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준혁은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흥분되었다. 그는 그 여자가 현재 중주에서 가장 강하고 무서운 존재라고 불리는 장진일 것이라는 생각을 떨칠 수 없었다.도범이 그녀와 함께 경매장으로 갔다는 건 두 사람 사이가 제법 친근하다는 뜻이었고 그게 사실이라면 자신의 추측이 정확했다는 것을 증명할 수 있었다.“전 장진의 얼굴을 본 적 없어서 확신하지 못하겠어요. 아버지 이건 그저 우리의 추측일 뿐이잖아요!”용천수가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내가 지금 바로 검색해서 전신의 사진을 보여주마! 구대 전신의 사진이라면 인터넷에 널리고 널렸다!”용준혁은 밥 먹을 생각도 못 할 정도로 흥분한 상태였다. 그가 서둘러 휴대폰을 꺼내 들고 사진을 검색하기 시작했다.잠시 후 그가 고심 끝에 장진의 전신 샷을 선택하여 용천수에게 건넸다.“여기 그녀의 전신이 담긴 사진이다. 전신들은 사생활을 찍은 사진이 없어서 온통 군복을 입은 사진밖에 없구나. 그저 몸의 형태만 비교해 보거라!”용천수가 한참 동안 사진을 자세히 들여다보았다.“몸매와 키, 그리고 이 체형까지 정말 너무 비슷한데요!”그 한마디에 용 씨 어르신과 용준혁의 시선이 허공에서 부딪혔다. 두 사람이 동시에 웃음을 터뜨렸다. 그들의 예상이 맞는 것 같았다.하지만 용천수가 다시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오늘 제가 본 그 여자는 스커트 차림에 엄청 여성미 넘치고 섹시한 분위기를 풍겼는데 사진 속 이 여자는 표정도 굳어있고 눈에서는 살기가 넘치는데요? 완전 다른 사람 같아 보여요!”“이제 퇴역도 했는데 여성스러운 옷차림으로 갈아입으면 자연스럽게 풍기는 분위기 또한 달라지지 않겠느냐?”“키와 몸매가 비슷하고 거기다 오늘 있었던 일까지 해서 볼 때 난 그녀가 구대 전신 중 한 명인 장진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용준혁이 씩 웃으며 말했다.“전신이 야명주를 마음에 들어 할 줄은 상상도 못했구나. 직접 경매장에 나타나서 그 물건을 사들이기까지 하다니!”용 씨 어르신이 잠시 생각하다 말했다.“참 혹시 경매장에서 그녀의 미움
용천수는 순간 뭔가 생각났는지 다급하게 말을 이었다.“맞아요 맞아요. 아까 그곳에는 왕호도 있었고 우 씨 가문 사람들도 있었는데 모두들 그 여자의 신분이 궁금하다는 말을 했었어요. 그것 빼고는 전 그녀와 별다른 격한 말다툼 같은 걸 한 적 없어요!”용준혁은 그 말을 듣고 그제야 한시름 놓을 수 있었다.“불행 중 다행이구나. 앞으로 명심하거라. 도범과 그 여자, 아니 도범 주위의 모든 사람들을 포함해서 절대 그들에게 미움을 사지 말거라. 그러다 만약 상대의 심기를 잘못 건드리기라도 하면 우리 용 씨 가문이 중주에서 퇴출 당할 수도 있어!”“네 알겠습니다!”용천수는 속으로 식은땀을 닦아냈다. 그는 오늘 자신이 직접 나서지 않은 것을 천만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만약 자신이 직접 나서서 시비를 걸었다면 아마 한지운과 같은 꼴이 되었을 것이다.그 시각 한 씨 가문, 한 씨 가문의 가주도 빠르게 낮에 있었던 일을 전해 듣게 되었다.그곳에는 한 씨 가문의 가주와 가문의 중요 인사들이 모두 모여있었다. 한지운은 볼이 빨갛게 부어오른 채 고개를 푹 수그리고 가주 앞에 마주 서있었다.“너 이 자식 아주 간이 배 밖으로 튀어나왔구나! 내가 그렇게 사고 치지 말라고 거듭하여 일러두었는데도 끝내 말을 안 듣고 이 사달을 내는 거냐! 돈으로 사람을 사서 야명주를 빼앗으려고 했다고? 아주 동네 창피한 짓은 다 하고 다니는구나. 네가 우리 가문 망신을 다 시켰어!”한 씨 가문의 가주가 화를 이기지 못하고 눈에 핏발이 선 채로 주먹을 꽉 쥐었다.“아버지 이번 일은 제가 잘못한 게 맞아요!”“하지만 그 도범이라는 자식이 정말 너무 했단 말이에요. 그렇게 많은 사람들 앞에서 나를 때렸다는 건 그놈이 우리 한 씨 가문을 쉽게 생각한다는 게 아니겠어요? 이번 일은 그냥 넘어가서는 안 돼요. 제 억울함을 풀어주세요!”한지운이 고개를 들고 씩씩거리며 말했다.“내가 돈을 주고 사람들을 모았던 건 그 도범이라는 놈을 혼내주기 위해서였어요. 왜냐하면, 왜냐하면 그 자식이 지난번
“퍽!”한지운이 말을 마치자마자 한 씨 가문의 가주 한용휘가 그의 뺨을 사정없이 줴박았다.……도범은 스쿠터를 타고 박시율을 픽업한 후 일찍 집으로 돌아왔다.“나 내일 하루 휴식인데 같이 수아 유치원 등록시키러 가지 않을래?”박시율이 스쿠터에서 내린 후 도범에게 말했다.“좋아. 그럼 나도 내일 하루 휴식하지 뭐!”:도범이 씩 웃으며 말했다.“뭐? 당신 이제 출근한지 이틀째잖아. 월급도 그렇게 높게 받는데, 미리 휴가 신청은 한 거야? 휴가 신청도 안 했는데 그렇게 휴식다가 용 씨 가문 사람들의 눈밖에 나면 어쩌려고!”박시율이 도범의 말에 미간을 찌푸렸다.“그리고 당신 월급 정도면 하루치 일당 엄청 높을 거 아니야. 하루 빼먹으면 돈 많이 깎이지 않아?”도범이 당황하며 답했다.“설마 그럴 리가 있겠어? 일전에 그들과 말했었잖아. 난 시간 있으면 나가고 일이 있으면 안 나갈 거라고. 만약 그들이 내가 하루 휴식했다고 그날 월급을 깎기라도 한다면 그날로 일 그만두면 돼!”박시율은 어이가 없다는 듯이 도범을 흘겨보았다.“그렇게 많은 월급을 받으면서 어떻게 그만두겠다는 말을 그리 쉽게 할 수 있어? 나는 다른 사람들이 내 남편을 쓸모없는 놈이라고 수군대는 것도 싫고 내가 뒷바라지를 해야 한다는 소리도 듣기 싫거든!”“하하 농담이야. 하지만 수아의 유치원을 찾는 것 역시 아주 중요한 일이지. 마침 당신도 내일 하루 휴식이니까 당연히 내가 함께 가야지!”도범이 씩 웃으며 앞으로 두 걸음 내딛고 박시율의 가는 허리를 끌어안았다.“오전에 유치원 등록을 마치고 나서 수아 데리고 놀이동산에 가지 않을래? 수아가 이렇게 컸는데 아직까지 한 번도 우리 가족 다 같이 놀러 나간 적 없잖아!”그 말에 박시율이 수줍은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의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다.“여보, 수줍어하는 당신 모습도 어쩜 이렇게 아름다울까!”도범은 자신의 품 안에 갇힌 예쁜 여인을 조금 더 꽉 끌어안았다.“어머니 그들이 돌아왔어요!”장소연이 방 안에서 걸어 나오더
“제가… 여자를 끼고 다녔다고요?”도범이 당황해하더니 헛웃음을 지으며 말했다.“장모님, 아마 우리들 사이에 뭔가 오해가 있었나 봅니다. 저 이제 돌아온 지 며칠 되지도 않았는데 어디 가서 여자를 찾는단 말입니까? 그리고 시율이가 저한테 이렇게 잘해주는데 제가 어떻게 다른 여자를 만날 수 있겠습니까?”“오해라고요? 하하 그게 어떻게 오해일 수가 있어요? 사진까지 떡 하지 찍혔는데!”장소연이 팔짱까지 끼고 경멸스러운 눈빛으로 도범을 바라보았다.“당신이 만약 억만 부자라도 되어서 다른 여자를 만나고 다닌다면 능력 있다고 할 수도 있겠죠. 그런데 가진 건 한 푼도 없으면서 다른 여자와 놀아나다니요? 언니한테 미안하지도 않아요?”“사진? 무슨 사진?”박시율이 미간을 찌푸리며 곧바로 되물었다.“엄마 빨리 누나한테 보여주세요. 아니면 누나가 여전히 아무것도 모른 채 저 사람 손에 놀아나게 될 거예요. 도범 저 사람이 우리 몰래 어떤 비열한 짓을 했는지 누가 알겠어요!”박해일이 도범을 노려보며 비아냥거렸다.“도범 당신은 정말 사람도 아니야. 우리 식구가 당신 때문에 지난 5년간 어떤 고생을 해왔는데. 우리 누나는 당신 때문에 박 씨 가문에서 쫓겨까지 났어. 당당한 박 씨 가문 아가씨가 수아까지 데리고 다니면서 폐지나 줍고 다녔다고. 그 힘들었던 나날을 당신이 어떻게 몰라 줄 수가 있어?”박해일이 주먹을 꽉 쥐고 한 걸음 한 걸음 도범을 향해 다가가더니 이를 악물고 말했다.“이곳에 도착하자마자 좋은 직장도 찾았고 돈도 어느 정도 있겠다 싶으니까 홀랑 다른 여자나 찾으러 나가고 말이야! 남자로 생겨서 부끄럽지도 않아?”말을 마친 박해일이 도범의 얼굴을 향해 주먹을 날렸다.도범은 묵묵히 그 자리에 서서 피하지도 않고 박해일이 날린 주먹을 곧이곧대로 받아냈다.“당, 당신 괜찮아? 왜 안 피하고 있었어?”놀란 박시율이 얼른 다가가 겨우 박해일을 도범에게서 떨어뜨려놓았다.“박해일 너 미쳤어? 어떻게 네 매형을 때릴 수 있어?”말을 마친 그녀가 다시 고개
나봉희의 말에 도범은 그제야 의문이 풀렸다.이제 보니 왕호 그 자식이 경매장에서 나오자마자 나봉희한테 달려와 도범과 나봉희의 사이를 이간질하려고 그를 모욕하는 말을 하러 왔었던 것이다.박시율은 사진을 자세히 들여다보고 미간을 찌푸렸다. 그녀의 얼굴색이 어두워졌다.그녀는 비록 엄청 비싼 시계는 차 보지 못했지만 명품에 관해서는 어느 정도 일가견이 있었다.사진 속 그녀가 차고 있는 시계는 확실히 2억을 웃도는 브랜드가 맞았다. 그리고 그녀가 찬 귀걸이 역시 만만치 않은 가격이었다.“진짜 오늘 용 씨 가문으로 출근하지 않았어?”박시율은 믿을 수 없다는 눈빛으로 도범을 바라보았다. 만약 정말로 도범이 지금까지 그녀를 속여왔던 거라면 그녀는 철저히 실패한 삶을 살아온 것이다.애초에 그녀의 충동으로 아이가 생겼고 아이를 지울 자신이 없어서 이를 악물고 버티며 살아왔었다. 도범한테는 깊은 감정도 없었고 심지어는 잘 알지도 못하는 남자였다.그녀는 결혼식 당일 밤, 자신의 충동적인 행동을 후회한 적도 있었다. 뱃속의 아이를 지워야 하나 말아야 하나 망설인 적도 있었다.하지만 결국 그녀는 자신의 친 혈육을 지워버릴 수 없었다.그녀는 다른 사람들이 수아를 아비 없는 자식이라고 부르는 것이 싫어서 도범이 살아 돌아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만약 돌아온 그가 그들에게 좋은 남편, 좋은 아버지만 되어준다면 그녀 역시 받아들이려고 했었다.그러다 드디어 도범이 살아돌아왔고 지난 며칠간의 대화를 통해 그 남자가 책임감도 있고 생긴 것도 준수하며 딸아이한테 잘 해주는 사람인 것을 확인했다.그녀는 그런 도범이 비교적 마음에 들었었다. 이대로 하루하루 보내다 보면 두 사람 사이의 감정도 자연스럽게 깊어져갈 것이었다.하지만 도범이 정말로 그녀를 속여왔던 거라면 이 남자의 거짓말은 그녀에게 큰 충격을 안겨줄 것이다. 지난 몇 년간 그녀가 해온 온갖 고생들을 순식간에 가치 없는 일로 만들어 버릴 것이다.만약 도범이 정말로 그녀를 속이고 부잣집 사모님의 스폰을 받고 있다는 사실
나봉희가 씩씩거리며 말했다.“왕호 도련님이 말했었어. 그 여자는 돈이 엄청 많은 부잣집 사모님일 거라고. 자신의 남편이 자신이 제비나 키우는 걸 알게 될까 두려워 마스크까지 끼고 얼굴을 꽁꽁 숨기고 있었던 거라고!”“맞아요 맞아요. 찔리는 게 없으면 왜 마스크까지 꼈겠어요? 분명 저 두 사람이 남들에게 알려져셔는 안 될 사이니까 그런 거예요!”장소연이 맞장구를 쳤다.“그 여자 도대체 누구야?”박시율이 도범을 똑바로 쳐다보았다. 그녀는 사진 속 여자가 돈도 많아 보이고 옷도 섹시하게 차려입은 모습을 보고 걱정스러운 마음이 들기도 했다.“내 친구야!”도범이 피식 웃었다.“마침 경매장으로 가는데 함께 가지 않겠는가하고 전화 와서 같이 갔던 것뿐이야.”“친구? 무슨 친구?”나봉희가 곧바로 추궁하며 물었다.“너한테 언제부터 그렇게 돈 많은 친구가 있었어? 그렇게 돈 많은 친구가 있었다면 5년 전 어머니 치료비 2억 원이 없어서 우리 박 씨 가문 데릴 사위로 들어오지도 않았겠지! 왜 애초에 그녀한테 가서 빌리지 않았어?”그 말에 도범이 어처구니없다는 듯이 답했다.“그때는 그녀도 그렇게 돈이 많지 않았어요. 그저 코흘리개 꼬마였으니까요.”“하하 그 말을 우리가 믿을 것 같아?”“5년 전에는 2억도 빌려주지 못했는데 5년 후에는 경매장에서 야명주 하나 사려고 천억 원을 쓸 수 있다고?”박해일이 한걸음 앞으로 나서며 싸늘하게 웃었다.평소에 말수가 적던 박영호마저 화를 내며 도범을 바라보았다.“도범 너 이 자식, 만약 네가 정말로 내 딸 몰래 부잣집 사모님 뒤꽁무니나 쫓아다녔다면 나 박영호가 절대 널 가만두지 않을 것이다. 당장 내 딸과 이혼해야 할 것이야!”“그 친구가 누군데? 어떡하면 5년 사이에 그렇게 많은 돈을 벌 수 있어? 무슨 일을 하는 여자야?”박시율이 도범에게 물었다. 5년 전에는 돈이 없다가 5년 후 경매장에서 천억 원짜리 야명주를 살 수 있다는 건 너무 비현실적인 일이 아닌가. 도대체 5년간 무슨 일을 해야 그 많은 돈을 벌
“하하 네놈 거짓말이 날이 가면 갈수록 늘고 있구나. 너무 그럴듯하게 말해서 하마터면 믿을뻔했어!”나봉희가 다시 한번 그를 비웃었다.“도범이 너에게 몹시 실망했다!”박영호 역시 체념한 듯 머리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의 눈 속에 실망한 기색이 가득했다.“네놈이 퇴역하더니 점점 큰소리만 느는구나. 군대 생활 몇 년 했다고 자신이 뭐 대단한 사람이라도 되는 것 같더냐? 할아버지 칠순 잔칫날에는 60억을 내놓을 수 있다고 큰소리치고, 그 뒤로는 쩍하면 다른 사람들과 싸움이나 하지를 않나, 어렵게 직장을 구했나 싶었더니 그것도 거짓말일 수도 있는 것도 모자라, 출근도 하지 않고 다른 부잣집 사모님 비위나 맞춰주러 다녀!”박영호가 잠시 숨을 고르더니 다시 이어 말했다.“나는 네가 자신의 거짓말을 숨기기 위해 그 위대한 전신을 감히 자기 친구라고 말할 줄은 몰랐다. 하하 왜 구대 전신 모두가 너의 친구라고 하지 않고?”도범이 식은땀을 흘렸다. 구대 전신이 모두 자신의 제자라는 말을 안 했기 다행이지 그 말까지 했었다면 더욱 믿지 않았을 것이다.“여보, 당신은 날 믿어?”도범이 마지막으로 박시율을 바라보며 진심을 다해 말했다.“저들이 믿어주든 말든 상관없어. 나는 당신만 나를 믿어주면 돼!”“하하”그때 박시율이 웃음을 터뜨렸다. 그녀의 눈 속에 실망한 기색이 역력했다.“믿냐고? 도대체 어떻게 믿으라는 거야? 그녀가 그저 당신 친구라고 말하면 차라리 믿기 더 쉽겠어. 그런데 전신이라니. 하하 당신 티브이를 너무 많이 본 거 아니야? 전신 같은 거물급 인사가 우리가 만나고 싶으면 만날 수 있는 사람인 줄 알아?”“맞아요 맞아요!”장소연이 팔짱을 낀 채 맞장구쳤다.“제가 듣기로 수많은 일류 가문, 이류 가문 가주들이 직접 찾아갔어도 전신이 그들을 집안에 들이지도 않았다던데요. 한낱 군바리 주제에 자신이 전신 친구라고 주장하다니요? 그걸 믿는 사람이 바보죠!”그녀의 말에 도범의 낯빛이 굳어졌다. 그가 땅을 차고 날아오르더니 순식간에 장소연 앞에 나타나
도범이 박해일을 보더니 차갑게 말했다, 이는 원칙 문제였다.“도범, 너 간이 배 밖으로 나온 거야? 감히 내 아들을 때리다니!”나봉희는 그 모습을 보곤 화가 나서 도범에게 달려들었다.나봉희는 자신의 장모님이었기에 도범은 그녀를 피할 수밖에 없었다.“이, 이게 어떻게 된 거예요? 사돈, 무슨 일이에요?”그때 지유와 수아를 데리고 장을 보러 갔다가 돌아온 서정이 도범을 쫓아다니며 때리려고 하는 나봉희를 보곤 다가가 말렸다.나봉희는 도범의 몸에 손을 대지 못하고 힘만 들였다, 그리곤 숨을 몰아쉬며 허리를 짚고 말했다.“다 당신 아들 때문입니다, 감히 내 아들을 때리다니!”“어머니, 말씀은 똑바로 하셔야죠. 박해일이 먼저 손을 댄 거잖아요, 도범도 그저 해일이를 한 번 잡아당긴 것뿐이에요, 그런데 해일이가 똑바로 못 선 거고요.”박시율이 불퉁하게 말을 하곤 도범을 보며 물었다.“도범, 마지막으로 물을 테니까 똑바로 대답해. 그 여자 정말 전신 장진이야? 두 사람 정말 친구사이 일 뿐이고?”“응, 정말 전신 장진이야.”도범은 난감했다, 자신이 진실을 얘기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누구도 믿어주지 않았기 때문이었다.“아직도 나를 속이고 있네? 이제부터 다시는 네 말 안 믿을 거야!”박시율이 절망스러운 목소리로 도범을 보며 말했다.“가, 나 당신 보고 싶지 않아, 혼자 있고 싶어!”“시율아, 이, 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거야? 여전신은 또 뭐고?”서정이 아무것도 모르겠다는 듯 물었다.“어머니, 나중에 말씀해 드릴게요.”도범은 서정을 바라보다 다시 진지한 얼굴로 박시율을 봤다.“내 말 사실이야, 장진 정말 전신이고. 나를 믿지 못하겠으면 나도 방법이 없긴 한데 앞으로 당신이 나를 믿게 될 거라고 생각해.”말을 마친 도범이 다시 나봉희의 앞으로 와 말했다.“어머니께서 저를 인정하든 안 하든 저는 상관없어요, 하지만 며칠 전에 했던 말 아직 유효한 거죠? 어르신 생신 때 갈게요, 할아버지 선물도 알아서 준비하고 박이성에게 줄 20억도 가지
“풍린수의 가장 큰 약점은 지능이 낮다는 거야. 이들은 그렇게 많은 꾀를 부리지 않기 때문에 무사들이 조금만 머리를 쓰면, 버티기만 해도 풍린수를 처치할 수 있지.”삼각눈의 남자는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혹시 구록종이 무슨 종문인지조차 모르는 건 아니겠지? 방금 구록종을 언급했을 때, 네 표정이 어찌나 비웃음이 깃든지 말이야. 중주에 어떤 강력한 종문들이 있는지조차 모르는 거 아니야? 넌 정말 중주 출신이 맞긴 한 거냐?”이 일련의 의심에 삼각눈을 가진 남자는 점점 오수경을 변두리에서 나온 우물 안 개구리라 여겼다. 그렇지 않다면 그런 말을 할 리 없었다. 오수경은 무심코 입꼬리가 바들바들 떨렸다. 이제야 도범이 왜 침묵을 즐기는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이들과 다투는 것은 시간 낭비일 뿐이었다. 애초에 오수경은 이들과 말다툼을 할 생각조차 없었지만, 이제는 이들이 오수경을 끝없이 몰아붙이고 있었다.오수경은 인상을 찌푸린채 말했다.“물론 구록종은 중주 7품 종문 중 하나로, 그중에서도 손꼽히는 강자라는 것을 잘 알고 있지.”그러자 삼각눈을 가진 남자는 오수경의 말을 듣고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그런데 왜 내가 구록종을 언급했을 때, 네 얼굴에는 비웃음이 서린 거냐?”오수경은 미간을 찌푸린채 되묻고 싶었다.‘네가 어떻게 내 얼굴 표정을 그렇게 자세히 본 거야? 난 내 얼굴에 어떤 표정이 있는지도 몰라.’이 삼각눈을 가진 남자는 모든 걸 알고 있는 듯했다.오수경은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 목소리를 높여 이들과 싸우려는 순간, 도범이 오수경을 막았다. 그러자 도범이 일부러 목소리를 낮추지 않고 말했다.“이 사람들과 싸워서 뭐하겠어? 저들과 싸우는 건 네 시간만 낭비하는 거야. 이들은 네가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할 수 없는 사람들이야.”이 말에 주위는 순간 조용해졌다. 도범은 지금까지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아 사람들이 도범을 허세 부리지 않는 사람으로 생각했으나, 도범의 말은 그들의 예상과는 완전히 달랐다.오수경도 이미 충분히 오만했지만
“역시 숲이 크면 별의별 새가 다 있는 법이지. 거울이라도 보고, 자신이 어떤 존재인지 알아봐야 할 텐데, 감히 그런 말을 하다니.”그 중 한 명이 손가락으로 앞쪽에 서 있는 흰 옷을 입은 사람을 가리키며 말했다.“저기 흰옷 입은 사람 보이지? 저 사람은 구록종 출신으로 친전 제자야. 그런데도 30분이 되서야 겨우 수정구를 파란색으로 바꿨다구! 방금 그렇게 큰소리쳤으니, 네 옆에 있는 이 친구가 첫 번째 관문을 통과해서 보라색 수정구를 파란색으로 바꾸는 데 얼마나 걸리는지 한 번 볼까?”다른 사람도 거들며 말했다.“그래, 말 좀해봐. 네가 그렇게 치켜세운 저 친구가 보라색에서 파란색으로 바꾸는 데 얼마나 걸릴 것 같아?”주변 사람들은 이 상황을 재미있어하며 오수경을 계속 몰아세웠다. 그들은 오수경에게 도범이 첫 번째 관문을 통과하는 데 걸리는 시간을 말하라고 강요하며, 주변 사람들이 얼마나 오랜 시간이 걸렸는지까지 구체적으로 언급했다.이들 대부분은 6품 종문이나 자유 무사 출신으로, 첫 번째 관문을 통과하는 데 최소 4시간이 걸렸다. 출신이 뛰어난 천재들과는 비교조차 되지 않았다.처음에는 오수경이 이들과 대화할 생각이 전혀 없어서 입을 꾹 다물고 인상을 쓰며 침묵을 지켰다. 그러나 이들은 끈질기게 질문을 던지며 진실을 밝히지 않으면 물러서지 않겠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오수경은 도범에게 도움을 구하는 눈빛을 보냈지만, 도범은 눈썹을 살짝 치켜올리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네가 만든 일이니 네가 해결해.”도범은 오수경이 이미 여러 번 경솔하게 발언해 문제를 일으킨 적이 있기 때문에, 매번 오수경의 뒤처리를 해줄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오수경은 어쩔 수 없다는 듯 한숨을 쉬고, 계속되는 질문에 결국 고개를 들어 크게 말했다.“저 사람들이 30분이 걸린다면, 도범 오빠는 15분이면 충분해!”오수경은 어차피 모든 것을 걸고 말하기로 했다. 이 사람들은 정말 짜증나는 존재들이었기 때문이다. 오수경의 말이 끝나자마자, 주위 사람들은 오수경의 말에 반
두 마리의 풍린수를 처치하면 수정구는 파란색에서 청색으로 변하게 된다. 그때 무사는 몇 배나 강력해진 풍린수와 마주하게 되며, 이 마지막 풍린수를 처치해야만 4층을 통과하여 5층에 진입할 자격을 얻게 된다.도범의 설명을 들은 오수경은 미간을 찌푸린채 되물었다.“그러니까 4층은 사실 세 단계로 나뉜다는 말이지? 수정구의 색이 변할 때마다 단계를 하나씩 통과하는 거야. 총 세 가지 색이 있는 셈이니까, 5층으로 가려면 세 번을 모두 통과해야 하네.”도범은 고개를 끄덕였고, 오수경은 손가락을 꼽아가며 말했다.“즉, 네 마리의 풍린수를 상대해야 한다는 거지. 첫 번째 풍린수는 상대적으로 약하고, 두 번째와 세 번째 풍린수는 좀 더 강해지지만, 가장 강력한 풍린수는 마지막 한 마리라는 거군. 이 마지막 풍린수를 처치해야 비로소 통과가 완료되는 거네.”도범은 다시 한번 고개를 끄덕였다. 오수경의 정리가 꽤나 명확했다. 오수경은 5층으로 순조롭게 진입하려면 이 절차를 그대로 따라야 한다. 네 마리의 풍린수를 모두 처치해야만 5층으로 올라갈 수 있었다.오수경은 웃으며 말했다.“4층은 도범 오빠에게 전혀 어려운 일이 아니겠네. 그 무슨 풍린수라는 것도 결국 선천 후기에 불과하니까 말이야.”이 말을 끝내기도 전에, 도범이 답하기도 전에 주위의 사람들이 참지 못하고 들고 일어섰다. 그들이 일부러 사람이 적은 곳을 선택하긴 했지만, 그래도 많은 사람이 모여 있는 곳이었다. 그리고 오수경의 말이 크게 들리자 주변 사람들이 주의를 기울이게 된 것이다.이때, 눈이 삼각형 모양인 한 사내가 오수경의 말을 듣고 냉소를 터뜨렸다.“너는 저 녀석의 부속인이겠지? 어디서 그런 배짱을 얻었길래 그런 말을 할 수 있는 거냐? 마치 4층이 이 어린 녀석에게는 쉬운 일인 것처럼.”그러자 삼각눈 사내 옆에 서 있던 백색 옷을 입은 남자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저 사람은 말이 너무 과장된 것 같아. 풍린수가 얼마나 상대하기 어려운 상대인지 전혀 모르는 것 같은데, 그냥 입만 뻐끔했
도범은 한숨을 내쉰 후 다시 입을 열었다.“네가 오양수와 대결할 때, 나는 곽치홍이 너희 두 사람의 싸움을 계속 지켜보는 것을 발견했어. 그래서 곽치홍을 주시하고 있었는데, 나중에 곽치홍도 내가 본인을 보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지. 하지만 내가 너무 멀리 있어서 곽치홍의 표정을 자세히 볼 수 없었어. 그런데 곽치홍이 나를 쳐다볼 때, 마치 독사에게 주시당하는 느낌이 들었어. 네가 전에 말했던 게 맞아, 곽치홍은 분명 우리에게 적대감을 품고 있어.”도범은 고개를 끄덕였다. 곽치홍이 등장한 이후로, 온갖 의문들이 곽치홍의 마음속에 떠올랐다. 이전에 장로들이 했던 말은 전부 믿을 수 없었고, 이 안에 더 큰 비밀이 숨어 있을 게 틀림없었다.도범이 숨을 고르고 막 입을 열려던 순간, 오수경이 먼저 말했다.“네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알아. 나를 위로하려고 하지 마, 이제 다 이해했어. 내가 전에 했던 충동적인 행동들이 너에게 폐를 끼쳤다는 걸 알아. 앞으로는 항상 이 점을 명심하고, 더 이상 너에게 폐를 끼치지 않을 거야.”오수경의 이 말을 듣고 나니 도범은 한결 마음이 놓였다. 오수경은 단순한 순진한 바보였고, 팔 다리는 튼튼하지만 머리는 물에 잠긴 것 같아 항상 충동에 휘둘렸다. 하지만 이번 일을 겪고 나서 오수경도 자신을 돌아보게 되었다.그렇게 말하고 나서 오수경은 마치 무거운 짐을 내려놓은 듯 편안해졌다. 두 사람은 함께 4층으로 발을 내디뎠다.그곳은 희미한 빛으로 덮인 광활한 초원이었다. 초원 위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는데, 대부분은 풀밭 위에 가부좌를 틀고 앉아 손에 든 수정구를 받쳐 들고 있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눈을 감고 명상하는 것처럼 보였고, 소수의 사람들은 낮은 목소리로 무엇인가를 이야기하고 있었다.분위기는 침묵과 압박감이 공존했다. 누군가가 이야기를 한다 해도 일부러 목소리를 낮췄다. 여기가 바로 천엽7현탑의 4층이었으며, 겉보기에는 환상 세계와도 같았다.오수경은 눈을 깜빡이며 도범의 손에 들린 보라색 수정구를 한 번
이 말을 들은 오수경은 고개를 저으며 완강히 거부했다.“나는 3층에 남고 싶지 않아. 도범 오빠가 4층을 돌파하면, 분명히 5층도 갈 거잖아. 천엽 7현대는 총 7층인데, 도범 오빠가 7층까지 돌파할 수도 있잖아? 그럼 도범 오빠는 다른 곳으로 바로 전송될지도 모르는데, 그러면 나 혼자 3층에 남게 되잖아. 그땐 난 어떻게 해야 하지?”도범은 오수경의 말을 듣고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오수경의 걱정도 일리가 있었다. 만약 도범이 정말 7층까지 한 번에 돌파한다면, 천엽 7현대는 자신을 완벽한 도전자로 간주할 가능성이 높았고, 보상을 주고 다른 곳으로 전송할 수도 있었다.그렇게 되면 오수경을 홀로 남겨두게 되는데, 도범과 다시 만날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었다. 여러 가지로 생각한 끝에, 도범은 여전히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한편, 오수경은 도범이 망설이는 모습을 보고 조급해졌다. 오수경은 도범의 팔을 잡으며 간절히 말했다.“난 도범 오빠의 인맥으로 천엽성에 들어온 거야. 인맥으로 들어온 만큼, 나는 어떠한 도전도 직면하지 않을 거고, 그저 도범 오빠만 따라가면 계속 위로 올라갈 수 있어. 어떤 위험이 닥치더라도, 나는 절대 혼자서 떠나지 않을 거야. 정말 운 나쁘게 여기서 죽더라도, 제가 감수해야 할 일이니까.”오수경의 이 말은 진심이었다. 도범을 처음 만난 이후, 오수경은 자신의 인생이 위험과 맞물려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하지만 그건 자신이 바꿀 수 없는 일이었다.다른 것은 판단할 수 없었지만, 한 가지는 확실했다. 도범은 매우 신뢰할 만한 사람이었고, 그 뒤를 따라가야만 생존의 가능성을 얻을 수 있었다. 오수경은 이곳에서의 2년을 버텨내어 바라문 세계를 떠나, 자금단방으로 돌아가 다시는 나오지 않기를 바랐다.도범은 오수경의 결심을 확인하자, 마침내 고개를 끄덕였다. 두 사람은 함께 걸음을 옮겨 4층의 입구에 도착했다. 그곳에는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고, 모두가 다소 망설이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미래의 운명을 예측할 수 없기에 그들
도범은 냉소를 띠며 말했다.“전 당신과 싸울 생각 없어요. 다만 한 가지 중요한 일을 잊고 있는 건 아닌지 생각나게 해주러 왔을 뿐이죠.”도범의 말에 민경운은 순간 얼어붙었다. 민경운은 잠시 고민하며 무슨 의미인지 되새겼고, 이내 도범이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 깨달았다. 바로 얼마 전 자신과 도범 사이에 벌어진 내기 때문이었다.그 순간, 민경운의 가슴은 마치 여러 개의 큰 돌이 짓누르는 듯 답답해졌다. 그러나 민경운은 이를 갈며 분노를 삼켰다. 애초에 민경운은 도범이 절대로 이번 대결에서 이길 수 없을 것이라 확신하고 내기를 걸었던 것이다.민경운은 도범이 처참하게 패배할 것이라 생각했고, 자신의 손에 들어올 19만 영정을 기대했었다. 그러나 예상치 못하게 결과는 정반대였다. 도범이 승리한 것이다.이때, 도범은 손을 내밀며 말했다.“빨리 돈을 내세요. 저도 할 일이 있거든요. 그러니 제 시간 뺏지 마세요. 원래 9만 개의 영정으로 내기를 시작했는데, 본인이 10만 개를 더 얹어 19만 개의 영정으로 만든 거잖아요. 그러니 빨리 결제해요.”도범의 이 말에 민경운은 가슴이 터질 듯했다. 상황은 정말로 도범이 말한 대로였다. 도범은 9만 개의 영정으로 내기를 제안했고, 민경운은 도범이 분명히 패배할 것이라 생각하여 곧바로 10만 개를 더해 19만 개로 올렸다. 하지만 결국 자신의 발등을 찍고 말았다.지금 민경운은 자기 뺨을 세게 때리고 싶은 심정이었다. 9만 개의 영정은 민경운에게 꽤나 큰 금액이지만, 19만 개의 영정은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였다. 그러나 두 사람은 이미 계약을 체결했기 때문에 민경운이 이를 되돌릴 방법은 없었다. 만약 민경운이 결제하지 않으면 계약이 곧바로 발동하여, 결국에는 영혼의 역반작용으로 이어지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이후의 일은 의외로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오양수는 원건종의 제자들을 들것에 실어 나갔고, 도범은 마침내 세 번째 영패를 손에 넣었다. 이번 영패는 조금 특이하여 입탑 영패가 아닌 출성 영패로 바뀌어 있었다.이
관중석에는 각양각색의 무사들이 섞여 있었고, 불량배들도 많았다. 평소에 거리에서 욕을 퍼붓기 좋아하는 이들은 이제야 자신들의 능력을 마음껏 발휘할 기회를 찾은 듯, 원건종의 제자들에게 온갖 욕설을 퍼부었다.일부 사람들은 진원을 목에 운용하여 의도적으로 목소리를 크게 했다. 다른 사람들이 듣지 못할까 봐 걱정이라도 되는 듯, 그들은 더욱 큰 소리로 온갖 더러운 말을 쏟아냈다. 이로 인해 도범의 귀는 무척이나 시끄러웠고, 고통스러울 정도였다.도범은 자신과 원건종의 제자들 사이에 오간 몇 마디 대화가 이렇게 사람들을 폭발시키게 될 줄은 몰랐다. 또한, 도범은 어쩔 수 없다는 듯 한숨을 쉬며 이런 싸움은 결국 아무런 결론도 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몸싸움을 할 수도 없고, 계속 말다툼만 이어질 뿐이었다.그래서 도범은 더 이상 들으려 하지 않고, 대련 무대의 한쪽 가장자리로 가서 조용히 서 있기로 했다. 도범은 아직 오양수를 죽일 생각이 없었다. 오양수가 자신에게 했던 그 약속, 즉 죽음보다 더한 고통을 그대로 돌려주고 싶었기 때문이다.시간은 조금씩 흘러갔고, 싸움 소리는 계속해서 끊이지 않았다. 마침내 오양수의 몸부림이 점점 약해지고, 장벽이 완전히 해제되자 원건종의 제자들이 한꺼번에 몰려가서 오양수를 부축했다.한편, 진태산은 눈살을 찌푸린 채 오양수의 코에 손을 대 그의 호흡을 확인했다. 비록 오양수는 아직 숨을 쉬고 있었지만, 그 호흡은 매우 미약했다.민경운은 급하게 자신의 보관 반지에서 여러 개의 단약을 꺼내 오양수의 입에 넣었다. 그러나 이 단약들은 오양수의 현재 상태를 치료하기에는 전혀 효과가 없었다. 방금 도범이 사용한 참멸현공이 오양수의 영혼을 완전히 찢어놓았기 때문이다.영혼이 찢어진 상태에서 내상을 치료하는 단약이 효과가 있을 리 없었다. 따라서 민경운이 오양수에게 많은 단약을 먹였지만, 오양수의 상태는 전혀 나아지지 않은 것이다. 민경운은 점점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만약 오양수가 정말로 이 사건으로 인해 죽는다면, 그들 모두 책임을
“맞아! 당장 우리 오양수 선배를 풀어줘! 양수 선배에게 무슨 일이 생기기라도 하면, 너는 천번 만번 죽임을 당할 거야! 오양수 선배는 도민수 선배가 아니야. 네가 도민수 선배를 죽음 직전까지 몰고 갔을 때는 우리도 나서서 협상할 여지가 있었어.그러나 네가 오양수 선배를 진짜로 죽음 직전까지 몰고 간다면, 염라대왕이라도 너를 보호할 수 없을 거야! 바라문 세계를 벗어나는 순간, 너는 원건종의 끝없는 추격을 받게 될 거야!”바깥에서 들려오는 원건종 제자들의 고함과 욕설은 도범의 귀에 전부 들렸다. 이는 이미 예상된 일이었기에 도범은 일말의 두려움도 느끼지 않았다.원건종은 일반적인 자유 무사들에게 충분한 위압감을 줄 수 있지만, 도범에게는 그렇게 중요한 상대가 아니었다. 원건종이 무엇이건, 자신의 힘이 충분히 강하다면 더 강력한 종문에 가담할 수 있을 테니, 원건종이 손해를 본다고 해도 도범으로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이다.게다가 이번 일은 처음부터 끝까지 원건종이 문제를 일으킨 것이었다. 도범은 결코 선을 넘는 행동을 하지 않았고 원건종 쪽에서 여러 번 도발하지 않았다면, 도범 역시 이들과 싸울 이유가 없었을 것이다.잠시 후, 도범은 차가운 웃음을 지으며 원건종의 제자들을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일부러 목소리를 높여 말했다.“원건종 제자들, 잘 들어! 8품 종문 출신이라는 이유로 제멋대로 행동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마. 처음부터 끝까지 문제를 일으킨 건 너희들이었잖아. 그런데 패배하고 나니 이제와서 나를 협박하는 거야?만약 너희들이 먼저 건드리지 않았다면, 나 역시 너희들과 엮일 생각이 전혀 없었을 거야. 즉, 너희들은 본인들의 강력한 종문을 배경을 믿고 제멋대로 행동해도 된다고 착각하는 거야. 하지만 나는 너희들의 그런 행태를 전혀 묵인할 생각 없어!”도범의 이 말은 관중석에서 큰 박수갈채를 일으켰다. 관중들은 도범이 그들 마음속에 담아둔 말을 대신 말해준 것 같아 고무되었다. 이들 고급 종문의 제자들은 항상 약한 무사들 앞에서만 무력을 과시하며, 이
“오양수는 원건종의 친전 제자 아닌가요? 그런데 어떻게 이렇게 약할 수 있죠?”“당신 바보 아니에요? 이건 오양수이 약한 게 아니라 도범이 너무 강한 거에요! 아까도 말했잖아요? 빙봉천리는 지급 상급 무기에요. 여기 있는 사람들 중에 몇이나 지급 상등 무기를 수련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런데 도범이 빙봉천리를 부순다는 건, 도범의 무기가 오양수의 무기보다 강하다는 걸 의미해요!”“설마 도범이 천급 무기를 수련한 건가요?”이 말이 나오자마자, 주변의 거의 모든 이들이 단번에 부정했다.“미쳤어요? 무슨 말이든 막하네요. 천급 무기가 어떤 개념인지 알고나 하는 소리에요? 수련 경지가 고신경에 도달했거나, 혹은 특별한 재능을 지닌 영천 경지 후기에 이르러야만 천급 무기를 수련할 수 있는 가능성이 생기는 거에요.그리고 여기 있는 사람들은 모두 바라문 세계의 규칙을 지켜야만 이곳에 들어올 수 있고요. 나이도 60세를 넘지 않아야 하죠. 그렇다면 60세가 넘지 않은 사람이 천급 무기를 수련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그렇네요! 아마도 지급 상급 무기를 수련한 거겠죠. 도범이 오양수를 이길 수 있었던 이유는 도범이 지급 하급 무기를 대원만 단계까지 수련했기 때문일 거에요.”“만약 그게 사실이라면, 도범의 재능은 정말 두려운 수준이네요. 8품 종문의 친전 제자조차 도범의 상대가 될 수 없다는 거잖아요!”“이번에 바라문 세계에 온 보람은 있네요. 이렇게 많은 천재들을 직접 눈으로 볼 수 있다니.”오양수와 관련 없는 관중들은 이런 논의를 흥미롭게 이어갔다. 이전에 도범을 비하하던 사람들도 이제는 도범을 칭찬하며, 도범을 백 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천재라고 말하기 시작했다.8품 종문의 친전 제자들도 대수롭지 않게 여겼지만, 원건종의 제자들은 차분할 수가 없었다. 처음에는 관중석에서 편안하게 앉아있던 그들은, 도범이 빙봉천리를 단칼에 베어내는 모습을 보고는 그만 입을 다물고 경악을 감추지 못했다.지금 오양수가 이렇게 극심한 고통을 겪는 걸 보니, 분명 도범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