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명훈은 가까스로 칼을 피했지만, 피하는 도중에 칼날이 그의 어깨를 베었다.순간 안명훈의 입에서 비명이 흘러나오더니 현장은 아수라장이 되었다.안명훈은 제 상처를 부여잡고 버럭 소리쳤다.“예들아. 당장 와서 저 자식 족쳐!”모태진은 단칼에 안명훈을 해결하려 했지만, 그가 피해버리자 순간 당황했다. 심지어 전투 경험도 없는지라 손에 들고 있던 칼도 어디 갔는지 없어졌다.그러다가 술집 안 사람들이 저를 향해 달려오자 그대로 도망쳤다.그 모습을 뒤에서 지켜보고 있던 한은솔은 마음이 타들어 갈 것 같아 얼른 울면서 나한테 전화했다.“모 선생님 지금 레드 오션에 있어. 방금 안명훈을 칼로 찌르려 하다가 실패해서 지금 도망 중이야. 안명훈이 모 선생님을 죽이려 하고 있어.”모태진의 위치를 들은 나는 곧장 한의관에서 뛰쳐나왔다.그때 마침 민우가 아침을 사 들고 돌아오는 게 눈에 띄어, 나는 얼른 그를 끌고 차로 올라탔다.“태진 선배가 레드 오션에서 그 자식을 찌르려 했대. 우리가 가서 도아야 해.”“헐. 이게 무슨 상황이래?”민우는 어리둥절해 벙찐 얼굴을 하고 있었다.내가 가면서 대충 상황을 설명해 주자, 민우는 그제야 놀란 듯 입을 쩍 벌렸다.“평소에 그렇게 점잖던 사람이 그런 일을 저지르다니, 놀랍네. 이따가 싸우려면 얼른 배불리 먹어야겠어.”민우는 말하면서 찐빵 하나를 입에 베어 물었다.그러더니 눈 깜짝할 새로 3개를 먹어 치웠다.한편 나는 모태진이 위험할까 봐 차 속을 높였다.다행히 화인당이 레드 오션과 그리 멀지 않아, 우리는 10몇 분 내로 도착할 수 있었다.그 시각 술집 안에 있던 사람들은 끊임없이 밖으로 빠져나오고 있었다. 그걸 봐서는 상황이 아직 종료되지 않은 모양이었다.민우는 밖에서 벽돌과 몽둥이를 찾아 쥐더니 나에게 몽둥이를 건넸다.“넌 경험이 부족하니까 이따 내 뒤에 붙어 있어. 누가 달려오면 그 몽둥이로 때려. 아무 생각도 하지 말고 우선 때리고 봐.”민우는 싸움에 경험이 많다. 특히 이렇게 상대가 수적으로 많
그때 민우가 불쑥 물었다.“어떡해? 가서 말릴까?”나는 이를 악물었다.“아니! 저 개자식이 태진 씨한테 한 짓을 생각하면, 나라도 저놈 거시기 잘라버렸을 거야.”우리가 대화하는 사이, 시커먼 그림자들이 안으로 우르르 몰려들었다.그 모리는 다름 아닌 주해진 패거리였다.주해진은 모태진을 보더니 표정을 일그러뜨렸다.“감히 내 구역에서 소란을 피워? 죽고 싶어 환장했나?”“가자!”나는 때를 봐서 얼른 미우와 함께 앞으로 돌진해 모태진 앞에 막아섰다.“해진 형님, 살려줘요...”안면훈은 주해진을 보자마자 큰 소리로 구원 요청을 해댔다.나는 두말없이 그 자식을 퍽, 걷어찼다.“닥쳐. 오늘 천지신명이 와도 널 구하지 못할 거야.”“지금 뭘 하려는지 알아요. 하고 싶은 대로 해요.”“수호야, 너 미쳤어? 이거 불법이야.”민우는 나를 보며 놀란 눈으로 말했다.이에 나는 이를 악물었다.“민우야, 입장 바꿔서 그런 일을 당한 게 너였다면, 나더러 그냥 참으라고 할 수 있어?”민우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나는 모태진을 흘긋거리며 말했다.“태진 선배는 우리 화인당 식구야. 우리 식구를 괴롭히는 건 우리 화인당을 괴롭히는 거나 다름없어. 당하고 온 게 태진 선배든, 너든, 아니면 다른 사람이든, 난 똑같이 할 거야.”민우는 결국 숨을 크게 들이마셨다.“그래. 나도 같이해. 무슨 일 생기면 나도 같이 책임질게.”모태진은 이미 안명훈의 바지를 벗겨 그놈 거시기를 꽉 잡고 있었다.안명훈은 너무 놀라 벌벌 떨었고, 주해진은 그 장면에 눈살을 찌푸렸다.“젠장. 감히 나를 무시해? 저 자식 족쳐!”주해진의 명령이 떨어지기 바쁘게 똘마니들이 한꺼번에 달려들었다. 나와 민우는 온 힘을 다해 그들을 막았다. 나는 심지어 거추장스러울까 봐 팔에 감고 있던 깁스까지 벗어던졌다.그러고는 민우가 하던 대로 요리조리 피하며 피하지 못할 것 같을 때는 상대를 습격했다.물론 몇 군데 맞았지만, 나도 당하고 있지만은 않았다. 내가 휘두른 방망이는 한 번도 비껴
나는 손을 떼지 않았다. 내가 손을 놓는 순간 주해진이 번복할지도 모르니까.나는 사람들이 몰린 쪽을 쓱 훑다가 마침내 모태진을 찾았다.“태진 선배, 어때요? 복수했어요?”모태진은 몇 번 두들겨 맞아 고통을 참느라고 이를 악물었다.“거의 성공하 뻔했는데 상대가 도망쳤어요.”“젠장. 그럼 우리도 이만 돌아가고 복수는 나중에 하는 게 어때요?”내가 제안했다.모태진은 여전히 분노가 사그라들지 않는 모습이었지만 나와 민우를 생각해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모태진은 원래 안명훈을 거세해 버리고 자수하려고 했는데, 나와 민우까지 연루되자 결국은 우리를 먼저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나는 모태진을 불러와 칼을 주해진의 목에 겨누게 했다.“당신 부하들은 여기 남아 있으라고 해. 당신은 우리랑 같이 나가고.”나는 주해진을 인질로 삼아 이곳을 빠져나갈 생각이었다.주해진은 내가 제 거시기를 놓아주자 그제야 편한 표정을 지었다.“그래. 네 말대로 할게. 너희들은 여기 꼼짝 말고 있어. 한 놈도 따라 나오지 마.”“내가 같이 나가면 여기서 무사히 빠져나갈 수 있을 거야. 내가 장담하지.”주해진은 이상하리만치 우리에게 협조했다. 하지만 상황이 급박해, 나는 더 생각할 여유가 없었다.우리가 주해진을 인질로 삼아 술집을 나가려고 할 때, 한은솔이 달려왔다.“모 선생님, 저 좀 데리고 나가 주세요.”모태진은 싸늘한 표정으로 상대를 쏘아봤다.“저리 비켜!”그 순간 한은솔은 닭똥 같은 눈물을 뚝뚝 흘렸다.“모 선생님, 저도 협박받아 어쩔 수 없었어요. 그때 제가 그러지 않았으면 안명훈이 저를 가만두지 않았을 거예요.”모태진의 눈빛은 점점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꺼지라고 했을 텐데. 손쓰게 하지 마.”“차라리 절 때려요. 때려서 화가 풀린다면 얼마든지 맞을게요.”모태진은 으드득 소리가 날 정도로 주먹을 그러쥐었지만 결국은 끝내 손을 대지 못했다.그 대신 내가 다가가 짝, 하고 한은솔의 뺨을 후려갈기며 싸늘히 충고했다.“이건 태진 선배 대신 때리는 거야. 다
“하도 우리가 제때 왔기에 망정이지, 안 그랬다면 오늘 여기서 죽어도 아무도 몰라요.”나를 보는 모태진의 표정은 굳센 의지를 담고 있는 듯했다.“그래도 후회는 안 돼요. 그냥 안명훈 거시기를 자르지 못한 게 한이 될 따름이에요.”나는 손을 뻗어 모태진의 어깨를 툭툭 두드렸다.“복수는 급하게 할 필요 없어요. 때를 기다려야 해요. 우리한테 기회는 많아요. 어제 형수님이 가게에 찾아왔는데 엄청 걱정하는 눈치였어요. 이따 집에 바래다줄게요.”모태진은 마구 도리질했다.“안 갈래요. 난 집에 갈 수 없어요.”“왜요? 집에 안 가고 또 그 여자 귀찮게 하려고요?”민우가 퉁명스럽게 말했다.그러자 모태진이 이내 대답했다.“나 앞으로 한은솔과 다시는 엮이지 않을 거예요. 하지만... 집에 가기도 싫어요.”“왜죠? 이해가 안 되네요.”민우는 이해가 안 된다는 듯 가벼운 말투로 말했다. 하지만 나는 그 이유를 대충 알 것만 같았다. 안명훈이 모태진을 협박해 한은솔과 그런 짓을 하게 했으니 아내한테 미안해 마주할 용기가 나지 않는 걸 거다.이 상황에 나도 어떻게 설득해야 할지 막막했다.“그럼 우선 화인당에 가서 몸에 난 상처부터 치료해요. 형수가 오늘도 아마 가게에 올 것 같아요. 그러니까 시간 날 때 형수를 어떻게 마주할지 고민해 봐요.”모태진은 마음이 어수선한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 사이, 나는 차 시동을 걸고 출발했다.20분 뒤 차는 천천히 화인당 문 앞에 섰다.화인당 직원들은 이미 제 일자리를 찾아 오픈 준비를 시작했다. 그러다가 우리가 상처투성이가 된 채 들어오자 걱정하는 듯 빙 둘러싸더니 무슨 일인지 물어댔다.특히 오민혁은 아예 내 팔짱을 끼고 물었다.“수호 형, 왜 이래요? 괜찮아요? 절대 죽지 마요. 형이 저한테 여대생 소개해주길 고대 기다리고 있단 말이에요.”나는 화가 나서 오민혁의 엉덩이를 발로 뻥 차버렸다.“소개는 무슨. 민혁 씨는 평생 희망 없어요. 저쪽으로 좀 비켜요.”“싫어요. 세 사람 시중도 들어야 하거
“어, 무슨 말을 그렇게 해요? 내가 서지예 씨를 기분 나쁘게한 적 있나요? 좀 내가 잘되기를 바라주면 안 돼요?”나는 너무 어이없어 반박했다.그러자 서지예가 콧방귀를 뀌었다.“날 기분 나쁘게 한 적 없다고요? 지난번에 그딴 것도 아이디어랍시고 내는 바람에 내가 동준 씨랑 한동안 말도 못했잖아요.”나는 뻘쭘해서 양동준의 눈치를 살폈다. 양동준의 눈빛은 시종일관 차가웠는데 마치 왜 서지예한테 그런 방법을 가르쳐줬냐고 따져 묻는 것 같았다. 때문에 눈을 마주칠 엄두가 안 났다.“저기, 혹시 물 마실래요? 민혁 씨, 얼른 가서 물 따르지 않고 뭐 해요?”서지예는 손을 들어 내 말을 잘랐다.“물은 됐어요. 아가씨 부탁으로 도와주러 온 거예요.”‘윤지은?’보아하니 윤지은이 병원에서 사모님으로부터 화인당의 상황을 전해 듣고, 서지예와 양동준을 보내 우리를 도와주라고 한 모양이었다.순간 나는 윤지은한테 너무 감사했다.윤지은은 비록 자주 독설을 퍼붓지만 내가 정말 도움이 필요할 때 항상 도와준다. 때문에 나는 앞으로 절대 그녀에게 개기지 않겠다고 속으로 맹세했다.어쨌든 양동준이 여기 있읜 우리도 뱃심이 두둑해졌다. 심지어 하나도 두렵지 않았다.“두 분 안으로 들어오세요.”나는 너무 감격스러워 얼른 다른 직원더러 두 사람을 위해 차를 내오라고 부탁했다.양동준은 앞에서 걸어가고 서지예는 그 뒤를 따랐다. 그러다가 서지예는 갑자기 절음을 멈추고 이상한 눈빛으로 나를 봤다.“은밀한 방 하나 찾아줘요.”“왜요?”나는 무의식적으로 물었다.그러자 서지예가 나를 노려봤다.“뭐긴 뭐겠어요? 당연히 저 뻣뻣한 인간이랑 단둘이 있으려고 그러죠.”‘그건...’나는 서지예의 말대로 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했다.어쨌든 나는 양동준의 제자가 되는 게 목적인데 그의 심기를 거스르면 제자가 될 수 없을 게 뻔했다.하지만 양동준은 너무 차갑고 말이 적어 친하게 지내기가 힘들다. 그에 반해 서지예는 털털하고 친해지기 쉽다.서지예가 도와주면 일이 쉬워질 테지만
“무슨 일이 그렇게 많아요? 나를 돕지 않으면 내 도움도 바라지 마요.”서지예는 화가 난 듯 말했다.이 타이밍에 나도 서지예의 화를 돋울 수 없어 마지못해 양보했다. “그래요. 알았어요. 하지만 이번 한 번뿐이에요. 기회 잘 잡아요. 이번 기회를 놓치면 나를 탓하지 마요.”“오케이.”서지예는 이내 기분 좋은 좋아진 듯했다, 이윽고 말을 마친 뒤 신이 나서 양동준을 찾아갔다.나는 어이없어 한숨을 푹 쉬며 속으로 중얼거렸다.“사장님, 저를 탓하지 마세요. 저도 다 화인당을 위해서 이러는 거예요.”나는 차에 몰래 약초를 섞어 넣고 오민혁더러 차를 내가게 했다. 그렇게 하면 양동준이 이상함을 눈치채지 못할 테니까.양동준이 여기서 지켜주고 있으니 왠지 든든하고 안심이 됐다.다만 서지예와 양동준 쪽은 신경도 쓰지 않았다.이건 두 커플 사이의 일이니 나와 상관없다.다만 우리가 한창 바삐 보내고 있을 때 서지예가 갑자기 다급하게 뛰쳐나왔다. 심지어 얼굴은 빨갛게 달아올라 있었다.“수호 씨, 이리 와요!”나는 의아한 표정으로 다가갔다.“왜 그래요?”서지예는 화가 난 듯 말했다.“나한테 대체 뭘 했어요? 솔직히 말해요.”“뭐 안 했는데요? 지예 씨 요구대로 했잖아요.”“그럼 왜 양동준은 마시고도 아무 문제 없는데 나만 이렇게 됐어요?”서지예는 눈을 부릅뜨고 물었다.“그럴 리 없어요. 내가 쓴 약초는 소한테 쓰는 거라 사람은 절대 참을 수 없어요.”“양동준은 정말 괜찮다니까요. 아까 내가 그 인간 몸에 기댔는데 나를 밀어 냈어요. 지금 나만 괴로워 죽겠는데 이거 어떡해요?”우리가 한창 얘기하고 있을 때 양동준이 어두운 얼굴로 내려왔다.그 순간 나는 너무 놀라 수명이 줄어든 느낌이었다.하지만 양동준은 우리를 무시한 채 곧장 화인당을 떠났다.내가 발견한 바로는 양동준은 괜찮은 게 아니라 참고 있는 거였다.양동준의 얼굴도 살짝 발그스름한 걸 봐서 그도 분명 느낌이 왔다는 걸 설명한다. 다만 양동준의 의지력이 너무 강해 그걸 억제한 거다.
나는 양동준이 강물에 휩쓸려 갈까 봐 얼른 강가 옆으로 달려갔다.하지만 곧바로 내가 양동준을 너무 과소평가했다는 걸 알아챘다.양동준은 물살이 센 강물 속에서 고개를 내밀고 아예 수영을 하고 있었다.그 모습은 너무 충격이었다.대단한 사람은 능력이 일반 사람을 훨씬 뛰어넘어 하다 하다 대자연에 도전장을 내밀 정도다.나는 눈이 휘둥그레서 양동준이 수영하는 모습을 구경했다.나도 나중에 양동준 정도 능력을 키울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막연하게 들었다.강가에서 약 20분 정도 구경했더니 양동준은 그제야 강가로 나왔다.그 사이, 양동준의 안색은 이미 정상으로 돌아왔다.하지만 날카로운 눈빛으로 나를 쏘아보는 양동준과 마주한 순간, 나는 심장이 철렁했다.“동, 동준 형님, 괜찮아요?”나는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러면서 눈길은 자꾸만 양동준의 튼튼한 몸을 훑었다.양동준은 몸매가 아주 좋다. 여자라면 모두 좋아할 역삼각형 모양에 잘 잡힌 근육, 그리고 햇빛에 그을러 살짝 가무잡잡한 피부가 너무나도 매력적이었다. 남자인 내가 봐도 사랑에 빠질 정도였다.양동준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내 앞으로 다가오더니 내 엉덩이를 발로 뻥 찼다.그 순간 나는 무게 중심이 흔들리면서 하마터면 넘어질 뻔했다.하지만 양동준이 발 빠르게 다가와 나를 다시 잡았다.코 앞에 펼쳐진 급한 물살의 강을 보니 순간 심장이 목구멍을 튀어나올 뻔했다.“동준 형님, 얼른 저 잡아당겨 줘요.”나는 깜짝 놀라 고래고래 소리쳤다.하지만 양동준은 나를 끌어당기지 않고 차가운 말투로 물었다.“차에 약 탄 거 수호 씨예요?”그 말에 나는 너무 놀라 이마에 식은땀이 맺혔다. 양동준이 사실을 알고 나한테 손찌검할까 봐 두려웠다.하지만 일이 이렇게 된 이상 거짓말하면 인간도 아니었다. 때문에 나는 이를 악물고 대답했다.“저, 저도 동준 형님과 서지예 씨를 도와주고 싶어서 그런 것뿐이에요. 다른 마음은 절대 없어요.”내 말을 들은 양동준은 내 옷을 잡고 있던 손을 천천히 풀었다. 그 순간 나는
밧줄을 끄는 사람은 다름 아닌 양동준이었다. 강가에 서 있는 그의 모습은 너무 멋있었다.물론 양동준이 나를 강물로 차버리고 밧줄을 내 목에 걸고 잡아끌었지만, 나는 하나도 화가 나지 않았다.그도 그럴 게, 양동준이 너무 멋있었으니까. 그런 상황에서 정확히 나를 딱 맞춰 밧줄을 걸다니 역시 내 우상 다웠다.“동준 형님, 고마워요.”나는 강가에서 기어 나와 헤실거리며 웃었다.그러자 양동준은 싸늘한 눈빛을 쏘아 댔다.“고맙다고요? 수호 씨를 강으로 차버린 것도 난데, 그래도 살려줘서 고마워요?”“네. 아까 동준 형님이 저를 걷어차는 바람에 저와 형님의 실력차가 얼마나 큰지 알았어요. 그래서 동준 형님이 더 존경스러워요.”이건 내가 양동준한테 잘 보이려고 아부하는 게 아니라 진심이었다.내 말을 들은 양동준은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내 제자가 되려고 정신 나간 말도 하네요.”“틀렸어요. 제가 이런 말을 한 건 진심이에요. 다른 목적이 없어요.”“귀신을 속여요.”양동준은 밧줄을 정리하고는 다시 오토바이에 올라탔다. 나는 얼른 그 뒤를 쫓아갔다.“동준 형님, 저 좀 데려다줘요. 제 차가 저쪽애 있거든요.”“나한테 가르쳐 달라면서요? 고작 이 거리도 정복 못 하겠어요?”그 말에 나는 너무 감격스러웠다.“무슨 뜻이에요? 저 가르쳐 주는 거예요?”“흥.”양동준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곧장 시동을 걸고 떠나버렸다.그 뒤에서 나는 몸이 축축한 것도 신경 쓸 겨를이 없이 서둘러 뛰기 시작했다.양동준의 속도는 빠르다면 빠르고 느리다면 느렸는데, 보아하니 나를 단련시키려고 일부러 나를 운동시키려는 것 같았다.하지만 나는 오히려 기뻤다.나를 운동시킨다는 건 나를 가르칠 마음이 있다는 뜻이었으니까.이건 내가 그토록 간절히 바라던 일이었다.나는 양동준의 속도에 맞추려고 힘을 냈다. 하지만 온몸이 젖은 데다 전에 다친 상처가 채 낫지 않아 속도가 나지 않았다.결국 나는 얼마 가지 못해 숨을 헐떡거렸다. 그렇다고 멈추지는 않았다. 오히려 이를 악물고
때문에 주해진은 자기 사촌 형의 말을 귓등으로 흘리고는 퉁명스럽게 말했다.“도와줄 수 있으면 계속 도와주고. 싫으면 관둬. 볼 일 있으면 가서 일 봐. 내 일에는 신경 쓰지 마.”상대는 친척이라서 주해진을 도운 거였는데, 주해진이 제 호의를 무시하고 은근히 비아냥거리자 기분이 언짢았다. 이에 그는 어두운 얼굴로 말했다.“널 도와주는 건 친척 간의 정을 봐서야. 그런데 이런 태도로 말해? 나 기분 나빠지려고 해. 난 고작 팀장이야, 국장도 아닌데 어떻게 뭐든 내 말대로 되겠어?”“됐어. 알았어.”주해진은 짜증 나는 듯 상대의 말을 잘랐다.그러자 그 사람의 얼굴은 더욱 어두워지더니 씩씩거리며 사람들을 데리고 떠나갔다.주해진은 여전히 포기하지 않고 나를 빤히 바라봤다.“대단해네? 식약처 사람들을 돌려보내기까지 하고 말이야.”나는 피식 냉소를 흘렸다.“우리 한의관은 원래부터 문제없어. 식약처에서 다시 검사하러 와도 꼬투리 잡지 못할 거야. 우리는 잘못한 게 없어. 떳떳해. 오히려 꿍꿍이가 있는 놈들이 여기 와서 소란 피우면 안 되지.”주해진 역시 냉소를 지었다.“말도 잘하고 능력 있네. 네가 그렇게 대단하면 가게 잘 지켜. 미리 말해두지만, 난 이 가게 부술 거야.”주해진은 으름장을 놓으면 나에게 접근했다.하지만 나와 가까워지기 전에 양동준이 그를 대여섯 걸은 밀어냈다.“뭘 부순다는 거야? 여기? 어디 한번 해봐!”양동준이 부순다는 것과 주해진이 부순다는 것은 의미가 달랐다.특히 양동준이 위압감 넘치는 눈빛으로 쏘아보자 주해진은 살짝 움츠러들었다.주해진은 갑자기 겁을 먹고 말했다.“이건 우리 사이 일이니 당신은 끼어들지 마.”“내가 왜? 이건 내 제자 일이야. 내 제자를 건드리는 건 나를 건드리는 거나 마찬가지고.”양동준의 말을 들으니 나는 심장이 쿵쾅거리고 파가 들끓었다.“스승님!”나는 뻔뻔하게 양동준을 불렀다. 그러자 그가 나를 째려봤다.양동준은 핑계를 찾기 위해 이렇게 말한 거였지만 나는 그걸 철석같이 믿고 심지어 스승
솔직히 정미령도 언제 다시 강등될지 모른다.의약품안전국장은 아주 좋은 자리다. 하지만 유혹을 견디지 못한 이전 국장들은 바로 대체되었다.심지어 은연중에 의약품안전 국장 자리는 가시방석 같아 1년을 버티는 사람이 없다는 소문까지 돌고 있다.정미령도 사실 자기가 얼마나 버틸지 확신이 서지 않았다. 게다가 아들 때문에 최남주와 완전히 틀어지면 안 되는 상황이었다.정미령의 아들은 공부를 잘하지만 집이 너무 멀리 있는 데다 실험 중학교에 진학하려면 인맥이 필요하다.때문에 최남주가 어떤 태도로 나오든 정미령은 너무 심한 말을 하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계속 최남주한테 끌려 다니는 것도 달갑지 않았다.결국 정미령은 직접적인 약속은 회피했다.“이따가 전화해서 상황부터 물을게.”“이따가? 언제 말하는 거야? 1분 뒤? 10분 뒤? 아니면 내일? 내가 원하는 건 지금 당장 사람들 불러가라는 거야.”“최남주, 적당히 해. 나도 지금은 국장이야. 나도 일이 바빠.”정미령은 목소리를 높이며 강조했다.최남주는 더 이상 입씨름하기 싫다는 듯 말했다.“그래. 그럼 일 봐.”최남주가 전화를 끊으려 하자 정미령은 다급히 말했다.“뭐 하려고?”“너 바쁘다며? 그래서 방해 안 한다니까.”최남주의 말에 정미령은 미간을 찌푸렸다. 순간 머리마저 지끈거렸다.정미령은 최남주를 싫어한다. 하지만 그렇다할 방법이 없었다. 최남주가 직접 전화하지 않았다면 그나마 괜찮을 테지만, 직접 전화까지 했는데 일을 제대로 처리하지 않으면 분명 문제가 커진다.정미령은 너무 짜증이 나 미간을 문질렀다.“그 한의관이 너랑 상관있는 곳이야?”정미령은 최남주의 비밀을 알아내기 위해 끝까지 캐물었다. 하지만 최남주는 퉁명스럽게 말했다.“너랑 무슨 상관인데? 전화할 거야 말 거야? 안 하면 다른 사람 찾을 거야.”“너...”최남주는 정미령에게 말할 기회도 주지 않고 전화를 끊어버렸다. 그러자 정미령은 화가 나면서도 결국 전화를 했다.안 그러면 최남주가 어떤 미친 짓을 할지 몰랐으
남주 누나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나한테 전화한 게 내 인맥을 빌려 식약처 사람들을 쫓아내려는 거였어?”“네. 그런데 누나가 그 국장과 사이가 그렇게 안 좋을 줄은 몰랐어요.”남주 누나는 웃으며 말했다.“내가 그 여자와 사이가 안 좋지만 그 여자 약점을 쥐고 있어.”“정말이에요? 뭔데요?”“뭐긴 뭐야 정계 쪽 일이지. 쓸데없는 질문은 하지 마. 내가 바로 그 여자한테 전화해서 부하들 불러가라고 할게.”“고마워요.”남주 누나의 말을 들으니 일이 해결될 기미가 보였다.그때 남주 누나가 전화 건너편에서 갑자기 간드러진 목소리로 말했다.“이 은혜는 어떻게 갚을 건데? 오늘 밤 우리 집 올래?”“됐어요. 요즘 화인당 일로 바빠서 자리 비울 수 없어요.”나는 핑계를 댄다는 오해를 받을까 봐 진지한 말투로 말했다.“무슨 말투야? 누가 봤으면 내가 너 잡아먹는 줄 알겠다.”“됐어. 볼일 봐. 시간 나면 연락할게.”남주 누나는 피식 냉소를 짓더니 전화를 끊고 의약품안전국장한테 전화했다.그 시각, 의약품안전국장 사무실.정미령은 단톡방에 올라온 잘생긴 남자 사진을 보고 있었다. 누군가 그녀에게 잘생긴 젊은 총각을 소개해 줘 오늘 밤 제대로 즐길 생각이었다.하지만 한창 보고 있을 때 핸드폰이 갑자기 울렸다.정미령은 액정에 뜬 이름을 보자마자 눈살을 찌푸렸다.최남주!평소 저와 상극이던 사람이 갑자기 웬일로 전화했는지 불안한 예감이 들었지만. 정미령은 결국 수신 버튼을 눌렀다. 그러고는 이상야릇한 말투로 말했다.“해가 서쪽에서 떴나? 네가 나한테 무슨 일이야?”최남주도 저를 비아냥거리는 상대의 말투를 들었지만 시종일관 웃는 얼굴로 말했다.“해는 서쪽에서 뜰 수 없지만 난 너한테 전화할 수 있지.”“하, 무슨 일인데? 네가 나한테 무슨 볼일이 있겠어? 너 정부 사무실에 있잖아. 아무리 볼 일이 있어도 나를 찾지는 않을 텐데.”“그건 아니지. 이번에 정말 일이 있어. 게다가 반드시 너를 찾아야 해. 화인당이라는 한의관이 있는데 네 부하들이 조
양동준은 나를 바닥에 내팽개쳤다.곰곰이 생각해 보니 양동준이 아까는 나를 놀린 거였다는 걸 알 수 있었다.하지만 나는 양동준 앞에서 내 결심을 증명하려고 생각지도 않고 뛸 생각부터 했다.나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어색하게 웃었다.“제가 안 뛰면 동준 형님이 제가 나약하다고 마음에 안 들어 할까 봐요.”“뛰면 내가 마음에 들어 할 것 같아요?”쏘아붙이는 듯 내뱉은 양동준의 한마디에 나는 너무 난처해서 얼굴이 붉어졌다.“그런 뜻이 아니에요. 동준 형님이 저를 안 좋게 보고 있다는 거 알아요. 하지만 저도 이러지 않으려고 해도 정태곤이 너무 강해요. 제가 동준 형님처럼 담력과 패기가 있는 것도 아니고. 솔직히 말하면 저 정말 찌질해요. 그래서 변하고 싶어요.”양동준은 어느새 오토바이에 다시 올라탔다.“정말 변하고 싶으면 더 열심히 해요. 그런 비겁한 방법 쓰지 말고.”말을 마친 양동준은 이내 시동을 걸고 떠나버렸다.하지만 이게 대체 나를 응원하는 건지 아니면 못마땅하게 여기는 건지 라이송해졌다.내가 마침 핸드폰을 확인하려고 할 때 갑자기 진동 소리가 들렸다. 하지만 두 번 정도 울리고 바로 꺼져버렸다.내가 아까 강물에 빠졌을 때 핸드폰도 물에 잠기면서 고장 난 모양이었다.민우와 동료들이 나한테 전화한 것일까 봐 나는 아무 생각도 하지 않고 얼른 시동을 걸고 출발했다.가게에 도착했더니 확실히 문제가 생겼다.이번에 소란을 피운 사람은 주해진이었다.아침에 내가 주해진의 똘마니들 앞에서 그의 거시기를 잡아 쪽팔리게 했으니, 가만있을 리가 없었다.하지만 주해진은 김진호처럼 저급한 수단은 사용하지 않았다.주해진은 워낙 이 바닥에서 알아주는 깡패라 이런 경험은 많기에 이미 능구렁이였다.의료 사고가 난 척 행패 부리는 건 가장 수준 낮은 방법이다.일을 크게 벌이지 못하면 상대는 별로 타격이 없고, 마약 크게 벌인다 해도 기껏해야 가게 이름에 손해가 될 뿐이다.하지만 주해진은 레벨이 달랐다. 그는 아예 식약처 사람을 데려왔다.식약처 직원들은
밧줄을 끄는 사람은 다름 아닌 양동준이었다. 강가에 서 있는 그의 모습은 너무 멋있었다.물론 양동준이 나를 강물로 차버리고 밧줄을 내 목에 걸고 잡아끌었지만, 나는 하나도 화가 나지 않았다.그도 그럴 게, 양동준이 너무 멋있었으니까. 그런 상황에서 정확히 나를 딱 맞춰 밧줄을 걸다니 역시 내 우상 다웠다.“동준 형님, 고마워요.”나는 강가에서 기어 나와 헤실거리며 웃었다.그러자 양동준은 싸늘한 눈빛을 쏘아 댔다.“고맙다고요? 수호 씨를 강으로 차버린 것도 난데, 그래도 살려줘서 고마워요?”“네. 아까 동준 형님이 저를 걷어차는 바람에 저와 형님의 실력차가 얼마나 큰지 알았어요. 그래서 동준 형님이 더 존경스러워요.”이건 내가 양동준한테 잘 보이려고 아부하는 게 아니라 진심이었다.내 말을 들은 양동준은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내 제자가 되려고 정신 나간 말도 하네요.”“틀렸어요. 제가 이런 말을 한 건 진심이에요. 다른 목적이 없어요.”“귀신을 속여요.”양동준은 밧줄을 정리하고는 다시 오토바이에 올라탔다. 나는 얼른 그 뒤를 쫓아갔다.“동준 형님, 저 좀 데려다줘요. 제 차가 저쪽애 있거든요.”“나한테 가르쳐 달라면서요? 고작 이 거리도 정복 못 하겠어요?”그 말에 나는 너무 감격스러웠다.“무슨 뜻이에요? 저 가르쳐 주는 거예요?”“흥.”양동준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곧장 시동을 걸고 떠나버렸다.그 뒤에서 나는 몸이 축축한 것도 신경 쓸 겨를이 없이 서둘러 뛰기 시작했다.양동준의 속도는 빠르다면 빠르고 느리다면 느렸는데, 보아하니 나를 단련시키려고 일부러 나를 운동시키려는 것 같았다.하지만 나는 오히려 기뻤다.나를 운동시킨다는 건 나를 가르칠 마음이 있다는 뜻이었으니까.이건 내가 그토록 간절히 바라던 일이었다.나는 양동준의 속도에 맞추려고 힘을 냈다. 하지만 온몸이 젖은 데다 전에 다친 상처가 채 낫지 않아 속도가 나지 않았다.결국 나는 얼마 가지 못해 숨을 헐떡거렸다. 그렇다고 멈추지는 않았다. 오히려 이를 악물고
나는 양동준이 강물에 휩쓸려 갈까 봐 얼른 강가 옆으로 달려갔다.하지만 곧바로 내가 양동준을 너무 과소평가했다는 걸 알아챘다.양동준은 물살이 센 강물 속에서 고개를 내밀고 아예 수영을 하고 있었다.그 모습은 너무 충격이었다.대단한 사람은 능력이 일반 사람을 훨씬 뛰어넘어 하다 하다 대자연에 도전장을 내밀 정도다.나는 눈이 휘둥그레서 양동준이 수영하는 모습을 구경했다.나도 나중에 양동준 정도 능력을 키울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막연하게 들었다.강가에서 약 20분 정도 구경했더니 양동준은 그제야 강가로 나왔다.그 사이, 양동준의 안색은 이미 정상으로 돌아왔다.하지만 날카로운 눈빛으로 나를 쏘아보는 양동준과 마주한 순간, 나는 심장이 철렁했다.“동, 동준 형님, 괜찮아요?”나는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러면서 눈길은 자꾸만 양동준의 튼튼한 몸을 훑었다.양동준은 몸매가 아주 좋다. 여자라면 모두 좋아할 역삼각형 모양에 잘 잡힌 근육, 그리고 햇빛에 그을러 살짝 가무잡잡한 피부가 너무나도 매력적이었다. 남자인 내가 봐도 사랑에 빠질 정도였다.양동준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내 앞으로 다가오더니 내 엉덩이를 발로 뻥 찼다.그 순간 나는 무게 중심이 흔들리면서 하마터면 넘어질 뻔했다.하지만 양동준이 발 빠르게 다가와 나를 다시 잡았다.코 앞에 펼쳐진 급한 물살의 강을 보니 순간 심장이 목구멍을 튀어나올 뻔했다.“동준 형님, 얼른 저 잡아당겨 줘요.”나는 깜짝 놀라 고래고래 소리쳤다.하지만 양동준은 나를 끌어당기지 않고 차가운 말투로 물었다.“차에 약 탄 거 수호 씨예요?”그 말에 나는 너무 놀라 이마에 식은땀이 맺혔다. 양동준이 사실을 알고 나한테 손찌검할까 봐 두려웠다.하지만 일이 이렇게 된 이상 거짓말하면 인간도 아니었다. 때문에 나는 이를 악물고 대답했다.“저, 저도 동준 형님과 서지예 씨를 도와주고 싶어서 그런 것뿐이에요. 다른 마음은 절대 없어요.”내 말을 들은 양동준은 내 옷을 잡고 있던 손을 천천히 풀었다. 그 순간 나는
“무슨 일이 그렇게 많아요? 나를 돕지 않으면 내 도움도 바라지 마요.”서지예는 화가 난 듯 말했다.이 타이밍에 나도 서지예의 화를 돋울 수 없어 마지못해 양보했다. “그래요. 알았어요. 하지만 이번 한 번뿐이에요. 기회 잘 잡아요. 이번 기회를 놓치면 나를 탓하지 마요.”“오케이.”서지예는 이내 기분 좋은 좋아진 듯했다, 이윽고 말을 마친 뒤 신이 나서 양동준을 찾아갔다.나는 어이없어 한숨을 푹 쉬며 속으로 중얼거렸다.“사장님, 저를 탓하지 마세요. 저도 다 화인당을 위해서 이러는 거예요.”나는 차에 몰래 약초를 섞어 넣고 오민혁더러 차를 내가게 했다. 그렇게 하면 양동준이 이상함을 눈치채지 못할 테니까.양동준이 여기서 지켜주고 있으니 왠지 든든하고 안심이 됐다.다만 서지예와 양동준 쪽은 신경도 쓰지 않았다.이건 두 커플 사이의 일이니 나와 상관없다.다만 우리가 한창 바삐 보내고 있을 때 서지예가 갑자기 다급하게 뛰쳐나왔다. 심지어 얼굴은 빨갛게 달아올라 있었다.“수호 씨, 이리 와요!”나는 의아한 표정으로 다가갔다.“왜 그래요?”서지예는 화가 난 듯 말했다.“나한테 대체 뭘 했어요? 솔직히 말해요.”“뭐 안 했는데요? 지예 씨 요구대로 했잖아요.”“그럼 왜 양동준은 마시고도 아무 문제 없는데 나만 이렇게 됐어요?”서지예는 눈을 부릅뜨고 물었다.“그럴 리 없어요. 내가 쓴 약초는 소한테 쓰는 거라 사람은 절대 참을 수 없어요.”“양동준은 정말 괜찮다니까요. 아까 내가 그 인간 몸에 기댔는데 나를 밀어 냈어요. 지금 나만 괴로워 죽겠는데 이거 어떡해요?”우리가 한창 얘기하고 있을 때 양동준이 어두운 얼굴로 내려왔다.그 순간 나는 너무 놀라 수명이 줄어든 느낌이었다.하지만 양동준은 우리를 무시한 채 곧장 화인당을 떠났다.내가 발견한 바로는 양동준은 괜찮은 게 아니라 참고 있는 거였다.양동준의 얼굴도 살짝 발그스름한 걸 봐서 그도 분명 느낌이 왔다는 걸 설명한다. 다만 양동준의 의지력이 너무 강해 그걸 억제한 거다.
“어, 무슨 말을 그렇게 해요? 내가 서지예 씨를 기분 나쁘게한 적 있나요? 좀 내가 잘되기를 바라주면 안 돼요?”나는 너무 어이없어 반박했다.그러자 서지예가 콧방귀를 뀌었다.“날 기분 나쁘게 한 적 없다고요? 지난번에 그딴 것도 아이디어랍시고 내는 바람에 내가 동준 씨랑 한동안 말도 못했잖아요.”나는 뻘쭘해서 양동준의 눈치를 살폈다. 양동준의 눈빛은 시종일관 차가웠는데 마치 왜 서지예한테 그런 방법을 가르쳐줬냐고 따져 묻는 것 같았다. 때문에 눈을 마주칠 엄두가 안 났다.“저기, 혹시 물 마실래요? 민혁 씨, 얼른 가서 물 따르지 않고 뭐 해요?”서지예는 손을 들어 내 말을 잘랐다.“물은 됐어요. 아가씨 부탁으로 도와주러 온 거예요.”‘윤지은?’보아하니 윤지은이 병원에서 사모님으로부터 화인당의 상황을 전해 듣고, 서지예와 양동준을 보내 우리를 도와주라고 한 모양이었다.순간 나는 윤지은한테 너무 감사했다.윤지은은 비록 자주 독설을 퍼붓지만 내가 정말 도움이 필요할 때 항상 도와준다. 때문에 나는 앞으로 절대 그녀에게 개기지 않겠다고 속으로 맹세했다.어쨌든 양동준이 여기 있읜 우리도 뱃심이 두둑해졌다. 심지어 하나도 두렵지 않았다.“두 분 안으로 들어오세요.”나는 너무 감격스러워 얼른 다른 직원더러 두 사람을 위해 차를 내오라고 부탁했다.양동준은 앞에서 걸어가고 서지예는 그 뒤를 따랐다. 그러다가 서지예는 갑자기 절음을 멈추고 이상한 눈빛으로 나를 봤다.“은밀한 방 하나 찾아줘요.”“왜요?”나는 무의식적으로 물었다.그러자 서지예가 나를 노려봤다.“뭐긴 뭐겠어요? 당연히 저 뻣뻣한 인간이랑 단둘이 있으려고 그러죠.”‘그건...’나는 서지예의 말대로 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했다.어쨌든 나는 양동준의 제자가 되는 게 목적인데 그의 심기를 거스르면 제자가 될 수 없을 게 뻔했다.하지만 양동준은 너무 차갑고 말이 적어 친하게 지내기가 힘들다. 그에 반해 서지예는 털털하고 친해지기 쉽다.서지예가 도와주면 일이 쉬워질 테지만
“하도 우리가 제때 왔기에 망정이지, 안 그랬다면 오늘 여기서 죽어도 아무도 몰라요.”나를 보는 모태진의 표정은 굳센 의지를 담고 있는 듯했다.“그래도 후회는 안 돼요. 그냥 안명훈 거시기를 자르지 못한 게 한이 될 따름이에요.”나는 손을 뻗어 모태진의 어깨를 툭툭 두드렸다.“복수는 급하게 할 필요 없어요. 때를 기다려야 해요. 우리한테 기회는 많아요. 어제 형수님이 가게에 찾아왔는데 엄청 걱정하는 눈치였어요. 이따 집에 바래다줄게요.”모태진은 마구 도리질했다.“안 갈래요. 난 집에 갈 수 없어요.”“왜요? 집에 안 가고 또 그 여자 귀찮게 하려고요?”민우가 퉁명스럽게 말했다.그러자 모태진이 이내 대답했다.“나 앞으로 한은솔과 다시는 엮이지 않을 거예요. 하지만... 집에 가기도 싫어요.”“왜죠? 이해가 안 되네요.”민우는 이해가 안 된다는 듯 가벼운 말투로 말했다. 하지만 나는 그 이유를 대충 알 것만 같았다. 안명훈이 모태진을 협박해 한은솔과 그런 짓을 하게 했으니 아내한테 미안해 마주할 용기가 나지 않는 걸 거다.이 상황에 나도 어떻게 설득해야 할지 막막했다.“그럼 우선 화인당에 가서 몸에 난 상처부터 치료해요. 형수가 오늘도 아마 가게에 올 것 같아요. 그러니까 시간 날 때 형수를 어떻게 마주할지 고민해 봐요.”모태진은 마음이 어수선한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 사이, 나는 차 시동을 걸고 출발했다.20분 뒤 차는 천천히 화인당 문 앞에 섰다.화인당 직원들은 이미 제 일자리를 찾아 오픈 준비를 시작했다. 그러다가 우리가 상처투성이가 된 채 들어오자 걱정하는 듯 빙 둘러싸더니 무슨 일인지 물어댔다.특히 오민혁은 아예 내 팔짱을 끼고 물었다.“수호 형, 왜 이래요? 괜찮아요? 절대 죽지 마요. 형이 저한테 여대생 소개해주길 고대 기다리고 있단 말이에요.”나는 화가 나서 오민혁의 엉덩이를 발로 뻥 차버렸다.“소개는 무슨. 민혁 씨는 평생 희망 없어요. 저쪽으로 좀 비켜요.”“싫어요. 세 사람 시중도 들어야 하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