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전대영이 돼지 멱따는 소리를 냈다, 손가락의 뼈가 부러질 것 같은 느낌에 그의 이마에는 핏줄까지 드러났다.“야, 너 내가 누군지 알아? 나 공장장이야, 밑에 몇 천명이나 거느리고 있다고, 그런 나한테 감히 손을 대?”그가 이를 악물고 도범을 노려봤다.“여기에서 이러지 마세요, 말로 하세요, 말로!”유치원의 선생님들이 놀란 얼굴로 두 사람을 말렸다.“공장장? 네가 뭐든 내 딸이랑 아내를 괴롭히면 안 되지, 내 전화 한 통이면 네 공장 문 닫아버리게 할 수도 있어!”도범이 표독스럽게 전대영을 쏘아보다가 힘껏 그를 밀었다.그러자 보기에는 건장한 전대영이 힘 한번 쓰지 못하고 바닥으로 넘어지고 말았다.“아이고!”전대영이 소리를 지르며 간신히 바닥에서 일어나 엉덩이를 문질렀다.“당신, 저렇게 마른 사람 하나도 못 이기는 거야?!”임여을은 남편의 그런 모습을 보곤 화가 나서 소리쳤다.“너, 너 이 자식, 여기에서 딱 기다리고 있어!”전대영은 자신의 힘으로는 도범을 이길 수 없다는 것을 알아차리곤 도범에게 손가락질을 하다 화가 난 얼굴로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여보, 걱정하지 마, 나 전화 한 통만 하고 올게, 저 자식 내가 반드시 혼내주고 말 거야.”“야, 너 오늘 끝났어! 오늘 유치원에서 걸어서 못 나가!”전대영의 말을 들은 임여을이 씩씩거리며 도범에게 소리쳤다.“내 딸이랑 와이프한테 사과해!”도범은 두 사람을 상대하기 귀찮다는 듯 냉랭한 얼굴로 임여을을 다그쳤다.“사과? 꿈도 꾸지 마!”임여을이 허리를 짚으며 오만하게 말했다.하지만 다음 순간, 도범이 임여을의 반대편 옷소매도 찢어버렸다. 하얀 와이셔츠를 입고 있던 임여을은 순식간에 두 팔뚝을 드러낸 우스운 꼴이 되었다.“너, 너 감히 내 옷을 찢다니, 변태! 여보, 이 남자 완전 변태야!”임여을이 소리치기 시작했다.“셋 셀 때까지 내 와이프랑 딸한테 사과 안 하면 당신이 입고 있는 옷 전부 다 찢어버릴 거야!”도범이 여전히 냉랭한 얼굴로 한치도 물러설 수 없다는
“내가 왜 여기에 남아서 네 사람들을 기다려야 하지?”도범이 웃으며 물었다.“너 무서워서 도망가려고 하는 거지? 능력 있는데 왜 그렇게 급하게 여기를 떠나려고 하는 거야?”전대영이 대문을 막고 말했다.“내가 가고 싶은 게 아니라 우리 와이프가 가자고 한 거야. 오늘 오래간만에 가족들이랑 쇼핑을 하러 나왔는데 이딴 일에 시간을 낭비할 수는 없잖아.”도범은 전대영을 전혀 안중에 두지 않았다.하지만 그때, 봉고차 몇 대가 유치원 앞에 멈춰 섰다.자기 쪽 사람들이 온 것을 확인한 전대영은 흥분한 얼굴로 도범을 바라봤다.“야, 이제 가려고 해도 늦었어, 우리 쪽 사람들이 도착했거든!”“잘 됐어!”임여을이 얼른 전대영 옆으로 다가가 기고만장한 얼굴로 말했다.“나더러 사과를 하라고? 방금 네가 그렇게 무섭게 굴지만 않았다면 나 절대 사과하지 않았을 거야. 너 오늘 끝났어.”하지만 도범은 당황하지 않고 박수아를 박시율의 품에 넘겨주며 웃었다.“오늘 내가 본때를 보여줘야 너희들이 정신을 차릴 것 같구나.”“저 자식 때려, 젠장, 불구로 만들어버려도 돼, 내가 한 사람당 400만 원씩 줄 테니까!”전대영이 명령했다.“저 사람들이 다치면 네가 병원으로 데리고 가서 치료해 주는 거지?”도범이 웃으며 물었다.“당연하지, 나 돈 많아, 얘들이 다치면 당연히 내가 돈을 내주고 치료해 줘야지! 하지만 너 혼자 열몇 명이나 되는 사람들을 이길 수 있겠어? 이제 좀 무섭지!”전대영이 임여을과 아들을 데리고 물러서며 다시 말했다.“때려, 저 자식 마음껏 때려!”하지만 일분도 되지 않아 전대영이 불러온 사람들은 전부 바닥에 누워 신음했다.“손 골절에 다리 골절, 갈비뼈 골절, 난리 났네, 이 사람들 다 치료해 주려면 돈 좀 들겠는데.”도범이 손을 털며 말했다.“이게 무슨…”전대영과 임여을은 서로를 한 눈 보며 침을 삼켰다, 심지어 자신들이 잘못 들은 건 아닌가 하고 의심까지 했다, 도범의 말이 사실이라면 큰돈을 들여야 했다.직원들의 가족들도 찾아와
“그럴 리가. 너희 어머니가 화병이 났다고 함부로 자살하려고 할 사람은 아니지 않아?”도범이 쓴웃음을 지었다. 예전에는 나봉희에 대해 잘 알지 못했었지만 최근 며칠간 함께 지내면서 느낀 바가 있었다. 그녀는 돈을 사랑했다. 그것도 어마어마하게 사랑했다.그런 사람이 화병 때문에 함부로 자살하려고 할 리가 없었다.박시율 역시 안절부절못하고 있었다.“여보 어떡하지? 어머니 아버지가 현금 7억 8천만 원을 은행 카드에 입금하려고 커다란 마대 자루에 넣은 채 집을 나섰는데 바로 은행 입구에서 오토바이를 탄 두 소매치기한테 그 돈을 몽땅 도둑맞았대!”그 말에 도범이 숨을 들이켰다. 무려 7억 8천만 원이나 되는 큰돈을 소매치기당했다니.다른 일이었다면 나봉희가 화병 때문에 자살하려고 한다는 말을 믿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재물을 목숨처럼 사랑하는 그녀라면 그럴 가능성이 있었다.“우리한테 모처럼 생긴 큰돈인데. 어머니는 그 돈으로 번듯한 집 한 채 장만하려고 기대에 부풀어 있었단 말이야. 그런데 어떻게 바로 은행 앞에서 이런 일이…”박시율도 순식간에 우울해졌다. 그 큰돈을 한 번에 잃어버렸으니 가슴이 아프지 않을 수 없었다. 특히 하필 지금처럼 돈이 부족한 시기에 말이다.“걱정하지 마 시율아, 비록 많은 액수는 아니지만 이 도범의 돈은 아무나 쉽게 빼앗아 갈 수 있는 게 아니니까!”도범이 담담한 표정으로 박시율에게 말했다.말을 마친 그가 미간을 찌푸리더니 이어서 말했다.“그런데 나 의문점이 있어. 너희 어머니 아버지는 그 7억이 넘는 현금을 눈에 잘 띄지도 않는 마대 자루에 넣고 지극히 평범한 옷차림으로 외출했겠는데, 소매치기들은 어떻게 마침 그 안에 돈이 있다는 걸 알고 그걸 빼앗아 간 거지? 그것도 차에서 내리자마자 빼앗겼다면서?”그 말에 박시율 역시 어리둥절했다.“어라, 당신 말을 듣고 보니 정말 이상한 일이네. 우연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절묘한 것 같은데. 설마 우연이 아닌 건 아니겠지?”박시율이 섹시한 입술을 살짝 깨물고 미간을 찌푸리면서
도범이 담배 한 개비를 꺼내 피기 시작했다. 그는 여전히 가장 싼 가격의 디스 플러스를 피고 있었고 담배에서는 언제나 그렇듯 익숙한 맛이 났다.도범은 담배를 한 모금 깊게 빨아들이고 말했다.“그러면 그 장소연이라는 여자가 위장에 능해서 당신 동생 앞에서는 옷도 평범하게 입고 순진한 척하는데 사실은 남 몰래 시답잖은 양아치 녀석들과 어울리기 좋아한다는 말이지? 그런데 당신 동생은 그 여자를 너무나 사랑하고 있고, 당신이 동생한테 이 일을 알리지 않는 건 말해봤자 믿지 않을 걸 알고 있기 때문이고 그렇지?”박시율이 고개를 끄덕였다.“맞아 바로 그거야. 동생에게 말했으면 분명 엄청 화를 냈을 거야. 예전에 내가 몇 번인가 귀띔해 준 적도 있어. 장소연 그 여자는 결혼해서 함께 살기에는 적절하지 못한 여자라고, 조금 더 고민해 봐라고 말했었거든. 그런데 내가 그 말을 한 후 동생은 아예 집을 나가버렸어. 그리고 장소연과 피시방에서 며칠을 함께 보냈었지!”박시율이 잠깐 말을 멈추고 도범을 바라보더니 이어서 말했다.“해일이는 피시방에 갈 돈이 없으면 나한테 와서 달라거나 당신 어머니한테 가서 돈을 달라고 했었어. 만약 돈을 주지 않으면 대뜸 욕설을 퍼부으며 이게 다 당신 때문이라며, 당신만 아니었다면 자신은 여전히 박 씨 가문의 도련님으로 살 수 있었고 한 달에 용돈을 백만, 아니 몇백만원 씩 쓰는 건 일도 아니라며 소리쳐 댔었어!”그 말을 들은 도범은 화가 났다. 이제 보니 지난 몇 년 간 박시율과 자신의 어머니는 박해일 앞에서 울분을 참아가며 아무런 대꾸도 못한 일이 적지 않게 있었던 것 같았다.거기다 생각만 해도 골머리를 앓게 하는 장모님까지 있었다.“혹시 장소연과 당신 동생이 합세하여 사람을 시켜서 그 돈을 도둑질한 건 아니겠지? 혹시 그럴 가능성이 있을까?”도범이 잠시 고민하다 물었다.박시율은 고민할 것도 없다는 듯이 바로 고개를 저었다.“그건 불가능해. 불과 며칠 전에 어머니가 그에게 천만 원을 주면서 장소연에게 선물을 사주라고 했었잖아.
“네가 말한 거야. 네 입으로 직접 말했어. 난 몰라. 만약 이 돈을 찾지 못하면 네놈이 나한테 7억 6천만 원을 줘야 돼!”나봉희가 도범의 말을 듣더니 벌떡 자리에서 일어나 그의 옷깃을 잡고 억지를 부리며 말했다.“어머니, 도범이 어머니 돈을 빼앗은 것도 아닌데 그게 무슨 소리예요? 이이는 기껏해야 어머니를 도와 돈을 되찾을 수 있는지 알아봐 줄 뿐이죠. 만약 이대로 찾지 못하게 된다고 해도 이이에게 돈을 내놓으라고 하는 건 아니잖아요!”박시율은 어이가 없었다. 자신의 어머니는 말도 안 되는 억지를 부리고 있었다. 이런 일까지 도범의 탓으로 돌리다니.“난 몰라. 누가 저놈더러 돈을 꼭 찾을 수 있다고 큰소리치라고 했어?”나봉희는 여전히 도범을 꽉 잡고 놓아주질 않았다.“네 네 네. 제가 찾아오지 못하면 저한테 달라고 하세요!”도범이 식은땀을 흘리며 상대방의 손을 떼어냈다.“장모님 걱정 마세요. 시율이의 어머니는 저희 어머니와 마찬가지죠. 제가 절대 다른 사람이 어머니 돈을 빼앗아 가게 놔두지 않을 테니까 걱정 붙들어 매세요!”“그래 당연히 이렇게 나와야지!”나봉희가 드디어 울음을 멈추고 기뻐하며 도범에게 말했다.“그럼 어디 한 번 노력해 보거라. 나도 마냥 기다리고만 있을 수 없으니 기한은 정해야 하지 않겠어? 일주일 안으로 찾아올 수 있겠지?”“어머니 그 일이 그렇게 쉬울 리가 있겠어요? 저희가 뭐 밖에 나가 돈을 주우러 다니는 줄 알아요? 소매치기 놈들이 돈을 빼앗아 가서 어느 곳에 숨겨두었을지 누가 알겠어요!”박시율은 도범 대신 이 불공평한 제안에 맞서고 나섰다. 나봉희는 마치 도범이 7억이 넘는 돈을 그녀에게 빚진 것처럼 말하고 있었다.“저놈 스스로 그렇게 하겠다고 말했잖니. 그게 왜 내 탓이야 안 그래?”나봉희 역시 자신이 억지를 부리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여전히 뜻을 굽히지 않고 팔짱을 낀 채 조금은 주눅 든 태도로 한 마디 내 뱉었다.말을 마친 그녀가 주위를 쓱 둘러보더니 자신들에 대해 왈가왈부하는 사람
“와 너무 좋아요. 저 놀이공원 한 번도 가 본 적 없어요!”수아가 흥분하며 소리 질렀다.“우리 수아가 아빠한테 뽀뽀해 주면 놀이공원에서 다 놀고 동물원도 데리고 가줄게 어때?”도범이 수아의 동글동글한 머리를 쓰다듬었다.“좋아요 좋아요. 동물원도 갈 수 있다니! 저 동물원도 처음 가봐요!”수아가 흥분을 참지 못하고 곧바로 도범의 얼굴에 가볍게 입을 맞추었다.도범은 순간 가슴이 뭉클해졌다. 자신의 딸아이가 처음 자신한테 뽀뽀를 해 준 순간이었다. 그 느낌은 아마 아버지가 되어본 사람만이 느껴볼 수 있을 것이다.이미 5년이나 지났다. 수아는 태어나서 지금까지 한 번도 아버지의 사랑을 겪어보지 못하고 자라었다. 이제 도범은 최선을 다해서 지금껏 못해줬던 사랑을 이 모녀한테 퍼부을 것이다.“정말 가려고?”부녀의 정겨운 모습에 박시율 역시 가슴이 뭉클해지긴 마찬가지였다. 그녀는 가슴 한구석이 아련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도범이 비록 큰소리치기를 좋아하긴 하지만 좋은 아버지이고 좋은 남편인 것만은 틀림없는 사실이었다.심지어 그의 곁에만 있으면 안정감을 느낄 수 있었다. 비록 그가 하루가 멀다 하고 사고를 치긴 했지만 그가 돌아오고 난 후 그에게서 전에 없던 안정감을 느끼는 것은 확실했다.“당연하지. 이미 우리 딸과 약속까지 한걸. 우리 딸이 뽀뽀까지 해줬는데 아버지가 되어서 약속을 지키지 않아서 되겠어?”도범은 기분이 좋았다.“하지만 당신 어머니한테 잃어버린 7억 6천만 원을 찾아주겠다고 약속했잖아. 그것도 일주일 안으로 찾겠다고 호언장담했는데 이렇게 시간을 낭비하면 안 되잖아!”박시율 역시 딸아이와 놀아주고 싶었지만 도범이 이미 일주일 안으로 돈을 찾아주겠다고 약속까지 했으니 그게 먼저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은 일단 은행에 가서 주변의 CCTV를 돌려볼 수 있는지 부탁하는 게 먼저였다.“내 마누라와 딸과 함께 놀러 가는 건데 그게 어떻게 시간을 낭비하는 거겠어? 가자!”도범이 씩 웃으며 수아를 안아들고 지나가던 택시를 잡았다.“와 신난다
호랑이 우리 안에는 커다랗고 사나운 백두산 호랑이 두 마리가 있었고 우리 중간쯤에는 돌로 만든 다리가 있었다.많은 관객들이 더 가까이에서 호랑이를 보기 위해 그 돌 다리 위로 올라가 구경했고 그 위에서 사진을 찍는 사람들도 많았다.다리 옆에는 ‘함부로 밀치지 마시오’라는 문구와 ‘함부로 난간 위로 올라가지 마시오’라는 표시가 떡하니 새겨져 있었다.그런데 7살 정도로 보이는 남자아이가 난간 위로 올라가 장난치다가 그 아래로 떨어진 것이다.“악! 누가 내 아들 좀 구해 주세요!”한 중년 여성이 너무 놀라 소리를 질렀다.“엉엉 엄마…”남자아이는 아래로 떨어지면서 다리를 부딪쳤는지 다리에서 피를 흘리고 있었다.다행히도 상처는 그렇게 심각해 보이지 않았다.하지만 우리 안에 있는 백두산 호랑이들은 천성이 사나운 맹수였다. 피 냄새를 맡은 그들은 누워있던 몸을 일으키고 남자아이가 있는 방향으로 어슬렁어슬렁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빨리, 빨리 여기 동물원 관리인을 불러와요!”“맙소사 어떡해? 저 무서운 호랑이들이 아이한테 다가가고 있어. 세상에 애가 위험해!”“아이의 엄마는 도대체 애를 어떻게 본 거야. 애가 난간에 올라가 기어 다닐 정도로 장난이 심한데 잘 보지도 않고. 간도 크지…”돌 다리 위의 사람들은 제각기 의견이 분분했지만 어떡하면 좋을지 마땅한 방법을 찾아내지 못하고 있었다.“어떡해 어떡해! 누가 내 아들 좀 구해줘요!”엄마로 보이는 여자는 눈물을 흘리며 어쩔 줄 몰라 발만 동동 거리고 있었다.“누가 내 아들 좀 구해 주세요! 내 아들을 구해만 주시면 사례금으로 2억 원을 드릴게요!”“아니 20억 드릴게요…”여자는 문뜩 돈을 주겠다고 하면 누군가는 나서서 구해주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대뜸 소리 질렀다.“가자, 빨리 가서 사람부터 구해야 돼!”도범이 그 상황을 목격하고 곧바로 수아를 땅에 내려두더니 박시율한테 맡기고 빠른 속도로 돌 다리가 있는 쪽으로 달려갔다.“저 여자 바보 아니야? 이 상황에 누가 저기 내려가서 애를 구하려
“맙소사 정말로 누가 뛰어내렸잖아!”“죽는 게 두렵지도 않나 봐. 호랑이가 두 마리나 있다고!”“이렇게 높은 곳에서 뛰어내렸는데 상처 하나 없이 멀쩡하게 착지하다니. 저 자식 꽤 실력자인가 봐!”“20억, 20억을 위해서 목숨을 내던지는 사람이 정말 있었네. 하지만 저렇게 커다란 백두산 호랑이 두 마리를 상대할 수 있겠어? 저 자식은 이제 죽은 목숨이야!”관객들이 더욱 떠들어대기 시작했다.“엄마, 아빠가 저기 아빠가 뛰어내렸어요!”박시율이 수아를 안고 다리 위로 올라왔다. 수아도 도범이 뛰어내린 모습을 보고 위험을 감지했는지 다급한 목소리로 외쳤다.박시율 역시 걱정되기는 마찬가지였다. 저건 사람이 아닌 호랑이었다. 그것도 한 마리도 아닌 두 마리씩이나 되는 호랑이었다. 두 호랑이는 많이 굶주린 상태인지 두 눈에 살기가 가득했다.“걱정하지 마 수아야, 아빠 괜찮을 거야. 아빠는 영웅이니까 내려가서 아이를 구해 올 거야!”박시율도 걱정되긴 마찬가지였지만 일단 자신의 품에 안긴 수아를 다독여주었다.“고마워요 고마워요. 제 아들만 구해주신다면 사례금으로 20억 원을 드릴게요. 저 정말 돈 있어요. 아니, 백억 드릴게요!”중년 여자가 다리 위에 서서 끊임없이 울며 소리 질렀다.누군가가 내려가서 아들을 구할 거라는 생각에 그녀의 마음도 전보다는 어느 정도 진정된 상태였다.호랑이 두 마리는 도범이 뛰어내린 후 걸음을 멈추고 살기등등한 눈빛으로 도범을 바라보고 있었다.도범은 곧바로 달려가 아이를 안아주는 대신 남자아이를 보며 호통을 치기 시작했다.“입 다물어. 울긴 왜 울어. 울면 사내대장부가 될 수 없어!”겁에 질려 엉엉 큰 소리로 울던 아이가 도범의 호통에 울음을 뚝 그치더니 입술을 꼭 깨물고 몰래 흐느꼈다.“네가 뭘 잘못했는지 알겠어? 위에 분명히 기어오르거나 뛰거나 장난치는 걸 금지한다는 문구가 새겨져 있는데 봤어 못 봤어?”도범이 다리 위의 팻말을 가리키며 말했다.“만약 네가 아직도 자신이 무슨 잘못을 저질렀는지 뉘우치지 못했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