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 나라가 태평하니 너희들도 쉬면서 누려야지.”도범이 웃으며 다시 입을 뗐다.“어제 네 양진 선배가 나한테 문자 보냈는데 사람들이 자기 사인을 받고 싶어서 안달이 났다고 하더라, 그 장면만 생각하면 어휴…”“그래요? 강욱 선배도 돌아가자마자 동네 사람들한테 둘러싸였대요, 그 선배도 사인을 달라고 하는 사람들한테 볶이고 있대요. 그나저나 도범 오빠는 어때요? 가족들한테 신분을 밝혔어요?”장진이 웃으며 물었다.“아니.”도범이 온화하게 웃었다, 장진은 본 적 없던 웃음이었다.“잠시 안 알려줄 생각이야, 너무 갑자기 내 신분을 밝히면 못 받아들일지도 모르니까, 그리고 나는 사람들한테 방해 안 받고 조용하게 지내고 싶어.”“저는 도범 오빠가 너무 부러워요, 저도 전신 이름 따위 안 가지고 싶어요. 신분을 공개하지 않고 조용하게 지내고 싶어요, 지금 화하 전체가 구대전신의 얼굴을 알게 되어서 어디 나갈 때마다 제가 이 선글라스를 쓸 수밖에 없어요.”장진이 불만을 토로했다.“선글라스보다는 마스크를 하는 게 더 안전할 것 같은데.”도범이 장진을 보며 농담을 건넸다.조금 전, 장진의 차가 그의 앞에 멈춰 섰을 때, 도범은 장진을 못 알아볼 뻔했다. 그녀의 목소리를 듣고서야 차 안의 여자가 자신의 유일한 여전신 제자라는 것을 알아차렸다.“그런 방법이 있었네요, 이따 정말 마스크라도 하나 해야겠어요. 특히 사람 많은 곳에서는 더더욱 조심해야 돼요, 재벌집 도련님한테 걸리기라도 하면 피곤해져요.”“그런데 우리 지금 어디 가는 거야?”도범이 물었다.“경매 현장에 가는 길이에요!”장진이 운전하며 말했다.“누가 보물 하나를 얻었다고 하더라고요, 탁구공만 한 야명주인데 그 야명주가 특별한 점이 있다고 해요. 옆에 두고 자면 잠을 잘 잘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장수할 수 있대요.”“여기에 경매장도 있어? 그런데 탁구공만 한 야명주면 크긴 크네, 가서 보는 것도 괜찮겠어. 최저 가격이 얼마인지는 알아? 이제 곧 시율이 할아버지 칠순 잔치라서 무슨 선물을
“그런데 신분을 밝히지 않았으니 그 야명주를 내가 나서서 살 수 없을 것 같으니까 이따 네가 사도록 해.”“네!”머지않아 두 사람은 경매장 앞에 도착했다.경매장 앞에는 백 명 정도의 검은 양복을 입은 경호원들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두 분께서는 오늘의 경매 행사를 참석하러 오신 겁니까?”그중의 한 경호원이 두 사람을 보곤 물었다.“그럼요!”장진이 웃으며 블랙카드를 한 장 꺼내 경호원의 앞에서 흔들어 보였다.“안으로 들어오십시오!”경호원은 그 카드를 보자마자 옆으로 비켜 서더니 두 사람을 안으로 안내했다.경매장 안은 이미 꽤 많은 사람들이 도착해 있었다, 도범과 장진은 뒤쪽에 위치한 곳에 자리를 잡았다.“도범 저 자식이 왜 여기에 온 거야?”그때 자리에 앉아 경매 행사가 시작되기만을 기다리던 성 씨 집안 도련님 성경일이 도범을 보며 미간을 찌푸렸다. 그리곤 옆에 있는 장진을 보더니 중얼거렸다.“옆에 저 여자 박시율이 아니잖아, 저 여자는 뭐야? 몸매도 괜찮고 섹시하기까지 하네.”성경일은 장진을 보며 침을 삼켰다.“옷도 비싼 걸로 입고 시계도 명품이네, 설마 도범 저 자식 박시율 몰래 부잣집 아가씨라도 찾은 건 가?”성경일은 그런 생각을 하며 속으로 기뻐했다, 희망이 없다고 생각했던 그의 마음속에 다시 희망의 불길이 불타기 시작했다.장건은 성경일에게 도범을 건드리지 말라고 말렸다, 그리고 중장 홍희범도 그런 말을 했었다.성경일은 두 사람이 왜 그런 말을 하는 것인지 알지 못했지만 다시는 막무가내로 도범에게 맞서지 못했다.두 사람도 도범을 무서워하는 것을 보면 도범이 확실히 대단한 실력을 지닌 것 같다고 생각했다.하지만 박시율과 도범의 감정에 문제가 생겨 박시율이 주동적으로 도범을 떠나게 하는 건 쉬웠다.성경일은 그런 생각을 하며 휴대폰을 꺼내 두 사람의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스킨십하는 사진이 없는 게 아쉽네, 손도 안 잡고 있어서 뭐라고 말하기 애매한데. 그런데 마스크에 선글라스까지 낀 걸 보면 두 사람 사이가 떳떳한 건
“그러니까요, 저도 저놈이 왜 여기에 온 건지 모르겠어요. 그런데 왕 도련님, 저놈 옆에 있는 여자 딱 봐도 돈 좀 있어 보이는데 왜 선글라스에 마스크까지 낀 줄 아세요?”“다른 사람이 자기를 알아볼까 봐 그런 거겠죠.”왕호가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그럼 왜 사람들이 자기를 알아보는 걸 꺼려 하겠어요? 자기 남편한테 들킬까 봐 그런 거죠! 그럼 왜 그런 걱정을 하느냐? 그건 저 여자랑 도범 사이가 평범하지 않다는 걸 설명하는 거겠죠!”성경일이 자신의 분석을 늘어놓기 시작했다.“맞네요, 도범 저 자식 저런 쓰레기일 줄은 몰랐네요. 박시율한테 잘해주겠다고 하더니 뒤에서는 돈 있는 여자나 꼬시고.”왕호가 화가 난 얼굴로 주먹을 쥐었다.그리곤 휴대폰을 꺼내 두 사람의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이 사진을 박시율이 보게 된다면 어떻게 생각할지 궁금하네요.”하지만 그는 사진을 찍으면서도 도범과 장진이 자신을 발견했다는 것을 알지 못했다.“도범 오빠, 저기 저희를 찍고 있는 사람이 있는데요, 이렇게 꽁꽁 싸매고 있는데도 알아본 건 아니겠죠?”장진이 옆에 있던 도범에게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설마!”하지만 장진의 말을 들은 도범의 안색이 어두워졌다.“성 씨 집안의 성경일이랑 왕 씨 집안의 도련님 왕호네, 두 사람 다 우리 와이프를 따라다니는 놈이거든.”“그래요?”장진이 두 사람을 힐끗 보더니 다시 말했다.“형수님이 그렇게 미인이라고 하던데 예전에도 많은 부잣집 도련님이 따라다녔겠네요, 형수님 정말 마음까지 예쁜 사람이에요, 5년 동안 혼자 고생도 많이 했겠죠.”“응, 그래서 내가 잘 보상해 줘야지.”도범이 씁쓸하게 웃으며 말했다.“이제 시간이 좀 지나면 성대하게 결혼식 다시 올려줄 거야, 시율이가 평생 못 잊을 그런 결혼식.”“두 사람 정말 너무 부러워요, 선남선녀끼리 그렇게 만났다니.”장진이 부러움을 담아 말했다, 그녀는 도범처럼 훌륭한 남자를 아직 만나본 적이 없었다.“이상하네, 너 언제 아부 떨 줄 알게 된 거야?”“아부가 아니라
“도련님, 저 사람 누구예요?”한지운의 부하가 도범을 한눈 보더니 물었다, 부하는 도범을 몰랐기 때문이었다.“저번에 나를 때린 놈이야, 젠장, 이번에는 절대 가만두지 않을 거야!”한지운이 이를 악물고 옆에 있던 남자에게 말했다.“도련님, 여기는 경매장이라 싸움을 하기에는 적합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한지운의 부하가 그를 말렸다.“저도 실력이 있긴 하지만 여기에서 일을 벌이는 거 경매장 사장님 체면을 봐드리지 않는 거나 마찬가지잖아요.”“네가?”한지운이 슈트를 차려입은 남자를 보며 물었다, 그는 한지운의 아버지가 며칠 전, 새로 붙여준 경호원이었다.“됐어, 너는 도범 상대가 아니야. 내가 저번에 스무 명이나 넘는 사람을 데리고 갔는데 도범을 못 이겼다고. 지금 나가서 사람 50명 정도 찾아와, 나 씨 쪽 사람을 찾아, 돈이 좀 많이 들긴 해도 거기 사람들이 실력이 좋으니까. 돈은 문제가 안돼, 저놈만 혼내줄 수 있으면 돼.”“하지만 도련님, 여기에서 싸움을 하는 건 확실히 불가능합니다.”중년 남자가 난감한 얼굴로 말했다.하지만 한지운은 남자를 쏘아보며 다시 말했다.“아버지도 참, 왜 이런 바보를 내 경호원으로 붙여준 건지, 그래서 여기서 사람을 때리라고 하는 게 아니라 나가서 사람을 찾아오라고 하고 있잖아. 사람 찾아와서 경매장 밖에서 기다리라고 해, 그리고 저 자식이 나타나면 적당한 곳 찾아서 혼내주면 되지.”한지운의 말을 들은 남자의 표정이 언짢았지만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네, 알겠습니다. 하지만 돈은…”“돈은 지금 줄게, 걔들 돈 많이 달라고 못해, 2억 쯤이면 될 거야, 일단 너한테 8억 줄게.”말을 마친 한지운이 휴대폰을 꺼내 남자에게 돈을 이체했다.남자는 도범을 한 눈 보더니 경매장을 떠나며 도범도 참 재수가 없다고 생각했다, 하필이면 속 좁은 한지운의 심기를 건드렸으니 말이다.모든 일을 안배하고 난 뒤에야 한지운은 자리를 찾아 앉았다.이류 가문인 한 씨 집안 말고도 또 다른 이류 가문의 사람들도 경매장에
“그건 사람에 따라 달라, 어떤 사람은 박시율이 성숙한 맛이 있어서 더 예쁘다고 생각하지만 백은혜는 청순가련한 타입이고 이제 22살 밖에 안 되었고 남자친구도 없잖아, 박시율이 결혼을 하고 애를 낳았다는 소식을 들은 많은 도련님들이 전부 백은혜 쪽으로 갈아탔다고.”“아무튼 나는 둘 다 일등품이라고 생각해. 그리고 여전신도 지금 중주에 있잖아, 그 여자도 미녀던데. 몸매가 일품이야, 거기다가 야성미까지 더해졌다고. 아쉬운 건 그런 여자는 지위가 너무 높아서 구슬리기가 어렵지.”“들었어? 너보고 미녀라는데?”사람들의 말을 들은 도범이 옆에 있던 장진을 보며 말했다.그러자 장진이 턱을 살짝 들고 말했다.“당연하죠, 그런데 야성미가 뭐예요? 저는 전혀 숙녀답지 않다는 건가요?”두 사람이 말을 하고 있던 그때, 성경일과 왕호가 두 사람에게 다가왔다.“아이구, 이거 박시율 남편, 도범 아니야?”왕호가 일부러 큰 목소리로 말을 해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역시나 왕호의 말을 들은 사람들이 고개를 돌려 그쪽을 바라봤다. 그중에는 백은혜도 있었다.“저 사람이 박시율 남편이라고?”“전쟁터에 나간 지 5년이나 됐다고 하지 않았어? 안 죽고 돌아온 거야?”“요즘 부대에서 많은 군인들이 돌아왔다고 하잖아, 배달하던 그놈 죽지 않고 따라서 돌아왔나 보네.”사람들이 도범을 보며 수군거리기 시작했다.“왕호에 성경일 도련님까지 있었네요, 이런 우연도 있나, 오늘 무슨 날이길래 연적을 둘이나 만난 거지.”도범이 웃으며 말을 하다 다시 얼굴을 굳혔다.“자꾸 다른 사람 와이프를 탐내는 건 좋은 습관이 아니야, 그리고 싫다는데 계속 뻔뻔하게 달라붙는 놈은 더욱 나쁜 거고.”“너…”왕호와 성경일이 동시에 주먹을 쥐며 분노했다. “도범, 일부러 나를 화나게 하려고 그러는 거지? 나는 안 속아.”성경일이 다시 웃으며 도범 옆에 있던 장진을 힐끔 바라봤다.“도범, 이 여자는 누구야? 이렇게 넓은 경매장에서 둘이 굳이 구석에 앉아있는 이유는 뭐고, 이 여자 모른다고
“이 여자 어느 부자 상인 와이프 아니야? 시계도 몇 억하는 거네, 그런데 왜 마스크에 선글라스까지 한 거야?”성경일이 탄식하며 말했다.“두 사람이 왜 같이 있는지에 대해서는 내가 말하지 않아도 똑똑한 사람이라면 다 알 것 같은데.”“설마, 도범이 정말 그 박시율 남편이라고? 박시율 그렇게 예쁜데 남편이라는 작자는 다른 여자를 찾은 거야?”그때 한 사람이 놀라서 말했다.“이유가 뭔지 누가 알겠어, 아무튼 저 여자 나이도 어리고 몸매도 좋으니 나라면 돈을 안 줘도 좋다고 할 것 같은데, 더구나 도범은 저 여자한테 돈까지 받을 수 있잖아.”영감 하나가 장진의 다리를 보며 몰래 침을 삼켰다.“그러니까 나라도 오케이 한다.”“돈을 내라고 해도 될 것 같은데.”이류 가문의 한 도련님도 흥분한 목소리로 말했다.“제가 누구 와이프인지, 도범이랑 어떤 사이인지 당신들이랑 상관없을 것 같은데.”하지만 그 말들을 들은 장진은 차가워진 목소리로 말했다. 경매장의 분위기는 순식간에 차갑게 얼어붙었다.장진의 말 한마디에 수군거리던 사람들이 입을 다물었다.“당연히 상관이 있죠.”그때 왕호가 말했다.“이렇게 되면 도범이 자기 마누라 몰래 여자를 만나고 다녔다는 걸 설명할 수 있는 거잖아요, 능력 있으면 아무리 많은 여자를 만나고 다녀도 비웃진 않겠지만 남자가 여자 돈이나 쓰면서 지내는 거 부끄럽지도 않은가?”“그러니까요, 부대에서 나왔다는 군인이 이런 꼴로 지내고 있다니, 정말 군인들 망신 제대로 시키네요.”성경일도 한마디 거들었다.“한 마디만 더 하면 내 주먹이 날아갈 거야!”장진은 도저히 참을 수 없었다, 전신인 자신이 남자를 스폰 해주는 돈 많은 여자로 둔갑되었기 때문이었다.그리고 그녀를 가장 화나게 하는 건 사람도 못 알아보는 눈앞의 이들이었다. 화하에서 가장 존중받아야 할 장군을 여자에게 스폰이나 받는 남자라고 하다니, 도범은 장진의 사부였기에 다른 사람이 자신에게 뭐라고 하는 건 참을 수 있었지만 자신의 사부에게 뭐라고 하는 것을 그녀는 도
“두 사람 걱정도 사서 하네!”도범이 성경일을 보며 말했다.“성경일, 적당히 나대, 저번에 우리 집 마당 뜯어버리려고 할 때, 홍희범이 경고하지 않았었나? 그런데도 나랑, 맞서겠다는 거야?”성경일은 자신을 협박하는 도범의 말을 듣더니 안색이 어두워졌다, 그리고 조금 걱정되기 시작했다. 도범은 확실히 실력이 대단한 사람이었기에 만약 정말 화가 나서 성 씨 집안으로 쳐들어온다면 장건이라고 해도 그의 상대가 되지 못했다.“너, 너랑 맞서겠다는 게 아니라 그냥 한 소리 하는 거야. 시율이가 너한테 그렇게 잘 대해줬는데 너는 돈을 위해서 이런 짓을 저질렀으니까...”“성 도련님, 지금 저 자식을 무서워하는 겁니까?”성경일의 표정에서 불안함을 알아차린 왕호가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그럴 리가요, 제가 저 자식을 무서워 할리가 있겠습니까? 배달이나 하던 놈이 군대 생활 몇 년 했다고 제가 무서워하겠냐고요.”성경일이 자신의 가슴을 치며 큰소리를 해댔다.“하긴, 가죠, 모든 사실이 드러난 뒤에 저놈이 박시율한테 뭐라고 하는지 지켜봐야겠습니다.”왕호와 성경일은 금방 자리로 돌아갔다. 그들은 그저 도범이 정말 돈을 위해 다른 여자에게 스폰을 받고 있는지를 확인하러 온 것뿐이었다.그리고 방금 전 화를 내던 여자를 보면 두 사람의 사이가 결코 단순하지 않다는 것을 설명할 수 있었기에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다.“저 사람이 박시율 남편이라고? 돈을 위해 저런 일을 하다니!”백은혜가 도범을 한 눈 보더니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잠시 뒤, 나머지 일류 가문의 사람들도 도착했다.하나는 모용 가문의 도련님, 모용권이었고 하나는 제갈가문의 아가씨 제갈소진, 그리고 우 씨 집안의 주인인 우진이었다.대가족이 등장하자 사람들은 다시 웅성거렸다.용 씨 집안에서도 용천수가 참석했다.용천수는 도범을 발견하자마자 얼굴을 굳혔다.“저 자식이 왜 여기에 온 거야? 옆에 여자는 누구고? 하라는 일은 안 하고 여자랑 데이트하러 온 거야?”용천수는 기분이 언짢았지만 도범을 못 본척하
모용권은 제갈소진을 보니 답답해졌다, 이 여자는 어떻게 점점 살이 찌는 건지 그는 이해할 수 없었다, 시집이나 갈 수 있을 런지.그리고 다시 고개를 돌려 옆에 앉은 백은혜를 보니 순식간에 기분이 좋아졌다.“네, 알겠습니다. 이 야명주의 최저 가격은 20억입니다, 물론 여러분들께서 야명주의 가치가 20억을 훨씬 넘는다는 것을 알아주셨으면 합니다. 할증 가격은 2억보다 많아야 합니다.”늙은이가 웃으며 경매 시작을 알렸다.“경매를 시작하겠습니다, 제일 높은 가격을 말하는 사람에게 이 보물을 드리겠습니다.”“2억? 부르기도 부끄러운 수자야.”그때 한 상인이 일어서서 말했다.“사람의 신진대사를 느리게 해 장수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니 장기적으로 옆에 두고 잔다면 이삼 년은 더 살 수 있겠죠?”말을 마친 상인이 손을 들고 말했다.“제가 40억에 사겠습니다!”도범이 멀리서 야명주를 눈여겨보니 야명주는 확실히 신비로운 기운을 내뿜고 있었다, 숙면에 도움을 준다는 건 믿을 수 있었지만 장수할 수 있게 한다는 건 도범도 확신할 수 없었다.“정말 장수할 수 있다고요? 확실하진 않지만 어쨌든 보물이니 제가 꼭 사야겠어요!”장진이 도범을 보며 물었다.“확실하진 않지만 어쨌든 보물이니 꼭 사야지!”“그럼 제가 아직 선물 사드린 적 없으니까 이번에 저 야명주를 사서 선물로 드릴게요.”장진은 도범이 신분을 드러내고 싶어 하지 않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야명주를 사서 그에게 선물할 생각이었다.“40억? 저는 60억에 사겠습니다!”제갈소진이 품 안의 팝콘을 다 먹고 티슈로 손을 닦으며 말했다.“제갈가문 사람의 마음에 들었으니 쉽게 손에 넣기는 힘들겠는데.”“그러니까, 다들 20억씩 올려 부르고 있잖아, 나는 이번 경매에서 빠져야겠다.”구경하러 왔던 상인들은 혹시나 하는 생각을 했었지만 역시나 예상했던 대로 흘러가는 상황을 보며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네, 소진 아가씨께서 60억에 사겠다고 했는데 더 높은 가격에 사실 분 계시나요?”늙은이가 웃으며
“풍린수의 가장 큰 약점은 지능이 낮다는 거야. 이들은 그렇게 많은 꾀를 부리지 않기 때문에 무사들이 조금만 머리를 쓰면, 버티기만 해도 풍린수를 처치할 수 있지.”삼각눈의 남자는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혹시 구록종이 무슨 종문인지조차 모르는 건 아니겠지? 방금 구록종을 언급했을 때, 네 표정이 어찌나 비웃음이 깃든지 말이야. 중주에 어떤 강력한 종문들이 있는지조차 모르는 거 아니야? 넌 정말 중주 출신이 맞긴 한 거냐?”이 일련의 의심에 삼각눈을 가진 남자는 점점 오수경을 변두리에서 나온 우물 안 개구리라 여겼다. 그렇지 않다면 그런 말을 할 리 없었다. 오수경은 무심코 입꼬리가 바들바들 떨렸다. 이제야 도범이 왜 침묵을 즐기는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이들과 다투는 것은 시간 낭비일 뿐이었다. 애초에 오수경은 이들과 말다툼을 할 생각조차 없었지만, 이제는 이들이 오수경을 끝없이 몰아붙이고 있었다.오수경은 인상을 찌푸린채 말했다.“물론 구록종은 중주 7품 종문 중 하나로, 그중에서도 손꼽히는 강자라는 것을 잘 알고 있지.”그러자 삼각눈을 가진 남자는 오수경의 말을 듣고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그런데 왜 내가 구록종을 언급했을 때, 네 얼굴에는 비웃음이 서린 거냐?”오수경은 미간을 찌푸린채 되묻고 싶었다.‘네가 어떻게 내 얼굴 표정을 그렇게 자세히 본 거야? 난 내 얼굴에 어떤 표정이 있는지도 몰라.’이 삼각눈을 가진 남자는 모든 걸 알고 있는 듯했다.오수경은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 목소리를 높여 이들과 싸우려는 순간, 도범이 오수경을 막았다. 그러자 도범이 일부러 목소리를 낮추지 않고 말했다.“이 사람들과 싸워서 뭐하겠어? 저들과 싸우는 건 네 시간만 낭비하는 거야. 이들은 네가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할 수 없는 사람들이야.”이 말에 주위는 순간 조용해졌다. 도범은 지금까지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아 사람들이 도범을 허세 부리지 않는 사람으로 생각했으나, 도범의 말은 그들의 예상과는 완전히 달랐다.오수경도 이미 충분히 오만했지만
“역시 숲이 크면 별의별 새가 다 있는 법이지. 거울이라도 보고, 자신이 어떤 존재인지 알아봐야 할 텐데, 감히 그런 말을 하다니.”그 중 한 명이 손가락으로 앞쪽에 서 있는 흰 옷을 입은 사람을 가리키며 말했다.“저기 흰옷 입은 사람 보이지? 저 사람은 구록종 출신으로 친전 제자야. 그런데도 30분이 되서야 겨우 수정구를 파란색으로 바꿨다구! 방금 그렇게 큰소리쳤으니, 네 옆에 있는 이 친구가 첫 번째 관문을 통과해서 보라색 수정구를 파란색으로 바꾸는 데 얼마나 걸리는지 한 번 볼까?”다른 사람도 거들며 말했다.“그래, 말 좀해봐. 네가 그렇게 치켜세운 저 친구가 보라색에서 파란색으로 바꾸는 데 얼마나 걸릴 것 같아?”주변 사람들은 이 상황을 재미있어하며 오수경을 계속 몰아세웠다. 그들은 오수경에게 도범이 첫 번째 관문을 통과하는 데 걸리는 시간을 말하라고 강요하며, 주변 사람들이 얼마나 오랜 시간이 걸렸는지까지 구체적으로 언급했다.이들 대부분은 6품 종문이나 자유 무사 출신으로, 첫 번째 관문을 통과하는 데 최소 4시간이 걸렸다. 출신이 뛰어난 천재들과는 비교조차 되지 않았다.처음에는 오수경이 이들과 대화할 생각이 전혀 없어서 입을 꾹 다물고 인상을 쓰며 침묵을 지켰다. 그러나 이들은 끈질기게 질문을 던지며 진실을 밝히지 않으면 물러서지 않겠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오수경은 도범에게 도움을 구하는 눈빛을 보냈지만, 도범은 눈썹을 살짝 치켜올리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네가 만든 일이니 네가 해결해.”도범은 오수경이 이미 여러 번 경솔하게 발언해 문제를 일으킨 적이 있기 때문에, 매번 오수경의 뒤처리를 해줄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오수경은 어쩔 수 없다는 듯 한숨을 쉬고, 계속되는 질문에 결국 고개를 들어 크게 말했다.“저 사람들이 30분이 걸린다면, 도범 오빠는 15분이면 충분해!”오수경은 어차피 모든 것을 걸고 말하기로 했다. 이 사람들은 정말 짜증나는 존재들이었기 때문이다. 오수경의 말이 끝나자마자, 주위 사람들은 오수경의 말에 반
두 마리의 풍린수를 처치하면 수정구는 파란색에서 청색으로 변하게 된다. 그때 무사는 몇 배나 강력해진 풍린수와 마주하게 되며, 이 마지막 풍린수를 처치해야만 4층을 통과하여 5층에 진입할 자격을 얻게 된다.도범의 설명을 들은 오수경은 미간을 찌푸린채 되물었다.“그러니까 4층은 사실 세 단계로 나뉜다는 말이지? 수정구의 색이 변할 때마다 단계를 하나씩 통과하는 거야. 총 세 가지 색이 있는 셈이니까, 5층으로 가려면 세 번을 모두 통과해야 하네.”도범은 고개를 끄덕였고, 오수경은 손가락을 꼽아가며 말했다.“즉, 네 마리의 풍린수를 상대해야 한다는 거지. 첫 번째 풍린수는 상대적으로 약하고, 두 번째와 세 번째 풍린수는 좀 더 강해지지만, 가장 강력한 풍린수는 마지막 한 마리라는 거군. 이 마지막 풍린수를 처치해야 비로소 통과가 완료되는 거네.”도범은 다시 한번 고개를 끄덕였다. 오수경의 정리가 꽤나 명확했다. 오수경은 5층으로 순조롭게 진입하려면 이 절차를 그대로 따라야 한다. 네 마리의 풍린수를 모두 처치해야만 5층으로 올라갈 수 있었다.오수경은 웃으며 말했다.“4층은 도범 오빠에게 전혀 어려운 일이 아니겠네. 그 무슨 풍린수라는 것도 결국 선천 후기에 불과하니까 말이야.”이 말을 끝내기도 전에, 도범이 답하기도 전에 주위의 사람들이 참지 못하고 들고 일어섰다. 그들이 일부러 사람이 적은 곳을 선택하긴 했지만, 그래도 많은 사람이 모여 있는 곳이었다. 그리고 오수경의 말이 크게 들리자 주변 사람들이 주의를 기울이게 된 것이다.이때, 눈이 삼각형 모양인 한 사내가 오수경의 말을 듣고 냉소를 터뜨렸다.“너는 저 녀석의 부속인이겠지? 어디서 그런 배짱을 얻었길래 그런 말을 할 수 있는 거냐? 마치 4층이 이 어린 녀석에게는 쉬운 일인 것처럼.”그러자 삼각눈 사내 옆에 서 있던 백색 옷을 입은 남자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저 사람은 말이 너무 과장된 것 같아. 풍린수가 얼마나 상대하기 어려운 상대인지 전혀 모르는 것 같은데, 그냥 입만 뻐끔했
도범은 한숨을 내쉰 후 다시 입을 열었다.“네가 오양수와 대결할 때, 나는 곽치홍이 너희 두 사람의 싸움을 계속 지켜보는 것을 발견했어. 그래서 곽치홍을 주시하고 있었는데, 나중에 곽치홍도 내가 본인을 보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지. 하지만 내가 너무 멀리 있어서 곽치홍의 표정을 자세히 볼 수 없었어. 그런데 곽치홍이 나를 쳐다볼 때, 마치 독사에게 주시당하는 느낌이 들었어. 네가 전에 말했던 게 맞아, 곽치홍은 분명 우리에게 적대감을 품고 있어.”도범은 고개를 끄덕였다. 곽치홍이 등장한 이후로, 온갖 의문들이 곽치홍의 마음속에 떠올랐다. 이전에 장로들이 했던 말은 전부 믿을 수 없었고, 이 안에 더 큰 비밀이 숨어 있을 게 틀림없었다.도범이 숨을 고르고 막 입을 열려던 순간, 오수경이 먼저 말했다.“네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알아. 나를 위로하려고 하지 마, 이제 다 이해했어. 내가 전에 했던 충동적인 행동들이 너에게 폐를 끼쳤다는 걸 알아. 앞으로는 항상 이 점을 명심하고, 더 이상 너에게 폐를 끼치지 않을 거야.”오수경의 이 말을 듣고 나니 도범은 한결 마음이 놓였다. 오수경은 단순한 순진한 바보였고, 팔 다리는 튼튼하지만 머리는 물에 잠긴 것 같아 항상 충동에 휘둘렸다. 하지만 이번 일을 겪고 나서 오수경도 자신을 돌아보게 되었다.그렇게 말하고 나서 오수경은 마치 무거운 짐을 내려놓은 듯 편안해졌다. 두 사람은 함께 4층으로 발을 내디뎠다.그곳은 희미한 빛으로 덮인 광활한 초원이었다. 초원 위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는데, 대부분은 풀밭 위에 가부좌를 틀고 앉아 손에 든 수정구를 받쳐 들고 있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눈을 감고 명상하는 것처럼 보였고, 소수의 사람들은 낮은 목소리로 무엇인가를 이야기하고 있었다.분위기는 침묵과 압박감이 공존했다. 누군가가 이야기를 한다 해도 일부러 목소리를 낮췄다. 여기가 바로 천엽7현탑의 4층이었으며, 겉보기에는 환상 세계와도 같았다.오수경은 눈을 깜빡이며 도범의 손에 들린 보라색 수정구를 한 번
이 말을 들은 오수경은 고개를 저으며 완강히 거부했다.“나는 3층에 남고 싶지 않아. 도범 오빠가 4층을 돌파하면, 분명히 5층도 갈 거잖아. 천엽 7현대는 총 7층인데, 도범 오빠가 7층까지 돌파할 수도 있잖아? 그럼 도범 오빠는 다른 곳으로 바로 전송될지도 모르는데, 그러면 나 혼자 3층에 남게 되잖아. 그땐 난 어떻게 해야 하지?”도범은 오수경의 말을 듣고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오수경의 걱정도 일리가 있었다. 만약 도범이 정말 7층까지 한 번에 돌파한다면, 천엽 7현대는 자신을 완벽한 도전자로 간주할 가능성이 높았고, 보상을 주고 다른 곳으로 전송할 수도 있었다.그렇게 되면 오수경을 홀로 남겨두게 되는데, 도범과 다시 만날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었다. 여러 가지로 생각한 끝에, 도범은 여전히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한편, 오수경은 도범이 망설이는 모습을 보고 조급해졌다. 오수경은 도범의 팔을 잡으며 간절히 말했다.“난 도범 오빠의 인맥으로 천엽성에 들어온 거야. 인맥으로 들어온 만큼, 나는 어떠한 도전도 직면하지 않을 거고, 그저 도범 오빠만 따라가면 계속 위로 올라갈 수 있어. 어떤 위험이 닥치더라도, 나는 절대 혼자서 떠나지 않을 거야. 정말 운 나쁘게 여기서 죽더라도, 제가 감수해야 할 일이니까.”오수경의 이 말은 진심이었다. 도범을 처음 만난 이후, 오수경은 자신의 인생이 위험과 맞물려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하지만 그건 자신이 바꿀 수 없는 일이었다.다른 것은 판단할 수 없었지만, 한 가지는 확실했다. 도범은 매우 신뢰할 만한 사람이었고, 그 뒤를 따라가야만 생존의 가능성을 얻을 수 있었다. 오수경은 이곳에서의 2년을 버텨내어 바라문 세계를 떠나, 자금단방으로 돌아가 다시는 나오지 않기를 바랐다.도범은 오수경의 결심을 확인하자, 마침내 고개를 끄덕였다. 두 사람은 함께 걸음을 옮겨 4층의 입구에 도착했다. 그곳에는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고, 모두가 다소 망설이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미래의 운명을 예측할 수 없기에 그들
도범은 냉소를 띠며 말했다.“전 당신과 싸울 생각 없어요. 다만 한 가지 중요한 일을 잊고 있는 건 아닌지 생각나게 해주러 왔을 뿐이죠.”도범의 말에 민경운은 순간 얼어붙었다. 민경운은 잠시 고민하며 무슨 의미인지 되새겼고, 이내 도범이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 깨달았다. 바로 얼마 전 자신과 도범 사이에 벌어진 내기 때문이었다.그 순간, 민경운의 가슴은 마치 여러 개의 큰 돌이 짓누르는 듯 답답해졌다. 그러나 민경운은 이를 갈며 분노를 삼켰다. 애초에 민경운은 도범이 절대로 이번 대결에서 이길 수 없을 것이라 확신하고 내기를 걸었던 것이다.민경운은 도범이 처참하게 패배할 것이라 생각했고, 자신의 손에 들어올 19만 영정을 기대했었다. 그러나 예상치 못하게 결과는 정반대였다. 도범이 승리한 것이다.이때, 도범은 손을 내밀며 말했다.“빨리 돈을 내세요. 저도 할 일이 있거든요. 그러니 제 시간 뺏지 마세요. 원래 9만 개의 영정으로 내기를 시작했는데, 본인이 10만 개를 더 얹어 19만 개의 영정으로 만든 거잖아요. 그러니 빨리 결제해요.”도범의 이 말에 민경운은 가슴이 터질 듯했다. 상황은 정말로 도범이 말한 대로였다. 도범은 9만 개의 영정으로 내기를 제안했고, 민경운은 도범이 분명히 패배할 것이라 생각하여 곧바로 10만 개를 더해 19만 개로 올렸다. 하지만 결국 자신의 발등을 찍고 말았다.지금 민경운은 자기 뺨을 세게 때리고 싶은 심정이었다. 9만 개의 영정은 민경운에게 꽤나 큰 금액이지만, 19만 개의 영정은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였다. 그러나 두 사람은 이미 계약을 체결했기 때문에 민경운이 이를 되돌릴 방법은 없었다. 만약 민경운이 결제하지 않으면 계약이 곧바로 발동하여, 결국에는 영혼의 역반작용으로 이어지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이후의 일은 의외로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오양수는 원건종의 제자들을 들것에 실어 나갔고, 도범은 마침내 세 번째 영패를 손에 넣었다. 이번 영패는 조금 특이하여 입탑 영패가 아닌 출성 영패로 바뀌어 있었다.이
관중석에는 각양각색의 무사들이 섞여 있었고, 불량배들도 많았다. 평소에 거리에서 욕을 퍼붓기 좋아하는 이들은 이제야 자신들의 능력을 마음껏 발휘할 기회를 찾은 듯, 원건종의 제자들에게 온갖 욕설을 퍼부었다.일부 사람들은 진원을 목에 운용하여 의도적으로 목소리를 크게 했다. 다른 사람들이 듣지 못할까 봐 걱정이라도 되는 듯, 그들은 더욱 큰 소리로 온갖 더러운 말을 쏟아냈다. 이로 인해 도범의 귀는 무척이나 시끄러웠고, 고통스러울 정도였다.도범은 자신과 원건종의 제자들 사이에 오간 몇 마디 대화가 이렇게 사람들을 폭발시키게 될 줄은 몰랐다. 또한, 도범은 어쩔 수 없다는 듯 한숨을 쉬며 이런 싸움은 결국 아무런 결론도 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몸싸움을 할 수도 없고, 계속 말다툼만 이어질 뿐이었다.그래서 도범은 더 이상 들으려 하지 않고, 대련 무대의 한쪽 가장자리로 가서 조용히 서 있기로 했다. 도범은 아직 오양수를 죽일 생각이 없었다. 오양수가 자신에게 했던 그 약속, 즉 죽음보다 더한 고통을 그대로 돌려주고 싶었기 때문이다.시간은 조금씩 흘러갔고, 싸움 소리는 계속해서 끊이지 않았다. 마침내 오양수의 몸부림이 점점 약해지고, 장벽이 완전히 해제되자 원건종의 제자들이 한꺼번에 몰려가서 오양수를 부축했다.한편, 진태산은 눈살을 찌푸린 채 오양수의 코에 손을 대 그의 호흡을 확인했다. 비록 오양수는 아직 숨을 쉬고 있었지만, 그 호흡은 매우 미약했다.민경운은 급하게 자신의 보관 반지에서 여러 개의 단약을 꺼내 오양수의 입에 넣었다. 그러나 이 단약들은 오양수의 현재 상태를 치료하기에는 전혀 효과가 없었다. 방금 도범이 사용한 참멸현공이 오양수의 영혼을 완전히 찢어놓았기 때문이다.영혼이 찢어진 상태에서 내상을 치료하는 단약이 효과가 있을 리 없었다. 따라서 민경운이 오양수에게 많은 단약을 먹였지만, 오양수의 상태는 전혀 나아지지 않은 것이다. 민경운은 점점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만약 오양수가 정말로 이 사건으로 인해 죽는다면, 그들 모두 책임을
“맞아! 당장 우리 오양수 선배를 풀어줘! 양수 선배에게 무슨 일이 생기기라도 하면, 너는 천번 만번 죽임을 당할 거야! 오양수 선배는 도민수 선배가 아니야. 네가 도민수 선배를 죽음 직전까지 몰고 갔을 때는 우리도 나서서 협상할 여지가 있었어.그러나 네가 오양수 선배를 진짜로 죽음 직전까지 몰고 간다면, 염라대왕이라도 너를 보호할 수 없을 거야! 바라문 세계를 벗어나는 순간, 너는 원건종의 끝없는 추격을 받게 될 거야!”바깥에서 들려오는 원건종 제자들의 고함과 욕설은 도범의 귀에 전부 들렸다. 이는 이미 예상된 일이었기에 도범은 일말의 두려움도 느끼지 않았다.원건종은 일반적인 자유 무사들에게 충분한 위압감을 줄 수 있지만, 도범에게는 그렇게 중요한 상대가 아니었다. 원건종이 무엇이건, 자신의 힘이 충분히 강하다면 더 강력한 종문에 가담할 수 있을 테니, 원건종이 손해를 본다고 해도 도범으로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이다.게다가 이번 일은 처음부터 끝까지 원건종이 문제를 일으킨 것이었다. 도범은 결코 선을 넘는 행동을 하지 않았고 원건종 쪽에서 여러 번 도발하지 않았다면, 도범 역시 이들과 싸울 이유가 없었을 것이다.잠시 후, 도범은 차가운 웃음을 지으며 원건종의 제자들을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일부러 목소리를 높여 말했다.“원건종 제자들, 잘 들어! 8품 종문 출신이라는 이유로 제멋대로 행동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마. 처음부터 끝까지 문제를 일으킨 건 너희들이었잖아. 그런데 패배하고 나니 이제와서 나를 협박하는 거야?만약 너희들이 먼저 건드리지 않았다면, 나 역시 너희들과 엮일 생각이 전혀 없었을 거야. 즉, 너희들은 본인들의 강력한 종문을 배경을 믿고 제멋대로 행동해도 된다고 착각하는 거야. 하지만 나는 너희들의 그런 행태를 전혀 묵인할 생각 없어!”도범의 이 말은 관중석에서 큰 박수갈채를 일으켰다. 관중들은 도범이 그들 마음속에 담아둔 말을 대신 말해준 것 같아 고무되었다. 이들 고급 종문의 제자들은 항상 약한 무사들 앞에서만 무력을 과시하며, 이
“오양수는 원건종의 친전 제자 아닌가요? 그런데 어떻게 이렇게 약할 수 있죠?”“당신 바보 아니에요? 이건 오양수이 약한 게 아니라 도범이 너무 강한 거에요! 아까도 말했잖아요? 빙봉천리는 지급 상급 무기에요. 여기 있는 사람들 중에 몇이나 지급 상등 무기를 수련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런데 도범이 빙봉천리를 부순다는 건, 도범의 무기가 오양수의 무기보다 강하다는 걸 의미해요!”“설마 도범이 천급 무기를 수련한 건가요?”이 말이 나오자마자, 주변의 거의 모든 이들이 단번에 부정했다.“미쳤어요? 무슨 말이든 막하네요. 천급 무기가 어떤 개념인지 알고나 하는 소리에요? 수련 경지가 고신경에 도달했거나, 혹은 특별한 재능을 지닌 영천 경지 후기에 이르러야만 천급 무기를 수련할 수 있는 가능성이 생기는 거에요.그리고 여기 있는 사람들은 모두 바라문 세계의 규칙을 지켜야만 이곳에 들어올 수 있고요. 나이도 60세를 넘지 않아야 하죠. 그렇다면 60세가 넘지 않은 사람이 천급 무기를 수련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그렇네요! 아마도 지급 상급 무기를 수련한 거겠죠. 도범이 오양수를 이길 수 있었던 이유는 도범이 지급 하급 무기를 대원만 단계까지 수련했기 때문일 거에요.”“만약 그게 사실이라면, 도범의 재능은 정말 두려운 수준이네요. 8품 종문의 친전 제자조차 도범의 상대가 될 수 없다는 거잖아요!”“이번에 바라문 세계에 온 보람은 있네요. 이렇게 많은 천재들을 직접 눈으로 볼 수 있다니.”오양수와 관련 없는 관중들은 이런 논의를 흥미롭게 이어갔다. 이전에 도범을 비하하던 사람들도 이제는 도범을 칭찬하며, 도범을 백 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천재라고 말하기 시작했다.8품 종문의 친전 제자들도 대수롭지 않게 여겼지만, 원건종의 제자들은 차분할 수가 없었다. 처음에는 관중석에서 편안하게 앉아있던 그들은, 도범이 빙봉천리를 단칼에 베어내는 모습을 보고는 그만 입을 다물고 경악을 감추지 못했다.지금 오양수가 이렇게 극심한 고통을 겪는 걸 보니, 분명 도범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