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마 이미 내 상태 눈치채고 일부러 나 창피하게 하려고 저러나?’나는 윤지은을 의심할 이유가 충분했다.그도 그럴 게, 윤지은이 마침 내 왼쪽에 앉아 몸만 조금 돌리면 볼 수 있었으니까.나를 언제나 잡아먹지 못해 안달난 것처럼 행동하는 윤지은이라면 나를 망신 줄 기회를 절대 놓칠 리 없다.나는 얼른 윤지은에게 애원하는 눈빛을 보내며 이러지 말라고 사인을 보냈다.하지만 윤지은은 아예 보는 체도 하지 않았다.“졌으면 룰에 따라야죠. 설마 이정도도 못 하겠어요? 그러면서 게임하자고 한 거예요?”‘아주 독사가 따로 없네.’나는 윤지은이 존경스러울 정도였다.나도 순간 화가 나서 사람들 보는 앞에서 바지를 벗었다.그때 백연우가 내 아랫도리를 보며 놀란 듯 입을 막았다.“헉! 아주 화가 많이 났네!”유미 사모님은 부끄러운 듯 다급히 얼굴을 돌렸다.“젊어서 그런가 참 좋네.”내 착각일지는 모르겠으나 백연우가 나를 보는 눈빛은 매우 열렬했다. 마치 불꽃이 튀어 오르는 것처럼.나는 윤지은과 끝까지 싸우려는 마음이었기에 내 상태도 상관하지 않고 다시 의자에 앉아 화가 난 듯 윤지은을 바라봤다.“됐죠? 벗었어요. 이제 팬티 한 장 남았어요. 할 수 있다면 이것까지 벗기던가요.”윤지은의 눈빛에 의기양양한 빛이 번뜩이더니 덤덤하게 말했다.“실력도 안 되는 풋내기 상대하는 건 일도 아니지. 계속해.”네 번째 게임이 시작됐다.이번에 하느님이 마침내 내 편을 들어주셨는지, 운이 좋아 세 사람을 모두 이겨버렸다.이번에 진 사람은 윤지은이었다.복수전에 성공한 나는 겨우 활개를 칠 수 있었다.나는 방금 윤지은과 똑같은 눈빛으로 그녀를 보며 말했다.“윤지은 씨, 이번엔 지은 씨가 벗어야겠네요.”윤지은의 낯빛은 매우 어두워졌다. 심지어 눈빛만 보면 나를 아주 잡아먹을 기세였다.윤지은은 원피스를 입었기에 그걸 벗으면 속옷과 팬티만 남게 된다. 때문에 결국 팬티를 벗는 걸 선택했다.검은색 T팬티가 벗겨진 순간 내 아랫도리는 더 흥분했다.이건 방법이 없었
그렇다는 건 이번 판도 윤지은이 졌다는 뜻이다.백연우는 생글생글 웃으며 윤지은을 바라봤다.“이번에는 브래지어야? 아니면 원피스야?”어떤 걸 선택해도 윤지은은 아주 난감한 상황이다.타이트한 원피스라 속옷을 벗는다면 가슴이 적나라하게 드러날 거고.그렇다고 원피스를 벗는다면 아래가 아예 그대로 노출되고 말 것이다.때문에 윤지은이 뭘 선택할지 나도 매우 기대되었다.“아니면 오늘은 여기까지 할까?”그때 유미 사모님이 윤지은을 도왔다.하지만 백연우는 물러서지 않았다.“안돼. 이제 고작 다섯 판밖에 못 했어. 아직 몸풀기야. 윤지은, 설마 계속할 배짱이 없는 건 아니지?”지은은 차갑게 말했다.“누가 그렇대?”결국 윤지은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양팔을 뒤로 가져가더니 속옷을 벗기로 선택했다.속옷이 떨러진 순간 윤지은의 가슴 윤곽이 그대로 우리 앞에 드러났다.나는 갑자기 목이 타고 온몸의 피가 위로 솟구쳤다.백연구는 마치 이때를 기다렸다는 듯 나를 빤히 쳐다봤다.역시나 내 아랫도리는 또 크기를 키웠다.백연우는 그걸 보더니 몸을 배배 꼬았다. 그와 동시에 한 곳이 괴로워 났다.나는 그걸 몰랐다.다만 숨결을 가쁘게 몰아쉬며 자꾸만 윤지은의 가슴을 흘끗거렸다.윤지은도 방금 전 나처럼 열이 올랐는지 게임을 진행했다.“자, 계속해. 내가 다음 판까지 지지는 않을 거야.”백연우는 나를 보며 눈웃음을 쳤다.“그래, 계속해 보지 뭐, 누가 지게 될지.”또 새로운 판이 시작되었다.이번에는 백연우에게 운이 따르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는 단 한 치의 고민도 없이 치마를 벗었다.그 치마 아래의 모습은 그야말로 섹시했다.튜브톱에 끈 스타킹.학과장 쌤이 사적으로 이렇게 화끈한 복장을 입고 다닐 줄은 몰랐다.가뜩이나 괴로웠는데, 이런 복장을 보니 나는 더 괴로웠다.이대로 있다간 터질 것만 같아 나는 더 이상 버틸 수 없었다.“저, 저는 이만할게요.”나는 황급히 땅에 떨어진 옷을 주웠다.그때 백연우가 내 손목을 덥석 잡았다.“이제 와서 그만하
새로운 판이 또 시작되었다.우리 셋은 유미 사모님을 지게 할 작정으로 덤벼들었다. 그래야 옷을 벗길 수 있었으니까. 그렇지 않으면 도저히 마음이 편해지지 않을 것 같았다.하지만 하늘은 역시나 우리 편이 아니었다. 유미 사모님은 이번 판 운이 몰빵됐는지 또 이겨버렸다.그리고 꼴등은 백연우였다.치마를 벗는 바람에 속옷과 팬티만 입고 있는 백연우는 어느 것 하나 벗든 은밀한 부위가 드러날 수밖에 없었다.나는 그걸 견딜 수 없어 백연우가 말하기도 전에 다급히 일어났다.“저 정말 그만할래요. 셋이서 해요.”말을 마친 나는 옷을 가지고 도망치듯 달렸다.이곳에 더 있다간 내가 죽을 것 같았으니까.나는 방에 돌아가 해결할 생각이었다.하지만...돌아가는 길에 나는 또 길을 잃었다.그 순간 느낀 건 호텔이 너무 호화롭고 사치스러웠고 좋지 않다는 거였다.돌던 곳을 계속 돌다 보니 머리가 어지러웠다. 하지만 끝내 내 방은 찾지 못했다.결국 나는 마지못해 프런트에 도움을 청했다.“저기요, 제 방이 819호인데 어떻게 가야 하죠?”“고객님, 여긴 6층입니다. 우선 엘리베이터를 타고 8층에 가시고 왼쪽으로 돌면...”‘젠장, 온종일 돌았는데 층수마저 틀렸다니.’나는 내 어이없는 실수에 할 말을 잃었다.직원이 안내했던 대로 엘리베이터를 타고 8층에 도착한 뒤 한번 빙 돌았더니 겨우 익숙한 번호를 발견했다.808호실.이건 소여정네 방이었다.이 방을 찾았다는 건 내 방도 멀지 않았다는 뜻이었다.하지만 나는 갑자기 내 방으로 돌아가기 싫어졌다.808호실 카드키도 마침 내 손에 있겠다, 이 방으로 들어가고 싶었다.방에는 유미 사모님과 백연우의 물건이 있을 거다. 아마 둘의 속옷도 있을 거고.백연우와 윤지은의 몸매를 봐서 그런지 나는 저도 모르게 두 사람의 속옷으로 해결하고 싶었다.한참 동안 고민한 끝에 나는 결국 808호실 카드키를 꺼내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나는 빨리 해결하면서 절대 두 사람의 속옷을 더럽히지 말자고 속으로 다짐했다.나는
나는 모든 전략을 세우고 아무렇지 않게 문 쪽으로 걸어갔다.그리고 얼마 뒤, 문이 밖에서 벌컥 열렸다. 하지만 내 앞에 나타난 사람은 백연우 한 사람뿐이었다.나는 먼저 불었다.“연우 씨도 어떻게 카드키가 있어요?”“내 방인데, 당연히 카드키가 있어야 하는 거 아닌가? 수호 씨 손에 있는 게 예비용이에요.”백연우는 말을 마치고는 팔짱을 낀 채 나를 빤히 바라봤다.“오히려 내가 묻고 싶네요, 우리 방에서 뭐 했어요?”다행히 미리 작전을 짰기에 나는 침착함을 유지했다.“방 잘못 들었어요. 마침 돌아가려고 하던 참이었어요. 예비용 카드 두장 모두 연우 씨한테 맡길게요.”말을 마친 나는 검은 카드를 백연우에게 건넸다.하지만 백연우는 카드를 받지 않고 나를 뚫어지게 바라봤다.“왠지 우리 방에서 나쁜 짓 한 것 같지?’나는 순간 가슴이 콩닥거려 불안했다.“아니거든요? 사람을 뭐로 보고.”나는 가슴이 찔려 다급히 설명했다.그러자 백연우가 내 그곳을 바라봤다.“그럼 그건 왜 가라앉았는데요?”‘젠장, 설마 이렇게 들킨다고?’나는 애써 침착함을 유지하며 대답했다.“세 사람을 안 보니까 가라앉은 거죠. 저, 이제 갈게요.”백연우는 갑자기 내 앞에 막아서며 거리를 좁혀왔다.이 거리에서 백연우의 향수 냄새를 맡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숨결과 심장 소리까지 느껴졌다.심지어 풍만한 가슴이 내 상체에 딱 달라붙어 이제 방금 진정한 가슴이 또다시 쿵쾅거리기 시작했다.“저, 저기요. 지, 지금 뭐 하는 거죠?”나는 당황한 나머지 말까지 더듬었다.그때 백연우가 내 몸에 코를 대고 킁킁거리더니 갑자기 매혹적인 미소를 지었다.“솔직히 말해요. 우리 방에 몰래 들어와 나쁜 짓 했죠?”“아니거든요!”나는 끝까지 부인했다.“그럼 검사해도 되죠?”백연우는 내 몸을 마구 더듬기 시작했다.그 순간 나는 너무 두려웠다.호주머니 속에 감추었던 종이 뭉치가 발각될까 봐.하지만 역시나 두려워하는 일은 그대로 닥치고 말았다. 백연우는 내 호주머니에 있는 종이를
나는 내가 더 이상 학생이 아니라서 눈앞의 여자를 무서워할 필요가 없다는 걸 잊고 말았다.이게 바로 백연우의 무서운 점이다. 카리스마와 엄숙함이 몸에 배어 있어 상대에게 두려움을 주는 게.“죄송해요. 잘못했어요.”나는 결국 잘못을 인정했다.그러자 백연우의 눈빛이 요염하게 변하더니 눈웃음을 치며 나를 바라봤다.“오호? 뭘 잘못했어? 말해 봐.”나는 울상을 지으며 말했다.“아, 아까 너무 괴로워서 방에 몰래 들어와 선생님 속옷으로...”나는 말하면서 고개를 점점 숙였다. 당장 쥐구멍에 들어가고 싶었다.그때 백연우가 나에게로 한 발짝 더 다가와 나와 바싹 붙었다.“어려서 혈기 왕성하고, 필요할 때 풀고 싶다는 건 나도 인정해. 그렇다면 하나만 물을 게, 내 속옷 예뻤어?”나는 흠칫 놀랐다. 이 여자가 왜 계속 물어보는지 알 수 없었지만 그래도 솔직히 고개를 끄덕였다.“네, 예뻤어요.”“내 몸매보다 더?”“네?”나는 눈을 들어 여자를 바라보며 어리둥절했다.“말해, 내 몸 보고 싶어?”‘무슨 뜻이지?’‘지금 나를 꼬시는 건가?’‘설마.’학과장 선생은 엄숙함과 엄격함의 대명사 아닌가? 그런데 그런 일을 할 리가.나는 도저히 이 광경을 믿을 수 없었다.“말해 봐, 꼬맹아.”백연우는 말하면서 백옥 같은 손가락으로 내 가슴을 쓸며 나에게 뜨거운 눈빛을 보냈다.이런 눈빛은 너무나도 익숙했다.남주 누나가 나를 원할 때마다 이런 눈빛을 보냈으니까.나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이 여자가 나를 마음에 들어 할 줄은 몰랐으니까.‘내가 조금만 더 용기 내면, 이대로 좋은 시간 보낼 수 있지 않을까?’백연우의 신분을 생각할수록 나는 설레기만 했다.내 눈앞에 있는 여자는 모든 학생이 두려워하는 학과장이다.그런데 내가 이런 여자를 정복한다면, 그 성취감은 무척 날 거다.나는 흥분되면서도 기장해 목석처럼 몸이 뻣뻣하게 굳었다.백연우의 손은 어느새 내 옷 안을 파고들어 내 가슴 주위를 살살 긁어댔다.“말해 봐, 보고 싶어?”나는 목이
나는 백연우와 하고 싶었지만 한편으로는 조금 걱정되었다.“이러다가 사장 사모님과 윤지은 씨가 들어오면 어떡해요?”“걱정하지 마. 당분간은 못 올 거야. 둘을 떼어놨으니까.”“무슨 뜻이에요? 일부러 저를 따라온 거예요?”나는 놀란 표정으로 물었다.그러자 백연우가 눈웃음쳤다.“사실 바에서 떠날 때부터 계속 따라왔거든.”“네? 그러면 진작 알았다는 거잖아요?”나는 이 여자가 그때부터 나랑 이런 짓을 하려고 했다는 게 믿기지 않았다.“몸매도 이렇게 좋은 데다 잘생기기까지 했는데, 싫어할 여자가 어디 있어?”그러고 보니 누나들이 나를 참 좋아하는 것 같다.만나는 누나마다 내가 잘 생겼고, 몸매가 좋다고 입 모아 칭찬하니까.물론, 나도 이런 칭찬이 참 기분 좋다.나는 백연우를 끌어안고 그녀를 침대에 눕혔다.“그럼 누나를 열심히 모셔야겠는데요.”“누나라고 부르지 마.”“그럼 뭐라고 불러요?”“백 쌤.”“백 쌤, 백 쌤, 백 쌤...”내가 그렇게 부를 때마다 백연우는 몸을 떨었다.그렇게 40분 뒤, 우리는 녹초가 된 채 침대에 나란히 누웠다.백연우의 머리카락은 흐트러져 있었고, 검은 뿔테 안경도 어느새 옆에 던져 버려 더 이상 엄숙한 모습이 아니었다.“역시 젊은 게 좋긴 좋아. 활기차고 지구력도 좋고.”백연우는 연신 칭찬을 늘어놓았다. 나는 그 사이 얼른 그녀의 안경을 찾아 다시 씌워 주었다.“역시 이 모습이 좋아요.”안경을 끼고 있을 때만 학과장 느낌이 나니까, 그래야만 거이에서 오는 만족감이 배가 되었다.백연우는 눈웃음을 치며 내 몸 위에 엎드렸다.“어때? 좋아?”“엄청 좋아요.”“그럼 앞으로 필요하면 또 찾아와.”백연우는 말하면서 손가락으로 내 코를 쓱 긁어내렸다.욕망을 분출할 때는 상대가 결혼은 했는지, 남편은 있는지 전혀 고려하지 않았는데, 머리를 식히니 이제야 내가 조심성이 없었다는 생각이 들었다.“백 쌤, 혹시 결혼했어요?”“그건 왜 묻지?”“결혼했으면 이러면 안 되잖아요. 백 쌤 가정에도 안 좋고,
백연우가 이렇게 말하자 나는 순간 불끈 솟아 올랐다.백연우는 몸매도 좋고 열정적인 데다 내가 그동안 느끼지 못했던 신선함을 준다.때문에 더 스릴 있고 중독성 있다.나는 입꼬리를 비틀어 올리며 말했다.“좋아요, 백 쌤.”...그 시각, 영화관.영화 한 편이 끝날 때까지 백연우가 모습을 드러내지 않자 임유미는 계속 문 쪽을 흘긋거렸다.“뭐야? 유미는 무슨 화장실을 이렇게 오래가? 설마 배탈 난 거 아니겠지?”“배탈 났어도 해결할 방법이 100가지는 될 거니까 걱정하지 마.”윤지은이 덤덤하게 말했다.하지만 속으로는 은근히 불안했다.사실 윤지은을 포함한 네 명은 사이가 아주 좋은 친구다. 심지어 그 인연이 십몇 년을 이어 왔기에 서로를 너무 잘 안다.백연우가 물론 소여정과는 다르지만, 사적으로 얼마나 문란하게 노는지 윤지은은 알고 있다.다만 다른 사람의 정부가 되려고 하지도 않고, 인간관계는 늘 잘 처리해 왔기에 그동안 백연우한테는 거부감을 드러내지 않았을 뿐.하지만 방금 카드 게임할 때, 백연우가 몇 번이나 나에게 관심을 보였기에 윤지은은 솔직히 불안했다. 백연우가 나를 마음에 들어 할까 봐.게다가 우리가 이렇게 오랫동안 사라졌으니, 지금쯤 붙어먹고 있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그렇다고 그걸 겉으로 드러낼 수는 없는 노릇이니 윤지은은 속으로 화를 삼키며 영화에 집중하지 못했다.그러던 그때, 계속 백연우를 걱정하던 임유미는 끝내 백연우게게 전화했다. 문제는 백연우가 계속 전화를 받지 않았다.그러다가 임유미가 걱정하다 못해 불안해할 때, 백연우가 모습을 드러냈다.“오래 기다렸지?”남자의 사랑을 듬뿍 받은 백연우는 득의만면한 듯 웃으며 두 친구의 옆에 앉았다.임유미는 친구의 팔짱을 끼며 물었다.“뭐 하러 갔다 왔어? 뭐가 이렇게 오래 걸려?”백연우는 아주 적극적으로 대답했다.“내가 뭘 했겠어? 밖에서 좀 돌아다녔어.”친구 4면 중에, 임유미가 가장 단순하다, 때문에 백연우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었다.하지만 옆에 있는
하지만 영화관을 나온 뒤에야 윤지은은 자신이 너무 흥분했다는 걸 깨달았다.‘백연우 그 계집애가 정수호랑 정분나든 말든 나랑 뭔 상관인데? 내가 정수호 좋아하는 것도 아니고, 왜 질투하지?’‘질투?’“내가 왜 이걸 질투라고 생각했지? 상대가 신경 쓰이는 사람이어야 질투도 성립되잖아. 설마 내가 정말 그놈을 좋아하나?”윤지은은 혼잣말로 중얼거리다가 이내 자기 생각을 부정했다.“아니야, 그럴 리 없어. 내가 정수호를 좋아하다니. 싫어하면 모를까. 난 절대 정수호를 좋아할 리 없어. 낯선 사람을 좋아하는 한이 있어도 정수호는 절대 아니야.”윤지은은 나를 좋아하지 않는다는 걸 확인이라도 하려는 듯 일부러 연락처에서 내가 신분을 숨겼을 때 남겼던 번호를 찾아냈다.그러고는 곧바로 나에게 문자를 보냈다.[오랫동안 연락 안 했는데, 나 보고 싶었어요?]그 시각,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내 방에서 샤워하던 나는 갑자기 울리는 핸드폰 진동에 얼른 폰을 들었다.그리고 윤지은이 보낸 알 수 없는 문자를 발견했다.사실 나는 전에 자주 쓰는 카톡과 여분 카톡으로 모두 윤지은을 추가했다. 그러고 헷갈리지 않기 위해서 두 번째 ID에는 ‘주변 친구로 알게 된 사람’이라는 설명을 덧붙여서 저장했다.안철수라는 이름으로 윤지은과 이미 한동안 대화를 하지 않았는데 왜 갑자기 문자했는지 의문이었다.나는 살짝 겁도 났지만 윤지은의 생각을 한번 찔러보려고 결국 답장했다.[당연히 보고 싶었죠. 그쪽 얼굴도, 몸매도, 목소리도...]나는 웃으며 윤지은을 희롱했다.지금 이 순간 장난치려는 생각이 더 많았다.'이번에는 그쪽이 나 먼저 찾은 거니까 탓하지 마요.’윤지은은 곧바로 나에게 답장했다.[그럼 내 남자 친구 할래요?]그 문자를 본 순간 나는 멍해졌다.‘무슨 상황이지?’‘우린 분명 단순한 파트너였는데, 왜 갑자기 남녀 친구로 지내려는 거지?’[갑자기 미쳤어요?]윤지은은 아예 나에게 영상 통화를 걸어왔다.그 순간 너무 놀란 나는 바로 전화를 끊어버렸다. 이 상황에서
“보아하니 두 사람 모두 조금희 씨 몸에 종양이 퍼지고 있어 곧 죽는다는 걸 알고 있었네요.”“혹시 조금희 씨가 뒤에서 꼼수 부린 거 아닐까요?”나는 문득 뭔가 떠올라 의문점을 제기했다.현재 상황으로 분석해볼 때 조금희의 혐의가 가장 높았다.그때 윤지은이 말했다.“자세한 건 조사해 봐야 하지만 나도 조금희 씨가 이상한 것 같아.”사모님은 참지 못하고 눈시울을 붉혔다.“다음에 조사할 때 나도 끼워줘. 나도 같이 조사하고 싶어. 두 사람 말 맞아. 호섭 씨가 억울한 죽임을 당했는데, 나라도 진실을 밝혀 억울함을 풀어줘야 해. 이게 내가 살아갈 유일한 동력이야.”사모님은 말하면서 또 참지 못하고 눈물을 흘렸다.슬픔 속에서 완전히 벗어나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나와 윤지은은 항상 사모님 곁을 지킬 거다.그날, 우리는 곧장 종양 전문 병원에 가 조금희의 병력을 조사했다.조금희 몸에서 종양이 발견된 건 1년 전인데, 처음에 양성이었다가 악성으로 번지기까지 적지 않은 돈을 들였던 거로 확인되었다.게다가 조금희는 불치병에 걸리기 전에 아내와 갈등을 겪었다.“자세한 건 저도 모르는데, 조금희 씨가 우리 병원에 입원해 있을 때 젊은 여자가 항상 와서 돌봐줬어요. 그러다가 부인이 병원에 찾아와 그 아가씨를 때렸고요. 그 일은 병원 사람들 다 알아요.”‘그렇다는 건 조금희가 바람을 피웠다는 거네?’조금희가 이런 사람일 주은 생각지도 못했다.윤지은은 여간호사에게 돈다발을 건넸다. 그러자 간호사는 아주 기뻐하며 떠나갔다.조사를 마친 뒤 우리는 밖에서 식당을 찾았다.식당에 도착한 윤지은은 분석을 시작했다.“조금희 씨가 불치병에 걸렸고, 예전에 아내와 아들한테 잘못을 저질렀다면 혹시 자기가 얼마 못 살 걸 알고 호섭 씨를 배신해 돈을 챙겼던 건 아닐까?”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그럴 가능성이 커요. 만약 조금희 씨 계좌에 큰돈이 입금되었는지 확인할 수 있으면 좋을 텐데.”아쉽지만 이곳은 강북이 아닌 Y시다. 안 그랬다면 윤지은의 인맥
나는 기쁨을 주체할 수 없었다.배고픔을 느낀다는 건 좋은 일이다.윤지은이 아침을 사 오자 사모님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묵묵히 음식을 먹었다.그걸 본 윤지은은 나를 향해 엄지를 추켜들었다. 그건 내 실력을 인정한다는 뜻이었다. 이번 치료 방법이 확실히 효과적이었으니까.나는 사모님을 한참 동안 관찰했다.비록 컨디션이 많이 안 좋은데도 사모님은 음식 드실 때 여전히 우아하고 단아했다. 살짝 슬픔을 띄고 있어 살짝 비극의 여주인공 같기도 했다.내가 한창 사모님을 바라보고 있을 때, 윤지은의 날카로운 눈빛이 갑자기 나를 쏘아봤다. “짐승!”윤지은은 욕지거리를 퍼부었다.그 욕에 나는 억울함을 호소했다.“제가 뭘 했다고 짐승이라는 거예요?”“아무튼 짐승 맞아. 이런 상황에서 훔쳐보기나 하고.”윤지은은 나를 째려봤다.난 그저 사모님을 몇 번 본 것뿐인데 나를 짐승 취급하다니, 너무 어이없었다.하지만 이러다 또 싸움 나겠다 싶어 나는 얼른 아침을 들고 다른 곳에 가서 배를 채웠다.식사를 마친 뒤 사모님은 자발적으로 나와 윤지은을 찾아왔다.“알고 있는 거 사실대로 다 알려줘요. 난 호섭 씨 사고에 대한 모든 사실이 알고 싶어요.”사모님은 너무 평온해 마치 다른 사람 같았다. 때문에 나는 사모님 상태가 여전히 걱정스러웠다.“사모님, 우선 맥 좀 짚어봐도 될까요?”“그럴 필요 없어요. 내가 뭘 해야 하는지 나도 알아야. 걱정할 거 없어요. 어젯밤 많이 생각해 봤고, 호섭 씨가 떠난 사실을 받아들였어요.”“내가 받아들일 수 없는 건 호섭 씨처럼 착한 사람이 남한테 죽임을 당했다는 거예요. 그러니까 무슨 일이 있어도 그 억울함을 풀어줄 거예요.”“난 강해져야 하고 호섭 씨처럼 용감해져야 해요. 그래야 호섭 씨가 마음 놓고 갈 수 있어요.”사모님은 애써 슬픔을 참으려 했지만 결국 참지 못하고 또 흐느꼈다.그 말을 들으니 나도 코끝이 시큰거리고 마음이 아팠다. 하지만 이제 우리에게는 같은 목표가 생겼다. 바로 진실을 밝히는 것.나는 얼른 마음의
나는 사모님 팔을 힘껏 잡으면서 사모님과 눈을 마주쳤다.“사모님! 현실을 받아들이세요. 더 이상 자신을 속이지 마세요. 사장님이 이런 사모님 보고 편히 가지 못하길 원하시는 건 아니잖아요.”내 말이 사모님의 마음에 큰 상처를 줬는지, 사모님은 순간 울음을 터뜨렸다.윤지은은 내가 강제로 사모님을 자극했다며 나를 탓했다.“유미 지금 안 그래도 나약한 상태인데, 왜 그런 말을 직접 해?”나는 너무 난감했다.“누구는 뭐 이러고 싶은 줄 알아요? 하지만 사모님이 계속 사실을 받아들이지 않고 환상 속에 살고 있는데, 계속 이러면 상태가 점점 악화해요.”윤지은은 내 말에 일리가 있다고 인정했지만 그와 동시에 사모님이 또 상처받을까 봐 걱정했다.나도 사모님이 현실을 받아들이게 하려면 그 과정이 얼마나 고통스러운지 알고 있다. 하지만 사모님을 절망 속에서 끄집어내려면 이렇게 할 수밖에 없었다.나는 윤지은에게 말했다.“정말 사모님을 돕고 싶다면 모질어야 해요. 이럴 때 마음 약해지면 오히려 해치는 거예요.”윤지은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속으로는 내 말에 동의하는지, 내가 치료할 수 있도록 묵묵히 자리를 비켜줬다. 나는 나른하게 힘이 쭉 빠진 사모님을 잡고 진지하게 말했다.“죽은 사람이 다시 돌아올 수 없어요. 사모님이 속사한 건 알겠어요 하지만 지금 속상해할 때가 아니에요. 우리 할 일이 있어요.”“사장님 사고 단순 사고가 아니에요. 누군가 인위적으로 사고 낸 거예요. 사모님, 정신 차리고 우리와 함께 진실을 조사해요.”사모님은 텅 빈 눈으로 나를 보며 중얼거렸다.“그게 무슨 말이에요?”사모님을 깊은 슬픔에서 꺼내는 건 결코 간단한 일이 아니다.무엇보다 중요한 건, 서두르지 않고 그녀가 진실을 받아들일 수 있게 천천히 다가가는 것이다.나는 말투를 부드럽게 하며 방금 한 말을 또다시 반복했다.“사장님 교통사고에 수상한 점이 발견됐어요. 사모님도 사장님이 억울하게 돌아가시는 거 원하지 않죠? 우리 함께 진실을 알아내 사장님이 억울하게 죽임당하
나는 그 말을 들은 순간 식은땀이 송골송골 솟아올랐다.사모님 상태는 살짝 이상해 보였다. 아마도 의식이 혼미해 자신이 무슨 말을 하는지 전혀 모를지도 몰랐다.나는 사모님이 바보 같은 짓을 할까 봐 서둘러 사모님 팔을 꼭 잡았다. 그러면서 계속 따라오지 않으면 강제로라도 데려올 생각이었다.“수호 씨, 이거 놔요. 난 남아서 호섭 씨랑 같이 있을래요...”사모님은 마구 버둥대며 소리쳤다.이러다가 사고가 날 것 같아 나는 아예 사모님을 어깨에 두러 업었다. 그러자 사모님은 곧바로 버둥거리며 소리쳤다.벼랑 끝에 서 있는지라 조금만 실수하면 함께 아래로 떨어질 수 있는 상황이었기에 나는 결국 사모님을 손날로 기절시켰다.내가 가드레일 안쪽으로 다시 넘어왔을 때 윤지은의 차가 마침 도착했다.“왜 그래?”윤지은은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물었다.나는 사모님을 차에 앉히고 한숨을 푹 내쉬었다.“사모님 지그 정신이 이상해서 현실과 환각을 구분하지 못해요. 방금 사장님이 춥다고 한다면서 옷 주러 내려가겠다고 했어요. 제가 제때 나타나지 않았으면 뛰어내렸을지도 몰라요.”윤지은은 내 말을 듣더니 미간을 찌푸렸다.“계속 이럴 순 없어. 우리가 잠깐은 지켜볼 수 있지만 평생 지켜볼 순 없잖아.”그때 내 머릿속에 문득 방법이 떠올랐다.“사모님께 사장님이 어떻게 돌아가셨는지 알려드리는 건 어때요?”“미쳤어? 이번 일로도 충격이 이만저만이 아닐 텐데, 또 자극하자고?”윤지은은 내 말에 동의하지 않았다.이에 나는 인내심을 가지고 설명했다.“제 할아버지가 남긴 의학 서적에 비슷한 사례가 있는데, 옛날에는 환자가 가족을 잃고 감정을 통제하지 못할 때 치료가 안 된다면 환자한테 희망을 줘야 한대요. 그 희망이 의학에서 말하는 기예요.”“그 기를 가진 환자가 음식 치료와 약물 치료를 함께 진행하면 서서히 회복할 수 있대요.”“사장님의 죽음에 수상한 점이 있잖아요. 그래서 사모님과 함께 그 사건을 수사하는 거예요. 아마 사모님도 사장님이 죽은 진실을 알고 싶을 거예요.”
장례식장 안을 모두 뒤져 봤지만 사모님은 여전히 보이지 않았다. 처음에는 그리 조급하지 않던 내 마음도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점점 불안해졌다.사모님은 현재 몸 상태도 안 좋고 정서도 매우 불안하다.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가족한테 어떻게 말해야 할지 걱정됐다.여기까지 생각이 미치니 내 마음은 점점 불안해졌다.그러다 결국 방법이 없어 나는 문득 사모님 번호를 떠올려 그쪽으로 전화를 걸었다.전화는 계속 긴 연결음만 들릴 뿐 아무도 받는 사람이 없었다. 하지만 내가 포기하려고 할 때 연결음이 꺼졌다. 액정을 확인하니 전화가 연결되었다.“사모님?”나는 조심스럽게 물었다.[수호 씨, 나 괜찮으니까 좀 내버려둬요.]사모님 목소리는 매우 우울해 보였고 기운이 없어 보였다. 하지만 나한테는 너무 듣기 좋았다. 나는 다급히 물었다.“사모님, 어디 있어요? 너무 걱정돼요.”[혼자 있고 싶어요.]“알아요, 아는데 어디 있는지만 알려줘요. 사모님이 안전하다는 거 확인해야 해요.”전화 건너편에서 한참 침묵이 흘렀다.그때 갑자기 차 경적음이 들려왔다.그렇다는 건 사모님이 장례식장에 있는 게 아니라는 뜻이었다.나는 문득 사모님이 있을 수 있는 곳이 떠올랐다. 하지만 조심스럽게 물었다.“사모님, 알려주시면 안 돼요?”사모님은 아예 전화를 끊어버렸다.하지만 이미 대충 답을 얻은 나는 장례식장을 뛰쳐나가 택시를 잡고 사장님이 사고를 당한 곳으로 향했다.가는 길에 사모님을 찾았냐는 윤지은의 전화를 받은 나는 내 추측을 말했다.“아니요. 사모님 아마도 사장님 사고 난 곳에 있는 것 같아요.”[거긴 왜?]윤지은은 이해가 되지 않아 무의식적으로 물었다.“사장님 죽음이 수상해 직접 조사하고 싶었을 수도 있고, 단순히 사장님이 그리웠을 수도 있고... 아무튼 저 지금 가는 중이에요.”[그럼 먼저 건너가. 나 이따 바로 갈게.]나는 윤지은과 상의한 뒤 먼저 사장님이 사고 난 곳으로 향했다.사고가 난 곳은 절벽인데, 사모님은 마침 절벽
사모님의 이런 모습을 보니 나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 입을 꾹 다문 채로 옆을 지켜드렸다. 그러다 저도 모르게 졸음이 몰려왔다.최근 계속 이리저리 다니다 보니 그동안 제대로 휴식한 적 없어, 나는 너무 피곤한 나머지 잠시 눈을 붙이려고 했다.하지만 잠을 편히 잘 수 없었다. 꿈속에서 정 사장님은 계속 살려달라고 애원했다. 나도 사장님을 구하고 싶었지만 아무리 노력해도 사장님과 닿을 수 없었다. 그러다 꿈의 마지막쯤 정 사장님은 가면을 쓴 사람에게 살해당했다.꿈에서 놀라 깬 나는 이미 온몸이 식은땀에 푹 젖어 있었다.비록 꿈이었지만 꿈에 나온 장면들이 너무 생동해서 직접 경험한 것 같았다.밖은 어느 때부터인지 비가 부슬부슬 내리기 시작했고, 유리창을 두드리는 빗소리가 최면 노래처럼 느껴졌다.피곤함에 눈을 비비다가 문득 사모님이 침대에서 사라졌다는 걸 발견한 나는 다급히 호텔을 샅샅이 뒤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어디에도 사모님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나는 호텔 안을 마구 달리며 윤지은에게 전화했다.“혹시 유미 사모님 봤어요?”[나 계속 밖에 있어서 유미 본 적 없는데? 네가 유미 호텔에서 돌봐주던 거 아니었어? 그런데 어디 갔는지 모른다고?]윤지은이 반문했다. 이에 나는 얼른 설명했다.“제가 너무 피곤해서 잠깐 눈 붙였는데 깨어나니 사모님이 사라졌어요.”[넌 대체 뭘 할 수 있어? 사람 하나 돌보는 것도 못해?]윤지은은 나를 꾸짖기 시작했다.나는 얼른 전화를 끊고 이리저리 찾으며 물어봤지만 호텔 직원들도 모두 사모님을 본 적 없다고 했다.결국 나는 프런트에 달려가 물었지만 프런트 직원들도 못 보기는 마찬가지였다.“그럼 CCTV 한번 확인할 수 있을까요?”“안 됩니다. 호텔 규정상 CCTV는 함부로 보여드릴 수 없어요.”나는 다급히 말했다.“제 친구 남편이 이틀 천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나 친구 정서가 엄청 불안해요. 반드시 빨리 찾아야 해요. 지금 우선 CCTV 확인해 줘요. 제가 당장 경찰에 신고할 테니까...”“안 됩니다
그렇지 않으면 여자가 이렇게 빨리 남편 시신을 화장하려고 하는 이유가 없다.내가 분명 이번 교통사고가 단순한 사고가 아닐 거라고 말했는데 들을 생각도 하지 않다니.나는 슬쩍 찔러보려고 다시 물었다.“왜 그렇게 서둘러요? 혹시 뭐 알고 있는 거 아니에요?”여자는 내 말을 듣더니 얼굴색이 확 바뀌었다. 나는 뭔가 찔린 듯 불안해하는 여자의 행동을 눈에 담았다. 그러고는 갑자기 여자의 손목을 덥석 잡았다.“뭔가 알고 있는 거죠? 알고 있는 거 다 얘기해요. 그게 이번 사고의 진실을 밝힐 수도 있어요...”“뭐 하는 거예요? 아파요.”여자는 내 손을 뿌리쳤다. 여자의 아들은 어머니가 괴롭힘당하는 걸 보자 바로 나를 막아섰다.지금 내 실력으로 두 사람을 상대하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윤지은은 일을 크게 만들까 봐 내 팔을 쿡쿡 찔렀다.“됐어. 저 사람들 하고 싶은 대로 하라고 해.”나는 이대로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 두 사람이 너무 수상해 반드시 기회를 잡아 두 사람의 입을 열어야 했다.하지만 점점 모여드는 구경꾼들 때문에 나는 결국 포기할 수박에 없었다. 만약 나 혼자였다면 내가 내키는 대로 소란을 피웠을 테지만, 정서가 불안정하기에 사모님한테 피해 가게 할 수 없었다. 그렇다고 이대로 포기할 생각은 없었다. 나는 장례식장을 떠난 뒤 두 사람을 찾아 결판 낼 생각이었다.오늘 장례식장에 나타난 유가족은 또 있었다. 바로 운전한 오 기사님 가족이었다.오 기사님 가족은 얘기가 잘 통해 화장을 조금 미루기로 했다. 그들 역시 이번 교통사고가 수상쩍다고 여겼기 때문이었다.오 기사님 아들은 심지어 확신했다.“제 아버지 운전 실력은 엄청 좋아요. 사고가 난 곳도 생전에 수백 번도 더 다녔던 곳이라 그 길을 잘 알고 있어요.”“아버지가 교통사고를 당했다는 말을 들었을 때 나도 처음에 믿지 않았어요. 난 이번 일 제대로 조사해서 아버지 결백을 증명할 거예요.”겨우 생각이 같은 사람을 찾았다는 생각에 나는 너무 기뻤다. 결국 조금희의
“들여보내 줘요. 나 호섭 씨랑 같이 있을래요. 같이 있어 줘야 해요...”장례식장 입구에서 유미 사모님은 몇몇 직원들에게 가로막혀 애타게 울고 있었다.그 모습을 보자마자 나와 윤지은은 급히 달려갔다.“사모님, 여긴 왜 왔어요?”장례식장도 규칙이 있는데 가족 방문 횟수가 제한되어 있다. 우리가 나가기 전 분명 사모님더러 호텔에서 휴식하라고 했는데, 여기까지 올 줄은 몰랐다.한참 애를 먹던 두 직원이 얼른 말했다.“얼른 이분 좀 말려 봐요. 이곳 냉기를 보통 사람들은 견디기 힘들어하세요. 그런데 자꾸만 안에 들어가겠다고 하시는데, 절대 안 됩니다.”“그리고, 절차는 다 밟았나요? 다 밟았다면 얼른 화장할 수 있게 사인하세요. 시체 안에 계속 두고 있는 것도 좋은 선택은 아니에요...”나는 손을 저으며 두 직원의 말을 잘랐다.“네, 알겠어요. 먼저 가서 일들 보세요.”나와 윤지은은 유미 사모님을 조용한 곳으로 데려갔다. 사모님은 눈물을 주체하지 못했고 너무 지쳐 몸에 힘이 하나도 없었다. 그 모습을 보며 윤지은도 드물게 눈시울을 붉혔다.“유미야, 이러지 마...”윤지은은 흐느끼느라 말도 제대로 내뱉지 못했다.사모님 역시 슬피 울부짖었다.“왜? 좋은 사람은 복이 온다며? 그런데 왜...”“호섭 씨는 이 세상에서 가장 착한 사람인데. 호섭 씨가 가난한 사람을 위해 얼마나 많은 선행을 베풀었는데 왜 이렇게 된 거야? 왜...”처절한 외침에 듣는 나도 너무 괴롭고 삼장이 칼에 베이는 것처럼 아팠다.이 순간 어떤 위로의 말도 소용없다. 그 어떤 위로도 사모님의 비통한 심정을 달랠 순 없으니까.나는 그저 사모님이 진정할 수 있게 침을 놔줄 수밖에 없었다. 잠시 뒤 나는 조금 안정이 된 사모님을 안아 차에 앉혔다. 창백하고 초췌한 사모님의 얼굴을 보니 내 마음은 더욱 괴로웠다. 그때 윤지은이 이를 악물며 악에 받쳐 말했다.“이번 사건 우리가 꼭 밝혀낼게.”그 순간 나도 윤지은과 같은 마음이었다. 나는 속이 부글부글 끓었고 그걸 당장 토
나는 윤지은이 갑자기 이렇게 말할 거라고 생각지도 못해 무척 감격스러웠다.나 혼자 다른 도시에서 도움 없이 이 사건을 조사하는 건 확실히 힘들다. 하지만 윤지은이 같이 조사하겠다고 하니 해낼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이 생겼다.나는 느릿한 말투로 진지하게 말했다.“이번에 우리 같이 손을 잡고 정 사장님을 위해 진실을 밝혀요.”그동안 나와 윤지은은 서로 고양이와 개처럼 항상 만나기만 하면 싸웠는데, 이번만큼은 힘을 합쳐 함께 정 사장님 사건을 조사하기로 했다.우리는 해야 할 일을 확인한 뒤, 강한나를 만나러 갔다. 강한나라면 전문가의 관점에서 우리를 도와 증거를 수집할 수 있을 테니까.“최선을 다해 볼게. 하지만 너무 큰 기대는 하지 마. 내가 방금 사건 기록을 봤는데 현장 사진과 다양한 증거들을 취합해 보면 단순 사고사일 수 있어.”“내가 의심했던 브레이크 흔적 거리인데, 이것도 어찌 보면 사고사일 수도 있고 다른 이유가 있을 수도 있어. 결론적으로 조사하기 매우 어려워.”한참 듣고 있던 윤지은이 차가운 얼굴로 말했다.“현장 증거로 조사할 수 없으면 다른 쪽으로 출발해야겠네.”한창 낙담하고 있던 나는 윤지은의 말에 다급히 물었다.“혹시 방법이 있는 거예요?”윤지은은 팔짱을 끼면서 냉정하게 분석했다.“내가 알기로 운전한 기사는 호섭 씨랑 오랜 친구였고 운전 실력도 엄청 뛰어나. 이 점에서 출발하면 될 것 같아. 그리고 함께 차에 탔던 피해자 가족들도 조사해 볼 수 있어.”나는 맞장구치며 고개를 끄덕였다.“음, 좋은 방법인 것 같아요. 그럼 사고 유가족들부터 조사해 봐요.”강한나는 우리를 보며 심각한 표정으로 물었다.“정말 그렇게 할 거야? 이 사건이 만약 인위적인 거면 두 사람도 위험해. Y시는 국내 다른 도시들과 달라. 여긴 무법지대인 D국과 엄청 가까워.”윤지은이 차가운 얼굴로 말했다.“그게 뭐? 의심 가는 구석이 있는데 그냥 덮자고? 그러고도 내가 무슨 친구야? 유미 지금 충격이 너무 커. 호섭 씨는 유미한테 가장 중요한 사