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상대하기 어려운 요수들이었네. 심지어 진신경에 달하는 요수가 열몇 마리나 되어 이번엔 우리 쪽에 200여 명이 죽었어.”땅에 널브러진 시체를 바라보고 있는 도무광의 얼굴색은 보기 흉했다. 비록 도씨 가문의 가족이 두세 명 밖에 죽지 않았지만 그건 모두가 바라는 것이 아니었다.게다가 숲속으로 들어온 지도 이미 며칠이나 지났는데 전방은 여전히 막막했고, 이 숲속이 대체 얼마나 크고, 제일 깊은 곳과 얼마나 떨어져 있는 지는 누구도 몰랐다.“괜찮습니다, 잘했어요. 이번 요수들의 양은 비록 많지 않았지만 수련 경지가 엄청 높았잖아요, 그러니 이 정도의 사망자는 정상인 겁니다. 앞으로의 길이 더 험난할 겁니다.”도범이 쓴웃음을 지으며 대답하고는 다시 일행을 거느리고 앞으로 나아갔다.하지만 다행이도 그들은 전진하는 길에서 많은 2품 영초를 얻게 되었다. 그리고 그들은 얻은 영초를 전부 도범에게 맡겼다. 통일로 한 수납 반지에 보관한 다음 나가서 비율대로 나누기로 약속했으니.그렇게 또 이틀이 지났고, 도범 그들 쪽에는 이미 4천여 명에 달하는 사람이 죽었다. 만나게 되는 진신경 혹은 위신경의 수련 경지에 달하는 요수도 갈수록 많아졌고.심지어 거의 다 무리를 지어 다니는 요수라 상대하기 여간 어렵지 않았다.“아무리 섬 위의 원주민들이라고 해도 평소에 보물 찾으러 여기까지는 들어오지 않을 것 같네요. 진신경 정점에 비견되는 쌍두표범을 만나게 될 줄이야. 도범 도련님이 나서서 그 표범을 참살했으니 망정이지 우리의 힘으로는 절대 이길 수 없었을 겁니다.”초씨 가문의 한 장로가 도범을 한번 쳐다보고는 말했다.도범에 대한 경외지심이 더욱 커진 게 분명했다.요수의 몸은 수사보다 더 강횡했다. 그래서 일반적으로 수련하는 사람이 동등한 경지의 요수를 만나게 되면 최대한 멀리서 공격하는 수단을 취하곤 했다. 요수들이 가까이로 오게 된 순간 그들은 요수한테 참살하게 될 테니까.하지만 방금 도범은 일초의 망설임도 없이 바로 표범을 향해 돌진했다. 심지어 무기를 사용하
전에 말을 건 가주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죽은 사람들은 거의 다 위신경이고 진신경은 겨우 두 세명밖에 죽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이 결과는 그들의 전반적인 전투력에 아무런 영향도 주지 않았고요.”“허, 너무 걱정할 필요 없습니다. 비록 우리 쪽의 진신경 강자가 저들보다는 적겠지만 전반적인 인원수는 우리가 더 많습니다. 하물며 아직 제일 재밌는 부분에 이르지도 않았는 걸요. 예전에 우리 신왕전의 사람들도 감히 이 숲속을 들어오지 못했거든요. 나의 아버지께서 그러셨는데, 이 중의 어떤 요수는 진신경 정점의 강자라고 해도 쉽게 이길 수 없다고 했어요.”신왕전 전주가 갑자기 웃음을 드러내며 말했다.“그러니 우리는 이대로 저들의 뒤를 따라가기만 하면 됩니다. 그러다 저들이 무언가를 위해 서로 쟁탈하기 시작하면 그건 천급에 돌파할 수 있는 보물을 찾았다는 거고, 그때가 되면 용 장로가 와서 우리한테 통지할 겁니다.”그렇게 또 3일의 시간이 흘러 지났다. 3일 동안에 만난 요수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고 실력도 점점 강해지고 있는 탓에 도범 그들 무리는 이미 1만여 명이 죽어 나갔고, 전에 죽은 4천여 명까지 합치면 자그마치 2만 명은 되었다.신왕전 쪽도 마찬가지로 적지 않은 사람이 죽었다. 비록 도범 그들보다는 많지 않았지만, 합치면 그래도 4~5천 명은 되었다.그리고 사망자의 수가 계속 증가될수록 이류 세가와 삼류 세가의 사람들은 도범의 제의에 따라 큰 가문과 함께 수색하기로 한 게 얼마나 현명한 선택인지 알게 되었다.애초에 흩어져 수색하기로 했다면 결국 도범 그들과 보물을 빼앗게 되었을 거고, 도범 그들의 손에 거의 다 죽어 나갔을 게 뻔했으니. 심지어 마지막까지 가지도 못하고 겁이나 집으로 돌아가자고 했을 가문도 엄청 많았을 터이고.“맙소사! 전방에 맹호 요수들이 있어요!”한 무리의 요수를 참살한지 얼마 되지도 않은 도범 등은 또 전방에서 그들을 향해 돌진하고 있는 수천 마리의 거대한 맹호 무리를 발견하게 되었다.“이 숲속의 요수들 전부 영지가
쿵쾅쿵쾅-거대한 굉음과 함께 전방의 전투는 격렬하게 계속되고 있었다. 그러다 전투가 겨우 끝났을 땐 도범 그들 무리에는 천여 명이 죽었고, 수천 명이 크게 다쳤다.“이번에는 손실이 크네요. 전의 전투가 끝나자마자 쉬지도 못하고 바로 또 새로운 전투를 맞이하게 된 데에다 이번 요수들의 실력이 또 놀라울 정도로 강했으니.”누군가가 땅에 널브러진 시체들을 보며 아쉬워서 말했다.‘조금만 쉬었다가 싸웠더라면 분명 이렇게 많이 죽지는 않았을 텐데.’이에 도범이 잠시 생각한 후 일행을 향해 입을 열었다.“전에 우리가 다른 요수들이랑 싸우는 소리와 피비린내가 이 요수들을 끌어들인 게 분명합니다. 그러니 우리 일단 이 곳을 벗어난 후 따로 안전한 곳을 찾아 휴식을 취합시다. 그리고 다친 분들은 어서 상처 치료하는 약물을 복용하고 최대한 빨리 상처를 회복해 주세요. 이 상태로 몇 차례의 공격을 더 받았다간 희생하는 인원이 점점 더 많아질 거니까.”도범의 말에 동의를 표한 일행들은 신속히 그곳을 떠났고, 그들이 떠난 지 얼마 되지 않아 정말로 한 무리의 요수들이 몰려와 그곳의 시체를 갉아먹기 시작했다.그 후 도범 그들은 산꼭대기를 찾아 한참을 쉬고 서야 다시 출발했다.그렇게 이틀이 지나고 도범 그들 무리는 또 1만여 명을 잃게 되었다. 대가가 갈수록 커지고 있었다.“도범 도련님, 빨리 보세요! 빨리 저 앞을 보세요!”그런데 이때, 절벽 아래에 있는 거대한 고목 한 그루가 사람들의 주의를 끌었다.그 고목은 전에 만났던 나무들보다 몇 배는 더 커 아주 먼 곳에 있는 그들도 단번에 발견할 수 있을 정도였다. 고목의 가지와 잎은 엄처 무성했고, 중간 위치에는 황금색 타원형의 돌이 놓여 있었다. 심지어 그 위에는 신비한 무늬도 그려져 있었다.“그 돌이야! 다행이다!”다들 보자마자 하나같이 얼굴에 흥분의 빛을 띄었다. 요 며칠 다들 신왕종의 종주가 말했던 그 돌을 찾기 위해 매 순간 경계심을 극도로 높인 채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었으니, 드디어 돌은 찾은 그들은 당연
뻥-그런데 바로 이때, 멀지 않은 숲에서 신호탄 한 알이 하늘로 날아오르더니 곧 바로 눈부신 폭죽 마냥 공중에서 터졌다.“보물이 나타났다!”그리고 다른 쪽에서 신호를 받은 신왕전의 사람들이 하나같이 격동 된 기색을 드러냈다.“돌진해! 오늘 반드시 그 보물을 빼앗아와야 해! 알았나?”신왕전 전주가 명을 내린 후 바로 잔영으로 변해 신호탄이 터진 방향으로 날아갔다.“뺏아!”이에 나머지 30여만 명도 하나같이 공중으로 날아올라 도범 그들이 있는 쪽으로 날아갔다.“뭐야!”멀지 않은 곳에서 전해오는 함성소리에 도남천 그들의 얼굴색은 순간 어두워졌다.겨우 숲속 제일 깊은 곳까지 들어온 그들은 이렇게 많은 사람이 따라왔을 줄은 전혀 생각지도 못한 듯했다.“맙소사! 상대 쪽의 인원수가 우리보다 더 많은 것 같은데? 게다가 소리로 들어서는 적어도 2분 사이에 여기에 도착할 것 같고! 젠장, 그럼 우리 진작 찍혔던 거야?”초씨 가문의 한 노인이 어두워진 얼굴색으로 주위의 사람을 향해 말했다.‘비록 이 해역에 그렇게 큰 세력은 별로 없다지만, 하나같이 상대하기 쉬운 놈들은 아니야. 심지어 단번에 이렇게 대규모로 몰려왔으니, 이곳을 벗어나기도 많이 힘들 텐데.’“도범의 말이 맞았어, 우리 진작 감시당하고 있었어.”몰려드는 무리를 보며 초경문도 얼굴색이 굳어져 말했다.“하하, 도범 도련님! 난 그런 것 따위 생각할 겨를이 없어요. 저 돌은 곧 나의 것으로 될 테니 다들 꼭 약속을 지켜야 합니다, 먼저 차지하게 된 사람이 가지고 갈 수 있다고 했던 약속!”전에 진신경 중기의 노인을 공격했던 중년 남자가 자신과 점점 가까워지고 있는 돌을 보며 큰 소리로 웃었다.‘몇 초만 더 버티면 저 돌은 나의 것으로 되는 거야! 내가 저 돌을 수납 반지에 넣기만 하면 약속대로 누구도 나의 돌을 빼앗을 수 없어!’‘만약 단 한 사람만 저 돌로 천급에 돌파할 수 있다면 난 그 사람이 나였으면 해! 나의 운명이 저 돌에 달려있다고!’앞으로 많은 진신경 정점의 강자들이 자
“맙소사!”초용휘 등은 순간 동작을 멈추었다. 그들은 비록 도범의 당부를 귀담아듣고 살짝 떨어진 뒤쪽에서 조심스레 공을 향해 날아갔지만 공이 주는 유혹이 너무 컸는지라 그들은 하나같이 잠깐 이성을 잃게 되었다.그러다 방어할 시간도 없이 1초만에 바로 참살된 전방의 수백명을 본 순간 그들은 분분히 크게 놀랐다. 심지어 어떤 사람은 놀라 즉시 수백 미터 뒤로 물러나 겁에 질린 얼굴로 앞쪽을 바라보았다.“세상에. 이, 이 고목이 너무 무서운 거 아니야? 진정경의 강자가 엄청 많이 죽었어!”마찬가지로 보물에 눈이 잠깐 멀었던 위신경의 사람들은 땅을 빨갛게 물들인 피를 본 순간 분분히 정신을 차리게 되었다.슝슝슝-이때, 고목이 천천히 나뭇가지를 거두기 시작했고, 고목의 나뭇가지에 찔려 죽은 사람들은 그대로 땅에 떨어졌다.“가주님들, 큰일이 났습니다! 저쪽을 보세요! 엄청 많은 사람들이 몰려오고 있는데, 어떡하죠? 우리 이 해역의 제일 큰 세력한테 찍힌 것 같습니다!”삼류 세가의 한 가주가 점점 가까워지고 있는 신왕전의 사람들을 보고 순간 안색이 어두워져 소리쳤다.“두려워할 것 없어! 저들도 여러 세력이 모여 같이 온 걸 거야. 젠장, 내가 먼저 저 돌을 빼앗아 도망치게 되면 그렇게 쉽게 잡히지는 않을 거야!”진신경 정점에 머문 하씨 가문의 한 장로가 보검을 꺼내 들고는 공을 향해 돌진했다.슉-이에 도범도 여러 사람을 한번 쳐다보고는 덩달아 고목을 향해 날아갔다.‘저 노인의 말이 맞아. 저쪽 세력에 인원수가 많긴 하지만 그렇게 단합 적이진 않아. 지금 가장 중요한 건 먼저 저 공을 차지해야 한다는 거야. 만약 저들 세력에게 빼앗기게 되면 다시 앗아오기 힘들 거야.’‘그러다 저들 쪽 사람이 공을 앗아간 사람을 위해 시간을 끌어 주기만 하면 그 사람은 틀림없이 공을 들고 도망칠 거야.’“덤벼!”기타 가문의 사람들도 하나같이 다시 공을 향해 날아갔다. 하지만 이번에는 다들 무모하게 덤비지 않고 손에 무기를 든 채 수시로 고목의 공격에 방어할 준비를
그런데 이때, 나무의 줄기가 땅을 뚫고 나와서는 날카로운 가시로 변해 장로의 몸을 찔렀다.“풉!”순식간에 벌어진 일이라 미처 방어할 겨를도 없었던 노인은 피를 흘리며 몸을 관통한 나무 줄기를 한번 쳐다보았다. 그러다 또 고개를 들어 멀지 않은 곳에 있는 돌을 한번 쳐다보고는 천천히 숨을 거두었다.“뭐야! 둘째 장로가 죽었어!”그 상황을 목격한 하씨 가주는 놀라 얼굴색이 순간 하얗게 질렸다.“누가 좀 와서 해역의 세력들을 막아줘요!”신왕전의 사람들은 어느새 근처까지 날아왔고 도범 그들 무리를 공격하기 시작했다.“죽여!”양쪽 세력은 순간 혼전에 빠지게 되었다.더욱 지체할 수 없었던 도범은 속도를 올려 고목을 향해 날아갔다. 그러고는 예리한 보검을 들어 고목을 향해 여러 번 휘둘러 대부분의 나뭇가지를 잘라냈다.슝슝슝-그러나 고목도 영성이 있었는지라 도범의 대단함을 눈치챈 후 더 많은 나뭇가지를 펼쳐 도범을 공격하기 시작했다.“흥!”이에 도범이 차갑게 콧방귀를 한번 뀌고는 더욱 많은 영기를 수중의 보검에 주입했다. 그러자 보검이 점점 커지더니 파동도 더욱 강렬해졌다.“랑검!”도범이 펼친 무기와 함께 여러 자루의 영기 비행 검이 바로 전방에 나타났고, 그 비행 검들은 곧 사나운 파도로 변해 전방을 향해 날아갔다.순간 앞쪽에 빽빽했던 나뭇가지들이 전부 도범의 무기에 의해 잘려 나갔다.슉슉슉-도범은 그 틈을 타 신속히 고목을 향해 돌진했다. 하지만 나뭇가지들은 다시 여러 방향에서 날아와 도범을 공격하려 했다.“랑검!”도범은 일초의 망설임도 없이 재차 뒤쪽을 향해 무기를 펼쳤다. 그러자 뒤쪽의 나뭇가지들이 다시 한번 잘려 나갔고, 도범은 순식간에 고목 앞으로 날아가 공을 잡았다.“저 녀석의 전투력이 너무 강한 거 아니야? 주위에 그렇게 많은 진신경 강자들도 고목의 나뭇가지에 막혀 돌의 근처에 접근할 수도 없는 걸 도범이 벌써 앗아 내다니!”도범의 실력에 다시 한번 큰 충격을 받은 초용휘는 감탄하며 가문의 사람들을 거느리고 해역의 세력과
“다들 당황하지 말고 한 곳으로 모이세요! 상대 쪽에 진신경의 강자가 그렇게 많지 않습니다!”적지 않은 사람들이 맹렬한 공격에 당황하기 시작하자 도범이 즉시 큰 소리로 외쳤다. 그러자 도범 쪽 세력에 속한 사람들이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한곳으로 모이기 시작했다.그렇게 맞붙은 지 얼마 되지도 않아 양쪽에 똑같이 몇 천명이 죽어 나갔고, 신왕전의 전주는 곧 한 가지 가장 중요한 문제를 발견하게 되었다. 인원수로 따지면 그들 쪽이 우세를 차지하고 있지만 진신경 후기나 정점에 달한 강자의 수로 따지면 그들이 열세에 처했다는 것이다.대부분이 겨우 위신경에 머물러 있다는 걸 잘 알고 있었던 창몽은 결국 손을 흔들어 공격을 멈추게 하고 도범 등을 포위했다.“대륙의 사람들이 감히 우리 해역에 몰래 들어와 흑풍도로 침입하다니! 죽음을 자초하고 있군. 방금 그게 무슨 보물이지? 당장 다 내놔!”흑풍도의 한 대가문의 장로가 나서서 보검으로 전방의 도범 등을 가리키며 기세등등하게 말했다.“그러게. 당신들 지금 18만 명 정도밖에 남지 않았지만 우리 쪽엔 30만 명 가까이 있어. 아까 그 보물을 내놓으면 좋게 돌려보낼 수 있지만, 내놓지 않는다면 우린 큰 대가를 치르더라도 당신들을 이 곳에서 죽여버릴 거야!”황 장로도 냉소를 드러내며 말했다.그런데 옆에 있던 신왕전의 전주가 오히려 눈살을 찌푸리고 생각에 잠겼다.‘방금 전까지만 해도 이들이 분명 서로 목숨을 걸고 돌을 빼앗았는데, 어떻게 이렇게 바로 손잡고 우리와 맞서는 거지? 태도가 너무 빨리 바뀐 거 아니야?’‘그리고 난 왜 저 젊은이를 죽이고 공부터 빼앗아 올 생각을 하지 못했지?’‘방금 이들이 고목을 미친 듯이 공격하는 모습으로 봐서는 그 돌이 천급으로 돌파할 수 있는 관건인 게 분명한데.’“허, 사실 몇 사람이 줄곧 암암리에서 우리를 미행하고 있었다는 걸 난 진작에 알고 있었습니다.”그런데 의외로 많은 사람들에게 둘러싸인 도범이 긴장해하기는커녕 오히려 담담하게 웃으며 말했다.“사실 우리가 이렇
모 장로도 즉시 맞장구를 쳤다.“왜 우리 신왕전이 단합되지 못했다고 생각하는 거지? 자네들이야말로 열 몇 곳의 세력으로 이루어진 오합지졸이 아닌가? 이 해역에 비록 다른 세력도 있다지만 여기에 모인 세력은 전부 우리 신왕전에 종속되어 있고, 하나의 큰 세력과 다름이 없어. 그쪽 보다 우리가 더 단합적인 거 아닌가?”“그래, 임마. 잘 생각해. 네가 그 돌을 내놓으면 불필요한 희생을 줄일 수 있어. 하지만 내놓지 않는다면 오히려 골치 아픈 일이 생기게 될 거야.”창몽이 잠시 생각한 뒤, 일부러 이간질을 하기 시작했다.“다른 가문의 사람들은 이만 가봐도 돼, 우리가 보내줄 게. 어차피 당신들이 보물을 빼앗지도 못했는데 굳이 남아서 목숨을 바칠 필요는 없잖아? 물론, 이 녀석과 같은 가문인 자들도 떠나고 싶으면 먼저 떠나도 되고.”“맞아, 맞아. 다른 가문은 보물을 얻지도 못했는데 같이 남아서 뭐해? 우리가 놔줄 테니까 어서 가 봐.”용 장로도 덩달아 말했다.‘이렇게 되면 똘똘 뭉쳐 있던 세력이 분명 뿔뿔이 흩어지게 될 거야. 아무래도 저 녀석과 같은 가문의 가족도 아니니, 틀림없이 대다수가 떠나려 하겠지.’‘그리고 저 자식의 가족들은 인원수가 많지도 않으니 어떤 선택을 하든 다 죽게 되어 있는 거고.’하지만 그들이 미처 생각지도 못했던 건 흑풍도로 들어오기 전에 도범이 이미 여러 가문과 약속을 했다는 것이다, 돌을 누가 가지고 가게 되든 간에 공법 같은 걸 찾아내게 되면 이 자리에 있는 모든 가문에게 인쇄해서 공유해야 한다고. 그런 약속이 없었더라면 기타 가문은 틀림없이 먼저 떠났을 터이지만, 같이 나가게 되면 언젠가는 천급에 관한 단서를 얻을 수 있는 상황에서 그들은 당연히 먼저 떠날 리가 없었다.“왜? 안 가?”그런데 한참이 지나도록 맞은편의 사람들이 움직이지 않자 신왕전의 사람들이 하나같이 의아한 표정을 드러냈다.이에 도범이 차갑게 웃으며 대답했다.“허허, 실망시켜 드렸네요.”그러고는 보검을 꽉 쥐고 앞쪽을 향해 가리키며 다시 입을
“풍린수의 가장 큰 약점은 지능이 낮다는 거야. 이들은 그렇게 많은 꾀를 부리지 않기 때문에 무사들이 조금만 머리를 쓰면, 버티기만 해도 풍린수를 처치할 수 있지.”삼각눈의 남자는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혹시 구록종이 무슨 종문인지조차 모르는 건 아니겠지? 방금 구록종을 언급했을 때, 네 표정이 어찌나 비웃음이 깃든지 말이야. 중주에 어떤 강력한 종문들이 있는지조차 모르는 거 아니야? 넌 정말 중주 출신이 맞긴 한 거냐?”이 일련의 의심에 삼각눈을 가진 남자는 점점 오수경을 변두리에서 나온 우물 안 개구리라 여겼다. 그렇지 않다면 그런 말을 할 리 없었다. 오수경은 무심코 입꼬리가 바들바들 떨렸다. 이제야 도범이 왜 침묵을 즐기는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이들과 다투는 것은 시간 낭비일 뿐이었다. 애초에 오수경은 이들과 말다툼을 할 생각조차 없었지만, 이제는 이들이 오수경을 끝없이 몰아붙이고 있었다.오수경은 인상을 찌푸린채 말했다.“물론 구록종은 중주 7품 종문 중 하나로, 그중에서도 손꼽히는 강자라는 것을 잘 알고 있지.”그러자 삼각눈을 가진 남자는 오수경의 말을 듣고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그런데 왜 내가 구록종을 언급했을 때, 네 얼굴에는 비웃음이 서린 거냐?”오수경은 미간을 찌푸린채 되묻고 싶었다.‘네가 어떻게 내 얼굴 표정을 그렇게 자세히 본 거야? 난 내 얼굴에 어떤 표정이 있는지도 몰라.’이 삼각눈을 가진 남자는 모든 걸 알고 있는 듯했다.오수경은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 목소리를 높여 이들과 싸우려는 순간, 도범이 오수경을 막았다. 그러자 도범이 일부러 목소리를 낮추지 않고 말했다.“이 사람들과 싸워서 뭐하겠어? 저들과 싸우는 건 네 시간만 낭비하는 거야. 이들은 네가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할 수 없는 사람들이야.”이 말에 주위는 순간 조용해졌다. 도범은 지금까지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아 사람들이 도범을 허세 부리지 않는 사람으로 생각했으나, 도범의 말은 그들의 예상과는 완전히 달랐다.오수경도 이미 충분히 오만했지만
“역시 숲이 크면 별의별 새가 다 있는 법이지. 거울이라도 보고, 자신이 어떤 존재인지 알아봐야 할 텐데, 감히 그런 말을 하다니.”그 중 한 명이 손가락으로 앞쪽에 서 있는 흰 옷을 입은 사람을 가리키며 말했다.“저기 흰옷 입은 사람 보이지? 저 사람은 구록종 출신으로 친전 제자야. 그런데도 30분이 되서야 겨우 수정구를 파란색으로 바꿨다구! 방금 그렇게 큰소리쳤으니, 네 옆에 있는 이 친구가 첫 번째 관문을 통과해서 보라색 수정구를 파란색으로 바꾸는 데 얼마나 걸리는지 한 번 볼까?”다른 사람도 거들며 말했다.“그래, 말 좀해봐. 네가 그렇게 치켜세운 저 친구가 보라색에서 파란색으로 바꾸는 데 얼마나 걸릴 것 같아?”주변 사람들은 이 상황을 재미있어하며 오수경을 계속 몰아세웠다. 그들은 오수경에게 도범이 첫 번째 관문을 통과하는 데 걸리는 시간을 말하라고 강요하며, 주변 사람들이 얼마나 오랜 시간이 걸렸는지까지 구체적으로 언급했다.이들 대부분은 6품 종문이나 자유 무사 출신으로, 첫 번째 관문을 통과하는 데 최소 4시간이 걸렸다. 출신이 뛰어난 천재들과는 비교조차 되지 않았다.처음에는 오수경이 이들과 대화할 생각이 전혀 없어서 입을 꾹 다물고 인상을 쓰며 침묵을 지켰다. 그러나 이들은 끈질기게 질문을 던지며 진실을 밝히지 않으면 물러서지 않겠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오수경은 도범에게 도움을 구하는 눈빛을 보냈지만, 도범은 눈썹을 살짝 치켜올리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네가 만든 일이니 네가 해결해.”도범은 오수경이 이미 여러 번 경솔하게 발언해 문제를 일으킨 적이 있기 때문에, 매번 오수경의 뒤처리를 해줄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오수경은 어쩔 수 없다는 듯 한숨을 쉬고, 계속되는 질문에 결국 고개를 들어 크게 말했다.“저 사람들이 30분이 걸린다면, 도범 오빠는 15분이면 충분해!”오수경은 어차피 모든 것을 걸고 말하기로 했다. 이 사람들은 정말 짜증나는 존재들이었기 때문이다. 오수경의 말이 끝나자마자, 주위 사람들은 오수경의 말에 반
두 마리의 풍린수를 처치하면 수정구는 파란색에서 청색으로 변하게 된다. 그때 무사는 몇 배나 강력해진 풍린수와 마주하게 되며, 이 마지막 풍린수를 처치해야만 4층을 통과하여 5층에 진입할 자격을 얻게 된다.도범의 설명을 들은 오수경은 미간을 찌푸린채 되물었다.“그러니까 4층은 사실 세 단계로 나뉜다는 말이지? 수정구의 색이 변할 때마다 단계를 하나씩 통과하는 거야. 총 세 가지 색이 있는 셈이니까, 5층으로 가려면 세 번을 모두 통과해야 하네.”도범은 고개를 끄덕였고, 오수경은 손가락을 꼽아가며 말했다.“즉, 네 마리의 풍린수를 상대해야 한다는 거지. 첫 번째 풍린수는 상대적으로 약하고, 두 번째와 세 번째 풍린수는 좀 더 강해지지만, 가장 강력한 풍린수는 마지막 한 마리라는 거군. 이 마지막 풍린수를 처치해야 비로소 통과가 완료되는 거네.”도범은 다시 한번 고개를 끄덕였다. 오수경의 정리가 꽤나 명확했다. 오수경은 5층으로 순조롭게 진입하려면 이 절차를 그대로 따라야 한다. 네 마리의 풍린수를 모두 처치해야만 5층으로 올라갈 수 있었다.오수경은 웃으며 말했다.“4층은 도범 오빠에게 전혀 어려운 일이 아니겠네. 그 무슨 풍린수라는 것도 결국 선천 후기에 불과하니까 말이야.”이 말을 끝내기도 전에, 도범이 답하기도 전에 주위의 사람들이 참지 못하고 들고 일어섰다. 그들이 일부러 사람이 적은 곳을 선택하긴 했지만, 그래도 많은 사람이 모여 있는 곳이었다. 그리고 오수경의 말이 크게 들리자 주변 사람들이 주의를 기울이게 된 것이다.이때, 눈이 삼각형 모양인 한 사내가 오수경의 말을 듣고 냉소를 터뜨렸다.“너는 저 녀석의 부속인이겠지? 어디서 그런 배짱을 얻었길래 그런 말을 할 수 있는 거냐? 마치 4층이 이 어린 녀석에게는 쉬운 일인 것처럼.”그러자 삼각눈 사내 옆에 서 있던 백색 옷을 입은 남자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저 사람은 말이 너무 과장된 것 같아. 풍린수가 얼마나 상대하기 어려운 상대인지 전혀 모르는 것 같은데, 그냥 입만 뻐끔했
도범은 한숨을 내쉰 후 다시 입을 열었다.“네가 오양수와 대결할 때, 나는 곽치홍이 너희 두 사람의 싸움을 계속 지켜보는 것을 발견했어. 그래서 곽치홍을 주시하고 있었는데, 나중에 곽치홍도 내가 본인을 보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지. 하지만 내가 너무 멀리 있어서 곽치홍의 표정을 자세히 볼 수 없었어. 그런데 곽치홍이 나를 쳐다볼 때, 마치 독사에게 주시당하는 느낌이 들었어. 네가 전에 말했던 게 맞아, 곽치홍은 분명 우리에게 적대감을 품고 있어.”도범은 고개를 끄덕였다. 곽치홍이 등장한 이후로, 온갖 의문들이 곽치홍의 마음속에 떠올랐다. 이전에 장로들이 했던 말은 전부 믿을 수 없었고, 이 안에 더 큰 비밀이 숨어 있을 게 틀림없었다.도범이 숨을 고르고 막 입을 열려던 순간, 오수경이 먼저 말했다.“네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알아. 나를 위로하려고 하지 마, 이제 다 이해했어. 내가 전에 했던 충동적인 행동들이 너에게 폐를 끼쳤다는 걸 알아. 앞으로는 항상 이 점을 명심하고, 더 이상 너에게 폐를 끼치지 않을 거야.”오수경의 이 말을 듣고 나니 도범은 한결 마음이 놓였다. 오수경은 단순한 순진한 바보였고, 팔 다리는 튼튼하지만 머리는 물에 잠긴 것 같아 항상 충동에 휘둘렸다. 하지만 이번 일을 겪고 나서 오수경도 자신을 돌아보게 되었다.그렇게 말하고 나서 오수경은 마치 무거운 짐을 내려놓은 듯 편안해졌다. 두 사람은 함께 4층으로 발을 내디뎠다.그곳은 희미한 빛으로 덮인 광활한 초원이었다. 초원 위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는데, 대부분은 풀밭 위에 가부좌를 틀고 앉아 손에 든 수정구를 받쳐 들고 있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눈을 감고 명상하는 것처럼 보였고, 소수의 사람들은 낮은 목소리로 무엇인가를 이야기하고 있었다.분위기는 침묵과 압박감이 공존했다. 누군가가 이야기를 한다 해도 일부러 목소리를 낮췄다. 여기가 바로 천엽7현탑의 4층이었으며, 겉보기에는 환상 세계와도 같았다.오수경은 눈을 깜빡이며 도범의 손에 들린 보라색 수정구를 한 번
이 말을 들은 오수경은 고개를 저으며 완강히 거부했다.“나는 3층에 남고 싶지 않아. 도범 오빠가 4층을 돌파하면, 분명히 5층도 갈 거잖아. 천엽 7현대는 총 7층인데, 도범 오빠가 7층까지 돌파할 수도 있잖아? 그럼 도범 오빠는 다른 곳으로 바로 전송될지도 모르는데, 그러면 나 혼자 3층에 남게 되잖아. 그땐 난 어떻게 해야 하지?”도범은 오수경의 말을 듣고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오수경의 걱정도 일리가 있었다. 만약 도범이 정말 7층까지 한 번에 돌파한다면, 천엽 7현대는 자신을 완벽한 도전자로 간주할 가능성이 높았고, 보상을 주고 다른 곳으로 전송할 수도 있었다.그렇게 되면 오수경을 홀로 남겨두게 되는데, 도범과 다시 만날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었다. 여러 가지로 생각한 끝에, 도범은 여전히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한편, 오수경은 도범이 망설이는 모습을 보고 조급해졌다. 오수경은 도범의 팔을 잡으며 간절히 말했다.“난 도범 오빠의 인맥으로 천엽성에 들어온 거야. 인맥으로 들어온 만큼, 나는 어떠한 도전도 직면하지 않을 거고, 그저 도범 오빠만 따라가면 계속 위로 올라갈 수 있어. 어떤 위험이 닥치더라도, 나는 절대 혼자서 떠나지 않을 거야. 정말 운 나쁘게 여기서 죽더라도, 제가 감수해야 할 일이니까.”오수경의 이 말은 진심이었다. 도범을 처음 만난 이후, 오수경은 자신의 인생이 위험과 맞물려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하지만 그건 자신이 바꿀 수 없는 일이었다.다른 것은 판단할 수 없었지만, 한 가지는 확실했다. 도범은 매우 신뢰할 만한 사람이었고, 그 뒤를 따라가야만 생존의 가능성을 얻을 수 있었다. 오수경은 이곳에서의 2년을 버텨내어 바라문 세계를 떠나, 자금단방으로 돌아가 다시는 나오지 않기를 바랐다.도범은 오수경의 결심을 확인하자, 마침내 고개를 끄덕였다. 두 사람은 함께 걸음을 옮겨 4층의 입구에 도착했다. 그곳에는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고, 모두가 다소 망설이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미래의 운명을 예측할 수 없기에 그들
도범은 냉소를 띠며 말했다.“전 당신과 싸울 생각 없어요. 다만 한 가지 중요한 일을 잊고 있는 건 아닌지 생각나게 해주러 왔을 뿐이죠.”도범의 말에 민경운은 순간 얼어붙었다. 민경운은 잠시 고민하며 무슨 의미인지 되새겼고, 이내 도범이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 깨달았다. 바로 얼마 전 자신과 도범 사이에 벌어진 내기 때문이었다.그 순간, 민경운의 가슴은 마치 여러 개의 큰 돌이 짓누르는 듯 답답해졌다. 그러나 민경운은 이를 갈며 분노를 삼켰다. 애초에 민경운은 도범이 절대로 이번 대결에서 이길 수 없을 것이라 확신하고 내기를 걸었던 것이다.민경운은 도범이 처참하게 패배할 것이라 생각했고, 자신의 손에 들어올 19만 영정을 기대했었다. 그러나 예상치 못하게 결과는 정반대였다. 도범이 승리한 것이다.이때, 도범은 손을 내밀며 말했다.“빨리 돈을 내세요. 저도 할 일이 있거든요. 그러니 제 시간 뺏지 마세요. 원래 9만 개의 영정으로 내기를 시작했는데, 본인이 10만 개를 더 얹어 19만 개의 영정으로 만든 거잖아요. 그러니 빨리 결제해요.”도범의 이 말에 민경운은 가슴이 터질 듯했다. 상황은 정말로 도범이 말한 대로였다. 도범은 9만 개의 영정으로 내기를 제안했고, 민경운은 도범이 분명히 패배할 것이라 생각하여 곧바로 10만 개를 더해 19만 개로 올렸다. 하지만 결국 자신의 발등을 찍고 말았다.지금 민경운은 자기 뺨을 세게 때리고 싶은 심정이었다. 9만 개의 영정은 민경운에게 꽤나 큰 금액이지만, 19만 개의 영정은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였다. 그러나 두 사람은 이미 계약을 체결했기 때문에 민경운이 이를 되돌릴 방법은 없었다. 만약 민경운이 결제하지 않으면 계약이 곧바로 발동하여, 결국에는 영혼의 역반작용으로 이어지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이후의 일은 의외로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오양수는 원건종의 제자들을 들것에 실어 나갔고, 도범은 마침내 세 번째 영패를 손에 넣었다. 이번 영패는 조금 특이하여 입탑 영패가 아닌 출성 영패로 바뀌어 있었다.이
관중석에는 각양각색의 무사들이 섞여 있었고, 불량배들도 많았다. 평소에 거리에서 욕을 퍼붓기 좋아하는 이들은 이제야 자신들의 능력을 마음껏 발휘할 기회를 찾은 듯, 원건종의 제자들에게 온갖 욕설을 퍼부었다.일부 사람들은 진원을 목에 운용하여 의도적으로 목소리를 크게 했다. 다른 사람들이 듣지 못할까 봐 걱정이라도 되는 듯, 그들은 더욱 큰 소리로 온갖 더러운 말을 쏟아냈다. 이로 인해 도범의 귀는 무척이나 시끄러웠고, 고통스러울 정도였다.도범은 자신과 원건종의 제자들 사이에 오간 몇 마디 대화가 이렇게 사람들을 폭발시키게 될 줄은 몰랐다. 또한, 도범은 어쩔 수 없다는 듯 한숨을 쉬며 이런 싸움은 결국 아무런 결론도 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몸싸움을 할 수도 없고, 계속 말다툼만 이어질 뿐이었다.그래서 도범은 더 이상 들으려 하지 않고, 대련 무대의 한쪽 가장자리로 가서 조용히 서 있기로 했다. 도범은 아직 오양수를 죽일 생각이 없었다. 오양수가 자신에게 했던 그 약속, 즉 죽음보다 더한 고통을 그대로 돌려주고 싶었기 때문이다.시간은 조금씩 흘러갔고, 싸움 소리는 계속해서 끊이지 않았다. 마침내 오양수의 몸부림이 점점 약해지고, 장벽이 완전히 해제되자 원건종의 제자들이 한꺼번에 몰려가서 오양수를 부축했다.한편, 진태산은 눈살을 찌푸린 채 오양수의 코에 손을 대 그의 호흡을 확인했다. 비록 오양수는 아직 숨을 쉬고 있었지만, 그 호흡은 매우 미약했다.민경운은 급하게 자신의 보관 반지에서 여러 개의 단약을 꺼내 오양수의 입에 넣었다. 그러나 이 단약들은 오양수의 현재 상태를 치료하기에는 전혀 효과가 없었다. 방금 도범이 사용한 참멸현공이 오양수의 영혼을 완전히 찢어놓았기 때문이다.영혼이 찢어진 상태에서 내상을 치료하는 단약이 효과가 있을 리 없었다. 따라서 민경운이 오양수에게 많은 단약을 먹였지만, 오양수의 상태는 전혀 나아지지 않은 것이다. 민경운은 점점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만약 오양수가 정말로 이 사건으로 인해 죽는다면, 그들 모두 책임을
“맞아! 당장 우리 오양수 선배를 풀어줘! 양수 선배에게 무슨 일이 생기기라도 하면, 너는 천번 만번 죽임을 당할 거야! 오양수 선배는 도민수 선배가 아니야. 네가 도민수 선배를 죽음 직전까지 몰고 갔을 때는 우리도 나서서 협상할 여지가 있었어.그러나 네가 오양수 선배를 진짜로 죽음 직전까지 몰고 간다면, 염라대왕이라도 너를 보호할 수 없을 거야! 바라문 세계를 벗어나는 순간, 너는 원건종의 끝없는 추격을 받게 될 거야!”바깥에서 들려오는 원건종 제자들의 고함과 욕설은 도범의 귀에 전부 들렸다. 이는 이미 예상된 일이었기에 도범은 일말의 두려움도 느끼지 않았다.원건종은 일반적인 자유 무사들에게 충분한 위압감을 줄 수 있지만, 도범에게는 그렇게 중요한 상대가 아니었다. 원건종이 무엇이건, 자신의 힘이 충분히 강하다면 더 강력한 종문에 가담할 수 있을 테니, 원건종이 손해를 본다고 해도 도범으로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이다.게다가 이번 일은 처음부터 끝까지 원건종이 문제를 일으킨 것이었다. 도범은 결코 선을 넘는 행동을 하지 않았고 원건종 쪽에서 여러 번 도발하지 않았다면, 도범 역시 이들과 싸울 이유가 없었을 것이다.잠시 후, 도범은 차가운 웃음을 지으며 원건종의 제자들을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일부러 목소리를 높여 말했다.“원건종 제자들, 잘 들어! 8품 종문 출신이라는 이유로 제멋대로 행동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마. 처음부터 끝까지 문제를 일으킨 건 너희들이었잖아. 그런데 패배하고 나니 이제와서 나를 협박하는 거야?만약 너희들이 먼저 건드리지 않았다면, 나 역시 너희들과 엮일 생각이 전혀 없었을 거야. 즉, 너희들은 본인들의 강력한 종문을 배경을 믿고 제멋대로 행동해도 된다고 착각하는 거야. 하지만 나는 너희들의 그런 행태를 전혀 묵인할 생각 없어!”도범의 이 말은 관중석에서 큰 박수갈채를 일으켰다. 관중들은 도범이 그들 마음속에 담아둔 말을 대신 말해준 것 같아 고무되었다. 이들 고급 종문의 제자들은 항상 약한 무사들 앞에서만 무력을 과시하며, 이
“오양수는 원건종의 친전 제자 아닌가요? 그런데 어떻게 이렇게 약할 수 있죠?”“당신 바보 아니에요? 이건 오양수이 약한 게 아니라 도범이 너무 강한 거에요! 아까도 말했잖아요? 빙봉천리는 지급 상급 무기에요. 여기 있는 사람들 중에 몇이나 지급 상등 무기를 수련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런데 도범이 빙봉천리를 부순다는 건, 도범의 무기가 오양수의 무기보다 강하다는 걸 의미해요!”“설마 도범이 천급 무기를 수련한 건가요?”이 말이 나오자마자, 주변의 거의 모든 이들이 단번에 부정했다.“미쳤어요? 무슨 말이든 막하네요. 천급 무기가 어떤 개념인지 알고나 하는 소리에요? 수련 경지가 고신경에 도달했거나, 혹은 특별한 재능을 지닌 영천 경지 후기에 이르러야만 천급 무기를 수련할 수 있는 가능성이 생기는 거에요.그리고 여기 있는 사람들은 모두 바라문 세계의 규칙을 지켜야만 이곳에 들어올 수 있고요. 나이도 60세를 넘지 않아야 하죠. 그렇다면 60세가 넘지 않은 사람이 천급 무기를 수련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그렇네요! 아마도 지급 상급 무기를 수련한 거겠죠. 도범이 오양수를 이길 수 있었던 이유는 도범이 지급 하급 무기를 대원만 단계까지 수련했기 때문일 거에요.”“만약 그게 사실이라면, 도범의 재능은 정말 두려운 수준이네요. 8품 종문의 친전 제자조차 도범의 상대가 될 수 없다는 거잖아요!”“이번에 바라문 세계에 온 보람은 있네요. 이렇게 많은 천재들을 직접 눈으로 볼 수 있다니.”오양수와 관련 없는 관중들은 이런 논의를 흥미롭게 이어갔다. 이전에 도범을 비하하던 사람들도 이제는 도범을 칭찬하며, 도범을 백 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천재라고 말하기 시작했다.8품 종문의 친전 제자들도 대수롭지 않게 여겼지만, 원건종의 제자들은 차분할 수가 없었다. 처음에는 관중석에서 편안하게 앉아있던 그들은, 도범이 빙봉천리를 단칼에 베어내는 모습을 보고는 그만 입을 다물고 경악을 감추지 못했다.지금 오양수가 이렇게 극심한 고통을 겪는 걸 보니, 분명 도범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