밧줄을 끄는 사람은 다름 아닌 양동준이었다. 강가에 서 있는 그의 모습은 너무 멋있었다.물론 양동준이 나를 강물로 차버리고 밧줄을 내 목에 걸고 잡아끌었지만, 나는 하나도 화가 나지 않았다.그도 그럴 게, 양동준이 너무 멋있었으니까. 그런 상황에서 정확히 나를 딱 맞춰 밧줄을 걸다니 역시 내 우상 다웠다.“동준 형님, 고마워요.”나는 강가에서 기어 나와 헤실거리며 웃었다.그러자 양동준은 싸늘한 눈빛을 쏘아 댔다.“고맙다고요? 수호 씨를 강으로 차버린 것도 난데, 그래도 살려줘서 고마워요?”“네. 아까 동준 형님이 저를 걷어차는 바람에 저와 형님의 실력차가 얼마나 큰지 알았어요. 그래서 동준 형님이 더 존경스러워요.”이건 내가 양동준한테 잘 보이려고 아부하는 게 아니라 진심이었다.내 말을 들은 양동준은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내 제자가 되려고 정신 나간 말도 하네요.”“틀렸어요. 제가 이런 말을 한 건 진심이에요. 다른 목적이 없어요.”“귀신을 속여요.”양동준은 밧줄을 정리하고는 다시 오토바이에 올라탔다. 나는 얼른 그 뒤를 쫓아갔다.“동준 형님, 저 좀 데려다줘요. 제 차가 저쪽애 있거든요.”“나한테 가르쳐 달라면서요? 고작 이 거리도 정복 못 하겠어요?”그 말에 나는 너무 감격스러웠다.“무슨 뜻이에요? 저 가르쳐 주는 거예요?”“흥.”양동준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곧장 시동을 걸고 떠나버렸다.그 뒤에서 나는 몸이 축축한 것도 신경 쓸 겨를이 없이 서둘러 뛰기 시작했다.양동준의 속도는 빠르다면 빠르고 느리다면 느렸는데, 보아하니 나를 단련시키려고 일부러 나를 운동시키려는 것 같았다.하지만 나는 오히려 기뻤다.나를 운동시킨다는 건 나를 가르칠 마음이 있다는 뜻이었으니까.이건 내가 그토록 간절히 바라던 일이었다.나는 양동준의 속도에 맞추려고 힘을 냈다. 하지만 온몸이 젖은 데다 전에 다친 상처가 채 낫지 않아 속도가 나지 않았다.결국 나는 얼마 가지 못해 숨을 헐떡거렸다. 그렇다고 멈추지는 않았다. 오히려 이를 악물고
양동준은 나를 바닥에 내팽개쳤다.곰곰이 생각해 보니 양동준이 아까는 나를 놀린 거였다는 걸 알 수 있었다.하지만 나는 양동준 앞에서 내 결심을 증명하려고 생각지도 않고 뛸 생각부터 했다.나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어색하게 웃었다.“제가 안 뛰면 동준 형님이 제가 나약하다고 마음에 안 들어 할까 봐요.”“뛰면 내가 마음에 들어 할 것 같아요?”쏘아붙이는 듯 내뱉은 양동준의 한마디에 나는 너무 난처해서 얼굴이 붉어졌다.“그런 뜻이 아니에요. 동준 형님이 저를 안 좋게 보고 있다는 거 알아요. 하지만 저도 이러지 않으려고 해도 정태곤이 너무 강해요. 제가 동준 형님처럼 담력과 패기가 있는 것도 아니고. 솔직히 말하면 저 정말 찌질해요. 그래서 변하고 싶어요.”양동준은 어느새 오토바이에 다시 올라탔다.“정말 변하고 싶으면 더 열심히 해요. 그런 비겁한 방법 쓰지 말고.”말을 마친 양동준은 이내 시동을 걸고 떠나버렸다.하지만 이게 대체 나를 응원하는 건지 아니면 못마땅하게 여기는 건지 라이송해졌다.내가 마침 핸드폰을 확인하려고 할 때 갑자기 진동 소리가 들렸다. 하지만 두 번 정도 울리고 바로 꺼져버렸다.내가 아까 강물에 빠졌을 때 핸드폰도 물에 잠기면서 고장 난 모양이었다.민우와 동료들이 나한테 전화한 것일까 봐 나는 아무 생각도 하지 않고 얼른 시동을 걸고 출발했다.가게에 도착했더니 확실히 문제가 생겼다.이번에 소란을 피운 사람은 주해진이었다.아침에 내가 주해진의 똘마니들 앞에서 그의 거시기를 잡아 쪽팔리게 했으니, 가만있을 리가 없었다.하지만 주해진은 김진호처럼 저급한 수단은 사용하지 않았다.주해진은 워낙 이 바닥에서 알아주는 깡패라 이런 경험은 많기에 이미 능구렁이였다.의료 사고가 난 척 행패 부리는 건 가장 수준 낮은 방법이다.일을 크게 벌이지 못하면 상대는 별로 타격이 없고, 마약 크게 벌인다 해도 기껏해야 가게 이름에 손해가 될 뿐이다.하지만 주해진은 레벨이 달랐다. 그는 아예 식약처 사람을 데려왔다.식약처 직원들은
남주 누나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나한테 전화한 게 내 인맥을 빌려 식약처 사람들을 쫓아내려는 거였어?”“네. 그런데 누나가 그 국장과 사이가 그렇게 안 좋을 줄은 몰랐어요.”남주 누나는 웃으며 말했다.“내가 그 여자와 사이가 안 좋지만 그 여자 약점을 쥐고 있어.”“정말이에요? 뭔데요?”“뭐긴 뭐야 정계 쪽 일이지. 쓸데없는 질문은 하지 마. 내가 바로 그 여자한테 전화해서 부하들 불러가라고 할게.”“고마워요.”남주 누나의 말을 들으니 일이 해결될 기미가 보였다.그때 남주 누나가 전화 건너편에서 갑자기 간드러진 목소리로 말했다.“이 은혜는 어떻게 갚을 건데? 오늘 밤 우리 집 올래?”“됐어요. 요즘 화인당 일로 바빠서 자리 비울 수 없어요.”나는 핑계를 댄다는 오해를 받을까 봐 진지한 말투로 말했다.“무슨 말투야? 누가 봤으면 내가 너 잡아먹는 줄 알겠다.”“됐어. 볼일 봐. 시간 나면 연락할게.”남주 누나는 피식 냉소를 짓더니 전화를 끊고 의약품안전국장한테 전화했다.그 시각, 의약품안전국장 사무실.정미령은 단톡방에 올라온 잘생긴 남자 사진을 보고 있었다. 누군가 그녀에게 잘생긴 젊은 총각을 소개해 줘 오늘 밤 제대로 즐길 생각이었다.하지만 한창 보고 있을 때 핸드폰이 갑자기 울렸다.정미령은 액정에 뜬 이름을 보자마자 눈살을 찌푸렸다.최남주!평소 저와 상극이던 사람이 갑자기 웬일로 전화했는지 불안한 예감이 들었지만. 정미령은 결국 수신 버튼을 눌렀다. 그러고는 이상야릇한 말투로 말했다.“해가 서쪽에서 떴나? 네가 나한테 무슨 일이야?”최남주도 저를 비아냥거리는 상대의 말투를 들었지만 시종일관 웃는 얼굴로 말했다.“해는 서쪽에서 뜰 수 없지만 난 너한테 전화할 수 있지.”“하, 무슨 일인데? 네가 나한테 무슨 볼일이 있겠어? 너 정부 사무실에 있잖아. 아무리 볼 일이 있어도 나를 찾지는 않을 텐데.”“그건 아니지. 이번에 정말 일이 있어. 게다가 반드시 너를 찾아야 해. 화인당이라는 한의관이 있는데 네 부하들이 조
솔직히 정미령도 언제 다시 강등될지 모른다.의약품안전국장은 아주 좋은 자리다. 하지만 유혹을 견디지 못한 이전 국장들은 바로 대체되었다.심지어 은연중에 의약품안전 국장 자리는 가시방석 같아 1년을 버티는 사람이 없다는 소문까지 돌고 있다.정미령도 사실 자기가 얼마나 버틸지 확신이 서지 않았다. 게다가 아들 때문에 최남주와 완전히 틀어지면 안 되는 상황이었다.정미령의 아들은 공부를 잘하지만 집이 너무 멀리 있는 데다 실험 중학교에 진학하려면 인맥이 필요하다.때문에 최남주가 어떤 태도로 나오든 정미령은 너무 심한 말을 하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계속 최남주한테 끌려 다니는 것도 달갑지 않았다.결국 정미령은 직접적인 약속은 회피했다.“이따가 전화해서 상황부터 물을게.”“이따가? 언제 말하는 거야? 1분 뒤? 10분 뒤? 아니면 내일? 내가 원하는 건 지금 당장 사람들 불러가라는 거야.”“최남주, 적당히 해. 나도 지금은 국장이야. 나도 일이 바빠.”정미령은 목소리를 높이며 강조했다.최남주는 더 이상 입씨름하기 싫다는 듯 말했다.“그래. 그럼 일 봐.”최남주가 전화를 끊으려 하자 정미령은 다급히 말했다.“뭐 하려고?”“너 바쁘다며? 그래서 방해 안 한다니까.”최남주의 말에 정미령은 미간을 찌푸렸다. 순간 머리마저 지끈거렸다.정미령은 최남주를 싫어한다. 하지만 그렇다할 방법이 없었다. 최남주가 직접 전화하지 않았다면 그나마 괜찮을 테지만, 직접 전화까지 했는데 일을 제대로 처리하지 않으면 분명 문제가 커진다.정미령은 너무 짜증이 나 미간을 문질렀다.“그 한의관이 너랑 상관있는 곳이야?”정미령은 최남주의 비밀을 알아내기 위해 끝까지 캐물었다. 하지만 최남주는 퉁명스럽게 말했다.“너랑 무슨 상관인데? 전화할 거야 말 거야? 안 하면 다른 사람 찾을 거야.”“너...”최남주는 정미령에게 말할 기회도 주지 않고 전화를 끊어버렸다. 그러자 정미령은 화가 나면서도 결국 전화를 했다.안 그러면 최남주가 어떤 미친 짓을 할지 몰랐으
때문에 주해진은 자기 사촌 형의 말을 귓등으로 흘리고는 퉁명스럽게 말했다.“도와줄 수 있으면 계속 도와주고. 싫으면 관둬. 볼 일 있으면 가서 일 봐. 내 일에는 신경 쓰지 마.”상대는 친척이라서 주해진을 도운 거였는데, 주해진이 제 호의를 무시하고 은근히 비아냥거리자 기분이 언짢았다. 이에 그는 어두운 얼굴로 말했다.“널 도와주는 건 친척 간의 정을 봐서야. 그런데 이런 태도로 말해? 나 기분 나빠지려고 해. 난 고작 팀장이야, 국장도 아닌데 어떻게 뭐든 내 말대로 되겠어?”“됐어. 알았어.”주해진은 짜증 나는 듯 상대의 말을 잘랐다.그러자 그 사람의 얼굴은 더욱 어두워지더니 씩씩거리며 사람들을 데리고 떠나갔다.주해진은 여전히 포기하지 않고 나를 빤히 바라봤다.“대단해네? 식약처 사람들을 돌려보내기까지 하고 말이야.”나는 피식 냉소를 흘렸다.“우리 한의관은 원래부터 문제없어. 식약처에서 다시 검사하러 와도 꼬투리 잡지 못할 거야. 우리는 잘못한 게 없어. 떳떳해. 오히려 꿍꿍이가 있는 놈들이 여기 와서 소란 피우면 안 되지.”주해진 역시 냉소를 지었다.“말도 잘하고 능력 있네. 네가 그렇게 대단하면 가게 잘 지켜. 미리 말해두지만, 난 이 가게 부술 거야.”주해진은 으름장을 놓으면 나에게 접근했다.하지만 나와 가까워지기 전에 양동준이 그를 대여섯 걸은 밀어냈다.“뭘 부순다는 거야? 여기? 어디 한번 해봐!”양동준이 부순다는 것과 주해진이 부순다는 것은 의미가 달랐다.특히 양동준이 위압감 넘치는 눈빛으로 쏘아보자 주해진은 살짝 움츠러들었다.주해진은 갑자기 겁을 먹고 말했다.“이건 우리 사이 일이니 당신은 끼어들지 마.”“내가 왜? 이건 내 제자 일이야. 내 제자를 건드리는 건 나를 건드리는 거나 마찬가지고.”양동준의 말을 들으니 나는 심장이 쿵쾅거리고 파가 들끓었다.“스승님!”나는 뻔뻔하게 양동준을 불렀다. 그러자 그가 나를 째려봤다.양동준은 핑계를 찾기 위해 이렇게 말한 거였지만 나는 그걸 철석같이 믿고 심지어 스승
나는 양동준이 더 존경스러웠다.한마디로 모든 사람을 쫓아내다니, 이런 상황은 소설에서만 볼 수 있는데, 오늘 그걸 내 눈으로 직접 봤다.그 충격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나는 양동준의 제자가 되어야겠다는 결심을 더욱 굳히고 뻔뻔하게 양동준을 향해 박수쳤다.“스승님, 대단해요!”양동준은 나를 홱 째려봤다.“누가 스승님이라고 불러도 된댔어요?”그 모습에 서지예는 피식 웃었다.“왜 그렇게 딱딱하게 굴어? 상대 놀라잖아.”“사모님 고마워요.”스승님 아내니까 사모님이라고 한 건데, 서지예한테 아주 잘 먹혀들었다. 그녀는 이내 눈웃음치며 양동준을 바라봤다.“난 수호 씨 괜찮다고 생각하는데, 제자로 받아줘.”“난 아가씨 부탁을 받고 한의관 지켜주러 온 거지 혹을 달고 갈 생각은 없어.”양동준은 여전히 쌀쌀맞게 거절했다.비록 거절당했지만 나는 조금도 좌절하지 않았다.내가 확실히 약한 게 맞기에 양동준이 나를 마음에 들어 하지 않는 것도 정상이다.내가 양동준이어도 번거롭게 실력 없는 사람을 제자로 받지 않을 거다.번거로운 일을 찾아 하는 사람은 없을 테니까.정말 그럴 여유가 있다면 차라리 자기 능력을 향상할 거다.때문에 나는 뻔뻔스럽게 물었다.“스승님. 대체 제가 뭘 해야 제자로 받아줄래요? 조건을 말해 봐요. 만족하게끔 할게요.”“수호 씨가 날 만족하게 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양동준이 되물었다. 그 말에 나는 할 말을 잃었다.그때 서지예가 나를 위기에서 구해줬다.“그래도 우리 사이의 분위기를 풀어줄 수 있잖아. 난 워낙 오만한 성격인데 넌 나보다 더 심하잖아. 우리가 싸웠을 때 분위기 풀어주는 사람이 없으면 우리는 평생 이 모양 이 꼴인 거야.”“양동준, 너 정말 나랑 만나고 싶긴 한 거야? 정말 만나고 싶으면 수호 씨 제자로 받아. 그게 싫으면 내일 답변 줘.”서지예가 이런 말을 한 건 솔직히 사심이었다,양동준처럼 뻣뻣한 사람이 살아에 눈 뜨는 건 어렵다. 그렇다고 서지예가 혼자 과몰입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렇다면 서지예
나는 그때 너무 쉽게 동의한 걸 우회했다.하지만 사내대장부라면 뱉은 말은 지켜야 했다. 이미 말했는데 어떻게 쉽게 번복할 수 있단 말인가? 마지막에 양동준이 제기한 요구에 도달할 수 있을지 모르겠으나, 후회를 남기지 않으려면 끝까지 최선을 다해야 한다.한편 주해진은 가장 강력한 인맥인 사촌형을 내세우면 화인당을 무너뜨릴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모든 게 물거품이 될 줄은 몰랐다.때문에 다른 방법을 강구하느라 한동안은 화인당을 상대할 여력이 없었다.나는 휴식 시간에 단련을 견지했지만 효과는 미미했다.이틀 동안 시달리느라 직원들 모두가 기운이 빠져 있었다. 민우 역시 오늘 무슨 일이 있어도 집에 가 휴식하겠다며 말했다.민우와 함께 셋방에 도착했을 때 우리는 기운이 남아 있지 않았다. 결국 한 명은 침대 위에, 그리고 나머지 한 명은 바닥에 누워 방문이 열린 것도 신경 쓰지 않았다.그 뒤로 얼마나 지났을까? 주선영이 돌아와 피곤함에 찌든 우리를 보고 무슨 일이냐고 물었다.“문 좀 닫아줄래? 나 좀 휴식하고 싶어.”주선영은 고분고분 방문을 닫아 주었다.아래에 누워 있는 민우를 봤더니 어찌나 피곤했는지 바닥에 엎드려 쿨쿨 자고 있었다.하지만 드르렁거리는 코 고는 소리에 나는 도저히 잠을 잘 수 없어 마지못해 거실로 나갔다.거실에서 책을 보고 있던 주선영은 내가 나오자 얌전히 자리에서 일어났다.“그럼 선배가 여기서 휴식해요. 전 방에 들어가 책 볼게요.”“선영아. 나 침 좀 놔줄 수 있어?”나는 기운 빠진 목소리로 말했다.오후에 너무 맹렬히 연습한 탓에 근육이 다쳤는지 아직도 다리가 아팠다.주선영도 의대생이니 침을 놔주고 마사지해주는 정도는 할 수 있었다.“네, 알았어요.”주선영은 발그스름한 얼굴로 침술 상자를 가져왔다. 보아하니 또 쑥스러운 모양이었다.나는 소파에 편히 엎드려 나른하게 말했다.“왼쪽 다리가 아파. 오후에 운동하느라 근육을 다친 것 같은데, 네가 대신 좀 봐줘.”주선영은 입술을 오므럈디. 어찌나 긴장했는지 가슴이 쿵쾅
이 생각이 들자마자 주선영은 너무 부끄러워 얼굴에 피가 쏠렸다.하지만 비록 부끄러웠지만 아직은 남자 친구가 없으니 나를 연습 상대로 삼을 수밖에 없었다.결국 주선영은 이를 악문 채 내 반바지를 더 위로 올렸다.그러다가 내 팬티가 드러났다.불룩 튀어 올라온 걸 본 순간 주선영은 부끄러웠지만 그와 동시에 남자의 그곳이 대체 어떻게 생겼는지? 왜 커졌다 작아졌다 하는지 호기심이 발동했다.게다가 그 과정에 어떤 변화가 생기는 지 알고 싶어졌다.주선영은 심호흡을 하더니 용기를 가지고 손을 뻗었다.하지만 거의 닿으려는 순간 또 살짝 겁이 났다.가장 주된 원인은 내가 갑자기 깨어나면 너무 어색할까 봐서였다.사실 아까 주선영이 내 다리를 만질 때부터 나는 이미 깨어 있었다.하지만 바로 눈을 뜨지 않았다. 주선영이 대체 뭘 할지 보기 위해서.나는 눈을 살짝 떠 작은 틈새 사이로 주선영을 바라봤다. 그랬더니 주선용은 얼굴이 홍당무가 돼서 부끄러워했다.솔직히 한편으로 마음이 조급 해나기도 했다. 만질 테면 얼른 만지지 왜 꾸물대나 하고.나는 바로 깨어나지 않았다. 주선영이 하도 겁쟁이라 내가 깨어나면 놀라 도망칠까 봐.”주선영은 한참 망설이다가 큰 숨을 들이켜더니 또다시 손을 뻗었다.순간 주선영이 참 웃기다는 생각이 들었다. 남자의 그곳이 궁금하면 남자 친구를 사귀면 될 텐데, 왜 나를 실험 상대로 사용하나 싶기도 했다.하지만 어쩌겠네? 협조하는 수밖에. 안 그러면 워낙 얇은 주선영의 낯가죽 때문에 앞으로 지내는 것부터가 문제가 된다.나는 눈을 감은 채 계속해서 자는 척했다.사실 나는 주선영한테 사심이 조금도 없다. 애교 누나의 사촌 여동생이라 맞아 죽는 한이 있어도 주선영을 넘보지는 않을 거다.하지만 주선영이 내 몸을 노린다면 나로서도 방법이 없었다.주선영은 입을 오므리고 조심스럽게 내 반바지 안으로 손을 쑥 넣었다.그 과정 내 심장은 미친듯이 쿵쾅거렸다.주선영은 양심이 찔리기 했으나 미지의 세계에 대한 호기심에 참지 못했다. 결국 그녀는
하지만 나는 내가 뻔뻔하다는 걸 인정할 수 없었다. 그러면 내가 정말 뻔뻔해지는 거니까.나는 눈을 비비며 이제 막 일어난 것처럼 앉았다가 머리를 탁 쳤다.“아, 기억났어. 내가 자기 전에 다리가 아프다고 침 놔달라고 했었지. 방금 막 깨나서 까먹었어.”“너도 참, 왜 치료하다가 갑자기 사과는 해?”내가 이런 방식으로라도 어색함을 풀자 주선영의 표정은 그제야 편해졌다. 다만 고개를 숙인 채 빨개진 얼굴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왠지 모르게 그녀의 시선은 자꾸만 내 그곳을 향했다.사실 얼마 전까지 룸메이트로 지내던 동기들은 모두 남자 친구를 사귀었지만 유독 그녀만 없었다.게다가 다들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 하는 게 아주 황홀하다고 했다.주선영은 예쁜 데다 몸매도 좋다. 하지만 남자 친구가 없어 동기들이 뒤에서 수군댔던 적이 있다.사실 주선영은 남자 친구를 사귀기 싫은 게 아니라 어릴 때 경험 때문에 남자한테 트라우마가 생긴 것뿐이었다.하지만 지금은 마음을 연 데다 가뜩이나 호기심이 많을 나이인지라 이런 부분에 대해 사실 좀 궁금하기도 했다.특히 나와 가까이했을 때 느껴지는 남성미 때문에 얼굴이 빨갛게 달아오르고 심장이 쿵쾅거렸다.주선영도 이대로 가면 안 된다는 걸 알았다. 나는 엄연히 말하면 사촌 언니의 남자 친구인데, 어떻게 이런 마음을 품는단 말인가?주선영은 머리가 복잡해 뒤죽박죽이 되었다.하지만 그걸 알 리 없는 나는 그저 주선영이 부끄러워 말을 못 하나보다 하고 생각했다.“뭘 멍하니 있어? 얼른 침 놔.”나는 슬쩍 귀띔했다.이 상황에 주선영더러 가라고 하면 분위기가 더 어색해질 테니까.주선영은 입술을 오므리더니 미안한 듯 말했다.“수호 오빠, 미안하지만 그곳 먼저 가라앉히면 안 돼요?”고개를 숙여 봤더니 그곳이 이미 머리를 벌떡 세우고 있었다.나는 얼른 내 몸 위에 담요를 덮었다.“이건 내 마음대로 되는 게 아니라서 이렇게 가릴게.”주선영은 고개를 들어 나를 슬쩍 보더니 또 물었다.“수호 오빠, 아까 분명 잤
이 생각이 들자마자 주선영은 너무 부끄러워 얼굴에 피가 쏠렸다.하지만 비록 부끄러웠지만 아직은 남자 친구가 없으니 나를 연습 상대로 삼을 수밖에 없었다.결국 주선영은 이를 악문 채 내 반바지를 더 위로 올렸다.그러다가 내 팬티가 드러났다.불룩 튀어 올라온 걸 본 순간 주선영은 부끄러웠지만 그와 동시에 남자의 그곳이 대체 어떻게 생겼는지? 왜 커졌다 작아졌다 하는지 호기심이 발동했다.게다가 그 과정에 어떤 변화가 생기는 지 알고 싶어졌다.주선영은 심호흡을 하더니 용기를 가지고 손을 뻗었다.하지만 거의 닿으려는 순간 또 살짝 겁이 났다.가장 주된 원인은 내가 갑자기 깨어나면 너무 어색할까 봐서였다.사실 아까 주선영이 내 다리를 만질 때부터 나는 이미 깨어 있었다.하지만 바로 눈을 뜨지 않았다. 주선영이 대체 뭘 할지 보기 위해서.나는 눈을 살짝 떠 작은 틈새 사이로 주선영을 바라봤다. 그랬더니 주선용은 얼굴이 홍당무가 돼서 부끄러워했다.솔직히 한편으로 마음이 조급 해나기도 했다. 만질 테면 얼른 만지지 왜 꾸물대나 하고.나는 바로 깨어나지 않았다. 주선영이 하도 겁쟁이라 내가 깨어나면 놀라 도망칠까 봐.”주선영은 한참 망설이다가 큰 숨을 들이켜더니 또다시 손을 뻗었다.순간 주선영이 참 웃기다는 생각이 들었다. 남자의 그곳이 궁금하면 남자 친구를 사귀면 될 텐데, 왜 나를 실험 상대로 사용하나 싶기도 했다.하지만 어쩌겠네? 협조하는 수밖에. 안 그러면 워낙 얇은 주선영의 낯가죽 때문에 앞으로 지내는 것부터가 문제가 된다.나는 눈을 감은 채 계속해서 자는 척했다.사실 나는 주선영한테 사심이 조금도 없다. 애교 누나의 사촌 여동생이라 맞아 죽는 한이 있어도 주선영을 넘보지는 않을 거다.하지만 주선영이 내 몸을 노린다면 나로서도 방법이 없었다.주선영은 입을 오므리고 조심스럽게 내 반바지 안으로 손을 쑥 넣었다.그 과정 내 심장은 미친듯이 쿵쾅거렸다.주선영은 양심이 찔리기 했으나 미지의 세계에 대한 호기심에 참지 못했다. 결국 그녀는
나는 그때 너무 쉽게 동의한 걸 우회했다.하지만 사내대장부라면 뱉은 말은 지켜야 했다. 이미 말했는데 어떻게 쉽게 번복할 수 있단 말인가? 마지막에 양동준이 제기한 요구에 도달할 수 있을지 모르겠으나, 후회를 남기지 않으려면 끝까지 최선을 다해야 한다.한편 주해진은 가장 강력한 인맥인 사촌형을 내세우면 화인당을 무너뜨릴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모든 게 물거품이 될 줄은 몰랐다.때문에 다른 방법을 강구하느라 한동안은 화인당을 상대할 여력이 없었다.나는 휴식 시간에 단련을 견지했지만 효과는 미미했다.이틀 동안 시달리느라 직원들 모두가 기운이 빠져 있었다. 민우 역시 오늘 무슨 일이 있어도 집에 가 휴식하겠다며 말했다.민우와 함께 셋방에 도착했을 때 우리는 기운이 남아 있지 않았다. 결국 한 명은 침대 위에, 그리고 나머지 한 명은 바닥에 누워 방문이 열린 것도 신경 쓰지 않았다.그 뒤로 얼마나 지났을까? 주선영이 돌아와 피곤함에 찌든 우리를 보고 무슨 일이냐고 물었다.“문 좀 닫아줄래? 나 좀 휴식하고 싶어.”주선영은 고분고분 방문을 닫아 주었다.아래에 누워 있는 민우를 봤더니 어찌나 피곤했는지 바닥에 엎드려 쿨쿨 자고 있었다.하지만 드르렁거리는 코 고는 소리에 나는 도저히 잠을 잘 수 없어 마지못해 거실로 나갔다.거실에서 책을 보고 있던 주선영은 내가 나오자 얌전히 자리에서 일어났다.“그럼 선배가 여기서 휴식해요. 전 방에 들어가 책 볼게요.”“선영아. 나 침 좀 놔줄 수 있어?”나는 기운 빠진 목소리로 말했다.오후에 너무 맹렬히 연습한 탓에 근육이 다쳤는지 아직도 다리가 아팠다.주선영도 의대생이니 침을 놔주고 마사지해주는 정도는 할 수 있었다.“네, 알았어요.”주선영은 발그스름한 얼굴로 침술 상자를 가져왔다. 보아하니 또 쑥스러운 모양이었다.나는 소파에 편히 엎드려 나른하게 말했다.“왼쪽 다리가 아파. 오후에 운동하느라 근육을 다친 것 같은데, 네가 대신 좀 봐줘.”주선영은 입술을 오므럈디. 어찌나 긴장했는지 가슴이 쿵쾅
나는 양동준이 더 존경스러웠다.한마디로 모든 사람을 쫓아내다니, 이런 상황은 소설에서만 볼 수 있는데, 오늘 그걸 내 눈으로 직접 봤다.그 충격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나는 양동준의 제자가 되어야겠다는 결심을 더욱 굳히고 뻔뻔하게 양동준을 향해 박수쳤다.“스승님, 대단해요!”양동준은 나를 홱 째려봤다.“누가 스승님이라고 불러도 된댔어요?”그 모습에 서지예는 피식 웃었다.“왜 그렇게 딱딱하게 굴어? 상대 놀라잖아.”“사모님 고마워요.”스승님 아내니까 사모님이라고 한 건데, 서지예한테 아주 잘 먹혀들었다. 그녀는 이내 눈웃음치며 양동준을 바라봤다.“난 수호 씨 괜찮다고 생각하는데, 제자로 받아줘.”“난 아가씨 부탁을 받고 한의관 지켜주러 온 거지 혹을 달고 갈 생각은 없어.”양동준은 여전히 쌀쌀맞게 거절했다.비록 거절당했지만 나는 조금도 좌절하지 않았다.내가 확실히 약한 게 맞기에 양동준이 나를 마음에 들어 하지 않는 것도 정상이다.내가 양동준이어도 번거롭게 실력 없는 사람을 제자로 받지 않을 거다.번거로운 일을 찾아 하는 사람은 없을 테니까.정말 그럴 여유가 있다면 차라리 자기 능력을 향상할 거다.때문에 나는 뻔뻔스럽게 물었다.“스승님. 대체 제가 뭘 해야 제자로 받아줄래요? 조건을 말해 봐요. 만족하게끔 할게요.”“수호 씨가 날 만족하게 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양동준이 되물었다. 그 말에 나는 할 말을 잃었다.그때 서지예가 나를 위기에서 구해줬다.“그래도 우리 사이의 분위기를 풀어줄 수 있잖아. 난 워낙 오만한 성격인데 넌 나보다 더 심하잖아. 우리가 싸웠을 때 분위기 풀어주는 사람이 없으면 우리는 평생 이 모양 이 꼴인 거야.”“양동준, 너 정말 나랑 만나고 싶긴 한 거야? 정말 만나고 싶으면 수호 씨 제자로 받아. 그게 싫으면 내일 답변 줘.”서지예가 이런 말을 한 건 솔직히 사심이었다,양동준처럼 뻣뻣한 사람이 살아에 눈 뜨는 건 어렵다. 그렇다고 서지예가 혼자 과몰입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렇다면 서지예
때문에 주해진은 자기 사촌 형의 말을 귓등으로 흘리고는 퉁명스럽게 말했다.“도와줄 수 있으면 계속 도와주고. 싫으면 관둬. 볼 일 있으면 가서 일 봐. 내 일에는 신경 쓰지 마.”상대는 친척이라서 주해진을 도운 거였는데, 주해진이 제 호의를 무시하고 은근히 비아냥거리자 기분이 언짢았다. 이에 그는 어두운 얼굴로 말했다.“널 도와주는 건 친척 간의 정을 봐서야. 그런데 이런 태도로 말해? 나 기분 나빠지려고 해. 난 고작 팀장이야, 국장도 아닌데 어떻게 뭐든 내 말대로 되겠어?”“됐어. 알았어.”주해진은 짜증 나는 듯 상대의 말을 잘랐다.그러자 그 사람의 얼굴은 더욱 어두워지더니 씩씩거리며 사람들을 데리고 떠나갔다.주해진은 여전히 포기하지 않고 나를 빤히 바라봤다.“대단해네? 식약처 사람들을 돌려보내기까지 하고 말이야.”나는 피식 냉소를 흘렸다.“우리 한의관은 원래부터 문제없어. 식약처에서 다시 검사하러 와도 꼬투리 잡지 못할 거야. 우리는 잘못한 게 없어. 떳떳해. 오히려 꿍꿍이가 있는 놈들이 여기 와서 소란 피우면 안 되지.”주해진 역시 냉소를 지었다.“말도 잘하고 능력 있네. 네가 그렇게 대단하면 가게 잘 지켜. 미리 말해두지만, 난 이 가게 부술 거야.”주해진은 으름장을 놓으면 나에게 접근했다.하지만 나와 가까워지기 전에 양동준이 그를 대여섯 걸은 밀어냈다.“뭘 부순다는 거야? 여기? 어디 한번 해봐!”양동준이 부순다는 것과 주해진이 부순다는 것은 의미가 달랐다.특히 양동준이 위압감 넘치는 눈빛으로 쏘아보자 주해진은 살짝 움츠러들었다.주해진은 갑자기 겁을 먹고 말했다.“이건 우리 사이 일이니 당신은 끼어들지 마.”“내가 왜? 이건 내 제자 일이야. 내 제자를 건드리는 건 나를 건드리는 거나 마찬가지고.”양동준의 말을 들으니 나는 심장이 쿵쾅거리고 파가 들끓었다.“스승님!”나는 뻔뻔하게 양동준을 불렀다. 그러자 그가 나를 째려봤다.양동준은 핑계를 찾기 위해 이렇게 말한 거였지만 나는 그걸 철석같이 믿고 심지어 스승
솔직히 정미령도 언제 다시 강등될지 모른다.의약품안전국장은 아주 좋은 자리다. 하지만 유혹을 견디지 못한 이전 국장들은 바로 대체되었다.심지어 은연중에 의약품안전 국장 자리는 가시방석 같아 1년을 버티는 사람이 없다는 소문까지 돌고 있다.정미령도 사실 자기가 얼마나 버틸지 확신이 서지 않았다. 게다가 아들 때문에 최남주와 완전히 틀어지면 안 되는 상황이었다.정미령의 아들은 공부를 잘하지만 집이 너무 멀리 있는 데다 실험 중학교에 진학하려면 인맥이 필요하다.때문에 최남주가 어떤 태도로 나오든 정미령은 너무 심한 말을 하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계속 최남주한테 끌려 다니는 것도 달갑지 않았다.결국 정미령은 직접적인 약속은 회피했다.“이따가 전화해서 상황부터 물을게.”“이따가? 언제 말하는 거야? 1분 뒤? 10분 뒤? 아니면 내일? 내가 원하는 건 지금 당장 사람들 불러가라는 거야.”“최남주, 적당히 해. 나도 지금은 국장이야. 나도 일이 바빠.”정미령은 목소리를 높이며 강조했다.최남주는 더 이상 입씨름하기 싫다는 듯 말했다.“그래. 그럼 일 봐.”최남주가 전화를 끊으려 하자 정미령은 다급히 말했다.“뭐 하려고?”“너 바쁘다며? 그래서 방해 안 한다니까.”최남주의 말에 정미령은 미간을 찌푸렸다. 순간 머리마저 지끈거렸다.정미령은 최남주를 싫어한다. 하지만 그렇다할 방법이 없었다. 최남주가 직접 전화하지 않았다면 그나마 괜찮을 테지만, 직접 전화까지 했는데 일을 제대로 처리하지 않으면 분명 문제가 커진다.정미령은 너무 짜증이 나 미간을 문질렀다.“그 한의관이 너랑 상관있는 곳이야?”정미령은 최남주의 비밀을 알아내기 위해 끝까지 캐물었다. 하지만 최남주는 퉁명스럽게 말했다.“너랑 무슨 상관인데? 전화할 거야 말 거야? 안 하면 다른 사람 찾을 거야.”“너...”최남주는 정미령에게 말할 기회도 주지 않고 전화를 끊어버렸다. 그러자 정미령은 화가 나면서도 결국 전화를 했다.안 그러면 최남주가 어떤 미친 짓을 할지 몰랐으
남주 누나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나한테 전화한 게 내 인맥을 빌려 식약처 사람들을 쫓아내려는 거였어?”“네. 그런데 누나가 그 국장과 사이가 그렇게 안 좋을 줄은 몰랐어요.”남주 누나는 웃으며 말했다.“내가 그 여자와 사이가 안 좋지만 그 여자 약점을 쥐고 있어.”“정말이에요? 뭔데요?”“뭐긴 뭐야 정계 쪽 일이지. 쓸데없는 질문은 하지 마. 내가 바로 그 여자한테 전화해서 부하들 불러가라고 할게.”“고마워요.”남주 누나의 말을 들으니 일이 해결될 기미가 보였다.그때 남주 누나가 전화 건너편에서 갑자기 간드러진 목소리로 말했다.“이 은혜는 어떻게 갚을 건데? 오늘 밤 우리 집 올래?”“됐어요. 요즘 화인당 일로 바빠서 자리 비울 수 없어요.”나는 핑계를 댄다는 오해를 받을까 봐 진지한 말투로 말했다.“무슨 말투야? 누가 봤으면 내가 너 잡아먹는 줄 알겠다.”“됐어. 볼일 봐. 시간 나면 연락할게.”남주 누나는 피식 냉소를 짓더니 전화를 끊고 의약품안전국장한테 전화했다.그 시각, 의약품안전국장 사무실.정미령은 단톡방에 올라온 잘생긴 남자 사진을 보고 있었다. 누군가 그녀에게 잘생긴 젊은 총각을 소개해 줘 오늘 밤 제대로 즐길 생각이었다.하지만 한창 보고 있을 때 핸드폰이 갑자기 울렸다.정미령은 액정에 뜬 이름을 보자마자 눈살을 찌푸렸다.최남주!평소 저와 상극이던 사람이 갑자기 웬일로 전화했는지 불안한 예감이 들었지만. 정미령은 결국 수신 버튼을 눌렀다. 그러고는 이상야릇한 말투로 말했다.“해가 서쪽에서 떴나? 네가 나한테 무슨 일이야?”최남주도 저를 비아냥거리는 상대의 말투를 들었지만 시종일관 웃는 얼굴로 말했다.“해는 서쪽에서 뜰 수 없지만 난 너한테 전화할 수 있지.”“하, 무슨 일인데? 네가 나한테 무슨 볼일이 있겠어? 너 정부 사무실에 있잖아. 아무리 볼 일이 있어도 나를 찾지는 않을 텐데.”“그건 아니지. 이번에 정말 일이 있어. 게다가 반드시 너를 찾아야 해. 화인당이라는 한의관이 있는데 네 부하들이 조
양동준은 나를 바닥에 내팽개쳤다.곰곰이 생각해 보니 양동준이 아까는 나를 놀린 거였다는 걸 알 수 있었다.하지만 나는 양동준 앞에서 내 결심을 증명하려고 생각지도 않고 뛸 생각부터 했다.나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어색하게 웃었다.“제가 안 뛰면 동준 형님이 제가 나약하다고 마음에 안 들어 할까 봐요.”“뛰면 내가 마음에 들어 할 것 같아요?”쏘아붙이는 듯 내뱉은 양동준의 한마디에 나는 너무 난처해서 얼굴이 붉어졌다.“그런 뜻이 아니에요. 동준 형님이 저를 안 좋게 보고 있다는 거 알아요. 하지만 저도 이러지 않으려고 해도 정태곤이 너무 강해요. 제가 동준 형님처럼 담력과 패기가 있는 것도 아니고. 솔직히 말하면 저 정말 찌질해요. 그래서 변하고 싶어요.”양동준은 어느새 오토바이에 다시 올라탔다.“정말 변하고 싶으면 더 열심히 해요. 그런 비겁한 방법 쓰지 말고.”말을 마친 양동준은 이내 시동을 걸고 떠나버렸다.하지만 이게 대체 나를 응원하는 건지 아니면 못마땅하게 여기는 건지 라이송해졌다.내가 마침 핸드폰을 확인하려고 할 때 갑자기 진동 소리가 들렸다. 하지만 두 번 정도 울리고 바로 꺼져버렸다.내가 아까 강물에 빠졌을 때 핸드폰도 물에 잠기면서 고장 난 모양이었다.민우와 동료들이 나한테 전화한 것일까 봐 나는 아무 생각도 하지 않고 얼른 시동을 걸고 출발했다.가게에 도착했더니 확실히 문제가 생겼다.이번에 소란을 피운 사람은 주해진이었다.아침에 내가 주해진의 똘마니들 앞에서 그의 거시기를 잡아 쪽팔리게 했으니, 가만있을 리가 없었다.하지만 주해진은 김진호처럼 저급한 수단은 사용하지 않았다.주해진은 워낙 이 바닥에서 알아주는 깡패라 이런 경험은 많기에 이미 능구렁이였다.의료 사고가 난 척 행패 부리는 건 가장 수준 낮은 방법이다.일을 크게 벌이지 못하면 상대는 별로 타격이 없고, 마약 크게 벌인다 해도 기껏해야 가게 이름에 손해가 될 뿐이다.하지만 주해진은 레벨이 달랐다. 그는 아예 식약처 사람을 데려왔다.식약처 직원들은
밧줄을 끄는 사람은 다름 아닌 양동준이었다. 강가에 서 있는 그의 모습은 너무 멋있었다.물론 양동준이 나를 강물로 차버리고 밧줄을 내 목에 걸고 잡아끌었지만, 나는 하나도 화가 나지 않았다.그도 그럴 게, 양동준이 너무 멋있었으니까. 그런 상황에서 정확히 나를 딱 맞춰 밧줄을 걸다니 역시 내 우상 다웠다.“동준 형님, 고마워요.”나는 강가에서 기어 나와 헤실거리며 웃었다.그러자 양동준은 싸늘한 눈빛을 쏘아 댔다.“고맙다고요? 수호 씨를 강으로 차버린 것도 난데, 그래도 살려줘서 고마워요?”“네. 아까 동준 형님이 저를 걷어차는 바람에 저와 형님의 실력차가 얼마나 큰지 알았어요. 그래서 동준 형님이 더 존경스러워요.”이건 내가 양동준한테 잘 보이려고 아부하는 게 아니라 진심이었다.내 말을 들은 양동준은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내 제자가 되려고 정신 나간 말도 하네요.”“틀렸어요. 제가 이런 말을 한 건 진심이에요. 다른 목적이 없어요.”“귀신을 속여요.”양동준은 밧줄을 정리하고는 다시 오토바이에 올라탔다. 나는 얼른 그 뒤를 쫓아갔다.“동준 형님, 저 좀 데려다줘요. 제 차가 저쪽애 있거든요.”“나한테 가르쳐 달라면서요? 고작 이 거리도 정복 못 하겠어요?”그 말에 나는 너무 감격스러웠다.“무슨 뜻이에요? 저 가르쳐 주는 거예요?”“흥.”양동준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곧장 시동을 걸고 떠나버렸다.그 뒤에서 나는 몸이 축축한 것도 신경 쓸 겨를이 없이 서둘러 뛰기 시작했다.양동준의 속도는 빠르다면 빠르고 느리다면 느렸는데, 보아하니 나를 단련시키려고 일부러 나를 운동시키려는 것 같았다.하지만 나는 오히려 기뻤다.나를 운동시킨다는 건 나를 가르칠 마음이 있다는 뜻이었으니까.이건 내가 그토록 간절히 바라던 일이었다.나는 양동준의 속도에 맞추려고 힘을 냈다. 하지만 온몸이 젖은 데다 전에 다친 상처가 채 낫지 않아 속도가 나지 않았다.결국 나는 얼마 가지 못해 숨을 헐떡거렸다. 그렇다고 멈추지는 않았다. 오히려 이를 악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