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재민과 유나가 입을 다물고 가만히 있자 유나 아빠가 아내를 팔꿈치로 툭 쳤다.유나 엄마는 두 사람을 보면서 살짝 웃더니 평화롭게 입을 열어 물었다.“너희 둘 미래에 대한 계획은 있니?”어머니의 의중을 짐작한 유나는 에둘러 말했다.“너무 먼일이라 생각해 본 적 없어요. 전 그냥 최대한 빨리 퇴원해서 아이가 무사히 자라는 걸 보고 싶을 뿐이에요.”그건 당연히 온 가족이 바라는 일이었다. 임재민 또한 마찬가지였다.유나 엄마의 시선이 임재민에게로 향했다.“너는? 네 생각을 말해보거라.”유나 엄마의 암시를 알아차린 임재민은
“좋아. 절대 누나를 실망시키지 않을게.”임재민은 너무 신난 나머지 유나 부모님 앞에서 유나의 손을 꼭 잡았다.임재민의 손에서 느껴지는 온기에 유나는 심장이 쿵 내려앉아 서둘러 손을 빼냈다.그날 오후, 병원에서 나온 임재민은 들뜬 마음으로 운전해서 본가로 향했다.그는 지금 무척 신이 난 상태였다. 그는 어머니와 신유정에게 자신은 이번 생에 유나가 아니면 절대 결혼하지 않을 거라고 밝힐 생각이었다.게다가 그들 사이에는 아이까지 있었다. 임재민은 평범한 부부처럼 아이와 함께 살고 싶을 뿐이었다.40분도 되지 않아 본가에 도착
“유나랑 결혼하겠다고?”이송혜는 그 순간 침대에서 벌떡 일어나 임재민을 노려보며 물었다.“누가 너희들 결혼 허락한대? 내 뜻은 물어본 적 있니?”이송혜는 반응이 격했다. 그러나 임재민은 집으로 돌아오기 전 이미 마음의 준비를 했다.그는 참을성 있게 침착히 대답했다.“지금 의논하고 있잖아요. 며칠 뒤면 진이 30일 되는데 그날 겹경사를 맞이하려고요. 유나 누나랑 결혼하는 김에 진이가 나은 것을 축하하는 거죠.”임재민이 흐뭇한 상상을 하자 이송혜는 완전히 폭발했다.“안 돼, 난 동의하지 못해!”이송혜는 안색이 매우 나빴다
“아주머니, 그만하세요. 재민 오빠가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고 하니 더는 강요하지 마세요.”신유정은 눈물을 떨구면서 불쌍한 척했다.“재민 오빠가 절 어떻게 생각하는지 저도 다 알아요. 오빠가 보기에 전 그냥 혼자 난리 피우면서 남의 자리를 꿰차려는 여자일 뿐이에요!”이송혜는 원래도 화가 난 상태였는데 신유정이 울면서 호소하자 더욱 화가 났다.“재민아, 유정이 좀 봐봐. 이런 상황에서도 네 생각을 해주잖아. 너 대체 양심이 있는 거니, 없는 거니?”이송혜는 화를 내며 그를 질책했다. 심지어 오늘 기회를 빌려 임재민에게 억지로
이송혜가 옷과 화장품들을 캐리어 안에 넣기 시작하자 임재민은 조금 당황스러웠다.“어머니, 어디 가려고요?”임재민은 어리둥절해서 물었다.이송혜는 대꾸하지 않았다. 그녀는 짐을 다 챙긴 뒤에 몸을 돌려 임재민을 바라보았다.“넌 유나 그 여우 년에게 단단히 홀린 게 틀림없어!”이송혜는 그를 손가락질하면서 울분을 터뜨리며 호통을 쳤다.“유정이 배 속에는 아이가 있어. 그런데 어떻게 그렇게 무자비하게 걔를 쫓아낼 수 있니? 난 너 같은 아들 둔 적 없다!”말을 마친 뒤 이송혜는 캐리어를 끌고 나가다가 문 앞에 서서 임재민에게 말
“사실 난 어려서부터 지금까지 삶이 너무 고됐어. 내가 살아있는 이유가 어머니의 각종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서라는 걸 발견했거든. 난 그냥 자아가 없었던 거야. 연예계에 발을 들인 것도 마찬가지고.”임재민이 자신을 향해 속마음을 털어놓자 유나는 웃는 얼굴로 물었다.“그러면 네 자아는 어떤 건데? 배우가 하기 싫다면 어떤 직업에 종사하고 싶어?”“난 내가 내성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해. 다시 선택할 수 있다면 작가나 화가가 되고 싶어. 매일 카메라 앞에서 어슬렁거리는 것 말고.”유나와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누게 되자 임재민은 그녀에게
황찬성의 눈에서 서서히 빛이 사라졌다. 임재민과 유나가 다정하게 얘기를 주고받는 걸 바라보던 그는 마음이 시리고 질투가 났다.황찬성은 그제야 자신과 유나는 이미 지나간 과거라는 걸 깨달았다.그때의 오해가 풀렸다 해도, 그가 실종된 것에 고충이 있다는 걸 유나도 알게 되었다 해도, 그녀의 마음은 이미 다른 남자에게 향해 있었다.황찬성의 마음속에서는 큰 파도가 일었다. 시야가 흐려지고 두 눈은 마치 빛을 잃은 것처럼 암담해졌다.이때, 임재민은 퇴원 절차를 밟으러 갔고 유나 엄마는 출생증명서 때문에 간호사에게 불려 갔다. 황찬성이
“하지만 네 돈을 받을 생각은 없어. 난 너한테 잘해주면서 한 번도 보답을 바란 적이 없거든.”황찬성은 쓰라린 마음을 안고 몸을 돌려 나갔다.그러나 그가 병실을 나서자마자 유나 부모님이 나란히 맞은편에서 걸어왔다.두 사람은 화기애애하게 대화를 나누며 유나와 임재민이 앞으로 잘 지내기를 바랐다.그런데 병실에 도착하기도 전에 유나 아빠가 황찬성을 발견했다.“왜, 또 내 딸을 보러 온 거냐?”순간 유나 아빠의 얼굴에서 미소가 사라지고 대신 깊은 혐오와 미움이 자리 잡았다.황찬성은 안 그래도 슬펐는데 유나 아빠가 힐문하자 풀이
이제 모든 하객이 자리에 앉았다.그들은 서로 축복의 말을 건네며 최성운과 서정원의 행복을 기원했다.최성운과 서정원은 한복을 바꿔입고 피로연을 시작했다. 피로연은 서양식으로 하지 않고 전통 방식으로 중간에 뷔페를 준비했다.하여 최성운과 서정원의 한복은 자리와 아주 잘 어울렸다.“하객 여러분, 우리 모두 잔을 들어주세요. 신랑의 감사 인사가 있고 난 후 함께 건배하겠습니다.”사회자의 말을 들은 최성운은 술잔을 들고 중앙으로 걸어왔다.서정원도 옆에 함께 했는데 이제 부창부수 같은 느낌을 주었다. 최성운이 자리에 있는 사람들을
“이런 능력도 있었어요? 그리고 비행기에 칠 한 그림은 얼마나 낭비예요!”서정원은 비록 입으로는 최성운을 혼냈지만, 그녀의 말투는 아주 부드러웠다. 서정원의 말을 듣고 있는 최성운의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배운 지는 오래됐어. 다만 면허증이 이제 막 나와서 경험이 풍부한 조수가 필요해.”“내가 경험이 조금 더 풍부해지면, 혼자서 다 태우고 세계여행을 떠날 수도 있어. 그때가 되면 우리는 가고 싶은 곳에 마음대로 갈 수 있어.”이 말을 들은 서정원은 어딘가 이상하다고 생각했다.그녀가 생각에 잠겨있던 그때, 최성운이 그 답을
최성운은 서정원의 몸매에 꼭 맞는 웨딩드레스를 몇 벌 제작했다. 이제 서정원이 마음에 드는 드레스를 선택하기만 하면 바로 입을 수 있다.“얼른 마음에 드는 거로 선택해. 난 네가 웨딩드레스를 입은 모습이 너무 기대돼.”서정원은 여전히 마음을 정하지 못했다. 그녀는 드레스를 손에 쥐고 몇 번이나 들었다 놨다 하며 내려놓기 아쉬워했다.“너는 어떤 걸 입어도 다 잘 어울려. 게다가 너는 참 안목도 좋아. 내 생각에는 성운 씨도 네가 이 드레스를 입기를 바랐던것 같아. 이 장식과 포인트를 봐.”연채린이 드레스 윗부분을 가리키자, 서
“제가 왜 이런 식으로 온 세상 사람들이 저를 비웃게 하는데요?”연채린은 손사래를 쳤다. 둘 사이에는 이미 감사할 필요가 없다고 서정원이 말했던 적이 있다.지금 연채린도 이런 태도로 서정원에게 두 사람 사이에 감사하다는 말이 왜 필요가 없는지 알려줬다.“오히려 비웃음보다 축복이 더 많을 것 같은데요. 이렇게 성대한 결혼식은 누구나 부러울 테니까.”“제가 이 결혼식에 참석한 것만으로도 영광이라고 생각해요. 더군다나 이렇게 성대한 결혼식을 최성운이 직접 준비했는데요.”서정원도 마음속으로 매우 행복하다고 느꼈고, 연신 고개를 끄
서정원은 원래 시간이 좀 더 지나야 이 문제를 다룰 수 있을 거로 생각했는데, 최성운이 이렇게 일찍부터 준비할 줄은 몰랐다.서정원이 생각했던 것과 달라서 당황했다.비록 최성운이 외진 곳에 가서 하는 일들을 수없이 생각했지만, 그런 쪽으로는 생각하지 않았다.하지만 그게 현실이 됐으니, 서정원은 설렘도 있고, 얼굴에는 달콤한 미소밖에 보이지 않았다.“정말 최성운 씨를 보면 혼내야 할지, 칭찬해야 할지 모르겠네요. 알려주세요. 어떻게 해야 하는지.”연채린은 일부러 서정원을 놀렸다. 지금 서정원은 기분도 좋고, 최성운의 계획에 아
연채린이 제공한 답은 오랜 사고 끝에 나온 것이다.연채린은 최성운이 외진 곳에 있으니, 아무리 서정원이 말한 대로 한다고 해도 소용이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동시에 외국 회사에서 전화가 걸려 왔다. 관계자가 전화를 받자마자 얼굴이 웃음꽃이 피었다.왜냐하면 최성운이 걸어온 전화이기 때문이다.“회장님, 지금 가족분들이 미치도록 회장님을 찾고 있어요.”“최대한 빨리 가족분들이랑 연락을 하는 게 좋겠습니다. 아니면 어떻게 할지 모릅니다.”최성운은 이 말을 듣고 몇 마디 위로의 말을 하는데, 전화 너머 그쪽 회사 운영자가 당분간
연채린은 지금 서정원이 손해를 보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그래서 그 어떤 왜곡된 일이 언론에 보도될 때마다 연채린은 최미자보고 최건국에게 알리라고 했다. 언론의 힘을 이용해 해결하려고 했다.만약 그게 네티즌들이 혼자서 소설을 쓰는 것이라면 연채린도 방법이 없다. 하지만 최건국은 그런 사람들과 다르게 그런 적이 없다.연채린은 기사를 사서 전체적인 언론 방향을 바로 잡았다. 최건국도 언론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이 아니다.그들을 이용해 일을 해결할 줄도 안다.지금 그 방법도 최건국과 매니저가 함께 생각한 방법의 하나이다.“
조사랑이 사람들의 시선을 끌고 싶은지, 아니면 다른 목적이 있는지는 아직 알 수 없었다.아무튼 조사랑이 제안한 방법으로 최성운을 찾을 수만 있으면 된다.서정원도 그들에게 그깟 몇 푼을 빼앗겨도 대수롭지 않다고 생각했다.“저는 다른 해야 할 일이 있어서, 이만 가야 할 것 같아요. 죄송합니다. 다시 한번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네요.”“최성운에 대한 소식이 생기면, 바로 전단지에 남긴 전화번호를 걸면 됩니다.”서정원은 또 한 번 감사의 표시를 하고 그들을 내보냈다. 연채림은 소파에 앉아 지켜보았는데, 그들이 도대체 어떻게 하
이 사람들은 기레기다. 전에 최성운한테 한번 당해본 기자들이다.“최성운과 서정원 사이에 문제가 생겼다는 건 이익의 문제 때문이다. 회사 경영 문제로 삼아 지금의 다툼이 생긴 모양이다.”“겉으로는 서로 사랑하는 부부의 이미지를 갖고 있지만, 사실은 다르다. 서정원이 지금 한 행동 역시, 최성운을 찾아서 회사를 빼앗기 위한 수단이다.”“만약 서정원이 권력을 선에 쥐지 않으면, 아무리 많은 일을 하더라도 결국 최성운 밑에서 일을 하는 직원일 뿐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금 그 진실이 밝혀진 것이다.”언론사 기자들이 쓴 기사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