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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9화

Author: 임공
유건은 그렇게 쉽게 인정해 버렸다.

시연은 적잖이 놀랐다.

유건은 쉽게 감정을 내비치는 사람이 아니었다.

그런데도 이렇게 솔직하게 인정하다니...

‘그 여자, 보통 사람이 아니네.’

시연의 궁금증이 더욱 커졌다.

“누구예요?”

그리고 질문이 이어졌다.

“내가 아는 사람이에요? 혹시 만난 적 있어요?”

‘이상하네. 우리가 결혼하고 함께 지낸 시간 동안, 장소미 말고는 고유건 주변에서 다른 여자를 본 적이 없었는데...’

“여보.”

유건은 시연을 품에 안고, 난감한 듯 미소 지었다.

“그만 물어봐.”

“왜요? 말하기 싫어서 그래요?”

시연은 손가락으로 남자의 가슴을 툭툭 찔렀다.

“너무 아끼는 거 아니에요? 좀 알려 줘봐요.”

“착하지.”

유건은 장난기 어린 웃음으로 여자의 손을 살며시 잡아 멈추게 했다.

“그 애는 좀 달라. 당신, 분명히 화낼 거야.”

“네...?”

시연은 눈을 깜빡이다가 피식 웃었다.

그리고 일부러 소리 높여 말했다.

“와! 첫사랑인가 보네요?”

“응.”

다시 한번, 유건은 망설임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순간, 시연의 심장이 묘하게 움츠러들었다. 화를 내야 할지도 모르겠지만, 오히려 더 알고 싶어졌다.

그녀는 알고 있었다. 유건이 자신을 좋아하는 마음을 ‘사랑’이라고 단언할 수는 없다는 것을.

심지어 장소미가 유건의 마음속에서 그녀보다 더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그 여자가 고유건의 ‘진짜 사랑’이었다고?’

시연은 눈을 깜빡이며 긴 속눈썹을 살짝 떨었다.

“그럼, 왜 함께하지 못했어요? 혹시... 할아버지께서 반대하신 거예요?”

‘장소미를 인정하지 않았던 것처럼... 혹시, 두 사람도 강제로 갈라진 걸까?’

“아니.”

유건은 가볍게 웃으며 고개를 저었고, 눈동자에는 희미한 아련함이 스쳐 갔다.

“오랫동안 연락이 끊겼어.”

“헤어진 거예요?”

“그것도 아니야.”

유건은 깊은숨을 쉬었다.

“그땐 우리 둘 다 너무 어렸어. 헤어질 때 다시 만나기로 약속했는데... 그 애는 돌아오지 않았어.”

“아... 그렇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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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랑의 덫에 빠진 운명   제380화

    씻고 나서 시연은 아침과 점심을 한 끼로 때운 후, 가방을 챙겨 병원으로 향했다.집을 나서는 순간, 정기환이 활짝 웃으며 그녀를 맞이했다.“형수님, 좋은 아침이에요.”“형님께서 앞으로 형수님이 외출하실 때마다 따라다니라고 하셨어요.” 그는 장난기 어린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형수님, 걱정하지 마세요. 절대 방해는 안 할게요. 저를 그냥 기사라고 생각하세요. 웬만하면 앞에 안 나타날 테니까요.”이 이야기는 이미 유건에게 들었기에 시연은 가볍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그럼 앞으로 잘 부탁할게요.”“전혀 힘들지 않습니다. 자, 형수님, 타세요.”“네.”...병원에 도착한 시연은 곧바로 외래 진료실로 향했다.양석현 교수의 대리 진료였다.자리에 앉자마자 끊임없이 환자들이 들어왔고, 두 시간 내내 물 한 모금 마실 틈도 없었다.한 환자의 진료를 마친 뒤, 시연은 프린트된 진료 기록을 건넸다.“이 날짜에 맞춰서 다시 오세요.”“감사합니다, 선생님.”“다음 분...”문이 열리자마자 여러 명이 몰려 들어왔다.시연은 순간 당황했다.“어떻게 된 거죠? 환자는 한 분만 들어오시고, 보호자는 한 분만 동반해 주세요.”그녀가 말을 끝내기도 전에 한 중년 남성이 붉어진 눈으로 노려보며 다가왔다.“당신이 양석현 교수야?”시연은 말없이 남자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양석현 교수가 아니었다.“무슨 일이시죠?”“흥!”남자는 시연의 침묵을 동의로 받아들였는지, 더욱 사나운 표정을 지었다.“이깟 게 무슨 의사야? 내 아이가 수술받기로 되어 있었어! 그런데 당신이 다른 사람한테 차례를 넘겨줬다며?!” “의사라면, 모든 생명이 똑같이 여겨야 하는 거 아니야? 돈 있는 집안 애들이 더 소중한 거야?!”점점 더 격양된 목소리.그리고 갑자기, 손을 들어 시연을 때리려 했다.“뭐 하시는 겁니까?!”시연은 반사적으로 몸을 피했다.하지만 남자는 포기하지 않고 계속 위협적인 태도를 보였다.“도망쳐 봤자야! 난 오늘 내 아이의 정당한 권리를 찾으러 왔어!

  • 사랑의 덫에 빠진 운명   제381화

    오후 여섯 시, 시연은 마지막 환자를 진료하고 진료실을 정리했다.양석현 교수의 진료는 정해진 수량이 있었고, 하루에 볼 수 있는 환자 수도 한정되어 있었다.시연이 손을 씻고 옷을 갈아입고 나오자, 기환이 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다.“고생 많았어요. 이제 가면 될까요?” 기환이 말했다.“형수님, 서두를 필요 없어요. 형님이 금방 온다고 하셨거든요.”“네?”시연은 순간 멈칫했다가, 이내 미소를 지었다.“유건 씨가 온다고요?”말하면서 그녀는 자연스럽게 자리에 앉았다.목소리는 부드럽고 가벼웠다.“그럼 좀 기다려야겠네요.”20분 뒤, 유건이 도착했다.“형님.”유건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바로 시연에게 다가왔다.시연은 책을 내려놓으며 환하게 웃었다.“왔어요?”“어디 다쳤어?”유건은 시연 앞에 반쯤 무릎을 꿇으며 다급하게 물었다.그리고 손을 뻗어 여자의 다리를 살피며 다시 한번 물었다.“어느 쪽이지?”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치맛자락을 걷어 올리려 했다.시연은 깜짝 놀라 유건의 손을 막았다.“유건 씨!”“응?”유건은 태연하게 눈썹을 올렸다.“걱정하지 마, 우리밖에 없어.”이미 기환과 다른 직원들은 조용히 밖으로 나가 문을 닫았다.“오른쪽 다리예요.”시연은 조용히 입술을 깨물며 손을 풀었다.“별거 아니에요. 살짝 긁힌 정도예요. 내가 부주의해서 그런 거고요.”유건은 꼼꼼하게 살펴본 후, 더 심각한 문제가 없다는 걸 확인하고 나서야 안심했다.“이제 곧 엄마가 될 사람이니까, 더 조심해야 해.”“그래요...”시연은 머리카락을 귀 뒤로 넘겼다.‘유건 씨가 또 아이에 대한 이야기했어.’ ‘그렇다면... 이 기회에 다음 출산 검사 일정에 대해 말해도 될까?’시연이 고민하는 사이, 유건이 그녀를 번쩍 들어 올렸다.“오늘은 특별히 집 말고 밖에서 먹자.”시연은 유건의 행동에 놀라면서도 웃었다.“좋아요. 당신이 결정해요.”차를 몰아 향한 곳은 ‘영복루’였다.시연의 취향을 고려한 유건은 꼼꼼하게 메뉴를 주문했다.“음식

  • 사랑의 덫에 빠진 운명   제382화

    순간, 유건은 기쁨과 놀라움에 휩싸였다.심지어 무의식적으로 되물었다.“진짜?”시연은 오히려 긴장이 풀린 듯 부드럽게 미소 지었다.“진짜예요. 뭐 하러 거짓말하겠어요? 당신은 내 남편이잖아요. 내가 당신을 좋아하는 게 잘못된 일이에요? 아니면, 하면 안 되는 일이에요?”맞는 말이었지만, 유건은 여전히 현실감이 들지 않았다.잠시 생각한 후, 그는 조용히 물었다.“그럼... 노은범보다도?”유건은 기억하고 있었다. 얼마 전, 술에 취했던 밤. 시연이 자신을 데리러 왔을 때 했던 말을.그녀는 노은범을 사랑했던 것처럼 다른 사람을 사랑할 수 없을 거라고 했다. ‘지금도 같은 생각인 걸까?’시연은 대답하지 못했다.사실, 유건과 은범을 같은 기준으로 비교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그녀가 입을 열기도 전에, 노크 소리가 들렸다.“고 대표님, 사모님. 음식을 준비해도 될까요?”그 순간, 시연은 눈에 띄게 안도하며 답했다.“네, 들어오세요. 배가 고프네요.”“네, 사모님.”직원이 음식을 들고 들어오자, 유건은 살짝 눈썹을 올렸다. 그는 시연이 일부러 화제를 피하는 게 뻔히 보였지만, 굳이 들추진 않았다.‘노은범은 과거일 뿐이니, 시간이 지나면 더 깊이 묻혀 사라질 거야.’...두 사람은 저녁을 먹고 집으로 돌아왔다.자기 전, 시연은 유건의 품속에서 나지막이 물었다.“혹시... 내일 바빠요?”“응?”유건은 생각하다가 답했다.“그렇게 바쁘진 않을 거야.”그는 결혼 준비로 한동안 정신이 없었으니, 최근 일부러 여유를 두고 있었다.그리고 결혼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매일 늦게 들어오는 것도 좋지 않았다.시연은 기분이 좋아졌다.“그럼 내일 날 데리러 올 수 있어요?”그녀는 퇴근 후 산부인과 검진을 예약해 두었다. 만약 유건이 데리러 온다면, 자연스럽게 검진을 함께할 수 있을 터였다.“좋지.”유건은 별다른 고민 없이 수락했다.“내가 데리러 갈게.”시연의 눈빛이 반짝였다.여자의 사소한 기쁨이 유건에게도 전해진 것 같아서

  • 사랑의 덫에 빠진 운명   제383화

    [소미야, 이건 양호천 감독님이 직접 부탁하신 거야. 넌 아직도 감독님의 영화에 출연하고 있잖아. 앞으로도 신경 써야 한다고!]조애린은 소미를 신경 쓰지 않았다. 어차피 유건도 다 듣고 있을 테니, 차라리 확실하게 말하는 게 나았다.[고 대표님, 처음에 소미를 양호천 감독님의 작품에 넣어주신 것도 대표님이셨잖아요. 이 바닥이 원래 그렇게 돌아가는 거, 잘 아시죠? 언제나 강자에게 붙고, 약자를 밀려나는 곳이라는 걸요...][지금 대표님이 결혼한 이후로 소미가 기댈 곳이 없어졌다는 소문이 돌고 있어요. 오늘 양호천 감독님의 영화가 개봉하는 자리에, 감독님이 대표님을 초대한 것도 그걸 확인하려는 의도인 거라고요. 만약 대표님이 안 오시면...]조애린의 목소리에 다급함이 섞였다.[그럼 소미의 입장이 난처해지는 거예요.][그만해!]소미가 조애린의 핸드폰을 빼앗으려 했다.하지만 조애린은 개의치 않았다.[고 대표님, 소미는 더 이상 대표님께 폐를 끼치고 싶지 않아 해요. 그런데... 대표님은요? 이 정도 배려도 못 해주시는 건가요?]말이 끝나기 무섭게 전화가 끊겼다.아마도, 소미가 전화를 끊어버린 모양이었다....유건은 핸드폰을 내려놓고, 깊은 생각에 잠겼다.한참을 고민한 후, 다시 핸드폰을 들고 시연에게 전화를 걸었다.원래 그는 병원에 있는 시연을 데리러 가기로 했지만, 이제는 약속을 어길 수밖에 없었다.[여보세요.]시연이 전화를 받았다.[벌써 도착한 거예요? 생각보다 빠르네요.]유건은 입술을 살짝 깨물었다. 조금 미안한 기분이 들었다.“여보, 갑자기 일이 생겼어. 오늘은 당신을 데리러 갈 수 없을 것 같아.”잠시 정적이 흘렀다.시연의 목소리가 처음보다 조금 가라앉았다.[아, 그래요? 그럼 어쩔 수 없죠. 일도 중요하니까... 난 퇴근하면 혼자 갈게요.]기환이 함께 있으니, 유건이 크게 걱정할 건 없었다.“최대한 일찍 돌아갈게.”그는 영화 시사회에 잠깐 얼굴만 비추면 충분할 거라고 생각했다. [네, 그럼 끊을게요.]전화

  • 사랑의 덫에 빠진 운명   제384화

    때가 되면 상황을 보고 결정할 일이었다. 어쩌면 더 이상 수액을 맞을 필요가 없을지도 몰랐다.“그래.”오선화는 다소 누그러진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부부끼리 상의한 거네? 좋아, 일단 세 번 처방할 테니까 맞아 보고 결정하자.”“감사합니다.”오선화는 처방전을 적으면서도 잔소리를 놓치지 않았다.“다음번엔 꼭 고 대표님이랑 같이 와. 아기가 배 속에 있다고 해서 아무것도 모를 거라 생각하면 안 돼. 부모가 다정해야 건강하게 자란다니까.”“네, 교수님 말씀대로 할게요.”시연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그리고 오늘 밤, 유건에게 이 이야기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다음번에는 분명 함께 올 수 있을 것이다.출산 검진이 끝난 후, 시간이 꽤 남아 있었다.“진아야, 우리 밖에서 저녁 먹자. 오늘따라 훠궈가 당기네.”“좋지!”진아는 흔쾌히 동의했다.“먹고 나서 영화 한 편도 보고 갈까?”“완전 찬성!”두 사람은 곧장 시내로 향했다.훠궈집에 자리를 잡고 앉자, 진아가 두리번거렸다.시연이 웃으며 물었다.“뭐 찾아?”“네 보디가드.”진아가 투덜거렸다.“어? 아까까지 따라왔잖아. 어디 갔어? 설마 가버린 거야?”“아니.”시연은 미소 지으며 설명했다.“기환 씨는 원래 이런 거 전문이야. 평소엔 안 보이지만 필요하면 바로 나타나지. 신경 쓰지 마. 우린 그냥 맛있게 먹자.”“오... 완전 프로네. 신기하다.”두 사람은 웃고 떠들며 식사했고, 시연은 영화 티켓을 예매했다. “무슨 영화야?”“양호천 감독님의 신작. 오늘 개봉했어.”양호천은 업계에서 실력파 감독으로 유명했다. 그의 작품이라면 기본적으로 믿고 볼 수 있었다.“기대되는데?”영화관은 같은 건물 13층에 있었다. 식사를 마친 두 사람은 손을 꼭 잡고 극장으로 올라갔다.하지만 진아와 시연이 도착하자마자 예상치 못한 광경이 펼쳐졌다.“뭐야? 사람 엄청 많네.”진아는 주변을 둘러보다가 지나가는 관객에게 물었다.“저기요, 오늘 무슨 날이에요?”“몰랐어요? 오늘이

  • 사랑의 덫에 빠진 운명   제385화

    “어? 고유건이잖아.”진아가 중얼거렸다.“이 영화, 네 남편이 투자한 거야? 그래서 오늘 산부인과도 못 온 거야?”“아마... 그렇겠지?”시연은 모호하게 답했다. 사실, 유건의 사업에 대해 그녀는 아는 것이 거의 없었다.그가 오늘 ‘일이 생겼다'고 한 것도, 이 영화 투자 때문이었을 가능성이 컸다.하지만 잠시 후, 예상치 못한 현실이 시연의 뺨을 세게 후려쳤다.유건의 바로 뒤를 따르는 사람은 바로 장소미였다.진아는 본능적으로 시연을 쳐다보았다.“장소미? 이 영화에 출연했어?”“나도 몰랐어.”시연의 입가에 만연했던 미소가 굳어졌다. 그녀는 그냥 아무 생각 없이 예매한 영화였기에, 출연진을 확인해 보지도 않았다. 그럼 유건이 오늘 이곳에 온 진짜 이유는?“잠깐, 검색해 볼게.”진아는 재빨리 핸드폰을 꺼내 검색했다.[화도...]주연 배우 명단에는 장소미의 이름이 없었다.다만, 특이하게도 ‘특별 출연’이라는 항목이 있었다.“특별 출연?”진아가 눈썹을 찌푸리며 중얼거렸다.“이 영화 촬영한 지 꽤 됐는데, 언제 들어갔대? 이런 특별 출연은 그냥 ‘백' 아니야?”시연은 담담하게 말했다.“그렇게 말할 수는 없지. 인맥을 이용하는 게 죄는 아니잖아.”무대 위, 소미는 유건과 나란히 서 있었다.두 사람은 무언가 대화를 나누고 있었고, 유건은 살짝 몸을 숙이며 신사적으로 행동하고 있었다.그러다가, 유건이 미소를 지었다.소미는 손으로 입을 가리며 더 크게 웃었다.그 모습을 본 진아는 속이 뒤집힐 지경이었다.“이게 뭐야, 진짜!”시연은 살짝 입꼬리를 올리며 그녀를 바라봤다.“이 영화, 계속 볼 거야?”진아는 대답을 기다리지도 않고, 시연의 가방을 들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야, 나도 같이 가!”“죄송해요, 지나갈게요.”상영관 안에는 사람들이 많아 빠져나가기 쉽지 않았다.마침, 무대 위에서 시선을 돌린 유건이 그 모습을 포착했다.관중 속에서도 단번에 시연을 찾아냈다.남자의 표정이 순간 굳어졌다.‘시연이가 여기 있었다

  • 사랑의 덫에 빠진 운명   제386화

    “유건 씨.” 몇 마디 나누지도 않았는데, 소미가 뒤쫓아 와 유건의 곁에 나란히 섰다. 언뜻 보기엔 오히려 둘이 더 잘 어울리는 한 쌍 같았다. “지 선생님.” 소미는 뛰어왔는지 숨이 약간 가빴고, 미안하다는 듯 어색하게 웃었다. “영화 보러 오셨어요? 진작 알았으면 제가 미리 표라도 챙겨둘 걸 그랬네요...” 하지만 소미가 말을 다 끝내기도 전에, 시연은 마치 그녀가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진아에게 시선을 돌렸다. “진아야, 가자.” “어, 응...” 완전히 무시당한 소미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고, 민망하게 웃으며 유건을 바라봤다. “유건 씨, 지 선생님 기분이 안 좋아 보이네요. 제가 무슨 말실수라도 했나요?” “아니.” 유건은 미간을 좁히며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동시에 손을 뻗어 시연의 손목을 잡았다. 시연은 곁눈질하며 단호하게 말했다. “놔요.” 하지만 유건은 당연히 놓을 생각이 없었다. 깊은 주름이 잡힌 미간,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나도 끝났어. 같이 가자.” “그래요?” 시연은 비웃듯 고개를 살짝 저었다. 그 시선엔 묘한 의미가 담겨 있었다. “누가 저렇게 애타게 보고 있는데요? 나 때문에 오늘 밤 계획을 망칠 필요 없어요. 난 이만 가볼 테니까, 두 사람은 하던 거나 계속해요.”그 말속엔 분명한 비꼼과 조롱이 섞여 있었다. “여보...” “지 선생님.” 소미는 못마땅한 듯 미간을 찌푸리며 고개를 저었다. “굳이 그렇게 말할 필요 있어요? 제가 지 선생님한테 미운털 박힌 거 알아요. 하지만 유건 씨는 지 선생님 남편이에요. 최소한의 예의는 지켜야 하는 거 아닌가요?” “소미 씨.” 유건이 소미를 말리려 했다. “그만해.” “아니, 말하게 둬요.” 시연은 잔잔한 미소를 지었다. “나도 더 듣고 싶으니까요.” “흥...” 소미는 코웃음을 쳤다. “오늘은 제가 출연한 영화의 시사회가 있는 날이에요. 유건 씨는 저를 응원해 주러 온 거고요.

  • 사랑의 덫에 빠진 운명   제387화

    시연의 목소리는 한층 더 차가워졌다. “아니, ‘만약’이 아니에요. 지금 여기서 분명하게 말할게요. 난 사과하지 않을 거예요, 절대!!” 시연은 유건의 손을 뿌리치고 돌아섰다. “진아야, 가자.” “그래!” 그 순간, 유건은 얼어붙었다. “유건 씨, 이게 다... 미안해요. 저 때문이에요...” “소미 씨 잘못 아니야.” 유건은 미간을 찌푸리며 고개를 저었다. “시연이가 소미 씨한테 너무 심한 말을 했어. 내가 대신 사과할게. 오늘 밤엔 정말 미안했어. 난 먼저 가볼게.” “유건 씨!” 남자를 더 이상 붙잡을 수도 없어서 소미는 그저 유건이 멀어지는 뒷모습을 바라볼 뿐이었다. 그녀는 쓸쓸한 듯한 표정이었지만, 그 속엔 어쩔 수 없는 미묘한 감정이 스쳤다. ‘둘이, 싸웠네.’ ...주차장에서 유건은 시연을 따라잡고 그녀의 손목을 붙잡았다. “기환아, 진아 씨를 데려다줘.” “네, 형님.” 시연은 순식간에 다른 차에 태워졌다. 그리고 남자의 기분이 좋지 않다는 게 느껴졌다. ‘이제 본격적으로 화를 내려고 하는 건가?’ ‘...’“오늘 일은 내 잘못이야.” 뜻밖에도, 유건이 먼저 사과했다. “당신이 알면 기분 나빠할 거 같아서 숨겼어. 그런데도 결국 들켜버렸네.” 시연은 창밖을 바라보며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여보.” 유건은 여자의 어깨를 잡고 돌려세웠다. “숨긴 건 내 잘못이야. 하지만 당신은 오해하고 있어. 장소미한테 그런 말을 할 필요는 없었다고. 오늘 밤, 나랑 그 사람은 단둘이 있는 시간조차 없었어.” 그는 계속 설명하려고 했지만, 시연은 쉽게 넘어가지 않았다. “유건 씨, 내가 장소미한테 한 말, 당신한테도 그대로 돌려줄게요.” “친구라는 명목으로 미련을 남길 행동은 하지 마요.” 이 날카로운 일침 때문에 유건의 표정이 굳어졌다. “너무 심하게 말하는 거 아니야?” 그는 불쾌한 기색을 감추지 않았다. “나랑 장소미가 한때 결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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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랑의 덫에 빠진 운명   제564화

    [너희 집안 때문에... 고 대표가 시연이더러 문란하다고 했어. 그래서, 시연이를 버린 거라고!]은범은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 심장이 쿵 하고 내려앉았고, 숨이 턱 막혔다. ‘내가... 내가 시연이를 이렇게 만든 거야?’ ‘시연이가 이렇게까지 무너졌는데... 정작, 난... 그 이유도 모른 채...’ 모든 진실을 알게 된 이상, 은범은 더 이상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고유건한테 가야 해. 오해든, 분노든, 뭐든 다 풀어야 해.’‘내가... 시연이 대신 말해야 해.’ 그날 밤, 은범은 제대로 잠도 이루지 못했다. 그리고 다음 날, 새벽부터 GP그룹 앞으로 향했다. 해가 채 뜨기도 전이었다. ‘여기서 마주친다면... 기회가 될 수도 있을 거야.’ 하지만 시간이 흘러도 유건은 나타나지 않았다. ‘설마... 어젯밤부터 회사에 있었던 건가?’ 시계는 어느덧 오전 10시를 가리켰고, 불안해진 은범은 1층 로비로 들어가, 안내 데스크에 조심스레 물었다. 직원은 은범이 또 계약 관련 건으로 온 줄 알고,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고 대표님, 오늘 출근 안 하셨어요.” “안 나오셨다고요?” 은범은 눈썹을 찌푸렸다. “그럼 어디 계신지는...” “죄송합니다.” 직원은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그건 저희가 알려드릴 수가 없어요.” 은범은 더 묻지 않았고, 그저 조용히 고개를 숙인 채 건물을 나섰다. 그리고 밖으로 나서자마자, 바로 백일재에게 전화를 걸었다. 몇 군데 수소문한 끝에, 마침내 정보를 얻었다. [고 대표? 지금 태평컨트리클럽에 갔대.]“알겠어. 고마워.” 전화를 끊자마자, 은범은 곧장 차를 몰아 태평만으로 향했다. 그곳은 회원제로 운영되는 고급 골프장. 다행히 은범도 회원권이 있어, 어렵지 않게 입장할 수 있었다. 프런트에 물으니, 유건은 성하그룹 대표와 라운딩 중이라고 했다. ‘협상 중이겠지... 괜히 방해하면 안 돼.’ 그래서 은범은 탈의실 근처에서 조용히

  • 사랑의 덫에 빠진 운명   제563화

    진료 시간엔 병실 출입이 어려워서 은범은 외과 병동 건물 아래를 한참 서성이다가, 응급실과 외래 쪽으로 발길을 옮겼다. ‘그래... 오늘 시연이가 외래 근무일 수도 있잖아.’ 먼저 응급실을 찾았지만, 그곳엔 시연이 없었다. 이후 외래로 가보니 운이 좋았다. 시연은 정말로 외래에 있었다. 간호사가 환자를 부르고, 문이 열릴 때마다 시연은 환자와 마주 앉아 진지하게 상태를 묻거나, 진찰대 앞에 서서 환자를 진료하고 있었다.진지하게 집중한 듯한 그녀의 표정은 아주 안정되어 있었다. ‘별일 없나 보네. 고유건이 아무리 화가 났다지만, 그 분노는 나한테만 쏟은 건가...?’‘시연이는 건드리지 않은 건가? 그렇다면...’‘그래도 고유건, 최소한의 선은 지키는 사람이구나.’ 은범은 그냥 돌아설 수도, 직접 물을 수도 없었다. 예전에 시연과 했던 약속이 떠올랐기 때문. ‘되도록 얼굴 보지 말자’는 그 약속을 말이다. 그래서 은범은 조용히 외래 복도 한쪽에 앉아, 시연을 지켜보기만 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어느덧 점심 무렵.오전 진료가 끝난 시연은 옷을 갈아입고 가방을 메더니 병원 건물을 나섰다. 은범은 조용히 그녀를 따라갔다. ‘근데... 이상하네. 고유건이 붙여놓은 경호원은 어디 갔지?’ ‘내가 못 본 건가? 아니면... 오늘은 따로 없었던 건가?’ 그보다 더 이상한 건 따로 있었다. 병원 문을 나와 좌측으로 꺾으면, 길은 세 방향으로 갈라진다. 하지만 시연이 선택한 길은... 진아 집이나 고씨 가문 본가로 이어지는 길이 아니었다. ‘이 방향은 뭐지?’ 미간을 찌푸린 은범은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만삭에 가까운 몸으로, 시연은 허리를 짚으며 천천히 걸었다. 한 걸음, 한 걸음. 힘들어 보였지만, 묵묵히 나아가는 모습이었다. 그녀가 향한 곳은 시장이었다. ‘시장?’ 마트보다 조금은 번잡하지만, 이곳의 채소와 고기들은 더 신선하고, 가격도 저렴했다. 오늘따라 유난히 닭이 당긴

  • 사랑의 덫에 빠진 운명   제562화

    은범은 늘 그렇게 생각해 왔다. 만약 시연 때문이라면, 유건은 애초에 HUA테크와 손을 잡지 않았을 거라고.하지만, 일재가 단호하게 말했다. [아닐 수도 있지! 잘 생각해 봐. 우리랑 제일 먼저 계약 끊은 사람, 고 대표잖아. 그리고 그럴 능력 있는 사람도, 고유건밖에 없어.] 은범은 말없이 입을 다물었다. ‘틀린 말은 아니야... 그렇게 따지면, 일재 말도 꽤 설득력이 있지.’ “그래도 난, 고 대표가 그런 사람이라고는 생각 안 해.” ‘그 사람, 그 정도로 감정에 휘둘릴 인간은 아닌데...’ 쿵!갑자기 등 뒤에서 무언가 쾅 하고 떨어지는 소리가 났다. 은범이 본능적으로 고개를 돌렸다. 부엌 쪽에서 강수희가 당황한 얼굴로 반찬통 하나를 떨어뜨린 상태였다. 다행히 뚜껑이 단단히 닫혀 있어 내용물이 쏟아지진 않았다. 그런데도, 은범은 뭔가 이상한 걸 느꼈다. ‘어머니... 왜 저렇게 당황한 눈빛이지?’ “일단 끊을게.” 전화를 서둘러 끊고, 은범은 부엌으로 걸음을 옮겼다. 강수희 옆에 앉아 반찬통을 주워 정리했다. 아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는데, 강수희가 먼저 입을 열었다. “은범아, 너 방금... 전화할 때 고 대표 얘기했지?” “네.” 은범은 눈썹을 살짝 찌푸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모른 척할 필요는 없었다. 오히려, 떠보려면 지금이 기회였으니 말이다. “요즘 고 대표랑 우리 회사 계약도 끊겼고, 그 이후로 프로젝트가 두 개나 물 건너갔어요. 일재가 묻더라고요, 혹시 제가 고 대표한테 밉보인 건 아니냐고요.” “아...!” 말이 끝나기도 전에, 강수희가 눈을 질끈 감으며 가슴을 움켜쥐었다. 그 반응을 본 순간, 은범의 가슴은 묘하게 쿵 내려앉았다. ‘뭔가 있다. 어머니... 뭔가 아는 거야.’ “어머니.” 은범은 저도 모르게 목소리를 낮췄다. “혹시, 저한테 뭐 숨기고 있는 거 있어요?” “엄마... 엄마는...” 강수희의 얼굴이 순식간에 창백해졌다. 입술

  • 사랑의 덫에 빠진 운명   제561화

    시연은 조용히 손바닥을 꼭 쥐었다. 서늘한 기운이 뼛속까지 스며들었다. ‘고유건이 한 말, 틀린 건 아니야. 착한 사람이든 나쁜 사람이든... 결국 사람 생명은 다 똑같잖아...’ ‘하지만 사람 생명을 구하는 일과 아버지를 용서하는 건, 전혀 다른 문제야... 구해야 할까?’ ... 한편, 은범이 유건을 만나지 못한 채, HUA테크와 GP그룹의 협업은 이달 말로 종료될 예정이었다. 요 며칠 은범은 정신없이 바빴지만, 골치 아픈 건 이 일 하나만이 아니었다. 어제는 성하그룹 쪽에서 연락이 왔다. 이번 분기 협업을 끝으로, HUA테크와의 재계약은 없을 거라는 소식이었다. 은범은 친구이자 HUA테크 상무인 백일재와 함께 성하그룹 대표를 찾아갔지만,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다.종일 밖에서 뛰어다니던 은범이 집으로 돌아온 건 새벽이 가까운 시간이었다. 그는 샤워하고 약 먹고 겨우 몸을 뉘었는데, 눈을 감은지 얼마 되지 않아 초인종이 울렸다. 문을 열자, 강수희가 서 있었다. 두 손엔 큼직한 장바구니와 비닐백. “은범아, 엄마가 국 좀 끓였어. 반찬도 몇 가지 가져왔고.” 은범은 말없이 돌아섰고, 강수희는 그 뒤를 따라 부엌으로 향했다. “어머니.” 은범이 입을 열었다. “이런 거 인제 그만 좀 가져와요. 저, 이 정도 나이면 밥은 알아서 챙겨 먹어요.” 아들의 무뚝뚝한 반응에 강수희는 익숙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알지, 그렇지만 밖에서 먹는 건 질릴 때도 있잖아.” 강수희는 가져온 반찬들을 하나씩 꺼내 정리했고, 냉장고에 넣기 전엔 스티커를 붙였다. “위에 라벨도 붙였으니까 먹을 때 볼 수 있을 거야. 넌 데우기만 하면 돼.” 더는 설득이 안 통할 것 같아서, 은범은 그냥 입을 닫았다. 그때 전화가 울렸는데, 박일재에서 온 전화였다. 은범은 서둘러 전화를 받았다. ‘설마 또 무슨 일이 생긴 건가?’ 순간, 마음이 불안하게 뛰기 시작했다. 전화가 연결되자, 불길한 예감은 적중했다.

  • 사랑의 덫에 빠진 운명   제560화

    “그럼 다행이네요.”시연은 가볍게 숨을 내쉬었다. 며칠 동안 조마조마했던 마음이, 그제야 조금 가라앉았다.‘다행이야... 아무 일도 아니어서.’“그나저나...”오선화는 진료차트를 정리하며, 마치 일상 대화하듯 조용히 말을 꺼냈다.“이제 6개월 차에 들어섰어. 곧 임신 후반기인데, 슬슬 휴식은 생각 안 해?”“휴식이요?”시연은 잠깐 멍해졌다. 그 생각은 진심으로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었다.오선화는 웃으며 말을 이었다.“이제부터는 배도 더 많이 나올 거고, 몸도 훨씬 무거워질 거야. 부기도 생기고, 움직이기도 불편해지고. 집에서 편하게 쉬는 것도 괜찮지 않나?”시연은 고개를 저었다.“괜찮아요. 아직 일할 수 있어요.”오선화는 살짝 고개를 기울였다.“뭔가 걸리는 게 있어? 고 대표님이 계시니까, 병원에서도 대놓고 뭐라고 하진 않잖아.”“네... 알고 있어요.”시연은 순간 망설였지만, 이내 담담하게 말했다.‘나는 그렇게 얼굴이 두꺼운 사람이 아니야.’ “저보다 선배인 선생님들도 다들 만삭까지 일하세요. 7개월까지 야간 당직도 서시고요. 저야 그에 비하면 충분히 배려받고 있는 거죠.”‘그 배려가... 전부 고유건 덕분이라는 것도 아주 잘 알고 있어.’“게다가 가만히 있는 것보다 이렇게 일하는 게 마음도 편하고, 출산도 더 수월하다고 하잖아요?”“그건 맞아.” 오선화는 고개를 끄덕였고, 더 말릴 생각은 없어 보였다.“나는 그냥 권유만 한 거야. 그래도 너무 무리하진 말고, 컨디션 안 좋을 땐 꼭 쉬어야 해, 알지?”“네. 그럴게요.”시연은 산모 수첩을 가방에 넣고 자리에서 일어났다.“그럼 전 이만 가볼게요. 교수님, 수고하세요.”“그래, 잘 가.”시연이 문을 나서자 방 안의 공기가 살짝 무거워졌다.오선화는 웃음을 거두고 곧바로 표정을 바꿨다. 그러고는 이내 핸드폰을 집어 들었다.통화 목록을 스르륵 넘긴 오 교수의 손이, 한 이름에서 멈췄다.바로 ‘고유건’이었다. 오선화는 깊게 한숨을 쉬고, 전화를 걸 준비했다.

  • 사랑의 덫에 빠진 운명   제559화

    그날 오후, 은범은 곧장 회사로 향했다. 회의실에 들어서자, 부사장 이지혁과 비서가 며칠 사이 벌어진 상황을 보고했다.“GP그룹이 우리와의 협약을 전면 종료했어요.”“GP그룹?”은범의 표정이 굳어졌다. ‘GP그룹... 고유건... 왜 갑자기...?’이번 협약은 처음부터 은범이 직접 유건과 만나 성사한 것이었다. 물론, 사적인 일로 둘 사이에 약간의 감정이 있는 것도 사실이었다. 시연을 둘러싼 복잡한 사정.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사적인 감정일 뿐.‘우린 둘 다 공사 구분은 확실한 사람들이었잖아...’은범은 이해할 수 없었다.“협약은 계속 수익이 나고 있었잖아요. GP 측에서 계약 종료 사유에 대해 뭐라고 하던가요?”“정확히 말하지 않았어요.”이지혁은 고개를 저었다.“자세한 설명은 없었지만, 입장은 아주 확고했어요. 위약금은 예정대로 지급하겠다고 했고요. 환불 어음은 이미 발송했다고 합니다.”‘그렇게 빨리?’은범은 충격에 말을 잇지 못했다. 그 어떤 설득의 기회도 주지 않은 채, 모든 절차가 ‘깔끔하게’ 진행되고 있다는 점이 더 불안했다.“그래서 일단 수령하진 않았습니다. 돌아오시면 같이 상의하려고 했거든요.” “잘하셨어요.”‘보상보다 중요한 건, 이 협력이 가진 미래 가능성이었는데...’은범은 눈썹을 찌푸리며 중얼거렸다.“내가 고 대표님한테 직접 연락해 볼게요. 무슨 이유인지 물어봐야 하니까요.”“네, 애초에 사장님께서 직접 성사한 건이니까... 사장님께서 움직이는 게 맞죠.”은범은 회의가 끝나자마자 GP그룹으로 향했다. 시간을 끌 여유가 없었다.GP그룹 본사 건물에 도착한 은범은 곧장 로비 데스크로 다가갔다.“안녕하세요, 고 대표님 뵈러 왔습니다. 전해만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로비 데스크 직원은 정중하게 미소 지었다.“안녕하세요, 혹시 예약은 하셨을까요?”“아니요.”“죄송하지만, 고 대표님과의 면담은 반드시 사전 예약이 필요합니다. 양해 부탁드립니다.”‘그건 알지...’은범은 고개를

  • 사랑의 덫에 빠진 운명   제558화

    “고 대표님!”하은이 성큼성큼 걸어 나와 유건 앞을 가로막았다. 눈빛엔 분노가 가득했다.“이렇게 그냥 가시면 안 되죠!”“뭐라고?”유건은 한쪽 눈썹을 살짝 올리며, 코웃음을 쳤다. 이어서 시선엔 의아함과 경멸이 동시에 섞여 있었다.“시연이 말이에요.” 하은은 안쪽을 가리켰다.“시연이는 고 대표님의 아내잖아요. 근데, 아내 앞에서 애인이랑 나가는 게... 정말 말이 된다고 생각해요?”‘애인’이라는 단어가 뱉어지는 순간, 유건의 표정이 차갑게 굳어졌다. 그리고 눈가의 웃음기마저 순식간에 사라졌다.“지금... 누가 감히 소미 씨한테 그런 말을 해?”그 말에 하은은 본능적으로 움찔했지만, 곧 더 큰 화가 치밀었다.“제가 틀린 말이라도 했나요? 그리고, 장소미 씨는 또 뭐예요? 고 대표님한테 아내가 있는 걸 뻔히 알면서도 이렇게 행동하는 거, 무슨 의미인데요? 그리고 고 대표님이 장소미 씨를 감싸면, 시연이는 뭐가 되는 건데요?!” ‘시연이를 뭐로 보는 건지, 내가 대신 물어야겠어!’하지만 유건은 피식 웃었다. 차가운 비웃음이었다.‘그럼 지시연은 나를 뭐로 봤을까?’그러나 이런 생각을 굳이 말로 할 필요는 없었다. 그는 단호하게 말했다.“비켜.”“싫어요!”그 말에 유건의 인내심이 바닥을 드러냈다. 목소리엔 더 이상 감정이 없었다.“솔직히, 너한텐 손쓸 가치도 못 느끼겠지만... 이쯤 되면 진짜 귀찮네.”“뭐라고요?”하은은 눈을 동그랗게 뜨며 멍해졌다. ‘지금... 나한테 이런 말을...?’“비킬 거야, 안 비킬 거야?”“하은아!”그때, 시연이 급히 달려왔고, 하은의 팔을 잡아끌며 중간에 섰다.“이런 사람들이랑 뭐 하러 싸워? 가고 싶다잖아. 그냥 보내줘. 누가 어딜 가든, 그건 자유잖아.”그러면서 하은을 감싸 안으며 말했다.“가서 라면이나 먹자. 아까 건 너무 불었으니까, 새로 하나 뜯어야겠어.”시연의 말투는 덤덤했고, 시선은 여전히 유건을 보지 않았다.그 모습을 본 유건은 미세하게 인상을 찌푸렸다.

  • 사랑의 덫에 빠진 운명   제557화

    유건은 미간을 살짝 좁히며, 깊고 어두운 눈빛으로 시연을 바라봤다. 그러고는 전혀 예상치 못한 말을 던졌다.“간 이식 얘기, 우주한테 물어본 적 있어?”“뭐라고요?”시연은 순간 멍해졌다. ‘그걸... 저 사람이... 지금 왜 묻지?’찰나의 정적. 그리고 곧, 시연은 피식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나는 우주의 보호자예요. 우주에 대한 결정은, 내가 해요.”하지만 유건은 조금도 굽히지 않았다.“내가 알기론, 우주는 올해로 만 14세야. 이미 법적으로 자기 결정권이 생긴 셈이지.”남자의 목소리는 조용했지만, 그만큼 분명했다.“게다가 우주는 신체 조건도 아주 좋잖아. 심리적으로도, 신체적으로도 기증 가능 기준에 부합해.”유건의 말은 아주 논리적이었다. 그리고 그 모든 논리는, 결국 ‘장소미’를 위한 것이었다.‘하... 정말 대단하다, 고유건.’시연은 속으로 차가운 웃음을 흘렸다. 그리고 무심한 듯 시선을 옆으로 돌려 장소미를 스치듯 바라봤다.‘사랑하는 사람을 위해서라면, 뭐든 말이 되는구나.’“우주의 열네 살이, 일반 아이들의 열네 살과 같다고 생각해요?”시연은 미세한 미소를 짓는 듯 마는 듯하며 의미심장하게 말했다.“우주는 아무것도 몰라요. 그래서 내가 결정하는 거라고요.”그 말에 유건의 눈빛이 살짝 날카로워졌다. 그는 톤을 낮추면서도 힘을 실어 말했다.“지나치게 독단적이네.”“우주는 똑똑한 아이야. 심리적으로 결핍이 있는 거지, 지능이 낮은 건 아니잖아. 만약 언젠가 지 사장이 세상을 떠나고, 우주가 그 사실을 알게 되면... 자책하지 않을 거라고 확신해?”그 말에 시연은 순간 얼어붙었다. 입꼬리에 걸려 있던 억지 미소조차 사라졌다.“자책이요...?”시연은 낮게 웃었다. 그리고 냉소가 섞인 차가운 어린 목소리로 유건을 향해 말했다.“잘 들어요. 우린 인생에서 많은 걸 후회할 수도 있고, 누군가에게 미안할 수도 있어요. 하지만 우리의 그 ‘누군가’ 안에 지동성은 절대 포함되지 않아요.”그 말에 유건의 이

  • 사랑의 덫에 빠진 운명   제556화

    하은은 눈치가 빨라서 괜히 시연에게 짐이 될까 싶어 입을 꾹 다물었다.시연은 역시 장미리를 똑바로 노려보며 말했다.“우리 엄마요? 죽은 지 십몇 년 됐는데, 오늘 좀비처럼 부활이라도 한 거예요?”하은은 그제야 시연의 의도를 정확히 이해했다. “아! 그럼 내가 지금 바로 무당 선생님한테 연락할게!”“얼른 해줘.”두 사람은 말 그대로 티키타카였다. 장미리의 얼굴은 금세 시뻘겋게 달아올랐다.“지시연! 넌 진짜 싹수가 없어!”“맞아요.”시연은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엄마는 일찍 돌아가셨고, 아빠라는 사람도 죽은 거나 다름없죠. 가르쳐줄 사람도 없었으니, 예의 따윈 배운 적 없어요.”그녀는 팔을 쭉 뻗어 문을 가리켰다.“무슨 용건인지는 상관없고, 지금 당장 나가세요. 그리고 다시는 나한테 ‘엄마’라는 말 좀 들먹이지 마세요. 혹시라도 다음에 또 그런 말을 뱉는다면... 당신 입, 내가 부숴놓을 수도 있어요.”시연의 눈빛이 단단하게 가라앉았다. 말 한마디, 한 마디가 서릿발 같았다.“진심이에요. 장난 아니니까, 절대 시도하지 마세요.”“너... 너 진짜...!”장미리는 화가 머리끝까지 났지만, 시연을 이기기엔 역부족이었다. 말솜씨에서도, 기세에서도 밀렸으니 말이다.하지만 오늘은 물러설 수 없었다.“네 아빠... 쓰러졌어. 지금 혼수상태야.”그 말에 시연의 표정이 잠시 흔들렸다. ‘그 정도라고...?’눈빛 속에 망설임이 스치듯 지나갔다. 그러나 곧 다시 차분한 얼굴로 돌아왔고, 오히려 미소를 지었다.“그래요? 그럼 그분 옆에서 간병이라도 해주셔야죠. 여긴 왜 와서 소란인데요?”“너...”“지시연!”자기 엄마가 밀리는 걸 보다 못한 소미가 나섰다. 목소리는 낮았지만, 분명한 분노가 담겨 있었다.“진짜 모르는 척하는 거야? 우리가 왜 너를 찾아왔는지, 정말 몰라서 그래?”“나야 모르지.”시연은 흰 가운 주머니에 손을 넣은 채 어깨를 으쓱했다.“그럼 알려줘 봐. 여기엔 왜 온 건지.”소미는 입술을 꾹 다물었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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