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re

제1722화

Author: 조십일
강한서가 고개를 돌리자 기쁜 마음에 송가람은 다시 준이를 채찍질했다.

그러나 이번엔 어찌 된 일인지 준이는 갑자기 날뛰더니 승마장을 마음대로 뛰어다니기 시작했다. 준이는 앞 다리와 뒷다리를 번갈아 높이 차며 송가람을 떨어뜨리려고 했다.

쉴 틈 없이 들썩거리는 바람에 송가람은 하마터면 말 위에서 떨어질 뻔했다. 그녀는 더 이상 멋있는 척할 겨를도 없이 준이의 목을 꽉 끌어안고 소리 높여 강한서의 이름을 불렀다.

강한서의 얼굴이 순식간에 어두워지더니 바로 그쪽으로 다가가려 했다.

한현진이 그의 손목을 잡았다.

“네 몸 아직 다 안 나았어.”

강한서의 얼굴이 잔뜩 굳어있었다.

“떨어지면 가람 씨는 죽을 지도 몰라요.”

한현진의 심장이 찌릿 아파졌다. 그녀는 주먹을 꽉 움켜쥐고 쉰 목소리로 말했다.

“송가람이 다칠까 봐 그렇게 걱정돼?”

강한서가 굳은 표정으로 대답했다.

“가람 씨가 절 살렸어요.”

한현진이 눈을 감았다.

“그래. 그 빚, 내가 대신 갚아줄게.”

그녀는 말하며 강한서를 승마장 밖으로 밀어버리더니 이를 악물고 얘기했다.

“네가 들어오기만 하면, 난 송가람 상관 안 할 거야.”

할을 마친 한현진은 휙 다른 말에 올라탔다.

강한서의 가슴이 꽉 조여왔다. 그가 버럭 소리 질렀다.

“내려와요!”

한현진은 들은 척도 하지 않고 말의 배를 꽉 잡은 채 몸을 낮춰 송가람 쪽으로 달려갔다.

송가람은 이미 준이 때문에 눈앞이 어지러운 지경이었다. 오직 생존 본능만으로 그녀는 준이의 목을 죽을힘을 다해 꽉 안고 있었다.

어느 한순간, 한현진은 정말이지 그대로 뒤돌아 나가고 싶었다.

송가람에 대한 원망이 가짜는 아니었다. 그렇게 오랫동안 강한서를 숨기고, 이런 모습으로 돌아오게 했다. 그녀는 마치 도둑처럼 한현진 것이었어야 했을 인생을 훔친 것으로도 부족해 심지어 그녀의 연인마저 훔쳐 갔다.

마음속 깊은 곳에 자리했던 어두운 모습이 점차 머리를 쳐들었지만 결국은 이성이 악마의 유혹을 물리쳤다.

한현진이 휘파람을 불자 그 소리를 들은 준이가 바
Locked Chapter
Continue Reading on GoodNovel
Scan code to download App

Related chapters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1723화

    송가람이 말에서 떨어진 뒤 강한서와 한현진도 얼마 되지 않아 멈춰 섰다. 한현진은 고개를 돌려 강한서에게 무슨 말을 하려고 했지만 강한서는 그녀를 쳐다보지도 않고 곧장 송가람에게로 향했다. 한현진은 고삐를 꽉 움켜쥐고 말에서 내렸다. 송가람은 손에 찰과상을 입었고 다른 데는 다친 곳이 없었다. 아무래도 속도가 다 늦춰진 뒤 떨어진 거라 그저 바닥에서 한 번 굴렀을 뿐 그리 심각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놀란 것만은 사실이었다. 말 위에서 흔들리는 것이 얼마나 무서운 일인지, 한현진 역시 처음 승마를 배울 때 직접 경험한 적이 있었다. 송가람은 바닥에 주저앉아 눈시울을 붉혔다. 그녀는 당장이라도 뚝뚝 눈물을 흘릴 것 같은 모습을 하고 있었고 강한서를 보자 그 서러운 감정은 극에 달했다. 송가람이 참지 못하고 강한서를 불렀다. “한서 오빠...”강한서는 아무 말 없이 몸을 숙여 송가람의 손을 잡은 채 나지막이 말했다. “팔다리 움직여 봐요. 움직일 수 있겠어요?”한현진이 얼굴을 지추렸다. ‘그렇게 느린 속도에서 떨어졌는데, 골다공증이 아니고서야 왜 못 움직이겠어.’송가람은 강한서에게 기대 그가 시키는대로 팔다리를 움직였다. 뼈가 다치지 않았다는 것을 확인하고 나서야 강한서가 말했다. “손 말고 아픈 곳은 없어요?’송가람이 눈시울을 붉힌 채 고개를 가로저으며 쉰 목소리로 말했다. “한서 오빠, 저 무서워요...”“괜찮아요, 괜찮아...”강한서가 나지막이 위로했다. 한현진이 입술을 앙다물었다. 어쩐지 지금 이곳에서 그녀는 소외된 것만 같았다. 그녀가 몸을 돌려 자리를 피하려는데 송가람이 갑자기 한현진을 불렀다. “현진 씨. 현진 씨는 분명 준이를 순종시킬 수 있었으면서 왜 거짓말한 거예요? 일부러 절 준이를 타게 하려고 속인 건가요?”한현진이 차가운 눈빛으로 송가람을 쳐다보았다. “제가 언제 준이를 순종시키지 못했다고 얘기했죠?”조금 진정이 된 송가람이 머릿속으로 어떨게 된 일인지 파악을 끝냈다. 그러자 그녀의 말투도 조금 날카로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1724화

    거실에서 정인월과 대화를 나누고 있던 한현진은 강한서와 송가람이 돌아오는 소리를 듣고 순간 웃음을 거두었다. 그녀의 눈빛이 차갑게 변했다. 한현진을 시선을 거두고 고개를 돌려 정인월에게 말했다. “할머니, 전 오후에 일이 있어서 먼저 가볼게요.”정인월이 말했다. “식사 준비가 거의 다 되었을 거야. 일부러 네가 좋아하는 요리도 몇 가지 하라고 했어. 먹고 가.”한현진이 말했다. “아니에요, 할머니. 친구와 12시 30분에 만나기로 했거든요. 밥 먹고 가면 늦을 거예요. 직장 동료라 늦으면 곤란하거든요.”한현진의 말에 정인월도 더 이상 설득하지 않았다. “그럼 내가 아줌마한테 네가 좋아하는 음식 포장하라고 할 테니까 갈 때 가져가렴. 집에 가져가 먹는 건 괜찮겠지?”한현진이 못 말리겠다는 듯 말했다. “할머니께서 이렇게까지 얘기하셨는데, 제가 어떻게 거절하겠어요.”그 말에 정인월은 기뻐하며 한현진을 이끌었다. “가자. 할머니와 주방으로 가서 네가 먹고 싶은 거로 포장하렴.”말하며 정인월은 한현진을 이끌고 걸어가더니 갑자기 무엇을 떠올린 듯 고개를 돌려 강한서에게 말했다. “한서야, 가람이를 손 씻는 곳 알려주고 밥 먹을 준비하렴.”송가람의 기분이 조금 불쾌해졌다. 누가 봐도 정인월은 손님을 대하는 태도로 송가람을 대했다. 하지만 한현진에게는 친손녀보다도 더 다정한 모습을 보였다. 강한서는 주방 쪽을 쳐다보더니 곧 송가람에게 말했다. “따라와요.”송가람이 고개를 숙인 채 짧게 대답했다. 진씨 아주머니와 집안의 도우미들은 주방에서 바쁘게 움직였다. 주방에는 이미 가지각색의 산해진미가 준비되어 있었다. 진씨 아주머니의 음식 솜씨는 차미주가 견주어도 될 정도였다. 그게 아니라면 입맛이 까다로운 한성우리가 어렸을 때 그렇게 오랫동안 밥을 얻어먹었을 리가 없었다. 정인월이 음식 포장을 지시하며 한현진에게 물었다. “현진아, 어죽 좋아해?”한현진이 대답했다. “이건 못 먹어봤어요.”정인월은 귀중한 보물을 꺼내듯 항아리 뚜껑을 열었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1725화

    한현진이 가자마자 민경하와 신미정이 은서를 데리고 돌아왔다. 민경하는 은서의 손을 잡고 있었다. 두 사람은 유쾌해 보였고 더욱이 은서는 민경하의 손을 꼭 잡고 삼촌, 삼촌 부르면서 재잘거리며 이것저것 묻고 있었다. 그러나 신미정의 얼굴은 잔뜩 일그러져있었다. 특히 민경하를 보는 신미정의 눈빛에는 불쾌함과 더불어 분노가 섞여 있었다. 집으로 들어서며 민경하는 막 발급받은 가족관계등록부를 신미정에게 건넸다. 신미정의 민경하가 건넨 자료를 받으며 차가운 눈빛으로 그를 쳐다보았고 오는 내내 참고 있던 말을 드디어 내뱉었다. “민 실장, 정말 대단해. 우리 모두를 속이다니.”민경하는 모르는 척하며 말했다. “사모님,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제가 뭘 속여요?”신미정이 이를 악물었다. “민 실장이 계속 은서가 한서 딸인 것처럼 우리가 오해하게 했잖아. 그러지만 않았어도 내가—”신미정은 더 이상 말을 잇지 않았다. 그녀는 은서를 빌미로 강한서의 유언장을 뒤엎어 한현진을 유산 상속자에서 제외할 생각이었다. 그러나 은서는 강한서의 친딸이 아니었고 신미정은 오히려 그 일 때문에 유산을 노렸다는 누명을 쓰게 되었다. 비록 강한서가 전에 있었던 일을 기억하지는 못했지만 은서의 신분을 공개한 일 때문에 불쾌해하고 있는 것은 분명했다. 신미정은 오늘 이른 아침부터 강한서와 정인월의 요구로 은서를 데리고 입양 수속을 하러 다녀오는 길이었다. 모든 절차가 끝나면 은서는 강한서의 양딸이 되는 것이었다. 원하던 유산을 얻지 못한 것은 물론 그 일로 이런 처지에까지 놓이게 된 신미정은 화가 나 미칠 지경이었다. 민경하가 태연하게 말했다. “전 한 번 도 은서가 대표님 딸이라고 한 적 없어요. 사모님께서 은서가 대표님을 아빠라고 부르니까 딸이라고 오해하신 거죠.”신미정은 말문이 막혔다. “하지만 밀 실장은 설명하지도 않았잖아.”민경하가 반문했다. “아이가 장난으로 하는 얘기를 제가 왜 설명해야 하는 거죠? 그리고 사모님께서도 저에게 은서를 이용해 무슨 일을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1726화

    신미정은 짜증이 치밀어 미칠 지경이었다. 그녀는 툭 은서를 밀쳤다. “비켜, 이 아비 없는 자식아.”그러자 은서는 바닥에 넘어졌고 화단 모서리에 머리를 부딪혔다. 은서의 머리엔 바로 멍이 들었다. 밀려오는 통증에 은서가 울음을 터뜨렸다. 아이의 울음소리는 기분 좋게 화원을 산책 중이던 정인월의 귀에까지 들어갔다. 진씨에게 소리가 나는 쪽으로 데려다 달라고 한 정인월은 그곳에서 은서를 부축하고 있는 민경하를 발견했다. 아이는 얼굴이 새빨개질 정도로 울고 있어 측은하기 그지없었다. “무슨 일이냐.”정인월이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 은서가 눈시울을 붉히며 “증조할머니.”하고 정인월을 부르더니 곧 민경하의 종아리를 끌어안고 흐느꼈다. 정인월이 정원에 있을 줄 몰랐던 신미정의 표정이 미묘하게 변했다. 그러나 곧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듯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아이가 길을 제대로 보지 않고 넘어져서 울면서 민 실장에게 응석 부리고 있었어요. 어머님은 왜 나오셨어요?”민경하는 시선을 내리고 은서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는 굳이 신미정의 거짓말을 들추지 않았다. 정인월은 신미정을 힐끔 쳐다보더니 태연하게 말했다. “바람 좀 쐬러 나왔어.”그러더니 그녀는 민경하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민 실장, 입양 수속은 다 끝났어?”민경하가 고개를 끄덕였다. “서류 확인만 끝나면 가서 처리하면 됩니다.”민경하가 고개를 들자 정인월은 그의 얼굴에 난 손바닥 자국을 볼 수 있었다. 정인월은 순간 인상을 찌푸렸다. “민 실장, 얼굴이 왜 그런 건가?”민경하가 말했다. “아무것도 아닙니다. 차에서 내릴 때 실수로 부딪혔어요.”민경하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은서가 소리쳤다. “그런 거 아니거든요. 경하 삼촌은 마귀할멈에게 맞은 거예요.”정인월이 어리둥절해졌다. “마귀할멈이 누구야?”은서가 신미정을 가리켰다. “저 사람이요. 증조할머니, 저 사람이 경하 삼촌을 때렸어요. 그리고 또 경하 삼촌을 강아지라고 욕했어요.”“얘가, 무슨 헛소리를 하는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1727화

    아무래도 정인월은 나이가 있었던 터라 아무리 있는 힘을 다했다고 하더라도 신미정이 민경하를 때린 것만큼 아프지는 않았다. 하지만 50대가 넘은 신미정은 뺨을 맞았다는 사실에 수치심을 많이 느끼고 있었다. 그러니 너무 아픈 건 아니었어도 따귀에 그만 멍해지고 말았다. 신미정은 얼굴을 부여잡고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정인월을 쳐다보았다. “어머님?”정인월이 표정을 굳힌 채 말했다. “한서가 사고 났을 때 민 실장 얘들이 팀을 이끌지 않았다면 한서가 돌아왔을 때 회사에 한서의 자리가 남아있긴 했겠니? 네가 계속 사모님 소리를 들을 수나 있었을 것 같아?”“민 실장... 그리고 한성의 모든 직원들은 모두들 자기 능력으로 일하고 돈을 받고 있는 사람들이야. 신미정 네 부하가 아니란 얘기라고. 네가 때리고 싶다고 때리고 욕하고 싶다고 욕할 수 있는 게 아니야. 넌 지금 강씨 가문 얼굴에 먹칠하는 거라고.”신미정의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해졌다. 그녀는 한참 만에야 이를 악물고 말했다. “어머님, 죄송해요. 제가 잘못했어요.”정인월이 차가운 얼굴로 말했다. “네가 사과해야 할 사람은 내가 아니라 민 실장이야.”신미정은 주먹을 꽉 움켜쥐고 민경하를 향해 웅얼거리는 말투로 말했다. “미안해.”민경하는 신미정의 사과에 아무런 대꾸 없이 정인월에게 말했다. “전 먼저 가보겠습니다.”“잠깐만.”정인월이 민경하를 불러세웠다. “민 실장, 따라오게. 얼굴에 상처는 처치하고 가.”알겠다고 대답한 민경하가 정인월의 휠체어를 밀고 자리를 떠났다. 신미정은 어두운 얼굴로 주먹을 꽉 움켜쥔 채 두 사람의 뒷모습을 빤히 쳐다보았다. 한참을 걸어서야 정인월이 한숨을 내쉬었다. “민 실장, 자네가 고생이 많아.”민경하가 고개를 가로저었다. “저 때문에 사모님에게 핀잔을 주실 필요 없으세요. 어찌 되었든 대표님 어머님이시잖아요.”정인월이 웃으며 말했다. “자네는 한서보다도 두 살이나 어리면서 늙은이 같은 얘기를 하는구먼. 아무리 한서가 기억을 잃었다고 해도 따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1728화

    “민서 씨... 어리시죠. 제 사촌 여동생과 나이가 비슷해요. 성격도 그렇고요. 조용하게 있을 땐 귀엽죠.”“...”‘민 실장, 이 귀신 같은 놈. 말은 잘하네.’어리다는 건 나이가 맞지 않다는 말이었다. 사촌 여동생과 나이가 비슷하다는 건 동생 같다는 것이었다. 조용하게 있을 땐 귀엽다는 것은 평소엔 당해낼 재간이 없다는 뜻이었다. 결국은 마음대로 인연을 맺어주려 하지 말라는 것이었다.정인월은 민경하의 말뜻을 못 알아들은 사람처럼 말했다. “2개월 동안 민 실장이 회사에서 민서에게 일을 가르쳤다고 들었네. 지금은 많이 배운 것 같아. 그 아이는 어렸을 때부터 오냐오냐 키워서 누구 말도 안 듣는데, 자네가 그 아이를 이렇게까지 이끌어줄 수 있다는 건 민서도 자네를 인정하는가 보네.”민경하가 말했다. “민서 씨가 똑똑하고 잘 배우셔서 그래요. 전엔 그저 노는 데에만 정신이 팔렸지만 지금은 마음을 다잡았으니 실력이 빨리 느는 것도 당연한 일이죠. 그리고 민서 씨가 제 말을 잘 듣는 게 아니라, 아무래도 대표님께서 카리스마가 있으셔서 그런 걸 거예요.”어떻게든 피해 가려는 민경하의 모습에 조금 우울해진 정인월이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 “민 실장, 민서가 별로인가?”민경하가 에둘러 표현했다. “전 민서 씨 좋게 보고 있어요. 지금 상태만 잘 유지하신다면 앞으로 충분히 좋은 성과를 내실 수 있을 거예요.”“됐네.”정인월이 민경하를 노려보았다. “내 손주사위가 되는 게 그렇게 싫은가?”말문이 막힌 민경하가 한참 만에야 대답했다. “회장님, 연애라는 건 서로가 원해야 하는 거잖아요. 저에게 민서 씨는 그저 동생일 뿐,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에요. 물론 민서 씨도 그럴 거고요.”“마음이야 서로 알아가면 되지.”정인월이 말했다. “민서 성격이 고집스러워서 싫은 건가? 민서가 본성이 나쁜 아이는 아닌데 교육을 잘못 받아서 그래. 이젠 내 몸이 하루하루가 옛날 같지 않으니 한서 남매가 잘 지냈으면 하는 마음뿐이라네. 한서는 자기 주견이 있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1729화

    강한서가 멈칫했다. “이 말이 다친 적이 있다고요?”“전에 도련님께서 강운 도련님과 시합하실 때 강운 도련님이 타신 것이 바로 이 말이에요. 당시 말이 통제 불능이 되었던 것도 부상이 있었기 때문이었어요. 목 여기에...”서수만은 말하며 말의 머리를 밀어 목 밑의 털을 강한서에게 보여주었다. “이 사이에 상처가 길게 나 있었어요. 무엇에 긁힌 것인지 확실하진 않지만 아마 못이나 그런 날카로운 물건이었을 거예요. 고삐를 잡아당기면서 상처가 깊어져 통증 때문에 통제 불능이 된 거였어요.”“그 상처는 잘 낫지도 않아 찢어지고 아물기를 반복하다 한 달 만에 겨우 다 나았어요. 지금까지 이곳엔 털이 자라지 않고 있죠. 오늘 승마하실 때 아마 이곳을 건드려 그렇게 반응했던 것 같아요.”훈련사는 오랫동안 말들과 지내며 정이 많이 쌓였다. 그는 강한서가 그 말을 팔거나 안락사를 시킬까 봐 말을 대신해 사정했다. “도련님, 평소엔 온순한 아이예요. 사람도 잘 따르고 우승도 한 적 있어요. 만약 다치지 않았다면 절대 그럴 리가 없었을 거예요. 조금만 더 시간을 주시면 제가 잘 훈련할게요.”정신이 든 강한서가 입술을 짓이겼다. “전 훈련사님께서 하신 얘기가 기억나질 않네요. 당시 강운이가 다쳤었나요?”“도련님께서 제때 구해주셔서 강운 도련님은 다치지 않으셨지만 오히려 도련님께서 팔이 탈골되셨었죠.”강한서는 잠시 침묵하더니 말했다. “오늘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아 다행이었지만 만약 다음에도 이런 일이 발생한다면, 이 말은 다른 곳으로 보내세요. 사람을 다치게 하는 말은 여기 계속 둘 순 없어요.”훈련사가 얼른 장담하며 말했다. “다음엔 절대 이런 일 없을 겁니다.”강한서는 그 자리에 그대로 서 그 말의 상처 부위를 한참 동안 빤히 쳐다보더니 곧 돌아서서 승마장을 벗어났다. 그 시각. 한현진은 돌아가는 길에 김 교수님에게 전화했다. “교수님, 지금 한주에 계세요?”“네. 여쭤볼 게 있어서요. 지금 시간 괜찮으세요?”“네. 그럼 제가 도착하면 주소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1730화

    김수철이 손을 내저었다. “지금 중요한 건 현진 씨예요. 얼른 검사해 보세요. 몸조리가 아직 완전히 되지 않은 상태에서 임신이 되었으니 만약 무슨 문제가 있다면 최대한 빨리 아이를 지켜야 해요.”긴장하지 않고 있던 한현진은 김수철의 말에 갑자기 불안해졌다. 그녀는 밥도 제대로 먹지 않고 차미주에게 전화해 함께 검사받으러 가자고 했다. 한현진은 한성우를 데리고 오지 말라는 당부를 깜빡 잊고 하지 못했고, 결국 차미주는 한성우와 함께 한현진에게로 왔다. 차에 탈 때, 한현진은 차미주에게 나지막이 얘기했다. “성우 씨는 왜 같이 온 거야.”차미주가 대답하기 전에 한성우가 말했다. “형수님, 제가 없으면 형수님께서 병원에서 검사를 마치고 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혼전 임신했다는 사실은 바로 기사화될 거예요. 제가 있으면 기사는 제가 다 내릴 수 있어요.”차미주가 말했다. “유통기한이 지난 임신 테스트기를 사 왔으니 뒷처리 정도는 책임져야지.”한현진이 나지막이 말했다. “성우 씨가 계시면 언론사에서 사진을 못 찍을 수는 있겠지만, 성우 씨 입은 아마 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모든 사람들이 알도록 만들겠죠.”한성우는 어이가 없다는 듯 말했다. “그런 말씀 마세요. 저 입 무겁다고요.”한현진이 “제가 그 말을 믿을 것 같아요.”라는 표정을 지었다. 차미주가 물었다. “현진아, 어쩔 생각이야? 만약 임신이면 강한서에게 안 알려줄 생각인 거야?”한현진이 대답했다. “알려줄 거야. 하지만 그게 지금은 아니야. 그 전에 이 사실이 새어나가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어.”그녀는 말하며 한성우는 쳐다보았다. “성우 씨는 내 계획의 옥에 티예요.”한성우는 할 말을 잃었다. 차미주는 곧 무섭게 한성우를 노려보았다. “오늘 일 절대 발설하지 않겠다고 당장 맹세해.”한성우는 차미주가 시키는 대로 하는 수밖에 없었다. ‘남자친구보다 친구가 중요한 여자친구를 만났으니 뭐 어쩔 거야?’‘바라는 대로 해줄 수밖에.’한성우는 어쩔 수 없이 입을 열었다. “오늘

Latest chapter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2287화

    알겠다고 대답한 한현진이 전화를 끊기 전 호기심을 못 이겨 물었다. “오빠, 문채영 씨와는 어떻게 됐어요?”멈칫한 송민준이 눈을 가늘게 떴다. “강한서 그 자식 혹시 네 옆에 있어?”한현진이 움찔하며 옆에서 귀를 쫑긋 세우고 고개를 가로젓는 강한서를 쳐다보았다. 가볍게 목을 가다듬은 한현진이 대답했다. “아뇨. 샤워 중이예요.”송민준이 한현진의 말을 믿은 것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그가 개의치 않는 말투로 입을 열었다. “걔한테 내 말 똑바로 전해. 다음에 또 이렇게 입을 가볍게 놀렸다간 내가 그 입을 꿰매 버릴 거라고.”강한서: ...그 말에 한현진이 어색하게 하하, 웃어버렸다. “사실 강한서는 별말 안 했어요...”송민준은 더는 아무 말 없이 일찍 쉬라는 인사와 함께 전화를 끊었다. 송민준의 얼굴이 공개된 후, 한열의 바람 스캔들은 자연스레 사라졌다. 사람들도 점차 한현진이 한열의 사촌누나라는 사실을 믿기 시작했다. 그러나 한열의 성추문은 여전히 일파만파 퍼져나갔다.한열에게 성추행을 당했다고 밝힌 여성의 페이스북 계정은 [아기 고구마]였다. 이 계정은 피드를 올릴 때마다 다음 업로드 시간을 예고하며 다음엔 마치 증거를 공개할 것처럼 사람들을 암시하기도 했다. 그에 [아기 고구마] 계정의 팔로워는 점차 늘어갔다. 하지만 예고와는 달리 매번 터무니없는 사실들만 업로드 했고 그 피드의 내용으로는 한열이 여자 연예인을 성추행했다는 것을 증명할 수가 없었다. 그럼에도 계정의 인기는 줄어들지 않았다.하룻밤 사이, 한열의 팔로우는 십만 명 이상이 줄어들었다. 그리고 다음 날 아침이 되어서야 한열의 회사 측에서는 변호사가 작성한 소장을 공개하며 이미 경찰에 신고를 마쳤고 루머를 퍼뜨린 사람을 찾아 법적 책임을 묻겠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한열의 회사에서 소장을 공개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아기 고구마]도 페이스북에 점심 열두시부터 라이브 방송으로 빼박 증거를 공개해 한열과 직접 맞설 것이라고 예고했다. 그에 네티즌들은 흥분을 감추지 못 했다.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2286화

    말을 아끼던 윤명훈이 한참만에야 입을 열었다. “계약 해지 때문에 문제가 좀 있어서요. 회사에서는 쿨하게 한열을 보내줄 마음이 없거든요.”그가 한현진에게 솔직하게 얘기하지 않았다는 것을 한현진도 알 수 있었다. 윤명훈은 똑똑하고 신중한 사람이었다. 한열이 아직 취해 있는 지금 그에게 아무런 얘기도 하지 않은 채 윤명훈은 한현진에게 모든 걸 털어놓을 리가 없었다. 잠시 생각하던 한현진이 말했다. “제가 잠시 후 해명글을 올릴게요. 명훈 씨는 신하리 씨에게 인터넷에 떠도는 쓸데없는 기사들 처리해 달라고 연락하세요. 제가 변호사를 선임해 보내드릴게요. 최대한 빨리 해결해야 해요. 시간을 오래 끌면 끌수록 해명하기 어려워질 거예요.”한열의 바람 스캔들을 터트린 건 그저 페이크에 불과했다. 성추문으로 한열에게 흙탕물을 뒤집어씌우려는 것이 그들의 진짜 목적이었다.만약 한현진이 한열의 회사 대표였다면, 자신의 두 손으로 탑급의 자리까지 올린 아이를 이렇게 쉽게 버리지는 않았을 것이다. 설사 계약을 해지 한다고 해도 한열의 빛을 어느 정도는 계속 받을 수 있었다. 게다가 지금의 한열은 신하리라는 충무로 연기파 배우의 인맥까지 갖고 있으니 앞으로 어느 정도로 발전할 수 있는지는 그 누구도 장담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러니 굳이 이렇게까지 끝장을 볼 이유는 없었다. 연예계에게는 영원한 이익만 있을 뿐, 영원한 적은 없는 법이었다.그러니 이번 일은 오히려 누군가 한열을 나락으로 보내기 위해 꾸미고 있는 일 같았다. 전화를 끊은 한현진은 세남매가 함께 찍은 사진을 SNS에 업로드 했다. 다만 송민준의 눈은 모자이크 처리했다.[저희 오빠와 사촌 동생이 그렇게까지 닮은 건 아닌 것 같은데요. @신하리]사진 속에서 한현진은 가운데 서 있었고 그녀의 왼쪽엔 송민준이, 그리고 오른쪽엔 한열이었다. 막내 동생인 한승은 아예 잘라버린 후 사진을 업로드 했다.비록 송민준의 눈을 모자이크 처리하긴 했지만 하관만 보아도 한열과 믿겨지지 않을 정도로 닮은 것을 알 수 있었다. 하지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2285화

    [두 여배우 모두 연기력이 그렇게 뛰어나면서, 대체 얼마나 보는 눈이 없어야 한열을 좋아할 수 있는 거지?][그건 좀 아니지 않나? 한열도 미남상이긴 하잖아. 이런 사람인 줄은 몰랐지만.][세 사람 같이 촬영했었잖아요. 한현진이 한열과 신하리가 사귀는 걸 몰랐을까요? 이건 뻔히 알면서도 만난 거잖아요.][살려줘! 나 한현진 정말 좋아한단 말이야. 전에 햇살 유치원 사건 때문에 엄청 호감이었는데. 봄의 연인의 중전마마 역도 완전 잘 소화했었다고. 대체 바람은 왜 핀 거야. 연예계에 사고 안 치는 연예인이 있긴 한 거야?] [두 여신을 동시에 만나다니. 한열, 능력도 좋아. 지까짓게 뭔데...] [한열은 신하리에게 빌붙으려는 목적이었던 거예요. 지금 소속사와 계약 해지를 준비 중이예요. 회사에서도 전혀 신경 안 쓰고 있고요. 신하리가 아니었으면 한열 주제에 어떻게 유명 감독에게 캐스팅 될 수 있었겠어요. 정말 어떻게든 여자 덕 좀 보겠다고 애쓰네.]아래의 댓글들은 더 이상 눈을 뜨고 볼 수도 없었다. 대부분은 그들을 욕하는 악플이었다. 한열과 신하리의 공개 연애에 대해 두 사람의 팬들은 자신의 배우가 아깝다며 강력한 불만을 토로했다. 두 사람이 열애를 인정한 후부터 양측의 팬들은 줄곧 다툼을 이어왔다. 두 사람의 커플 팬계정인 [이열치열]은 팬들의 감정 쓰레기통 같은 곳이 되어버려 차마 보고 있을 수가 없을 지경이었다. 한열은 열애 인정으로 회사와 갈등을 빚어 계약을 해지하려고 했다. 하지만 그가 지금의 인지도와 이미지를 그대로 유지한 채 나가는 것을 원하지 않았던 회사 측은 말도 안 되는 루머를 퍼뜨렸다. 하지만 확실한 증거가 없었던 터라 잠깐의 파장을 일으킨 후 곧 사그라들었다. 공개 연애 후 꽤 빠른 속도로 떨어지던 한열의 인기는 요즘 다시 천천히 오르고 있는 추세였다. 회사 측에서 밀어주던 신인은 그들이 생각했던 것처럼 한열의 뒤를 이어받아 인기를 누리지는 못했다. 그 때문에 회사 측은 화가 치밀었다. 그러니 한열이 바람 폈다는 기사가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2284화

    한현진은 어이가 없어 말문이 막힐 지경이었다. “지금 예능부 기자 채용 문턱이 이 정도로 낮아진 거야? 두 눈이 멀어도 기자로 활동할 수 있나봐?”진윤: ...‘우리 여신님 사석에서는 이렇게 독설을 날리는 사람이었어?’휴대폰 너머에서 한참을 듣고 있던 차미주가 참지 못하고 입을 열었다. “그 사진 너와 한열 아니야?”한현진은 어처구니가 없었다. “저건 나랑 오빠야.”“하지만 이 사진들은 정말 한열과 비슷해 보여. 게다가 네 오빠가 운전한 거 한열 차 아니야?”한현진은 그날 송민준이 운전한 차를 눈 여겨 본 적이 없었다. 만약 정말 한열의 차를 운전하고 온 거라면 파파라치가 착각했을 수도 있었다. 다시 페이스북을 다운로드 받고 인기 검색어를 확인한 한현진은 그대로 굳어버렸다. 연예 부문의 인기 검색어의 TOP 5는 전부 한열의 바람에 관한 이슈가 차지하고 있었다. 예를 들면 [새로운 꽃뱀, 이열 커플 사이에 끼어들다], [이열 커플, 결별 위기 스크린 밖에서도 삼각관계], [한열 살아있네], [찐사랑을 못 숨겨] 등이었다. 이처럼 말도 안 되는 검색어들이 가득 했다. 한현진이 페이스북에 로그인하자 수백 개의 DM과 십만 개가 넘는 댓글이 쏟아졌다. 굳이 읽어보지 않아도 신하리와 한열 두 사람의 팬들의 남긴 수많은 욕이거나 일반 네티즌의 호기심에 가득한 댓글일 것이 분명했다. 인터넷이 얼마나 필터 없이 악랄한 글로 난무한 곳인지 잘 알고 있는 한현진은 아예 댓글을 확인하지도 않고 뉴스피드로 들어갔다. 한열과 한현진의 기사는 두 시간에 터졌다. 그러니 지금쯤이면 각 마케팅 계정에서는 이미 타임 라인까지 정리한 피드를 올리기 시작했다. 한현진은 관련 피드를 대충 훑었다. 마케팅 계정의 분석에 의하면 한열과 신하리는 [살의] 촬영 이전에 이미 사귀기 시작했고 송민영이 하차된 후 한열이 자신의 여자친구인 신하리를 여주인공으로 추천했으며 영화 홍보 현장에서의 친밀한 스킨십 사진이 폭로되어 어쩔 수 없이 공개 연애를 택한 것이었다. 그 계정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2283화

    한현진은 반나절이 걸려서야 일의 자초지종을 파악할 수 있었다. ‘어쩐지 지난번 홍혜림 씨 사건이 있었을 때 왜 진윤 씨가 갑자기 나타나 상황을 반전시키나 했더니, 이런 이유 때문이었다는 거잖아.’순간 한현진은 뻘쭘함에 어찌할 바를 몰랐다. 이럴 줄 알았다면 방금 전화를 받고 모르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을 때 입도 벙긋하지 말았어야 했다. 진윤의 말처럼 이건 정말 비열한 짓이었다. 유치한 강한서가 벌일 만한 일이 맞긴 한 것 같았다. 강한서 본인 역시 이번 일은 너무 얍삽했다고 생각한 것인지 어쩌다 아이를 달래주었다. “내가 제대로 설명하지 않은 탓이라고 해. [정상에서]에서 지금 자체 테스트 중인 스킨 한 세트 줄게. 어때?”진윤이 작게 울먹이며 말했다. “스킨 세 세트?“강한서는 어이없는 웃음을 터뜨렸다. 이 와중에 딜을 하는 걸 보니 그리 큰 상처를 받은 건 아닌 모양이었다. “세 세트 전부 줄게.”진윤이 곧바로 울음을 멈췄다. 절판되어 더는 살 수 없는 게임 스킨과 이미 다른 사람과 결혼한 여신 중 아무리 바보라도 그와 같은 선택을 할 것이다. “그래요. 제가 오해한 거라고 하죠.”말하며 한현진을 쳐다보던 진윤은 여전히 아쉬워하며 말했다. “현진 누나, 왜 이렇게 빨리 결혼하셨어요. 남자 때문에 손에 넣었던 트로피도 놓칠 수가 있어요.”강한서의 눈가가 파르르 뛰었다. “결혼이 커리어 영향주지 않아. 이간질 하려고 하지 마.”“형님은 남자니까 당연히 영향을 안 받으시겠죠.”강한서에게 농락을 당한데다 하루아침에 구닥다리에게 여신을 뺐긴 진윤은 누구보다 빨리 흑화 했다. “결혼하면 아이도 낳아야 하잖아요. 어떤 유명한 감독이 임산부를 캐스팅하려고 하겠어요. 제일 예쁠 나이를 남편과 아이에게 바치면 나중에 아이가 클 때쯤엔 본인의 레전드 시절은 이미 지났다고요. 제가 다 아쉬워서 그래요. 너무 불공평해요.”비록 진윤은 그저 이간질을 하기 위해 꺼낸 말이었지만 그 말은 현실이기도 했다. 임신과 출산은 여자의 커리어엔 고난과 역경이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2282화

    한현진: ?강한서가 들고 있던 휴대폰 너머로 들려온 것은 차미주의 목소리였다. “현진아! 너 내연녀가 되어버렸어. 게다가 그 상대가 네 사촌 동생이래.”강한서: ?강한서는 어리둥절했다. 하지만 한현진은 그보다 더 혼란스러웠다. ‘전여친, 현여친이 뭐야? 대체 무슨 말을 하는 거야? 게다가 이 목소리, 왜 이렇게 귀에 익은 거지?’“저... 저기 혹시 전화 잘못 하신 거 아녜요?”한현진이 나지막이 물었다. 그러자 수화기 너머의 사람이 순식간에 조용해졌다. 그리고 곳 충격이 가시지 않은 듯 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현, 현진 누나?”한현진이 멍해졌다. ‘날 알아?’“네. 제가 한현진이예요. 누구세요?”상대방은 말이 없었다. 그에게서는 그저 조금 흥분한 숨소리가 들려왔다. 강한서가 한현진의 손에서 휴대폰을 빼앗아 스피커폰으로 전환했다. “무슨 일이야?”진윤이 이를 악물었다. “방금 전화 받은 사람 누구예요!”강한서가 말했다. “내 와이프.”“그럴 리가 없어!”진윤이 바득 이를 갈았다. “이 사생팬 같은 아저씨가! 혹시 일부러 날 속이려고 옆에 성대모사하는 분이라고 모셔놓은 거 아녜요?”강한서가 태연하게 말했다. “내가 너처럼 유치한 인간인 줄 알아? 그리고 현진이는 아무도 대체할 수 없어.”진윤은 강한서의 말을 전혀 믿지 않았다. “거짓말 좀 그만 해요. 현진 누나는 지금 그 티베탄 마스티프와 데이트하는 중이라고요. 만약 누나가 정말 형님 와이프라면 형님이 이렇게 아무렇지 않게 누나가 딴 남자와 데이트하는 걸 지켜볼 수 있어요?”더 이상 진윤을 대꾸하기 귀찮았던 강한서가 그에게 영상통화를 보냈다. 몇뿐 후, 휴대폰 화면으로 자신이 그토록 좋아하던 여신과 딱 붙어 앉아있는 전남편 형님을 확인한 진윤은 순간 참지 못하고 눈물을 흘렸다. 한현진은 휴대폰에 비춰진 진윤을 보며 멍한 표정을 지었다. ‘진윤 씨가 강한서와는 어떻게 아는 사이인 거야?’진윤은 숨이 넘어갈 것처럼 울어댔다. “거짓말쟁이! 뻔뻔한 인간! 전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2281화

    유난히 예쁘게 잘 나온 사진을 보며 한 현지는 신난 얼굴로 고개를 돌려 강한서에게 보여 주었다. 하지만 멍청하게 나온 것 같다면 마음에 들어 하지 않던 강한서는 굳이 자신이 찍겠다면 휴대폰을 달라고 했다.한현진이 눈을 실룩거렸다. “네가 사진을 찍겠다고? 168cm인 나를 138cm로 만들어 버리는 네가? 강 대표님 본인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 몰라서 그런 말씀을 하시는 거예요?”강한서가 인정할 수 없다는 듯 말했다. “내 실력이 그렇게 별로야?”한현진이 말했다. “쌀을 뿌린 휴대폰을 닭이 부리로 쪼아도 내가 찍은 것 보단 낫다고 할 수 있어.”왠지 수치를 당한 것 같은 기분에 강한서가 이를 악 물면 말했다. “그럼 난 왜 우리가 데이트했을 때 내가 찍어준 사진을 밤새도록 보고 있었던 거야?”강한서가 괜히 그 얘기를 꺼낸 탓에 잊혀 가던 한현진의 기억이 문득 돌아왔다.“사진을 보면서 넌 그저 사진을 찍을 줄 모르는 것뿐이라고 날 설득 하지 않는다면 호텔 앞에서 바로 너와 싸우 버릴 것 같았거든. 내 외모에, 감독님께서도 나에게 각도는 중요하지 않다고 말씀 하셨는데 넌 대체 어떻게 날 사실 눈으로 찍을 수 있었던 거야?”강한서: ...“사시눈... 처럼 나왔어?”한현진이 일을 악물었다. “내가 뛰어다니는 사진 좀 찍어달라고 하니까 유체 이탈한 것처럼 찍어줬잖아! 내가 피드를 업로드할 때 실수로 그 사진까지 넣었더니 애들이 나한테 대체 어디서 이런 심령사진을 찍었냐고 물었었어.”“...”활활 타오르던 강한서의 분노가 순식간에 사그라졌다. “어쩌다 가끔... 몇 십 장뿐이었잖아.”한현진이 어이없다는 듯 실소를 터뜨렸다. “하.”뭔가를 말하려던 강한서가 고개를 숙이자 무릎 정도까지 오는 어린 아이가 옆에 쭈그려 앉아 불쌍한 눈으로 자신을 쳐다보는 것이 보였다. “아저씨, 아직 더 놀 거예요? 저희 잠깐 놀게 해주시면 안 돼요?”강한서가 고개를 돌리자 뒤에는 어린 라이 대여섯 명이 줄을 서 있었다. 한현진: ...창피함에 고개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2280화

    “하하하.”한현진이 마른 웃음을 지었다.“오빠. 제가 티슈 없는 건 어떻게 알았어요?”강한서가 눈을 씰룩였다. 그야말로 완벽한 핑계였다. 그는 입술을 달싹여 아내를 따라 염치 없이 말했다. “형님, 저도 없어요.”송민준이 가방과 티슈를 두 사람에게 던지며 강한서를 노려보았다. 탁, 소리와 함께 문이 닫겼다. 한현진: ...“오빠가 나한테 화 난 건 아니겠지?”강한서가 우울하게 말했다. “너보단 날 먼저 걱정해야 할 것 같아. 네 오빠가 아무리 너에게 화가 나도 결국은 나에게 그 화살이 돌아올 거야.”한현진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렇다면 마음이 좀 놓이네.”강한서: ?한현진이 그의 손을 잡으며 의미심장하게 말했다. “어차피 오빠가 널 탐탁지 않아 한게 하루 이틀도 아니잖아. 오늘 이 일로 크게 달라지진않을 거야.”“...”‘행복은 본인이 누리고 잘못은 내가 뒤집어쓰고. 정말 좋은 아내네.’강한서는 한현진을 데리고 호텔 라운지로 향했다. 입덧이 끝난 이후로 한현진의 식욕은 줄곧 안정적이었다. 매 끼니마다 많이 먹지 않아도 배가 불렀지만 배고픔도 빨리 찾아왔기에 하루에 몇 끼씩 먹어야 했다. 그 덕에 지금의 한현진은 송아지처럼 튼튼하기만 했다. 강한서는 임신한 한현진을 위해 오랫동안 공부했지만 한현진에게는 하나도 쓸모가 없었다. 그의 주변엔 임산부가 많이 없었지만 많은 아내들이 임신 후 남편을 괴롭힌다고 들은 적이 있었다. 하지만 한현진에겐 모든 임신의 호르몬 변화가 거짓말처럼 전혀 작용하지 않았다. 의사는 사람마다 체질이 다르기 때문에 어떤 사람은 큰 반응 없이 잘 먹고 잘 지내기도 한다고 말했다. 의사는 강한서에게 너무 걱정하지 말라며 시간이 날 때마다 산책을 자주 다니며 좋은 컨디션을 유지하면서 주기적으로 검사를 받으면 된다고 했다. 한현진은 정서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심지어 조금 유치해지기도 했다. 바로 지금처럼 말이다. 한현진은 강한서의 팔을 끌며 굳이 아이들의 흔들 목마에게 타게 해달라며 떼를 썼다.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2279화

    한현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안녕하세요, 채영 언니.”문채영이 가방에서 포장한 선물 박스를 건넸다. “첫 만남이라 어떤 선물을 준비하면 좋을지 몰라 제가 직접 향낭을 만들었어요. 향 맡아봐요.”한현진이 조금 의외라는 듯 말했다. “언니도 조향하세요?”문채영이 미소 지었다. “제가 조향에 입문하게 된 것도 민준이 덕분이었어요. 전엔 이런 거 만드는 거 좋아했었거든요.”한현진은 다시 한 번 충격에 휩싸였다. 그녀는 조향하는 송민준의 모습을 본 적이 없었다. 줄곧 송민준은 그쪽으론 취미가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송민준은 그 얘기를 꺼내는 것이 불쾌한 듯 담담하게 말했다. “주문부터 해. 배고파.”멈칫하던 문채영이 시선을 내려 눈에 맴도는 서운함을 숨겼다. 한현진이 얼른 화제를 돌렸다. “언니, 오랜만에 오셨을 텐데 오늘은 한주 음식으로 드시는 게 어때요?”문채영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좋아요. 현진 씨가 먹고 싶은 거로 주문해요.”주문한 음식 서빙을 마치고 룸을 나서려는 종업원에게 송민준이 갑자기 말했다. “장어 국수도 주문할게요.”문채영이 힐끗 송민준을 쳐다보자 시선을 올린 그가 마치 변명이라도 하듯 말했다. “환영회에 국수가 빠질 수 없지.”‘그래, 환영회에 국수가 빠질 수 없다고 하는 건 그렇다고 쳐. 하지만 하고 많은 국수 중에 왜 하필 장어 국수야?’‘오빠가 장어 국수라고 말할 때 언니 표정을 보면 설마 두 사람 사이에 장어 국수와 관련된 스토리가 있었던 건가?’호기심이 활활 불타오른 한현진이 몰래 테이블 아래로 강한서의 손을 꼬집었다. 그러자 강한서는 그녀에게 새우를 발라 주었다. 한현진: ...강한서과 문채영은 너무 친한 사이였다. 두 사람의 대화에서 한현진은 문채영의 외할머니와 강한서의 할머니가 먼 친척 사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하지만 워낙 촌수가 먼 사이라 피가 거의 섞이지 않은 가족이라고 할 수 있었다. 두 사람은 알고 지낸지 한참 후에야 두 가문이 몇 세대 전에는 친척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