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수, 집에 있는 꽃을 오래 보면 신선한 느낌이 없어진다는 거 알아. 그러나 집 꽃의 아름다움은 절대 들꽃이 대체할 수 없어.”하성우는 나상준의 좋은 점을 보여주기 위해 노력했다.친구니까 돕는 게 당연했다.마치 잘못된 길로 가고 있는 사람을 바른길로 안내하고 있는 듯한 하성우의 말에 차우미가 웃으며 말했다.“성우 씨 말이 맞아. 들꽃보다 집 꽃이 좋지. 그러니까 성우 씨, 나연 씨에게 잘해 줘.”그녀의 말을 들은 하성우는 멍해졌다. 그는 금세 뭔가 생각이 난 듯 허벅지를 치며 말했다.“어머, 내 기억력 좀 봐. 남의 일에만 신경 쓰다가 나의 일도 아직 해결하지 못했잖아.”그는 차우미를 한쪽으로 끌고 갔다.하성우가 차우미를 잡아 끌 때 그는 누군가의 시선을 느끼고 고개를 돌렸다. 멀지 않은 곳에서 하종원과 대화를 나누고 있던 나상준이 담담한 눈빛으로 이쪽을 바라보고 있었다.하성우는 재빨리 차우미를 놓아주며 입을 열었다.“형수, 이쪽으로 와.”그는 차우미에게 손을 대지 못하고 손짓하며 그녀에게서 한 발짝 떨어졌다.잔뜩 놀란듯한 하성우의 표정을 보면서 차우미는 의아했지만 할 말이 있어 보이는 듯한 하성우의 표정을 보고는 그를 따라갔다. 그와 한 발자국 떨어져서 선 차우미가 입을 열었다.“무슨 일 있어?”조금 전 나상준의 무서운 표정을 본 하성우는 그녀에게 더는 다가가지 못했다.나상준은 소유욕이 강한 사람이었다.차우미의 물음에 하성우가 지체하지 않고 바로 입을 열었다.“나연이가 내일 돌아오겠대. 형수, 형수도 알다시피 나 요즘 일 때문에 놀지도 못하고 엄청 바빴잖아. 그런데 나연이는 내가 노는 줄 알고 이번에 돌아오겠대. 내일 나 대신 증인 좀 서줘. 나연이한테 말 좀 잘 해줘.”간절하게 말하는 하성우의 모습에 한참을 고민하던 차우미가 입을 열었다.“하성우.”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차우미의 모습에 하성우가 긴장하며 엄숙한 목소리로 말했다.“응, 형수.”하성우는 놀기를 좋아하며 길들이기 어려운 야생마와 같았고 심나연은 뜨거운 불과
“하지만 난 있는 그대로만 얘기할 거야. 성우 씨를 대신해서 거짓말 같은 건 하지 않을 거야.”하성우는 차우미가 동의 할 줄 알았지만 이렇게 많은 말을 하리라고는 생각지 못했다.조용히, 평온하게 말하는 그녀의 말이 하성우의 마음에 와닿았다.하성우는 말없이 조용히 있었다.하성우의 진지한 표정을 본 차우미가 입을 열었다.“소중히 생각할지 아니면 그만할지, 잘 생각해 봐.”말을 마친 차우미는 원래 서 있던 자리로 돌아가서 끊임없이 달리는 차들을 바라봤다.모든 사람이 사랑을 좇고 있다. 하지만 사랑에는 많은 대가가 따르는 법이다.구속, 자율, 변하지 않는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지내야 한다. 만약 그러지 못하면 요괴가 이 기회를 틈타고 들어와 널 집어삼키고 어렵게 얻은 사랑과 소중한 것들을 빼앗아갈 것이다.그러면 모든 게 사라지겠지.그녀는 평상시에는 남의 일에 참견하지 않았지만 하성우가 심나연을 소중하게 생각했으면 하는 마음에서 한소리 했다.좋은 것을 얻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잃은 다음 후회를 해봤자 그때는 이미 늦었다.하지만, 많은 사람은 잃은 뒤에야 소중함을 깨닫곤 한다.그녀가 늘 조심하며 자신을 단속하는 것도 돌이킬 수 없는 일을 저지르고 고통 속에서 후회하기 싫어서였다.다행히도 그녀는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후회를 해본 적이 없었다.앞으로도 그녀는 후회하는 일이 없도록 잘할 것이다.나상준은 멀지 않은 곳에서 하종원과 얘기를 나누며 때때로 차우미를 바라봤다.하성우와 말을 마치고 돌아온 차우미는 평온한 눈빛으로 원래 자리에 서서 오고 가는 차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는 그녀를 바라봤다. 달빛 아래 가로등이 길을 밝히고 있었고 차들 소리와 사람들 말소리가 소란스러웠지만 그녀는 조금도 영향받지 않는 듯 그렇게 그 자리에 서 있었다.그녀는 그녀 자신으로 살아갔다. 그녀가 어떤 사람이면 영원히 그대로 변하지 않고 말이다.나상준과 얘기를 끝낸 하종원이 걸어와서 차우미를 보며 웃었다.“우미야, 난 이만 먼저 가볼게.”하종원의 말을 들은 차우
갑자기 기침을 하는 나상준을 보며 차우미의 미간이 찌푸려졌다.그녀는 나상준의 기침 소리를 거의 들어본 적이 없었다. 몇 달, 심지어 일 년 안에 그의 기침 소리를 듣기 어려웠다. 하지만 이 좁은 공간에서 그가 기침했다.여덟 시가 넘은 밤은 어두웠다. 도시의 불빛이 이 밤을 밝혀주고 있었다. 차 안에는 불을 켜지 않았지만 밖의 불빛이 비춰들어 왔기에 차우미는 나상준의 표정을 똑똑히 볼 수 있었다.기침을 한 탓인지 그는 미간을 찌푸리고 있었다. 그의 얼굴에 불편한 기색이 역력했다.차우미가 입을 열었다.“어디 불편해?”그녀가 관심하며 물었다. 만약 나상준의 기침 소리를 듣지 못했다면 묻지 않았겠지만 들은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을 수 없었다.나상준은 뒷좌석에 기대어 눈을 감고 있었다. 여전히 미간을 찌푸리고 있는 모습이 많이 아픈 것 같았다.차우미의 말이 귓가에 들려왔지만 그는 여전히 눈을 감은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말하고 싶지 않은 듯했다.차우미는 나상준이 많이 아파 보였다. 아까 밥을 먹을 때부터 아픈 것 같았지만 그가 밥을 남기는 사람도 아니었고 사람들 앞에서 그녀가 집어준 음식을 먹지 않는 것도 보기에 좋지 않았기에 먹고 싶지 않아도 먹은 듯했다.지금은 옆에 다른 사람들이 없기에 나상준도 아픈 내색을 비췄다.생각하던 차우미가 조용히 입을 열었다.“아프면 병원에 가자.”차우미는 이랬다. 자신에게 잘해주면 똑같이 잘해줬다.차우미도 심장이 없는 사람이 아니었다. 그녀에게는 자신만의 철칙이 있었고 결코 무정한 사람이 아니었다.그녀는 따뜻하며 보답을 할 줄 아는 사람이다.나상준은 여전히 말없이 눈을 감고 있었다. 그는 잠들었는지 차우미의 말을 듣지 못하는 듯했다.그러나 차우미는 나상준이 자지 않고 있음을 알고 있었다. 사람이 아플 때면 확실히 말하고 싶지 않다.차우미의 미간이 더욱 구겨졌다. 그녀가 나상준을 알고 난 이후 나상준이 이 정도로 아파하는 모습은 처음이었다.많이 심각해 보였다.그는 자신의 감정을 줄곧 드러내지 않
그가 무슨 생각인지 알 수 없었다.나상준은 마치 낯선 사람을 대하듯이 차우미를 쳐다보지 않고 다시 눈을 감았다. 나상준의 모습을 본 차우미는 말없이 입술을 달싹거리며 시선을 거두고 핸드폰을 들고 시간을 확인했다.여덟 시 사십일 분이었다. 어느덧 9시가 다 되어가고 있었다.‘상준 씨가 많이 피곤했나 보네.’어제저녁에 차우미를 병원에 데려다주고 그녀 옆에서 그녀를 보살펴 준 뒤 오전에 다시 그녀를 호텔에 데려다주고 일하러 갔기에 나상준은 별로 휴식을 취하지 못했다.나상준은 아마도 호텔에 돌아가서 휴식을 취하고 싶어 하는 것 같았다.차우미는 호텔에 도착한 뒤 허영우에게 전화해서 의사를 불러 달라고 하지 않으면 허영우더러 나상준을 병원에 데려가라고 할 생각이었다.허영우는 그들의 이혼 사실을 알고 있었기에 잘 처리할 수 있을 것이다.여기까지 생각한 차우미는 마음이 조금 놓였다.일에는 여러 가지 해결방법이 있다. 한 가지 방법만 있는 게 아니다. 마음만 먹으면 잘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차우미는 더는 말하지 않았다. 나상준도 아무 미동이 없었다. 차 안의 분위기는 조용했고 밖의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아홉 시가 넘어 차가 호텔에 도착했고 운전기사가 차에서 내려 차 문을 열어주자 나상준은 정장 외투를 들고 차분하게 차에서 내렸다.나상준이 차에서 내리는 것을 본 차우미는 그제야 차에서 내렸다.차에서 내린 나상준은 차우미를 기다리지 않고 바로 계단을 올라 호텔로 들어갔다.마치 아무 상관없는 사람인처럼 서로 갈 길을 가는 모습이었다.차우미는 앞에서 걸어가는 사람을 바라봤다. 나상준은 평상시대로 걷는 모습이었지만 차우미보다 키가 컸기에 그녀와 거리가 점점 멀어졌다.차우미는 그를 쫓아가지 않고 뒤에서 걸어가며 그가 엘리베이터에 올라타는 모습을 지켜봤다.엘리베이터가 도착하자 나상준은 차우미를 기다리지 않고 층수를 눌러 먼저 올라갔다.나상준은 엘리베이터 안에서 담담한 표정으로 차우미를 바라봤다. 아무 감정도 담겨있지 않는 눈빛이었다.밖에 있던 차우미도
이것은 차우미가 나상준과 이혼한 이후 처음으로 허영우와 하는 통화였다. 예전과 다름없는 허영우의 호칭이 귓가에 들려왔다.“허 비서님, 지금 회성이에요?”“네, 사모님.”차우미도 대략 예상했던 일이다. 허영우는 나상준의 옆에서 제일 인정 받는 비서였기에 허영우는 항상 나상준의 가는 곳을 따라다녔다.허영우의 대답을 들은 차우미는 마음이 놓였다.“그렇군요, 다름이 아니라 상준 씨가 지금 아파요. 허 비서님이 의사 선생님 좀 불러주세요.”“아프다고요?”허영우가 조금 의아해하며 물었다. 왜냐하면 아까 오후에 나상준이 회사에 왔을 때까지만 해도 그의 얼굴에서 불편한 기색이라곤 찾아볼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허영우가 놀라는 목소리를 들은 차우미는 그가 오늘 나상준을 못 만난 거라 생각했다. 만약 만났다면 발견했을 테니까.“네. 목소리도 갈라지고 안색도 안 좋아 보이더라고요. 그리고 입맛도 없는 것 같고 기침도 했어요. 병원에 가보라고 했지만 상준 씨가 가려 하지 않아서 의사 선생님 불러 상준 씨가 정말 아픈 건지 확인해 봐요.”“그런 일이 있었군요. 지금 바로 의사 선생님께 연락 드리겠습니다.”“네, 수고해요.”“아니에요, 제가 당연히 해야 할 일인걸요. 일 있으면 언제든지 연락 주세요, 사모님.”나상준과 이혼 하기 전과 별반 다름없는 허영우의 공손한 태도에 차우미의 얼굴에 미소가 그려졌다. 그녀는 그렇게 부르지 말라고 하고 싶었지만 이제 더는 허영우에게 연락할 일이 없을 것 같아 말하지 않았다.“네.”대답을 마친 차우미는 전화를 끊었다.허영우는 일 처리를 잘하는 사람이었기에 그에게 상황을 전달한 차우미는 한 시름 놨다.차우미는 더는 나상준에 대해서 신경을 쓰지 않고 엘리베이터 안으로 들어갔다. 그녀는 오늘 저녁 밥 먹을 때 하종원이 했던 말을 회상했다.일이 난관에 부딪혔으니 해결해야 했다.하지만 너무 늦은 시간이라 씻고 나면 일할 시간이 별로 없을 것 같았다.그래서 차우미는 내일 아침 일찍 일어나기로 하고 방으로 돌아가 씻고 휴식을 취했
허영우는 핸드폰 연결음을 듣고 있었다. 나상준이 이내 전화를 받았고 나상준의 목소리를 들은 하성우는 깜짝 놀랐다.“대표님, 정말 아프신 거예요?”허영우가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나상준은 차우미가 허영우에게 연락했음을 알았다.“응.”하영우가 마음을 졸이며 엄숙한 표정으로 말했다.“지금 당장 의사 부를게요.”말을 마친 허영우가 전화를 끊으려 할 때 나상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부르지 마.”허영우는 멍해졌다.‘부르지 말라고? 이게... 무슨 뜻이지?’나상준의 말을 들은 허영우는 무슨 뜻인지 알 수 없었다. 이건 나상준의 입에서 나온 말이 아닌 것 같았다.허영우가 이내 입을 열었다.“조금 전에 사모님께서 연락이 왔어요. 대표님께서 아프니까 의사를 부르라고 하셨어요.”잠시 멈칫하던 허영우가 계속 이어 말했다.“대표님, 정말 의사 부르지 않아도 돼요?”“응.”나상준이 확실하게 대답했다. 아무리 아파도 평소와 같이 이성적이었다.나상준이 대답을 들은 허영우는 나상준이 정말로 의사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는 확신이 들었다.그런데 왜일까?이건 나상준답지 않았다.처음으로 허영우는 나상준의 마음을 알 수 없었다.나상준은 창문을 통해 어둠이 짙게 깔린 창밖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차우미에게 말해. 네가 출장을 가서 의사를 부를 수 없게 됐다고.”그의 말을 들은 허영우는 순식간에 나상준의 마음을 눈치챘다.나상준은 일부러 의사를 부르지 않고 병원에도 가지 않았으며 차우미를 걱정시켰다. 그는 차우미가 직접 자신을 보살펴주기를 바랐다.두 사람은 이혼했기에 어떤 일은 하기에 적합하지 않았다.허영우는 차우미와 별로 접촉한 적이 없었지만 차우미가 어떤 사람인지는 대충 알고 있었다. 그녀는 매우 규칙적이고 예의를 차리는 사람이었다.예전에 나상준이 아플 때면 허영우에게 전화하지 않고 항상 차우미가 알아서 보살펴줬었다. 조금 전 차우미가 허영우에게 전화를 한 거로 봐서는 나상준과 자신은 더 이상 상관이 없는 사람이니 허영우가 알아서 하라는 말 같았다.
차우미는 나상준에게 이런 습관이 있다는 걸 알지 못했다. 그는 성격이 내성적이었고 말을 붙이기 쉽지 않은 것 같았지만 가까이 다가가기 어려운 사람이 아니었다.어떤 사람들은 성격이 괴팍하고 다른 사람과 만나는 걸 싫어했지만 차우미가 알고 있는 나상준은 괴팍하지 않았다. 나상준은 단지 함부로 웃지 않는 사람일 뿐이었다.허영우가 말한 점이 나상준에게는 없다는 것을 차우미는 기억했다.하지만 나상준이 언제부터 사람들과 가까이 지내는 걸 싫어하게 됐는지 차우미는 의아했다.그녀가 미처 생각해 내기도 전에 허영우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사모님, 대표님께서 어느 방에 묵고 계시는지 아시나요?”일분일초라도 기다릴 수 없다는 듯이 빨리 말하는 허영우의 말에 차우미는 하던 생각을 멈추고 입을 열었다.“몰라요.”“제가 문자로 방 번호 보내드릴게요. 사모님께서 가셔서 대표님 좀 잘 보살펴주시기 바랍니다. 번거롭게 해드려서 죄송해요, 사모님.”말을 마친 허영우는 다급히 전화를 끊었다.통화가 끊긴 소리가 핸드폰 너머에서 들려왔다. 핸드폰도 허영우의 다급함을 아는 것인지 뚜뚜 거리는 소리가 빠르게 느껴졌다.통화가 끊긴 소리에도 차우미는 한참을 멍해 있다가 핸드폰을 내려놨다. 핸드폰에는 문자가 두통 와있었는데 모두 허영우가 보낸 문자였다.차우미는 문자를 확인했다.[사우스 호텔, 39층, 3918.][그럼, 수고하세요. 사모님.]허영우는 호텔 이름과 나상준이 묵고 있는 층수, 방 번호를 그녀에게 보냈다. 거절하고 싶어도 거절하기 어려웠다.허영우가 보낸 간절한 문자를 보며 차우미는 그가 정말 방법이 없어 자신에게 연락한 거라 생각했다.아니면 허영우가 자신에게 연락하지 않았을 테니까.허영우의 일 처리 능력을 차우미는 알고 있었다.차우미는 어둠이 짙게 내려앉은 창밖을 바라본 뒤 다시 핸드폰으로 시간을 확인하고는 한숨을 내쉬었다.원래 오늘 일찍 잠자리에 들려 했지만 그러기는 어려울 것 같았다.그녀는 핸드폰을 내려놓고 그날 저녁 자신이 구매한 약과 어젯밤 나상
만약 다른 사람이었다면 차우미는 바로 거절했을 테지만 이 사람은 다른 사람이 아닌 나상준이었다.그는 그녀에게 위험한 사람이 아니었다. 물론 어젯밤, 술에 취한 나상준의 모습에 그녀는 겁에 질렸었지만 오늘 그는 술을 마시지 않은 아픈 상태였기에 무서워할 이유가 없었다.생각에 잠겨 있던 차우미는 문이 열리지 않은 것을 알아차리지 못했다. 그렇게 시간은 조금 더 흘러갔다.그녀는 생각을 멈추고 핸드폰으로 시간을 확인했다. 시간은 흘러 어느덧 9시 37분이었다.정말 늦은 시간이었다.‘뭐야, 잠든 건가? 아니면 초인종 소리를 듣지 못한 건가? 아니면 혹시 다른 사람과 함께 있나?’차우미의 눈살이 순식간에 찌푸려졌다. 그녀는 하던 생각을 멈추었다. 나상준의 병이 더 심각해지면 골치가 아팠기에 그녀는 손을 들어 초인종을 누르려 했다.이때, 딸깍하는 소리와 함께 문이 열렸다.차우미는 당황스러웠다.‘뭐야? 소리를 들었잖아?’문이 열리고 차우미가 반응하기도 전에 나상준이 그녀의 시야에 들어왔다.정신을 차린 차우미는 입술을 벌리고 무의식적으로 말을 하려 했지만 나상준의 모습을 본 차우미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예전의 나상준은 양복으로 자신을 꽁꽁 감싸고 있었지만 지금은 아니었다.차갑기 그지없는 양복을 벗어 던지고 샤워 가운을 걸치고 있었다.방금 목욕을 마치고 욕실에서 걸어 나온듯한 모습이었다. 초인종 소리를 듣고 바쁘게 달려 나온 것인지 아니면 아파서 정신이 없어서인지 그는 허리의 끈을 대충 묶은 모습이었다. 헐렁한 가운 사이로 그의 가슴이 훤히 드러났고 가슴 복근이 선명하게 보였다.물기를 닦지 않고 바로 샤워 가운을 입은 것인지 그의 목과 가슴에는 온통 물방울이 맺혀있었다. 물방울들이 자연스럽게 그의 목과 가슴을 타고 점점 아래로 흘러내렸다.뚜욱, 뚜욱...머리카락도 젖어있는 게 닦지 않은 모습이었다. 그렇게 물이 그의 발아래로 떨어지며 사람의 마음을 졸이게 만드는 소리를 냈다.생각지도 못한 나상준의 모습에 차우미의 얼굴이 빨개졌다.그녀는 재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