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갈소진의 말을 들은 서정의 표정이 묘하게 굳어졌다. 그녀가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제갈소진 아가씨 일전에 도범이한테 다시는 프러포즈 하지 않겠다고 약속하지 않으셨나요?”제갈소진이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그, 그때는 제가 진짜 못생겼으니까 도범 씨가 저를 거절하는 게 당연했죠. 하지만 이제 저 예뻐지기도 했고 도범 씨는 정말로 우수한 남자니까 다시 한번 도전해 보고 싶어요!”서정이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미소 지으며 말했다.“제갈소진 아가씨가 우리 도범이를 좋게 봐주셔서 너무 고마워요. 하지만 저는 제 아들을 잘 알고 있어요. 그 아이는 성격이 곧고 고집스러운 면이 있어서 그날 아가씨한테 마음이 없다고 했으면 아마 아가씨가 다시 한번 말한다고 해도 받아주지 않을 거예요. 그러니까 아가씨, 그 일이라면 도전하지 않는 게 좋을 것 같아요.”“어머님, 사실 저도 알고 있어요. 하지만 그래도 저는 한 번 더 시도해 보고 싶어요. 스스로 부딪혀 보아야 후회하지 않을 것 같아서 그래요!”제갈소진이 담담하게 웃더니 손뼉을 탁탁 쳤다. 그러자 보디가드 몇몇이 빠르게 다가와 준비해온 선물을 건넸다.“어떤 선물을 드리면 좋을지 몰라서 한 사람 하나씩 옥패를 준비해 봤어요. 마음에 드셨으면 좋겠어요”“수아는 아직 어리니까 아이한테 줄 선물로는 인형 몇 가지로 준비해 왔어요.”제갈소진이 웃으며 말했다.“세상에 제 것도 있어요?”장소연이 환하게 웃으며 옥패가 담긴 박스를 받아들고 안에 든 물건을 확인했다.“제갈소진 아가씨 이 옥패 엄청 좋아 보이는데 꽤 값나가지 않나요?”“저희 아가씨가 당신들을 위해 고른 옥패는 하나같이 2억 아래의 물건이 없습니다. 한 개당 2억이 넘는 귀한 옥이랍니다!”보디가드가 제꺽 답했다.“세상에 그렇게나 비싸다니. 제, 제갈소진 아가씨 이거 너무 과한 거 아닌가요?”장소연이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역시 돈 많은 사람 곁에 있으면 이렇게 좋은 점이 많았다.장소연은 이제야 박해일과 같은 남자 옆에서 꾸역꾸역 버텨온 보람이 있다고
“맞아요 맞아요. 어머님 말씀이 맞아요!”제갈소진이 활짝 미소 지으며 마지막으로 한 마디 더 남겼다.“그럼 부탁드릴게요. 저는 이만 돌아가 보겠어요.”“아가씨 점심 식사라도 하시고 가지 왜 벌써 가세요?”나봉희가 예의적으로 물었다.“아니에요 어머님, 나중에 또 봬요!”제갈소진이 고개를 돌려 미소 짓더니 빠르게 사람들과 함께 자리를 떠났다.“당신도 정말, 돈에 눈이라도 먼 거야?”제갈소진이 떠난 후 박영호가 씩씩거리며 말했다.“도범은 당신 사위야. 지금 자기 사위한테 다른 여자를 소개해 준다고? 세상에 당신과 같은 장모는 다시없을 거야!”“당신이 뭘 알아!”나봉희가 싸늘하게 굳은 표정으로 말했다.“다른 여자가 도범의 둘째 부인으로 들어오겠다고 하면 어림도 없지. 나도 절대 동의하지 않을 거야. 하지만 저 아가씨라면 말이 다르지. 무려 제갈 가문의 아가씨라고!”거기까지 말한 나봉희가 잠시 말을 멈추고 숨을 고르다가 이어서 말했다.“생각해 봐. 무려 사대가문 중 하나라고. 네 개 밖에 없는 일류가문 중의 하나라고 알아? 얼마나 돈이 많겠어? 그리고 지금 제갈소진이 얼마나 예뻐졌어. 귀한 신분에 도범의 둘째 부인이 되겠다고 자처까지 하고 있는데 이렇게 좋은 일을 왜 마다해? 마다하는 사람이 바보지!”“하하 이러고도 돈을 사랑하지 않는다고? 내가 봤을 때 당신은 돈에 미쳤어!”박영호가 걸음을 옮겨 옆에 놓인 돌 의자에 앉았다. 그리고 담배를 꺼내 불을 붙였다. 그의 표정이 볼품없이 구겨져있었다.자신은 박시율의 아버지였다. 아버로서 당연히 자기 딸이 다른 여자와 한 남자를 공유하는 것을 바랄 리가 없었다.심지어 도범은 일전에 이미 제갈소진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태도를 밝힌 상황이었다. 그런데 어떻게 그 둘을 이어주는 일에 가담할 수 있단 말인가?“맞아요 사부인. 아이들 일에 우리까지 나설 필요가 있겠어요? 자기들 일은 본인들이 알아서 처리하게 내버려 두자고요. 이제 도범의 월급이 적지도 않으니까 우리 한 일, 이 년 만 더 버티면 분명 부
모자가 쌍으로 설득하는 모습에 서정도 더 이상 뭐라 하면 좋을지 몰라 그저 적당하게 맞춰서 답했다.“할 수 있는 만큼 시도해 볼게요. 말을 하고 나서 아이들이 어떤 생각을 가질지는 아이들 문제죠. 어쨌든 이건 저희가 아이들 대신 결정할 문제가 아니니까요!”“맞아요 사부인, 그게 맞죠. 우리가 아이들 대신 결정을 내릴 수는 없어도 우리 아들의 미래가 걸린 일인데 최대한으로 설득해야죠 안 그래요?”나봉희는 서정이 허락하자 활짝 미소 지었다. 심지어 아주 친절하게 사부인하고 부르기까지 했다.서정이 미소 지으며 더 이상 답변하지 않았다.그 시각 이화당 내부의 커다란 대청에는 열몇 가까이 되는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하나같이 이화당의 최고위층 인사들이었다.그중 한 중년 남자가 굳은 표정으로 한참을 침묵하다가 그제야 입을 열었다.“우리 쪽 사람들은 이제 다 돌아왔습니다. 불행히도 어젯밤 성 밖의 숲에서 죽은 삼백여 명의 사람들은 모두 우리 이화당 사람들이었습니다. 삼백여 명중 한 사람도 살아있는 자가 없었습니다. 그중에는 대머리도 있었습니다.”“뭐라고요? 대머리가 죽었다고요?”다른 한 여자가 너무 놀라 얼굴이 다 하얗게 질렸다. 그녀 역시 고수 중 한 명이었다. 그녀와 대머리, 그리고 다른 두 명의 늙은이까지 네 사람을 이화당의 사대 고수라고 불렀었는데 이화당을 일으켜 세운 장본인들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네 사람 모두 엄청 강한 실력자들이었다. 그 네 사람들이 있었기에 이화당이 중주에서 꽤 실력 있는 당파 중 하나로 불릴 수 있었다.그들한테는 그 정도의 실력이 있었다.두 늙은이가 시선을 부딪혔다. 그들 역시 믿을 수 없다는 듯이 서로를 바라보고 있었다.“도대체 누구야? 누가 그렇게 강한 실력을 가졌어? 설마 우리 쪽 사람이 대단한 군대장을 건드리기라도 한 거야?”한참을 생각하던 늙은이가 겨우 자신의 추측을 밝혔다.“그러게 말이야. 대머리에 삼백여 명의 우리 이화당 식구까지 있었어. 당연히 군대장 정도의 전투력을 가진 자만이 쓰러뜨릴 수 있
“드디어 출근을 하셨네요. 엄청난 볼 거리를 놓지 게 되어서 참으로 안타깝네요!”도범이 들어오는 모습에 거실에서 커피를 마시고 있던 용신애와 용일비가 어딘가 뾰족해진 말투로 한 마디 했다.“엄청난 볼 거리요? 그게 뭡니까?”도범이 잠깐 당황하더니 소파에 앉으며 물었다.“어떤 어마어마한 미녀가 찾아왔었어요. 그리고 당신을 좋아해서 당신한테 시집가고 싶다고 하던데요?”용일비가 말했다.“몰랐는데 당신 음침한 구석이 있었네요!”“어마어마한 미녀? 내가 아는 사람입니까?”도범이 당황해서 물었다.“제가 알고 있는 미녀라면 여기 있는 아가씨 두 분과 제 와이프밖에 없는데요. 아 참, 여전신 장진도 있네요. 하지만 여기 있는 아가씨들은 당연히 아닐 거고 여전신일 리도 없고, 제 와이프는 이미 저한테 시집와서 그런 말을 할 리가 없을 텐데. 도대체 누구죠?”“제갈소진 말이에요. 당신이 그녀의 다이어트를 도왔다면서요? 이제 다이어트에 성공해서 엄청난 미녀로 거듭났던데요!”용신애가 쓴웃음을 지었다.“그녀가요?”제갈소진이라는 이름을 들은 도범의 표정이 괴이하게 이그러졌다.“그녀라면 됐습니다. 이미 지난번에 그녀한테 그녀의 마음을 받아줄 생각이 없다고 확실히 대답했고 그녀도 저한테 다이어트에 성공하면 다시는 저를 귀찮게 하지 않을 거라고 약속했습니다!”도범의 말에 용신애와 용일비는 왠지 기쁜 마음이 들었다.그러나 용일비는 애써 자신의 마음을 모른척하며 말을 이었다.“당신은 다이어트 이전의 그녀를 거절했잖아요. 다이어트를 마친 그녀의 아름다운 미모를 보게 되면 군침을 뚝뚝 흘리게 될지 누가 알겠어요!”“허허 군침까지 흘릴 정돕니까? 과장이 심한 것 같네요!”도범이 허허 웃으며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이 답했다.“그녀는 지금 진짜 어마어마하게 예뻐진걸요. 몸매도 엄청나요. 보는 사람에게 첫사랑 같은 싱그러운 느낌을 준다니까요!”용일비는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몰라 자신이 느꼈던 감정 그대로 설명했다.“그래도 저와는 상관없는 일입니다. 어차피 저는 그녀를
순식간에 풍기는 달콤한 향기와 부드러운 몸이 도범의 다리 위에 앉자 도범은 저도 모르게 심장이 쿵 하고 내려앉는 기분이 들었다.그는 한창 혈기왕성한 남자였다. 이런 일은 아무리 장군인 그라고 해도 아무렇지 않게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하지만 곧바로 그는 제갈소진을 밀쳐내며 말했다.“이게 무슨 짓입니까? 여인의 몸으로 이런 짓을 저지르다뇨!”제갈소진의 얼굴은 이미 불이라도 달린 것처럼 활활 타오르고 있었다. 그녀는 도범의 화난 모습에 오히려 웃기 시작했다.그녀가 미소 지으며 수줍은 듯이 말했다.“저는 후회하지 않아요. 저는 당신이 정말 너무 좋아서 이런 짓까지 할 수 있었어요. 다른 남자들은 하나도 제 눈에 들어오지 않아요!”도범은 순식간에 말문이 막혔다. 이곳이 전쟁터였다면 상대를 해치울 수만 가지 방법 정도는 쉽게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하지만 여자를, 그것도 이렇게 적극적인 여자를 어떻게 상대해야 할지는 도무지 떠오르지 않았다.그는 여전히 굳은 표정을 유지한 채 말했다.“아가씨 이전에 저희가 했던 약속을 잊지 마세요. 제갈 가문의 아가씨나 되는 분이 설마 한 입으로 두말하지는 않겠죠?”도범의 말에 제갈소진 역시 민망하긴 했었다.그녀는 고개를 푹 수그리고 부끄러워하며 말했다.“그, 그때의 저는 그렇게 생겼으니까 당연히 당신한테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지금 제 모습을 보세요. 이 정도면 당신한테 어울릴 만큼은 되지 않나요?”도범은 식은땀을 흘렸다. 역시 여자의 말은 믿을게 못되었다. 자기 입으로 했던 말을 이렇게 손바닥 뒤집 듯이 쉽게 뒤집다니!도범이 여전히 굳은 표정으로 자신한테 전혀 마음을 열지 않는 모습에 제갈소진은 다시 한번 조심스럽게 물었다.“그러면 도범 씨는 지금 제가 예쁘다고 생각하세요?”도범이 그녀를 바라보았다.“예쁘긴 예쁩니다. 하지만 저한테는 이미 아내가 있고 그녀한테 미안할 짓은 절대 하고 싶지 않습니다. 다른 사람 찾아보세요. 지금의 당신이면 다른 남자 정도는 쉽게 찾을 수 있지 않습니까?”그
도범이 그날 밤, 자신이 샤워하고 난 뒤의 모습을 봤다고 생각하니 용일비는 억울해졌다.도범도 용일비가 아직 그 일로 자신을 겨냥할 줄 몰랐기에 일부러 말했다.“누가 그래요? 그제 술 취한 당신을 누가 업고 온 줄 알아요? 그리고 제가 옷도 갈아 입혀줬는데 기억 안 나죠?”용일비가 이렇게 나오니 도범도 그녀에게 자신이 만만한 사람이 아님을 보여주고 싶었다.“당신…”도범의 말을 들은 용일비의 얼굴이 순식간에 붉어졌다. 그리고 화가 나 발을 구르며 용신애에게 말했다.“신애야, 네가 아주머니들이 내 옷을 갈아 입혀준거고 하지 않았어? 그런데 왜 도범이 저런 말을 하는 거야? 너 설마 나를 속인 거야?”용신애는 그 말을 듣곤 답답하다는 듯 용일비를 바라봤다. 누가 봐도 도범은 그저 용일비를 놀리기 위해 저런 말을 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지만 용일비는 그 말을 철석같이 믿고 있었다.“언니, 저 말을 믿는 거야? 당연히 언니를 속이고 있는 거지, 내가 도범이 언니 옷을 벗기게 놔뒀겠어?”“신애 씨, 그렇게 말 안 해줘도 돼요. 그냥 옷을 갈아 입혀준 것뿐이잖아요, 어딜 만진 것도 아니고. 일비 씨, 사실 그날 신애 씨가 저한테 일비 씨 옷을 갈아 입혀달라고 한 거예요. 어차피 일비 씨는 곯아떨어졌으니까 말하지 않으면 누구도 모를 거라고 하면서. 그리고 저한테 비밀을 지키라고 했어요.”도범은 이 상황이 무척 웃겼지만 여전히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걱정하지 마세요, 절대 다른 사람에게 말하지 않을 테니까.”용일비가 화가 나서 씩씩거렸다. 그 다음날 그녀는 잠옷 치마만 걸치고 있긴 했다. 만약 정말 도범이 옷을 바꿔준 거라면…그 생각을 한 용일비가 다시 화가 난 얼굴로 용신애를 바라봤다.“신애야, 저 사람 말 진짜야? 너 어떻게 그럴 수 있어? 저 사람 완전 변태라고!”“언니, 정말 아니야, 도범이 언니를 속이고 있는 거야. 도범이 지금 언니를 일부러 놀라게 하려고 하는 거라고, 내가 왜 언니를 속이겠어? 언니 나 못 믿어?”“이봐요, 당신 지금 뭐
박 씨 집안이 살고 있는 아파트는 이어진 별장 구역이었다. 별장이 크지는 않았지만 박 씨 집안사람들은 여러 개의 별장을 사 벽을 세워 단독으로 박 씨 저택을 만들어냈다.박 씨 저택의 멀지 않은 곳에는 작은 산 하나가 있었는데 그 아래에는 하나의 큰 단독 별장이 세워져있다.별장은 위치가 좋을 뿐만 아니라 멀지 않은 곳에 공원과 백화점까지 있었기에 가격이 무척 비쌌다. 이 한 채의 별장만으로도 5, 60억의 가치를 가지고 있었다.단독 별장은 면적도 넓어 세 층으로 나누어져 있었고 인테리어도 무척 화려했다.그 별장은 삼류 가문의 주인장이 많은 돈을 들여 산 집이었지만 요즘 해외로 이민을 가면서 팔 생각을 했던 것이다.위치도 좋고 박 씨 저택과도 가까운 이 별장의 판매 소식을 들은 도범은 당장 이 별장을 사들여야겠다고 생각했다.하지만 그가 문 앞에 도착했을 때, 경비원 두 명이 그의 앞을 막아섰다.“저는 경매에 참석하러 온 겁니다.”도범이 웃으며 말했다.“죄송하지만 저희 경매에 참석하시려면 저쪽에 계신 은행직원에게 재산 인증을 받아야 합니다. 계좌의 자금이 100억 원 이상이어야 들여보낼 수 있습니다.”그중의 직원 한명이 도범에게 설명했다.“정말 귀찮네.”도범은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은행 직원에게 다가가 인증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하지만 도범의 계좌를 확인한 은행 직원은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심지어 자신이 잘못 본 건 아닌지 의심을 하며 눈을 비볐다.눈앞의 남자는 도대체 누구길래 이렇게 많은 돈을 가지고 있는 건지.“이제 됐나요?”도범이 미간을 찌푸리며 불편함을 드러냈다.“네, 들어가시면 됩니다.”은행 직원이 떨리는 목소리로 말을 하며 두 손으로 공손하게 은행 카드를 도범에게 건네줬다.그는 눈앞의 남자가 절대 단순하지 않다고 확신할 수 있었다.도범은 그제야 빠른 걸음으로 경매장 안으로 들어갔다.그곳에는 이미 많은 사람들이 앉아있었다. 모두 이 집을 마음에 들어 하는 듯했다.그리고 경매 가격이 겨우 20억 밖에 되지 않았기에
박이성은 자신의 생각이 맞다고 확신했다. 그는 도범이 이 별장을 박 씨 어르신의 생신 선물로 드리기로 한다고 생각했다.박 씨 집안사람들은 이 별장이 좋다는 것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 박 씨 저택의 맞은편에 위치해 있었기에 매일 문을 나설 때마다 볼 수 있었다. 박이성은 이번에 자신의 효심을 드러내기 위해 경매장에 들러 4,50억을 들여 이 별장을 사들일 수 있다면 박 씨 어르신에게 선물로 드리거나 자신 명의로 돌려 어르신을 데리고 와 함께 살 생각을 했다.박 씨 어르신은 불과 며칠 전까지만 해도 집을 나서며 이 단독 별장을 보며 감탄했었다.“저 별장 참 좋아 보이네, 저런 데서 살아보는 상상을 하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아.”별장을 사는 돈도 박 씨 회사의 돈이었기에 박이성은 아깝지 않았다. 그리고 이런 별장을 사서 어르신에게 선물로 드리는 것은 그의 체면도 세울 수 있는 좋은 일이었다.하지만 금방 경매장에 들어섰던 그는 다시 나갔다.그리고 사람이 없는 곳을 찾아 한지운과 성경일에게 전화를 걸었다.머지않아, 두 사람도 경매장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이성아, 경매장에는 왜 오라고 한 거야? 뭐 중요한 일이라도 있어?”박이성의 전화를 받은 성경일은 일단 경매장으로 오라던 그의 말을 듣자마자 보통 일이 아님을 직감했다.“오늘 여기에서 어떤 경매가 열리는지 알아?”박이성이 두 사람을 보며 물었다.“우리가 그걸 어떻게 알아? 요즘 이쪽으로 신경도 안 썼는데. 그런데 뭐 중요한 걸 판다는 소식을 못 들은 것 같은데, 정말 보물을 팔기로 했다면 우리한테 전화했을 거야.”한지운이 생각해 보더니 대답했다.“전화를 돌리지는 않았지만 인터넷에 광고를 올렸지.”박이성이 웃으며 말했다.“이번에 우리 집 맞은편에 있는 그 화려한 단독 별장을 판다고 들었거든, 별장 주인이 이민을 가야 해서 별장이 필요 없어졌대. 나 이 별장을 사서 어르신 생신 때 선물로 드릴 생각이야, 어르신께서 이걸 받고 나면 무조건 기뻐하실 거야.”“좋은 생각이네.”한지운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