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현진의 안색이 어두워졌다.“현진아, 왜 그래?”차미주는 그런 유현진의 상태를 바로 눈치채고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정신이 든 유현진은 차미주에게 물었다.“솔직히 말해. 한성우가 너한테 어떻게 해주는데?”그러자 차미주의 두 눈에 생기가 돌았다.“음... 아주 잘해줘. 청소도 내가 안 해도 되고, 빨래도 내가 안 해도 돼. 내가 밥을 해줄 때도 옆에서 채소를 다듬어주거나 도와줘. 설거지도 계속해 주고 전등이 나가도 내가 직접 바꿀 필요 없어.”“...이런 거 말고 다른 건 없어?”“매일 회사까지 데려다주고 퇴근하면 회사 앞에서 나 기다리고 있어. 뭘 먹을 때도 내 몫은 항상 남겨놓고 내가 화를 내면 먼저 사과하고 달래줘. 다만 달래주는 멘트들이 조금 오글거려.”유현진은 순간 무슨 말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그녀가 보기엔 한성우는 확실히 차미주에게 잘해주는 것 같았다. 다만 차미주에게 마음을 표현하는 방식이 틀렸다. 차미주를 속이다니!만약 차미주가 한성우와 잘 지내고 있는 것이 아니라면 그녀는 바로 망설임도 없이 말했을 것이다.하지만 두 사람이 잘 지내고 있는 상태고, 그녀의 말로 인해 두 사람이 싸워 헤어지기라고 하면 안 되지 않겠는가?‘내가 왜 그동안 눈치를 못 챘지!'‘그리고 강한서 그 개자식! 알고 있으면서 분명 한성우와 짜고 연기한 게 틀림없어!'“현진아, 가자. 시간이 다 됐다.”차미주는 그녀를 불렀다. 유현진은 하는 수 없이 알아버린 사실을 배 속에 꾹 삼키곤 가방을 들고 일어났다.문밖을 나가기 전까지 차미주는 유현진이 사 온 아침거리를 식탁 위에 잘 덮어놓고 소리를 높였다.“한성우! 아침은 식탁 위에 놔뒀으니까 꼭 먹어~!”한성우는 여전히 잠에서 덜 깬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안전 조심, 알지? 도착하면 나한테 영상통화 걸어.”“알았어!”유현진은 심란했다.‘에잇, 됐어. 일단 한성우를 지켜보자. 그리고 결정해도 돼.'은하 플라자로 가는 길, 차미주가 물었다.“현진아, 주민등록증 이름은 바꿨어?”유현진
문서는 바람에 플라자 곳곳으로 날렸고 한현진과 차미주도 얼른 가서 주웠다.두 사람은 한참을 이리저리 뛰어다니고 나서야 모든 문서를 다 주울 수 있었다.한현진은 문서들을 정면으로 다시 잘 정리해 주다가 우연히 주얼리 디자인 시안이라는 것을 발견했다.다른 문서를 보자 그녀는 이내 멈칫하게 되었다.그녀와 부딪쳤던 소녀도 문서를 다 줍고 나서 두 사람을 향해 달려오더니 한현진이 손에 든 문서를 홱 채가면서 발끈 화를 냈다.“왜 남의 물건을 함부로 봐요!”차미주는 미간을 찌푸렸다.“예의라곤 밥 말아 드셨어요? 우린 도와준 거잖아요.”그러자 소녀는 차갑게 말했다.“제가 부딪쳤나요? 이 여자가 와서 부딪치지만 않았어도 물건을 떨어뜨리진 않았어요.”“아니-”한현진은 싸울 기세로 나서는 차미주를 말리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미안해요. 방금 휴대폰에 정신이 팔려 앞을 보지 않아 부딪쳤네요. 잃어버린 문서 없나 한번 확인해 봐요.”소녀는 한현진의 태도가 그럭저럭 마음에 들었는지 담담하게 말했다.“네, 없네요.”말을 마친 소녀는 바로 자리를 떠나버렸다.차미주는 허리에 손을 척 올렸다.“우리가 일부러 부딪친 것도 아닌데 왜 저런대?”한현진이 나직하게 말했다.“저것들은 전부 디자인 시안이야. 잃어버리면 큰일나는 거니까 당연히 화가 나지.”그러자 차미주는 입술을 삐죽 내밀었다.“치, 어차피 우린 알아보지도 못하는 것들이잖아. 우리가 뭐 훔쳐 가기라도 한대?”한현진은 그녀의 말에 미소를 지었다.“다른 사람이었다면 저런 반응을 보일 순 없지. 누군가에게 도둑질당했으니까 경계 태세를 보이는 거잖아.”그녀의 말에 차미주는 물었다.“아는 사람이야?”한현진은 고개를 저었다.“아니, 몰라. 그냥 아까 우연히 디자인 시안 아래쪽에 있는 이름을 봤어. 이름이 전혜지더라고. 이 사람이 어떤 일을 겪었는지는 들어봤어.”차미주는 바로 호기심이 발동했다.“어떤 일인데?”한현진은 그녀에게 한 차례 설명해 주었다.한현진은 주얼리를 아주 좋아했기에 평소에
그녀의 말에 차미주는 방금까지 불쾌했던 마음이 싹 가시게 되었다.“어쩐지 다른 사람이 디자인 시안을 봤다고 그런 반응을 보인다고 했더니 그런 일이 있었네.”말하고 있던 와중에 서해금의 비서가 그녀에게 연락해 이미 가게에 와 있다고 했다.한현진은 전화를 끊고 차미주에게 말했다.“가자, 이미 도착했대.”정신이 든 차미주는 바로 휴대폰을 꺼내 한성우에게 영상통화를 걸었고 이어폰을 꺼내 귀에 꽂았다.스트레인지는 상가 건물 1층에 있었다. 가게는 엄청 커 대략 65평은 훌쩍 넘어 보였다.한현진과 차미주는 들어가자마자 직원들의 인사를 받게 되었고 제품 안내까지 하려고 했다.한현진은 아주 담담하게 말했다.“아, 필요 없어요. 전 누구 만나러 온 거예요.”말을 마치자마자 카운터 옆에서 휴대폰을 들고 전화를 걸고 있던 여자가 갑자기 고개를 돌렸다.그녀는 한현진을 위아래 훑어보곤 통화 상대에게 말을 전하는 듯했다. 그러더니 전화를 끊고 바로 한현진 앞으로 다가와 예의를 지키며 말했다.“한현진 씨, 만나서 반가워요. 전 서 대표님의 비서 성월이라고 해요. 서 대표님께서 한현진 씨의 스트레인지 인수인계를 저한테 맡기셨습니다.”한현진은 아무 말도 없이 그저 성월을 가만히 관찰하고 있었다.겉으로 보기엔 삼사십 대 정도에 평범한 얼굴이었다. 하지만 세련된 화장과 차분한 표정 탓인지 어딘가 속을 알 수 없는 사람으로 보였다.서해금은 아주 머리가 좋은 사람이었다. 그러니 이런 비서를 곁에 두었다는 건 분명 무언가 그녀의 마음에 드는 구석이 있는 사람이란 소리였다.“네, 반가워요. 성 비서님. 그럼 부탁드릴게요.”“뭘요, 당연히 제가 해야 하는 일인걸요.”성월은 고개를 돌려 옆에서 계속 그녀를 위아래로 훑어보던 남자에게 말했다.“계 매니저님, 앞으로 스트레인지는 한현진 씨가 관리할 겁니다. 그러니 얼른 다른 직원들도 불러오세요.”차미주는 매니저의 이름에 눈을 크게 떴다.‘개 매니저?'성월의 부름에 남자는 바로 영업적인 미소를 지으며 다가왔다.“아, 새
계 매니저는 웃으며 답했다.“대표님, 저도 보여주고 싶은데 금고의 열쇠는 다른 팀장님 손에 있거든요. 팀장님께선 오늘 휴가이시니... 죄송하지만 오늘은 못 보여줄 것 같네요.”한현진은 계 매니저를 힐끗 한번 보곤 또다시 물었다.“그럼 장부는 있겠죠? 가져올 수 있나요?”“아이고 참. 정말 아쉽게도 그 장부는 귀한 주얼리와 함께 금고에 있거든요. 아니면 다음에 다시 오세요. 그때 제가 보여줄게요.”차미주는 미간을 찌푸렸다.“장부와 주얼리를 함께 넣어두었다고요? 그럼 장부 꺼낼 때 제품이 함께 딸려 나와 스크래치가 나지 않나요?”계 매니저가 답했다.“저희 가게에선 줄곧 이런 식으로 보관해 왔습니다. 익숙해지면 괜찮아요. 그러니 한 대표님께서도 익숙해지세요.”차미주는 그의 말에 이를 빠드득 갈았다.‘이 개 매니저가 일부러 이러는 거지?! 뭐? 대표님한테 적응하라고? 대표님한테? 정말 뻔뻔하기 짝이 없어!'그녀가 화를 내려고 할 때 한현진이 먼저 입을 열었다.“볼 수 없다고 하니 그럼 안 볼게요. 계 매니저는 위층에 있는 디자인실과 세공실을 보여주세요.”계 매니저는 영업적인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세공실은 전부 먼지와 세공 기계가 많아 귀하신 한 대표님이 가시기엔 적합하지 않을 거예요. 만약 거기서 다치기라도 하시면 저흰 책임 못 지거든요.”한현진은 차갑게 입꼬리를 올렸다.“정말 책임 못 질 것 같으면 그만두시는 게 좋겠네요. 제가 일 잘하는 직원으로 다시 뽑으면 되죠. 이것도 안 된다, 저것도 안 된다고 하는 계 매니저보단 낫지 않겠어요? 그런 업무 능력으로 어떻게 매니저까지 된 거죠? 전 당신의 능력이 의심되네요.”계속 영업적인 미소로 이것저것 통제하던 계 매니저의 표정 관리가 살짝 무너지기 시작했다.그는 억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대표님께서 농담을 잘하시네요. 저도 안내해 주고 싶죠. 하지만 대표님께선 워낙 귀하신 분이시라 그런 환경을 버티지 못하실까 봐 그러는 거죠.”말을 마친 그는 뜸을 들이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대표
말을 마친 계 매니저는 그녀를 보았다. 그러자 차미주는 헛기침하면서 태연하게 물었다.“이 하나의 봉투가 200만 원이라고요?”계 매니저가 말했다.“네, 회수하러 오는 사람이 저희 가게와 계약한 사람이거든요. 그래서 수거 금액도 많이 쳐줍니다. 다른 공장에선 한 봉투에 120만 원 정도밖에 안 주거든요.”한성우가 낮게 깔린 목소리로 말했다.“이런 품질의 자투리는 산산조각이 난 정도거나, 세공할 수 없는 정도가 아니라면 절대 봉투에 가득 넣어서 팔지 않아. 게다가 품질도 나쁘지 않으니 아무리 폐기 처분 자투리라고 해도 한 봉투에 200만 원은 불가능한 거야. 일단은 지켜보자. 한현진이 오늘 처음 여기 왔잖아. 아직 사업 시작도 안 했고 직원들도 한현진을 받아주는 기색이 아니니까 아마 솔직하게 말하는 사람은 없을 거야.”“...”차미주는 아무런 대답을 하지 못했다.‘이 말을 어떻게 현진이한테 전해주지?'사실 그녀가 말해주지 않아도 한현진은 이미 이상함을 눈치채고 있었다. 한현진은 아주 담담하게 말했다.“계 매니저, 디자인실로 가요.”계 매니저는 태연하게 둘러보며 아무런 지적도 하지 않는 한현진에 그저 이런 부분에 무지한 사람이라 여기며 남몰래 안도했고 그들을 데리고 2층으로 내려갔다.스트레인지엔 5명의 디자이너가 있었다. 그들이 도착했을 땐 그중 네 명은 이미 자기 위치에 앉아 있었다. 계 매니저는 목소리를 가다듬고 말했다.“자자, 손에 든 것을 모두 내려놓으세요. 이분은 오늘 저희 지사의 새로운 대표님이십니다.”고개를 돌린 디자이너 중 익숙한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한현진은 살짝 멍한 표정을 지었다. 그 사람은 바로 방금 플라자에서 부딪친 전혜지였다. 그녀가 대체 여기에 왜 있는 것일까?전혜지의 디자인 실력은 수수하지 않았다. 응당 대기업에서 일할 정도로 실력이 좋은 사람이 왜 이곳에 있는 것일까?전혜지도 한현진을 발견하곤 당황한 표정을 짓다가 다시 자연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다만 어딘가 다소 엄숙해 보이기도 했다.계 매니저는 마치
한현진은 소리가 들려오는 곳으로 고개를 돌리자 온몸에 액세서리를 건 여자가 소파에 앉아 있는 것을 발견했다.그녀의 어깨, 머리, 목... 그리고 귀까지 액세서리를 낄 수 있는 곳엔 전부 액세서리를 끼고 있었다.게다가 액세서리에 박힌 보석도 엄청나게 컸다. 한눈에 봐도 가치가 엄청날 것 같은 액세서리를 전부 겹겹이 겹쳐 끼고 있어 오히려 너무 화려하고 번잡해 보였다. 연예인들도 저 정도의 액세서리를 착용하진 않았다.온몸에 가득 착용한 액세서리뿐만 아니라 여자가 입고 있는 치마도 명품이었고 가격이 최소 2000만 원 정도 하는 것이었다.지나가는 사람이 봐도 일반적인 부잣집 딸이 아닌 엄청난 재벌가의 딸로 보일 정도였다.여자는 턱을 빳빳이 쳐들고 오만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리고 그녀의 옆에 반쯤 꿇고 앉은 자세를 한 직원이 디자인 시안을 든 채 양지원에게 말하고 있었다.그 직원이 아마도 디자이너들이 불렀던 하 팀장, 하설윤인 것으로 보였다.양지원은 디자인 시안을 힐끔 보더니 바로 미간을 찌푸렸다.“이것도 아니야.”하설윤은 바로 대답했다.“어디가 마음에 안 드시는 건가요. 제가 바로 수정해 오겠습니다.”양지원은 미간을 찌푸린 채 마음에 들지 않은 부분을 콕 손가락으로 짚으며 말했다.“여기. 여기 이 피닉스 모양이 왜 이래? 왜 이렇게 이상한 거야?”하설윤이 답했다.“양지원 님께서 피닉스를 넣어달라고 하셨잖아요. 피닉스 모양이 원래 이런 거랍니다.”“아니, 내 상상 속 피닉스랑 모양이 달라. 이건 너무 쓸데없이 복잡한 모양이잖아.”“그럼 어떻게 수정해 드릴까요? 양지원 님께서 마음에 드실 때까지 수정하겠습니다.”양지원은 입술을 틀어 물었다. 나름대로 문제가 생긴 것 같았다. 그녀가 원하는 대로 디자인을 했지만, 어딘가 마음에 들지 않은 눈치였다.문제는 본인도 어디가 마음에 들지 않는지 모른다는 것이다. 원래 그저 목걸이 두어 개 골라 바로 살 생각이었지만 직원이 그녀를 잡고 이것저것 따져 묻는 바람에 디자인 시안까지 의뢰하게 되었다.
말을 마친 그는 이내 양지원에게 디자인 시안을 보여주던 디자이너를 그녀에게 소개했다.“대표님, 이분이 저희 디자인팀 팀장 하설윤 씨입니다. 우리 가게에서 예약 손님이 제일 많은 디자이너이기도 하죠. 많은 고객님이 하설윤 씨 디자인을 좋아하거든요. 설윤 씨, 얼른 대표님께 인사해.”하설윤은 한현진을 힐끔 보더니 담담하게 말했다.“대표님, 만나서 반가워요.”한현진은 테이블 위에 있는 디자인 시안을 보곤 물었다.“하 팀장, 이 디자인 시안 내가 좀 볼 수 있을까요?”하설윤은 젊어도 너무나도 젊어 보이는 새로운 사장에 봐도 모를 것이라며 속으로 비웃고 있었다.‘서 대표님께선 대체 왜 이런 새파랗게 어린 년한테 이곳을 맡기신 거지?'이내 아주 냉담한 어투로 말했다.“보고 싶으면 보세요. 어차피 알아보지도 못할 거니까요.”차미주는 바로 하설윤을 향해 눈을 부릅떴다.“못 알아본다는 건 당신 디자인에 문제가 있다는 거야!”순간 욱한 감정이 올라온 하설윤은 반박하려고 했지만, 옆에 있던 한현진 때문에 다시 화를 꾹 참고 차가운 눈빛으로 차미주는 보았다.한현진은 디자인 시안을 보았다. 그리고 하마터면 “이게 뭔 쓰레기야.”라고 할 뻔했다. 그녀는 입술을 틀어 물고 많이 순화해서 말했다.“음... 디자인이 참... 유니크하네요.”차미주도 그녀의 곁으로 다가가 슬쩍 보곤 바로 말했다.“헐, 대박. 이건 뭐야. 뭐 이렇게 못생겼어. 이건 닭대가린가?”양지원은 차미주의 말에 눈썹을 치켜세웠다.하설윤은 결국 참지 못하고 입을 열었다.“모르면 헛소리나 내뱉지 말아 줄래요?!”그러자 차미주가 어처구니없다는 듯이 웃었다.“네, 그래요. 난 디자인에 대해 잘 몰라요. 그래도 눈은 멀쩡히 달려있거든요. 닭의 볏에 닭 부리까지. 이거 닭이 맞잖아요. 아닌가요?”하설윤은 이를 빠드득 갈았다.“그건 봉황이에요! 봉황! 피닉스! 몰라요? 정말 무식하기도 하지!”차미주가 화를 내려던 순간 한현진이 말렸다.“하 팀장, 내 친구가 좀 솔직한 사람이라 그런 거니 이
하설윤은 치밀어 오르는 분노에 얼굴이 벌겋게 되었고 바로 고개를 돌려 계 매니저한테 울분을 토했다.“매니저님, 전 고객님이 원하시는 대로 디자인을 했는데, 그게 잘못인가요? 한 대표님은 대체 왜 저를 못마땅해하시는 거죠? 아침부터 바쁘게 움직이면서 양지원 님 디자인 만들어 드려서 대표님한테 인사를 안 했다고 지금 그러시는 건가요? 양지원 님께선 저희 가게 VIP 고객님이시잖아요. 제가 이렇게 바쁘게 움직이는 건 다 가게를 위해서인데, 아무리 새로 부임한 대표님이라도 그렇지 공과 사를 구분하지 않고 이렇게 저를 대하시다니요!”“스트레인지에서 근무한 오랫동안 회사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제가 어떻게 고객님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는지 매니저님께선 잘 아시잖아요. 전부 제가 다 열심히 노력하고 또 노력한 결과인 거잖아요! 가게로 와서 주문 제작을 의뢰하는 고객님들 대부분이 저를 찾으러 오시는 거 아닌가요? 만약 서 대표님만 아니었으면 제가 여기서 일하고 있었겠어요? 한 대표님이 제 디자인이 마음에 안 드신다고 하니, 그럼 전 그만둘게요!”한현진은 입술을 틀어 물었다.그녀는 원래 고객에게 디자인을 수정 원하는 하설윤의 태도가 다소 마음에 들지 않아 입을 연 것이다. 그러나 하설윤은 바로 그녀를 향해 불만을 보였다.처음엔 그녀가 디자인에 대해 문외한이라고 몰아가다가 인맥으로 위협하기도 했다. 그러다가 마지막엔 서해금을 언급하면서 그만두겠다고 말하고 있다.디자이너가 이런 거만한 태도를 보일 뿐만 아니라 작품에 영혼이 없다고 말하자 바로 반박하면서 협박한다.계 매니저는 하설윤을 달래면서 한현진에게 말했다.“대표님, 하 팀장은 서 대표님이 대기업에서 데리고 온 인재예요. 매장에 있는 주얼리 대부분 설윤 씨가 디자인한 거예요. 그리고 저희 회사 디자이너 중에서 제일 촉망받는 디자이너이기도 하죠. 많은 고객님들의 사랑을 받고 있을 뿐만 아니라 고객님과 사이도 아주 좋고 인맥도 넓어요. 일부러 설윤 씨에게 디자인을 맡기러 오는 고객님들이 아주 많다고요.”한현진은 아주 냉
신하리는 말하며 예쁜 눈웃음을 지었다. “저 정신병 있는 거 다들 아시죠?”그 말에 사람들은 등골이 서늘해졌다. 얼마 전, 신하리가 한 드라마 촬영 중 현장에서 갑자기 귀신에 쓰인 사람처럼 아무런 안정장비도 하지 않은 채 6미터가 넘는 곳에서 뛰어내려 뼈가 부러진 사건이 있었다. 다들 신하리에게 왜 뛰어내렸냐고 묻자 그녀는 아래에서 누군가 자신을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고 했다.그러나 당시 상황을 증명해 줄 동영상은 없었고 그 사건은 입에서 입으로 전해졌다. 그저 흘러가는 이야기처럼 듣고 지나보냈었지만 지금 신하리의 입으로 직접 그녀에게 정신병이 있다고 말하니 그때의 사건을 떠올린 사람들은 순산 오싹함을 느껴야 했다. 이건 분명한 경고였다. 마치 난 심신이 미약한 사람이라 너에게 정말 염산을 뿌려도 충분히 빠져나갈 수 있으니 내 말을 장난으로 가볍게 받아들이지 말라고 얘기하는 것 같았다. 신하리의 등장으로 [아기 고양이]의 라이브 방송의 인기는 더 뜨거워졌다. 댓글에도 다양한 의견이 더 많아졌다. [사랑에 눈이 먼 연예인 1위! 보상은 산에서 산나물 캐기 18년!][신하리 미친 거 아녜요? 이렇게 대놓고 협박이라니.][면전에 협박하는데 아직도 신고하지 않는다고? 증거가 없는 거야, 아님 애초부터 한열을 모함하고 있었던 거야?][성추행을 한 사람도 경찰서에 신고했는데 당한 사람은 대체 뭐가 무서워서 신고하지 않는 거야.][지난번에 스스로 신고한 인간은 아직도 감옥에서 사회봉사 중이예요.][만약 지금 당장 신고한다면 전 아기 고구마 말을 믿을 거예요. 계속 이런 식으로 수작을 부리는 건 오히려 한열을 이용해 돈을 벌겠다는 작당 모의에 더 가까워 보여요.][지금 루머를 퍼뜨리는 건 너무 쉬운 일이 됐어요. 스크린샷 몇 장이면 바로 스토리를 짤 수 있으니까요.]여론이 점차 자신이 원하는 방향과 멀어지자 [아기 고구마]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그녀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얼굴로 주먹을 꽉 움켜쥐고 이를 악물었다. “지금 저 협박하시는 거예요? 아
신하리의 라이브 방송 연결 요청에 [아기 고구마]가 잠시 멍해졌다. 무의식적으로 옆을 바라보던 그녀가 곧 시선을 돌렸다. 많은 사람들은 그 미세한 행동을 포착하지 못했지만 한현진에겐 들키고 말았다. [아기 고구마]는 혼자 방송을 진행하고 있는 것이 아닌 듯 했다. 그녀의 옆에는 조언을 해주는 사람이 있는 것 같았다. 라이브 방송을 시청하던, 궁금증 해소를 위해 모인 사람들과 진실 규명을 바라는 팬들이 미친 듯이 댓글을 남기기 시작했다. [겁쟁이! 네가 그러고도 무슨 남자야! 사건이 터지면 뒤로 물러나 여자친구가 나서서 모든 걸 감당하게 하다니. 네 팬이었다는 게 너무 후회돼!][끼리끼리는 과학이라잖아요. 한열이 이런 쓰레기라면 신하리도 그리 좋은 인간은 아니지 않겠어요? 연결해요. 뭐라고 하는지 들어나 보죠.][언니! 얼른 입도 벙긋 못하게 증거를 뿌려버려요. 저런 인간은 아이돌을 할 자격이 없어요.][경찰 조사 결과가 나오기 전까진 난 영원히 한열을 믿을 거야!][덕질에 도덕 같은 건 중요하지도 않나보네.]...[아기 고구마]는 사람들의 부추김에 신하리와 라이브 방송을 연결했다.신하리의 모습이 라이브 방송 화면에 나타나자 카메라는 신하리의 얼굴을 향해 바짝 다가갔다. 후드 차림에 화장도 하지 않은 신하리가 카메라를 쳐다보며 말했다. “제가 그쪽 대신 경찰에 신고했어요. 얼른 오세요.”카메라가 홱 회전하며 한주 용하구의 경찰서 대문을 비췄다. 그에 라이브 방송을 보고 있던 사람들이 순간 멍해졌다. ‘신하리, 미친 거야? 어제 저녁에도 한열 대신 해명해주더니.’[아기 고구마]도 멍한 표정을 지었다. “전, 전 신고한다고 안 했어요.”신하리가 고개를 갸우뚱하며 말했다. “한열이 그쪽을 성추행했다면서 신고를 안 해요? 성모 마리아세요? 방송으로 울면서 이렇게 많은 사람들에게 도와달라고 하는 것보다 신고하는 편이 더 낫지 않겠어요? 경찰은 그쪽을 도와줄 수 있는데도 싫다고요?”네티즌들도 신하리의 말을 따라 댓글을 남겼다. [맞아요
알겠다고 대답한 한현진이 전화를 끊기 전 호기심을 못 이겨 물었다. “오빠, 문채영 씨와는 어떻게 됐어요?”멈칫한 송민준이 눈을 가늘게 떴다. “강한서 그 자식 혹시 네 옆에 있어?”한현진이 움찔하며 옆에서 귀를 쫑긋 세우고 고개를 가로젓는 강한서를 쳐다보았다. 가볍게 목을 가다듬은 한현진이 대답했다. “아뇨. 샤워 중이예요.”송민준이 한현진의 말을 믿은 것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그가 개의치 않는 말투로 입을 열었다. “걔한테 내 말 똑바로 전해. 다음에 또 이렇게 입을 가볍게 놀렸다간 내가 그 입을 꿰매 버릴 거라고.”강한서: ...그 말에 한현진이 어색하게 하하, 웃어버렸다. “사실 강한서는 별말 안 했어요...”송민준은 더는 아무 말 없이 일찍 쉬라는 인사와 함께 전화를 끊었다. 송민준의 얼굴이 공개된 후, 한열의 바람 스캔들은 자연스레 사라졌다. 사람들도 점차 한현진이 한열의 사촌누나라는 사실을 믿기 시작했다. 그러나 한열의 성추문은 여전히 일파만파 퍼져나갔다.한열에게 성추행을 당했다고 밝힌 여성의 페이스북 계정은 [아기 고구마]였다. 이 계정은 피드를 올릴 때마다 다음 업로드 시간을 예고하며 다음엔 마치 증거를 공개할 것처럼 사람들을 암시하기도 했다. 그에 [아기 고구마] 계정의 팔로워는 점차 늘어갔다. 하지만 예고와는 달리 매번 터무니없는 사실들만 업로드 했고 그 피드의 내용으로는 한열이 여자 연예인을 성추행했다는 것을 증명할 수가 없었다. 그럼에도 계정의 인기는 줄어들지 않았다.하룻밤 사이, 한열의 팔로우는 십만 명 이상이 줄어들었다. 그리고 다음 날 아침이 되어서야 한열의 회사 측에서는 변호사가 작성한 소장을 공개하며 이미 경찰에 신고를 마쳤고 루머를 퍼뜨린 사람을 찾아 법적 책임을 묻겠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한열의 회사에서 소장을 공개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아기 고구마]도 페이스북에 점심 열두시부터 라이브 방송으로 빼박 증거를 공개해 한열과 직접 맞설 것이라고 예고했다. 그에 네티즌들은 흥분을 감추지 못 했다.
말을 아끼던 윤명훈이 한참만에야 입을 열었다. “계약 해지 때문에 문제가 좀 있어서요. 회사에서는 쿨하게 한열을 보내줄 마음이 없거든요.”그가 한현진에게 솔직하게 얘기하지 않았다는 것을 한현진도 알 수 있었다. 윤명훈은 똑똑하고 신중한 사람이었다. 한열이 아직 취해 있는 지금 그에게 아무런 얘기도 하지 않은 채 윤명훈은 한현진에게 모든 걸 털어놓을 리가 없었다. 잠시 생각하던 한현진이 말했다. “제가 잠시 후 해명글을 올릴게요. 명훈 씨는 신하리 씨에게 인터넷에 떠도는 쓸데없는 기사들 처리해 달라고 연락하세요. 제가 변호사를 선임해 보내드릴게요. 최대한 빨리 해결해야 해요. 시간을 오래 끌면 끌수록 해명하기 어려워질 거예요.”한열의 바람 스캔들을 터트린 건 그저 페이크에 불과했다. 성추문으로 한열에게 흙탕물을 뒤집어씌우려는 것이 그들의 진짜 목적이었다.만약 한현진이 한열의 회사 대표였다면, 자신의 두 손으로 탑급의 자리까지 올린 아이를 이렇게 쉽게 버리지는 않았을 것이다. 설사 계약을 해지 한다고 해도 한열의 빛을 어느 정도는 계속 받을 수 있었다. 게다가 지금의 한열은 신하리라는 충무로 연기파 배우의 인맥까지 갖고 있으니 앞으로 어느 정도로 발전할 수 있는지는 그 누구도 장담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러니 굳이 이렇게까지 끝장을 볼 이유는 없었다. 연예계에게는 영원한 이익만 있을 뿐, 영원한 적은 없는 법이었다.그러니 이번 일은 오히려 누군가 한열을 나락으로 보내기 위해 꾸미고 있는 일 같았다. 전화를 끊은 한현진은 세남매가 함께 찍은 사진을 SNS에 업로드 했다. 다만 송민준의 눈은 모자이크 처리했다.[저희 오빠와 사촌 동생이 그렇게까지 닮은 건 아닌 것 같은데요. @신하리]사진 속에서 한현진은 가운데 서 있었고 그녀의 왼쪽엔 송민준이, 그리고 오른쪽엔 한열이었다. 막내 동생인 한승은 아예 잘라버린 후 사진을 업로드 했다.비록 송민준의 눈을 모자이크 처리하긴 했지만 하관만 보아도 한열과 믿겨지지 않을 정도로 닮은 것을 알 수 있었다. 하지
[두 여배우 모두 연기력이 그렇게 뛰어나면서, 대체 얼마나 보는 눈이 없어야 한열을 좋아할 수 있는 거지?][그건 좀 아니지 않나? 한열도 미남상이긴 하잖아. 이런 사람인 줄은 몰랐지만.][세 사람 같이 촬영했었잖아요. 한현진이 한열과 신하리가 사귀는 걸 몰랐을까요? 이건 뻔히 알면서도 만난 거잖아요.][살려줘! 나 한현진 정말 좋아한단 말이야. 전에 햇살 유치원 사건 때문에 엄청 호감이었는데. 봄의 연인의 중전마마 역도 완전 잘 소화했었다고. 대체 바람은 왜 핀 거야. 연예계에 사고 안 치는 연예인이 있긴 한 거야?] [두 여신을 동시에 만나다니. 한열, 능력도 좋아. 지까짓게 뭔데...] [한열은 신하리에게 빌붙으려는 목적이었던 거예요. 지금 소속사와 계약 해지를 준비 중이예요. 회사에서도 전혀 신경 안 쓰고 있고요. 신하리가 아니었으면 한열 주제에 어떻게 유명 감독에게 캐스팅 될 수 있었겠어요. 정말 어떻게든 여자 덕 좀 보겠다고 애쓰네.]아래의 댓글들은 더 이상 눈을 뜨고 볼 수도 없었다. 대부분은 그들을 욕하는 악플이었다. 한열과 신하리의 공개 연애에 대해 두 사람의 팬들은 자신의 배우가 아깝다며 강력한 불만을 토로했다. 두 사람이 열애를 인정한 후부터 양측의 팬들은 줄곧 다툼을 이어왔다. 두 사람의 커플 팬계정인 [이열치열]은 팬들의 감정 쓰레기통 같은 곳이 되어버려 차마 보고 있을 수가 없을 지경이었다. 한열은 열애 인정으로 회사와 갈등을 빚어 계약을 해지하려고 했다. 하지만 그가 지금의 인지도와 이미지를 그대로 유지한 채 나가는 것을 원하지 않았던 회사 측은 말도 안 되는 루머를 퍼뜨렸다. 하지만 확실한 증거가 없었던 터라 잠깐의 파장을 일으킨 후 곧 사그라들었다. 공개 연애 후 꽤 빠른 속도로 떨어지던 한열의 인기는 요즘 다시 천천히 오르고 있는 추세였다. 회사 측에서 밀어주던 신인은 그들이 생각했던 것처럼 한열의 뒤를 이어받아 인기를 누리지는 못했다. 그 때문에 회사 측은 화가 치밀었다. 그러니 한열이 바람 폈다는 기사가
한현진은 어이가 없어 말문이 막힐 지경이었다. “지금 예능부 기자 채용 문턱이 이 정도로 낮아진 거야? 두 눈이 멀어도 기자로 활동할 수 있나봐?”진윤: ...‘우리 여신님 사석에서는 이렇게 독설을 날리는 사람이었어?’휴대폰 너머에서 한참을 듣고 있던 차미주가 참지 못하고 입을 열었다. “그 사진 너와 한열 아니야?”한현진은 어처구니가 없었다. “저건 나랑 오빠야.”“하지만 이 사진들은 정말 한열과 비슷해 보여. 게다가 네 오빠가 운전한 거 한열 차 아니야?”한현진은 그날 송민준이 운전한 차를 눈 여겨 본 적이 없었다. 만약 정말 한열의 차를 운전하고 온 거라면 파파라치가 착각했을 수도 있었다. 다시 페이스북을 다운로드 받고 인기 검색어를 확인한 한현진은 그대로 굳어버렸다. 연예 부문의 인기 검색어의 TOP 5는 전부 한열의 바람에 관한 이슈가 차지하고 있었다. 예를 들면 [새로운 꽃뱀, 이열 커플 사이에 끼어들다], [이열 커플, 결별 위기 스크린 밖에서도 삼각관계], [한열 살아있네], [찐사랑을 못 숨겨] 등이었다. 이처럼 말도 안 되는 검색어들이 가득 했다. 한현진이 페이스북에 로그인하자 수백 개의 DM과 십만 개가 넘는 댓글이 쏟아졌다. 굳이 읽어보지 않아도 신하리와 한열 두 사람의 팬들의 남긴 수많은 욕이거나 일반 네티즌의 호기심에 가득한 댓글일 것이 분명했다. 인터넷이 얼마나 필터 없이 악랄한 글로 난무한 곳인지 잘 알고 있는 한현진은 아예 댓글을 확인하지도 않고 뉴스피드로 들어갔다. 한열과 한현진의 기사는 두 시간에 터졌다. 그러니 지금쯤이면 각 마케팅 계정에서는 이미 타임 라인까지 정리한 피드를 올리기 시작했다. 한현진은 관련 피드를 대충 훑었다. 마케팅 계정의 분석에 의하면 한열과 신하리는 [살의] 촬영 이전에 이미 사귀기 시작했고 송민영이 하차된 후 한열이 자신의 여자친구인 신하리를 여주인공으로 추천했으며 영화 홍보 현장에서의 친밀한 스킨십 사진이 폭로되어 어쩔 수 없이 공개 연애를 택한 것이었다. 그 계정
한현진은 반나절이 걸려서야 일의 자초지종을 파악할 수 있었다. ‘어쩐지 지난번 홍혜림 씨 사건이 있었을 때 왜 진윤 씨가 갑자기 나타나 상황을 반전시키나 했더니, 이런 이유 때문이었다는 거잖아.’순간 한현진은 뻘쭘함에 어찌할 바를 몰랐다. 이럴 줄 알았다면 방금 전화를 받고 모르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을 때 입도 벙긋하지 말았어야 했다. 진윤의 말처럼 이건 정말 비열한 짓이었다. 유치한 강한서가 벌일 만한 일이 맞긴 한 것 같았다. 강한서 본인 역시 이번 일은 너무 얍삽했다고 생각한 것인지 어쩌다 아이를 달래주었다. “내가 제대로 설명하지 않은 탓이라고 해. [정상에서]에서 지금 자체 테스트 중인 스킨 한 세트 줄게. 어때?”진윤이 작게 울먹이며 말했다. “스킨 세 세트?“강한서는 어이없는 웃음을 터뜨렸다. 이 와중에 딜을 하는 걸 보니 그리 큰 상처를 받은 건 아닌 모양이었다. “세 세트 전부 줄게.”진윤이 곧바로 울음을 멈췄다. 절판되어 더는 살 수 없는 게임 스킨과 이미 다른 사람과 결혼한 여신 중 아무리 바보라도 그와 같은 선택을 할 것이다. “그래요. 제가 오해한 거라고 하죠.”말하며 한현진을 쳐다보던 진윤은 여전히 아쉬워하며 말했다. “현진 누나, 왜 이렇게 빨리 결혼하셨어요. 남자 때문에 손에 넣었던 트로피도 놓칠 수가 있어요.”강한서의 눈가가 파르르 뛰었다. “결혼이 커리어 영향주지 않아. 이간질 하려고 하지 마.”“형님은 남자니까 당연히 영향을 안 받으시겠죠.”강한서에게 농락을 당한데다 하루아침에 구닥다리에게 여신을 뺐긴 진윤은 누구보다 빨리 흑화 했다. “결혼하면 아이도 낳아야 하잖아요. 어떤 유명한 감독이 임산부를 캐스팅하려고 하겠어요. 제일 예쁠 나이를 남편과 아이에게 바치면 나중에 아이가 클 때쯤엔 본인의 레전드 시절은 이미 지났다고요. 제가 다 아쉬워서 그래요. 너무 불공평해요.”비록 진윤은 그저 이간질을 하기 위해 꺼낸 말이었지만 그 말은 현실이기도 했다. 임신과 출산은 여자의 커리어엔 고난과 역경이
한현진: ?강한서가 들고 있던 휴대폰 너머로 들려온 것은 차미주의 목소리였다. “현진아! 너 내연녀가 되어버렸어. 게다가 그 상대가 네 사촌 동생이래.”강한서: ?강한서는 어리둥절했다. 하지만 한현진은 그보다 더 혼란스러웠다. ‘전여친, 현여친이 뭐야? 대체 무슨 말을 하는 거야? 게다가 이 목소리, 왜 이렇게 귀에 익은 거지?’“저... 저기 혹시 전화 잘못 하신 거 아녜요?”한현진이 나지막이 물었다. 그러자 수화기 너머의 사람이 순식간에 조용해졌다. 그리고 곳 충격이 가시지 않은 듯 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현, 현진 누나?”한현진이 멍해졌다. ‘날 알아?’“네. 제가 한현진이예요. 누구세요?”상대방은 말이 없었다. 그에게서는 그저 조금 흥분한 숨소리가 들려왔다. 강한서가 한현진의 손에서 휴대폰을 빼앗아 스피커폰으로 전환했다. “무슨 일이야?”진윤이 이를 악물었다. “방금 전화 받은 사람 누구예요!”강한서가 말했다. “내 와이프.”“그럴 리가 없어!”진윤이 바득 이를 갈았다. “이 사생팬 같은 아저씨가! 혹시 일부러 날 속이려고 옆에 성대모사하는 분이라고 모셔놓은 거 아녜요?”강한서가 태연하게 말했다. “내가 너처럼 유치한 인간인 줄 알아? 그리고 현진이는 아무도 대체할 수 없어.”진윤은 강한서의 말을 전혀 믿지 않았다. “거짓말 좀 그만 해요. 현진 누나는 지금 그 티베탄 마스티프와 데이트하는 중이라고요. 만약 누나가 정말 형님 와이프라면 형님이 이렇게 아무렇지 않게 누나가 딴 남자와 데이트하는 걸 지켜볼 수 있어요?”더 이상 진윤을 대꾸하기 귀찮았던 강한서가 그에게 영상통화를 보냈다. 몇뿐 후, 휴대폰 화면으로 자신이 그토록 좋아하던 여신과 딱 붙어 앉아있는 전남편 형님을 확인한 진윤은 순간 참지 못하고 눈물을 흘렸다. 한현진은 휴대폰에 비춰진 진윤을 보며 멍한 표정을 지었다. ‘진윤 씨가 강한서와는 어떻게 아는 사이인 거야?’진윤은 숨이 넘어갈 것처럼 울어댔다. “거짓말쟁이! 뻔뻔한 인간! 전
유난히 예쁘게 잘 나온 사진을 보며 한 현지는 신난 얼굴로 고개를 돌려 강한서에게 보여 주었다. 하지만 멍청하게 나온 것 같다면 마음에 들어 하지 않던 강한서는 굳이 자신이 찍겠다면 휴대폰을 달라고 했다.한현진이 눈을 실룩거렸다. “네가 사진을 찍겠다고? 168cm인 나를 138cm로 만들어 버리는 네가? 강 대표님 본인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 몰라서 그런 말씀을 하시는 거예요?”강한서가 인정할 수 없다는 듯 말했다. “내 실력이 그렇게 별로야?”한현진이 말했다. “쌀을 뿌린 휴대폰을 닭이 부리로 쪼아도 내가 찍은 것 보단 낫다고 할 수 있어.”왠지 수치를 당한 것 같은 기분에 강한서가 이를 악 물면 말했다. “그럼 난 왜 우리가 데이트했을 때 내가 찍어준 사진을 밤새도록 보고 있었던 거야?”강한서가 괜히 그 얘기를 꺼낸 탓에 잊혀 가던 한현진의 기억이 문득 돌아왔다.“사진을 보면서 넌 그저 사진을 찍을 줄 모르는 것뿐이라고 날 설득 하지 않는다면 호텔 앞에서 바로 너와 싸우 버릴 것 같았거든. 내 외모에, 감독님께서도 나에게 각도는 중요하지 않다고 말씀 하셨는데 넌 대체 어떻게 날 사실 눈으로 찍을 수 있었던 거야?”강한서: ...“사시눈... 처럼 나왔어?”한현진이 일을 악물었다. “내가 뛰어다니는 사진 좀 찍어달라고 하니까 유체 이탈한 것처럼 찍어줬잖아! 내가 피드를 업로드할 때 실수로 그 사진까지 넣었더니 애들이 나한테 대체 어디서 이런 심령사진을 찍었냐고 물었었어.”“...”활활 타오르던 강한서의 분노가 순식간에 사그라졌다. “어쩌다 가끔... 몇 십 장뿐이었잖아.”한현진이 어이없다는 듯 실소를 터뜨렸다. “하.”뭔가를 말하려던 강한서가 고개를 숙이자 무릎 정도까지 오는 어린 아이가 옆에 쭈그려 앉아 불쌍한 눈으로 자신을 쳐다보는 것이 보였다. “아저씨, 아직 더 놀 거예요? 저희 잠깐 놀게 해주시면 안 돼요?”강한서가 고개를 돌리자 뒤에는 어린 라이 대여섯 명이 줄을 서 있었다. 한현진: ...창피함에 고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