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출근을 하셨네요. 엄청난 볼 거리를 놓지 게 되어서 참으로 안타깝네요!”도범이 들어오는 모습에 거실에서 커피를 마시고 있던 용신애와 용일비가 어딘가 뾰족해진 말투로 한 마디 했다.“엄청난 볼 거리요? 그게 뭡니까?”도범이 잠깐 당황하더니 소파에 앉으며 물었다.“어떤 어마어마한 미녀가 찾아왔었어요. 그리고 당신을 좋아해서 당신한테 시집가고 싶다고 하던데요?”용일비가 말했다.“몰랐는데 당신 음침한 구석이 있었네요!”“어마어마한 미녀? 내가 아는 사람입니까?”도범이 당황해서 물었다.“제가 알고 있는 미녀라면 여기 있는 아가씨 두 분과 제 와이프밖에 없는데요. 아 참, 여전신 장진도 있네요. 하지만 여기 있는 아가씨들은 당연히 아닐 거고 여전신일 리도 없고, 제 와이프는 이미 저한테 시집와서 그런 말을 할 리가 없을 텐데. 도대체 누구죠?”“제갈소진 말이에요. 당신이 그녀의 다이어트를 도왔다면서요? 이제 다이어트에 성공해서 엄청난 미녀로 거듭났던데요!”용신애가 쓴웃음을 지었다.“그녀가요?”제갈소진이라는 이름을 들은 도범의 표정이 괴이하게 이그러졌다.“그녀라면 됐습니다. 이미 지난번에 그녀한테 그녀의 마음을 받아줄 생각이 없다고 확실히 대답했고 그녀도 저한테 다이어트에 성공하면 다시는 저를 귀찮게 하지 않을 거라고 약속했습니다!”도범의 말에 용신애와 용일비는 왠지 기쁜 마음이 들었다.그러나 용일비는 애써 자신의 마음을 모른척하며 말을 이었다.“당신은 다이어트 이전의 그녀를 거절했잖아요. 다이어트를 마친 그녀의 아름다운 미모를 보게 되면 군침을 뚝뚝 흘리게 될지 누가 알겠어요!”“허허 군침까지 흘릴 정돕니까? 과장이 심한 것 같네요!”도범이 허허 웃으며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이 답했다.“그녀는 지금 진짜 어마어마하게 예뻐진걸요. 몸매도 엄청나요. 보는 사람에게 첫사랑 같은 싱그러운 느낌을 준다니까요!”용일비는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몰라 자신이 느꼈던 감정 그대로 설명했다.“그래도 저와는 상관없는 일입니다. 어차피 저는 그녀를
순식간에 풍기는 달콤한 향기와 부드러운 몸이 도범의 다리 위에 앉자 도범은 저도 모르게 심장이 쿵 하고 내려앉는 기분이 들었다.그는 한창 혈기왕성한 남자였다. 이런 일은 아무리 장군인 그라고 해도 아무렇지 않게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하지만 곧바로 그는 제갈소진을 밀쳐내며 말했다.“이게 무슨 짓입니까? 여인의 몸으로 이런 짓을 저지르다뇨!”제갈소진의 얼굴은 이미 불이라도 달린 것처럼 활활 타오르고 있었다. 그녀는 도범의 화난 모습에 오히려 웃기 시작했다.그녀가 미소 지으며 수줍은 듯이 말했다.“저는 후회하지 않아요. 저는 당신이 정말 너무 좋아서 이런 짓까지 할 수 있었어요. 다른 남자들은 하나도 제 눈에 들어오지 않아요!”도범은 순식간에 말문이 막혔다. 이곳이 전쟁터였다면 상대를 해치울 수만 가지 방법 정도는 쉽게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하지만 여자를, 그것도 이렇게 적극적인 여자를 어떻게 상대해야 할지는 도무지 떠오르지 않았다.그는 여전히 굳은 표정을 유지한 채 말했다.“아가씨 이전에 저희가 했던 약속을 잊지 마세요. 제갈 가문의 아가씨나 되는 분이 설마 한 입으로 두말하지는 않겠죠?”도범의 말에 제갈소진 역시 민망하긴 했었다.그녀는 고개를 푹 수그리고 부끄러워하며 말했다.“그, 그때의 저는 그렇게 생겼으니까 당연히 당신한테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지금 제 모습을 보세요. 이 정도면 당신한테 어울릴 만큼은 되지 않나요?”도범은 식은땀을 흘렸다. 역시 여자의 말은 믿을게 못되었다. 자기 입으로 했던 말을 이렇게 손바닥 뒤집 듯이 쉽게 뒤집다니!도범이 여전히 굳은 표정으로 자신한테 전혀 마음을 열지 않는 모습에 제갈소진은 다시 한번 조심스럽게 물었다.“그러면 도범 씨는 지금 제가 예쁘다고 생각하세요?”도범이 그녀를 바라보았다.“예쁘긴 예쁩니다. 하지만 저한테는 이미 아내가 있고 그녀한테 미안할 짓은 절대 하고 싶지 않습니다. 다른 사람 찾아보세요. 지금의 당신이면 다른 남자 정도는 쉽게 찾을 수 있지 않습니까?”그
도범이 그날 밤, 자신이 샤워하고 난 뒤의 모습을 봤다고 생각하니 용일비는 억울해졌다.도범도 용일비가 아직 그 일로 자신을 겨냥할 줄 몰랐기에 일부러 말했다.“누가 그래요? 그제 술 취한 당신을 누가 업고 온 줄 알아요? 그리고 제가 옷도 갈아 입혀줬는데 기억 안 나죠?”용일비가 이렇게 나오니 도범도 그녀에게 자신이 만만한 사람이 아님을 보여주고 싶었다.“당신…”도범의 말을 들은 용일비의 얼굴이 순식간에 붉어졌다. 그리고 화가 나 발을 구르며 용신애에게 말했다.“신애야, 네가 아주머니들이 내 옷을 갈아 입혀준거고 하지 않았어? 그런데 왜 도범이 저런 말을 하는 거야? 너 설마 나를 속인 거야?”용신애는 그 말을 듣곤 답답하다는 듯 용일비를 바라봤다. 누가 봐도 도범은 그저 용일비를 놀리기 위해 저런 말을 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지만 용일비는 그 말을 철석같이 믿고 있었다.“언니, 저 말을 믿는 거야? 당연히 언니를 속이고 있는 거지, 내가 도범이 언니 옷을 벗기게 놔뒀겠어?”“신애 씨, 그렇게 말 안 해줘도 돼요. 그냥 옷을 갈아 입혀준 것뿐이잖아요, 어딜 만진 것도 아니고. 일비 씨, 사실 그날 신애 씨가 저한테 일비 씨 옷을 갈아 입혀달라고 한 거예요. 어차피 일비 씨는 곯아떨어졌으니까 말하지 않으면 누구도 모를 거라고 하면서. 그리고 저한테 비밀을 지키라고 했어요.”도범은 이 상황이 무척 웃겼지만 여전히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걱정하지 마세요, 절대 다른 사람에게 말하지 않을 테니까.”용일비가 화가 나서 씩씩거렸다. 그 다음날 그녀는 잠옷 치마만 걸치고 있긴 했다. 만약 정말 도범이 옷을 바꿔준 거라면…그 생각을 한 용일비가 다시 화가 난 얼굴로 용신애를 바라봤다.“신애야, 저 사람 말 진짜야? 너 어떻게 그럴 수 있어? 저 사람 완전 변태라고!”“언니, 정말 아니야, 도범이 언니를 속이고 있는 거야. 도범이 지금 언니를 일부러 놀라게 하려고 하는 거라고, 내가 왜 언니를 속이겠어? 언니 나 못 믿어?”“이봐요, 당신 지금 뭐
박 씨 집안이 살고 있는 아파트는 이어진 별장 구역이었다. 별장이 크지는 않았지만 박 씨 집안사람들은 여러 개의 별장을 사 벽을 세워 단독으로 박 씨 저택을 만들어냈다.박 씨 저택의 멀지 않은 곳에는 작은 산 하나가 있었는데 그 아래에는 하나의 큰 단독 별장이 세워져있다.별장은 위치가 좋을 뿐만 아니라 멀지 않은 곳에 공원과 백화점까지 있었기에 가격이 무척 비쌌다. 이 한 채의 별장만으로도 5, 60억의 가치를 가지고 있었다.단독 별장은 면적도 넓어 세 층으로 나누어져 있었고 인테리어도 무척 화려했다.그 별장은 삼류 가문의 주인장이 많은 돈을 들여 산 집이었지만 요즘 해외로 이민을 가면서 팔 생각을 했던 것이다.위치도 좋고 박 씨 저택과도 가까운 이 별장의 판매 소식을 들은 도범은 당장 이 별장을 사들여야겠다고 생각했다.하지만 그가 문 앞에 도착했을 때, 경비원 두 명이 그의 앞을 막아섰다.“저는 경매에 참석하러 온 겁니다.”도범이 웃으며 말했다.“죄송하지만 저희 경매에 참석하시려면 저쪽에 계신 은행직원에게 재산 인증을 받아야 합니다. 계좌의 자금이 100억 원 이상이어야 들여보낼 수 있습니다.”그중의 직원 한명이 도범에게 설명했다.“정말 귀찮네.”도범은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은행 직원에게 다가가 인증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하지만 도범의 계좌를 확인한 은행 직원은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심지어 자신이 잘못 본 건 아닌지 의심을 하며 눈을 비볐다.눈앞의 남자는 도대체 누구길래 이렇게 많은 돈을 가지고 있는 건지.“이제 됐나요?”도범이 미간을 찌푸리며 불편함을 드러냈다.“네, 들어가시면 됩니다.”은행 직원이 떨리는 목소리로 말을 하며 두 손으로 공손하게 은행 카드를 도범에게 건네줬다.그는 눈앞의 남자가 절대 단순하지 않다고 확신할 수 있었다.도범은 그제야 빠른 걸음으로 경매장 안으로 들어갔다.그곳에는 이미 많은 사람들이 앉아있었다. 모두 이 집을 마음에 들어 하는 듯했다.그리고 경매 가격이 겨우 20억 밖에 되지 않았기에
박이성은 자신의 생각이 맞다고 확신했다. 그는 도범이 이 별장을 박 씨 어르신의 생신 선물로 드리기로 한다고 생각했다.박 씨 집안사람들은 이 별장이 좋다는 것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 박 씨 저택의 맞은편에 위치해 있었기에 매일 문을 나설 때마다 볼 수 있었다. 박이성은 이번에 자신의 효심을 드러내기 위해 경매장에 들러 4,50억을 들여 이 별장을 사들일 수 있다면 박 씨 어르신에게 선물로 드리거나 자신 명의로 돌려 어르신을 데리고 와 함께 살 생각을 했다.박 씨 어르신은 불과 며칠 전까지만 해도 집을 나서며 이 단독 별장을 보며 감탄했었다.“저 별장 참 좋아 보이네, 저런 데서 살아보는 상상을 하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아.”별장을 사는 돈도 박 씨 회사의 돈이었기에 박이성은 아깝지 않았다. 그리고 이런 별장을 사서 어르신에게 선물로 드리는 것은 그의 체면도 세울 수 있는 좋은 일이었다.하지만 금방 경매장에 들어섰던 그는 다시 나갔다.그리고 사람이 없는 곳을 찾아 한지운과 성경일에게 전화를 걸었다.머지않아, 두 사람도 경매장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이성아, 경매장에는 왜 오라고 한 거야? 뭐 중요한 일이라도 있어?”박이성의 전화를 받은 성경일은 일단 경매장으로 오라던 그의 말을 듣자마자 보통 일이 아님을 직감했다.“오늘 여기에서 어떤 경매가 열리는지 알아?”박이성이 두 사람을 보며 물었다.“우리가 그걸 어떻게 알아? 요즘 이쪽으로 신경도 안 썼는데. 그런데 뭐 중요한 걸 판다는 소식을 못 들은 것 같은데, 정말 보물을 팔기로 했다면 우리한테 전화했을 거야.”한지운이 생각해 보더니 대답했다.“전화를 돌리지는 않았지만 인터넷에 광고를 올렸지.”박이성이 웃으며 말했다.“이번에 우리 집 맞은편에 있는 그 화려한 단독 별장을 판다고 들었거든, 별장 주인이 이민을 가야 해서 별장이 필요 없어졌대. 나 이 별장을 사서 어르신 생신 때 선물로 드릴 생각이야, 어르신께서 이걸 받고 나면 무조건 기뻐하실 거야.”“좋은 생각이네.”한지운이
“뭐? 중주 제1미녀 박시율 남편?”“네, 저놈 운도 좋게 박시율의 남편이 되어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부러움을 샀는지 몰라요.”“뭐 부러워할 게 있다고, 데릴사위일 뿐이잖아. 집안에서 얼마나 화를 삭이면서 살지도 모르지, 박 씨 집안에서 인정도 못 받고 있다며. 박 씨 집안사람들이 박시율 일가를 쫓아낸 것만 봐도 알 수 있지.”“그러니까요, 저놈 장모님이 무조건 저놈을 싫어하고 있을 거예요. 박시율 일가가 저놈이 나타난 뒤로 고생을 하기 시작했으니.”자리에 있던 이들이 박이성의 말을 듣곤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심지어 어떤 이들의 눈빛에는 비웃음이 담겨있었다.도범은 그 많은 이들을 상대하고 싶지 않아 박이성을 보며 말했다.“이런 우연이 있나, 여기에서 너를 만날 줄 몰랐네.”“내 추측이 맞다면 너 용신애가 미리 준 두 달 치 월급을 받고 여기로 온 거지, 그리고 이 별장을 사서 할아버지 칠순 잔치 때 선물로 드릴 예정이지?”박이성이 웃으며 다시 덧붙였다.“생각은 좋은데 이 선물이 뭐 조금 귀중해야 말이지. 몇 십억이 넘는 선물을 드리면 네 체면도 서고 박 씨 집안사람들도 당연히 너를 받아들일 수야 있겠지.”도범은 마치 광대를 보듯 하찮은 눈빛으로 박이성을 바라봤다.“쓸데없는 소리를 정성스럽게 하네, 여기에 왔다는 건 당연히 이 별장을 사러 온 거지. 이 별장을 할아버지 칠순 잔치 때 선물로 드릴지 말지는 알려줄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데.”“그래, 그런데 나도 마침 이 별장이 마음에 들어서 말이야. 너 오늘 헛걸음한 것 같다. 이 별장을 할아버지 선물로 드리는 게 내가 생각하기에 가장 적합한 것 같아서, 나도 손주로서 효를 다해야지. 그러니까 너 오늘 기회 없을 것 같아, 내가 가지고 온 돈이 무조건 너보다 많을 거니까.” “자신만만하네.”도범이 차갑게 웃으며 더 이상 세 사람을 바라보지 않았다.시간이 지나 경매장 안에는 사람들이 점점 더 많아졌다. 그중에는 삼류 가문의 사람들도 있었다. 모두 이 별장을 가장 저렴한 가격에 손에 넣을
시간이 지나감에 따라 가격은 42억까지 올라갔다.이는 낮지 않은 가격이었기에 어떤 이들은 경매에서 물러나기 시작했다.“46억!”그때 도범이 손을 들고 무대 위의 여자를 보며 웃었다.“저분께서 46억까지 불렀는데 또 다른 분 계시나요?”도범이 한 번에 4억을 높이 부르자 여자가 신이 나서 물었다.“52억!”그때 박이성이 얼른 가격을 불렀다. 그는 전혀 망설이는 기색 없이 6억을 더 높이 불렀다. 그리고 옆에 있던 도범을 보며 말했다.“도범, 나랑 뺏지 마. 이 선물 내가 사서 할아버지께 드리는 거니까. 데릴사위 주제에 나랑 뺏겠다고? 그리고 네가 정말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해?”“내 주제에?”도범이 차갑게 웃으며 되물었다. 그에게 있어서 돈은 그저 수자에 불과했다. 그는 박 씨 전체도 눈 하나 깜빡이지 않고 살 수 있는 사람이었기에 이 별장 따위는 그에게 있어서 아무것도 아니었다.“고집부리기는!”성경일이 웃으며 도범을 향해 엄지를 치켜세웠다.“도범, 그럼 오늘 누가 이 별장을 가지게 될지 지켜보자고. 둘 중에 별장을 차지하는 사람한테 아빠라고 부르기 어때?”성경일의 말을 들은 도범은 관심 없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미안하지만 나는 쓰레기 아들을 두고 싶지 않아, 그런 아들을 뒀다는 것만으로도 창피하니까.”“너..”그 말을 들은 박이성이 주먹을 쥐고 일어섰다. 그는 금방이라도 도범에게 달려들 것처럼 굴었다. 그는 이런 태도로 자신에게 말을 하는 도범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왜? 나랑 싸우려고? 여기 경매장인데 그건 좀 그렇지. 싸울 거면 이따 나가서 싸우든가.”도범이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그 말을 들은 박이성은 금방 풀이 죽었다. 박이성 100명이 있다고 해도 도범 하나 이기기 힘들 것이라는 것을 그는 잘 알고 있었다. 박 씨 집안 경비원들의 실력도 만만치 않았지만 도범을 이기지 못했으니 박이성처럼 곱게 자란 도련님은 더 말할 것도 없었다.“쓰레기 데릴사위랑 따지고 싶지 않아.”박이성이 이를 악물고 자리에 앉았다.“그렇게
성경일과 박이성은 서로를 한 눈 바라보더니 안색이 어두워졌다.도범이 말한 사실을 두 사람은 이미 잊고 있었던 것이었다. 하지만 그들은 집안의 도련님들이었기에 직원들도 그들에게 돈이 없을 거라고 의심하지 않고 그저 형식적으로 처리했다.문 앞에 100억의 자산을 가지고 있어야만 들어올 수 있다는 표지판을 그들은 봤었지만 크게 개의치 않았던 것이었다.도범의 말을 듣고 나서야 그들은 도범이 정말 70억을 내놓을 수도 있다는 것을 알아차리게 되었다.“용신애가 세 달 치 월급을 줬나 보네, 이렇게 되면 저놈 손에 120억이 있는 거네.”한지운이 심각한 표정으로 말했다. 이렇게 되면 도범과 별장을 뺏기가 굉장히 어려워질 것이 분명했다.박이성의 표정은 더 말할 것도 없었다. 그렇다면 도범이 쓸 수 있는 돈이 자신에게 배상해야 할 돈 20억 말고 100억이나 된다는 것이었다.어쩐지 도범이 겁도 없이 돈을 올려 부르더라니.“왜? 이까짓 돈에 겁먹은 거야?”어두워진 박이성의 표정을 확인한 도범이 그를 비웃으며 말했다. 정말이지 주제를 모르는 놈이었다.“무서워? 내가 너를 무서워한다고?”박이성이 어이가 없다는 듯 웃었다.“내기 하나 하자, 내가 이기면 네가 내 신발을 닦아줘, 내가 지면 네 신발 내가 닦아줄게.”“신발을 닦아주겠다고 한다면 당연히 당연할 수 없지.”도범이 단번에 허락했다.“그래, 그럼 80억!”박이성은 얼른 이 경매를 끝내고 싶었기에 한 번에 10억을 올려 불렀다. 그는 도범이 언제까지 자신과 비길 수 있는지 지켜볼 생각이었다.“90억!”도범도 담담하게 손을 들더니 대수롭지 않다는 듯 말했다.“100억!”박이성이 이를 악물더니 망설이는 기색 없이 말했다. 그는 오늘 이 별장을 빼앗고야 말 생각이었다. 이 별장이 그만한 가치가 있는지 없는지는 더 이상 중요하지 않았다. 도범이 이 많은 사람들 앞에서 체면을 잃고 자신의 신발을 닦아 줄 모습을 보일 수 있다면 그는 만족이었다.“그래, 100억을 불러야지. 이게 저놈 최선이야.”한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