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범이 달려온 수아를 품에 안고 아이의 볼에 뽀뽀를 했다. "응!"이에 수아가 고개를 한 번 끄덕이더니 다시 말을 이어갔다."엄마가 그랬는데, 이제 아빠가 돌아오면 수아를 데리고 같이 산 아래에 있는 마을로 놀러 간다고 했어!""하하, 그래. 저녁에 엄마랑 함께 마을에 놀러 가자!"도범이 큰소리로 웃으며 말했다.그리고 애틋한 부녀의 모습에 옆에 있던 초수정이 어색하게 웃으며 물었다."이게 네 딸이야? 정말 귀엽게 생겼네!""응. 내 딸, 수아야."도범이 웃으며 수아를 안은 채 초수정과 함께 장진과 나봉희 쪽으로 걸어갔다.그러다 도범이 소개하기도 전에 초수정이 히죽거리며 장진을 향해 말했다."말 안 해도 알아. 이분이 바로 네 부인이지? 몸매가 역시 좋아!"장진이 듣더니 순간 얼굴이 붉어져서는 황급히 말했다."아닙니다. 내가 도범의 아내일 리가 없잖아요. 난 도범의 제자 장진이라고 합니다."그러고는 도범을 바라보며 물었다."사부님, 이 아가씨는?"도범이 그제야 웃으며 소개했다."이분은 초씨 가문의 셋째 아가씨 초수정이야.""초씨 가문? 8대 은세 가문 중의 하나인 그 초씨 가문?"장진이 듣더니 순간 놀란 표정을 지었다. 초씨네 셋째 아가씨가 도범과 아는 사이일 뿐만 아니라 도씨 가문까지 따라올 줄은 생각지도 못했던 것이다.게다가 두 사람의 사이가 꽤 좋은 것 같기도 하고."맞아요."옆에 있던 초수정이 웃으며 다시 입을 열었다."도범이 전에 그의 아내가 엄청 미인이라고 했거든요, 그래서 장진 씨가 도범의 아내인 줄 알았네요. 도범의 제자도 이런 미인일 줄은 정말 생각지도 못했는데, 도씨 가문에 미인이 참 많네요."초수정의 칭찬에 장진이 기뻐서 웃으며 말했다."내가 무슨 미인이라고요. 듣기로는 초씨 가문의 세자매가 전부 절세미인이라던데, 그 정도는 되어야 미인이라는 소릴 듣죠. 아마 세속의 사람들은 세자매를 본 적이 없어 모를 수도 있겠지만 적지 않은 은세 가문의 도련님들이 전부 세자매를 엄청 만나보고 싶어 하잖아요."
"그럼! 당연히 수련하고 싶지. 무사로밖에 되지 못한다고 해도 좋아. 적어도 감기에 잘 걸리지 않을 거 아니야. 신체 소질도 일반인보다 훨씬 강해질 거고."나봉희가 흥분되어 대답하더니 또 바로 쓴웃음을 지었다."하지만 아쉽게도 우리는 이미 수련할 수 있는 나이를 지났다는 거지. 천부적인 문제일 뿐만 아니라 몸을 정화할 때도 힘들어 견딜 수 없대."하지만 의외로 초수정이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제가 두 분께서 수련하실 수 있게끔 도와드릴 수 있습니다."도범이 듣더니 놀라서 바로 물었다."그게 가능하다고? 이 두 분을 무사로 만들 수 있는 방법이 정말 있는 거야?""그게 정말이야? 초씨 아가씨, 정말 무슨 좋은 방법이라도 있는 거야? 우리가 진짜 수련할 수 있다면 그건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일인 건데."박영호도 순간 격동되어 기대에 가득 찬 표정으로 초수정를 바라보았다.이에 초수정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다 매혹적인 눈으로 도범을 한 번 흘겨보고는 입을 열었다."너 역시 식견이 너무 부족해. 우리 초씨 가문에 금지된 곳이 있는데 그 안에 작은 못이 하나 있어. 못 안에 있는 물이 보물이거든. 그 못의 물을 우리는 정화 영수라고 하는데 나이가 많아 수련할 수 없는 자들이 한 모금만 마시면 바로 몸을 정화할 수 있어. 중요한 건 아무런 부작용도 없다는 거야."초수정의 말에 도범이 다소 격동되어 말했다."초씨 가문에 그런 보물이 있을 줄은 정말 생각지도 못했네. 그럼 우리 엄마도 그 영수를 드시고 수련할 수 있다는 거잖아?""너희 엄마도 수련해 본 적이 없는 일반인이셔?"초수정이 듣더니 속으로 더욱 기뻐했다.‘이렇게 되면 도범의 어머니한테까지도 잘 보일 수 있는 거잖아? 나의 시어머니로 될 분인데!’"그래, 우리 엄마도 수련해 본 적이 없어. 하지만 난 엄마가 수련했으면 하는 마음이거든. 앞으로 무사나 종사에 돌파할 수만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일이고."도범이 쓴웃음을 지으며 대답했다. 그러다 한참 후 다시 말을 이어갔다."하
얼굴에 웃음꽃이 피어난 나봉희가 잠시 생각하더니 다시 입을 열었다."참, 도범과 친구라고 했으니 앞으로 시간이 있으면 우리 도씨 가문에 자주 놀러 와! 이곳을 자네 집처럼 생각하고, 언제든지 와도 돼."이에 도범이 어이없어하며 나봉희에게 일깨워 주었다."어머님, 무슨 소리를 하는 겁니까? 초씨 가문과 도씨 가문은 사이가 별로 좋지 않아 너무 빈번하게 왕래해도 안 좋아요."그러자 초수정이 바로 도범을 힐끗 쳐다보고는 불쾌하다는 듯 애교를 부리며 말했다."나만 홀로 오는 것도 안 돼?"도범이 듣더니 순간 진땀을 흘렸다. 그러고는 어쩔 수 없다는 듯 어색하게 웃으며 대답했다."물론 너만 제외하고. 넌 언제든지 와도 돼."옆에서 두 사람을 관찰하고 있던 장진이 저도 모르게 눈살을 찌푸렸다. 착각인지는 모르겠지만 도범이 왠지 초수정을 무서워하는 것 같았다."도범아, 돌아왔구나!"바로 이때, 도남천과 함께 산책을 하던 서정이 도남천고 함께 도범 그들 쪽으로 걸어왔다.도범을 발견한 두 사람의 얼굴에는 모두 희색이 드러났다."네, 엄마. 무술 대회가 곧 시작되잖아요. 그래서 일찍 돌아왔어요.""이분은 초씨 가문의 셋째 아가씨 초수정이잖아? 무슨 일로 우리 도씨 가문에 온 거지?"도남천이 단번에 초수정를 알아보고는 놀라움이 가득한 눈빛으로 물었다. 그러다 또 바로 눈살을 찌푸렸다. 아무래도 초씨 가문과 도씨 가문의 관계가 그리 좋은 건 아니었으니까.‘도범이 어떻게 초씨 가문의 셋째 아가씨를 데려오게 된 거지?’"도 가주님!"초수정도 도남천을 보고는 살짝 놀라서 말했다."이상하네요. 저 분명 도 가주님께서 괴질에 걸리셨다고 들었는데. 이치대로라면 지금쯤 일어설 수도 없을 정도로 심해지셨겠는데, 왜 오히려 정력이 넘쳐나는 것 같죠?"초수정은 가문에서 나온 지도 한 달 남짓이 되었으니 도씨 가문에서 발생한 일을 모르는 것도 정상이었다. 도씨 가문의 셋째 장로와 루희가 반란을 일으키려 했던 일은 더욱 몰랐을 거고.초씨 가문에 있었다면 이미 들었겠지
그러다 바로 의아해하며 초수정에게 물었다."왜? 도범이 내 아들이라는 걸 몰랐나?"‘분명 도범을 따라온 것이면서도 도범의 신분을 모르고 있었다니. 보아하니 나쁜 심보는 없는 아이인 것 같군. 어쩌면 도범도 그래서 이 아이를 데리고 온 거겠지?’"네. 이 녀석이 전혀 저에게 알려주지 않았거든요."초수정이 도범을 힐끗 쳐다보고는 대답했다. 그러다 곧 눈살을 찌푸리고 다시 물었다."어, 아니다! 가주님에게 아들이라곤 도자용 한 명뿐이었잖아요?"이에 도범이 쓴웃음을 지으며 도남천 대신 말했다."수정 씨, 이 일은 내가 나중에 시간이 있으면 따로 설명해 줄게. 게다가 너도 나의 신분을 물은 적이 없었잖아, 그래서 나도 굳이 말하지 않았던 거지."초수정이 듣더니 의미심장하게 웃었다."난 당연히 네가 장로나 호법의 아들인 줄로만 알았지. 신분이 이렇게 고귀했다니.""참, 수정 아가씨. 어떻게 우리 도씨 가문에 방문하러 올 생각을 하게 된 거지?"이때 도남천이 담담하게 웃으며 물었다."제가 나쁜 놈들에게 잡혀 괴롭힘을 당할 뻔한 거 도범 도련님이 구해줬거든요. 마침 저도 도씨 가문이 어디에 있는지 궁금하기도 하던 참이어서 이렇게 따라 온겁니다."초수정이 대답하면서 손바닥을 뒤집어 2품 저급 영초 두 그루를 꺼내 도남천에게 건네주었다. 그러면서 말을 다시 이어갔다."도 가주님, 처음 도씨 가문을 방문하러 오면서 아무 선물도 준비하지 못했는데, 이 보잘것없는 선물이라도 기분 좋게 받아주셨으면 합니다.""2품 저급 영초잖아!"도남천의 곁을 따르던 두 장로가 영초를 보자마자 눈을 크게 떴다. 1품 고급 영초는 위신경 더 나아가 진신경 초기의 수련 경지에 달한 자들만 사용할 수 있는 고급 보물로 엄청 희소했다.그런데 2품 저급 영초는 그 속의 에너지가 1품 고급 영초의 몇 배는 되었으니 진귀함의 정도는 가히 짐작할 수 있었다.그러니 그들로서는 침을 삼킬 수밖에 없었다.‘이 초씨 가문의 셋째 아가씨 너무 통쾌한 거 아니야? 한 그루라도 넙죽 감사히 받
"정말 별거 아닙니다. 도범이 제 목숨을 구했었잖아요. 게다가 저희 지금 엄청 좋은 친구거든요. 저 그냥 도범의 은혜에 보답하고 싶어서 그러는 거니까 마음에 두지 마세요."초수정이 웃으며 전혀 거리낌 없이 도범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하지만 도남천이 오히려 눈살을 찌푸렸다."네가 말한 보물이 설마 정화 영수야? 그거 수련하는 자들이 복용하게 되면 천부적인 방면에 엄청 도움이 되는 값비싼 보물이잖아. 일 년에 5~6인분밖에 산출해 내지 못한다고 들었는데. 그래서 너희 초씨 가문에서 엄청 애지중지 보관하고 있고 공을 세운 자들만 조금씩 받을 수 있는 거라고. 그런데 그런 보물을 너의 아버지께서 쉽게 너에게 줄 리가 없잖아. 게다가 네가 우리 도씨 가문을 위해 가지러 간 거라면 더욱 동의하지 않을 거야."초수정이 듣더니 개의치 않은 듯 웃으며 말했다."주지 않으면 제가 몰래 훔쳐 오죠 뭐. 제 아버지께서 알게 되었을 땐 뭐라 하고 싶어도 늦었는걸요. 게다가 제가 아무 말도 하지 않으면 어떻게 제가 도씨 가문에 가져다주었는지 알겠어요?""수정 씨, 수정 씨가 우리에게 이렇게 잘해 주는데 어떻게 감사를 표해야 할지 모르겠네."서정은 여전히 부담스러워했다.그러자 초수정이 바로 가슴을 치며 장담했다."어머님, 저랑 도범의 사이가 엄청 좋거든요. 도범이 엄마면 제 엄마인 것과 같을 정도로요. 그러니 아무런 걱정도 하지 마시고 감사를 표할 생각도 하지 마세요."옆에서 듣고 있던 도범의 표정이 순간 부자연스러워졌다.‘내 엄마가 자기 엄마라니. 다른 사람들이 오해라도 하면 어쩌려고 저러는 거야?’"아, 그래."서정이 잠깐 멍해지더니 덩달아 어색하게 웃으며 무슨 말을 해야 좋을지 몰라 했다."참, 도범아. 할 일이 없으면 초씨 셋째 아가씨를 데리고 돌아다니며 소개해 드려."이때 도남천이 빙그레 웃으며 도범을 향해 말했다.그러자 도범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걱정마세요, 아버지. 제가 이따가 먼저 수정 씨가 지낼 곳을 마련해 주고요."그런데 도범의
"헤헤, 좋아요. 그럼 저 먼저 머물 곳 보러 가볼게요."초수정이 웃으며 말했다.그러자 도남천이 고개를 끄덕이며 도범에게 분부했다."도범아, 초 아가씨 데리고 가서 좀 쉬어. 먼 길을 재촉하느라 둘 다 피곤했을 텐데."도범이 수아를 서정에게 넘겨주고 이내 초수정과 함께 광장을 떠났다.그러다 두 사람이 멀어진 후에야 서정이 비로소 웃으며 입을 열었다."초씨 아가씨가 너무 통이 큰 거 아니야? 아까 준 선물이 이미 도범의 은혜에 충분히 보답한 것 같은데, 또 전문 우리를 위해 초씨 가문의 보물을 얻어주겠다니. 마음씨가 참 따듯한 것 같아."하지만 도남천이 의외로 쓴웃음을 지었다."난 왠지 도범과 초 아가씨의 관계가 그렇게 단순하지 않은 것 같은데? 초씨 가문의 정화 영수는 엄청 진귀한 보물이야. 그런데 그런 보물을 단번에 세 사람의 몫이나 얻어주겠다니. 아무래도 일반적인 우정은 초월한 거 같지 않아?"서정이 듣더니 도남천을 힐끗 쳐다보았다."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초씨 아가씨가 우리 도범이보다 한창 어린데. 게다가 수아도 이렇게 컸는데, 도범을 좋아할 리가 없잖아."그러다 잠시 생각하더니 다시 말을 이어갔다."도범이 초 아가씨의 생명을 구했다잖아. 초 아가씨의 목숨이 설마 그 보물보다 못하겠어? 그러니 당연히 제대로 도범에게 보답하고 싶은 거겠지.""내가 정말로 괜한 생각을 했기를 바라."도남천이 웃으며 말했다.그런데 이때 옆에 있던 나봉희가 눈빛이 밝아져서는 입을 열었다."사돈, 내가 듣기로는 초씨 가문이 도씨 가문보다 훨씬 더 대단하다던데. 8대 은세 가문 중에서도 상위권에 들 수 있다고 했다죠? 만약 도범이 정말로 초 아가씨와 합치게 되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일인 거 아닌가요?"하지만 도남천이 듣더니 난감해하며 웃었다."좋은 일이긴 하지만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겁니다. 초씨 가문과 우리 가문 간의 사이가 원래부터 좋지 않았거든요. 도범과 초수정의 우정으로 두 가문 간의 사이를 어느 정도 완화할 수는 있겠지만, 두 아이의 혼사
한우현과 강욱 등도 도범을 보자마자 웃으며 일어섰다."형부, 옆에 웬 미인이 서 있어요? 쯧, 참 예쁘게도 생겼네요. 설마 밖에서 찾은 첩인가요?"그런데 이때 영아가 도범 옆에 서 있는 초수정을 보더니 농담이 묻은 어투로 물었다.그러자 도범이 순간 안색이 어두워져서는 말했다."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이분은 초씨 가문의 셋째 아가씨 초수정이야. 마침 강도에게 잡혀 있는 걸 내가 구해줬어. 그러다 수정 씨도 도씨 가문이 궁금하다고 해서 같이 돌아온 거고. 며칠 후면 우리와 함께 무술대회 현장으로 갈 거야. 초씨 가문도 그 대회에 참가하거든."영아가 듣더니 여전히 싱글벙글 웃으며 말했다."형부도 참, 왜 그렇게 긴장해 있어요? 농담이에요. 하지만 확실히 예쁘게는 생겼네요!"이때 초수정이 앞으로 나아가 박시율을 자세히 훑어보며 도범에게 물었다."이분이 바로 네 아내야?"박시율은 확실히 예쁘게 생겼을 뿐만 아니라 성숙미와 여성미도 흘러넘치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느낌은 초수정한테서 전혀 찾아볼 수가 없었다.그러나 두 사람의 외모로만 봐서는 우열을 가리기 어려웠다, 기껏해야 제각기 다른 느낌이 있다고나 할 수 있을 뿐."그래, 내 아내, 시율이야."도범이 헤헤 웃으며 대답했다. 하지만 속으로는 엄청 긴장하고 있었다. 박시율이 뭐라도 눈치챘을까 봐.지금의 그는 마치 가시방석에 앉아있는 것 같았다. 그날 밤만 생각하면 후회부터 치밀어 올랐다. 후아주를 마시지 않았더라면 취하지도 않았을 거고, 취하지만 않았더라면 초수정과 그런 일이 일어나지도 않았겠는데.그러나 이제 와서 아무리 후회해도 소용이 없었다. 그는 이미 초수정에게 하지 말았어야 할 일을 했고, 책임지지 않으면 초수정에게 너무 불공했으니."시율 언니 안녕하세요, 저 초수정이라고 해요. 그냥 편하게 수정이라고 불러도 돼요!"초수정이 앞으로 나아가 쿨하게 박시율을 향해 손을 내밀었다.그러자 박시율도 미소를 지으며 손을 내밀었다."안녕, 수정 씨. 도범 씨는 마음이 착해 나쁜 놈에게 잡혀있
저녁이 되자 도범은 모두를 데리고 함께 산 아래의 마을로 가서 저녁도 먹고 거리도 돌아다녔다.마을은 확실히 괜찮았다. 학교도 있고. 그래서 도범은 나중에 수아를 이쪽 학교로 보내 지식을 배우면서 수련을 병행하게 할 생각이었다.이 학교를 다니면 다른 곳에서도 가르쳐 주는 지식을 배울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다른 곳에서 가르쳐 주지 않는 지식도 배울 수 있다고 한다.예를 들어 일부 1품 또는 2품의 영초라든가, 또는 일부 수련의 기초지식이나 요수 같은 것들.아무래도 이 학교에서 공부하는 아이들은 거의 다 수련하는 가문의 자식들일 거고, 나중에 크면 수련을 시작해야 하는 거니까.마을에서 돌아왔을 땐 이미 늦은 밤이었고, 길을 재촉하느라 많이 피곤해 있었던 도범은 침대에 눕자마자 잠이 들었다.그러다 이튿날 아침이 되어서야 박시율에게 물었다."참, 시율아. 수련은 어떻게 됐어? 수아와 가족들을 데리고 온 데 시간이 얼마 걸리지는 않았을 거 아니야."이에 박시율이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나 매일 엄마와 아빠를 모시고 돌아다니고, 또 수아를 돌보느라 별로 수련할 시간이 없었어. 그래서 진보도 별로 크지 않고. 그래도 그나마 그저께 아침에 겨우 1품 종사에 돌파했어."도범이 듣더니 눈빛이 순간 밝아졌다."괜찮네! 벌써 1품 종사라니. 당신 돌파하는 속도가 너무 빠른 거 아니야?"박시율이 그제야 달콤하게 웃으며 말했다."당신이 가기 전에 나에게 취기단과 영초를 준 덕분이잖아. 그래서 속도가 이렇게 빨랐던 거고."도범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다 잠시 침묵을 지키더니 다시 입을 열었다."이제 며칠만 더 있으면 나도 무술대회로 출발할 거야. 요 며칠 길을 재촉하느라 비록 많이 수련하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저녁에 시간을 내서 조금씩은 했거든. 지금은 진신경 초기의 수련 경지에서 철저히 안정되었고, 요 며칠 사이에 단약을 이용해 진신경의 중기에 돌파해 볼 생각이야.""진신경 중기?"박시율이 듣더니 부러워하며 말했다."정말 너무 부러워. 진신경의 중기에 돌
“풍린수의 가장 큰 약점은 지능이 낮다는 거야. 이들은 그렇게 많은 꾀를 부리지 않기 때문에 무사들이 조금만 머리를 쓰면, 버티기만 해도 풍린수를 처치할 수 있지.”삼각눈의 남자는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혹시 구록종이 무슨 종문인지조차 모르는 건 아니겠지? 방금 구록종을 언급했을 때, 네 표정이 어찌나 비웃음이 깃든지 말이야. 중주에 어떤 강력한 종문들이 있는지조차 모르는 거 아니야? 넌 정말 중주 출신이 맞긴 한 거냐?”이 일련의 의심에 삼각눈을 가진 남자는 점점 오수경을 변두리에서 나온 우물 안 개구리라 여겼다. 그렇지 않다면 그런 말을 할 리 없었다. 오수경은 무심코 입꼬리가 바들바들 떨렸다. 이제야 도범이 왜 침묵을 즐기는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이들과 다투는 것은 시간 낭비일 뿐이었다. 애초에 오수경은 이들과 말다툼을 할 생각조차 없었지만, 이제는 이들이 오수경을 끝없이 몰아붙이고 있었다.오수경은 인상을 찌푸린채 말했다.“물론 구록종은 중주 7품 종문 중 하나로, 그중에서도 손꼽히는 강자라는 것을 잘 알고 있지.”그러자 삼각눈을 가진 남자는 오수경의 말을 듣고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그런데 왜 내가 구록종을 언급했을 때, 네 얼굴에는 비웃음이 서린 거냐?”오수경은 미간을 찌푸린채 되묻고 싶었다.‘네가 어떻게 내 얼굴 표정을 그렇게 자세히 본 거야? 난 내 얼굴에 어떤 표정이 있는지도 몰라.’이 삼각눈을 가진 남자는 모든 걸 알고 있는 듯했다.오수경은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 목소리를 높여 이들과 싸우려는 순간, 도범이 오수경을 막았다. 그러자 도범이 일부러 목소리를 낮추지 않고 말했다.“이 사람들과 싸워서 뭐하겠어? 저들과 싸우는 건 네 시간만 낭비하는 거야. 이들은 네가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할 수 없는 사람들이야.”이 말에 주위는 순간 조용해졌다. 도범은 지금까지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아 사람들이 도범을 허세 부리지 않는 사람으로 생각했으나, 도범의 말은 그들의 예상과는 완전히 달랐다.오수경도 이미 충분히 오만했지만
“역시 숲이 크면 별의별 새가 다 있는 법이지. 거울이라도 보고, 자신이 어떤 존재인지 알아봐야 할 텐데, 감히 그런 말을 하다니.”그 중 한 명이 손가락으로 앞쪽에 서 있는 흰 옷을 입은 사람을 가리키며 말했다.“저기 흰옷 입은 사람 보이지? 저 사람은 구록종 출신으로 친전 제자야. 그런데도 30분이 되서야 겨우 수정구를 파란색으로 바꿨다구! 방금 그렇게 큰소리쳤으니, 네 옆에 있는 이 친구가 첫 번째 관문을 통과해서 보라색 수정구를 파란색으로 바꾸는 데 얼마나 걸리는지 한 번 볼까?”다른 사람도 거들며 말했다.“그래, 말 좀해봐. 네가 그렇게 치켜세운 저 친구가 보라색에서 파란색으로 바꾸는 데 얼마나 걸릴 것 같아?”주변 사람들은 이 상황을 재미있어하며 오수경을 계속 몰아세웠다. 그들은 오수경에게 도범이 첫 번째 관문을 통과하는 데 걸리는 시간을 말하라고 강요하며, 주변 사람들이 얼마나 오랜 시간이 걸렸는지까지 구체적으로 언급했다.이들 대부분은 6품 종문이나 자유 무사 출신으로, 첫 번째 관문을 통과하는 데 최소 4시간이 걸렸다. 출신이 뛰어난 천재들과는 비교조차 되지 않았다.처음에는 오수경이 이들과 대화할 생각이 전혀 없어서 입을 꾹 다물고 인상을 쓰며 침묵을 지켰다. 그러나 이들은 끈질기게 질문을 던지며 진실을 밝히지 않으면 물러서지 않겠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오수경은 도범에게 도움을 구하는 눈빛을 보냈지만, 도범은 눈썹을 살짝 치켜올리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네가 만든 일이니 네가 해결해.”도범은 오수경이 이미 여러 번 경솔하게 발언해 문제를 일으킨 적이 있기 때문에, 매번 오수경의 뒤처리를 해줄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오수경은 어쩔 수 없다는 듯 한숨을 쉬고, 계속되는 질문에 결국 고개를 들어 크게 말했다.“저 사람들이 30분이 걸린다면, 도범 오빠는 15분이면 충분해!”오수경은 어차피 모든 것을 걸고 말하기로 했다. 이 사람들은 정말 짜증나는 존재들이었기 때문이다. 오수경의 말이 끝나자마자, 주위 사람들은 오수경의 말에 반
두 마리의 풍린수를 처치하면 수정구는 파란색에서 청색으로 변하게 된다. 그때 무사는 몇 배나 강력해진 풍린수와 마주하게 되며, 이 마지막 풍린수를 처치해야만 4층을 통과하여 5층에 진입할 자격을 얻게 된다.도범의 설명을 들은 오수경은 미간을 찌푸린채 되물었다.“그러니까 4층은 사실 세 단계로 나뉜다는 말이지? 수정구의 색이 변할 때마다 단계를 하나씩 통과하는 거야. 총 세 가지 색이 있는 셈이니까, 5층으로 가려면 세 번을 모두 통과해야 하네.”도범은 고개를 끄덕였고, 오수경은 손가락을 꼽아가며 말했다.“즉, 네 마리의 풍린수를 상대해야 한다는 거지. 첫 번째 풍린수는 상대적으로 약하고, 두 번째와 세 번째 풍린수는 좀 더 강해지지만, 가장 강력한 풍린수는 마지막 한 마리라는 거군. 이 마지막 풍린수를 처치해야 비로소 통과가 완료되는 거네.”도범은 다시 한번 고개를 끄덕였다. 오수경의 정리가 꽤나 명확했다. 오수경은 5층으로 순조롭게 진입하려면 이 절차를 그대로 따라야 한다. 네 마리의 풍린수를 모두 처치해야만 5층으로 올라갈 수 있었다.오수경은 웃으며 말했다.“4층은 도범 오빠에게 전혀 어려운 일이 아니겠네. 그 무슨 풍린수라는 것도 결국 선천 후기에 불과하니까 말이야.”이 말을 끝내기도 전에, 도범이 답하기도 전에 주위의 사람들이 참지 못하고 들고 일어섰다. 그들이 일부러 사람이 적은 곳을 선택하긴 했지만, 그래도 많은 사람이 모여 있는 곳이었다. 그리고 오수경의 말이 크게 들리자 주변 사람들이 주의를 기울이게 된 것이다.이때, 눈이 삼각형 모양인 한 사내가 오수경의 말을 듣고 냉소를 터뜨렸다.“너는 저 녀석의 부속인이겠지? 어디서 그런 배짱을 얻었길래 그런 말을 할 수 있는 거냐? 마치 4층이 이 어린 녀석에게는 쉬운 일인 것처럼.”그러자 삼각눈 사내 옆에 서 있던 백색 옷을 입은 남자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저 사람은 말이 너무 과장된 것 같아. 풍린수가 얼마나 상대하기 어려운 상대인지 전혀 모르는 것 같은데, 그냥 입만 뻐끔했
도범은 한숨을 내쉰 후 다시 입을 열었다.“네가 오양수와 대결할 때, 나는 곽치홍이 너희 두 사람의 싸움을 계속 지켜보는 것을 발견했어. 그래서 곽치홍을 주시하고 있었는데, 나중에 곽치홍도 내가 본인을 보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지. 하지만 내가 너무 멀리 있어서 곽치홍의 표정을 자세히 볼 수 없었어. 그런데 곽치홍이 나를 쳐다볼 때, 마치 독사에게 주시당하는 느낌이 들었어. 네가 전에 말했던 게 맞아, 곽치홍은 분명 우리에게 적대감을 품고 있어.”도범은 고개를 끄덕였다. 곽치홍이 등장한 이후로, 온갖 의문들이 곽치홍의 마음속에 떠올랐다. 이전에 장로들이 했던 말은 전부 믿을 수 없었고, 이 안에 더 큰 비밀이 숨어 있을 게 틀림없었다.도범이 숨을 고르고 막 입을 열려던 순간, 오수경이 먼저 말했다.“네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알아. 나를 위로하려고 하지 마, 이제 다 이해했어. 내가 전에 했던 충동적인 행동들이 너에게 폐를 끼쳤다는 걸 알아. 앞으로는 항상 이 점을 명심하고, 더 이상 너에게 폐를 끼치지 않을 거야.”오수경의 이 말을 듣고 나니 도범은 한결 마음이 놓였다. 오수경은 단순한 순진한 바보였고, 팔 다리는 튼튼하지만 머리는 물에 잠긴 것 같아 항상 충동에 휘둘렸다. 하지만 이번 일을 겪고 나서 오수경도 자신을 돌아보게 되었다.그렇게 말하고 나서 오수경은 마치 무거운 짐을 내려놓은 듯 편안해졌다. 두 사람은 함께 4층으로 발을 내디뎠다.그곳은 희미한 빛으로 덮인 광활한 초원이었다. 초원 위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는데, 대부분은 풀밭 위에 가부좌를 틀고 앉아 손에 든 수정구를 받쳐 들고 있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눈을 감고 명상하는 것처럼 보였고, 소수의 사람들은 낮은 목소리로 무엇인가를 이야기하고 있었다.분위기는 침묵과 압박감이 공존했다. 누군가가 이야기를 한다 해도 일부러 목소리를 낮췄다. 여기가 바로 천엽7현탑의 4층이었으며, 겉보기에는 환상 세계와도 같았다.오수경은 눈을 깜빡이며 도범의 손에 들린 보라색 수정구를 한 번
이 말을 들은 오수경은 고개를 저으며 완강히 거부했다.“나는 3층에 남고 싶지 않아. 도범 오빠가 4층을 돌파하면, 분명히 5층도 갈 거잖아. 천엽 7현대는 총 7층인데, 도범 오빠가 7층까지 돌파할 수도 있잖아? 그럼 도범 오빠는 다른 곳으로 바로 전송될지도 모르는데, 그러면 나 혼자 3층에 남게 되잖아. 그땐 난 어떻게 해야 하지?”도범은 오수경의 말을 듣고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오수경의 걱정도 일리가 있었다. 만약 도범이 정말 7층까지 한 번에 돌파한다면, 천엽 7현대는 자신을 완벽한 도전자로 간주할 가능성이 높았고, 보상을 주고 다른 곳으로 전송할 수도 있었다.그렇게 되면 오수경을 홀로 남겨두게 되는데, 도범과 다시 만날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었다. 여러 가지로 생각한 끝에, 도범은 여전히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한편, 오수경은 도범이 망설이는 모습을 보고 조급해졌다. 오수경은 도범의 팔을 잡으며 간절히 말했다.“난 도범 오빠의 인맥으로 천엽성에 들어온 거야. 인맥으로 들어온 만큼, 나는 어떠한 도전도 직면하지 않을 거고, 그저 도범 오빠만 따라가면 계속 위로 올라갈 수 있어. 어떤 위험이 닥치더라도, 나는 절대 혼자서 떠나지 않을 거야. 정말 운 나쁘게 여기서 죽더라도, 제가 감수해야 할 일이니까.”오수경의 이 말은 진심이었다. 도범을 처음 만난 이후, 오수경은 자신의 인생이 위험과 맞물려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하지만 그건 자신이 바꿀 수 없는 일이었다.다른 것은 판단할 수 없었지만, 한 가지는 확실했다. 도범은 매우 신뢰할 만한 사람이었고, 그 뒤를 따라가야만 생존의 가능성을 얻을 수 있었다. 오수경은 이곳에서의 2년을 버텨내어 바라문 세계를 떠나, 자금단방으로 돌아가 다시는 나오지 않기를 바랐다.도범은 오수경의 결심을 확인하자, 마침내 고개를 끄덕였다. 두 사람은 함께 걸음을 옮겨 4층의 입구에 도착했다. 그곳에는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고, 모두가 다소 망설이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미래의 운명을 예측할 수 없기에 그들
도범은 냉소를 띠며 말했다.“전 당신과 싸울 생각 없어요. 다만 한 가지 중요한 일을 잊고 있는 건 아닌지 생각나게 해주러 왔을 뿐이죠.”도범의 말에 민경운은 순간 얼어붙었다. 민경운은 잠시 고민하며 무슨 의미인지 되새겼고, 이내 도범이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 깨달았다. 바로 얼마 전 자신과 도범 사이에 벌어진 내기 때문이었다.그 순간, 민경운의 가슴은 마치 여러 개의 큰 돌이 짓누르는 듯 답답해졌다. 그러나 민경운은 이를 갈며 분노를 삼켰다. 애초에 민경운은 도범이 절대로 이번 대결에서 이길 수 없을 것이라 확신하고 내기를 걸었던 것이다.민경운은 도범이 처참하게 패배할 것이라 생각했고, 자신의 손에 들어올 19만 영정을 기대했었다. 그러나 예상치 못하게 결과는 정반대였다. 도범이 승리한 것이다.이때, 도범은 손을 내밀며 말했다.“빨리 돈을 내세요. 저도 할 일이 있거든요. 그러니 제 시간 뺏지 마세요. 원래 9만 개의 영정으로 내기를 시작했는데, 본인이 10만 개를 더 얹어 19만 개의 영정으로 만든 거잖아요. 그러니 빨리 결제해요.”도범의 이 말에 민경운은 가슴이 터질 듯했다. 상황은 정말로 도범이 말한 대로였다. 도범은 9만 개의 영정으로 내기를 제안했고, 민경운은 도범이 분명히 패배할 것이라 생각하여 곧바로 10만 개를 더해 19만 개로 올렸다. 하지만 결국 자신의 발등을 찍고 말았다.지금 민경운은 자기 뺨을 세게 때리고 싶은 심정이었다. 9만 개의 영정은 민경운에게 꽤나 큰 금액이지만, 19만 개의 영정은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였다. 그러나 두 사람은 이미 계약을 체결했기 때문에 민경운이 이를 되돌릴 방법은 없었다. 만약 민경운이 결제하지 않으면 계약이 곧바로 발동하여, 결국에는 영혼의 역반작용으로 이어지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이후의 일은 의외로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오양수는 원건종의 제자들을 들것에 실어 나갔고, 도범은 마침내 세 번째 영패를 손에 넣었다. 이번 영패는 조금 특이하여 입탑 영패가 아닌 출성 영패로 바뀌어 있었다.이
관중석에는 각양각색의 무사들이 섞여 있었고, 불량배들도 많았다. 평소에 거리에서 욕을 퍼붓기 좋아하는 이들은 이제야 자신들의 능력을 마음껏 발휘할 기회를 찾은 듯, 원건종의 제자들에게 온갖 욕설을 퍼부었다.일부 사람들은 진원을 목에 운용하여 의도적으로 목소리를 크게 했다. 다른 사람들이 듣지 못할까 봐 걱정이라도 되는 듯, 그들은 더욱 큰 소리로 온갖 더러운 말을 쏟아냈다. 이로 인해 도범의 귀는 무척이나 시끄러웠고, 고통스러울 정도였다.도범은 자신과 원건종의 제자들 사이에 오간 몇 마디 대화가 이렇게 사람들을 폭발시키게 될 줄은 몰랐다. 또한, 도범은 어쩔 수 없다는 듯 한숨을 쉬며 이런 싸움은 결국 아무런 결론도 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몸싸움을 할 수도 없고, 계속 말다툼만 이어질 뿐이었다.그래서 도범은 더 이상 들으려 하지 않고, 대련 무대의 한쪽 가장자리로 가서 조용히 서 있기로 했다. 도범은 아직 오양수를 죽일 생각이 없었다. 오양수가 자신에게 했던 그 약속, 즉 죽음보다 더한 고통을 그대로 돌려주고 싶었기 때문이다.시간은 조금씩 흘러갔고, 싸움 소리는 계속해서 끊이지 않았다. 마침내 오양수의 몸부림이 점점 약해지고, 장벽이 완전히 해제되자 원건종의 제자들이 한꺼번에 몰려가서 오양수를 부축했다.한편, 진태산은 눈살을 찌푸린 채 오양수의 코에 손을 대 그의 호흡을 확인했다. 비록 오양수는 아직 숨을 쉬고 있었지만, 그 호흡은 매우 미약했다.민경운은 급하게 자신의 보관 반지에서 여러 개의 단약을 꺼내 오양수의 입에 넣었다. 그러나 이 단약들은 오양수의 현재 상태를 치료하기에는 전혀 효과가 없었다. 방금 도범이 사용한 참멸현공이 오양수의 영혼을 완전히 찢어놓았기 때문이다.영혼이 찢어진 상태에서 내상을 치료하는 단약이 효과가 있을 리 없었다. 따라서 민경운이 오양수에게 많은 단약을 먹였지만, 오양수의 상태는 전혀 나아지지 않은 것이다. 민경운은 점점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만약 오양수가 정말로 이 사건으로 인해 죽는다면, 그들 모두 책임을
“맞아! 당장 우리 오양수 선배를 풀어줘! 양수 선배에게 무슨 일이 생기기라도 하면, 너는 천번 만번 죽임을 당할 거야! 오양수 선배는 도민수 선배가 아니야. 네가 도민수 선배를 죽음 직전까지 몰고 갔을 때는 우리도 나서서 협상할 여지가 있었어.그러나 네가 오양수 선배를 진짜로 죽음 직전까지 몰고 간다면, 염라대왕이라도 너를 보호할 수 없을 거야! 바라문 세계를 벗어나는 순간, 너는 원건종의 끝없는 추격을 받게 될 거야!”바깥에서 들려오는 원건종 제자들의 고함과 욕설은 도범의 귀에 전부 들렸다. 이는 이미 예상된 일이었기에 도범은 일말의 두려움도 느끼지 않았다.원건종은 일반적인 자유 무사들에게 충분한 위압감을 줄 수 있지만, 도범에게는 그렇게 중요한 상대가 아니었다. 원건종이 무엇이건, 자신의 힘이 충분히 강하다면 더 강력한 종문에 가담할 수 있을 테니, 원건종이 손해를 본다고 해도 도범으로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이다.게다가 이번 일은 처음부터 끝까지 원건종이 문제를 일으킨 것이었다. 도범은 결코 선을 넘는 행동을 하지 않았고 원건종 쪽에서 여러 번 도발하지 않았다면, 도범 역시 이들과 싸울 이유가 없었을 것이다.잠시 후, 도범은 차가운 웃음을 지으며 원건종의 제자들을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일부러 목소리를 높여 말했다.“원건종 제자들, 잘 들어! 8품 종문 출신이라는 이유로 제멋대로 행동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마. 처음부터 끝까지 문제를 일으킨 건 너희들이었잖아. 그런데 패배하고 나니 이제와서 나를 협박하는 거야?만약 너희들이 먼저 건드리지 않았다면, 나 역시 너희들과 엮일 생각이 전혀 없었을 거야. 즉, 너희들은 본인들의 강력한 종문을 배경을 믿고 제멋대로 행동해도 된다고 착각하는 거야. 하지만 나는 너희들의 그런 행태를 전혀 묵인할 생각 없어!”도범의 이 말은 관중석에서 큰 박수갈채를 일으켰다. 관중들은 도범이 그들 마음속에 담아둔 말을 대신 말해준 것 같아 고무되었다. 이들 고급 종문의 제자들은 항상 약한 무사들 앞에서만 무력을 과시하며, 이
“오양수는 원건종의 친전 제자 아닌가요? 그런데 어떻게 이렇게 약할 수 있죠?”“당신 바보 아니에요? 이건 오양수이 약한 게 아니라 도범이 너무 강한 거에요! 아까도 말했잖아요? 빙봉천리는 지급 상급 무기에요. 여기 있는 사람들 중에 몇이나 지급 상등 무기를 수련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런데 도범이 빙봉천리를 부순다는 건, 도범의 무기가 오양수의 무기보다 강하다는 걸 의미해요!”“설마 도범이 천급 무기를 수련한 건가요?”이 말이 나오자마자, 주변의 거의 모든 이들이 단번에 부정했다.“미쳤어요? 무슨 말이든 막하네요. 천급 무기가 어떤 개념인지 알고나 하는 소리에요? 수련 경지가 고신경에 도달했거나, 혹은 특별한 재능을 지닌 영천 경지 후기에 이르러야만 천급 무기를 수련할 수 있는 가능성이 생기는 거에요.그리고 여기 있는 사람들은 모두 바라문 세계의 규칙을 지켜야만 이곳에 들어올 수 있고요. 나이도 60세를 넘지 않아야 하죠. 그렇다면 60세가 넘지 않은 사람이 천급 무기를 수련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그렇네요! 아마도 지급 상급 무기를 수련한 거겠죠. 도범이 오양수를 이길 수 있었던 이유는 도범이 지급 하급 무기를 대원만 단계까지 수련했기 때문일 거에요.”“만약 그게 사실이라면, 도범의 재능은 정말 두려운 수준이네요. 8품 종문의 친전 제자조차 도범의 상대가 될 수 없다는 거잖아요!”“이번에 바라문 세계에 온 보람은 있네요. 이렇게 많은 천재들을 직접 눈으로 볼 수 있다니.”오양수와 관련 없는 관중들은 이런 논의를 흥미롭게 이어갔다. 이전에 도범을 비하하던 사람들도 이제는 도범을 칭찬하며, 도범을 백 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천재라고 말하기 시작했다.8품 종문의 친전 제자들도 대수롭지 않게 여겼지만, 원건종의 제자들은 차분할 수가 없었다. 처음에는 관중석에서 편안하게 앉아있던 그들은, 도범이 빙봉천리를 단칼에 베어내는 모습을 보고는 그만 입을 다물고 경악을 감추지 못했다.지금 오양수가 이렇게 극심한 고통을 겪는 걸 보니, 분명 도범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