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범을 찾는다고?”“미모의 여성?”용신애와 용일비가 서로 시선을 부딪혔다. 그녀들은 왠지 언짢은 기분이 들었다.용일비가 떠보듯이 물었다.“어느 정도의 미모인데? 그 사람은 왜 항상 그렇게 미인들이 많이 찾아 대는 거야?”“네 엄청 예뻤습니다. 뭐랄까? 일비 아가씨 정도 되는 미모였습니다! 신애 아가씨와도 비슷한 레벨이었습니다!”보디가드가 한참을 생각하다가 답했다. 그는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왜 눈앞의 여자들은 이상한 곳에 관심을 가지는 걸까? 여자는 도범이 이곳에 있나 없나를 묻기 위해 온 건데 눈앞의 아가씨들은 그 여자의 미모에 더욱 관심을 두고 있었다. 여기서 미모 대결을 할 것도 아닌데 말이다!“도범은 현재 이곳에 없고 오후나 되어야 올 것 같으니 돌아가라고 하거라!”용준혁이 답했다.“안 돼요. 저 도대체 누가 도범을 찾아온 건지 나가 봐야겠어요!”용신애가 잠시 고민하다가 결국 말을 꺼냈다.“저도 나가 봐야겠어요!”두 사람은 마음 한 편이 저릿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미모의 여성이라니! 설마 도범이 만나는 여자는 아니겠지?도범은 우수한 남자였기에 여자들이 그를 따르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그녀들은 지난번 경매장에서 그와 함께 있었던 그 부잣집 사모님 역시 도범과 은밀한 사이일 것이라고 생각했다.하지만 절대 도범이 그 부잣집 사모님의 후원을 받고 있는 건 아닐 것이다. 아마 그쪽에서 도범한테 딴마음을 품고 있고 도범은 그녀를 이성 친구 정도로 생각할 것이 분명했다.도범의 성격으로 보아 절대 다른 여자의 돈이나 받으며 살 것 같지는 않았다.곧바로 두 아가씨는 보디가드를 따라 대문에 도착했다.대문에는 새하얀 바탕에 꽃무늬가 새겨진 원피스 차림의 미녀가 서있었다. 여자가 싱긋 미소 지었다. 그 모습이 몹시 사랑스럽게 느껴졌는데 보는 사람에게 봄날의 따스함과 첫사랑을 떠올릴 법한 인상을 심어주었다.“신애 아가씨께서 어쩐 일로 나오셨나요? 도범 씨는요? 도범 씨는 여기 보디가드잖아요? 지금 출근 시간이죠? 도착하셨나요?”미녀는 용
“됐죠? 이제 그쪽 정체를 밝히시죠?”용일비가 언짢은 듯이 물었다.“나 못 알아보겠어요? 헤헤 신애 씨 저 제갈소진이에요. 설마 아직도 저를 못 알아보신 건 아니죠?”제갈소진이 배시시 웃으며 말했다.“제가 얼마 전에 도범 씨한테 프러포즈를 했었는데 거절당했었거든요. 하지만 그때의 저는 뚱뚱하고 못생겼으니까 거절당하는 것도 당연했죠. 시간이 조금 더 지나면 다시 한번 프러포즈 할 생각이에요. 지금 이 모습으로 고백하면 희망이 있을 수도 있으니까요!”“당신이 제갈소진이라고요?”용신애가 헉하고 숨을 들이켰다. 그녀는 눈을 비비며 자신이 잘못 본 건 아닌지 의심했다. 다시 한번 자신을 제갈소진이라고 밝힌 그녀를 자세히 훑어보았지만 완전히 다른 사람으로 느껴졌다.하지만 가만히 들여다보니 예전의 모습이 어느 정도 남아있는 듯했다. 그랬기에 그렇게 익숙한 사람인 것 같은 기분이 들었던 것이다.“세상에 병을 치료한 거예요? 살을 얼마나 뺀 거예요? 며칠 전에 봤을 때도 100kg는 되어 보였었는데?”용일비 역시 놀라긴 마찬가지였다. 그녀는 눈앞의 여자가 사기꾼은 아닌가 하는 의심마저 들었다.제갈소진의 말을 들어보니 이전에 그에게 프러포즈까지 했던 것 같았다. 그때 도범에게 거절을 당했지만 이제는 미녀로 거듭났으니 다시 한번 시도할 생각인 것이다.“치료했어요. 이게 다 도범 씨의 그 신과도 같은 의술 덕분이에요. 저한테 단약 세 알을 줬었는데 그걸 먹었더니 정말로 다이어트에 성공했어요. 진짜 최고예요. 저 정말로 도범 씨가 너무 좋아요. 도범 씨가 저한테 새로운 삶을 살 수 있게 해줬어요. 저한테 두 번째 봄날을 선사해 주셨죠!”제갈소진이 빨갛게 물든 얼굴로 부끄러운 듯이 설명했다.“신애 씨, 두 분이 저를 진중하지 못한 사람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죠. 하지만 저는 도범 씨가 정말로 완벽한 남자라고 생각해요!”“소진 씨, 도범 씨가 사람 좋은 건 알지만 소진 씨 말처럼 그 정도로 완벽하지는 않지 않아요?”용일비가 괴이한 표정을 지으며 조심스럽게 물었
그 시각 도범은 방금 새로 산 커다란 트렁크 두 개를 손에 들고 강호의 집 앞에 도착했다.“형님! 하하 드디어 오셨군요! 저랑 제 와이프가 목이 빠지게 기다렸어요!”강호가 문을 열어 도범을 확인한 후 큰 소리로 웃기 시작했다.“어서 들어오세요!”강호의 와이프 역시 곧장 달려와 도범을 맞이했다.그러다 곧바로 도범이 금방 산 것처럼 보이는 트렁크 두 개를 들고 있는 모습을 확인하고 의아해서 물었다.“형님 이건?”강호 역시 의아하긴 마찬가지였다. 혹시 도범이 이사를 올 생각인가?하지만 자신들의 집은 도범까지 들어와 살기에는 너무나 작았다.“하하 이곳까지 오는데 살게 마땅치 않아서, 이렇게 트렁크 두 개를 선물하려고 갖고 왔지!”도범이 호탕하게 웃으며 트렁크 두 개를 가볍게 들고 안으로 들어가서 한구석에 세워두었다.그들은 도범이 너무나 쉽게 트렁크를 들어 올리는 모습을 보고 빈 트렁크라고 생각했다.강호와 그의 와이프의 얼굴에 당황한 표정이 선명했다. 친구의 집에 오면서 이런 선물을 갖고 오는 사람은 처음이었다. 보통은 과일이나 담배 같은 걸 선물하지 않나?하지만 트렁크도 꽤나 좋아 보였고 이름있는 브랜드인 것 같았다. 아마 적지 않은 돈을 주고 샀을 법 했다.“형님 뭘 이런 걸 다 사 오셨어요. 저희 집에 오면서 무슨 선물을 다 사 와요!”강호가 웃으며 말했다. 그러다 시간을 확인하고 와이프한테 장을 보러 다녀오라고 했다.도범이 집안을 둘러보다가 침대 위에 누워있는 아이를 보고 물었다.“강호야 여기는 월세가 얼마나 돼?”강호가 어색하게 웃으며 답했다.“안 비싸요. 아마 중주에서 가장 싼 아파트일걸요. 한 달에 십만 조금 더 들어요. 저희 집은 원룸이라 싸요!”거기까지 말한 그가 쓴웃음을 짓기 시작했다.“형님도 알다시피 저희 두 사람 한 달에 많이 벌지는 못해요. 매달 나가는 돈도 있고, 저희 부모님이 몸이 불편하셔서 아직 병원에 계시거든요. 이제 내일이면 퇴원할 수 있어요. 최근 들어 두 분 병증이 심해지셔서 제 아내가 제대로 출
트렁크를 들어 올리려던 그녀는 트렁크가 제법 묵직한 것을 느꼈다. 힘을 살짝만 쓰면 들 수 있을 것 같던 트렁크가 꿈쩍도 하지 않는 것이다.“왜 이렇게 무겁지? 새로 산 트렁크 안에 물건이 있을 리도 없는데?”여자가 미간을 찌푸리며 의심스러운 듯이 말했다.그녀의 말을 들은 강호가 순간 무언가 떠오른 듯이 벌떡 자리에서 일어나 이마를 탁 쳤다.“아까 형님이 그러셨어. 명색에 자기가 내 형님인데 당연히 도울 수 있는 만큼 도와주겠다고!”그렇게 말한 그가 곧바로 달려와 트렁크를 땅에 눕히고 열어보았다.트렁크가 열어보니 그 안에 노란색 지폐가 한가득 담겨 있었다.“세상에 이게 다 얼마야! 저 태어나서 이렇게 많은 돈은 처음 봐요!”여자는 눈알이 튀어나올 정도로 깜짝 놀랐다.강호는 곧바로 남은 트렁크도 열어보았다. 그쪽에도 역시 노란색 지폐로 가득 채워져 있었다.“형님, 형님 도대체 얼마나 부자길래 우리한테 이 큰돈을 주는 겁니까?”강호가 털썩 바닥에 주저앉아 멍한 표정으로 트렁크 가득 채워져 있는 돈을 바라보았다. 그는 너무나 놀라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강호 씨 이 정도 돈이면 우리 평생 쓸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집을 사고 차까지 사도 엄청 많이 남을 것 같아요!”여자가 침을 꿀꺽 삼켰다. 그녀 역시 한참이 지나서야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그러게 말이야. 평생 쓰고도 남지. 형님도 참, 글쎄 이상하게 트렁크를 선물한다고 생각하긴 했는데 이제 보니 현금이 가득 담긴 트렁크였네!”“분명 카드로 주면 우리가 받지 않을 걸 알고 이렇게 주신 거야!”강호는 목이 메어 뭐라 말해야 좋을지 몰랐다. 도범은 그에게 실로 어마어마한 도움을 준 것이다.“여보 이제 우리 컵라면 그만 먹어도 되겠죠?”여자가 행복에 겨운 표정으로 미소를 지었다.“그래 이제 컵라면 안 먹어도 돼. 젠장 내일 당장 가서 사직서를 내고 집을 사러 가. 부모님이 퇴원하시면 앞으로 새로운 곳에서 함께 살 수 있어. 집도 사고 차도 사고 그리고 가게를 차리는 거야!”강호가 감
제갈소진의 말을 들은 서정의 표정이 묘하게 굳어졌다. 그녀가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제갈소진 아가씨 일전에 도범이한테 다시는 프러포즈 하지 않겠다고 약속하지 않으셨나요?”제갈소진이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그, 그때는 제가 진짜 못생겼으니까 도범 씨가 저를 거절하는 게 당연했죠. 하지만 이제 저 예뻐지기도 했고 도범 씨는 정말로 우수한 남자니까 다시 한번 도전해 보고 싶어요!”서정이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미소 지으며 말했다.“제갈소진 아가씨가 우리 도범이를 좋게 봐주셔서 너무 고마워요. 하지만 저는 제 아들을 잘 알고 있어요. 그 아이는 성격이 곧고 고집스러운 면이 있어서 그날 아가씨한테 마음이 없다고 했으면 아마 아가씨가 다시 한번 말한다고 해도 받아주지 않을 거예요. 그러니까 아가씨, 그 일이라면 도전하지 않는 게 좋을 것 같아요.”“어머님, 사실 저도 알고 있어요. 하지만 그래도 저는 한 번 더 시도해 보고 싶어요. 스스로 부딪혀 보아야 후회하지 않을 것 같아서 그래요!”제갈소진이 담담하게 웃더니 손뼉을 탁탁 쳤다. 그러자 보디가드 몇몇이 빠르게 다가와 준비해온 선물을 건넸다.“어떤 선물을 드리면 좋을지 몰라서 한 사람 하나씩 옥패를 준비해 봤어요. 마음에 드셨으면 좋겠어요”“수아는 아직 어리니까 아이한테 줄 선물로는 인형 몇 가지로 준비해 왔어요.”제갈소진이 웃으며 말했다.“세상에 제 것도 있어요?”장소연이 환하게 웃으며 옥패가 담긴 박스를 받아들고 안에 든 물건을 확인했다.“제갈소진 아가씨 이 옥패 엄청 좋아 보이는데 꽤 값나가지 않나요?”“저희 아가씨가 당신들을 위해 고른 옥패는 하나같이 2억 아래의 물건이 없습니다. 한 개당 2억이 넘는 귀한 옥이랍니다!”보디가드가 제꺽 답했다.“세상에 그렇게나 비싸다니. 제, 제갈소진 아가씨 이거 너무 과한 거 아닌가요?”장소연이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역시 돈 많은 사람 곁에 있으면 이렇게 좋은 점이 많았다.장소연은 이제야 박해일과 같은 남자 옆에서 꾸역꾸역 버텨온 보람이 있다고
“맞아요 맞아요. 어머님 말씀이 맞아요!”제갈소진이 활짝 미소 지으며 마지막으로 한 마디 더 남겼다.“그럼 부탁드릴게요. 저는 이만 돌아가 보겠어요.”“아가씨 점심 식사라도 하시고 가지 왜 벌써 가세요?”나봉희가 예의적으로 물었다.“아니에요 어머님, 나중에 또 봬요!”제갈소진이 고개를 돌려 미소 짓더니 빠르게 사람들과 함께 자리를 떠났다.“당신도 정말, 돈에 눈이라도 먼 거야?”제갈소진이 떠난 후 박영호가 씩씩거리며 말했다.“도범은 당신 사위야. 지금 자기 사위한테 다른 여자를 소개해 준다고? 세상에 당신과 같은 장모는 다시없을 거야!”“당신이 뭘 알아!”나봉희가 싸늘하게 굳은 표정으로 말했다.“다른 여자가 도범의 둘째 부인으로 들어오겠다고 하면 어림도 없지. 나도 절대 동의하지 않을 거야. 하지만 저 아가씨라면 말이 다르지. 무려 제갈 가문의 아가씨라고!”거기까지 말한 나봉희가 잠시 말을 멈추고 숨을 고르다가 이어서 말했다.“생각해 봐. 무려 사대가문 중 하나라고. 네 개 밖에 없는 일류가문 중의 하나라고 알아? 얼마나 돈이 많겠어? 그리고 지금 제갈소진이 얼마나 예뻐졌어. 귀한 신분에 도범의 둘째 부인이 되겠다고 자처까지 하고 있는데 이렇게 좋은 일을 왜 마다해? 마다하는 사람이 바보지!”“하하 이러고도 돈을 사랑하지 않는다고? 내가 봤을 때 당신은 돈에 미쳤어!”박영호가 걸음을 옮겨 옆에 놓인 돌 의자에 앉았다. 그리고 담배를 꺼내 불을 붙였다. 그의 표정이 볼품없이 구겨져있었다.자신은 박시율의 아버지였다. 아버로서 당연히 자기 딸이 다른 여자와 한 남자를 공유하는 것을 바랄 리가 없었다.심지어 도범은 일전에 이미 제갈소진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태도를 밝힌 상황이었다. 그런데 어떻게 그 둘을 이어주는 일에 가담할 수 있단 말인가?“맞아요 사부인. 아이들 일에 우리까지 나설 필요가 있겠어요? 자기들 일은 본인들이 알아서 처리하게 내버려 두자고요. 이제 도범의 월급이 적지도 않으니까 우리 한 일, 이 년 만 더 버티면 분명 부
모자가 쌍으로 설득하는 모습에 서정도 더 이상 뭐라 하면 좋을지 몰라 그저 적당하게 맞춰서 답했다.“할 수 있는 만큼 시도해 볼게요. 말을 하고 나서 아이들이 어떤 생각을 가질지는 아이들 문제죠. 어쨌든 이건 저희가 아이들 대신 결정할 문제가 아니니까요!”“맞아요 사부인, 그게 맞죠. 우리가 아이들 대신 결정을 내릴 수는 없어도 우리 아들의 미래가 걸린 일인데 최대한으로 설득해야죠 안 그래요?”나봉희는 서정이 허락하자 활짝 미소 지었다. 심지어 아주 친절하게 사부인하고 부르기까지 했다.서정이 미소 지으며 더 이상 답변하지 않았다.그 시각 이화당 내부의 커다란 대청에는 열몇 가까이 되는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하나같이 이화당의 최고위층 인사들이었다.그중 한 중년 남자가 굳은 표정으로 한참을 침묵하다가 그제야 입을 열었다.“우리 쪽 사람들은 이제 다 돌아왔습니다. 불행히도 어젯밤 성 밖의 숲에서 죽은 삼백여 명의 사람들은 모두 우리 이화당 사람들이었습니다. 삼백여 명중 한 사람도 살아있는 자가 없었습니다. 그중에는 대머리도 있었습니다.”“뭐라고요? 대머리가 죽었다고요?”다른 한 여자가 너무 놀라 얼굴이 다 하얗게 질렸다. 그녀 역시 고수 중 한 명이었다. 그녀와 대머리, 그리고 다른 두 명의 늙은이까지 네 사람을 이화당의 사대 고수라고 불렀었는데 이화당을 일으켜 세운 장본인들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네 사람 모두 엄청 강한 실력자들이었다. 그 네 사람들이 있었기에 이화당이 중주에서 꽤 실력 있는 당파 중 하나로 불릴 수 있었다.그들한테는 그 정도의 실력이 있었다.두 늙은이가 시선을 부딪혔다. 그들 역시 믿을 수 없다는 듯이 서로를 바라보고 있었다.“도대체 누구야? 누가 그렇게 강한 실력을 가졌어? 설마 우리 쪽 사람이 대단한 군대장을 건드리기라도 한 거야?”한참을 생각하던 늙은이가 겨우 자신의 추측을 밝혔다.“그러게 말이야. 대머리에 삼백여 명의 우리 이화당 식구까지 있었어. 당연히 군대장 정도의 전투력을 가진 자만이 쓰러뜨릴 수 있
“드디어 출근을 하셨네요. 엄청난 볼 거리를 놓지 게 되어서 참으로 안타깝네요!”도범이 들어오는 모습에 거실에서 커피를 마시고 있던 용신애와 용일비가 어딘가 뾰족해진 말투로 한 마디 했다.“엄청난 볼 거리요? 그게 뭡니까?”도범이 잠깐 당황하더니 소파에 앉으며 물었다.“어떤 어마어마한 미녀가 찾아왔었어요. 그리고 당신을 좋아해서 당신한테 시집가고 싶다고 하던데요?”용일비가 말했다.“몰랐는데 당신 음침한 구석이 있었네요!”“어마어마한 미녀? 내가 아는 사람입니까?”도범이 당황해서 물었다.“제가 알고 있는 미녀라면 여기 있는 아가씨 두 분과 제 와이프밖에 없는데요. 아 참, 여전신 장진도 있네요. 하지만 여기 있는 아가씨들은 당연히 아닐 거고 여전신일 리도 없고, 제 와이프는 이미 저한테 시집와서 그런 말을 할 리가 없을 텐데. 도대체 누구죠?”“제갈소진 말이에요. 당신이 그녀의 다이어트를 도왔다면서요? 이제 다이어트에 성공해서 엄청난 미녀로 거듭났던데요!”용신애가 쓴웃음을 지었다.“그녀가요?”제갈소진이라는 이름을 들은 도범의 표정이 괴이하게 이그러졌다.“그녀라면 됐습니다. 이미 지난번에 그녀한테 그녀의 마음을 받아줄 생각이 없다고 확실히 대답했고 그녀도 저한테 다이어트에 성공하면 다시는 저를 귀찮게 하지 않을 거라고 약속했습니다!”도범의 말에 용신애와 용일비는 왠지 기쁜 마음이 들었다.그러나 용일비는 애써 자신의 마음을 모른척하며 말을 이었다.“당신은 다이어트 이전의 그녀를 거절했잖아요. 다이어트를 마친 그녀의 아름다운 미모를 보게 되면 군침을 뚝뚝 흘리게 될지 누가 알겠어요!”“허허 군침까지 흘릴 정돕니까? 과장이 심한 것 같네요!”도범이 허허 웃으며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이 답했다.“그녀는 지금 진짜 어마어마하게 예뻐진걸요. 몸매도 엄청나요. 보는 사람에게 첫사랑 같은 싱그러운 느낌을 준다니까요!”용일비는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몰라 자신이 느꼈던 감정 그대로 설명했다.“그래도 저와는 상관없는 일입니다. 어차피 저는 그녀를
“풍린수의 가장 큰 약점은 지능이 낮다는 거야. 이들은 그렇게 많은 꾀를 부리지 않기 때문에 무사들이 조금만 머리를 쓰면, 버티기만 해도 풍린수를 처치할 수 있지.”삼각눈의 남자는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혹시 구록종이 무슨 종문인지조차 모르는 건 아니겠지? 방금 구록종을 언급했을 때, 네 표정이 어찌나 비웃음이 깃든지 말이야. 중주에 어떤 강력한 종문들이 있는지조차 모르는 거 아니야? 넌 정말 중주 출신이 맞긴 한 거냐?”이 일련의 의심에 삼각눈을 가진 남자는 점점 오수경을 변두리에서 나온 우물 안 개구리라 여겼다. 그렇지 않다면 그런 말을 할 리 없었다. 오수경은 무심코 입꼬리가 바들바들 떨렸다. 이제야 도범이 왜 침묵을 즐기는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이들과 다투는 것은 시간 낭비일 뿐이었다. 애초에 오수경은 이들과 말다툼을 할 생각조차 없었지만, 이제는 이들이 오수경을 끝없이 몰아붙이고 있었다.오수경은 인상을 찌푸린채 말했다.“물론 구록종은 중주 7품 종문 중 하나로, 그중에서도 손꼽히는 강자라는 것을 잘 알고 있지.”그러자 삼각눈을 가진 남자는 오수경의 말을 듣고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그런데 왜 내가 구록종을 언급했을 때, 네 얼굴에는 비웃음이 서린 거냐?”오수경은 미간을 찌푸린채 되묻고 싶었다.‘네가 어떻게 내 얼굴 표정을 그렇게 자세히 본 거야? 난 내 얼굴에 어떤 표정이 있는지도 몰라.’이 삼각눈을 가진 남자는 모든 걸 알고 있는 듯했다.오수경은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 목소리를 높여 이들과 싸우려는 순간, 도범이 오수경을 막았다. 그러자 도범이 일부러 목소리를 낮추지 않고 말했다.“이 사람들과 싸워서 뭐하겠어? 저들과 싸우는 건 네 시간만 낭비하는 거야. 이들은 네가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할 수 없는 사람들이야.”이 말에 주위는 순간 조용해졌다. 도범은 지금까지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아 사람들이 도범을 허세 부리지 않는 사람으로 생각했으나, 도범의 말은 그들의 예상과는 완전히 달랐다.오수경도 이미 충분히 오만했지만
“역시 숲이 크면 별의별 새가 다 있는 법이지. 거울이라도 보고, 자신이 어떤 존재인지 알아봐야 할 텐데, 감히 그런 말을 하다니.”그 중 한 명이 손가락으로 앞쪽에 서 있는 흰 옷을 입은 사람을 가리키며 말했다.“저기 흰옷 입은 사람 보이지? 저 사람은 구록종 출신으로 친전 제자야. 그런데도 30분이 되서야 겨우 수정구를 파란색으로 바꿨다구! 방금 그렇게 큰소리쳤으니, 네 옆에 있는 이 친구가 첫 번째 관문을 통과해서 보라색 수정구를 파란색으로 바꾸는 데 얼마나 걸리는지 한 번 볼까?”다른 사람도 거들며 말했다.“그래, 말 좀해봐. 네가 그렇게 치켜세운 저 친구가 보라색에서 파란색으로 바꾸는 데 얼마나 걸릴 것 같아?”주변 사람들은 이 상황을 재미있어하며 오수경을 계속 몰아세웠다. 그들은 오수경에게 도범이 첫 번째 관문을 통과하는 데 걸리는 시간을 말하라고 강요하며, 주변 사람들이 얼마나 오랜 시간이 걸렸는지까지 구체적으로 언급했다.이들 대부분은 6품 종문이나 자유 무사 출신으로, 첫 번째 관문을 통과하는 데 최소 4시간이 걸렸다. 출신이 뛰어난 천재들과는 비교조차 되지 않았다.처음에는 오수경이 이들과 대화할 생각이 전혀 없어서 입을 꾹 다물고 인상을 쓰며 침묵을 지켰다. 그러나 이들은 끈질기게 질문을 던지며 진실을 밝히지 않으면 물러서지 않겠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오수경은 도범에게 도움을 구하는 눈빛을 보냈지만, 도범은 눈썹을 살짝 치켜올리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네가 만든 일이니 네가 해결해.”도범은 오수경이 이미 여러 번 경솔하게 발언해 문제를 일으킨 적이 있기 때문에, 매번 오수경의 뒤처리를 해줄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오수경은 어쩔 수 없다는 듯 한숨을 쉬고, 계속되는 질문에 결국 고개를 들어 크게 말했다.“저 사람들이 30분이 걸린다면, 도범 오빠는 15분이면 충분해!”오수경은 어차피 모든 것을 걸고 말하기로 했다. 이 사람들은 정말 짜증나는 존재들이었기 때문이다. 오수경의 말이 끝나자마자, 주위 사람들은 오수경의 말에 반
두 마리의 풍린수를 처치하면 수정구는 파란색에서 청색으로 변하게 된다. 그때 무사는 몇 배나 강력해진 풍린수와 마주하게 되며, 이 마지막 풍린수를 처치해야만 4층을 통과하여 5층에 진입할 자격을 얻게 된다.도범의 설명을 들은 오수경은 미간을 찌푸린채 되물었다.“그러니까 4층은 사실 세 단계로 나뉜다는 말이지? 수정구의 색이 변할 때마다 단계를 하나씩 통과하는 거야. 총 세 가지 색이 있는 셈이니까, 5층으로 가려면 세 번을 모두 통과해야 하네.”도범은 고개를 끄덕였고, 오수경은 손가락을 꼽아가며 말했다.“즉, 네 마리의 풍린수를 상대해야 한다는 거지. 첫 번째 풍린수는 상대적으로 약하고, 두 번째와 세 번째 풍린수는 좀 더 강해지지만, 가장 강력한 풍린수는 마지막 한 마리라는 거군. 이 마지막 풍린수를 처치해야 비로소 통과가 완료되는 거네.”도범은 다시 한번 고개를 끄덕였다. 오수경의 정리가 꽤나 명확했다. 오수경은 5층으로 순조롭게 진입하려면 이 절차를 그대로 따라야 한다. 네 마리의 풍린수를 모두 처치해야만 5층으로 올라갈 수 있었다.오수경은 웃으며 말했다.“4층은 도범 오빠에게 전혀 어려운 일이 아니겠네. 그 무슨 풍린수라는 것도 결국 선천 후기에 불과하니까 말이야.”이 말을 끝내기도 전에, 도범이 답하기도 전에 주위의 사람들이 참지 못하고 들고 일어섰다. 그들이 일부러 사람이 적은 곳을 선택하긴 했지만, 그래도 많은 사람이 모여 있는 곳이었다. 그리고 오수경의 말이 크게 들리자 주변 사람들이 주의를 기울이게 된 것이다.이때, 눈이 삼각형 모양인 한 사내가 오수경의 말을 듣고 냉소를 터뜨렸다.“너는 저 녀석의 부속인이겠지? 어디서 그런 배짱을 얻었길래 그런 말을 할 수 있는 거냐? 마치 4층이 이 어린 녀석에게는 쉬운 일인 것처럼.”그러자 삼각눈 사내 옆에 서 있던 백색 옷을 입은 남자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저 사람은 말이 너무 과장된 것 같아. 풍린수가 얼마나 상대하기 어려운 상대인지 전혀 모르는 것 같은데, 그냥 입만 뻐끔했
도범은 한숨을 내쉰 후 다시 입을 열었다.“네가 오양수와 대결할 때, 나는 곽치홍이 너희 두 사람의 싸움을 계속 지켜보는 것을 발견했어. 그래서 곽치홍을 주시하고 있었는데, 나중에 곽치홍도 내가 본인을 보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지. 하지만 내가 너무 멀리 있어서 곽치홍의 표정을 자세히 볼 수 없었어. 그런데 곽치홍이 나를 쳐다볼 때, 마치 독사에게 주시당하는 느낌이 들었어. 네가 전에 말했던 게 맞아, 곽치홍은 분명 우리에게 적대감을 품고 있어.”도범은 고개를 끄덕였다. 곽치홍이 등장한 이후로, 온갖 의문들이 곽치홍의 마음속에 떠올랐다. 이전에 장로들이 했던 말은 전부 믿을 수 없었고, 이 안에 더 큰 비밀이 숨어 있을 게 틀림없었다.도범이 숨을 고르고 막 입을 열려던 순간, 오수경이 먼저 말했다.“네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알아. 나를 위로하려고 하지 마, 이제 다 이해했어. 내가 전에 했던 충동적인 행동들이 너에게 폐를 끼쳤다는 걸 알아. 앞으로는 항상 이 점을 명심하고, 더 이상 너에게 폐를 끼치지 않을 거야.”오수경의 이 말을 듣고 나니 도범은 한결 마음이 놓였다. 오수경은 단순한 순진한 바보였고, 팔 다리는 튼튼하지만 머리는 물에 잠긴 것 같아 항상 충동에 휘둘렸다. 하지만 이번 일을 겪고 나서 오수경도 자신을 돌아보게 되었다.그렇게 말하고 나서 오수경은 마치 무거운 짐을 내려놓은 듯 편안해졌다. 두 사람은 함께 4층으로 발을 내디뎠다.그곳은 희미한 빛으로 덮인 광활한 초원이었다. 초원 위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는데, 대부분은 풀밭 위에 가부좌를 틀고 앉아 손에 든 수정구를 받쳐 들고 있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눈을 감고 명상하는 것처럼 보였고, 소수의 사람들은 낮은 목소리로 무엇인가를 이야기하고 있었다.분위기는 침묵과 압박감이 공존했다. 누군가가 이야기를 한다 해도 일부러 목소리를 낮췄다. 여기가 바로 천엽7현탑의 4층이었으며, 겉보기에는 환상 세계와도 같았다.오수경은 눈을 깜빡이며 도범의 손에 들린 보라색 수정구를 한 번
이 말을 들은 오수경은 고개를 저으며 완강히 거부했다.“나는 3층에 남고 싶지 않아. 도범 오빠가 4층을 돌파하면, 분명히 5층도 갈 거잖아. 천엽 7현대는 총 7층인데, 도범 오빠가 7층까지 돌파할 수도 있잖아? 그럼 도범 오빠는 다른 곳으로 바로 전송될지도 모르는데, 그러면 나 혼자 3층에 남게 되잖아. 그땐 난 어떻게 해야 하지?”도범은 오수경의 말을 듣고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오수경의 걱정도 일리가 있었다. 만약 도범이 정말 7층까지 한 번에 돌파한다면, 천엽 7현대는 자신을 완벽한 도전자로 간주할 가능성이 높았고, 보상을 주고 다른 곳으로 전송할 수도 있었다.그렇게 되면 오수경을 홀로 남겨두게 되는데, 도범과 다시 만날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었다. 여러 가지로 생각한 끝에, 도범은 여전히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한편, 오수경은 도범이 망설이는 모습을 보고 조급해졌다. 오수경은 도범의 팔을 잡으며 간절히 말했다.“난 도범 오빠의 인맥으로 천엽성에 들어온 거야. 인맥으로 들어온 만큼, 나는 어떠한 도전도 직면하지 않을 거고, 그저 도범 오빠만 따라가면 계속 위로 올라갈 수 있어. 어떤 위험이 닥치더라도, 나는 절대 혼자서 떠나지 않을 거야. 정말 운 나쁘게 여기서 죽더라도, 제가 감수해야 할 일이니까.”오수경의 이 말은 진심이었다. 도범을 처음 만난 이후, 오수경은 자신의 인생이 위험과 맞물려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하지만 그건 자신이 바꿀 수 없는 일이었다.다른 것은 판단할 수 없었지만, 한 가지는 확실했다. 도범은 매우 신뢰할 만한 사람이었고, 그 뒤를 따라가야만 생존의 가능성을 얻을 수 있었다. 오수경은 이곳에서의 2년을 버텨내어 바라문 세계를 떠나, 자금단방으로 돌아가 다시는 나오지 않기를 바랐다.도범은 오수경의 결심을 확인하자, 마침내 고개를 끄덕였다. 두 사람은 함께 걸음을 옮겨 4층의 입구에 도착했다. 그곳에는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고, 모두가 다소 망설이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미래의 운명을 예측할 수 없기에 그들
도범은 냉소를 띠며 말했다.“전 당신과 싸울 생각 없어요. 다만 한 가지 중요한 일을 잊고 있는 건 아닌지 생각나게 해주러 왔을 뿐이죠.”도범의 말에 민경운은 순간 얼어붙었다. 민경운은 잠시 고민하며 무슨 의미인지 되새겼고, 이내 도범이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 깨달았다. 바로 얼마 전 자신과 도범 사이에 벌어진 내기 때문이었다.그 순간, 민경운의 가슴은 마치 여러 개의 큰 돌이 짓누르는 듯 답답해졌다. 그러나 민경운은 이를 갈며 분노를 삼켰다. 애초에 민경운은 도범이 절대로 이번 대결에서 이길 수 없을 것이라 확신하고 내기를 걸었던 것이다.민경운은 도범이 처참하게 패배할 것이라 생각했고, 자신의 손에 들어올 19만 영정을 기대했었다. 그러나 예상치 못하게 결과는 정반대였다. 도범이 승리한 것이다.이때, 도범은 손을 내밀며 말했다.“빨리 돈을 내세요. 저도 할 일이 있거든요. 그러니 제 시간 뺏지 마세요. 원래 9만 개의 영정으로 내기를 시작했는데, 본인이 10만 개를 더 얹어 19만 개의 영정으로 만든 거잖아요. 그러니 빨리 결제해요.”도범의 이 말에 민경운은 가슴이 터질 듯했다. 상황은 정말로 도범이 말한 대로였다. 도범은 9만 개의 영정으로 내기를 제안했고, 민경운은 도범이 분명히 패배할 것이라 생각하여 곧바로 10만 개를 더해 19만 개로 올렸다. 하지만 결국 자신의 발등을 찍고 말았다.지금 민경운은 자기 뺨을 세게 때리고 싶은 심정이었다. 9만 개의 영정은 민경운에게 꽤나 큰 금액이지만, 19만 개의 영정은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였다. 그러나 두 사람은 이미 계약을 체결했기 때문에 민경운이 이를 되돌릴 방법은 없었다. 만약 민경운이 결제하지 않으면 계약이 곧바로 발동하여, 결국에는 영혼의 역반작용으로 이어지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이후의 일은 의외로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오양수는 원건종의 제자들을 들것에 실어 나갔고, 도범은 마침내 세 번째 영패를 손에 넣었다. 이번 영패는 조금 특이하여 입탑 영패가 아닌 출성 영패로 바뀌어 있었다.이
관중석에는 각양각색의 무사들이 섞여 있었고, 불량배들도 많았다. 평소에 거리에서 욕을 퍼붓기 좋아하는 이들은 이제야 자신들의 능력을 마음껏 발휘할 기회를 찾은 듯, 원건종의 제자들에게 온갖 욕설을 퍼부었다.일부 사람들은 진원을 목에 운용하여 의도적으로 목소리를 크게 했다. 다른 사람들이 듣지 못할까 봐 걱정이라도 되는 듯, 그들은 더욱 큰 소리로 온갖 더러운 말을 쏟아냈다. 이로 인해 도범의 귀는 무척이나 시끄러웠고, 고통스러울 정도였다.도범은 자신과 원건종의 제자들 사이에 오간 몇 마디 대화가 이렇게 사람들을 폭발시키게 될 줄은 몰랐다. 또한, 도범은 어쩔 수 없다는 듯 한숨을 쉬며 이런 싸움은 결국 아무런 결론도 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몸싸움을 할 수도 없고, 계속 말다툼만 이어질 뿐이었다.그래서 도범은 더 이상 들으려 하지 않고, 대련 무대의 한쪽 가장자리로 가서 조용히 서 있기로 했다. 도범은 아직 오양수를 죽일 생각이 없었다. 오양수가 자신에게 했던 그 약속, 즉 죽음보다 더한 고통을 그대로 돌려주고 싶었기 때문이다.시간은 조금씩 흘러갔고, 싸움 소리는 계속해서 끊이지 않았다. 마침내 오양수의 몸부림이 점점 약해지고, 장벽이 완전히 해제되자 원건종의 제자들이 한꺼번에 몰려가서 오양수를 부축했다.한편, 진태산은 눈살을 찌푸린 채 오양수의 코에 손을 대 그의 호흡을 확인했다. 비록 오양수는 아직 숨을 쉬고 있었지만, 그 호흡은 매우 미약했다.민경운은 급하게 자신의 보관 반지에서 여러 개의 단약을 꺼내 오양수의 입에 넣었다. 그러나 이 단약들은 오양수의 현재 상태를 치료하기에는 전혀 효과가 없었다. 방금 도범이 사용한 참멸현공이 오양수의 영혼을 완전히 찢어놓았기 때문이다.영혼이 찢어진 상태에서 내상을 치료하는 단약이 효과가 있을 리 없었다. 따라서 민경운이 오양수에게 많은 단약을 먹였지만, 오양수의 상태는 전혀 나아지지 않은 것이다. 민경운은 점점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만약 오양수가 정말로 이 사건으로 인해 죽는다면, 그들 모두 책임을
“맞아! 당장 우리 오양수 선배를 풀어줘! 양수 선배에게 무슨 일이 생기기라도 하면, 너는 천번 만번 죽임을 당할 거야! 오양수 선배는 도민수 선배가 아니야. 네가 도민수 선배를 죽음 직전까지 몰고 갔을 때는 우리도 나서서 협상할 여지가 있었어.그러나 네가 오양수 선배를 진짜로 죽음 직전까지 몰고 간다면, 염라대왕이라도 너를 보호할 수 없을 거야! 바라문 세계를 벗어나는 순간, 너는 원건종의 끝없는 추격을 받게 될 거야!”바깥에서 들려오는 원건종 제자들의 고함과 욕설은 도범의 귀에 전부 들렸다. 이는 이미 예상된 일이었기에 도범은 일말의 두려움도 느끼지 않았다.원건종은 일반적인 자유 무사들에게 충분한 위압감을 줄 수 있지만, 도범에게는 그렇게 중요한 상대가 아니었다. 원건종이 무엇이건, 자신의 힘이 충분히 강하다면 더 강력한 종문에 가담할 수 있을 테니, 원건종이 손해를 본다고 해도 도범으로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이다.게다가 이번 일은 처음부터 끝까지 원건종이 문제를 일으킨 것이었다. 도범은 결코 선을 넘는 행동을 하지 않았고 원건종 쪽에서 여러 번 도발하지 않았다면, 도범 역시 이들과 싸울 이유가 없었을 것이다.잠시 후, 도범은 차가운 웃음을 지으며 원건종의 제자들을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일부러 목소리를 높여 말했다.“원건종 제자들, 잘 들어! 8품 종문 출신이라는 이유로 제멋대로 행동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마. 처음부터 끝까지 문제를 일으킨 건 너희들이었잖아. 그런데 패배하고 나니 이제와서 나를 협박하는 거야?만약 너희들이 먼저 건드리지 않았다면, 나 역시 너희들과 엮일 생각이 전혀 없었을 거야. 즉, 너희들은 본인들의 강력한 종문을 배경을 믿고 제멋대로 행동해도 된다고 착각하는 거야. 하지만 나는 너희들의 그런 행태를 전혀 묵인할 생각 없어!”도범의 이 말은 관중석에서 큰 박수갈채를 일으켰다. 관중들은 도범이 그들 마음속에 담아둔 말을 대신 말해준 것 같아 고무되었다. 이들 고급 종문의 제자들은 항상 약한 무사들 앞에서만 무력을 과시하며, 이
“오양수는 원건종의 친전 제자 아닌가요? 그런데 어떻게 이렇게 약할 수 있죠?”“당신 바보 아니에요? 이건 오양수이 약한 게 아니라 도범이 너무 강한 거에요! 아까도 말했잖아요? 빙봉천리는 지급 상급 무기에요. 여기 있는 사람들 중에 몇이나 지급 상등 무기를 수련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런데 도범이 빙봉천리를 부순다는 건, 도범의 무기가 오양수의 무기보다 강하다는 걸 의미해요!”“설마 도범이 천급 무기를 수련한 건가요?”이 말이 나오자마자, 주변의 거의 모든 이들이 단번에 부정했다.“미쳤어요? 무슨 말이든 막하네요. 천급 무기가 어떤 개념인지 알고나 하는 소리에요? 수련 경지가 고신경에 도달했거나, 혹은 특별한 재능을 지닌 영천 경지 후기에 이르러야만 천급 무기를 수련할 수 있는 가능성이 생기는 거에요.그리고 여기 있는 사람들은 모두 바라문 세계의 규칙을 지켜야만 이곳에 들어올 수 있고요. 나이도 60세를 넘지 않아야 하죠. 그렇다면 60세가 넘지 않은 사람이 천급 무기를 수련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그렇네요! 아마도 지급 상급 무기를 수련한 거겠죠. 도범이 오양수를 이길 수 있었던 이유는 도범이 지급 하급 무기를 대원만 단계까지 수련했기 때문일 거에요.”“만약 그게 사실이라면, 도범의 재능은 정말 두려운 수준이네요. 8품 종문의 친전 제자조차 도범의 상대가 될 수 없다는 거잖아요!”“이번에 바라문 세계에 온 보람은 있네요. 이렇게 많은 천재들을 직접 눈으로 볼 수 있다니.”오양수와 관련 없는 관중들은 이런 논의를 흥미롭게 이어갔다. 이전에 도범을 비하하던 사람들도 이제는 도범을 칭찬하며, 도범을 백 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천재라고 말하기 시작했다.8품 종문의 친전 제자들도 대수롭지 않게 여겼지만, 원건종의 제자들은 차분할 수가 없었다. 처음에는 관중석에서 편안하게 앉아있던 그들은, 도범이 빙봉천리를 단칼에 베어내는 모습을 보고는 그만 입을 다물고 경악을 감추지 못했다.지금 오양수가 이렇게 극심한 고통을 겪는 걸 보니, 분명 도범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