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일비는 왕도련님의 안색을 보고 나서는 “왕도련님, 이번에도 당신은 큰 손해를 본것 같네요, 7500만원이 한순간에 물거품이 되었군요!”라며 웃음을 참지 못했다. 왕호는 그녀가 가장 싫어하는 스타일이었다. 지난번에 길가에서 그녀의 허벅지를 자꾸 쳐다보았고 심지어 한 번은 뒤에서 걷다가 고의적으로 틈을 타서 그녀를 만진 적도 있었다. 만약 자신이 용씨 집안사람이 아니고 용신애의 사촌언니가 아니었더라면 아마 왕호는 무슨 짓을 더 할지도 몰랐다. 그래서 지금 왕호가 당하는 것을 보니 기분이 상당히 좋았다. 가장 중요한 것은 문외한인 도범의 말이 맞았다는 것은 왕 도련님에게는 치욕적이고 용납할 수 없는 일이었다. “허허, 그깟 7500만원 가지고!”기분이 상당히 불쾌했지만 왕도련님도 곧 마음을 가라앉히고 담담하게 웃으며 말했다.용신애는 빙긋 웃으며“도범 씨, 정말 대단해요, 그게 벽돌이라는 걸 미리 알고 있었다니!”라며 도범을 칭찬했다. “아니에요, 원석에 대해 조금 알고 있을 뿐이에요!”라며 도범은 매우 겸손하게 말했다. “안다고? 자네가?,내가 보기엔 네가 운이 좋아서 맞추었을 뿐인데!” 왕호는 차갑게 웃으며 비웃는 표정으로 도범에게 말했다.“만약 자네가 정말 능력이 있다면 직접 하나 골라서 우리 앞에서 절개해서 진짜 비취가 나온다면 더 이상 뭐라 안 할게!” 용일비는 이 말을 듣고는 왕호에게 말했다. “그럼 우리 둘이 겨뤄 볼래? 원석 하나씩 골라서 누가 더 좋은 걸 골랐는지?” 그러자 왕호는 “당연하지, 그런데 겨뤄서 지면 어떡할 건데?”라고 반문했다.용일비는 왕호가 너무 싫어서 “네가 지면 내 앞에 무릎을 꿇고 개처럼 두 번 짖어보는 건 어때?”라며 웃으면서 말했다. 왕호는 이 말을 듣자 낯색이 어두워지면서 용일비한테 속으로 욕을 퍼부었다. “그래도 왕씨 가문의 도련님인데 무릎을 꿇고 개 짖는 소리를 내보라니, 정말 지면 창피해서 어떡하지?” 하지만 그는 용일비의 섹시한 몸매를 보고 웃으면서“허허, 너 정말
“좋은 원석이 없다고? 자세히 보지도 않고, 게다가 문외한인 주제에 뭘 안다고!” 노인네는 도범에게 화가 많이 쌓여서 그를 바로 죽여버리고 싶었다. “모르면 헛소리하지 마! 행패를 부리러 온 것도 아니고!”라고 말했다. 용일비도 도범을 쳐다보고 나서 주저앉아 고르기 시작했다. 한참을 고른 뒤 그녀는 원석 하나를 집어 들며 “이거 괜찮네, 이걸로 할게!”라고 말했다. 왕호는 눈살을 찌푸리고 있었다. 용일비가 이 방면에서 그보다 더 잘하기 때문에 그는 자신이 없었다. 비록 그는 최근 원석 도박에 대해 자신감이 있었지만 여러 번 고른 후에야 비슷한 크기의 원석을 집어 들고 “이걸로 할게!”라고 말했다. “일비씨, 다른 걸로 바꾸시는 게 어떨까요? 겉으로 보기에는 괜찮은 것 같지만 왕도련님 것보다 좋지 않아요!”도범은 앞으로 나아가 두 사람의 원석을 보고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말도 안 돼!” 하지만 용일비는 그의 말에 반박했다. “자네가 뭘 안다고?”“제가 보기엔 제가 고른 것이 왕도련님 원석보다 훨씬 더 좋은 것 같아요!” 왕도련님은 “하하, 도범이 비록 문외한이지만 그의 말대로 이번에도 내가 이길 것이야.”라고 기뻐했다. “네가 이긴다고? 어이가 없네!”라며 용일비가 화가 나서 말했다. “이 두 원석은 무게를 달아서 시장가격에 따라 1킬로당 380만 원에 하지!”라며 노점상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오케이!” 왕도련님과 용일비가 이구동성으로 승낙했다. 정확히 시장 가격이었다. 두 원석을 달아보니 무게 역시 별 차이가 없었다.“총 15킬로로 계산하면 5700만원이요, 둘 중 지는 사럼이 계산하는 걸로!” 어쨌든 노인네는 오늘 두 명의 호구를 만나서 돈을 벌었으니 웃으며 말했다. 특히 전에 원석을 왕도련님한테 팔아서 다행이지 자기가 직접 잘랐더라면 7500만 원은 물거품이 되었을 거다. “그래요!” 용일비는 자신만만하게 원석을 노인네 제자에게 건네며 “이것을 먼저 잘라보세요!”라고 말했다
용일비는 왕호의 원석을 바라보며 긴장을 늦추지 못하고 있었다.그녀는 왕호의 원석이 자신의 것보다 못하거나 아까와 같이 값어치가 낮은 원석, 혹은 아주 자그마한 비취 정도가 나오기를 희망하고 있었다. 그 정도라면 그녀가 이길 수 있는 희망이 있었다.하지만 안타깝게도 그녀의 바람대로 되지 않았다. 왕호의 돌을 자르자 그 돌 역시 원금보다는 값어치를 못하는 돌이긴 해도 용일비의 것보다는 값어치가 있었다. 아마 4백에서 6백만 정도는 할 법 했다.“하하 이거 미안해서 어쩌지 일비 아가씨? 보아하니 내가 이긴 것 같은데?”왕호가 큰소리로 웃으며 말했다.“이제 계산하지? 6천만 원이야!”“흥 너 운 좋았는 줄 알아!”용일비가 콧방귀를 뀌더니 사장한테 돈을 입금했다.그리고 기분이 언짢은지 사장을 휙 돌아보고 씩씩 거리며 말했다.“여기 당신이 팔고 있는 원석들은 역시 보잘것없는 것들뿐이네요. 이제 보니 도범 씨가 제법 보는 눈이 있네요!”누가 봐도 용일비가 홧김에 한 말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사장은 그 말에 기분이 나빴지만 감히 용 씨 가문과 척을 질 담이 없었기에 그저 쓴웃음만 지을 뿐이었다.“쳇, 저놈이? 쟤는 그냥 개똥 운으로 찍어 맞췄을 뿐이야!”왕호가 피식 냉소를 지으며 조롱 가득한 눈빛으로 도범을 바라보았다.“그러면 네가 나랑 내기해 볼래? 대신 여기서는 말고 다른 노점으로 자리를 옮기지!”도범이 상대방을 힐끗 바라보더니 싸늘하게 웃으며 말했다.“좋아!”순간 왕호가 기쁨을 감추지 못하고 웃으며 말했다.“나 지금껏 너 같은 풋내기와는 내기를 해 본 적 없거든. 헤헤 이것도 나름 신선하네. 좋아, 뭐로 걸까?”“아까와 같은 걸로 하지. 지는 쪽이 계산하는 거야!”도범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그런데 왕호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더니 말을 이었다.“아니 아니 아니, 용일비와는 그런 걸로 내기해도 되는데 너랑은 안 되지. 넌 거지새끼잖아. 네 수중에 돈이 없다는 것 정도는 나도 알아. 이제 출근한지 며칠 되지도 않았으니 월급도 당연히
도범이 다른 쪽에 있는 노점 앞에 서서 물건을 자세히 살펴보며 말했다.“걱정 마세요. 무조건 이길 거고 절대 손해 볼일 없을 테니까요. 만약 손해 보면 그 돈은 제가 내도록 하겠습니다!”“좋아요. 이건 당신 입으로 직접 말한 거예요. 그땐 당신이 나한테 빚진 걸로 하죠. 일단 원석 값은 제가 대신 내드릴게요!”용일비가 배시시 웃으며 용신애를 끌고 다가왔다.“저는 이걸로 하겠습니다.”도범이 한참을 보다가 큼지막한 돌을 가리키며 말했다.어림잡아 30근 정도 되어 보이는 네모반듯한 돌이었다.그런데 그 돌은 현재 사장이 엉덩이 밑에 깔고 앉아 돌 의자로 사용하고 있는 돌이었다.“이, 이걸 사시겠다고요?”중년 여자 사장이 도범의 말을 듣고 잠시 당황하다가 곧바로 기쁜 심정을 감추지 못했다.그 돌은 예전에 노점에 내놓았었는데 1년이 지나도록 팔리지 않았던 돌이었다.예전에는 보는 눈 없는 풋내기가 사 가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걸었던 적도 있었다.어쨌든 그 돌의 생김새는 확실히 일반적이지는 아니었으니까.하지만 1년이 지나도록 그 물건을 원하는 어리석은 풋내기는 나타나지 않았고 모두들 그저 바라만 보다 지나치기 일쑤였다.확실히 그 돌은 그녀가 봤을 때에도 좋아 보이지 않았다. 결국 지금껏 사려는 사람이 없어서 아예 그냥 돌로 취급하고 자신의 엉덩이에 깔고 있었던 것이다.만약 그 돌의 윗면에 머리카락과 같은 굵기의 옅은 붉은색 줄이 새겨져 있지만 않았다면 매번마다 노점을 정리할 때 집까지 옮겨가지도 않았을 것이다. 돌의 무계가 만만치 않아 번마다 옮기는 것도 퍽 골치 아픈 일이었다.그런데 오늘 웬 놈이 나타나 이 돌을 사겠다고 하는 것이다!“하하 너 바보야? 저 돌이 이곳에 있은지 1년이 다 되어간다는 사실을 여기 모든 사람들이 알고 있을걸? 첫째로는 너무 커서 누가 감히 도박을 할 사람이 없었고, 둘째로 저 돌의 겉면 좀 봐, 비취의 흔적이라고는 눈 씻고 찾아봐도 없어. 그저 머리카락 정도되는 굵기의 붉은색이 얼핏 비쳐있을 뿐이야. 아마 저 윗부
“하 총 38근인데 30근 가격만 받는다니, 확실히 통이 크긴 하네요!”사장의 말을 들은 용신애가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저게 그저 평범한 돌이니까 당연히 당신도 통이 커지는 거겠죠. 만약 이 돌에서 진짜 좋은 원석이 발견되면 아줌마가 그렇게 통 크게 내줬겠어요?”“그러게 말이야. 이 아줌마 진짜 장사 막하네. 이제 원석 도박을 막 해본 신인을 등쳐먹을 생각하고 말이야!”용일비도 씩씩 거리며 맞장구치더니 도범을 휙 돌아보고 말했다.“도범 씨, 제가 대신 선택해 줄게요! 방금 당신이 선택한 그 돌은 크기만 컸지 아무 쓸모 없는 평범한 돌 일뿐이에요!”“잠깐!”그때 곁에 있던 왕 씨 도련님이 서둘러 나서서 말했다.“룰 어기지 마 용일비. 이번 내기는 나와 도범이 겨루는 거야. 너와 겨루는 게 아니라고. 나랑 도범의 내기니까 당연히 다른 그 누구도 끼어들어서는 안 돼. 누가 누굴 도와서 선택하고 이런 것도 당연히 안 될 일이지!”“그래, 어디 내기에 대신 선택해 주는 게 있어?”“맞아, 누가 저 왕 씨 도련님과 내기를 했으면 당연히 본인이 선택해야지!”주변 사람들이 왕호의 편을 들며 말했다.용일비의 안색이 굳어졌지만 뭐라 변명할 말이 없었다. 확실히 자신이 대신 선택해 주는 건 룰을 어기는 행위였다.“누가 신인을 등쳐먹었다고 그래요? 아가씨, 당신들이 아무리 용 씨 가문 사람들이라 해도 여기 룰을 따라야죠. 이건 원석 도박이에요. 그 어떤 원석이든 잘라보기 전까지 아무도 그 안에 어떤 게 숨겨져 있는지 장담할 수 없어요. 혹시 알아요? 이러다 이 총각이 정말 보는 눈이 있어서 제대로 찾아냈는지? 안 그래요?”점주가 음흉한 얼굴로 말하더니 다시 도범이 있는 쪽을 보고 씩 미소 지으며 말했다.“총각, 다른 것도 볼래요? 나 총각한테 엄청 할인 많이 해줬다고!”“그러죠. 이렇게 할인해 주고 가격이 합리한데 더 안 고를 이유가 있겠어요?”도범이 오히려 피식 웃으며 능청스럽게 수긍하더니 용일비를 돌아보며 말했다.“일비 아가씨, 분명 아가씨께서
“하하 아직 잘라보지도 않았는데 어떻게 내가 질 거라고 확신하지? 난 그냥 내 감에 따라 네께 괜찮아 보인다고만 했을 뿐이야!”도범이 큰 소리로 웃었다. 그는 여전히 여유로운 모습이었다.“나 참, 이건 상대의 사기를 북돋고 반대로 자기 위세를 꺾는 말이라고요!”곁에 있던 용일비가 결국 참지 못하고 한 소리 했다.“갈라 보자고. 먼저 내 것부터 확인해 보지!”왕호가 기쁜 마음에 얼른 2천만 원을 지불하고 두 제자한테 자르라고 지시했다.원석을 가른 후 곧바로 다가가 확인한 왕호가 함박웃음을 지었다.“하하 도범이 너 이 자식, 정말 네 말이 맞았잖아? 봐봐, 이 커다란 부분이 몽땅 얼음종이야! 색도 아주 좋아. 이거 팔면 적어도 몇 억 정도는 쉽게 벌겠는걸!”“이럴 수가!”원석을 확인한 용일비와 용신애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왕호 저놈이 정말로 좋은 원석을 건진 것이다. 이 정도 빛깔은 평소에 쉽게 보기도 어려웠다.“축하드립니다 왕 씨 도련님, 좋은 원석을 얻으셨어요!”점주는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자신이 감히 잘라 볼 용기가 나지 않아 팔게 되었는데 이렇게 큰 손해를 입을 줄이야.하지만 원석 도박이란 장사가 바로 이런 것이었다. 바로 이 짜릿함 때문에 계속하는 도박이었다. 이건 순전히 자신의 안목이 안 좋아서 놓진 것이기 때문에 다른 사람을 탓하지 않았다.“어떠냐? 이제 도범이 네가 내 앞에 무릎 꿇고 개처럼 짖어야겠지? 인정해. 이 정도 원석이라면 이 거리에서 열흘에서 반달이 지나도 한번 나올까 말까 할 수준이라고. 그런데 그걸 내가 찾아낸 거야!”왕호는 기뻐서 어쩔 줄 몰랐다. 오늘에서야 십 년 묵은 체증이 내려가는 느낌이었다.잠시 후 도범이 개처럼 짖는 모습을 동영상으로 찍어 박 씨 가문 어르신의 칠순 생신날에 보여드리면 그야말로 완벽했다.“내 건 아직 잘라보지도 않았는데 어떻게 내가 질 거라고 장담하지?”도범이 태연한 표정으로 웃더니 점주에게 말했다.“사장님 제 것도 잘라주시죠. 길게 쭉 갈라 주세요.”“알겠어요!”점주
“봐요, 봐요!”곧바로 달려간 용일비가 쭈그려 앉아 부드럽게 눈앞의 비취를 어루만졌다.“세상에, 이거 정말 빛깔이 너무 좋은데요. 너무 좋아요. 적게 추산해 보아도 40억은 아무런 문제 없이 받겠는데요!”“이게 바로 보라색 빛깔의 A급 얼음종이야? 나 이렇게 좋은 등급은 처음 봐!”용신애 역시 흥분한 기색이었다. 도범은 진짜 무슨 운이 씌웠단 말인가, 어떻게 이렇게 좋은 물건을 찾아낼 수 있지?“정말, 정말로 A급 얼음종이잖아!”왕호가 울상을 지었다. 이건 져도 그냥 진 게 아니라 철저하게 패한 것이었다.비록 그 역시 좋은 원석을 고르긴 했으나 도범의 것과 비하면 하늘과 땅 차이였다.“도련님 이제 무릎 꿇지? 사내대장부로서 한입으로 두말해서는 안 되잖아?”도범이 왕호를 향해 여유로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이건…”왕호의 얼굴이 새파랗게 질리더니 어쩔 줄 몰라 하고 있었다. 그는 이류 가문의 도련님이었다. 그런 신분인 그가 정말로 저딴 보디가드 앞에서 무릎 꿇고 개처럼 짖은 걸 다른 사람들이 알게 되기라도 하면 자기 가문의 낯을 깎는 것과 다름이 없었다.앞으로 집 밖을 나설 때마다 등 뒤에서 수군거리며 이 일을 떠들어댈 것이 분명했다,그는 지금 너무나 후회되었다. 도범과 내기를 하는 게 아니었다.하지만 누가 알았겠는가? 원석 도박을 전혀 모르는 꼴통 놈이 저런 보물을 발견할 줄은!“정, 정말로 자주색 빛의 A급 얼음종이잖아!”여 점주 역시 실망한 기색이 역력했다. 현재 그녀의 표정은 왕호와 별반 다른 점이 없었다. 그녀는 지금껏 팔리지 않았으니 그저 평범한 돌덩어리라고만 생각했었다.그런데 저렇게 커다란 비취였다니, 심지어 그녀는 매일 저걸 돌 의자로 사용하고 있었는데도 까맣게 모르고 있었다.“세상에, 저 젊은이 정말 횡재했잖아!”“그러게 말이야. 저 정도 등급을 맞추다니 정말 대단한 사람이야!”“저 사람 군인이라고 하지 않았나? 혹시 그냥 찍은 거 아니야?”“그럴 수도 있지. 저 돌이 크니까 선택했을 수도 있어. 저렇게 커다
“그건 좀 보기 안 좋지 않을까? 왕 씨 도련님은 사내대장부잖아. 사내대장부라면 응당 자기 입으로 내뱉은 말은 지켜야지 않겠어?”도범이 씩 웃으며 전혀 그의 체면 따위는 생각해 주지 않고 답했다.“그러게 말이에요. 누구누구가 만약 자기는 남자가 아니고 내시라거나 아니면 자기는 여자라는 말이라도 하면 또 모를까. 그러면 안 해도 되죠!”도범의 말을 들은 용신애가 팔짱을 끼고 배시시 웃으며 말했다.“거기 도련님, 아까 도련님은 도범이 아마추어고 원석 도박을 전혀 모르니까 그런 내기를 건 거잖아. 지금 도련님은 그런 아마추어한테 진 건데 쪽팔리지도 않아?”“그리고 왕 씨 가문의 도련님이나 되는 놈이 승부에서 지고도 인정하지 않다니, 나중에 이거 소문이라도 퍼지면 좀 그렇지 않겠어?”“내기를 했으면 깔끔하게 결과에 승복해야 하는 것도 몰라?”용일비는 아예 앞으로 나서기까지 하며 기세등등하게 몰아붙였다.이제는 보디가드들조차 함부로 나서지 못하게 되었다. 용 씨 가문은 일류 가문보다도 더 높은 존재였다. 그들은 절대 함부로 나서서 용신애를 겁박할 수 없었다. 그건 죽자고 덤벼드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누가 결과에 승복하지 않는다고 했어?”왕호가 이를 악물고 말했다.“난 당연히 내 패배를 인정해!”그 말에 주변 사람들이 일제히 깜짝 놀랐다. 왕 씨 가문의 도련님이 이렇게 빠르게 꼬리를 내리다니!하지만 생각해 보면 그것도 그럴 것이, 눈앞의 사람은 다른 누구도 아닌 용 씨 가문의 사람들이었다. 그런 사람들 앞에서 누가 감히 화를 낼 수 있겠는가?저 보디가드도 참 담이 컸다. 감히 먼저 나서서 왕 씨 가문 도련님을 건드리다니. 저러다 나중에 도련님이 이 일을 마음에 담아두기라도 하면 어쩌려고?그때 뜻밖에도 왕호가 웃으며 말을 이었다.“그런데 내가 요 며칠 무릎이 안 좋아서 말이야. 류머티스 관절염이 도졌거든. 아니면 내 보디가드가 대신하는 건 어때?”“그럴 수는 없지.”도범은 조금의 머뭇거림도 없이 바로 웃으며 말했다.“넌 나중에 결혼을 할
“역시 숲이 크면 별의별 새가 다 있는 법이지. 거울이라도 보고, 자신이 어떤 존재인지 알아봐야 할 텐데, 감히 그런 말을 하다니.”그 중 한 명이 손가락으로 앞쪽에 서 있는 흰 옷을 입은 사람을 가리키며 말했다.“저기 흰옷 입은 사람 보이지? 저 사람은 구록종 출신으로 친전 제자야. 그런데도 30분이 되서야 겨우 수정구를 파란색으로 바꿨다구! 방금 그렇게 큰소리쳤으니, 네 옆에 있는 이 친구가 첫 번째 관문을 통과해서 보라색 수정구를 파란색으로 바꾸는 데 얼마나 걸리는지 한 번 볼까?”다른 사람도 거들며 말했다.“그래, 말 좀해봐. 네가 그렇게 치켜세운 저 친구가 보라색에서 파란색으로 바꾸는 데 얼마나 걸릴 것 같아?”주변 사람들은 이 상황을 재미있어하며 오수경을 계속 몰아세웠다. 그들은 오수경에게 도범이 첫 번째 관문을 통과하는 데 걸리는 시간을 말하라고 강요하며, 주변 사람들이 얼마나 오랜 시간이 걸렸는지까지 구체적으로 언급했다.이들 대부분은 6품 종문이나 자유 무사 출신으로, 첫 번째 관문을 통과하는 데 최소 4시간이 걸렸다. 출신이 뛰어난 천재들과는 비교조차 되지 않았다.처음에는 오수경이 이들과 대화할 생각이 전혀 없어서 입을 꾹 다물고 인상을 쓰며 침묵을 지켰다. 그러나 이들은 끈질기게 질문을 던지며 진실을 밝히지 않으면 물러서지 않겠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오수경은 도범에게 도움을 구하는 눈빛을 보냈지만, 도범은 눈썹을 살짝 치켜올리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네가 만든 일이니 네가 해결해.”도범은 오수경이 이미 여러 번 경솔하게 발언해 문제를 일으킨 적이 있기 때문에, 매번 오수경의 뒤처리를 해줄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오수경은 어쩔 수 없다는 듯 한숨을 쉬고, 계속되는 질문에 결국 고개를 들어 크게 말했다.“저 사람들이 30분이 걸린다면, 도범 오빠는 15분이면 충분해!”오수경은 어차피 모든 것을 걸고 말하기로 했다. 이 사람들은 정말 짜증나는 존재들이었기 때문이다. 오수경의 말이 끝나자마자, 주위 사람들은 오수경의 말에 반
두 마리의 풍린수를 처치하면 수정구는 파란색에서 청색으로 변하게 된다. 그때 무사는 몇 배나 강력해진 풍린수와 마주하게 되며, 이 마지막 풍린수를 처치해야만 4층을 통과하여 5층에 진입할 자격을 얻게 된다.도범의 설명을 들은 오수경은 미간을 찌푸린채 되물었다.“그러니까 4층은 사실 세 단계로 나뉜다는 말이지? 수정구의 색이 변할 때마다 단계를 하나씩 통과하는 거야. 총 세 가지 색이 있는 셈이니까, 5층으로 가려면 세 번을 모두 통과해야 하네.”도범은 고개를 끄덕였고, 오수경은 손가락을 꼽아가며 말했다.“즉, 네 마리의 풍린수를 상대해야 한다는 거지. 첫 번째 풍린수는 상대적으로 약하고, 두 번째와 세 번째 풍린수는 좀 더 강해지지만, 가장 강력한 풍린수는 마지막 한 마리라는 거군. 이 마지막 풍린수를 처치해야 비로소 통과가 완료되는 거네.”도범은 다시 한번 고개를 끄덕였다. 오수경의 정리가 꽤나 명확했다. 오수경은 5층으로 순조롭게 진입하려면 이 절차를 그대로 따라야 한다. 네 마리의 풍린수를 모두 처치해야만 5층으로 올라갈 수 있었다.오수경은 웃으며 말했다.“4층은 도범 오빠에게 전혀 어려운 일이 아니겠네. 그 무슨 풍린수라는 것도 결국 선천 후기에 불과하니까 말이야.”이 말을 끝내기도 전에, 도범이 답하기도 전에 주위의 사람들이 참지 못하고 들고 일어섰다. 그들이 일부러 사람이 적은 곳을 선택하긴 했지만, 그래도 많은 사람이 모여 있는 곳이었다. 그리고 오수경의 말이 크게 들리자 주변 사람들이 주의를 기울이게 된 것이다.이때, 눈이 삼각형 모양인 한 사내가 오수경의 말을 듣고 냉소를 터뜨렸다.“너는 저 녀석의 부속인이겠지? 어디서 그런 배짱을 얻었길래 그런 말을 할 수 있는 거냐? 마치 4층이 이 어린 녀석에게는 쉬운 일인 것처럼.”그러자 삼각눈 사내 옆에 서 있던 백색 옷을 입은 남자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저 사람은 말이 너무 과장된 것 같아. 풍린수가 얼마나 상대하기 어려운 상대인지 전혀 모르는 것 같은데, 그냥 입만 뻐끔했
도범은 한숨을 내쉰 후 다시 입을 열었다.“네가 오양수와 대결할 때, 나는 곽치홍이 너희 두 사람의 싸움을 계속 지켜보는 것을 발견했어. 그래서 곽치홍을 주시하고 있었는데, 나중에 곽치홍도 내가 본인을 보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지. 하지만 내가 너무 멀리 있어서 곽치홍의 표정을 자세히 볼 수 없었어. 그런데 곽치홍이 나를 쳐다볼 때, 마치 독사에게 주시당하는 느낌이 들었어. 네가 전에 말했던 게 맞아, 곽치홍은 분명 우리에게 적대감을 품고 있어.”도범은 고개를 끄덕였다. 곽치홍이 등장한 이후로, 온갖 의문들이 곽치홍의 마음속에 떠올랐다. 이전에 장로들이 했던 말은 전부 믿을 수 없었고, 이 안에 더 큰 비밀이 숨어 있을 게 틀림없었다.도범이 숨을 고르고 막 입을 열려던 순간, 오수경이 먼저 말했다.“네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알아. 나를 위로하려고 하지 마, 이제 다 이해했어. 내가 전에 했던 충동적인 행동들이 너에게 폐를 끼쳤다는 걸 알아. 앞으로는 항상 이 점을 명심하고, 더 이상 너에게 폐를 끼치지 않을 거야.”오수경의 이 말을 듣고 나니 도범은 한결 마음이 놓였다. 오수경은 단순한 순진한 바보였고, 팔 다리는 튼튼하지만 머리는 물에 잠긴 것 같아 항상 충동에 휘둘렸다. 하지만 이번 일을 겪고 나서 오수경도 자신을 돌아보게 되었다.그렇게 말하고 나서 오수경은 마치 무거운 짐을 내려놓은 듯 편안해졌다. 두 사람은 함께 4층으로 발을 내디뎠다.그곳은 희미한 빛으로 덮인 광활한 초원이었다. 초원 위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는데, 대부분은 풀밭 위에 가부좌를 틀고 앉아 손에 든 수정구를 받쳐 들고 있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눈을 감고 명상하는 것처럼 보였고, 소수의 사람들은 낮은 목소리로 무엇인가를 이야기하고 있었다.분위기는 침묵과 압박감이 공존했다. 누군가가 이야기를 한다 해도 일부러 목소리를 낮췄다. 여기가 바로 천엽7현탑의 4층이었으며, 겉보기에는 환상 세계와도 같았다.오수경은 눈을 깜빡이며 도범의 손에 들린 보라색 수정구를 한 번
이 말을 들은 오수경은 고개를 저으며 완강히 거부했다.“나는 3층에 남고 싶지 않아. 도범 오빠가 4층을 돌파하면, 분명히 5층도 갈 거잖아. 천엽 7현대는 총 7층인데, 도범 오빠가 7층까지 돌파할 수도 있잖아? 그럼 도범 오빠는 다른 곳으로 바로 전송될지도 모르는데, 그러면 나 혼자 3층에 남게 되잖아. 그땐 난 어떻게 해야 하지?”도범은 오수경의 말을 듣고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오수경의 걱정도 일리가 있었다. 만약 도범이 정말 7층까지 한 번에 돌파한다면, 천엽 7현대는 자신을 완벽한 도전자로 간주할 가능성이 높았고, 보상을 주고 다른 곳으로 전송할 수도 있었다.그렇게 되면 오수경을 홀로 남겨두게 되는데, 도범과 다시 만날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었다. 여러 가지로 생각한 끝에, 도범은 여전히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한편, 오수경은 도범이 망설이는 모습을 보고 조급해졌다. 오수경은 도범의 팔을 잡으며 간절히 말했다.“난 도범 오빠의 인맥으로 천엽성에 들어온 거야. 인맥으로 들어온 만큼, 나는 어떠한 도전도 직면하지 않을 거고, 그저 도범 오빠만 따라가면 계속 위로 올라갈 수 있어. 어떤 위험이 닥치더라도, 나는 절대 혼자서 떠나지 않을 거야. 정말 운 나쁘게 여기서 죽더라도, 제가 감수해야 할 일이니까.”오수경의 이 말은 진심이었다. 도범을 처음 만난 이후, 오수경은 자신의 인생이 위험과 맞물려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하지만 그건 자신이 바꿀 수 없는 일이었다.다른 것은 판단할 수 없었지만, 한 가지는 확실했다. 도범은 매우 신뢰할 만한 사람이었고, 그 뒤를 따라가야만 생존의 가능성을 얻을 수 있었다. 오수경은 이곳에서의 2년을 버텨내어 바라문 세계를 떠나, 자금단방으로 돌아가 다시는 나오지 않기를 바랐다.도범은 오수경의 결심을 확인하자, 마침내 고개를 끄덕였다. 두 사람은 함께 걸음을 옮겨 4층의 입구에 도착했다. 그곳에는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고, 모두가 다소 망설이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미래의 운명을 예측할 수 없기에 그들
도범은 냉소를 띠며 말했다.“전 당신과 싸울 생각 없어요. 다만 한 가지 중요한 일을 잊고 있는 건 아닌지 생각나게 해주러 왔을 뿐이죠.”도범의 말에 민경운은 순간 얼어붙었다. 민경운은 잠시 고민하며 무슨 의미인지 되새겼고, 이내 도범이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 깨달았다. 바로 얼마 전 자신과 도범 사이에 벌어진 내기 때문이었다.그 순간, 민경운의 가슴은 마치 여러 개의 큰 돌이 짓누르는 듯 답답해졌다. 그러나 민경운은 이를 갈며 분노를 삼켰다. 애초에 민경운은 도범이 절대로 이번 대결에서 이길 수 없을 것이라 확신하고 내기를 걸었던 것이다.민경운은 도범이 처참하게 패배할 것이라 생각했고, 자신의 손에 들어올 19만 영정을 기대했었다. 그러나 예상치 못하게 결과는 정반대였다. 도범이 승리한 것이다.이때, 도범은 손을 내밀며 말했다.“빨리 돈을 내세요. 저도 할 일이 있거든요. 그러니 제 시간 뺏지 마세요. 원래 9만 개의 영정으로 내기를 시작했는데, 본인이 10만 개를 더 얹어 19만 개의 영정으로 만든 거잖아요. 그러니 빨리 결제해요.”도범의 이 말에 민경운은 가슴이 터질 듯했다. 상황은 정말로 도범이 말한 대로였다. 도범은 9만 개의 영정으로 내기를 제안했고, 민경운은 도범이 분명히 패배할 것이라 생각하여 곧바로 10만 개를 더해 19만 개로 올렸다. 하지만 결국 자신의 발등을 찍고 말았다.지금 민경운은 자기 뺨을 세게 때리고 싶은 심정이었다. 9만 개의 영정은 민경운에게 꽤나 큰 금액이지만, 19만 개의 영정은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였다. 그러나 두 사람은 이미 계약을 체결했기 때문에 민경운이 이를 되돌릴 방법은 없었다. 만약 민경운이 결제하지 않으면 계약이 곧바로 발동하여, 결국에는 영혼의 역반작용으로 이어지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이후의 일은 의외로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오양수는 원건종의 제자들을 들것에 실어 나갔고, 도범은 마침내 세 번째 영패를 손에 넣었다. 이번 영패는 조금 특이하여 입탑 영패가 아닌 출성 영패로 바뀌어 있었다.이
관중석에는 각양각색의 무사들이 섞여 있었고, 불량배들도 많았다. 평소에 거리에서 욕을 퍼붓기 좋아하는 이들은 이제야 자신들의 능력을 마음껏 발휘할 기회를 찾은 듯, 원건종의 제자들에게 온갖 욕설을 퍼부었다.일부 사람들은 진원을 목에 운용하여 의도적으로 목소리를 크게 했다. 다른 사람들이 듣지 못할까 봐 걱정이라도 되는 듯, 그들은 더욱 큰 소리로 온갖 더러운 말을 쏟아냈다. 이로 인해 도범의 귀는 무척이나 시끄러웠고, 고통스러울 정도였다.도범은 자신과 원건종의 제자들 사이에 오간 몇 마디 대화가 이렇게 사람들을 폭발시키게 될 줄은 몰랐다. 또한, 도범은 어쩔 수 없다는 듯 한숨을 쉬며 이런 싸움은 결국 아무런 결론도 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몸싸움을 할 수도 없고, 계속 말다툼만 이어질 뿐이었다.그래서 도범은 더 이상 들으려 하지 않고, 대련 무대의 한쪽 가장자리로 가서 조용히 서 있기로 했다. 도범은 아직 오양수를 죽일 생각이 없었다. 오양수가 자신에게 했던 그 약속, 즉 죽음보다 더한 고통을 그대로 돌려주고 싶었기 때문이다.시간은 조금씩 흘러갔고, 싸움 소리는 계속해서 끊이지 않았다. 마침내 오양수의 몸부림이 점점 약해지고, 장벽이 완전히 해제되자 원건종의 제자들이 한꺼번에 몰려가서 오양수를 부축했다.한편, 진태산은 눈살을 찌푸린 채 오양수의 코에 손을 대 그의 호흡을 확인했다. 비록 오양수는 아직 숨을 쉬고 있었지만, 그 호흡은 매우 미약했다.민경운은 급하게 자신의 보관 반지에서 여러 개의 단약을 꺼내 오양수의 입에 넣었다. 그러나 이 단약들은 오양수의 현재 상태를 치료하기에는 전혀 효과가 없었다. 방금 도범이 사용한 참멸현공이 오양수의 영혼을 완전히 찢어놓았기 때문이다.영혼이 찢어진 상태에서 내상을 치료하는 단약이 효과가 있을 리 없었다. 따라서 민경운이 오양수에게 많은 단약을 먹였지만, 오양수의 상태는 전혀 나아지지 않은 것이다. 민경운은 점점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만약 오양수가 정말로 이 사건으로 인해 죽는다면, 그들 모두 책임을
“맞아! 당장 우리 오양수 선배를 풀어줘! 양수 선배에게 무슨 일이 생기기라도 하면, 너는 천번 만번 죽임을 당할 거야! 오양수 선배는 도민수 선배가 아니야. 네가 도민수 선배를 죽음 직전까지 몰고 갔을 때는 우리도 나서서 협상할 여지가 있었어.그러나 네가 오양수 선배를 진짜로 죽음 직전까지 몰고 간다면, 염라대왕이라도 너를 보호할 수 없을 거야! 바라문 세계를 벗어나는 순간, 너는 원건종의 끝없는 추격을 받게 될 거야!”바깥에서 들려오는 원건종 제자들의 고함과 욕설은 도범의 귀에 전부 들렸다. 이는 이미 예상된 일이었기에 도범은 일말의 두려움도 느끼지 않았다.원건종은 일반적인 자유 무사들에게 충분한 위압감을 줄 수 있지만, 도범에게는 그렇게 중요한 상대가 아니었다. 원건종이 무엇이건, 자신의 힘이 충분히 강하다면 더 강력한 종문에 가담할 수 있을 테니, 원건종이 손해를 본다고 해도 도범으로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이다.게다가 이번 일은 처음부터 끝까지 원건종이 문제를 일으킨 것이었다. 도범은 결코 선을 넘는 행동을 하지 않았고 원건종 쪽에서 여러 번 도발하지 않았다면, 도범 역시 이들과 싸울 이유가 없었을 것이다.잠시 후, 도범은 차가운 웃음을 지으며 원건종의 제자들을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일부러 목소리를 높여 말했다.“원건종 제자들, 잘 들어! 8품 종문 출신이라는 이유로 제멋대로 행동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마. 처음부터 끝까지 문제를 일으킨 건 너희들이었잖아. 그런데 패배하고 나니 이제와서 나를 협박하는 거야?만약 너희들이 먼저 건드리지 않았다면, 나 역시 너희들과 엮일 생각이 전혀 없었을 거야. 즉, 너희들은 본인들의 강력한 종문을 배경을 믿고 제멋대로 행동해도 된다고 착각하는 거야. 하지만 나는 너희들의 그런 행태를 전혀 묵인할 생각 없어!”도범의 이 말은 관중석에서 큰 박수갈채를 일으켰다. 관중들은 도범이 그들 마음속에 담아둔 말을 대신 말해준 것 같아 고무되었다. 이들 고급 종문의 제자들은 항상 약한 무사들 앞에서만 무력을 과시하며, 이
“오양수는 원건종의 친전 제자 아닌가요? 그런데 어떻게 이렇게 약할 수 있죠?”“당신 바보 아니에요? 이건 오양수이 약한 게 아니라 도범이 너무 강한 거에요! 아까도 말했잖아요? 빙봉천리는 지급 상급 무기에요. 여기 있는 사람들 중에 몇이나 지급 상등 무기를 수련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런데 도범이 빙봉천리를 부순다는 건, 도범의 무기가 오양수의 무기보다 강하다는 걸 의미해요!”“설마 도범이 천급 무기를 수련한 건가요?”이 말이 나오자마자, 주변의 거의 모든 이들이 단번에 부정했다.“미쳤어요? 무슨 말이든 막하네요. 천급 무기가 어떤 개념인지 알고나 하는 소리에요? 수련 경지가 고신경에 도달했거나, 혹은 특별한 재능을 지닌 영천 경지 후기에 이르러야만 천급 무기를 수련할 수 있는 가능성이 생기는 거에요.그리고 여기 있는 사람들은 모두 바라문 세계의 규칙을 지켜야만 이곳에 들어올 수 있고요. 나이도 60세를 넘지 않아야 하죠. 그렇다면 60세가 넘지 않은 사람이 천급 무기를 수련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그렇네요! 아마도 지급 상급 무기를 수련한 거겠죠. 도범이 오양수를 이길 수 있었던 이유는 도범이 지급 하급 무기를 대원만 단계까지 수련했기 때문일 거에요.”“만약 그게 사실이라면, 도범의 재능은 정말 두려운 수준이네요. 8품 종문의 친전 제자조차 도범의 상대가 될 수 없다는 거잖아요!”“이번에 바라문 세계에 온 보람은 있네요. 이렇게 많은 천재들을 직접 눈으로 볼 수 있다니.”오양수와 관련 없는 관중들은 이런 논의를 흥미롭게 이어갔다. 이전에 도범을 비하하던 사람들도 이제는 도범을 칭찬하며, 도범을 백 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천재라고 말하기 시작했다.8품 종문의 친전 제자들도 대수롭지 않게 여겼지만, 원건종의 제자들은 차분할 수가 없었다. 처음에는 관중석에서 편안하게 앉아있던 그들은, 도범이 빙봉천리를 단칼에 베어내는 모습을 보고는 그만 입을 다물고 경악을 감추지 못했다.지금 오양수가 이렇게 극심한 고통을 겪는 걸 보니, 분명 도범이
두 번째 방법은 고도의 신법을 필요로 하며, 일반적인 무사로서는 도저히 피할 수 없는 수준이다. 첫 번째 방법도 강력한 실력이 필요하기에, 주위 사람들이 도범을 걱정할 수밖에 없었다. 빙봉천리의 감금 아래에서 도범은 결코 빠져나갈 수 없을 것처럼 보였다.따라서 모두가 도범이 반드시 패배할 것이라고 생각하며, 도범의 경맥이 감금되면 오양수가 도범을 결코 쉽게 놓아주지 않을 것이라 여겼다.한편, 도범은 한 손에 장검을 쥐고, 다른 손으로는 연달아 법진을 만들어냈다. 이윽고 백 개의 영혼검이 하나로 융합되어, 거대한 영혼 검이 되어 회흑색 장검 속에 흡수되었다.도범이 전승 상태로 참멸현공을 펼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비록 빙봉천리가 지급 상급 무기일지라도, 도범의 눈에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도범은 현재 참멸현공을 대원만 단계까지 수련한 상태였고, 영혼검과의 융합으로 생성된 힘은 결코 가볍게 볼 수 없는 힘이다.도범은 분노에 차서 큰 소리로 포효하며 단칼에 검을 휘둘렀다. 이윽고 회흑색 장검에서 거대한 검기가 날아가면서 하늘을 뒤덮은 얼음망이 도범의 앞에 닥쳐왔다.모두는 쾅쾅하는 몇 번의 뚜렷한 소리를 들었고, 얼마 지나지 않아 단단해 보이던 빙봉천리가 도범의 한 줄기 검기에 의해 산산조각이 나고 말았다.게다가 이 검기는 빙봉천리를 부순 뒤에도 힘이 전혀 소모되지 않은 채 여전히 앞으로 돌진했다. 이는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상황이었고, 뒤따라오던 오양수조차 반응하지 못했다.현재 도범의 참멸현공은 대원만의 경지에 도달했다. 비록 빙봉천리가 지급 상급 무기라 할지라도, 참멸현공 앞에서는 종이장처럼 부서질 뿐이었다.모두가 도범이 빙봉천리에 온몸이 봉쇄되어, 도살당할 어린 양처럼 될 것을 기대했으나, 그들의 모든 환상은 산산이 부서졌다. 검날이 빙봉천리를 부순 후, 곧장 반응하지 못한 오양수를 향해 돌진했다. 검날이 오양수의 면전 3척 앞에 닿기 직전에야 오양수는 자신을 보호하려 했지만, 이미 너무 늦어버린 상황이었다. 평상시라면 오양수는 공격과 동시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