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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화

작가: 불꽃
last update 최신 업데이트: 2024-12-08 02:19:44
얼마나 지났는지, 다시 깨어나 보니 하얀 천장과 더불어 소독수 냄새가 코를 찔렀다.

재준은 긴장한 모습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정신 들어? 좀 괜찮아? 아픈 곳은 없어?”

난 차가운 두 눈으로 재준을 바라보면서 속이 울렁거리기만 했다.

“사인했어? 우리 이혼하자고.”

재준은 당황해하더니 깊이 한숨을 내쉬었다.

“여보, 그 소리 좀 그만하면 안 돼? 여보가 다시 한번 잘 생각해 봐. 우리가 왜 싸웠는지... 매번 싸울 때마다 누구 때문에 싸웠고 또 누가 싸움을 일으켰는지... 우리 가족 얼마나 행복했었는지 몰라서 그래? 여보 때문에 이미 금이 가고 말았는데 완전히 무너뜨려야 속이 시원하겠어?”

그 말에 나의 입가에서 차가운 미소가 새어 나왔다.

바로 눈앞에 있는 재준을 바라보면서 난 그가 그토록 낯설 수가 없었다.

“다른 여자랑 그딴 짓을 하고 다니지 않았더라면 내가 왜 싸웠겠어? 넌 부부 사이에 가장 기본적인 충성도 원칙도 지키지 않았어. 근데 뭐? 내 탓이라고?”

단도직입적으로 말했음에도 재준은 당당하기 그지없었다.

“나만 이러는 거 같아? 지갑에 돈 있는 남자라면 자기 아내 말고도 만나는 여자 많아. 시시각각 아내 곁에만 붙어 있는 남자? 전 세계에 몇 명이나 될 것 같아?”

“그리고 내가 왜 바람을 피웠겠어! 내가 바람피운 것에 너도 책임이 있어. 결혼하고 나서 불과 몇 년 만에 네가 어떤 꼴이 됐는지 제발 거울이라도 좀 봐봐. 자고 싶은 마음이 하나도 없잖아!”

뻔뻔한 재준의 말에 난 헛웃음이 터져 나올 뻔했다.

재준을 처음으로 만났을 때, 난 누구나 한 번쯤은 시선을 머물 법한 외모를 지니고 있었다.

영아보다 훨씬 예쁠 정도로.

다만 결혼하고 나서 재준의 창업 실패로 빚더미 앉아 있을 때, 난 하루에 아르바이트를 세 개씩이나 하면서 그 빚을 갚아야만 했었다.

돈이 되는 일이라면 험한 일도 마다하지 않고 모조리 했었다.

그렇게 난 누구나 한 번쯤은 시선을 머물 법한 외모에서 모두가 스쳐 지나가는 외모로 달라지게 되었다.

재준에 대한 나의 희생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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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난 그 상황을 무시해 버렸다.신고도 하지 않았으며 그대로 할머니를 찾아 나섰다.내가 자리를 뜨고 난 뒤 누군가가 경찰에 신고를 했다고 한다.다음날, 난 영아가 아이를 유산했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고 자궁 적출 수술까지 받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영아는 평생 아이를 낳을 수 없게 되었다.그렇게 또 보름이 흐르고 나서 순자는 나에게 링크 하나를 보내주었다.영아가 라이브 방송을 켜고서 재준을 미친 듯이 욕하고 있는 영상이었다.눈빛이 풀리고 횡설수설하는 것이 정신에 이상이 온 듯한 모습이었다.“그 쓰레기가 날 이렇게 만들었어... 그 미친놈 때문에 자궁 드러내고 평생 아이도 낳지 못한다고!”“미친놈 갈기갈기 찢겨 죽을 때까지 저주하고 말 거야!”“유산하고 나서도 전화 한 통이 없는 놈이야. 걱정해 주는 건 더더욱 없었어. 길바닥으로 나앉길 간절히 바라고 있어. 넌 반드시 거렁뱅이가 될 거야.”“파산 나라... 파산 나라... 미친놈...”댓글 창에서 가장 많이 보이는 댓글이 있었다.[미친 거 아니야? 당장 가서 병원부터 가봐.][혹시 이 라이브 보고 있는 의사 있음?]난 흔들의자에 여유롭게 기대고 앉아 라이브 방송을 흥미진진하게 들여다보았다.3개월 후, 2심이 열리는 날이었다.진 변호사님의 말씀대로 난 2심에서 승소하게 되었다.내가 가져야 할 돈은 한 푼도 빠짐없이 모두 챙겼고 아들의 양육권 역시 내가 가지게 되었다.난 웃는 얼굴로 법원에서 나와 진 변호사님에게 고마움을 표시하고서 순자와 함께 축하의 의미로 잔을 기울이려고 했다.그때 내 앞으로 재준이가 성큼성큼 다가와 음험한 모습으로 입을 열었다.“이혼했다고 한들 평생 달라지지 않는 게 있어. 우리 아들 몸에서 영원히 내 피가 흐르고 있다는 거야.”“태형이는 태어난 순간부터 죽을 때까지 내 아들이야. 자기 아빠를 이렇게 만든 사람이 친엄마라는 사실을 알게 되면 태형이가 널 용서할 것 같아?”난 걸음을 멈추고서 웃으며 되물었다.“앞으로 우리 태형이 인생에서 넌 없어. 네가 말

  • 배신의 대가, 그녀의 반격   제8화

    재준은 살짝 망설이다가 입을 열었다.“아이 지우라고 할게.”난 계속 미소를 유지하면서 말했다.“넌 진짜 시종일관 쓰레기구나.”이윽고 바로 순자의 차에 올라 재준을 뒤돌아보지도 않았다.얼마 지나지 않아 진 변호사님께서 전화를 해주셨다.일심에서 결과가 나지 않자, 내가 속상해하는 줄 아시고.“2심에서는 이길 확률이 70% 정도 돼요. 그러니 너무 속상해하지 마세요.”난 웃으면서 대답했다.“1심에서 이혼하는 것으로 결과가 나왔더라면 재준이한테는 오히려 좋은 일이었을 거예요.”“그게 무슨 뜻이죠?”난 더 이상 대답하지 않았다.반격할 준비를 하고 있다는 나의 속셈을.그날 밤 난 반격에 사용할 피디에프를 열심히 만들었다.피디에프 안에는 재준과 영아가 바람피운 것으로 시작하여 지금껏 일어난 모든 일들이 적혀 있다.무려 20페이지나 되는 피디에프라 소설급에 가깝다.난 카카오톡, 커뮤니티 그리고 SNS에 바로 올렸고 자극적인 내용에 네티즌의 시선이 바로 집중되었다.그러나 난 바보가 아니다.나의 아픈 곳을 드러내면서 남에게 재미를 주고 싶지 않았고 난 다른 목적을 안고 있었다.피디에프를 각종 플랫폼에 올릴 때 난 특별히 설명을 첨부했다.[하재준 님과 비즈니스 관계를 맺으면 바이아 분들 주목해 주시기 바랍니다. 이 시간 이후로 하재준 님과 계약 관계를 끊으시고 제 친구인 김순자 님 회사랑 비즈니스 관계를 맺으시면 약속하신 수입보다 5%를 더 드리겠습니다.]순자네 회사는 작은 회사가 아니다.5%를 내놓는다고 하는 것도 전례 없는 일이다.따라서 불과 한 시간 만에 재준 쪽의 바이어들은 모두 계약서를 찢어버리고 나에게 연락했다.[허수지 님, 조금 전에 올리신 게시물 말입니다... 사실입니까?]“네, 사실입니다.”그날 밤, 난 바이어들과 밤늦게까지 얘기를 이어갔었다.잠들기 전에 순자는 나의 머리를 톡톡 찌르면서 경고했다.“절대 마음 약해지면 안 돼.”순자는 그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다.재준이가 2차 창업을 했을 때 내가 옆에서 어떻게

  • 배신의 대가, 그녀의 반격   제7화

    “그깟 임신 좀 했다고 지가 무슨 공주라도 되는 줄 아나.”“마누라한테 잡혀 사는 성공한 남자 본 적 있어? 하물며 내 아이로 태어나려면 이 정도는 얼마든지 이겨내야 해.”난 재준이가 적어도 영아한테는 잘해줄 줄 알았다.그러나 영아 역시 내가 걸었던 길을 다시 걷게 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따라서 재준의 진심은 모두 가짜였고 그는 그를 사랑하는 모든 여자를 갖은 수단으로 짓밟아야만 직성이 풀리는 사람이었다.난 속으로 고개를 저으면서 나지막이 입을 열었다.“하재준은 시종일관 똑같은 놈이었어. 자기 살길만 고려하고 남은 안중에도 없는 이기적인 놈.”그때 아이를 지우는 게 나에게 위험한 일만 아니었다면 난 재준의 아이를 지웠을 것이다.순자는 자기도 모르게 자꾸 뒤쪽을 향해 바라보았다.밥 먹는 내내 옳은 소리만 하는 것이 이미 인생을 한번 살다 온 사람인 것만 같았다.어느 정도 다 먹고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할 때, 갑자기 재준의 시선이 느껴졌다.그와 처음 만났을 때의 모습으로 돌아간 나를 보고서 재준의 눈빛은 미친 듯이 흔들렸다.나에게 말을 걸려고 하던 그때 영아가 재준의 옆으로 다가갔다.재준과 겨우 깍지를 끼고서 보란 듯이 배도 앞으로 쑥 내밀었다.“나 임신했어. 우리 여보 나한테 엄청나게 잘해 줘.”“허수지, 너 지금 엄청 후회하고 있지?”영아는 내가 후회하고 있다는 모습을 보고 싶어 안달 난 모습이었다.어느 정도 위안을 받으려고 말이다.그러나 영아는 평생 그런 나의 모습을 볼 수 없을 것이다.이때 순자가 혀를 차면서 입을 열었다.“제삼자의 꼴이 이런 거였구나... 속이다 못해 이제는 자기 자신까지 속이는 거야?”억지로 웃고 있던 영아의 웃음은 그대로 얼어붙고 말았다.난 속으로 피식 웃었는데, 그 웃음만은 진심이었다.“축하해. 검은 머리 파 뿌리 될 때까지 꼭 잘 살아야 해. 더는 무고한 사람 헤치지 말고 너희 둘이 서로 망쳐가면서 잘 살아.”말을 마치고 난 순자와 함께 나왔다.재준은 처음부터 끝까지 어두운 얼굴을 보였

  • 배신의 대가, 그녀의 반격   제6화

    다만 영아에게 선물해 준 그 세트에 비하면 여전히 새 발의 피였다.하물며 재준은 이번 달에 영아에게 아파트까지 장만해 주었으니 말이다.즉, 아무런 성의도 없는 사과라는 말이다.“하재준, 너 신영아 달래줄 때는 억 단위에서 시작하더니 나를 달래줄 때는 만 단위에서 끝난다?”난 말하면서 고개를 가로저었다.“내 기억이 맞다면 그 팔찌도 신영아가 싫다고 해서 가지고 온 거지?”며칠 전, 난 영아가 SNS에 올렸던 현금다발과 다이아몬드 세트 사진을 다시 보게 되었다.게시물 바로 밑에 네티즌의 댓글이 있었는데.[처음 주는 선물치고는 너무 비싼 거 아니에요?]영아는 다이아몬드 팔찌 사진을 올리면서 답장을 해주었다.[처음에는 겨우 600만 원밖에 안 되는 팔찌를 선물로 줬었어요.][제가 일일이 가르쳐주고 나서야 두 번째 선물로 현금다발과 다이아몬드 세트를 받게 된 거예요.][참, 요즘에 아파트도 장만해 줬어요.]네티즌은 부러움을 고스란히 드러냈다.[너무 부러워요... 혹시 어떻게 가르쳐주셨는지 물어봐도 될까요?]내가 그 모든 걸 알고 있다는 것에 재준은 다소 의아한 모습을 보였다.한참 지나서 재준은 두 눈을 가늘게 뜨고서 나를 바라보았다.“전에는 만 원짜리 선물을 줘도 며칠이나 기뻐해하더니 이제 속물이 다 됐네? 그런 모습은 내가 좋아하는 너의 모습이 아니야.”난 팔짱을 끼고서 피식 웃었다.“법적인 부부는 우리인데, 넌 내가 받아야 할 사랑도 나의 돈도 신영아 그년한테 모두 줬어.”“왜? 공짜였던 가정부가 떠나고 나니 나처럼 쉽고 부려 먹기 좋은 가정부 찾기 힘들어? 심사숙고하고 난 뒤 겨우 생각해 냈다는 것이 이딴 짓이야?”난 당당한 모습으로 또박또박 말했다.재준은 억울하다는 얼굴로 나를 바라보았다.“수지야, 나 진짜 진심으로 너랑 다시 잘 해보고 싶어서 온 거야. 실은 일주일 전에 영아랑 이미 헤어졌어.”부드러운 그의 눈빛에 난 화가 치밀어 올라 헛웃음이 터질 뻔했다.이윽고 난 핸드폰을 꺼내 들어 어젯밤 몰래 찍은 사진을 꺼내

  • 배신의 대가, 그녀의 반격   제5화

    두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 맺힌 영아의 모습을 보고서 재준은 안쓰러워하는 듯했다.한숨을 내쉬더니 바로 부드러운 목소리로 나지막이 말했다.“나가서 좀 기다리고 있어. 이따가 집에 바래다줄게.”영아는 그제야 마지못해 또각또각 병실 밖으로 걸어 나갔다.“사인해.”난 차가운 목소리로 계속 밀어붙였다.그때 재준은 갑자기 나의 병상 옆으로 다가와 앉더니 더러운 손으로 나의 손을 덥석 잡았다.“여보, 나 좀 용서해 줘. 그냥 없던 일로 눈감아줘. 우리한테는 아들이 있잖아. 우리 이제부터 열심히 살아서 우리 아들 보란 듯이 잘 키워보자.”나는 병실 문 앞에서 귀를 쫑긋 세우고 있는 영아를 보고, 입술을 꼭 깨물었다.“그럼, 쟤는? 끊을 수 있어?”아쉬움과 망설임이 가득한 두 눈빛으로 재준은 이를 악물고서 결정을 내렸다.“이렇게 하는 건 어때? 넌 앞으로 남포에서 생활하고 영아는 내가 북포로 보낼게. 서로 다른 방향에서 지내면서 평생 보지 않는 거야.”탁-난 바로 병상에서 일어나서 재준의 뺨을 있는 힘껏 후려쳤다.바람났다는 걸 알았던 그날에 바로 때려야 했었는데 말이다.“남포? 북포? 꿈 깨! 하재준, 난 무슨 일이 있든 이혼하고 말 거야.”이윽고 난 머리맡에 있는 호출 벨을 눌렀고 간호사가 바로 들어왔다.나의 얘기를 듣고 난 간호사는 차갑기 그지없는 얼굴로 재준을 떠나게끔 했다.“환자분께서 절대 안정이 필요하십니다. 그만 나가주시기 바랍니다.”다음날 난 바로 퇴원을 했고 부랴부랴 침을 챙겨서 아이와 함께 공항으로 향했다.오후쯤, 난 할머니 댁에 도착하게 되었다.증손자를 보시게 된 할머니의 얼굴에는 웃음꽃이 활짝 피어올랐다.“우리 손자, 드디어 우리 손자 얼굴을 보네.”할머니는 대학교 교수님으로서 그 시대에서 보기 드문 고학력자이시다.밤새 할머니는 불쑥 나타난 나에 대해서 그 어떠한 질문도 하지 않은 채 포근하게 나를 감싸안아 주셨다.그렇게 난 고향 집에서 한 달 동안 있었고 기분도 훨씬 좋아졌다.그러던 어느 날 난 재준의 전화를

  • 배신의 대가, 그녀의 반격   제4화

    얼마나 지났는지, 다시 깨어나 보니 하얀 천장과 더불어 소독수 냄새가 코를 찔렀다.재준은 긴장한 모습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정신 들어? 좀 괜찮아? 아픈 곳은 없어?”난 차가운 두 눈으로 재준을 바라보면서 속이 울렁거리기만 했다.“사인했어? 우리 이혼하자고.”재준은 당황해하더니 깊이 한숨을 내쉬었다.“여보, 그 소리 좀 그만하면 안 돼? 여보가 다시 한번 잘 생각해 봐. 우리가 왜 싸웠는지... 매번 싸울 때마다 누구 때문에 싸웠고 또 누가 싸움을 일으켰는지... 우리 가족 얼마나 행복했었는지 몰라서 그래? 여보 때문에 이미 금이 가고 말았는데 완전히 무너뜨려야 속이 시원하겠어?”그 말에 나의 입가에서 차가운 미소가 새어 나왔다.바로 눈앞에 있는 재준을 바라보면서 난 그가 그토록 낯설 수가 없었다.“다른 여자랑 그딴 짓을 하고 다니지 않았더라면 내가 왜 싸웠겠어? 넌 부부 사이에 가장 기본적인 충성도 원칙도 지키지 않았어. 근데 뭐? 내 탓이라고?”단도직입적으로 말했음에도 재준은 당당하기 그지없었다.“나만 이러는 거 같아? 지갑에 돈 있는 남자라면 자기 아내 말고도 만나는 여자 많아. 시시각각 아내 곁에만 붙어 있는 남자? 전 세계에 몇 명이나 될 것 같아?”“그리고 내가 왜 바람을 피웠겠어! 내가 바람피운 것에 너도 책임이 있어. 결혼하고 나서 불과 몇 년 만에 네가 어떤 꼴이 됐는지 제발 거울이라도 좀 봐봐. 자고 싶은 마음이 하나도 없잖아!”뻔뻔한 재준의 말에 난 헛웃음이 터져 나올 뻔했다.재준을 처음으로 만났을 때, 난 누구나 한 번쯤은 시선을 머물 법한 외모를 지니고 있었다.영아보다 훨씬 예쁠 정도로.다만 결혼하고 나서 재준의 창업 실패로 빚더미 앉아 있을 때, 난 하루에 아르바이트를 세 개씩이나 하면서 그 빚을 갚아야만 했었다.돈이 되는 일이라면 험한 일도 마다하지 않고 모조리 했었다.그렇게 난 누구나 한 번쯤은 시선을 머물 법한 외모에서 모두가 스쳐 지나가는 외모로 달라지게 되었다.재준에 대한 나의 희생은 1

  • 배신의 대가, 그녀의 반격   제3화

    5일 뒤의 티켓을 끊고 난 뒤 난 변호사에게 메시지를 보냈다.무슨 일이 있든 양육권은 무조건 사수해야 한다고.모든 준비를 마치고 난 뒤, 난 오래간만에 푹 자려고 침실로 향했다.재준은 나의 뒷모습을 바라보면서 노기등등한 모습으로 말했다.“내가 지금 말하고 있는데 대체 어딜 가는 거야!”“잘 시간이잖아.”상대가 미치고 팔짝 뛸 정도로 난 너무 덤덤했다.침실로 들어서기 무섭게 난 거실에서 우당탕 물건이 부숴지는 소리를 듣게 되었다.이혼에 관해서는 내가 부탁한 대로 흘러가고 있었다.3일 뒤, 난 짐을 챙기고 있었고 그러던 중 재준의 전화를 받게 되었다.[북해 노천 바에 있어. 지금 당장 와.]북해는 바람이 워낙 센 곳이라 산후조리 기간인 나에게는 금지된 구역이나 다름없다.나를 위해서 거절하려고 했으나 미친 듯이 걸려 오는 재준의 전화에 하는 수 없었다.온몸을 꽁꽁 감싸고 북해 노천 바에 도착한 난, 다정한 모습으로 나란히 앉아 있는 영아와 재준을 보게 되었다.같은 테이블에 앉아 있던 그의 친구들은 나를 위아래로 훑어보더니 ‘쯧쯧’ 소리를 내면서 비아냥거리기 시작했다.“형수님 말이 맞았네요.”“재준아, 넌 왜 저런 뚱뚱한 여자를 애인으로 두는 거야? 몸이 아주... 장사급이네.”영아는 우아한 모습으로 와인 한 모금을 마시고 난 뒤 나를 바라보았다.“미안해. 진실 게임에서 진 바람에 할 수 없었어.”“재준이 친구들이 하도 짓궂게 굴어서 말이야. 게임에서 진 벌로 여기 밴드 보컬한테 뽀뽀를 하든지 아니면 재준이가 몰래 키우는 애인을 불러 내오라고 해서 말이야.”“다른 남자한테 뽀뽀하는 꼴은 절대 보지 못한다면서 재준이가 널 부르라고 해서 전화한 거였어. 이제 벌도 다 받았으니 너 그만 가봐도 좋아.”차근차근 설명하고 있는 영아의 모습으로 보이지만 자세히 들어보면 우쭐거리는 뉘앙스가 가득했다.난 눈살을 찌푸리면서 재준을 바라보았다.재준은 마음에 찔리기라도 한 듯이 고개를 푹 숙인 채 토씨 하나 내뱉지 않았다.‘애인? 밖에서는 내가

  • 배신의 대가, 그녀의 반격   제2화

    [나 바빠! 내가 뭐 시간이 남아도는 것 같아? 너 같은 것한테 시간 낭비할 바에는 일이나 더 하고 말지. 임신 한 번 했다고 유난은... 정 혼자서 걸을 수 없다면 그냥 병원에서 죽어.]아팠었던 순간을 다시금 잊어버리고 난 재준에게 메시지를 보냈다.[내 요구는 오직 하나뿐이야. 아이는 내가 키울 것이고 내 재산도 다 챙겨서 떠날 거야.]재준은 바로 답장을 보내왔다.[오늘 중요한 일이 있었어.][이상한 소리 그만하고 푹 자. 내일 아침 일찍 갈게.]3일 뒤, 퇴원해도 좋다는 선생님의 말씀을 들을 때까지 난 재준을 보지 못했다.차에 오르고 난 뒤, 난 스쳐 지나가는 건물들을 바라보다가 그동안 내가 살아온 모든 순간이 차오르기 시작했다.나랑 재준은 대학교에서 서로 알게 되었고 서로 사랑하게 되었었다.결혼 첫해에 재준은 처음으로 창업에 도전했었지만 친구가 꾸민 함정에 빠져버려 모든 돈을 잃어버렸을뿐더러 빚까지 안게 되었었다.그 힘든 시간 동안 난 하루에 3곳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재준 대신 빚은 갚아 줬었다.그것만으로 부족하여 때만 되면 재준의 삼시세끼를 꼬박꼬박 챙겨줬었다.힘든 줄도 모른 채 난 재준의 두 번째 창업이 성공할 때까지 ‘스폰스’로 살아갔었다.두 번째 창업이 성공하면서 난 드디어 두 다리 쭉 펴고 웃음꽃으로 가득한 새로운 삶을 살 수 있을 줄만 알았었다.그러나 1년 전, 영아와 바람이 나면서 모든 것이 물거품으로 돌아가고 말았다.난 집에 도착하자마자 조금이라도 자려고 눈을 붙였다.얼마 지나지 않아 도어락 소리가 들리면서 이내 소식이 없었던 재준이가 마침내 집으로 돌아왔다.재준은 테이블 위에 놓인 수술 보고서를 흘겨보더니 잔뜩 언짢은 얼굴로 푹 자고 있는 나를 깨웠다.“몰래 수술받고 온 거야? 나 올 때까지 좀 기다리지 그랬어.”입원해 있던 3일 동안 난 단 한숨도 제대로 자지 못했었다.겨우 잠든 나를 이렇게 무심코 깨운 재준의 행동에 난 몸도 마음도 지친대로 지쳐버렸다.“네가 올 때까지 기다렸다가 수술받으라고?

  • 배신의 대가, 그녀의 반격   제1화

    우울해진 나의 감정을 느꼈는지 아이는 갑자기 엉엉 울기 시작했다.아픈 가슴을 홀로 쓰다듬으면서 난 무려 2시간 동안이나 아이를 달래주었다.별명이라도 할 법한데 하재준은 단 한 통의 전화도 하지 않았다.불난 집에 부채질이라도 하듯이 신영아는 계속 SNS에 게시물을 올렸다.현금다발과 다이아몬드 세트가 담긴 라이브 사진을 올리자 많은 네티즌의 이목이 쏠렸다.댓글 창은 이미 폭발했고 다들 하나같이 부러움을 감추지 못했다.수많은 댓글 사이에서 난 재준이 남긴 댓글 하나를 보게 되었다.[오늘 네가 받은 선물을 20년 뒤, 우리 딸에게도 똑같이 해줄 거야.][역시 우리 남편밖에 없어. 내가 엄청 사랑하는 거 알지?]‘잉꼬부부’가 따로 없는 두 사람의 애정과시에 난 두 눈을 질끈 감아버렸다.이윽고 고개를 돌려 유모차에서 푹 잠이 든 아이를 바라보았다.‘하재준은 이미 잊었겠지? 자기한테 태어난 지 겨우 6날밖에 되지 않은 아들이 있다는 걸?’출산하던 그날에도 재준은 바쁘다는 핑계로 오지 않았었다.난 바보같이 나중에야 진짜 이유를 알게 되었었다.그날은 바로 영아 딸의 세 번째 생일이라는 기막힌 사실을 말이다.“환자분 담결석은 보통 크기를 훨씬 초과한 것으로 보입니다. 더는 지체하면 안 되니 내일 바로 수술받으시기 바랍니다.”의사 선생님이 검사 보고서를 손에 들고 차분히 분석해 주셨다.난 아이를 품고 있던 중에 담 결석증에 걸리게 되었었다.의사 선생님의 건의에 난 잠시 망설이다가 재준에게 메시지를 보냈다.[급한 일이 생겨서 그러는데 내일 집으로 좀 와줘.]재준은 한참 지나고 나서야 답장을 해주었으나 난 몇 글자도 안 되는 말에서 그의 짜증을 고스란히 느끼게 되었다.[바빠. 별것도 아닌 일로 귀찮게 좀 하지 마.][계속 귀찮게 굴면 이혼해.]난 더없이 평온한 마음으로 우리의 대화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이혼하자는 말이 이제는 익숙하기만 하네...’영아가 나타난 뒤로 재준은 늘 틈만 되면 영아와 오붓한 시간을 보내고 왔었다.엄마이기 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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