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re

제1182화

Author: 조십일
정명석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미간을 찌푸렸다.

“너 나 기억 안 나?”

그는 또 충격적인 한마디를 내뱉었다.

한성우는 이미 경악하던 표정을 지우고 흥미진진한 표정을 지었다.

강한서와 분위기가 비슷하고 외모도 우열을 가릴 수 없는 남자가 유현진과 아는 사이였다.

‘이건... 너무 재밌잖아.’

한성우는 강한서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강한서는 입술을 앙다물고 있었고, 태연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그의 두 눈은, 흔들림 없이 유현진을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그 날카로운 시선이 뒤에서 느껴지자, 유현진은 마음에 찔려 감히 뒤돌아볼 용기도 나지 않았다.

마음이 아무리 불안한 상태여도 유현진은 겉으로는 여유로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

“눈에 익은 것 같기는 한데. 죄송해요. 제가 기억력이 안 좋아서요. 힌트라도 좀 주시겠어요?”

유현진의 반응에 정명석은 말을 잃고 말았다.

그는 눈앞에 있는 여자를 훑어보았다.

사실 유현진은 고등학교 시절과 많이 달라졌다.

애굣살도 많이 빠졌고, 턱선도 더 선명해졌다. 물론 이목구비도 더욱 또렷해졌다. 당시 학교 장기 자랑 무대에서 촌스러운 옷을 입고 콩트를 하던 여자아이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유독 변하지 않은 것은 반짝거리는 그녀의 두 눈이었다. 촉촉하던 그녀의 눈빛을, 정명석은 지금도 잊을 수 없었다.

하지만 그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순진무구해 보이는 그 눈빛에 숨겨진 교활함을 말이다.

유현진은 바로 그 촉촉한 눈빛으로 정명석을 바라보았었다. 그녀는 그에게 귀여운 동물로 변신시키는 마술을 보여주겠다고 하더니 그의 손에 쥐 한 마리를 올려놓았었다.

몇 초간 빤히 유현진을 쳐다보던 정명석은 고개를 숙여 피식 웃음을 흘리고는 고개를 들었다.

“기억 안 나면 어쩔 수 없지. 다시 알아가면 되니까.”

그러더니 그는 손을 내밀며 다시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전 한주고등학교 15기 3학년 9반 정명석이에요.”

유현진이 입을 열기도 전에, 차미주가 말했다.

“한주고등학교? 현진아, 너도 한주고등학교
Locked Chapter
Continue Reading on GoodNovel
Scan code to download App

Related chapters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1183화

    한성우는 유현진의 말을 그다지 믿는 눈치는 아니었다. 그는 어쩐지 유현진의 반응이 조금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정명석을 보는 그녀의 눈빛은 학교 동문을 만난 사람의 눈빛이 아니었다. 한성우가 뭔가 더 얘기를 꺼내려는데, 유현진이 차미주에게 말했다. “미주야, 나랑 음식 가지러 가자.”“응, 그래.”두 여자가 자리를 비우자, 한성우는 그제야 강한서에게 귓속말로 속삭였다. “네 와이프 조금 이상한 것 같아. 잘생긴 남자라면 사족을 못 쓰는 형수님 성격상, 방금 정명석을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었어야 정상적인 반응일 텐데 말이야. 하지만 방금, 형수님은 정명석을 몇 번 쳐다보지도 않았어. 매번 눈이 마주치면 바로 시선을 피하고. 언제 잘생긴 남자를 봤다고 저렇게 수줍어했던 적 있어?”강한서가 입술을 꾹 다물었다. 그도 당연히 유현진의 반응이 심상치 않다는 것을 알아챘다. 하지만 그럼에도 그는 유현진 편을 들었다. “대체 어떤 눈으로 봐야 수줍어한 거로 보이는 거야? 현진이가 보지 않는다는 건, 잘생기지 않았다는 거야.”한성우는 그만 할 말을 잃었다. 그는 왜 예전엔 강한서의 ‘을’ 성향을 알아채지 못했던 것인지 의구심이 들었다. 만약 유현진과 장명석 사이에 아무 사연이 없다면, 한성우는 자신이 성을 갈겠다고 생각했다. 그때, 유현진은 집게로 차미주에게 에그타르트를 집어주고 있었다. 차미주는 에그타르트를 바로 입에 넣으며 물었다. “현진아. 정명석이라는 사람, 네가 2주일 만나고 헤어진 첫사랑이지?”유현진: ...유현진의 반응을 확인한 차미주는 자신의 추측을 확신했다. “어쩐지 반응이 이상하더라니. 고등학교를 졸업한 지 얼마나 됐다고, 어떻게 기억 못하겠어. 게다가 학교 킹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얼굴인데.”유현진은 머리가 지끈거렸다. “강한서 앞에서 헛소리하지 마. 안 그러면 또 난리 날 거야.”차미주가 말했다. “만약 네가 방금 솔직하게 얘기했으면, 강한서도 그렇게까지 쪼잔하게 굴지는 않았을 거야. 하지만 네가 정명석을 모르는 척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1184화

    전남친의 충격적인 발언에 옆에서 귀를 기울이던 차미주에게는 재밌는 구경거리가 하나 더 생겼다. ‘현진이 일에 대해 잘 알고 있잖아? 귀국하자마자 강한서와 현진이 일도 알고.’‘일부러 소식을 알아본 게 아니라면, 이렇게 빨리 알았을 리가 없을 텐데.’‘설마, 계속 지켜보고 있었던 거야?’순간 차미주의 머릿속에는 삼각관계 로맨스물이 필름처럼 지나갔다. 그녀는 당장 한성우에게 전화해 라이브로 이 상황을 같이 구경하고 싶었다. 유현진은 미간을 찌푸린 채 정명석의 말에 대답했다. “그건 내 일이야. 너한테 설명할 필요는 없는 것 같은데?”정명석은 덤덤하게 미소 지었다. “그냥 물어본 거야. 내가 생각해도 강한서 씨 때문은 아닌 것 같아. 어차피 넌, 사람을 버릴 땐 늘 깔끔하게 선을 긋는 사람이니까.”그의 말에 차미주의 표정은 경악으로 물들었다. ‘저게 무슨 말이야?’‘현진이가 찼다는 뜻인가?’“얘기 끝났어? 더 할 얘기 없으면 난 갈게.”접시를 내려놓고 자리를 피하려는 유현진을 정명석이 가로막았다. 그러더니 그는 망고 푸딩을 그녀의 손에 쥐어주었다. “만나서 반가웠어. 진심으로.”그는 유현진의 대답을 기다리지도 않은 채, 바로 자리를 벗어났다. 유현진은 손바닥 위에 놓인 푸딩을 보더니 자리 원위치에 올려놓았다. 그녀는 고개를 들어 ‘굉장한데?’라는 표정을 짓고 있는 차미주를 협박하며 말했다. “강한서한테 말하지 마. 안 그러면 절교야.”차미주가 얼른 맹세했다. “걱정하지 마. 나 입 무거워.”그러더니 차미주는 나지막이 속삭였다. “네가 찼어?”유현진이 말했다. “내가 헤어지자고 한 건 맞지만, 쟤도 바로 알겠다고 했어. 평화로운 이별이었다고.”“왜? 외모는 네 타입이잖아. 게다가 성격은 강한서보다는 좋은 것 같은데.”유현진이 한숨을 내쉬었다. “말할 수 없는 사연은 아니야. 집에서 유학을 보내려고 준비 중이라고 하더라고. 그래서 내가 헤어지자고 했어.”“겨우 그거라고?”“내가 유학 갈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나 때문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1185화

    얼마 후, 강한서와 한성우는 드디어 인사를 마치고 유현진과 차미주 쪽으로 걸어왔다. 강한서는 손에 바나나를 들고 유현진에게 건네주었다. 바나나를 건네받은 유현진이 바로 껍질을 벗겨 입에 넣으려고 했다. 강한서가 유현진에게 눈치를 줬다. “유상수 왔어. 들키지 마.”유현진은 멈칫하더니 바나나를 다시 강한서에게 던지며 차갑게 말했다. “마음대로 이러지 마시죠. 저 바나나 안 좋아해요.”한성우: ...‘1초 만에 몰입하다니.’유상수는 멀지 않은 곳에서 두 사람을 지켜보고 있었다. 강한서가 입술을 짓이기며 바나나를 들고 서서는 한참 후에야 물었다. “뭐 먹고 싶어. 내가 가져다줄게.”“제가 뭘 먹고 싶든, 강 대표님과 무슨 상관이죠?”유현진은 조금 짜증스럽게 말했다. “비켜주시겠어요?”유상수가 얼른 유현진 곁으로 다가왔다. “현진아, 왜 그러니? 한서도 너 챙겨주려고 그러는 거잖아. 얘가, 너무 고집스러워서 탈이야.”유현진은 얼굴을 굳힌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이 계집애가, 자기 엄마처럼 성격이 더러워서는. 강한서가 어떤 사람인데. 강한서가 정말 끝도 없이 맞춰줄 거라고 생각하는 거야?’유상수는 강한서가 화라도 낼까 봐 얼른 유현진을 대신해 사과했다. “한서야, 괜찮니? 얘가 정말 성질이 점점 더 날카로워지네. 이혼까지 해놓고 아직도 반성하지 않다니 말이야.”유상수의 말에 차미주는 욕설을 퍼붓고 싶어졌다. ‘대체 무슨 낯으로 저런 얘길 하는 거야?’‘현진이가 저 자식이랑 이혼한 건, 아주머니가 돌아가셨기 때문이잖아. 아주머니 남편이라는 인간이 장례식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았으면서, 무슨 자격이 있어서 현진이를 질책해?’강한서가 입술을 짓이겼다. “유 대표님, 현진이는 잘못한 거 없어요.”유상수가 그의 말에 깜짝 놀랐다. ‘이거... 강한서가 이렇게 사랑꾼이었나?’잠시 생각하던 유상수는 갑자기 뭔가를 떠올렸다. ‘이건, 너무 잘된 일이잖아.’강한서의 지금 상태는, 유현진의 말이 곧 법이 될 수 있는 상황이었다.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1186화

    유현진은 지정욱이라는 젊은 남자를 쓱 훑어보았다.지정욱이 정명석의 사촌 동생일 줄은 꿈에도 몰랐다.그의 외모는 너무나도 평범했기 때문이다.작은 두 눈에, 큰 머리. 키는 작지는 않았지만, 비율이 좋지 않았고 살짝 정 자세로 서 있기 힘들어 보이기도 했으며 거북목이었다. 전체적으로 보면 전혀 젊은 남자의 기백이 느껴지지 않았고 오히려 알코올에 중독되어 정신이 흐릿한 사람으로 보였다.유현진의 시선을 느낀 상대는 바로 작은 두 눈으로 그녀를 보았다.유현진은 바로 고개를 홱 돌려 시선을 피했다.마음이 급했던 유상수는 얼른 미래의 사위가 될 강한서를 소개하려고 했다. 상대에게 인맥을 넓혀주려는 의도가 분명했다. 그는 강한서를 아주 마음에 들어 하고 있었다.강한서는 건성으로 고개만 끄덕이고는 시선을 계속 유현진에게만 돌리고 있었다.그런 그의 모습에 유상수는 분명 강한서가 아직도 유현진에게 미련을 못 버린 것으로 생각했고 반드시 두 사람을 처음의 함께 했던 사이로 만들어 주겠다고 속으로 다짐했다. 두 사람이 다시 이어지게 되면 자신의 사업에도 도움이 되었기에 유상수는 절대 이 기회를 마다할 리가 없었다.그렇게 생각한 유상수는 바로 고개를 돌려 유현진에게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이따 결혼식이 끝나면, 바로 네가 내 딸이라고 밝힐 생각이다. 현진아, 앞으로 유씨 가문이 널 든든하게 지켜줄 거다.”유현진은 시선을 떨군 채 담담하게 말했다.“그래도 먼저 아줌마와 상의해 보고 결정하시죠. 이렇게 좋은 날에 분위기를 망칠 순 없잖아요.”그는 식견도 짧고 그의 뜻을 눈치채지 못하는 백혜주에게 딱히 알리고 싶은 마음이 없었다.그러나 그는 일단 그녀의 말에 대답을 했다.“그래, 알았다.”그는 이내 고개를 돌려 유현아에게 말했다.“일단 손님들을 계속 네가 맞이하거라. 난 네 엄마한테 가보마.”“알았어요. 아빠.”유상수는 바로 자리를 옮겨갔다. 유현아는 고개를 돌리자마자 유현진만 바라보고 있는 강한서를 목격하게 되었고 순간 열불이 올라왔다.그녀에게 강한서는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1187화

    차미주는 바로 자신의 입을 틀어막고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난 아무 말도 안 했어.”강한서의 목소리가 다운되었다.“그러니까, 현진이가 정명석과 키스를 했다고?”차미주는 모른 척 말했다.“잘 못 들은 거야.”그녀는 바로 우정이 아닌 도망을 선택하려 했다.“그, 뭐냐. 나도 갑자기 배가 고픈 것 같아. 스테이크 더 있나 확인하러 갈게.”말을 마친 그녀는 바로 도망갔다.“...”유현진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차미주의 주둥아리를 믿은 내가 잘못이지!'강한서는 어두워진 시선으로 유현진을 보며 물었다.“설명해 봐.”유현진은 침을 꿀꺽 삼키고는 기가 죽은 목소리로 말했다.“돌아가서 설명하면 안 돼? 아직 이 연극은 안 끝났잖아.”강한서의 얼굴에서 빠직거리는 소리가 들려오는 것 같았다.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런 그의 모습에 유현진은 제대로 설명하지 않으면 넘어가지 못할 것으로 생각했다.그녀는 헛기침을 내뱉으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사실 별거 아니야. 그냥... 그냥 정명석은 내 첫사랑이었거든.”강한서의 안색이 그녀의 예상대로 어두워졌다.그는 이를 갈며 말했다.“아까는 모르는 사람이라고 하지 않았어?”유현진의 목소리는 점점 더 낮아졌다.“그건 그냥 네가 화낼까 봐 그런 거야.”“내가 화낼 걸 알면서도 나를 속여?”“속인 거 아니야.”유현진은 그의 손등을 살살 쓸었다.“나도 그 사람을 여기서 마주치게 될 줄은 몰랐어. 그래서 너한테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도 몰랐단 말이야. 넌 질투가 심하잖아. 만약 네가 삐쳐서 연기 안 해주겠다고 하면 헛걸음하게 되잖아.”강한서의 안색은 여전히 굳어져 있었다.유현진의 살짝 애교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강한서, 한서야? 대표님?”그러나 강한서는 꼼짝도 하지 않았다. 그녀는 결심한 듯 이를 꽉 물더니 바로 말했다.“오빠, 화내지 마. 집에 가서 오빠 하란 대로 다 할 테니까 화 좀 풀어, 응? 자꾸 화내면 건강에 안 좋아. 그럼 나도 마음이 아프다고.”강한서의 심장이 쿵쾅쿵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1188화

    ‘하, 치밀한 자식!'유현진은 그런 강한서의 속마음을 알 리가 없었다. 그녀는 계속 말을 이었다.“열예닐곱 살이었던, 아무것도 모르던 애들이 사귄 거라 연애가 뭔지도 몰랐어.”강한서는 그녀를 흘겨보았다. 그러자 유현진이 바로 입을 열었다.“내 마음속 1순위인 우리 오빠를 제외하고 제일 잘생긴 사람은 바로 너야.”“...”강한서는 할 말을 잃었다.그는 비록 송민준에게 순위가 밀렸지만 그래도 넘어가 주기로 했다.“그럼 왜 헤어졌는데?”유현진이 말했다.“유학을 간다고 했어. 난 장거리 연애엔 자신이 없었거든. 그래서 헤어지자고 했지.”“그저 그렇게 헤어졌다고?”강한서는 잘 믿기지 않는 듯했다.유현진은 솔직하게 털어놓았다.“걔 아빠가 날 찾아왔었어. 엄청 기분이 불쾌해지는 말만 했었지.”강한서는 바로 눈치챘다.장석호 그 사람은 가문을 아주 중시하는 사람이었다. 아마도 유씨 가문을 조사하고 유현진을 찾아가 난처하게 만든 것이 분명했다.미성년자이고, 또 금방 연애를 시작했으니, 감정도 그리 깊지 않았을 것이다. 게다가 그때의 유현진은 분명 하현주의 사랑을 듬뿍 받으며 클 때였고, 절대 그런 취급까지 받아 가며 연애를 이어갈 사람이 아니었다.지금 다시 생각해 보니 그가 그녀를 만나게 된 것은 타이밍이 아주 정확했던 것 같았다. 만약 그도 하현주가 건강할 때 유현진을 만난 것이라면, 거만하고 유별난 그때의 성격 탓에 절대 유현진의 마음을 얻지 못했을 것이다.그렇게 생각한 강한서는 저도 모르게 입꼬리가 올라갔다.“그래도 마음에 걸려.”유현진은 그의 말에서 그가 얼마나 고소해하고 있는지 눈치챌 수 있었다.그녀는 작게 코웃음을 쳤다.“마음에 안 걸렸다면 이런 것도 너한테 말하지 않았을 거야.”강한서는 조금 전 차미주가 했던 질문을 떠올리며 물었다.“그럼 두 사람은 진도 어디까지 나갔는데? 키스?”“...”유현진은 바로 말을 돌렸다.“결혼식 곧 시작할 것 같아.”강한서의 표정이 다시 어두워졌다.“네 첫 키스 상대가 걔야?”유현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1189화

    휴대폰 너머로 뭐라고 말하는지 들리지 않았지만, 백혜주는 마음이 놓이지 않는 듯한 모습이었다.“의심하는 사람은 없겠지?”“없습니다.”백혜주는 미간을 꾹꾹 누르며 목소리를 한껏 낮춰 말했다.“고생했어요. 이 일만 잘되면 나도 안심할 수 있을 것 같네요.”말하던 와중에 신부 대기실 문이 활짝 열렸다.화들짝 놀란 백혜주는 바로 전화를 끊어버렸다.고개를 돌린 그곳엔 유현아가 있었다. 그녀는 바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짜증을 냈다.“노크할 줄 몰라? 넌 이제부터 유씨 가문의 하나뿐인 딸이야. 행동거지를 조심해야지. 괜히 다른 사람 눈에 교양 없는 사람으로 낙인찍혀 웃음거리가 돼서는 안 되잖니.”유현아는 잔뜩 어처구니가 없다는 목소리로 말했다.“유현진 그 뻔뻔한 것이 또 왔어요!”백혜주는 멈칫하더니 바로 미간을 찌푸렸다.“걔가 여길 왜 와?”“아빠가 불렀어요. 엄마는 아까 그 자리에 없으셔서 모르겠지만, 아빠가 걔한테 어떤 태도를 보였는지 아세요? 유현진이 친딸이라도 된 것처럼 대했다니까요! 이렇게 좋은 날에 걔를 왜 불렀는지! 정말 짜증 나요!”백혜주의 신경이 바로 날카로워졌다. 그녀는 낮게 깔린 목소리로 말했다.“유현진이 누구랑 왔니?”“아마 혼자 온 것 같던데요?”유현아는 곰곰이 생각했다. 확실히 유현진이 결혼식장으로 들어올 때 혼자였던 것 같았다.“더는 어느 가문의 딸도 아니니 체면치레는 할 수 없을 거예요. 심지어 무슨 궁중 자수가 박힌 한복을 입고 왔더라니까요.”백혜주는 눈앞에 있는 자신의 딸인 유현아가 너무나도 멍청하다고 생각되어 바로 미간을 찌푸렸다.“누가 그런 걸 물어봤니? 내가 물어본 건, 강한서랑 유현진이 같이 왔냐고. 그거 물어본 거잖아.”유현아는 바로 입을 삐죽 내밀었다.“강한서는 오긴 했는데, 유현진이랑 같이 온 거는 아닌 것 같았어요.”백혜주는 의심의 눈길로 그녀를 보았다.“확실해?”“당연하죠. 엄마는 유현진 꼬락서니를 못 봐서 그래요. 유현진은 강한서를 똑바로 쳐다도 못 보는 것 같았는데, 오히려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1190화

    한성우는 작은 토마토를 집어 쉴 새 없이 조잘거리는 그녀의 입 속에 밀어 넣었다.“그래, 넌 모르겠지. 적과 싸우려면 적에 대해 잘 알아야 해. 아무것도 모른 채로 어떻게 적과 싸우냐?”차미주는 작은 토마토를 씹어 넘겼다. 그리로는 작게 코웃음을 쳤다.“흥, 넌 그냥 MCN 회사로 떼돈을 번다고 하니까 몰래 그 방법을 배워 한 몫 챙기려는 거잖아, 아니야?”한성우는 그녀의 볼을 살짝 꼬집었다.“오올, 네 머리는 오늘 드디어 잘 돌아가나 본데?”차미주는 그의 손을 '탁' 쳐냈다.“내가 아직도 널 몰라? 넌 돈만 보면 눈을 반짝이잖아.”한성우는 작게 코웃음을 쳤다.“그건 네 친구한테 더 어울리는 말이지 않나?”차미주는 그의 종아리를 차버렸다.“현진이가 아무리 돈을 좋아한다고 해도 친구까지 팔아먹지는 않거든. 어디 너처럼 강한서를 매번 팔아먹는 줄 알아?”한성우는 변명했다.“그건 걔도 동의한 거야. 그 대신 나한테서 다른 걸 배워갔으니 최소한의 수강료는 받아야지 않겠냐?”“너 같은 놈한테 뭐가 배울 게 있다고 그래?”한성우는 입꼬리를 올렸다.“나 같은 놈이라고 해도 배울 것만 있으면 된 거잖아, 안 그래?”그는 바로 먹기 편하게 썰어둔 스테이크를 차미주에게 건넸다.“넌 왜 네 친구 옆에서 경계 모드를 하지 않고 나 따라온 건데? 왜, 내가 그렇게 보고 싶었어?”차미주는 멈칫하더니 바로 찔리는 구석이 있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한성우는 그녀의 마음을 맞힌 줄 알고 바로 기분 좋은 듯 눈썹을 치켜세우더니 목소리를 낮게 깔고 말했다.“한시라도 눈앞에 안 보이니까, 막 보고 싶고 그래?”차미주는 바로 눈을 희번덕거리며 말했다.“뭐래!”그녀는 다시 멈칫하더니 우물쭈물하며 말했다.“그냥, 현진이가 날 때릴까 봐...”“형수님이 널 왜 때려?”한성우는 이해가 되지 않아 자세히 묻게 되었고 그제야 차미주가 말실수로 사고 쳤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주의한다고 하긴 했는데 아무 생각 없이 한 말이라 강한서가 분명 지금 현진이한테 꼬치

Latest chapter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2287화

    알겠다고 대답한 한현진이 전화를 끊기 전 호기심을 못 이겨 물었다. “오빠, 문채영 씨와는 어떻게 됐어요?”멈칫한 송민준이 눈을 가늘게 떴다. “강한서 그 자식 혹시 네 옆에 있어?”한현진이 움찔하며 옆에서 귀를 쫑긋 세우고 고개를 가로젓는 강한서를 쳐다보았다. 가볍게 목을 가다듬은 한현진이 대답했다. “아뇨. 샤워 중이예요.”송민준이 한현진의 말을 믿은 것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그가 개의치 않는 말투로 입을 열었다. “걔한테 내 말 똑바로 전해. 다음에 또 이렇게 입을 가볍게 놀렸다간 내가 그 입을 꿰매 버릴 거라고.”강한서: ...그 말에 한현진이 어색하게 하하, 웃어버렸다. “사실 강한서는 별말 안 했어요...”송민준은 더는 아무 말 없이 일찍 쉬라는 인사와 함께 전화를 끊었다. 송민준의 얼굴이 공개된 후, 한열의 바람 스캔들은 자연스레 사라졌다. 사람들도 점차 한현진이 한열의 사촌누나라는 사실을 믿기 시작했다. 그러나 한열의 성추문은 여전히 일파만파 퍼져나갔다.한열에게 성추행을 당했다고 밝힌 여성의 페이스북 계정은 [아기 고구마]였다. 이 계정은 피드를 올릴 때마다 다음 업로드 시간을 예고하며 다음엔 마치 증거를 공개할 것처럼 사람들을 암시하기도 했다. 그에 [아기 고구마] 계정의 팔로워는 점차 늘어갔다. 하지만 예고와는 달리 매번 터무니없는 사실들만 업로드 했고 그 피드의 내용으로는 한열이 여자 연예인을 성추행했다는 것을 증명할 수가 없었다. 그럼에도 계정의 인기는 줄어들지 않았다.하룻밤 사이, 한열의 팔로우는 십만 명 이상이 줄어들었다. 그리고 다음 날 아침이 되어서야 한열의 회사 측에서는 변호사가 작성한 소장을 공개하며 이미 경찰에 신고를 마쳤고 루머를 퍼뜨린 사람을 찾아 법적 책임을 묻겠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한열의 회사에서 소장을 공개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아기 고구마]도 페이스북에 점심 열두시부터 라이브 방송으로 빼박 증거를 공개해 한열과 직접 맞설 것이라고 예고했다. 그에 네티즌들은 흥분을 감추지 못 했다.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2286화

    말을 아끼던 윤명훈이 한참만에야 입을 열었다. “계약 해지 때문에 문제가 좀 있어서요. 회사에서는 쿨하게 한열을 보내줄 마음이 없거든요.”그가 한현진에게 솔직하게 얘기하지 않았다는 것을 한현진도 알 수 있었다. 윤명훈은 똑똑하고 신중한 사람이었다. 한열이 아직 취해 있는 지금 그에게 아무런 얘기도 하지 않은 채 윤명훈은 한현진에게 모든 걸 털어놓을 리가 없었다. 잠시 생각하던 한현진이 말했다. “제가 잠시 후 해명글을 올릴게요. 명훈 씨는 신하리 씨에게 인터넷에 떠도는 쓸데없는 기사들 처리해 달라고 연락하세요. 제가 변호사를 선임해 보내드릴게요. 최대한 빨리 해결해야 해요. 시간을 오래 끌면 끌수록 해명하기 어려워질 거예요.”한열의 바람 스캔들을 터트린 건 그저 페이크에 불과했다. 성추문으로 한열에게 흙탕물을 뒤집어씌우려는 것이 그들의 진짜 목적이었다.만약 한현진이 한열의 회사 대표였다면, 자신의 두 손으로 탑급의 자리까지 올린 아이를 이렇게 쉽게 버리지는 않았을 것이다. 설사 계약을 해지 한다고 해도 한열의 빛을 어느 정도는 계속 받을 수 있었다. 게다가 지금의 한열은 신하리라는 충무로 연기파 배우의 인맥까지 갖고 있으니 앞으로 어느 정도로 발전할 수 있는지는 그 누구도 장담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러니 굳이 이렇게까지 끝장을 볼 이유는 없었다. 연예계에게는 영원한 이익만 있을 뿐, 영원한 적은 없는 법이었다.그러니 이번 일은 오히려 누군가 한열을 나락으로 보내기 위해 꾸미고 있는 일 같았다. 전화를 끊은 한현진은 세남매가 함께 찍은 사진을 SNS에 업로드 했다. 다만 송민준의 눈은 모자이크 처리했다.[저희 오빠와 사촌 동생이 그렇게까지 닮은 건 아닌 것 같은데요. @신하리]사진 속에서 한현진은 가운데 서 있었고 그녀의 왼쪽엔 송민준이, 그리고 오른쪽엔 한열이었다. 막내 동생인 한승은 아예 잘라버린 후 사진을 업로드 했다.비록 송민준의 눈을 모자이크 처리하긴 했지만 하관만 보아도 한열과 믿겨지지 않을 정도로 닮은 것을 알 수 있었다. 하지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2285화

    [두 여배우 모두 연기력이 그렇게 뛰어나면서, 대체 얼마나 보는 눈이 없어야 한열을 좋아할 수 있는 거지?][그건 좀 아니지 않나? 한열도 미남상이긴 하잖아. 이런 사람인 줄은 몰랐지만.][세 사람 같이 촬영했었잖아요. 한현진이 한열과 신하리가 사귀는 걸 몰랐을까요? 이건 뻔히 알면서도 만난 거잖아요.][살려줘! 나 한현진 정말 좋아한단 말이야. 전에 햇살 유치원 사건 때문에 엄청 호감이었는데. 봄의 연인의 중전마마 역도 완전 잘 소화했었다고. 대체 바람은 왜 핀 거야. 연예계에 사고 안 치는 연예인이 있긴 한 거야?] [두 여신을 동시에 만나다니. 한열, 능력도 좋아. 지까짓게 뭔데...] [한열은 신하리에게 빌붙으려는 목적이었던 거예요. 지금 소속사와 계약 해지를 준비 중이예요. 회사에서도 전혀 신경 안 쓰고 있고요. 신하리가 아니었으면 한열 주제에 어떻게 유명 감독에게 캐스팅 될 수 있었겠어요. 정말 어떻게든 여자 덕 좀 보겠다고 애쓰네.]아래의 댓글들은 더 이상 눈을 뜨고 볼 수도 없었다. 대부분은 그들을 욕하는 악플이었다. 한열과 신하리의 공개 연애에 대해 두 사람의 팬들은 자신의 배우가 아깝다며 강력한 불만을 토로했다. 두 사람이 열애를 인정한 후부터 양측의 팬들은 줄곧 다툼을 이어왔다. 두 사람의 커플 팬계정인 [이열치열]은 팬들의 감정 쓰레기통 같은 곳이 되어버려 차마 보고 있을 수가 없을 지경이었다. 한열은 열애 인정으로 회사와 갈등을 빚어 계약을 해지하려고 했다. 하지만 그가 지금의 인지도와 이미지를 그대로 유지한 채 나가는 것을 원하지 않았던 회사 측은 말도 안 되는 루머를 퍼뜨렸다. 하지만 확실한 증거가 없었던 터라 잠깐의 파장을 일으킨 후 곧 사그라들었다. 공개 연애 후 꽤 빠른 속도로 떨어지던 한열의 인기는 요즘 다시 천천히 오르고 있는 추세였다. 회사 측에서 밀어주던 신인은 그들이 생각했던 것처럼 한열의 뒤를 이어받아 인기를 누리지는 못했다. 그 때문에 회사 측은 화가 치밀었다. 그러니 한열이 바람 폈다는 기사가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2284화

    한현진은 어이가 없어 말문이 막힐 지경이었다. “지금 예능부 기자 채용 문턱이 이 정도로 낮아진 거야? 두 눈이 멀어도 기자로 활동할 수 있나봐?”진윤: ...‘우리 여신님 사석에서는 이렇게 독설을 날리는 사람이었어?’휴대폰 너머에서 한참을 듣고 있던 차미주가 참지 못하고 입을 열었다. “그 사진 너와 한열 아니야?”한현진은 어처구니가 없었다. “저건 나랑 오빠야.”“하지만 이 사진들은 정말 한열과 비슷해 보여. 게다가 네 오빠가 운전한 거 한열 차 아니야?”한현진은 그날 송민준이 운전한 차를 눈 여겨 본 적이 없었다. 만약 정말 한열의 차를 운전하고 온 거라면 파파라치가 착각했을 수도 있었다. 다시 페이스북을 다운로드 받고 인기 검색어를 확인한 한현진은 그대로 굳어버렸다. 연예 부문의 인기 검색어의 TOP 5는 전부 한열의 바람에 관한 이슈가 차지하고 있었다. 예를 들면 [새로운 꽃뱀, 이열 커플 사이에 끼어들다], [이열 커플, 결별 위기 스크린 밖에서도 삼각관계], [한열 살아있네], [찐사랑을 못 숨겨] 등이었다. 이처럼 말도 안 되는 검색어들이 가득 했다. 한현진이 페이스북에 로그인하자 수백 개의 DM과 십만 개가 넘는 댓글이 쏟아졌다. 굳이 읽어보지 않아도 신하리와 한열 두 사람의 팬들의 남긴 수많은 욕이거나 일반 네티즌의 호기심에 가득한 댓글일 것이 분명했다. 인터넷이 얼마나 필터 없이 악랄한 글로 난무한 곳인지 잘 알고 있는 한현진은 아예 댓글을 확인하지도 않고 뉴스피드로 들어갔다. 한열과 한현진의 기사는 두 시간에 터졌다. 그러니 지금쯤이면 각 마케팅 계정에서는 이미 타임 라인까지 정리한 피드를 올리기 시작했다. 한현진은 관련 피드를 대충 훑었다. 마케팅 계정의 분석에 의하면 한열과 신하리는 [살의] 촬영 이전에 이미 사귀기 시작했고 송민영이 하차된 후 한열이 자신의 여자친구인 신하리를 여주인공으로 추천했으며 영화 홍보 현장에서의 친밀한 스킨십 사진이 폭로되어 어쩔 수 없이 공개 연애를 택한 것이었다. 그 계정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2283화

    한현진은 반나절이 걸려서야 일의 자초지종을 파악할 수 있었다. ‘어쩐지 지난번 홍혜림 씨 사건이 있었을 때 왜 진윤 씨가 갑자기 나타나 상황을 반전시키나 했더니, 이런 이유 때문이었다는 거잖아.’순간 한현진은 뻘쭘함에 어찌할 바를 몰랐다. 이럴 줄 알았다면 방금 전화를 받고 모르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을 때 입도 벙긋하지 말았어야 했다. 진윤의 말처럼 이건 정말 비열한 짓이었다. 유치한 강한서가 벌일 만한 일이 맞긴 한 것 같았다. 강한서 본인 역시 이번 일은 너무 얍삽했다고 생각한 것인지 어쩌다 아이를 달래주었다. “내가 제대로 설명하지 않은 탓이라고 해. [정상에서]에서 지금 자체 테스트 중인 스킨 한 세트 줄게. 어때?”진윤이 작게 울먹이며 말했다. “스킨 세 세트?“강한서는 어이없는 웃음을 터뜨렸다. 이 와중에 딜을 하는 걸 보니 그리 큰 상처를 받은 건 아닌 모양이었다. “세 세트 전부 줄게.”진윤이 곧바로 울음을 멈췄다. 절판되어 더는 살 수 없는 게임 스킨과 이미 다른 사람과 결혼한 여신 중 아무리 바보라도 그와 같은 선택을 할 것이다. “그래요. 제가 오해한 거라고 하죠.”말하며 한현진을 쳐다보던 진윤은 여전히 아쉬워하며 말했다. “현진 누나, 왜 이렇게 빨리 결혼하셨어요. 남자 때문에 손에 넣었던 트로피도 놓칠 수가 있어요.”강한서의 눈가가 파르르 뛰었다. “결혼이 커리어 영향주지 않아. 이간질 하려고 하지 마.”“형님은 남자니까 당연히 영향을 안 받으시겠죠.”강한서에게 농락을 당한데다 하루아침에 구닥다리에게 여신을 뺐긴 진윤은 누구보다 빨리 흑화 했다. “결혼하면 아이도 낳아야 하잖아요. 어떤 유명한 감독이 임산부를 캐스팅하려고 하겠어요. 제일 예쁠 나이를 남편과 아이에게 바치면 나중에 아이가 클 때쯤엔 본인의 레전드 시절은 이미 지났다고요. 제가 다 아쉬워서 그래요. 너무 불공평해요.”비록 진윤은 그저 이간질을 하기 위해 꺼낸 말이었지만 그 말은 현실이기도 했다. 임신과 출산은 여자의 커리어엔 고난과 역경이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2282화

    한현진: ?강한서가 들고 있던 휴대폰 너머로 들려온 것은 차미주의 목소리였다. “현진아! 너 내연녀가 되어버렸어. 게다가 그 상대가 네 사촌 동생이래.”강한서: ?강한서는 어리둥절했다. 하지만 한현진은 그보다 더 혼란스러웠다. ‘전여친, 현여친이 뭐야? 대체 무슨 말을 하는 거야? 게다가 이 목소리, 왜 이렇게 귀에 익은 거지?’“저... 저기 혹시 전화 잘못 하신 거 아녜요?”한현진이 나지막이 물었다. 그러자 수화기 너머의 사람이 순식간에 조용해졌다. 그리고 곳 충격이 가시지 않은 듯 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현, 현진 누나?”한현진이 멍해졌다. ‘날 알아?’“네. 제가 한현진이예요. 누구세요?”상대방은 말이 없었다. 그에게서는 그저 조금 흥분한 숨소리가 들려왔다. 강한서가 한현진의 손에서 휴대폰을 빼앗아 스피커폰으로 전환했다. “무슨 일이야?”진윤이 이를 악물었다. “방금 전화 받은 사람 누구예요!”강한서가 말했다. “내 와이프.”“그럴 리가 없어!”진윤이 바득 이를 갈았다. “이 사생팬 같은 아저씨가! 혹시 일부러 날 속이려고 옆에 성대모사하는 분이라고 모셔놓은 거 아녜요?”강한서가 태연하게 말했다. “내가 너처럼 유치한 인간인 줄 알아? 그리고 현진이는 아무도 대체할 수 없어.”진윤은 강한서의 말을 전혀 믿지 않았다. “거짓말 좀 그만 해요. 현진 누나는 지금 그 티베탄 마스티프와 데이트하는 중이라고요. 만약 누나가 정말 형님 와이프라면 형님이 이렇게 아무렇지 않게 누나가 딴 남자와 데이트하는 걸 지켜볼 수 있어요?”더 이상 진윤을 대꾸하기 귀찮았던 강한서가 그에게 영상통화를 보냈다. 몇뿐 후, 휴대폰 화면으로 자신이 그토록 좋아하던 여신과 딱 붙어 앉아있는 전남편 형님을 확인한 진윤은 순간 참지 못하고 눈물을 흘렸다. 한현진은 휴대폰에 비춰진 진윤을 보며 멍한 표정을 지었다. ‘진윤 씨가 강한서와는 어떻게 아는 사이인 거야?’진윤은 숨이 넘어갈 것처럼 울어댔다. “거짓말쟁이! 뻔뻔한 인간! 전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2281화

    유난히 예쁘게 잘 나온 사진을 보며 한 현지는 신난 얼굴로 고개를 돌려 강한서에게 보여 주었다. 하지만 멍청하게 나온 것 같다면 마음에 들어 하지 않던 강한서는 굳이 자신이 찍겠다면 휴대폰을 달라고 했다.한현진이 눈을 실룩거렸다. “네가 사진을 찍겠다고? 168cm인 나를 138cm로 만들어 버리는 네가? 강 대표님 본인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 몰라서 그런 말씀을 하시는 거예요?”강한서가 인정할 수 없다는 듯 말했다. “내 실력이 그렇게 별로야?”한현진이 말했다. “쌀을 뿌린 휴대폰을 닭이 부리로 쪼아도 내가 찍은 것 보단 낫다고 할 수 있어.”왠지 수치를 당한 것 같은 기분에 강한서가 이를 악 물면 말했다. “그럼 난 왜 우리가 데이트했을 때 내가 찍어준 사진을 밤새도록 보고 있었던 거야?”강한서가 괜히 그 얘기를 꺼낸 탓에 잊혀 가던 한현진의 기억이 문득 돌아왔다.“사진을 보면서 넌 그저 사진을 찍을 줄 모르는 것뿐이라고 날 설득 하지 않는다면 호텔 앞에서 바로 너와 싸우 버릴 것 같았거든. 내 외모에, 감독님께서도 나에게 각도는 중요하지 않다고 말씀 하셨는데 넌 대체 어떻게 날 사실 눈으로 찍을 수 있었던 거야?”강한서: ...“사시눈... 처럼 나왔어?”한현진이 일을 악물었다. “내가 뛰어다니는 사진 좀 찍어달라고 하니까 유체 이탈한 것처럼 찍어줬잖아! 내가 피드를 업로드할 때 실수로 그 사진까지 넣었더니 애들이 나한테 대체 어디서 이런 심령사진을 찍었냐고 물었었어.”“...”활활 타오르던 강한서의 분노가 순식간에 사그라졌다. “어쩌다 가끔... 몇 십 장뿐이었잖아.”한현진이 어이없다는 듯 실소를 터뜨렸다. “하.”뭔가를 말하려던 강한서가 고개를 숙이자 무릎 정도까지 오는 어린 아이가 옆에 쭈그려 앉아 불쌍한 눈으로 자신을 쳐다보는 것이 보였다. “아저씨, 아직 더 놀 거예요? 저희 잠깐 놀게 해주시면 안 돼요?”강한서가 고개를 돌리자 뒤에는 어린 라이 대여섯 명이 줄을 서 있었다. 한현진: ...창피함에 고개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2280화

    “하하하.”한현진이 마른 웃음을 지었다.“오빠. 제가 티슈 없는 건 어떻게 알았어요?”강한서가 눈을 씰룩였다. 그야말로 완벽한 핑계였다. 그는 입술을 달싹여 아내를 따라 염치 없이 말했다. “형님, 저도 없어요.”송민준이 가방과 티슈를 두 사람에게 던지며 강한서를 노려보았다. 탁, 소리와 함께 문이 닫겼다. 한현진: ...“오빠가 나한테 화 난 건 아니겠지?”강한서가 우울하게 말했다. “너보단 날 먼저 걱정해야 할 것 같아. 네 오빠가 아무리 너에게 화가 나도 결국은 나에게 그 화살이 돌아올 거야.”한현진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렇다면 마음이 좀 놓이네.”강한서: ?한현진이 그의 손을 잡으며 의미심장하게 말했다. “어차피 오빠가 널 탐탁지 않아 한게 하루 이틀도 아니잖아. 오늘 이 일로 크게 달라지진않을 거야.”“...”‘행복은 본인이 누리고 잘못은 내가 뒤집어쓰고. 정말 좋은 아내네.’강한서는 한현진을 데리고 호텔 라운지로 향했다. 입덧이 끝난 이후로 한현진의 식욕은 줄곧 안정적이었다. 매 끼니마다 많이 먹지 않아도 배가 불렀지만 배고픔도 빨리 찾아왔기에 하루에 몇 끼씩 먹어야 했다. 그 덕에 지금의 한현진은 송아지처럼 튼튼하기만 했다. 강한서는 임신한 한현진을 위해 오랫동안 공부했지만 한현진에게는 하나도 쓸모가 없었다. 그의 주변엔 임산부가 많이 없었지만 많은 아내들이 임신 후 남편을 괴롭힌다고 들은 적이 있었다. 하지만 한현진에겐 모든 임신의 호르몬 변화가 거짓말처럼 전혀 작용하지 않았다. 의사는 사람마다 체질이 다르기 때문에 어떤 사람은 큰 반응 없이 잘 먹고 잘 지내기도 한다고 말했다. 의사는 강한서에게 너무 걱정하지 말라며 시간이 날 때마다 산책을 자주 다니며 좋은 컨디션을 유지하면서 주기적으로 검사를 받으면 된다고 했다. 한현진은 정서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심지어 조금 유치해지기도 했다. 바로 지금처럼 말이다. 한현진은 강한서의 팔을 끌며 굳이 아이들의 흔들 목마에게 타게 해달라며 떼를 썼다.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2279화

    한현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안녕하세요, 채영 언니.”문채영이 가방에서 포장한 선물 박스를 건넸다. “첫 만남이라 어떤 선물을 준비하면 좋을지 몰라 제가 직접 향낭을 만들었어요. 향 맡아봐요.”한현진이 조금 의외라는 듯 말했다. “언니도 조향하세요?”문채영이 미소 지었다. “제가 조향에 입문하게 된 것도 민준이 덕분이었어요. 전엔 이런 거 만드는 거 좋아했었거든요.”한현진은 다시 한 번 충격에 휩싸였다. 그녀는 조향하는 송민준의 모습을 본 적이 없었다. 줄곧 송민준은 그쪽으론 취미가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송민준은 그 얘기를 꺼내는 것이 불쾌한 듯 담담하게 말했다. “주문부터 해. 배고파.”멈칫하던 문채영이 시선을 내려 눈에 맴도는 서운함을 숨겼다. 한현진이 얼른 화제를 돌렸다. “언니, 오랜만에 오셨을 텐데 오늘은 한주 음식으로 드시는 게 어때요?”문채영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좋아요. 현진 씨가 먹고 싶은 거로 주문해요.”주문한 음식 서빙을 마치고 룸을 나서려는 종업원에게 송민준이 갑자기 말했다. “장어 국수도 주문할게요.”문채영이 힐끗 송민준을 쳐다보자 시선을 올린 그가 마치 변명이라도 하듯 말했다. “환영회에 국수가 빠질 수 없지.”‘그래, 환영회에 국수가 빠질 수 없다고 하는 건 그렇다고 쳐. 하지만 하고 많은 국수 중에 왜 하필 장어 국수야?’‘오빠가 장어 국수라고 말할 때 언니 표정을 보면 설마 두 사람 사이에 장어 국수와 관련된 스토리가 있었던 건가?’호기심이 활활 불타오른 한현진이 몰래 테이블 아래로 강한서의 손을 꼬집었다. 그러자 강한서는 그녀에게 새우를 발라 주었다. 한현진: ...강한서과 문채영은 너무 친한 사이였다. 두 사람의 대화에서 한현진은 문채영의 외할머니와 강한서의 할머니가 먼 친척 사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하지만 워낙 촌수가 먼 사이라 피가 거의 섞이지 않은 가족이라고 할 수 있었다. 두 사람은 알고 지낸지 한참 후에야 두 가문이 몇 세대 전에는 친척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