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댁에서 전화가 걸려 왔을 때 난 회사에서 야근을 하며 정신없이 바빴다.수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시아버지의 거의 고함에 가까운 목소리.“주혜림! 너 같은 뻔뻔한 여자는 처음 본다! 지금 당장 집으로 기어들어 와! 어서! 그렇지 않으면 네가 저지른 추한 짓을 세상에 다 까발릴 줄 알아!”나는 아직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전화가 꺼진 휴대폰을 멍하니 바라봤다. 그저 난데없는 일에 어리둥절한 채 책상 앞에 앉아 있을 뿐이었다.마침 업무가 막바지에 이르렀고, 나는 급히 가방을 챙겨 집으로 향했다.집에 들어서자마자 거실 소파에 정자세로 앉아 있는 시아버지가 눈에 들어왔다. 그 앞 탁자 위에는 빼곡한 글씨로 가득 찬 두 장의 서류가 놓여 있었다.나는 별로 신경 쓰지 않고 신발을 갈아신은 후 시아버지를 향해 물었다.“아버님, 무슨 일이시길래 이렇게 급하게 부르신 거예요?”시아버지는 코웃음을 치며 나를 노려보았다.“네가 무슨 짓을 했는지 정말 모르겠어? 내가 직접 들춰내야 직성이 풀리겠냐?”내가 짜증스럽게 말했다.“저 정말 모르겠는데요. 할 말 있으시면 그냥 하세요.”다음 순간, 시아버지는 탁자 위에 있던 두 장의 서류를 내 얼굴 앞에 던졌다.“흥, 네 눈으로 직접 확인해 봐! 우리 집이 재수가 없어서 너 같은 며느리를 얻었지!”나는 서류를 내려다보았다.거기엔 선명하게 적힌 한 줄의 문장이 눈에 들어왔다.‘두 사람은 혈연관계가 없습니다.’그리고 그 보고서에는 시아버지와 내 아들 이하준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나는 깜짝 놀라 얼굴을 들었다.뒤늦게야 시아버지가 내 아들 하준이를 데리고 친자 확인을 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화가 나면서도 억울한 마음에 반박하지 않을 수 없었다.“아버님, 하준이가 태어났을 때부터 태범 씨랑 전혀 닮지 않았다고 하셨지만, 저는 그저 농담으로 받아들였어요. 그래서 별로 신경 쓰지 않았죠. 그런데 태범 씨조차 아무 말도 안 했는데, 아버님께서 하준이를 몰래 데리고 가서 친자 확인을 하셨다니요? 아직 세 살밖에 안 된 아
시어머니는 잠시 멍해 있다가 바닥에 버려진 보고서를 발견했다.나는 그녀의 얼굴에 스쳐 지나가는 불안함을 보며 의아해하고 있었는데, 시어머니가 갑자기 손을 들어 내 뺨을 때렸다.“하준이가 우리 친손자가 아니라는 거야? 네가 어떻게 이런 짓을 할 수 있어? 우리 태범이가 너한테 뭘 잘못했다고 이래! 어떻게 이런 짓을 저지를 수 있냐!”시아버지도 맞장구쳤다.“당장 네 부모한테 전화해! 내가 직접 물어보겠다. 대체 딸을 어떻게 가르쳤길래 이렇게 부끄러운 짓을 하게 만들었는지! 너 이런 짓하고도 천벌이 두렵지 않냐?”나는 겨우 마음을 다잡고 차분히 말했다.“마지막으로 말하겠습니다. 하준이는 분명히 태범 씨의 친아들입니다. 믿지 않으시겠다면, 태범 씨가 돌아오면 다시 얘기하시죠. 필요하다면 하준이랑 태범 씨가 또 한 번 친자확인 검사를 받을 수도 있어요.”시아버지는 대답하지 않고 그저 나를 노려볼 뿐이었다. 그러자 시어머니가 급히 나를 꾸짖었다.“남부끄러운 짓을 저질러 놓고 뭐가 이렇게 당당해? 태범이가 돌아온다고 해도 널 용서하지 않을 거야! 무슨 친자확인 검사를 또 해? 결과가 눈앞에 뻔히 나와 있는데! 하준이가 태범이 친자라면 왜 너희 시아버지와 혈연관계가 없겠어? 네가 병원과 짜고 우리를 속이려는 거지?”나는 변명하려 입을 열었지만, 그때 하준이가 방에서 나왔다.“할아버지, 할머니, 엄마, 왜 다들 싸워요? 저녁밥은 다 됐어요?”하준이가 나오자, 시아버지는 이성을 잃은 듯 소리쳤다.“누가 네 할아버지, 할머니야? 함부로 부르지 마! 네가 누구 집 자식인지도 모르는데, 당장 나가!”하준이는 난생처음 보는 광경에 깜짝 놀라 내 품으로 뛰어들어 울음을 터뜨렸다. 늘 자신을 예뻐해 주던 할아버지, 할머니가 갑자기 변해버린 이유를 이해하지 못한 채였다.아이의 울음소리에 시아버지는 더 화가 난 듯, 하준이를 소파에 던지더니 목을 움켜잡았다.“울기는 왜 울어? 내가 너무 오냐오냐해준 탓인가? 당장 나가! 네 친아빠 찾아가! 우리 집에 더는 있을 필요
그는 하준이가 아니라 아이라고 말했다.그제야 깨달았다. 그조차도 하준이 자신의 친아들이라고 믿지 않는다는 사실을.나는 깊이 숨을 들이쉬었다.“태범 씨, 우리 결혼한 지 4년, 알고 지낸 지는 6년이야. 당신은 내가 어떤 사람인지도 모른다는 거야? 나를 못 믿더라도, 하준이는 믿어야지.”남편은 잠시 멈칫하더니 말했다.“겨우 4년 가지고 뭘 증명할 수 있겠어? 게다가, 하준이는 태어났을 때부터 나를 닮지 않았어. 주변 사람들도 다 그렇게 말했는데, 내가 어떻게 생각하겠어?”나는 더 이상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이 집 사람들과 어떻게 계속 대화를 이어가야 할지 도무지 모르겠다.“좋아. 당신들이 하준이가 당신 친아들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면, 병원에 가서 다시 한번 친자 검사를 하자. 지금 당장! 내가 하준이를 깨우고 올게.”말을 마치고 방으로 가려는 순간, 남편이 내 팔을 잡아 세웠다.그는 나를 거칠게 밀쳐내며 화를 내기 시작했다.“이제 그만 좀 해! 병원까지 가겠다고? 지금도 충분히 망신스러운 상황인데 더 난리를 치겠다는 거야? 이걸 동네방네 소문이라도 내겠다는 건가? 내가 남의 애 키운다고 떠벌리려고?”나는 어이없어 헛웃음을 지었다.“망신스러울 게 뭐가 있어? 나는 떳떳해. 당신들이 믿지 않으니까 다시 확인해 보자고 하는 거야.”조용한 밤, 내 목소리는 유난히 또렷하고 단호했다.남편이 무언가 말하려던 순간, 시어머니가 끼어들었다.“무슨 병원을 또 가? 보고서가 여기 딱 있잖아. 이게 명백한 답이야! 설마 네 아버지가 너를 괜히 억울하게 몰았다고 말할 생각이야? 아니면 처음부터 병원에서 조작해 놓고 우리가 넘어오길 기다린 거야? 이렇게 오래 속여 놓고도 부족하다는 거냐?”말도 안 되는 억지에 나는 믿을 수 없다는 듯 시어머니를 바라보았다.평소에는 따뜻하고 인내심 많던 시어머니가 이렇게까지 몰아붙일 줄은 몰랐다.대체 왜 이러는 걸까?나는 주먹을 꽉 쥐었다. 지금 내가 무슨 말을 해도 이 집 사람들은 믿지 않을 것이라는 걸 알았다.
그는 분노에 가득 찬 눈으로 나를 노려보며 말했다.“마지막으로 체면을 지켜줄 테니까 솔직히 말해. 하준이 대체 누구 아이야? 이 소문이 퍼지는 순간, 가장 망신당할 사람은 너야!”나는 화끈거리는 붉은 뺨을 매만지며 비웃듯 말했다.“그럼 소문을 내봐. 난 떳떳하니까, 마음대로 해.”남편은 내 옷깃을 거칠게 잡아당기며 독하게 내뱉었다.“아내가 바람을 피웠는데, 그걸 물어보는 것도 안 돼? 당신이 창피하지 않다고 해도 나는 창피해! 정말 눈이 멀어서 당신 같은 여자를 데리고 들어왔지!”나는 눈을 감았다가 천천히 떴다.“그래, 그럼 이혼해. 더 이상 당신네 가족과는 할 말이 없어. 하준이는 내가 데리고 갈 거야. 어차피 당신들한테는 인정도 못 받으니까.”내가 먼저 이혼을 언급하자 남편은 완전히 폭발했다.“당신이 무슨 자격으로 이혼 얘기를 먼저 꺼내? 잡종 데리고 당장 이 집에서 꺼져! 지금 당장! 둘 다 꼴 보기 싫어! 그때 당신이 그 애를 낳자마자 그냥 죽여버려야 했어!”6년을 함께한 세월 동안, 이태범이 이런 잔인한 말을 내뱉는 건 처음이었다.내가 움직이지 않고 서 있자, 시어머니가 먼저 안으로 뛰어 들어가 내 짐을 모조리 끌어내 던졌다.커다란 소음에 깜짝 놀라 잠들어 있던 하준이가 울면서 방에서 뛰어나왔다. 남편을 발견한 아이는 곧장 그의 품으로 달려갔다.“아빠! 돌아오셨어요? 보고 싶었어요...”아이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남편은 하준이를 거칠게 밀쳐냈다.쾅!하준이는 무방비 상태로 책상 모서리에 머리를 부딪쳤고, 곧바로 피가 흘러내리며 울음소리가 터져 나왔다.나는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하준을 안아 들었다. 울고 있는 아이의 얼굴을 보자 가슴이 찢어질 듯 아팠다.“이태범! 당신 아이한테 어떻게 이럴 수 있어? 겨우 세 살짜리 아이한테! 당신 인간 맞아?”그는 차갑게 하준을 바라보며 냉정하게 말했다.“내 아이라는 확신도 없는데 뭐가 문제지? 난 이미 망신 쫄딱 당했어. 그 자리에서 목을 조르지 않은 게 다행이지, 당신이 나한테 무
예전에 시아버지와 시어머니의 건강검진 결과를 본 적이 있었다. 두 분 모두 O형 혈액형이었다.벽에 걸린 혈액형 유전 구조도에 따르면, O형 부모의 자식은 반드시 O형이어야 한다. 다른 혈액형일 수 없다.그런데 반년 전, 이태범이 회사에서 단체 건강검진을 받았을 때였다. 그때 서류를 내가 대신 작성했는데, 그의 혈액형은 A형으로 적혀 있었다.그가 어떻게 A형일 수 있지?2초간 멍하니 있다가 문제의 본질을 깨달았다.그랬구나.그러니 시어머니가 평소와는 달리 날 내쫓으라고 집요하게 부추겼던 거구나.이태범이 하준이와 다시 친자 검사를 하려 할 때마다 막은 것도 다 이유가 있었던 거다. 본인이 숨기고 싶은 게 있었으니까.여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이게 무슨 영화 같은 에피소드지? 이런 막장 드라마가 내 인생에서 벌어질 줄이야. 만약 시아버지와 이태범이 진실을 알게 된다면, 이 집안은 난리가 나겠지.지금까지 이들이 나와 하준이에게 했던 일들을 떠올리며 주먹을 꽉 쥐었다.역시 하늘은 공평하다. 나와 하준이가 겪은 고통이 헛되지 않을 것이다.결심을 굳힌 나는 변호사 사무실을 찾아가 내 재산에 대한 공증을 받았고, 이혼 서류도 작성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집으로 돌아갈 준비를 했다.이태범의 서명을 받는 것 외에도, 더 중요한 일이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집에 도착했을 때, 세 사람 모두 거실에 있었다. 술 냄새가 진동했고, 집안은 엉망이었다.내가 돌아온 것을 보자마자 시어머니가 먼저 자리에서 일어났다.“너 또 왜 왔니? 이 집은 이제 너랑 상관없어!”나는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의미심장하게 대답했다.“어머니, 제가 왜 왔는지 아직 말씀도 안 드렸는데 벌써 이렇게 흥분하시네요. 혹시 제가 뭔가 말할까 봐 겁나세요?”시어머니는 목을 세우며 강하게 부인했다.“뻔뻔하기 짝이 없네. 너처럼 파렴치한 애가 들어왔으니 흥분하는 게 당연하지! 네가 우리 집안을 망신시킬 걸 가만히 보고 있으란 말이야?”나는 가차 없이 맞받아쳤다.“망신
시어머니의 얼굴이 눈에 띄게 굳어졌다. 그녀는 이를 악물고 이태범을 보며 말했다.“아들, 이런 여자랑 더 이상 얽히지 마. 우린 이성적으로 행동하는 사람들이잖니. 그러니 주혜림이 낸 돈은 돌려주고 깔끔하게 끝내자. 그래야 앞으로 귀찮은 일도 없고 마음도 편할 거야.”이태범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물었다.“어머니, 지금 무슨 말씀을 하시는 거예요? 주혜림이 저지른 짓을 생각하면 당연히 빈손으로 나가야죠. 그런데 왜 돈을 줘야 해요? 설령 법정에 가더라도 우리가 유리한 상황이에요.”시아버지도 참지 못하고 소리쳤다.“맞다. 이 집이 재가 되어도 저런 여자에게는 한 푼도 줄 수 없어.”나는 차분하게 말했다.“그래요? 그럼 바로 법원에 이혼 소송을 제기하죠.”“그날 밤 이태범 당신이 하준이를 밀쳐서 머리를 다쳐 피가 난 건 엄연한 가정 폭력이야. 하준이는 분명한 목격자이자 피해자지. 판사가 어떤 판결을 내릴지 기대되네. 그리고 당신들 친척들을 모두 법정에 초대해 공개 재판을 해보는 건 어떨까?”시어머니는 완전히 당황했고, 심지어 말까지 더듬기 시작했다.“안 돼! 법원에 가면 안 돼! 태범아, 얼른 서명해! 너 지금 회사에서 승진 가도에 있잖아. 이런 일로 인생을 망칠 셈이야? 법정까지 가면 우리 집안이 체면을 다 구기게 될 거야!”이태범은 나를 증오 어린 눈으로 노려보면서도 말없이 입을 다물었다.긴장감이 감도는 가운데, 시어머니는 재빨리 펜을 집어 들어 이태범의 손에 쥐여주며 재촉했다.“그날 밤 네가 하준이를 때린 건 사실이잖아. 감옥에 가고 싶어? 얼른 서명하고 돈을 주고 끝내자. 더 이상 이런 여자랑 엮이지 마.”시어머니의 조급한 모습에 나는 속으로 비웃었다. 이건 절대 이태범이 감옥에 가는 걸 걱정해서가 아니다.진짜 이유는 법원에서 진실이 밝혀지는 게 두려운 것뿐이었다. 법원에 가게 된다면, 이태범과 아이의 친자 검사가 다시 이루어질 테니까.그리고 시아버지의 성격을 생각하면, 그날 이후 시어머니는 지옥을 맛보게 될 것이다.
이혼 소식이 가족들 사이에 퍼지자마자, 가족 채팅방은 순식간에 난장판이 되었다. 내가 아직 채팅방을 나가지도 않았는데도, 그들은 나를 거침없이 모욕하기 시작했다.그 불쾌한 말들이 눈에 들어오자, 나는 가볍게 눈썹을 치켜올렸다. 그 모든 메시지를 증거로 남긴 후, 곧바로 경찰에 신고했다.이태범은 화를 참지 못하고 내게 따져 물었다.“이미 이혼했는데, 대체 언제까지 이럴 거야? 당신은 정말 독한 여자야!”나는 대답 대신 가방을 들고 그가 사는 집으로 향했다.집 안은 이미 난장판이었다. 내가 그들의 명예훼손과 허위사실 유포를 신고했으니, 그의 몇몇 친척들은 벌써 경찰서에 ‘원 데이 투어’를 다녀왔을 것이다.문을 두드리자, 이태범이 문을 열었다.며칠 만에 본 그는 십 년은 늙어 보였다.“뭐 하러 왔어? 우리를 이 지경으로 만들어 놓고도 모자라?”“아직 당신한테 줄 ‘특별한 선물’이 하나 남았거든.”나는 그를 쳐다보며 무심하게 한마디 던지고, 거실 소파에 다리를 꼬고 앉았다.집 안에는 시부모도 있었다. 나를 보자마자 두 사람의 표정은 당장이라도 나를 갈기갈기 찢어버릴 듯했다.나는 그런 눈빛을 무시한 채, 곧바로 가방에서 서류를 꺼내어 테이블 위에 던졌다.“따지기 전에, 이걸 먼저 보는 게 좋을 거예요. 지난번에 두 분의 칫솔을 가져다가 친자 확인을 해봤거든요. 그동안 저한테 뒤집어씌운 누명, 이제는 벗고 싶어서요.”시아버지가 먼저 서류를 집어 들었다. 단 한 줄을 읽자마자 그의 얼굴이 순식간에 일그러졌다.“뭐라고?! 어디서 이런 결과를 가져온 거야? 태범이가 내 친아들이 아니라고?”“아버지, 무슨 말씀이세요?”이 말을 들은 이태범은 눈이 휘둥그레져 서류를 집어 들고 확인하기 시작했다.한편, 시어머니는 이미 바닥에 주저앉아 얼굴이 새하얗게 질려 있었다. 그녀는 우리의 시선을 감히 마주치지도 못했다.나는 그녀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리며 말했다.“어머니, 아니 이제 아줌마라고 불러야겠네요. 그동안 아줌마 대신 제가 이 누명을 뒤집어썼는데,
시아버지는 시어머니를 노려보며 분노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혜림이가 친자 검사를 하려는 걸 막은 사람이 바로 당신이었어. 처음부터 이 모든 잘못을 혜림이에게 뒤집어씌우려 한 거지! 이 모든 추악한 짓을 저지른 건 당신이었어! 그런데도 내가 30년 동안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니! 말해! 이태범은 도대체 누구 아들이야?”이태범도 어머니를 향해 원망을 쏟아냈다.“어머니! 어머니 때문에 제가 혜림이랑 이혼했어요. 하준이는 분명 제 친아들인데!”그제야 시어머니는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나를 향해 소리쳤다.“너는 이미 돈을 받고 이혼했으면서, 왜 다시 돌아온 거니? 내가 30년 동안 숨겨온 비밀이 네 손에서 다 무너졌어!”나는 비웃으며 말했다.“저를 먼저 해친 건 당신이잖아요. 하준이는 이제 겨우 세 살이에요. 그런데 한밤중에 저희 모자를 집에서 쫓아내 놓고, 이제 와서 복수를 당하니까 억울하세요? 이게 바로 인과응보라는 거예요. 설마 이 일이 평생 감춰질 거라고 생각했어요? 아니면 제가 바보처럼 평생 희생양이 되어줄 줄 아셨나요?”시아버지는 온몸을 떨며 시어머니의 뺨을 내리쳤다.“30년! 내가 남의 자식을 30년이나 키웠다니!”이태범이 아버지를 진정시키려 했지만, 시아버지는 그의 손을 거칠게 뿌리쳤다.“너희 둘, 뻔뻔한 모자가 날 속이고 30년을 우롱하다니, 내가 너희를 가만두지 않겠다!”그는 그렇게 외치며 시어머니의 목을 움켜쥐고 덤벼들었다. 둘은 격렬히 뒤엉켰다.시어머니는 전혀 대항할 수 없었고, 다급히 이태범을 바라보며 외쳤다.“태범아, 어서 도와줘! 네 아빠가 나를 죽이려 해!”하지만 이태범은 그 자리에 서서 움직이지 않았다. 나는 그 모습을 보고 미간을 찌푸렸고, 가방을 들고 조용히 집을 나섰다.집을 떠나기 전, 나는 가족 채팅방에 친절하게 사진을 올렸다. 그리고 짧은 메시지를 덧붙였다.[누가 진짜 자식이 아닌지는 아직 모를 일이죠.]문을 닫고 나서도 안에서 들려오는 싸움 소리가 들렸다.나는 발걸음을 옮기며, 오랜만에 상쾌한
선생님이 하준이를 데리고 나올 때가 되어 나는 발길을 돌리려 했다.그런데 갑자기 이태범이 내 앞에 무릎을 꿇고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혜림아, 아니... 여보, 내가 정말 잘못했어. 지금 어머니는 병원에 누워 있고 돌볼 사람이 없어. 난 돈을 벌어야 해서 혼자서는 감당이 안 돼. 부부 사이의 정을 생각해서라도 제발 돌아와 줘. 당신이 돌아오기만 하면... 집을 당신 이름 아래로 옮겨줄게.”나는 주위 사람들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고 단호히 소리쳤다.“부부 사이의 정? 당신과 함께했던 그 몇 년을 생각하면 구역질이 나. 뭐? 집에 가사도우미가 없으니까 이제야 내가 생각났어? 아직도 내가 희생양으로 보이니? 난 아들과 잘 지내고 있어. 그런데 왜 당신과 당신 엄마를 보살피러 돌아가야 해? 대체 무슨 꿈을 꾸고 있는 거야?”이태범은 내 말에 아무 말도 못 하고 고개를 떨구었다.마침 선생님이 하준이를 데리고 문 앞에 섰다. 나는 이태범을 바라보며 마지막으로 경고했다.“다신 나 찾아오지 마. 멀리 사라져 줘. 당신이 나한테 했던 말이니까, 이제 돌려줄게.”그리고 덧붙였다.“참, 당신 친아버지 있잖아? 지금 그렇게 힘들면 그분한테나 가봐. 나한테 오지 말고.”이태범은 화가 나서 이를 갈며 일어섰다.“당신...!”나는 그를 뒤로하고 아이의 손을 잡아 옆에 있던 택시를 타고 떠났다. 뒤에 남겨진 이태범은 멍하니 서 있었다.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여러 생각이 들었다. 이태범은 분명 또 찾아와 우리를 괴롭히려 할 것이다. 그럴 바엔 이곳을 떠나는 게 낫겠다고 결심했다.곧바로 나는 아이의 전학 신청을 했다. 역시나 예상대로 이태범은 포기하지 않고 계속 전화와 메시지를 보내며 내 마음을 되돌리려 했다.처음엔 무시했지만, 그의 행동은 점점 심해졌다. 전화 폭탄을 퍼붓고, 심지어 내가 사는 집까지 찾아와 문 앞에서 버티며 울부짖었다.“여보, 내가 정말 잘못했어. 하준이는 아빠가 필요해. 제발 돌아와 줘.”그 모습을 보고 이웃들이 오해하기 시작했다.“부부끼
시아버지는 시어머니를 노려보며 분노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혜림이가 친자 검사를 하려는 걸 막은 사람이 바로 당신이었어. 처음부터 이 모든 잘못을 혜림이에게 뒤집어씌우려 한 거지! 이 모든 추악한 짓을 저지른 건 당신이었어! 그런데도 내가 30년 동안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니! 말해! 이태범은 도대체 누구 아들이야?”이태범도 어머니를 향해 원망을 쏟아냈다.“어머니! 어머니 때문에 제가 혜림이랑 이혼했어요. 하준이는 분명 제 친아들인데!”그제야 시어머니는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나를 향해 소리쳤다.“너는 이미 돈을 받고 이혼했으면서, 왜 다시 돌아온 거니? 내가 30년 동안 숨겨온 비밀이 네 손에서 다 무너졌어!”나는 비웃으며 말했다.“저를 먼저 해친 건 당신이잖아요. 하준이는 이제 겨우 세 살이에요. 그런데 한밤중에 저희 모자를 집에서 쫓아내 놓고, 이제 와서 복수를 당하니까 억울하세요? 이게 바로 인과응보라는 거예요. 설마 이 일이 평생 감춰질 거라고 생각했어요? 아니면 제가 바보처럼 평생 희생양이 되어줄 줄 아셨나요?”시아버지는 온몸을 떨며 시어머니의 뺨을 내리쳤다.“30년! 내가 남의 자식을 30년이나 키웠다니!”이태범이 아버지를 진정시키려 했지만, 시아버지는 그의 손을 거칠게 뿌리쳤다.“너희 둘, 뻔뻔한 모자가 날 속이고 30년을 우롱하다니, 내가 너희를 가만두지 않겠다!”그는 그렇게 외치며 시어머니의 목을 움켜쥐고 덤벼들었다. 둘은 격렬히 뒤엉켰다.시어머니는 전혀 대항할 수 없었고, 다급히 이태범을 바라보며 외쳤다.“태범아, 어서 도와줘! 네 아빠가 나를 죽이려 해!”하지만 이태범은 그 자리에 서서 움직이지 않았다. 나는 그 모습을 보고 미간을 찌푸렸고, 가방을 들고 조용히 집을 나섰다.집을 떠나기 전, 나는 가족 채팅방에 친절하게 사진을 올렸다. 그리고 짧은 메시지를 덧붙였다.[누가 진짜 자식이 아닌지는 아직 모를 일이죠.]문을 닫고 나서도 안에서 들려오는 싸움 소리가 들렸다.나는 발걸음을 옮기며, 오랜만에 상쾌한
이혼 소식이 가족들 사이에 퍼지자마자, 가족 채팅방은 순식간에 난장판이 되었다. 내가 아직 채팅방을 나가지도 않았는데도, 그들은 나를 거침없이 모욕하기 시작했다.그 불쾌한 말들이 눈에 들어오자, 나는 가볍게 눈썹을 치켜올렸다. 그 모든 메시지를 증거로 남긴 후, 곧바로 경찰에 신고했다.이태범은 화를 참지 못하고 내게 따져 물었다.“이미 이혼했는데, 대체 언제까지 이럴 거야? 당신은 정말 독한 여자야!”나는 대답 대신 가방을 들고 그가 사는 집으로 향했다.집 안은 이미 난장판이었다. 내가 그들의 명예훼손과 허위사실 유포를 신고했으니, 그의 몇몇 친척들은 벌써 경찰서에 ‘원 데이 투어’를 다녀왔을 것이다.문을 두드리자, 이태범이 문을 열었다.며칠 만에 본 그는 십 년은 늙어 보였다.“뭐 하러 왔어? 우리를 이 지경으로 만들어 놓고도 모자라?”“아직 당신한테 줄 ‘특별한 선물’이 하나 남았거든.”나는 그를 쳐다보며 무심하게 한마디 던지고, 거실 소파에 다리를 꼬고 앉았다.집 안에는 시부모도 있었다. 나를 보자마자 두 사람의 표정은 당장이라도 나를 갈기갈기 찢어버릴 듯했다.나는 그런 눈빛을 무시한 채, 곧바로 가방에서 서류를 꺼내어 테이블 위에 던졌다.“따지기 전에, 이걸 먼저 보는 게 좋을 거예요. 지난번에 두 분의 칫솔을 가져다가 친자 확인을 해봤거든요. 그동안 저한테 뒤집어씌운 누명, 이제는 벗고 싶어서요.”시아버지가 먼저 서류를 집어 들었다. 단 한 줄을 읽자마자 그의 얼굴이 순식간에 일그러졌다.“뭐라고?! 어디서 이런 결과를 가져온 거야? 태범이가 내 친아들이 아니라고?”“아버지, 무슨 말씀이세요?”이 말을 들은 이태범은 눈이 휘둥그레져 서류를 집어 들고 확인하기 시작했다.한편, 시어머니는 이미 바닥에 주저앉아 얼굴이 새하얗게 질려 있었다. 그녀는 우리의 시선을 감히 마주치지도 못했다.나는 그녀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리며 말했다.“어머니, 아니 이제 아줌마라고 불러야겠네요. 그동안 아줌마 대신 제가 이 누명을 뒤집어썼는데,
시어머니의 얼굴이 눈에 띄게 굳어졌다. 그녀는 이를 악물고 이태범을 보며 말했다.“아들, 이런 여자랑 더 이상 얽히지 마. 우린 이성적으로 행동하는 사람들이잖니. 그러니 주혜림이 낸 돈은 돌려주고 깔끔하게 끝내자. 그래야 앞으로 귀찮은 일도 없고 마음도 편할 거야.”이태범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물었다.“어머니, 지금 무슨 말씀을 하시는 거예요? 주혜림이 저지른 짓을 생각하면 당연히 빈손으로 나가야죠. 그런데 왜 돈을 줘야 해요? 설령 법정에 가더라도 우리가 유리한 상황이에요.”시아버지도 참지 못하고 소리쳤다.“맞다. 이 집이 재가 되어도 저런 여자에게는 한 푼도 줄 수 없어.”나는 차분하게 말했다.“그래요? 그럼 바로 법원에 이혼 소송을 제기하죠.”“그날 밤 이태범 당신이 하준이를 밀쳐서 머리를 다쳐 피가 난 건 엄연한 가정 폭력이야. 하준이는 분명한 목격자이자 피해자지. 판사가 어떤 판결을 내릴지 기대되네. 그리고 당신들 친척들을 모두 법정에 초대해 공개 재판을 해보는 건 어떨까?”시어머니는 완전히 당황했고, 심지어 말까지 더듬기 시작했다.“안 돼! 법원에 가면 안 돼! 태범아, 얼른 서명해! 너 지금 회사에서 승진 가도에 있잖아. 이런 일로 인생을 망칠 셈이야? 법정까지 가면 우리 집안이 체면을 다 구기게 될 거야!”이태범은 나를 증오 어린 눈으로 노려보면서도 말없이 입을 다물었다.긴장감이 감도는 가운데, 시어머니는 재빨리 펜을 집어 들어 이태범의 손에 쥐여주며 재촉했다.“그날 밤 네가 하준이를 때린 건 사실이잖아. 감옥에 가고 싶어? 얼른 서명하고 돈을 주고 끝내자. 더 이상 이런 여자랑 엮이지 마.”시어머니의 조급한 모습에 나는 속으로 비웃었다. 이건 절대 이태범이 감옥에 가는 걸 걱정해서가 아니다.진짜 이유는 법원에서 진실이 밝혀지는 게 두려운 것뿐이었다. 법원에 가게 된다면, 이태범과 아이의 친자 검사가 다시 이루어질 테니까.그리고 시아버지의 성격을 생각하면, 그날 이후 시어머니는 지옥을 맛보게 될 것이다.
예전에 시아버지와 시어머니의 건강검진 결과를 본 적이 있었다. 두 분 모두 O형 혈액형이었다.벽에 걸린 혈액형 유전 구조도에 따르면, O형 부모의 자식은 반드시 O형이어야 한다. 다른 혈액형일 수 없다.그런데 반년 전, 이태범이 회사에서 단체 건강검진을 받았을 때였다. 그때 서류를 내가 대신 작성했는데, 그의 혈액형은 A형으로 적혀 있었다.그가 어떻게 A형일 수 있지?2초간 멍하니 있다가 문제의 본질을 깨달았다.그랬구나.그러니 시어머니가 평소와는 달리 날 내쫓으라고 집요하게 부추겼던 거구나.이태범이 하준이와 다시 친자 검사를 하려 할 때마다 막은 것도 다 이유가 있었던 거다. 본인이 숨기고 싶은 게 있었으니까.여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이게 무슨 영화 같은 에피소드지? 이런 막장 드라마가 내 인생에서 벌어질 줄이야. 만약 시아버지와 이태범이 진실을 알게 된다면, 이 집안은 난리가 나겠지.지금까지 이들이 나와 하준이에게 했던 일들을 떠올리며 주먹을 꽉 쥐었다.역시 하늘은 공평하다. 나와 하준이가 겪은 고통이 헛되지 않을 것이다.결심을 굳힌 나는 변호사 사무실을 찾아가 내 재산에 대한 공증을 받았고, 이혼 서류도 작성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집으로 돌아갈 준비를 했다.이태범의 서명을 받는 것 외에도, 더 중요한 일이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집에 도착했을 때, 세 사람 모두 거실에 있었다. 술 냄새가 진동했고, 집안은 엉망이었다.내가 돌아온 것을 보자마자 시어머니가 먼저 자리에서 일어났다.“너 또 왜 왔니? 이 집은 이제 너랑 상관없어!”나는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의미심장하게 대답했다.“어머니, 제가 왜 왔는지 아직 말씀도 안 드렸는데 벌써 이렇게 흥분하시네요. 혹시 제가 뭔가 말할까 봐 겁나세요?”시어머니는 목을 세우며 강하게 부인했다.“뻔뻔하기 짝이 없네. 너처럼 파렴치한 애가 들어왔으니 흥분하는 게 당연하지! 네가 우리 집안을 망신시킬 걸 가만히 보고 있으란 말이야?”나는 가차 없이 맞받아쳤다.“망신
그는 분노에 가득 찬 눈으로 나를 노려보며 말했다.“마지막으로 체면을 지켜줄 테니까 솔직히 말해. 하준이 대체 누구 아이야? 이 소문이 퍼지는 순간, 가장 망신당할 사람은 너야!”나는 화끈거리는 붉은 뺨을 매만지며 비웃듯 말했다.“그럼 소문을 내봐. 난 떳떳하니까, 마음대로 해.”남편은 내 옷깃을 거칠게 잡아당기며 독하게 내뱉었다.“아내가 바람을 피웠는데, 그걸 물어보는 것도 안 돼? 당신이 창피하지 않다고 해도 나는 창피해! 정말 눈이 멀어서 당신 같은 여자를 데리고 들어왔지!”나는 눈을 감았다가 천천히 떴다.“그래, 그럼 이혼해. 더 이상 당신네 가족과는 할 말이 없어. 하준이는 내가 데리고 갈 거야. 어차피 당신들한테는 인정도 못 받으니까.”내가 먼저 이혼을 언급하자 남편은 완전히 폭발했다.“당신이 무슨 자격으로 이혼 얘기를 먼저 꺼내? 잡종 데리고 당장 이 집에서 꺼져! 지금 당장! 둘 다 꼴 보기 싫어! 그때 당신이 그 애를 낳자마자 그냥 죽여버려야 했어!”6년을 함께한 세월 동안, 이태범이 이런 잔인한 말을 내뱉는 건 처음이었다.내가 움직이지 않고 서 있자, 시어머니가 먼저 안으로 뛰어 들어가 내 짐을 모조리 끌어내 던졌다.커다란 소음에 깜짝 놀라 잠들어 있던 하준이가 울면서 방에서 뛰어나왔다. 남편을 발견한 아이는 곧장 그의 품으로 달려갔다.“아빠! 돌아오셨어요? 보고 싶었어요...”아이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남편은 하준이를 거칠게 밀쳐냈다.쾅!하준이는 무방비 상태로 책상 모서리에 머리를 부딪쳤고, 곧바로 피가 흘러내리며 울음소리가 터져 나왔다.나는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하준을 안아 들었다. 울고 있는 아이의 얼굴을 보자 가슴이 찢어질 듯 아팠다.“이태범! 당신 아이한테 어떻게 이럴 수 있어? 겨우 세 살짜리 아이한테! 당신 인간 맞아?”그는 차갑게 하준을 바라보며 냉정하게 말했다.“내 아이라는 확신도 없는데 뭐가 문제지? 난 이미 망신 쫄딱 당했어. 그 자리에서 목을 조르지 않은 게 다행이지, 당신이 나한테 무
그는 하준이가 아니라 아이라고 말했다.그제야 깨달았다. 그조차도 하준이 자신의 친아들이라고 믿지 않는다는 사실을.나는 깊이 숨을 들이쉬었다.“태범 씨, 우리 결혼한 지 4년, 알고 지낸 지는 6년이야. 당신은 내가 어떤 사람인지도 모른다는 거야? 나를 못 믿더라도, 하준이는 믿어야지.”남편은 잠시 멈칫하더니 말했다.“겨우 4년 가지고 뭘 증명할 수 있겠어? 게다가, 하준이는 태어났을 때부터 나를 닮지 않았어. 주변 사람들도 다 그렇게 말했는데, 내가 어떻게 생각하겠어?”나는 더 이상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이 집 사람들과 어떻게 계속 대화를 이어가야 할지 도무지 모르겠다.“좋아. 당신들이 하준이가 당신 친아들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면, 병원에 가서 다시 한번 친자 검사를 하자. 지금 당장! 내가 하준이를 깨우고 올게.”말을 마치고 방으로 가려는 순간, 남편이 내 팔을 잡아 세웠다.그는 나를 거칠게 밀쳐내며 화를 내기 시작했다.“이제 그만 좀 해! 병원까지 가겠다고? 지금도 충분히 망신스러운 상황인데 더 난리를 치겠다는 거야? 이걸 동네방네 소문이라도 내겠다는 건가? 내가 남의 애 키운다고 떠벌리려고?”나는 어이없어 헛웃음을 지었다.“망신스러울 게 뭐가 있어? 나는 떳떳해. 당신들이 믿지 않으니까 다시 확인해 보자고 하는 거야.”조용한 밤, 내 목소리는 유난히 또렷하고 단호했다.남편이 무언가 말하려던 순간, 시어머니가 끼어들었다.“무슨 병원을 또 가? 보고서가 여기 딱 있잖아. 이게 명백한 답이야! 설마 네 아버지가 너를 괜히 억울하게 몰았다고 말할 생각이야? 아니면 처음부터 병원에서 조작해 놓고 우리가 넘어오길 기다린 거야? 이렇게 오래 속여 놓고도 부족하다는 거냐?”말도 안 되는 억지에 나는 믿을 수 없다는 듯 시어머니를 바라보았다.평소에는 따뜻하고 인내심 많던 시어머니가 이렇게까지 몰아붙일 줄은 몰랐다.대체 왜 이러는 걸까?나는 주먹을 꽉 쥐었다. 지금 내가 무슨 말을 해도 이 집 사람들은 믿지 않을 것이라는 걸 알았다.
시어머니는 잠시 멍해 있다가 바닥에 버려진 보고서를 발견했다.나는 그녀의 얼굴에 스쳐 지나가는 불안함을 보며 의아해하고 있었는데, 시어머니가 갑자기 손을 들어 내 뺨을 때렸다.“하준이가 우리 친손자가 아니라는 거야? 네가 어떻게 이런 짓을 할 수 있어? 우리 태범이가 너한테 뭘 잘못했다고 이래! 어떻게 이런 짓을 저지를 수 있냐!”시아버지도 맞장구쳤다.“당장 네 부모한테 전화해! 내가 직접 물어보겠다. 대체 딸을 어떻게 가르쳤길래 이렇게 부끄러운 짓을 하게 만들었는지! 너 이런 짓하고도 천벌이 두렵지 않냐?”나는 겨우 마음을 다잡고 차분히 말했다.“마지막으로 말하겠습니다. 하준이는 분명히 태범 씨의 친아들입니다. 믿지 않으시겠다면, 태범 씨가 돌아오면 다시 얘기하시죠. 필요하다면 하준이랑 태범 씨가 또 한 번 친자확인 검사를 받을 수도 있어요.”시아버지는 대답하지 않고 그저 나를 노려볼 뿐이었다. 그러자 시어머니가 급히 나를 꾸짖었다.“남부끄러운 짓을 저질러 놓고 뭐가 이렇게 당당해? 태범이가 돌아온다고 해도 널 용서하지 않을 거야! 무슨 친자확인 검사를 또 해? 결과가 눈앞에 뻔히 나와 있는데! 하준이가 태범이 친자라면 왜 너희 시아버지와 혈연관계가 없겠어? 네가 병원과 짜고 우리를 속이려는 거지?”나는 변명하려 입을 열었지만, 그때 하준이가 방에서 나왔다.“할아버지, 할머니, 엄마, 왜 다들 싸워요? 저녁밥은 다 됐어요?”하준이가 나오자, 시아버지는 이성을 잃은 듯 소리쳤다.“누가 네 할아버지, 할머니야? 함부로 부르지 마! 네가 누구 집 자식인지도 모르는데, 당장 나가!”하준이는 난생처음 보는 광경에 깜짝 놀라 내 품으로 뛰어들어 울음을 터뜨렸다. 늘 자신을 예뻐해 주던 할아버지, 할머니가 갑자기 변해버린 이유를 이해하지 못한 채였다.아이의 울음소리에 시아버지는 더 화가 난 듯, 하준이를 소파에 던지더니 목을 움켜잡았다.“울기는 왜 울어? 내가 너무 오냐오냐해준 탓인가? 당장 나가! 네 친아빠 찾아가! 우리 집에 더는 있을 필요
시댁에서 전화가 걸려 왔을 때 난 회사에서 야근을 하며 정신없이 바빴다.수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시아버지의 거의 고함에 가까운 목소리.“주혜림! 너 같은 뻔뻔한 여자는 처음 본다! 지금 당장 집으로 기어들어 와! 어서! 그렇지 않으면 네가 저지른 추한 짓을 세상에 다 까발릴 줄 알아!”나는 아직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전화가 꺼진 휴대폰을 멍하니 바라봤다. 그저 난데없는 일에 어리둥절한 채 책상 앞에 앉아 있을 뿐이었다.마침 업무가 막바지에 이르렀고, 나는 급히 가방을 챙겨 집으로 향했다.집에 들어서자마자 거실 소파에 정자세로 앉아 있는 시아버지가 눈에 들어왔다. 그 앞 탁자 위에는 빼곡한 글씨로 가득 찬 두 장의 서류가 놓여 있었다.나는 별로 신경 쓰지 않고 신발을 갈아신은 후 시아버지를 향해 물었다.“아버님, 무슨 일이시길래 이렇게 급하게 부르신 거예요?”시아버지는 코웃음을 치며 나를 노려보았다.“네가 무슨 짓을 했는지 정말 모르겠어? 내가 직접 들춰내야 직성이 풀리겠냐?”내가 짜증스럽게 말했다.“저 정말 모르겠는데요. 할 말 있으시면 그냥 하세요.”다음 순간, 시아버지는 탁자 위에 있던 두 장의 서류를 내 얼굴 앞에 던졌다.“흥, 네 눈으로 직접 확인해 봐! 우리 집이 재수가 없어서 너 같은 며느리를 얻었지!”나는 서류를 내려다보았다.거기엔 선명하게 적힌 한 줄의 문장이 눈에 들어왔다.‘두 사람은 혈연관계가 없습니다.’그리고 그 보고서에는 시아버지와 내 아들 이하준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나는 깜짝 놀라 얼굴을 들었다.뒤늦게야 시아버지가 내 아들 하준이를 데리고 친자 확인을 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화가 나면서도 억울한 마음에 반박하지 않을 수 없었다.“아버님, 하준이가 태어났을 때부터 태범 씨랑 전혀 닮지 않았다고 하셨지만, 저는 그저 농담으로 받아들였어요. 그래서 별로 신경 쓰지 않았죠. 그런데 태범 씨조차 아무 말도 안 했는데, 아버님께서 하준이를 몰래 데리고 가서 친자 확인을 하셨다니요? 아직 세 살밖에 안 된 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