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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44화

작가: 유애
숙청제가 그렇게 묻자, 단신의는 한참동안 아무말도 하지 못하고 생각에 잠겼다.

가쁜 숨소리와 심장 박동 소리 외에 공기는 쥐 죽은 듯 고요해졌고, 고요함 속의 절망은 모든 사람을 숨 막히게 했다.

“이걸 방법이라고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습니다만, 한 번 해볼 수밖에 없습니다.”

단신의는 마침내 입을 열었다.

그러자 태후는 숙청제보다 더 조급해서 말했다.

“어서 말해 보시오.”

단신의는 침울한 한숨을 내쉬더니 천천히 입을 열었다.

“하지만 이 방법은 위험하기에 3일이나 버텨야 합니다. 3일이 지나면 제가 신약산장으로 데리고 가서 신약산장에서 자란 단속초로 물을 끓여 대황자에게 매일 몸을 담글 것인데 그렇게 하면 목숨은 부지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승산이 아주 낮아서 신약산장에 도착할 때까지 버티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자 송석석이 물었다.

“단속초를 캐오는 건 안됩니까? 대황자의 부상이 이렇게나 심각한데 대체 어찌 옮긴 단 말입니까?”

송석석의 말에 단신의가 이내 고개를 가로저었다.

“말린 단속초도 효과가 있긴 하지만, 이 효과를 충분히 발휘하려면 캔 지 반 시진 안에 물을 넣고 끓여야 하는데…… 아무리 기효라고 해도 대황자의 부상이 너무 심해서 살릴 수 있을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리고 그렇게 되면 나도 최소한 1년 동안은 진성으로 올라올 수 없습니다.”

그 말은 숙청제에게 한 말이었다. 그러니까 1년 동안 숙청제의 병은 제자들이나 태의에게 맡길 수밖에 없다는 뜻이었다.

숙청제는 핏기가 하나도 없는 창백한 얼굴로 손잡이를 꽉 움켜쥐고 말했다.

“단신의, 승산은 얼마나 있소?”

그러자 단신의는 안쓰러운 눈빛으로 말했다.

“솔직히 말해서 승산이 얼마 없습니다. 일 성의 승산마저 없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 지금으로서는 최선을 다할 수밖에 없습니다.”

숙청제는 절망스러운 눈물을 흘렸다.

그가 눈물을 흘리자 태후도 가까스로 참았던 눈물을 흘렸다.

사여묵과 송석석도 마음이 아팠지만, 어떻게 위로를 해야 할지 몰라 그저 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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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릴 때부터 친했던 두 친구는 각자의 분야에서 항상 최선을 다했다. 그렇게 수철이 약을 접하게 되면서 약과 의리는 그가 신약산장을 의지하는 모든 것이 되었다. 산에 내려가 의관을 차리고 사람들을 치료할 수 없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매번 참기만 했는데 서우가 왔다 간 후 보내온 편지를 본 그는 산에서 내려갈 희망이 생겨 마음이 부풀어 잠이 오지 않았다. 그는 예전에 부상에 시달린 적이 있어서 열심히 통증과 부상을 치료하는 약을 연구했는데, 의술이 전면적인 나머지 뒤처지지도 않았다. 그의 마음속에는 지난 몇 년동안 한 번도 타오르지 않았던 한 줄기의 불이 타오르고 있었다. 신약산장에 도착한 순간부터 그는 자신이 설령 살아갈 수 있다 하더라도 이번 생은 그곳에서 지낼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깨달은 채 살아가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달랐다. 신분과 얼굴을 바꾸고, 배운 것을 가지고 산에서 내려갈 수 있다면, 그는 유용한 사람이 될 수 있고 더 이상 숨지 않고 떳떳하게 살 수 있었다. 그 생각에 그는 며칠 동안 흥분한 상태로 제약 공장에서 먹고 마셨다. 사부님은 그런 그의 모습이 조금 두렵게 느껴져 사공에게 편지를 써 알리려고 했다. 그는 사부에게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환한 미소를 띠었다. 그 웃음에 놀란 사부님은 심지어 무당을 불러 귀신이 씐 건 아닌지 보려고까지 했다. 하지만 서우 형이 성공하지 못할 수도 있으니 그는 사부에게 아무것도 말하지 않았다. 비록 그가 모든 것을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긴 하지만 나중에 너무 실망하지 않도록 마음의 준비를 항상 해야 했다. 날이 지나고 더위와 추위가 오가더니 벌써 2년이란 세월이 흘렀다.추분, 날씨가 상쾌한 어느 가을, 하늘의 밝은 태양은 사람을 뜨겁게 하지 않았고 하얀 구름들은 동쪽에서 서쪽으로 불어 들어오고 있었다. 서우는 다시 한번 신약산장에 발을 들였는데, 이번엔 그의 서동인 진소설을 데리고 왔다. 진소설은 몽동이를 따라 무술을 익혔다. 그런데 노력한 사람은 역시 보답을 받는다고, 비록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1580화

    “사정언, 너 말 좀 그만해.” 송석석은 눈살을 찌푸리고 서우에게 매달려 쉴 새 없이 말하는 딸을 혼냈다. 새빨갛게 그을린 작은 얼굴에 닭장처럼 헝클어진 머리카락은 한 눈에 봐도 밖에서 뛰어놀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우가 돌아오자마자 그녀는 쉬지도 않고 사촌 오빠에게 길에서 본 재미있는 일들을 물었다. “어머니.” 사정언은 눈을 크게 떴다. 안 그래도 큰 눈을 더 크게 뜨니 왠지 억울해 보였다. 그녀의 외모는 부모님의 장점만 닮아 있었다. “제가 이렇게 오랫동안 사촌 오라버니를 만나지 못했으니, 당연히 할 말이 많지요. 하루만 못 봐도 3년 못 본 것처럼 길게 느껴진다고 하지 않으셨습니까?” “그게 무슨 말이야? 대체 누가 그런 말을 가르쳐줬어?” 송석석이 눈살을 더욱 찌푸렸다. “왕사백이요. 그가 며칠 전에 매산으로 갔었는데, 돌아오자마자 시 고모를 안고 그렇게 말했었습니다.” 그녀의 말에 시만자는 고개를 숙여 송석석의 눈빛을 피했다. 그녀는 그때 정언이 나무 위에 숨어 있을 줄은 몰랐다. 알았다면 아이 앞에서 껴안고 그런 오글거리는 말을 할 수 없었을 것이었다. 그녀는 이 아이가 말을 따라 하는 능력이 아주 뛰어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하지만 이 나이의 아이들이 왜 어른들의 말을 듣는 것을 좋아하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녀는 이맘때쯤에 최대한 어른들과 멀리 떨어져 있었는데 말이다. 사정언은 대답한 후에도 계속 서우를 잡고 말했다. “오라버니, 혹시 상서에 갔어? 상서에서 시신 업는 것을 봤어? 정말 소국이 말한 것처럼 앞에서 종을 흔드는 도인이 있고, 뒤에 좀비들이 따라가는 거야? 그들은 걸어가 아님 뛰어가? 꼭 밤에만 볼 수 있는 거야? 낮에는 햇볕이 쨍쨍해서 볼 수 없는 거야? 그들은 말할 줄 알아? 뭘 먹어? 그리고 그곳엔 주술을 잘한다고 들었는데 혹시 미인을 본 적이 있어? 그런 미인은 오라버니가 마음에 드는지…….” “그만해!” 송석석도 이내 참지 못하고 호통을 쳤다. “보주, 서주, 어서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1579화

    송석석은 이번에 외출할 때 황제에게 유람하러 간다고 했다.하지만 그녀는 신약산장에 오래 머물지 않고 7일 만에 떠나 만종문으로 향했다.그녀는 원래 진성으로 돌아가 홍현 고모를 찾고 싶었지만 평무종 고모를 직접 찾아가서 분장술을 가르쳐 달라고 부탁하는 것이 낫겠다고 생각했다.분장술은 어렵지 않지만 능숙하게, 아무도 알아채지 못할 정도로 하려면 한두 달 만에 배울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간단한 분장술은 기존의 얼굴에도 할 수 있었지만 비가 오기만 해도 쉽게 흔적이 드러날 수 있었다.그러니 간단한 분장술만 배워서는 안 되었다.그리고 또 다른 미용술은 가면을 만드는 것인데 일반적인 가면은 일정한 두께가 있어 답답하고 오랫동안 착용하면 얼굴에 상처가 날 수 있다.게다가 가면을 착용할 때는 특수 물약을 묻혀야 했기에, 뜯을 때도 얼굴에 상처가 입을 수 있었다.운익각 사람들은 가면을 착용할 때 오래 착용하지 않았다. 게다가 정탐꾼들은 무공도 괜찮고 경공도 높아 임무를 수행할 때만 가면을 착용해서 물약을 묻힐 필요가 없었다. 왜냐하면 벗겨져도 얼굴에 검은 천으로 복면을 쓰고 있어서 알아볼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그리고 일반인들이 변장해서 탐문할 때 사용하는 것은 변장의 첫 번째 방법이었다.평무종은 서우의 요구를 듣고 말했다.“얼굴에 오래 쓰고 있을 수 있으면서도 원래 피부를 해치지 않고 잘 벗겨지지 않는 가면이라, 그럼 상어가죽으로 만드는 것은 어떠냐.”“상어가죽이 무엇입니까?”서우는 매미의 날개처럼 얇고 물에 젖어도 흔들리지 않는 상어비단은 들어본 적이 있었지만 그건 엄청 귀중한 비단이었다.그러자 평무종이 설명했다.“상어가죽은 분장술에서 쓰이는 가장 좋은 소재이다. 통풍이 잘 되고, 얼굴에 단단히 붙어 쉽게 떨어지지 않아 빗물을 걱정할 필요도 없었다. 심지어 눈으로 보나 만지나 모두 진짜 피부와 다르지 않다. 하지만 상어가죽으로 가면을 만들려면 상어 눈물을 사용해서 실을 짜내고 다시 밑감을 만들어야 해서 매우 번거롭다.”그러자 서우가 물었다.“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1578화

    그렇게 두 사람은 촛불을 들고 한참동안 이야기를 나누었다. 하지만 조정의 일은 일절 말해주지 않은 탓에, 수철은 지금 나라가 안정적이라는 사실만 알 수 있었다. 그는 이미 대황자가 아니다. 따라서 지금 그가 지켜야 할 것은 자신의 목숨뿐이고, 다른 것은 이미 그와 상관이 없어졌다. 그는 조정에 관한 화제를 꺼내면 모두가 예민해질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어릴 때 그는 왜 자신이 죽어야 하는지 몰랐지만, 나중에 단 사공이 와서 조금씩 분석해 주었고, 그의 사부님도 이해관계에 대해 이야기해준 적이 있었다. 그와 셋째 동생 사이에 가족의 정으로 목숨을 걸고 불안정한 여생을 걸어야 한다면 결코 모두에게 좋은 일은 아니었다. 그래서 그는 받아들기로 한 것이었다. 삶은 계속될 텐데, 매일을 의미 있게 잘 보내야 목숨을 건진 보람이 있기 때문이다. 서우가 그의 다리에 대해 물었다. “내가 오기 전에, 고모가 그러던데 넌 다리를 다쳐서 일어날 수 없다고 했는데 지금은 어떻게 걸을 수 있게 된 거야?” 그러자 수철이 말했다. “부황께서 승하하신 해에 산장에서 몇 사람이 와서 진찰해 보더니 정말 심하게 다쳤다며 이대로 두었다가는 계속 아플 테니 반드시 극단적인 방법으로 치료해야 한다고 하더군.” 그러자 서우는 호기심에 물었다. “어디서 온 신의야? 그럼 그때부터 치료한 거야?” 그 물음에 수철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북당에서 왔는데 그 사람은 그 말만 하고 날 치료해주지 않고 당일에 떠났어. 그러다가 지난달에 와서 약주를 줘서 그걸 마셨는데, 난 하루 종일 혼수상태에 빠졌어. 심지어 깨어나니 다리가 아파 죽을 것 같았지. 그런데 며칠이 지나자 점점 좋아지더니 누군가 부축하면 일어날 수 있게 되었어. 처음에는 잘 일어나지 못했는데 시간이 지나자 점점 똑바로 설 수 있게 되었지. 그리고 지금은 혼자 몇 걸음은 걸을 수 있게 됐어.” 그러자 서우가 놀란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 “북당신의? 그분께서 아직 살아 계셔?” “아니, 돌아가셨어. 내가 일어나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1577화

    [번외편]신약산장의 진달래가 온 산천지에 피었다. 다채로운 경치는 사람들로 하여금 황홀하게 만들었다. 특히 신약산장에 가본 적이 없는 사람들마저 그곳에 살고 싶어 할 정도였다. 하지만 예외인 사람이 한 명 있었다. 그는 말을 타고 산 아래에 도착해 말을 잘 배치한 후 산을 오르기 시작했다. 하지만 오직 눈앞의 길만 보았고 찬란한 꽃들은 그의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는 빠르게 걸으며, 가끔 경공을 사용하기도 했다. 신약산장이 비록 높지는 않았지만 은밀하게 숨겨져 있었고 많은 갈림길이 있었다. 하지만 그는 지도를 수도 없이 봐 온 덕분에 신약산장으로 향하는 길을 이미 마음속에 깊이 새기고 있었다. 약관 때 그가 작위를 계승했을 당시, 작은 고모가 많은 선물을 주었는데 그중 가장 큰 선물이 바로 지도였다. 그리고 그에게 온몸의 피가 끓게 하는 소식을 알려주었는데 바로 수철이 아직 살아있다는 사실이었다. 당시, 그는 한숨도 자지 못했고 옛날의 모든 일들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작위를 받은 후 입궁해서 사은하고 선조들에게 제사를 지낸 후 답방 인사를 드려야 했는데, 작은 고모의 말로는 인맥을 굳건히 하기 위함이라고 했다. 그래서 무려 보름이 지난 후에야 비로소 신약산장으로 출발했다. 산 아래에 도착하자 그는 날아가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하지만 막상 산문을 본 순간, 강한 슬픔에 휩싸여 발걸음을 멈추고 그저 멍하니 서 있을 뿐이었다. 작은 고모는 그에게 수철이가 두 다리를 못 쓰게 되었고, 불행 중 다행히 치료 후에 목숨은 건졌지만 약 없이는 살 수 없게 되었다고 했다. 그것은 평생 약을 달고 의자에 앉아 있거나 침대에 누워서 지낼 수밖에 없다는 뜻이었다.그의 기억 속의 수철의 모습은 두 가지로 나뉘었는데, 하나는 제멋대로며 횡포한 모습이었고, 다른 하나는 성실하고 열심히 공부하며 태후마마와 황제폐하를 실망시킬까 봐 무술이든 공부든 최선을 다 했던 모습이었다. 특히 무술은 고모부가 재미있게 가르쳐 준 덕분에 그들은 항상 활기차게 뛰어다닐 수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1576화

    사여묵이 그 옷을 바라보며 말했다.“그거 내 옷이잖아. 그럼 내가 살이 쪘다는 말이오? 나 살 안 쪘는데.”“당신 것이었습니까? 그럼 나중에 길이를 고쳐야겠군요.”그러자 사여묵이 다시 투덜거렸다. “헐렁한 옷을 입고 싶으면 사람 시켜 만들어 입으면 되지, 왜 내 낡은 옷을 고쳐 입으려는 것이오?”“내가 매산으로 돌아가서 1년 동안 있을 텐데 당신 옷을 입어야 당신이 내 옆에 있는 것처럼 느껴질 것 아닙니까?”송석석은 마치 평생을 떠나는 사람처럼 말했다.“1년? 왜 매산에서 1년이나 있어야 하지?”“당연히 사부님이 날 보고 싶어하셔서지요.”송석석은 허리를 짚고 옆에서 웃고 있는 보주에게 옷을 건넸다.“하지만 당장 간다는 건 아닙니다. 서우가 국공부를 계승할 예정이니 그 일이 끝난 후에 매산으로 돌아갈 것입니다.”“왜 그렇게 오래 있어야 하는 것이오?”사여묵은 그녀의 자세가 이상하다고 생각했지만 그에 대해 묻지는 않았다.송석석은 자리에 앉아 느릿느릿 말했다.“매산으로 돌아가 1년 살다가 아이를 하나 주워 와서 우리가 낳았다고 하려고요.”“뭐가 그렇게 번거롭소? 황족 중에 한 명을 양자로 삼으면 되지 않소?”사여묵은 잠시 생각하더니 계속 말을 이어갔다.“게다가 주워 와서 우리가 낳았다고 하는 건 좀 그렇지 않소?”송석석은 퉁명스럽게 그를 한 번 쏘아보았다.‘이렇게 분명하게 말했는데도 알아차리지 못하다니.’그러자 보주가 웃으며 말했다.“왕야님. 왕비님께서 지금 임신 중이셔서 매산으로 돌아가서 아기를 낳을 때까지 휴양하시려고 하는 겁니다.”“뭐?”사여묵의 놀란 목소리는 지붕을 떠날 것 같이 컸다.그는 가능성이 그렇게 작은 인연이 그들에게 찾아왔다는 것을 믿을 수 없었다.그는 이내 쪼그려 앉아 조심스럽게 손바닥으로 송석석의 배를 만졌다.‘이 안에 나와 송석석의 아이가 있다니, 말도 안 돼.’그러고는 약간 믿을 수 없다는듯 물었다.“정말이야? 당신도 낳고 싶어?”송석석은 눈을 내리깔고 그를 바라보며 웃으며 말했다.“물론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1575화

    동월 13일이 되자, 그는 갑자기 정신이 맑아져 배가 고프다며 고기 죽과 크림과자를 먹고 싶다고 했다. 그러자 오 대반은 급히 사람을 시켜 고기 죽과 크림과자를 준비하도록 했다. 진 황후는 평소처럼 침대 옆에 앉아 그에게 먹여주려고 했지만 그는 오히려 앉아서 먹겠다고 했다. 오 대반은 얼른 앞으로 나서서 일으켜 세우고 등 뒤에 두꺼운 쿠션을 깔아주었다. 숙청제는 여위어서 뼈만 앙상하게 남아 있어 앉아있을 때도 몸이 계속 미끄러지는 탓에 오 대반은 어쩔 수 없이 침대 옆에 무릎을 꿇고 두 손으로 그의 허리를 받쳤다. 그는 죽 한 그릇을 조금도 남기지 않고 모두 먹고는, 과자도 한 점 먹더니 느끼한 지 더 이상 손을 대지 않았다. 단신의는 태후를 모시고 몇 마디 하자 태후는 안색이 급히 변하더니 눈물이 쏟아졌다. 비록 이미 마음의 준비를 했지만 막상 때가 되자 태후의 마음은 칼에 도려낸 듯 아파진 것이었다. 그렇게 한참 후에야 사람을 시켜 섭정왕과 태자, 그리고 후궁의 공주와 마마들까지 모셔오라고 했다. 숙청제는 마치 자신의 병이 심각한지 전혀 모르는 듯 많은 사람들이 온 것을 보자 깜짝 놀랐다. 하지만 그는 이내 상냥하게 모든 사람에게 한 마디씩 한 후, 다시 주위를 둘러보며 오 대반에게 물었다. “왜 대황자와 이황자가 보이지 않느냐?” 그 말이 나오자마자 일부 후궁들이 눈물을 참지 못하고 흐느끼기 시작했다. 오 대반은 웃으면서 말했다.“황제폐하, 잠시만 기다리십시오. 이미 사람을 보내 모시러 갔으니 곧 도착할 것입니다.” “너무 서두르지 말고 수업에 집중하라고 하거라. 태부에게 욕먹지 말고.” 숙청제는 두 손을 들어 올리려 애썼지만, 힘이 없었다. “좀 피곤하구나. 쉴 테니 눕혀다오. 한잠 자고 서재로 가도 늦지 않을 것이다.” 오 대반이 급히 그를 부축해 눕혀 주었다.이내 흐느끼는 소리가 나자 숙청제가 고개를 들고 물었다. “누가 우는 것이냐? 무슨 억울한 일을 당한 것이냐?”진 황후가 몸을 돌려 날카로운 눈빛으로 사람들을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1574화

    하지만, 궁으로 돌아온 후 그는 다신 일어나지 못했다. 단신의는 태후에게 몇 마디 말했는데 요 이틀에 돌아가실지 모르니 황제폐하께서 만나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빨리 만나게 하는 게 좋겠다고 했다. 황제가 가장 먼저 보고 싶은 사람은 태후였다. “그 아이가 날 보자마자 가장 먼저 황조모에 대해 물었습니다. 모후께서 그를 아끼셨던 보람이 있군요.” 그러자 태후가 깊은 한숨을 쉬며 말했다. “불쌍한 녀석, 평생 산에 숨어 살 수밖에 없게 되었구나. 그나저나 그의 다리는 정말 가망이 없는 것이냐?” “예, 희망은 없는 것 같습니다.” 숙청제의 입술에는 핏기가 전혀 없었다. “하지만 제가 떠나기 전에 그가 말했습니다. 의술을 배워서 나중에 제 병을 고쳐주겠다고요.” 그의 말을 들은 태후는 가슴이 쓰리고 아파왔다. “참으로 착한 아이구나.” 숙청제는 천장을 보며 중얼거렸다. “그렇지요. 참 착한 아이예요.” 그는 태후와 잠시 이야기를 나눈 후, 사여묵에게 태자를 데리고 들어오라고 했다. 숙청제는 병세가 엄중하지 않았을 때, 태자를 데리고 조정에 가고 상주문을 수정하고 그를 데리고 대신들과 논의를 했다. 숙청제는 그가 강제로 성장한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다른 방법은 없었다. 생모를 일찍 잃은 데다 모가는 세력이 약해 조금의 도움도 되지 못했다. 수빈은 그를 친자식처럼 여겼고, 그를 보호하기 위해 죽음을 선택했다. 그러니 이 씨 가문만 남았는데 그들은 어떻게 해야 태자에게 좋은 건 지 모르는 것 같았다. 병상 앞에서 그는 태자를 사여묵에게 정중히 넘겼다. 하지만 이번엔 그에게 맹세하라고 하지 않고 바라보기만 했다. “내가 태자를 너에게 맡길 테니 잘 가르쳐 줘. 말을 듣지 않으면 숙부로서 혼낼 때는 혼 내고 때릴 일이 있으면 때려도 된다. 너희는 군신 사이가 아니라, 숙부와 조카니까.”사여묵이 눈물을 참고 말했다. “황형, 걱정하지 마십시오. 반드시 황형의 부탁을 저버리지 않겠습니다.” “태자.” 숙청제는 천천히 고개를 돌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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