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여자는 온천에 한참 있다가 술 마시러 바로 향했다.더 이상 내가 낄 일은 없다는 생각에 마침 가려던 그때, 백연우가 입을 열었다.“수호 씨, 우선 가지 마요.”“혹시 볼 일이 남았어요?”“우리랑 같이 가요.”“네?”‘셋이 술 마시러 가는데, 내가 왜?’이곳 바에서 파는 술은 너무 비싸서 내가 소비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게다가 물주인 소여정도 갔는데, 이 세 여자가 나 대신 돈 내줄지도 미지수였다.“저는 됐습니다. 여기 너무 비싸서 전 소비 못 해요.”나는 솔직히 말했다.그랬더니 백연우가 입을 열었다.“남자가 그래서 어떻게 살겠어요? 돈 쓰는 게 뭐 수명 깎이는 것 마냥. 수호 씨는 그저 우리 따라와요. 돈 낼 필요 없어요.”‘그렇다면 나야 좋지.’이곳 와인 한 병은 내 몇 달 치 월급에 맞먹으니, 나로서는 당연히 경험해 보고 싶었다.그런데 지금 마침 그 기회가 왔고, 돈도 들지 않는데, 누가 이런 좋은 기회를 거절할까?나는 바로 헤실거리며 대답했다.“좋아요. 그럼 갈래요.”그렇게 나는 이 세 사람과 함께 바에 도착했다.세 사람은 아주 비싼 와인 한 병을 주문했다. 이름도 들어본 적 없는 와인이었는데, 한 병에 600만 원이 넘는 건 똑똑히 들었다.백연우가 나에게 와인 한 잔 따라 주었으나 나는 술을 받아 든 채 아까워서 먹을 엄두를 내지 못했다.이 작은 한 잔에 몇만 원이라니.너무 사치스러웠다.하지만 세 사람은 마치 물 마시듯 마시며 가격에 신경 쓰지 않았다.“수호 씨, 마셔요.”백연우가 재촉했다.나는 결국 한 모금 살짝 음미했다.이건 내가 처음 마시는 와인이다. 때문에 아는 게 없는지라 뭐가 특별한지는 음미를 해봐도 알 수 없었다.결국 “맛있네요.”라는 말로 대충 감상평을 낼 수밖에 없었다.백연우는 내 말이 재밌는지 피식 웃었다.“앞으로 그런 말은 우리 앞에서만 하고 다른 사람 앞에서 하지 마요.”나는 어리둥절해서 무의식적으로 물었다.“왜요?”“유미야, 네가 좀 알려줘라.”그러자 유미 사모님
“우리 넷은 다 여자라서 서로 몸 다 봤어요.”백연우는 말하면서 웨이터에게 카드를 가져오라고 부탁했다.게임 룰은 간단했다.카드 게임을 해서 지는 사람이 옷을 벗는 것.나는 카드 게임에 자신 있기에 세 명이 모두 나를 속이는 건 쉽지 않을 거라고 자신했다.하지만 게임이 시작되니 내가 너무 간단하게 생각했다는 걸 깨달았다. 백연우는 정말 고수 중의 고수라 첫 게임부터 나를 몰아붙여 결국엔 내가 졌다.그리고 게임 룰대로 나는 외투를 벗었다.“오호, 가슴 근육도 있었네?”백연우의 뜨거운 눈빛에 나는 왠지 쑥스러웠다.상대가 내가 다니던 학교 학과장이어싸는 걸 생각하면 부끄러웠으니까.하지만 나는 이대로 포기할 수 없었다.“계속 해요. 첫판은 내가 상대를 얕잡아 봤어요. 이번 판은 무조건 이길 거예요.”나는 게임에 이미 완전히 빠져버렸다.내가 카드 게임을 얼마나 잘하는데, 여자 셋한테 졌다는 게 너무 쪽팔렸다.그렇게 두 번째 게임이 시작되었다.이번에도 백연우가 역시나 날아다니고 있었다.이 정도면 백연우의 금손이 부럽기까지 했다.어떻게 두 번 모두 그렇게 좋은 패를 가질 수 있는지.두 번째 게임까지 질 거라고는 생각지 못했던 나는 완전히 풀이 죽었다.하지만 게임 룰대로 러닝셔츠를 벗었다.러닝셔츠까지 벗으니 내 상체는 완전히 발가벗겨졌다.백연우는 예쁜 눈을 크게 뜨더니 참지 못하고 내 가슴을 손으로 만졌다.“어머, 가슴 근육이 이렇게 발달했어요? 촉감 장난 아니네.”백연우는 내 마음은 조금도 고려하지 않고 부드러운 손가락으로 내 가슴을 쓸었다.하지만 혈기 왕성한 남자가 이런 터치를 견딜 수 있을 리가 없었다.갑자기 아랫도리가 괴로워, 나는 백연우의 손을 쳐냈다.“이러지 마세요. 저 정상적인 남자예요.”“그렇게 말하면 내가 이상해지잖아요. 저 둘한테 물어봐요. 내가 이상하냐고.”‘이게 이상한 게 아니면 뭐지? 정상적인 사고라면 이렇게 야릇하게 만질 리 없잖아.’왠지 소여정 친구라 그런지 소여정과 똑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다.아
‘설마 이미 내 상태 눈치채고 일부러 나 창피하게 하려고 저러나?’나는 윤지은을 의심할 이유가 충분했다.그도 그럴 게, 윤지은이 마침 내 왼쪽에 앉아 몸만 조금 돌리면 볼 수 있었으니까.나를 언제나 잡아먹지 못해 안달난 것처럼 행동하는 윤지은이라면 나를 망신 줄 기회를 절대 놓칠 리 없다.나는 얼른 윤지은에게 애원하는 눈빛을 보내며 이러지 말라고 사인을 보냈다.하지만 윤지은은 아예 보는 체도 하지 않았다.“졌으면 룰에 따라야죠. 설마 이정도도 못 하겠어요? 그러면서 게임하자고 한 거예요?”‘아주 독사가 따로 없네.’나는 윤지은이 존경스러울 정도였다.나도 순간 화가 나서 사람들 보는 앞에서 바지를 벗었다.그때 백연우가 내 아랫도리를 보며 놀란 듯 입을 막았다.“헉! 아주 화가 많이 났네!”유미 사모님은 부끄러운 듯 다급히 얼굴을 돌렸다.“젊어서 그런가 참 좋네.”내 착각일지는 모르겠으나 백연우가 나를 보는 눈빛은 매우 열렬했다. 마치 불꽃이 튀어 오르는 것처럼.나는 윤지은과 끝까지 싸우려는 마음이었기에 내 상태도 상관하지 않고 다시 의자에 앉아 화가 난 듯 윤지은을 바라봤다.“됐죠? 벗었어요. 이제 팬티 한 장 남았어요. 할 수 있다면 이것까지 벗기던가요.”윤지은의 눈빛에 의기양양한 빛이 번뜩이더니 덤덤하게 말했다.“실력도 안 되는 풋내기 상대하는 건 일도 아니지. 계속해.”네 번째 게임이 시작됐다.이번에 하느님이 마침내 내 편을 들어주셨는지, 운이 좋아 세 사람을 모두 이겨버렸다.이번에 진 사람은 윤지은이었다.복수전에 성공한 나는 겨우 활개를 칠 수 있었다.나는 방금 윤지은과 똑같은 눈빛으로 그녀를 보며 말했다.“윤지은 씨, 이번엔 지은 씨가 벗어야겠네요.”윤지은의 낯빛은 매우 어두워졌다. 심지어 눈빛만 보면 나를 아주 잡아먹을 기세였다.윤지은은 원피스를 입었기에 그걸 벗으면 속옷과 팬티만 남게 된다. 때문에 결국 팬티를 벗는 걸 선택했다.검은색 T팬티가 벗겨진 순간 내 아랫도리는 더 흥분했다.이건 방법이 없었
그렇다는 건 이번 판도 윤지은이 졌다는 뜻이다.백연우는 생글생글 웃으며 윤지은을 바라봤다.“이번에는 브래지어야? 아니면 원피스야?”어떤 걸 선택해도 윤지은은 아주 난감한 상황이다.타이트한 원피스라 속옷을 벗는다면 가슴이 적나라하게 드러날 거고.그렇다고 원피스를 벗는다면 아래가 아예 그대로 노출되고 말 것이다.때문에 윤지은이 뭘 선택할지 나도 매우 기대되었다.“아니면 오늘은 여기까지 할까?”그때 유미 사모님이 윤지은을 도왔다.하지만 백연우는 물러서지 않았다.“안돼. 이제 고작 다섯 판밖에 못 했어. 아직 몸풀기야. 윤지은, 설마 계속할 배짱이 없는 건 아니지?”지은은 차갑게 말했다.“누가 그렇대?”결국 윤지은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양팔을 뒤로 가져가더니 속옷을 벗기로 선택했다.속옷이 떨러진 순간 윤지은의 가슴 윤곽이 그대로 우리 앞에 드러났다.나는 갑자기 목이 타고 온몸의 피가 위로 솟구쳤다.백연구는 마치 이때를 기다렸다는 듯 나를 빤히 쳐다봤다.역시나 내 아랫도리는 또 크기를 키웠다.백연우는 그걸 보더니 몸을 배배 꼬았다. 그와 동시에 한 곳이 괴로워 났다.나는 그걸 몰랐다.다만 숨결을 가쁘게 몰아쉬며 자꾸만 윤지은의 가슴을 흘끗거렸다.윤지은도 방금 전 나처럼 열이 올랐는지 게임을 진행했다.“자, 계속해. 내가 다음 판까지 지지는 않을 거야.”백연우는 나를 보며 눈웃음을 쳤다.“그래, 계속해 보지 뭐, 누가 지게 될지.”또 새로운 판이 시작되었다.이번에는 백연우에게 운이 따르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는 단 한 치의 고민도 없이 치마를 벗었다.그 치마 아래의 모습은 그야말로 섹시했다.튜브톱에 끈 스타킹.학과장 쌤이 사적으로 이렇게 화끈한 복장을 입고 다닐 줄은 몰랐다.가뜩이나 괴로웠는데, 이런 복장을 보니 나는 더 괴로웠다.이대로 있다간 터질 것만 같아 나는 더 이상 버틸 수 없었다.“저, 저는 이만할게요.”나는 황급히 땅에 떨어진 옷을 주웠다.그때 백연우가 내 손목을 덥석 잡았다.“이제 와서 그만하
새로운 판이 또 시작되었다.우리 셋은 유미 사모님을 지게 할 작정으로 덤벼들었다. 그래야 옷을 벗길 수 있었으니까. 그렇지 않으면 도저히 마음이 편해지지 않을 것 같았다.하지만 하늘은 역시나 우리 편이 아니었다. 유미 사모님은 이번 판 운이 몰빵됐는지 또 이겨버렸다.그리고 꼴등은 백연우였다.치마를 벗는 바람에 속옷과 팬티만 입고 있는 백연우는 어느 것 하나 벗든 은밀한 부위가 드러날 수밖에 없었다.나는 그걸 견딜 수 없어 백연우가 말하기도 전에 다급히 일어났다.“저 정말 그만할래요. 셋이서 해요.”말을 마친 나는 옷을 가지고 도망치듯 달렸다.이곳에 더 있다간 내가 죽을 것 같았으니까.나는 방에 돌아가 해결할 생각이었다.하지만...돌아가는 길에 나는 또 길을 잃었다.그 순간 느낀 건 호텔이 너무 호화롭고 사치스러웠고 좋지 않다는 거였다.돌던 곳을 계속 돌다 보니 머리가 어지러웠다. 하지만 끝내 내 방은 찾지 못했다.결국 나는 마지못해 프런트에 도움을 청했다.“저기요, 제 방이 819호인데 어떻게 가야 하죠?”“고객님, 여긴 6층입니다. 우선 엘리베이터를 타고 8층에 가시고 왼쪽으로 돌면...”‘젠장, 온종일 돌았는데 층수마저 틀렸다니.’나는 내 어이없는 실수에 할 말을 잃었다.직원이 안내했던 대로 엘리베이터를 타고 8층에 도착한 뒤 한번 빙 돌았더니 겨우 익숙한 번호를 발견했다.808호실.이건 소여정네 방이었다.이 방을 찾았다는 건 내 방도 멀지 않았다는 뜻이었다.하지만 나는 갑자기 내 방으로 돌아가기 싫어졌다.808호실 카드키도 마침 내 손에 있겠다, 이 방으로 들어가고 싶었다.방에는 유미 사모님과 백연우의 물건이 있을 거다. 아마 둘의 속옷도 있을 거고.백연우와 윤지은의 몸매를 봐서 그런지 나는 저도 모르게 두 사람의 속옷으로 해결하고 싶었다.한참 동안 고민한 끝에 나는 결국 808호실 카드키를 꺼내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나는 빨리 해결하면서 절대 두 사람의 속옷을 더럽히지 말자고 속으로 다짐했다.나는
나는 모든 전략을 세우고 아무렇지 않게 문 쪽으로 걸어갔다.그리고 얼마 뒤, 문이 밖에서 벌컥 열렸다. 하지만 내 앞에 나타난 사람은 백연우 한 사람뿐이었다.나는 먼저 불었다.“연우 씨도 어떻게 카드키가 있어요?”“내 방인데, 당연히 카드키가 있어야 하는 거 아닌가? 수호 씨 손에 있는 게 예비용이에요.”백연우는 말을 마치고는 팔짱을 낀 채 나를 빤히 바라봤다.“오히려 내가 묻고 싶네요, 우리 방에서 뭐 했어요?”다행히 미리 작전을 짰기에 나는 침착함을 유지했다.“방 잘못 들었어요. 마침 돌아가려고 하던 참이었어요. 예비용 카드 두장 모두 연우 씨한테 맡길게요.”말을 마친 나는 검은 카드를 백연우에게 건넸다.하지만 백연우는 카드를 받지 않고 나를 뚫어지게 바라봤다.“왠지 우리 방에서 나쁜 짓 한 것 같지?’나는 순간 가슴이 콩닥거려 불안했다.“아니거든요? 사람을 뭐로 보고.”나는 가슴이 찔려 다급히 설명했다.그러자 백연우가 내 그곳을 바라봤다.“그럼 그건 왜 가라앉았는데요?”‘젠장, 설마 이렇게 들킨다고?’나는 애써 침착함을 유지하며 대답했다.“세 사람을 안 보니까 가라앉은 거죠. 저, 이제 갈게요.”백연우는 갑자기 내 앞에 막아서며 거리를 좁혀왔다.이 거리에서 백연우의 향수 냄새를 맡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숨결과 심장 소리까지 느껴졌다.심지어 풍만한 가슴이 내 상체에 딱 달라붙어 이제 방금 진정한 가슴이 또다시 쿵쾅거리기 시작했다.“저, 저기요. 지, 지금 뭐 하는 거죠?”나는 당황한 나머지 말까지 더듬었다.그때 백연우가 내 몸에 코를 대고 킁킁거리더니 갑자기 매혹적인 미소를 지었다.“솔직히 말해요. 우리 방에 몰래 들어와 나쁜 짓 했죠?”“아니거든요!”나는 끝까지 부인했다.“그럼 검사해도 되죠?”백연우는 내 몸을 마구 더듬기 시작했다.그 순간 나는 너무 두려웠다.호주머니 속에 감추었던 종이 뭉치가 발각될까 봐.하지만 역시나 두려워하는 일은 그대로 닥치고 말았다. 백연우는 내 호주머니에 있는 종이를
나는 내가 더 이상 학생이 아니라서 눈앞의 여자를 무서워할 필요가 없다는 걸 잊고 말았다.이게 바로 백연우의 무서운 점이다. 카리스마와 엄숙함이 몸에 배어 있어 상대에게 두려움을 주는 게.“죄송해요. 잘못했어요.”나는 결국 잘못을 인정했다.그러자 백연우의 눈빛이 요염하게 변하더니 눈웃음을 치며 나를 바라봤다.“오호? 뭘 잘못했어? 말해 봐.”나는 울상을 지으며 말했다.“아, 아까 너무 괴로워서 방에 몰래 들어와 선생님 속옷으로...”나는 말하면서 고개를 점점 숙였다. 당장 쥐구멍에 들어가고 싶었다.그때 백연우가 나에게로 한 발짝 더 다가와 나와 바싹 붙었다.“어려서 혈기 왕성하고, 필요할 때 풀고 싶다는 건 나도 인정해. 그렇다면 하나만 물을 게, 내 속옷 예뻤어?”나는 흠칫 놀랐다. 이 여자가 왜 계속 물어보는지 알 수 없었지만 그래도 솔직히 고개를 끄덕였다.“네, 예뻤어요.”“내 몸매보다 더?”“네?”나는 눈을 들어 여자를 바라보며 어리둥절했다.“말해, 내 몸 보고 싶어?”‘무슨 뜻이지?’‘지금 나를 꼬시는 건가?’‘설마.’학과장 선생은 엄숙함과 엄격함의 대명사 아닌가? 그런데 그런 일을 할 리가.나는 도저히 이 광경을 믿을 수 없었다.“말해 봐, 꼬맹아.”백연우는 말하면서 백옥 같은 손가락으로 내 가슴을 쓸며 나에게 뜨거운 눈빛을 보냈다.이런 눈빛은 너무나도 익숙했다.남주 누나가 나를 원할 때마다 이런 눈빛을 보냈으니까.나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이 여자가 나를 마음에 들어 할 줄은 몰랐으니까.‘내가 조금만 더 용기 내면, 이대로 좋은 시간 보낼 수 있지 않을까?’백연우의 신분을 생각할수록 나는 설레기만 했다.내 눈앞에 있는 여자는 모든 학생이 두려워하는 학과장이다.그런데 내가 이런 여자를 정복한다면, 그 성취감은 무척 날 거다.나는 흥분되면서도 기장해 목석처럼 몸이 뻣뻣하게 굳었다.백연우의 손은 어느새 내 옷 안을 파고들어 내 가슴 주위를 살살 긁어댔다.“말해 봐, 보고 싶어?”나는 목이
나는 백연우와 하고 싶었지만 한편으로는 조금 걱정되었다.“이러다가 사장 사모님과 윤지은 씨가 들어오면 어떡해요?”“걱정하지 마. 당분간은 못 올 거야. 둘을 떼어놨으니까.”“무슨 뜻이에요? 일부러 저를 따라온 거예요?”나는 놀란 표정으로 물었다.그러자 백연우가 눈웃음쳤다.“사실 바에서 떠날 때부터 계속 따라왔거든.”“네? 그러면 진작 알았다는 거잖아요?”나는 이 여자가 그때부터 나랑 이런 짓을 하려고 했다는 게 믿기지 않았다.“몸매도 이렇게 좋은 데다 잘생기기까지 했는데, 싫어할 여자가 어디 있어?”그러고 보니 누나들이 나를 참 좋아하는 것 같다.만나는 누나마다 내가 잘 생겼고, 몸매가 좋다고 입 모아 칭찬하니까.물론, 나도 이런 칭찬이 참 기분 좋다.나는 백연우를 끌어안고 그녀를 침대에 눕혔다.“그럼 누나를 열심히 모셔야겠는데요.”“누나라고 부르지 마.”“그럼 뭐라고 불러요?”“백 쌤.”“백 쌤, 백 쌤, 백 쌤...”내가 그렇게 부를 때마다 백연우는 몸을 떨었다.그렇게 40분 뒤, 우리는 녹초가 된 채 침대에 나란히 누웠다.백연우의 머리카락은 흐트러져 있었고, 검은 뿔테 안경도 어느새 옆에 던져 버려 더 이상 엄숙한 모습이 아니었다.“역시 젊은 게 좋긴 좋아. 활기차고 지구력도 좋고.”백연우는 연신 칭찬을 늘어놓았다. 나는 그 사이 얼른 그녀의 안경을 찾아 다시 씌워 주었다.“역시 이 모습이 좋아요.”안경을 끼고 있을 때만 학과장 느낌이 나니까, 그래야만 거이에서 오는 만족감이 배가 되었다.백연우는 눈웃음을 치며 내 몸 위에 엎드렸다.“어때? 좋아?”“엄청 좋아요.”“그럼 앞으로 필요하면 또 찾아와.”백연우는 말하면서 손가락으로 내 코를 쓱 긁어내렸다.욕망을 분출할 때는 상대가 결혼은 했는지, 남편은 있는지 전혀 고려하지 않았는데, 머리를 식히니 이제야 내가 조심성이 없었다는 생각이 들었다.“백 쌤, 혹시 결혼했어요?”“그건 왜 묻지?”“결혼했으면 이러면 안 되잖아요. 백 쌤 가정에도 안 좋고,
“보니까 은근히 지은이길 바라네?”나는 윤지은이라고 확신했기에 하정현의 표정은 눈치채지 못했다.그건 아마도 그 상대가 윤지은이기를 바라는 내 마음이 너무 커서였을 수도 있었다. 정말 윤지은이면 더 이상 쓸데없는 생각을 하지 않아도 되니까.생각하니 웃음이 흘러나왔다.“당연하죠. 그럼 더 이상 알아내려고 머리 굴리지 않아도 되니까요. 그동안 내가 이 일 때문에 얼마나 마음고생했는데, 이제 진실을 알았으니 안심할 수 있겠어요.”“너무 쉽게 생각하네. 수호 씨가 비록 임유미 씨와 끝까지 가지는 않았지만 딱 한 끗 차이였어. 본인이 키스했던 사람이 수호 씨라는 걸 발견했을 때 유미 씨 표정이 어땠는지, 수호 씨는 아마 모를 거야.”그 말은 단번에 내 호기심을 불러일으켰다.“어떤 표정이었는데요? 놀라던가요? 아니면 실망하던가요?”“딱히 뭐라 말할 수는 없어. 놀라움과 실망감도 있긴 했지만 뭔가 더 있었어.”“뭐가요? 무슨 뜻인데요?”나는 꼬치꼬치 캐물었다.그러자 하정현은 귀찮았는지 손을 휘휘 저었다.“몰라. 나도 제정신이 아니라 제대로 보지 못했어. 하지만 한 가지는 확신할 수 있지. 유미 씨는 상대가 수호 씨라는 걸 발견한 뒤에도 수호 씨를 한참 동안 바라보며 계속할지 말지 고민했어.”“그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예요? 사모님은 그런 사람 아니에요.”나는 사모님을 대신해 해명했다.하정현은 그 말에 키득키득 웃었다.“유미 씨가 그런 사람인지 아닌지 수호 씨가 어떻게 알아?”“아무튼 알아요.”“그럼 내 친구 지은이는 그런 사람이고?”“그런 뜻 아니에요.”“정수호, 수호 씨는 항상 본인 입장에서 남을 판단하는 경향이 있더라. 그 사람을 진짜 알지도 못하면서. 지은이도 그렇고 나도 그렇고, 심지어는 수호 씨네 형수와 애교 씨도 제대로 알아본 적 없지? 두고 봐, 두려워할수록 그 일이 닥칠 테니까.”하정현의 애매모호한 말을 도저히 읽어낼 수가 없어 나는 마음이 초조했다.“대체 무슨 말이 하고 싶어요?”“아무것도 아니야. 할 말은 다 했
“내 상체는 이미 봤지? 그러면 하체를 보여 줄게.”하정현은 말하면서 제 치마를 걷어 올렸다. 그녀는 섹시한 망사 스타킹을 신어 보일 듯 말 듯 고혹적인 분위기를 자아냈다.하지만 망사 스타킹 아래는 새하얗기만 할 뿐 문신 같은 건 없었다.그럼 하정현도 배제할 수 있었다.그러면 그날 저녁 식사를 함께 한 사람 중에 유미 사모님만 남게 된 셈이다.그건 내가 가장 마주하고 싶지 않은 사실이었다.하정현은 또 뜸을 들이며 말했다.“어떻게 말해야 할지 생각 좀 해볼게.”나는 너무 초조해서 심장이 당장 튀어나올 것만 같았다.“그만 뜸 들이고 얼른 말해요. 대체 누군데요?”“사실, 사실 그날 수호 씨랑 몸 섞은 사람은 한 명이 아니야.”“네?”그 대답은 내 예상 범위를 너무 벗어나 나는 한참 동안 반응하지 못 했다.“그럼 유미 사모님이 있었는지만 말해줘요.”“있었어. 하지만 사람을 착각해서 이상하다는 걸 발견한 뒤 도망가 버려서 실질적인 관계는 맺지 않았어.”그 대답을 들으니 목구멍까지 튀어 올라왔던 심장이 차분히 가라앉는 느낌이었다.나와 사모님이 잔 게 아니라는 건 참으로 다행이었다. 이렇게 되면 나는 더 이상 죄책감 가질 필요도 사장님께 미안해할 필요도 없다. 나는 심지어 그날 밤 나와 사모님이 나눴던 스킨십을 간과했다.그런 일은 나와 사모님만 입 밖에 꺼내지 않으면 점점 잊힐 테니까.“진짜 수호 씨와 관계를 맺은 사람이 누구인지 안 궁금해?”하정현의 말에 나는 퍼뜩 정신을 차리고 싱긋 웃었다.“사모님만 아니면 다른 사람은 누구라도 상관없어요.”“만약 나라면?”나는 멍하니 하정현을 바라보다가 한참 뒤에야 정신을 차렸다.“진짜예요? 농담이죠?”“난 우선 수호 씨 진심이 듣고 싶어. 수호 씨는 누구였으면 좋겠어?”하정현은 문제를 나한테 던졌다.하지만 나는 누구이길 바란 적은 없다. 그저 그 사람이 절대 사모님만은 아니기를 바랐을 뿐이지.그 때문에 하정현이 그런 질문을 할 때 나는 약간 어리둥절했다.“소여정? 설마 그 여자인가
하정현의 말을 들으니 나는 차마 화를 내지 못했다.하정현은 평소 무심하고 털털해 보이고 아버지가 잡혀갔다는 얘기를 농담하듯 가볍게 꺼냈지만 사실 그 모든 건 가짜였다. 나는 이제야 그간 하정현이 지은 미소가 모두 가면이라는 걸 알아차렸다.하정현은 사실 그 일로 계속 속앓이를 하고 있었다.바보라고 하기에는 효심이 많고 똑똑하다고 하기에는 인터넷 대출을 받는 멍청한 짓을 저질렀다. 지금은 대출 빚을 갚으려고 다시 돌이킬 수 없는 길에 들어섰고.하지만 계속 이렇게 가면 하정현은 분명 망가질 거다.“이 일은 지은 씨한테 얘기해 볼게요.”나는 속으로 마음을 굳혔다.하지만 하정현은 다급히 내 팔을 잡아당겼다.“지은한테 알려주지 마. 지은이는 안 돼.”“왜요? 지은 씨한테 2억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지 않나요? 말 한마디면 해결될 일인데 왜 본인 몸을 망쳐가면서까지 숨기는 거예요?”그 말에 하정현의 안색은 한층 더 어두워졌다.“내가 지은이한테 진 빚이 너무 많아서 더 이상 빚지면 안 돼.”“그러 알아? 애초에 지은과 준휘를 연결해 준 사람도 나야. 준휘가 쫓아다닐 때 지은은 거들떠보지도 않았는데 내가 나서서 기호를 만들어 준 것 때문에 지은이는 모든 게 하늘의 뜻이라고 믿게 된 거라고...”하정현의 말에 나는 너무 놀라 한참 동안 멍하니 아무 말도 하지 못 했다. 그러다 한참 고민하고는 다시 입을 열었다.“일부러 그런 건 아니잖아요. 그러니까 모든 책임을 혼자 짊어질 필요는 없어요. 그리고 지은 씨도 정현 씨를 탓하지 않을 거예요. 안 그러면 정현 씨를 자기 집에서 지내게 하지 않았을 테니까요.”“나도 지은이가 나를 탓하지 않는다는 거 알아. 지은이는 착한 사람이야. 말을 좀 독하게 해서 그렇지. 그런데 그래서 더 이상 폐 끼칠 수 없어.”“하지만 이 일은 정현 씨 혼자서 해결할 방법이 없잖아요. 계속 이러다가는 정말 돌이킬 수 없게 돼요.”“아무튼 이 일은 지은이한테 말하지 마. 동의하면 내가 비밀 하나 알려줄게.”“전 정현 씨의 비밀에 관
‘진짜 약도 없네. 지은 씨가 그렇게 도와줬는데 그걸 또 몰래 찍었다고?’내가 속으로 중얼거리고 있는데 하정현이 갑자기 제 핸드폰을 내 앞으로 쑥 들이밀었다.그 사진을 본 순간 나는 다급히 액정을 가렸다.“미쳤어요? 이렇게 노골적인 사진을 찍으면 어떡해요? 가족이 볼까 봐 두렵지도 않아요?”하정현은 대수롭지 않다는 듯 말했다.“이게 뭐가 노골적이야? 가려야 할 곳은 다 가렸잖아.”‘이게 가린 거라고?’이런 사진은 섬나라에 수출해 봤자 삼류 축에도 못 낄 거다.나는 하정현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도무지 알 수 없었다.아버지가 관직에 계셨고 가정 형편도 괜찮았으니 돈이 모자라면 집에 말하면 될 것인데, 왜 이렇게까지 나락으로 떨어지려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이 사진들 당장 삭제해요. 이 사진은 얼굴도 나왔잖아요. 이 사진이 퍼지기라도 하면 앞으로 얼굴 어떻게 들고 다니려고요?”“하. 난 이런 말 들으려고 수호 씨 부른 거 아닌데. 나랑 같이 커플 사진 찍자...”“안 돼요. 절대 안 돼요. 저는 절대 이런 사진 찍지 않을 거예요.”나는 하정현의 생각을 아예 싹 잘라버리려고 단호하게 거절했다.그러자 하정현의 얼굴은 이내 어두워졌다.“돈 주는데도 안 한다고? 사진 한 세트 찍으면 얼마나 벌 수 있는지 알아?”“저 지금 돈이 부족하지 않아요. 오히려 정현 씨야말로 돈이 부족하면 나한테나 친구한테 말해야지 왜 이런 짓을 해요?”“하.”하정현은 의미심장하게 웃었다.“내가 손이 없어 발이 없어? 나 자이언트 베이비 아니거든. 그런데 왜 다른 사람한테 손 벌려야 하는데? 나도 내 능력으로 먹고사는 거니까 부끄러울 거 없다고 생각해.”그 말을 들으니 하정현이 궁하긴 궁했나 보네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지 않으면 이렇게까지 하지는 않았을 테니까.이런 사진은 정상적인 여성이라면 절대 찍지 않았을 거다.그 순간 뭔가 머리를 스쳐지나 내 눈은 휘둥그레졌다.“설마 어디서 대출받은 건 아니죠?”하정현은 내 눈을 피하며 고개를 돌렸다.“
나는 더 이상 이영미와 한 공간에 있을 엄두가 나지 않아 헐레벌떡 도망쳤다.그 와중에도 이영미는 나더러 자기 남편 꼭 데려오라고, 안 데려오면 가만두지 않겠다며 윽박질렀다.결국 나는 어쩔 수 없이 윤해철에게 전화했다.[수호 군, 나도 마침 자네한테 볼일 있었는데.]“무슨 일인데요?”[회사 일은 내가 이미 다 처리했으니 방법을 대서 우리 마누라한테 좀 전해줘. 내가 요즘 데리러 갈 거라고.]타이밍이 참 기가 막혔다.이영미가 하고 싶다고 할 때 윤해철이 마침 이영미를 데리러 올 생각이었다니.나는 다급히 윤해철에게 말했다.“방금 사모님을 뵀는데 사모님도 회장님을 무척 그리워하셨어요.”[마침 잘됐네. 그럼 지금 당장 데리러 가지.]“윤 회장님, 잠깐만요.”[왜 그러나?]“사모님은 지금 집에 안 계세요. 밖에 있어요...”나는 이 사실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막막했다.그러다 문득 내가 집을 나올 때 이영미가 보냈던 주소가 떠올라 나는 그 주소를 윤해철에게 보내고 그곳에서 이영미를 찾으라고 했다.어떻게 설명할지는 부부가 만나면 자연스럽게 해결될 일이었다.이영미를 그렇게 보내고 나니 내 임무도 완수한 셈이었다.전화를 끊고 얼마 뒤, 나는 마침 장을 보고 온 애교 누나와 마주쳤다.“수호 씨, 왜 여기 있어요?”나는 대충 얼버무려 상황을 무마하면서 애교 누나의 짐을 들어주었다.“애교 누나, 저 마침 가게에 나가볼 참이었어요. 형수는 수고스러운 대로 누나가 좀 돌봐줘요. 제가 가능한 빨리 도우미를 구할게요. 그러면 누나도 이렇게 고생할 필요가 없으니까요.”애교 누나는 아무렇지 않다는 듯 말했다.“나도 어차피 할 일이 없으니 태연이 돌보는 건 나한테 맡겨요. 내가 어려울 때 태연이도 항상 나를 도왔는데 지금은 태연이가 어려운 시기이니 당연히 내가 도와야죠.”“그런데 일 구하고 싶다고 하지 않았어요?”“일은 뭐 구한다고 바로 구해지는 건가요? 나 공무원 시험 준비하려고요. 나도 아버지 말고 나 스스로 능력을 증명하고 싶어요.”애교 누나
“그럼 얼른 누우세요. 빨리 끝낼게요.”이영미는 두말없이 소파 위에 엎드렸다.나는 먼저 이영미의 허리부터 주물렀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이영미의 입에서 야릇한 신음이 흘러나왔다.“어머님, 지금 뭐 하시는 거예요?”나는 흠칫 놀라 손을 뒤로 뺐다.그랬더니 이영미가 발긋한 얼굴로 말했다.“남자가 내 몸 만지는 게 오랜만이라 흥분했나 봐.”“계속 그러면 제가 어떻게 주물러 드려요?”“이거 다 정상적인 반응이잖아. 의사라는 사람이 침착해야지.”나는 이런 목소리를 듣고도 어떻게 침착할 수 있는지 알고 싶었다.사람 혼을 쏙 빼놓는 듯한 목소리는 아마 내시가 들어도 견디지 못할 거다.“안 돼요. 계속 그러면 마사지 안 해드릴 거예요.”나는 참지 못해 난처한 상황이 생길까 봐 먼저 물러섰다.하지만 이영미는 그것조차도 반대했다.“안돼. 계속 해. 안 그러면 안 갈 거니까. 나도 이것저것 다 겪어본 사람인데 뭔들 못 봤겠어? 그러니 어색하지 마. 내 눈에 수호 씨는 꼬맹이나 다름없으니까. 난 괜찮아.”이영미는 괜찮다고 말했지만 나는 괜찮지 않았다.나도 이제 성인이고 혈기 왕성한 나이인데, 어떻게 아무 일 없다는 듯 여길 수 있냔 말이다.하지만 이영미는 한사코 내 팔을 꽉 잡고 어디 가지도 못하게 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닿는 피붓결에 나는 마음이 더 콩닥거렸다.“알았어요. 그럼 잘 누워 있어요. 계속 마사지해 드릴게요. 하지만 소리 나지 않게 좀 참아주세요.”“그건 안 되지. 욕망을 억누르는 건 몸에 안 좋아.”이영미의 말은 예전에 남주 누나가 했던 말과 똑같았다.하지만 어쩌겠나? 나는 그저 참을 수밖에 없었다.이영미는 내 마사지를 받으며 한편으론 감탄했다.“여자는 역시 남자의 사랑을 받아야 한다니까. 혼자 하는 건 너무 재미없어. 남자도 마찬가지로 여자의 손길이 필요한 법이지. 안 그러면 조물주가 왜 남녀 성별을 따로 만들었겠어? 그것도 상호 보완할 수 있게. 안 그래?”나는 건성으로 고개를 끄덕였다.“네, 맞아요. 여기 느
이영미는 제비집이며 인삼 등 다양한 보양식을 가져왔다.“어머님, 이거 다 너무 귀한 것들이에요.”“이건 다 수호 씨 형수 주려고 가져온 것들이야. 지금 의식이 없다고 해서 죽만 먹이면 안 돼. 영양소를 많이 공급해 줘야지.”나는 형수 대신 감사 인사를 전했다.“혹시 윤지은 씨는 함께 오지 않았어요?”그때 애교 누나가 불쑥 물어봤다.“그 계집애는 또 무슨 일인지 함께 내려오자고 하니까 기어코 싫다고 하지 뭐야.”이영미는 말을 마친 뒤 고개를 돌려 나를 바라봤다.“혹시 우리 지은이랑 싸웠어?”“아니요.”“못 믿겠는데? 지은이가 말은 독하게 해도 마음씨는 착한 애야. 네 형수 줄 거라니까 이렇게 바리바리 준비해 준 걸 보면 네 형수를 친구로 생각한다는 뜻이거든. 그런데도 기어코 직접 오지 않겠다는 걸 보면 이유는 하나야. 바로 너. 너희 둘 요즘 싸웠지?”나는 더 이상 그 일을 언급하고 싶지 않았다.“어머님, 정말 아니에요.”하지만 이영미는 포기할 줄을 몰랐다.“아니긴 무슨. 두 사람 분명 문제 있는데.”그때 애교 누나는 내가 말 못 할 사정이 있다는 걸 눈치챘는지 먼저 자리에서 일어났다.“얘기 나누세요. 저는 내려가서 뭐 좀 사 올게요.”역시 애교 누나는 내가 말하기 부끄러워할까 봐 배려해 주려고 자리를 피한 거였다.애교 누나가 떠난 뒤 이영미는 내 옆에 꼭 붙어 앉았다.“이제 다른 사람도 없으니 말할 수 있지? 대충 얼버무릴 생각하지 마. 솔직히 말하지 않으면 나도 수호 씨 용서 안 할 거니까.”이영미가 계속 꼬치꼬치 캐묻자 나는 할 수 없이 그날 병원에서 싸웠던 일을 솔직히 털어놓았다.“어머님도 제가 쓰레기 같아요?”“응. 조금. 내 딸과 사귀면서 다른 여자와도 사귄다니. 내 딸의 매력이 그렇게 부족해? 한 명으로는 만족하지 못 하는 거야?”이영미의 말에 나는 울 수도 웃을 수도 없었다.“어머님은 저와 지은 씨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모르잖아요. 우리는 각자 원하는 걸 교환한 것뿐이지 마음을 주고받고 결혼 얘기까지
나는 내가 예전에 살던 방을 들여다보았다.이곳은 내 추억이 너무 많이 깃든 곳이다. 상황만 그렇게 되지 않았어도 이곳을 떠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익숙한 물건들을 보니 나는 문득 형수와 있었던 일들이 하나둘씩 떠올랐고 형수의 웃음소리가 귓가에 맴도는 듯했다. 그 모든 건 어제 벌어진 일처럼 생생했다.“저 잠깐 형수 좀 보고 올게요.”나는 형수 방으로 향했다.혼자 얌전히 누워 곤히 잠든 형수의 모습은 마치 잠자는 숲속의 공주 같았다. 눈을 감고 고른 숨소리를 내며 이불을 덮은 모습은 진짜 그냥 자는 것 같았다.나는 젖은 수건으로 형수의 몸을 닦아준 뒤 면봉에 물을 묻혀 형수의 입을 적셔주었다.형수의 현재 상태는 기껏해야 죽 같은 음식밖에 먹일 수 없고 또 매일 많은 량을 먹을 수도 없다. 나도 당연히 형수가 빨리 깨어나기를 바라지만 그날 밤 이후로 내가 무슨 짓을 해서 자극해도 형수는 아무 반응도 하지 않았다. 얼마 뒤, 애교 누나가 죽 한 그릇을 들고 들어왔다.“내가 먹일게요. 수호 씨는 불편하면 가서 쉬어요.”“네. 애교 누나. 그럼 부탁할게요.”사실 나는 너무 아파 더 이상 형수를 돌볼 상황이 아니었기에 곧장 내 방으로 들어갔다.형수는 내 방을 예전 내가 떠나던 그날 그대로 남겨두었다.형수와 이곳에서 있었던 일들을 떠올리니 왠지 감회가 새로웠다.나는 침대에 누워 한참을 뒤척였지만 끝내 잠을 이룰 수 없었다. 첫 번째는 나비 때문이었고 두 번째는 형수의 일 때문이었다.원래 나비 일은 이제 그냥 묻어두려고 했는데 결국 어젯밤 또 그렇게 되어버렸다.솔직히 나 스스로도 내가 헛것을 봤나 하는 의심이 들었다. 그도 그럴 게, 용천 호텔에서의 그날 밤 나와 잔 사람이 세 명 중 한 명이라면 아무리 해도 아귀가 들어맞지 않는다.결국 나는 환각이라고 스스로를 달랠 수밖에 없었다.나는 침대에 똑바로 누운 채 눈을 지그시 감고는 30분 동안 얕은 수면을 취했다.고작 짧은 시간이었지만 그래도 잤다고 정신상태는 훨씬 나아졌다.침실에서 나와 보
그 순간 나는 머리가 띵했다. 나는 애써 눈을 뜨려고 했지만 머리가 너무 어지럽고 눈꺼풀이 무거워 도저히 뜰 수 없었다.다만 그 와중에 약간의 의식은 존재했다.얼마 전까지만 해도 나는 용천 호텔에서 나와 몸을 섞은 사람이 사모님이라고 생각했다. 나중에 사모님 댁에서 지내면서 사모님 다리에 있는 나비 문신을 보고 내 추측을 확신했고.하지만 지금껏 나는 그게 사모님이든 아니든 무조건 사모님과는 거리를 유지해야 한다고 스스로를 최면했다. 무슨 일이 있든 간에 사장님께 미안한 행동은 할 수 없었으니까.하지만 오늘 저녁 나는 또 잠결에 그 나비를 보게 된 거다. 그 순간 나는 머리가 터질 것만 같았다.‘뭐지?’오늘 여기 있는 사람 중에 그날 용천 호텔에 있었던 사람은 오직 애교 누나뿐이다.하지만 애교 누나 몸에는 분명 나비 문신이 없다.게다가 나는 애교 누나 몸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는데 애교 누나의 피부는 이 정도로 희지 않다.하지만 애교 누나가 아니면 또 누구란 말인가?고아연? 아니면 고수연?그날 밤 나는 이 두 여자를 본 적이 없다.나는 이 상황이 어리둥절했고 상대가 누구인지 갈피를 잡을 수 없다는 게 너무 답답했다무엇보다 오늘 너무 취해 머리가 어지러웠기에 눈을 뜰 힘조차 남아 있지 않았다.나는 정신도 차리지 못한 채로 애써 몸부림쳤지만 결국 의식이 점멸되어 그대로 잠들어 버렸다.그리고 나는 다음 날까지 푹 잠들었다.내가 바닥에서 일어났을 때 다른 사람들은 이미 모두 깨어났다. 내가 그중 맨 마지막에 깨어난 듯했다.나는 아픈 머리를 문지르다가 테이블을 치우는 애교 누나를 발견했다.“누나, 다른 사람들은요?”애교 누나는 테이블을 정리하면서 대답했다.“다들 일이 있다고 먼저 갔어요. 수호 씨를 방에서 자라고 하려 했는데 너무 깊이 잠들어 아무리 깨워도 깨지 않더라고요.”“애교 누나, 어젯밤 혹시 안 잤어요?”나는 몸부림치며 일어나 의자에 앉았다.그때 애교 누나가 입을 열었다.“늦게 잠들긴 했지만 안 잔 건 아니에요. 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