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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수는 얼음처럼 차갑게
복수는 얼음처럼 차갑게
작가: 고슴도치

제1화

작가: 고슴도치
last update 최신 업데이트: 2024-11-14 14:42:34
날씨가 추운데도 불구하고 방에 여전히 시체 냄새가 진동했다.

내가 죽은 지 일주일이 지나서야 방문이 열렸다.

갑작스럽게 풍겨오는 고약한 냄새 때문에 민아리는 저절로 발걸음을 멈추었다.

이내 얼굴을 찡그리며 코를 틀어막았다.

“냄새가 왜 이렇게 고약하죠?”

술에 취한 정현수는 그녀를 꼭 껴안았다.

“오늘은 네 생일이니까 소지혜 그년한테 꼭 공개적으로 사과하라고 할게.”

민아리의 눈빛이 의기양양했지만 겉으로는 거절하는 척했다.

“오빠, 괜찮아요. 지혜 언니도 일부러 날 차에 가둬두려고 한 게 아니었잖아요. 아마도 깜빡하고 문을 잠가서 그런 사달이 났나 봐요. 지금은 멀쩡하니까 굳이 나 때문에 언니랑 싸우지 마세요.”

정현수의 눈에 분노가 차올랐다.

“아니야, 소지혜라면 일부러 그랬을 가능성이 커. 너한테만 신경 쓰니까 질투한 거지. 만약 내가 제때 발견하지 않았더라면 넌 이미 죽었을 지도 몰라. 절대로 봐줄 생각이 없으니 괜히 포장해주려고 하지 마.”

민아리는 입을 틀어막고 연신 헛구역질했다.

방에 악취가 너무 심해 입구에 서 있는 자체만으로도 견디기 힘들 정도였다.

“그럼 오빠가 알아서 해요. 아니면 가볍게 언질만 좀 주든가. 전 일단 거실로 돌아갈 테니까 둘이서 잘 얘기해 봐요.”

말을 마치고 나서 황급히 자리를 박차고 떠났다.

정현수는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외쳤다.

“기다리고 있어. 소지혜를 데리고 가서 너한테 사과시킬게.”

나는 냉소를 지었고 며칠 동안 갇혀 있던 영혼이 갑자기 상자 밖으로 튀어나와 그의 곁으로 다가갔다.

이미 목숨까지 잃은 사람인데 설마 시체라도 끌고 가서 사과시킬 셈인가?

나무 상자의 못을 뜯어낸 그는 뚜껑을 열고 확인할 생각조차 없어 보였다.

단지 발로 상자를 세게 걷어찼을 뿐이다.

“반성 좀 했어? 잘못한 거 알았으면 얼른 나와서 아리한테 사과해. 30분 줄 테니까 냄새 안 나게 깨끗이 씻고 옷 갈아입어. 1초라도 늦으면 계속 안에 갇혀 있을 줄 알아. 다시 못으로 상자를 박아놓을 거야!”

말을 마치고 홀연히 방을 나서더니 다시 사랑하는 여자와 즐거운 시간을 보내러 갔다.

30분 후, 민아리는 뾰로통한 얼굴로 정현수에게 애교를 부렸다.

“지혜 언니 왜 이렇게 늦어요? 아직도 우리한테 화가 났나? 오늘은 다름 아닌 내 생일인데 지혜 언니가 진심으로 축복해줬으면 좋겠어요.”

손목시계를 흘긋 쳐다본 정현수는 화가 치밀어 올랐다.

그리고 옆에 있던 비서한테 말했다.

“대체 무슨 상황인지 알아보고 와.”

비서는 황급히 대답하고 지하실로 뛰어갔다.

이내 나무 상자의 뚜껑을 열자 비참하게 죽은 내 모습을 목격하더니 깜짝 놀라 비명을 질렀다.

그러고는 공포에 질린 채 다시 거실로 돌아왔다.

정현수의 얼굴에 짜증이 가득했다.

“왜? 꼴에 아직도 허세를 부리는 거야? 우리 아리의 시간만 낭비하는 거잖아.”

비서는 떨리는 목소리로 방금 목격한 장면을 설명해주었다.

“대표님... 사모님께서 이미 돌아가셨습니다. 방에서 썩은 냄새가 진동하고 시체도 부패하기 시작했죠.”

말이 끝나기 무섭게 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충격을 감추지 못했다.

오늘은 민아리의 생일이고, 정현수는 축하 파티를 열어 그녀의 친구들을 집으로 초대했다.

마치 그녀가 이 집의 안주인처럼 말이다.

반면, 나는 지하실에서 질식사했다.

민아리는 심상치 않은 상황을 눈치채고 서둘러 해명했다.

“비서님이 술에 취해 장난으로 겁을 준 거야.”

“농담치고는 재미가 없는데?”

비록 그녀의 변명에도 사람들은 의심을 감추지 못했다.

어두운 안색으로 이마에서 식은땀을 흘리며 식겁하는 비서의 모습은 도무지 연기처럼 보이지 않았다.

정현수는 민아리의 생일에 내가 분위기를 망쳤다고 생각하는지 버럭 화를 냈다.

“질투심 많은 여자가 이렇게 쉽게 죽는다고? 자기 목숨을 얼마나 애지중지하는 사람인데, 지난번에 교통사고를 당하고도 멀쩡했어. 살아남기 위해서라면 오줌도 마시고 피까지 빨아먹는 독한 년이야. 이번에 며칠 가둬놨으니 아마도 똑같은 수법으로 본인이 싼 똥까지 먹었을 테니까 악취가 나는 건 당연한 일이지.”

비서가 조심스럽게 제안했다.

“아니면 대표님께서 직접 가보실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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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면 되지! 대체 무슨 수작을 부리는지 두고 볼 거야.”정현수는 씩씩거리며 뒤돌아서 지하실로 걸어갔다.난 영혼이 되어 그의 뒤에 떠다니며 발걸음을 따라 움직였다.어둡고 축축한 방에 돌아오자 나도 모르게 몸서리를 쳤다.설령 목숨을 잃었을지언정 한정된 공간에 갇혀 있는 공포감은 뼛속 깊이 새겨졌다.정현수는 역겨운 듯 코를 막고 악취에 눈조차 제대로 뜨지 못했다.이내 나무 상자를 발로 툭툭 걷어차더니 화가 치밀어올라 욕설을 퍼부었다.“소지혜, 당장 기어 나와! 감히 나한테 심술을 부려? 만에 하나 아리에게 사과할 타이밍을 놓친다고 할 때 처참한 대가를 치르게 될 거야. 셋 세기 전까지 나타나지 않으면 가중 처벌해도 내 탓 하지 마.”나는 쓴웃음을 지었다.“이미 죽은 사람을 어떻게 벌할 건데? 고작 아리한테 잘 보이려고 시체를 끌어내 채찍질이라도 하게?”하지만 비참한 웃음소리와 처절한 울부짖음은 정현수에게 전혀 닿지 않았다.이내 그는 카운트다운하기 시작했다.“하나, 둘, 셋!”상자는 꿈쩍도 안 했고, 일주일 전에 흘린 피마저 굳어 있었다.정현수는 분노를 감추지 못하고 고래고래 외쳤다.“소지혜, 내 말을 귓등으로 들어?! 죽여버릴 거야.”말을 마치고 나서 참다못해 나무 상자 뚜껑을 열려고 했다.이때, 민아리가 갑자기 걸어 들어왔다.“오빠.”그녀의 목소리에 정현수는 손을 다시 아래로 내렸다.“아리야, 여긴 왜 왔어?”그리고 허리를 껴안더니 문밖으로 끌고 갔다.“더럽고 냄새나는 방에 들어오면 머리가 아플지도 몰라.”민아리는 대수롭지 않은 표정으로 괜찮다는 듯 말했다.“오빠가 너무 험상궂게 구니까 지혜 언니가 나오기 싫어하는 거예요. 오빠는 일단 거실에 가서 손님을 접대하고 있어요. 제가 지혜 언니랑 얘기를 나눠볼게요.”정현수는 걱정스러운 얼굴로 그녀를 막아섰다.“안돼, 만약 이 질투심 많은 여자가 또 널 괴롭히면 어떡해? 지난번의 일을 반복하고 싶지 않아.”민아리가 손을 휘휘 저었다.“그럴 리 없어요. 언니도 지금까지 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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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복수는 얼음처럼 차갑게   제3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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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복수는 얼음처럼 차갑게   제4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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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복수는 얼음처럼 차갑게   제5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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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복수는 얼음처럼 차갑게   제8화

    그러고 나서 뒤도 돌아보지 않고 자리를 떠났고 정현수와 민아리만 커다란 룸 안에 남아 서로를 멀뚱멀뚱 쳐다보았다.“오빠, 지혜 언니가 진짜 죽은 게 아닐까요? 그래서 우리한테 화가 난 듯싶은데...”민아리는 하얀 벽에 쓰인 ‘핏빛’ 글씨를 보며 제 발 저린 얼굴로 말했다.나는 냉소를 지었다.“내 생사에 대해 너보다 잘 아는 사람은 없을 텐데? 시체까지 직접 묻고 어디서 모른척하는 거지?”그러나 정현수는 귀신 따위 믿지 않았다.이내 성큼성큼 걸어가 벽에 쓰인 글씨를 손으로 만지더니 코에 대고 냄새를 맡았다.“이런 눈속임에 넘어갈 것 같아? 피가 아니라 생크림이야. 나쁜 년 같으니라고, 네 생일 파티를 망치려고 사람을 매수한 게 틀림없어. 차라리 죽어서 다행이야. 어차피 살아 있어봤자 우리한테 방해가 될 뿐이니까.”정현수가 노발대발하며 허공에 저주를 퍼부었고, 나는 곧바로 그의 목덜미에 입김을 불어 넣었다.그는 뒤를 돌아보았으나 아무것도 발견하지 못했다.왜냐하면 나는 형체가 없기 때문이다.결국 자기도 모르게 목소리가 점점 기어들어 갔고 나중에는 바들바들 떨기까지 했다.이를 본 민아리도 수상한 낌새를 눈치채고 남자의 품에 안기면서 조심스레 물었다.“만약 언니가 정말 죽었다면 두렵지는 않아요?”정현수는 센 척하며 대답했다.“그럴 리가 없어. 똥은 무서워서 피하나 더워서 피하지.”나는 속으로 냉소를 지었다.남편으로서 정말 가관이었다. 아내의 돈으로 바람을 피우는 것도 모자라 모욕까지 마다하지 않는다니.그리고 다시 목덜미에 입김을 불어 넣자 그는 소름이 돋는 듯 온몸을 부르르 떨었다.민아리는 안색이 점점 어두워지는 남자를 보며 걱정스러운 말투로 물었다.“오빠, 왜 그래요? 어디 불편해요?”정현수는 목덜미를 만지작거렸다.“아니야. 누가 입김이라도 부는지 갑자기 목이 시린 느낌이 들어서...”민아리는 아연실색하며 그의 품에 안긴 채 몸을 웅크리더니 비명을 질렀다.“지금 겁주는 거죠? 무섭게 그러지 마요.”그제야 무서운 건가? 그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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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복수는 얼음처럼 차갑게   제10화

    그나마 나를 위해 정의를 구현해주는 사람을 보자 마음속 응어리가 조금은 풀렸다.정현수는 계속해서 악어의 눈물을 흘렸다.“이 세상에서 날 제일 사랑하는 여자가 왜 배신한 거지? 외간 남자의 아이를 가지다니! 바람만 피우지 않았더라도 벌을 받아 목숨까지 잃는 일은 없었을 텐데.”말도 안 되는 변명에 경찰은 또다시 그를 CCTV가 없는 곳으로 끌고 가서 손찌검했다.심지어 쥐어패면서 욕설까지 퍼부었다.“이 짐승만도 못한 놈아! 정녕 인간 맞아? 분명 네 아이를 가졌는데 어떻게 이런 모욕적인 말을 할 수 있지? 그동안 골머리를 앓던 정자부족증도 아내가 병원을 들락이며 치료제를 구한 덕분에 이미 호전이 되었다고. 넌 본인을 제일 사랑하는 사람뿐만 아니라 자기 자식까지 죽였어.”이 말을 듣자 정현수는 목놓아 울었다.“차라리 날 죽여줘. 나는 사람도 아니야! 내 아이를 가지는 건 물론 사랑하는 아내, 토끼 같은 자녀와 다복한 인생을 누릴 수 있었는데 한순간의 실수로 빈털터리가 되었어. 정말 너무 후회되고 나보다 멍청한 사람이 없을 거야. 지혜야, 제발 돌아와. 내가 정말 잘못했어.”나는 무표정한 얼굴로 그에게 다가갔다. 물론 진심으로 눈물을 흘리며 참회했지만 나를 학대해서 죽였다는 것에 대한 후회는 아니었다.단지 자기 자식과 재산을 잃게 되어 더는 호의호식할 수 없어서 아쉬웠을 뿐이었다.또한 목숨으로 죄를 갚아야 하는 상황에서 허세를 부리던 삶과 점점 멀어진다는 사실이 한스러운 것도 있었다.그는 처음부터 끝까지 나를 사랑한 적이 없었고, 시종일관 본인이 1순위였다.나는 묵묵히 기도했다.‘신이시여! 이 악마를 얼른 지옥에 보내주세요.’어쩌면 나의 간절한 기도가 닿았는지 정현수는 보복을 받게 되었다.법적 절차에 따르면 사형을 집행하기 전까지 시간이 꽤 남았다.그가 다른 사형수와 함께 갇혔을 때 설령 극악무도한 짓을 벌였던 사람일지언정 부녀자를 살해한 범죄자를 쓰레기 취급하는 건 매한가지였다.결국 매서운 바람이 부는 어두컴컴한 밤, 사형수들에게 동이

  • 복수는 얼음처럼 차갑게   제9화

    그동안 고분고분한 모습에 익숙해진 정현수는 말대꾸하는 민아리를 보자 심기가 불편했다.“착하던 아리는 어디 갔지? 설마 그동안 연기한 거야?”민아리는 피식 웃으며 비아냥거렸다.“나는 그렇다 쳐도 오빠는 아니라고 장담할 수 있어요? 유부남 주제에 몸종이라도 바라는 건가? 꿈 깨요.”정현수는 대뜸 그녀의 뺨을 갈겼다.“내 돈을 신나서 쓸 때는 언제이고 이제 와서 유부남 소리를 운운해? 즐길 만큼 즐기고 나니 고상한 척이라도 하는 거야? 남자에게 놀아나서 걸레처럼 너덜너덜해진 년이 남편에게 찬밥 신세 당하니까 다시 날 찾아온 거잖아. 옛날에 연애할 때 일찌감치 맛보았더라면 지금 관심조차 주지 않았을 텐데.”민아리는 따귀를 맞아 벌겋게 부어오른 얼굴을 부여잡고 증오가 가득 담긴 눈빛으로 말했다.“설령 아내의 재산을 물려받았다고 해도 궁상맞은 건 여전하네요. 돈만 아니었다면 오빠 같은 남자를 취급할 생각도 없었죠. 이제 새로운 쩐주가 생겼으니까 이참에 관계를 끊어요.”말을 마치고 나서 뒤돌아 떠나려고 했다.정현수는 그녀의 머리채를 잡아당겨 벽에 밀쳤다.“천한 년 따위가 감히 날 가지고 놀아? 나한테 농락당하면 몰라도 골탕 먹이려는 순간 처참한 대가를 치르게 될 테니까. 설마 사람을 죽이고 우리 집 뒷마당에 묻은 걸 까먹은 거야? 만약 내가 신고라도 한다면 넌 끝장이라고.”안면박대하는 정현수를 보자 민아리도 질세라 대들었다.“물론 내가 살인을 저지른 건 사실이지만 오빠도 마찬가지 아닌가요? 소지혜는 나무상자에 갇혔을 때 이미 죽었죠. 심지어 시체는 제가 대신 치워줬거든요? 뒷마당 큰 나무 밑에 묻어두었는데 설마 아직도 모르는 거예요? 나도 오빠의 약점을 잡고 있으니까 앞으로 깍듯하게 모셔요.”그러고 나서 의기양양한 미소를 지었다.찰나의 당황함을 끝으로 정현수는 그녀를 묶어두고 심신 양면으로 모욕감을 줬다.게다가 동영상까지 찍어 옴짝달싹 못하게 발목을 붙잡았다.“감히 날 신고하면 같이 망할 줄 알아.”나는 옆에서 손뼉을 치며 쾌재를 불렀다.이

  • 복수는 얼음처럼 차갑게   제8화

    그러고 나서 뒤도 돌아보지 않고 자리를 떠났고 정현수와 민아리만 커다란 룸 안에 남아 서로를 멀뚱멀뚱 쳐다보았다.“오빠, 지혜 언니가 진짜 죽은 게 아닐까요? 그래서 우리한테 화가 난 듯싶은데...”민아리는 하얀 벽에 쓰인 ‘핏빛’ 글씨를 보며 제 발 저린 얼굴로 말했다.나는 냉소를 지었다.“내 생사에 대해 너보다 잘 아는 사람은 없을 텐데? 시체까지 직접 묻고 어디서 모른척하는 거지?”그러나 정현수는 귀신 따위 믿지 않았다.이내 성큼성큼 걸어가 벽에 쓰인 글씨를 손으로 만지더니 코에 대고 냄새를 맡았다.“이런 눈속임에 넘어갈 것 같아? 피가 아니라 생크림이야. 나쁜 년 같으니라고, 네 생일 파티를 망치려고 사람을 매수한 게 틀림없어. 차라리 죽어서 다행이야. 어차피 살아 있어봤자 우리한테 방해가 될 뿐이니까.”정현수가 노발대발하며 허공에 저주를 퍼부었고, 나는 곧바로 그의 목덜미에 입김을 불어 넣었다.그는 뒤를 돌아보았으나 아무것도 발견하지 못했다.왜냐하면 나는 형체가 없기 때문이다.결국 자기도 모르게 목소리가 점점 기어들어 갔고 나중에는 바들바들 떨기까지 했다.이를 본 민아리도 수상한 낌새를 눈치채고 남자의 품에 안기면서 조심스레 물었다.“만약 언니가 정말 죽었다면 두렵지는 않아요?”정현수는 센 척하며 대답했다.“그럴 리가 없어. 똥은 무서워서 피하나 더워서 피하지.”나는 속으로 냉소를 지었다.남편으로서 정말 가관이었다. 아내의 돈으로 바람을 피우는 것도 모자라 모욕까지 마다하지 않는다니.그리고 다시 목덜미에 입김을 불어 넣자 그는 소름이 돋는 듯 온몸을 부르르 떨었다.민아리는 안색이 점점 어두워지는 남자를 보며 걱정스러운 말투로 물었다.“오빠, 왜 그래요? 어디 불편해요?”정현수는 목덜미를 만지작거렸다.“아니야. 누가 입김이라도 부는지 갑자기 목이 시린 느낌이 들어서...”민아리는 아연실색하며 그의 품에 안긴 채 몸을 웅크리더니 비명을 질렀다.“지금 겁주는 거죠? 무섭게 그러지 마요.”그제야 무서운 건가? 그렇

  • 복수는 얼음처럼 차갑게   제7화

    민아리는 깜짝 놀라 아연실색했다.“오빠? 그게 아니라... 흙을 고르는 중이었어요.”정현수가 싸늘한 목소리로 말했다.“이미 알고 있으니까 거짓말할 필요 없어.”민아리는 무릎을 털썩 꿇었다.“오빠, 나도 마지못해 그랬다는 것만 알아줘요. 이 짐승 같은 놈이 날 속여서 외국으로 데려가 강제로 혼인신고 했을뿐더러 본인의 도박 빚을 갚으려고 고객 접대까지 강요했죠. 만약 살려두었더라면 죽을 때까지 벗어나지 못했을 거예요.”정현수는 잠시 침묵을 지키다가 결국 그녀를 일으켜 세웠다.“과거는 과거일 뿐 앞으로 나랑 행복하게 살면 돼.”민아리는 감격에 겨워 눈물을 흘리며 남자의 품에 기대더니 연신 고맙다고 말했다.그렇게 한참을 껴안고 있다가 넌지시 떠보았다.“지혜 언니는 찾았어요?”정현수는 손사래를 쳤다.“괜히 재수 없게 언급하지 마. 오늘은 네 생일인데 즐거운 시간을 보내야 하지 않겠어? 집에만 있으면 좀 아쉬우니까 밖에 나가서 신나게 놀아보자고.”말을 마치고 나서 민아리를 껴안고 자리를 떠났다.이 짐승만도 못한 놈 같으니라고, 내가 죽었다는 소식을 듣고도 전혀 관심이 없다니!사실 그는 강가에 가지 않았고 문 뒤에 숨어서 민아리와 전남편이 저지른 짓거리를 몰래 지켜보았다.몸을 기꺼이 내어주고 살인까지 하는 모습을 목격하고도 어찌 태연자약할 수 있단 말이지?심지어 제지는커녕 비난조차 안 했다.어쩌면 둘은 태어날 때부터 짝짜꿍이 잘 맞았을지도 모른다.살인자끼리 천생연분이 따로 없었다.정현수는 호텔에서 민아리를 위해 또다시 생일 파티를 열어 친한 친구들을 전부 불러 모았다.어차피 다들 같은 부류의 사람인지라 딱히 이상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돈도 아끼고 공짜로 먹고 노는 기회를 놓칠 리 있겠는가?그렇게 파티는 한밤중까지 지속되었다.정현수는 민아리에게 잘 보이려고 거액을 들여 그녀가 좋아하는 아이돌을 섭외해 공연까지 준비했다.요즘 제일 잘나가는 연예인으로서 출연료만 하더라도 억 단위가 넘었다.그러나 사랑하는 여자를 위해서라면 그는 지원

  • 복수는 얼음처럼 차갑게   제6화

    민아리의 얼굴이 창백해지더니 서둘러 다가가 물었다.“누구예요?”정현수는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어떤 미친놈이 글쎄 소지혜가 죽었다고 하잖아.”민아리는 상대방이 누군지 당연히 알고 있었고 겁에 질려 혼비백산이 되었다.“오빠, 얼른 가서 확인해 봐요. 지혜 언니한테 무슨 일이 생긴 건 아닌지 걱정되네요. 여자 혼자 밖에서 돌아다니다가 해코지라도 당하면 어떡해요?”정현수가 반박하려던 찰나 어두운 안색의 민아리를 보고 초조하게 물었다.“아리야, 왜 그래? 어디 아파?”민아리는 당황하고 두려운 티를 내지 않기 위해 애를 썼다.“아니에요. 단지 지혜 언니가 위험에 처할까 봐... 아니면 제가 나가서 찾아볼게요.”패닉에 빠진 그녀의 모습을 보자 정현수는 가슴이 미어지는 듯싶었다.“안돼, 넌 너무 착해서 탈이야. 항상 남부터 생각하잖아. 정 마음이 안 놓이면 내가 직접 강가에 가 볼게. 아무 데도 가지 말고 집에서 기다려.”민아리는 고개를 끄덕였고 그제야 안색이 조금 밝아졌다.정현수가 집을 나서자 그녀는 몸이 안 좋다는 핑계로 친구들을 모두 돌려보냈다.그리고 문을 닫고 안방에 틀어박혀 벌벌 떨고 있었다.이때, 모자를 쓴 한 남자가 방문을 걷어차고 들어왔다.민아리는 기겁하며 비명을 질렀다.“여긴 왜 왔어? 네가 드나들 수 있는 곳이 아니야!”남자는 갑자기 칼을 꺼내 들고 그녀의 목에 대고 말했다.“우리 착한 마누라가 재벌 집에 빌붙게 되었나 본데 벌써 날 잊으면 되겠어?”민아리는 씩씩거리며 말했다.“무슨 헛소리야! 우린 이미 이혼했다고.”남자가 비열한 미소를 지었다.“이혼이라니? 내가 허락하지 않은 한 우린 영원한 부부야.”절망에 빠진 민아리는 눈을 질끈 감았다.“김강우! 대체 어떻게 해야 날 놓아줄 거야?”김강우는 험상궂은 얼굴로 협박했다.“나를 벗어날 생각은 꿈도 꾸지 마!”세게 나가봤자 무용지물이라는 사실을 알고 그를 어르고 달래기 시작했다.“정현수에게 치근덕거리는 것도 우리의 더 나은 미래를 위해서야. 나중에 모든 재

  • 복수는 얼음처럼 차갑게   제5화

    정현수는 두려움에 떠는 민아리를 부축하며 위로를 건넸다.“뒷마당에 귀신이 있는 것도 아니고 걱정하지 마. 소지혜 그년이 장난치는 게 분명해.”말을 마치고 나서 발을 세게 구르더니 버럭 외쳤다.“소지혜, 여기서 귀신 놀이하지 말고 당장 나와. 아니면 뒷마당 문을 싹 다 잠가버릴 테니까 안에 꼼짝 없이 갇혀서 굶어 죽을 수도 있어!”나는 냉소를 지었다.“굳이? 이미 짐승 같은 네 손에 죽은 지 오래되었는데?”심지어 그의 발에 밟힌 곳에는 내 시체가 묻혀 있었다.정녕 눈이 멀었나? 대체 왜 발견하지 못한단 말이지?이내 발바닥을 향해 계속 자갈을 던지자 정현수는 그제야 수상한 기척을 눈치챘다.그리고 두 발로 밟고 있는 방금 갈아엎은 듯한 흙더미에 다시 시선을 돌리더니 가정부에게 지시했다.“이리 와서 땅을 파헤쳐. 소지혜 그년이 대체 무슨 수작을 부리는지 두고 볼 거야. 어쩌면 외간 남자와 바람을 피운 증거를 묻었을 수도 있어.”이에 민아리는 당황하며 서둘러 제지했다.“오빠, 여기는 건드리면 안 돼요.”정현수가 의아한 목소리로 물었다.“왜?”“풍수사가 말하길 이 곳에 모란꽃을 심으면 집안이 번창한다고 했어요. 그래서 지혜 언니를 기다리며 나중에 꽃을 심으려고 흙을 고르고 있었죠. 만약 다시 파헤치면 여태껏 헛수고한 셈과 마찬가지잖아요.”말도 안 되는 핑계로 둘러대는 민아리에게 정현수는 순순히 속아 넘어갔다.이내 철석같이 믿고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그녀를 끌어안았다.“집안이 번창한다고? 돈은 이미 차고 넘치는지라 이제 아이만 생기면 되겠네? 혹시 돌아가서 둘만의 시간을 가지자고 암시하는 거야? 그럼 소원을 이뤄주도록 하지!”말을 마치고 나서 민아리를 끌어안은 채 뒷마당을 떠났다.민아리는 투덜거리면서도 못 이기는 척 뽀뽀했다.내 의지와 상관없이 영혼은 두 사람의 뒤를 따라다니며 징그러운 광경을 고스란히 목격하게 되었다.그나마 이런 장면이 오래 지속되지 않아서 다행이었다.민아리의 친구들이 얼른 케이크를 자르라고 재촉했다.그녀는 체면을

  • 복수는 얼음처럼 차갑게   제4화

    비서는 침을 꿀꺽 삼키더니 결국 얼버무리며 대답했다.“글쎄요. 아까만 해도 욕실에서 샤워하고 있었는데 지금은 어디로 갔는지 알 수 없네요.”정현수는 씩씩거리며 말했다.“동문서답과 마찬가지잖아. 당장 찾으러 가. 이 잡듯이 뒤져서라도 그 천한 년을 붙잡아 와.”비서는 서둘러 대답하며 능청맞게 사람을 불러 함께 수색하러 나섰다.나는 울화통이 치밀어 올라 주먹으로 가슴만 내리쳤다.이내 욕실에 있는 풍선을 창밖으로 내밀고 뒷마당 쪽으로 던졌다.그리고 안간힘을 써서 입김을 불어 넣었다.정현수는 민아리의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집안 곳곳을 화려하게 꾸몄다.따라서 욕실에 풍선이 있는 것도 그리 놀라운 일은 아니었다.하지만 지하실과 뒷마당은 거의 드나들지 않았다.왜냐하면 지하실은 나를 감금하고 처벌하는 데 사용되었고, 뒷마당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장소였기 때문이다.심지어 장난삼아 했던 말도 있었다.“만약 내가 죽으면 뒷마당에 묻어줘. 항상 곁에서 묵묵히 지켜줄 테니까.”결국 농담 한마디에 정현수는 뒷마당에 가기를 더더욱 꺼렸다.게다가 사람을 시켜 울타리를 치게 하고 가끔 청소하러 다니는 가정부가 출입할 수 있도록 작은 문만 열어두었다.오늘 마침 뒷마당 쪽으로 바람이 불었기에 풍선도 자연스럽게 날아갔다.풍선을 바라보는 정현수의 눈빛이 의미심장했다.그러다 갑자기 무언가를 깨달은 듯 질투가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그렇게 뒷마당을 좋아하더니 설마 외간 남자를 끌어들인 건 아니겠지?”말을 마치고 나서 저벅저벅 걸어갔다.나는 화가 나서 주먹을 불끈 쥐었다.목숨까지 잃은 사람한테 모욕까지 마다하지 않는다니!정현수가 큰 나무 아래에 도착했을 때 민아리를 포함한 세 사람은 이미 내 시체를 감쪽같이 묻어버렸다.검은 옷을 입은 두 남자는 황급히 도구를 챙겨 뒷문으로 도망쳤다.민아리가 뒤돌아서서 본채로 돌아가려던 찰나 주위를 두리번거리던 정현수와 눈이 딱 마주쳤다.“아리야, 여긴 웬일이야?”정현수는 온몸이 먼지투성이가 된 채 방금 갈아엎은 듯한 구덩

  • 복수는 얼음처럼 차갑게   제3화

    내가 아무리 난리를 쳐도 민아리는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어차피 나를 보거나 목소리가 들리지 않았기 때문이다.세 사람은 서둘러 뒷마당에서 내 시신을 묻을 마땅한 장소를 찾았다.민아리가 큰 나무를 가리키며 말했다.“저 나무 밑에 묻어. 얼른 착수해!”말이 끝나기 무섭게 검은 옷을 입은 두 남자가 삽을 꺼내더니 재빨리 땅을 파기 시작했다.나는 충격과 분노를 감추지 못했다.도구까지 준비한 것을 보아하니 애초에 만반의 준비를 마친 듯싶었다.만약 내가 아직 살아 있었더라면 민아리처럼 악독한 여자의 손에 생매장당했을지도 모른다.30분도 채 안 되어 커다란 구덩이가 나타났고, 남자들은 나를 들어 던져넣고 다시 흙으로 덮으려고 했다.이때, 정현수의 비서가 갑자기 뛰어오더니 충격적인 광경을 목격하고 넋을 잃었다.“지금 뭐 하는 거죠? 만약 대표님께서 아시면 분명 화를 내실 거예요.”민아리는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이미 죽었는데 어떡해요? 난 현수 오빠를 도와주기 위해 증거를 인멸했을 뿐이죠. 그렇다고 자수하게 할 수는 없잖아요. 현수 오빠가 감옥에 가면 당신도 끝장이에요. 어떻게 보면 비서님도 참여한 셈인데 과연 혐의를 벗을 수 있을 것 같아요?”비서는 당황한 얼굴로 손을 내려다보았고 온몸을 벌벌 떨었다.이내 본인과 관련 없는 사건이라는 것을 어필하기 위해 노력했다.“전 단지 대표님의 지시에 따라 도구를 구해줬는데 사모님이 돌아가신 게 저랑 무슨 상관이죠?”민아리는 그를 공범으로 만들기 위해 세뇌하기 시작했다.“비서님은 현수 오빠 대신 도구를 구해주고, 게다가 사정을 알고도 신고하지 않았죠. 지하실에 사람을 가두면 죽을 수도 있다는 사실은 누구나 뻔한데 모른 척 가담한 게 누구죠? 그런데도 경찰이 비서님의 결백을 믿어줄 거로 생각해요?”비서는 몇 걸음 뒤로 물러나더니 망연자실하며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민아리는 그 틈을 타서 협박까지 마다하지 않았다.“괜히 불필요한 시비에 휘말리기 싫으면 죽을 때까지 비밀로 지켜요. 고액 연봉 일자리를 잃고

  • 복수는 얼음처럼 차갑게   제2화

    “가면 되지! 대체 무슨 수작을 부리는지 두고 볼 거야.”정현수는 씩씩거리며 뒤돌아서 지하실로 걸어갔다.난 영혼이 되어 그의 뒤에 떠다니며 발걸음을 따라 움직였다.어둡고 축축한 방에 돌아오자 나도 모르게 몸서리를 쳤다.설령 목숨을 잃었을지언정 한정된 공간에 갇혀 있는 공포감은 뼛속 깊이 새겨졌다.정현수는 역겨운 듯 코를 막고 악취에 눈조차 제대로 뜨지 못했다.이내 나무 상자를 발로 툭툭 걷어차더니 화가 치밀어올라 욕설을 퍼부었다.“소지혜, 당장 기어 나와! 감히 나한테 심술을 부려? 만에 하나 아리에게 사과할 타이밍을 놓친다고 할 때 처참한 대가를 치르게 될 거야. 셋 세기 전까지 나타나지 않으면 가중 처벌해도 내 탓 하지 마.”나는 쓴웃음을 지었다.“이미 죽은 사람을 어떻게 벌할 건데? 고작 아리한테 잘 보이려고 시체를 끌어내 채찍질이라도 하게?”하지만 비참한 웃음소리와 처절한 울부짖음은 정현수에게 전혀 닿지 않았다.이내 그는 카운트다운하기 시작했다.“하나, 둘, 셋!”상자는 꿈쩍도 안 했고, 일주일 전에 흘린 피마저 굳어 있었다.정현수는 분노를 감추지 못하고 고래고래 외쳤다.“소지혜, 내 말을 귓등으로 들어?! 죽여버릴 거야.”말을 마치고 나서 참다못해 나무 상자 뚜껑을 열려고 했다.이때, 민아리가 갑자기 걸어 들어왔다.“오빠.”그녀의 목소리에 정현수는 손을 다시 아래로 내렸다.“아리야, 여긴 왜 왔어?”그리고 허리를 껴안더니 문밖으로 끌고 갔다.“더럽고 냄새나는 방에 들어오면 머리가 아플지도 몰라.”민아리는 대수롭지 않은 표정으로 괜찮다는 듯 말했다.“오빠가 너무 험상궂게 구니까 지혜 언니가 나오기 싫어하는 거예요. 오빠는 일단 거실에 가서 손님을 접대하고 있어요. 제가 지혜 언니랑 얘기를 나눠볼게요.”정현수는 걱정스러운 얼굴로 그녀를 막아섰다.“안돼, 만약 이 질투심 많은 여자가 또 널 괴롭히면 어떡해? 지난번의 일을 반복하고 싶지 않아.”민아리가 손을 휘휘 저었다.“그럴 리 없어요. 언니도 지금까지 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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