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범이 방금 전의 문제를 곱씹고 있을 때, 유천봉의 목소리가 갑자기 도범의 귀에 들려왔다. “도범! 비록 우리 사이에 깊은 원한이 있지만, 생사가 걸린 상황에서 그런 원한은 잠시 접어두자고. 너와 나는 반드시 힘을 합쳐 이 난관을 해결해야 해. 서로 협력해야만 이 지옥 같은 곳에서 나갈 수 있어! 방금 그 목소리가 말하지 않았느냐. 우리가 동시에 자혼과일을 만지기만 하면, 우리 둘 다 전송될 것이고, 자혼과일도 반으로 나뉘어 한 사람당 절반씩 가질 수 있지 않아? 얼마나 공평하고 정의로워!” 이 말을 들은 도범은 고개를 들어 유천봉을 한 번 쳐다보았다. 유천봉은 진심이 담긴 눈빛으로 도범을 바라보고 있었다. 마치 이 말이 유천봉의 진심인 듯 보였다. 도범은 가볍게 콧방귀를 뀌며, 곧바로 대답하지 않았다. 유천봉은 도범이 아무 반응도 보이지 않자, 순간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감히 나를 무시하다니! 술을 권할 때 좋게 받아들이지 않더니, 끝내 벌주를 마셔야 정신 차리겠군!' 유천봉은 입으로는 그럴싸한 말을 하고 있었지만, 속으로는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다. 도범이 동의해 함께 자혼수를 처리하면, 자혼수가 상처 입었을 때 기습적으로 도범을 공격해 먼저 자혼과일에 손을 대겠다는 계획이었다. 유천봉은 자신이 먼저 자혼과일을 만져, 홀로 이곳에서 빠져나가고 자혼과일을 독차지할 생각이었다. 비록 규칙이 명확하고 공정해 보이지만, 그 이익을 도범에게 나누어 주는 건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자혼과일은 오직 유천봉의 것이어야 했고, 탈출 역시 유천봉 혼자만이 이뤄야 하는 것이었다. 그렇게 결심한 유천봉은 다시 말을 꺼냈다. “지금은 다른 선택지가 없어! 너는 나와 협력해야만 이곳을 벗어날 수 있어. 너 혼자서는 두 마리의 자혼수를 상대할 수 없을 거야!” 그러자 도범은 눈살을 살짝 찌푸린 채, 유천봉을 향해 차가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저는 유천봉 씨의 말을 믿지 않아요. 저와 협력하고 싶다는 말, 어떻게 믿을 수 있겠어요?
공간 법칙이 발동하자, 원래 가까이 있던 도범과 유천봉의 거리는 급격히 줄어들었다. 도범이 갑작스럽게 공격을 감행하면서, 단 한 번 숨을 들이쉬는 사이에 도범은 이미 유천봉의 바로 앞에 서 있었다.유천봉은 도범의 갑작스러운 공격을 전혀 예상하지 못했기에, 반응할 새도 없이 등에 강한 충격을 느꼈다. 유천봉의 등 뒤로 강한 힘이 밀려오면서, 유천봉은 마치 버려진 헝겊 자루처럼 두 마리 자혼수 쪽으로 날아갔다.유천봉은 곧바로 도범이 왜 이렇게 행동했는지 깨달았고, 공중에서 분노에 찬 목소리로 욕설을 퍼부었다.“이 비열하고 비겁한 놈아! 너를 절대 가만두지 않겠다. 널 산산조각 내서 복수할 거야!”그러나 이런 헛소리는 도범이 이미 셀 수 없이 많이 들어본 것들이었다. 따라서 도범은 한쪽 귀로 듣고 다른 쪽 귀로 흘려보내며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한편, 유천봉은 비록 도범의 기습에 처음엔 당황했지만, 필경 유천봉은 무간종의 내문 제자였기에 곧바로 자세를 재정비하고 전진하는 힘을 멈출 수 있었다.그러나 이미 늦은 상황이었다. 유천봉이 두 마리 자혼수 쪽으로 날아가는 그 순간, 자혼수는 유천봉이 자혼과일을 차지하려는 것으로 판단하고 공격하기 시작했다.다른 한편, 도범은 유천봉의 뒤에 떨어져 유천봉을 앞으로 밀어내고는 자신은 전진하지 않았다. 도범은 단지 실험해보고 싶었을 뿐이었다. 만약 한 사람만 자혼과일을 향해 나아가면 자혼수가 한 사람만 공격할지 알고 싶었던 것이다.그러나 도범은 실망했다. 두 마리 자혼수는 공격을 개시했지만, 좌우로 나뉘어 두 명을 모두 목표로 삼았다. 도범은 계획이 실패했음을 깨닫고는 고개를 살짝 저었다.유천봉을 방패로 삼아 자혼과일을 쉽게 따낼 수 있을 거라 생각했지만, 좌측의 자혼수는 유천봉을 향해 돌진했고, 우측의 자혼수는 도범에게 빠른 속도로 달려들었다.이번이 처음으로 영천 경지 중기의 요수를 상대하게 된 순간이었다. 게다가 경지가 제한된 상황이기에 도범은 한순간도 방심할 수 없었다.이윽고 75 개의 영혼 검이 허공에서
자혼수 역시 판단 능력이 있었기에, 도범이 현재 힘을 소진했고 새로운 힘이 나오지 않은 상태임을 알아차렸다. 그래서 자혼수는 이 기회를 틈타 다시 공격을 가해 도범에게 최소한의 부상을 입히려고 했다.자혼수의 속도는 매우 빨랐다. 자혼수의 모습에 도범은 심장이 금방이라도 튀어나올 것처럼 세차게 뛰었다. 그러나 이내 공간 법칙을 운용하여 허공에서 빠르게 방향을 바꾸며 자혼수와 일정한 거리를 벌렸다.도범은 자혼수가 가까이 오게 해서는 안 된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그렇지 않으면 오늘 이곳에서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자혼수의 방어력은 매우 강했고, 도범은 아직 본인의 필살 무기를 사용하지 않았다. 자혼수가 참멸현공과 부딪혀 부상을 입었지만, 도범이 기대한 것과는 거리가 멀었다. 이로 미루어보아 자혼수를 단시간에 처치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따라서 도범은 온 힘을 다해 자혼과일에 접근할 수밖에 없었다.아아-이때, 도범의 뒤에서 비명이 들려왔다. 도범은 고개를 돌리지 않고도 유천봉이 처참한 상황에 놓였을 것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도범의 예상대로, 유천봉은 아주 비참했다. 유천봉의 팔은 자혼수의 발톱에 의해 다섯 줄의 깊은 상처가 났고, 피는 유천봉의 옷을 흠뻑 적시고 있었다. 고통에 빠진 유천봉은 욕설을 퍼부었지만, 한편으로는 필사적으로 주변을 피하고 있었다.다행히 속도가 빨라서 그나마 조금 더 버틸 수 있었다. 유천봉은 이를 악물고 도망치면서, 자혼과일을 따야만 살 수 있다고 생각했다. 또한, 도범에 대한 증오는 점점 더 깊어졌고, 도망치는 와중에도 어떻게 도범을 함정에 빠뜨려 그를 이곳에 영원히 남기고 갈 수 있을지 고민했다.아까 도범이 자신을 기습하지 않았더라면, 이렇게 준비되지 않은 상태로 자혼수의 공격을 맞고 팔이 찢어지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이윽고 분노에 찬 유천봉은 소리쳤다.“도범, 너 기다려! 네가 어떤 벌을 받게 될지 두고 보자!”유천봉의 속도는 빨랐고, 자혼수의 속도 또한 만만치 않았다. 한 인간과 한 마리의 자혼수는 계속해서 6
이 사실을 깨달은 유천봉은 절망했다. 이렇게 계속 도망가는 것은 해결책이 아니었다. 진원은 언젠가 고갈될 것이고, 자혼수의 경지와 진원량은 유천봉보다 훨씬 많을 것이 분명했다. 결국, 유천봉의 진원이 다 떨어지면, 그저 죽음을 기다릴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나 자혼과일에 가까워지려고 하면 자혼수가 갑작스레 공격을 가했기에, 유천봉은 살기 위해 방향을 바꿀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유천봉은 탈출에서 점점 멀어졌다. 유천봉은 자신이 죽음의 고리에 빠져있음을 절망적으로 깨달았다. 잠시 후, 유천봉은 도범 쪽을 바라보았다. 도범은 자혼수와의 거리를 계속 조정하며, 끊임없이 자혼수를 공격하고 있었다. 그러나 유천봉이 놀란 것은 도범을 공격하는 자혼수의 두 앞발이 점점 검어져, 마치 무언가 악성 에너지에 감염된 것처럼 보였다는 것이다. 도범은 지금 탈출에는 신경쓰지 않고 있었다. 도범의 모든 주의는 오로지 앞에 있는 자혼수에게 집중되어 있었고, 공간 법칙이 도범의 발밑에서 끊임없이 작동했다. 도범은 지금까지 참멸현공을 세 번이나 사용했다. 그때마다 자혼수는 새로운 상처를 입었다. 또한, 자혼수의 체력도 점차 고갈되어갔다. 진원이 다 소진된 것은 아니었지만, 상처가 점점 심해져 속도가 느려졌다. 도범은 공간 법칙을 사용해 다시 30m 정도의 거리를 벌리며 잠시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시간을 벌었다. 도범은 미간을 찌푸린 채 손을 몇 번 휘둘러 새로운 법진을 만들어냈다. 이제 도범의 체내 진원도 거의 바닥났다. 끊임없이 공격을 퍼붓는 동시에 공간 법칙을 사용했기에 진원의 소모가 너무 컸던 것이다. 그러나 지금 도범은 그 모든 것을 고려할 여유가 없었다. 이번에 도범이 위치를 조정한 곳은 상당히 절묘했다. 도범은 계속해서 자혼과일 쪽으로 가까워지고 있었다. “받아라!” 도범은 낮은 목소리로 외치며, 장검을 다시 자혼수를 향해 휘둘렀다. 회색 검광 위에는 공간 법칙의 힘이 담겨 있었고, 순식간에 자혼수의 앞발과 충돌했다. 쾅쾅쾅-몇 번의 금속성
그러나 유천봉이 아무리 크게 소리쳐도, 도범의 행동을 막을 수는 없었다. 도범은 이미 자혼과일을 향해 손을 뻗었고, 그 순간 도범은 고개를 돌려 유천봉을 바라보았다. 유천봉은 도범의 눈빛에서 조롱을 느꼈다. 마치 마을의 얼간이를 보는 듯한 눈빛이었다. 그제야 유천봉은 깨달았다. 도범은 처음부터 자신을 마치 우둔한 자로 여겼다는 사실을. 유천봉과 도범이 맞서기 전에, 유천봉은 협력할 것을 제안했고, 협력이 유일한 출구라며 도범을 설득하려 했지만, 그 속에는 다른 의도가 숨어 있었다. 사실 도범은 처음부터 그런 유천봉의 속내를 꿰뚫어 보고 있었고, 유천봉은 그저 도범이 공격을 받지 않도록 불을 끌어들이는 도구에 불과했다. 유천봉은 자신이 그저 도범의 계획 속에 춤을 추는 광대에 불과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러나 이제 모든 것이 너무 늦어버렸다. 도범의 손은 이미 자혼과일을 만졌고, 그 순간 도범은 자줏빛 연기로 둘러싸여 사라졌다. 유천봉은 절망스러운 표정으로 눈을 감았다. 유천봉은 이제 평생 이곳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잠시 후, 주변 공간이 왜곡되기 시작하면서, 도범은 비로소 한숨을 내쉬며 긴장을 풀 수 있었다. 마지막 대결은 난이도가 급격히 상승했고, 첫 번째 대결과 비교했을 때 훨씬 어려웠다. 다행히도 도범은 승리했다. 사실 두 번째 대결의 규칙은 개인의 능력뿐만 아니라 인간 본성을 시험하는 것이었다. 비록 규칙에서는 자혼과일을 함께 만지면 공동 승리로 인정되고, 자혼과일을 나눠 가질 수 있다고 했지만, 자혼과일의 유혹 앞에서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독점을 선택할 것이다. 또한, 도범은 처음부터 유천봉과 협력할 생각이 전혀 없었다. 유천봉은 이미 도범을 증오하고 있었고, 따라서 유천봉과 협력하는 것은 마치 호랑이에게 고기를 맡기는 것과 같았다. 결정적인 순간이 오면 유천봉은 틀림없이 도범을 배신할 것이었다. 이건 누구나 쉽게 짐작할 수 있는 일이었다. 그래서 도범은 유천봉이 제안한 순간, 바로 다른 계획을 세웠다.
도범은 마지막으로 광장을 한 번 더 둘러본 후, 몸을 돌려 성문을 향해 걸어갔다. 현양성에서의 여정은 큰 수확을 안겨주었을 뿐만 아니라, 몇 가지 중요한 정보도 얻게 해주었다. 이제 도범은 앞으로의 일정을 다시 계획해야 했다. 성문을 나서자마자 도범은 오수경에게 전음부를 발동했다. 15분 후, 오수경이 금세 도범 곁으로 달려왔다. 오수경은 눈을 크게 뜨고 도범을 위아래로 몇 번이나 훑어보고는 말했다. “역시 도범 오빠가 무사할 줄 알았어요! 요 며칠 동안 어찌나 불안하던지, 안에서 무슨 변을 당한 건 아닌지 매 순간 걱정했거든요!” 도범은 미간을 살짝 찌푸린 채 물었다. “며칠뿐이라고요? 얼마나 지난 거죠?” 오수경은 네 손가락을 펴 보이며 말했다. “벌써 나흘이나 지났어요. 그동안 저는 줄곧 성문 밖에서 대기했죠. 다른 사람들이 발견할까 봐 간단한 장애 진법도 세워놨었고요. 이 나흘 동안 정말 간 떨어지는 줄 알았어요! 그동안 현양성에서는 들어가기만 하고 나오는 사람은 전혀 없었거든요. 도범 오빠를 제외하고는 아무도 나오지 않았어요!” 도범은 미간을 더 깊게 찌푸리며 속으로 조마조마해했다. 이미 나흘이나 지났다는 사실에 놀라움을 감출 수 없었다. 자혼전에 들어간 후, 도범은 시간이 얼마나 지났는지 계산하지 않았지만, 느낌으로는 겨우 하루가 지난 듯했다. 그런데 현실 세계에서는 나흘이 흘렀다니, 자혼전 내부의 시간이 외부와 연결되지 않았고, 내부 시간이 왜곡되었을 가능성이 있었다. 하지만 도범이 이상하다고 느낀 점은 따로 있었다. 그래서 도범은 심각한 표정으로 물었다. “나흘 동안 들어가기는 했는데, 나오는 사람은 없었다고요? 저 말고는 한 명도 나오지 않았다고요? 무간종의 제자들도 나오지 않았다는 거예요?” 오수경은 고개를 무겁게 끄덕였다. “다른 사람들이 나오는 걸 봤다면, 도범 오빠의 안전에 대해 그리 걱정하지 않았을 거에요. 도범 오빠의 실력은 그들이나 다른 제자들보다 강하니까요. 아무리 무간종의 최강자가
“그러나 다른 속성을 가진 무사들은 많았어요. 아마도 매번 결투할 때마다 많은 사람들이 죽어나가겠죠. 자유 무사들은 머리를 깎아가며 저 안으로 들어가려 했어요. 그곳에 자신들의 수련 경지를 높일 수 있는 원기장이 있는 것이 아니라, 목숨을 앗아갈 염라 대전이 있다는 것도 모르고 말이죠.”오수경은 생각할수록 두려움이 커졌고 그로 인해 마음은 더 불안해졌다. 오수경의 얼굴은 창백하게 질려갔다. 한편, 도범은 눈썹을 살짝 치켜올리며 오수경의 어깨를 가볍게 토닥였다. 하지만 오수경은 전혀 안심하지 못했다. 오수경은 고개를 돌려 도범의 팔을 잡으며 말했다. “도범 오빠가 그때 저를 막지 않았다면, 지금쯤 전 이미 죽었을 거에요!” 그 순간 오수경의 생각은 저 멀리로 날아갔다. 말을 마친 오수경은 갑자기 화제를 바꾸어 말했다. “하지만 한 가지 이해 안되는 점이 있어요. 오기 전에는 누군가가 현양성 안에 사람들이 수련할 수 있는 원기장이 있다고 했잖아요? 아무도 그 원기장이 위험하다고 말하지 않았어요. 사람들의 설명으로는, 원기장은 사람들의 수련 경지를 올릴 수 있는 동천 보물 같은 곳이라고 했어. 그런데 도범 오빠가 들어가 보니 원기장은커녕 오직 끊임없는 결투만 있는 전투장이었죠! 그럼 그사람들은 거짓말을 한 걸까요? 아니면 속성이 달라서 들어가는 곳도 다른 걸까요?”도범은 고개를 저으며 매우 진지하게 대답했다. “들어간 후 저는 원기장에 대한 어떤 소식도 듣지 못했어요. 도대체 누가 그렇게 말한 건지 모르겠네요. 원기장은 아마도 그냥 광범위한 의미로 사용된 걸지도 모르죠.”그러자 오수경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지금 그 말은 원기장이 현양성 전체를 의미한다는 거에요?” 도범은 약간 당황한듯 잠시 고민하더니 말했다.“사실 저도 잘 모르겠어요. 자혼전에 들어간 후에는 그런 것에 대해 생각할 겨를도 없었죠. 원기장이 도대체 무엇을 의미하는지, 그 세 글자가 도대체 누구의 입에서 나온 건지는 알 수 없어요.”도범의 말에 오수경은 미간을 잔뜩 찌푸린
“제 생각엔, 우리가 대부대와 함께 행동하지 않았기 때문에 봉원곡 어르신들 눈에는 비밀조차 아닌 것이 우리에게만 비밀로 보였던 것 같아요. 방현걸과 같은 사람들이 하는 말을 들어보면, 이번 일은 많은 사람들이 이미 알고 있는 거에요. 방현걸이 내문 제자면서도 그런 것들을 알고 있다는 걸 보면, 그게 꼭 전해지지 않을 비밀은 아니었던 거죠. 아마 우리 봉원곡의 내문 제자들도 대부분 그 사실을 알고 있을 거에요. 대부대와 함께 바라문 세계에 들어간 연단사들도 지금쯤 대부분 알고 있을 거라고 봐요.”그러자 오수경은 억울한 듯 입술을 삐죽이며 말했다. “그럼 우리가 대부대와 같이 가지 않았다는 이유로 우리를 자동으로 배제해버린 건가요? 그런데 동방 장로님이 도범 오빠를 매우 아꼈잖아요? 모든 걸 다 말해주지 않더라도, 뭔가 좀 알려줬어야죠. 그런데 처음부터 끝까지 아무 말도 하지 않았어요. 마치 동방 장로님도 바라문 세계의 일에 대해 아는 게 거의 없다는 듯 말이죠.”도범은 고개를 저으며 오수경의 어깨를 가볍게 토닥였다. “일단 쓸데없는 생각은 하지 말죠. 이런 일들은 천천히 알게 될 거에요. 전 이미 봉원곡에 할 도리는 다 했어요. 봉원곡 쪽에서 제게 수련 자원을 많이 제공한 것도 아니고, 갚을 건 다 갚았으니 더 이상 신경 쓸 필요도 없겟죠. 봉원곡이 절 이렇게 믿지 않는다면, 저도 더 이상 신경 쓸 이유가 없어요.”도범의 말에는 뭔가 다른 의미가 담겨 있었다. 오수경도 그걸 눈치채고 고개를 돌려 도범을 지그시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목소리를 낮춰 물었다. “도범 오빠도 저처럼, 바라문 세계를 떠난 후 봉원곡으로 돌아가지 않으려는 거에요?”도범은 눈썹을 살짝 치켜올리며 말했다. “아마도 돌아가지 않을 것 같네요. 하지만 내가 그렇게 말한 이유는 돌아가고 안 가고의 문제가 아니라, 앞으로 봉원곡 사람들을 만나게 되었을 때 어떻게 할지에 대한 문제에요.”오수경은 이 말을 듣고 목을 길게 빼며 물었다. “우리가 봉원곡 사람들을 다시 만날 가능성이 있을
“풍린수의 가장 큰 약점은 지능이 낮다는 거야. 이들은 그렇게 많은 꾀를 부리지 않기 때문에 무사들이 조금만 머리를 쓰면, 버티기만 해도 풍린수를 처치할 수 있지.”삼각눈의 남자는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혹시 구록종이 무슨 종문인지조차 모르는 건 아니겠지? 방금 구록종을 언급했을 때, 네 표정이 어찌나 비웃음이 깃든지 말이야. 중주에 어떤 강력한 종문들이 있는지조차 모르는 거 아니야? 넌 정말 중주 출신이 맞긴 한 거냐?”이 일련의 의심에 삼각눈을 가진 남자는 점점 오수경을 변두리에서 나온 우물 안 개구리라 여겼다. 그렇지 않다면 그런 말을 할 리 없었다. 오수경은 무심코 입꼬리가 바들바들 떨렸다. 이제야 도범이 왜 침묵을 즐기는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이들과 다투는 것은 시간 낭비일 뿐이었다. 애초에 오수경은 이들과 말다툼을 할 생각조차 없었지만, 이제는 이들이 오수경을 끝없이 몰아붙이고 있었다.오수경은 인상을 찌푸린채 말했다.“물론 구록종은 중주 7품 종문 중 하나로, 그중에서도 손꼽히는 강자라는 것을 잘 알고 있지.”그러자 삼각눈을 가진 남자는 오수경의 말을 듣고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그런데 왜 내가 구록종을 언급했을 때, 네 얼굴에는 비웃음이 서린 거냐?”오수경은 미간을 찌푸린채 되묻고 싶었다.‘네가 어떻게 내 얼굴 표정을 그렇게 자세히 본 거야? 난 내 얼굴에 어떤 표정이 있는지도 몰라.’이 삼각눈을 가진 남자는 모든 걸 알고 있는 듯했다.오수경은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 목소리를 높여 이들과 싸우려는 순간, 도범이 오수경을 막았다. 그러자 도범이 일부러 목소리를 낮추지 않고 말했다.“이 사람들과 싸워서 뭐하겠어? 저들과 싸우는 건 네 시간만 낭비하는 거야. 이들은 네가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할 수 없는 사람들이야.”이 말에 주위는 순간 조용해졌다. 도범은 지금까지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아 사람들이 도범을 허세 부리지 않는 사람으로 생각했으나, 도범의 말은 그들의 예상과는 완전히 달랐다.오수경도 이미 충분히 오만했지만
“역시 숲이 크면 별의별 새가 다 있는 법이지. 거울이라도 보고, 자신이 어떤 존재인지 알아봐야 할 텐데, 감히 그런 말을 하다니.”그 중 한 명이 손가락으로 앞쪽에 서 있는 흰 옷을 입은 사람을 가리키며 말했다.“저기 흰옷 입은 사람 보이지? 저 사람은 구록종 출신으로 친전 제자야. 그런데도 30분이 되서야 겨우 수정구를 파란색으로 바꿨다구! 방금 그렇게 큰소리쳤으니, 네 옆에 있는 이 친구가 첫 번째 관문을 통과해서 보라색 수정구를 파란색으로 바꾸는 데 얼마나 걸리는지 한 번 볼까?”다른 사람도 거들며 말했다.“그래, 말 좀해봐. 네가 그렇게 치켜세운 저 친구가 보라색에서 파란색으로 바꾸는 데 얼마나 걸릴 것 같아?”주변 사람들은 이 상황을 재미있어하며 오수경을 계속 몰아세웠다. 그들은 오수경에게 도범이 첫 번째 관문을 통과하는 데 걸리는 시간을 말하라고 강요하며, 주변 사람들이 얼마나 오랜 시간이 걸렸는지까지 구체적으로 언급했다.이들 대부분은 6품 종문이나 자유 무사 출신으로, 첫 번째 관문을 통과하는 데 최소 4시간이 걸렸다. 출신이 뛰어난 천재들과는 비교조차 되지 않았다.처음에는 오수경이 이들과 대화할 생각이 전혀 없어서 입을 꾹 다물고 인상을 쓰며 침묵을 지켰다. 그러나 이들은 끈질기게 질문을 던지며 진실을 밝히지 않으면 물러서지 않겠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오수경은 도범에게 도움을 구하는 눈빛을 보냈지만, 도범은 눈썹을 살짝 치켜올리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네가 만든 일이니 네가 해결해.”도범은 오수경이 이미 여러 번 경솔하게 발언해 문제를 일으킨 적이 있기 때문에, 매번 오수경의 뒤처리를 해줄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오수경은 어쩔 수 없다는 듯 한숨을 쉬고, 계속되는 질문에 결국 고개를 들어 크게 말했다.“저 사람들이 30분이 걸린다면, 도범 오빠는 15분이면 충분해!”오수경은 어차피 모든 것을 걸고 말하기로 했다. 이 사람들은 정말 짜증나는 존재들이었기 때문이다. 오수경의 말이 끝나자마자, 주위 사람들은 오수경의 말에 반
두 마리의 풍린수를 처치하면 수정구는 파란색에서 청색으로 변하게 된다. 그때 무사는 몇 배나 강력해진 풍린수와 마주하게 되며, 이 마지막 풍린수를 처치해야만 4층을 통과하여 5층에 진입할 자격을 얻게 된다.도범의 설명을 들은 오수경은 미간을 찌푸린채 되물었다.“그러니까 4층은 사실 세 단계로 나뉜다는 말이지? 수정구의 색이 변할 때마다 단계를 하나씩 통과하는 거야. 총 세 가지 색이 있는 셈이니까, 5층으로 가려면 세 번을 모두 통과해야 하네.”도범은 고개를 끄덕였고, 오수경은 손가락을 꼽아가며 말했다.“즉, 네 마리의 풍린수를 상대해야 한다는 거지. 첫 번째 풍린수는 상대적으로 약하고, 두 번째와 세 번째 풍린수는 좀 더 강해지지만, 가장 강력한 풍린수는 마지막 한 마리라는 거군. 이 마지막 풍린수를 처치해야 비로소 통과가 완료되는 거네.”도범은 다시 한번 고개를 끄덕였다. 오수경의 정리가 꽤나 명확했다. 오수경은 5층으로 순조롭게 진입하려면 이 절차를 그대로 따라야 한다. 네 마리의 풍린수를 모두 처치해야만 5층으로 올라갈 수 있었다.오수경은 웃으며 말했다.“4층은 도범 오빠에게 전혀 어려운 일이 아니겠네. 그 무슨 풍린수라는 것도 결국 선천 후기에 불과하니까 말이야.”이 말을 끝내기도 전에, 도범이 답하기도 전에 주위의 사람들이 참지 못하고 들고 일어섰다. 그들이 일부러 사람이 적은 곳을 선택하긴 했지만, 그래도 많은 사람이 모여 있는 곳이었다. 그리고 오수경의 말이 크게 들리자 주변 사람들이 주의를 기울이게 된 것이다.이때, 눈이 삼각형 모양인 한 사내가 오수경의 말을 듣고 냉소를 터뜨렸다.“너는 저 녀석의 부속인이겠지? 어디서 그런 배짱을 얻었길래 그런 말을 할 수 있는 거냐? 마치 4층이 이 어린 녀석에게는 쉬운 일인 것처럼.”그러자 삼각눈 사내 옆에 서 있던 백색 옷을 입은 남자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저 사람은 말이 너무 과장된 것 같아. 풍린수가 얼마나 상대하기 어려운 상대인지 전혀 모르는 것 같은데, 그냥 입만 뻐끔했
도범은 한숨을 내쉰 후 다시 입을 열었다.“네가 오양수와 대결할 때, 나는 곽치홍이 너희 두 사람의 싸움을 계속 지켜보는 것을 발견했어. 그래서 곽치홍을 주시하고 있었는데, 나중에 곽치홍도 내가 본인을 보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지. 하지만 내가 너무 멀리 있어서 곽치홍의 표정을 자세히 볼 수 없었어. 그런데 곽치홍이 나를 쳐다볼 때, 마치 독사에게 주시당하는 느낌이 들었어. 네가 전에 말했던 게 맞아, 곽치홍은 분명 우리에게 적대감을 품고 있어.”도범은 고개를 끄덕였다. 곽치홍이 등장한 이후로, 온갖 의문들이 곽치홍의 마음속에 떠올랐다. 이전에 장로들이 했던 말은 전부 믿을 수 없었고, 이 안에 더 큰 비밀이 숨어 있을 게 틀림없었다.도범이 숨을 고르고 막 입을 열려던 순간, 오수경이 먼저 말했다.“네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알아. 나를 위로하려고 하지 마, 이제 다 이해했어. 내가 전에 했던 충동적인 행동들이 너에게 폐를 끼쳤다는 걸 알아. 앞으로는 항상 이 점을 명심하고, 더 이상 너에게 폐를 끼치지 않을 거야.”오수경의 이 말을 듣고 나니 도범은 한결 마음이 놓였다. 오수경은 단순한 순진한 바보였고, 팔 다리는 튼튼하지만 머리는 물에 잠긴 것 같아 항상 충동에 휘둘렸다. 하지만 이번 일을 겪고 나서 오수경도 자신을 돌아보게 되었다.그렇게 말하고 나서 오수경은 마치 무거운 짐을 내려놓은 듯 편안해졌다. 두 사람은 함께 4층으로 발을 내디뎠다.그곳은 희미한 빛으로 덮인 광활한 초원이었다. 초원 위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는데, 대부분은 풀밭 위에 가부좌를 틀고 앉아 손에 든 수정구를 받쳐 들고 있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눈을 감고 명상하는 것처럼 보였고, 소수의 사람들은 낮은 목소리로 무엇인가를 이야기하고 있었다.분위기는 침묵과 압박감이 공존했다. 누군가가 이야기를 한다 해도 일부러 목소리를 낮췄다. 여기가 바로 천엽7현탑의 4층이었으며, 겉보기에는 환상 세계와도 같았다.오수경은 눈을 깜빡이며 도범의 손에 들린 보라색 수정구를 한 번
이 말을 들은 오수경은 고개를 저으며 완강히 거부했다.“나는 3층에 남고 싶지 않아. 도범 오빠가 4층을 돌파하면, 분명히 5층도 갈 거잖아. 천엽 7현대는 총 7층인데, 도범 오빠가 7층까지 돌파할 수도 있잖아? 그럼 도범 오빠는 다른 곳으로 바로 전송될지도 모르는데, 그러면 나 혼자 3층에 남게 되잖아. 그땐 난 어떻게 해야 하지?”도범은 오수경의 말을 듣고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오수경의 걱정도 일리가 있었다. 만약 도범이 정말 7층까지 한 번에 돌파한다면, 천엽 7현대는 자신을 완벽한 도전자로 간주할 가능성이 높았고, 보상을 주고 다른 곳으로 전송할 수도 있었다.그렇게 되면 오수경을 홀로 남겨두게 되는데, 도범과 다시 만날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었다. 여러 가지로 생각한 끝에, 도범은 여전히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한편, 오수경은 도범이 망설이는 모습을 보고 조급해졌다. 오수경은 도범의 팔을 잡으며 간절히 말했다.“난 도범 오빠의 인맥으로 천엽성에 들어온 거야. 인맥으로 들어온 만큼, 나는 어떠한 도전도 직면하지 않을 거고, 그저 도범 오빠만 따라가면 계속 위로 올라갈 수 있어. 어떤 위험이 닥치더라도, 나는 절대 혼자서 떠나지 않을 거야. 정말 운 나쁘게 여기서 죽더라도, 제가 감수해야 할 일이니까.”오수경의 이 말은 진심이었다. 도범을 처음 만난 이후, 오수경은 자신의 인생이 위험과 맞물려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하지만 그건 자신이 바꿀 수 없는 일이었다.다른 것은 판단할 수 없었지만, 한 가지는 확실했다. 도범은 매우 신뢰할 만한 사람이었고, 그 뒤를 따라가야만 생존의 가능성을 얻을 수 있었다. 오수경은 이곳에서의 2년을 버텨내어 바라문 세계를 떠나, 자금단방으로 돌아가 다시는 나오지 않기를 바랐다.도범은 오수경의 결심을 확인하자, 마침내 고개를 끄덕였다. 두 사람은 함께 걸음을 옮겨 4층의 입구에 도착했다. 그곳에는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고, 모두가 다소 망설이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미래의 운명을 예측할 수 없기에 그들
도범은 냉소를 띠며 말했다.“전 당신과 싸울 생각 없어요. 다만 한 가지 중요한 일을 잊고 있는 건 아닌지 생각나게 해주러 왔을 뿐이죠.”도범의 말에 민경운은 순간 얼어붙었다. 민경운은 잠시 고민하며 무슨 의미인지 되새겼고, 이내 도범이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 깨달았다. 바로 얼마 전 자신과 도범 사이에 벌어진 내기 때문이었다.그 순간, 민경운의 가슴은 마치 여러 개의 큰 돌이 짓누르는 듯 답답해졌다. 그러나 민경운은 이를 갈며 분노를 삼켰다. 애초에 민경운은 도범이 절대로 이번 대결에서 이길 수 없을 것이라 확신하고 내기를 걸었던 것이다.민경운은 도범이 처참하게 패배할 것이라 생각했고, 자신의 손에 들어올 19만 영정을 기대했었다. 그러나 예상치 못하게 결과는 정반대였다. 도범이 승리한 것이다.이때, 도범은 손을 내밀며 말했다.“빨리 돈을 내세요. 저도 할 일이 있거든요. 그러니 제 시간 뺏지 마세요. 원래 9만 개의 영정으로 내기를 시작했는데, 본인이 10만 개를 더 얹어 19만 개의 영정으로 만든 거잖아요. 그러니 빨리 결제해요.”도범의 이 말에 민경운은 가슴이 터질 듯했다. 상황은 정말로 도범이 말한 대로였다. 도범은 9만 개의 영정으로 내기를 제안했고, 민경운은 도범이 분명히 패배할 것이라 생각하여 곧바로 10만 개를 더해 19만 개로 올렸다. 하지만 결국 자신의 발등을 찍고 말았다.지금 민경운은 자기 뺨을 세게 때리고 싶은 심정이었다. 9만 개의 영정은 민경운에게 꽤나 큰 금액이지만, 19만 개의 영정은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였다. 그러나 두 사람은 이미 계약을 체결했기 때문에 민경운이 이를 되돌릴 방법은 없었다. 만약 민경운이 결제하지 않으면 계약이 곧바로 발동하여, 결국에는 영혼의 역반작용으로 이어지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이후의 일은 의외로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오양수는 원건종의 제자들을 들것에 실어 나갔고, 도범은 마침내 세 번째 영패를 손에 넣었다. 이번 영패는 조금 특이하여 입탑 영패가 아닌 출성 영패로 바뀌어 있었다.이
관중석에는 각양각색의 무사들이 섞여 있었고, 불량배들도 많았다. 평소에 거리에서 욕을 퍼붓기 좋아하는 이들은 이제야 자신들의 능력을 마음껏 발휘할 기회를 찾은 듯, 원건종의 제자들에게 온갖 욕설을 퍼부었다.일부 사람들은 진원을 목에 운용하여 의도적으로 목소리를 크게 했다. 다른 사람들이 듣지 못할까 봐 걱정이라도 되는 듯, 그들은 더욱 큰 소리로 온갖 더러운 말을 쏟아냈다. 이로 인해 도범의 귀는 무척이나 시끄러웠고, 고통스러울 정도였다.도범은 자신과 원건종의 제자들 사이에 오간 몇 마디 대화가 이렇게 사람들을 폭발시키게 될 줄은 몰랐다. 또한, 도범은 어쩔 수 없다는 듯 한숨을 쉬며 이런 싸움은 결국 아무런 결론도 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몸싸움을 할 수도 없고, 계속 말다툼만 이어질 뿐이었다.그래서 도범은 더 이상 들으려 하지 않고, 대련 무대의 한쪽 가장자리로 가서 조용히 서 있기로 했다. 도범은 아직 오양수를 죽일 생각이 없었다. 오양수가 자신에게 했던 그 약속, 즉 죽음보다 더한 고통을 그대로 돌려주고 싶었기 때문이다.시간은 조금씩 흘러갔고, 싸움 소리는 계속해서 끊이지 않았다. 마침내 오양수의 몸부림이 점점 약해지고, 장벽이 완전히 해제되자 원건종의 제자들이 한꺼번에 몰려가서 오양수를 부축했다.한편, 진태산은 눈살을 찌푸린 채 오양수의 코에 손을 대 그의 호흡을 확인했다. 비록 오양수는 아직 숨을 쉬고 있었지만, 그 호흡은 매우 미약했다.민경운은 급하게 자신의 보관 반지에서 여러 개의 단약을 꺼내 오양수의 입에 넣었다. 그러나 이 단약들은 오양수의 현재 상태를 치료하기에는 전혀 효과가 없었다. 방금 도범이 사용한 참멸현공이 오양수의 영혼을 완전히 찢어놓았기 때문이다.영혼이 찢어진 상태에서 내상을 치료하는 단약이 효과가 있을 리 없었다. 따라서 민경운이 오양수에게 많은 단약을 먹였지만, 오양수의 상태는 전혀 나아지지 않은 것이다. 민경운은 점점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만약 오양수가 정말로 이 사건으로 인해 죽는다면, 그들 모두 책임을
“맞아! 당장 우리 오양수 선배를 풀어줘! 양수 선배에게 무슨 일이 생기기라도 하면, 너는 천번 만번 죽임을 당할 거야! 오양수 선배는 도민수 선배가 아니야. 네가 도민수 선배를 죽음 직전까지 몰고 갔을 때는 우리도 나서서 협상할 여지가 있었어.그러나 네가 오양수 선배를 진짜로 죽음 직전까지 몰고 간다면, 염라대왕이라도 너를 보호할 수 없을 거야! 바라문 세계를 벗어나는 순간, 너는 원건종의 끝없는 추격을 받게 될 거야!”바깥에서 들려오는 원건종 제자들의 고함과 욕설은 도범의 귀에 전부 들렸다. 이는 이미 예상된 일이었기에 도범은 일말의 두려움도 느끼지 않았다.원건종은 일반적인 자유 무사들에게 충분한 위압감을 줄 수 있지만, 도범에게는 그렇게 중요한 상대가 아니었다. 원건종이 무엇이건, 자신의 힘이 충분히 강하다면 더 강력한 종문에 가담할 수 있을 테니, 원건종이 손해를 본다고 해도 도범으로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이다.게다가 이번 일은 처음부터 끝까지 원건종이 문제를 일으킨 것이었다. 도범은 결코 선을 넘는 행동을 하지 않았고 원건종 쪽에서 여러 번 도발하지 않았다면, 도범 역시 이들과 싸울 이유가 없었을 것이다.잠시 후, 도범은 차가운 웃음을 지으며 원건종의 제자들을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일부러 목소리를 높여 말했다.“원건종 제자들, 잘 들어! 8품 종문 출신이라는 이유로 제멋대로 행동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마. 처음부터 끝까지 문제를 일으킨 건 너희들이었잖아. 그런데 패배하고 나니 이제와서 나를 협박하는 거야?만약 너희들이 먼저 건드리지 않았다면, 나 역시 너희들과 엮일 생각이 전혀 없었을 거야. 즉, 너희들은 본인들의 강력한 종문을 배경을 믿고 제멋대로 행동해도 된다고 착각하는 거야. 하지만 나는 너희들의 그런 행태를 전혀 묵인할 생각 없어!”도범의 이 말은 관중석에서 큰 박수갈채를 일으켰다. 관중들은 도범이 그들 마음속에 담아둔 말을 대신 말해준 것 같아 고무되었다. 이들 고급 종문의 제자들은 항상 약한 무사들 앞에서만 무력을 과시하며, 이
“오양수는 원건종의 친전 제자 아닌가요? 그런데 어떻게 이렇게 약할 수 있죠?”“당신 바보 아니에요? 이건 오양수이 약한 게 아니라 도범이 너무 강한 거에요! 아까도 말했잖아요? 빙봉천리는 지급 상급 무기에요. 여기 있는 사람들 중에 몇이나 지급 상등 무기를 수련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런데 도범이 빙봉천리를 부순다는 건, 도범의 무기가 오양수의 무기보다 강하다는 걸 의미해요!”“설마 도범이 천급 무기를 수련한 건가요?”이 말이 나오자마자, 주변의 거의 모든 이들이 단번에 부정했다.“미쳤어요? 무슨 말이든 막하네요. 천급 무기가 어떤 개념인지 알고나 하는 소리에요? 수련 경지가 고신경에 도달했거나, 혹은 특별한 재능을 지닌 영천 경지 후기에 이르러야만 천급 무기를 수련할 수 있는 가능성이 생기는 거에요.그리고 여기 있는 사람들은 모두 바라문 세계의 규칙을 지켜야만 이곳에 들어올 수 있고요. 나이도 60세를 넘지 않아야 하죠. 그렇다면 60세가 넘지 않은 사람이 천급 무기를 수련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그렇네요! 아마도 지급 상급 무기를 수련한 거겠죠. 도범이 오양수를 이길 수 있었던 이유는 도범이 지급 하급 무기를 대원만 단계까지 수련했기 때문일 거에요.”“만약 그게 사실이라면, 도범의 재능은 정말 두려운 수준이네요. 8품 종문의 친전 제자조차 도범의 상대가 될 수 없다는 거잖아요!”“이번에 바라문 세계에 온 보람은 있네요. 이렇게 많은 천재들을 직접 눈으로 볼 수 있다니.”오양수와 관련 없는 관중들은 이런 논의를 흥미롭게 이어갔다. 이전에 도범을 비하하던 사람들도 이제는 도범을 칭찬하며, 도범을 백 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천재라고 말하기 시작했다.8품 종문의 친전 제자들도 대수롭지 않게 여겼지만, 원건종의 제자들은 차분할 수가 없었다. 처음에는 관중석에서 편안하게 앉아있던 그들은, 도범이 빙봉천리를 단칼에 베어내는 모습을 보고는 그만 입을 다물고 경악을 감추지 못했다.지금 오양수가 이렇게 극심한 고통을 겪는 걸 보니, 분명 도범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