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연아는 주혁과 같은 고생을 해본 적이 없는 부잣집 아들이 죽음을 두려워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날 보내줘.”그녀는 침착해 보였고 말투는 직설적이었다.주혁은 쉽게 물러서지 않았다.“난 당신이 날 죽일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아.”그는 송연아 같은 여자가 그런 배짱은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하지만 그는 메스를 잡는 의사가 전혀 소심하지 않다는 것을 몰랐다!송연아는 날카롭게 깨진 모서리로 그의 피부를 찔렀다.주혁은 통증을 느끼고 손을 뻗어 따뜻하고 축축하며 끈적끈적한 피를 만지고는 겁에 질려버렸다!“다, 다, 당신이 정말?”그는 너무 긴장해서 말을 똑바로 할 수 없었다!“당신이 나를 해치려고 하는데 내가 아무것도 안 하고 그냥 그렇게 당하고 있을 줄 알았어?”송연아는 메스를 잡는 사람이었고, 손에 가해지는 힘을 통제할 줄도 알았다. 그녀는 주혁이 고통을 느끼고 많은 피를 흘리게 하면서 시각적으로 심각해 보이게 했지만 실제로 생명을 위협할 정도는 아니었다.이것은 그녀가 선택한 부위와 관련이 있었다!그녀는 의사로서 인체의 구조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어느 곳이 치명적인지 알고 있었다! 그녀가 찌른 곳은 생명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난 당신이 마음이 바뀔까 봐 걱정돼서 약점을 잡고 있으려는 것이었어. 당신을 정말 해칠 생각은 없었어. 당신이 촬영하고 싶지 않다면 안 하면 되지!”주혁은 겁에 질렸다!송연아는 손에 약간의 힘을 가해 그를 더 아프게 했다.“날 보내줘!”“당신이 나와 같이 강세헌에게 복수하겠다고 하지 않았어?”주혁은 여전히 그녀가 강세헌에게 원한이 있다고 믿고 있었다!송연아가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그 말을 믿어?”“당신이 날 속인 거야? 그렇지만 난 분명 강세헌이 당신에게 나쁜 짓을 했다고...”“강세헌 씨는 확실히 나에게 잘해주지는 않았어. 난 복수를 해도 혼자 할 거고 다른 사람과 협력하는 건 싫어. 단지 그럴 뿐이야.”그녀는 주혁을 밀면서 문으로 이동했다.“문 열어.”주혁은 잠시 망설였다. 송연
방으로 돌아온 그녀는 휴대폰을 꺼내보았다. 부재중 전화가 여러 통 걸려 왔었다.안이슬이 전화한 것이었다.송연아는 안이슬에게 다시 전화를 걸었다.안이슬은 바로 전화를 받았다.“연아야.”안이슬은 긴장된 목소리로 말했다.“저예요.”송연아가 대답했다.“너 괜찮아? 연락이 안 돼서 걱정했어.”“전 괜찮아요. 선배 왔어요? 지금 어디예요? 제가 찾으러 갈게요.”송연아가 말했다.“나 지금은 일해야 하고 저녁쯤 돼야 한가해. 여섯 시 지나서 나한테 연락해 줘. 그때 약속 장소를 정하자.”안이슬이 말했다.“알겠어요.”송연아가 물었다.“우리 엄마랑 찬이 다 잘 있죠?”“응, 어머님과 찬이는 내가 지내는 곳에 있으니까 넌 걱정하지 마.”“네.”송연아는 여전히 마음속으로 그들을 그리워했다. 특히 찬이는 그녀가 낳자마자 그와 헤어졌기 때문에 더 보고 싶었다.지금 그녀는 찬이를 꼭 안아주고 싶었다.“사모님, 제가 음식을 준비했어요. 내려와서 좀 드셔보세요.”오은화가 갑자기 올라왔다.전화 건너편의 안이슬이 그 소리를 듣고 말했다.“네가 괜찮다는 걸 알았으니 난 마음이 놓여. 먼저 전화 끊고 저녁에 다시 연락하자!”“네.”송연아는 간단히 대답하고 전화를 끊고 오은화를 따라 아래층으로 내려갔다.강세헌은 이미 식탁 앞에 앉아 있었다.그녀는 발걸음을 잠시 망설였다.“사모님.”오은화는 그녀가 움직이지 않는 것을 보고 그녀를 불렀다.“사모님, 식사하셔야죠.”송연아는 곧바로 정신을 가다듬고 걸어갔다.그녀는 의자를 빼 강세헌의 오른쪽에 앉았다.강세헌은 그녀가 걸어올 때도 쳐다보지 않았다. 그는 천천히 젓가락을 들었다.송연아는 참지 못하고 말했다.“당신 후회하면 바로 말해요. 그렇게 애매하게 굴 필요 없어요. 난 집착하지 않아요.”그녀는 강세헌과 같은 남자가 순결하지 않고 아이를 낳은 적이 있는 여자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생각했다.전에는 그녀가 허황한 망상을 하고 있었다!송연아는 그와 정상적인 남녀관계를 가질 수 있다고 생각했다!강세
그 순간 강세헌은 갈기갈기 찢어 죽일 듯이 날카로운 눈빛으로 송연아를 쳐다보았다!만약 눈빛으로 사람을 죽일 수 있다면 지금쯤 송연아는 분명 죽었을 것이다!“난 그때...”송연아는 해명하고 싶었다.그런데 강세헌이 갑자기 일어나서 그녀의 말을 듣지도 않았다. 그는 그녀가 변명하려는 줄 알고 그것이 싫어서 다이닝 홀을 걸어 나갔다.송연아는 입술을 꽉 깨물었지만 따라가지 않았다.강세헌은 지금 분노에 휩싸여 있기 때문에 그를 찾아가도 차분하게 그녀의 말을 들어주지 않을 것이다.그럼 먼저 그가 진정하게 놔두고 이제 진정되면 다시 설명해 줄 생각이었다.“에취--”송연아는 입을 가리고 재채기를 했다!이를 본 오은화가 물었다.“감기 걸리신 거 아니에요?”송연아는 고개를 끄덕였다.오은화는 감기약을 가져다주러 갔다.송연아는 말했다.“감사합니다.”오은화가 웃으면서 말했다.“도련님의 부인이신데, 제가 사모님을 돌보는 건 당연히 해야 할 일입니다.”오은화가 강세헌 말을 하자 송연아는 눈을 내리깔았다.그녀는 약을 입에 넣고 물을 마셔 넘겼다.식사 후 송연아는 깨끗한 옷으로 갈아입고 외출했다.그녀는 먼저 병원에 가서 백수연이 없는 것을 확인하고 송태범을 만났다.그리고 송태범에게 백수연이 송씨 가문의 재산을 노리고 있다는 것을 알려주면서 백수연이 그에게 해를 끼칠 경우를 대비해 백수연을 조심하라고 말했다.백수연은 돈을 위해서 송연아을 죽이려고 했기 때문이다!송태범은 눈썹을 찌푸렸다.“연아야, 너 예전에는 이러지 않았어.”그는 송연아가 백수연을 싫어하고 심지어 증오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그는 전부 이해할 수 있었다. 송연아의 입장에서 충분히 백수연을 증오할 수 있었다.하지만 증오를 하더라도 송연아는 송태범의 앞에서 백수연을 깎아내리지는 않았었다.이 시기에 송연아가 그런 말을 하자 송태범은 다소 실망했다.병원에 와서 백수연을 욕하는 이유가 혹시 그녀도 송씨 가문의 재산을 탐하기 때문이 아닐까?“내가 예전에는 어떤 사람이었는데요?”송연아
송연아가 없으니 백수연은 기분이 너무 좋았다.송씨 가문의 재산은 이제부터 그녀 아들의 것이 될 거라고 생각했다.아들의 재산은 그녀의 재산이기도 했다.“의사 선생님 말씀에 따라 당신이 먹을 수 있는 고기와 야채를 잘 섞은 음식을 만들어 왔어요. 많이 드셔야 해요. 그래야 더 빨리 나아지죠.”백수연이 말했다.송태범은 평소와 같이 일어났다.백수연은 살며시 다가와 그를 부축했고, 그가 편안하게 기댈 수 있도록 조심스럽게 베개를 뒤에 놓아주었다.“태범 씨, 연아가 사라졌다고 들었어요.”백수연은 송태범에게 그릇을 건네며 말했다.송태범은 즉시 그녀를 돌아보았다.백수연은 그의 눈빛을 보고 의아해하며 물었다.“왜 날 그렇게 쳐다봐요?”송태범은 자신이 지나치게 흥분한 것을 알아차리고 그녀에게 들키지 않기 위해 말을 돌렸다.“오늘 국이 맛있던데, 오래 끓였지?”“맞아요. 몇 시간 동안이나 끓였어요. 맛있으면 많이 먹어요.”백수연은 송태범에게 국을 따라주며 다시 원래 화제를 끄집어냈다.“연아가 이렇게 갑자기 사라진 거 보면 무슨 일이 생긴 건 아니겠죠?”송태범은 백수연을 바라보았다. 이제 송연아가 증명할 필요가 없었다. 백수연의 말만으로 그녀의 마음속에 꿍꿍이가 있다는 것이 증명되었다.그녀는 평소에도 송연아를 좋아하지 않았다.그러나 오늘 그녀는 계속 송연아를 언급했다.“연아는 잘 있어. 무슨 일이 있다는 거야? 지난번에도 몇 달씩 사라졌잖아. 또 어딘가에 숨어있을지도 모르지. 왜 그런 걸 신경 써?”송태범은 겉으로는 침착해 보였지만 그의 말투에는 냉정함이 숨겨져 있었다.송연아의 말이 사실인 것 같았다.백수연은 정말 송연아를 해치려고 했다.“걱정돼서 그러죠.”백수연은 그의 눈치를 살피며 조심스럽게 물었다.“정말 연아한테 사고라도 난 거면 이제 미래를 위해 계획을 세워야죠.”“무슨 뜻이야?”송태범은 그녀를 노려보며 물었다.“내 말은, 이제 당신의 후계자는 예걸이뿐이니까 딸만 생각하지 말고 아들을 좀 더 신경 쓰라고요. 시집간 딸은 다
송연아 대신 화풀이를 한 송태범은 송연아에게 앞으로 송예걸을 돌봐달라고 부탁했다. 그렇게 하면 송연아가 자신을 거절하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다.송태범은 이미 속셈이 있었다.그는 오래 전에 이미 송씨 가문의 재산을 어떻게 배분할 것인지에 관한 유언장을 작성했다.백수연이 그것을 위해 애를 쓰는 것은 쓸모가 없었다!백수연은 송태범이 그녀에 대한 사랑이 많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송연아 때문에 그가 유산 문제로 자신에게 자수하라고 협박하는 차가운 태도는 그녀가 전혀 예상하지 못한 것이었다!“나는 거의 20 년 동안 당신과 함께했어요. 나에 대한 신뢰가 전혀 없나요? 다 말했잖아요, 난 그런 적이 없어요...”“그냥 말해, 자수할 거야 말 거야!” 송태범은 그녀의 말도 안되는 변명을 들을 기분이 아니어서 그녀의 말을 들을려고도 하지 않았다!백수연은 제자리에 서서 계속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그녀와 송태범은 금슬이 좋은 건 아니었지만 송태범은 그녀에게 부드럽고 자상한 편이었다!하지만 지금은 어떻게 그녀에게 이토록 무자비 할 수 있을까?“난 당신에게 아들을 낳아주었어요!” 백수연이 외쳤다.이성을 잃고 고함을 지르는 그녀 앞에서 송태범은 매우 침착하게 말했다.“그건 내가 부정하지 않아.”“그런데 왜 나를 벼랑 끝으로 몰아내는 거죠?” 백수연은 송태범이 송연아을 위해 이런 짓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믿지 못했다.하지만 진실은 바로 눈앞에 있었다.“물론 당신이 사랑하는 건 여전히 전처와 딸이겠죠. 예걸이와 나는 불필요한 존재니까... 그럼 예걸이를 데려갈게요!”그녀는 그래도 송태범이 오랜 세월의 사랑을 기억하고 자신과 송예걸을 붙잡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그러나 송태범은 그녀를 잡지 않았다.그녀의 마음이 차갑게 식어버렸다!진정한 부부 사이가 아니더라도 수년간 같이 생활하면서 그들은 부부보다 더 진짜 같은 사이였다. 하지만 송태범은 백수연에게 너무 차갑고 무자비했다!백수연의 마음도 모질어졌다! 그녀는 나가는 길에 송태범을 의미심장하
안이슬은 송연아의 표정이 이상하다고 생각했다.“너 왜 그래...”“안이슬.”심재경은 갑자기 돌아섰다.안이슬은 얼어붙었다!그녀는 깜짝 놀랐다. 이 상황은 그녀의 예상 밖이었지만 한순간 기쁨의 감정도 느꼈다.그를 만나서 기뻤다.하지만 곧 정신을 차린 안이슬의 표정이 차가워졌고 말투에는 온기가 없었다.“왜 연아랑 같이 있어?” 심재경은 그녀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안이슬은 그를 만나고도 걱정이나 인사 한마디 하지 않았다.오히려 그녀는 질문하고 있었다.송연아는 서둘러 설명했다.“문 앞에서 우연히 재경 선배를 만나서 언니한테 전화하려던 참이었어요.”안이슬은 송연아의 손에 들고 있는 휴대폰을 보고 그녀가 한 말이 사실이란 것을 알았다. 그녀는 송연아가 일부러 심재경과 자신을 만나게 한 것이 아니라고 생각했고, 마음속으로 송연아의 말을 믿었다.“다른 곳으로 가자.” 안이슬이 말했다.송연아는 알겠다고 말하고 안이슬와 함께 카페를 나가려고 했다. 심재경은 입을 꽉 다물고 곧바로 앞으로 나아가 안이슬의 손목을 잡고 카페 안쪽으로 걸어갔다. 그는 송연아의 옆을 지나가면서 말했다.“이슬이랑 할 말이 있으니까 넌 끼어들지 마.”“이거 놔. 난 너랑 할 말이 없어. 나 결혼했어...”심재경은 그녀를 껴안고 입맞춤하여 그녀의 말을 막았다.송연아는 옆에 서서 지켜보면서 이 기회에 둘이 제대로 이야기 나누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그녀는 조용히 돌아서서 자리를 떠났다.송연아는 택시를 타고 빌라로 돌아가고 싶었지만 마음을 바꾸고 강세헌을 찾아가 상황을 명확하게 설명할 생각이었다.지금쯤이면 강세헌이 진정하고 그녀의 말을 들으려고 하지 않을까?차에 타서 그녀는 운전기사에게 천주그룹으로 가달라고 말했다.천주그룹에 도착하자 그녀는 임지훈을 만났다.“강 대표님은 지금 여기에 안 계시고 본가에 가셨어요.” 임지훈이 말했다.송연아가 물었다.“무슨 일로 본가에 갔어요?” 임지훈이 대답했다.“그건 잘 모르겠습니다. 전 집사님께서 직접 강 대표님을
이지안도 강세헌을 보고 놀란 표정이 역력했다.여기서 그를 만날 줄을 전혀 예상 못 한 것 같았다.연장자가 있는 관계로 그녀는 먼저 입을 열지 않고 자신의 할아버지 옆에 가만히 서 있었다.강세헌도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 자리에 가만히 앉아 있었는데 사람들이 한눈에 알아볼 수 있을 만큼 그의 기운은 강했다.이수홍은 한눈에 그를 알아봤다.그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이 청년이 자네의 그 능력 좋다는 손자인가?”강의건은 자랑스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호탕하게 웃더니 대답했다.“나와 지 아비의 젊은 시절보다 뛰어나지.”그리고 곧 강의건의 시선이 이지안에게 향했다.“이 애는 자네의 유일한 손녀고?”이수홍은 한숨을 쉬며 말했다.“맞아. 이 애의 아비가 병으로 일찍 세상을 떠났고 어미는 오래전에 재혼해서 나와 서로 의지하고 살고 있다네.”강의건은 그 말을 듣고 탄식했다. 그도 아들을 잃었기 때문에 자식을 먼저 보내는 부모의 아픔을 잘 알고 있었다!“우린 친구끼리 오랜만에 만나서 이야기를 나눠야겠어. 세헌아, 너는 지안이를 데리고 집 마당에서 산책하렴.”강세헌은 강의건의 속셈을 한눈에 알아챌 수 있었다.지난번에는 자신을 불러와 놓고 송연아와 이혼하라고 말했다.오늘은 다리를 놓아주려고 다른 여자를 불러온 게 아닐까?강세헌은 기분이 나빴지만 강의건이 어른이기 때문에 난리를 치지는 않았다.하지만 강의건의 말에 협조하는 것은 불가능했다.지금 그는 이지안이 회사에 나타난 것이 강의건의 계획이 아니었는지 의심했다.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거실을 나갔지만 이지안을 데리고 같이 갈 생각은 전혀 없었다.강의건이 해명하려고 했지만 이지안이 먼저 말했다.“괜찮습니다.”강의건은 강세헌이 멀리 간 것을 확인한 후 말했다.“저 아이의 얼굴은 차갑지만 마음은 열정적이에요. 인내심을 가져야 해요.”“그럴게요.”이지안은 미소를 지었다.그녀는 얼굴도 너무 예쁘고 미소가 달콤했다. 또한 친한 친구의 유일한 손녀였기 때문에 서로 사정을 잘 알아 강의건은 이지안이 마음
임지훈이 멍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설령 그가 잘못해서 강세헌이 그를 꾸중한대도 분명하게 말을 해줘야 한다.그를 끝까지 이유도 모르게 만들면 안 된다.하지만 안타깝게도 아무도 그의 마음의 소리를 들을 수 없었다.강세헌은 더더욱 들을 수 없었다!“아이고, 왜 여기 있어요. 빨리 나와요.”거실로 돌아가는 길에 강세헌이 전 집사의 목소리를 듣고 걸어가자 이지안이 방에서 그의 부모님 사진 옆에 놓아둔 작은 상자를 들고 있는 것을 보았다.순식간에 그의 눈빛이 흐려지더니 큰 걸음으로 건너갔다.“뭐 하는 거야?”그의 목소리는 차갑고 무서웠다.이지안은 서두르지 않고 차분히 말했다.“그냥 궁금해서 여기 뭐가 들어 있는지 살펴본 것뿐이에요.”“얼른 그걸 내려놓으세요. 그건 우리 도련님에게 매우 소중한 물건이에요...”전 집사가 말했다.“이건 분명 내 물건이었어요.”이지안은 마치 사실인 것처럼 말했다.그녀가 이 물건을 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당당한 얼굴로 말할 수 있었다.이 모든 것은 강의건이 그녀에게 가르쳐 준 말이었다.강의건은 이 옥패의 주인이 강세헌에게 중요한 사람이라고 말했다.그녀가 강세헌에게 자신이 이 옥패의 주인이라고 말하면 강세헌은 당연히 그녀에게 잘 대해 줄 것이다.“뭐라고 했어?”강세헌은 눈을 가늘게 떴다.“이게 당신 거라고?”“네, 이건 아버지가 저에게 남긴 물건인데 제가 잃어버렸었어요. 못 믿으시면 저희 할아버지께 가서 제 물건이 맞는지 아닌지 물어보시면 되잖아요?”이지안은 조금도 망설임 없이 고개를 들고 있었다.그녀의 확신에 찬 표정을 보면 사람들이 믿을 수밖에 없을 것 같았다.“당신의 물건이라면서 어떻게 잃어버릴 수 있어?”강세헌은 그녀를 바라보며 물었다.“언제 잃어버린 건지는 잊었어요.”이지안은 대답했다.“이걸 잃어버렸을 때는 제 나이가 어렸기 때문에 기억이 잘 나지 않아요.”그녀는 어떻게 잃어버렸는지 바로 말하지 않았다. 너무 오래된 일이기에 바로 말하면 고의적인 것 같
결혼식을 마친 후 방유정 아버지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기에 떠나기 전에 임지훈에게 회사를 완벽하게 인계하려고 회사에 들어오라고 제안했다.임지훈은 송연아와 강세헌 일행과 같이 먼저 프랑스로 돌아가서 그쪽 일을 마무리했다. 비록 임지훈이 회사에 있으면 강세헌은 보다 한가하게 일을 할 수 있었지만, 그가 떠난다고 해도 그냥 조금 더 바쁠 뿐이다. 어느 회사든 누가 떠나면 절대 안 되는 건 없다. 일주일의 시간 동안 임지훈은 프랑스에서의 일들을 모두 마치고 귀국해서 방씨 가문 회사에 들어갔다.임지훈도 국내에 집이 있었지만 방유정과 같이 방씨 가문에 들어갔다. 데릴사위를 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방유정 아버지의 병을 알고 방유정이 부모님과 많을 시간을 보내게 하기 위해서였다. 임지훈 역시 사위로서 그럴 의무가 있었다....반년 후, 방유정 아버지는 돌아가셨고 방유정 어머니는 그 충격에 순식간에 많이 늙었다. 방유정 아버지가 돌아가신 다음 집안 분위기는 아주 저조했는데 방유정의 대부분 시간은 어머니와 함께 보냈다. 예전의 임 비서는 이제 임 대표가 되어 그의 능력으로 방씨 가문은 아주 관리가 잘 되었고 3개월 후 방유정 어머니의 상황도 많이 좋아졌다.방유정이 드디어 임신하게 되면서 방유정 아버지가 돌아간 일도 어느 정도 잊혀가고 있었다. 임지훈은 곧 아빠가 된다는 사실이 기뻤고 방유정도 곧 엄마가 된다는 사실이 행복했고 방유정 어머니 역시 곧 외할머니가 된다는 사실이 행복했다. 정말로 모두 행복해할 만한 일이었다.방유정이 임신 6개월 때 그들은 프랑스로 갔는데 구애린은 남자아이를 낳았고 심재경의 딸은 이제 걸을 수 있게 되었는데 샛별이가 유일한 여자아이여서 모두가 예뻐했다. 샛별이는 아직 작고 어렸지만 찬이를 쫓아다니는 것을 좋아했고 찬이는 샛별이 다리가 짧다고 계속 놀려줬으며 그게 재밌다고 샛별이는 키득키득 웃었다. 찬이가 오빠라고 부르라고 하면 샛별이는 오빠라고 불렀는데 너무 귀여웠다.방유정이 말했다.“저도 딸을 낳고 싶어요.”구애린이 말했다.“그게
비록 손을 놓기 싫었지만, 방유정 아버지는 결국 방유정의 손을 임지훈에게 넘겨줬다.“앞으로 계속 사랑하며 살기를 바란다.”방유정도 아버지에게 말했다.“꼭 그렇게 할게요.”이어서 결혼식은 순서대로 일사천리로 피로연까지 모두 순리롭게 진행되었다.방유정 어머니는 결국 눈물을 참지 못했는데 딸이 그렇게도 바라던 결혼을 하니 너무 기뻤다. 그런데 결혼시키고 나니 또 잘 살 수 있을까, 행복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앞섰다. 세상의 부모들은 다 그런가 보다.임지훈은 방유정을 데리고 강세헌이 있는 테이블로 가서는 비록 모두 알고 있지만 다시 한번 공식적으로 소개했다. 모두 방유정을 다시 한번 소개받았는데 이번에는 심재경 친구의 사촌 동생이 아닌 임주훈의 아내로 말이다.구애린이 웃으며 말했다.“정말 너무너무 축하해요.”방유정도 웃으며 대답했다.“고마워요.”윤이도 어른들 따라 한마디 했다.“축하해요.”방유정은 윤이를 보며 말했다.“너무 귀여워요.”그녀가 손을 뻗어 윤이의 얼굴을 만지자, 윤이가 손을 내밀었다.“안아줘요.”송연아가 미간을 찌푸렸다.“윤이야, 안 돼.”방유정이 말했다.“괜찮아요.”그녀는 윤이를 안으며 말했다.“무겁지 않아요.”윤이는 그녀의 머리에 있는 금색 비녀를 보고 만지려고 했다. 방유정이 한복을 입고 있었기에 머리에 비녀를 하고 있었다. 방유정은 아주 시원하게 바로 비녀를 빼서 윤이에게 주었는데 송연아는 윤이를 제지하지 못해서 미안해했다.“이러면 안 돼요. 오늘 얼마나 중요한 날인데...”“괜찮아요. 그냥 액세서리일 뿐이에요. 윤이가 좋아하니 놀게 해요.”방유정은 정말 성격이 좋았다. 역시 부유한 집안에서 자란 것만큼 성품이 좋았다. 가끔 조금 오만하긴 하지만 작은 일에 연연하지 않았다.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모두 그녀처럼 할 수 있는 건 아니다.송연아는 윤이를 안고 달래려고 했다.“윤이 착하지. 이건...”송연아는 윤이가 방유정을 어떻게 부르면 될지 생각했는데 방유정이 웃으며 말했다.“호칭일 뿐이니까 편
“지금 막 들었는데 유정 씨와 결혼한다면서요. 지금 방씨 가문에서 결혼식을 준비한다고 난리 났어요.”임지훈이 웃었다.“저 이래 봐도 능력 있는 남자예요. 여자들한테도 인기 많아요. 봐요, 결혼도 금방 하죠?”구애린이 말했다.“이제 우리 모두 짝이 있네요.”찬이도 고개를 내밀며 말했다.“지훈이 삼촌, 축하해요.”“고마워.”임지훈이 찬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심재경이 물었다.“그런데 데릴사위로 들어간다고 하던데요?”심재경의 말에 모두 놀라며 시선이 일제히 임지훈에게로 향했다. 확실히 놀랄만한 일이다. 임지훈의 조건에 그럴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다. 돈도 있고 능력도 있어서 충분히 가정을 책임질 수 있는데 말이다.“하긴, 방씨 가문에 가장이 필요하긴 해요.”심재경이 그쪽 사정을 잘 알고 있기에 한마디 했다....임지훈의 결혼식으로 송연아와 강세헌도 프랑스로 돌아가는 일정을 늦췄다. 아무도 심재경의 결혼식을 보러 왔다가 임지의 결혼식까지 보게 될 줄을 생각을 못 했다. 그들뿐만 아니라 이건 임지훈 본인도 마찬가지였다. 그도 그럴 듯이 방유정과의 결혼은 정말로 찰나의 결정이었다. 마음을 가라앉히고 나니 그 역시 참 빠르다는 생각이 들긴 했다.임지훈이 진원우에게 말했다.“나 지금 꿈을 꾸고 있는 것 같아.”진원우가 말했다.“그런 배부른 소리 하지 마. 방씨 가문은 돈도 많고 유정 씨도 예쁘고 그 정도면 만족해야지.”“만족해. 다만 너무 빠른 것 같아서 그래.”귀국하기 전까지만 해도 싱글이었는데 이제 프랑스로 돌아갈 수 없게 된 것이다....결혼식은 방씨 가문에서 모두 준비했는데 방유정 딸 하나이고 또 사위도 너무나 마음에 들었기 때문에 결혼식은 아주 성대하게 치렀다. 방씨 가문의 친척들도 꽤 많이 참석해서 성황리에 진행되었다. 비록 데릴사위라고 하지만, 임지훈 측은 심재경이 준비했는데 심재경 본인도 금방 결혼식을 치렀기 때문에 익숙한지라 아주 매끄럽게 진행할 수 있었다....방유정은 정교한 메이크업을 하고 값진 웨딩드레스를 입었는
“잠도 잤는데 왜요? 모른 척하려고요?”방유정이 옷을 입더니 침대에서 꼼짝 안 하는 임지훈을 보며 미간을 찌푸렸다.“왜요? 계속 그렇게 누워 있을 거예요?”임지훈이 말했다.“내 옷을 가져오지 않았잖아요. 나 입을 옷 없어요.”방유정은 그제야 임지훈이 옷이 없다는 걸 생각했다.“가져다 줄게요.”그녀는 곧바로 차에 가서 캐리어를 가지고 다시 올라갔다.“뭐 입을지는 알아서 찾아서 입고 내려와요. 아래층에서 기다릴게요.”방유정은 말을 마치고 먼저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임지훈은 침대에서 내려 결혼 얘기이니만큼 격식을 갖춰야 한다는 생각에 정장을 찾아서 입었다. 그가 정리를 마치고 아래층으로 내려가자, 방유정은 부모님 가운데 앉아 있었는데 그녀가 무슨 말을 했는지 그녀의 부모는 그를 보자마자 더욱더 열정적이었다.임지훈이 건기침을 하고 입을 열었다.“저기...”“우리 딸 줄게요.”“아니에요. 지훈 씨가 저한테 시집 오는 거예요.”방유정이 정정했다.“...”“...”“...”방유정을 제외한 세 사람이 거의 동시에 물었다.“유정아,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거야?”방유정은 자신이 여자이며 이 집안에 다른 후계자가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고 또 아버지가 중병이고 자기는 회사를 관리할 능력도 없기에 어찌 보면 자기가 남편을 찾는다기보다는 방씨 가문의 회사를 경영할 사람을 찾는 거였다. 인제야 그녀는 부모가 조급해하는 의도를 이해했고 그녀 역시 가문을 지키고 싶었기 때문에 임지훈이 가장 적합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부모님이 임지훈을 각별히 마음에 들어 하는 것도 그런 것들 때문이지 않겠는가.“유정 씨, 너무 무리하지 말아요.”임지훈은 뼈대가 있는 남자로서 데릴사위 할 생각은 없었다.방유정이 말했다.“후회하면 안 돼요!”“왜 안 돼요? 유정 씨가 뭘 원하든지 저 모두 만족시켜 줄 수...”“제가 원하는 게 바로 이거예요.”방유정이 외치자, 임지훈은 오히려 우스웠다. 한 여자가 나한테 시집오라고 하다니!“우리 유정이가 시집가는 거 맞아요
지금 그녀가 부모님에게 전화해서 물으면 부모님은 더 속상해할 것 같았다.‘나 이제 어떻게 해야지? 어떻게 하면 좀 더 기쁘게 해 드릴 수 있지? 결혼, 그래 결혼해야 해.’그녀는 자기가 결혼해야만 부모님이 기뻐할 거라고 생각했다. 결혼 상대도 지금 바로 방에 있지 않겠는가?‘남자 친구인 척을 해줬으니 이제 남편인 척해달라고 해야지. 진짜가 아니고 가짜라도 되니까 결혼하자고 해야겠어.’방유정은 진료 기록부를 다시 원래 위치에 넣고 비틀거리며 부모님 방에서 나와 자기 방으로 돌아갔는데 임지훈이 아직 욕실에서 나오지 않아 침대 옆에 앉아서 기다렸다. 한참 지나자, 임지훈은 가운을 두르고 욕실에서 나왔는데 침대에 자기의 옷이 보이지 않아 방유정의 옆에 서서 물었다.“내 옷은요?”그는 방유정이 잊은 것 같아서 다시 말했다.“내 옷은 지금 당신 차 트렁크에 있어요.”방유정은 그를 올려다보며 말했다.“지훈 씨, 우리 결혼해요.”임지훈은 어이가 없었다.“약을 잘못 먹었어요? 아니면 정신이 어떻게 됐어요?”“다 아니에요. 그냥 당신이라면 괜찮을 것 같아서요.”그녀의 목소리는 다소 거칠었는데 임지훈은 더 가까이 다가가서 그녀의 이상함을 감지하고 물었다.“울었어요? 누가 괴롭혔어요? 얘기해 봐요. 제가 가서 때려줄게...”임지훈이 말을 마치기도 전에 방유정이 와락 그를 끌어안았다. 임지훈은 갑작스러운 친밀감에 몸이 굳어버려 움직일 수가 없었다.“그게... 유정 씨...”그가 말하려고 할 때 방유정이 그의 입술에 입을 맞췄다. 그의 손이 아래로 드리는 순간 몸에 걸친 유일한 가운마저 벗겨져서 흘러내렸다.“...”방유정은 워낙 임지훈에게 호감을 느끼고 있었기에 지금 행동이 충격에 의한 도발적인 행동만은 아니었다. 그녀는 웃옷의 단추를 벗겨 가슴을 드러내고는 그의 가슴에 가까이하며 말했다.“저를 좀 봐봐요.”임지훈은 참을 수 없었는지 목젖을 굴렸는데 이름 모를 불길이 아랫배에서 솟아오르더니 순식간에 딱딱해졌다.“정말 후회하지 않겠어요?”임지훈도
방유정은 어머니가 자신의 어깨를 다독이자, 화가 난 줄 알았는데 오히려 응원을 하시는 거였다.“화이팅!”방유정은 완전히 어이가 없었다.‘지금 무슨 마법에라도 걸린 건가? 도대체 왜 이렇게 변한 거지?’얼마 전까지만 해도 그녀만 좋다면 결혼하지 않아도 된다고 했는데 최근에는 갑자기 선 자리를 만들어주고 남자를 유혹하라고까지 하시다니?그녀는 어머니의 이마를 만지며 물었다.“엄마, 혹시 어디 아픈 거 아니에요?”방유정 어머니는 그녀의 손을 뿌리쳤다.“우리 이제 나가야 해.”방유정의 아버지는 기사가 이미 대기하고 있다는 얘기를 듣고 집을 나갔고 방유정은 문 앞까지 그들을 배웅했다. 차가 떠나자, 그녀는 집으로 들어갔는데 어차피 임지훈이 자고 있었기에 지루할 것 같아서 위층으로 올라가지 않았다.그녀는 가만히 있는 스타일이 아니었는지라 얼마 지나지 않아 심심했다. 그런데 집에 아무도 없었기에 밖으로 나갈 수도 없어서 임지훈을 놀려주려고 그가 곤히 자는 방으로 올라가서는 화장대에서 화장품을 가져다가 침대 옆에 앉아 임지훈에게 예쁜 화장을 해주었다. 그러고 나서도 임지훈이 깨지 않자, 옆에서 핸드폰을 보다가 눈이 아파 오니 옆에 기대서 잠이 들었다. 그녀가 일어났을 때는 임지훈은 이미 깨어나서 그녀를 지켜보고 있었는데 그녀는 깜짝 놀라며 정신을 차렸다.“언, 언제 깼어요?”그의 얼굴을 보는 순간 방유정은 참을 수 없어 큰 소리로 웃음을 터뜨렸다. 임지훈의 얼굴은 정말로 오페라 가수 같았는데 어찌나 웃었는지 배가 아팠다. 임지훈은 그녀의 턱을 받쳐 들고 물었다.“다 웃었어요?”방유정은 곧바로 웃음을 거두고 그의 손을 뿌리쳤다.“맘대로 제 몸에 손을 대지 말아요.”임지훈이 말했다.“유정 씨를 저에게 준다고 해도 거절이에요.”방유정은 미간을 찌푸리며 가슴을 앞으로 내밀고 말했다.“뭐라고요? 저를 좋다고 하는 남자들이 줄을 서면 프랑스까지는 갈 거예요. 그런데 지훈 씨는 내가 싫다고요?”임지훈이 흠칫하자, 방유정이 그를 잡고 물었다.“지금 그
“방유정은 부모의 의지를 꺾을 수 없었다.“알았어요. 하시고 싶은 대로 하세요.”“어서 지훈 씨 방으로 데려가.”방유정이 물었다.“어느 방에요?”방유정 어머니는 그제야 깨달은 듯 말했다.“어머, 어떡해. 게스트룸은 아직 준비가 안 돼있어. 우선 네 방으로 데려가서 휴식하게 해.”방유정은 어머니의 말에 놀라며 말했다.“아빠, 엄마, 이 정도로 오픈 마인드였어요? 어떻게 제 방에 술 취한 남자를 데려가라고 하세요?”“네 말대로 취했는데 뭐 어때?”“술김에 어떤 짓도 한다는 말 몰라요?”방유정이 묻자, 그녀의 부모님은 이구동성으로 말했다.“몰라.”방유정은 철저히 말문이 막혔다. 부모님과 임지훈이 정말로 모르는 사이라는 사실을 몰랐다면 임지훈이 그들의 아들이라고 생각했을 만큼 지금 상황이 믿기지 않았다.‘엄마 아빠가 언제부터 이렇게 된 거지? 아무리 나를 결혼시키고 싶어도 이건 아닌 것 같은데...’“만약 진짜로 무슨 일이 있으면 책임지라고 하고 바로 결혼시킬 거야.”임지훈은 그 말을 들으며 더 이상 참을 수 없어 한바탕 뿜었다. 방유정의 부모님이 너무 열정적이어서 본인이 천당에 있는 것 같았는데 정말로 귀여운 부모님들이라고 생각했다.‘방유정은 전생에 은하계를 구했나 봐. 이런 가정에서 태어나고 말이야.’방유정은 역겨워하며 말했다.“지훈 씨, 여기서 이러면 어떡해요. 화장실로 가야지.”“취했잖아.”방유정 어머니가 가정부를 불러 치우게 했다.“그만하고 불편해 보이는데 어서 방으로 데려다 쉬게 해.”방유정은 혼자서 임지훈을 옮길 수 없어서 가정부의 도움을 받아 함께 방으로 데리고 올라갔다. 방에 도착하자, 그녀는 임지훈을 침대에 던졌는데 임지훈은 몸이 포근한 세계에 떨어진 듯 따뜻하고 향기로웠다.“무슨 향수를 써요?”그는 눈을 지그시 감고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방유정이 말했다.“당신이 상관할 일이 아니니까 헛소리 그만하고 얼른 잠이나 자요.”임지훈은 취한 건 사실이지만 정신만은 여전히 말짱했다. 그는 눈을 감고 또 말했다
임지훈이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알았어요. 해명하지 않아도 화는 나지 않았을 건데, 굳이 해명하니 용서해 줄게요.”방유정은 미간을 찌푸리며 입을 삐쭉거렸다.“그렇게 잘난 척하지 말아요. 그럼 좋은 말이 안 나가니까.”“...”임지훈이 할 말을 잃었다.그때 방유정의 어머니가 열정적으로 요리를 집어 그의 앞접시에 건넸다.“이건 우리 가족이 모두 좋아하는 요리인데 맛봐요.”임지훈이 집어서 입어 넣고 먹어보더니 말했다.“맛있습니다.”방유정 어머니는 미소를 지었고 방유정 아버지는 그에게 술을 따랐다.“평소 주량이 어떻게 돼요?”임지훈이 웃으며 대답했다.“못합니다.”방유정 아버지는 호탕하게 웃었다.“잘 마실 것 같은데 너무 겸손하시네요.”임지훈이 말했다.“아니에요. 아니에요.”방유정은 보다 못해 한마디 했다.“아빠, 지훈 씨는 일이 바빠서 내일 프랑스로 돌아가야 해요. 일을 망치면 안 되니까 술을 많이 주지 마세요.”방유정 아버지는 부끄러운 듯 미소를 지었다.“그래.”“네. 그러니까 한 잔씩만 해요.”말하면서 방유정은 술을 가져갔는데 그녀의 아버지가 그녀를 노려보며 말했다.“너 정말 분위기를 깬다.”방유정이 말했다.“두 분의 건강을 생각해서예요.”방유정 어머니는 술병을 들고 임지훈에게 한 잔 따르고 또 남편에게도 한 잔 따랐다.“많이 마시게 되면 우리 집에 방이 많으니 그냥 휴식하면 돼요. 비행기는 내일 타면 되는데 급해 할 거 없잖아요.”방유정은 어머니를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바라보았다.“엄마, 이 사람을 본 지 얼마나 됐다고 집에서 잠을 자래요? 나쁜 사람이면 어떡하려고요?”“걱정하지 마. 조사해 봤는데 절대 나쁜 사람이 아니야.”“...”“...”방유정과 임지훈이 순간 놀랐다. 방유정은 평생 살면서 이렇게 굴욕적인 순간을 느낀 적이 없었다. 몇 년 동안 쌓아온 체면이 한순간에 모두 사라지는 느낌이었다. 게다가 이런 상황을 만든 건 다른 사람도 아닌 그녀의 부모님이었다.방유정 아버지는 아내를 힐끗 쳐다
“지훈 씨는 취미가 뭐예요?”방유정이 고개를 갸우뚱하며 물었다.임지훈은 방유정의 물음에 잠시 당황하다가 자신의 생활을 떠올렸는데 일 외에 아무것도 없었다. 그는 최근 몇 년 동안 휴가도 사용하지 않았다. 이번에 심재경의 결혼이 아니었다면 계속 일만 하고 있었을 것이다. 그러니 취미는 더구나 없었다. 지금 다시 생각해 보니 본인의 생활이 정말로 단조롭고 지루하고 재미가 없었다. 옆에서 따뜻하게 말 한마디 건네주는 사람도 없었으니 말이다. 그래서인지 순간 마음이 따뜻하고 부드러운 아내를 맞이해서 함께 서로 보살펴주며 지내고 싶었는데 그런 사람만 있다면 경제적인 부분을 책임지고 고생시키지 않을 자신이 있었다.그런 생각을 하며 그는 방유정을 바라봤는데 본인과 전혀 맞지 않는 것 같았다. 방유정은 아직도 사람의 보살핌이 필요한 사람이라 다른 사람을 보살필 줄은 모를 것 같았다.“왜 그런 이상한 눈빛으로 봐요?”방유정의 물음에 임지훈이 되물었다.“어디가 이상한데요?”방유정은 좀 더 가까이 가서 그의 눈을 마주 보며 진지하게 말했다.“왜요? 설마 저를 사랑하게 된 건 아니죠?”임지훈은 어이가 없었다.“당신은 성격도 안 좋고 또 엄청 잘난체하는데 내가 왜요? 점심시간이 다 되었으니 이제 들어가요.”시간을 보며 임지훈은 자리에서 일어섰다.“굶었어요?”방유정이 그를 비웃었다.“식사 끝나면 저는 가도 되죠.”방유정은 순간 왠지 서운했다.“그렇게 가고 싶어요?”“여기는 제집이 아닌데 계속 있을 수는 없잖아요.”방유정은 그를 향해 입을 삐쭉거리자, 임지훈은 의아해했다.“왜 그래요?”“내가 뭐요?”방유정은 짜증을 냈다.“유정 씨는 정말 변덕이 많네요. 그걸 고쳐요. 남자들은 변덕이 많은 여자를 좋아하지 않아요.”방유정은 그의 말을 무시하고 바로 집안으로 걸어들어갔다.임지훈은 고개를 돌려 못에 있는 물고기들을 한 번 더 보고는 뒤따라 들어갔다. 방유정이 집에 들어서자, 그녀의 어머니가 그들을 부르러 가려던 참이었다. 그런데 딸만 보였기에 그녀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