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는 밤 11시.형님 집 아래에 있는 공원에서 야간 러닝을 하던 중, 풀숲 속에서 들려오는 남녀의 바스락 소리가 들려왔다.“진동성, 설마 안 되는 거야? 집에서는 느낌 안 산다고 해서 여기까지 왔더니, 왜 아직도 안 돼?”‘저거 우리 형수님 목소리 아니야?’나는 그 소리를 듣자마자 여자가 내 형수님 고태연이라는 걸 알아버렸다.‘형과 형수는 밥 먹으러 간다고 했는데? 왜 공원 풀숲에 있는 거지?’여자 친구는 한 번도 안 사귀어 봤지만 동영상은 그래도 많이 봤다고 자부하기에, 나는 곧바로 두 사람이 무슨 짓을 하는지 알아버렸다.‘형과 형수님이 이런 스릴을 좋아할 줄은 몰랐네. 그것도 공원에서.’순간 몰래 엿듣고 싶다는 생각을 참을 수 없었다.형수는 얼굴도 예쁘장한데 몸매는 더 끝내준다. 그런 형수의 신음소리라니 이건 꿈에 그리던 일이었다.살금살금 수풀 쪽으로 걸어가 몰래 머리를 내밀었더니 형수님이 형 위에 앉아 있었다. 물론 나를 등지고 있었지만 등 라인을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순간 입이 바싹 마르고 아랫배에 열기가 올라왔다.하지만 이렇게 매력적인 형수님 앞에서 형은 영 맥을 못 췄다.“태연아, 나 여전히 안 되는데.”그 말에 형수가 버럭 화를 냈다.“약도 없네, 정말. 이제 고작 서른다섯이면서 왜 이렇게 쓸모가 없어? 안 서면 싸기라도 해야 할 거 아니야. 아무것도 없으면 애는 어떻게 가져? 계속 이러면 나 다른 사람 만난다? 당신은 애 싫을지 몰라도 나는 엄마가 되고 싶다고.”잔뜩 화가 난 형수가 바지를 입고는 수풀 밖으로 걸어 나오자 놀란 나는 헐레벌떡 도망쳤다.집에 돌아온 지 얼마 지나지 않아 형수가 돌아오는 소리가 들렸다.‘쾅’ 닫히는 문소리에 내 가슴도 ‘철렁’ 내려앉았다.‘깜짝 놀랐네. 형과 형수님 사이가 이렇게 안 좋을 줄이야.’나는 속으로 중얼거리며 가슴을 쓸어내렸다.여자는 나이가 들수록 욕구가 많아진다더니 형수님도 욕구 불만인 게 틀림없었다. ‘하긴, 형처럼 비실비실한 몸으로 형수님을 어떻게 만족시키겠어?
“애교야, 왔어? 얼른 들어와.”내가 한참 답답해하고 있을 때, 형수가 다가와 낯선 여자를 친절하게 맞이했다.여자는 형수의 초대로 곧장 집 안에 들어섰다.그러자 형수가 우리를 소개했다.여자는 형수의 친한 친구인데, 이름은 이애교, 바로 옆집에 살고 있었다.“애교야, 이 사람은 동성 씨와 같은 마을에 살던 동생이야, 정수호라고, 어제 왔어.”애교라는 여자는 이상한 눈으로 나를 보더니 이내 빙그레 웃었다.“동성 씨한테 이렇게 어리고 잘생긴 동생이 다 있었어?”“수호 씨 이제 막 대학 졸업했어. 그러니 당연히 젊지. 젊을 뿐만 아니라 엄청 튼실해.”내 착각일지 모르겠으나 형수의 마지막 한마디는 무척 의미심장했다. 심지어 눈길마저 내 아래를 흘끗거렸다.그 동작에 나는 더 불편해졌다.그때, 애교 누나가 나를 위아래로 훑더니 물었다.“태연아, 네가 말했던 마사지사가 설마 이 사람이야?”“맞아. 수호 씨가 어릴 때부터 할아버지한테 마사지를 배웠대. 솜씨가 엄청 좋아.”형수는 말을 마치자마자 나를 봤다.“아까 미처 말하지 못했는데, 사실 내 친구가 허리와 척추가 아프다고 해서요. 가끔 가슴도 답답하대요. 원래는 한의사를 불러 마사지 좀 받게 하려고 했는데, 수호 씨가 마침 마사지할 줄 알잖아요. 그래서 한번 받아보게 하려고요.”‘그런 거였군.’나는 단번에 승낙했다.‘형과 형수가 나를 이곳에서 머물게 해주고 일자리도 알아봐 줬는데, 이런 일 정도야 당연히 도와야지.’그때, 애교 누나가 부끄러운지 형수를 옆으로 끌고 갔다.“이건 좀 아니지 않나? 너무 젊은데?”“젊은 게 뭐 어때서? 젊을수록 좋은 거 아니야? 젊어야 힘이 좋고, 그래야 너 같은 유부녀를 편하게 모실 수 있잖아.”“무슨 헛소리하는 거야. 나 그런 사람 아니거든.”애교 누나는 얼굴을 붉혔다.그러자 형수가 싱긋 웃으며 대답했다.“농담이야. 네가 그쪽으로 생각하니까 그렇지. 솔직히 말해봐, 네 남편 반년 동안 집에 안 왔는데, 그동안 하고 싶지 않았어?”“너 계속 이러면
나는 마치 나쁜 짓을 한 어린애처럼 벌떡 일어났다.“형수님, 형수님이 여긴 어쩐 일이에요?”애교 누나도 잘못을 저지른 것처럼 벌떡 자리에서 일어났다. 심지어 양 볼은 어느새 사과처럼 빨갛게 무르익었다.“태연아, 그런 거 아니야. 나랑 수호 씨 아무 일도 없었어. 그냥 가슴이 답답해서 마사지해 준 것뿐이야.”애교 누나가 구구절절 설명하자 형수가 피식 웃었다.“내가 뭐라고 한 것도 아닌데, 왜 그렇게 긴장해? 아니면 나 몰래 정말 나쁜 짓이라도 했어?”나와 애교 누나는 동시에 고개를 저었다.그와 동시에 당혹스러웠다.‘내가 감히 형수님 친구를 어떻게 하려 하다니, 만약 형수님이 알면 분명 쫓아낼 거야.’그때 애교 누나가 안절부절못하더니 일이 있다는 핑계로 서둘러 집을 나갔다.형수는 그런 애교 누나의 뒷모습을 보며 멍해 있다가 한참 뒤에 나를 보며 물었다.“수호 씨, 내 친구 어떻게 같아요?”“네?”형수한테서 갑자기 이런 질문을 받으니 나는 마음이 혼란스러워 말까지 더듬었다.“좋죠. 예쁘고 몸매도 좋고 성격도 좋잖아요.”“그럼 내 친구 꼬시라고 하면 그럴 의향 있어요?”형수의 말에 나는 놀라움을 감출 수 없었다.마음도 혼란스러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문제는 형수가 방금 내가 형수 친구를 어떻게 해보려던 걸 발견하고 일부러 떠보는 것일까 봐 걱정되었다.내가 긴장하고 있을 때, 형수가 내 팔을 잡으며 손등을 톡톡 두드렸다.“긴장할 거 없어요. 솔직히 말하면 돼요.”“형수님, 저 난처하게 하지 마세요. 애교 누나는 형수님 친구인데 제가 어떻게 감히 그런 마음을 품겠어요?”“감히라고요? 아래가 이렇게 단단해졌으면서.”형수는 내 아래를 흘긋거리며 말했다.순간 너무 쪽팔리고 난감해 나는 얼른 허리를 숙였다.“와, 사이즈 보통 아니네요.”내 착각일지 모르겠으나 내 아래를 본 순간 형수의 눈빛이 변했다.그때 형수가 말을 이었다.“나 농담 아니에요. 애교와 잠자리를 가져요. 형 도와주는 셈 치고.”‘뭐지? 애교 누나와 자는
팬티는 부드럽고 나른한 데다 심지어 형수의 냄새까지 배어 있었다.손에 감각이 느껴지자 저도 모르게 아침에 몰래 엿들었던 소리가 뇌리에 재생되며 점차 흥분되었다.‘형수와 뭘 진짜로 할 수는 없지만 팬티로 상상하는 건 괜찮잖아.’나는 속으로 이렇게 중얼거리며 벨트를 풀고 팬티를 밀어 넣었다. 하지만 내 손이 아래에 닿으려 할 때 노크 소리가 들렸고, 너무 놀란 나머지 나는 그대로 뿜을 뻔했다.‘집에 나와 형수님 둘뿐이니 노크한 사람은 형수님이겠지?’나는 서둘러 그 팬티를 꺼내 목욕 타월 선반 위에 올려다 놓고 나서 조심스럽게 말했다.“형수님, 왜 그러세요?”“수호 씨, 안에서 무슨 나쁜 짓 했어요?”‘이런 말을 묻는다고?’“네? 아, 아니요.”나는 찔려서 말을 더듬었다.“그런데 왜 그렇게 떨어요?”형수의 한마디에 나는 가슴이 철렁해 식은땀을 줄줄 흘렸다.‘형수가 아무리 개방적이라고 해도 본인과 나는 안 된다고 명확히 말했는데, 만약 내가 형수의 팬티를 가지고 그런 짓을 한 걸 들키면 내가 본인 말을 안 듣는다고 생각해 쫓아내면 어떡하지?’하지만 이 상황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몰라 나는 애써 설명했다.“정말 아무것도 아니에요. 배가 아파서 식은땀이 난 것뿐이에요.”“갑자기 식은땀이 왜 나요? 혹시 어디 아파요?”형수는 이내 나를 걱정했다.“저도 모르겠어요. 그냥 좀 불편해요.”“문 좀 열어봐요. 어디 봐봐요.”“이, 이제 괜찮아요.”“내외할 거 뭐 있어요? 수호 씨 내 눈에는 아직 애예요. 그러니 얼른 문 열어요.”그 말을 들은 순간 실망감이 휘몰아쳤다. ‘내가 형수님 눈에 고작 애였다니. 어쩐지 내 앞에서 거침없더라니. 나는 그런 상대로 한 번도 생각하지 않았나 보네.’나는 허리를 숙여 화장실 문을 열었다. 형수는 들어오자마자 나를 보는 게 아니라 목욕 타월을 놓은 선반 위를 확인했다.나는 마음이 찔려 형수의 눈을 마주칠 수 없었다.그때 형수가 선반 쪽으로 걸어가더니 나한테 웃으며 물었다.“혹시 내 팬티 건드렸어
애교 누나는 팬티를 벗어 가방 안에 넣고는 아무 일 없다는 듯 창밖을 내다봤다.하지만 얼굴은 이미 빨갛게 달아올랐고, 긴장했는지 두 다리를 꽉 붙이고 있었다.나는 백미러로 그 과정을 전부 눈에 담았다.수줍어하고 불안해하는 애교 누나의 모습은 너무 매력적이었다.특히 두 다리는 나의 상상력을 자극했다.‘형수 정말 대박이네, 대체 무슨 말을 했길래, 애교 누나가 저런 행동을 했지?’웅웅-그때 핸드폰이 갑자기 울려 확인해 보니 형수가 보낸 문자가 도착해 있었다.[봤어요?]나는 너무 흥분하고 설레는 마음에 뭘 말해야 할지 몰라 싱긋 미소를 날렸다.그러자 형수의 문자가 또 날아왔다.[애교도 수호 씨처럼 부끄러운가 봐요. 하지만 내가 천천히 마음을 열게 할 테니까 기회 잡아요.][네.]답장을 보내고 나니 심장이 더 두근거렸고 가슴이 벅차올랐다.‘형수 진짜 대박이네.’쇼핑몰에 도착하자 형수는 자꾸만 나에게 기회를 만들어 주었다. 하지만 자꾸만 피하는 애교 누나 때문에 나는 답답하기만 했다.그러다 잠깐 휴식하는 사이, 애교 누나가 화장실에 간 틈을 타 형수가 내게 물었다.“대체 어떻게 된 거예요? 내가 기회를 그렇게 많이 만들어줬는데 왜 접근하지 않아요?”“형수님, 저도 싫어서 안 한 게 아니라 애교 누나가 자꾸만 일부러 저를 피해요. 제가 본인한테 딴마음 품고 있다는 걸 의심하는 것 같아요.”“그게 접근한 거예요? 아침에 배웠잖아요. 여자를 상대할 때 너무 선비처럼 굴면 안 돼요. 애교가 멀리하면 수호 씨가 가까이 가야죠.”“애교가 하지 말라고 한다고 안 할 거예요? 강제로라도 해야죠. 남자는 남자답게 먼저 대시해봐요. 남자다운 모습 보여줘야죠. 그러다가 슬쩍 건드리면 애교도 서서히 넘어갈 거예요. 그렇게 안 하면 수호 씨 같은 굼뜬 성격에 언제 애교를 손에 넣겠어요?”이 방면에서 내가 좀 뻣뻣한 건 확실하다. 학교 다닐 때는 공부만 하느라 여자애를 사귈 생각도 못 했으니 성숙한 유부녀는 더 알 리 없다.나는 알 듯 말 듯해 고개를 끄
“아...”아까까지만 해도 이 정도로 강렬한 느낌이 들지 않아 한참은 더 걸려야 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애교 누나가 나를 몰래 보고 있었다는 걸 알고 나니 왠지 모르게 흥분되고 짜릿해 그대로 뿜어버렸다.방금 전 바지를 벗은 탓에 다행히 바지는 더럽혀지지 않았지만 운전석은 엉망이 되어버렸다.그걸 확인하니 당황함이 밀려왔다.형수한테 이걸 들키면 아마 쪽팔려 죽을 수도 있다.심지어 이건 형수가 가장 좋아하는 차다어제 동성 형과 함께 나를 픽업하러 왔을 때도 동성 형은 운전대도 잡지 못하게 했었다. 동성 형의 말에 의하면 이건 형수가 직접 산 차인데 고를 때도 엄청 오랫동안 골라 무척 아낀다고 했다.나는 다급하게 조수석에서 휴지를 꺼내 깨끗이 닦았다.하지만 흔적을 완전히 지울 수는 없었다. 이따가 식사 마치고 올 때까지 마를지도 걱정이었다.‘만약 흔적이 남으면 정말 곤란한데.’‘형수는 분명 나더러 학습하라고 했는데 내가 본인이 아끼는 차에서 이런 짓을 한 걸 알면 화내겠지?’얼른 차를 정리한 뒤 나는 나 자신도 정리했다.하지만 한참 동안 차에 앉아 내리지 않았다.나는 편해졌다지만 이대로 올라갈 수 있을지, 특히 애교 누나를 어떻게 마주해야 할지 걱정되었다.그리고 아까 서로 눈이 마주친 장면을 떠올리니 쪽팔리고 난처했다.‘애교 누나한테 그런 짓을 들켜 버리다니 나를 변태라고 생각했겠지?’안 그래도 나를 일부러 피하는데 그런 일이 있었으니 형수한테 일러바칠 게 뻔했다.게다가 형수는 계속 나를 도와주고 있었는데, 모든 게 나 때문에 망쳐버렸다는 생각에 죄책감이 들었고 난감했다.‘지금 절대 올라갈 수 없어.’한참 동안 망설이다가 나는 끝내 형수에게 문자를 보내기로 했다.애교 누나가 어떤 상태인지도 살필 겸.그리고 잠시 뒤, 형수의 답장을 받았다.[애교는 뭐 좀 가지러 간다고 내려간 뒤로 아직 안 돌아왔어요. 그래서 마침 물으려던 참이었는데, 혹시 애교 못 봤어요?]형수의 문자를 보니 나는 답답하기도 하고 궁금하기도 했다.아까부터 지
“그래, 휴식해.”형수가 전화를 끊자 나는 다급히 물었다.“애교 누나가 뭐라는데요?”형수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아무 말도 안 하려고 해요. 몸이 불편해서 휴식하러 돌아갔다고만 하지.”그 말을 들으니 안도의 한숨이 나왔다.“휴, 다행이다.”그런데 형수가 내 머리를 때리며 말했다.“다행이라니요?”“애교 누나가 아무 말도 안 했으니 제가 난감해할 필요는 없잖아요.”“애교가 말 안 한다고 있었던 일이 없던 일이 돼요? 잘 들어요. 애교가 말 안 할수록 그 일이 애교의 머릿속에 더 깊이 박힐 거라고요. 심지어 매번 만날 때마다 수호 씨가 차에서 했던 짓이 떠오를 거고.”형수의 말에도 일리가 있었다.이건 내가 무심코 형과 형수가 그런 짓을 한 장면을 봤을 때와 같다.매번 형수가 나한테 애매한 행동을 할 때마다 형수가 내 침대에 있는 장면이 떠오르니까.나는 다급하게 물었다.“그럼 어떡해요?”형수는 잠깐 생각하다가 끝내 입을 열었다.“애교는 입이 엄청 무거워요. 그 일을 솔직하게 털어놓게 하려는 건 거의 불가능해요. 여자가 입도 열기 싫어하는데 몸은 어떻게 열겠어요? 그래서 다른 방법을 써 봐야겠어요.”“무슨 방법이요?”“애교가 천천히 덫에 걸리게끔 유도해야죠.”형수는 눈웃음을 치며 말했다.하지만 나는 오히려 어리둥절했다.그런데 형수가 손을 휘휘 저으며 말했다.“우선 밥부터 먹어요. 이따가 천천히 가르쳐 줄게요.”형수는 나를 배불리 먹이려고 많은 음식을 주문했다.그러면서 방금 많은 에너지를 낭비했을 테니 몸보신 하라고 했다.“내가 영상 보내준 건 학습하라고 보낸 거지, 그걸 낭비하라고 보낸 게 아니에요. 앞으로 혼자 하지 마요. 정 참기 힘들면 내가 도와줄게요. 알았어요?”나는 순간 흥분을 감출 수 없어 어떻게 도와줄 건지 묻고 싶었다.하지만 형수가 명확히 말하지 않았다는 건 나에게 서프라이즈를 줄 거라는 생각에 묻지 않았다.그 대신 낮은 소리로 대답했다.“알았어요.”그 뒤로 형수가 나에게 음식을 짚어 주었지만 나는
나는 순간 대담한 생각이 떠올랐다.매번 형수가 나를 건드릴 때, 나는 한 번도 반항한 적 없는데, 이번에는 좀 반항해 볼까 하는 생각.‘형수가 자꾸만 나더러 마음을 열라고 했잖아. 그러니까 이번에 시도해 볼까?’나는 바지를 반쯤 올리고 형수를 보며 말했다.“형수, 나 지금 불편한데, 예전에 나를 도와주겠다고 했잖아요.”말을 마친 순간 내 심장은 미친 듯이 뛰기 시작했다.처음으로 형수 앞에서 이런 말을 하는 거라 불안감이 몰려왔다.“나 아직 저녁해야 해요.”형수는 의외로 얼굴을 붉히며 수줍게 말했다.그 모습에 나는 놀랍기도 하고 기쁘기도 했다.직접적으로 거절하지 않았다는 건 그래도 희망이 있다는 뜻이기에 나는 용기를 내어 말했다.“괜찮아요. 이따가 씻으면 되잖아요.”나는 말하면서 형수의 손을 잡았다.형수의 손은 너무 부드러워 마치 뼈가 없는 것 같았다.처음으로 여자의 손을 만져보는 거라 나는 조마조마했다.형수는 거절하기는커녕 오히려 이런 상황을 즐기는 것 같았다.이러니 형수가 형한테 만족하지 못해 다른 남자라도 원하는 거라는 의심마저 들었다.나는 더 용기를 내어 형수의 손을 내 아래에 갖다 댔다.그러면서 형수가 나를 도와준다면 무척 행복할 거라는 상상을 했다.하지만 내가 이런저런 상상에 빠져 있을 때, 형수가 갑자기 다른 손으로 나의 이마를 튕겼다.그러고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수호 씨, 설마 정말로 내 손을 빌리려는 건 아니죠?”다시 원래 모습대로 돌아온 형수를 보며 나는 실망하며 다급히 손을 놓았다.확실히 그런 생각을 하긴 했지만 인정할 수 없었다.형수의 반응을 도무지 헤아릴 수 없어 나는 대뜸 거짓말했다.“아, 아니에요. 제가 어떻게 감히 그런 생각을 하겠어요.”“그럼 방금 왜 내 손을 그곳에 갖다 댔는데요? 그러면서 아니라고 발뺌할 거예요?”형수는 내 눈을 응시했다. 하지만 나는 형수의 눈을 피하며 얼굴을 붉혔다.그때 형수가 갑자기 내 얼굴을 잡으며 제 쪽으로 돌렸다.“수호 씨, 그러고 싶으면 그러고
내가 떠난 뒤 윤지은은 끝내 표정이 풀어졌다. 오랜만에 하는 거라 그녀는 너무 좋았다. 너무 끝내주는 속궁합 덕에 윤지은은 매우 기쁘고 만족했다.솔직히 윤지은은 본인이 너무 민감해서 잘 느끼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에 다른 사람을 찾아 시험해 보려고 했지만 결국 그렇게 하지 않았다.윤지은은 방탕한 여자가 아니다. 오히려 뼛속까지 남자를 혐오한다. 그녀는 소여정이나 백연우처럼 쾌락을 느끼려고 이 남자 저 남자 만나는 스타일도 아니다.그동안 남자라고는 나와 여준휘 뿐인데, 첫사랑 여준휘한테 모든 마음을 바쳤지만 결국 상처만 남게 되었다.그 뒤로 윤지은은 더 이상 남자한테 진심을 내어주지 않았다. 하지만 왠지 모르게 내가 친구들과 가까이 지내는 걸 보니 기분이 매우 언짢았다. 더군다나 나와 몸을 섞는 게 즐겁게까지 느껴졌다. 이토록 몸과 마음이 즐겁고 기쁜 건 다른 사람한테서 느껴보지 못했던 느낌이었다.윤지은은 시동을 걸어 친구 사모님의 집으로 향했다.문을 연 사모님은 제 친구를 보자마자 반갑게 맞이했다.“지은아, 여긴 어쩐 일이야?”윤지은은 차키를 쑥 내밀었다.“수호 씨 대신 차 돌려주러 왔어. 앞으로 여기 올 일 없을 거야.”“왜?”사모님은 의아한 듯 물었다.윤지은의 표정은 어두웠지만 완곡히 말했다.“유미야, 나도 다 너를 위해서 하는 말이야.”“지은아, 그게 무슨 말이야? 못 알아듣겠는데?”“용천 호텔에서 너랑 수호 씨가...”윤지은은 친구의 남편이 들을까 봐 목소리를 내리깔았다.그 말에 사모님의 표정은 단번에 변했다.“너, 다 알았어?”사모님은 불안한 듯 고개를 푹 숙이며 얼굴을 붉혔다.그 순간 윤지은의 심장은 덜컹 내려앉았다.사실 윤지은도 확실하지 않아 찔러본 거였는데 진짜일 거라고는 생각지 못했다.윤지은은 마음이 말이 아니었다. 저와 친한 친구들이 하나같이 같은 남자와 불분명한 관계를 이어오고 있다니.‘정수호가 대체 뭐가 좋은데?’윤지은은 참지 못하고 버럭 화를 냈다.“유미야, 난 네가 이런 사람일 줄은 몰랐어.
“정말 개예요? 왜 사람을 이렇게 물어요?”나는 윤지은의 뜬금없는 행동에 기가 막혔다. 내가 대체 뭘 했다고 또 이러는지 의문이었다.윤지은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계속해서 나를 물고 놓아주지 않았다.나는 더 이상 방법이 없어 윤지은의 옷을 찢어버렸다.“계속 물면 난 지은 씨 당장 앉아버릴 거예요. 누가 더 손해인지 두고 보자고요.”윤지은은 심장이 덜컹했지만 나를 놓아주기는커녕 더 세게 물었다.하지만 윤지은이 물수록 나는 그녀의 옷을 벗겨댔다. 그러다 얼마 뒤 아예 옷을 찢었다.이토록 연약한 상대를 나도 똑같이 물 수는 없다. 다만 그 대신 호되게 혼내줄 수는 있었다.그 뒤로 분위기는 갑자기 이상하게 흘렀다. 윤지은은 자발적으로 내 목에 팔을 둘렀고 곧이어 아찔한 장면이 이어졌다.하지만 모든 걸 끝낸 뒤 나는 여전히 우리가 어쩌다 또 몸을 섞게 됐는지 어리둥절했다.나는 풀리지 않는 궁금증에 머리를 긁적였다. 그에 반해 윤지은은 덤덤한 표정이었다.“내가 방금 그랬을 때 왜 밀어내지 않았어요?”나는 궁금했던 질문을 했다.윤지은은 옷을 정리하며 차갑게 말했다.“내가 왜 밀어냐? 봉사 받는다고 생각하면 그만인데.”“누가 봉사했다는 거예요? 난 지은 씨 혼내 준 거예요. 오히려 지은 씨야말로 방금 진짜 마음이 흔들린 거 아니에요?”윤지은은 나를 홱 째려봤다.“마음이 흔들려도 생리적 수요 때문이지 사람과는 단 한 푼도 상관없어. 그러니까 자아도취 그만해.”‘젠장.’가만 보니 나는 윤지은의 독설에 항상 받기만 했지 한 번도 말발로 윤지은을 이겨본 적이 없다.나는 의자에 기대 담배를 피웠다.그러자 윤지은은 언짢은 듯 손을 휘휘 저었다.“안 피우면 안 돼? 나 담배 냄새 싫어.”나는 손에 쥐고 있던 담배꽁초를 흘긋 보고는 결국 마지못해 꺼버렸다.“그럼 이제 뭐 할 거예요?”나는 앉아 있는 게 너무 지루해 몸이 불편할 정도였다.“뭘 한다는 거야?”“계속 이렇게 앉아만 있을 수는 없잖아요. 나를 일부러 남겼으면 할 일이거나 할 얘기가
요즘 안 그래도 이 문제 때문에 불안해서 잠도 못 자고 사모님과는 접촉하지 않으려 애쓰고 있는 중이다.하지만 사모님을 피했더니 윤지은이 있을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나는 불안하고 두려웠다. 그와 동시에 조마조마했다. 그러면서 윤지은이 대체 어떻게 알았을지 궁금했다.나는 결국 뻔뻔하게 물었다.“뭘 아는 거예요? 아는 게 있다면 알려줘요. 저도 그날 취해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모르겠어요. 그렇지 않고서야 알몸으로 구경당하지는 않았겠죠.”윤지은의 낯빛은 순식간에 변했다. 나는 윤지은의 표정을 읽어내지 못했다. 하지만 윤지은이 그 일에 대해 알고 있는 건 틀림없다. 그 결론은 나를 더 미치게 했다.‘윤지은이 알고 있었다면 그동안 왜 아무 말도 안 해줬지?’‘내가 요즘 사모님과 접점이 많아지니 이제야 언급하는 건 뭐지?’나는 마음이 복잡했고 호기심이 점점 깊어졌다.“아무것도 아니야.”윤지은은 내 호기심을 건드리고 대답해 주지 않았다. 나는 그녀의 태도에 마음이 더 조급해졌다.“사람이 왜 그래요? 말을 하다 말 거면 차라리 하지나 마요.”윤지은은 차가운 눈빛으로 나를 쏘아봤다.“지금 나를 의심해?”나는 일순 겁이 나 바로 태도를 누그러뜨렸다.“의심하는 게 아니라 호기심을 건드리고 아무 말도 하는 건 사람 피 말리는 거랑 뭐가 달라요?”“나도 다 너를 위해서 이러는 거니까 호의를 무시하지 마.”윤지은은 나를 보며 강조했다.하지만 너무 애매모호한 말에 나는 대체 뭔지 도무지 알 수 없었다. 게다가 그 상대가 사모님이 맞는지 묻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어 너무 괴로웠다.“다른 질문은 더 있어요? 없으면 전 가볼게요.”나는 궁금하고 답답해 더 이상 윤지은과 한 공간에 있고 싶지 않았다. 윤지은은 나를 홱 째려봤다.“얌전히 앉아 있어. 가라고 하기 전까지는 못 가.”“그건 너무 독단주의 아니에요? 묻지도 말라 가지도 말라 하면 대체 뭘 하자는 거예요?”“내 시중이나 들어. 왜? 싫어?”윤지은은 뜬금없이 요구했다.그 말에 나는 잠깐
“어떻게 할 생각인데?”왕정민은 어두운 얼굴로 한 글자 한 글자 내뱉었다. 입이 팅팅 부어 발음이 부정확했지만 진동성은 단번에 알아차렸다. 그는 이를 악문 채 대답했다.“어떡하긴, 당연히 사람들 시켜 죽여야지. 방금 그 여자, 너도 봤지? 아무리 봐도 어느 대기업 딸인 것 같아. 곱게 자란 부잣집 아가씨가 아니고서야 해명할 기회도 안 줄 리가 없어. 저 여자가 방금 정수호가 자기 사람이라고 했으니 되도록이면 직접 손쓰면 안 돼. 안 그러면 화를 입을지도 모르니까.”진동성의 분석은 매우 정확했다 하지만 왕정민은 대꾸하지 않다가 한참 뒤에야 입을 열었다.“가자. 다른 곳에서 천천히 상의해야겠어.”왕정민은 겹겹이 싸인 분노를 급히 분출해야 했다. 그는 진동성 옆에 있는 진소민을 흘긋거렸다.한동안 보지 않았더니 진소민은 훨씬 더 여성스러워졌다.왕정민의 눈빛을 느낀 진소민은 무의식적으로 목을 움츠렸다. 그녀는 이제 진동성을 모시고 있으니 진동성 여자이기에 더 이상 왕정민과 엮이고 싶지 않았다.하지만 진동성의 말 한마디는 진소민의 결심을 구렁텅이로 처넣었다.“우리 파트너 바꿔서 놓지 않을래?”진소민은 진동성이 그러지 않길 바라며 도움을 청하는 눈빛으로 그를 봤다.하지만 진동성도 진작 왕정민의 파트너를 눈독 들이고 있었기에 바로 헤실거리며 대답했다.“가자.”진소민의 마음은 순간 씁쓸해졌다. 그녀는 사실 이런 생활을 원한 건 아니었다. 그저 돈 많은 남자 한 명을 잡아 스폰 받으며 지내는 거였다.진소민은 반항하지 못했다. 그럴 배짱도 없었다.하지만 왕정민의 파트너는 이런 것에 거리낌이 없는 걸 보니 이미 경험이 많은 듯했다.결국 진소민도 어쩔 수 없이 세 사람과 함께 밖으로 나갔다....식사를 마친 뒤, 윤지은은 양동준더러 하정현과 한지영을 바래다주게 하고 나를 혼자 남겼다.나는 이게 대체 무슨 뜻인지 의도를 알 수 없었기에 그저 나한테 할 말이 있겠지 하고 생각했다.“무슨 말을 하고 싶은데요?”나는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 윤지은은 여
한지영은 바닥에 주저앉은 나를 부축해 일어섰다.그때 윤지은이 싸늘한 눈빛으로 나를 힐끗 쳐다보았다.“무슨 상황이야? 뭔데 이렇게 맞았어?”나는 이를 악문 채 진동성이 한 짓을 털어놓았다.“그런데 아쉽게도 내가 아직 실력이 모자라 저 인간을 직접 찢어발기지 못한 게 한이에요.”나는 이를 바득바득 갈았고 속에서 열불이 터졌다.윤지은은 차갑게 말했다.“실력이 없는 걸 알면 노력해야지 허구한 날 여자나 밝히니까 계속 제자리지. 쌤통이네.”나는 적어도 윤지은이 나를 위로해 줄 거라고 생각했는데, 윤지은은 위로는커녕 나를 비꼬아댔다.하지만 그 말이 너무 맞아 나는 반박할 수 없었다.윤지은은 나를 혼낸 뒤 진동성 일행을 바라봤다.“두 사람이 태연과 애교 전남편들이지?”“당신은 또 누구야?”왕정민은 차가운 얼굴로 윤지은을 훑으며 물었다.운지은은 입꼬리를 싸늘하게 말아 올렸다.“네 어미다. 이 자식아!”그 말에 나는 하마터면 웃음이 터질 뻔했다.윤지은이 사람을 갈구는 모습은 소여정과 똑 닮았다.“양동준, 쳐!”양동준은 왕정민에게 걸어갔다. 그러자 왕정민은 겁에 질린 채 연신 뒷걸음쳤다.“당신들이 뭔데 사람을 때려?”윤지은은 팔짱을 낀 채 차갑게 대꾸했다.“어미가 아들놈 교육하는 건 당연한 거 아닌가?”양동준은 두말없이 다가가 왕정민의 뺨을 팅팅 부을 때까지 때렸다.왕정민은 뭐라 하려고 입을 뻥긋거렸지만 양동준이 또다시 뺨을 때리는 바람에 더 이상 찍소리도 내지 못했다.윤지은은 네 사람을 둘러보며 물었다.“더 물어볼 거 있어?”진동성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고 진소민과 여간호사는 더더욱 입도 뻥끗하지 못했다.그때 윤지은이 나를 가리키며 말했다.“이 사람 내 사람이야. 털끝 하나라도 건드리면 나한테 도전하는 거로 간주할 거야. 그 결과가 어떨지는 잘 알 거야.”윤지은이 나를 지켜준다는 사실에 나는 깜짝 놀랐다.진동성의 표정은 잿빛이 되었지만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윤지은은 진동성 일행을 혼쭐내고 나한테 말했다.“아직도 안
진동성은 고개를 끄덕이며 싸늘한 미소를 지었다.“난 지금 누구보다도 그 자식 죽이고 싶어. 젠장. 내가 돈 들여 대학교까지 보내줘서 이 정도 된 건데. 도움을 그렇게 많이 받았으면서 개 같은 게 감히 나를 물어?”“솔직히 궁금하네. 대학 내내 서포트해 주려면 돈이 적게 들지 않을 텐데, 그 돈 다 네가 낸 거 맞아?”왕정민은 고기 한 점을 집어먹으며 물었다.그러자 진동성이 대답했다.“내가 미쳤어? 그 자식이 대학 다닐 때 쓴 돈은 내가 그 자식 부모님 주민등록증을 가져가서 대출받은 거야. 그 자식 부모도 그 사실을 아들한테 알리지 않으려고 하니까 내가 한 것처럼 했지 뭐.”그 말을 들은 순간 나는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었다. 마음 같아서는 지금 당장 뛰쳐나가 진동성에게 주먹을 휘두르고 싶었다.하지만 나는 그럴 수 없어 계속해서 둘의 대화를 엿들었다. 진동성이 또 내 뒤에서 얼마나 양심 없는 짓을 했는지 들으려고.그때 진동성이 말을 이었다.“내가 그동안 준 용돈도 사실은 얼마 안 되는데 그 가족한테는 엄청난 은혜처럼 느껴졌나 봐. 내가 그 집에 찾아갈 때마다 정수호 부모가 나한테 얼마나 깍듯이 대하는데. 나를 조상으로 모실 판이라니까. 정수호 그 자식도 그동안 동성 형 하면서 내 말은 개처럼 따랐어.”둘의 대화를 들으면 들을수록 분노가 치밀어 나는 이를 갈았다.하지만 진동성은 아직도 멈추지 않고 키득거리며 말을 이어갔다.“그리고 웃기는 게 뭔 줄 알아? 내가 전에 정수호 집에서 낡은 의학서적을 발견해서 몰래 훔쳐 왔는데 어땠는 줄 알아? 그게 고대 의서라는 거야. 엄청 희귀한 거래. 그걸 팔아서 1000만 원 벌었어.”그 말을 들은 순간 나는 더 이상 참을 수 없어 뛰쳐나갔다.“진동성!”나는 그 세 글자를 이를 갈면서 토해냈다.자리에 앉아 있던 네 명은 모두 놀란 눈빛으로 나를 바라봤다.특히 진동성이 가장 놀란 듯했다. 하지만 그는 이내 피식 웃으며 말했다.“뭐야? 너도 여기 있었어? 내가 한 얘기 다 들은 거야?”“그래, 들었어
나는 더 이상 방법이 없어 결국 타협했다.“알았어요. 동의하면 될 거 아니에요.”양동준은 그제야 손을 멈췄고 나도 겨우 내 체면을 지켜냈다.나는 신속히 옷을 입으며 속으로는 윤지은을 짓밟고 혼내줄 상상을 했다.‘어떻게 부잣집 아가씨라는 사람이 이럴 수 있지? 너무하잖아.’난 꼭 언젠가 성공해 윤지은이 사람들이 앞에서 나한테 고백하는 걸 지켜볼 거다. 그때 가서 윤지은이 어떤 표정을 짓는지도 꼭 구경할 생각이다.옆에 있던 하정현은 의아한 표정으로 윤지은을 바라봤다.“지은아, 왠지 네가 이러는 게 나를 위한 게 아닌 것 같다? 너 일부러 정수호를 쪽팔리게 하려는 거지? 설마 질투해?”윤지은의 표정은 순식간에 변했다.“무슨 헛소리를 하는 거야? 내가 왜 질투해? 저런 인간이 뭐가 좋다고?”하정현은 혀를 날름거렸다.“혹시 알아? 정수호가 사모님 댁에 가는 게 싫어서 이러는 걸 수도 있잖아.”그 말인 즉 윤지은이 사모님을 질투한다는 뜻이었다.윤지은의 표정은 단번에 어두워졌다.“계속 헛소리하면 너도 똑같은 수모를 당하게 해줄게.”하정현은 목을 움츠리며 싱긋 웃었다.“안 그럴게. 말 안 하면 되잖아. 누가 우리 강한 지은을 건드리겠어?”하정현은 비록 말은 이렇게 했지만 표정만 보면 윤지은의 핍박에 못 이겨 마지못해 태도를 누그러뜨린 듯했다.윤지은의 안색은 얼마나 어두웠는지 모른다.그러다가 그 화를 뜬금없이 나한테 풀었다.“당장 가서 음료수 사와.”‘참 재수가 없으려니까.’“웨이트도 있잖아요. 왜 제가 가야 하는데요?”윤지은은 테이블을 탁, 내리쳤다.“가라면 가. 뭔 말이 그렇게 많아? 양동준더러 너 모셔가라고 할까?”나는 헐레벌떡 일어섰다.“참 대단하네요.”내가 떠난 뒤 윤지은은 하정현에게 말했다.“봤지? 정수호는 나한테 하인이나 다름없어. 나 같은 부잣집 아가씨가 저런 걸 좋아할 리가 없잖아.”“그래. 알았어.”하정현은 겉웃음을 지으며 속으로 중얼거렸다.‘지은아, 너 다 티나.’‘증명하려고 과하게 행동하면 오히려
우리가 최선을 다해 설득한 끝에 하정현은 끝내 우리 설득에 넘어왔다.“그래, 알았어. 안 찍을게. 안 찍으면 되잖아.”“네가 또 쓸데없는 짓 하면 안 되니까 수호 씨가 그동안 쟤 좀 감시해.”나는 내 귀를 믿을 수 없어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내가 윤지은 씨 부하도 아니고 왜 지은 씨 말을 들어야 하는데요?”“뭐라고?”윤지은의 표정은 단번에 어두워졌다.나는 윤지은이 이럴 때면 가장 무섭다. 내가 그동안 만난 누나들 중 윤지은이 단연 가장 무섭다고 할 수 있다.윤지은이 나를 째려볼 때면 곧 화를 내겠구나 짐작할 수 있을 정도다.더군다나 상대는 하필 부잣집 아가씨라 내가 어떻게 할 수 없다는 거다.나는 곧바로 태도를 누그러뜨리며 해명했다.“저 해야 할 일이 많아요. 지은 씨 친구 남편도 돌봐야 하고 화인당도 관리해야 하고 무엇보다 저도 지금 다쳐서 여유 시간이 없어요.”“호섭 씨는 상관할 거 없어. 내가 전문적인 가사도우미를 구했으니까.”“네?”‘그럴 거면 왜 진작 말하지 않고 진작 부르지 않은 건데?’‘왜 윤지은이 내가 사모님 댁에서 지내는 걸 싫어하는 것 같지?’‘에이, 설마. 내가 잘못 본 거겠지. 이 여자는 절대 질투할 리 없어.’“그래도 안 돼요. 저도 따로 볼 일이 있어요.”나는 여전히 거절했다. 무엇보다 지금 해야 할 일이 많은 건 사실이었다.윤지은은 갑자기 테이블을 탁 쳤다.“가라면 가. 뭔 말이 그렇게 많아? 양동준한테서 복싱 배우고 싶은 거 맞아?”나는 변석호의 일을 말해버리고 싶었지만 그러면 윤해철을 배신하는 게 돼버려 꾹 참았다.하지만 죽어도 이 일을 승낙할 생각은 없었다. 하정현이 비록 덩치는 작아 보여도 너무 영리하고 비상해 절대 쉬운 상대가 아니다.나는 스스로 그런 번거로운 일을 자처할 생각이 없었다.“안 간다 이거지? 좋아.”윤지은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핸드폰을 꺼내 들더니 어디론가 전화했다.얼마 뒤 양동준이 모습을 드러냈다.하지만 앵동준은 오자마자 아무 말 없이 내 멱살을 잡아 올렸다
하정현은 화가 난 듯 벌떡 일어섰다.“지은의 마음 같은 건 중요하지 않아? 수호 씨 마음속에 지은의 자리는 조금도 없어?”조금도 없다고 할 수는 없다. 윤지은은 내 첫 번째 여자기도 하고 미련이 남아 있으니까. 하지만 우리는 불가능하다.신분차이나 너무 큰 것도 있지만 성격 차이도 너무 커서 우리의 미래는 당연히 그려본 적이 없다.그런데 하정현이 갑자기 위협하니 나는 일부러 시비 거는 듯 대꾸했다.“그렇다면 실망하겠네요. 나랑 하정현 씨 친구는 아무런 감정도 없어요.”하정현은 갑자기 내 뒤를 흘긋거렸다.“이제 끝났네. 지은이 바로 뒤에 있거든.”뒤를 돌아봤더니 아니나 다를까 어두운 표정을 한 윤지은이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 눈빛에 나는 깜짝 놀랐다.“지, 지은 씨가 여긴 어떻게 왔어요?”나는 마음이 찔려 도저히 윤지은의 눈을 바라볼 수 없었다.“내가 불렀어. 지은아, 이 인간이 글쎄 마음속에 넌 눈곱만치도 없대. 개도 이렇게 매정하지는 않겠다.”윤지은의 표정은 담담했지만 마루에는 가시가 돋쳐 있었다.“정수호는 원래 개야. 개한테 뭘 바라?”‘그래. 뭐.’오히려 윤지은한테 시원하게 욕먹고 나니 내 마음은 한결 편해졌다. 윤지은은 항상 나한테 싸움을 걸어오기에 오히려 싸우지 않는 게 더 무섭다.나는 조용히 자리에 앉았다.“마음대로 말해요. 아무튼 두 사람한테 난 좋은 사람 아니잖아요. 오히려 지은 씨나 친구분 좀 말려 봐요. 야한 잡지 촬영하겠다고 하니까.”“야한 잡지라니? 그거 인체 보디아트든.”하정현은 강조했다.윤지은은 예쁜 눈매를 찌푸리더니 싸늘하게 하정현을 바라봤다.“보디아트라니? 제대로 말해.”“에이, 그냥 좀 노출 심한 사진 몇 장 찍는 거야. 하지만 가릴 곳은 가려. 얼굴도 안 나올 거고...”윤지은은 하정현의 말을 믿지 않았다.“네가 그렇게 돈이 없으면 나한테 말해. R국에 보내줄 테니까.”“R국은 왜?”“R국이 성진국인 데다 야동 사업이 발전됐잖아. 거기 가서 여주인공 맡으면 돈 빨리 벌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