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마 한지운 저 자식이 시켰을 줄은 생각도 못 했네!”다른 한쪽에서 성경일이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한지운이 왜 저런 짓을 벌인 거지?”“한지운이 도범한테 원한을 품고 있다는 소리는 듣지 못했었는데. 쟤 박시율을 따라다녔던 것도 아니잖아?”“보아하니 저 자식 야명주 때문에 저러는 거 같은데? 자기 돈 쓰고 싶지 않아서 빼앗는 걸 택한 거야! 그런데 저 여자가 저렇게 대단한 실력을 갖고 있다니!”왕호가 자신의 추측을 말했다. 그들도 바보가 아니었다. 그 대머리 놈이 다른 사람도 아니고 하필 한지운을 가리켰다는 건 분명 한지운이 시켰기 때문이었다.“한지운 저놈 도대체 무슨 생각인 거야? 저 여자 딱 봐도 심상치 않은 사람인 것 같은데 이런 모험을 하다니!”모용권이 싸늘한 미소를 지었다.제갈소진은 줄곧 사랑에 빠진 표정으로 도범을 바라보고 있었다.그러다 결국 참지 못하고 사람을 끌고 도범의 앞에 마주 섰다.“저기 잘생긴 오빠 당, 당신 이름이 도범 맞죠? 전화번호 좀 가르쳐 줄 수 있어요?”도범이 식은땀을 흘렸다.“죄송합니다. 저 휴대폰이 없어서요.”“아이참, 저렇게 돈 많은 여자와 함께 다니는 것도 다 돈 때문 아니에요?”“저 여자가 한 달에 얼마씩 주나요? 제가 두 배로 줄 수 있어요!”제갈소진의 볼이 빨갛게 닳아 올랐다.“그런데 저 아직 그쪽으로는 경험이 없어서 그런 일 까지는 생각해 본 적 없어요. 우선 우리 연애부터 해볼까요?”도범은 정신이 아찔해졌다. 그는 당당한 황하의 수호자였고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 없는 장군이었다. 그런 그가 저런 여자한테…그는 아예 제갈소진을 무시하기로 생각하고 한지운을 보며 말했다.“한지운 넌 우리가 그 말을 믿을 거라고 생각해?’“저 자가 날 모욕하는 거야! 너희야말로 무슨 근거로 내가 저 자를 불렀다고 하는 건데?”한지운이 가슴을 쭉 펴더니 빽빽 우기며 말했다.“철썩!”그때 도범이 한지운의 뺨을 사정없이 내리쳤다.“누가 너보고 거짓말 하래?”“너, 너 지금 나 때렸어?”
하지만 도범은 몸을 살짝 틀어 가볍게 상대방의 공격을 피했다. 그리고 긴 다리를 들어 올리더니 순식간에 옆차기로 상대방의 가슴팍을 후려쳤다.“컥!”남자가 피를 토하며 뒤로 벌렁 나자빠지는가 싶더니 그 자세로 몇 미터는 날아가 바닥에 꽂혀버렸다. 온몸의 뼈가 마디마디 부서지는 듯한 고통이 밀려왔다.“정, 정말 우리가 부른 거 아니야!”한지운은 절대 인정할 수 없었다. 그걸 인정하는 건 자신이 소인배라는 것을 인정하는 것과 다름이 없었다.경매장에서 물건을 빼앗겼다고 길 가던 사람 붙잡고 빼앗으려 했다는 소문이 퍼지기라도 하면 이제 한 씨 가문은 제대로 얼굴을 들고 다닐 수 없게 될 것이다.“자기가 한 일을 인정하지도 못하는 게 과연 남자라고 할 수 있나?”도범이 다시 한번 손을 올려 한지운의 뺨을 내리쳤다.이번에는 아까보다 더욱 힘을 실어 때린 탓에 상대방의 얼굴이 곧바로 울긋불긋하게 부어올랐다.“너, 너 이 자식 다시 나한테 손찌검하기만 해? 내가 우리 아버지한테 다 이를 거야! 그러면 아버지가 절대 너를 용서하지 않을…”“철썩!”“난, 난 한 씨 가문의…”“철썩!”한지운이 한 마디씩 변명할 때마다 도범은 그의 뺨을 한 대씩 후려갈겼다. 뺨 때리는 소리가 찰지게 울려 퍼졌다.“내, 내가 부른 사람들 맞아!”한지운은 당장이라도 울 것 같은 얼굴이었다. 이대로 끝까지 인정하지 않다가는 뺨 맞다 죽을 수도 있을 것 같았다.하지만 그는 곧바로 말을 덧붙였다.“하지만 내가 사람을 부른 건 그냥 너를 손 봐주고 싶었던 것뿐이야. 지난번 우리 사이에 있었던 불미스러운 일이 두고두고 생각나서 너한테 본때를 보여주고 싶었던 것뿐이라고! 절대 너희들의 야명주를 빼앗을 생각은 없었어!”“이번 말은 절반 정도는 믿어 주지.”도범이 싸늘한 표정으로 빨갛게 부어오른 상대방의 얼굴을 보고 손을 휙휙 내저었다.“꺼져. 앞으로는 내 앞에 얼굴을 적게 비추는 게 좋을 거야. 네가 사람 노릇도 못하면서 거짓말이나 계속하고 다니면 내가 어떻게 해야 사람답게 살
“제기랄 정말 멋있잖아!”늦은 저녁, 박이성이 집에 들어오더니 흥분한 목소리로 말했다.“할아버지, 아버지 저 오늘 오후에 엄청난 소식을 들었어요!”“무슨 소식인데 그러느냐?”거의 밖에 나갈 일이 없는 박진천이 궁금해하며 물었다.“글쎄 오늘 어떤 퇴역 군인 녀석이 한 씨 가문 도련님 귀싸대기를 날려버렸대요. 그것도 여러 번이나 때려서 한지운의 얼굴이 다 납작해질 정도가 되었다고 하더라고요. 완전 카리스마 넘치지 않아요?”“젠장, 도대체 그 퇴역 군인이라는 놈은 누굴까요? 어떻게 담이 그렇게 클 수 있죠? 한 씨 가문은 무려 이류 가문이잖아요. 한지운의 귀싸대기를 날렸다는 건 한 씨 가문 사람들의 귀싸대기를 때린 것과 다름없지 않나요?”박이성은 자신이 마실 와인을 따르며 신바람이 나서 말했다.“저 그렇게 카리스마 넘치는 사람 처음 봐요. 완전 내 우상이에요!”“그저 한낱 퇴역 군인이 감히 한지운을, 한 씨 가문의 뺨을 때렸다고?”박준식이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되물었다.“너 그 소식 믿을만 곳에서 들은 거야?”“어떤 건재상한테서 들은 건데 믿어도 될 거예요. 그 자가 말하길 그 남자가 어찌나 강한지 하마터면 한지운이 울뻔했다던데요!”박이성이 와인을 벌컥벌컥 마시더니 잔을 내려놓고 흥분한 목소리로 말했다.“그리고 오늘 경매장 쪽에서 야명주가 경매에 올랐는데 그 야명주가 글쎄 평범한 물건이 아닌가 보더라고요. 크기는 탁구공만 한데 전문가들이 끊임없이 연구해 본 끝에 그걸 침대 맡에 두고 자면 숙면에 도움을 줄 수도 있고 심지어 사람의 신진대사를 늦추어 장수 효과까지 볼 수 있다고 해요!”“이 세상에 그렇게 신기한 물건이 다 있단 말이냐?”그 말을 들은 박진천은 순간 마음이 동했다. 그런 효능을 지닌 보물은 그처럼 나이가 지긋한 사람들이 가장 탐내는 물건이기도 했다.그는 이제 곧 이른 살을 앞두고 있었다. 하루가 다르게 몸이 쇠약해지는 것도 느낄 수 있었다. 만약 그 물건이 정말로 장수의 효과를 지니고 있다면 자신이 일 이년 정도는 더 오래
박이성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그 야명주는 치열한 경매 끝에 신분을 알 수 없는 여자의 손에 들어갔다고 해요. 그 여자는 나이도 많아 보이지 않았는데 글쎄 무려 천억 원을 불러서 야명주를 손에 넣었대요!”“천억 원?”그 말에 박진천이 숨을 들이켰다. 웬만한 사람은 감히 부를 수 없는 거금이었다. 만약 박 씨 가문에서 이번 경매에 관한 소식을 미리 알고 참석했어도 그저 구경꾼으로 전락했을 것이다. 그들은 야명주에 하나에 그렇게 큰돈을 쓸 수 없었다.물론 박 씨 가문에 그만한 돈이 없다는 건 아니었다. 단지 회사를 이끌어 가려면 어느 정도의 재산을 남겨두고 있어야 했다. 비록 그 유동 자금액이 감히 이류 가문, 삼류 가문과는 비할 수도 없는 금액이긴 했지만 말이다.“여자라고? 아무렇지도 않게 천억 원을 부를 수 있는 여자라면 일류 가문의 안주인인가?”박준식이 놀라워하며 물었다.“아마 아닐 거예요. 그 여자는 마스크와 선글라스까지 장착했었는데 엄청 신비스러웠다고 해요. 몸매도 끝내줬는데 이십 대 초반 정도로 보였대요. 도대체 어떤 거물급 인사를 스폰서로 끼고 있는지는 모르겠는데 아무도 그녀가 누군지 알아본 사람이 없대요. 아무튼 돈이 엄청 많았고 싸움 실력도 어마어마하다고 했어요!”“경매장에서 나오자마자 한지운한테 매수당한 양아치들이 그녀를 둘러싸게 되었는데 아마 그 야명주를 빼앗으려고 했었던 것 같아요. 그리고 어떻게 되었는지 아세요? 검은 띠 고수까지 속해있는 오 육십 명 정도 되는 사람들이 몽땅 그 여자한테 맞아서 쓰러졌대요. 그 여자 보통이 아니에요!”박이성이 이어서 설명했다.“아까 한지운의 뺨을 후려쳤다던 그 남자는 그 여자의 일행이라고 하더군요. 제 생각에는 아마 그 여자의 부하인 것 같아요. 하지만 어떤 사람들은 여자가 남자한테 스폰을 대준다고 말하기도 하더라고요. 그 남자가 좀 잘 생겼나 봐요. 저한테 이 소식을 전해준 건재상도 자세한 내막은 잘 모르는 것 같아요!”“그 말인즉슨 그 여자가 확실히 보통이 아니라는 거예요!”박진
“그놈의 우상 소리 좀 집어치우거라!”박준식이 자신의 아들을 노려보며 말했다.“중주에 있는 이류 가문과 일류 가문 중 어느 집안에 대단한 인물이 하나 없겠어? 성 씨 가문만 하더라도 장건이 있잖니. 듣건대 그놈 혼자서 몇 백 명은 상대할 수 있다고 하더구나!”“아버지 그 장건이라는 사람은 절대 내 우상의 상대가 되지 못할 겁니다!”“생각해 보세요. 제 우상은 첫째로 그 신분이 아주 신비한 사람이고 거기에 악한 자들을 처단하는 정의감까지 갖고 있어요!”“둘째로 그 자는 슬리퍼를 신고도 상처하나 없이 싸움을 끝내버리는 분이란 말입니다. 제가 듣기로 그 장건이라는 자는 그때 싸움을 끝낸 후 엄청 심한 상처를 입었다고 했어요. 결론적으로 저는 신용당 사람들을 때려눕힌 제 우상이 무조건 장건보다 대단한 실력을 갖고 있을 거라고 믿어요!”박이성은 말하면 말할수록 이름 모를 그에 대한 존경심이 커져갔다. 그는 자신의 우상을 너무나 만나고 싶었다.“어휴 우리 박 씨 가문에도 보디가드는 적지 않지만 안타깝게도 이들 모두 그리 대단한 실력들은 아니지. 이들 중 진정한 강자는 한 명도 없어.”“요즘에는 조금만 실력 있는 보디가드들도 월급을 몇 천만, 심지어 억 단위로 부른다고 하더구나. 그런 자들을 한두 명만 채용한다고 해도 돈이 어마어마하게 들 거야!”박준식이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지금 우리는 남산 지역 재개발 사업을 무사히 따내는 게 가장 중요해. 그것만 따내면 돈은 자연스럽게 들어오게 될 거고 그러면 실력 높은 고수를 채용하는 건 일도 아니지!”박진천이 박이성을 보며 말했다.“이 일은 시율이와 잘 상의해 보고 결정하도록 하거라 알았지? 너희 두 사람 사이가 껄끄럽다는 것을 잘 알고 있지만 우리 박 씨 가문을 위해서라도 이번 기회에 서로에 대한 오해를 풀도록 하거라!”“걱정 마세요 할아버지, 저는 걔한테 아무런 악감정이 없어요. 그저 박시율이 아직까지 저희에 대한 서운한 감정을 마음에 담아 두고 있을까 그게 걱정이죠!:박이성이 그렇게 말을 하더니 씩
“오빠 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신분을 알 수 없는 여자는 뭐고? 직업 도덕이 없는 보디가드는 또 뭔데? 그리고 도범 씨가 왜 그곳에 있었던 거야?”오빠가 중얼거리는 소리를 들은 용신애가 어안이 벙벙하여 물었다.“아 그게 어떻게 된 거냐면, 오늘 내가 그곳에 도착하여 보니…”용천수는 가족들에게 오후에 있었던 일련의 사건들을 상세하게 설명하기 시작했다.“도범 씨가 한지운 도련님을 때렸단 말이야? 웬 이름 모를 여자는 천억 원을 내고 야명주를 가져갔고? 맙소사, 아까 오후에 나도 오빠를 따라 경매장으로 갔을 걸 그랬어. 집에서 낮잠이나 잘게 아니고. 정말 재밌는 구경거리를 놓쳤잖아!”용신애가 엄청 흥분하며 말했다. 그녀는 생각하면 할수록 오후에 오빠를 따라 경매장으로 함께 가지 않은 것이 후회되었다.“도범이 스폰을 받는다고? 허허 어떻게 그런 생각들을 할 수 있는지. 도범은 돈이 부족한 자가 아니야. 그리고 우리가 월급을 무려 40억씩 주고 있는데 굳이 아르바이트까지 할 필요가 있겠느냐?”용준혁이 큰소리로 웃으며 말했다.“그 여자가 마스크에 선글라스까지 꼈다고 하는 걸 보니 아마 평범한 신분은 아닐 거다. 그리고 도범 역시 그녀의 보디가드일 리가 없고. 그들이 어깨를 나란히 하고 걸어갔다면 아마 친구 사이일 가능성이 크지. 도범이 우리 가문 보디가드를 맡고 있는 것도 그에게는 이미 충분히 신분을 낮춘 건데 다른 일을 더 찾았을 리가 없다!”“아버지, 그 자를 너무 높게 보시는 거 아니에요? 그자가 과연 아버지의 생각대로 그렇게 대단한 사림일까요?”용천수는 여전히 자신의 아버지가 도범을 너무 과대평가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넌 아직 너무 어려. 내 말 명심하거라. 절대 그 자의 심기를 건드려서는 안 된다. 물론 우리가 일부러 그에게 잘 보이려고 한다는 느낌을 줘서 그가 귀찮은 마음이 들게 해서도 안 되지. 하지만 일단 기회만 생기면 어떻게든 그의 도움이 되어야만 해. 그래서 그가 우리 집안에 빚을 졌다는 생각이 들게 할 수 있으면 그것보
용준혁은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흥분되었다. 그는 그 여자가 현재 중주에서 가장 강하고 무서운 존재라고 불리는 장진일 것이라는 생각을 떨칠 수 없었다.도범이 그녀와 함께 경매장으로 갔다는 건 두 사람 사이가 제법 친근하다는 뜻이었고 그게 사실이라면 자신의 추측이 정확했다는 것을 증명할 수 있었다.“전 장진의 얼굴을 본 적 없어서 확신하지 못하겠어요. 아버지 이건 그저 우리의 추측일 뿐이잖아요!”용천수가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내가 지금 바로 검색해서 전신의 사진을 보여주마! 구대 전신의 사진이라면 인터넷에 널리고 널렸다!”용준혁은 밥 먹을 생각도 못 할 정도로 흥분한 상태였다. 그가 서둘러 휴대폰을 꺼내 들고 사진을 검색하기 시작했다.잠시 후 그가 고심 끝에 장진의 전신 샷을 선택하여 용천수에게 건넸다.“여기 그녀의 전신이 담긴 사진이다. 전신들은 사생활을 찍은 사진이 없어서 온통 군복을 입은 사진밖에 없구나. 그저 몸의 형태만 비교해 보거라!”용천수가 한참 동안 사진을 자세히 들여다보았다.“몸매와 키, 그리고 이 체형까지 정말 너무 비슷한데요!”그 한마디에 용 씨 어르신과 용준혁의 시선이 허공에서 부딪혔다. 두 사람이 동시에 웃음을 터뜨렸다. 그들의 예상이 맞는 것 같았다.하지만 용천수가 다시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오늘 제가 본 그 여자는 스커트 차림에 엄청 여성미 넘치고 섹시한 분위기를 풍겼는데 사진 속 이 여자는 표정도 굳어있고 눈에서는 살기가 넘치는데요? 완전 다른 사람 같아 보여요!”“이제 퇴역도 했는데 여성스러운 옷차림으로 갈아입으면 자연스럽게 풍기는 분위기 또한 달라지지 않겠느냐?”“키와 몸매가 비슷하고 거기다 오늘 있었던 일까지 해서 볼 때 난 그녀가 구대 전신 중 한 명인 장진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용준혁이 씩 웃으며 말했다.“전신이 야명주를 마음에 들어 할 줄은 상상도 못했구나. 직접 경매장에 나타나서 그 물건을 사들이기까지 하다니!”용 씨 어르신이 잠시 생각하다 말했다.“참 혹시 경매장에서 그녀의 미움
용천수는 순간 뭔가 생각났는지 다급하게 말을 이었다.“맞아요 맞아요. 아까 그곳에는 왕호도 있었고 우 씨 가문 사람들도 있었는데 모두들 그 여자의 신분이 궁금하다는 말을 했었어요. 그것 빼고는 전 그녀와 별다른 격한 말다툼 같은 걸 한 적 없어요!”용준혁은 그 말을 듣고 그제야 한시름 놓을 수 있었다.“불행 중 다행이구나. 앞으로 명심하거라. 도범과 그 여자, 아니 도범 주위의 모든 사람들을 포함해서 절대 그들에게 미움을 사지 말거라. 그러다 만약 상대의 심기를 잘못 건드리기라도 하면 우리 용 씨 가문이 중주에서 퇴출 당할 수도 있어!”“네 알겠습니다!”용천수는 속으로 식은땀을 닦아냈다. 그는 오늘 자신이 직접 나서지 않은 것을 천만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만약 자신이 직접 나서서 시비를 걸었다면 아마 한지운과 같은 꼴이 되었을 것이다.그 시각 한 씨 가문, 한 씨 가문의 가주도 빠르게 낮에 있었던 일을 전해 듣게 되었다.그곳에는 한 씨 가문의 가주와 가문의 중요 인사들이 모두 모여있었다. 한지운은 볼이 빨갛게 부어오른 채 고개를 푹 수그리고 가주 앞에 마주 서있었다.“너 이 자식 아주 간이 배 밖으로 튀어나왔구나! 내가 그렇게 사고 치지 말라고 거듭하여 일러두었는데도 끝내 말을 안 듣고 이 사달을 내는 거냐! 돈으로 사람을 사서 야명주를 빼앗으려고 했다고? 아주 동네 창피한 짓은 다 하고 다니는구나. 네가 우리 가문 망신을 다 시켰어!”한 씨 가문의 가주가 화를 이기지 못하고 눈에 핏발이 선 채로 주먹을 꽉 쥐었다.“아버지 이번 일은 제가 잘못한 게 맞아요!”“하지만 그 도범이라는 자식이 정말 너무 했단 말이에요. 그렇게 많은 사람들 앞에서 나를 때렸다는 건 그놈이 우리 한 씨 가문을 쉽게 생각한다는 게 아니겠어요? 이번 일은 그냥 넘어가서는 안 돼요. 제 억울함을 풀어주세요!”한지운이 고개를 들고 씩씩거리며 말했다.“내가 돈을 주고 사람들을 모았던 건 그 도범이라는 놈을 혼내주기 위해서였어요. 왜냐하면, 왜냐하면 그 자식이 지난번
도범은 한숨을 내쉰 후 다시 입을 열었다.“네가 오양수와 대결할 때, 나는 곽치홍이 너희 두 사람의 싸움을 계속 지켜보는 것을 발견했어. 그래서 곽치홍을 주시하고 있었는데, 나중에 곽치홍도 내가 본인을 보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지. 하지만 내가 너무 멀리 있어서 곽치홍의 표정을 자세히 볼 수 없었어. 그런데 곽치홍이 나를 쳐다볼 때, 마치 독사에게 주시당하는 느낌이 들었어. 네가 전에 말했던 게 맞아, 곽치홍은 분명 우리에게 적대감을 품고 있어.”도범은 고개를 끄덕였다. 곽치홍이 등장한 이후로, 온갖 의문들이 곽치홍의 마음속에 떠올랐다. 이전에 장로들이 했던 말은 전부 믿을 수 없었고, 이 안에 더 큰 비밀이 숨어 있을 게 틀림없었다.도범이 숨을 고르고 막 입을 열려던 순간, 오수경이 먼저 말했다.“네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알아. 나를 위로하려고 하지 마, 이제 다 이해했어. 내가 전에 했던 충동적인 행동들이 너에게 폐를 끼쳤다는 걸 알아. 앞으로는 항상 이 점을 명심하고, 더 이상 너에게 폐를 끼치지 않을 거야.”오수경의 이 말을 듣고 나니 도범은 한결 마음이 놓였다. 오수경은 단순한 순진한 바보였고, 팔 다리는 튼튼하지만 머리는 물에 잠긴 것 같아 항상 충동에 휘둘렸다. 하지만 이번 일을 겪고 나서 오수경도 자신을 돌아보게 되었다.그렇게 말하고 나서 오수경은 마치 무거운 짐을 내려놓은 듯 편안해졌다. 두 사람은 함께 4층으로 발을 내디뎠다.그곳은 희미한 빛으로 덮인 광활한 초원이었다. 초원 위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는데, 대부분은 풀밭 위에 가부좌를 틀고 앉아 손에 든 수정구를 받쳐 들고 있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눈을 감고 명상하는 것처럼 보였고, 소수의 사람들은 낮은 목소리로 무엇인가를 이야기하고 있었다.분위기는 침묵과 압박감이 공존했다. 누군가가 이야기를 한다 해도 일부러 목소리를 낮췄다. 여기가 바로 천엽7현탑의 4층이었으며, 겉보기에는 환상 세계와도 같았다.오수경은 눈을 깜빡이며 도범의 손에 들린 보라색 수정구를 한 번
이 말을 들은 오수경은 고개를 저으며 완강히 거부했다.“나는 3층에 남고 싶지 않아. 도범 오빠가 4층을 돌파하면, 분명히 5층도 갈 거잖아. 천엽 7현대는 총 7층인데, 도범 오빠가 7층까지 돌파할 수도 있잖아? 그럼 도범 오빠는 다른 곳으로 바로 전송될지도 모르는데, 그러면 나 혼자 3층에 남게 되잖아. 그땐 난 어떻게 해야 하지?”도범은 오수경의 말을 듣고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오수경의 걱정도 일리가 있었다. 만약 도범이 정말 7층까지 한 번에 돌파한다면, 천엽 7현대는 자신을 완벽한 도전자로 간주할 가능성이 높았고, 보상을 주고 다른 곳으로 전송할 수도 있었다.그렇게 되면 오수경을 홀로 남겨두게 되는데, 도범과 다시 만날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었다. 여러 가지로 생각한 끝에, 도범은 여전히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한편, 오수경은 도범이 망설이는 모습을 보고 조급해졌다. 오수경은 도범의 팔을 잡으며 간절히 말했다.“난 도범 오빠의 인맥으로 천엽성에 들어온 거야. 인맥으로 들어온 만큼, 나는 어떠한 도전도 직면하지 않을 거고, 그저 도범 오빠만 따라가면 계속 위로 올라갈 수 있어. 어떤 위험이 닥치더라도, 나는 절대 혼자서 떠나지 않을 거야. 정말 운 나쁘게 여기서 죽더라도, 제가 감수해야 할 일이니까.”오수경의 이 말은 진심이었다. 도범을 처음 만난 이후, 오수경은 자신의 인생이 위험과 맞물려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하지만 그건 자신이 바꿀 수 없는 일이었다.다른 것은 판단할 수 없었지만, 한 가지는 확실했다. 도범은 매우 신뢰할 만한 사람이었고, 그 뒤를 따라가야만 생존의 가능성을 얻을 수 있었다. 오수경은 이곳에서의 2년을 버텨내어 바라문 세계를 떠나, 자금단방으로 돌아가 다시는 나오지 않기를 바랐다.도범은 오수경의 결심을 확인하자, 마침내 고개를 끄덕였다. 두 사람은 함께 걸음을 옮겨 4층의 입구에 도착했다. 그곳에는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고, 모두가 다소 망설이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미래의 운명을 예측할 수 없기에 그들
도범은 냉소를 띠며 말했다.“전 당신과 싸울 생각 없어요. 다만 한 가지 중요한 일을 잊고 있는 건 아닌지 생각나게 해주러 왔을 뿐이죠.”도범의 말에 민경운은 순간 얼어붙었다. 민경운은 잠시 고민하며 무슨 의미인지 되새겼고, 이내 도범이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 깨달았다. 바로 얼마 전 자신과 도범 사이에 벌어진 내기 때문이었다.그 순간, 민경운의 가슴은 마치 여러 개의 큰 돌이 짓누르는 듯 답답해졌다. 그러나 민경운은 이를 갈며 분노를 삼켰다. 애초에 민경운은 도범이 절대로 이번 대결에서 이길 수 없을 것이라 확신하고 내기를 걸었던 것이다.민경운은 도범이 처참하게 패배할 것이라 생각했고, 자신의 손에 들어올 19만 영정을 기대했었다. 그러나 예상치 못하게 결과는 정반대였다. 도범이 승리한 것이다.이때, 도범은 손을 내밀며 말했다.“빨리 돈을 내세요. 저도 할 일이 있거든요. 그러니 제 시간 뺏지 마세요. 원래 9만 개의 영정으로 내기를 시작했는데, 본인이 10만 개를 더 얹어 19만 개의 영정으로 만든 거잖아요. 그러니 빨리 결제해요.”도범의 이 말에 민경운은 가슴이 터질 듯했다. 상황은 정말로 도범이 말한 대로였다. 도범은 9만 개의 영정으로 내기를 제안했고, 민경운은 도범이 분명히 패배할 것이라 생각하여 곧바로 10만 개를 더해 19만 개로 올렸다. 하지만 결국 자신의 발등을 찍고 말았다.지금 민경운은 자기 뺨을 세게 때리고 싶은 심정이었다. 9만 개의 영정은 민경운에게 꽤나 큰 금액이지만, 19만 개의 영정은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였다. 그러나 두 사람은 이미 계약을 체결했기 때문에 민경운이 이를 되돌릴 방법은 없었다. 만약 민경운이 결제하지 않으면 계약이 곧바로 발동하여, 결국에는 영혼의 역반작용으로 이어지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이후의 일은 의외로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오양수는 원건종의 제자들을 들것에 실어 나갔고, 도범은 마침내 세 번째 영패를 손에 넣었다. 이번 영패는 조금 특이하여 입탑 영패가 아닌 출성 영패로 바뀌어 있었다.이
관중석에는 각양각색의 무사들이 섞여 있었고, 불량배들도 많았다. 평소에 거리에서 욕을 퍼붓기 좋아하는 이들은 이제야 자신들의 능력을 마음껏 발휘할 기회를 찾은 듯, 원건종의 제자들에게 온갖 욕설을 퍼부었다.일부 사람들은 진원을 목에 운용하여 의도적으로 목소리를 크게 했다. 다른 사람들이 듣지 못할까 봐 걱정이라도 되는 듯, 그들은 더욱 큰 소리로 온갖 더러운 말을 쏟아냈다. 이로 인해 도범의 귀는 무척이나 시끄러웠고, 고통스러울 정도였다.도범은 자신과 원건종의 제자들 사이에 오간 몇 마디 대화가 이렇게 사람들을 폭발시키게 될 줄은 몰랐다. 또한, 도범은 어쩔 수 없다는 듯 한숨을 쉬며 이런 싸움은 결국 아무런 결론도 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몸싸움을 할 수도 없고, 계속 말다툼만 이어질 뿐이었다.그래서 도범은 더 이상 들으려 하지 않고, 대련 무대의 한쪽 가장자리로 가서 조용히 서 있기로 했다. 도범은 아직 오양수를 죽일 생각이 없었다. 오양수가 자신에게 했던 그 약속, 즉 죽음보다 더한 고통을 그대로 돌려주고 싶었기 때문이다.시간은 조금씩 흘러갔고, 싸움 소리는 계속해서 끊이지 않았다. 마침내 오양수의 몸부림이 점점 약해지고, 장벽이 완전히 해제되자 원건종의 제자들이 한꺼번에 몰려가서 오양수를 부축했다.한편, 진태산은 눈살을 찌푸린 채 오양수의 코에 손을 대 그의 호흡을 확인했다. 비록 오양수는 아직 숨을 쉬고 있었지만, 그 호흡은 매우 미약했다.민경운은 급하게 자신의 보관 반지에서 여러 개의 단약을 꺼내 오양수의 입에 넣었다. 그러나 이 단약들은 오양수의 현재 상태를 치료하기에는 전혀 효과가 없었다. 방금 도범이 사용한 참멸현공이 오양수의 영혼을 완전히 찢어놓았기 때문이다.영혼이 찢어진 상태에서 내상을 치료하는 단약이 효과가 있을 리 없었다. 따라서 민경운이 오양수에게 많은 단약을 먹였지만, 오양수의 상태는 전혀 나아지지 않은 것이다. 민경운은 점점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만약 오양수가 정말로 이 사건으로 인해 죽는다면, 그들 모두 책임을
“맞아! 당장 우리 오양수 선배를 풀어줘! 양수 선배에게 무슨 일이 생기기라도 하면, 너는 천번 만번 죽임을 당할 거야! 오양수 선배는 도민수 선배가 아니야. 네가 도민수 선배를 죽음 직전까지 몰고 갔을 때는 우리도 나서서 협상할 여지가 있었어.그러나 네가 오양수 선배를 진짜로 죽음 직전까지 몰고 간다면, 염라대왕이라도 너를 보호할 수 없을 거야! 바라문 세계를 벗어나는 순간, 너는 원건종의 끝없는 추격을 받게 될 거야!”바깥에서 들려오는 원건종 제자들의 고함과 욕설은 도범의 귀에 전부 들렸다. 이는 이미 예상된 일이었기에 도범은 일말의 두려움도 느끼지 않았다.원건종은 일반적인 자유 무사들에게 충분한 위압감을 줄 수 있지만, 도범에게는 그렇게 중요한 상대가 아니었다. 원건종이 무엇이건, 자신의 힘이 충분히 강하다면 더 강력한 종문에 가담할 수 있을 테니, 원건종이 손해를 본다고 해도 도범으로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이다.게다가 이번 일은 처음부터 끝까지 원건종이 문제를 일으킨 것이었다. 도범은 결코 선을 넘는 행동을 하지 않았고 원건종 쪽에서 여러 번 도발하지 않았다면, 도범 역시 이들과 싸울 이유가 없었을 것이다.잠시 후, 도범은 차가운 웃음을 지으며 원건종의 제자들을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일부러 목소리를 높여 말했다.“원건종 제자들, 잘 들어! 8품 종문 출신이라는 이유로 제멋대로 행동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마. 처음부터 끝까지 문제를 일으킨 건 너희들이었잖아. 그런데 패배하고 나니 이제와서 나를 협박하는 거야?만약 너희들이 먼저 건드리지 않았다면, 나 역시 너희들과 엮일 생각이 전혀 없었을 거야. 즉, 너희들은 본인들의 강력한 종문을 배경을 믿고 제멋대로 행동해도 된다고 착각하는 거야. 하지만 나는 너희들의 그런 행태를 전혀 묵인할 생각 없어!”도범의 이 말은 관중석에서 큰 박수갈채를 일으켰다. 관중들은 도범이 그들 마음속에 담아둔 말을 대신 말해준 것 같아 고무되었다. 이들 고급 종문의 제자들은 항상 약한 무사들 앞에서만 무력을 과시하며, 이
“오양수는 원건종의 친전 제자 아닌가요? 그런데 어떻게 이렇게 약할 수 있죠?”“당신 바보 아니에요? 이건 오양수이 약한 게 아니라 도범이 너무 강한 거에요! 아까도 말했잖아요? 빙봉천리는 지급 상급 무기에요. 여기 있는 사람들 중에 몇이나 지급 상등 무기를 수련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런데 도범이 빙봉천리를 부순다는 건, 도범의 무기가 오양수의 무기보다 강하다는 걸 의미해요!”“설마 도범이 천급 무기를 수련한 건가요?”이 말이 나오자마자, 주변의 거의 모든 이들이 단번에 부정했다.“미쳤어요? 무슨 말이든 막하네요. 천급 무기가 어떤 개념인지 알고나 하는 소리에요? 수련 경지가 고신경에 도달했거나, 혹은 특별한 재능을 지닌 영천 경지 후기에 이르러야만 천급 무기를 수련할 수 있는 가능성이 생기는 거에요.그리고 여기 있는 사람들은 모두 바라문 세계의 규칙을 지켜야만 이곳에 들어올 수 있고요. 나이도 60세를 넘지 않아야 하죠. 그렇다면 60세가 넘지 않은 사람이 천급 무기를 수련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그렇네요! 아마도 지급 상급 무기를 수련한 거겠죠. 도범이 오양수를 이길 수 있었던 이유는 도범이 지급 하급 무기를 대원만 단계까지 수련했기 때문일 거에요.”“만약 그게 사실이라면, 도범의 재능은 정말 두려운 수준이네요. 8품 종문의 친전 제자조차 도범의 상대가 될 수 없다는 거잖아요!”“이번에 바라문 세계에 온 보람은 있네요. 이렇게 많은 천재들을 직접 눈으로 볼 수 있다니.”오양수와 관련 없는 관중들은 이런 논의를 흥미롭게 이어갔다. 이전에 도범을 비하하던 사람들도 이제는 도범을 칭찬하며, 도범을 백 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천재라고 말하기 시작했다.8품 종문의 친전 제자들도 대수롭지 않게 여겼지만, 원건종의 제자들은 차분할 수가 없었다. 처음에는 관중석에서 편안하게 앉아있던 그들은, 도범이 빙봉천리를 단칼에 베어내는 모습을 보고는 그만 입을 다물고 경악을 감추지 못했다.지금 오양수가 이렇게 극심한 고통을 겪는 걸 보니, 분명 도범이
두 번째 방법은 고도의 신법을 필요로 하며, 일반적인 무사로서는 도저히 피할 수 없는 수준이다. 첫 번째 방법도 강력한 실력이 필요하기에, 주위 사람들이 도범을 걱정할 수밖에 없었다. 빙봉천리의 감금 아래에서 도범은 결코 빠져나갈 수 없을 것처럼 보였다.따라서 모두가 도범이 반드시 패배할 것이라고 생각하며, 도범의 경맥이 감금되면 오양수가 도범을 결코 쉽게 놓아주지 않을 것이라 여겼다.한편, 도범은 한 손에 장검을 쥐고, 다른 손으로는 연달아 법진을 만들어냈다. 이윽고 백 개의 영혼검이 하나로 융합되어, 거대한 영혼 검이 되어 회흑색 장검 속에 흡수되었다.도범이 전승 상태로 참멸현공을 펼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비록 빙봉천리가 지급 상급 무기일지라도, 도범의 눈에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도범은 현재 참멸현공을 대원만 단계까지 수련한 상태였고, 영혼검과의 융합으로 생성된 힘은 결코 가볍게 볼 수 없는 힘이다.도범은 분노에 차서 큰 소리로 포효하며 단칼에 검을 휘둘렀다. 이윽고 회흑색 장검에서 거대한 검기가 날아가면서 하늘을 뒤덮은 얼음망이 도범의 앞에 닥쳐왔다.모두는 쾅쾅하는 몇 번의 뚜렷한 소리를 들었고, 얼마 지나지 않아 단단해 보이던 빙봉천리가 도범의 한 줄기 검기에 의해 산산조각이 나고 말았다.게다가 이 검기는 빙봉천리를 부순 뒤에도 힘이 전혀 소모되지 않은 채 여전히 앞으로 돌진했다. 이는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상황이었고, 뒤따라오던 오양수조차 반응하지 못했다.현재 도범의 참멸현공은 대원만의 경지에 도달했다. 비록 빙봉천리가 지급 상급 무기라 할지라도, 참멸현공 앞에서는 종이장처럼 부서질 뿐이었다.모두가 도범이 빙봉천리에 온몸이 봉쇄되어, 도살당할 어린 양처럼 될 것을 기대했으나, 그들의 모든 환상은 산산이 부서졌다. 검날이 빙봉천리를 부순 후, 곧장 반응하지 못한 오양수를 향해 돌진했다. 검날이 오양수의 면전 3척 앞에 닿기 직전에야 오양수는 자신을 보호하려 했지만, 이미 너무 늦어버린 상황이었다. 평상시라면 오양수는 공격과 동시에
각양각색의 논조, 그리고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끝없는 토론. 그러나 도범은 다른 사람들이 뭐라고 하든 상관하지 않았다. 도범은 그저 담담한 눈빛으로 오양수를 바라보았다.잠시 후, 오양수가 무기를 꺼내들자, 도범도 천천히 자신의 회흑색 장검을 꺼내 손에 쥐었다. 이 장검은 오랫동안 도범과 함께한 무기로, 한 번도 바뀐 적이 없었다.오양수는 청란골패를 가볍게 휘두르자, 뚜렷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와 동시에 한기가 청란골패에서 뿜어져 나오며 분위기를 한순간에 바꾸었다.현재 오양수의 머릿속에는 오직 한 가지 생각만이 존재했다. 그건 바로 도범을 쓰러뜨린 뒤, 잔인하게 고통을 주어 그 대가가 얼마나 혹독한지 알게 하는 것이었다.오양수는 크게 포효하며 두 손을 뒤집어 법진을 만들어냈다. 그러자 오양수의 손바닥에 육각형 모양의 얼음 화살이 생겨났고, 4초 후, 수백 개의 육각형 얼음 화살이 오양수의 앞을 가득 메웠다.오양수는 다시 한번 포효하며 앞을 향해 힘껏 밀어붙였다. 그러자 수백 개의 육각형 얼음 화살이 도범을 향해 맹렬히 돌진했고, 이 화살들과 함께 엄청난 한기가 도범을 덮쳤다.도범은 눈살을 찌푸린 채, 두 손으로 장검을 단단히 쥐고 한 발 앞으로 나섰다. 그리고는 조용히 검을 휘둘렀다. 이윽고 수많은 육각형 얼음 화살은 단숨에 두 조각으로 나뉘었다.그때, 관중석에서 다시 한번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도범 저 녀석, 실력이 정말 보통이 아니네요! 내 생각이 틀리지 않았다면, 오양수가 수련한 무기는 지급 상급 무기, 빙봉천리에요! 그런데 도범이 단칼에 빙봉천리를 가르다니, 실력이 꽤 강한데요!”그 사람이 말을 끝내자마자 주변에서는 곧바로 반박이 나왔다.“잘 알지도 못하면서 그게 무슨 말이에요? 빙봉천리는 지급 상급 무기에요. 바라문 세계를 둘러봐도, 지급 상급 무기를 수련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 것 같아요? 방금 전의 공격은 단지 약간의 힘만 사용한 거에요. 오양수가 진심으로 도범을 죽이려 했다면, 반항할 틈조차 없었을 거에요!”오양수가 쏘
검은 옷의 대장부는 눈살을 찌푸린 채 분노에 찬 목소리로 외쳤다.“내가 무슨 말을 하든 네가 뭔 상관이야! 이 건방진 놈, 죽고 싶어! 마침 상대가 필요했는데, 너의 입탑영패를 가지고 와. 우리 한 판 붙자!”그러자 오수경은 콧방귀를 뀌며 태연하게 말했다.“내 앞에서 강자 흉내 내지 마. 내 가슴에 6품 연단사 휘장이 붙어 있는 걸 못 봤어? 그런데 네가 연단사인 나와 실력을 겨루겠다고? 차라리 연단술을 겨뤄보는 게 어때?”이 말에 검은 옷의 대장부는 말문이 막혀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 규칙이 없었다면 그는 당장이라도 오수경의 목을 조를 기세였다.오수경은 검은 옷의 대장부가 더 이상 말하지 않자, 더욱 신나서 비아냥거릴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 순간 도범이 손을 뻗어 그를 막았다.“너는 왜 이렇게 매사에 신중하지 못해? 지금부터 내 말을 잘 들어. 무슨 일이 있어도 입을 다물고 있어야 해. 알겠어?”도범의 꾸짖음에 오수경은 목을 움츠리며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다. 전에 도범에게 문제를 일으킨 적이 있었기에, 이번에는 더 조심할 수밖에 없었다.이때, 검은 옷의 대장부는 냉소를 머금은 채 다시 도범을 바라보았다. 방금 그들의 대화를 일부 들었기에 도범에 대한 호기심은 더욱 커진 상태였다.“네가 정말 8품 종문의 친전 제자보다 강하다고 생각해?”도범은 눈살을 찌푸린 채 검은 옷의 대장부를 상대할 가치가 없다고 여겼다. 그러나 검은 옷의 대장부는 도범이 대답하지 않아도 화내지 않았다.이렇게 시간은 점점 흘러갔고, 아마도 내기 때문이거나 도범의 냉담한 태도 때문인지 상황은 이상할 정도로 고요해졌다. 도발적인 말이 다시 들리지 않았다. 제73회 대결이 곧 시작되려 할 때, 도범은 더 이상 쓸데없는 소리를 듣지 않게 되었다.잠시 후, 도범은 자리에서 일어나 숨을 내쉬고는 오수경을 향해 눈짓을 보냈다. 그리고는 나지막이 말했다.“누구를 보든, 어떤 말을 듣든, 이 자리에서 떠나지 마.”그 말을 마치고 도범은 큰 걸음으로 대결 무대를 향해 걸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