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로 웃기다. 본인이 뭐라고 생각하는 거지? 겨우 선천 초기의 수련 경지에 이른 사람이, 현장에 있던 민경석, 전소운 그 두 명의 천재를 뛰어넘고 흑요석으로 다섯 램프를 다 밝힐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가?’한편 조문우와 이문찬은 눈빛을 교환하며 사태를 수습하기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고 느꼈다. 그리고 아래에서 구경하던 사람들도 수군거리기 시작했는데, 의견은 분분했다. 그러나 대부분은 도범의 머리에 문제가 생겼다고 생각했다. ‘어떻게 그렇게 큰소리를 칠 수 있는 건지, 본인이 1등을 할 수 있다고 말하는 건가?’“정말 미친 거예요? 흑요석으로 다섯 램프를 다 밝히고 선원단을 얻겠다고요? 정말로 본인이 천재라고 생각해요? 천재라면 어떻게 당신에 대해 한번도 들어본 적이 없죠?”“맞아요! 거짓말을 하려고 해도 좀 현실적인 걸로 하지, 당신이 어떻게 흑요석으로 램프를 다섯 개나 밝히겠어요? 흑요석으로 세 개 램프를 밝히고, 세 번째 램프를 다섯 호흡 동안 유지하기만 해도 당신은 당신 조상에게 큰절을 올려야 할 판이예요.”“정말 요즘은 아무나 거짓말을 한 다니까요. 이렇게 어리석은 사람은 처음 보네요. 민경석이나 전소운도 못하는 일을 본인이 할 수 있다고 말하다니, 당신이 정말 선원단을 얻는다면 제 손에 장을 지지죠.”한편 민경석은 비웃음을 터뜨리며 마치 길가의 똥개를 보는 것처럼 도범을 무시했다.이윽고 민경석이 차가운 한숨을 쉬며 큰 소리로 말했다.“정말 바보세요? 아니면 눈이 먼 건가요? 내가 전력을 다해도 흑요석으로 네 번째 램프밖에 밝히지 못하고 아홉 호흡 동안 유지 못 했는데, 그걸 못 본 거예요? 어떻게 본인이 저를 뛰어넘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거죠? 그쪽이 뭔 데요?”심지어 평소에 말이 적은 전소운조차도 도범을 어리석은 사람처럼 바라보며 차갑게 말했다. “정말 순진한 바보네요!”도범은 이 모든 의심을 무시하고 계속해서 장소천을 바라보았다.“저는 제가 어떤 사람인지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어쨌든 저는 소천 집사님이 무슨 의도로 저를
그 누구도 장소천을 건드리고 싶지 않은 것이다. 그들이 도범을 비난한 것도 도범이 그들과 비슷한 배경과 수련 경지를 가졌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상이 장소천이라면 완전히 다른 이야기이다. 그들에게는 그런 용기가 없었다.한편 이를 들은 장소천은 주먹을 꽉 쥐었다. 만약 남아 있는 이성이 장소천을 억제하지 않았다면, 장소천은 이미 도범에게 주먹을 날려 다시는 소문을 퍼뜨릴 수 없게 만들었을 것이다.그리고 이때 장소천은 자신이 마치 웃음거리가 된 것처럼 느꼈지만, 그렇다고 해서 도범이가 계속해서 거짓 소문을 퍼뜨리고 자만해 있는 것을 가만히 볼 생각은 없었다.“도범, 당신, 지금 저를 함정에 빠뜨리려는 겁니까? 하지만 도범 씨에게는 그럴 능력이 없죠. 간첩이라고 말했다고 되려 나에게 누명을 씌우고, 근거 없는 이야기를 하네요. 만약 저에게 저도 모르는 연인 있다면 지금 당장 데려오세요. 증거를 가지고나 와서 말하세요!”그러자 도범은 가볍게 웃으며 꼿꼿이 서서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렇다면 소천 집사님도 제가 혼원문의 간첩이라는 증거를 가져오셔야겠네요. 소천 집사님이 말한 두 사람이 제가 혼원문 사람들과 어울리는 걸 봤다고 하니, 그 두 사람과 직접 대면하겠습니다. 도대체 어디서 저를 봤는지, 저도 알고 싶네요.”이 말을 들은 장소천은 깊게 숨을 들이쉬며 실눈을 떴다. 그의 눈에서 차가운 빛이 번뜩였다. 이제 장소천은 도범이가 무엇을 하려는지 알아차렸다. ‘이건 역으로 공격하는 것인가?’도범은 영리했다. 계속해서 자신을 변호하기만 한다면 아무 소용도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보다는 오히려 자신을 공격하는 것이 나았다.잠시 후, 장소천은 차가운 한숨을 쉬고 고개를 돌렸다.“그래도 오늘 시험에 참가할 수 없습니다. 당신은 간첩이니까요. 물론 저에게는 증거가 있지만, 왜 당신에게 증거를 제시해 줘야 하죠? 당신은 그저 시험에 참가할 사람일 뿐입니다. 그리고 저는 종문의 이익을 위해 참가하지 못하게 막는 것뿐이고요. 여기서 더 이상 시간을
민경석은 처음부터 끝까지 장소천의 편이었다. 그렇기에 도범의 말을 듣고 나서는 입을 삐죽이며 말했다. “자신의 발에 스스로 돌을 놓아 자신을 넘어뜨리는 경우는 처음 보네요. 본인에게 쏟아진 의심을 지우려고 아무 이유 없이 소천 집사님에게 오명을 씌우다니, 이런 식으로 의심을 씻는 방법도 정말 어리석네요. 흑요석으로 다섯 개의 램프를 다 밝혀 선원단을 받아낸다, 정말 너무 웃기는 방법이네요.” 민경석이 말을 마치자, 주변 사람들이 하나 둘 민경석의 말에 동조하기 시작했다. “머리가 잘못된 거 아니에요? 본인에게 쏟아진 의심을 지우려고 한다면 좀 더 정상적인 방법을 사용해야지 1등을 차지할 수 있다고 큰소리치는 방법이라니, 정말 멍청하네요.”그러나 처음부터 끝까지, 도범은 늘 그랬듯이 평온함을 유지했다. 조문우는 놀란 눈으로 도범을 바라보았고, 이문찬 또한 평소와 다름없이 무심한 시선으로 도범을 바라보았다. 이문찬은 현장에서 으뜸가는 권위를 자랑함에도 불구하고, 말이 적은 편이었다. 이문찬은 침묵 속에서 모든 것을 조용히 지켜보았고, 이러한 상황에서조차 한 마디 말도 없이, 마치 세상사의 모든 일이 자신과는 거리가 있는 것처럼, 일부러 개입하지 않는 듯한 태도였다.이는 도범을 약간 당황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그 순간, 도범은 더 이상 다른 생각에 집중할 여유가 없었다. 시험을 참가해야 하기에 도범은 더 이상 시간을 허비하지 않기로 결심했다.도범은 결연한 걸음으로 다시 흑요석 앞으로 다가갔다. 이 흑요석은 이미 도범의 마음속에 깊이 각인되어 있었다. 도범은 깊게 숨을 들이쉬었다. 사실 도범도 이 일을 하는 것에 대한 확신은 없었다. 자신이 실제로 흑요석을 다섯 번째 램프까지 밝힐 수 있을지도 알 수 없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도범은 자신감을 가졌다. 다섯 번째 램프까지 밝히지 못하더라도, 적어도 네 번째 램프까지는 확실히 밝힐 수 있다고. 네 개의 램프만으로도, 도범은 장소천과 대결할 자격이 생길 것이다.그리고 도범이가 익힌 무술은 평범한 무술이
조롱의 목소리가 하늘을 떠나갈 듯 울렸고, 많은 사람들은 장난기 어린 눈빛으로 도범을 바라보았다. 그때 누군가 갑자기 비명을 질렀다. 그 비명은 사람들의 시선을 끌기는 커녕 오히려 분위기를 조용하게 만들었다. 왜냐하면 모든 사람들이 그 비명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았기 때문이었다.“이건, 내 눈이 잘못된 건가요? 흑요석으로 다섯 개 램프 모두 밝혔어요. 정말로 다 밝혀진 거예요? 지금 제가 잘못 보고 있는 건 아니죠?!”“저도 잘 모르는데 저한테 물어보면 어떻게 해요? 저도 지금 제가 보고 있는 게 맞는지 모르겠어요. 어떻게 이렇게 말도 안 되는 일이 내 눈앞에서 벌어졌죠?”많은 사람들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정말 입을 다물지 못할 정도로 놀라웠다. 도범의 무기에 의해 충격이 가해진 흑요석이 정말로 다섯 개의 램프를 다 밝혔고, 그것도 겨우 밝혀진 것이 아니라 다섯 번째 램프가 계속해서 빛을 발하고 있었다.모든 사람이 마음속으로 계산했다. “한숨, 두 숨...,여덟 숨, 맙소사, 아직도 안 꺼졌어요? 아홉 숨이예요!”다섯 번째 램프가 아홉 번째 호흡에 꺼졌지만, 이 성적은 이미 현장에 있는 모든 사람을 충격에 빠뜨리기 충분했다.도범은 단지 흑요석으로 다섯 개의 램프를 밝힌 것뿐만 아니라, 다섯 번째 불빛을 아홉 숨 동안 유지했다. 이는 흑요석으로 최고 성적을 갱신한 것이다.이로 인해 현장에 있던 모든 이들이 자신의 눈을 의심하기 시작했다. 이 모든 것이 현실인지, 그토록 불가능하다 여겨졌던 일을 한 이름 없는 청년이 해내다니. 도범이가 이루어 낸 성취는 심지어 외문 제자들조차 달성하기 어려운 것이었다.‘이 사람은 대체 어디서 온 걸까? 왜 이리도 강한 거지?’도범의 힘은 믿기 어려울 정도로 강했다. 바로 앞에 서 있던 한 젊은이의 턱은 진짜 탈골될 정도로 벌어졌다. 그는 조용히 중얼거렸다.“저 좀 꼬집어 줘요, 이게 꿈인지 현실인지 확인해 봐야겠어요. 저 소년이 어떻게 그리 강할 수 있죠? 이게 현실이라니, 가능한 일인가요?”젊은이의 탄
조문우는 그 말을 듣고 속으로 혀를 내둘렀지만, 장소천의 귀에는 전혀 다르게 들렸다. 오늘 이 일로 두 사람 사이에는 적대감이 싹텄다. 또한 장소천은 도범이가 이 원한을 단지 웃음으로 무마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무사의 길을 걷는 이들 가운데, 순수한 마음씨를 지닌 이는 드물며, 그들의 손에는 수없이 많은 생명의 피들이 묻혀 있기 마련이다. 장소천은 깊은 한숨을 쉬었고, 그의 얼굴은 마치 불탄 냄비 바닥처럼 침울하게 변해갔다.한편 조문우는 장소천의 얼굴이 그토록 어두워지는 것을 보고 속으로 환희를 느꼈다. 조문우는 평소 장소천과의 불화를 겪으며, 장소천이 다음 날이라도 이 세상을 떠났으면 하는 바람을 품고 있었다. 장소천이 고통받을수록, 조문우는 도범이가 더더욱 마음에 들었다.이윽고 조문우는 환하게 웃으며 한 걸음 나아가 도범의 어깨를 가볍게 토닥이고는 칭찬의 말을 건넸다.“이문찬 장로님은 사람을 그냥 평가하지 않습니다. 도범 씨라고 하셨죠?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이 말이 나오자 다른 참가자들은 너무 부러워서 침을 흘릴 정도였고, 다시 한번 토론이 시작했다.“외문 제자는 겨우 3천 명인데, 도범 씨는 아직 정식 외문 제자가 아닌 데도 외문 제자 중 상위 300명 안에 들 수 있다고 평가를 받았어요, 90%의 외문 제자보다 우위에 있다는 말입니다. 또한 도범 씨의 재능으로 보아 종문이 집중적으로 키우는 대상이 될 거예요. 아마도 금방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게 되겠죠.”“정말 비교는 하면 할수록 화가 난다니까요? 우리는 양극종에 들어가 평범한 외문 제자가 되는 것조차 어려운데, 도범 씨는 입문 시험 하나로 자신의 능력을 증명했을 뿐더러 외문 제자 중에서도 손꼽히는 인물이 되었으니, 이제 얼마나 많은 단약과 공법이 도범 씨에게 쏟아지겠네요.”부러움과 경탄의 파도가 현장을 가르며 흘렀다. 통과한 이들의 눈빛에는 기쁨과 승리의 빛이, 그러지 못한 이들 사이에는 실망과 부러움이 교차했다. 그리고 원래 조용히 구경만 하려던 민경석과 전소운의 얼굴이 극도
도범이가 흑요석으로 다섯 개의 램프를 밝혔다. 즉 모든 좋은 것들은 이제 도범의 것이 된다는 뜻이다. 도범은 꿈에 그리던 선원단을 얻을 수 있게 되었을 뿐만 아니라, 개인 거처, 심지어 50점의 공헌 포인트까지 받게 되었다. 그러나 민경석이 느끼기에 이 모든 것들은 원래 본인의 것이었어야 했다.“더러운 녀석, 절대로 용서하지 않을 겁니다. 이 모든 것은 원래부터 제 것이었어요!”민경석이 소리치듯 말했다. 민경석은 지금 질투심에 불타올라 당장이라도 도범을 칼로 찌를 기세였지만, 그럴 능력이 없었다. 또한 민경석의 외침은 도범에게 아무런 영향을 주지 못했다. 도범은 자기 성적을 본 후, 그제야 한숨을 돌렸다. 자신의 실력에 대해 별다른 개념이 없었던 도범은 흑요석으로 다섯 개의 램프를 밝힐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의문이었었다.이제야 비로소, 참멸현공의 진가를 깨달은 것이다. 그들이 소유한 그 어떤 무술도 비교조차 할 수 없는 경지였다. 단 하나의 영혼 검만을 발동시켰을 뿐인데, 그 위력이 이토록 엄청날 줄이야. 그러나 지금 이 순간, 경외심에 젖어 있을 여유는 없었다. 도범에게는 더 시급하고 중대한 일이 남아 있었다.도범은 천천히 고개를 돌려, 장소천을 향해 무심한 듯한 시선을 던졌다. 도범의 눈빛은 차갑고, 입가에는 분명한 변화가 드러났다.“소천 집사님, 저는 제힘으로 제가 한 말이 모두 사실임을 증명했습니다. 그렇다면 소천 집사님도 자신이 한 일을 인정해야 하지 않겠습니까?”이 말이 나오자 장소천은 비로소 반응을 했다. 맞다. 그들 둘은 방금 전까지 서로를 향해 비난을 퍼부었다.도범이 시험 전에 말했었다. 만약 도범이가 흑요석으로 다섯 개의 램프를 모두 밝힌다면, 도범이가 한 말이 모두 사실임을 의미하고, 만약 흑요석으로 다섯 개의 램프를 다 밝히지 못한다면, 도범이가 거짓말을 한 것이다. 이제 모두가 도범의 성적을 보았으니, 누가 옳고 그른지도 분명했다.한편 이 말을 들은 장소천의 안색이 순식간에 어두워졌다. 장소천은 자신이 선원단에 대해
그러자 도범이 그 말을 듣고는 갑자기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그렇다면 혼원문은 정말 공을 들였겠군요. 그런데 진짜 천재라면 자신의 종문에서 지키는 게 가장 안전할 텐데 왜 적장에 저를 보낸 거죠? 게다가 저는 결백하다고 이미 말씀드렸습니다. 믿기지 않으신다면, 지금 바로 조사해 보셔도 좋습니다. 그동안 저는 양극종에 머무르며 어디에도 가지 않을 생각입니다.”도범의 이러한 말은 자신의 결백함을 가장 강력하게 증명하는 것이었다. 만약 도범이 정말로 혼원문에서 보낸 간첩이라면, 그렇게 당당하게 말할 수 없을 것이다.그리고 도범이가 자기 능력을 증명하지 못했다면, 양극종의 고위 인사들은 결코 도범을 주목하지 않았을 것이고, 그렇게 되면 도범은 장소천에게 전적으로 처리될 운명에 처했을 것이다. 그때가 되면 다시 재기하기도 어려울 것이다.하지만 지금 도범은 자신의 능력으로 자신의 가치를 증명했다. 양극종의 고위 인사들이 반드시 이 일에 개입할 것이고, 도범은 결백하니 조사해 봐야 증거를 조작하지 않는 한 아무것도 나오지 않으리라는 것을 확신했다.도범은 차가운 미소를 지으며 사람들에게 말했다. “저에게는 적이 한 명 있습니다. 그건 바로 방금 우리가 언급한 왕요한입니다. 소천 집사님이 갑자기 제가 시험에 참가하지 못하도록 한 이유도 바로 그 왕요한 때문입니다. 소천 집사님이 최근에 왕요한이 연락을 주고받으셨는지, 그리고 거래가 있었는지 조사해 보면 나올 겁니다. 반드시 단서가 남아 있을 테니까요. 그때가 되면 모든 것이 분명해지겠죠.”이 말이 나오자, 장소천의 얼굴은 순식간에 어두워졌고, 조문우는 꽃처럼 환하게 웃었다.“조사는 당연히 해야 합니다만, 시험은 계속되어야 합니다. 아직 시험을 치르지 않은 사람이 있습니까? 시간은 유한하니 서두르세요. 없다면 지금 바로 시험을 종료할 겁니다.”이 말이 나오자, 시험을 치르지 않은 사람들은 긴장한 표정으로 흑요석 쪽으로 걸어갔다. 도범은 자연스럽게 조문우의 뒤로 가 섰다. 어쨌든 도범은 이미 시험을 통과해 양
도범은 차갑게 웃으며 조금도 피하지 않고 말했다.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민경석 씨가 전에 허세를 부리며 자신만만하게 말했지만 결국 아무것도 이루지 못했잖아요. 그리고 모두가 똑똑히 보았고요. 그런데 지금 민경석 씨가 저한테 이러는 걸 보니 아마 저를 질투해서 그러는게 아닌가 싶네요. 그런데 질투한다고 해서 뭐가 달라지나요? 민경석 씨는 그럴 능력도, 용기도 없는데 왜 저에게 그런 말투로 말하는 거죠? 선원단이든, 종문 포인트든, 개인 거처든, 그건 모두 제가 능력으로 얻은 것입니다.”이 말을 들은 민경석의 안색이 순식간에 더욱 안 좋아졌고, 마치 쓴약을 삼킨 듯한 표정을 지었다. 민경석은 이전에 이토록 당황한 적이 없었다.도범의 말 한마디는 마치 강철로 된 바늘이 민경석의 심장을 꿰뚫는 듯했고, 그 말을 들은 민경석은 몸이 부들부들 떨렸으며 입가에 약간의 경련이 일어났다. 민경석은 분노로 가득 찬 눈빛으로 도범을 바라보았다.그러나 민경석의 안색이 아무리 창백해져도 도범에게는 조금의 영향도 미치지 못했다. 도범은 과거에도 민경석과 같은 이들을 여럿 보아왔고, 그들이 자신에게 해를 끼칠지라도 별로 개의치 않았다.한편, 전소운은 침묵을 지켰다. 전소운은 냉랭하게 도범을 바라보았고, 내면에서 무엇을 꾸미고 있는지 알 수 없는 묵직한 침묵을 유지했다. 전소운은 민경석보다 더욱 차분히 자신의 감정을 숨겼으며, 감정을 겉으로 드러내는 것을 어리석은 행위로 여겼다.시험이 마무리되고, 합격한 이들은 조문우의 안내에 따라 각자의 숙소를 배정받고, 신분을 증명하는 옥패를 받았다. 이 옥패는 각자가 자신의 공헌도를 쌓고 신분을 증명하는 데 사용되며, 종문 내에서 물건을 교환할 때, 자신의 신분 옥패 안의 공헌 포인트를 직접 사용할 수 있어, 편리하고 실용적이다. 이는 거의 모든 종문에서 필수적인 아이템이었다.양극종에 정식으로 입문한 후, 도범은 그곳의 광활함과 웅장한 건축물들을 직접 목도했다. 수많은 화려하고 겹겹이 이어진 건물들은 그 어떤 수로도
“풍린수의 가장 큰 약점은 지능이 낮다는 거야. 이들은 그렇게 많은 꾀를 부리지 않기 때문에 무사들이 조금만 머리를 쓰면, 버티기만 해도 풍린수를 처치할 수 있지.”삼각눈의 남자는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혹시 구록종이 무슨 종문인지조차 모르는 건 아니겠지? 방금 구록종을 언급했을 때, 네 표정이 어찌나 비웃음이 깃든지 말이야. 중주에 어떤 강력한 종문들이 있는지조차 모르는 거 아니야? 넌 정말 중주 출신이 맞긴 한 거냐?”이 일련의 의심에 삼각눈을 가진 남자는 점점 오수경을 변두리에서 나온 우물 안 개구리라 여겼다. 그렇지 않다면 그런 말을 할 리 없었다. 오수경은 무심코 입꼬리가 바들바들 떨렸다. 이제야 도범이 왜 침묵을 즐기는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이들과 다투는 것은 시간 낭비일 뿐이었다. 애초에 오수경은 이들과 말다툼을 할 생각조차 없었지만, 이제는 이들이 오수경을 끝없이 몰아붙이고 있었다.오수경은 인상을 찌푸린채 말했다.“물론 구록종은 중주 7품 종문 중 하나로, 그중에서도 손꼽히는 강자라는 것을 잘 알고 있지.”그러자 삼각눈을 가진 남자는 오수경의 말을 듣고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그런데 왜 내가 구록종을 언급했을 때, 네 얼굴에는 비웃음이 서린 거냐?”오수경은 미간을 찌푸린채 되묻고 싶었다.‘네가 어떻게 내 얼굴 표정을 그렇게 자세히 본 거야? 난 내 얼굴에 어떤 표정이 있는지도 몰라.’이 삼각눈을 가진 남자는 모든 걸 알고 있는 듯했다.오수경은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 목소리를 높여 이들과 싸우려는 순간, 도범이 오수경을 막았다. 그러자 도범이 일부러 목소리를 낮추지 않고 말했다.“이 사람들과 싸워서 뭐하겠어? 저들과 싸우는 건 네 시간만 낭비하는 거야. 이들은 네가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할 수 없는 사람들이야.”이 말에 주위는 순간 조용해졌다. 도범은 지금까지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아 사람들이 도범을 허세 부리지 않는 사람으로 생각했으나, 도범의 말은 그들의 예상과는 완전히 달랐다.오수경도 이미 충분히 오만했지만
“역시 숲이 크면 별의별 새가 다 있는 법이지. 거울이라도 보고, 자신이 어떤 존재인지 알아봐야 할 텐데, 감히 그런 말을 하다니.”그 중 한 명이 손가락으로 앞쪽에 서 있는 흰 옷을 입은 사람을 가리키며 말했다.“저기 흰옷 입은 사람 보이지? 저 사람은 구록종 출신으로 친전 제자야. 그런데도 30분이 되서야 겨우 수정구를 파란색으로 바꿨다구! 방금 그렇게 큰소리쳤으니, 네 옆에 있는 이 친구가 첫 번째 관문을 통과해서 보라색 수정구를 파란색으로 바꾸는 데 얼마나 걸리는지 한 번 볼까?”다른 사람도 거들며 말했다.“그래, 말 좀해봐. 네가 그렇게 치켜세운 저 친구가 보라색에서 파란색으로 바꾸는 데 얼마나 걸릴 것 같아?”주변 사람들은 이 상황을 재미있어하며 오수경을 계속 몰아세웠다. 그들은 오수경에게 도범이 첫 번째 관문을 통과하는 데 걸리는 시간을 말하라고 강요하며, 주변 사람들이 얼마나 오랜 시간이 걸렸는지까지 구체적으로 언급했다.이들 대부분은 6품 종문이나 자유 무사 출신으로, 첫 번째 관문을 통과하는 데 최소 4시간이 걸렸다. 출신이 뛰어난 천재들과는 비교조차 되지 않았다.처음에는 오수경이 이들과 대화할 생각이 전혀 없어서 입을 꾹 다물고 인상을 쓰며 침묵을 지켰다. 그러나 이들은 끈질기게 질문을 던지며 진실을 밝히지 않으면 물러서지 않겠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오수경은 도범에게 도움을 구하는 눈빛을 보냈지만, 도범은 눈썹을 살짝 치켜올리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네가 만든 일이니 네가 해결해.”도범은 오수경이 이미 여러 번 경솔하게 발언해 문제를 일으킨 적이 있기 때문에, 매번 오수경의 뒤처리를 해줄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오수경은 어쩔 수 없다는 듯 한숨을 쉬고, 계속되는 질문에 결국 고개를 들어 크게 말했다.“저 사람들이 30분이 걸린다면, 도범 오빠는 15분이면 충분해!”오수경은 어차피 모든 것을 걸고 말하기로 했다. 이 사람들은 정말 짜증나는 존재들이었기 때문이다. 오수경의 말이 끝나자마자, 주위 사람들은 오수경의 말에 반
두 마리의 풍린수를 처치하면 수정구는 파란색에서 청색으로 변하게 된다. 그때 무사는 몇 배나 강력해진 풍린수와 마주하게 되며, 이 마지막 풍린수를 처치해야만 4층을 통과하여 5층에 진입할 자격을 얻게 된다.도범의 설명을 들은 오수경은 미간을 찌푸린채 되물었다.“그러니까 4층은 사실 세 단계로 나뉜다는 말이지? 수정구의 색이 변할 때마다 단계를 하나씩 통과하는 거야. 총 세 가지 색이 있는 셈이니까, 5층으로 가려면 세 번을 모두 통과해야 하네.”도범은 고개를 끄덕였고, 오수경은 손가락을 꼽아가며 말했다.“즉, 네 마리의 풍린수를 상대해야 한다는 거지. 첫 번째 풍린수는 상대적으로 약하고, 두 번째와 세 번째 풍린수는 좀 더 강해지지만, 가장 강력한 풍린수는 마지막 한 마리라는 거군. 이 마지막 풍린수를 처치해야 비로소 통과가 완료되는 거네.”도범은 다시 한번 고개를 끄덕였다. 오수경의 정리가 꽤나 명확했다. 오수경은 5층으로 순조롭게 진입하려면 이 절차를 그대로 따라야 한다. 네 마리의 풍린수를 모두 처치해야만 5층으로 올라갈 수 있었다.오수경은 웃으며 말했다.“4층은 도범 오빠에게 전혀 어려운 일이 아니겠네. 그 무슨 풍린수라는 것도 결국 선천 후기에 불과하니까 말이야.”이 말을 끝내기도 전에, 도범이 답하기도 전에 주위의 사람들이 참지 못하고 들고 일어섰다. 그들이 일부러 사람이 적은 곳을 선택하긴 했지만, 그래도 많은 사람이 모여 있는 곳이었다. 그리고 오수경의 말이 크게 들리자 주변 사람들이 주의를 기울이게 된 것이다.이때, 눈이 삼각형 모양인 한 사내가 오수경의 말을 듣고 냉소를 터뜨렸다.“너는 저 녀석의 부속인이겠지? 어디서 그런 배짱을 얻었길래 그런 말을 할 수 있는 거냐? 마치 4층이 이 어린 녀석에게는 쉬운 일인 것처럼.”그러자 삼각눈 사내 옆에 서 있던 백색 옷을 입은 남자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저 사람은 말이 너무 과장된 것 같아. 풍린수가 얼마나 상대하기 어려운 상대인지 전혀 모르는 것 같은데, 그냥 입만 뻐끔했
도범은 한숨을 내쉰 후 다시 입을 열었다.“네가 오양수와 대결할 때, 나는 곽치홍이 너희 두 사람의 싸움을 계속 지켜보는 것을 발견했어. 그래서 곽치홍을 주시하고 있었는데, 나중에 곽치홍도 내가 본인을 보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지. 하지만 내가 너무 멀리 있어서 곽치홍의 표정을 자세히 볼 수 없었어. 그런데 곽치홍이 나를 쳐다볼 때, 마치 독사에게 주시당하는 느낌이 들었어. 네가 전에 말했던 게 맞아, 곽치홍은 분명 우리에게 적대감을 품고 있어.”도범은 고개를 끄덕였다. 곽치홍이 등장한 이후로, 온갖 의문들이 곽치홍의 마음속에 떠올랐다. 이전에 장로들이 했던 말은 전부 믿을 수 없었고, 이 안에 더 큰 비밀이 숨어 있을 게 틀림없었다.도범이 숨을 고르고 막 입을 열려던 순간, 오수경이 먼저 말했다.“네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알아. 나를 위로하려고 하지 마, 이제 다 이해했어. 내가 전에 했던 충동적인 행동들이 너에게 폐를 끼쳤다는 걸 알아. 앞으로는 항상 이 점을 명심하고, 더 이상 너에게 폐를 끼치지 않을 거야.”오수경의 이 말을 듣고 나니 도범은 한결 마음이 놓였다. 오수경은 단순한 순진한 바보였고, 팔 다리는 튼튼하지만 머리는 물에 잠긴 것 같아 항상 충동에 휘둘렸다. 하지만 이번 일을 겪고 나서 오수경도 자신을 돌아보게 되었다.그렇게 말하고 나서 오수경은 마치 무거운 짐을 내려놓은 듯 편안해졌다. 두 사람은 함께 4층으로 발을 내디뎠다.그곳은 희미한 빛으로 덮인 광활한 초원이었다. 초원 위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는데, 대부분은 풀밭 위에 가부좌를 틀고 앉아 손에 든 수정구를 받쳐 들고 있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눈을 감고 명상하는 것처럼 보였고, 소수의 사람들은 낮은 목소리로 무엇인가를 이야기하고 있었다.분위기는 침묵과 압박감이 공존했다. 누군가가 이야기를 한다 해도 일부러 목소리를 낮췄다. 여기가 바로 천엽7현탑의 4층이었으며, 겉보기에는 환상 세계와도 같았다.오수경은 눈을 깜빡이며 도범의 손에 들린 보라색 수정구를 한 번
이 말을 들은 오수경은 고개를 저으며 완강히 거부했다.“나는 3층에 남고 싶지 않아. 도범 오빠가 4층을 돌파하면, 분명히 5층도 갈 거잖아. 천엽 7현대는 총 7층인데, 도범 오빠가 7층까지 돌파할 수도 있잖아? 그럼 도범 오빠는 다른 곳으로 바로 전송될지도 모르는데, 그러면 나 혼자 3층에 남게 되잖아. 그땐 난 어떻게 해야 하지?”도범은 오수경의 말을 듣고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오수경의 걱정도 일리가 있었다. 만약 도범이 정말 7층까지 한 번에 돌파한다면, 천엽 7현대는 자신을 완벽한 도전자로 간주할 가능성이 높았고, 보상을 주고 다른 곳으로 전송할 수도 있었다.그렇게 되면 오수경을 홀로 남겨두게 되는데, 도범과 다시 만날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었다. 여러 가지로 생각한 끝에, 도범은 여전히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한편, 오수경은 도범이 망설이는 모습을 보고 조급해졌다. 오수경은 도범의 팔을 잡으며 간절히 말했다.“난 도범 오빠의 인맥으로 천엽성에 들어온 거야. 인맥으로 들어온 만큼, 나는 어떠한 도전도 직면하지 않을 거고, 그저 도범 오빠만 따라가면 계속 위로 올라갈 수 있어. 어떤 위험이 닥치더라도, 나는 절대 혼자서 떠나지 않을 거야. 정말 운 나쁘게 여기서 죽더라도, 제가 감수해야 할 일이니까.”오수경의 이 말은 진심이었다. 도범을 처음 만난 이후, 오수경은 자신의 인생이 위험과 맞물려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하지만 그건 자신이 바꿀 수 없는 일이었다.다른 것은 판단할 수 없었지만, 한 가지는 확실했다. 도범은 매우 신뢰할 만한 사람이었고, 그 뒤를 따라가야만 생존의 가능성을 얻을 수 있었다. 오수경은 이곳에서의 2년을 버텨내어 바라문 세계를 떠나, 자금단방으로 돌아가 다시는 나오지 않기를 바랐다.도범은 오수경의 결심을 확인하자, 마침내 고개를 끄덕였다. 두 사람은 함께 걸음을 옮겨 4층의 입구에 도착했다. 그곳에는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고, 모두가 다소 망설이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미래의 운명을 예측할 수 없기에 그들
도범은 냉소를 띠며 말했다.“전 당신과 싸울 생각 없어요. 다만 한 가지 중요한 일을 잊고 있는 건 아닌지 생각나게 해주러 왔을 뿐이죠.”도범의 말에 민경운은 순간 얼어붙었다. 민경운은 잠시 고민하며 무슨 의미인지 되새겼고, 이내 도범이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 깨달았다. 바로 얼마 전 자신과 도범 사이에 벌어진 내기 때문이었다.그 순간, 민경운의 가슴은 마치 여러 개의 큰 돌이 짓누르는 듯 답답해졌다. 그러나 민경운은 이를 갈며 분노를 삼켰다. 애초에 민경운은 도범이 절대로 이번 대결에서 이길 수 없을 것이라 확신하고 내기를 걸었던 것이다.민경운은 도범이 처참하게 패배할 것이라 생각했고, 자신의 손에 들어올 19만 영정을 기대했었다. 그러나 예상치 못하게 결과는 정반대였다. 도범이 승리한 것이다.이때, 도범은 손을 내밀며 말했다.“빨리 돈을 내세요. 저도 할 일이 있거든요. 그러니 제 시간 뺏지 마세요. 원래 9만 개의 영정으로 내기를 시작했는데, 본인이 10만 개를 더 얹어 19만 개의 영정으로 만든 거잖아요. 그러니 빨리 결제해요.”도범의 이 말에 민경운은 가슴이 터질 듯했다. 상황은 정말로 도범이 말한 대로였다. 도범은 9만 개의 영정으로 내기를 제안했고, 민경운은 도범이 분명히 패배할 것이라 생각하여 곧바로 10만 개를 더해 19만 개로 올렸다. 하지만 결국 자신의 발등을 찍고 말았다.지금 민경운은 자기 뺨을 세게 때리고 싶은 심정이었다. 9만 개의 영정은 민경운에게 꽤나 큰 금액이지만, 19만 개의 영정은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였다. 그러나 두 사람은 이미 계약을 체결했기 때문에 민경운이 이를 되돌릴 방법은 없었다. 만약 민경운이 결제하지 않으면 계약이 곧바로 발동하여, 결국에는 영혼의 역반작용으로 이어지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이후의 일은 의외로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오양수는 원건종의 제자들을 들것에 실어 나갔고, 도범은 마침내 세 번째 영패를 손에 넣었다. 이번 영패는 조금 특이하여 입탑 영패가 아닌 출성 영패로 바뀌어 있었다.이
관중석에는 각양각색의 무사들이 섞여 있었고, 불량배들도 많았다. 평소에 거리에서 욕을 퍼붓기 좋아하는 이들은 이제야 자신들의 능력을 마음껏 발휘할 기회를 찾은 듯, 원건종의 제자들에게 온갖 욕설을 퍼부었다.일부 사람들은 진원을 목에 운용하여 의도적으로 목소리를 크게 했다. 다른 사람들이 듣지 못할까 봐 걱정이라도 되는 듯, 그들은 더욱 큰 소리로 온갖 더러운 말을 쏟아냈다. 이로 인해 도범의 귀는 무척이나 시끄러웠고, 고통스러울 정도였다.도범은 자신과 원건종의 제자들 사이에 오간 몇 마디 대화가 이렇게 사람들을 폭발시키게 될 줄은 몰랐다. 또한, 도범은 어쩔 수 없다는 듯 한숨을 쉬며 이런 싸움은 결국 아무런 결론도 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몸싸움을 할 수도 없고, 계속 말다툼만 이어질 뿐이었다.그래서 도범은 더 이상 들으려 하지 않고, 대련 무대의 한쪽 가장자리로 가서 조용히 서 있기로 했다. 도범은 아직 오양수를 죽일 생각이 없었다. 오양수가 자신에게 했던 그 약속, 즉 죽음보다 더한 고통을 그대로 돌려주고 싶었기 때문이다.시간은 조금씩 흘러갔고, 싸움 소리는 계속해서 끊이지 않았다. 마침내 오양수의 몸부림이 점점 약해지고, 장벽이 완전히 해제되자 원건종의 제자들이 한꺼번에 몰려가서 오양수를 부축했다.한편, 진태산은 눈살을 찌푸린 채 오양수의 코에 손을 대 그의 호흡을 확인했다. 비록 오양수는 아직 숨을 쉬고 있었지만, 그 호흡은 매우 미약했다.민경운은 급하게 자신의 보관 반지에서 여러 개의 단약을 꺼내 오양수의 입에 넣었다. 그러나 이 단약들은 오양수의 현재 상태를 치료하기에는 전혀 효과가 없었다. 방금 도범이 사용한 참멸현공이 오양수의 영혼을 완전히 찢어놓았기 때문이다.영혼이 찢어진 상태에서 내상을 치료하는 단약이 효과가 있을 리 없었다. 따라서 민경운이 오양수에게 많은 단약을 먹였지만, 오양수의 상태는 전혀 나아지지 않은 것이다. 민경운은 점점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만약 오양수가 정말로 이 사건으로 인해 죽는다면, 그들 모두 책임을
“맞아! 당장 우리 오양수 선배를 풀어줘! 양수 선배에게 무슨 일이 생기기라도 하면, 너는 천번 만번 죽임을 당할 거야! 오양수 선배는 도민수 선배가 아니야. 네가 도민수 선배를 죽음 직전까지 몰고 갔을 때는 우리도 나서서 협상할 여지가 있었어.그러나 네가 오양수 선배를 진짜로 죽음 직전까지 몰고 간다면, 염라대왕이라도 너를 보호할 수 없을 거야! 바라문 세계를 벗어나는 순간, 너는 원건종의 끝없는 추격을 받게 될 거야!”바깥에서 들려오는 원건종 제자들의 고함과 욕설은 도범의 귀에 전부 들렸다. 이는 이미 예상된 일이었기에 도범은 일말의 두려움도 느끼지 않았다.원건종은 일반적인 자유 무사들에게 충분한 위압감을 줄 수 있지만, 도범에게는 그렇게 중요한 상대가 아니었다. 원건종이 무엇이건, 자신의 힘이 충분히 강하다면 더 강력한 종문에 가담할 수 있을 테니, 원건종이 손해를 본다고 해도 도범으로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이다.게다가 이번 일은 처음부터 끝까지 원건종이 문제를 일으킨 것이었다. 도범은 결코 선을 넘는 행동을 하지 않았고 원건종 쪽에서 여러 번 도발하지 않았다면, 도범 역시 이들과 싸울 이유가 없었을 것이다.잠시 후, 도범은 차가운 웃음을 지으며 원건종의 제자들을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일부러 목소리를 높여 말했다.“원건종 제자들, 잘 들어! 8품 종문 출신이라는 이유로 제멋대로 행동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마. 처음부터 끝까지 문제를 일으킨 건 너희들이었잖아. 그런데 패배하고 나니 이제와서 나를 협박하는 거야?만약 너희들이 먼저 건드리지 않았다면, 나 역시 너희들과 엮일 생각이 전혀 없었을 거야. 즉, 너희들은 본인들의 강력한 종문을 배경을 믿고 제멋대로 행동해도 된다고 착각하는 거야. 하지만 나는 너희들의 그런 행태를 전혀 묵인할 생각 없어!”도범의 이 말은 관중석에서 큰 박수갈채를 일으켰다. 관중들은 도범이 그들 마음속에 담아둔 말을 대신 말해준 것 같아 고무되었다. 이들 고급 종문의 제자들은 항상 약한 무사들 앞에서만 무력을 과시하며, 이
“오양수는 원건종의 친전 제자 아닌가요? 그런데 어떻게 이렇게 약할 수 있죠?”“당신 바보 아니에요? 이건 오양수이 약한 게 아니라 도범이 너무 강한 거에요! 아까도 말했잖아요? 빙봉천리는 지급 상급 무기에요. 여기 있는 사람들 중에 몇이나 지급 상등 무기를 수련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런데 도범이 빙봉천리를 부순다는 건, 도범의 무기가 오양수의 무기보다 강하다는 걸 의미해요!”“설마 도범이 천급 무기를 수련한 건가요?”이 말이 나오자마자, 주변의 거의 모든 이들이 단번에 부정했다.“미쳤어요? 무슨 말이든 막하네요. 천급 무기가 어떤 개념인지 알고나 하는 소리에요? 수련 경지가 고신경에 도달했거나, 혹은 특별한 재능을 지닌 영천 경지 후기에 이르러야만 천급 무기를 수련할 수 있는 가능성이 생기는 거에요.그리고 여기 있는 사람들은 모두 바라문 세계의 규칙을 지켜야만 이곳에 들어올 수 있고요. 나이도 60세를 넘지 않아야 하죠. 그렇다면 60세가 넘지 않은 사람이 천급 무기를 수련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그렇네요! 아마도 지급 상급 무기를 수련한 거겠죠. 도범이 오양수를 이길 수 있었던 이유는 도범이 지급 하급 무기를 대원만 단계까지 수련했기 때문일 거에요.”“만약 그게 사실이라면, 도범의 재능은 정말 두려운 수준이네요. 8품 종문의 친전 제자조차 도범의 상대가 될 수 없다는 거잖아요!”“이번에 바라문 세계에 온 보람은 있네요. 이렇게 많은 천재들을 직접 눈으로 볼 수 있다니.”오양수와 관련 없는 관중들은 이런 논의를 흥미롭게 이어갔다. 이전에 도범을 비하하던 사람들도 이제는 도범을 칭찬하며, 도범을 백 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천재라고 말하기 시작했다.8품 종문의 친전 제자들도 대수롭지 않게 여겼지만, 원건종의 제자들은 차분할 수가 없었다. 처음에는 관중석에서 편안하게 앉아있던 그들은, 도범이 빙봉천리를 단칼에 베어내는 모습을 보고는 그만 입을 다물고 경악을 감추지 못했다.지금 오양수가 이렇게 극심한 고통을 겪는 걸 보니, 분명 도범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