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세천을 따라 눈길을 돌린 황대성이 말했다."저 사람이요? 제가 알죠. 박 씨 집안의 데릴사위인데 앞에 선 여자가 박시율이라고 몇 년 전에 중주의 얼마나 많은 도련님들의 사랑을 한몸에 받았는데요. 중주의 제1미녀라는 별명까지 얻었으니, 그런데 무슨 일이 생긴 건지 두 사람이 저렇게 결혼을 하게 되었어요.""뭐? 데릴사위일 뿐이라고?"장세천이 미간을 찌푸렸다. 마침 도범이 몸을 돌린 탓에 옆모습도 볼 수 없었다.하지만 그 뒷모습은 여전히 그 남자와 많이 닮아있었다."네, 퇴역하고 돌아왔다고 들었어요. 5년 동안 부대에 있었는데 그냥 평범한 군인이라고 하더라고요, 구체적인 건 저도 모르지만 제 예전의 부하였던 희범이랑 꽤 친한 것 같더라고요."황대성이 대수롭지 않다는 듯 말했다."5년?"하지만 장세천은 그 말을 듣곤 더욱 의심하기 시작했다."장군님도 부대에서 5년 있지 않았나. 내가 장군님보다 늦게 들어간 걸로 아는데. 나는 부대에 3년 있었거든, 그때 젊은이 하나가 전장에서 엄청 강하다고 들었는데, 배우는 것도 빠르고. 전장에서 2년 동안 있었던 대대장이라고 했지. 그리고 실력이 점점 강해져서 용가면을 썼다고 했어. 전에 장군으로 임명되어서 사람들 앞에 소개하겠다고 했는데 왜 갑자기 말을 바꿔서 신분을 감춘 건지."그 말을 들은 황대성도 감탄하기 시작했다."이런 강자의 이름을 사람들이 전부 다 알아야 하는 건데. 전장에서 다들 화하의 용이라고 불렀잖아요, 우리 화하의 영혼이고 용 가면을 쓰고 있다고 해서. 이름을 알고 있는 사람도 얼마 없을걸요.""그러니까, 그만큼 눈부시고 신 같은 존재였지."장세천이 감탄하다 황대성을 보며 물었다."성이 도 씨였던 것 같은데 이름이 뭔지는 나도 모르겠다, 일 년 전에 유일한 장군님이 되어서 다들 장군님이라고 불러서.""그래도 형님은 그분 성이 도 씨라는 걸 알고 있네요, 저는 그분 성이 뭔지도 모르고 장군님이라는 것만 알고 있었어요. 우리 화하의 용. 지금 다들 퇴역했지만 여전히 장군님을 보고 싶어
장세천의 말을 들은 황대성이 멍청하게 그를 바라봤다. 그리고 한참이 지나서야 믿을 수 없다는 듯 말했다."도범이 누구랑 닮았다고요? 장군님이요?""응, 완전 닮았어. 옆모습이랑 뒷모습이 똑같아."장세천이 도범을 보며 말했다. 그가 장군과 닮았다는 사실을 안 뒤부터 그는 도범에게서 시선을 떼지 않았다."그럴 리가요, 닮은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데. 도범이 장군님일 리가 없어요. 그냥 평범한 군인이에요."황대성이 웃으며 장세천의 어깨를 쳤다."형님 장군님이 너무 보고 싶으신 건가 보다, 물론 저도 마찬가지지만.""황대성아, 황대성, 내가 이래서 너보고 너무 덜렁댄다고 하는 거야. 머리를 좀 굴려봐."장세천이 답답하다는 듯 말했다."장군님이 도 씨라는 걸 알았고 저 데릴사위도 마침 도 씨야, 게다가 저 사람도 전장에서 5년 동안 있었다며. 이 모든 게 정말 우연일 거라고 생각해?""정상적인 거라고 생각하는데요."황대성이 말했다."그래, 이 모든 것이 우연이라면 정상적이지."장세천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그런데 여전신이 왜 직접 박 씨 어르신 생신에 얼굴을 비추겠어? 박 씨 어르신 체면을 세워드리기 위해서? 두 사람은 아예 모르는 사이인데. 그러니까 당연히 아니겠지."장세천은 말을 할수록 흥분했다."그래서 오늘 여전신 장진이 오늘 여기에 오는 이유가 저 데릴사위의 체면을 봐서라고 생각해. 저 사람이 장군님이니까, 전신이 잘 보이고 싶어 하는 사람이 누가 있겠어?"그 말을 들은 황대성이 미간을 찌푸리고 고민하기 시작했다.하지만 머지않아 그는 웃기 시작했다."형님, 정말 상상력이 너무 풍부하세요. 형님이 저번에 소명용이 준비한 파티에 참가하지 않아서 너무 아쉽네요. 그날 여전신도 왔거든요, 그리고 펜션 사장님이랑 소명용을 죽인 건 알고 있겠죠?"장세천이 고개를 끄덕였다."그 일은 나도 후에 들었지, 후회되어서 미치는 줄 알았다니까. 여전신이 오는 줄 알았다면 무조건 갔지. 나는 소명용 그 사람이 이미 변했다고 생각해서 안 간
"맞는 말이네요, 여기에서 추측해 봤자 소용이 없으니. 하지만 도범이 절대 장군님이 아니라고 확신할 수 있어요. 그냥 닮은 거죠."황대성이 웃으며 말했다.그때, 문 앞에 스포츠카 한 대가 도착했다. 그리고 그 안에서 섹시한 몸을 가진 미녀 하나가 내려왔다.여자는 감기에 걸린 건지 아니면 다른 사람이 알아볼까 봐 그런 것인지 몰라도 마스크를 하고 있었다."속도도 안 낮추고 이렇게 들어오면 어떡합니까, 사람이라도 치면 어쩌려고."박이성이 여자를 보곤 소리쳤다.덕분에 도범을 보러 가려던 두 명의 대장을 포함한 적지 않은 이들의 시선이 집중되었다."도범, 얼른 안 오고 뭐해. 네 불륜녀 왔는데 맞이해 줘야지."한지운이 얼른 일어서서 말했다. 도범이 여자가 올 것이라고는 했지만 정말 이렇게 뻔뻔하게 찾아올 줄은 몰랐다."지운아, 내가 뭐라고 했어? 사고 치지 말라고 했잖아, 입단속하고."한지운의 아버지가 그런 한지운을 보며 옆으로 끌고 가서 말했다."아버지, 정말 너무 겁이 많으신 거 아니에요, 경호원도 못 데리고 오게 하고. 저번에는 도범한테 사과까지 하라고 하더니 오늘은 말도 못 하는 거예요?"한지운이 화가 나서 말했다."다 제가 직접 보고 하는 말이에요, 사실을 말하는 게 뭐 어때서요?"하지만 그 말을 들은 한지운 아버지의 안색이 더욱 보기 싫어졌다."너 저 여자가 누군지 알아? 우리 중주에 저렇게 돈 많은 여자가 언제 있었다고. 1000억이나 되는 야명주를 눈 깜짝하지 않고 사는 여자라고, 만약 저 여자가 어느 세력 있는 집 사모님이면 어떡하려고 그래?""제가 뭘 했다고 그러세요, 그저 도범 얘기를 하려는 것뿐인데. 그리고 돈 많으면 왜요, 저 여자도 남편한테 돈 받아서 쓰는 거잖아요. 저 여자랑 도범의 일을 여자 남편이 알게 된다면 한 푼도 못 받고 쫓겨날 거니까 무서워할 필요 없어요."한지운은 여전히 개의치 않았다. 이는 도범을 박 씨 집안에서 쫓아낼 수 있는 기회였기에 그는 놓칠 수 없었다."입 다물어!"하지만 한지운의 아
두 대장뿐만이 아니었다. 지난번 전우 간의 우의를 다지는 모임에 참석하여 여성스러운 옷차림을 한 장진의 모습을 보았던 사람들도 하나같이 경악스러운 표정이었다.저 부잣집 도련님들 설마 간에 보톡스라도 맞았나? 간땡이가 부어도 너무 부은 게 아닌가!도범은 여전히 여유로운 미소를 지으며 곁에 있는 박시율에게 말했다.“가자. 전신을 맞이하러 가야지. 내가 전에 말했었지? 저 사람이 바로 전신이야!”“진짜야? 당신 정말로 전신과 아는 사이였어?”박이성과 그 일당들이 말하던 부잣집 사모님이라는 미모의 여성을 확인한 박시율은 충분히 당황하고 있었다. 쭉쭉 빵빵 잘빠진 몸매의 그녀는 같은 여자가 보아도 가슴이 두근거릴 정도였다.특히 꼿꼿하게 서있는 그녀의 자세에서는 뼛속까지 깊은 군인 특유의 강직함이 느껴졌다.자세만 보아도 그녀가 정말로 부대에서 퇴역하고 돌아왔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사치스럽고 안일한 삶을 산 부잣집 사모님이라면 어느 정도의 기품은 갖출 수는 있어도 이런 강직한 포스가 몸에 배일 수는 없었다.일반 사람은 군인 특유의 강직함을 흉내 낼 수 없었다.손님을 맞이하러 나가려던 박 씨 어르신은 문제의 부잣집 사모님이 왔다는 말에 순식간에 표정이 얼어붙었다. 그는 아예 한곁에 서서 싸늘한 표정으로 상대를 보는척하지도 않았다.그는 이제 문제의 인물까지 도착했으니 도범이 도대체 어떻게 이 상황을 해명할지 지켜보리라 마음먹었다.만약 제대로 해명하지 못한다면 별장을 산 돈은 정말로 그 여자가 줬을 가능성이 컸다.왕호가 왕 씨 가문을 대표하여 와서 그런지 그의 부모님은 오늘 연회에 참석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의 부모님이 없어서일까? 오늘따라 왕호의 시건방이 하늘을 찔렀고 순식간에 장진의 앞에까지 다가가 피식거리며 말했다.“참나 정말 뻔뻔하게 여기를 왔네요? 하하 마스크는 왜 쓰고 있습니까? 볼 때마다 마스크를 쓰고 있는 것 같은데 뭐 남한테 보이면 안 되는 이유라고 있나 봅니다?”장진이 미간을 찌푸렸다.“오는 길에 사람들이 알아볼까 봐 썼어. 목적
한지운은 너무 놀라 하얗게 질린 얼굴로 연신 식은땀을 훔쳐냈다. 방금 그의 아버지가 그를 말리지만 않았다면 더 심한 말을 뱉어냈을 것이 분명했다.“헛소리 집어치워! 이분이 바로 우리의 여전신 님인 장진 님이시다!”장세천이 앞으로 나서며 큰소리로 외쳤다.“오늘 전신 님께서 오신 건……”그는 전신 님이 도범의 공을 치하하기 위해 왔다고 막 말하려던 참에 도범의 얼굴을 보게 되었다.그 순간 그가 헉하고 숨을 들이켰다. 어찌나 놀랐던지 들이키는 숨결마저 떨리는 것 같았다.그가 다급하게 달려가 땅에 한쪽 무릎을 꿇고 주먹을 꽉 쥔 채 공손하게 인사를 올렸다.“자, 장군 님을 뵙습니다. 장군 님, 세상에 정말로 장군 님이시군요!”“뭐?”연회에 참석한 사람들은 그전까지만 해도 여전신의 등장에 놀라 하고 있는 중이었다. 그때 8성급 대장인 장세천이 도범의 앞에 무릎까지 꿇어가며 군인이 할 수 있는 최고의 인사를 올린 것이다. 그것도 장군이라는 호칭을 부르면서!“정말로 저자였다고?”황대성 역시 미처 상황 파악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는 장세천이 일전에 장군 님과 만난 적이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 자기 입으로 장군 님이 예전에 자신을 구해줬었다고 했다.때문에 그가 잘못 보았을 리가 없었다.“망했네. 이러다 사부님 정체가 탄로 나겠는데!”너무나 급작스럽게 벌어진 상황에 장진 역시 그 자리에 멍하니 서있을 뿐이었다. 그녀마저도 어떻게 이 위기에서 도범을 구해낼지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다.“이거……”홍희범도 얼굴이 새파래졌다. 장세천이 도범을 알고 있을 거라고 생각지도 못했었다.“그럴 리가요. 장 대장 님, 혹시 사람을 잘못 보시지 않으셨습니까? 그자는 우리 집안의 데릴 사위입니다. 이제 갓 퇴역하여 돌아온 말단 병사일 뿐입니다. 그런 놈이 어떻게 장군 님일 수 있겠습니까?”박이성 역시 너무 놀라 순간 정상적인 사고를 하지 못했다. 그가 한참을 멍하니 있다가 겨우 정신을 다잡고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물었다.만약, 만약 정말로 도범이 장군이라면
“장 대장 그자는 절대로 장군 님이 아니야. 대, 대장이 잘못 본 거겠지. 그자는 그저 장군 님과 조금 닮았을 뿐이야!”장세천이 미간을 찌푸리는 모습을 본 장진은 그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보아하니 그 역시 도범의 얼굴을 확실히 기억하는 건 아닌 것 같았다.아니면 의심을 하기 시작할 리가 없었다.장세천이 자리에서 일어났다.“정말입니까 전신 님?”“하하 나는 예전에 장군 님과 자주 차도 마시고 술도 마셨어. 그분이 가면을 벗은 모습을 본 적이 한두 번이 아니야. 설마 내 말도 못 믿는 건 아니지?”장진이 크게 웃으며 말했다.“이상하네 닮아도 너무 닮았어. 세상에 이 정도로 닮은 사람이 존재한다고?”장세천이 다시 한번 도범을 바라보았다. 그의 얼굴이 미세하게 붉어져있었다. 이렇게 난감한 일이! 만약 도범이 정말로 장군이 아니라면 방금 그는 웬 데릴 사위 놈한테 무릎까지 꿇어가며 인사를 한 것이다. 이, 이렇게 부끄러운 일이 다 있다니. 너무나 터무니없는 오해를 한 것이 아닌가!“하하 장 대장이 도범을 오래 보다 보면 알게 될 거야. 사실은 그가 장군 님과 하나도 안 닮았다는걸!”장진이 큰소리로 웃으며 다시 한번 해명했다.“나도 예전에 전쟁터에서 그를 보고 장군 님인 줄 알았다니까. 너무 닮아서 말이야. 나중에 보니까 전혀 다르더라고!”“하하 세천 형님 이렇게 큰 오해를 다 하시다뇨. 형님께서 무릎까지 꿇어가며 인사를 올려서 저는 정말로 장군 님인 줄 알았지 뭡니까. 전신 님께서 서있는 걸 보지 않았다면 저도 함께 가서 무릎을 꿇을 뻔했습니다!”황대성이 껄껄 웃기 시작했다.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웃겼다.장세천이 굳은 얼굴로 도범을 힐끗 보았다. 당장이라도 그를 향해 욕이라도 퍼붓고 싶었다. 하필이면 장군 님과 저렇게 닮아서 자신에게 이런 창피를 주다니. 8성급 대장인 자신이 데릴 사위나 자처하는 저런 쓸모없는 남자한테 무릎을 꿇었다니. 정말이지……그러나 보는 눈이 많았기에 그도 차마 도범을 욕하지는 못했다. 그가 스스로 장군이라고 말했던 것
원래 도범은 장세천을 피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다시 생각해 보니 그래서는 안 되었다. 박이성과 그 일당들이 자신과 문제의 부잣집 사모님에 대해 고발하지 못해 안달인데 피한다고 될 문제가 아니었다. 그들은 어떻게든 자신을 찾아낼 것이다. 그리고 무턱대고 숨기만 한다면 박시율에게도 제대로 된 해명을 하지 못하게 될 것이다.유일한 방법은 상대를 모르는척하는 것이다. 완전히 나는 모르오 하는 표정으로 있으면 그만이다. 본인이 아니라고 하고, 거기에 장진이 몇 마디 거들기만 하면 아마 어영부영 넘어갈 수 있을 것이다.걱정이라면 만약 장진이 거기서 아무런 반응도 못하고, 그의 정체가 탄로 난 순간 장세천을 따라 무릎을 꿇는 것이었다. 그러면 그야말로 끝장이었다.다행스럽게도 장진은 바보가 아니었다. 곧바로 눈치챈 그녀가 상황을 정리해 주었다.“하하 장 대장 님 이런 놈이 장군 님일 리가 없습니다. 이놈은 그저 우리 집 데릴 사위일 뿐입니다!”“그리고 우리 가문 사람들도 아직 이놈의 신분을 인정하지 않았답니다. 왜냐면 이놈은 예전에 일개 배달 기사였거든요. 그리고 우리 사이에는 아직 결과가 나지 않은 내기가 남아있는데……”박이성이 잠시 멈칫거리다가 곧바로 앞장서서 말했다.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모였을 때야말로 도범이한테 선물을 내놓으라고 할 절호의 타이밍이었다. 심지어 전신까지 보고 있으니 도범도 더 이상 발을 빼며 시간을 끌지 못할 것이다.장세천은 몹시 난처한 상황에서 누군가가 나서서 화제를 돌려주니 더할 나위 없이 기뻤다.그가 곧장 웃으며 물었다.“그래? 무슨 내긴가? 어서 말해 보게!”“그게 말입니다. 지난번 저놈이 저를 때렸었는데 보상금으로 20억을 주기로 했답니다. 그리고 저희 할아버지 생신 선물로 수십억 가치를 하는 물건을 준비하기로 했죠. 그 외에 제 사촌 동생 부모님한테는 40억 원의 납채금을 주기로 했습니다. 만약 이걸 어겼을 시에는 당장 박 씨 가문에서 나가야 하고 제 사촌 동생과도 이혼하기로 했죠!”박이성이 높은 소리로 말했다.“물론
“그게 뭔데. 그 박스 한눈에 보아도 엄청 낡아 보이는데 그 안에 담긴 물건이 수백억이 넘는다고? 너 지금 누구 놀려?”박이성이 그가 꺼낸 박스를 보고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보아하니 이제 박 씨 가문에서 나갈 일만 남은 것 같은데. 네가 네 입으로 한 말이니 누구를 탓할 일도 아니고 안 그래?”“저, 저 박스는 야명주를 담았던 그 박스잖아?”모용 가문의 도련님 모용권이 그 박스를 보고 깜짝 놀라 소리쳤다.“정말 그 박스인 것 같은데. 저 안에 설마 진짜 야명주가 있는 건 아니겠지?”우 씨 가문의 가주 우진 역시 기함했다. 저 물건은 그때 그 부잣집 사모님이 사 가지 않았던가?하지만 그 부잣집 사모님은 전신인데?“그럴 리가? 그건 전신님이 사 가셨잖아? 그런데 왜 저놈한테 있지?”누군가가 의아한 표정으로 도범과 장진을 번갈아 보았다. 도대체 무슨 상황인지 알 수 없었다.도범이 박스를 열었다. 예상대로 커다란 야명주가 사람들 앞에 나타났다.“저, 저게 바로 그 장수를 돕는다는 야명주인가?”박 씨 어르신이 너무 놀라 입을 다물지 못했다. 그 야명주는 치열한 경매를 통해 정체를 알 수 없는 웬 부잣집 사모님한테 넘어갔다고 했었다. 그리고 오늘에서야 그 사모님이 전신인 장진이었다는 것이 밝혀졌다.그런데 그 귀한 보물이 현재 도범의 손에 들려있었다.“맙소사 저건 천억에 낙찰된 야명주잖아!”나봉희가 경악하며 연신 마른침을 삼켰다. 그녀는 당장이라도 달려가 야명주를 빼앗아 오고 싶었다. 도범이 저놈은 저렇게 좋은 물건이 있으면 바로 자기한테 가져와야지!그러나 당장 보는 눈이 너무 많았고 저건 도범이 할아버지 생신 선물로 준비한 것이었다. 때문에 그녀는 아쉬운 마음을 억누르며 애써 이성을 유지하고 있었다.“바로 저거야!”우진이 부러운 표정으로 야명주를 바라보았다. 그건 엄청 귀한 물건이었다. 전문가의 연구에 따르면 야명주는 신진대사를 촉진시킬 수 있다고 했다. 때문에 수많은 사람들이 당시 그 물건을 낙찰받고 싶어 했었다.하지만 결국 천억 원
“풍린수의 가장 큰 약점은 지능이 낮다는 거야. 이들은 그렇게 많은 꾀를 부리지 않기 때문에 무사들이 조금만 머리를 쓰면, 버티기만 해도 풍린수를 처치할 수 있지.”삼각눈의 남자는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혹시 구록종이 무슨 종문인지조차 모르는 건 아니겠지? 방금 구록종을 언급했을 때, 네 표정이 어찌나 비웃음이 깃든지 말이야. 중주에 어떤 강력한 종문들이 있는지조차 모르는 거 아니야? 넌 정말 중주 출신이 맞긴 한 거냐?”이 일련의 의심에 삼각눈을 가진 남자는 점점 오수경을 변두리에서 나온 우물 안 개구리라 여겼다. 그렇지 않다면 그런 말을 할 리 없었다. 오수경은 무심코 입꼬리가 바들바들 떨렸다. 이제야 도범이 왜 침묵을 즐기는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이들과 다투는 것은 시간 낭비일 뿐이었다. 애초에 오수경은 이들과 말다툼을 할 생각조차 없었지만, 이제는 이들이 오수경을 끝없이 몰아붙이고 있었다.오수경은 인상을 찌푸린채 말했다.“물론 구록종은 중주 7품 종문 중 하나로, 그중에서도 손꼽히는 강자라는 것을 잘 알고 있지.”그러자 삼각눈을 가진 남자는 오수경의 말을 듣고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그런데 왜 내가 구록종을 언급했을 때, 네 얼굴에는 비웃음이 서린 거냐?”오수경은 미간을 찌푸린채 되묻고 싶었다.‘네가 어떻게 내 얼굴 표정을 그렇게 자세히 본 거야? 난 내 얼굴에 어떤 표정이 있는지도 몰라.’이 삼각눈을 가진 남자는 모든 걸 알고 있는 듯했다.오수경은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 목소리를 높여 이들과 싸우려는 순간, 도범이 오수경을 막았다. 그러자 도범이 일부러 목소리를 낮추지 않고 말했다.“이 사람들과 싸워서 뭐하겠어? 저들과 싸우는 건 네 시간만 낭비하는 거야. 이들은 네가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할 수 없는 사람들이야.”이 말에 주위는 순간 조용해졌다. 도범은 지금까지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아 사람들이 도범을 허세 부리지 않는 사람으로 생각했으나, 도범의 말은 그들의 예상과는 완전히 달랐다.오수경도 이미 충분히 오만했지만
“역시 숲이 크면 별의별 새가 다 있는 법이지. 거울이라도 보고, 자신이 어떤 존재인지 알아봐야 할 텐데, 감히 그런 말을 하다니.”그 중 한 명이 손가락으로 앞쪽에 서 있는 흰 옷을 입은 사람을 가리키며 말했다.“저기 흰옷 입은 사람 보이지? 저 사람은 구록종 출신으로 친전 제자야. 그런데도 30분이 되서야 겨우 수정구를 파란색으로 바꿨다구! 방금 그렇게 큰소리쳤으니, 네 옆에 있는 이 친구가 첫 번째 관문을 통과해서 보라색 수정구를 파란색으로 바꾸는 데 얼마나 걸리는지 한 번 볼까?”다른 사람도 거들며 말했다.“그래, 말 좀해봐. 네가 그렇게 치켜세운 저 친구가 보라색에서 파란색으로 바꾸는 데 얼마나 걸릴 것 같아?”주변 사람들은 이 상황을 재미있어하며 오수경을 계속 몰아세웠다. 그들은 오수경에게 도범이 첫 번째 관문을 통과하는 데 걸리는 시간을 말하라고 강요하며, 주변 사람들이 얼마나 오랜 시간이 걸렸는지까지 구체적으로 언급했다.이들 대부분은 6품 종문이나 자유 무사 출신으로, 첫 번째 관문을 통과하는 데 최소 4시간이 걸렸다. 출신이 뛰어난 천재들과는 비교조차 되지 않았다.처음에는 오수경이 이들과 대화할 생각이 전혀 없어서 입을 꾹 다물고 인상을 쓰며 침묵을 지켰다. 그러나 이들은 끈질기게 질문을 던지며 진실을 밝히지 않으면 물러서지 않겠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오수경은 도범에게 도움을 구하는 눈빛을 보냈지만, 도범은 눈썹을 살짝 치켜올리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네가 만든 일이니 네가 해결해.”도범은 오수경이 이미 여러 번 경솔하게 발언해 문제를 일으킨 적이 있기 때문에, 매번 오수경의 뒤처리를 해줄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오수경은 어쩔 수 없다는 듯 한숨을 쉬고, 계속되는 질문에 결국 고개를 들어 크게 말했다.“저 사람들이 30분이 걸린다면, 도범 오빠는 15분이면 충분해!”오수경은 어차피 모든 것을 걸고 말하기로 했다. 이 사람들은 정말 짜증나는 존재들이었기 때문이다. 오수경의 말이 끝나자마자, 주위 사람들은 오수경의 말에 반
두 마리의 풍린수를 처치하면 수정구는 파란색에서 청색으로 변하게 된다. 그때 무사는 몇 배나 강력해진 풍린수와 마주하게 되며, 이 마지막 풍린수를 처치해야만 4층을 통과하여 5층에 진입할 자격을 얻게 된다.도범의 설명을 들은 오수경은 미간을 찌푸린채 되물었다.“그러니까 4층은 사실 세 단계로 나뉜다는 말이지? 수정구의 색이 변할 때마다 단계를 하나씩 통과하는 거야. 총 세 가지 색이 있는 셈이니까, 5층으로 가려면 세 번을 모두 통과해야 하네.”도범은 고개를 끄덕였고, 오수경은 손가락을 꼽아가며 말했다.“즉, 네 마리의 풍린수를 상대해야 한다는 거지. 첫 번째 풍린수는 상대적으로 약하고, 두 번째와 세 번째 풍린수는 좀 더 강해지지만, 가장 강력한 풍린수는 마지막 한 마리라는 거군. 이 마지막 풍린수를 처치해야 비로소 통과가 완료되는 거네.”도범은 다시 한번 고개를 끄덕였다. 오수경의 정리가 꽤나 명확했다. 오수경은 5층으로 순조롭게 진입하려면 이 절차를 그대로 따라야 한다. 네 마리의 풍린수를 모두 처치해야만 5층으로 올라갈 수 있었다.오수경은 웃으며 말했다.“4층은 도범 오빠에게 전혀 어려운 일이 아니겠네. 그 무슨 풍린수라는 것도 결국 선천 후기에 불과하니까 말이야.”이 말을 끝내기도 전에, 도범이 답하기도 전에 주위의 사람들이 참지 못하고 들고 일어섰다. 그들이 일부러 사람이 적은 곳을 선택하긴 했지만, 그래도 많은 사람이 모여 있는 곳이었다. 그리고 오수경의 말이 크게 들리자 주변 사람들이 주의를 기울이게 된 것이다.이때, 눈이 삼각형 모양인 한 사내가 오수경의 말을 듣고 냉소를 터뜨렸다.“너는 저 녀석의 부속인이겠지? 어디서 그런 배짱을 얻었길래 그런 말을 할 수 있는 거냐? 마치 4층이 이 어린 녀석에게는 쉬운 일인 것처럼.”그러자 삼각눈 사내 옆에 서 있던 백색 옷을 입은 남자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저 사람은 말이 너무 과장된 것 같아. 풍린수가 얼마나 상대하기 어려운 상대인지 전혀 모르는 것 같은데, 그냥 입만 뻐끔했
도범은 한숨을 내쉰 후 다시 입을 열었다.“네가 오양수와 대결할 때, 나는 곽치홍이 너희 두 사람의 싸움을 계속 지켜보는 것을 발견했어. 그래서 곽치홍을 주시하고 있었는데, 나중에 곽치홍도 내가 본인을 보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지. 하지만 내가 너무 멀리 있어서 곽치홍의 표정을 자세히 볼 수 없었어. 그런데 곽치홍이 나를 쳐다볼 때, 마치 독사에게 주시당하는 느낌이 들었어. 네가 전에 말했던 게 맞아, 곽치홍은 분명 우리에게 적대감을 품고 있어.”도범은 고개를 끄덕였다. 곽치홍이 등장한 이후로, 온갖 의문들이 곽치홍의 마음속에 떠올랐다. 이전에 장로들이 했던 말은 전부 믿을 수 없었고, 이 안에 더 큰 비밀이 숨어 있을 게 틀림없었다.도범이 숨을 고르고 막 입을 열려던 순간, 오수경이 먼저 말했다.“네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알아. 나를 위로하려고 하지 마, 이제 다 이해했어. 내가 전에 했던 충동적인 행동들이 너에게 폐를 끼쳤다는 걸 알아. 앞으로는 항상 이 점을 명심하고, 더 이상 너에게 폐를 끼치지 않을 거야.”오수경의 이 말을 듣고 나니 도범은 한결 마음이 놓였다. 오수경은 단순한 순진한 바보였고, 팔 다리는 튼튼하지만 머리는 물에 잠긴 것 같아 항상 충동에 휘둘렸다. 하지만 이번 일을 겪고 나서 오수경도 자신을 돌아보게 되었다.그렇게 말하고 나서 오수경은 마치 무거운 짐을 내려놓은 듯 편안해졌다. 두 사람은 함께 4층으로 발을 내디뎠다.그곳은 희미한 빛으로 덮인 광활한 초원이었다. 초원 위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는데, 대부분은 풀밭 위에 가부좌를 틀고 앉아 손에 든 수정구를 받쳐 들고 있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눈을 감고 명상하는 것처럼 보였고, 소수의 사람들은 낮은 목소리로 무엇인가를 이야기하고 있었다.분위기는 침묵과 압박감이 공존했다. 누군가가 이야기를 한다 해도 일부러 목소리를 낮췄다. 여기가 바로 천엽7현탑의 4층이었으며, 겉보기에는 환상 세계와도 같았다.오수경은 눈을 깜빡이며 도범의 손에 들린 보라색 수정구를 한 번
이 말을 들은 오수경은 고개를 저으며 완강히 거부했다.“나는 3층에 남고 싶지 않아. 도범 오빠가 4층을 돌파하면, 분명히 5층도 갈 거잖아. 천엽 7현대는 총 7층인데, 도범 오빠가 7층까지 돌파할 수도 있잖아? 그럼 도범 오빠는 다른 곳으로 바로 전송될지도 모르는데, 그러면 나 혼자 3층에 남게 되잖아. 그땐 난 어떻게 해야 하지?”도범은 오수경의 말을 듣고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오수경의 걱정도 일리가 있었다. 만약 도범이 정말 7층까지 한 번에 돌파한다면, 천엽 7현대는 자신을 완벽한 도전자로 간주할 가능성이 높았고, 보상을 주고 다른 곳으로 전송할 수도 있었다.그렇게 되면 오수경을 홀로 남겨두게 되는데, 도범과 다시 만날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었다. 여러 가지로 생각한 끝에, 도범은 여전히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한편, 오수경은 도범이 망설이는 모습을 보고 조급해졌다. 오수경은 도범의 팔을 잡으며 간절히 말했다.“난 도범 오빠의 인맥으로 천엽성에 들어온 거야. 인맥으로 들어온 만큼, 나는 어떠한 도전도 직면하지 않을 거고, 그저 도범 오빠만 따라가면 계속 위로 올라갈 수 있어. 어떤 위험이 닥치더라도, 나는 절대 혼자서 떠나지 않을 거야. 정말 운 나쁘게 여기서 죽더라도, 제가 감수해야 할 일이니까.”오수경의 이 말은 진심이었다. 도범을 처음 만난 이후, 오수경은 자신의 인생이 위험과 맞물려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하지만 그건 자신이 바꿀 수 없는 일이었다.다른 것은 판단할 수 없었지만, 한 가지는 확실했다. 도범은 매우 신뢰할 만한 사람이었고, 그 뒤를 따라가야만 생존의 가능성을 얻을 수 있었다. 오수경은 이곳에서의 2년을 버텨내어 바라문 세계를 떠나, 자금단방으로 돌아가 다시는 나오지 않기를 바랐다.도범은 오수경의 결심을 확인하자, 마침내 고개를 끄덕였다. 두 사람은 함께 걸음을 옮겨 4층의 입구에 도착했다. 그곳에는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고, 모두가 다소 망설이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미래의 운명을 예측할 수 없기에 그들
도범은 냉소를 띠며 말했다.“전 당신과 싸울 생각 없어요. 다만 한 가지 중요한 일을 잊고 있는 건 아닌지 생각나게 해주러 왔을 뿐이죠.”도범의 말에 민경운은 순간 얼어붙었다. 민경운은 잠시 고민하며 무슨 의미인지 되새겼고, 이내 도범이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 깨달았다. 바로 얼마 전 자신과 도범 사이에 벌어진 내기 때문이었다.그 순간, 민경운의 가슴은 마치 여러 개의 큰 돌이 짓누르는 듯 답답해졌다. 그러나 민경운은 이를 갈며 분노를 삼켰다. 애초에 민경운은 도범이 절대로 이번 대결에서 이길 수 없을 것이라 확신하고 내기를 걸었던 것이다.민경운은 도범이 처참하게 패배할 것이라 생각했고, 자신의 손에 들어올 19만 영정을 기대했었다. 그러나 예상치 못하게 결과는 정반대였다. 도범이 승리한 것이다.이때, 도범은 손을 내밀며 말했다.“빨리 돈을 내세요. 저도 할 일이 있거든요. 그러니 제 시간 뺏지 마세요. 원래 9만 개의 영정으로 내기를 시작했는데, 본인이 10만 개를 더 얹어 19만 개의 영정으로 만든 거잖아요. 그러니 빨리 결제해요.”도범의 이 말에 민경운은 가슴이 터질 듯했다. 상황은 정말로 도범이 말한 대로였다. 도범은 9만 개의 영정으로 내기를 제안했고, 민경운은 도범이 분명히 패배할 것이라 생각하여 곧바로 10만 개를 더해 19만 개로 올렸다. 하지만 결국 자신의 발등을 찍고 말았다.지금 민경운은 자기 뺨을 세게 때리고 싶은 심정이었다. 9만 개의 영정은 민경운에게 꽤나 큰 금액이지만, 19만 개의 영정은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였다. 그러나 두 사람은 이미 계약을 체결했기 때문에 민경운이 이를 되돌릴 방법은 없었다. 만약 민경운이 결제하지 않으면 계약이 곧바로 발동하여, 결국에는 영혼의 역반작용으로 이어지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이후의 일은 의외로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오양수는 원건종의 제자들을 들것에 실어 나갔고, 도범은 마침내 세 번째 영패를 손에 넣었다. 이번 영패는 조금 특이하여 입탑 영패가 아닌 출성 영패로 바뀌어 있었다.이
관중석에는 각양각색의 무사들이 섞여 있었고, 불량배들도 많았다. 평소에 거리에서 욕을 퍼붓기 좋아하는 이들은 이제야 자신들의 능력을 마음껏 발휘할 기회를 찾은 듯, 원건종의 제자들에게 온갖 욕설을 퍼부었다.일부 사람들은 진원을 목에 운용하여 의도적으로 목소리를 크게 했다. 다른 사람들이 듣지 못할까 봐 걱정이라도 되는 듯, 그들은 더욱 큰 소리로 온갖 더러운 말을 쏟아냈다. 이로 인해 도범의 귀는 무척이나 시끄러웠고, 고통스러울 정도였다.도범은 자신과 원건종의 제자들 사이에 오간 몇 마디 대화가 이렇게 사람들을 폭발시키게 될 줄은 몰랐다. 또한, 도범은 어쩔 수 없다는 듯 한숨을 쉬며 이런 싸움은 결국 아무런 결론도 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몸싸움을 할 수도 없고, 계속 말다툼만 이어질 뿐이었다.그래서 도범은 더 이상 들으려 하지 않고, 대련 무대의 한쪽 가장자리로 가서 조용히 서 있기로 했다. 도범은 아직 오양수를 죽일 생각이 없었다. 오양수가 자신에게 했던 그 약속, 즉 죽음보다 더한 고통을 그대로 돌려주고 싶었기 때문이다.시간은 조금씩 흘러갔고, 싸움 소리는 계속해서 끊이지 않았다. 마침내 오양수의 몸부림이 점점 약해지고, 장벽이 완전히 해제되자 원건종의 제자들이 한꺼번에 몰려가서 오양수를 부축했다.한편, 진태산은 눈살을 찌푸린 채 오양수의 코에 손을 대 그의 호흡을 확인했다. 비록 오양수는 아직 숨을 쉬고 있었지만, 그 호흡은 매우 미약했다.민경운은 급하게 자신의 보관 반지에서 여러 개의 단약을 꺼내 오양수의 입에 넣었다. 그러나 이 단약들은 오양수의 현재 상태를 치료하기에는 전혀 효과가 없었다. 방금 도범이 사용한 참멸현공이 오양수의 영혼을 완전히 찢어놓았기 때문이다.영혼이 찢어진 상태에서 내상을 치료하는 단약이 효과가 있을 리 없었다. 따라서 민경운이 오양수에게 많은 단약을 먹였지만, 오양수의 상태는 전혀 나아지지 않은 것이다. 민경운은 점점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만약 오양수가 정말로 이 사건으로 인해 죽는다면, 그들 모두 책임을
“맞아! 당장 우리 오양수 선배를 풀어줘! 양수 선배에게 무슨 일이 생기기라도 하면, 너는 천번 만번 죽임을 당할 거야! 오양수 선배는 도민수 선배가 아니야. 네가 도민수 선배를 죽음 직전까지 몰고 갔을 때는 우리도 나서서 협상할 여지가 있었어.그러나 네가 오양수 선배를 진짜로 죽음 직전까지 몰고 간다면, 염라대왕이라도 너를 보호할 수 없을 거야! 바라문 세계를 벗어나는 순간, 너는 원건종의 끝없는 추격을 받게 될 거야!”바깥에서 들려오는 원건종 제자들의 고함과 욕설은 도범의 귀에 전부 들렸다. 이는 이미 예상된 일이었기에 도범은 일말의 두려움도 느끼지 않았다.원건종은 일반적인 자유 무사들에게 충분한 위압감을 줄 수 있지만, 도범에게는 그렇게 중요한 상대가 아니었다. 원건종이 무엇이건, 자신의 힘이 충분히 강하다면 더 강력한 종문에 가담할 수 있을 테니, 원건종이 손해를 본다고 해도 도범으로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이다.게다가 이번 일은 처음부터 끝까지 원건종이 문제를 일으킨 것이었다. 도범은 결코 선을 넘는 행동을 하지 않았고 원건종 쪽에서 여러 번 도발하지 않았다면, 도범 역시 이들과 싸울 이유가 없었을 것이다.잠시 후, 도범은 차가운 웃음을 지으며 원건종의 제자들을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일부러 목소리를 높여 말했다.“원건종 제자들, 잘 들어! 8품 종문 출신이라는 이유로 제멋대로 행동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마. 처음부터 끝까지 문제를 일으킨 건 너희들이었잖아. 그런데 패배하고 나니 이제와서 나를 협박하는 거야?만약 너희들이 먼저 건드리지 않았다면, 나 역시 너희들과 엮일 생각이 전혀 없었을 거야. 즉, 너희들은 본인들의 강력한 종문을 배경을 믿고 제멋대로 행동해도 된다고 착각하는 거야. 하지만 나는 너희들의 그런 행태를 전혀 묵인할 생각 없어!”도범의 이 말은 관중석에서 큰 박수갈채를 일으켰다. 관중들은 도범이 그들 마음속에 담아둔 말을 대신 말해준 것 같아 고무되었다. 이들 고급 종문의 제자들은 항상 약한 무사들 앞에서만 무력을 과시하며, 이
“오양수는 원건종의 친전 제자 아닌가요? 그런데 어떻게 이렇게 약할 수 있죠?”“당신 바보 아니에요? 이건 오양수이 약한 게 아니라 도범이 너무 강한 거에요! 아까도 말했잖아요? 빙봉천리는 지급 상급 무기에요. 여기 있는 사람들 중에 몇이나 지급 상등 무기를 수련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런데 도범이 빙봉천리를 부순다는 건, 도범의 무기가 오양수의 무기보다 강하다는 걸 의미해요!”“설마 도범이 천급 무기를 수련한 건가요?”이 말이 나오자마자, 주변의 거의 모든 이들이 단번에 부정했다.“미쳤어요? 무슨 말이든 막하네요. 천급 무기가 어떤 개념인지 알고나 하는 소리에요? 수련 경지가 고신경에 도달했거나, 혹은 특별한 재능을 지닌 영천 경지 후기에 이르러야만 천급 무기를 수련할 수 있는 가능성이 생기는 거에요.그리고 여기 있는 사람들은 모두 바라문 세계의 규칙을 지켜야만 이곳에 들어올 수 있고요. 나이도 60세를 넘지 않아야 하죠. 그렇다면 60세가 넘지 않은 사람이 천급 무기를 수련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그렇네요! 아마도 지급 상급 무기를 수련한 거겠죠. 도범이 오양수를 이길 수 있었던 이유는 도범이 지급 하급 무기를 대원만 단계까지 수련했기 때문일 거에요.”“만약 그게 사실이라면, 도범의 재능은 정말 두려운 수준이네요. 8품 종문의 친전 제자조차 도범의 상대가 될 수 없다는 거잖아요!”“이번에 바라문 세계에 온 보람은 있네요. 이렇게 많은 천재들을 직접 눈으로 볼 수 있다니.”오양수와 관련 없는 관중들은 이런 논의를 흥미롭게 이어갔다. 이전에 도범을 비하하던 사람들도 이제는 도범을 칭찬하며, 도범을 백 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천재라고 말하기 시작했다.8품 종문의 친전 제자들도 대수롭지 않게 여겼지만, 원건종의 제자들은 차분할 수가 없었다. 처음에는 관중석에서 편안하게 앉아있던 그들은, 도범이 빙봉천리를 단칼에 베어내는 모습을 보고는 그만 입을 다물고 경악을 감추지 못했다.지금 오양수가 이렇게 극심한 고통을 겪는 걸 보니, 분명 도범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