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이때, 나무의 줄기가 땅을 뚫고 나와서는 날카로운 가시로 변해 장로의 몸을 찔렀다.“풉!”순식간에 벌어진 일이라 미처 방어할 겨를도 없었던 노인은 피를 흘리며 몸을 관통한 나무 줄기를 한번 쳐다보았다. 그러다 또 고개를 들어 멀지 않은 곳에 있는 돌을 한번 쳐다보고는 천천히 숨을 거두었다.“뭐야! 둘째 장로가 죽었어!”그 상황을 목격한 하씨 가주는 놀라 얼굴색이 순간 하얗게 질렸다.“누가 좀 와서 해역의 세력들을 막아줘요!”신왕전의 사람들은 어느새 근처까지 날아왔고 도범 그들 무리를 공격하기 시작했다.“죽여!”양쪽 세력은 순간 혼전에 빠지게 되었다.더욱 지체할 수 없었던 도범은 속도를 올려 고목을 향해 날아갔다. 그러고는 예리한 보검을 들어 고목을 향해 여러 번 휘둘러 대부분의 나뭇가지를 잘라냈다.슝슝슝-그러나 고목도 영성이 있었는지라 도범의 대단함을 눈치챈 후 더 많은 나뭇가지를 펼쳐 도범을 공격하기 시작했다.“흥!”이에 도범이 차갑게 콧방귀를 한번 뀌고는 더욱 많은 영기를 수중의 보검에 주입했다. 그러자 보검이 점점 커지더니 파동도 더욱 강렬해졌다.“랑검!”도범이 펼친 무기와 함께 여러 자루의 영기 비행 검이 바로 전방에 나타났고, 그 비행 검들은 곧 사나운 파도로 변해 전방을 향해 날아갔다.순간 앞쪽에 빽빽했던 나뭇가지들이 전부 도범의 무기에 의해 잘려 나갔다.슉슉슉-도범은 그 틈을 타 신속히 고목을 향해 돌진했다. 하지만 나뭇가지들은 다시 여러 방향에서 날아와 도범을 공격하려 했다.“랑검!”도범은 일초의 망설임도 없이 재차 뒤쪽을 향해 무기를 펼쳤다. 그러자 뒤쪽의 나뭇가지들이 다시 한번 잘려 나갔고, 도범은 순식간에 고목 앞으로 날아가 공을 잡았다.“저 녀석의 전투력이 너무 강한 거 아니야? 주위에 그렇게 많은 진신경 강자들도 고목의 나뭇가지에 막혀 돌의 근처에 접근할 수도 없는 걸 도범이 벌써 앗아 내다니!”도범의 실력에 다시 한번 큰 충격을 받은 초용휘는 감탄하며 가문의 사람들을 거느리고 해역의 세력과
“다들 당황하지 말고 한 곳으로 모이세요! 상대 쪽에 진신경의 강자가 그렇게 많지 않습니다!”적지 않은 사람들이 맹렬한 공격에 당황하기 시작하자 도범이 즉시 큰 소리로 외쳤다. 그러자 도범 쪽 세력에 속한 사람들이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한곳으로 모이기 시작했다.그렇게 맞붙은 지 얼마 되지도 않아 양쪽에 똑같이 몇 천명이 죽어 나갔고, 신왕전의 전주는 곧 한 가지 가장 중요한 문제를 발견하게 되었다. 인원수로 따지면 그들 쪽이 우세를 차지하고 있지만 진신경 후기나 정점에 달한 강자의 수로 따지면 그들이 열세에 처했다는 것이다.대부분이 겨우 위신경에 머물러 있다는 걸 잘 알고 있었던 창몽은 결국 손을 흔들어 공격을 멈추게 하고 도범 등을 포위했다.“대륙의 사람들이 감히 우리 해역에 몰래 들어와 흑풍도로 침입하다니! 죽음을 자초하고 있군. 방금 그게 무슨 보물이지? 당장 다 내놔!”흑풍도의 한 대가문의 장로가 나서서 보검으로 전방의 도범 등을 가리키며 기세등등하게 말했다.“그러게. 당신들 지금 18만 명 정도밖에 남지 않았지만 우리 쪽엔 30만 명 가까이 있어. 아까 그 보물을 내놓으면 좋게 돌려보낼 수 있지만, 내놓지 않는다면 우린 큰 대가를 치르더라도 당신들을 이 곳에서 죽여버릴 거야!”황 장로도 냉소를 드러내며 말했다.그런데 옆에 있던 신왕전의 전주가 오히려 눈살을 찌푸리고 생각에 잠겼다.‘방금 전까지만 해도 이들이 분명 서로 목숨을 걸고 돌을 빼앗았는데, 어떻게 이렇게 바로 손잡고 우리와 맞서는 거지? 태도가 너무 빨리 바뀐 거 아니야?’‘그리고 난 왜 저 젊은이를 죽이고 공부터 빼앗아 올 생각을 하지 못했지?’‘방금 이들이 고목을 미친 듯이 공격하는 모습으로 봐서는 그 돌이 천급으로 돌파할 수 있는 관건인 게 분명한데.’“허, 사실 몇 사람이 줄곧 암암리에서 우리를 미행하고 있었다는 걸 난 진작에 알고 있었습니다.”그런데 의외로 많은 사람들에게 둘러싸인 도범이 긴장해하기는커녕 오히려 담담하게 웃으며 말했다.“사실 우리가 이렇
모 장로도 즉시 맞장구를 쳤다.“왜 우리 신왕전이 단합되지 못했다고 생각하는 거지? 자네들이야말로 열 몇 곳의 세력으로 이루어진 오합지졸이 아닌가? 이 해역에 비록 다른 세력도 있다지만 여기에 모인 세력은 전부 우리 신왕전에 종속되어 있고, 하나의 큰 세력과 다름이 없어. 그쪽 보다 우리가 더 단합적인 거 아닌가?”“그래, 임마. 잘 생각해. 네가 그 돌을 내놓으면 불필요한 희생을 줄일 수 있어. 하지만 내놓지 않는다면 오히려 골치 아픈 일이 생기게 될 거야.”창몽이 잠시 생각한 뒤, 일부러 이간질을 하기 시작했다.“다른 가문의 사람들은 이만 가봐도 돼, 우리가 보내줄 게. 어차피 당신들이 보물을 빼앗지도 못했는데 굳이 남아서 목숨을 바칠 필요는 없잖아? 물론, 이 녀석과 같은 가문인 자들도 떠나고 싶으면 먼저 떠나도 되고.”“맞아, 맞아. 다른 가문은 보물을 얻지도 못했는데 같이 남아서 뭐해? 우리가 놔줄 테니까 어서 가 봐.”용 장로도 덩달아 말했다.‘이렇게 되면 똘똘 뭉쳐 있던 세력이 분명 뿔뿔이 흩어지게 될 거야. 아무래도 저 녀석과 같은 가문의 가족도 아니니, 틀림없이 대다수가 떠나려 하겠지.’‘그리고 저 자식의 가족들은 인원수가 많지도 않으니 어떤 선택을 하든 다 죽게 되어 있는 거고.’하지만 그들이 미처 생각지도 못했던 건 흑풍도로 들어오기 전에 도범이 이미 여러 가문과 약속을 했다는 것이다, 돌을 누가 가지고 가게 되든 간에 공법 같은 걸 찾아내게 되면 이 자리에 있는 모든 가문에게 인쇄해서 공유해야 한다고. 그런 약속이 없었더라면 기타 가문은 틀림없이 먼저 떠났을 터이지만, 같이 나가게 되면 언젠가는 천급에 관한 단서를 얻을 수 있는 상황에서 그들은 당연히 먼저 떠날 리가 없었다.“왜? 안 가?”그런데 한참이 지나도록 맞은편의 사람들이 움직이지 않자 신왕전의 사람들이 하나같이 의아한 표정을 드러냈다.이에 도범이 차갑게 웃으며 대답했다.“허허, 실망시켜 드렸네요.”그러고는 보검을 꽉 쥐고 앞쪽을 향해 가리키며 다시 입을
“하하, 자식. 난 우리 신왕전 전주의 오른팔이야! 고작 그 실력으로 날 죽이려고? 꿈도 야무지네!”새파랗게 어린 도범이 겁도 없이 자신을 향해 돌진하는 모습에 황 장로는 두려워하기는커녕 오히려 호탕하게 웃으며 말했다.심지어 그의 눈빛에는 약간의 흥분도 섞여 있었다.‘참, 그 돌이 이 녀석 손에 있었지! 그럼 이따가 이 녀석을 죽이고 수납 반지를 빼앗아내야겠네! 이건 정말 하늘이 주는 기회야!’‘마침 또 지금 다들 혼전에 전념하느라 날 주시하는 사람도 없으니 수납 반지를 빼앗은 후 먼저 몰래 바깥쪽으로 발길을 옮기는 거야. 그러다 다들 신경 쓰지 않는 틈을 타 이곳에서 도망쳐 산굴을 찾아 일단 그 돌을 연구해 보는 거지!’‘만약 정말로 무언가를 연구해내 성공적으로 천급에 돌파하게 된 다면 신왕전의 전주 자리는 나의 것으로 되는 거야!’‘반대로 며칠을 연구해도 아무런 성과가 없으면 그때 가서 돌을 가지고 신왕전으로 돌아가는 거지. 상대방이 다시 보물을 빼앗아갈까 봐 두려워 수납 반지를 빼앗자마자 도망쳤다고 하면 그들도 나를 믿어줄 거야.’생각할수록 흥분을 주체할 수 없었던 황 장로는 바로 손바닥을 뒤집어 자신의 보검을 꺼낸 후 영기를 주입했다.“상품 영기야?”황 장로의 손에 들린 보검을 알아본 순간 도범도 마찬가지로 눈빛이 밝아졌다.‘저 보검을 앗아내 아버지에게 드리면 틀림없이 아버지의 전투력을 증폭시켜 줄 거야.’“허, 자식! 감히 나의 상품 영기에 눈독을 들여? 하지만 아쉽게도 내 상품 영기를 앗아가기는커녕 네 손에 있는 최상품 영기를 나한테 넘겨줘야 할 것 같은데?”황 장로가 웃으며 바로 보검을 들어 도범을 향해 휘둘렀다.그러자 그의 앞에 순간 거대한 영기 물고기가 나타났고, 그 물고기는 바로 도범을 향해 돌진했다.“이런 무기는 또 처음 보네.”영기 물고기가 보기에는 그리 강해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몸집이 놀라울 정도로 커 한방이면 바로 큰 부상을 입을 게 분명했다.슉-도범도 신속히 검을 휘둘렀다. 그러자 한 줄기의 검기가
하지만 이번에 도범은 공격에 화염참을 가했다.“안돼!”이에 조급해난 황 장로는 즉시 더 강한 무기를 펼쳤다.그러나 그 무기는 더욱 도범의 공격을 막아내지도 못한 채 바로 폭격당하고 말았다. 그리고 도범의 공격은 남은 위력을 휩쓸고 곧장 황 장로를 향해 날아갔다.이에 황 장로는 두 번째 공격을 펼칠 겨를도 없이 즉시 영기 보호막을 응집해내 자신의 몸을 감쌌지만, 보호막 역시 도범의 공격을 감당하지 못하고 1초만에 부서졌다.순간 도범의 무기는 황 장로의 가슴을 공격했고, 황 장로는 그대로 날려갔다.뻥-실타래가 끊어진 연처럼 거꾸로 날아가 땅에 떨어진 황 장로는 피를 한번 토하고는 결국 숨을 거두었다.“뭐야, 황 장로가 죽다니…….”근처에서 싸우고 있던 신왕전의 강자들이 도범의 공격에 단번에 참살된 황 장로를 보더니 하나같이 큰 충격을 받고 입을 크게 벌렸다.아무래도 신왕전에서 전투력이 가장 강한 게 전주를 제외하면 황 장로와 모 장로, 그리고 용 장로 그들 몇 명뿐이었으니.‘그런데 1분도 안 되어 바로 참살되었다고? 저 녀석의 전투력이 대체 얼마나 강한 거야?’도범은 바로 아래쪽으로 날아가 상대방의 수납 반지를 떼어내고, 보검을 자신의 수납 반지에 넣었다.‘이 보검은 보기 드문 보물이야. 게다가 전에 해역의 세력과 싸우면서 얻게 된 보물을 어떻게 분배할 지는 약속하지 않았으니 내가 먼저 가지고 있지.’슝-그 후 도범은 곧 또 용 장로를 향해 날아갔다.마침 진신경 후기의 상대를 날려보내고 득의양양하게 웃고 있던 용 장로가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도범을 보더니 순간 멍해졌다.‘저 녀석 황 장로와 싸우고 있던 거 아니었나? 왜 갑자기 나한테로 달려드는 거지?’용 장로가 의아해하며 고개를 돌려 황 장로 쪽을 쳐다보았고, 황 장로의 시체를 본 순간 그는 얼굴색이 어두워져 숨을 크게 들이마셨다.‘황 장로가 죽었어? 하지만 나의 실력이 황 장로와 비슷한데, 어떻게 저 녀석을 상대한담?’“모 장로, 이리 와서 나를 도와줘. 이 녀석이 너무 강해
“젠장, 상대 쪽의 진신경 강자들이 너무 강해!”창몽이 아래쪽을 한번 보더니 안색이 순간 어두워졌다. 장진, 남무성, 한우현 그들은 비록 진신경 초기의 수련 경지에 지나지 않았지만 충분히 혼자서 진신경 초기의 강자 여러 명을 상대할 수 있을 법했다. 심지어 같은 수련 경지의 상대를 죽이는 건 그들에게 있어 식은 죽 먹기에 불과했다.쿵-같은 시각, 도범은 곧 용 장로를 죽였고 신왕전은 또 한 명의 강자를 잃게 되었다.“젠장! 우리 쪽에 이미 4~5만 명이 죽었는데 상대 쪽엔 겨우 1만 명도 안 되게 죽었잖아! 이러다 우리 쪽 사람들이 점점 더 빨리 죽게 될 거야!”전투 상황을 한번 훑어본 모 장로가 얼굴색이 어두워져 말했다.양쪽의 인원 격차가 점점 줄어들고 있었다. 심지어 신왕전 쪽엔 강자도 엄청 많이 죽은 상태라 계속 싸웠다간 상대 쪽의 남아도는 강자들이 신왕전의 위신경 가족들을 공격할 게 분명했다. 그렇게 되면 신왕전 쪽의 인원수가 도범 그들보다 더 적어지는 건 시간 문제일 거고.“전주님, 더는 못 싸웁니다! 우리 어서 도망가요! 상대가 너무 강해요. 저 중에 틀림없이 대가문의 세력들이 있을 겁니다. 게다가 저 녀석이 예상밖으로 강해요! 황 장로와 용 장로조차도 저 녀석의 손에 죽었습니다!”모 장로가 이를 악물고 다른 방향으로 멀리 날아가서야 창몽을 향해 소리쳤다.“젠장!”창몽이 속으로는 엄청 내키지 않았지만 지금의 상황에서 계속 싸웠다간 그들 신왕전이 패배할 게 분명하다는 걸 그도 잘 알고 있었다.게다가 황 장로와 용 장로를 단번에 참살한 도범이 이따가 그한테 달려들기라도 하면 그는 절대 도범을 이길 수 없을 거고.“도망쳐!”결국 창몽은 손을 흔들어 명을 내린 후 잔영으로 변하여 먼 곳을 향해 도망쳤다.“빨리 튀어!”전주까지 도망간 상황에서 더욱 싸울 마음이 없었던 신왕전 세력은 뿔뿔이 낭패하게 흩어져 도망쳤다.슝슝슝-이에 도범은 신속히 쫓아가 상대 쪽의 진신경 강자를 몇 명 더 참살하고 서야 멈추었다.“죽여!”신왕전의 사
“좋아요. 이번에 도범이 미리 약속한 게 있었으니 망정이지, 아까 만약 그대로 뿔뿔이 흩어졌더라면 지금쯤 돌이 틀림없이 저들한테 빼앗겼을 겁니다.”하씨 가문의 가주가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를 표했다. 그러다 시름이 놓이지 않았는지 도범을 향해 귀띔했다.“도범, 나중에 정말로 그 돌에서 공법이나 방법 같은 걸 연구해내게 되면 반드시 약속대로 우리한테 공유해야 된다는 거 잊지 않았지?”이에 많은 사람들이 분분히 도범을 쳐다보았다. 다들 도범이 혼자서 꿀꺽할까 봐 걱정하고 있는 게 분명했다.지금의 도씨 가문은 진신경 정점에 이른 강자만 5명이나 되었고, 더욱 혼자서 여러 명을 상대할 수 있는 막강한 실력을 가지고 있는 도범도 더해졌으니 운소종보다 더 강할 거라는 건 다들 잘 알고 있었다.심지어 진신경 중기와 후기에 달한 강자만 몇 명 더 있었더라면 도씨 가문은 상청종이나 비영종 같은 고종도 두려워할 필요가 없었을 것이다.“걱정 마세요, 무언가를 얻어내게 되면 제가 꼭 여러 분에게 공유하겠습니다. 물론 단 한 사람만 천급으로 돌파할 수 있는 거라면 저도 어쩔 수가 없고요.”도범이 진지한 표정으로 주위의 사람들을 쳐다보며 대답했다.그러다 또 무엇이 생각났는지 다시 말을 이어갔다.“참, 죽은 가족들의 수납 반지는 각 가문에서 알아서 챙겨 가세요. 신왕전 세력의 수납 반지만 전리품에 속합니다.”많은 가족을 잃게 된 삼류 세가와 이류 세가의 사람들이 듣더니 하나같이 감격의 눈빛으로 도범을 바라보았다.아무래도 이번에 삼류 세가와 이류 세가의 가족들이 엄청 많이 죽었는데 그들의 수납 반지마저 전리품에 속해야 한다면 그들에게 있어 너무 불공평했으니.“자, 나갈 땐 다들 속도를 올립시다. 밖으로 나갈수록 위험한 요수들이 더 적을 터이니 속도를 올리는 게 우리한테도 더욱 유리할 겁니다.”전리품을 전부 다 수집한 후 도범이 또 여러 사람에게 건의했다.하지만 영신이 눈썹을 찌푸린 채 도범의 앞으로 다가가 물었다.“속도를 내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지만, 이번에 우
“모 장로님, 이제 어떡하죠? 그들이 전혀 돌을 내놓을 생각이 없는 것 같던데. 게다가 너무 단합적이라 우리로서는 이길 수도 없고. 정말 큰 일이네요.”지금의 창몽은 넋이 나간 사람 마냥 전혀 어찌할 바를 몰라 하고 있었다. 그것도 그럴 게, 도범 그들을 쫓아가는 길에 이미 많은 가족을 잃은 데다 방금 전의 전투에서 또 단번에 몇 만 명이 죽었고, 심지어 황 장로와 용 장로 같은 강자도 잃게 되었으니 큰 충격을 먹은 건 당연하 거였다.“어쩔 수 없어요. 지금 우리 쪽에 그렇게 많은 사람이 죽었고, 여기에 살아있는 가족들은 전부 큰 부상을 입었으니 설령 지금 쫓아간다 하더라도 그들을 이길 수 없을 겁니다. 하물며 다들 사기가 떨어진 상태이고요. 그러니 당분간은 가만히 있는 게 좋을 겁니다.”모 장로가 주위의 가족들을 한번 둘러보고는 어쩔 수 없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그런데 창몽이 듣더니 오히려 눈빛이 밝아져 되물었다.“당분간 가만히 있자는 건 무슨 뜻이죠? 설마 기회가 또 있다는 겁니까?” “그 돌은 분명 엄청 중요한 보물일 겁니다, 기타 가문도 하나같이 그 돌이 우리 손에 들어오기를 원하지 않을 만큼. 아무래도 그 녀석의 손에 있으면 흑풍도를 떠난 후 다들 다시 빼앗을 수 있겠지만, 우리 손에 들어오게 되면 쉽게 빼앗을 수가 없을 터니까요.”모 장로가 잠시 멈추더니 다시 말을 이어갔다.“그것이 바로 그들이 그토록 단합적이었고, 심지어 우리의 이간질에 걸려들지 않았던 원인이었을 겁니다.”신왕전의 전주가 듣더니 한숨을 쉬면서 말했다.“맞는 말이긴 한데 지금은 어쩔 수가 없네요. 하지만 그들이 내놓으려 하지 않을수록 난 그 물건이 천급과 관련된 보물일 것 같은 예감이 드네요.”“전주님, 우리 일단 돌아가 휴식을 취합시다. 그리고 나중에 암암리에 사람을 파견하여 대륙으로 가서 천급에 관련 정보를 알아보게 하죠.”모 장로가 창몽을 쳐다보며 말했다.“그리고 전주님의 선배한테도 한번 여쭤봐요. 두 사람 간에 갈등이 있긴 했지만 이미 긴 세월이 흘렀으
“풍린수의 가장 큰 약점은 지능이 낮다는 거야. 이들은 그렇게 많은 꾀를 부리지 않기 때문에 무사들이 조금만 머리를 쓰면, 버티기만 해도 풍린수를 처치할 수 있지.”삼각눈의 남자는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혹시 구록종이 무슨 종문인지조차 모르는 건 아니겠지? 방금 구록종을 언급했을 때, 네 표정이 어찌나 비웃음이 깃든지 말이야. 중주에 어떤 강력한 종문들이 있는지조차 모르는 거 아니야? 넌 정말 중주 출신이 맞긴 한 거냐?”이 일련의 의심에 삼각눈을 가진 남자는 점점 오수경을 변두리에서 나온 우물 안 개구리라 여겼다. 그렇지 않다면 그런 말을 할 리 없었다. 오수경은 무심코 입꼬리가 바들바들 떨렸다. 이제야 도범이 왜 침묵을 즐기는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이들과 다투는 것은 시간 낭비일 뿐이었다. 애초에 오수경은 이들과 말다툼을 할 생각조차 없었지만, 이제는 이들이 오수경을 끝없이 몰아붙이고 있었다.오수경은 인상을 찌푸린채 말했다.“물론 구록종은 중주 7품 종문 중 하나로, 그중에서도 손꼽히는 강자라는 것을 잘 알고 있지.”그러자 삼각눈을 가진 남자는 오수경의 말을 듣고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그런데 왜 내가 구록종을 언급했을 때, 네 얼굴에는 비웃음이 서린 거냐?”오수경은 미간을 찌푸린채 되묻고 싶었다.‘네가 어떻게 내 얼굴 표정을 그렇게 자세히 본 거야? 난 내 얼굴에 어떤 표정이 있는지도 몰라.’이 삼각눈을 가진 남자는 모든 걸 알고 있는 듯했다.오수경은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 목소리를 높여 이들과 싸우려는 순간, 도범이 오수경을 막았다. 그러자 도범이 일부러 목소리를 낮추지 않고 말했다.“이 사람들과 싸워서 뭐하겠어? 저들과 싸우는 건 네 시간만 낭비하는 거야. 이들은 네가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할 수 없는 사람들이야.”이 말에 주위는 순간 조용해졌다. 도범은 지금까지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아 사람들이 도범을 허세 부리지 않는 사람으로 생각했으나, 도범의 말은 그들의 예상과는 완전히 달랐다.오수경도 이미 충분히 오만했지만
“역시 숲이 크면 별의별 새가 다 있는 법이지. 거울이라도 보고, 자신이 어떤 존재인지 알아봐야 할 텐데, 감히 그런 말을 하다니.”그 중 한 명이 손가락으로 앞쪽에 서 있는 흰 옷을 입은 사람을 가리키며 말했다.“저기 흰옷 입은 사람 보이지? 저 사람은 구록종 출신으로 친전 제자야. 그런데도 30분이 되서야 겨우 수정구를 파란색으로 바꿨다구! 방금 그렇게 큰소리쳤으니, 네 옆에 있는 이 친구가 첫 번째 관문을 통과해서 보라색 수정구를 파란색으로 바꾸는 데 얼마나 걸리는지 한 번 볼까?”다른 사람도 거들며 말했다.“그래, 말 좀해봐. 네가 그렇게 치켜세운 저 친구가 보라색에서 파란색으로 바꾸는 데 얼마나 걸릴 것 같아?”주변 사람들은 이 상황을 재미있어하며 오수경을 계속 몰아세웠다. 그들은 오수경에게 도범이 첫 번째 관문을 통과하는 데 걸리는 시간을 말하라고 강요하며, 주변 사람들이 얼마나 오랜 시간이 걸렸는지까지 구체적으로 언급했다.이들 대부분은 6품 종문이나 자유 무사 출신으로, 첫 번째 관문을 통과하는 데 최소 4시간이 걸렸다. 출신이 뛰어난 천재들과는 비교조차 되지 않았다.처음에는 오수경이 이들과 대화할 생각이 전혀 없어서 입을 꾹 다물고 인상을 쓰며 침묵을 지켰다. 그러나 이들은 끈질기게 질문을 던지며 진실을 밝히지 않으면 물러서지 않겠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오수경은 도범에게 도움을 구하는 눈빛을 보냈지만, 도범은 눈썹을 살짝 치켜올리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네가 만든 일이니 네가 해결해.”도범은 오수경이 이미 여러 번 경솔하게 발언해 문제를 일으킨 적이 있기 때문에, 매번 오수경의 뒤처리를 해줄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오수경은 어쩔 수 없다는 듯 한숨을 쉬고, 계속되는 질문에 결국 고개를 들어 크게 말했다.“저 사람들이 30분이 걸린다면, 도범 오빠는 15분이면 충분해!”오수경은 어차피 모든 것을 걸고 말하기로 했다. 이 사람들은 정말 짜증나는 존재들이었기 때문이다. 오수경의 말이 끝나자마자, 주위 사람들은 오수경의 말에 반
두 마리의 풍린수를 처치하면 수정구는 파란색에서 청색으로 변하게 된다. 그때 무사는 몇 배나 강력해진 풍린수와 마주하게 되며, 이 마지막 풍린수를 처치해야만 4층을 통과하여 5층에 진입할 자격을 얻게 된다.도범의 설명을 들은 오수경은 미간을 찌푸린채 되물었다.“그러니까 4층은 사실 세 단계로 나뉜다는 말이지? 수정구의 색이 변할 때마다 단계를 하나씩 통과하는 거야. 총 세 가지 색이 있는 셈이니까, 5층으로 가려면 세 번을 모두 통과해야 하네.”도범은 고개를 끄덕였고, 오수경은 손가락을 꼽아가며 말했다.“즉, 네 마리의 풍린수를 상대해야 한다는 거지. 첫 번째 풍린수는 상대적으로 약하고, 두 번째와 세 번째 풍린수는 좀 더 강해지지만, 가장 강력한 풍린수는 마지막 한 마리라는 거군. 이 마지막 풍린수를 처치해야 비로소 통과가 완료되는 거네.”도범은 다시 한번 고개를 끄덕였다. 오수경의 정리가 꽤나 명확했다. 오수경은 5층으로 순조롭게 진입하려면 이 절차를 그대로 따라야 한다. 네 마리의 풍린수를 모두 처치해야만 5층으로 올라갈 수 있었다.오수경은 웃으며 말했다.“4층은 도범 오빠에게 전혀 어려운 일이 아니겠네. 그 무슨 풍린수라는 것도 결국 선천 후기에 불과하니까 말이야.”이 말을 끝내기도 전에, 도범이 답하기도 전에 주위의 사람들이 참지 못하고 들고 일어섰다. 그들이 일부러 사람이 적은 곳을 선택하긴 했지만, 그래도 많은 사람이 모여 있는 곳이었다. 그리고 오수경의 말이 크게 들리자 주변 사람들이 주의를 기울이게 된 것이다.이때, 눈이 삼각형 모양인 한 사내가 오수경의 말을 듣고 냉소를 터뜨렸다.“너는 저 녀석의 부속인이겠지? 어디서 그런 배짱을 얻었길래 그런 말을 할 수 있는 거냐? 마치 4층이 이 어린 녀석에게는 쉬운 일인 것처럼.”그러자 삼각눈 사내 옆에 서 있던 백색 옷을 입은 남자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저 사람은 말이 너무 과장된 것 같아. 풍린수가 얼마나 상대하기 어려운 상대인지 전혀 모르는 것 같은데, 그냥 입만 뻐끔했
도범은 한숨을 내쉰 후 다시 입을 열었다.“네가 오양수와 대결할 때, 나는 곽치홍이 너희 두 사람의 싸움을 계속 지켜보는 것을 발견했어. 그래서 곽치홍을 주시하고 있었는데, 나중에 곽치홍도 내가 본인을 보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지. 하지만 내가 너무 멀리 있어서 곽치홍의 표정을 자세히 볼 수 없었어. 그런데 곽치홍이 나를 쳐다볼 때, 마치 독사에게 주시당하는 느낌이 들었어. 네가 전에 말했던 게 맞아, 곽치홍은 분명 우리에게 적대감을 품고 있어.”도범은 고개를 끄덕였다. 곽치홍이 등장한 이후로, 온갖 의문들이 곽치홍의 마음속에 떠올랐다. 이전에 장로들이 했던 말은 전부 믿을 수 없었고, 이 안에 더 큰 비밀이 숨어 있을 게 틀림없었다.도범이 숨을 고르고 막 입을 열려던 순간, 오수경이 먼저 말했다.“네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알아. 나를 위로하려고 하지 마, 이제 다 이해했어. 내가 전에 했던 충동적인 행동들이 너에게 폐를 끼쳤다는 걸 알아. 앞으로는 항상 이 점을 명심하고, 더 이상 너에게 폐를 끼치지 않을 거야.”오수경의 이 말을 듣고 나니 도범은 한결 마음이 놓였다. 오수경은 단순한 순진한 바보였고, 팔 다리는 튼튼하지만 머리는 물에 잠긴 것 같아 항상 충동에 휘둘렸다. 하지만 이번 일을 겪고 나서 오수경도 자신을 돌아보게 되었다.그렇게 말하고 나서 오수경은 마치 무거운 짐을 내려놓은 듯 편안해졌다. 두 사람은 함께 4층으로 발을 내디뎠다.그곳은 희미한 빛으로 덮인 광활한 초원이었다. 초원 위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는데, 대부분은 풀밭 위에 가부좌를 틀고 앉아 손에 든 수정구를 받쳐 들고 있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눈을 감고 명상하는 것처럼 보였고, 소수의 사람들은 낮은 목소리로 무엇인가를 이야기하고 있었다.분위기는 침묵과 압박감이 공존했다. 누군가가 이야기를 한다 해도 일부러 목소리를 낮췄다. 여기가 바로 천엽7현탑의 4층이었으며, 겉보기에는 환상 세계와도 같았다.오수경은 눈을 깜빡이며 도범의 손에 들린 보라색 수정구를 한 번
이 말을 들은 오수경은 고개를 저으며 완강히 거부했다.“나는 3층에 남고 싶지 않아. 도범 오빠가 4층을 돌파하면, 분명히 5층도 갈 거잖아. 천엽 7현대는 총 7층인데, 도범 오빠가 7층까지 돌파할 수도 있잖아? 그럼 도범 오빠는 다른 곳으로 바로 전송될지도 모르는데, 그러면 나 혼자 3층에 남게 되잖아. 그땐 난 어떻게 해야 하지?”도범은 오수경의 말을 듣고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오수경의 걱정도 일리가 있었다. 만약 도범이 정말 7층까지 한 번에 돌파한다면, 천엽 7현대는 자신을 완벽한 도전자로 간주할 가능성이 높았고, 보상을 주고 다른 곳으로 전송할 수도 있었다.그렇게 되면 오수경을 홀로 남겨두게 되는데, 도범과 다시 만날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었다. 여러 가지로 생각한 끝에, 도범은 여전히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한편, 오수경은 도범이 망설이는 모습을 보고 조급해졌다. 오수경은 도범의 팔을 잡으며 간절히 말했다.“난 도범 오빠의 인맥으로 천엽성에 들어온 거야. 인맥으로 들어온 만큼, 나는 어떠한 도전도 직면하지 않을 거고, 그저 도범 오빠만 따라가면 계속 위로 올라갈 수 있어. 어떤 위험이 닥치더라도, 나는 절대 혼자서 떠나지 않을 거야. 정말 운 나쁘게 여기서 죽더라도, 제가 감수해야 할 일이니까.”오수경의 이 말은 진심이었다. 도범을 처음 만난 이후, 오수경은 자신의 인생이 위험과 맞물려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하지만 그건 자신이 바꿀 수 없는 일이었다.다른 것은 판단할 수 없었지만, 한 가지는 확실했다. 도범은 매우 신뢰할 만한 사람이었고, 그 뒤를 따라가야만 생존의 가능성을 얻을 수 있었다. 오수경은 이곳에서의 2년을 버텨내어 바라문 세계를 떠나, 자금단방으로 돌아가 다시는 나오지 않기를 바랐다.도범은 오수경의 결심을 확인하자, 마침내 고개를 끄덕였다. 두 사람은 함께 걸음을 옮겨 4층의 입구에 도착했다. 그곳에는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고, 모두가 다소 망설이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미래의 운명을 예측할 수 없기에 그들
도범은 냉소를 띠며 말했다.“전 당신과 싸울 생각 없어요. 다만 한 가지 중요한 일을 잊고 있는 건 아닌지 생각나게 해주러 왔을 뿐이죠.”도범의 말에 민경운은 순간 얼어붙었다. 민경운은 잠시 고민하며 무슨 의미인지 되새겼고, 이내 도범이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 깨달았다. 바로 얼마 전 자신과 도범 사이에 벌어진 내기 때문이었다.그 순간, 민경운의 가슴은 마치 여러 개의 큰 돌이 짓누르는 듯 답답해졌다. 그러나 민경운은 이를 갈며 분노를 삼켰다. 애초에 민경운은 도범이 절대로 이번 대결에서 이길 수 없을 것이라 확신하고 내기를 걸었던 것이다.민경운은 도범이 처참하게 패배할 것이라 생각했고, 자신의 손에 들어올 19만 영정을 기대했었다. 그러나 예상치 못하게 결과는 정반대였다. 도범이 승리한 것이다.이때, 도범은 손을 내밀며 말했다.“빨리 돈을 내세요. 저도 할 일이 있거든요. 그러니 제 시간 뺏지 마세요. 원래 9만 개의 영정으로 내기를 시작했는데, 본인이 10만 개를 더 얹어 19만 개의 영정으로 만든 거잖아요. 그러니 빨리 결제해요.”도범의 이 말에 민경운은 가슴이 터질 듯했다. 상황은 정말로 도범이 말한 대로였다. 도범은 9만 개의 영정으로 내기를 제안했고, 민경운은 도범이 분명히 패배할 것이라 생각하여 곧바로 10만 개를 더해 19만 개로 올렸다. 하지만 결국 자신의 발등을 찍고 말았다.지금 민경운은 자기 뺨을 세게 때리고 싶은 심정이었다. 9만 개의 영정은 민경운에게 꽤나 큰 금액이지만, 19만 개의 영정은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였다. 그러나 두 사람은 이미 계약을 체결했기 때문에 민경운이 이를 되돌릴 방법은 없었다. 만약 민경운이 결제하지 않으면 계약이 곧바로 발동하여, 결국에는 영혼의 역반작용으로 이어지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이후의 일은 의외로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오양수는 원건종의 제자들을 들것에 실어 나갔고, 도범은 마침내 세 번째 영패를 손에 넣었다. 이번 영패는 조금 특이하여 입탑 영패가 아닌 출성 영패로 바뀌어 있었다.이
관중석에는 각양각색의 무사들이 섞여 있었고, 불량배들도 많았다. 평소에 거리에서 욕을 퍼붓기 좋아하는 이들은 이제야 자신들의 능력을 마음껏 발휘할 기회를 찾은 듯, 원건종의 제자들에게 온갖 욕설을 퍼부었다.일부 사람들은 진원을 목에 운용하여 의도적으로 목소리를 크게 했다. 다른 사람들이 듣지 못할까 봐 걱정이라도 되는 듯, 그들은 더욱 큰 소리로 온갖 더러운 말을 쏟아냈다. 이로 인해 도범의 귀는 무척이나 시끄러웠고, 고통스러울 정도였다.도범은 자신과 원건종의 제자들 사이에 오간 몇 마디 대화가 이렇게 사람들을 폭발시키게 될 줄은 몰랐다. 또한, 도범은 어쩔 수 없다는 듯 한숨을 쉬며 이런 싸움은 결국 아무런 결론도 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몸싸움을 할 수도 없고, 계속 말다툼만 이어질 뿐이었다.그래서 도범은 더 이상 들으려 하지 않고, 대련 무대의 한쪽 가장자리로 가서 조용히 서 있기로 했다. 도범은 아직 오양수를 죽일 생각이 없었다. 오양수가 자신에게 했던 그 약속, 즉 죽음보다 더한 고통을 그대로 돌려주고 싶었기 때문이다.시간은 조금씩 흘러갔고, 싸움 소리는 계속해서 끊이지 않았다. 마침내 오양수의 몸부림이 점점 약해지고, 장벽이 완전히 해제되자 원건종의 제자들이 한꺼번에 몰려가서 오양수를 부축했다.한편, 진태산은 눈살을 찌푸린 채 오양수의 코에 손을 대 그의 호흡을 확인했다. 비록 오양수는 아직 숨을 쉬고 있었지만, 그 호흡은 매우 미약했다.민경운은 급하게 자신의 보관 반지에서 여러 개의 단약을 꺼내 오양수의 입에 넣었다. 그러나 이 단약들은 오양수의 현재 상태를 치료하기에는 전혀 효과가 없었다. 방금 도범이 사용한 참멸현공이 오양수의 영혼을 완전히 찢어놓았기 때문이다.영혼이 찢어진 상태에서 내상을 치료하는 단약이 효과가 있을 리 없었다. 따라서 민경운이 오양수에게 많은 단약을 먹였지만, 오양수의 상태는 전혀 나아지지 않은 것이다. 민경운은 점점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만약 오양수가 정말로 이 사건으로 인해 죽는다면, 그들 모두 책임을
“맞아! 당장 우리 오양수 선배를 풀어줘! 양수 선배에게 무슨 일이 생기기라도 하면, 너는 천번 만번 죽임을 당할 거야! 오양수 선배는 도민수 선배가 아니야. 네가 도민수 선배를 죽음 직전까지 몰고 갔을 때는 우리도 나서서 협상할 여지가 있었어.그러나 네가 오양수 선배를 진짜로 죽음 직전까지 몰고 간다면, 염라대왕이라도 너를 보호할 수 없을 거야! 바라문 세계를 벗어나는 순간, 너는 원건종의 끝없는 추격을 받게 될 거야!”바깥에서 들려오는 원건종 제자들의 고함과 욕설은 도범의 귀에 전부 들렸다. 이는 이미 예상된 일이었기에 도범은 일말의 두려움도 느끼지 않았다.원건종은 일반적인 자유 무사들에게 충분한 위압감을 줄 수 있지만, 도범에게는 그렇게 중요한 상대가 아니었다. 원건종이 무엇이건, 자신의 힘이 충분히 강하다면 더 강력한 종문에 가담할 수 있을 테니, 원건종이 손해를 본다고 해도 도범으로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이다.게다가 이번 일은 처음부터 끝까지 원건종이 문제를 일으킨 것이었다. 도범은 결코 선을 넘는 행동을 하지 않았고 원건종 쪽에서 여러 번 도발하지 않았다면, 도범 역시 이들과 싸울 이유가 없었을 것이다.잠시 후, 도범은 차가운 웃음을 지으며 원건종의 제자들을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일부러 목소리를 높여 말했다.“원건종 제자들, 잘 들어! 8품 종문 출신이라는 이유로 제멋대로 행동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마. 처음부터 끝까지 문제를 일으킨 건 너희들이었잖아. 그런데 패배하고 나니 이제와서 나를 협박하는 거야?만약 너희들이 먼저 건드리지 않았다면, 나 역시 너희들과 엮일 생각이 전혀 없었을 거야. 즉, 너희들은 본인들의 강력한 종문을 배경을 믿고 제멋대로 행동해도 된다고 착각하는 거야. 하지만 나는 너희들의 그런 행태를 전혀 묵인할 생각 없어!”도범의 이 말은 관중석에서 큰 박수갈채를 일으켰다. 관중들은 도범이 그들 마음속에 담아둔 말을 대신 말해준 것 같아 고무되었다. 이들 고급 종문의 제자들은 항상 약한 무사들 앞에서만 무력을 과시하며, 이
“오양수는 원건종의 친전 제자 아닌가요? 그런데 어떻게 이렇게 약할 수 있죠?”“당신 바보 아니에요? 이건 오양수이 약한 게 아니라 도범이 너무 강한 거에요! 아까도 말했잖아요? 빙봉천리는 지급 상급 무기에요. 여기 있는 사람들 중에 몇이나 지급 상등 무기를 수련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런데 도범이 빙봉천리를 부순다는 건, 도범의 무기가 오양수의 무기보다 강하다는 걸 의미해요!”“설마 도범이 천급 무기를 수련한 건가요?”이 말이 나오자마자, 주변의 거의 모든 이들이 단번에 부정했다.“미쳤어요? 무슨 말이든 막하네요. 천급 무기가 어떤 개념인지 알고나 하는 소리에요? 수련 경지가 고신경에 도달했거나, 혹은 특별한 재능을 지닌 영천 경지 후기에 이르러야만 천급 무기를 수련할 수 있는 가능성이 생기는 거에요.그리고 여기 있는 사람들은 모두 바라문 세계의 규칙을 지켜야만 이곳에 들어올 수 있고요. 나이도 60세를 넘지 않아야 하죠. 그렇다면 60세가 넘지 않은 사람이 천급 무기를 수련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그렇네요! 아마도 지급 상급 무기를 수련한 거겠죠. 도범이 오양수를 이길 수 있었던 이유는 도범이 지급 하급 무기를 대원만 단계까지 수련했기 때문일 거에요.”“만약 그게 사실이라면, 도범의 재능은 정말 두려운 수준이네요. 8품 종문의 친전 제자조차 도범의 상대가 될 수 없다는 거잖아요!”“이번에 바라문 세계에 온 보람은 있네요. 이렇게 많은 천재들을 직접 눈으로 볼 수 있다니.”오양수와 관련 없는 관중들은 이런 논의를 흥미롭게 이어갔다. 이전에 도범을 비하하던 사람들도 이제는 도범을 칭찬하며, 도범을 백 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천재라고 말하기 시작했다.8품 종문의 친전 제자들도 대수롭지 않게 여겼지만, 원건종의 제자들은 차분할 수가 없었다. 처음에는 관중석에서 편안하게 앉아있던 그들은, 도범이 빙봉천리를 단칼에 베어내는 모습을 보고는 그만 입을 다물고 경악을 감추지 못했다.지금 오양수가 이렇게 극심한 고통을 겪는 걸 보니, 분명 도범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