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찍이 집으로 돌아간 도범은 차를 마당에 세우고 안으로 들어갔다.하지만 문 앞에 도착했을 때, 성경일과 한지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어머님, 어머님도 저랑 시율이 사이가 쭉 좋았다는 거 알잖아요. 그래서 저도 시율이를 위해서 이러고 있는 거예요. 이 사진을 보세요, 이 여자 재벌이 틀림없어요, 돈도 엄청 많다고요. 이 야명주를 1000억에 샀다고요! 도범이 이 여자를 만나고 있는 게 틀림없어요, 이 여자를 만나면서 돈을 받고 있는 거라고요.”도범은 밖에서 성경일이 하는 말을 듣고만 있었다.전에 왕호가 나봉희를 찾아와 이 얘기를 꺼냈을 때에도 박시율과 나봉희는 무척 화를 냈었다.하지만 도범은 그 여자가 여전신이고 친구일 뿐이라고 이미 설명해 준 상태였다.나봉희와 박시율이 여전히 믿지 않아 자신의 제자라고도 했지만 그들은 여전히 믿지 않았다.다행히 그날 밤, 한지운의 미움을 사긴 했지만 한 씨 집안의 주인인 한용휘가 한지운을 데리고 와 도범에게 사과를 하고 6억을 배상해 줬다.나봉희는 돈을 사랑하는 사람이었기에 더 이상 그 일을 걸고 들지 않았다. 그리고 도범이 자신에게 20억을 주겠다고 했으니 그 일은 그렇게 끝이 났다. 박시율도 도범에게 마지막 기회를 주겠다고 했다. 바로 박시율 할아버지의 칠순잔치 때 도범이 했던 약속을 전부 지켜야 한다는 것이었다. 아니면 박시율은 도범과 이혼하겠다고 했다. 그 일이 그냥 지나갔을 거라는 생각과는 달리 도범이 출근한 틈을 타 한지운과 성경일이 같이 찾아와 나봉희에게 이 얘기를 꺼낼 줄은 몰랐다.다행히 도범이 오늘 퇴근을 일찍 한 덕분에 마침 두 사람이 여기에 왔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그때 나봉희도 입을 열었다.“사실 이 얘기를 왕 도련님한테서도 들었어요, 사진도 저한테 보여줬고요. 그런데 도범이 인정하지 않아서 저희도 방법이 없었어요. 이 사진만으로는 아무것도 설명할 수 없으니까요, 더 노골적인 사진을 가져오면 모를까.”“이 사진으로도 부족하다고요?”한지운이 언짢은 얼굴로 물었다.“어머님, 이
“무슨 기회를 말하는 겁니까?”한지운과 성경일이 눈을 반짝이며 이구동성으로 물었다.“도범이 어르신 칠순잔치 때, 저에게 40억을 주겠다고 했거든요, 그리고 저번에 박이성을 때려서 박이성한테 20억을 배상해 주겠다고도 했고요. 또 어르신께 몇 십억이 되는 선물도 주기로 했어요.”나봉희가 말했다.“정말요? 잘 됐네요. 그놈 그 많은 돈을 내놓지 못할 게 분명합니다. 그때 시율이가 도범을 쫓아내면 되겠네요!”“맞아요, 어르신 칠순잔치도 이제 보름 넘게 남았잖아요, 그때 저희 한 씨 집안에서도 무조건 와서 그놈이 망신당하는 걸 봐야겠어요!”두 도련님이 신이 나서 말했다, 드디어 희망이 보였기 때문이었다.그날 도범이 운이 좋아서 니엘에게 맞아죽지 않고 오히려 좋은 것만 가득 얻어 가 성경일과 한지운은 화가 잔뜩 났었다.그런데 이렇게 희망을 보게 될 줄이야.“하지만 저는 도범이 충분히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월급을 40억씩 받고 있잖아요, 그리고 용신애 아가씨와도 사이가 좋아서 두 달 치 월급을 미리 받으면 된다고 했어요. 말하는 꼴을 봐서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 같지는 않았어요.”그때 나봉희가 다시 말했다.그 말을 들은 두 도련님은 다시 고민에 빠졌다. 그들은 마치 천국에서 지옥으로 떨어진 것 같았다. “몇 십억의 선물을 구하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에요, 그걸 준비했대요?”한지운이 생각해 보더니 물었다.“그럴 돈이 어디 있겠어요? 그때 가봐야 알죠.”나봉희가 웃으며 대답했다.그때 성경일이 이를 악물더니 무언가를 꺼내 나봉희에게 건네줬다.“어머님도 시율이가 좋은 집안에 시집갔으면 좋겠다고 생각하시는 거죠? 이렇게 평생 고생만 하는 모습 보고 싶지 않죠? 이 물건을 물이나 음료수에 타서 도범에게 먹이세요, 도범이 죽으면 모든 게 해결될 겁니다.”“독약인가요?”성경일의 말을 들은 나봉희가 놀라서 물었다.“안돼요, 제가 도범을 좋아하지 않고 그놈이 우리 가족을 이렇게 만들긴 했지만 이런 일을 할 수는 없어요, 저는 이런 짓 못해요.”
은행 카드에 200억이 들어있다는 소리를 들은 나봉희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200억은 박 씨 집안에게 있어서 적은 돈이 아니었다. 이 돈을 가질 수 있다면 그들은 평생 먹고 살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되었다. 박 씨 집안으로 돌아가지 않아도 되었다.나봉희의 반응을 본 성경일과 한지운이 속으로 기뻐했다.두 사람은 이미 모든 것을 다 계획했다. 첫 번째 계획은 바로 저번에 찍은 사진을 나봉희에게 보여줘 도범이 다른 여자의 돈을 받으며 살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었다.이렇게 되면 그들은 힘을 들이지 않고도 도범을 쫓아낼 수 있었다.만약 박시율이 주동적으로 이혼을 제기한다면 도범도 뻔뻔하게 나올 수 없다고 그들은 생각했다.하지만 그들은 이 방법이 통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아직 보름이 넘도록 기다려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나봉희의 이런 말까지 들으니 도범이 어쩌면 정말 80억을 내놓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그랬기에 그들의 첫 번째 계획은 실패했다.그들은 두 번째 계획을 실행할 수밖에 없었다. 두 번째 계획은 바로 나봉희가 돈을 좋아하는 심리를 이용하는 것이었다. 돈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은 없었다, 만약 그녀가 두 사람의 의견을 받아들여 도범에게 독약을 먹일 수 있다면 도범이 그 독약을 먹고 죽기만 해도 그들은 이미 절반이나 성공했다고 할 수 있었다.혹시나 나봉희가 돈이 적다고 할까 봐 두 사람은 이를 악물고 각자 100억을 꺼내 이 200억을 만들어냈다.“어때요? 200억이에요, 어머님. 어머님의 행복을 위하고 시율이가 앞으로 좋은 남자한테 시집갈 수 있게 하기 위해 이걸 도범에게 먹이기만 하면 됩니다, 그럼 200억은 어머님의 것이 되는 겁니다.”성경일이 나서서 옆에서 말했다.“맞아요, 그럼 이 낡은 집을 바꾸거나 뜯어버릴 수도 있어요, 여기에 멋진 별장을 짓는 겁니다. 어머님 아들도 돈이 생긴다면 더 행복하게 살 수 있겠죠, 시율이는 저나 성 도련님에게 시집을 가도 좋고요, 그래도 금방 퇴역한
문 앞에서 그 말을 들은 도범의 마음은 그나마 편안해졌다.200억은 확실히 적은 돈이 아니었디. 그들은 방금 전까지만 해도 나봉희가 돈을 이렇게 좋아하니 허락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하지만 나봉희가 관건적인 시각에 유혹을 견뎌내고 두 사람을 거절할 줄은 생각하지 못했다.도범은 그제야 아무것도 모르는 척 문을 두드렸다.“누구시죠?”방 안에 있던 세 사람이 놀라서 허둥댔다, 한지운과 성경일은 다급하게 독약과 은행 카드를 거두었다.“장모님, 저예요, 시율이는 퇴근했어요?”도범이 방 안에 대고 말했다.“아직이다, 이제 곧 퇴근할 것 같으니 네가 가서 좀 데리고 와.”나봉희도 찔려서 얼른 도범을 집에서 내보내려고 했다.“네, 그럼 제가 시율이 데리고 올게요.”머지않아 도범은 집을 떠났다.도범이 간 것을 확인한 뒤에야 나봉희는 한시름 놓았다.“세상에, 심장 떨어지는 줄 알았네. 도범이 두 분을 봤다면 또 손찌검을 했을지도 모릅니다. 성격이 불같고 고집은 또 얼마나 센지 다른 사람 말도 잘 안 듣는다니까요.”“어머님, 잘 생각해 보세요, 200억이라고요.”성경일은 여전히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저희는 먼저 가볼 테니 생각해 보시고 다시 전화 주세요. 사실 간단해요, 이 약은 찾기도 힘들고 색깔도 냄새도 없다고요, 효과도 빠르지 않아요, 그저 감기에 걸린 것처럼 몸에 힘을 못 쓰는 것뿐입니다. 그리고 한 달이나 지나야 죽는다고요.”“가세요, 다음에 봐요.”나봉희는 갑자기 돌아온 도범 덕분에 놀라 얼른 두 사람을 보내고 나서야 한시름 놓았다.“너무한 거 아니야, 우리 시율이를 얻기 위해서 그런 비열한 수단을 쓰려고 하다니. 저런 사람이랑은 어울리지 말아야 해.”두 사람을 보낸 뒤에야 나봉희가 두 팔을 쓸어내리며 말했다.“저렇게 교활한 사람한테 시율을 줬다가는 두 사람이 마음이 안 맞기라도 하면 시율이에게도 이런 약을 먹이는 거 아니야? 아니면 나한테 약을 먹일 수도 있는 거고. 도범이 돈이 없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믿을 만한 사람인 건 맞아
“헤어지자고? 왜 헤어지자고 하는 거야? 우리 좋았잖아, 결혼까지 약속했잖아.”박해일은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듣고 두어 걸음 물러섰다, 그는 이 사실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왜냐고? 돈 때문 아니겠어? 누가 그렇게 가난하래?”장소연은 오늘 오후에 하마터면 도범의 손에 죽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화가 났다.박해일은 오늘 오전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아직 알지 못하고 있는 듯했다.“돈?”그 말을 들은 나봉희가 멈칫하더니 장소연에게 애걸하기 시작했다.“소연아, 걱정하지 마, 나 이제 곧 돈 생길 거야. 너 돈 필요해? 우리 엄마한테 돈 많잖아, 돈 필요하면 내가 엄마한테 물어볼게.”그 말을 들은 장소연은 혹했다. 박해일은 자신을 무척이나 믿고 있는 듯했기 때문이었다.박해일의 누나는 물론 도범의 월급도 억 소리가 날 만큼 높았다.그리고 장소연은 지금 갈 곳도 없었다, 전에 많은 돈을 손에 넣었지만 이미 대부분을 쓴 덕분에 얼마 남지 않았다.만약 지금 도범과 헤어진다면 돈 많은 사람을 어디 가서 찾을 수 있겠는가?어쩌면 일단 박해일과 만나면서 기회를 찾아 다른 돈 많은 이를 만나 결혼을 하는 것이 더 좋을 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그리고 도범이 박해일의 형부였으니 박해일의 앞에서 자신을 죽일 수는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도범은 지금 용 씨 집안에서 일을 하고 있었기에 그 집안사람들을 자주 만날 수 있었다, 그랬기에 자신이 용 씨 집안의 큰 도련님을 만날 기회가 생겨 도련님과 함께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장소연은 다시 생각을 바꿨다. 그리곤 입술을 깨물곤 불쌍한 얼굴로 말했다.“해일아, 나도 너랑 헤어지고 싶지 않은데 내가 너희 가족한테 미안한 일을 했어, 나를 용서해 줄 수 있을까?”박해일은 그 말을 듣자마자 대답했다.“걱정하지 마, 소연아, 너만 내 곁에 남겠다고 한다면 네가 무슨 잘못을 저질러도 다 용서할 수 있어, 나를 믿어줘,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해일아, 역시 너밖에 없어.”장소연은 조금 감동해서 박해일의 품
지유는 남자가 어린아이에게까지 손을 댈 줄 몰랐다. 얼른 일어난 그녀는 수아에게 달려가 넘어지려던 수아를 안았다.“들었지? 아이는 어른들의 일에 끼어들면 안 되는 거야.”두 남자의 옆에 있던 남자아이가 거만한 얼굴로 말했다.“봤지, 우리 집 애도 알고 있는 도리라고.”남자가 웃으며 말했다. 그리곤 단추가 떨어진 지유의 하얀 와이셔츠를 보며 침을 삼켰다.“말해, 어떻게 갚을 거야? 50만 원을 내놓지 않으면 갈 생각하지 마!”“50만 원?”지유가 놀란 얼굴로 물었다. 그리고 수아를 안고 일어섰다.“너무한 거 아니에요? 저랑 수아가 금방 차에 올라타서 가지도 않았는데 혼자 후진하다가 저희를 넘어뜨린 거잖아요, 그런데 돈을 내놓으라고요?”“그러니까요, 나쁜 사람들, 우리를 다치게 해놓고 사과도 안 하고 돈을 배상하라고 하다니, 다 나쁜 사람들이야! 수아 아빠가 알면 나쁜 사람들 다 끝났어, 우리 아빠 영웅이야, 나쁜 사람들만 골라서 혼내준다고!”자그마한 수아는 억울한 표정을 짓고 있었지만 씩씩했다. 아이는 울지 않았다.다른 아이였다면 진작에 울음을 터뜨렸을 것이다.하지만 수아도 눈물을 참고 있는 것이었다, 그 불쌍한 모습을 보고 있자니 가슴이 아플 정도였다.“영웅? 나쁜 사람들만 골라서 혼내준다고?”수아의 말을 들은 남자가 비웃기 시작했다.“그럼 무슨 소용이 있는데? 돈 있어? 우리 아들을 봐, BMW를 타고 학교를 다니잖아, 그런데 너희들은 이렇게 더운 날에 전기스쿠터를 탈 수밖에 없잖아. 돈도 없으면서 여기에 와서 공부할 생각을 하다니, 학비도 다른 사람한테 빌린 거지?”“형님, 형수님께서 집에서 형님을 기다리고 있으니 얼른 돈이나 받고 가죠.”또 다른 남자의 팔뚝에는 문신까지 있어 보기에 무서웠다. “저, 저는 돈 없어요! 가정부일 뿐이라고요, 대신 아이를 데리러 온 것뿐이에요.”지유는 아무것도 따지지 않는 상대방을 보며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몰랐다.“우리 아빠도 차 있어요, 이것보다 훨씬 멋있어요.”박수아가 씩씩거리며 말했
보기에 삐쩍 마른 남자가 당황해서 작은 목소리로 자신의 동생을 보며 말했다.“어떡하냐? 저놈 포르쉐 911 끌고 왔는데, 이번에 왠지 사고 친 것 같아. 저 차 가격이 어마어마하다고.”하지만 그의 동생은 아무렇지 않다는 듯 웃었다.“형, 담이 너무 작은 거 아니야, 뭐 무서울 게 있다고 그래. 저쪽에서 형을 놀라게 하려고 그런 거야, 저거 다 가짜라고!”“그게 무슨 말이야?”삐쩍 마른 남자가 의아하게 물었다.“저 남자 옷차림새를 봐, 평범하잖아, 저런 차를 타고 다닐 수 있을 것 같아?”문신남이 웃으며 계속 말을 이었다.“그냥 다른 사람 기사로 일하는 놈인 거야. 저 여자도 가정부가 아니라 저놈 마누라인 거지.”“아, 그런 거였어.”삐쩍 마른 남자가 그제야 깨달았다는 듯 앞으로 나섰다.“이 자식이 어디서 감히 나한테 그런 소리를 하는 거야? 이제 70만 원 없이는 못 가!”그리고 옆에 세워진 포르쉐 911을 가리키며 말했다.“네가 기사 노릇 하는 사람이라는 거 모를 거라고 생각하지 마, 다른 사람 대신 차를 운전한다고 그 차가 네 것이 되는 것도 아니잖아, 기사 따위를 내가 왜 무서워하겠어?”“당신이 후진하다가 우리 집 가정부랑 딸을 다치게 해놓고 돈을 달라고? 배상금은 내가 달라고 해야지.”말을 마친 도범이 전기스쿠터 앞으로 가 한 손으로 전기스쿠터를 들곤 BMW 쪽으로 던졌다.“퍽!”BMW는 순식간에 찌그러졌다. 앞 유리와 엔진이 있는 보닛까지 전부 일그러졌다.“이 자식이 감히 내 차를 부셔? 죽고 싶어서 환장했어?”상대방이 화가 나서 도범에게 달려들으려고 했다.하지만 도범은 손쉽게 한쪽 손으로 상대방의 손을 잡았다, 그러자 상대방이 고통에 땅에 주저앉고 말았다.“여기 애들이 이렇게 많지 않았다면 내가 당신 죽여버렸을 거야!”“젠장!”문신남은 자신의 형이 맞은 모습을 보곤 도범에게 달려들었다.“퍽!”하지만 도범은 발길질 한 번 만에 문신남을 차가 있는 곳까지 날아가게 했다. 결국 문신남은 피를 토했다.“잘못했습
도범이 생각해 보더니 다시 말을 이었다.“장인어른이랑 장모님이 물으면 남자친구가 사줬다고 해, 내가 사줬다고 하지 말고, 알겠지?”“그런데 이렇게 비싼 차를 저한테 주는데 아가씨랑 얘기해 봐야 하는 거 아니에요?”지유가 난감한 얼굴로 말했다. 아우디 A6도 가격이 싼 차는 아니었는데 도범이 그녀에게 그런 차를 선물로 주겠다고 했기 때문이었다.한낱 가정부인 그녀가 이런 차를 타게 되리라고 생각이나 했을까?“말할 필요 없어, 비싼 것도 아닌데 뭐, 그리고 이 일 시율이한테도 알려주지 마, 알겠지?”도범이 웃으며 당부했다.“네, 알겠습니다.”지유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그는 도범의 신분을 도저히 추측할 수 없었다. 하지만 그의 신분이 평범하지 않다는 것만은 알 수 있었다.적어도 도범은 지금까지 적지 않은 돈을 내놓았기 때문이었다. 그랬기에 퇴역을 할 때 몇 억 원의 상여금을 받았으리라고 지유는 생각했다.“우리 수아 안 아파?”도범이 수아를 안아 들더니 종아리의 상처를 살펴보며 물었다.“안 아파, 아빠가 나쁜 사람들 혼내줘서 수아 너무 기뻐, 앞으로 나도 나쁜 사람들 혼내줄 거야.”수아의 얼굴에 드디어 천진난만한 웃음이 걸렸다, 아이의 눈에 도범은 산처럼 위대했다.아빠만 나타나면 모든 나쁜 이들은 그의 앞에서 잘못했다고 구걸할 수밖에 없을 것 같았다.“자, 사탕 하나 먹어, 이거 먹고 나면 수아 다리 얼른 나을 수 있을 거야.”도범이 웃으며 까만색의 약을 수아에게 먹였다.“한입에 꿀꺽 삼켜야 돼!”“응.”수아가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이더니 정말 한입에 꿀꺽 약을 삼켰다.하지만 아이는 금방 미간을 찌푸릴 수밖에 없었다. 수아는 도범에게 속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아빠, 이거 왜 이렇게 써!”“세상에 안 쓴 약이 어디 있어.”도범이 수아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포동포동한 얼굴에 입을 맞췄다.“지유야, 단추 빠진 것 같네.”그제야 단추가 빠진 지유의 와이셔츠를 발견한 도범이 어색하게 말했다.그 말을 들은 지유가 고개를 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