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범은 가볍게 웃으며 턱을 살짝 들어 올렸다. “오양용 선배님은 자신의 감정도 스스로 통제하지 못하는 사람이라 두려워할 것도 없어요.”장손 장로는 고개를 끄덕이며 도범의 말에 동의했다. “그렇다면 왜 그렇게 걱정하는 표정인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어?”도범은 자신의 생각을 숨기지 않고 곧장 말했다.“오양용 선배님 때문에 둘째 장로를 떠올랐습니다. 원형 무대에서 둘째 장로님이 한 말씀들이 저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 모양입니다. 저에게 둘째 장로님은 매우 대처하기 어려운 상대 같습니다.이 말씀을 드리는 건 불편 하라고 말씀드리는 것이 아니라, 장손 장로님이 한꺼번에 두 장로의 뜻을 모두 거스르셨는데, 그것이 현명하지 못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대장로는 그나마 괜찮지만, 둘째 장로는 정말로 다루기 어려운 사람입니다.”도범의 말은 진심이었고, 장손 장로 역시 그 말을 심각하게 받아들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윽고 장손 장로는 도범 쪽으로 몸을 기울이며 지그시 바라보았고, 손을 뻗어 도범의 어깨를 가볍게 토닥이며 말했다.“네 말 뜻은 나도 잘 알고 있어. 하지만 난 남의 개가 되고 싶지 않아. 사실 나도 생각해봤어. 네 말이 맞아, 대장로에 비해 둘째 장로는 훨씬 다루기 어려운 인물이지. 그리고 나는 불운하게도 열한 번째 장로의 위치에 있을 뿐이지만 그 자체로 이미 두 세력의 균형을 깨뜨릴 수 있는 사람이지. 둘째 장로가 나를 완전히 제압할 확신이 없다면, 둘째 장로는 계속 나에게 손을 뻗을 거야. 그런데 그렇다면 내가 주저할 것이 뭐가 있겠어? 어차피 그들이 언젠가는 나에게 손을 뻗을 텐데, 내가 왜 그들의 생각에 순응해야 하지?”도범은 고개를 끄덕였다. 도범의 눈빛은 약간 무거워졌고, 말하고자 하는 것을 주저하는 듯한 모습이었다. 그러자 장손 장로는 도범을 흘끗 보며 가볍게 웃었다.“네가 무엇을 말하고 싶은 지 나도 알고 있어. 하지만 나는 남의 하수인으로 살 생각은 없어. 내가 무술을 수련하는 것은 더 이상 남에게 복종하지 않기 위해서야.
도범은 장손 장로의 말을 듣고 놀라서 눈썹을 치켜세웠다. 자원 비경에 함께 들어가려면, 비경이 열리는 장소에서 모두가 기다려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당연히 장로나 종주가 동행할 것이라 믿었다. 이때 도범의 표정을 본 장손 장로는 도범이가 오해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고 가볍게 웃으며 설명했다.“우리가 자원 비경에 들어가는 방식은 네가 생각하는 것과 달라. 모든 사람이 모여서 비경을 개방하는 것이 아니라, 언제든지 들어갈 수 있지. 손에 진입 명패만 있으면 되니까.”도범에게는 예상 밖의 설명이었다. 도범의 기억에 어떤 비경이든 많은 영석이나 영정이 필요하다. 큰 에너지가 동굴을 지탱하게 해야 사람들이 들어갈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한편, 장손 장로는 매우 인자하게 계속 설명했다.“자원 비경은 특별한 곳이야. 자원 비경은 서현주 북쪽에 가장 서쪽에 위치해 있고, 이 비경은 우리 공간에서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공간이지. 들어가고 싶다면, 특정한 장소에서 방위 10리 범위내에서 동굴을 찾아 진입 명패를 통해 들어가야 해. 그리고 들어가는 사람은 반드시 일정 수련 경지에 도달해야 해. 그렇지 않으면 진입 명패가 있다고 해도 들어갈 수 없어.”도범은 대충 이해했다. 즉, 자원 비경에 들어가지 않으면 그것을 볼 수조차 없다는 것이다. 자원 비경은 독립된 공간에 위치해 있어, 들어가려면 특정한 장소에서 동굴을 찾아 진입 명패를 사용해야 한다. 그러나 들으면 들을 수록 도범은 더욱 의아 해졌다.“진입 명패를 들고 있으면, 동굴을 통해 자원 비경에 들어갈 수 있다고 하셨잖아요. 그럼 그 명패는 누가 만든 거죠? 혹시 천수종의 고수가 만든 건가요? 그리고 더 만들 수 있다면 왜 더 많이 만들지 않죠? 그렇게 하면 인원 제한 없이 들어갈 수 있을 텐데요.”장손 장로는 약간 입술을 삐죽이며 말했다.“너무 단순하게 생각하는 구나. 네 말대로라면, 이 진입 명패를 큰 종문에서 만들 수 있다면, 걱정할 게 없겠지. 원하는 만큼의 인원이 들어갈 수 있고 원하는 만큼 오래 머무
도범은 그 설명을 듣고 난 후, 얼굴 표정이 더욱 좋지 않아졌다.“어쩌면 어느 정도로는, 자원 비경이 우리와 같은 외부인의 진입을 환영하는 것 같네요. 정말로 장손 장로님이 말씀하신 대로, 고대 대가가 전수해 둔 것이라면, 대가는 아마 계승자를 찾기 위해 이런 일을 벌였을 겁니다.”장손 장로는 고개를 끄덕였다.“바로 그 때문에 이 자원 비경을 고대의 대가가 남긴 전수라고 추론한 거야. 그래서 네가 가 보길 강력히 권하는 거고.”도범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자 장손 장로는 도범의 어깨를 토닥이며 말했다.“너무 큰 압박감을 느낄 필요는 없어. 위험한 상황이 생길 경우 생명이 우선이야. 절대 성급하게 행동하지 마.”말을 마친 후, 장손 장로는 왼손에 착용한 수미 반지를 만졌다. 이윽고 도범은 검은 빛이 번쩍이는 것을 보았다. 장손 장로의 손안에는 손바닥 크기의 진입 명패가 있었다. 진입 명패의 모양이 매우 특이했는 바 알 수 없는 상징과 주문이 가득 새겨져 있었고, 희미한 핏빛이 깜박이고 있었다.장손 장로는 진입 명패를 오랫동안 응시하다가, 한숨을 푹 내쉰 후에야 그 명패를 도범의 손에 넘겨주었다.“이 명패를 가지고 있으면 언제든지 동굴을 통해 자원 비경 안으로 들어갈 수 있을 거야.”그러자 도범은 명패를 꽉 쥐고는 고개를 무겁게 끄덕였다. 장손 장로는 도범을 다시 한번 바라보더니 덧붙였다.“다른 사람과 함께 가는 것은 권하지 않아. 만약 누군가 너를 찾아온다면, 단호히 거절해. 혼자서 들어가는 것이 나을 테니까. 어차피 동굴을 통해 들어가면 복잡한 공간에 의해 흩어져 자원 비경 내 다른 곳으로 전송될 거야. 다른 사람과 함께 가는 의미는 크지 않아. 단, 자원 비경 내에서 다른 사람을 만난다면, 그때 비로소 동행하는 의미가 생길 거야.”장손 장로는 찻주전자를 들어 자신과 도범의 찻잔에 차를 따르며 말했다.“인간의 마음은 예측할 수 없는 법이지. 설령 같은 종문의 형제라 할지라도, 쉽게 믿어서는 안 된다. 정말로 가치 있는 무엇인가를
“그때가 되면 큰 전쟁이 발발할 것이고 만시종 사람들도 섞여 있을 거예요. 들어가고 나면 생존 환경은 특히나 더 열악해질 것이고요.”도남천은 도범의 말에 더욱 걱정이 되었다. 이윽고 도남천은 걸음을 멈추고 도범의 팔을 붙잡고는 말했다.“그런 상황이라면, 왜 여전히 가려고 하는 거야? 들어가면 다양한 위험에 직면할 텐데, 네 힘이 최강이 아닌 데도 두렵지 않아?”“물론 두려움은 있어요. 하지만 두려움 때문에 멈춰 서서는 안 되죠. 무도는 바로 역경을 극복하고 운명을 바꾸는 길이니까요. 어려움에 맞서 나아가지 않으면, 평범함에 머물 뿐이예요.”도범의 말에 도남천은 한숨을 쉬며 더 이상 반박할 수 없었다. 그저 도범을 따라 자원 비경으로 계속 걸어갔다. 도범은 5리 걸을 때마다 지도를 꺼내 확인했다. 이 지도는 장손 장로가 직접 그려 준 것으로, 자원 비경의 위치를 알려주기 위한 것이었다. 도범은 지도를 진지하게 살펴보다가 마침내 말했다. “맞아요, 여기가 맞는데, 왜 주변에 아무것도 없고 모래바람만 휘날리는 거죠?”도남천도 지도를 들여다보았지만 잘 이해하지 못했다. 그때, 뒤에서 조소하는 듯한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도범은 깜짝 놀라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익숙한 얼굴이 그들 앞에 나섰다.“오양용 선배님?”도범은 이곳에서 오양용을 만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도범이가 양극종을 떠난 사실은 장손 장로 외에는 아무도 모르는데, 그렇다면 오양용과 마주칠 리가 없어야 했다. 그리고 오양용 옆에는 오양용과 비슷하게 생긴 남자가 서 있었다.도범은 그 사람을 보고 머리 속에 저절로 이름이 떠올랐다. ‘오양화인가? 하지만 장손 장로가 분명 말씀하셨는데, 명액은 20개뿐이고, 내가 한 자리를 얻는 바람에 내문 제자들 중에서 상위 6명만 갈 수 있다고 했는데, 오양화는 포함되지 않았잖아.’이윽고 오양용은 비웃는 듯한 눈빛으로 도범을 위아래로 훑어보며 콧소리를 냈다. “정말 놀랍네, 우리 둘의 인연이 이렇게 깊을 줄은 몰랐어.”도범도 미간을 찌푸리며 놀란 표정
그러나 도범은 냉소를 터뜨리며 한치의 두려움도 없었다. 그런 도범의 모습에 오양용은 분노를 참지 못하고 외쳤다.“네 이 녀석, 감히 나에게 무례하게 구는 거야? 넌 오늘 나한테 죽었어!”말을 마친 오양용은 온몸의 진기를 동원하려고 했다. 그러나 오양화가 오양용의 어깨를 꽉 잡으며 막아 섰다.“양용 형! 지금 싸울 때가 아니에요. 그리고 어떻게 됐든 우리는 같은 양극종의 제자들이잖아요. 이 주변은 공간이 뒤틀린 동굴입니다. 어떤 사람이 갑자기 나타날지 아무도 몰라요.만약 형이 이 분에게 무례를 범한다면 소식은 즉시 퍼질 거예요. 우리 종문의 규칙은 형도 잘 알잖아요. 만약 도범 씨가 양용 형 손에 죽거나 다치면 형도 처벌을 받게 될 거예요.”이 말에 오양용의 낯빛은 창백해졌고, 그의 눈은 도범을 뚫어져라 응시하고 있었다. 어찌나 분노했던지 오양용의 볼 근육이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도범, 까불지 마. 지금은 널 죽일 수 없지만, 그렇다고 네가 안전하다는 뜻은 아니야! 널 죽이고 싶은 사람은 나 뿐만이 아니니까. 넌 이미 너도 모르는 사이에 많은 사람들에게 원한을 샀으니 내가 손을 쓰지 않아도 넌 죽을 거야.”말을 마친 후, 오양용은 긴 소매를 휘둘러 장검을 다시 칼집에 넣었다. 그리고는 차가운 웃음을 지으며 주변을 둘러보더니, 두 손으로 돌린 진기를 공기 중으로 내질렀다.펑-오양용의 주먹이 공간을 가르며 일렁이는 파동을 일으켰고, 그 순간 오양용의 얼굴에는 기쁨이 스쳐 지나갔다. 이윽고 오양용은 파동이 가장 깊은 곳으로 걸어가며 진입 명패를 앞으로 밀었다. 그러자 명패는 물속으로 떨어지듯 공간 속으로 사라졌다.잠시 후, 빛이 오양용을 감싸더니 오양용은 순식간에 도범과 도남천의 눈앞에서 사라졌다. 더욱 놀라운 건 오양화는 이 광경을 보고도 놀라지 않는다는 것이었다.오양화는 오히려 고개를 돌려 도범을 바라보며 말했다. “이상하죠? 원래 이 자리에 제가 없어야 하는데 있으니까 놀랐죠? 제가 왜 여기에 있는지 궁금하죠?”도범은 어이없다는 듯 입
그 말은 도범에게 명백하게 자리를 양보하라는 뜻이었고, 오양용의 제안이 도범의 체면을 세워주는 행동이라고 생각하는 듯했다. 그리고 도범의 거절은 줄 모른다는 뜻이었다. 도범은 피식 웃으며 정말 이상한 사람들이라고 생각했다. 항상 자기 중심적인 이유를 대는 사람들이었다.한편, 이러한 대화에 도남천은 얼굴은 극도로 어두워졌다. “이런 사람들은 정말 언제 봐도 참 싫다니까. 무슨 말을 하는 거야, 왜 꼭 그들에게 자리를 양보해야 하지? 양보 안 주면 감사할 줄 모르는 거라고 생각하는 거야?”“자기들이 무슨 대단한 사람인 줄 아는 모양인가 보죠. 누구든 발로 차 버릴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거예요. 하지만 제게 그런 계산은 통하지 않습니다.”도범은 무표정하게 말했고, 도남천은 약간 무력감을 느끼며 한숨을 쉬었다. 이곳은 정말 마음에 드는 것이 하나도 없었고, 화하 세계보다 훨씬 단순하다고 생각했다.그러나 도범은 무도의 정상을 추구하는 자로서, 절대로 풀이 죽은 말을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이윽고 도남천은 몸을 돌려 진지하게 도범을 바라보며 말했다. “들어가면 정말 조심해야 해. 진짜 조심해. 오양용과 오양화는 반드시 널 찾아올 테니까.”도범은 고개를 끄덕이며 주변을 둘러보더니, 다소 무력한 듯 한숨을 쉬었다. 장손 장로는 정말 알다 가도 모를 사람이다. 이렇게 많은 일들을 도범에게 맡기고 선, 이처럼 중요한 사실을 말하지 않다니.이곳에 도착한 후, 오양용이 도범에게 예시를 보여주지 않았다면, 도범은 어떻게 동굴에 들어가는지 전혀 몰랐을 것이다. 사실 이 주변은 모두 동굴 그 자체였다. 동굴의 중심점을 찾으려면 진원을 이용해 주변 공간을 파악해야 했다. 방금 오양용과 오양화가 갑자기 나타난 것도, 주변이 모두 동굴이기 때문에 시야와 소리를 차단하는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여기는 높고 낮은 언덕들로 이루어져 있었고, 땅은 모두 들쭉날쭉했다. 머리를 들어도 나무는 보이지 않았지만, 이 불규칙한 언덕들이 시야의 상당 부분을 차단하고 있었다. 태양은 보이지
도남천은 눈을 크게 뜨고 도범을 바라보았다. 도범은 미간을 찌푸리고는 낯은 목소리로 말했다.“어서 이슬 영함 안으로 돌아가요. 뭔가 다가오는 것 같아요.”이 말을 듣자마자 도남천의 얼굴은 순식간에 창백해졌다. 도남천은 주저하지 않고 곧바로 이슬 영함 안으로 들어갔고, 주변은 순식간에 도범 혼자만 남게 되었다.도범은 눈썹을 잔뜩 찌푸리고 주위를 뚫어져라 살피며, 높낮이가 다른 언덕들과 끝없이 펼쳐진 하늘을 바라보았다. 세 번 크게 숨을 들이쉬고 나서야 도범의 정면에서 가벼운 발걸음 소리가 다시 들려왔다.도범은 고개를 들어 본능적으로 한숨을 들이켰다. 이윽고 도범은 자신으로부터 대략 50미터 거리에 있는, 약간 높은 작은 언덕 위에 서 있는 삼두 늑대를 발견했다. 삼두 늑대는 높이가 약 10미터에 이르고, 언덕의 가장 높은 곳에서 그늘을 드리우며 서 있었다. 세 머리가 하나의 몸에 붙어 있고, 여섯 개의 눈이 도범을 똑바로 응시했다.도범은 입꼬리를 달싹이며 본능적으로 삼두 늑대의 수련 경지를 훑어보았지만, 전혀 알아볼 수 없었다. 이는 도범에게 더욱 불안감을 주었다.도범은 이전에 현연대륙을 탐험하면서 고서를 뒤져봤지만, 고서 어디에도 삼두 늑대에 대한 언급이 없어서 다소 멍하니 서 있을 수밖에 없었다. 과연 이 거대한 생물과 싸울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었다.도범은 깊게 숨을 들이켜며 이슬 영함에서 검은색 단검 열 자루를 꺼냈다. 이 검은 색 단검들은 도범의 손바닥 위에서 검은 연기로 둘러싸여 있었다, 마치 독이 든 뱀의 이빨처럼 보였 달까.삼두 늑대는 도범의 공격 의도를 알아차리고, 높은 곳에서 무시하는 듯 도범을 내려다보며 여섯 눈으로 불신의 빛을 발했다. 그러자 도범은 다소 무력한 듯 입을 달싹였다. ‘혹시 삼두 늑대의 수련 경지가 영천 경지에 도달했나? 그렇지 않고 서야 왜 이토록 거만하지?’삼두 늑대는 굳건한 걸음으로 천천히 도범에게 다가오기 시작했다. 도범은 깊게 숨을 쉬고, 상대의 수련 경지를 파악해 보려고 했다. 만약 정말로 이
곽의산이 가볍게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두려워할 필요 없어요. 이 삼두늑대는 그저 선천 초기일 뿐이에요. 또한 똑똑하지도 않아서 이 언덕 지역에서 자신이 무적이라고 생각하죠.”도범은 곽의산의 말을 듣고 서야 조금 마음이 놓였다. 처음엔 이 삼두늑대가 영천 경지의 수련 경지를 지닌 것은 아닐까 의심했었다. 만약 상대가 자신보다 높은 경지라면, 상대의 수련 경지를 알아챌 수 없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그러나 선천 초기라면, 도범이가 삼두늑대의 수련 경지를 명확히 알아차리지 못할 이유가 없었다. 한편, 표정에서 생각이 다 들어나는 도범 때문에 곽의산은 한눈에 도범이가 무엇을 생각하고 있는지 알아챘다.이윽고 곽의산은 입가를 살짝 올려 웃으며 설명했다. “이 세계의 천지 규칙은 바깥 세계와 조금 다릅니다. 요수의 수련 경지를 알고 싶다면, 옛 방식으로는 안 돼요. 그들이 내뿜는 기세로 판단해야 합니다.”도범은 고개를 끄덕이며 어렴풋이 이해한 듯 들었다. 사실 천수종의 두 제자는 도범을 꽤나 친근하게 대했지만, 혼원문의 제자들은 도범을 보는 눈빛이 조금 달랐다. 그 눈빛에는 약간의 비웃음이 섞여 있었다.실제로 혼원문의 제자들이 그런 눈빛으로 자신을 대하는 것에 도범은 전혀 놀라지 않았다. 양극종과 혼원문 사이의 오래된 앙금 때문이다. 더군다나 도범이가 양극종의 복장을 입고 있으니 좋은 태도를 기대할 수 없었다.간단하게 자기 소개 후, 모두 서로에 대해 알게 되었다. 천수종의 두 제자 중 막 말을 건넨 이는 곽의산였고, 뒤에 서 있는 이는 여양희였다. 그리고 혼원문의 두 제자 중 한 명은 왕안현, 다른 한 명은 임현문이었다.왕안현과 임현문의 태도는 도범에게 별다른 감정 없이 중립적이었고, 도범 또한 그들에게 같은 태도로 대응했다.곽의산이 가볍게 웃으며 주먹을 맞잡고 말했다. “만난 것도 인연이죠. 게다가 자원 비경의 면적은 매우 넓어서 반나절을 걸어도 이 언덕 지역을 떠나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들은 소식에 의하면, 자원 비경 안에는 언덕 지대뿐만 아니
“풍린수의 가장 큰 약점은 지능이 낮다는 거야. 이들은 그렇게 많은 꾀를 부리지 않기 때문에 무사들이 조금만 머리를 쓰면, 버티기만 해도 풍린수를 처치할 수 있지.”삼각눈의 남자는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혹시 구록종이 무슨 종문인지조차 모르는 건 아니겠지? 방금 구록종을 언급했을 때, 네 표정이 어찌나 비웃음이 깃든지 말이야. 중주에 어떤 강력한 종문들이 있는지조차 모르는 거 아니야? 넌 정말 중주 출신이 맞긴 한 거냐?”이 일련의 의심에 삼각눈을 가진 남자는 점점 오수경을 변두리에서 나온 우물 안 개구리라 여겼다. 그렇지 않다면 그런 말을 할 리 없었다. 오수경은 무심코 입꼬리가 바들바들 떨렸다. 이제야 도범이 왜 침묵을 즐기는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이들과 다투는 것은 시간 낭비일 뿐이었다. 애초에 오수경은 이들과 말다툼을 할 생각조차 없었지만, 이제는 이들이 오수경을 끝없이 몰아붙이고 있었다.오수경은 인상을 찌푸린채 말했다.“물론 구록종은 중주 7품 종문 중 하나로, 그중에서도 손꼽히는 강자라는 것을 잘 알고 있지.”그러자 삼각눈을 가진 남자는 오수경의 말을 듣고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그런데 왜 내가 구록종을 언급했을 때, 네 얼굴에는 비웃음이 서린 거냐?”오수경은 미간을 찌푸린채 되묻고 싶었다.‘네가 어떻게 내 얼굴 표정을 그렇게 자세히 본 거야? 난 내 얼굴에 어떤 표정이 있는지도 몰라.’이 삼각눈을 가진 남자는 모든 걸 알고 있는 듯했다.오수경은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 목소리를 높여 이들과 싸우려는 순간, 도범이 오수경을 막았다. 그러자 도범이 일부러 목소리를 낮추지 않고 말했다.“이 사람들과 싸워서 뭐하겠어? 저들과 싸우는 건 네 시간만 낭비하는 거야. 이들은 네가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할 수 없는 사람들이야.”이 말에 주위는 순간 조용해졌다. 도범은 지금까지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아 사람들이 도범을 허세 부리지 않는 사람으로 생각했으나, 도범의 말은 그들의 예상과는 완전히 달랐다.오수경도 이미 충분히 오만했지만
“역시 숲이 크면 별의별 새가 다 있는 법이지. 거울이라도 보고, 자신이 어떤 존재인지 알아봐야 할 텐데, 감히 그런 말을 하다니.”그 중 한 명이 손가락으로 앞쪽에 서 있는 흰 옷을 입은 사람을 가리키며 말했다.“저기 흰옷 입은 사람 보이지? 저 사람은 구록종 출신으로 친전 제자야. 그런데도 30분이 되서야 겨우 수정구를 파란색으로 바꿨다구! 방금 그렇게 큰소리쳤으니, 네 옆에 있는 이 친구가 첫 번째 관문을 통과해서 보라색 수정구를 파란색으로 바꾸는 데 얼마나 걸리는지 한 번 볼까?”다른 사람도 거들며 말했다.“그래, 말 좀해봐. 네가 그렇게 치켜세운 저 친구가 보라색에서 파란색으로 바꾸는 데 얼마나 걸릴 것 같아?”주변 사람들은 이 상황을 재미있어하며 오수경을 계속 몰아세웠다. 그들은 오수경에게 도범이 첫 번째 관문을 통과하는 데 걸리는 시간을 말하라고 강요하며, 주변 사람들이 얼마나 오랜 시간이 걸렸는지까지 구체적으로 언급했다.이들 대부분은 6품 종문이나 자유 무사 출신으로, 첫 번째 관문을 통과하는 데 최소 4시간이 걸렸다. 출신이 뛰어난 천재들과는 비교조차 되지 않았다.처음에는 오수경이 이들과 대화할 생각이 전혀 없어서 입을 꾹 다물고 인상을 쓰며 침묵을 지켰다. 그러나 이들은 끈질기게 질문을 던지며 진실을 밝히지 않으면 물러서지 않겠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오수경은 도범에게 도움을 구하는 눈빛을 보냈지만, 도범은 눈썹을 살짝 치켜올리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네가 만든 일이니 네가 해결해.”도범은 오수경이 이미 여러 번 경솔하게 발언해 문제를 일으킨 적이 있기 때문에, 매번 오수경의 뒤처리를 해줄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오수경은 어쩔 수 없다는 듯 한숨을 쉬고, 계속되는 질문에 결국 고개를 들어 크게 말했다.“저 사람들이 30분이 걸린다면, 도범 오빠는 15분이면 충분해!”오수경은 어차피 모든 것을 걸고 말하기로 했다. 이 사람들은 정말 짜증나는 존재들이었기 때문이다. 오수경의 말이 끝나자마자, 주위 사람들은 오수경의 말에 반
두 마리의 풍린수를 처치하면 수정구는 파란색에서 청색으로 변하게 된다. 그때 무사는 몇 배나 강력해진 풍린수와 마주하게 되며, 이 마지막 풍린수를 처치해야만 4층을 통과하여 5층에 진입할 자격을 얻게 된다.도범의 설명을 들은 오수경은 미간을 찌푸린채 되물었다.“그러니까 4층은 사실 세 단계로 나뉜다는 말이지? 수정구의 색이 변할 때마다 단계를 하나씩 통과하는 거야. 총 세 가지 색이 있는 셈이니까, 5층으로 가려면 세 번을 모두 통과해야 하네.”도범은 고개를 끄덕였고, 오수경은 손가락을 꼽아가며 말했다.“즉, 네 마리의 풍린수를 상대해야 한다는 거지. 첫 번째 풍린수는 상대적으로 약하고, 두 번째와 세 번째 풍린수는 좀 더 강해지지만, 가장 강력한 풍린수는 마지막 한 마리라는 거군. 이 마지막 풍린수를 처치해야 비로소 통과가 완료되는 거네.”도범은 다시 한번 고개를 끄덕였다. 오수경의 정리가 꽤나 명확했다. 오수경은 5층으로 순조롭게 진입하려면 이 절차를 그대로 따라야 한다. 네 마리의 풍린수를 모두 처치해야만 5층으로 올라갈 수 있었다.오수경은 웃으며 말했다.“4층은 도범 오빠에게 전혀 어려운 일이 아니겠네. 그 무슨 풍린수라는 것도 결국 선천 후기에 불과하니까 말이야.”이 말을 끝내기도 전에, 도범이 답하기도 전에 주위의 사람들이 참지 못하고 들고 일어섰다. 그들이 일부러 사람이 적은 곳을 선택하긴 했지만, 그래도 많은 사람이 모여 있는 곳이었다. 그리고 오수경의 말이 크게 들리자 주변 사람들이 주의를 기울이게 된 것이다.이때, 눈이 삼각형 모양인 한 사내가 오수경의 말을 듣고 냉소를 터뜨렸다.“너는 저 녀석의 부속인이겠지? 어디서 그런 배짱을 얻었길래 그런 말을 할 수 있는 거냐? 마치 4층이 이 어린 녀석에게는 쉬운 일인 것처럼.”그러자 삼각눈 사내 옆에 서 있던 백색 옷을 입은 남자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저 사람은 말이 너무 과장된 것 같아. 풍린수가 얼마나 상대하기 어려운 상대인지 전혀 모르는 것 같은데, 그냥 입만 뻐끔했
도범은 한숨을 내쉰 후 다시 입을 열었다.“네가 오양수와 대결할 때, 나는 곽치홍이 너희 두 사람의 싸움을 계속 지켜보는 것을 발견했어. 그래서 곽치홍을 주시하고 있었는데, 나중에 곽치홍도 내가 본인을 보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지. 하지만 내가 너무 멀리 있어서 곽치홍의 표정을 자세히 볼 수 없었어. 그런데 곽치홍이 나를 쳐다볼 때, 마치 독사에게 주시당하는 느낌이 들었어. 네가 전에 말했던 게 맞아, 곽치홍은 분명 우리에게 적대감을 품고 있어.”도범은 고개를 끄덕였다. 곽치홍이 등장한 이후로, 온갖 의문들이 곽치홍의 마음속에 떠올랐다. 이전에 장로들이 했던 말은 전부 믿을 수 없었고, 이 안에 더 큰 비밀이 숨어 있을 게 틀림없었다.도범이 숨을 고르고 막 입을 열려던 순간, 오수경이 먼저 말했다.“네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알아. 나를 위로하려고 하지 마, 이제 다 이해했어. 내가 전에 했던 충동적인 행동들이 너에게 폐를 끼쳤다는 걸 알아. 앞으로는 항상 이 점을 명심하고, 더 이상 너에게 폐를 끼치지 않을 거야.”오수경의 이 말을 듣고 나니 도범은 한결 마음이 놓였다. 오수경은 단순한 순진한 바보였고, 팔 다리는 튼튼하지만 머리는 물에 잠긴 것 같아 항상 충동에 휘둘렸다. 하지만 이번 일을 겪고 나서 오수경도 자신을 돌아보게 되었다.그렇게 말하고 나서 오수경은 마치 무거운 짐을 내려놓은 듯 편안해졌다. 두 사람은 함께 4층으로 발을 내디뎠다.그곳은 희미한 빛으로 덮인 광활한 초원이었다. 초원 위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는데, 대부분은 풀밭 위에 가부좌를 틀고 앉아 손에 든 수정구를 받쳐 들고 있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눈을 감고 명상하는 것처럼 보였고, 소수의 사람들은 낮은 목소리로 무엇인가를 이야기하고 있었다.분위기는 침묵과 압박감이 공존했다. 누군가가 이야기를 한다 해도 일부러 목소리를 낮췄다. 여기가 바로 천엽7현탑의 4층이었으며, 겉보기에는 환상 세계와도 같았다.오수경은 눈을 깜빡이며 도범의 손에 들린 보라색 수정구를 한 번
이 말을 들은 오수경은 고개를 저으며 완강히 거부했다.“나는 3층에 남고 싶지 않아. 도범 오빠가 4층을 돌파하면, 분명히 5층도 갈 거잖아. 천엽 7현대는 총 7층인데, 도범 오빠가 7층까지 돌파할 수도 있잖아? 그럼 도범 오빠는 다른 곳으로 바로 전송될지도 모르는데, 그러면 나 혼자 3층에 남게 되잖아. 그땐 난 어떻게 해야 하지?”도범은 오수경의 말을 듣고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오수경의 걱정도 일리가 있었다. 만약 도범이 정말 7층까지 한 번에 돌파한다면, 천엽 7현대는 자신을 완벽한 도전자로 간주할 가능성이 높았고, 보상을 주고 다른 곳으로 전송할 수도 있었다.그렇게 되면 오수경을 홀로 남겨두게 되는데, 도범과 다시 만날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었다. 여러 가지로 생각한 끝에, 도범은 여전히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한편, 오수경은 도범이 망설이는 모습을 보고 조급해졌다. 오수경은 도범의 팔을 잡으며 간절히 말했다.“난 도범 오빠의 인맥으로 천엽성에 들어온 거야. 인맥으로 들어온 만큼, 나는 어떠한 도전도 직면하지 않을 거고, 그저 도범 오빠만 따라가면 계속 위로 올라갈 수 있어. 어떤 위험이 닥치더라도, 나는 절대 혼자서 떠나지 않을 거야. 정말 운 나쁘게 여기서 죽더라도, 제가 감수해야 할 일이니까.”오수경의 이 말은 진심이었다. 도범을 처음 만난 이후, 오수경은 자신의 인생이 위험과 맞물려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하지만 그건 자신이 바꿀 수 없는 일이었다.다른 것은 판단할 수 없었지만, 한 가지는 확실했다. 도범은 매우 신뢰할 만한 사람이었고, 그 뒤를 따라가야만 생존의 가능성을 얻을 수 있었다. 오수경은 이곳에서의 2년을 버텨내어 바라문 세계를 떠나, 자금단방으로 돌아가 다시는 나오지 않기를 바랐다.도범은 오수경의 결심을 확인하자, 마침내 고개를 끄덕였다. 두 사람은 함께 걸음을 옮겨 4층의 입구에 도착했다. 그곳에는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고, 모두가 다소 망설이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미래의 운명을 예측할 수 없기에 그들
도범은 냉소를 띠며 말했다.“전 당신과 싸울 생각 없어요. 다만 한 가지 중요한 일을 잊고 있는 건 아닌지 생각나게 해주러 왔을 뿐이죠.”도범의 말에 민경운은 순간 얼어붙었다. 민경운은 잠시 고민하며 무슨 의미인지 되새겼고, 이내 도범이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 깨달았다. 바로 얼마 전 자신과 도범 사이에 벌어진 내기 때문이었다.그 순간, 민경운의 가슴은 마치 여러 개의 큰 돌이 짓누르는 듯 답답해졌다. 그러나 민경운은 이를 갈며 분노를 삼켰다. 애초에 민경운은 도범이 절대로 이번 대결에서 이길 수 없을 것이라 확신하고 내기를 걸었던 것이다.민경운은 도범이 처참하게 패배할 것이라 생각했고, 자신의 손에 들어올 19만 영정을 기대했었다. 그러나 예상치 못하게 결과는 정반대였다. 도범이 승리한 것이다.이때, 도범은 손을 내밀며 말했다.“빨리 돈을 내세요. 저도 할 일이 있거든요. 그러니 제 시간 뺏지 마세요. 원래 9만 개의 영정으로 내기를 시작했는데, 본인이 10만 개를 더 얹어 19만 개의 영정으로 만든 거잖아요. 그러니 빨리 결제해요.”도범의 이 말에 민경운은 가슴이 터질 듯했다. 상황은 정말로 도범이 말한 대로였다. 도범은 9만 개의 영정으로 내기를 제안했고, 민경운은 도범이 분명히 패배할 것이라 생각하여 곧바로 10만 개를 더해 19만 개로 올렸다. 하지만 결국 자신의 발등을 찍고 말았다.지금 민경운은 자기 뺨을 세게 때리고 싶은 심정이었다. 9만 개의 영정은 민경운에게 꽤나 큰 금액이지만, 19만 개의 영정은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였다. 그러나 두 사람은 이미 계약을 체결했기 때문에 민경운이 이를 되돌릴 방법은 없었다. 만약 민경운이 결제하지 않으면 계약이 곧바로 발동하여, 결국에는 영혼의 역반작용으로 이어지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이후의 일은 의외로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오양수는 원건종의 제자들을 들것에 실어 나갔고, 도범은 마침내 세 번째 영패를 손에 넣었다. 이번 영패는 조금 특이하여 입탑 영패가 아닌 출성 영패로 바뀌어 있었다.이
관중석에는 각양각색의 무사들이 섞여 있었고, 불량배들도 많았다. 평소에 거리에서 욕을 퍼붓기 좋아하는 이들은 이제야 자신들의 능력을 마음껏 발휘할 기회를 찾은 듯, 원건종의 제자들에게 온갖 욕설을 퍼부었다.일부 사람들은 진원을 목에 운용하여 의도적으로 목소리를 크게 했다. 다른 사람들이 듣지 못할까 봐 걱정이라도 되는 듯, 그들은 더욱 큰 소리로 온갖 더러운 말을 쏟아냈다. 이로 인해 도범의 귀는 무척이나 시끄러웠고, 고통스러울 정도였다.도범은 자신과 원건종의 제자들 사이에 오간 몇 마디 대화가 이렇게 사람들을 폭발시키게 될 줄은 몰랐다. 또한, 도범은 어쩔 수 없다는 듯 한숨을 쉬며 이런 싸움은 결국 아무런 결론도 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몸싸움을 할 수도 없고, 계속 말다툼만 이어질 뿐이었다.그래서 도범은 더 이상 들으려 하지 않고, 대련 무대의 한쪽 가장자리로 가서 조용히 서 있기로 했다. 도범은 아직 오양수를 죽일 생각이 없었다. 오양수가 자신에게 했던 그 약속, 즉 죽음보다 더한 고통을 그대로 돌려주고 싶었기 때문이다.시간은 조금씩 흘러갔고, 싸움 소리는 계속해서 끊이지 않았다. 마침내 오양수의 몸부림이 점점 약해지고, 장벽이 완전히 해제되자 원건종의 제자들이 한꺼번에 몰려가서 오양수를 부축했다.한편, 진태산은 눈살을 찌푸린 채 오양수의 코에 손을 대 그의 호흡을 확인했다. 비록 오양수는 아직 숨을 쉬고 있었지만, 그 호흡은 매우 미약했다.민경운은 급하게 자신의 보관 반지에서 여러 개의 단약을 꺼내 오양수의 입에 넣었다. 그러나 이 단약들은 오양수의 현재 상태를 치료하기에는 전혀 효과가 없었다. 방금 도범이 사용한 참멸현공이 오양수의 영혼을 완전히 찢어놓았기 때문이다.영혼이 찢어진 상태에서 내상을 치료하는 단약이 효과가 있을 리 없었다. 따라서 민경운이 오양수에게 많은 단약을 먹였지만, 오양수의 상태는 전혀 나아지지 않은 것이다. 민경운은 점점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만약 오양수가 정말로 이 사건으로 인해 죽는다면, 그들 모두 책임을
“맞아! 당장 우리 오양수 선배를 풀어줘! 양수 선배에게 무슨 일이 생기기라도 하면, 너는 천번 만번 죽임을 당할 거야! 오양수 선배는 도민수 선배가 아니야. 네가 도민수 선배를 죽음 직전까지 몰고 갔을 때는 우리도 나서서 협상할 여지가 있었어.그러나 네가 오양수 선배를 진짜로 죽음 직전까지 몰고 간다면, 염라대왕이라도 너를 보호할 수 없을 거야! 바라문 세계를 벗어나는 순간, 너는 원건종의 끝없는 추격을 받게 될 거야!”바깥에서 들려오는 원건종 제자들의 고함과 욕설은 도범의 귀에 전부 들렸다. 이는 이미 예상된 일이었기에 도범은 일말의 두려움도 느끼지 않았다.원건종은 일반적인 자유 무사들에게 충분한 위압감을 줄 수 있지만, 도범에게는 그렇게 중요한 상대가 아니었다. 원건종이 무엇이건, 자신의 힘이 충분히 강하다면 더 강력한 종문에 가담할 수 있을 테니, 원건종이 손해를 본다고 해도 도범으로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이다.게다가 이번 일은 처음부터 끝까지 원건종이 문제를 일으킨 것이었다. 도범은 결코 선을 넘는 행동을 하지 않았고 원건종 쪽에서 여러 번 도발하지 않았다면, 도범 역시 이들과 싸울 이유가 없었을 것이다.잠시 후, 도범은 차가운 웃음을 지으며 원건종의 제자들을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일부러 목소리를 높여 말했다.“원건종 제자들, 잘 들어! 8품 종문 출신이라는 이유로 제멋대로 행동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마. 처음부터 끝까지 문제를 일으킨 건 너희들이었잖아. 그런데 패배하고 나니 이제와서 나를 협박하는 거야?만약 너희들이 먼저 건드리지 않았다면, 나 역시 너희들과 엮일 생각이 전혀 없었을 거야. 즉, 너희들은 본인들의 강력한 종문을 배경을 믿고 제멋대로 행동해도 된다고 착각하는 거야. 하지만 나는 너희들의 그런 행태를 전혀 묵인할 생각 없어!”도범의 이 말은 관중석에서 큰 박수갈채를 일으켰다. 관중들은 도범이 그들 마음속에 담아둔 말을 대신 말해준 것 같아 고무되었다. 이들 고급 종문의 제자들은 항상 약한 무사들 앞에서만 무력을 과시하며, 이
“오양수는 원건종의 친전 제자 아닌가요? 그런데 어떻게 이렇게 약할 수 있죠?”“당신 바보 아니에요? 이건 오양수이 약한 게 아니라 도범이 너무 강한 거에요! 아까도 말했잖아요? 빙봉천리는 지급 상급 무기에요. 여기 있는 사람들 중에 몇이나 지급 상등 무기를 수련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런데 도범이 빙봉천리를 부순다는 건, 도범의 무기가 오양수의 무기보다 강하다는 걸 의미해요!”“설마 도범이 천급 무기를 수련한 건가요?”이 말이 나오자마자, 주변의 거의 모든 이들이 단번에 부정했다.“미쳤어요? 무슨 말이든 막하네요. 천급 무기가 어떤 개념인지 알고나 하는 소리에요? 수련 경지가 고신경에 도달했거나, 혹은 특별한 재능을 지닌 영천 경지 후기에 이르러야만 천급 무기를 수련할 수 있는 가능성이 생기는 거에요.그리고 여기 있는 사람들은 모두 바라문 세계의 규칙을 지켜야만 이곳에 들어올 수 있고요. 나이도 60세를 넘지 않아야 하죠. 그렇다면 60세가 넘지 않은 사람이 천급 무기를 수련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그렇네요! 아마도 지급 상급 무기를 수련한 거겠죠. 도범이 오양수를 이길 수 있었던 이유는 도범이 지급 하급 무기를 대원만 단계까지 수련했기 때문일 거에요.”“만약 그게 사실이라면, 도범의 재능은 정말 두려운 수준이네요. 8품 종문의 친전 제자조차 도범의 상대가 될 수 없다는 거잖아요!”“이번에 바라문 세계에 온 보람은 있네요. 이렇게 많은 천재들을 직접 눈으로 볼 수 있다니.”오양수와 관련 없는 관중들은 이런 논의를 흥미롭게 이어갔다. 이전에 도범을 비하하던 사람들도 이제는 도범을 칭찬하며, 도범을 백 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천재라고 말하기 시작했다.8품 종문의 친전 제자들도 대수롭지 않게 여겼지만, 원건종의 제자들은 차분할 수가 없었다. 처음에는 관중석에서 편안하게 앉아있던 그들은, 도범이 빙봉천리를 단칼에 베어내는 모습을 보고는 그만 입을 다물고 경악을 감추지 못했다.지금 오양수가 이렇게 극심한 고통을 겪는 걸 보니, 분명 도범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