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하 좋아요. 상관없다니 다행이에요!”하재열이 높은 소리로 웃기 시작했다.“도범이 그놈이 우리 큰아버지를 죽였어요. 난 절대 이번 일을 그냥 넘어가지 않을 거예요. 당신은 그놈을 죽여서 스승님의 원수를 갚고, 저는 그놈의 여자를 품을 거예요. 우린 서로 다른 방법으로 큰아버지의 복수를 하는 거죠!”“하 씨 가문의 도련님한테 그런 더러운 일을 고상하게 말하는 능력이 있는 줄 몰랐네!”정진이 피식 비웃었다. 그는 속으로 하재열을 경멸하고 있었다.“역시 대학까지 나온 사람이라 그런가? 말하는 게 남달라!”하재열이 계속하여 피식피식 웃었다.“대학은 무슨. 그거 다 그만큼 돈을 써서 들어간 겁니다. 저는 전문대를 나온 거라서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어요.”그렇게 말하던 하재열이 갑자기 아련한 표정을 지으며 추억에 잠겼다.“그때 다니던 전문대에 소문난 미녀가 한 명 있었는데 생긴 게 참 반반했었어요. 그러고 보니 공부했던 시절이 좋았던 것 같네요. 그때는 정말로 아무런 걱정 고민이 없었거든요. 결정적으로 항상 한 무더기의 미녀들이 저를 둘러싸고 있었죠. 하하!”정진은 아예 그를 무시했다. 그가 보는 하재열은 그저 쓸모없는 루저이자, 쓰레기일 뿐이었다.지금 그의 머릿속에는 온통 도범을 죽일 생각밖에 없었다.곧이어 차 두 대가 낡은 건물 밖에 도착했다. 먼저 내린 보디가드들이 장소연과 나봉희를 끌고 건물 안으로 향했다.건물의 3층에 있던 정진도 자연스럽게 그 장면을 목격하게 되었다.“빨리빨리 걸어. 헛소리하지 말고!”장필은 장소연이 아직도 그들을 설득할 생각을 포기하지 않은 것을 확인하고 힘껏 그녀를 밀어버렸다.“형님들, 오빠들, 저는 박 씨 가문 사람이 아니에요. 그러니까 저를 죽일 필요는 없잖아요. 이대로 저를 풀어주면 절대 아무한테도 말하지 않을게요. 그리고 바로 이 중주시를 떠나 먼 곳으로 이사 갈 거라고 약속드릴게요. 네?”장소연은 더 이상 들어가고 싶지 않아 다시 한번 버텼다.장필의 태도로 보아 그녀들은 수치스러운 일을 당할 뿐만 아
장소연은 보디가드들 앞에 서있는 남자를 보고 당황하고 있었다. 아까 장필이 말하기를 왕 씨 가문의 도련님도 그들 도련님 앞에서는 조무래기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고 했다. 그건 상대방의 가문이 왕 씨 가문보다도 훨씬 세력이 높다는 걸 뜻했다. 그렇다면 일류 가문 정도는 되어야 말이 맞았다.하지만 그들은 눈앞의 사람이 누군지 전혀 알지 못했다.“하하 참 잘도 찍어 맞추네. 나는 천용시 사람이야. 천용시에 있는 대가문 소속이라고!”하재열이 낄낄 웃더니 장필에게 물었다.“필아 그 늙은 여자는 왜 같이 잡아온 거냐?”장필이 뭐라 답하기도 전에 나봉희가 앞다투어 나서서 말했다.“도련님 이분들이 사람을 잘못 잡아오셨어요. 저는 당신들이 잡으려고 했던 사람이 아니에요. 그러니까 제발 저 좀 풀어주세요 네?”장필이 그제야 입을 열었다.“도련님 이 여자는 도범의 장모인데 우리가 장소연을 잡으러 갔을 때 마침 두 사람이 함께 길을 걷고 있어서 두 명 다 잡아왔습니다. 그 상황에서 한 명만 잡을 수도 없고 해서요. 놓아주었다가 이 여자가 전신한테 일러바치면 어쩝니까?”하재열이 만족스럽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잘했어. 하하 잡아왔으니 이따가 처리할 때 함께 죽여버리면 그만이야.”“도련님 도련님, 이 여자도 제법 몸매가 좋지 않습니까? 참 관리를 잘 한 것 같습니다.”나봉희한테 흑심을 품었던 보디가드가 헤실헤실 웃으며 다가와 말했다.“하하 이놈 봐라. 네가 이런 여자를 좋아할 줄은 몰랐네!”하재열이 큰소리로 웃더니 잔뜩 겁에 질린 나봉희를 다시 보고 말했다.“하긴 도범이 그놈 와이프가 그렇게 예쁜데 당연히 장모 미모도 뒤처지지 않겠지. 한 10년만 젊었으면 나도 동할 뻔했어!”“도련님 말씀은 허락하시는 겁니까?”보디가드가 음흉한 웃음을 지으며 물었다. 보아하니 희망이 있는 것 같았다.“하하 물론이지!”하재열이 실실 웃으며 말했다.“조금만 기다려. 이따가 이 여자 딸까지 잡아오면 그때 시작하자고. 킬킬!”“헤헤 알겠습니다!”남자가 음흉하게 웃더니
드디어 도범이 도착했다. 그는 페 건물 앞에서 담배를 꺼내 여유롭게 불을 붙이고 깊게 한 모금 빨아들였다. 그리고 천천히 건물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왔네!”3층에서 도범이 다가오는 모습을 확인한 정진이 냉소를 지었다.“역시 날 실망시키지 않았어. 도범이 저놈은 꽤나 신용을 지키는 놈이야.”도범이 도착했다는 소리에 두 명의 보디가드한테 잡혀있던 나봉희가 희망을 발견한 것처럼 소리를 질렀다.“도범아 나 좀 살려줘. 너 이 망할 놈, 어떻게 천용시 사람을 다 건드려! 빨리 와서 우리를 구하지 않고 뭐해? 네놈 때문에 우리 다 죽게 생겼어!”“다 도범 당신 때문이에요. 당신만 아니었다면 우리가 이렇게 잡혔을 리가 없어요!”장소연도 눈이 다 빨개져 있었다. 오늘 여기서 죽는 것만큼 억울할 일이 없을 것 같았다.만약 상대가 그저 그녀를 갖고 놀고 죽이지 않는다면 그나마 다행이었다. 그저 운이 나빴다고 생각하고 넘기면 그만이었다.하지만 상대는 그들의 목숨까지 노리고 있었다. 때문에 더욱 겁을 먹을 수밖에 없었다.목소리를 들은 도범이 미간을 확 찌푸리더니 순식간에 표정이 얼어붙었다.그가 싸늘한 표정으로 고개를 들고 위에 서있는 남자를 바라보았다. 그리더니 손에 들린 담배를 던져버리고 빠른 속도로 뛰었다.“탁!”도범의 속도가 어찌나 빨랐던지 순식간에 건물 가까이에 다가와 있었다. 그가 탁하고 발을 구르자 몸이 슝하고 튀어 올랐다. 그리고 3층이나 되는 높이의 건물을 너무나 쉽게 뛰어올라 정진의 앞에 착지했다.“엄청난 파워야!”정진은 도범이 올라온 장면을 보고 저도 모르게 미간을 찌푸렸다. 그는 단번에 도범이 범상치 않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도범은 장소연과 나봉희한테 아직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것을 확인하고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화가 나긴 마찬가지였다. 그가 정진을 쏘아보며 물었다.“내가 오면 우리 가족한테 손을 대지 않겠다고 하지 않았던가? 이렇게 신용을 지키지 않는 사람인 줄은 몰랐네!”정진이 쓴웃음을
하재열이 웃음을 터뜨렸다."정진 중장은 너를 죽이고 자기 사부님을 대신해서 복수를 하는 거고 나는 네 마누라를 손에 넣어서 우리 큰아버지 대신 복수를 하는 거야. 어때? 내 복수 방법 괜찮지?""자기 좋은 생각만 하네." 그 말을 들은 도범이 차갑게 웃었다. "그런데 실망해야 할 것 같은데, 시율이가 절대 네들 손에 붙잡힐 리가 없거든. 나는 그렇게 믿어.""그래, 자신만만하네. 그런데 내 경호원들이 다들 쓰레기인 줄 알아? 여자 하나도 못 잡을까 봐?"하재열이 웃으며 말했다.그때, 도범의 휴대폰이 울렸다. 그가 휴대폰을 확인해 보니 역시나 박시율이 전화를 걸어온 것이었다."자기야, 괜찮아?"도범이 아예 스피커 모드로 통화를 하기 시작했다."자기야, 나 출근하는데 누가 나를 납치하려고 했어. 당신도 조심해, 어느 집 도련님인지 몰라도 당신을 해치려고 하는 것 같아."박시율이 조금 다급하게 말했다."홍희범이 도와줘서 나는 괜찮아. 그런데 부모님들이 걱정이야, 아무 일도 없겠지?""시율아, 나랑 소연이 다 잡혔어."나봉희는 박시율의 목소리를 듣더니 소리쳤다.도범은 그런 나봉희를 보니 어이가 없어졌다. 지금 소리를 지르는 건 박시율을 걱정하게 만드는 꼴밖에 더 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뭐야? 도범, 엄마랑 소연이가 다 잡혔다고? 누가 그런 건데?"역시나 박시율이 걱정된 목소리로 도범을 재촉했다. 그녀는 누가 이렇게 독한 마음을 품고 나봉희와 장소연을 잡은 건지 알 수 없었다.장소연을 잡아간 건 사실 상관이 없었다. 그녀가 죽는다고 하더라도 박시율은 크게 개의치 않았다.하지만 나봉희가 잡혔다는 소식을 들으니 박시율은 다급해졌다."시율아, 걱정하지 말고 일해. 내가 여기 있으니까 저놈 죽이고 두 사람 구할거야. 끝나고 이따 전화할게."도범이 박시율에게 말했다."응, 당신 전화 기다릴게. 자기도 조심해."박시율이 그제야 전화를 끊었다."들었지? 우리 자기 괜찮은 거." 도범이 전화를 끊더니 하재열을 보며 차갑게 웃었다."그
"뭐 할 거면 올라가서 해, 나는 여기에서 이 자식 해결해야 되니까."정진이 차갑게 한 마디 했다."네, 정 중장님, 이놈은 중장님한테 맡길게요. 저놈 그냥 대대장이니까 걱정하지 마세요. 대대장 하나 손보는 건 식은 죽 먹기잖아요."말을 마친 하재열이 장소연과 나봉희를 데리고 4층 계단 쪽으로 다가갔다."이거 놔!"장소연은 연신 몸부림을 치며 소리를 질렀다.하지만 경호원들은 장소연을 무시한 채 계단 쪽으로 가면서도 계속 장소연을 만져댔다."도범, 얼른 나 좀 구해줘. 너만 아니면 우리도 잡히지 않았을 거야, 우리한테 무슨 일이 생기면 시율이가 너 가만두지 않을 거야. 비켜, 이 미친놈아!"나봉희도 놀라서 엉망이 된 머리를 한 채 몸부림을 쳤다."걱정하지 마세요, 금방 갈게요."두 사람을 데리고 4층으로 가는 경호원들을 본 도범이 한시름 놓았다. 지금 4층으로 향하는 계단 어구에는 두 명의 경호원만 있었다.정진은 중장이었기에 장소연과 나봉희에게 힘들이지 않고 중장을 죽이는 모습을 보였다가는 적어도 자신이 대장이라고 생각하게 할 수도 있었다. 그렇게 되면 나중에 설명하기가 무척 어려워질 것이 분명했다.하지만 이를 본 이가 없다면 설명하기가 그나마 쉬워질 것이다."저건 내 탓 못해. 나는 너를 죽이고 사부님 대신 복수를 하려는 것뿐이니까."정진이 도범을 보며 말했다."네 사부가 소명용인가 보지? 그런 쓰레기를 위해 복수를 하겠다고?"도범이 웃으며 주먹을 꽉 쥐었다."우리 장모님이 위험한 것 같으니 속전속결하는 수밖에, 그래야 저 두 사람을 구하지.""그래? 내가 중장인 걸 알고도 이런 건방진 소리를 한다고?"정진이 차갑게 웃더니 살기를 내뿜었다."야, 내가 이 중장 자리를 거저 얻은 건 줄 알아? 부대에 들어간지는 얼마 안 되었지만 이 자리에 앉을 수 있었다는 건 내 실력이 그만큼 대단하다는 거야. 실력도 없으면서 그냥 운이 좋거나 아는 사람을 이용해서 겨우 중장 자리에 오른 놈이랑은 다르다고."말을 마친 정진이 순식간에 모습을
"컥!"정진은 그나마 실력이 있는 중장에 속하기도 했고 그동안 꾸준히 몸을 단련했기에 그는 다시 일어설 수 있었다.하지만 방금 전의 무서운 충격 때문에 그는 이미 심각하게 다쳤다. 그리고 일어서자마자 피를 토하더니 안색도 덩달아 창백해졌다."뭐야, 저거."도범이 정진에게 혼나는 모습을 기다리고 있던 경호원은 그것과는 전혀 다른 상황에 놀라고 말았다. 정진은 도범의 주먹에 나가떨어졌고 도범은 여전히 제자리에 꼿꼿하게 서서 전혀 힘들어 보이지 않았다. "이럴 리가 없어, 당신 그냥 대대장이잖아."정진이 고개를 저으며 충격받은 얼굴로 말했다.도범은 대답 대신 냉소를 짓더니 순식간에 그를 향해 다가갔다."이런!"정진이 손을 올리자마자 도범이 그의 손을 잡더니 다른 한 손으로 그의 목을 잡고 정진을 들어 올렸다.그리곤 소리를 지르며 정진을 바닥으로 내리꽂았다."쿵!"무서운 소리가 울려 퍼졌고 바닥의 먼지가 날아올랐다. 정진의 눈빛이 당황함으로 물들었고 뒤통수에서 피가 흘러나왔다."너 절대 대대장 아니야, 너 도대체 누구야?"정진이 도범을 보며 힘겹게 말을 하더니 곧이어 숨을 거두었다.그 모습을 본 두 명의 경호원이 놀라서 도망가려던 찰나, 도범이 벽돌 두 개를 집어 들었다.그리곤 벽돌 두 개로 두 경호원의 뒤통수를 명중시켰다.두 명의 경호원은 앞뒤로 넘어지면서 숨을 거두었다."무슨 소리야? 너희들이 내려가 봐."장소연의 옷을 벗기려던 하재열이 요란스러운 소리를 듣곤 경호원에게 말했다."네, 도련님."경호원은 내키지 않았지만 어쩔 수 없이 상황을 보러 나갈 수밖에 없었다.하지만 계단 어귀에 도착했을 때, 벽돌 두 개가 머리 위로 날아들어 피를 흘리며 바닥으로 넘어졌다."도, 도련님, 그놈이 올라왔습니다!"도범을 본 이들이 놀라서 소리쳤다.도범이 정진의 손에 죽을 줄로만 알았는데 이렇게 멀쩡하게 살아서 올라온 모습을 보니 그들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뭐?"하재열도 놀라서 얼른 돌아봤다.도범은 빠른 속도로 정진에게 다가가더
도범은 떼 지은 경호원들을 뚫고 하나씩 그들을 쓰러뜨렸다.그 속도는 워낙 빠르고 경호원들은 쓰러지는 즉시 숨을 거두었다. 그 장면은 보고 있기만 해도 두려움이 몰려올 정도였다."정진 실력이 좋다고 하더니 소명용 덕분에 중장 된 거 맞네."도범이 앞으로 걸어가며 웃었다."뭐야, 이게 뭐야…"경호원들이 두려운 목소리로 말했다. 고작 몇 분 사이에 그들은 서른 명 정도밖에 남지 않았다."뭐야, 그런 거였어. 정진 그놈 내 앞에서 자랑질을 너무 해대서 얼마나 대단한 줄 알았더니. 도범을 무조건 죽일 수 있다고 고고한 척만 한거였어."하재열이 놀란 얼굴로 중얼거렸다. 살육을 멈추지 않는 도범을 본 하재열이 갑자기 총 한 자루를 꺼내더니 장소연의 머리를 겨누었다."움직이지 마, 다가오면 내가 이년 죽인다."하재열이 이를 물고 말했다.도범이 그 말을 듣자마자 동작을 멈추곤 제자리에 섰다.그의 등 뒤로 수많은 시체들이 누워있었다."다, 다가오지 마!"자신의 머리에 총이 겨누어지자 장소연이 놀라서 얼른 말했다.드디어 살 희망이 있다고 생각했는데 하재열의 손에 총이 있을 줄이야. 하지만 그녀는 바로 도범이 대단한 실력을 지녔다는 것이 생각났다. 신용당 홍 씨 어르신의 아들도 저번에 총을 가지고 왔었지만 도범 앞에서 아무 소용도 없었다. 그녀는 그때도 도범이 참 무서운 사람이라고 생각했었다.하지만 지금의 상황은 달랐다. 상대방의 총은 도범을 가리키고 있는 것이 아니라 장소연을 향해있었다."미친, 저놈 어떻게 여기 온 거야?"장필도 놀라서 나봉희를 관여할 생각을 하지 못했다. 나봉희는 구석으로 가 몸을 웅크린 채 벌벌 떨고 있었다.하지만 그들의 생각과는 달리 도범이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야, 거기 서라고. 내가 이 년 죽일까 봐 겁 안 나?"도범이 다시 움직이는 모습을 본 하재열이 당황해서 소리쳤다."아까 쟤가 말했잖아, 자기는 이 집 사람 아니라고. 그 말을 늘 달고 있는 사람이야, 아직 박 씨 집안에 시집오지도 않았고, 박해일 아내는
나봉희의 말을 들은 하재열이 다시 웃었다."이 여자는 그렇다 쳐, 그런데 네 장모님은 네 가족이잖아."말을 마친 그가 총구를 장소연의 머리에서 떼어내더니 구석에 있던 나봉희를 가리키며 이쪽으로 오라고 하려고 했다.하지만 도범은 이 순간만을 기다린 사람처럼 하재열이 총구를 옮기자마자 바닥에 있던 돌멩이를 힘껏 차서 하재열의 손바닥을 가격했다."아!"순간, 하재열은 총알에 맞은 것 같이 강렬한 고통을 느꼈다. 그리고 총을 놓치고 말았다.하지만 총이 떨어지는 그 순간, 나봉희를 겨누려던 총의 방아쇠가 실수로 당겨졌다."탕!"요란스러운 소리와 함께 총구는 옆에 있던 장필의 심장을 겨누었다."도련님…"장필이 고개를 숙이고 보니 새빨간 피가 물처럼 흘러나오고 있었고 그는 천천히 땅으로 쓰러져 숨을 거두고 말았다.모든 것은 순식간에 일어났다. 곧이어 총이 바닥으로 떨어졌다."아!"하재열이 고통스러움에 주저앉더니 장소연을 놓쳤다.총소리와 함께 쓰러지는 장필을 본 나봉희는 놀라서 정신을 잃었다.방금 전, 조금만 늦었더라면 지금 쓰러진 건 나봉희였을 것이다.장소연도 놀라서 하재열이 놓아주자마자 소리를 지르며 도범에게 달려갔다."도망쳐!"얼마 남지 않는 경호원들은 그 모습을 보자마자 하재열을 두고 도망치기 시작했다.하지만 도범은 그들을 놓아줄 생각이 없었기에 전부 쫓아가 죽였다. 결국 고통스러운 얼굴을 한 하재열만이 남았다.도범은 그에게 다가가더니 총을 주워들고 웃으며 그의 머리를 겨누었다."아!"하재열이 이를 악물고 소리를 질렀다. 고통스러운 느낌이 조금 사라진 뒤에야 그가 고개를 들고 보니 경호원이 단 한 명이 없었다. 그리고 도범은 총을 들고 자신의 머리를 겨누고 있었다."감, 감히? 도범, 나는 놓아주는 게 좋을 거야. 아니면 너 끝이라고."하재열이 떨리는 목소리로 말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너도 알지, 천용시가 얼마나 큰 지. 중주의 두 배도 넘는다고, 그리고 고수들도 많고 세력도 많아. 우리 하 씨 집안이 그중에서 제일 큰…
“풍린수의 가장 큰 약점은 지능이 낮다는 거야. 이들은 그렇게 많은 꾀를 부리지 않기 때문에 무사들이 조금만 머리를 쓰면, 버티기만 해도 풍린수를 처치할 수 있지.”삼각눈의 남자는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혹시 구록종이 무슨 종문인지조차 모르는 건 아니겠지? 방금 구록종을 언급했을 때, 네 표정이 어찌나 비웃음이 깃든지 말이야. 중주에 어떤 강력한 종문들이 있는지조차 모르는 거 아니야? 넌 정말 중주 출신이 맞긴 한 거냐?”이 일련의 의심에 삼각눈을 가진 남자는 점점 오수경을 변두리에서 나온 우물 안 개구리라 여겼다. 그렇지 않다면 그런 말을 할 리 없었다. 오수경은 무심코 입꼬리가 바들바들 떨렸다. 이제야 도범이 왜 침묵을 즐기는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이들과 다투는 것은 시간 낭비일 뿐이었다. 애초에 오수경은 이들과 말다툼을 할 생각조차 없었지만, 이제는 이들이 오수경을 끝없이 몰아붙이고 있었다.오수경은 인상을 찌푸린채 말했다.“물론 구록종은 중주 7품 종문 중 하나로, 그중에서도 손꼽히는 강자라는 것을 잘 알고 있지.”그러자 삼각눈을 가진 남자는 오수경의 말을 듣고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그런데 왜 내가 구록종을 언급했을 때, 네 얼굴에는 비웃음이 서린 거냐?”오수경은 미간을 찌푸린채 되묻고 싶었다.‘네가 어떻게 내 얼굴 표정을 그렇게 자세히 본 거야? 난 내 얼굴에 어떤 표정이 있는지도 몰라.’이 삼각눈을 가진 남자는 모든 걸 알고 있는 듯했다.오수경은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 목소리를 높여 이들과 싸우려는 순간, 도범이 오수경을 막았다. 그러자 도범이 일부러 목소리를 낮추지 않고 말했다.“이 사람들과 싸워서 뭐하겠어? 저들과 싸우는 건 네 시간만 낭비하는 거야. 이들은 네가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할 수 없는 사람들이야.”이 말에 주위는 순간 조용해졌다. 도범은 지금까지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아 사람들이 도범을 허세 부리지 않는 사람으로 생각했으나, 도범의 말은 그들의 예상과는 완전히 달랐다.오수경도 이미 충분히 오만했지만
“역시 숲이 크면 별의별 새가 다 있는 법이지. 거울이라도 보고, 자신이 어떤 존재인지 알아봐야 할 텐데, 감히 그런 말을 하다니.”그 중 한 명이 손가락으로 앞쪽에 서 있는 흰 옷을 입은 사람을 가리키며 말했다.“저기 흰옷 입은 사람 보이지? 저 사람은 구록종 출신으로 친전 제자야. 그런데도 30분이 되서야 겨우 수정구를 파란색으로 바꿨다구! 방금 그렇게 큰소리쳤으니, 네 옆에 있는 이 친구가 첫 번째 관문을 통과해서 보라색 수정구를 파란색으로 바꾸는 데 얼마나 걸리는지 한 번 볼까?”다른 사람도 거들며 말했다.“그래, 말 좀해봐. 네가 그렇게 치켜세운 저 친구가 보라색에서 파란색으로 바꾸는 데 얼마나 걸릴 것 같아?”주변 사람들은 이 상황을 재미있어하며 오수경을 계속 몰아세웠다. 그들은 오수경에게 도범이 첫 번째 관문을 통과하는 데 걸리는 시간을 말하라고 강요하며, 주변 사람들이 얼마나 오랜 시간이 걸렸는지까지 구체적으로 언급했다.이들 대부분은 6품 종문이나 자유 무사 출신으로, 첫 번째 관문을 통과하는 데 최소 4시간이 걸렸다. 출신이 뛰어난 천재들과는 비교조차 되지 않았다.처음에는 오수경이 이들과 대화할 생각이 전혀 없어서 입을 꾹 다물고 인상을 쓰며 침묵을 지켰다. 그러나 이들은 끈질기게 질문을 던지며 진실을 밝히지 않으면 물러서지 않겠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오수경은 도범에게 도움을 구하는 눈빛을 보냈지만, 도범은 눈썹을 살짝 치켜올리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네가 만든 일이니 네가 해결해.”도범은 오수경이 이미 여러 번 경솔하게 발언해 문제를 일으킨 적이 있기 때문에, 매번 오수경의 뒤처리를 해줄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오수경은 어쩔 수 없다는 듯 한숨을 쉬고, 계속되는 질문에 결국 고개를 들어 크게 말했다.“저 사람들이 30분이 걸린다면, 도범 오빠는 15분이면 충분해!”오수경은 어차피 모든 것을 걸고 말하기로 했다. 이 사람들은 정말 짜증나는 존재들이었기 때문이다. 오수경의 말이 끝나자마자, 주위 사람들은 오수경의 말에 반
두 마리의 풍린수를 처치하면 수정구는 파란색에서 청색으로 변하게 된다. 그때 무사는 몇 배나 강력해진 풍린수와 마주하게 되며, 이 마지막 풍린수를 처치해야만 4층을 통과하여 5층에 진입할 자격을 얻게 된다.도범의 설명을 들은 오수경은 미간을 찌푸린채 되물었다.“그러니까 4층은 사실 세 단계로 나뉜다는 말이지? 수정구의 색이 변할 때마다 단계를 하나씩 통과하는 거야. 총 세 가지 색이 있는 셈이니까, 5층으로 가려면 세 번을 모두 통과해야 하네.”도범은 고개를 끄덕였고, 오수경은 손가락을 꼽아가며 말했다.“즉, 네 마리의 풍린수를 상대해야 한다는 거지. 첫 번째 풍린수는 상대적으로 약하고, 두 번째와 세 번째 풍린수는 좀 더 강해지지만, 가장 강력한 풍린수는 마지막 한 마리라는 거군. 이 마지막 풍린수를 처치해야 비로소 통과가 완료되는 거네.”도범은 다시 한번 고개를 끄덕였다. 오수경의 정리가 꽤나 명확했다. 오수경은 5층으로 순조롭게 진입하려면 이 절차를 그대로 따라야 한다. 네 마리의 풍린수를 모두 처치해야만 5층으로 올라갈 수 있었다.오수경은 웃으며 말했다.“4층은 도범 오빠에게 전혀 어려운 일이 아니겠네. 그 무슨 풍린수라는 것도 결국 선천 후기에 불과하니까 말이야.”이 말을 끝내기도 전에, 도범이 답하기도 전에 주위의 사람들이 참지 못하고 들고 일어섰다. 그들이 일부러 사람이 적은 곳을 선택하긴 했지만, 그래도 많은 사람이 모여 있는 곳이었다. 그리고 오수경의 말이 크게 들리자 주변 사람들이 주의를 기울이게 된 것이다.이때, 눈이 삼각형 모양인 한 사내가 오수경의 말을 듣고 냉소를 터뜨렸다.“너는 저 녀석의 부속인이겠지? 어디서 그런 배짱을 얻었길래 그런 말을 할 수 있는 거냐? 마치 4층이 이 어린 녀석에게는 쉬운 일인 것처럼.”그러자 삼각눈 사내 옆에 서 있던 백색 옷을 입은 남자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저 사람은 말이 너무 과장된 것 같아. 풍린수가 얼마나 상대하기 어려운 상대인지 전혀 모르는 것 같은데, 그냥 입만 뻐끔했
도범은 한숨을 내쉰 후 다시 입을 열었다.“네가 오양수와 대결할 때, 나는 곽치홍이 너희 두 사람의 싸움을 계속 지켜보는 것을 발견했어. 그래서 곽치홍을 주시하고 있었는데, 나중에 곽치홍도 내가 본인을 보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지. 하지만 내가 너무 멀리 있어서 곽치홍의 표정을 자세히 볼 수 없었어. 그런데 곽치홍이 나를 쳐다볼 때, 마치 독사에게 주시당하는 느낌이 들었어. 네가 전에 말했던 게 맞아, 곽치홍은 분명 우리에게 적대감을 품고 있어.”도범은 고개를 끄덕였다. 곽치홍이 등장한 이후로, 온갖 의문들이 곽치홍의 마음속에 떠올랐다. 이전에 장로들이 했던 말은 전부 믿을 수 없었고, 이 안에 더 큰 비밀이 숨어 있을 게 틀림없었다.도범이 숨을 고르고 막 입을 열려던 순간, 오수경이 먼저 말했다.“네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알아. 나를 위로하려고 하지 마, 이제 다 이해했어. 내가 전에 했던 충동적인 행동들이 너에게 폐를 끼쳤다는 걸 알아. 앞으로는 항상 이 점을 명심하고, 더 이상 너에게 폐를 끼치지 않을 거야.”오수경의 이 말을 듣고 나니 도범은 한결 마음이 놓였다. 오수경은 단순한 순진한 바보였고, 팔 다리는 튼튼하지만 머리는 물에 잠긴 것 같아 항상 충동에 휘둘렸다. 하지만 이번 일을 겪고 나서 오수경도 자신을 돌아보게 되었다.그렇게 말하고 나서 오수경은 마치 무거운 짐을 내려놓은 듯 편안해졌다. 두 사람은 함께 4층으로 발을 내디뎠다.그곳은 희미한 빛으로 덮인 광활한 초원이었다. 초원 위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는데, 대부분은 풀밭 위에 가부좌를 틀고 앉아 손에 든 수정구를 받쳐 들고 있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눈을 감고 명상하는 것처럼 보였고, 소수의 사람들은 낮은 목소리로 무엇인가를 이야기하고 있었다.분위기는 침묵과 압박감이 공존했다. 누군가가 이야기를 한다 해도 일부러 목소리를 낮췄다. 여기가 바로 천엽7현탑의 4층이었으며, 겉보기에는 환상 세계와도 같았다.오수경은 눈을 깜빡이며 도범의 손에 들린 보라색 수정구를 한 번
이 말을 들은 오수경은 고개를 저으며 완강히 거부했다.“나는 3층에 남고 싶지 않아. 도범 오빠가 4층을 돌파하면, 분명히 5층도 갈 거잖아. 천엽 7현대는 총 7층인데, 도범 오빠가 7층까지 돌파할 수도 있잖아? 그럼 도범 오빠는 다른 곳으로 바로 전송될지도 모르는데, 그러면 나 혼자 3층에 남게 되잖아. 그땐 난 어떻게 해야 하지?”도범은 오수경의 말을 듣고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오수경의 걱정도 일리가 있었다. 만약 도범이 정말 7층까지 한 번에 돌파한다면, 천엽 7현대는 자신을 완벽한 도전자로 간주할 가능성이 높았고, 보상을 주고 다른 곳으로 전송할 수도 있었다.그렇게 되면 오수경을 홀로 남겨두게 되는데, 도범과 다시 만날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었다. 여러 가지로 생각한 끝에, 도범은 여전히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한편, 오수경은 도범이 망설이는 모습을 보고 조급해졌다. 오수경은 도범의 팔을 잡으며 간절히 말했다.“난 도범 오빠의 인맥으로 천엽성에 들어온 거야. 인맥으로 들어온 만큼, 나는 어떠한 도전도 직면하지 않을 거고, 그저 도범 오빠만 따라가면 계속 위로 올라갈 수 있어. 어떤 위험이 닥치더라도, 나는 절대 혼자서 떠나지 않을 거야. 정말 운 나쁘게 여기서 죽더라도, 제가 감수해야 할 일이니까.”오수경의 이 말은 진심이었다. 도범을 처음 만난 이후, 오수경은 자신의 인생이 위험과 맞물려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하지만 그건 자신이 바꿀 수 없는 일이었다.다른 것은 판단할 수 없었지만, 한 가지는 확실했다. 도범은 매우 신뢰할 만한 사람이었고, 그 뒤를 따라가야만 생존의 가능성을 얻을 수 있었다. 오수경은 이곳에서의 2년을 버텨내어 바라문 세계를 떠나, 자금단방으로 돌아가 다시는 나오지 않기를 바랐다.도범은 오수경의 결심을 확인하자, 마침내 고개를 끄덕였다. 두 사람은 함께 걸음을 옮겨 4층의 입구에 도착했다. 그곳에는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고, 모두가 다소 망설이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미래의 운명을 예측할 수 없기에 그들
도범은 냉소를 띠며 말했다.“전 당신과 싸울 생각 없어요. 다만 한 가지 중요한 일을 잊고 있는 건 아닌지 생각나게 해주러 왔을 뿐이죠.”도범의 말에 민경운은 순간 얼어붙었다. 민경운은 잠시 고민하며 무슨 의미인지 되새겼고, 이내 도범이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 깨달았다. 바로 얼마 전 자신과 도범 사이에 벌어진 내기 때문이었다.그 순간, 민경운의 가슴은 마치 여러 개의 큰 돌이 짓누르는 듯 답답해졌다. 그러나 민경운은 이를 갈며 분노를 삼켰다. 애초에 민경운은 도범이 절대로 이번 대결에서 이길 수 없을 것이라 확신하고 내기를 걸었던 것이다.민경운은 도범이 처참하게 패배할 것이라 생각했고, 자신의 손에 들어올 19만 영정을 기대했었다. 그러나 예상치 못하게 결과는 정반대였다. 도범이 승리한 것이다.이때, 도범은 손을 내밀며 말했다.“빨리 돈을 내세요. 저도 할 일이 있거든요. 그러니 제 시간 뺏지 마세요. 원래 9만 개의 영정으로 내기를 시작했는데, 본인이 10만 개를 더 얹어 19만 개의 영정으로 만든 거잖아요. 그러니 빨리 결제해요.”도범의 이 말에 민경운은 가슴이 터질 듯했다. 상황은 정말로 도범이 말한 대로였다. 도범은 9만 개의 영정으로 내기를 제안했고, 민경운은 도범이 분명히 패배할 것이라 생각하여 곧바로 10만 개를 더해 19만 개로 올렸다. 하지만 결국 자신의 발등을 찍고 말았다.지금 민경운은 자기 뺨을 세게 때리고 싶은 심정이었다. 9만 개의 영정은 민경운에게 꽤나 큰 금액이지만, 19만 개의 영정은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였다. 그러나 두 사람은 이미 계약을 체결했기 때문에 민경운이 이를 되돌릴 방법은 없었다. 만약 민경운이 결제하지 않으면 계약이 곧바로 발동하여, 결국에는 영혼의 역반작용으로 이어지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이후의 일은 의외로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오양수는 원건종의 제자들을 들것에 실어 나갔고, 도범은 마침내 세 번째 영패를 손에 넣었다. 이번 영패는 조금 특이하여 입탑 영패가 아닌 출성 영패로 바뀌어 있었다.이
관중석에는 각양각색의 무사들이 섞여 있었고, 불량배들도 많았다. 평소에 거리에서 욕을 퍼붓기 좋아하는 이들은 이제야 자신들의 능력을 마음껏 발휘할 기회를 찾은 듯, 원건종의 제자들에게 온갖 욕설을 퍼부었다.일부 사람들은 진원을 목에 운용하여 의도적으로 목소리를 크게 했다. 다른 사람들이 듣지 못할까 봐 걱정이라도 되는 듯, 그들은 더욱 큰 소리로 온갖 더러운 말을 쏟아냈다. 이로 인해 도범의 귀는 무척이나 시끄러웠고, 고통스러울 정도였다.도범은 자신과 원건종의 제자들 사이에 오간 몇 마디 대화가 이렇게 사람들을 폭발시키게 될 줄은 몰랐다. 또한, 도범은 어쩔 수 없다는 듯 한숨을 쉬며 이런 싸움은 결국 아무런 결론도 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몸싸움을 할 수도 없고, 계속 말다툼만 이어질 뿐이었다.그래서 도범은 더 이상 들으려 하지 않고, 대련 무대의 한쪽 가장자리로 가서 조용히 서 있기로 했다. 도범은 아직 오양수를 죽일 생각이 없었다. 오양수가 자신에게 했던 그 약속, 즉 죽음보다 더한 고통을 그대로 돌려주고 싶었기 때문이다.시간은 조금씩 흘러갔고, 싸움 소리는 계속해서 끊이지 않았다. 마침내 오양수의 몸부림이 점점 약해지고, 장벽이 완전히 해제되자 원건종의 제자들이 한꺼번에 몰려가서 오양수를 부축했다.한편, 진태산은 눈살을 찌푸린 채 오양수의 코에 손을 대 그의 호흡을 확인했다. 비록 오양수는 아직 숨을 쉬고 있었지만, 그 호흡은 매우 미약했다.민경운은 급하게 자신의 보관 반지에서 여러 개의 단약을 꺼내 오양수의 입에 넣었다. 그러나 이 단약들은 오양수의 현재 상태를 치료하기에는 전혀 효과가 없었다. 방금 도범이 사용한 참멸현공이 오양수의 영혼을 완전히 찢어놓았기 때문이다.영혼이 찢어진 상태에서 내상을 치료하는 단약이 효과가 있을 리 없었다. 따라서 민경운이 오양수에게 많은 단약을 먹였지만, 오양수의 상태는 전혀 나아지지 않은 것이다. 민경운은 점점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만약 오양수가 정말로 이 사건으로 인해 죽는다면, 그들 모두 책임을
“맞아! 당장 우리 오양수 선배를 풀어줘! 양수 선배에게 무슨 일이 생기기라도 하면, 너는 천번 만번 죽임을 당할 거야! 오양수 선배는 도민수 선배가 아니야. 네가 도민수 선배를 죽음 직전까지 몰고 갔을 때는 우리도 나서서 협상할 여지가 있었어.그러나 네가 오양수 선배를 진짜로 죽음 직전까지 몰고 간다면, 염라대왕이라도 너를 보호할 수 없을 거야! 바라문 세계를 벗어나는 순간, 너는 원건종의 끝없는 추격을 받게 될 거야!”바깥에서 들려오는 원건종 제자들의 고함과 욕설은 도범의 귀에 전부 들렸다. 이는 이미 예상된 일이었기에 도범은 일말의 두려움도 느끼지 않았다.원건종은 일반적인 자유 무사들에게 충분한 위압감을 줄 수 있지만, 도범에게는 그렇게 중요한 상대가 아니었다. 원건종이 무엇이건, 자신의 힘이 충분히 강하다면 더 강력한 종문에 가담할 수 있을 테니, 원건종이 손해를 본다고 해도 도범으로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이다.게다가 이번 일은 처음부터 끝까지 원건종이 문제를 일으킨 것이었다. 도범은 결코 선을 넘는 행동을 하지 않았고 원건종 쪽에서 여러 번 도발하지 않았다면, 도범 역시 이들과 싸울 이유가 없었을 것이다.잠시 후, 도범은 차가운 웃음을 지으며 원건종의 제자들을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일부러 목소리를 높여 말했다.“원건종 제자들, 잘 들어! 8품 종문 출신이라는 이유로 제멋대로 행동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마. 처음부터 끝까지 문제를 일으킨 건 너희들이었잖아. 그런데 패배하고 나니 이제와서 나를 협박하는 거야?만약 너희들이 먼저 건드리지 않았다면, 나 역시 너희들과 엮일 생각이 전혀 없었을 거야. 즉, 너희들은 본인들의 강력한 종문을 배경을 믿고 제멋대로 행동해도 된다고 착각하는 거야. 하지만 나는 너희들의 그런 행태를 전혀 묵인할 생각 없어!”도범의 이 말은 관중석에서 큰 박수갈채를 일으켰다. 관중들은 도범이 그들 마음속에 담아둔 말을 대신 말해준 것 같아 고무되었다. 이들 고급 종문의 제자들은 항상 약한 무사들 앞에서만 무력을 과시하며, 이
“오양수는 원건종의 친전 제자 아닌가요? 그런데 어떻게 이렇게 약할 수 있죠?”“당신 바보 아니에요? 이건 오양수이 약한 게 아니라 도범이 너무 강한 거에요! 아까도 말했잖아요? 빙봉천리는 지급 상급 무기에요. 여기 있는 사람들 중에 몇이나 지급 상등 무기를 수련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런데 도범이 빙봉천리를 부순다는 건, 도범의 무기가 오양수의 무기보다 강하다는 걸 의미해요!”“설마 도범이 천급 무기를 수련한 건가요?”이 말이 나오자마자, 주변의 거의 모든 이들이 단번에 부정했다.“미쳤어요? 무슨 말이든 막하네요. 천급 무기가 어떤 개념인지 알고나 하는 소리에요? 수련 경지가 고신경에 도달했거나, 혹은 특별한 재능을 지닌 영천 경지 후기에 이르러야만 천급 무기를 수련할 수 있는 가능성이 생기는 거에요.그리고 여기 있는 사람들은 모두 바라문 세계의 규칙을 지켜야만 이곳에 들어올 수 있고요. 나이도 60세를 넘지 않아야 하죠. 그렇다면 60세가 넘지 않은 사람이 천급 무기를 수련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그렇네요! 아마도 지급 상급 무기를 수련한 거겠죠. 도범이 오양수를 이길 수 있었던 이유는 도범이 지급 하급 무기를 대원만 단계까지 수련했기 때문일 거에요.”“만약 그게 사실이라면, 도범의 재능은 정말 두려운 수준이네요. 8품 종문의 친전 제자조차 도범의 상대가 될 수 없다는 거잖아요!”“이번에 바라문 세계에 온 보람은 있네요. 이렇게 많은 천재들을 직접 눈으로 볼 수 있다니.”오양수와 관련 없는 관중들은 이런 논의를 흥미롭게 이어갔다. 이전에 도범을 비하하던 사람들도 이제는 도범을 칭찬하며, 도범을 백 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천재라고 말하기 시작했다.8품 종문의 친전 제자들도 대수롭지 않게 여겼지만, 원건종의 제자들은 차분할 수가 없었다. 처음에는 관중석에서 편안하게 앉아있던 그들은, 도범이 빙봉천리를 단칼에 베어내는 모습을 보고는 그만 입을 다물고 경악을 감추지 못했다.지금 오양수가 이렇게 극심한 고통을 겪는 걸 보니, 분명 도범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