가기 싫었다.“너도 마찬가지야!”“부모도 없는 고아가 무슨 잘난 척이야!”“너 죽고 싶나 본데 내가 도와줄까?”후 도령은 화가 내서 밖에 있는 경호원 둘을 불러들였다.경호원들이 방 안으로 들어와서 후 도령 앞에 모여 섰다.“도련님, 무슨 일이십니까.”“저놈을 어서 끌어내!”후 도령은 진명이가 있는 방향으로 가리켰다. 잔뜩 노여움을 품고서.진명을 내보내고, 다시 가혜와의 약혼을 허락해달라고 선희부부를 설득해 볼 생각이었다.“네! 알겠습니다.”두 경호원은 큰 보폭을 내디디며 진명에게로 다가갔다.“왜들 이러세요?”가혜가 놀라서 진명 앞에 막아섰다.“가혜 씨, 어서 비키세요!”“오늘 저 녀석을 호되게 교육하겠어요. 지금 자기가 깝죽대고 있는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알게 해줘야죠.”후 도령이 씩씩대며 말했다.“그래, 가혜야. 비켜라.”“저놈이 아무 말이나 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