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주님, 무슨 일이세요?"경호원 소대장이 급히 제갈금에게 물었다. 시간이 이미 너무 늦은터라 다들 잘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제갈금의 호출을 받았으니 대체 무슨 일이 생겼는지 궁금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도씨네 집 정원에 수십 구의 시체가 있다는데, 너희들이 가서 처리해 주고 와야겠어. 마땅한 곳으로 끌고 가 태우기만 하면 돼."제갈금이 웃으며 말했다."설마 이것때문에 저희를 호출하신 겁니까? 가주님, 저희 제갈가문이 아무리 못나도 일류 가문인데, 어떻게 이처럼 남에게 휘둘릴 수 있습니까? 그것도 고작 이런 일 때문에...."소대장이 어이가 없다는 듯이 말했다."너희들이 뭘 알아? 도범과 그의 가족들이 중주를 떠날거야. 듣기로는 오후에 그들이 경성에서 온 몇 사람을 죽였다던데. 큰 세력의 미움을 사서 어쩔 수 없이 떠나는 게 분명해. 그래서 별장을 짧은 시간내에 처리하기 어려우니 아예 나에게 주겠다고 했다고."따라서 제갈금이 웃으며 말했다. "어서, 너희들 다 같이 가서 처리해. 처리한 후 내일 나한테 와서 상금을 받아 가고. 매사람당 상금 20만이야.""가주님, 감사합니다!"경호원들이 하나같이 기뻐하며 도범을 도와 시체 처리하러 그의 집으로 갔다.이튿날, 박씨네 사람들은 일부 산업과 현금으로 바꿀 수 있는 모든 것들을 전부 현금으로 바꾸러 갔다. 그러다 저녁이 되어서는 박 어르신이 도범, 박시연, 그리고 김씨 가문 사람들을 모두 불러와 같이 저녁을 먹었다.그러던 중, 박 어르신이 박시율에게 말했다. "시율아. 시연이는 이미 시집갔고, 이성이는 죽었어. 할아버지도 나이를 먹을 대로 먹어서, 박씨 가문의 크고 작은 일들에 더는 참여하고 싶지 않다. 그리고 준식이는 너도 알다시피, 비지니스 쪽에 소질이 없고. 지금은 현금으로 바꿀 수 있는 것들을 전부 현금으로 바꾸었다.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해, 나는 네가 결정을 내렸으면 해."말하면서 박 어르신이 한 장의 은행카드를 박시율에게 건네주었다. "다들 지금 각각 2억 정도는 챙겼
"어르신의 말이 맞아요. 돈이라는 게 너무 많아도 의미가 없거든요. 1년에 몇천만 정도만 쓸 수 있어도 얼마나 행복한 건데."박씨네 친척 한 분이 웃으며 말했다. "지금 가지고 있는 돈으로도 충분히 오래 쓸 수 있으니, 굳이 슈퍼 대가문이 될 필요는 없죠. 자칫하면 쉽게 들킬 수 있으니, 우리한테 오히려 해가 될 수도 있고." 박시율이 잠시 생각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이후의 일은 나중에 다시 얘기 하죠. 적어도 지금의 상황으로는 작은 회사를 차려 작은 규모의 장사를 하는데엔 아무런 문제가 없을 겁니다. 그러면 비교적 안정적이고 쉽게 발견되지 않을 수가 있겠죠. 저희에게도 지속적인 수입이 생기는 셈이고. 손에 쥔 돈을 바라보고 다 쓸 날만 기다리는 건 절대 안 됩니다.”박 어르신이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너의 말이 맞아. 작은 규모의 장사는 해도 괜찮아. 너무 크게 하지만 않으면 돼, 그건 괜찮아!"그러다 박 어르신이 도범을 바라보며 말했다. "참, 도범아. 우리 중에서 너의 전투력이 제일 대단해. 물론 너의 그 열 명의 여성 경호원도 출중하고. 반대로 다른 경호원들은 아무런 쓸모도 없었지. 그러니 앞으로 우리 어느 성으로 가서 살지에 대해서는 네가 결정했으면 해. 너의 결정에 따를게."도범이 듣더니 마음속으로 감동을 먹었다. 이런 중대한 결정을 그에게 맡겼다는 건, 할아버지께서 박씨 가문 일가의 생명을 그에게 넘겨주었음을 설명하니까.이에 도범이 잠시 생각하더니 입을 열었다. "할아버지, 기왕 결정권을 저에게 맡겼으니, 저는 내일 저녁에 바로 출발했으면 합니다. 저녁에 우리가 직접 차를 몰고 떠나면 행방이 쉽게 들키지는 않을 겁니다. 그리고 어디로 가는지에 대해서는 일단 말하지 않겠습니다. 저희가 앞에서 길을 안내할 테니, 저희 뒤만 따르세요. 나중에 다른 도시에 도착하고나면 어디로 갈지 알려드릴게요.”박 어르신이 도범의 말을 듣더니 눈살을 살짝 찌푸렸다. 하지만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그는 마음속으로 도범이 목적지를 숨긴 행동에 대해 탓
"다들 오늘 저녁까지 잘 생각해 보시고, 내일 떠나실 분들은 아침에 저를 찾아오시면 됩니다. 그러면 제가 계좌이체를 해드리겠습니다. 그리고 한 사람당 10억을 받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 한 가족당입니다. 예를 들어 셋째 삼촌께서 떠날 계획이 있으시면 당연히 한 가족 모두 같이 떠날 거잖아요. 그럼 셋째 삼촌네 가족에게 10억을 드리겠다는 뜻입니다."도범이 웃으며 다시 입을 열었다.그렇게 식사가 끝난 후, 다들 흩어졌다.돌아가는 길에 박시연은 기뻐할 수가 없었다."아까 도범이 한 말, 무슨 뜻이야? 어디로 갈지는 왜 안 말하는 건데? 우리를 남으로 취급하는 거 아니야?"박시연이 참지 못하고 한마디 중얼거렸다. 마음속으로는 생각할수록 불쾌했다. "게다가 할아버지께서 박씨 가문의 돈을 전부 박시율에게 맡기다니. 우리한텐 조금이라도 남겨줄 생각은 하지않고 말이야.”"하하, 당신은 이미 시집 간 몸인데 당신에게 남겨주는 게 더 이상하잖아. 게다가 당신은 이류 세가의 도련님에게 시집 갔으니 더욱 걱정하지 않는다 이거지."김제성이 웃더니 다시 입을 열었다. "어디로 갈지 얘기하지 않는 건 우리를 남으로 취급하고 우리한테 경계심을 세우는 거고.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나쁘기만 한 건 아니야. 어차피 우리도 그들과 계속 엮이고 싶지 않았어. 지금 박씨 가문이 큰 세력의 미움을 샀으니 그들과 엮이지 않을 수 있다면 최대한 엮이지 않는 게 상책이야."다음날 아침, 박씨네 친척들, 특히 평소에 그다지 친하지 않았던 가족들이 도범을 찾아와 한 가족당 10억씩 받고는 즉시 차를 몰고 떠났다.이에 박 어르신은 비록 많이 서러웠지만 한편 그도 잘 알고 있었다. 도범이 이렇게 하는 게 제일 현명한 선택이라는 것을.아무래도 사람이 많으면 목표가 크니, 연씨 가문의 사람들이 나중에 쉽게 조사해 내지 못하게 하기 위해서는 흩어져 조용하게 사는 게 더욱 안전했다. 게다가 그 네 사람을 죽인 건 도범이라 연씨 가문의 사람들이 다른 박씨 가문의 사람들을 추적하다 아무것도 알아내지 못하
"연성이라고?"박준식이 목적지를 듣자마자 깜짝 놀랐다. 도범이 북쪽으로 질주해 경성 쪽으로 갈 줄은 전혀 생각지도 못했다. 그것도 바로 경성 가까이에 있는 연성으로.연씨 가문이 경성 쪽의 세력이라는 사실은 그들도 다 알고 있었다. 그래서 왠지 그쪽으로 가는 게 스스로 그물에 뛰어드는 것과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아니지, 도범아? 우리 경성과 멀리 떨어진 곳으로 가야되는 거 아니야? 연성은 너무 위험할 것 같은데?"나봉희도 깜짝 놀라서 바로 물었다.하지만 의외로 도범이 담담하게 웃었다. "사실 제가 볼 일이 좀 있어서 그곳으로 정한거 거든요. 게다가 연씨 가문의 사람들이 정말 조사하기 시작한다면 무조건 먼저 중주로 갈 겁니다. 그러다 저희가 그 곳을 떠났다는 걸 발견한 후엔 틀림없이 부근부터 수색할 거고, 그 다음엔 남쪽으로 가겠죠. 그들도 저희가 가능한 경성과 멀리한 곳으로 갈 거라고 짐작할 거니까요."이에 박준식이 문득 깨달았다. "알겠다. 우리가 그들의 등잔 밑에 숨어있으면 그들은 오히려 긴장을 늦추고 그곳에서 우리를 찾을 생각도 하지 않겠지. 하지만 우리가 남쪽으로 가게 되면 그들에게 쉽게 발견될 가능성이 높다 이거잖아?""저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적어도 저희가 연성에 있으면, 당분간은 안전할 겁니다. 먼저 사고를 치지않고 조심해서 지내기만 한다면 더욱 안전할 거고. 게다가 저희 지금 사람이 많지 않아 의심받을 가능성도 적습니다."도범이 말했다."좋아, 그럼 연성으로 가자. 일단 밥 먹고, 잠도 잠깐 취하면서 푹 쉰 후 오후에 다시 떠나도록 하자."박 어르신이 고민하더니 도범의 말에 일리가 있다고 느끼고 속으로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참, 저희 차 전부 중주의 차 번호판이거든요. 그래서 연성 근처에 도착하면 성 밖에서 외진 곳을 찾아 저희 차를 전부 태웁시다. 나중에 연성으로 들어가서 새 차를 사고, 그쪽의 차 번호판으로 등기하는게 더욱 안전할 겁니다."도범이 잠시 침묵하더니 다시 말했다. "비록 연씨 가문을 두려워하는 건 아
박 어르신이 감개무량해했다. 박씨네 가족들마저 하나같이 연루되어 살해될까 봐 두려워 급급히 떠난 판에, 대장로와 장세천 등은 오히려 그들을 따라 함께 떠나겠다고, 곁에 같이 있어 주겠다고 따라왔으니."그래요, 장 대장님. 대장님과 대장님 제자분들의 신분은 매우 존귀합니다. 하나같이 실력이 대단하기도 하고. 심지어 제자 중 몇 분의 실력은 대장님과 비견되기도 하겠죠. 저희는 그런 강자들을 경호원으로 쓸 형편이 되지 못합니다."도범은 마음속으로 크게 감동을 먹었다. 그가 어려움에 부닥쳤다는 것을 알면서도 생사를 두려워하지 않고 그를 따라 함께 떠나려 하다니. 이런 사람들이야말로 정말 혈기가 있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었다."저희의 요구는 별로 높지도 않습니다. 매달마다 20~30만 정도만 주면 됩니다. 어렵지 않죠?"장세천이 굳은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사실 그는 돈 받을 생각이 없었다. 단지 나봉희와 박영호 등이 도범의 신분을 의심할까 봐 적당한 액수를 말했을 뿐이다."당, 당연하죠! 잘 됐다! 장 대장님,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나봉희가 즉시 웃으며 말했다. 이렇게 좋은 기회를 그냥 놓칠 수가 없었다.하지만 도범은 오히려 눈살을 찌푸렸다. 그리고 생각에 잠깐 잠기더니 다시 입을 열었다. "어려운 요구는 아닙니다만 장 대장님과 장진 전신님은 신분 지위가 보통 높으신 게 아니잖아요. 한 명은 8성급 대장이시고, 한 명은 여 전신이시고. 두 분이 연성에 나타나면 다른 사람들이 알아볼 가능성이 엄청 클 겁니다. 그때 가서 다들 두 분이 중주에서 오셨다는 걸 알게 될 텐데, 어떤이들의 의심을 불러일으킬까 봐 두렵네요.""그럼 어떡하죠? 아니면 저희 둘 다 가면을 쓰죠 뭐."장세천도 도범의 우려가 상당히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잠시 고민을 하다가 말했다."그건 아닌 것 같네요. 두 분에게 그렇게까지 요구할 수는 없습니다."도범이 눈살을 찌푸렸다. 하지만 지금으로선 그것보다 더 좋은 방법은 없었다."그까짓 게 뭐라고. 그냥 제 말대로 합시다.
"그러죠 뭐. 의식주만 해결해 주시면 저는 아무런 의견도 없습니다."의외로 장진이 히죽거리며 동의했다."쯧쯧, 장진 전신님은 제가 본 사람들 중에서 요구가 가장 낮은 전신일 겁니다."이에 장세천이 옆에서 호탕하게 웃으며 말했다."참, 여러분들의 차도 전부 중주 쪽의 번호판이니 나중에 저희 차와 함께 연성 밖에서 처리해야 합니다. 하지만 연성으로 들어간 후, 여러분들에게 새 차를 사드릴 거니까 걱정은 하지 마시고요. 한 사람당 한 대, 마음에 드시는 걸로 고를 수 있습니다."도범이 장진 등의 차를 보더니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하하, 좋죠. 새 차로 바꿀 수 있는 기회가 생겼는데, 어찌 바꾸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장세천이 다시 한번 호탕하게 웃었다.다들 시내로 들어선 후 먼저 장세천과 장진 두 사람의 가면을 사러 갔다. 그리고 잠시 휴식하고서야 다시 출발했다.장진이 선택한 가면은 그녀의 아름다움을 가리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반쪽을 가린 얼굴에 화끈한 몸매까지 더해지니 더욱 신비감을 자극해 사람들의 무한한 상상을 불러일으켰다."장진 전신님, 전신님 지금 이 모습이 너무 이쁘네요. 특히 섹시한 긴 다리, 저조차도 부러울 지경이에요."장진과 같은 차에 탄 박시율이 옆에 있는 장진을 보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사실 지금 장진이 곁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그에게 큰 안전감을 주고 있었다. 장진만 있으면 연씨 가문의 강자들이 와도 그녀의 적수가 아닐 것이니. 게다가 도범과 장세천 등까지 있어 더욱 무서울 것이 없었다.전에 박씨 친척들이 하나하나씩 떠난 게 지금와서 보면 확실히 정확한 선택인 것 같았다. 그들 자신이 안전해졌을 뿐만 아니라, 박시율과 도범 등에게 있어서도 부담이 많이 줄어든 셈이니까.그리고 방금 주변에 더 늘어난 사람들은 또 하나같이 전투력이 뛰어났고. 그러니 전반적으로 보면 그들 자신을 지킬 수 있는 힘이 더 커진 것과 같았다."그래요?"장진이 박시율의 말에 저도 모르게 흐뭇해졌다. "사실 저는 언니를 매우 부러워하고 있었거든
비록 전부 다 비싼 차들이었지만 도범은 어쩔 수 없이 차를 태우라는 명을 내려야만 했다.이에 다들 즉시 차를 한곳으로 밀어 넣고 불을 붙였다. 그러고나서 연성으로 걸어갔다.한참 걷고 나니, 멀리서 연성의 비할 데 없이 높고 웅장한 성벽이 보였다. 오래된 기운을 띠며 주위에 옅은 안개를 끼고 있는 모습은 연성이라는 도시에 어렴풋한 느낌을 더해주었다.연성이 경성보다는 훨씬 작았지만 중주보다는 적어도 두세 배는 더 컸다."연성은 고성이라 강자가 엄청 많죠. 게다가 걸출한 인물이 많은 영수한 땅이라 자신을 향상시키기에 아주 적합하답니다."눈앞의 성을 바라보며 장세천은 감개무량한 감정을 참을 수 없었다."그러게요, 여긴 참 좋은 곳이죠."장진도 감개무량했다.도범이 여러 사람을 한번 둘러보고 나서 말했다. "성으로 들어간 후, 일단 최대한 빨리 별장을 사야합니다. 다행히도 아직 아침이라 시간은 많으니 먼저 별장 사러 가죠. 그리고 내일 낮에 차를 사러 갑시다."박 어르신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곳의 별장들이 아마 싸지는 않을 것이다. 일단 경호원을 찾을 필요는 없겠지만, 청소를 할 하인들은 모집해야 해. 그러니 따로 별장을 몇 채 더 준비하는 게 낫겠지.”"그럼 일단 스무채를 사놓죠, 충분할 겁니다. 독채 별장보다는 이어진 별장을 사는게 더 좋을 거고. 한번에 많이 사들인 후 개발업체 쪽보고 저희가 산 별장 전부를 담장으로 둘러싸달라고 하면 큰 문제는 없을 겁니다."도범이 잠시 생각하더니 말했다.바로 이때 장진의 전화가 울렸다.장진이 수신 번호를 보더니 한쪽으로 가서 전화를 받았다. "선배, 무슨 일이에요?""젠장, 덫에 걸려들었어..."핸드폰 맞은편에서 초장현의 미약한 숨소리가 들려왔다. 그러다 가벼운 소리와 함께 통화가 바로 끊겼다.장진이 바로 다시 전화를 걸었지만 통하지 않았다.그녀는 순간 안색이 어두워지더니 어쩔 줄 몰라하며 도범을 한쪽으로 끌고 가서 말했다. "큰일 났어요, 사부님. 선배한테 무슨 일이 생긴 것 같습니다.""일이
"그럴 리가요? 상대방이 용의 비늘이 누구 것인지 알고 있다고요?"장진이 듣더니 깜짝 놀랐다."나의 추측일 뿐이야. 초장현이 덫이라고 한 걸 보면, 상대방은 그를 잡고만 있을 뿐 죽이지는 않을 거야. 우리를 유인해내야 하니까. 그러니 상대방은 용의 비늘에 대해 비교적 잘 알고 있을 거라는 거지."도범은 갑자기 머리가 아파났다. 용의 비늘에 대해 아는 사람은 아주 적었다. 게다가 초장현이 전화로 알려준 정보도 너무 적었고. 그러니 현재로선 연성에서 지내면서 조사할 수밖에 없었다.도범은 곧 일행을 데리고 성으로 들어갔다.그는 먼저 호텔을 찾아 일행을 묵게 하고나서 박시율을 데리고 별장 사러갔다.얼마 후, 두 사람은 한 별장 판매처의 로비에 나타났고, 젊은 여직원이 두 사람을 보더니 미소를 지으며 걸어왔다."안녕하세요. 별장을 원하신가요, 아니면 양옥을 원하신가요? 저희 쪽에는 별장구와 양옥구가 있거든요."젊은 여직원이 해맑은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별장이요."이에 도범이 담담하게 웃으며 상대방을 향해 말했다."네, 그럼 이쪽으로 오시죠. 저희 이곳의 별장은 이미 전부 인테리어를 해놓은 거라 바로 입주할 수 있거든요. 그래서 가격도 상대적으로 비싸고요..."여직원이 도범을 데리고 모래판 쪽으로 걸어가면서 소개했다.멀지 않은 곳에서 두 명의 여직원이 작은 소리로 그들을 의논하기 시작했다."새 직원이 역시 눈치가 없구나. 저 두 부부의 옷차람이 비록 후지진 않지만 방금 택시를 타고 왔잖아."그중 한 여인이 냉소하며 말했다."그러게 말이야. 바로 문 앞에 서 있었는데 못 봤을 리는 없고. 저들처럼 택시를 타고 온 사람이 별장을 살 돈이 어디 있다고? 그냥 구경하러 온 게 분명해."다른 여직원도 덩달아 비꼬는 어투로 말을 이어갔다. "우리 이곳의 양옥은 가격이 비싸 한 달에도 몇채 팔지 못하는데. 심지어 별장은 도심에 있어 가격이 더욱 비싸다고. 비록 이어진 별장이라지만 그중 한 채가 적어도 24억은 하는데 저런 사람들이 무슨 돈으로 산다고?
“풍린수의 가장 큰 약점은 지능이 낮다는 거야. 이들은 그렇게 많은 꾀를 부리지 않기 때문에 무사들이 조금만 머리를 쓰면, 버티기만 해도 풍린수를 처치할 수 있지.”삼각눈의 남자는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혹시 구록종이 무슨 종문인지조차 모르는 건 아니겠지? 방금 구록종을 언급했을 때, 네 표정이 어찌나 비웃음이 깃든지 말이야. 중주에 어떤 강력한 종문들이 있는지조차 모르는 거 아니야? 넌 정말 중주 출신이 맞긴 한 거냐?”이 일련의 의심에 삼각눈을 가진 남자는 점점 오수경을 변두리에서 나온 우물 안 개구리라 여겼다. 그렇지 않다면 그런 말을 할 리 없었다. 오수경은 무심코 입꼬리가 바들바들 떨렸다. 이제야 도범이 왜 침묵을 즐기는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이들과 다투는 것은 시간 낭비일 뿐이었다. 애초에 오수경은 이들과 말다툼을 할 생각조차 없었지만, 이제는 이들이 오수경을 끝없이 몰아붙이고 있었다.오수경은 인상을 찌푸린채 말했다.“물론 구록종은 중주 7품 종문 중 하나로, 그중에서도 손꼽히는 강자라는 것을 잘 알고 있지.”그러자 삼각눈을 가진 남자는 오수경의 말을 듣고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그런데 왜 내가 구록종을 언급했을 때, 네 얼굴에는 비웃음이 서린 거냐?”오수경은 미간을 찌푸린채 되묻고 싶었다.‘네가 어떻게 내 얼굴 표정을 그렇게 자세히 본 거야? 난 내 얼굴에 어떤 표정이 있는지도 몰라.’이 삼각눈을 가진 남자는 모든 걸 알고 있는 듯했다.오수경은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 목소리를 높여 이들과 싸우려는 순간, 도범이 오수경을 막았다. 그러자 도범이 일부러 목소리를 낮추지 않고 말했다.“이 사람들과 싸워서 뭐하겠어? 저들과 싸우는 건 네 시간만 낭비하는 거야. 이들은 네가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할 수 없는 사람들이야.”이 말에 주위는 순간 조용해졌다. 도범은 지금까지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아 사람들이 도범을 허세 부리지 않는 사람으로 생각했으나, 도범의 말은 그들의 예상과는 완전히 달랐다.오수경도 이미 충분히 오만했지만
“역시 숲이 크면 별의별 새가 다 있는 법이지. 거울이라도 보고, 자신이 어떤 존재인지 알아봐야 할 텐데, 감히 그런 말을 하다니.”그 중 한 명이 손가락으로 앞쪽에 서 있는 흰 옷을 입은 사람을 가리키며 말했다.“저기 흰옷 입은 사람 보이지? 저 사람은 구록종 출신으로 친전 제자야. 그런데도 30분이 되서야 겨우 수정구를 파란색으로 바꿨다구! 방금 그렇게 큰소리쳤으니, 네 옆에 있는 이 친구가 첫 번째 관문을 통과해서 보라색 수정구를 파란색으로 바꾸는 데 얼마나 걸리는지 한 번 볼까?”다른 사람도 거들며 말했다.“그래, 말 좀해봐. 네가 그렇게 치켜세운 저 친구가 보라색에서 파란색으로 바꾸는 데 얼마나 걸릴 것 같아?”주변 사람들은 이 상황을 재미있어하며 오수경을 계속 몰아세웠다. 그들은 오수경에게 도범이 첫 번째 관문을 통과하는 데 걸리는 시간을 말하라고 강요하며, 주변 사람들이 얼마나 오랜 시간이 걸렸는지까지 구체적으로 언급했다.이들 대부분은 6품 종문이나 자유 무사 출신으로, 첫 번째 관문을 통과하는 데 최소 4시간이 걸렸다. 출신이 뛰어난 천재들과는 비교조차 되지 않았다.처음에는 오수경이 이들과 대화할 생각이 전혀 없어서 입을 꾹 다물고 인상을 쓰며 침묵을 지켰다. 그러나 이들은 끈질기게 질문을 던지며 진실을 밝히지 않으면 물러서지 않겠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오수경은 도범에게 도움을 구하는 눈빛을 보냈지만, 도범은 눈썹을 살짝 치켜올리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네가 만든 일이니 네가 해결해.”도범은 오수경이 이미 여러 번 경솔하게 발언해 문제를 일으킨 적이 있기 때문에, 매번 오수경의 뒤처리를 해줄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오수경은 어쩔 수 없다는 듯 한숨을 쉬고, 계속되는 질문에 결국 고개를 들어 크게 말했다.“저 사람들이 30분이 걸린다면, 도범 오빠는 15분이면 충분해!”오수경은 어차피 모든 것을 걸고 말하기로 했다. 이 사람들은 정말 짜증나는 존재들이었기 때문이다. 오수경의 말이 끝나자마자, 주위 사람들은 오수경의 말에 반
두 마리의 풍린수를 처치하면 수정구는 파란색에서 청색으로 변하게 된다. 그때 무사는 몇 배나 강력해진 풍린수와 마주하게 되며, 이 마지막 풍린수를 처치해야만 4층을 통과하여 5층에 진입할 자격을 얻게 된다.도범의 설명을 들은 오수경은 미간을 찌푸린채 되물었다.“그러니까 4층은 사실 세 단계로 나뉜다는 말이지? 수정구의 색이 변할 때마다 단계를 하나씩 통과하는 거야. 총 세 가지 색이 있는 셈이니까, 5층으로 가려면 세 번을 모두 통과해야 하네.”도범은 고개를 끄덕였고, 오수경은 손가락을 꼽아가며 말했다.“즉, 네 마리의 풍린수를 상대해야 한다는 거지. 첫 번째 풍린수는 상대적으로 약하고, 두 번째와 세 번째 풍린수는 좀 더 강해지지만, 가장 강력한 풍린수는 마지막 한 마리라는 거군. 이 마지막 풍린수를 처치해야 비로소 통과가 완료되는 거네.”도범은 다시 한번 고개를 끄덕였다. 오수경의 정리가 꽤나 명확했다. 오수경은 5층으로 순조롭게 진입하려면 이 절차를 그대로 따라야 한다. 네 마리의 풍린수를 모두 처치해야만 5층으로 올라갈 수 있었다.오수경은 웃으며 말했다.“4층은 도범 오빠에게 전혀 어려운 일이 아니겠네. 그 무슨 풍린수라는 것도 결국 선천 후기에 불과하니까 말이야.”이 말을 끝내기도 전에, 도범이 답하기도 전에 주위의 사람들이 참지 못하고 들고 일어섰다. 그들이 일부러 사람이 적은 곳을 선택하긴 했지만, 그래도 많은 사람이 모여 있는 곳이었다. 그리고 오수경의 말이 크게 들리자 주변 사람들이 주의를 기울이게 된 것이다.이때, 눈이 삼각형 모양인 한 사내가 오수경의 말을 듣고 냉소를 터뜨렸다.“너는 저 녀석의 부속인이겠지? 어디서 그런 배짱을 얻었길래 그런 말을 할 수 있는 거냐? 마치 4층이 이 어린 녀석에게는 쉬운 일인 것처럼.”그러자 삼각눈 사내 옆에 서 있던 백색 옷을 입은 남자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저 사람은 말이 너무 과장된 것 같아. 풍린수가 얼마나 상대하기 어려운 상대인지 전혀 모르는 것 같은데, 그냥 입만 뻐끔했
도범은 한숨을 내쉰 후 다시 입을 열었다.“네가 오양수와 대결할 때, 나는 곽치홍이 너희 두 사람의 싸움을 계속 지켜보는 것을 발견했어. 그래서 곽치홍을 주시하고 있었는데, 나중에 곽치홍도 내가 본인을 보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지. 하지만 내가 너무 멀리 있어서 곽치홍의 표정을 자세히 볼 수 없었어. 그런데 곽치홍이 나를 쳐다볼 때, 마치 독사에게 주시당하는 느낌이 들었어. 네가 전에 말했던 게 맞아, 곽치홍은 분명 우리에게 적대감을 품고 있어.”도범은 고개를 끄덕였다. 곽치홍이 등장한 이후로, 온갖 의문들이 곽치홍의 마음속에 떠올랐다. 이전에 장로들이 했던 말은 전부 믿을 수 없었고, 이 안에 더 큰 비밀이 숨어 있을 게 틀림없었다.도범이 숨을 고르고 막 입을 열려던 순간, 오수경이 먼저 말했다.“네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알아. 나를 위로하려고 하지 마, 이제 다 이해했어. 내가 전에 했던 충동적인 행동들이 너에게 폐를 끼쳤다는 걸 알아. 앞으로는 항상 이 점을 명심하고, 더 이상 너에게 폐를 끼치지 않을 거야.”오수경의 이 말을 듣고 나니 도범은 한결 마음이 놓였다. 오수경은 단순한 순진한 바보였고, 팔 다리는 튼튼하지만 머리는 물에 잠긴 것 같아 항상 충동에 휘둘렸다. 하지만 이번 일을 겪고 나서 오수경도 자신을 돌아보게 되었다.그렇게 말하고 나서 오수경은 마치 무거운 짐을 내려놓은 듯 편안해졌다. 두 사람은 함께 4층으로 발을 내디뎠다.그곳은 희미한 빛으로 덮인 광활한 초원이었다. 초원 위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는데, 대부분은 풀밭 위에 가부좌를 틀고 앉아 손에 든 수정구를 받쳐 들고 있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눈을 감고 명상하는 것처럼 보였고, 소수의 사람들은 낮은 목소리로 무엇인가를 이야기하고 있었다.분위기는 침묵과 압박감이 공존했다. 누군가가 이야기를 한다 해도 일부러 목소리를 낮췄다. 여기가 바로 천엽7현탑의 4층이었으며, 겉보기에는 환상 세계와도 같았다.오수경은 눈을 깜빡이며 도범의 손에 들린 보라색 수정구를 한 번
이 말을 들은 오수경은 고개를 저으며 완강히 거부했다.“나는 3층에 남고 싶지 않아. 도범 오빠가 4층을 돌파하면, 분명히 5층도 갈 거잖아. 천엽 7현대는 총 7층인데, 도범 오빠가 7층까지 돌파할 수도 있잖아? 그럼 도범 오빠는 다른 곳으로 바로 전송될지도 모르는데, 그러면 나 혼자 3층에 남게 되잖아. 그땐 난 어떻게 해야 하지?”도범은 오수경의 말을 듣고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오수경의 걱정도 일리가 있었다. 만약 도범이 정말 7층까지 한 번에 돌파한다면, 천엽 7현대는 자신을 완벽한 도전자로 간주할 가능성이 높았고, 보상을 주고 다른 곳으로 전송할 수도 있었다.그렇게 되면 오수경을 홀로 남겨두게 되는데, 도범과 다시 만날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었다. 여러 가지로 생각한 끝에, 도범은 여전히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한편, 오수경은 도범이 망설이는 모습을 보고 조급해졌다. 오수경은 도범의 팔을 잡으며 간절히 말했다.“난 도범 오빠의 인맥으로 천엽성에 들어온 거야. 인맥으로 들어온 만큼, 나는 어떠한 도전도 직면하지 않을 거고, 그저 도범 오빠만 따라가면 계속 위로 올라갈 수 있어. 어떤 위험이 닥치더라도, 나는 절대 혼자서 떠나지 않을 거야. 정말 운 나쁘게 여기서 죽더라도, 제가 감수해야 할 일이니까.”오수경의 이 말은 진심이었다. 도범을 처음 만난 이후, 오수경은 자신의 인생이 위험과 맞물려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하지만 그건 자신이 바꿀 수 없는 일이었다.다른 것은 판단할 수 없었지만, 한 가지는 확실했다. 도범은 매우 신뢰할 만한 사람이었고, 그 뒤를 따라가야만 생존의 가능성을 얻을 수 있었다. 오수경은 이곳에서의 2년을 버텨내어 바라문 세계를 떠나, 자금단방으로 돌아가 다시는 나오지 않기를 바랐다.도범은 오수경의 결심을 확인하자, 마침내 고개를 끄덕였다. 두 사람은 함께 걸음을 옮겨 4층의 입구에 도착했다. 그곳에는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고, 모두가 다소 망설이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미래의 운명을 예측할 수 없기에 그들
도범은 냉소를 띠며 말했다.“전 당신과 싸울 생각 없어요. 다만 한 가지 중요한 일을 잊고 있는 건 아닌지 생각나게 해주러 왔을 뿐이죠.”도범의 말에 민경운은 순간 얼어붙었다. 민경운은 잠시 고민하며 무슨 의미인지 되새겼고, 이내 도범이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 깨달았다. 바로 얼마 전 자신과 도범 사이에 벌어진 내기 때문이었다.그 순간, 민경운의 가슴은 마치 여러 개의 큰 돌이 짓누르는 듯 답답해졌다. 그러나 민경운은 이를 갈며 분노를 삼켰다. 애초에 민경운은 도범이 절대로 이번 대결에서 이길 수 없을 것이라 확신하고 내기를 걸었던 것이다.민경운은 도범이 처참하게 패배할 것이라 생각했고, 자신의 손에 들어올 19만 영정을 기대했었다. 그러나 예상치 못하게 결과는 정반대였다. 도범이 승리한 것이다.이때, 도범은 손을 내밀며 말했다.“빨리 돈을 내세요. 저도 할 일이 있거든요. 그러니 제 시간 뺏지 마세요. 원래 9만 개의 영정으로 내기를 시작했는데, 본인이 10만 개를 더 얹어 19만 개의 영정으로 만든 거잖아요. 그러니 빨리 결제해요.”도범의 이 말에 민경운은 가슴이 터질 듯했다. 상황은 정말로 도범이 말한 대로였다. 도범은 9만 개의 영정으로 내기를 제안했고, 민경운은 도범이 분명히 패배할 것이라 생각하여 곧바로 10만 개를 더해 19만 개로 올렸다. 하지만 결국 자신의 발등을 찍고 말았다.지금 민경운은 자기 뺨을 세게 때리고 싶은 심정이었다. 9만 개의 영정은 민경운에게 꽤나 큰 금액이지만, 19만 개의 영정은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였다. 그러나 두 사람은 이미 계약을 체결했기 때문에 민경운이 이를 되돌릴 방법은 없었다. 만약 민경운이 결제하지 않으면 계약이 곧바로 발동하여, 결국에는 영혼의 역반작용으로 이어지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이후의 일은 의외로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오양수는 원건종의 제자들을 들것에 실어 나갔고, 도범은 마침내 세 번째 영패를 손에 넣었다. 이번 영패는 조금 특이하여 입탑 영패가 아닌 출성 영패로 바뀌어 있었다.이
관중석에는 각양각색의 무사들이 섞여 있었고, 불량배들도 많았다. 평소에 거리에서 욕을 퍼붓기 좋아하는 이들은 이제야 자신들의 능력을 마음껏 발휘할 기회를 찾은 듯, 원건종의 제자들에게 온갖 욕설을 퍼부었다.일부 사람들은 진원을 목에 운용하여 의도적으로 목소리를 크게 했다. 다른 사람들이 듣지 못할까 봐 걱정이라도 되는 듯, 그들은 더욱 큰 소리로 온갖 더러운 말을 쏟아냈다. 이로 인해 도범의 귀는 무척이나 시끄러웠고, 고통스러울 정도였다.도범은 자신과 원건종의 제자들 사이에 오간 몇 마디 대화가 이렇게 사람들을 폭발시키게 될 줄은 몰랐다. 또한, 도범은 어쩔 수 없다는 듯 한숨을 쉬며 이런 싸움은 결국 아무런 결론도 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몸싸움을 할 수도 없고, 계속 말다툼만 이어질 뿐이었다.그래서 도범은 더 이상 들으려 하지 않고, 대련 무대의 한쪽 가장자리로 가서 조용히 서 있기로 했다. 도범은 아직 오양수를 죽일 생각이 없었다. 오양수가 자신에게 했던 그 약속, 즉 죽음보다 더한 고통을 그대로 돌려주고 싶었기 때문이다.시간은 조금씩 흘러갔고, 싸움 소리는 계속해서 끊이지 않았다. 마침내 오양수의 몸부림이 점점 약해지고, 장벽이 완전히 해제되자 원건종의 제자들이 한꺼번에 몰려가서 오양수를 부축했다.한편, 진태산은 눈살을 찌푸린 채 오양수의 코에 손을 대 그의 호흡을 확인했다. 비록 오양수는 아직 숨을 쉬고 있었지만, 그 호흡은 매우 미약했다.민경운은 급하게 자신의 보관 반지에서 여러 개의 단약을 꺼내 오양수의 입에 넣었다. 그러나 이 단약들은 오양수의 현재 상태를 치료하기에는 전혀 효과가 없었다. 방금 도범이 사용한 참멸현공이 오양수의 영혼을 완전히 찢어놓았기 때문이다.영혼이 찢어진 상태에서 내상을 치료하는 단약이 효과가 있을 리 없었다. 따라서 민경운이 오양수에게 많은 단약을 먹였지만, 오양수의 상태는 전혀 나아지지 않은 것이다. 민경운은 점점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만약 오양수가 정말로 이 사건으로 인해 죽는다면, 그들 모두 책임을
“맞아! 당장 우리 오양수 선배를 풀어줘! 양수 선배에게 무슨 일이 생기기라도 하면, 너는 천번 만번 죽임을 당할 거야! 오양수 선배는 도민수 선배가 아니야. 네가 도민수 선배를 죽음 직전까지 몰고 갔을 때는 우리도 나서서 협상할 여지가 있었어.그러나 네가 오양수 선배를 진짜로 죽음 직전까지 몰고 간다면, 염라대왕이라도 너를 보호할 수 없을 거야! 바라문 세계를 벗어나는 순간, 너는 원건종의 끝없는 추격을 받게 될 거야!”바깥에서 들려오는 원건종 제자들의 고함과 욕설은 도범의 귀에 전부 들렸다. 이는 이미 예상된 일이었기에 도범은 일말의 두려움도 느끼지 않았다.원건종은 일반적인 자유 무사들에게 충분한 위압감을 줄 수 있지만, 도범에게는 그렇게 중요한 상대가 아니었다. 원건종이 무엇이건, 자신의 힘이 충분히 강하다면 더 강력한 종문에 가담할 수 있을 테니, 원건종이 손해를 본다고 해도 도범으로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이다.게다가 이번 일은 처음부터 끝까지 원건종이 문제를 일으킨 것이었다. 도범은 결코 선을 넘는 행동을 하지 않았고 원건종 쪽에서 여러 번 도발하지 않았다면, 도범 역시 이들과 싸울 이유가 없었을 것이다.잠시 후, 도범은 차가운 웃음을 지으며 원건종의 제자들을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일부러 목소리를 높여 말했다.“원건종 제자들, 잘 들어! 8품 종문 출신이라는 이유로 제멋대로 행동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마. 처음부터 끝까지 문제를 일으킨 건 너희들이었잖아. 그런데 패배하고 나니 이제와서 나를 협박하는 거야?만약 너희들이 먼저 건드리지 않았다면, 나 역시 너희들과 엮일 생각이 전혀 없었을 거야. 즉, 너희들은 본인들의 강력한 종문을 배경을 믿고 제멋대로 행동해도 된다고 착각하는 거야. 하지만 나는 너희들의 그런 행태를 전혀 묵인할 생각 없어!”도범의 이 말은 관중석에서 큰 박수갈채를 일으켰다. 관중들은 도범이 그들 마음속에 담아둔 말을 대신 말해준 것 같아 고무되었다. 이들 고급 종문의 제자들은 항상 약한 무사들 앞에서만 무력을 과시하며, 이
“오양수는 원건종의 친전 제자 아닌가요? 그런데 어떻게 이렇게 약할 수 있죠?”“당신 바보 아니에요? 이건 오양수이 약한 게 아니라 도범이 너무 강한 거에요! 아까도 말했잖아요? 빙봉천리는 지급 상급 무기에요. 여기 있는 사람들 중에 몇이나 지급 상등 무기를 수련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런데 도범이 빙봉천리를 부순다는 건, 도범의 무기가 오양수의 무기보다 강하다는 걸 의미해요!”“설마 도범이 천급 무기를 수련한 건가요?”이 말이 나오자마자, 주변의 거의 모든 이들이 단번에 부정했다.“미쳤어요? 무슨 말이든 막하네요. 천급 무기가 어떤 개념인지 알고나 하는 소리에요? 수련 경지가 고신경에 도달했거나, 혹은 특별한 재능을 지닌 영천 경지 후기에 이르러야만 천급 무기를 수련할 수 있는 가능성이 생기는 거에요.그리고 여기 있는 사람들은 모두 바라문 세계의 규칙을 지켜야만 이곳에 들어올 수 있고요. 나이도 60세를 넘지 않아야 하죠. 그렇다면 60세가 넘지 않은 사람이 천급 무기를 수련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그렇네요! 아마도 지급 상급 무기를 수련한 거겠죠. 도범이 오양수를 이길 수 있었던 이유는 도범이 지급 하급 무기를 대원만 단계까지 수련했기 때문일 거에요.”“만약 그게 사실이라면, 도범의 재능은 정말 두려운 수준이네요. 8품 종문의 친전 제자조차 도범의 상대가 될 수 없다는 거잖아요!”“이번에 바라문 세계에 온 보람은 있네요. 이렇게 많은 천재들을 직접 눈으로 볼 수 있다니.”오양수와 관련 없는 관중들은 이런 논의를 흥미롭게 이어갔다. 이전에 도범을 비하하던 사람들도 이제는 도범을 칭찬하며, 도범을 백 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천재라고 말하기 시작했다.8품 종문의 친전 제자들도 대수롭지 않게 여겼지만, 원건종의 제자들은 차분할 수가 없었다. 처음에는 관중석에서 편안하게 앉아있던 그들은, 도범이 빙봉천리를 단칼에 베어내는 모습을 보고는 그만 입을 다물고 경악을 감추지 못했다.지금 오양수가 이렇게 극심한 고통을 겪는 걸 보니, 분명 도범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