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범이 다른 쪽에 있는 노점 앞에 서서 물건을 자세히 살펴보며 말했다.“걱정 마세요. 무조건 이길 거고 절대 손해 볼일 없을 테니까요. 만약 손해 보면 그 돈은 제가 내도록 하겠습니다!”“좋아요. 이건 당신 입으로 직접 말한 거예요. 그땐 당신이 나한테 빚진 걸로 하죠. 일단 원석 값은 제가 대신 내드릴게요!”용일비가 배시시 웃으며 용신애를 끌고 다가왔다.“저는 이걸로 하겠습니다.”도범이 한참을 보다가 큼지막한 돌을 가리키며 말했다.어림잡아 30근 정도 되어 보이는 네모반듯한 돌이었다.그런데 그 돌은 현재 사장이 엉덩이 밑에 깔고 앉아 돌 의자로 사용하고 있는 돌이었다.“이, 이걸 사시겠다고요?”중년 여자 사장이 도범의 말을 듣고 잠시 당황하다가 곧바로 기쁜 심정을 감추지 못했다.그 돌은 예전에 노점에 내놓았었는데 1년이 지나도록 팔리지 않았던 돌이었다.예전에는 보는 눈 없는 풋내기가 사 가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걸었던 적도 있었다.어쨌든 그 돌의 생김새는 확실히 일반적이지는 아니었으니까.하지만 1년이 지나도록 그 물건을 원하는 어리석은 풋내기는 나타나지 않았고 모두들 그저 바라만 보다 지나치기 일쑤였다.확실히 그 돌은 그녀가 봤을 때에도 좋아 보이지 않았다. 결국 지금껏 사려는 사람이 없어서 아예 그냥 돌로 취급하고 자신의 엉덩이에 깔고 있었던 것이다.만약 그 돌의 윗면에 머리카락과 같은 굵기의 옅은 붉은색 줄이 새겨져 있지만 않았다면 매번마다 노점을 정리할 때 집까지 옮겨가지도 않았을 것이다. 돌의 무계가 만만치 않아 번마다 옮기는 것도 퍽 골치 아픈 일이었다.그런데 오늘 웬 놈이 나타나 이 돌을 사겠다고 하는 것이다!“하하 너 바보야? 저 돌이 이곳에 있은지 1년이 다 되어간다는 사실을 여기 모든 사람들이 알고 있을걸? 첫째로는 너무 커서 누가 감히 도박을 할 사람이 없었고, 둘째로 저 돌의 겉면 좀 봐, 비취의 흔적이라고는 눈 씻고 찾아봐도 없어. 그저 머리카락 정도되는 굵기의 붉은색이 얼핏 비쳐있을 뿐이야. 아마 저 윗부
“하 총 38근인데 30근 가격만 받는다니, 확실히 통이 크긴 하네요!”사장의 말을 들은 용신애가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저게 그저 평범한 돌이니까 당연히 당신도 통이 커지는 거겠죠. 만약 이 돌에서 진짜 좋은 원석이 발견되면 아줌마가 그렇게 통 크게 내줬겠어요?”“그러게 말이야. 이 아줌마 진짜 장사 막하네. 이제 원석 도박을 막 해본 신인을 등쳐먹을 생각하고 말이야!”용일비도 씩씩 거리며 맞장구치더니 도범을 휙 돌아보고 말했다.“도범 씨, 제가 대신 선택해 줄게요! 방금 당신이 선택한 그 돌은 크기만 컸지 아무 쓸모 없는 평범한 돌 일뿐이에요!”“잠깐!”그때 곁에 있던 왕 씨 도련님이 서둘러 나서서 말했다.“룰 어기지 마 용일비. 이번 내기는 나와 도범이 겨루는 거야. 너와 겨루는 게 아니라고. 나랑 도범의 내기니까 당연히 다른 그 누구도 끼어들어서는 안 돼. 누가 누굴 도와서 선택하고 이런 것도 당연히 안 될 일이지!”“그래, 어디 내기에 대신 선택해 주는 게 있어?”“맞아, 누가 저 왕 씨 도련님과 내기를 했으면 당연히 본인이 선택해야지!”주변 사람들이 왕호의 편을 들며 말했다.용일비의 안색이 굳어졌지만 뭐라 변명할 말이 없었다. 확실히 자신이 대신 선택해 주는 건 룰을 어기는 행위였다.“누가 신인을 등쳐먹었다고 그래요? 아가씨, 당신들이 아무리 용 씨 가문 사람들이라 해도 여기 룰을 따라야죠. 이건 원석 도박이에요. 그 어떤 원석이든 잘라보기 전까지 아무도 그 안에 어떤 게 숨겨져 있는지 장담할 수 없어요. 혹시 알아요? 이러다 이 총각이 정말 보는 눈이 있어서 제대로 찾아냈는지? 안 그래요?”점주가 음흉한 얼굴로 말하더니 다시 도범이 있는 쪽을 보고 씩 미소 지으며 말했다.“총각, 다른 것도 볼래요? 나 총각한테 엄청 할인 많이 해줬다고!”“그러죠. 이렇게 할인해 주고 가격이 합리한데 더 안 고를 이유가 있겠어요?”도범이 오히려 피식 웃으며 능청스럽게 수긍하더니 용일비를 돌아보며 말했다.“일비 아가씨, 분명 아가씨께서
“하하 아직 잘라보지도 않았는데 어떻게 내가 질 거라고 확신하지? 난 그냥 내 감에 따라 네께 괜찮아 보인다고만 했을 뿐이야!”도범이 큰 소리로 웃었다. 그는 여전히 여유로운 모습이었다.“나 참, 이건 상대의 사기를 북돋고 반대로 자기 위세를 꺾는 말이라고요!”곁에 있던 용일비가 결국 참지 못하고 한 소리 했다.“갈라 보자고. 먼저 내 것부터 확인해 보지!”왕호가 기쁜 마음에 얼른 2천만 원을 지불하고 두 제자한테 자르라고 지시했다.원석을 가른 후 곧바로 다가가 확인한 왕호가 함박웃음을 지었다.“하하 도범이 너 이 자식, 정말 네 말이 맞았잖아? 봐봐, 이 커다란 부분이 몽땅 얼음종이야! 색도 아주 좋아. 이거 팔면 적어도 몇 억 정도는 쉽게 벌겠는걸!”“이럴 수가!”원석을 확인한 용일비와 용신애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왕호 저놈이 정말로 좋은 원석을 건진 것이다. 이 정도 빛깔은 평소에 쉽게 보기도 어려웠다.“축하드립니다 왕 씨 도련님, 좋은 원석을 얻으셨어요!”점주는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자신이 감히 잘라 볼 용기가 나지 않아 팔게 되었는데 이렇게 큰 손해를 입을 줄이야.하지만 원석 도박이란 장사가 바로 이런 것이었다. 바로 이 짜릿함 때문에 계속하는 도박이었다. 이건 순전히 자신의 안목이 안 좋아서 놓진 것이기 때문에 다른 사람을 탓하지 않았다.“어떠냐? 이제 도범이 네가 내 앞에 무릎 꿇고 개처럼 짖어야겠지? 인정해. 이 정도 원석이라면 이 거리에서 열흘에서 반달이 지나도 한번 나올까 말까 할 수준이라고. 그런데 그걸 내가 찾아낸 거야!”왕호는 기뻐서 어쩔 줄 몰랐다. 오늘에서야 십 년 묵은 체증이 내려가는 느낌이었다.잠시 후 도범이 개처럼 짖는 모습을 동영상으로 찍어 박 씨 가문 어르신의 칠순 생신날에 보여드리면 그야말로 완벽했다.“내 건 아직 잘라보지도 않았는데 어떻게 내가 질 거라고 장담하지?”도범이 태연한 표정으로 웃더니 점주에게 말했다.“사장님 제 것도 잘라주시죠. 길게 쭉 갈라 주세요.”“알겠어요!”점주
“봐요, 봐요!”곧바로 달려간 용일비가 쭈그려 앉아 부드럽게 눈앞의 비취를 어루만졌다.“세상에, 이거 정말 빛깔이 너무 좋은데요. 너무 좋아요. 적게 추산해 보아도 40억은 아무런 문제 없이 받겠는데요!”“이게 바로 보라색 빛깔의 A급 얼음종이야? 나 이렇게 좋은 등급은 처음 봐!”용신애 역시 흥분한 기색이었다. 도범은 진짜 무슨 운이 씌웠단 말인가, 어떻게 이렇게 좋은 물건을 찾아낼 수 있지?“정말, 정말로 A급 얼음종이잖아!”왕호가 울상을 지었다. 이건 져도 그냥 진 게 아니라 철저하게 패한 것이었다.비록 그 역시 좋은 원석을 고르긴 했으나 도범의 것과 비하면 하늘과 땅 차이였다.“도련님 이제 무릎 꿇지? 사내대장부로서 한입으로 두말해서는 안 되잖아?”도범이 왕호를 향해 여유로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이건…”왕호의 얼굴이 새파랗게 질리더니 어쩔 줄 몰라 하고 있었다. 그는 이류 가문의 도련님이었다. 그런 신분인 그가 정말로 저딴 보디가드 앞에서 무릎 꿇고 개처럼 짖은 걸 다른 사람들이 알게 되기라도 하면 자기 가문의 낯을 깎는 것과 다름이 없었다.앞으로 집 밖을 나설 때마다 등 뒤에서 수군거리며 이 일을 떠들어댈 것이 분명했다,그는 지금 너무나 후회되었다. 도범과 내기를 하는 게 아니었다.하지만 누가 알았겠는가? 원석 도박을 전혀 모르는 꼴통 놈이 저런 보물을 발견할 줄은!“정, 정말로 자주색 빛의 A급 얼음종이잖아!”여 점주 역시 실망한 기색이 역력했다. 현재 그녀의 표정은 왕호와 별반 다른 점이 없었다. 그녀는 지금껏 팔리지 않았으니 그저 평범한 돌덩어리라고만 생각했었다.그런데 저렇게 커다란 비취였다니, 심지어 그녀는 매일 저걸 돌 의자로 사용하고 있었는데도 까맣게 모르고 있었다.“세상에, 저 젊은이 정말 횡재했잖아!”“그러게 말이야. 저 정도 등급을 맞추다니 정말 대단한 사람이야!”“저 사람 군인이라고 하지 않았나? 혹시 그냥 찍은 거 아니야?”“그럴 수도 있지. 저 돌이 크니까 선택했을 수도 있어. 저렇게 커다
“그건 좀 보기 안 좋지 않을까? 왕 씨 도련님은 사내대장부잖아. 사내대장부라면 응당 자기 입으로 내뱉은 말은 지켜야지 않겠어?”도범이 씩 웃으며 전혀 그의 체면 따위는 생각해 주지 않고 답했다.“그러게 말이에요. 누구누구가 만약 자기는 남자가 아니고 내시라거나 아니면 자기는 여자라는 말이라도 하면 또 모를까. 그러면 안 해도 되죠!”도범의 말을 들은 용신애가 팔짱을 끼고 배시시 웃으며 말했다.“거기 도련님, 아까 도련님은 도범이 아마추어고 원석 도박을 전혀 모르니까 그런 내기를 건 거잖아. 지금 도련님은 그런 아마추어한테 진 건데 쪽팔리지도 않아?”“그리고 왕 씨 가문의 도련님이나 되는 놈이 승부에서 지고도 인정하지 않다니, 나중에 이거 소문이라도 퍼지면 좀 그렇지 않겠어?”“내기를 했으면 깔끔하게 결과에 승복해야 하는 것도 몰라?”용일비는 아예 앞으로 나서기까지 하며 기세등등하게 몰아붙였다.이제는 보디가드들조차 함부로 나서지 못하게 되었다. 용 씨 가문은 일류 가문보다도 더 높은 존재였다. 그들은 절대 함부로 나서서 용신애를 겁박할 수 없었다. 그건 죽자고 덤벼드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누가 결과에 승복하지 않는다고 했어?”왕호가 이를 악물고 말했다.“난 당연히 내 패배를 인정해!”그 말에 주변 사람들이 일제히 깜짝 놀랐다. 왕 씨 가문의 도련님이 이렇게 빠르게 꼬리를 내리다니!하지만 생각해 보면 그것도 그럴 것이, 눈앞의 사람은 다른 누구도 아닌 용 씨 가문의 사람들이었다. 그런 사람들 앞에서 누가 감히 화를 낼 수 있겠는가?저 보디가드도 참 담이 컸다. 감히 먼저 나서서 왕 씨 가문 도련님을 건드리다니. 저러다 나중에 도련님이 이 일을 마음에 담아두기라도 하면 어쩌려고?그때 뜻밖에도 왕호가 웃으며 말을 이었다.“그런데 내가 요 며칠 무릎이 안 좋아서 말이야. 류머티스 관절염이 도졌거든. 아니면 내 보디가드가 대신하는 건 어때?”“그럴 수는 없지.”도범은 조금의 머뭇거림도 없이 바로 웃으며 말했다.“넌 나중에 결혼을 할
“200억!”많은 사람들이 도범의 말을 듣고 헉하고 숨을 들이켰다. 이 보디가드 놈이 너무 자신을 과대평가하는 게 아닌가? 도대체 200억이 얼마나 큰돈인 줄은 알고 저런 소리를 하는 건지. 무턱대고 200억을 부르다니!왕 씨 도련님이 그에게 자그마치 16억 원의 가치를 가진 원석을 주겠다고 한 것만으로도 충분히 대단한 것이었다. 그런데 일개 보디가드 주제에 그 돈이 적다고? 마치 자신한테 그만한 돈은 돈도 아니라는 듯한 태도였다.“200억이라고? 하하 확실해? 왜? 아예 강도로 직업을 바꾸지 그래?”왕호는 마치 바보를 상대하는 듯한 표정으로 도범을 바라보다 싸늘하게 웃으며 말을 이었다.“참 이제 알겠네, 왜 네가 이토록 돈이 필요했는지. 네놈이 하도 돈이 궁하다 보니 아주 돈에 미친 거구나? 박 씨 가문 어르신의 칠순 생신까지 앞으로 며칠 안 남았지? 그때까지 80억을 준비하지 못하면 박 씨 가문에서 쫓겨나고 박시율과는 헤어지기로 했었지 아마?”“이럴 수가? 그럼 저놈이 바로 그 박시율의 남편이야?”“그러네. 듣기로는 퇴역하고 돌아와서 영웅이 되었다던데? 지난번 동물원에서 사람을 구한 것도 저 사람이라잖아!”주변 사람들의 의견이 분분했다.“사실 저 젊은이도 사내대장부지. 사람도 좋아 보이고 말이야. 우리가 이렇게 평화롭게 살아갈 수 있는 건 다 저런 젊은이들이 전선에서 지켜주고 있었기 때문이야. 내 아들은 전쟁터에 나갔다가 끝내 돌아오지 못했어!”한 늙은이가 참고 있던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전선에 나갔다가 결국 돌아오지 못한 죽은 아들이 떠오른 것이 분명했다.도범이 그 늙은이를 힐끗 바라보고는 다시 왕호의 앞에 놓인 그 옥석을 보았다. 그러더니 그 옥석을 덥석 들어안는 것이다.“알았어. 그 제안 받아들이지. 오늘은 도련님 체면 좀 봐주지 뭐. 이 돌을 나한테 주면 너도 무릎 꿇고 개처럼 짖지 않아도 돼!”“배짱도 없는 놈이 괜히 큰소리 치기는!”왕호의 몇몇 보디가드들이 허세를 부리며 말했다.왕호가 개처럼 짖는 모습을 보고 싶었던
늙은이의 눈가가 더욱 빨개졌다. 그는 엄청 감동을 받고 있었다.“꼭 받으셔야 합니다. 이건 제 성의이기도 하지만 모든 전사들을 대표해서 전하는 마음이기도 합니다!”도범의 표정은 엄청 진지했고 위엄마저 느껴졌다.“아, 알겠어요. 정말 고마워요!”늙은이의 눈가에 눈물이 맺혔다. 그제야 그가 돌을 받아들었다.‘모든 전사들을 대표하는 마음이라고? 하하 정말로 자기가 뭐 대단한 사람이라도 되는 줄 아나? 중장급 정도되는 사람이 와도 그렇게 대단한 말은 못 하겠네!’‘자기가 뭐 전신이라도 되는 것처럼 말하고 있어!’곁에서 그 말을 듣고 있던 왕호가 냉소를 지으며 속으로 구시렁거렸다.“저, 정말 고마워요!”늙은이가 도범에게 감사의 표시로 절이라도 하려고 했지만 도범이 바로 말렸다.늙은이는 비취를 안아들고 바로 옆 가게로 들어가 돈으로 바꿨다. 이런 매매를 하는 장사꾼들은 조금만 깎아 줘도 기쁜 마음으로 원석을 사가곤 했다.“정말 포부가 넓네. 16억이나 되는 물건을 그렇게 바로 내주고 말이야. 왜 뒀다가 박 씨 어르신 생신날에 드리지 않고? 비록 그 가치가 20억까지는 안 된다고 해도 비슷하기라도 하면 그 어르신도 특별히 너를 곤란하게 만들지는 않을 건데 말이야. 나중에 생신날에 아무것도 내놓지 못하는 것보다는 낫지 않겠어?”왕호가 웃으며 도범의 앞에 다가왔다.“그 일이라면 도련님이 상관할 게 아니지. 그리고 당부하는데 너 내 여자한테 어쩔 생각은 꿈에도 꾸지 마. 아니면 나중에 꼭 후회할 일이 생길 테니까!”도범이 왕호를 힐끗 바라보았다. 그는 전혀 왕호를 신경 쓰고 있지도 않았다.“하하 재밌네. 네가 지금 나를 협박하는 거야?”왕호가 큰 소리로 웃었다.“그래 맞아 맞아. 아직까지는 네 여자지. 그런데 만약 어르신 칠순 생신날 80억을 내놓지 못하면 넌 그때 아웃이야. 박 씨 가문에서 쫓겨나는 거라고. 쯧쯧, 너희 두 사람이 이혼하게 되면 그녀는 자유의 몸이 되잖아? 그럼 네 여자라고 할 수 없게 되지!”“어디 한 번 기다려 보든지!”도
도범이 식은땀을 흘렸다. 용일비는 너무 자뻑이 심했다.그런데 자세히 생각해 보니 확실히 자신이 과했다는 느낌이 들기도 했다. 다른 사람이었다면 60억 가치를 하는 물건을 함부로 선물할 수 있었을까?용일비는 미모도 뛰어났고 몸매도 좋았다. 그리고 마침 어제 자신의 알몸을 도범에게 보인 전적도 있으니, 그가 자신에게 딴 생각을 품고 있기 때문에 이런 선물을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도 말이 되긴 했다.도범이 쓴웃음을 짓다가 그제야 해명에 나섰다.“걱정 마세요. 전 맹세코 아가씨한테 허튼 생각을 품고 있지 않습니다. 그건 원래 아가씨 돈으로 산 원석이고 돈을 지불할 때도 말씀드렸습니다. 그 안에서 어떤 보석이 나오든 아가씨한테 드리겠다고. 사내대장부로 생겨서 한 입으로 두말 해서야 되겠습니까?”여기까지 말한 도범이 잠시 침묵하다가 이어서 말했다.“아가씨께서 그 물건이 부담스러우시다면 어제 제가 아가씨한테 실수했던 일에 대한 사죄의 의미라고 생각해 주십시오!”어제의 일이라면 사실 도범이 잘못한 건 아니었다. 순전히 문을 잠그지 않은 그녀의 잘못이었고 그대로 욕실에서 나온 것도 그녀 자신이었다.하지만 어쨌든 상대는 여자였기 때문에 도범도 마음 한구석이 편치 많은 않았다.도범의 말에 용일비의 얼굴이 순식간에 빨갛게 닳아 올랐다. 그리고 갑자기 어제의 장면이 머릿속에 불쑥 떠올랐다.그녀는 왠지 자신이 지금 도범의 앞에서 옷 하나 걸치지 않고 발가 벗겨진 것 마냥 부끄러워졌다.하지만 곧바로 그녀가 눈을 치켜뜨며 도범을 쏘아보았다.“뭐가 맹세코 허튼 생각을 하지 않는다는 거예요? 지금 설마, 내가 못생겼다고 말하는 거예요?”“큼큼, 예쁘긴 예쁘죠. 하지만 저한테는 와이프가 있습니다. 그리고 제 눈에는 제 와이프가 아가씨보다 훨씬 예쁘게 보입니다. 때문에 절대 허튼 생각을 품을 일이 없습니다!”도범이 어색한 듯 헛기침을 연거푸 하더니 솔직하게 답했다.“당신…”용일비는 너무나 기가 막혀 발만 동동 굴렀다. 뭐가 예쁘긴 예쁘단 말인가. 그리고 자기 와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