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범이 담배 한 개비를 꺼내 피기 시작했다. 그는 여전히 가장 싼 가격의 디스 플러스를 피고 있었고 담배에서는 언제나 그렇듯 익숙한 맛이 났다.도범은 담배를 한 모금 깊게 빨아들이고 말했다.“그러면 그 장소연이라는 여자가 위장에 능해서 당신 동생 앞에서는 옷도 평범하게 입고 순진한 척하는데 사실은 남 몰래 시답잖은 양아치 녀석들과 어울리기 좋아한다는 말이지? 그런데 당신 동생은 그 여자를 너무나 사랑하고 있고, 당신이 동생한테 이 일을 알리지 않는 건 말해봤자 믿지 않을 걸 알고 있기 때문이고 그렇지?”박시율이 고개를 끄덕였다.“맞아 바로 그거야. 동생에게 말했으면 분명 엄청 화를 냈을 거야. 예전에 내가 몇 번인가 귀띔해 준 적도 있어. 장소연 그 여자는 결혼해서 함께 살기에는 적절하지 못한 여자라고, 조금 더 고민해 봐라고 말했었거든. 그런데 내가 그 말을 한 후 동생은 아예 집을 나가버렸어. 그리고 장소연과 피시방에서 며칠을 함께 보냈었지!”박시율이 잠깐 말을 멈추고 도범을 바라보더니 이어서 말했다.“해일이는 피시방에 갈 돈이 없으면 나한테 와서 달라거나 당신 어머니한테 가서 돈을 달라고 했었어. 만약 돈을 주지 않으면 대뜸 욕설을 퍼부으며 이게 다 당신 때문이라며, 당신만 아니었다면 자신은 여전히 박 씨 가문의 도련님으로 살 수 있었고 한 달에 용돈을 백만, 아니 몇백만원 씩 쓰는 건 일도 아니라며 소리쳐 댔었어!”그 말을 들은 도범은 화가 났다. 이제 보니 지난 몇 년 간 박시율과 자신의 어머니는 박해일 앞에서 울분을 참아가며 아무런 대꾸도 못한 일이 적지 않게 있었던 것 같았다.거기다 생각만 해도 골머리를 앓게 하는 장모님까지 있었다.“혹시 장소연과 당신 동생이 합세하여 사람을 시켜서 그 돈을 도둑질한 건 아니겠지? 혹시 그럴 가능성이 있을까?”도범이 잠시 고민하다 물었다.박시율은 고민할 것도 없다는 듯이 바로 고개를 저었다.“그건 불가능해. 불과 며칠 전에 어머니가 그에게 천만 원을 주면서 장소연에게 선물을 사주라고 했었잖아.
“네가 말한 거야. 네 입으로 직접 말했어. 난 몰라. 만약 이 돈을 찾지 못하면 네놈이 나한테 7억 6천만 원을 줘야 돼!”나봉희가 도범의 말을 듣더니 벌떡 자리에서 일어나 그의 옷깃을 잡고 억지를 부리며 말했다.“어머니, 도범이 어머니 돈을 빼앗은 것도 아닌데 그게 무슨 소리예요? 이이는 기껏해야 어머니를 도와 돈을 되찾을 수 있는지 알아봐 줄 뿐이죠. 만약 이대로 찾지 못하게 된다고 해도 이이에게 돈을 내놓으라고 하는 건 아니잖아요!”박시율은 어이가 없었다. 자신의 어머니는 말도 안 되는 억지를 부리고 있었다. 이런 일까지 도범의 탓으로 돌리다니.“난 몰라. 누가 저놈더러 돈을 꼭 찾을 수 있다고 큰소리치라고 했어?”나봉희는 여전히 도범을 꽉 잡고 놓아주질 않았다.“네 네 네. 제가 찾아오지 못하면 저한테 달라고 하세요!”도범이 식은땀을 흘리며 상대방의 손을 떼어냈다.“장모님 걱정 마세요. 시율이의 어머니는 저희 어머니와 마찬가지죠. 제가 절대 다른 사람이 어머니 돈을 빼앗아 가게 놔두지 않을 테니까 걱정 붙들어 매세요!”“그래 당연히 이렇게 나와야지!”나봉희가 드디어 울음을 멈추고 기뻐하며 도범에게 말했다.“그럼 어디 한 번 노력해 보거라. 나도 마냥 기다리고만 있을 수 없으니 기한은 정해야 하지 않겠어? 일주일 안으로 찾아올 수 있겠지?”“어머니 그 일이 그렇게 쉬울 리가 있겠어요? 저희가 뭐 밖에 나가 돈을 주우러 다니는 줄 알아요? 소매치기 놈들이 돈을 빼앗아 가서 어느 곳에 숨겨두었을지 누가 알겠어요!”박시율은 도범 대신 이 불공평한 제안에 맞서고 나섰다. 나봉희는 마치 도범이 7억이 넘는 돈을 그녀에게 빚진 것처럼 말하고 있었다.“저놈 스스로 그렇게 하겠다고 말했잖니. 그게 왜 내 탓이야 안 그래?”나봉희 역시 자신이 억지를 부리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여전히 뜻을 굽히지 않고 팔짱을 낀 채 조금은 주눅 든 태도로 한 마디 내 뱉었다.말을 마친 그녀가 주위를 쓱 둘러보더니 자신들에 대해 왈가왈부하는 사람
“와 너무 좋아요. 저 놀이공원 한 번도 가 본 적 없어요!”수아가 흥분하며 소리 질렀다.“우리 수아가 아빠한테 뽀뽀해 주면 놀이공원에서 다 놀고 동물원도 데리고 가줄게 어때?”도범이 수아의 동글동글한 머리를 쓰다듬었다.“좋아요 좋아요. 동물원도 갈 수 있다니! 저 동물원도 처음 가봐요!”수아가 흥분을 참지 못하고 곧바로 도범의 얼굴에 가볍게 입을 맞추었다.도범은 순간 가슴이 뭉클해졌다. 자신의 딸아이가 처음 자신한테 뽀뽀를 해 준 순간이었다. 그 느낌은 아마 아버지가 되어본 사람만이 느껴볼 수 있을 것이다.이미 5년이나 지났다. 수아는 태어나서 지금까지 한 번도 아버지의 사랑을 겪어보지 못하고 자라었다. 이제 도범은 최선을 다해서 지금껏 못해줬던 사랑을 이 모녀한테 퍼부을 것이다.“정말 가려고?”부녀의 정겨운 모습에 박시율 역시 가슴이 뭉클해지긴 마찬가지였다. 그녀는 가슴 한구석이 아련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도범이 비록 큰소리치기를 좋아하긴 하지만 좋은 아버지이고 좋은 남편인 것만은 틀림없는 사실이었다.심지어 그의 곁에만 있으면 안정감을 느낄 수 있었다. 비록 그가 하루가 멀다 하고 사고를 치긴 했지만 그가 돌아오고 난 후 그에게서 전에 없던 안정감을 느끼는 것은 확실했다.“당연하지. 이미 우리 딸과 약속까지 한걸. 우리 딸이 뽀뽀까지 해줬는데 아버지가 되어서 약속을 지키지 않아서 되겠어?”도범은 기분이 좋았다.“하지만 당신 어머니한테 잃어버린 7억 6천만 원을 찾아주겠다고 약속했잖아. 그것도 일주일 안으로 찾겠다고 호언장담했는데 이렇게 시간을 낭비하면 안 되잖아!”박시율 역시 딸아이와 놀아주고 싶었지만 도범이 이미 일주일 안으로 돈을 찾아주겠다고 약속까지 했으니 그게 먼저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은 일단 은행에 가서 주변의 CCTV를 돌려볼 수 있는지 부탁하는 게 먼저였다.“내 마누라와 딸과 함께 놀러 가는 건데 그게 어떻게 시간을 낭비하는 거겠어? 가자!”도범이 씩 웃으며 수아를 안아들고 지나가던 택시를 잡았다.“와 신난다
호랑이 우리 안에는 커다랗고 사나운 백두산 호랑이 두 마리가 있었고 우리 중간쯤에는 돌로 만든 다리가 있었다.많은 관객들이 더 가까이에서 호랑이를 보기 위해 그 돌 다리 위로 올라가 구경했고 그 위에서 사진을 찍는 사람들도 많았다.다리 옆에는 ‘함부로 밀치지 마시오’라는 문구와 ‘함부로 난간 위로 올라가지 마시오’라는 표시가 떡하니 새겨져 있었다.그런데 7살 정도로 보이는 남자아이가 난간 위로 올라가 장난치다가 그 아래로 떨어진 것이다.“악! 누가 내 아들 좀 구해 주세요!”한 중년 여성이 너무 놀라 소리를 질렀다.“엉엉 엄마…”남자아이는 아래로 떨어지면서 다리를 부딪쳤는지 다리에서 피를 흘리고 있었다.다행히도 상처는 그렇게 심각해 보이지 않았다.하지만 우리 안에 있는 백두산 호랑이들은 천성이 사나운 맹수였다. 피 냄새를 맡은 그들은 누워있던 몸을 일으키고 남자아이가 있는 방향으로 어슬렁어슬렁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빨리, 빨리 여기 동물원 관리인을 불러와요!”“맙소사 어떡해? 저 무서운 호랑이들이 아이한테 다가가고 있어. 세상에 애가 위험해!”“아이의 엄마는 도대체 애를 어떻게 본 거야. 애가 난간에 올라가 기어 다닐 정도로 장난이 심한데 잘 보지도 않고. 간도 크지…”돌 다리 위의 사람들은 제각기 의견이 분분했지만 어떡하면 좋을지 마땅한 방법을 찾아내지 못하고 있었다.“어떡해 어떡해! 누가 내 아들 좀 구해줘요!”엄마로 보이는 여자는 눈물을 흘리며 어쩔 줄 몰라 발만 동동 거리고 있었다.“누가 내 아들 좀 구해 주세요! 내 아들을 구해만 주시면 사례금으로 2억 원을 드릴게요!”“아니 20억 드릴게요…”여자는 문뜩 돈을 주겠다고 하면 누군가는 나서서 구해주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대뜸 소리 질렀다.“가자, 빨리 가서 사람부터 구해야 돼!”도범이 그 상황을 목격하고 곧바로 수아를 땅에 내려두더니 박시율한테 맡기고 빠른 속도로 돌 다리가 있는 쪽으로 달려갔다.“저 여자 바보 아니야? 이 상황에 누가 저기 내려가서 애를 구하려
“맙소사 정말로 누가 뛰어내렸잖아!”“죽는 게 두렵지도 않나 봐. 호랑이가 두 마리나 있다고!”“이렇게 높은 곳에서 뛰어내렸는데 상처 하나 없이 멀쩡하게 착지하다니. 저 자식 꽤 실력자인가 봐!”“20억, 20억을 위해서 목숨을 내던지는 사람이 정말 있었네. 하지만 저렇게 커다란 백두산 호랑이 두 마리를 상대할 수 있겠어? 저 자식은 이제 죽은 목숨이야!”관객들이 더욱 떠들어대기 시작했다.“엄마, 아빠가 저기 아빠가 뛰어내렸어요!”박시율이 수아를 안고 다리 위로 올라왔다. 수아도 도범이 뛰어내린 모습을 보고 위험을 감지했는지 다급한 목소리로 외쳤다.박시율 역시 걱정되기는 마찬가지였다. 저건 사람이 아닌 호랑이었다. 그것도 한 마리도 아닌 두 마리씩이나 되는 호랑이었다. 두 호랑이는 많이 굶주린 상태인지 두 눈에 살기가 가득했다.“걱정하지 마 수아야, 아빠 괜찮을 거야. 아빠는 영웅이니까 내려가서 아이를 구해 올 거야!”박시율도 걱정되긴 마찬가지였지만 일단 자신의 품에 안긴 수아를 다독여주었다.“고마워요 고마워요. 제 아들만 구해주신다면 사례금으로 20억 원을 드릴게요. 저 정말 돈 있어요. 아니, 백억 드릴게요!”중년 여자가 다리 위에 서서 끊임없이 울며 소리 질렀다.누군가가 내려가서 아들을 구할 거라는 생각에 그녀의 마음도 전보다는 어느 정도 진정된 상태였다.호랑이 두 마리는 도범이 뛰어내린 후 걸음을 멈추고 살기등등한 눈빛으로 도범을 바라보고 있었다.도범은 곧바로 달려가 아이를 안아주는 대신 남자아이를 보며 호통을 치기 시작했다.“입 다물어. 울긴 왜 울어. 울면 사내대장부가 될 수 없어!”겁에 질려 엉엉 큰 소리로 울던 아이가 도범의 호통에 울음을 뚝 그치더니 입술을 꼭 깨물고 몰래 흐느꼈다.“네가 뭘 잘못했는지 알겠어? 위에 분명히 기어오르거나 뛰거나 장난치는 걸 금지한다는 문구가 새겨져 있는데 봤어 못 봤어?”도범이 다리 위의 팻말을 가리키며 말했다.“만약 네가 아직도 자신이 무슨 잘못을 저질렀는지 뉘우치지 못했다면
“악!”많은 사람들이 걱정스러운 마음으로 그 장면을 지켜보고 있었다. 어떤 이들은 너무 놀라 비명까지 질러댔다.그들은 모두 도범이 틀림없이 죽을 거라고 생각했다. 호랑이 한 마리라면 도범이 어느 정도 발버둥 칠 수 있을지도 몰랐다. 비록 발버둥 쳐봤자 큰 차이는 없었겠지만 일 대 일로 싸우는 게 당연히 더 나았을 것이다.하지만 지금 그는 호랑이 두 마리와 대치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한 마리는 왼쪽에서 다른 한 마리는 오른쪽에서 도범을 향해 달려오고 있었다. 누구라도 이 상황에 맞닥뜨리면 죽은 목숨이라고밖에 생각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퍽!”하지만 다음 순간 그곳의 많은 관객들이 자신의 눈을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그들은 하나같이 눈이 휘둥그레져서 입만 떡 벌리고 서있었다.도범이 양쪽에서 달려드는 백두산 호랑이의 머리를 한 손에 하나씩 잡아채더니 바닥에 꾹 눌렀다.“으르렁!”호랑이가 낮은 소리로 포효하며 벗어나려고 발버둥 쳤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다. 도범이 힘으로 그들의 머리를 내리누르고 있었기에 전혀 빠져나갈 수 없었다.“으르렁!”호랑이는 여전히 안간힘을 써가며 벗어나려고 발버둥 쳤다. 어느새 뒷다리가 놓인 흙바닥에 커다란 구멍이 다 생겼다. 하지만 여전히 아무 소용도 없었다.그때 드디어 관리인 두 명이 도착했다.철문을 연 그들은 눈앞에 벌어진 장면에 그대로 얼어붙을 수밖에 없었다.“맙소사, 제가 지금 헛것을 보고 있는 거 아니죠?”“그러게 말이에요. 어떻게 사람이 저런 힘을 낼 수 있죠?”두 관리인이 다급히 달려가 아이를 안아 들었다.“어흥!”두 호랑이들은 이미 힘이 빠질 만큼 빠졌지만 여전히 분노의 포효를 내지르고 있었다.“어떡하죠? 이미 두 마리 모두 엄청 흥분한 상태예요. 만약 이대로 호랑이를 잡고 있던 손을 놓으면 더 이상 사람을 다치게 해서는 안 된다고 교육해도 우리 말을 듣지 않을 거예요!”관리인 중 한 남자가 몹시 조급해하며 말했다.“당신들은 아이를 안고 먼저들 나가 있어요. 문 잘 걸어 잠그고”도범이 고개를
호랑이 두 마리가 끊임없이 발버둥 치며 고개를 들려고 했지만 안타깝게도 도범의 힘을 이길 수 없었다.그때 도범이 그들을 누르고 있던 손에 힘을 빼더니 순식간에 뒤로 물러섰다.“어흥!”두 맹호가 겨우 몸을 일으키더니 살기등등한 눈빛으로 도범을 노려보았다.잠시 후 그들은 다시 한번 도범을 향해 달려들었다.“퍽 퍽!”이번에는 도범이 달려드는 호랑이를 한 마리씩 발로 차자 놈들이 순식간에 3미터 밖으로 날아가 버렸다.“세상에나!”다리 위의 관객들은 다들 도범을 걱정하고 있었다. 그들은 하나같이 도범이 이번에는 절대 피할 수 없을 거라고 생각했었는데 예상밖에 그가 다시 한번 위기를 넘긴 것이다.호랑이를 차 던진 후 도범은 바로 몸을 돌려 벼랑 쪽으로 달려오더니 그대로 벽을 타고 오르기 시작했다. 그가 두 발로 절벽을 디디며 오른쪽 왼쪽으로 왔다 갔다 하더니 순식간에 뛰어올라 돌다리 위에 올라섰다. 그가 안전하게 관객들 속으로 돌아온 것이다.호랑이들이 다시 달려들었지만 이미 그곳에는 아무도 남아있지 않았다. 그들이 머리를 들고 올려다보았을 때에는 도범은 이미 다리 위에 서 있었다.“어흥!”두 마리의 커다란 백두산 호랑이들은 다리 위에 있는 도범을 향해 몇 번이나 포효하다 결국 씩씩거리며 머리를 숙이고 돌아섰다.도범이 펼친 일련의 동작들이 어찌나 빨랐던지 다 합해도 2초 정도밖에 되지 않는 듯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저 눈만 껌뻑이고 있었던 순간에 도범이 다시 다리 위로 돌아온 것이다.“와!”얼마간의 침묵이 흐르고 갑자기 우레와 같은 박수 소리가 터져 나왔다.“고마워요 정말 고마워요. 젊은이가 우리의 영웅이에요!”그 모습에 감동을 받은 중년 여자가 곧바로 다가가 도범의 손을 꼭 잡고 감격에 겨워 말했다.“젊은이 계좌 번호 좀 불러줘요. 제가 약속했죠? 내 아들을 구해주기만 하면 사례금으로 100억 원을 주겠다고!”“맙소사 100억이라니. 저 여자 도대체 정체가 뭐야? 돈이 얼마나 많아서 사례금으로 100억이나 줄 수 있다는 거지?”“위
“후!”도범이 몸을 일으키면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가 담배 한 개비를 꺼내서 입에 물고 불을 붙인 후 깊게 한 모금 빨아들였다.그러나 이내 미간을 찌푸렸다. 그는 그제야 주변 사람들이 그를 보는 눈빛이 달라졌다는 것을 알아차렸다.“저, 저 사람 분명 전쟁터를 떠돌던 군인이었다고 하지 않았어요? 전사라면서요? 의술을 할 줄 아는 거예요?”마침내 한 아줌마가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의술을 알 리가 있겠어? 사람을 죽이는 것과 살리는 건 분명 전혀 다른 거라고! 그리고 심지어 애가 쓰러지기까지 했는데 설마 죽은 건 아니겠지?”한 노인이 걱정하며 말했다.그 말에 영이라는 아이의 어머니가 하마터면 기절할 뻔했다. 그가 곧바로 도범에게 다가가 물었다.“이게 어떻게 된 일이에요? 내 아들 방금까지 멀쩡했는데 왜 지금은 움직이지 않는 거예요? 당신 설마 내 아들한테 몹쓸 짓 한거 아니죠? 혹시 우리 집이 부자라는 걸 알고 100억이 적다고 생각해서 이런 짓을 벌인 거 아니죠?”“말도 안 돼!”적지 않은 사람들이 숨을 들이켰다. 만약 도범이 정말로 그렇게 생각하고 일을 벌였다면 너무나 악랄한 사람이었다. 100억이 적다니?“그럴 리 없어요! 제 남편은 그런 사람이 아니라고요!”박시율이 곧바로 앞으로 몇 걸음 나서며 그 여자에게 말했다.“이이가 당신 아들을 죽이려고 했다면 아까 저 아래로 뛰어내려 구하지도 않았을 거예요. 자신이 직접 살리고 다시 죽인다니, 그런 불필요한 짓을 왜 하겠어요?”하지만 뜻밖에도 그 여자는 단번에 도범의 멱살을 잡고 소리 질렀다.“난 몰라. 내 아들은 방금 전까지만 멀쩡하게 울고 하고 말도 했어. 그런데 지금은 바닥에 누워 꿈쩍하지도 않잖아! 다 필요 없고 당장 내 아들 살려내!”박시율은 식은땀을 흘리며 연신 도범의 억울함을 호소했다.“무슨 그런 억지를 부려요? 내 남편은 방금 전 자신의 목숨을 걸고 당신 아들을 구했어요. 그런데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할 수 있어요?”“하 누가 알겠어. 아까 뛰어내린 것도 1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