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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5화

Penulis: 복덩이
“엄마, 저도 정이 삼촌이 해 주신 밥을 먹고 싶어요!”

반연주는 작은 소리로 애원했다.

“안돼!”

반진경은 삶은 야채와 냉채 한 접시를 반연주 앞에 놓았다.

반연주는 원래 그녀가 특별히 키운 채식주의 어린이였다. 딸이 날씬한 몸매를 유지하게 하려고 반연주의 식사량을 엄격히 통제하였다.

정이는 야채 볶음과 향긋한 두부조림을 한 그릇을 들고 걸어왔다.

“연주야, 이거 너에게 줄게.”

그러고 나서 정이는 반진경에게 말했다.

“이것은 채식이에요. 고기가 조금도 없어요.”

반진경은 마음이 놓이지 않자 젓가락을 들고 연화백과 두부를 헤집으며 관찰했다.

“야채는 기름에 볶아 건강하지 않아. 두부조림에 넣은 장도 너를 살찌게 할 거야!”

이 말을 들은 장기명이 한마디 했다.

“연주가 조금만 먹게 하자.”

그는 반진경이 매일 반연주에게 물에 브로콜리를 삶아주는 것을 보았는데 이제 더 보면 토할 것 같았다.

반진경은 물 한 그릇을 가지고 야채 볶음과 두부 졸임을 몇 번 씻은 후에야 반연주에게 먹였다.

몇몇 부잣집 부인들은 자기 아이가 정이와 함께 앉아 그렇게 맛있게 먹는 것을 보고 주동적으로 와서 강민아와 친해졌다.

“민아 씨, 이건 내가 최근에 연 가게 명함이에요. 정이를 데리고 자주 구경하러 와요. 공짜로 드릴게요.”

또 다른 명문가 사모님도 비집고 다가왔다.

“정이 엄마, 정이 엄마는 이제 유명 인사예요. 평소에 행사에 참석하려면 보석 장신구를 많이 사용할 건데 우리 집은 최근에 초청정 보석이 새로 도착했어요. 시간이 있으면 보러 와요. 디자인, 가공비는 모두 면제해 줄게요.”

강민아는 명함을 여러 장 받았다. 사모님들은 그러고 나서 그녀를 둘러싸고 어떻게 자기 집 아이를 정이처럼 잘 먹게 할 수 있느냐고 물었다.

민이는 정이의 친구들이 일렬로 앉아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았는데 순간 손에 들고 있던 매운 막대 과자가 맛없다고 느껴졌다.

하지만 이것은 그의 궁상맞은 큰외삼촌이 만든 음식이라는 생각에 민이는 별거 아니라고 여겼다.

그의 억지스러운 양부모는 모두 가난한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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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육성민은 강민아 외에는 누구도 가까이할 수 없는 위험한 맹수 같은 존재다.“진짜 남자 친구 맞아요? 남은 속일 수 있어도 자기 자신은 속이지 말죠?”그런 육성민에게 발끈하던 심은호가 입을 벙긋하며 반박하려 하자 강민아는 손을 뻗어 남자의 소매를 잡아당겼다.강민아의 시선을 마주한 남자의 눈에는 환한 미소가 번졌다.“민아 씨 원하는 대로 해요.”심은호의 목소리가 포근한 깃털처럼 그녀를 감쌌다.남자는 심호흡하며 강민아를 위해 마음속의 분노를 억지로 삭이고 있었다.그녀를 위해 싸우거나 빼앗을 수 있지만 마찬가지로 그녀를 위해 가만히 있는 것도 할 수 있었다.“형님은 치고받는 데 선수니까 민아 씨 잘 부탁해요. 남자 친구인 나는 형님에게 상대가 안 되네요. 그쪽은 가족이니까.”심은호가 일부러 강조하며 말끝을 길게 늘리자 육성민의 얼굴이 눈에 띄게 어두워졌다.고개를 숙이고 조심스럽게 가느다란 손목을 들어 올리는 심은호의 모습에 강민아가 나지막이 웃었다.그저 작은 멍에 불과했지만 심은호는 소중한 보물처럼 부서지기라도 할 듯 조심스럽게 그녀를 대하고 있었다.비록 아이처럼 조금만 긁혀도 울면서 남이 달래주길 기다리는 나이는 지났지만, 이렇듯 다정한 보살핌을 받을 때면 심장에 자극제를 투여한 듯 뜨거운 피가 솟구쳤다.“가서 씻고 일찍 쉬어요. 잠 못 자겠으면 형님한테 곁에 있어 달라고 하고. 물론 형님은 거실에서 자야 해요. 사실 나도 안방 앞 바닥에서 잘 수 있지만 민아 씨가 날 아낀다는 걸 아니까, 형님은 가죽도 튼튼해도 괜찮을 거예요. 형님 코 고는 소리 때문에 방해될 수도 있으니까 방 문은 꼭 닫아요.”주머니에 손을 넣고 있던 육성민은 당장이라도 실과 바늘을 가져와 심은호의 입을 꿰매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강민아는 반용화를 배웅하고 심은호와 작별 인사를 했다.육성민이 그녀를 집까지 데려다주었고, 강민아는 현관에서 신발을 갈아 신던 중 정이가 작은 화이트보드에 쓴 글을 발견했다.[내일 아침은 엄마가 끓여준 사랑의 닭죽을 먹고 싶어요!]아이는

  • 사라진 아내, 돌아온 나   제292화

    심은호의 몸에서 풍기는 향기와 맞닿은 체온에 이제껏 느껴보지 못한 평온함과 따뜻함을 느낄 수 있었다.강민아는 경직된 그의 몸이 떨리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우리 여친 무사하니까 됐어요.”온전한 모습으로 눈앞에 나타난 강민아를 보자 허공에 매달렸던 그의 심장이 드디어 제자리를 찾아갔다.심은호는 이내 팔을 풀었다. 최대한 강민아가 갑작스럽고 불편해하지 않도록 포옹한 시간과 힘을 조절했다.하지만 시선이 강민아의 얼굴에 닿자 그는 도저히 눈을 떼지 못했다.심은호가 적절한 타이밍에 몸을 떼어낸 탓에 그의 온기와 특유의 향기가 사라지자 되새기며 아쉬워하는 쪽은 강민아였다.“난 괜찮아요.”심은호가 곧장 물었다.“그 죄인은요? 경찰이 데려갔어요?”소식이 빠른 심은호가 반하준을 욕하는 말에 강민아는 코끝에서 피식 웃음이 터져 나왔다.그녀는 뒤를 돌아보며 답했다.“안에 있어요.”심은호가 의아해하며 물었다.“안에요? 경찰이 오길 기다리는 거예요?”강민아가 고개를 저었다.“제가 가둬놨어요.”심은호는 멈칫하며 눈을 동그랗게 떴다.강민아가 가느다란 검지를 입술 위에 올려놓는데 심은호의 시선은 온통 아름다운 그녀의 얼굴에 쏠렸다.“부탁할게요. 비밀 지켜줘요.”“우리가 무슨 사이인데 나보고 비밀 지켜달라는 거죠?”남자가 예쁜 눈을 가늘게 뜨며 의미심장하게 말끝을 길게 늘어뜨렸다.반용화와 육성민이 다 있는 곳에서 강민아는 두 볼이 화끈거렸다.심은호는 그녀를 정말 좋아해서 새 타이틀을 머리에 쓰고 다니며 도처에 자랑하고 싶은 정도였다.그런 심은호에게 잘해줄 수밖에 없었다.“남친님, 제발 비밀 지켜줘요.”심은호가 반용화를 돌아보았다.“지금 누구한테 부탁하고 있는 거죠? 아, 민아 씨가 나한테 부탁하는 거네요! 반 선생님, 들었어요?”만약 심은호가 공작이었다면 지금쯤 활짝 펼친 깃털 하나하나에 ‘강민아 남자 친구’라고 적은 뒤 반용화 주위를 맴돌며 자랑했을 거다.반용화가 무슨 말을 하기도 전에 심은호가 먼저 자기소개를 했다.“다시 제 소

  • 사라진 아내, 돌아온 나   제291화

    강민아는 그를 사회적으로 매장할 작정이었다.“날 풀어줘!”반하준은 소리를 지르면서도 몸은 아직 조금 전 상황을 되새기는 듯 온몸의 근육이 떨리고 있었다.“오늘 일은 서로 없던 걸로 해.”목소리가 평소와 다르다는 걸 들키기 싫어서 힘겹게 말을 뱉었지만 잠긴 목소리는 감출 수 없었다.차가운 죽도가 그의 얼굴을 때리며 여자의 맑고 차가운 목소리가 그의 머리 위에 울려 퍼졌다.“못난이 주제에 참 아름다운 환상만 가지고 있단 말이지.”강민아는 죽도를 내려놓으며 자기 손목에 멍이 든 것을 확인했다.싸늘한 눈동자엔 매정함만이 남아 있었다.“말했지, 오늘부터 여기서 밥도 못 먹고 화장실도 못 간다고. 나중에 여기 자동 호출기 설치해 줄 테니까 도저히 참을 수 없을 때 나한테 빌어.”강민아는 반하준을 철저히 감금하기 위해 생각한 끝에 경호원에게 지시했다.“전기 충격 목걸이 큰 사이즈로 가져와서 이 사람한테 채워요. 괜히 소리 지르고 난동 부리면 이웃들에게 피해를 줄 테니까. TV도 하나 가져와요. 반 대표님 혼자 계시면 적적할 테니 24시간 내내 틀어놓으세요.”잠도 못 자게 하려는 거다.그는 여기 갇혀서 움직일 수 없는데 24시간 내내 TV를 틀어놓으면 소음과 빛의 방해를 받아 편히 지낼 수 없었다.강민아는 정말 그를 죄수처럼 대하고 있었다!반하준의 목구멍에서 낮은 웃음소리가 흘러나왔다.“누구한테 배웠어? 이걸 다 누가 가르쳐줬지? 저 사람이야?”반하준은 매서운 눈빛으로 반용화를 바라보았다.그의 얼굴은 분노로 일그러지고 턱선은 강철처럼 날카롭고 단단했다.“아니면 저 자식이야?”반하준의 시선이 육성민에게 향했다.“다 당신한테 배운 거야. 아이 울음소리 때문에 깨고 가슴 통증 때문에 잠도 못 잘 때 당신은 어디 있었는데?”그는 밤새도록 집에 돌아오지 않으며 그녀 홀로 울부짖는 두 아이와 반씨 가문 사람들을 상대하게 내버려두었다.몸조리하는 동안 쌓였던 원한은 평생 마음에 새겨져 5년이 지난 지금도 그때만 생각하면 온몸이 스트레스와 공포에 휩

  • 사라진 아내, 돌아온 나   제290화

    수치스럽고 괴로워하는 그의 표정이 휴대폰 카메라에 여러 각도로 찍혔다.죽도를 휘두르자 공기 중엔 요란한 소리만이 울려 퍼졌다.사람을 때리는 것도 제법 중독성이 있었다.게다가 직접 손으로 때리는 상대가 망할 전남편이면 더더욱 그랬다.“즉석식품이나 길거리 음식을 사다 주는 것도 들킬까 봐 조심스럽게 행동했어. 당신은 날 업신여겼고 난 당신을 우습게 봤지. 결혼생활 내내 날 무시하는데 제대로 챙겨주고 싶겠어? 반하준, 결국엔 뿌린 대로 거두는 법이야. 아파?”짜악!강민아가 죽도를 휘두르며 말했다.“살갗에 난 상처는 며칠이 지나면 사라지지만 언어적 폭력으로 받은 상처는 평생 마음에 남아!”욕설과 모욕이 가장 큰 상처가 되는 만큼 반하준도 똑같이 느끼길 바랐다.반하준은 누군가 자신을 향해 대포알을 던지는 것 같았다. 갈래갈래 찢어질 듯한 고통이 그의 몸을 관통할수록 아드레날린도 최고조에 달했다.고개를 뒤로 젖히자 그의 목과 턱선이 선명하게 드러났다.문득 그날 정수산에서 레이싱했을 때의 짜릿함을 다시 한번 경험하는 것 같았다.쾌감?반하준도 혼란스러웠다.몸속에서 자신도 모르고 있던 어떤 페티쉬가 강민아의 손에서 발굴되어 드러난 것 같았다.레이싱 대회가 끝나고 꾸었던 기이하면서도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매혹적인 꿈이 반하준의 머릿속에 떠올랐다.지저분하고 더러운 자신의 진짜 모습을 보자 온몸이 주체할 수 없이 떨렸다.하이힐 굽이 몸을 짓밟는 힘을 느끼며 반하준은 위험도 도래하고 있음을 직감했다.“빨리... 이거 놔! 강민아, 너...”고함을 지르는 남자의 붉게 물든 목 위로 핏줄이 툭 튀어나왔다.강민아의 이름이 봉인을 해제하는 주문이 되었다.그의 인내심은 한계점에 다다랐고 봉인이 풀리자 그는 몸도 완전히 통제를 벗어났다.검은 하이힐이 바닥을 딛자 주저앉은 반하준은 고개를 숙인 채 가만히 있었다.배터리가 방전되어 벽에 버려진 로봇 같았다.가슴의 들썩거림만이 그가 아직 살아 숨 쉬는 인간임을 확인시켜 주었다.분노와 증오의 감정은 해일처럼

  • 사라진 아내, 돌아온 나   제289화

    반하준은 눈을 크게 뜨고 경호원들이 강민아의 지시를 따르는 모습을 지켜보았다.그들은 휴대폰을 꺼내 카메라를 켜고 사방에서 반하준을 향해 카메라를 조준했다.짜악!강민아가 죽도를 휘두르자 날카로운 소리와 함께 남자의 뺨에 붉은 자국이 순식간에 드러났다.반하준의 몸에서 피가 끓어오르며 그는 혀끝으로 화끈거리는 입 안쪽을 밀어냈다.“강민아!”굴하지 않고 고함을 지르며 욕을 내뱉으려던 그가 말을 뚝 멈췄다. 한 번도 이런 각도로 강민아를 바라본 적은 없었다.죽도를 든 여자는 차가운 표정으로 그의 앞에 서 있었고, 길고 풍성한 속눈썹이 드리워져 두 개의 그림자가 눈을 덮고 있었다.전처가 예쁘다는 건 의심할 여지 없는 사실이지만 지금 이순간 매서운 그녀의 모습에서 처음으로 칼날같이 오싹한 섬광이 보였다.강민아는 가느다란 죽도를 다시 들어 올렸다.반하준의 눈이 번쩍 뜨이며 무의식적으로 숨을 참았다.“죽도로 이렇게 사람을 때리면 손 다쳐.”강민아의 뒤에서 육성민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그가 앞으로 다가오더니 크고 두꺼운 손으로 죽도를 들고 있던 그녀의 손등을 완전히 감쌌다.“팔을 움직여. 팔꿈치를 돌려서 어깨뼈를 펴고 허리 힘으로 팔을 끌어당겨서 이렇게 때리는 거야.”짜악!그렇게 반하준의 어깨를 때리는 순간 통증이 불길처럼 번지며 순식간에 온몸을 휩쓸었다.반하준은 미간을 찌푸리며 강민아 뒤에 서 있는 육성민을 차갑게 바라봤다.그가 바라보는 각도에서는 강민아의 등이 육성민의 가슴에 완전히 밀착되어 있었다.기골이 장대한 남자가 산처럼 여자를 완전히 감싸고 있었다.강민아의 눈에 미소가 번졌다.“이렇게 때리니까 확실히 손이 흔들리지 않네.”육성민이 고개를 끄덕이는 동시에 그의 따뜻하고 큰 손이 강민아의 손등에서 멀어졌다.반용화는 휠체어에 앉아 육성민의 뒷모습을 깊게 응시했다.퍽!통증이 가슴에 번지며 반하준은 두 손으로 주먹을 불끈 쥔 채 이마에서 땀방울이 스며 나왔다.“지금부터 내 허락 없이 화장실도 못 가고 밥도 못 먹어. 못 참겠으면

  • 사라진 아내, 돌아온 나   제288화

    그러다 강민아가 반하준과 이혼하고 정이만 데리고 나왔을 때야 행복한 결혼생활을 보내지 못했다는 걸 깨달았다.강민아는 손을 움직이며 육성민이 반하준에게 다시 한번 주먹을 날리는 모습을 지켜봤다.반하준의 입에서 피가 뿜어져 나와 순백의 벽에 끔찍한 흔적을 남겼다.강민아는 반용화에게 물었다.“선생님, 저 어떻게 찾았어요?”“여기 스프링 가든이야. 반하준이 네 집 맞은편에 집을 샀어.”강민아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이 집을 언제 샀는데요?”“3일 전에.”강민아는 목구멍에서 울컥 역겨움이 밀려왔다.강나현에게서 반유하의 녹취록을 얻은 후 일부러 그녀에게 복수하려고 마음먹은 거다.그녀를 스프링 가든에 가둠으로써 마치 그녀가 집을 나가지 않은 것처럼 사람들 눈을 속이려고 했다.만약 그녀가 육성민의 경호원 없이 ‘시크릿’에 갔다면 그녀가 감금된 후 반하준은 육성민에게도 손을 써서 정이를 데려갔을 거다.반용화가 미간을 찌푸렸다.“이미 경찰에 신고했어.”이제 그는 자기 조카에 대한 혐오밖에 남지 않았다.강민아는 반하준이 다시 바닥에 쓰러져 턱을 따라 흐르는 피가 비싼 와이셔츠를 더럽히는 것을 보았다.사파이어 브로치는 진작 2, 3미터 떨어진 곳에 날아갔고 남자의 얼굴은 붉고 멍이 든 흔적이 가득했다.그는 볼품없이 한 손으로 바닥을 짚은 채 숨을 헐떡이고 있었다.그러면서도 여전히 고개를 들고 오만하게 눈을 치켜뜬 채 자리에 있는 사람들을 노려보았다.강민아가 반용화에게 물었다.“저를 납치한 지 얼마나 됐죠?”“두 시간.”“네.” 강민아가 대답했다.“사태가 심각하지 않고 사람을 다치게 한 것도 아니니 구치소에 들어가도 귀한 대접만 받겠네요.”오히려 육성민이 반하준을 적지 않게 다치게 했다.반하준은 바닥에 앉아 한 쪽 팔을 구부린 다리 위에 올려놓았다.입꼬리를 말아 올린 그는 경찰서로 보내는 게 전혀 두렵지 않았다. 오랫동안 재계에 몸담고 있으면서 그깟 법 하나 모를까.강민아는 머릿속에 어떠한 생각이 떠올라 반용화에게 물었다

  • 사라진 아내, 돌아온 나   제287화

    반하준이 고개를 돌리자 문 밖의 하얀 빛이 휠체어에 앉은 남자의 실루엣을 비추었다.성큼성큼 들어오는 육성민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기운이 순식간에 방 안의 공기를 집어삼켰다.반하준이 이제 막 몸을 일으키는데 육성민이 주먹을 휘둘렀고, 손을 들어 저항했지만 육성민의 힘을 당해낼 수는 없었다.반하준은 프로 격투기를 배웠어도 힘에서 압도적인 재능을 자랑하는 육성민의 상대가 되진 못했다.육성민이 반하준의 복부를 펀치로 가격했고 반하준은 바닥에 쓰러졌다.바닥에 엎드린 그가 입을 벌리며 울컥 무언가를 뱉어냈다. 목구멍에서 새어 나오는 소리를 참으며 고개를 들자 육성민이 열쇠를 들고 강민아의 손목에 묶인 수갑을 풀고 있었다.반하준은 한 손으로 몸을 지탱한 채 다른 한 손으로는 아픈 복부를 감쌌다.고개를 드니 휠체어를 탄 반용화가 눈앞에 와 있었다.남자는 찢어진 입술을 끌어올리며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반용화, 이래도 저 여자한테...”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반용화는 검은색 지팡이를 들고 반하준의 얼굴을 때렸다.5년 동안 반용화가 지팡이를 사용하는 모습을 본 적이 없었는데 지금 반하준을 때리려고 꺼내든 것이다.휘두르는 움직임이 크지 않았지만 단단한 나무 지팡이가 반하준의 얼굴에 얼음처럼 차갑게 부딪혔다.퍽!날카로운 소리와 함께 반하준의 얼굴 한쪽이 순식간에 빨갛게 달아오르며 부어올랐다.반용화는 발밑에 엎드린 개미를 바라보듯 그를 내려다보았다.“괜찮아?”반하준의 뒤에서 육성민의 걱정 어린 물음이 들려왔다.고개를 돌리자 육성민의 훤칠하고 건장한 몸이 강민아를 완전히 가리고 있었다.반하준의 목구멍에서 비웃음이 흘러나왔다.육성민을 처음 만났을 때부터 강민아를 향한 그의 마음이 남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하지만 당시 육성민은 풋풋했고 군대 훈련도 받고 작전에도 참여했지만, 고귀한 재벌가 후계자에 비하면 밑바닥부터 한 걸음씩 올라온 그는 초라하기 그지없었다.육성민이 강민아에게 남매 이상의 감정이 있다는 증거는 없지만, 반하준은 적을 만났을 때

  • 사라진 아내, 돌아온 나   제286화

    강민아는 힘겹게 말을 뱉어냈다.“반유하를 그렇게 만들어서 내가 얻는 게 뭔데?”반하준의 음침한 동공에서 불길이 타오르고 있었다.“죽을 줄은 몰랐겠지. 항상 널 괴롭혔으니까 그냥 한번 골려주고 싶었겠지.”강민아가 우아하게 눈을 흘기자 남자의 목소리는 점점 더 차가워졌다.“네가 인정 안 할 줄 알았어. 이 녹취록만 가지고는 절대 널 감옥에 보낼 수는 없겠지.”남자의 시선이 그의 손에 붙잡혀 억지로 고개를 든 강민아의 붉은 입술에 닿았다.그에게 온순하고 순종적이었던 시절도 잠시, 아이를 낳고 난 뒤부터 그녀는 온갖 수작을 부리며 그를 챙기지 않았다.“강민아, 난 너한테 뭐야? 네가 사는 집, 네가 타는 차, 매달 수억 원의 생활비까지 줬잖아. 근데 넌 나한테 쓰레기 음식이나 먹이고 싸구려 도시락을 회사에 가져왔어. 그러곤 내가 배탈이 날까 봐 끓인 차에 위장약을 탔지. 사모님 노릇 한번 편하게 하네.”눈을 깜박이던 강민아의 눈동자에 놀란 기색이 스쳐 지나가는 것도 잠시, 반하준은 그녀의 얼굴에서 그 어떤 당황스러움이나 부끄러움은 조금도 찾아볼 수 없었다.오히려 그녀의 흑백이 분명한 맑은 눈동자는 희미한 웃음기를 머금었다.“세 번째 아이를 잃고 난 뒤엔 당신을 인간 취급도 하기 싫었어. 집안 음식과 살림은 내가 책임지는데 약으로 대머리를 만들 순 없잖아? 어르신이 민이를 정식 후계자로 삼을 때까지 몇 년만 참으려고 했어.”나른하게 흘러나오는 강민아의 목소리는 아주 가벼워 깃털처럼 날렸지만, 그게 반하준의 신경을 자극하며 사지를 휩쓸고 지나가는 아픔을 가져다주었다.그의 손끝이 미끄러져 강민아의 목을 움켜쥐었다.웃는 그의 선홍빛 얇은 입술이 어두운 밤의 뱀파이어처럼 광기를 띠었다.너무 똑똑한 여자는 독이 든 꽃과 같아서 쉽게 끌리지만 한번 건드리면 역으로 공격당한다.강민아와 결혼하기로 했을 때 할아버지 반영식은 심각한 얼굴로 그녀가 적절한 상대는 아니라고 말했다.“저는 정략결혼보다 쉽게 통제할 수 있고 진심으로 나만 사랑하는 여자를 원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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