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랑이 두 마리가 끊임없이 발버둥 치며 고개를 들려고 했지만 안타깝게도 도범의 힘을 이길 수 없었다.그때 도범이 그들을 누르고 있던 손에 힘을 빼더니 순식간에 뒤로 물러섰다.“어흥!”두 맹호가 겨우 몸을 일으키더니 살기등등한 눈빛으로 도범을 노려보았다.잠시 후 그들은 다시 한번 도범을 향해 달려들었다.“퍽 퍽!”이번에는 도범이 달려드는 호랑이를 한 마리씩 발로 차자 놈들이 순식간에 3미터 밖으로 날아가 버렸다.“세상에나!”다리 위의 관객들은 다들 도범을 걱정하고 있었다. 그들은 하나같이 도범이 이번에는 절대 피할 수 없을 거라고 생각했었는데 예상밖에 그가 다시 한번 위기를 넘긴 것이다.호랑이를 차 던진 후 도범은 바로 몸을 돌려 벼랑 쪽으로 달려오더니 그대로 벽을 타고 오르기 시작했다. 그가 두 발로 절벽을 디디며 오른쪽 왼쪽으로 왔다 갔다 하더니 순식간에 뛰어올라 돌다리 위에 올라섰다. 그가 안전하게 관객들 속으로 돌아온 것이다.호랑이들이 다시 달려들었지만 이미 그곳에는 아무도 남아있지 않았다. 그들이 머리를 들고 올려다보았을 때에는 도범은 이미 다리 위에 서 있었다.“어흥!”두 마리의 커다란 백두산 호랑이들은 다리 위에 있는 도범을 향해 몇 번이나 포효하다 결국 씩씩거리며 머리를 숙이고 돌아섰다.도범이 펼친 일련의 동작들이 어찌나 빨랐던지 다 합해도 2초 정도밖에 되지 않는 듯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저 눈만 껌뻑이고 있었던 순간에 도범이 다시 다리 위로 돌아온 것이다.“와!”얼마간의 침묵이 흐르고 갑자기 우레와 같은 박수 소리가 터져 나왔다.“고마워요 정말 고마워요. 젊은이가 우리의 영웅이에요!”그 모습에 감동을 받은 중년 여자가 곧바로 다가가 도범의 손을 꼭 잡고 감격에 겨워 말했다.“젊은이 계좌 번호 좀 불러줘요. 제가 약속했죠? 내 아들을 구해주기만 하면 사례금으로 100억 원을 주겠다고!”“맙소사 100억이라니. 저 여자 도대체 정체가 뭐야? 돈이 얼마나 많아서 사례금으로 100억이나 줄 수 있다는 거지?”“위
“후!”도범이 몸을 일으키면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가 담배 한 개비를 꺼내서 입에 물고 불을 붙인 후 깊게 한 모금 빨아들였다.그러나 이내 미간을 찌푸렸다. 그는 그제야 주변 사람들이 그를 보는 눈빛이 달라졌다는 것을 알아차렸다.“저, 저 사람 분명 전쟁터를 떠돌던 군인이었다고 하지 않았어요? 전사라면서요? 의술을 할 줄 아는 거예요?”마침내 한 아줌마가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의술을 알 리가 있겠어? 사람을 죽이는 것과 살리는 건 분명 전혀 다른 거라고! 그리고 심지어 애가 쓰러지기까지 했는데 설마 죽은 건 아니겠지?”한 노인이 걱정하며 말했다.그 말에 영이라는 아이의 어머니가 하마터면 기절할 뻔했다. 그가 곧바로 도범에게 다가가 물었다.“이게 어떻게 된 일이에요? 내 아들 방금까지 멀쩡했는데 왜 지금은 움직이지 않는 거예요? 당신 설마 내 아들한테 몹쓸 짓 한거 아니죠? 혹시 우리 집이 부자라는 걸 알고 100억이 적다고 생각해서 이런 짓을 벌인 거 아니죠?”“말도 안 돼!”적지 않은 사람들이 숨을 들이켰다. 만약 도범이 정말로 그렇게 생각하고 일을 벌였다면 너무나 악랄한 사람이었다. 100억이 적다니?“그럴 리 없어요! 제 남편은 그런 사람이 아니라고요!”박시율이 곧바로 앞으로 몇 걸음 나서며 그 여자에게 말했다.“이이가 당신 아들을 죽이려고 했다면 아까 저 아래로 뛰어내려 구하지도 않았을 거예요. 자신이 직접 살리고 다시 죽인다니, 그런 불필요한 짓을 왜 하겠어요?”하지만 뜻밖에도 그 여자는 단번에 도범의 멱살을 잡고 소리 질렀다.“난 몰라. 내 아들은 방금 전까지만 멀쩡하게 울고 하고 말도 했어. 그런데 지금은 바닥에 누워 꿈쩍하지도 않잖아! 다 필요 없고 당장 내 아들 살려내!”박시율은 식은땀을 흘리며 연신 도범의 억울함을 호소했다.“무슨 그런 억지를 부려요? 내 남편은 방금 전 자신의 목숨을 걸고 당신 아들을 구했어요. 그런데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할 수 있어요?”“하 누가 알겠어. 아까 뛰어내린 것도 100
도범은 자신의 할 말을 끝내고 박시율과 함께 자리를 떠나려고 했다.“안 돼! 못 가!”그런데 그 여자가 그들을 잡고 놓아주지를 않는 것이었다.“네놈이 지금 켕기는 게 있으니까 이러는 거잖아. 아니면 왜 가려고 하겠어?”“맞아. 분명 아이는 아까까지만 해도 멀쩡했어. 그저 119가 오기를 기다리기만 하면 되는 거였는데 저 남자가 뭔데 나서서 치료까지 하겠다고 설친 거야? 분명 얼치기 주제에 자신의 재주를 뽐내려다가 실수로 일을 그르친 거야!”어떤 이들은 도범을 향해 손가락질하며 말했다.“좋은 마음으로 일을 벌였다가 다 망쳐버린 꼴이네!”확실히 군인이었던 자가 의술까지 할 줄 안다고는 아무도 믿지 않았다.마취총을 찾으러 갔던 동물원 관리인 두 명이 달려와 상황을 살피더니 곧바로 감탄하며 말했다.“정말 다행이에요. 혼자 힘으로 올라온 거예요? 너무 대단해요!”“그러게 말이에요. 마취총도 필요 없었네요!”다른 한 관리인이 웃으며 말했다.“저 백두산 호랑이 두 마리를 단번에 제압하는 사람 처음 봐요!”“그런데 이 아이는 왜 쓰러져 있는 거예요?”연신 감탄을 하던 남자가 바닥에 누워있는 아이를 보며 물었다.“아까까지 멀쩡했잖아요?”그 말에 여자가 울며 호소했다.“맞아요. 아까까지 멀쩡히 움직이고 정신도 또렷했는데 저 자식이 치료를 해준다고 하더니 이렇게 죽었는지 살았는지도 모를 꼴로 만들어 버렸어요. 만약 이대로 내 아들이 죽거나 혹은 상처가 더 깊어지면 저 자식이 어떻게든 그 책임을 물어야 할 거예요!”관리인이 굳은 표정으로 도범에게 물었다.“우리가 이미 119에 신고까지 한 상황이라 기다리기만 하면 곧 도착할 건데 왜 직접 나섰어요. 아이의 상처가 어느 정도인지 저희도 잘 몰라서 전문가가 아닌 이상 함부로 다치지 않는 게 좋았을 텐데. 구급 대원이 도착한 뒤에 살피면 되는 걸 왜 기다리지 않고 직접 나서셨어요?”“만약 그대로 기다리고만 있었으면 다리를 절단해야 할 수도 있었습니다!”도범이 해석했다.그때 구급차 한 대가 다리 어귀
“난…”중년 여자는 화가 났지만 뭐라 할 말이 없었다.아까까지만 해도 도범을 질책하던 관객들이 이제는 그녀를 탓하기 시작했다. 그들은 그녀의 행동이 너무 심했고 어떻게 자신의 은인을 의심할 수 있냐며 수군거렸다.“엄마…”그때 기절했던 남자아이가 깨어났다. 주위 사람들이 다시 한번 손뼉을 치기 시작했다.“여보 무려 100억을 거절하다니. 당신 정말 너무 대범한 거 아니야?”그곳을 벗어나고 얼마 후 박시율이 그제야 웃으며 물었다.“그렇게 큰 금액에 정말 마음이 동하지 않았어? 그 100억을 받으면 당신 할아버지 생신날에 필요한 금액은 충분히 해결할 수 있잖아!”도범이 씩 웃더니 박시율을 보며 말했다.“여보 만약 당신이 아이를 구했다면 그 100억을 가졌겠어?”“난 당연히 안 가지지. 돈을 목적으로 아이를 구한 것도 아닌데!”박시율이 피식 웃더니 마지막으로 도범에게 물었다.“하지만 당신은 지금 돈이 필요하잖아? 상황이 다르잖아! 아까 그건 정말 엄청난 기회였다고!”도범이 그녀의 말을 듣고 장난스럽게 눈썹을 찡긋했다.“하하 여보, 이제 보니 우리 여보는 내가 80억을 내고 장인어른과 장모님한테 인정받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나 보네? 그건 우리 여보가 아직 나를 사랑하고 나와 함께 있고 싶어 한다는 뜻으로 받아들여도 되겠지?”박시율이 얼굴을 붉히며 말했다.“아니거든. 난 그저 아까 그 100억을 마다했던 게 아쉬워서 그래!”세 사람은 다시 동물원을 돌아다니며 마저 구경했다. 그리고 다 돌고 난 후 대문을 나서면서 이제 집에 돌아가려고 택시를 잡고 있는 중이었다.그때 도범과 그들이 예기치 못한 일이 발생했다. BMW 한 대가 빠른 속도로 그들 옆에 멈춰 선 것이다.창문이 슥 내려가더니 운전석에 있던 웬 남자가 박시율을 보고 씩 웃었다.“어라 순간 내가 잘못 봤나 의심했는데 이제 보니 정말로 우리 반에서 가장 예뻤던 박시율이잖아!”“나호영!”박시율이 그 남자를 확인하고 깜짝 놀랐다. 그리고 도범을 향해 미소 지으며 소개했다.“도범 씨
하얀 피부에 검은색 실크 원피스를 걸친 여자는 한눈에 보아도 아름답고 매혹적이었다. 머리에는 굵은 웨이브를 넣어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청량감을 느끼게 했다.물론 몸매 또한 뛰어났다. 박시율보다 기질이 좀 차가운 것 외에는 나무랄 데가 없는 모습이었다.“하하 아가씨가 너무 겸손하네요. 당신도 엄청난 미녀인걸요!”박시율이 미소 지으며 어쩔 수 없이 형식적인 칭찬을 건넸다.“여기서 택시를 잡고 집에 돌아가는 거예요? 이 시간에는 택시 잡기 힘들 텐데. 마침 출퇴근 시간이라서 택시 잡는 사람이 한창 많을 때거든요!”여자가 도범과 시율을 번갈아 보더니 이어서 말했다.“아이참, 차가 없는 것도 참 불편하겠네요. 당신이 고른 남편이 능력이 좀 별로인가 봐요!”나호영이 그녀의 말에 난처한 웃음을 지었다.“참 시율아, 마침 오늘 밤 동창회가 있어. 꽤 많은 동창들이 모이기로 했으니까 너도 참석하는 게 어때? 가족도 함께 와도 괜찮아!”“그래 맞아요 맞아요. 함께 와서 놀아요. 당신들 엄청 오랜만에 모이는 거잖아요!”여자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우리 호영 씨 난처하게 하지 마시고요.”“이건…”박시율이 미간을 찌푸리며 망설이고 있었다. 그녀와 나호영은 예전에 꽤 친한 사이였다. 하지만 동창들을 못 본 지 몇 년은 지났으니 혹시 그때 가서 옛 동창들이 임여을처럼 권력의 잣대로 자신을 판단할까 두려웠다.“참 뭘 고민하고 있어? 전동재도 해외에 있다가 이번에 들어왔어. 말로는 내일 어느 큰 회사의 면접을 보러 간다고 하던데. 그 회사 주임과 잘 아는 사이라서 내일 면접은 일단 절반은 성공했다고 보면 된대!”“그리고 다들 몇 년 만에 모이는 건데 반에서 가장 예쁘기로 이름난 네가 빠져서야 되겠어?”나호영이 그녀를 설득했다.“만약 이래도 안 오면 네가 날 친구로 생각하지 않는다고 생각할 거야!”“알았어 알아어 갈게. 어디서 하는데? 이따가 수아를 집에 데려다주고 밤에 남편과 함께 갈게!”박시율이 쓴웃음을 지었다. 상대방의 끈질긴 요청에 그녀는 울며 겨
도범과 박시율은 수아를 데리고 곧바로 택시를 잡고 동물원을 벗어났다.택시가 한창 자동차 대리점이 수두룩하게 줄 선 거리를 지나고 있을 때 도범이 문뜩 뭔가 떠올랐다는 듯이 택시 기사에게 말했다.“기사님, 여기서 세워주시죠!”“왜 여기서 내려?”박시율이 깜짝 놀라며 의문스러운 표정으로 물었다.“여보 내가 생각해 봤는데 우리 역시 차 한 대 사는 게 좋을 것 같아. 당신 동창회잖아. 아까 보니까 다들 제법 잘 사는 것 같던데. 아까 그 여자도 온통 자기 자랑만 늘어놓고 갔잖아. 만약 차를 몰고 가지 않으면 아마 그쪽에서 또 뭐라고 수군댈 거야!”“나는 괜찮지만 절대 당신이 그런 꼴을 겪게 할 수는 없어!”도범이 차에서 내린 후 그녀에게 설명했다.“하지만 당신 돈 있어? 아니면 조금만 나중에 살까? 나중에 내가 월급을 받고 나서 사도 되잖아!”박시율이 미간을 찌푸렸다.“난 그런 시선 따위는 두렵지 않아. 남들이 깔보고 싶으면 깔보라지 뭐. 난 그냥 내가 즐겁게 살 수 있으면 돼. 내 삶은 내가 사는 거지 그들 눈치를 볼 필요가 뭐 있어?”“돈이라면 얼마든지 있어! 5년간 군인 생활을 하면서 부대에서 준 상여금도 채 쓰지 못했는걸.”도범이 머리를 긁적이며 말하다가 수아를 한 번 보더니 다시 박시율에게 말했다.“그리고 차를 사지 않으면 비 오는 날에 수아를 유치원에 데려다주는 것도 불편하잖아. 아니다, 차 한 대로는 모자라겠어. 우리 두 사람한테 적어도 한 대는 있어야 하고 수아를 학교에 보내고 데려올 때도 한 대 더 필요하잖아!”“더 있다고? 지난번에 이미 6억 4천만 원을 꺼냈잖아? 그렇게 많이 쓰고도 아직 남아있다고?”박시율이 놀라 물었다.“설마 당신 10억, 아니 100억 정도 가진 거야? 만약 100억이라면 당신 부대에서 평범한 군인은 아니란 말이잖아? 적어도 소령급은 된 거 아니야?”도범이 그녀의 말에 울지도 웃지도 못하고 마지못해 답했다.“비슷해. 당신 남편 우습게 보지 마. 가자, 차 정도는 얼마든지 살 수 있으니까!”“
“그래도 되지. 그럼 우리 저 맞은 켠에 있는 포르쉐 매장으로 가 볼까?”도범이 고개를 끄덕이고 박시율을 데리고 밖으로 나갔다.“포르쉐?”세 사람이 문을 나선 후 두 판매원이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눈이 휘둥그레져서 자신들의 귀를 의심했다.그녀들은 원래 도범 일행이 가격을 듣고 옆집에서 파는 더 싼 가격의 차를 보러 갈 줄 알았었다. 그런데 그들이 맞은 켠의 포르쉐 매장으로 간다는 것이다.“하늘아, 우리 혹시 엄청난 고객을 놓진 건 아니겠지? 만약 저 사람들이 정말로 돈이 있는 거라면 어쩌지?”바닥을 닦던 여자가 눈썹을 찡그리며 후회하고 있었다.“그럴 리 없어!”하늘이 곧바로 답했다.“저기 여자가 입은 옷은 그나마 괜찮았는데 남자가 입은 건 분명 싸구려였다고. 너는 그런 옷을 입은 남자가 돈이 많을 리 있다고 생각해? 아마 체면 때문에 우리를 화나게 하려고 일부러 그렇게 말한 걸 거야!”말을 마친 그녀가 곧바로 입구로 달려갔다.“아니면 우리 여기서 확인해 보자. 저 사람들 절대 저 안으로 들어가지 않을 거야!”바닥을 닦던 여자도 입구 쪽으로 다가와 보더니 곧바로 미간을 찌푸렸다.“이럴 수가 하늘아, 저 사람들 저기로 들어갔는데? 설마 정말로 포르쉐를 사는 거 아니겠지?”“그럴 리 없어. 분명 연기하는 걸 거야. 우리가 볼까 봐 들어가는 척만 하는 거야. 이제 곧바로 나와. 내가 저런 사람들을 한두 번 본 것 같아?”하늘이 바로 답했다.……“우리 정말 여기 들어가?”포르쉐 매장 입구에 도착하자 박시율이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당신 차에 대해서 잘 알아? 포르쉐는 비싼 차야. 당신 두 대나 살 거라고 했는데 우리 한 대도 사지 못할 수도 있어. 당신 지금 얼마 남았어?”도범이 박시율의 질문에 아무렇지 않다는 듯이 답했다.“걱정하지 마 여보, 포르쉐 두 대가 다 뭐야. 이 포르쉐 매장을 전부 사는 것도 문제없는걸!”박시율이 속으로 식은땀을 흘렸다. 이 자식은 이 시점에서까지 농담할 마음이 생기는 걸까?‘혹시 도범 저 자식이
안으로 들어서니 여자 판매원이 열심히 바닥을 닦고 있었다. 날씨가 너무 더웠던지 땀이 그녀의 볼 위로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그녀는 고개를 들고 문 앞에 서있는 부부를 바라보았다. 남자의 품에는 귀여운 꼬마 여자아이가 안겨있었다. 순간 그녀가 곧바로 대걸레를 한쪽 편에 세워두고 미소 띤 얼굴로 다가왔다.“두 분 차 보러 오셨어요? 안으로 들어오세요. 이쪽으로요. 마실 거라도 드릴까요? 우리 여기에는 레모네이드와 커피 그리고 물도 있어요…”여자 판매원이 배시시 웃으며 물었다.박시율이 놀란 표정으로 깨끗하게 닦인 바닥을 바라보았다.“바닥을 이렇게 깨끗하게 닦아 놓았는데 우리가 더럽히는 게 걱정되지 않아요?”“참 그게 뭐 대수라고요. 당신들은 고객이잖아요. 고객은 하늘이니까 마음대로 밟으세요. 괜찮아요!”여자 판매원이 말을 마치고 수아를 보더니 미소 띤 얼굴로 말했다.“꼬마 아가씨가 너무 귀엽고 사랑스럽네요. 저한테도 나중에 이렇게 예쁜 딸이 생겼으면 좋겠어요!”“이지혜 쟤도 참 그래. 아무한테나 저렇게 친절하게 대해서 무슨 쓸모가 있겠어!”“그러게 말이야. 여긴 포르쉐 매장이라고. 저 부부가 살 수 있을 것 같아? 이제 곧 퇴근인데 시간만 낭비하고 말이야. 다들 열심히 바닥을 닦아놓았더니 저 사람들 때문에 다 더럽혀졌잖아. 이럼 이따가 또 밀어야 하는데!”“난 몰라. 어차피 이따가도 쟤가 밀 거잖아. 몰라 난. 퇴근 시간이 되면 당장 퇴근해 버릴 거니까!”이지혜를 지켜보던 몇몇 판매원들이 몰래 수군대기 시작했다. 그들은 한눈에 보아도 불만이 가득해 보였다.다른 한 사람은 심지어 비웃으며 말했다.“저 이지혜 말이야, 이번 달 실적 완전히 바닥일 거야. 하하, 더 팔지 못하면 아마 또 매니저님한테 혼날 게 뻔한데 적극적으로 하지 않고 되겠어? 하지만 쟤도 참 멍청해. 저렇게 고객 보는 눈이 없어서야. 또 허탕치게 생겼네!”“여보 봐 봐. 마음껏 골라. 마음에 드는 게 있으면 그걸로 사자!”도범이 씩 웃으며 박시율에게 말했다.박시율이 미간을
도범은 한숨을 내쉰 후 다시 입을 열었다.“네가 오양수와 대결할 때, 나는 곽치홍이 너희 두 사람의 싸움을 계속 지켜보는 것을 발견했어. 그래서 곽치홍을 주시하고 있었는데, 나중에 곽치홍도 내가 본인을 보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지. 하지만 내가 너무 멀리 있어서 곽치홍의 표정을 자세히 볼 수 없었어. 그런데 곽치홍이 나를 쳐다볼 때, 마치 독사에게 주시당하는 느낌이 들었어. 네가 전에 말했던 게 맞아, 곽치홍은 분명 우리에게 적대감을 품고 있어.”도범은 고개를 끄덕였다. 곽치홍이 등장한 이후로, 온갖 의문들이 곽치홍의 마음속에 떠올랐다. 이전에 장로들이 했던 말은 전부 믿을 수 없었고, 이 안에 더 큰 비밀이 숨어 있을 게 틀림없었다.도범이 숨을 고르고 막 입을 열려던 순간, 오수경이 먼저 말했다.“네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알아. 나를 위로하려고 하지 마, 이제 다 이해했어. 내가 전에 했던 충동적인 행동들이 너에게 폐를 끼쳤다는 걸 알아. 앞으로는 항상 이 점을 명심하고, 더 이상 너에게 폐를 끼치지 않을 거야.”오수경의 이 말을 듣고 나니 도범은 한결 마음이 놓였다. 오수경은 단순한 순진한 바보였고, 팔 다리는 튼튼하지만 머리는 물에 잠긴 것 같아 항상 충동에 휘둘렸다. 하지만 이번 일을 겪고 나서 오수경도 자신을 돌아보게 되었다.그렇게 말하고 나서 오수경은 마치 무거운 짐을 내려놓은 듯 편안해졌다. 두 사람은 함께 4층으로 발을 내디뎠다.그곳은 희미한 빛으로 덮인 광활한 초원이었다. 초원 위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는데, 대부분은 풀밭 위에 가부좌를 틀고 앉아 손에 든 수정구를 받쳐 들고 있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눈을 감고 명상하는 것처럼 보였고, 소수의 사람들은 낮은 목소리로 무엇인가를 이야기하고 있었다.분위기는 침묵과 압박감이 공존했다. 누군가가 이야기를 한다 해도 일부러 목소리를 낮췄다. 여기가 바로 천엽7현탑의 4층이었으며, 겉보기에는 환상 세계와도 같았다.오수경은 눈을 깜빡이며 도범의 손에 들린 보라색 수정구를 한 번
이 말을 들은 오수경은 고개를 저으며 완강히 거부했다.“나는 3층에 남고 싶지 않아. 도범 오빠가 4층을 돌파하면, 분명히 5층도 갈 거잖아. 천엽 7현대는 총 7층인데, 도범 오빠가 7층까지 돌파할 수도 있잖아? 그럼 도범 오빠는 다른 곳으로 바로 전송될지도 모르는데, 그러면 나 혼자 3층에 남게 되잖아. 그땐 난 어떻게 해야 하지?”도범은 오수경의 말을 듣고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오수경의 걱정도 일리가 있었다. 만약 도범이 정말 7층까지 한 번에 돌파한다면, 천엽 7현대는 자신을 완벽한 도전자로 간주할 가능성이 높았고, 보상을 주고 다른 곳으로 전송할 수도 있었다.그렇게 되면 오수경을 홀로 남겨두게 되는데, 도범과 다시 만날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었다. 여러 가지로 생각한 끝에, 도범은 여전히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한편, 오수경은 도범이 망설이는 모습을 보고 조급해졌다. 오수경은 도범의 팔을 잡으며 간절히 말했다.“난 도범 오빠의 인맥으로 천엽성에 들어온 거야. 인맥으로 들어온 만큼, 나는 어떠한 도전도 직면하지 않을 거고, 그저 도범 오빠만 따라가면 계속 위로 올라갈 수 있어. 어떤 위험이 닥치더라도, 나는 절대 혼자서 떠나지 않을 거야. 정말 운 나쁘게 여기서 죽더라도, 제가 감수해야 할 일이니까.”오수경의 이 말은 진심이었다. 도범을 처음 만난 이후, 오수경은 자신의 인생이 위험과 맞물려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하지만 그건 자신이 바꿀 수 없는 일이었다.다른 것은 판단할 수 없었지만, 한 가지는 확실했다. 도범은 매우 신뢰할 만한 사람이었고, 그 뒤를 따라가야만 생존의 가능성을 얻을 수 있었다. 오수경은 이곳에서의 2년을 버텨내어 바라문 세계를 떠나, 자금단방으로 돌아가 다시는 나오지 않기를 바랐다.도범은 오수경의 결심을 확인하자, 마침내 고개를 끄덕였다. 두 사람은 함께 걸음을 옮겨 4층의 입구에 도착했다. 그곳에는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고, 모두가 다소 망설이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미래의 운명을 예측할 수 없기에 그들
도범은 냉소를 띠며 말했다.“전 당신과 싸울 생각 없어요. 다만 한 가지 중요한 일을 잊고 있는 건 아닌지 생각나게 해주러 왔을 뿐이죠.”도범의 말에 민경운은 순간 얼어붙었다. 민경운은 잠시 고민하며 무슨 의미인지 되새겼고, 이내 도범이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 깨달았다. 바로 얼마 전 자신과 도범 사이에 벌어진 내기 때문이었다.그 순간, 민경운의 가슴은 마치 여러 개의 큰 돌이 짓누르는 듯 답답해졌다. 그러나 민경운은 이를 갈며 분노를 삼켰다. 애초에 민경운은 도범이 절대로 이번 대결에서 이길 수 없을 것이라 확신하고 내기를 걸었던 것이다.민경운은 도범이 처참하게 패배할 것이라 생각했고, 자신의 손에 들어올 19만 영정을 기대했었다. 그러나 예상치 못하게 결과는 정반대였다. 도범이 승리한 것이다.이때, 도범은 손을 내밀며 말했다.“빨리 돈을 내세요. 저도 할 일이 있거든요. 그러니 제 시간 뺏지 마세요. 원래 9만 개의 영정으로 내기를 시작했는데, 본인이 10만 개를 더 얹어 19만 개의 영정으로 만든 거잖아요. 그러니 빨리 결제해요.”도범의 이 말에 민경운은 가슴이 터질 듯했다. 상황은 정말로 도범이 말한 대로였다. 도범은 9만 개의 영정으로 내기를 제안했고, 민경운은 도범이 분명히 패배할 것이라 생각하여 곧바로 10만 개를 더해 19만 개로 올렸다. 하지만 결국 자신의 발등을 찍고 말았다.지금 민경운은 자기 뺨을 세게 때리고 싶은 심정이었다. 9만 개의 영정은 민경운에게 꽤나 큰 금액이지만, 19만 개의 영정은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였다. 그러나 두 사람은 이미 계약을 체결했기 때문에 민경운이 이를 되돌릴 방법은 없었다. 만약 민경운이 결제하지 않으면 계약이 곧바로 발동하여, 결국에는 영혼의 역반작용으로 이어지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이후의 일은 의외로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오양수는 원건종의 제자들을 들것에 실어 나갔고, 도범은 마침내 세 번째 영패를 손에 넣었다. 이번 영패는 조금 특이하여 입탑 영패가 아닌 출성 영패로 바뀌어 있었다.이
관중석에는 각양각색의 무사들이 섞여 있었고, 불량배들도 많았다. 평소에 거리에서 욕을 퍼붓기 좋아하는 이들은 이제야 자신들의 능력을 마음껏 발휘할 기회를 찾은 듯, 원건종의 제자들에게 온갖 욕설을 퍼부었다.일부 사람들은 진원을 목에 운용하여 의도적으로 목소리를 크게 했다. 다른 사람들이 듣지 못할까 봐 걱정이라도 되는 듯, 그들은 더욱 큰 소리로 온갖 더러운 말을 쏟아냈다. 이로 인해 도범의 귀는 무척이나 시끄러웠고, 고통스러울 정도였다.도범은 자신과 원건종의 제자들 사이에 오간 몇 마디 대화가 이렇게 사람들을 폭발시키게 될 줄은 몰랐다. 또한, 도범은 어쩔 수 없다는 듯 한숨을 쉬며 이런 싸움은 결국 아무런 결론도 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몸싸움을 할 수도 없고, 계속 말다툼만 이어질 뿐이었다.그래서 도범은 더 이상 들으려 하지 않고, 대련 무대의 한쪽 가장자리로 가서 조용히 서 있기로 했다. 도범은 아직 오양수를 죽일 생각이 없었다. 오양수가 자신에게 했던 그 약속, 즉 죽음보다 더한 고통을 그대로 돌려주고 싶었기 때문이다.시간은 조금씩 흘러갔고, 싸움 소리는 계속해서 끊이지 않았다. 마침내 오양수의 몸부림이 점점 약해지고, 장벽이 완전히 해제되자 원건종의 제자들이 한꺼번에 몰려가서 오양수를 부축했다.한편, 진태산은 눈살을 찌푸린 채 오양수의 코에 손을 대 그의 호흡을 확인했다. 비록 오양수는 아직 숨을 쉬고 있었지만, 그 호흡은 매우 미약했다.민경운은 급하게 자신의 보관 반지에서 여러 개의 단약을 꺼내 오양수의 입에 넣었다. 그러나 이 단약들은 오양수의 현재 상태를 치료하기에는 전혀 효과가 없었다. 방금 도범이 사용한 참멸현공이 오양수의 영혼을 완전히 찢어놓았기 때문이다.영혼이 찢어진 상태에서 내상을 치료하는 단약이 효과가 있을 리 없었다. 따라서 민경운이 오양수에게 많은 단약을 먹였지만, 오양수의 상태는 전혀 나아지지 않은 것이다. 민경운은 점점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만약 오양수가 정말로 이 사건으로 인해 죽는다면, 그들 모두 책임을
“맞아! 당장 우리 오양수 선배를 풀어줘! 양수 선배에게 무슨 일이 생기기라도 하면, 너는 천번 만번 죽임을 당할 거야! 오양수 선배는 도민수 선배가 아니야. 네가 도민수 선배를 죽음 직전까지 몰고 갔을 때는 우리도 나서서 협상할 여지가 있었어.그러나 네가 오양수 선배를 진짜로 죽음 직전까지 몰고 간다면, 염라대왕이라도 너를 보호할 수 없을 거야! 바라문 세계를 벗어나는 순간, 너는 원건종의 끝없는 추격을 받게 될 거야!”바깥에서 들려오는 원건종 제자들의 고함과 욕설은 도범의 귀에 전부 들렸다. 이는 이미 예상된 일이었기에 도범은 일말의 두려움도 느끼지 않았다.원건종은 일반적인 자유 무사들에게 충분한 위압감을 줄 수 있지만, 도범에게는 그렇게 중요한 상대가 아니었다. 원건종이 무엇이건, 자신의 힘이 충분히 강하다면 더 강력한 종문에 가담할 수 있을 테니, 원건종이 손해를 본다고 해도 도범으로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이다.게다가 이번 일은 처음부터 끝까지 원건종이 문제를 일으킨 것이었다. 도범은 결코 선을 넘는 행동을 하지 않았고 원건종 쪽에서 여러 번 도발하지 않았다면, 도범 역시 이들과 싸울 이유가 없었을 것이다.잠시 후, 도범은 차가운 웃음을 지으며 원건종의 제자들을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일부러 목소리를 높여 말했다.“원건종 제자들, 잘 들어! 8품 종문 출신이라는 이유로 제멋대로 행동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마. 처음부터 끝까지 문제를 일으킨 건 너희들이었잖아. 그런데 패배하고 나니 이제와서 나를 협박하는 거야?만약 너희들이 먼저 건드리지 않았다면, 나 역시 너희들과 엮일 생각이 전혀 없었을 거야. 즉, 너희들은 본인들의 강력한 종문을 배경을 믿고 제멋대로 행동해도 된다고 착각하는 거야. 하지만 나는 너희들의 그런 행태를 전혀 묵인할 생각 없어!”도범의 이 말은 관중석에서 큰 박수갈채를 일으켰다. 관중들은 도범이 그들 마음속에 담아둔 말을 대신 말해준 것 같아 고무되었다. 이들 고급 종문의 제자들은 항상 약한 무사들 앞에서만 무력을 과시하며, 이
“오양수는 원건종의 친전 제자 아닌가요? 그런데 어떻게 이렇게 약할 수 있죠?”“당신 바보 아니에요? 이건 오양수이 약한 게 아니라 도범이 너무 강한 거에요! 아까도 말했잖아요? 빙봉천리는 지급 상급 무기에요. 여기 있는 사람들 중에 몇이나 지급 상등 무기를 수련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런데 도범이 빙봉천리를 부순다는 건, 도범의 무기가 오양수의 무기보다 강하다는 걸 의미해요!”“설마 도범이 천급 무기를 수련한 건가요?”이 말이 나오자마자, 주변의 거의 모든 이들이 단번에 부정했다.“미쳤어요? 무슨 말이든 막하네요. 천급 무기가 어떤 개념인지 알고나 하는 소리에요? 수련 경지가 고신경에 도달했거나, 혹은 특별한 재능을 지닌 영천 경지 후기에 이르러야만 천급 무기를 수련할 수 있는 가능성이 생기는 거에요.그리고 여기 있는 사람들은 모두 바라문 세계의 규칙을 지켜야만 이곳에 들어올 수 있고요. 나이도 60세를 넘지 않아야 하죠. 그렇다면 60세가 넘지 않은 사람이 천급 무기를 수련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그렇네요! 아마도 지급 상급 무기를 수련한 거겠죠. 도범이 오양수를 이길 수 있었던 이유는 도범이 지급 하급 무기를 대원만 단계까지 수련했기 때문일 거에요.”“만약 그게 사실이라면, 도범의 재능은 정말 두려운 수준이네요. 8품 종문의 친전 제자조차 도범의 상대가 될 수 없다는 거잖아요!”“이번에 바라문 세계에 온 보람은 있네요. 이렇게 많은 천재들을 직접 눈으로 볼 수 있다니.”오양수와 관련 없는 관중들은 이런 논의를 흥미롭게 이어갔다. 이전에 도범을 비하하던 사람들도 이제는 도범을 칭찬하며, 도범을 백 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천재라고 말하기 시작했다.8품 종문의 친전 제자들도 대수롭지 않게 여겼지만, 원건종의 제자들은 차분할 수가 없었다. 처음에는 관중석에서 편안하게 앉아있던 그들은, 도범이 빙봉천리를 단칼에 베어내는 모습을 보고는 그만 입을 다물고 경악을 감추지 못했다.지금 오양수가 이렇게 극심한 고통을 겪는 걸 보니, 분명 도범이
두 번째 방법은 고도의 신법을 필요로 하며, 일반적인 무사로서는 도저히 피할 수 없는 수준이다. 첫 번째 방법도 강력한 실력이 필요하기에, 주위 사람들이 도범을 걱정할 수밖에 없었다. 빙봉천리의 감금 아래에서 도범은 결코 빠져나갈 수 없을 것처럼 보였다.따라서 모두가 도범이 반드시 패배할 것이라고 생각하며, 도범의 경맥이 감금되면 오양수가 도범을 결코 쉽게 놓아주지 않을 것이라 여겼다.한편, 도범은 한 손에 장검을 쥐고, 다른 손으로는 연달아 법진을 만들어냈다. 이윽고 백 개의 영혼검이 하나로 융합되어, 거대한 영혼 검이 되어 회흑색 장검 속에 흡수되었다.도범이 전승 상태로 참멸현공을 펼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비록 빙봉천리가 지급 상급 무기일지라도, 도범의 눈에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도범은 현재 참멸현공을 대원만 단계까지 수련한 상태였고, 영혼검과의 융합으로 생성된 힘은 결코 가볍게 볼 수 없는 힘이다.도범은 분노에 차서 큰 소리로 포효하며 단칼에 검을 휘둘렀다. 이윽고 회흑색 장검에서 거대한 검기가 날아가면서 하늘을 뒤덮은 얼음망이 도범의 앞에 닥쳐왔다.모두는 쾅쾅하는 몇 번의 뚜렷한 소리를 들었고, 얼마 지나지 않아 단단해 보이던 빙봉천리가 도범의 한 줄기 검기에 의해 산산조각이 나고 말았다.게다가 이 검기는 빙봉천리를 부순 뒤에도 힘이 전혀 소모되지 않은 채 여전히 앞으로 돌진했다. 이는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상황이었고, 뒤따라오던 오양수조차 반응하지 못했다.현재 도범의 참멸현공은 대원만의 경지에 도달했다. 비록 빙봉천리가 지급 상급 무기라 할지라도, 참멸현공 앞에서는 종이장처럼 부서질 뿐이었다.모두가 도범이 빙봉천리에 온몸이 봉쇄되어, 도살당할 어린 양처럼 될 것을 기대했으나, 그들의 모든 환상은 산산이 부서졌다. 검날이 빙봉천리를 부순 후, 곧장 반응하지 못한 오양수를 향해 돌진했다. 검날이 오양수의 면전 3척 앞에 닿기 직전에야 오양수는 자신을 보호하려 했지만, 이미 너무 늦어버린 상황이었다. 평상시라면 오양수는 공격과 동시에
각양각색의 논조, 그리고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끝없는 토론. 그러나 도범은 다른 사람들이 뭐라고 하든 상관하지 않았다. 도범은 그저 담담한 눈빛으로 오양수를 바라보았다.잠시 후, 오양수가 무기를 꺼내들자, 도범도 천천히 자신의 회흑색 장검을 꺼내 손에 쥐었다. 이 장검은 오랫동안 도범과 함께한 무기로, 한 번도 바뀐 적이 없었다.오양수는 청란골패를 가볍게 휘두르자, 뚜렷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와 동시에 한기가 청란골패에서 뿜어져 나오며 분위기를 한순간에 바꾸었다.현재 오양수의 머릿속에는 오직 한 가지 생각만이 존재했다. 그건 바로 도범을 쓰러뜨린 뒤, 잔인하게 고통을 주어 그 대가가 얼마나 혹독한지 알게 하는 것이었다.오양수는 크게 포효하며 두 손을 뒤집어 법진을 만들어냈다. 그러자 오양수의 손바닥에 육각형 모양의 얼음 화살이 생겨났고, 4초 후, 수백 개의 육각형 얼음 화살이 오양수의 앞을 가득 메웠다.오양수는 다시 한번 포효하며 앞을 향해 힘껏 밀어붙였다. 그러자 수백 개의 육각형 얼음 화살이 도범을 향해 맹렬히 돌진했고, 이 화살들과 함께 엄청난 한기가 도범을 덮쳤다.도범은 눈살을 찌푸린 채, 두 손으로 장검을 단단히 쥐고 한 발 앞으로 나섰다. 그리고는 조용히 검을 휘둘렀다. 이윽고 수많은 육각형 얼음 화살은 단숨에 두 조각으로 나뉘었다.그때, 관중석에서 다시 한번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도범 저 녀석, 실력이 정말 보통이 아니네요! 내 생각이 틀리지 않았다면, 오양수가 수련한 무기는 지급 상급 무기, 빙봉천리에요! 그런데 도범이 단칼에 빙봉천리를 가르다니, 실력이 꽤 강한데요!”그 사람이 말을 끝내자마자 주변에서는 곧바로 반박이 나왔다.“잘 알지도 못하면서 그게 무슨 말이에요? 빙봉천리는 지급 상급 무기에요. 바라문 세계를 둘러봐도, 지급 상급 무기를 수련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 것 같아요? 방금 전의 공격은 단지 약간의 힘만 사용한 거에요. 오양수가 진심으로 도범을 죽이려 했다면, 반항할 틈조차 없었을 거에요!”오양수가 쏘
검은 옷의 대장부는 눈살을 찌푸린 채 분노에 찬 목소리로 외쳤다.“내가 무슨 말을 하든 네가 뭔 상관이야! 이 건방진 놈, 죽고 싶어! 마침 상대가 필요했는데, 너의 입탑영패를 가지고 와. 우리 한 판 붙자!”그러자 오수경은 콧방귀를 뀌며 태연하게 말했다.“내 앞에서 강자 흉내 내지 마. 내 가슴에 6품 연단사 휘장이 붙어 있는 걸 못 봤어? 그런데 네가 연단사인 나와 실력을 겨루겠다고? 차라리 연단술을 겨뤄보는 게 어때?”이 말에 검은 옷의 대장부는 말문이 막혀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 규칙이 없었다면 그는 당장이라도 오수경의 목을 조를 기세였다.오수경은 검은 옷의 대장부가 더 이상 말하지 않자, 더욱 신나서 비아냥거릴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 순간 도범이 손을 뻗어 그를 막았다.“너는 왜 이렇게 매사에 신중하지 못해? 지금부터 내 말을 잘 들어. 무슨 일이 있어도 입을 다물고 있어야 해. 알겠어?”도범의 꾸짖음에 오수경은 목을 움츠리며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다. 전에 도범에게 문제를 일으킨 적이 있었기에, 이번에는 더 조심할 수밖에 없었다.이때, 검은 옷의 대장부는 냉소를 머금은 채 다시 도범을 바라보았다. 방금 그들의 대화를 일부 들었기에 도범에 대한 호기심은 더욱 커진 상태였다.“네가 정말 8품 종문의 친전 제자보다 강하다고 생각해?”도범은 눈살을 찌푸린 채 검은 옷의 대장부를 상대할 가치가 없다고 여겼다. 그러나 검은 옷의 대장부는 도범이 대답하지 않아도 화내지 않았다.이렇게 시간은 점점 흘러갔고, 아마도 내기 때문이거나 도범의 냉담한 태도 때문인지 상황은 이상할 정도로 고요해졌다. 도발적인 말이 다시 들리지 않았다. 제73회 대결이 곧 시작되려 할 때, 도범은 더 이상 쓸데없는 소리를 듣지 않게 되었다.잠시 후, 도범은 자리에서 일어나 숨을 내쉬고는 오수경을 향해 눈짓을 보냈다. 그리고는 나지막이 말했다.“누구를 보든, 어떤 말을 듣든, 이 자리에서 떠나지 마.”그 말을 마치고 도범은 큰 걸음으로 대결 무대를 향해 걸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