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딴 허울 좋은 소리는 집어치워. 너도 회사를 위해 나를 왕정민한테 팔아넘기려 했잖아. 진동성, 네가 얼마나 비열하고 파렴치한 인간인지 인정해. 한 일도 인정하지 못하는 게 어떻게 남자야?”형수는 온 힘을 다해 핸들을 꺾었다.깜짝 놀란 진동성은 버럭 소리쳤다.“미쳤어? 나 운전하잖아.”“난 죽더라도 네가 원하는 대로 되게 두지 않아.”형수는 말하면서 있는 힘껏 핸들을 흔들었다.워낙 차 속도가 빠른 데다 핸들이 움직이니 차는 도로 가운데서 이리저리 부딪혔다.진동성은 무서웠는지 애원하듯 말했다.“알았어. 안 그럴게. 이거 놔.”형수는 진동성의 거짓말을 믿을 리 없었다. 세상 남자는 다 거짓말쟁이라 믿을 수 없다.형수는 죽을 각오로 말했다.“늦었어. 네가 절대 포기하지 않을 거라는 거 알아. 차라리 이대로 같이 죽자. 그럼 너도 다른 사람한테 더 이상 피해주지 않을 거잖아.”그 말에 지동성은 형수가 저를 끌고 같이 죽으려 한다는 걸 단번에 알아차렸다.“고태연, 넌 정말 미쳤어!”진동성은 형수의 머리카락을 움켜잡고 옆으로 세게 밀쳐냈다. 하지만 형수도 절대 호락호락한 상대는 아니었다. 형수도 곧장 진동성의 머리를 움켜잡고 차 안에서 싸우기 시작했다.쾅!차는 끝내 굉음을 내며 도로 위를 굴렀다.차 안은 난장판이 된 채 비명이 난무했다.하지만 속도가 너무 빠른 데다 한번 부딪힌 뒤 멈춰 선 게 아니라 그대로 몇 바퀴 굴러 육교에서 떨어졌다....한편 형수가 떠난 줄도 모르고 있던 나는 중간 휴식 시간이 되어서야 형수가 도관에 없다는 걸 발견했다.형수가 떠나기 전 잠깐 나간다는 문자를 남긴 터라 나는 당연히 형수가 무료함을 참지 못하고 나갔다고 생각했다.하지만 얼마 뒤 윤지은이 전화를 걸어와 형수가 교통사고로 응급수술을 받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나는 헐레벌떡 밖으로 뛰쳐나갔다.“대체 어떻게 된 일이에요? 갑자기 왜 사고가 난 거예요?”[네 형수가 웬 남자랑 같이 있었어. 내가 사진 보낼 테니까 남편이 맞는지 확인해 봐.]윤
그 말을 듣는 순간 나는 다리가 후들거려 그 자리에 주저앉고 말았다.윤지은은 얼른 내 어깨를 잡아 일으켜 세웠다.“정수호, 절대 무너지면 안 돼. 형수가 깨어나면 돌봐 주는 것도 매우 중요해. 옆에서 최선을 다해 케어해 줄 사람도 있어야지.”나는 얼른 몸을 일으켜 세웠다.“맞아요. 난 넘어질 수 없어요. 형수가 꼭 위기를 넘길 거라고 믿어요.”나와 윤지은은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묵묵히 수술실 밖에서 수술이 끝나기만을 기다렸다.나는 그 동안 벽에 걸린 시계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시간은 1분 1초 흘러갔다.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나는 이런 경험을 해 본 건 처음이다.우리 할아버지는 평생 큰 병에 걸린 적이 없었고 갑자기 돌아가셨지만 기분 좋게 가셨다.가족들은 모두 할아버지가 갈 때가 돼서 갔다며 좋은 일이니 슬퍼할 필요 없다고 했었다. 할아버지는 죽음을 둘여워하기는커녕 저승에 가면 분명 재밌을 거라는 농담까지 잊지 않으셨다.할아버지 손에 키워져 옆에서 할아버지를 따라 배워온 터라 내 성격은 할아버지를 많이 닮았다.때문에 할아버지께서 돌아가실 때만 해도 나는 크게 슬퍼하지 않았다. 할아버지가 다른 세상으로 갔고 그 세상에서도 잘 지내실 거라고 믿으면서. 우리 집은 친척 식구가 많은 것도 아니라 나는 그 뒤로도 가족을 잃는 슬픔을 경험해 본 적이 없다.하지만 이번 처음 죽음의 공포가 뭔지 제대로 느꼈다.의사라서 그동안 생로병사는 순리라고 생각하며 살아왔는데 내가 직접 이런 일을 경험하니 좀처럼 진정할 수 없었다. 특히 현재 생사의 기로에 놓인 사람이 내 가장 중요한 사람이라서 더더욱, ‘형수한테 무슨 일이라도 있으면 난 어떡하지?’나는 형수만큼은 절대 아무 일 없기를 간절히 빌었다.‘진짜 무슨 일이 생겨도 진동성한테 생겨야지. 진동성이 아니었다면 형수도 이렇게 되지 않았을 텐데.’쓸데없는 생각들이 고개를 내밀어 기다리는 일분일초가 너무나도 지옥 같았다.나는 시간이 이토록 느리게 흘러간다고 느껴보기는 처음이었다. 1분이 1
“진동성은 지금 어디 있어요? 만나봐야겠어요. 걱정하지 마요. 절대 충동적으로 행동하지 않아요. 그딴 쓰레기는 감옥에나 가야 하니까요.”“외과 병동에 있으니 같이 가.”“됐어요. 여기서 저 대신 형수 좀 돌봐줘요. 그 인간은 나 혼자 만나고 올게요.”나는 윤지은이 따라오려는 걸 극구 말렸다. 그 첫 번째 이유는 확실히 형수가 걱정되어서였고, 두 번째 이유는 윤지은이 있으면 내가 마음껏 움직이기 불편했으니까. 외과 병동에 도착한 나는 한 병실 안에 누워 있는 진동성을 바로 발견했다.의료진이 옆에서 각종 검사를 하고 있었고 진동성은 비명 지르며 엄살을 피워댔다.“아, 아파요. 의사 선생님, 좀 살살할 수 없어요?”그 꼴을 본 순간 나는 분노가 치밀었다.형수는 그렇게 많이 다쳐도 아프다는 말 한마디 하지 못하게 되었는데. 진동성은 고작 외상 몇 군데 난 거로 비명을 질러대며 엄살을 부리고 있단.나는 아무 말도, 아무것도 하지 않고 묵묵히 옆에 서 있다가 의사가 떠난 뒤 진동성 앞으로 다가갔다.“형수는 왜 만났어?”진동성은 나를 차갑게 흘긋거렸다.“너랑 무슨 상관인데? 정수호, 잊었나 본데 고태연은 아직 내 와이프야. 내가 내 와이프랑 뭘 하든 너랑 무슨 상관인데?”나는 두말없이 진동성의 멱살을 잡았다.“넌 왜 고작 찰과상인데 형수는 의식까지 잃어야 해?”“뭐 하는 거야? 나 지금 환자야. 이거 단장 놔.”“대답해!”나는 버럭 소리쳤다.진동성은 내 모습에 살짝 쭈그러들었다. 눈이 시뻘게진 나는] 당장이라도 사람을 덮치려는 맹수 같았다.진동성은 내 심기를 거슬렀다가 본전도 못 찾을까 봐 바로 태도를 누그러뜨렸다.“이혼 예기하려고 만났어.”“그것뿐이야? 고작 그것뿐이면 교통사고는 왜 나는데?”나는 진동성의 한 글자도 믿을 수 없었다.진동성도 끝내 화가 났는지 버럭 소리쳤다.“교통사고는 말 그대로 사고야. 누구는 뭐 사고 나고 싶어 난 줄 알아? 선 넘지 마. 나 지금 환자야.”‘그게 정말 단순 사고라고?’나는 절대 믿을 수 없
때는 밤 11시.형님 집 아래에 있는 공원에서 야간 러닝을 하던 중, 풀숲 속에서 들려오는 남녀의 바스락 소리가 들려왔다.“진동성, 설마 안 되는 거야? 집에서는 느낌 안 산다고 해서 여기까지 왔더니, 왜 아직도 안 돼?”‘저거 우리 형수님 목소리 아니야?’나는 그 소리를 듣자마자 여자가 내 형수님 고태연이라는 걸 알아버렸다.‘형과 형수는 밥 먹으러 간다고 했는데? 왜 공원 풀숲에 있는 거지?’여자 친구는 한 번도 안 사귀어 봤지만 동영상은 그래도 많이 봤다고 자부하기에, 나는 곧바로 두 사람이 무슨 짓을 하는지 알아버렸다.‘형과 형수님이 이런 스릴을 좋아할 줄은 몰랐네. 그것도 공원에서.’순간 몰래 엿듣고 싶다는 생각을 참을 수 없었다.형수는 얼굴도 예쁘장한데 몸매는 더 끝내준다. 그런 형수의 신음소리라니 이건 꿈에 그리던 일이었다.살금살금 수풀 쪽으로 걸어가 몰래 머리를 내밀었더니 형수님이 형 위에 앉아 있었다. 물론 나를 등지고 있었지만 등 라인을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순간 입이 바싹 마르고 아랫배에 열기가 올라왔다.하지만 이렇게 매력적인 형수님 앞에서 형은 영 맥을 못 췄다.“태연아, 나 여전히 안 되는데.”그 말에 형수가 버럭 화를 냈다.“약도 없네, 정말. 이제 고작 서른다섯이면서 왜 이렇게 쓸모가 없어? 안 서면 싸기라도 해야 할 거 아니야. 아무것도 없으면 애는 어떻게 가져? 계속 이러면 나 다른 사람 만난다? 당신은 애 싫을지 몰라도 나는 엄마가 되고 싶다고.”잔뜩 화가 난 형수가 바지를 입고는 수풀 밖으로 걸어 나오자 놀란 나는 헐레벌떡 도망쳤다.집에 돌아온 지 얼마 지나지 않아 형수가 돌아오는 소리가 들렸다.‘쾅’ 닫히는 문소리에 내 가슴도 ‘철렁’ 내려앉았다.‘깜짝 놀랐네. 형과 형수님 사이가 이렇게 안 좋을 줄이야.’나는 속으로 중얼거리며 가슴을 쓸어내렸다.여자는 나이가 들수록 욕구가 많아진다더니 형수님도 욕구 불만인 게 틀림없었다. ‘하긴, 형처럼 비실비실한 몸으로 형수님을 어떻게 만족시키겠어?
“애교야, 왔어? 얼른 들어와.”내가 한참 답답해하고 있을 때, 형수가 다가와 낯선 여자를 친절하게 맞이했다.여자는 형수의 초대로 곧장 집 안에 들어섰다.그러자 형수가 우리를 소개했다.여자는 형수의 친한 친구인데, 이름은 이애교, 바로 옆집에 살고 있었다.“애교야, 이 사람은 동성 씨와 같은 마을에 살던 동생이야, 정수호라고, 어제 왔어.”애교라는 여자는 이상한 눈으로 나를 보더니 이내 빙그레 웃었다.“동성 씨한테 이렇게 어리고 잘생긴 동생이 다 있었어?”“수호 씨 이제 막 대학 졸업했어. 그러니 당연히 젊지. 젊을 뿐만 아니라 엄청 튼실해.”내 착각일지 모르겠으나 형수의 마지막 한마디는 무척 의미심장했다. 심지어 눈길마저 내 아래를 흘끗거렸다.그 동작에 나는 더 불편해졌다.그때, 애교 누나가 나를 위아래로 훑더니 물었다.“태연아, 네가 말했던 마사지사가 설마 이 사람이야?”“맞아. 수호 씨가 어릴 때부터 할아버지한테 마사지를 배웠대. 솜씨가 엄청 좋아.”형수는 말을 마치자마자 나를 봤다.“아까 미처 말하지 못했는데, 사실 내 친구가 허리와 척추가 아프다고 해서요. 가끔 가슴도 답답하대요. 원래는 한의사를 불러 마사지 좀 받게 하려고 했는데, 수호 씨가 마침 마사지할 줄 알잖아요. 그래서 한번 받아보게 하려고요.”‘그런 거였군.’나는 단번에 승낙했다.‘형과 형수가 나를 이곳에서 머물게 해주고 일자리도 알아봐 줬는데, 이런 일 정도야 당연히 도와야지.’그때, 애교 누나가 부끄러운지 형수를 옆으로 끌고 갔다.“이건 좀 아니지 않나? 너무 젊은데?”“젊은 게 뭐 어때서? 젊을수록 좋은 거 아니야? 젊어야 힘이 좋고, 그래야 너 같은 유부녀를 편하게 모실 수 있잖아.”“무슨 헛소리하는 거야. 나 그런 사람 아니거든.”애교 누나는 얼굴을 붉혔다.그러자 형수가 싱긋 웃으며 대답했다.“농담이야. 네가 그쪽으로 생각하니까 그렇지. 솔직히 말해봐, 네 남편 반년 동안 집에 안 왔는데, 그동안 하고 싶지 않았어?”“너 계속 이러면
나는 마치 나쁜 짓을 한 어린애처럼 벌떡 일어났다.“형수님, 형수님이 여긴 어쩐 일이에요?”애교 누나도 잘못을 저지른 것처럼 벌떡 자리에서 일어났다. 심지어 양 볼은 어느새 사과처럼 빨갛게 무르익었다.“태연아, 그런 거 아니야. 나랑 수호 씨 아무 일도 없었어. 그냥 가슴이 답답해서 마사지해 준 것뿐이야.”애교 누나가 구구절절 설명하자 형수가 피식 웃었다.“내가 뭐라고 한 것도 아닌데, 왜 그렇게 긴장해? 아니면 나 몰래 정말 나쁜 짓이라도 했어?”나와 애교 누나는 동시에 고개를 저었다.그와 동시에 당혹스러웠다.‘내가 감히 형수님 친구를 어떻게 하려 하다니, 만약 형수님이 알면 분명 쫓아낼 거야.’그때 애교 누나가 안절부절못하더니 일이 있다는 핑계로 서둘러 집을 나갔다.형수는 그런 애교 누나의 뒷모습을 보며 멍해 있다가 한참 뒤에 나를 보며 물었다.“수호 씨, 내 친구 어떻게 같아요?”“네?”형수한테서 갑자기 이런 질문을 받으니 나는 마음이 혼란스러워 말까지 더듬었다.“좋죠. 예쁘고 몸매도 좋고 성격도 좋잖아요.”“그럼 내 친구 꼬시라고 하면 그럴 의향 있어요?”형수의 말에 나는 놀라움을 감출 수 없었다.마음도 혼란스러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문제는 형수가 방금 내가 형수 친구를 어떻게 해보려던 걸 발견하고 일부러 떠보는 것일까 봐 걱정되었다.내가 긴장하고 있을 때, 형수가 내 팔을 잡으며 손등을 톡톡 두드렸다.“긴장할 거 없어요. 솔직히 말하면 돼요.”“형수님, 저 난처하게 하지 마세요. 애교 누나는 형수님 친구인데 제가 어떻게 감히 그런 마음을 품겠어요?”“감히라고요? 아래가 이렇게 단단해졌으면서.”형수는 내 아래를 흘긋거리며 말했다.순간 너무 쪽팔리고 난감해 나는 얼른 허리를 숙였다.“와, 사이즈 보통 아니네요.”내 착각일지 모르겠으나 내 아래를 본 순간 형수의 눈빛이 변했다.그때 형수가 말을 이었다.“나 농담 아니에요. 애교와 잠자리를 가져요. 형 도와주는 셈 치고.”‘뭐지? 애교 누나와 자는
팬티는 부드럽고 나른한 데다 심지어 형수의 냄새까지 배어 있었다.손에 감각이 느껴지자 저도 모르게 아침에 몰래 엿들었던 소리가 뇌리에 재생되며 점차 흥분되었다.‘형수와 뭘 진짜로 할 수는 없지만 팬티로 상상하는 건 괜찮잖아.’나는 속으로 이렇게 중얼거리며 벨트를 풀고 팬티를 밀어 넣었다. 하지만 내 손이 아래에 닿으려 할 때 노크 소리가 들렸고, 너무 놀란 나머지 나는 그대로 뿜을 뻔했다.‘집에 나와 형수님 둘뿐이니 노크한 사람은 형수님이겠지?’나는 서둘러 그 팬티를 꺼내 목욕 타월 선반 위에 올려다 놓고 나서 조심스럽게 말했다.“형수님, 왜 그러세요?”“수호 씨, 안에서 무슨 나쁜 짓 했어요?”‘이런 말을 묻는다고?’“네? 아, 아니요.”나는 찔려서 말을 더듬었다.“그런데 왜 그렇게 떨어요?”형수의 한마디에 나는 가슴이 철렁해 식은땀을 줄줄 흘렸다.‘형수가 아무리 개방적이라고 해도 본인과 나는 안 된다고 명확히 말했는데, 만약 내가 형수의 팬티를 가지고 그런 짓을 한 걸 들키면 내가 본인 말을 안 듣는다고 생각해 쫓아내면 어떡하지?’하지만 이 상황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몰라 나는 애써 설명했다.“정말 아무것도 아니에요. 배가 아파서 식은땀이 난 것뿐이에요.”“갑자기 식은땀이 왜 나요? 혹시 어디 아파요?”형수는 이내 나를 걱정했다.“저도 모르겠어요. 그냥 좀 불편해요.”“문 좀 열어봐요. 어디 봐봐요.”“이, 이제 괜찮아요.”“내외할 거 뭐 있어요? 수호 씨 내 눈에는 아직 애예요. 그러니 얼른 문 열어요.”그 말을 들은 순간 실망감이 휘몰아쳤다. ‘내가 형수님 눈에 고작 애였다니. 어쩐지 내 앞에서 거침없더라니. 나는 그런 상대로 한 번도 생각하지 않았나 보네.’나는 허리를 숙여 화장실 문을 열었다. 형수는 들어오자마자 나를 보는 게 아니라 목욕 타월을 놓은 선반 위를 확인했다.나는 마음이 찔려 형수의 눈을 마주칠 수 없었다.그때 형수가 선반 쪽으로 걸어가더니 나한테 웃으며 물었다.“혹시 내 팬티 건드렸어
애교 누나는 팬티를 벗어 가방 안에 넣고는 아무 일 없다는 듯 창밖을 내다봤다.하지만 얼굴은 이미 빨갛게 달아올랐고, 긴장했는지 두 다리를 꽉 붙이고 있었다.나는 백미러로 그 과정을 전부 눈에 담았다.수줍어하고 불안해하는 애교 누나의 모습은 너무 매력적이었다.특히 두 다리는 나의 상상력을 자극했다.‘형수 정말 대박이네, 대체 무슨 말을 했길래, 애교 누나가 저런 행동을 했지?’웅웅-그때 핸드폰이 갑자기 울려 확인해 보니 형수가 보낸 문자가 도착해 있었다.[봤어요?]나는 너무 흥분하고 설레는 마음에 뭘 말해야 할지 몰라 싱긋 미소를 날렸다.그러자 형수의 문자가 또 날아왔다.[애교도 수호 씨처럼 부끄러운가 봐요. 하지만 내가 천천히 마음을 열게 할 테니까 기회 잡아요.][네.]답장을 보내고 나니 심장이 더 두근거렸고 가슴이 벅차올랐다.‘형수 진짜 대박이네.’쇼핑몰에 도착하자 형수는 자꾸만 나에게 기회를 만들어 주었다. 하지만 자꾸만 피하는 애교 누나 때문에 나는 답답하기만 했다.그러다 잠깐 휴식하는 사이, 애교 누나가 화장실에 간 틈을 타 형수가 내게 물었다.“대체 어떻게 된 거예요? 내가 기회를 그렇게 많이 만들어줬는데 왜 접근하지 않아요?”“형수님, 저도 싫어서 안 한 게 아니라 애교 누나가 자꾸만 일부러 저를 피해요. 제가 본인한테 딴마음 품고 있다는 걸 의심하는 것 같아요.”“그게 접근한 거예요? 아침에 배웠잖아요. 여자를 상대할 때 너무 선비처럼 굴면 안 돼요. 애교가 멀리하면 수호 씨가 가까이 가야죠.”“애교가 하지 말라고 한다고 안 할 거예요? 강제로라도 해야죠. 남자는 남자답게 먼저 대시해봐요. 남자다운 모습 보여줘야죠. 그러다가 슬쩍 건드리면 애교도 서서히 넘어갈 거예요. 그렇게 안 하면 수호 씨 같은 굼뜬 성격에 언제 애교를 손에 넣겠어요?”이 방면에서 내가 좀 뻣뻣한 건 확실하다. 학교 다닐 때는 공부만 하느라 여자애를 사귈 생각도 못 했으니 성숙한 유부녀는 더 알 리 없다.나는 알 듯 말 듯해 고개를 끄
“진동성은 지금 어디 있어요? 만나봐야겠어요. 걱정하지 마요. 절대 충동적으로 행동하지 않아요. 그딴 쓰레기는 감옥에나 가야 하니까요.”“외과 병동에 있으니 같이 가.”“됐어요. 여기서 저 대신 형수 좀 돌봐줘요. 그 인간은 나 혼자 만나고 올게요.”나는 윤지은이 따라오려는 걸 극구 말렸다. 그 첫 번째 이유는 확실히 형수가 걱정되어서였고, 두 번째 이유는 윤지은이 있으면 내가 마음껏 움직이기 불편했으니까. 외과 병동에 도착한 나는 한 병실 안에 누워 있는 진동성을 바로 발견했다.의료진이 옆에서 각종 검사를 하고 있었고 진동성은 비명 지르며 엄살을 피워댔다.“아, 아파요. 의사 선생님, 좀 살살할 수 없어요?”그 꼴을 본 순간 나는 분노가 치밀었다.형수는 그렇게 많이 다쳐도 아프다는 말 한마디 하지 못하게 되었는데. 진동성은 고작 외상 몇 군데 난 거로 비명을 질러대며 엄살을 부리고 있단.나는 아무 말도, 아무것도 하지 않고 묵묵히 옆에 서 있다가 의사가 떠난 뒤 진동성 앞으로 다가갔다.“형수는 왜 만났어?”진동성은 나를 차갑게 흘긋거렸다.“너랑 무슨 상관인데? 정수호, 잊었나 본데 고태연은 아직 내 와이프야. 내가 내 와이프랑 뭘 하든 너랑 무슨 상관인데?”나는 두말없이 진동성의 멱살을 잡았다.“넌 왜 고작 찰과상인데 형수는 의식까지 잃어야 해?”“뭐 하는 거야? 나 지금 환자야. 이거 단장 놔.”“대답해!”나는 버럭 소리쳤다.진동성은 내 모습에 살짝 쭈그러들었다. 눈이 시뻘게진 나는] 당장이라도 사람을 덮치려는 맹수 같았다.진동성은 내 심기를 거슬렀다가 본전도 못 찾을까 봐 바로 태도를 누그러뜨렸다.“이혼 예기하려고 만났어.”“그것뿐이야? 고작 그것뿐이면 교통사고는 왜 나는데?”나는 진동성의 한 글자도 믿을 수 없었다.진동성도 끝내 화가 났는지 버럭 소리쳤다.“교통사고는 말 그대로 사고야. 누구는 뭐 사고 나고 싶어 난 줄 알아? 선 넘지 마. 나 지금 환자야.”‘그게 정말 단순 사고라고?’나는 절대 믿을 수 없
그 말을 듣는 순간 나는 다리가 후들거려 그 자리에 주저앉고 말았다.윤지은은 얼른 내 어깨를 잡아 일으켜 세웠다.“정수호, 절대 무너지면 안 돼. 형수가 깨어나면 돌봐 주는 것도 매우 중요해. 옆에서 최선을 다해 케어해 줄 사람도 있어야지.”나는 얼른 몸을 일으켜 세웠다.“맞아요. 난 넘어질 수 없어요. 형수가 꼭 위기를 넘길 거라고 믿어요.”나와 윤지은은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묵묵히 수술실 밖에서 수술이 끝나기만을 기다렸다.나는 그 동안 벽에 걸린 시계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시간은 1분 1초 흘러갔다.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나는 이런 경험을 해 본 건 처음이다.우리 할아버지는 평생 큰 병에 걸린 적이 없었고 갑자기 돌아가셨지만 기분 좋게 가셨다.가족들은 모두 할아버지가 갈 때가 돼서 갔다며 좋은 일이니 슬퍼할 필요 없다고 했었다. 할아버지는 죽음을 둘여워하기는커녕 저승에 가면 분명 재밌을 거라는 농담까지 잊지 않으셨다.할아버지 손에 키워져 옆에서 할아버지를 따라 배워온 터라 내 성격은 할아버지를 많이 닮았다.때문에 할아버지께서 돌아가실 때만 해도 나는 크게 슬퍼하지 않았다. 할아버지가 다른 세상으로 갔고 그 세상에서도 잘 지내실 거라고 믿으면서. 우리 집은 친척 식구가 많은 것도 아니라 나는 그 뒤로도 가족을 잃는 슬픔을 경험해 본 적이 없다.하지만 이번 처음 죽음의 공포가 뭔지 제대로 느꼈다.의사라서 그동안 생로병사는 순리라고 생각하며 살아왔는데 내가 직접 이런 일을 경험하니 좀처럼 진정할 수 없었다. 특히 현재 생사의 기로에 놓인 사람이 내 가장 중요한 사람이라서 더더욱, ‘형수한테 무슨 일이라도 있으면 난 어떡하지?’나는 형수만큼은 절대 아무 일 없기를 간절히 빌었다.‘진짜 무슨 일이 생겨도 진동성한테 생겨야지. 진동성이 아니었다면 형수도 이렇게 되지 않았을 텐데.’쓸데없는 생각들이 고개를 내밀어 기다리는 일분일초가 너무나도 지옥 같았다.나는 시간이 이토록 느리게 흘러간다고 느껴보기는 처음이었다. 1분이 1
“그딴 허울 좋은 소리는 집어치워. 너도 회사를 위해 나를 왕정민한테 팔아넘기려 했잖아. 진동성, 네가 얼마나 비열하고 파렴치한 인간인지 인정해. 한 일도 인정하지 못하는 게 어떻게 남자야?”형수는 온 힘을 다해 핸들을 꺾었다.깜짝 놀란 진동성은 버럭 소리쳤다.“미쳤어? 나 운전하잖아.”“난 죽더라도 네가 원하는 대로 되게 두지 않아.”형수는 말하면서 있는 힘껏 핸들을 흔들었다.워낙 차 속도가 빠른 데다 핸들이 움직이니 차는 도로 가운데서 이리저리 부딪혔다.진동성은 무서웠는지 애원하듯 말했다.“알았어. 안 그럴게. 이거 놔.”형수는 진동성의 거짓말을 믿을 리 없었다. 세상 남자는 다 거짓말쟁이라 믿을 수 없다.형수는 죽을 각오로 말했다.“늦었어. 네가 절대 포기하지 않을 거라는 거 알아. 차라리 이대로 같이 죽자. 그럼 너도 다른 사람한테 더 이상 피해주지 않을 거잖아.”그 말에 지동성은 형수가 저를 끌고 같이 죽으려 한다는 걸 단번에 알아차렸다.“고태연, 넌 정말 미쳤어!”진동성은 형수의 머리카락을 움켜잡고 옆으로 세게 밀쳐냈다. 하지만 형수도 절대 호락호락한 상대는 아니었다. 형수도 곧장 진동성의 머리를 움켜잡고 차 안에서 싸우기 시작했다.쾅!차는 끝내 굉음을 내며 도로 위를 굴렀다.차 안은 난장판이 된 채 비명이 난무했다.하지만 속도가 너무 빠른 데다 한번 부딪힌 뒤 멈춰 선 게 아니라 그대로 몇 바퀴 굴러 육교에서 떨어졌다....한편 형수가 떠난 줄도 모르고 있던 나는 중간 휴식 시간이 되어서야 형수가 도관에 없다는 걸 발견했다.형수가 떠나기 전 잠깐 나간다는 문자를 남긴 터라 나는 당연히 형수가 무료함을 참지 못하고 나갔다고 생각했다.하지만 얼마 뒤 윤지은이 전화를 걸어와 형수가 교통사고로 응급수술을 받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나는 헐레벌떡 밖으로 뛰쳐나갔다.“대체 어떻게 된 일이에요? 갑자기 왜 사고가 난 거예요?”[네 형수가 웬 남자랑 같이 있었어. 내가 사진 보낼 테니까 남편이 맞는지 확인해 봐.]윤
“내가 그렇게 싫은 거야”진동성은 형수가 너무한다고 생각했다.하지만 형수는 여전히 싸늘한 표정으로 말했다.“역겨운 정도가 아니야. 치가 떨리도록 싫어. 너랑 빨리 이혼하려는 게 아니었다면 이 자리에 오자도 않았어.”진동성은 몰래 이를 갈았다.형수는 말을 이었다.“이혼 합의서는 내가 다 준비했어. 보고 문제없으면 사인해.”형수는 말하면서 미리 준비해 두었던 이혼 합의서를 진동성 앞에 내놓았다.진동성은 문득 자기가 너무 밀리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형수의 공격적인 모습이 그는 매우 싫었다. 그가 아내를 버리더라도 아내는 절대 저를 버리지 말아야 하는데 말이다.하지만 진동성은 워낙 마음을 잘 숨기는 사람이기에 화가 나더라도 겉으로는 미소를 유지했다.“좋아. 이번에 마지막이니까 같이 산책 좀 하자. 괜찮지?”형수는 경계 가득한 눈빛으로 진동성을 바라봤다.“나 시간 없어.”“그냥 산책 좀 하자는 거잖아. 내가 뭐 다른 걸 한대? 길거리에 사람도 많은데 내가 뭔 짓 할까 봐 겁나? 그것만 들어주면 바로 이혼 합의서에 사인할게. 그래도 우리 부부인데 마지막까지 싸우는 건 싫어. 넘 안 좋게 끝내는 것도 싫고.”형수는 결국 마음이 약해져 진동성의 부탁을 들어주었다.“30분 밖에 없어.”형수는 30분을 할애해 이혼 도장을 받아내는 게 밑지지 않는 처사라고 생각했다.형수는 현재 한시 빨리 이혼하여 눈앞의 쓰레기를 멀리하려는 생각뿐이었다.진동성은 곧바로 다정한 표정을 지으며 형수를 도와 문을 열어주더니 어디로 갈지 묻기까지 했다.형수는 건성으로 대답했다.“마음대로 해. 아무 데나 다 돼. 하지만 난 30분 밖에 없어.”“그럼 쇼핑몰 좀 도는 건 어때? 너한테 선물 좀 사주고 싶거든.”“마음대로 하던가.”형수는 시종일관 싸늘한 태도로 대답했다.진동성은 겉으로 웃음을 짓고 있었지만 속으로는 형수를 갈기갈기 찢어 죽이고 싶었다. 한번 결혼하면 분명 사람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릴 터인데, 진동성은 그게 무엇보다도 싫었다.‘고태연, 이건 다 너
“고태연, 그 돈은 내가 번 거야. 내 돈을 왜 너한테 줘야 하는데?”형수는 어두운 얼굴로 말했다.“내 도움이 없었다면 창업 자금도 없이 어떻게 돈을 벌 건데? 창업 초기 내가 두 발로 뛰어가면서 고객 만나고 미팅하러 다녔던 거 잊었어? 진동성, 너 양심은 있니? 개한테 뜯긴 거야?”진동성은 아무렇지 않다는 듯 말했다.“이제 와서 그런 게 뭔 소용인데? 돈은 내가 벌었으니 내 거지. 게다가 모든 돈은 이미 우리 부모님 계좌로 빼돌렸어. 내 계좌에는 고작 몇만 원밖에 없으니 그거라도 나누고 싶으면 나눠 가지던가.”“그리고 지금 살고 있는 집은 절대 너 안 줘. 난 너랑 정수호 그 자식이 내 집에서 붙어먹는 꼴 절대 못 봐. 정말 그러기로 작정한 거지?”형수는 속으로 뭔가 계획을 세웠다.진동성은 여전히 표정 한나 변하지 않고 말했다.“누군 뭐 이러고 싶어서 이러는 줄 알아? 네가 나 벼랑 끝으로 몰았잖아. 너랑 정수호 그 자식 일은 안 따지겠다고 했는데 왜 이혼하겠다는 거야? 왜 꼭 내 체면을 바닥으로 짓뭉개는데? 네가 날 그렇게 난처하게 하는데 내가 왜 널 가만둬?”형수는 팔짱을 낀 채 의자에 앉아 싸늘한 미소를 지었다.“진동성, 난 적어도 넌 왕정민과 달리 일말의 양심이라도 있을 줄 알았어. 그런데 어쩜 왕정민보다 더 쓰레기일 수가 있어?”“그래. 네가 그렇게 나온다면 나도 가만있을 수 없지. 집은 이미 우리 엄마 명의로 명의 이전했어. 네가 모든 돈은 네가 다 빼돌렸다니 그냥 가져. 하지만 전에 내가 투자했던 항목들 모두 내 돈으로 투자했던 거 알지?”“한 가지 좋은 소식이 있는데 그 투자 상품들 모두 300퍼센트 수익을 냈어. 내가 투자로 번 돈은 네가 모은 것보다 훨씬 많아.”형수의 말을 들은 진동성의 낯빛은 일순 어두워졌다.“투자 상품은 언제 구매했는데? 난 왜 몰라?”형수는 피식 웃음을 흘렸다.“내가 이애교인 줄 알아? 왕정민이 뭐라고 하면 따르는? 난 애교랑 달라. 난 가정주부한테 미래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아. 그래서 너
형수는 이 일을 나한테 알려야 할지 한참 고민했다.하지만 내가 열심히 훈련하는 모습에 방해하지 않았다. 그러면서 지금 백주 대낮이기도 하니 진동성이 저를 어떻게 하지 않을 거라고 확신했다.결국 형수는 밖으로 나가면서 진동성에게 답장했다.[장소는 내가 정해.]형수는 일부러 사람이 많이 다니는 가게를 약속 장소로 정했다. 지금 훤한 대낮이고 사람이 많으니 진동성이 함부로 하지 않을 거라고 확신한 채로.하지만 진동성은 형수가 생각한 것만큼 단순한 사람이 아니었다.진동성이 형수를 불러낸 건 사실 나와 형수에게 복수하기 위해서다. 다른 한편으로는 왕정민에게 잘 보이려는 의도도 있었다.나 때문에 레스토랑에서 윤지은의 사람한테 된통 얻어맞은 왕정민은 너무 화가 나서 그 화를 형수한테 풀려고 했다.형수가 진동성과 이혼하면 당연히 나랑 만날 걸 알았으니까. 형수의 몸을 취하는 건 형수에 대한 복수일 뿐만 아니라 나에 대한 복수이기도 했다.게다가 왕정민이 형수를 노린 게 하루이틀이 아니었기에 이 기회에 형수랑 잘 생각이었다.진동성은 형수에게 문자를 보낸 뒤 곧바로 옆에 있는 왕정민에게 말했다.“약속 잡았어. 이제 걸려들기를 기다리기만 하면 돼.”“그럼 난 호텔에서 기다릴게. 이따 네가 호텔로 데려와.”진동성은 키득키득 웃었다.“그래.”왕정민은 호탕하게 웃으며 자리를 떴다.왕정민이 떠난 뒤 진동성의 표정은 이내 음흉해졌다.“고태연, 날 먼저 배신한 건 너야. 그러니까 날 탓하지 마. 아무도 내 명예를 무너뜨릴 수 없어. 아무도!”진동성은 몰래 핸드폰 녹화 기능을 켰다. 그는 이따가 왕정민이 형수를 취하는 모습을 영상으로 담아 모든 사람에게 보여줄 생각이었다. 그렇게 되면 형수가 아내의 본분도 지키지 않는 더러운 여자가 될 거고 절대 저한테 위협이 되지 않을 테니까.사람은 양심을 잃으면 짐승만도 못해진다. 진동성도 지금 그 상태다.형수는 약속 장소를 엔젤 카페로 정했다.얼마 뒤 형수와 진동성은 그곳에서 만났다.형수는 진동성을 만나자마자 본론을
[알았어요. 그러고 보니 지은이랑은 대체 무슨 일 있었던 거예요? 지은이가 어젯밤 찾아와서 앞으로 수호 씨를 멀리하라고 하더라고요.]사모님은 내가 걱정되는 듯 물었다.그 말을 듣는 순간 나는 맥이 빠졌다.“그건 저도 모르겠어요. 항상 저를 저격하거든요. 그냥 제가 꼴 보기 싫은가 봐요.”[지은이 좋은 사람이에요. 겉보기에는 무뚝뚝하고 차가워도 말만 심하게 했다 뿐이지 마음은 여려요. 정말 화나게 한 상황을 빼면요.”나는 너무 억울했다. 그동안 분명 윤지은을 건드린 적도 없는데 말이다.“사모님, 전 정말 그런 적 없어요.”나는 풀이 죽어 해명했다.“사모님도 친구분이니 아실 거잖아요. 소여정 씨마저 윤지은 씨 상대가 안 되는, 하물며 저는 어떻겠어요?”[하하. 아무튼 두 사람 꼭 원수 같다니까요. 그런데 옆에서 보는 건 재밌어요.]사모님은 나지막하게 웃으며 말했다.그런 말을 들으니 나는 너무 난감했다.이게 대체 어디가 재밌다는 건지?나는 그런 여자와 놀고 싶은 생각은 없다.“됐어요, 사모님, 일 보세요.”사모님과의 통화가 끝난 뒤 나는 방에서 나왔다.형수는 이미 푸짐한 아침상을 준비했다.다만 고수연은 대충 두 숟갈 먹더니 입맛이 없다며 다시 방으로 들어가 거실에는 나와 형수 둘뿐이었다.“저 계집애는 상관하지 마요.”형수는 나를 위해 달걀을 까다가 생글생글 웃으며 나를 봤다.“이게 뭐 같아요?”나는 살짝 어리둥절했다.“네?”“남자 그거 같지 않아요?”‘아...’형수는 달걀을 내 입에 밀어 넣었다.“얼른 먹어요. 영양가 많은 거니까. 참, 식사하고 나서 뭐 할 거예요?”“이따 도관에 연습하러 가야 해요.”“그럼 나도 같이 가도 돼요?”“당연하죠. 가고 싶으면 가는 거죠.”나는 형수와 아침 식사를 마치고 함께 도관으로 향했다.변석훈은 이미 안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나는 도관에 들어서자마자 운동복으로 갈아입고 훈련에 매진했고 형수는 내 옆에 앉아 나를 지켜봤다.시간이 급박하고 내가 배울 시간이 많지 않기에 나는
“고수연!”형수는 화가 나고 억울해서 버럭 소리 질렀다. 다른 사람 눈에 그녀는 아내로서의 도리도 안 지키는 방탕한 여자처럼 보일 거지만 누구도 그동안 형수가 어떤 경험을 했는지 모를 거다.다른 사람이 뭐라 하든 상관없지만 가족이라는 사람이 이렇게 가슴에 칼을 꽂으니 형수는 너무 괴로웠다.고수연도 제 말이 심했다는 걸 인식했는지 다급히 언니 옆으로 다가갔다.“언니, 난 그런 뜻이 아니야. 마음에 담아두지 마. 난 그냥 이 세상에 좋은 남자는 없다는 걸 알려주고 싶었을 뿐이야. 정수호도 좋은 사람 아니야. 그러니까 절대 빠지지 마.”그게 사실인 건 맞지만 형수의 마음은 무척 괴로웠다.“수호 씨가 어떤 사람인지는 내가 잘 알아. 고수연, 네가 진용진한테 불만 많은 거 알아. 하지만 애먼 사람한테까지 안 좋은 프레임 씌우지 마. 너랑 진용진 사이의 일은 수호 씨랑 상관없잖아.”고수연은 풉, 웃음을 터뜨렸다.“지금 내 몸 하나 돌볼 겨를도 없는데 내가 다른 사람을 신경 쓸 겨를이 있을 리 없잖아. 얘기는 이쯤에서 그만하자. 나 먼저 잘게.”말을 마친 뒤 고수연은 일어서서 제 방으로 들어갔다.형수는 동생의 뒷모습을 보며 한숨을 푹 내쉬었다.이혼은 여자한테 큰 영향을 주곤 하다. 특히 고수연처럼 애까지 있는 유부녀라면 더더욱.게다가 진용진이 얼마나 머리를 썼는지 정말 이혼하게 된다면 고수연은 빈털터리로 쫓겨날 거다. 그러면 아이는 오히려 짐이 되고 만다.형수는 갑자기 저와 진동성 사이에 애가 없는 게 참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정말 부부가 갈라지는 순간이 오면 안 좋게 끝날 것이기에 아이가 없는 게 고통을 덜 받을 수 있다.만약 아이가 있었다면 형수도 분명 고수연과 진용진처럼 됐을 거다.한참 생각하고 있을 때 갑자기 들리는 초인 종소리에 형수는 문을 열었다. 이윽고 문밖에 서 있는 나를 보며 의아한 듯 물었다.“무슨 일이에요? 월세방 구했다고 했잖아요?”나는 상황을 간단히 설명했다.“들어와요.”나는 조심스럽게 안으로 들어가며 주위를
“어쩐지 계속 남자 친구를 안 사귀나 했네. 넌 성적 수요가 적은가 보네. 연우한테서 들었는데 여자가 성적 수요가 적다면 불감증일 경우가 많대. 너도 병원에서 검사받아 보는 게 어때?”윤지은의 낯빛은 더 이상해졌다. 사실 여기까지 직접 온 건 사모님한테 따져 묻기 위해서였는데 오히려 사모님한테 질문세레를 받고 있으니.윤지은은 얼른 화제를 전환했다.“유미야. 그날 밤 정수호와 했다는 여자 얼굴 제대로 봤어?”“아니. 술에 취해서 흐릿하게 보였어. 그런데 그 여자 가슴에 문신이 있었어.”“문신? 무슨 문신?”윤지은이 물었다.사모님은 한참 생각하다가 말했다.“나비 문신이었던 것 같아. 맞아. 나비 문신이야. 가슴 여기에 있었어.”윤지은은 그날 일을 곰곰이 회상했다.“그날 밤 식사 자리에 우리 넷을 빼면 정수호 형수랑 여자 친구였지?”“우리 넷 중에는 가슴에 나비 문신을 한 사람이 없고, 형수랑 여자 친구도 없었던 것 같은데.”윤지은은 순간 어리둥절했다. 그녀는 그날 일을 애써 떠올렸지만 아무리 노력해도 그렇다 할 만한 게 떠오르지 않았다.“아무튼 오늘부터 정수호랑 떨어져. 정수호 좋은 사람 아니야. 네 몸을 노릴까 봐 걱정돼서 그래.”사모님은 깊이 생각지도 않고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윤지은은 사장님을 흘긋 보고는 자리에 한참 앉아있다가 떠났다.윤지은이 떠난 뒤 사모님은 깊은 한숨을 내쉬며 표정이 이상해졌다....그 사실을 모르는 나는 택시를 타고 월세방으로 향했다. 하지만 생각할수록 화가 나고 억울했다.집에는 현성 혼자만 있었다.“민우는?”나는 물으면서 소파에 앉았다.그러자 핸드폰을 하고 있던 현성이 대답했다.“여자 친구랑 밥 먹으러 갔어.”현성은 말하면서 핸드폰을 내려놓고 내 옆에 앉았다.“수호야, 오늘 밤 너도 나가서 지내는 게 어때? 나랑 주선영이 단둘이 이을 기회를 마련해 줘.”“여긴 내가 세 맡은 집인데 왜 내가 나가야 해?”현숭은 두말없이 두터운 현찰을 꺼내 내밀었다.“강북에 있는 3성급 호텔이든 5성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